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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소비자가 모르는 '소비자중심경영'

송선덕 한국소비자원 대외홍보실장매 주말이면 동네 마트에 간다. 가족과 나의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주기적인 장보기는 필수적인 소비활동이다. 마트 진열대를 차지한 다양한 브랜드의 상품을 살피다 보면 새삼 자본주의의 풍요로움에 감탄하면서도 이내 선택의 고민에 빠지게 된다. 나에게 있어 식료품 선택의 우선순위는 건강한 먹거리인지 여부다. 합성 첨가물은 최소화했는지, 지구와 건강을 고려한 환경에서 생산했는지 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에 더하여 상품을 생산·유통하는 기업이 소비자중심경영을 하는지 여부도 중요 고려사항이다.소비자중심경영은 영문으로 CCM(Consumer Centered Management)이라고 하며 기업의 경영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소비자를 중심으로 수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소비자원이 평가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부여하는 법정 인증의 하나이다. 2024년 1월 기준 국내 기업 225곳이 인증을 받아 경영 현장에 직접 적용하고 있다.소비자중심경영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우선 기업은 전사적으로 소비자중심경영 도입을 선포하고 내부 시스템을 소비자 중심적으로 바꿔야 한다. 기업 구성원들도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최종적으로 CCM 인증 심사기준에 따라 한국소비자원의 평가를 거쳐야 비로소 소비자중심경영 기업이 될 자격을 얻는다.소비자중심경영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크게 경영진의 리더십과 전략, 내부 시스템과 자원의 운영 측면에서 세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최고 경영자의 실천 의지가 있는지부터 소비자의 안전과 불만을 처리할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 소비자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지,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지, 내부 구성원의 만족을 고려하는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원과 관점에서 기업의 경영활동을 들여다보고 평가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인증기업을 신뢰하지 않을 수 없다. 소비자에게 유익한 소비자중심경영이 과연 기업에는 도움이 될까하는 의문이 남는다. 2023년 CCM 인증을 신규 또는 재도입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인증을 도입한 이유로 70.4%가 ‘소비자 관리체계 구축 및 정비’를 꼽았다. 도입에 따른 경영성과로는 ‘제품 및 서비스 수준 향상’(3.97점, 5점 만점) 점수가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고객만족도 제고’(4.10점)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뒤를 이었다. 특히 중소기업은 ‘제품 및 서비스 수준 향상’(4.20점), ‘소비자 불만 처리 기간 단축’(3.94점)을 높이 평가했다. 소비자중심경영이 소비자 후생 제고는 물론 기업의 경영성과로도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로 이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CCM 인증제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는 매우 낮은 실정이다. 2023년 소비자 1만명에 대한 조사에서 CCM 인증에 대해 알고 있는 소비자는 10명 중 3명에 불과했다.우리는 매일 수많은 광고를 접한다. 인터넷 기사 한 줄, 짧은 영상 하나에도 상품 광고가 붙는 시대다. 하지만 이러한 광고가 상품 선택기준으로서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또한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 속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정보는 많은 현대인에게 결정장애를 초래하기도 한다. 따라서 현명한 소비자라면 소비자중심경영 도입 여부를 구매 선택기준으로 삼길 권한다.송선덕 한국소비자원 대외홍보실장

2024-05-15 14:31 송선덕 한국소비자원 대외홍보실장

[브릿지 칼럼] 기부와 나눔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개미는 단체 생활을 하는 대표적인 곤충이다. 함께 생활하면서 개체끼리 정확하게 분업하고, 의사소통하며, 복잡한 문제들을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해결할 줄 안다. 많은 사람이 이러한 개미의 특성들이 우리 인간 사회와 상당히 비슷하다고 판단하여, 개미에게 관심을 갖고 오랫동안 다양한 연구를 했다. 프랑스의 곤충학자이자 소설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그의 소설 ‘개미’에서 개미와 인간의 이야기를 소재로 다뤘다. 유명한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도 분업 정신(Departmental)이라는 시를 통해서, 개미와 우리 인간사회의 유사함과 다름을 이야기했다. 근래에는 수퍼히어로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 ‘앤츠맨’과, 만화영화인 ‘벅스 라이프’ 등도 제작이 되어 큰 성공을 거뒀다. 어쩌면 곤충 중에서는 가장 인간의 관심과 애정을 받는 대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개미에게는 매우 특이하면서도 재미있는 점이 있다. 개미의 위가 두 개라는 것이다. 첫 번째 위는 ‘소셜 위(social stomach)라 불리는 소화기관으로, 소셜 위에 개미들은 음식을 저장해 두었다가 이후 배고픈 동료 개미들이 신호를 보내면 자신의 소셜 위 속에 있던 음식을 꺼내어 나누어 먹는다. 두 번째 위는 자신이 먹는 음식물을 소화하는 일반적인 위이다. 저장한 음식물을 소셜 위에 담아 보관하고 있다가, 먹이를 필요로 하는 동료 개미들에게 공급해 주는 이러한 행동은 다른 곤충에게서는 볼 수 없는 개미만의 독특한 행동이라고 한다. 단체 생활을 위해 최적화된 생리적 기능적 장치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인간에게도 이런 비슷한 장치가 있다면 얼마나 편리하고 이로울까?우리 인간에게도 개미의 소셜 위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기부다. 기부는 일반적으로 자선 등을 목적으로 아무런 대가 없이 주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고, 현금이나 용역, 그 외에 가능한 모든 물품이 전부 해당이 된다. 의류, 장난감, 음식, 탈것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혈액, 신체 장기까지도 해당할 수 있다.선진국에서는 기부 문화가 매우 잘 자리 잡고 있다. 가령, 미국은 세계에서 기부 문화가 가장 잘 발달한 국가로 알려져 있는데, 미국 비영리단체 Giving USA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미국인들은 대략 4850억달러(약 660조원)을 기부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올해 국가 예산이 대략 656조원이라고 하니, 이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물론 세계적인 부자들이 많은 나라이기도 하지만 부자들만 기부를 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인이 하는 기부가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크다. 자연스럽게 기부를 하는 문화가 생활 속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동네 체육관이나 도서관, 학교, 연극장 등에 소액이더라도 기부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퍼져있다. 어려서부터 교육과정을 통해 나눔과 기부의 중요성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도 기부 문화 정착에 큰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나 혼자만 배부르고 잘 살아서는 절대로 우리 사회가 발전해 나아갈 수 없다. 개미의 소셜 위처럼 우리도 기부와 나눔이라는 장치를 통해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2024-05-13 14:31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누군가를 위해 만드는 노래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마케팅팀 수석최근 방영된 3부작 다큐멘터리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를 혼자 숨죽이며 봤다. 당시 대학로에서는 흔치 않게 계약서를 작성해 배우들의 최소 수입을 보장하고 기여도에 따라 수익을 배분했다는 기적 같은 이야기는 공연계에 제법 알려져 있었다. 게다가 유명 캐릭터 어린이 공연이 장악한 아동극 시장에서 건강하고 따뜻한 정서를 지닌 양질의 아동극을 지속적으로 제작함으로써 어린이극의 명맥을 잇고자 한 숭고한 뜻도 익히 알고 있었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야학을 만들어 학교에 가지 못한 아이들을 지도하고 달동네 아이들을 위해 유아원을 건립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을 때 그가 얼마나 어둡고 가려진 곳에 있는 사람들을 마음으로 보듬고자 했는지를 새삼 느끼게 됐다. 특히 놀라웠던 건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상록수’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가 피혁공장에서 일하던 시절 노동자 부부들의 합동 결혼식 축가로 직접 만들었다는 뒷얘기였다. 흑백화면 속 경건한 합동결혼식 장면 위에 김민기의 목소리로 ‘상록수’가 겹쳐질 때 그래서 이 노래가 단조로운 선율임에도 벅차도록 뭉클한 서정을 담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수많은 클래식 명곡 가운데도 이처럼 누군가를 위한 결혼식 축가로 작곡됐다가 명작으로 오래도록 사랑받게 된 곡이 있다. 바로 세자르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다. 프랑크는 당시 음악계에서 큰 명성을 얻고 있던 ‘바이올린의 제왕’ 외젠 이자이의 친구였다. 1886년 결혼식을 올린 이자이를 축하하기 위해 프랑크는 이곡을 작곡해 선물했다.프랑크는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돼 다른 친구인 작곡가 보르데가 이 곡을 이자이에게 전달했다. 결혼식 날 아침 악보를 본 이자이는 “지금까지 이렇게 놀라운 결혼 선물을 받아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크게 기뻐하고 보르데의 친척 피아니스트와 짧게 리허설을 한 후 결혼식에서 감사의 마음을 표하며 이 작품을 연주했다.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박은빈(채송아 역)이 대역없이 직접 연주해 화제가 되며 잘 알려진 곡으로 지난 2018년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함께 연주해 46살의 나이 차를 뛰어넘는 환상적인 호흡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조성진은 한 기자간담회에서 “정경화 선생님에게 프랑크 소나타를 연주하자고 6년이나 졸랐다”는 일화를 들려주며 이 곡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수많은 바이올리니스트들이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앨범을 냈고 지난달 내한했던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 역시 특유의 풍부한 음색으로 프랑크 소나타의 명연(名演)을 들려주며 다시금 거장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것처럼 이 곡은 많은 연주자들과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상록수’와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에는 힘든 현실 속에서도 초연한 자세로 의연하게 삶을 마주하길 당부하는 뭉근한 애정, 친구의 결혼을 축하하며 1악장의 은은한 설렘부터 4악장의 폭발할 듯한 깊은 열정까지 사랑의 양상을 섬세하게 담아낸 정성이 담겨있다. 두곡이 지금까지 오래도록 사랑받는 명곡이 된 데에는 누군가를 위한 특별한 마음이 깃들었기 때문이다.이미란 롯데문화재단 마케팅팀 수석

2024-05-12 13:23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마케팅팀 수석

[브릿지 칼럼] 경영자의 역할

이창수 도전경영연구소장오픈 AI사의 챗 GPT로 대변되는 생성형 AI(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의 등장과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기술의 발전은 그 규모와 폭이 더 커지고 있고, 그 속도 또한 가속화 되고 있다.이는 엄청난 규모의 경제, 사회, 문화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기술의 혁신으로 인한 미래의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지만, 경영자가 미래 변화에 대한 대응 없이 현재 사업과 제품에만 집중할 경우 회사는 얼마 가지 않아 시장을 잃고 커다란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기술 혁신의 시대에 경영자가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대비를 못한 경우 기업이 몰락의 길을 걸은 사례를 우리는 자주 목도했다. 대형 컴퓨터 시장의 지배자였던 IBM은 반도체 칩의 발전과 컴퓨터 운영시스템의 중요성을 간과하여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마이크로소프트와 반도체 회사들에게 내어주었다.또 아날로그 휴대폰의 최강자였던 노키아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하는 시장의 트랜드 예측에 실패하여 디지털 휴대폰 시장을 애플과 삼성전자에 내어주고 몰락의 길을 걸었다. 애플은 컴퓨터를 제조하는 하드웨어 회사에서 아이팟, 아이폰, 애플 컴퓨터 등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앱스토어 플랫폼을 만들고 솔루션과 콘텐츠를 공급하는 신사업을 추진해 기술의 변화에 맞추어 회사의 성공과 성장을 이룩했다.생성형 AI와 ICT기술은 미래의 기술 환경을 완전히 바꾸고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혁신 중의 하나라고 판단된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기술 혁신의 출발점에 서 있다. 그렇다면 경영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술 혁신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첫째, 경영자는 관련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 방법을 시스템화해, 데이터를 더 넓고 더 치밀하게 분석하여 변화의 근본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둘째, 변화의 근본 원인을 파악했다면 기술 변화로 기인된 미래 시장의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이에 대응하는 사업을 선택하고 집중해야 한다. 기업은 한정된 기술, 인력, 자본을 갖고 있어 항상 사업의 선택을 통해 기업의 목표를 명확히 하고 집중을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셋째, 미래 시장 변화를 고려하여 사업을 선택했다면 신기술을 철저하게 배우고 활용하고 제품과 사업에 적용해 기업을 혁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고,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해 차별화된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용감하게 개척해 가야 한다.기술 변화에 수동적으로 매몰되지 않고 변화의 주체가 되는 것이 기업의 성공을 보장하는 길이다. 현재와 같이 기술 혁신으로 세상이 급변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이를 간과하고 과거의 프레임에 갇혀 현재에 안주한다면 결국 신기술과 변화의 속도에 뒤쳐져 기업은 생존이 어려워 질 것이다. 용기를 가지고 파괴적 혁신에 도전하자. 불굴의 의지와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변화 도전을 끝까지 실행하고 완성하는 기업만이 급변하는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이창수 도전경영연구소장

2024-05-09 14:07 이창수 도전경영연구소장

[브릿지 칼럼] 설득의 기술

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파리가 우는 소리로 시청률을 올린 개그맨은 먹성 좋은 유민상씨다. 그가 사람들의 폭소를 자아낸 것은 실상 파리의 울음소리가 아니었다. ‘에엥’소리를 내며 파리가 귀로 들어갈 때 손으로 파서 바닥에 떨어트리는 사람들의 일상이었다. 파리의 소리를 사람의 행동으로 맥락을 전환시켜 공감을 이끌어 낸 것이다. 이런 관점의 변화는 생활자적 관찰력이 작동된 결과다. 유민상씨는 파리를 대하는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그려보다 공감이 터지는 한 순간을 짚어 냈을 것이다. 설득력은 추론과 연상의 합작물이다. 비지니스맨의 문제 해결력도 이곳에서 태어난다.증기 기관차는 어떻게 탄생되었을까? 난로 위에 얹어 놓은 주전자의 물이 끓으면 수증기가 생기며 주전자 뚜껑이 들썩 거린다. 액체에 열을 가하면 기체로 변하며 대기의 팽창압에 의해 에너지가 생긴다는 것을 누군가 놓치지 않았다. 이것이 추론의 과정이다.여기서 멈추면 안된다. 추론의 결과를 토대로 솔루션을 찾는 연상의 단계로 이어져야 한다. 기체로 변한 팽창력을 일렬로 늘어선 기관차의 둥근 바퀴로 전달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동할 수 있는 교통 수단이 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비지니스맨은 ‘추론’을 통해 ‘관점’을 얻고 ‘연상’을 통해 ‘솔루션’을 얻는다.이 때 전제해야 할 것이 있다. 먼저, 인간은 종종 비합리적 판단을 내린다는 사실이다. 원효가 토굴에 머물며 밤을 보낼 때 목이 말라 마셨던 시원한 물이 다음날 아침에 보니 무덤의 해골 바가지에서 흘러 나온 물이였다는 이야기를 떠올려보라. 따뜻한 음료를 마신 평가관의 점수가 아이스티를 마신 사람보다 후한 점수를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문건의 두께나 옷차림의 세련미가 비지니스의 성패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많다. 설득의 포장술을 준비해라.둘째는 배경과 근원부터 살피라는 말이다. 어느 증권사 대표가 ‘우리 회사를 잘 알려 주세요’라며 광고를 의뢰했을 때다. ‘체질개선, 자기자본 비율 12.03%’ 라는 자화자찬식 헤드라인이 제시됐다. 광고주는 실망했다. 그가 원한 내용은 경기 침체를 딛고 함께 일어서자는 감성형 카피였다. 결국 ‘아내의 장바구니를 채울 수 없었습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 뵐 수 없었습니다. 금융 경쟁력의 미래를 밝히겠습니다.’ 라는 카피가 채택됐다. 그는 당초 똑똑한 이미지보다 착한 이미지를 원했던 것이다. 삼천포로 빠질 때는 첫 단추가 잘못 꿰진 탓이다. 설득의 첫 단추는 상대의 의중이다.마지막은 자신의 직접적 경험을 담으라는 것이다. 자신이 직접 겪은 것보다 사실적이고 진실한 이야기는 없다. 최근 가수 이효리씨가 자신이 졸업한 대학의 축사에서 한 말은 거친 듯 했지만 자신과 닮아 울림이 있었다. 그녀는 부모나 친구, 심지어 공자나 맹자의 말도 안 듣는 우리가 어떻게 남의 말을 듣겠느냐며 가르치려 드는 사람들을 경계하고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그녀의 솔직하고 격식없는 언변과 태도는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설득술이었다. 말미에 그녀는 학사모를 벗어 던지고 흥겨운 춤과 노래를 모두에게 선물했다. 근엄한 축사를 흥겨운 공연으로 바꿔 버린 그녀를 보며 광고는 차가운 냉장고가 아니라 따뜻한 오븐에서 흐른다던 어느 광고인의 지적이 떠올랐다. 디지털 시대의 설득력도 그럴 것이다.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2024-05-08 14:23 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브릿지 칼럼] BYD, 1300만원의 전기차 출시!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2024 오토차이나’가 지난 4월 중국베이징국제전람센터에서 개최됐다. 이제 오랜 세월 세계5대 모터쇼인 프랑크푸르트(독일), 디트로이트(미국), 파리(프랑스), 도쿄(일본), 제네바 모터쇼(스위스)는 글로벌자동차 기업들의 외면을 받는 가운데 이번 2024 오토차이나(베이징)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미래를 여는 전기차가 주역들이기 때문이다.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을 포함한 중국의 신차 판매대수는 2022년에 비해 12% 늘어난 3009만대였다. 글로벌시장 점유율 30%가 넘는다. 이번 전시에는 전기차 등 278개 모델과 콘셉트카 41대가 선보였다.중국시장은 지난해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60%에 육박하는 841만여대가 팔렸다. 전기차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샤오미는 독일의 포르쉐 타이칸(1억3000만원~2억5000만원 전기차)과 닮은 외관 전기차 SU7(Speed Ultra7, 4012만~5500만원)을 선보였다. 1회 충전에 700㎞ 주행 가능하다. 출시 28일만에 7만5723대를 판매하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당연히 최고의 인기스타는 이번 행사에 직접 연사로 나선 샤오미의 최고경영자(CEO) 레이 쥔이었다. 그는 앞으로 15~20년 노력해 세계 5대 자동차업체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그는 2010년 샤오미을 창업한 후 2011년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중국시장을 장악했던 삼성의 갤럭시와 경쟁, 결국 삼성을 이겼다. 삼성 갤럭시는 중국시장에서 29.1% 시장점유율을 누린 적도 있다. 그러다가 노트7 배터리 폭발사고가 터졌다. 다른 지역에서는 즉각 리콜처리하면서도 중국에서는 딴소리했다. 결국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점유율 0%대로 고전한다.희안하게도 샤오미의 워커홀릭 CEO 레이 쥔과 삼성그룹의 이재용 회장과는 한 살 차이의 동년배다. 하지만 태생부터 경영 모든게 다르다.지난해 테슬라를 제치고 전기차 판매 1위에 오른 BYD는 전기슈퍼카 ‘U7’을 이번 2024 오토차이나에서 최초로 공개했다.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데 2.9초 걸리고 올해 하반기 중국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가격은 100만위안(1억9000만원)가량으로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BYD는 고급차와 함께 저가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3월 25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BYD가 지난해 12월 100개 이상의 기존모델 가격을 인하했다고 보도했다. BYD의 시걸 해치 백(Seagull Hatch Back)은 기존 가격보다 5% 할인된 6만9800위안(1291만원), 가장 많이 팔리는 진 플러스 세단(Qin Plus Sedan)은 20% 할인된 7만9800위안(약1476만원)부터 구매 가능하다.BYD가 전기차 거대시장으로 떠오른 인도를 비롯해서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브라질, 태국, 베트남 등에서 공장을 지었거나 공장 신축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미·중 갈등속에서 BYD는 멕시코 공장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캐나다·멕시코 협정(USMCA)에 따른 대미국 수출비용 절감혜택도 얻기 때문이다.한국에는 지난해부터 BYD가 공장 신설에 대해 충북과 수차례 협상중이다. BYD의 한국공장 설립에 따른 K전기차의 현실적·열성적 대응이 여러모로 긴요하다. 배터리 주원료와 흑연수입에 결함도 없어야 한다.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2024-05-06 13:37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브릿지 칼럼] 유쾌한 사별

전영수 한양대국제대학원 교수일본드라마 ‘봄이 되면(春になったら)’을 봤다. 2024년 신년벽두에 내보내기엔 좀 부담스런 주제를 다뤘다. 3개월 후 결혼하는 딸과 3개월의 여명선고를 받은 아빠가 주고받는 웃음과 눈물의 홈드라마다. 석달의 시간뿐인 부녀에게 닥친 일종의 죽음준비다. 마냥 슬프진 않다. 소소한 삶과 관계성이 죽음이란 이별화두 앞에서 웃프게 재구성된다.슬프나 유쾌한 죽음준비란 의미다. ‘어쩌면 내 얘기일 수도’라고 떠올려보면 더욱 구구절절 눈물샘을 자극한다. 누구든 죽고, 언제든 닥칠 일인 까닭이다. 죽음준비의 정리활동을 뜻하는 ‘슈카츠(終活)’란 단어가 자리잡은 일본답다.한국에선 도전적인 장면일 듯하다. 이질감과 위화감 탓이다. 엄숙해야 할 죽음을 가볍고 우습게 다뤘다는 비난마저 염려된다. 실제 개그요소가 적잖다. 아빠역을 개그맨이 맡았고, 극중 딸의 예비남편 직업도 개그지망생이다. 죽음과 웃음을 뒤섞은 꽤 의도적인 배치다. 준비된 죽음이 필요할뿐더러 사별이 무거울 이유도 없다는 메시지를 위해서다. 때문에 스토리는 무거운 죽음과 가벼운 웃음이 묵직한 감동과 섬세한 힐링으로 교차된다. 죽음을 터부시하는 한국적 인식으로는 사뭇 불편하고 위험하다. 그럼에도 시사점은 확실하다. 죽음을 회피·경계하기보다 수긍·대응하자는 쪽이다. 본인·가족부터 사회까지 황망한 충격보다는 준비된 이별이 여러모로 낫기 때문이다.한국도 초고령화가 시작됐다. 다사(多死)사회의 개막이다. 베이비부머의 초고령화로 죽음증가는 피할 수 없다. 죽음이 주요논제·시대화두로 떠오르는 건 시간문제다. 묵직한 사별의 일상화에 가깝다. 다만 이대로면 애끓고 엄중한 죽음맞이로 귀결될 처지다. 따라서 터부시된 죽음문화가 과연 상식이고 정상인지 되물어보는 건 어떨까 싶다. 고강도의 아픔일지언정 줄일 수 있다면 경감책을 쓰는 게 나은 법이다. 드라마도 덜 고통스런 죽음을 위한 3개월의 준비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천수를 병치레 없이 누린 호상(好喪)처럼 예측·준비된 죽음은 슬픔을 덜어낼 수 있어서다. 죽음준비의 목적이다. 일본사회가 뜨거운 공감·반향 속에 죽음준비를 흡수한 배경이다.죽음은 어렵고 힘들다. 한국사회는 더 그렇다. 핏줄중심의 혈연주의가 공고한데다 자기책임의 가족복지가 강력해서다. 가족이야말로 영원한 운명공동체다. 힘겨운 가족분화 탓에 멤버운명은 망하든 흥하든 둘 중 하나일 뿐이다. 그만큼 연대감과 의존성이 짙고 강하다. 죽음은 이것과의 결별을 뜻한다. 감정적인 슬픔만큼 실존적인 상실도 크다. 계속해서 받아들이기엔 불편·불안·불만이 상당하다. 지배질서로 안착한 가족주의와 다사사회가 부딪히는 까닭이다. 공론화를 통한 최적화된 죽음이 필요하다. 그러자면 사전준비가 필수다. 준비가 없을 때 황망함이 커지듯 미리미리 대응하면 후폭풍은 줄어드는 법이다.통칭하면 ‘웰다잉’이다. 잘 죽는 방법을 익히고 행해 충격을 줄이고 없애는 취지다. 대놓고 다함께 논하는 죽음준비로 슬프지만 꿋꿋하게 닥칠 수밖에 없는 이벤트를 맞자는 얘기다. 더욱이 죽음을 마주할 때 삶도 달라진다. 더 맑고 밝은 알찬 하루하루를 안겨준다. 죽음의 재검토와 준비의 재구성은 다사사회의 숙명적 시대과제다. 불행히도 한국형 추가숙제마저 있다. 벌써 40%에 육박하는 1인 가구의 죽음준비가 그렇다. 가족조차 마뜩찮은 솔로·싱글인구의 다사현상은 특히 걱정된다. 심각한 사회문제답게 잉태할 파급충격이 엄청나다. 개인적 선택이나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될 운명이다. 방향은 ‘유쾌한(?) 죽음’을 위한 준비로 모아진다. 시간은 없고 파도는 높다.전영수 한양대국제대학원 교수

2024-05-02 14:03 전영수 한양대국제대학원 교수 기자

[브릿지 칼럼] 봄꽃처럼 소중한 작은 전시회

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연둣빛 가로수와 살랑이는 봄바람을 맞으며 미술관에 가기 좋은 계절이다. 기후와 예술의 연관성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 기온이 높고 햇볕이 풍부한 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낙관적이고 감성적인 기질이 다분해 예술적인 기질이 많은 반면, 기온이 낮은 독일 등 북유럽 사람들은 집안에서 사색하는 시간이 많아 철학이 발달됐다는 것이다. 좋은 날씨에 만끽하는 예술의 세계는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번 봄에는 작지만 소중한, 지금까지와는 다른 특별한 아트페어들이 눈에 띈다. ‘아트 오앤오(ART OnO)’는 한국과 해외 젊은 작가들에 집중하는 아트페어로 지난 4월 중순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첫 전시를 가졌다. 프리즈서울, 키아프, 아트부산, 화랑미술제 등 엄청난 규모와 인파를 자랑하는 초대형 아트페어에 가면 흔히 보이던 작품들 대신 새로운 작품들을 가지고 나온 해외 갤러리가 많아 퍽 신선했다. 첫 회에 20개국 50여개 화랑이 참여한 이 신생 아트페어가 한 젊은 컬렉터의 패기와 용기로 이뤄낸 것이라는 점이 더 놀라웠다. 막강한 파워로 시장을 주도해가는 기관이나 단체가 아닌, 개인이 이 작지 않은 아트페어를 주도한 것을 보며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현재와 위상을 가늠할 수 있었다.젊은 미술 팬들 사이에서 길거리 아트페어로 잘 알려진 연희아트페어도 즐거웠다. 연희아트페어는 서을 서대문구 연희동을 거점으로 한 15개 갤러리의 연합으로 진행됐다. 연희동은 1970년대 이후 교육, 정재계 명사들이 선호하는 주거지역이었으나 오랜 기간 개발이 되지 않아 구옥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다. 지금은 고급 아파트들이 줄을 이어 들어서고 있지만 연희아트페어가 열리는 홍연길 골목은 여전히 낡아있다. 이 곳에 재미있는 작품들을 볼 수 있는 특별한 갤러리들이 하나 둘 자리 잡아 이젠 특별한 예술 골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골목 이곳 저곳을 돌며 미술품을 찾아보는 재미가 신선하다. 연희아트페어에는 신진 작가가 90% 정도로 참신한 작품이 대다수다.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젊은 작가들도 이 아트페어 출신이 꽤있을 정도이고 아트페어에 작품을 선뜻 내어준단다. 신진 작가에게는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기회이자 관람객에게는 가격에 대한 문턱을 낮추었다. 올해는 특별히 그 취지를 인정받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도 받았고 입소문 덕분에 기대 이상의 관람객이 몰려 작품 판매도 잘 됐다고 자랑이 대단했다.이 실험적인 아트페어의 시작은 이미 10여년 전 이곳에 자리를 잡은 갤러리 아터테인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터테인은 우리나라 젊은 작가들을 소개하며 연희동의 대표 전시공간으로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 이들을 필두로 개성이 뚜렷한 공간들이 점차 생겨나며 연희동만의 색을 만들어가고 있다. 작가와 관람객 모두가 편안한 마음으로 갤러리를 방문할 수 있어, 말 그대로 갤러리의 문턱을 낮추었다. ‘작가들과의 지속적인 교류와 공감대 형성’은 연희아트페어의 장점이기도 하다. 인기 작가에만 편중된 기존 미술계의 시류와는 차별화된 미술시장을 만들고자 애쓴 갤러리스트들의 진지한 고민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들의 다양한 노력과 시도가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뿌리를 더 단단히 만드는 것이 아니겠는가.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

2024-05-01 14:50 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

[브릿지 칼럼] 거짓말하는 사람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넷플릭스 시리즈물 ‘삼체’를 보면 외계인과 이들을 추종하는 인간의 대화가 나온다. 외계인은 인간이 거짓말을 하는 존재이고 그래서 믿을 수 없으며 함께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말에 인간은 뭐라 대꾸도 못하며 난감해한다. 거짓말은 인간 본연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외계인은 그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등을 돌리지만 인간은 서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동시에 그런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더불어 살아낸다. 거짓말을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거짓말을 할 수 있음에 대한 수용과 불수용의 문제인데 과학기술만 앞선 외계인의 도식적 접근으로는 인간의 그 복잡한 심리를 이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나는 늘 긍정적입니다!” “저는 정직한 사람입니다!”심리학에서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을 건강하다고 보지 않는다. 정신분석적으로는 ‘분열적’이라고도 말한다. 사람의 마음은 시시각각 변하며 움직이는데 어떻게 늘 긍정적일 수 있을까. 솔직하기 어려운 복잡미묘한 상황이라는 게 있는데 어찌 그리 단언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 노력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단정하는 것은 그 자체로 신뢰하기 어렵고 그 확신이 클수록 문제가 심각하다.상대를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것은 어느 한면만 보는 것으로 되지 않는다. 특히 가까운 사이일수록 부정적인 것도 함께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상대의 단점이나 미숙함, 비루함 같은 것들도 볼 수 있고 인정하고 견딜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인간은 입체적인 존재다. “아내는 대단해요” 식의 추앙이나 “남편은 재앙 그 자체예요” 식의 극단적인 부정적 관점은 실체에서 멀어진다는 점에서 결국 한 가지다. 실제로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거나 보이는 것 위주로 파악하면서 어느 한면으로 상대를 규정하고 가두어버리곤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인간의 복합적이고 미묘한 측면을 갖추지 못한 평면적인 묘사는 실체에 다가가지 않으려는 무의식적 저항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어린 자녀가 쪽지에 거칠게 구는 친구를 ‘똥꼬’ ‘똥방구’라고 적어 친구 사물함과 자신의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며 상담을 신청한 부모가 있었다. 평소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고 가르쳐 왔는데 친구에게 나쁜 말을 했기에 아이를 심하게 혼냈다고 한다. 부정적인 단어를 나쁜 말이나 욕이라고 단정하고 어떠한 경우도 긍정적인 말만 사용해야 한다는 부모의 경직된 태도는 거의 병리적 수준이었다. 어린이집에 물의를 일으켜 자신들의 체면을 구기게 된 데 대한 당혹감과 방어에만 집중돼 있었고 왜 그랬냐는 물음에 입을 다무는 아이의 행동 변화만을 원했다. ‘삼체’의 외계인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우리가 함께 산다는 것은 내가 옳지만 잘못할 수도 있음을, 맞지만 거짓될 수도 있음을 허락해야 한다. 거짓말을 하니 믿을 수 없는 나쁜 사람으로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은 거짓과 진실을 오가며 궁극의 세계를 향해 성장해 나가는, 규정하기 어려운 다층적 존재라는 것이다. 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거짓말하는 인간을 벌레라고 말하며 통제하는 ‘삼체’의 외계인처럼 서로를 대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배려 없는 솔직함보다 배려하는 거짓을 선택하는 존재다. 거짓과 실수투성이가 본모습이다. 이를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우리는 조금 더 건강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2024-04-29 14:36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브릿지 칼럼] 여야, 상생 부동산 정책 해법 찾아야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야당의 압승으로 끝난 22대 국회의원 선거로 향후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제동이 걸렸다. 특히 윤석열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인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한 규제완화와 공급확대가 여소야대 국면 연장으로 암초를 만났다.현재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부동산 정책 중에는 국회에서의 법 개정을 통한 입법화가 필요한 정책들이 많다.먼저, 취득세 감면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 같은 세제 개편은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향후 2년간 준공되는 신축 소형주택에 대한 원시취득세 최대 50% 감면과 취득세·양도세·종부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방안은 지방세법, 소득세법, 종부세법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또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개정하기로 했으나 실패했으며, 향후에도 진통이 예상된다. 그리고 지방의 전용면적 85㎡ 이하, 가격 6억 이하의 준공 후 미분양주택을 구입하면 2년간 세재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 하는 방안도 국회에서 조세제한특례법 개정이 필요하다.다음으로 분양가 상한제 실거주의무 폐지와 임대차 2법 폐지 같은 제도들도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분양가 상한제 실거주의무 폐지는 논란 끝에 3년 유예로 가닥은 잡았으나, 폐지를 위해서는 주택법 개정을 통한 국회통과가 필요하다. 또한 정부는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같은 임대차 2법을 폐지하려고 하고 있으나 이 또한 투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야당의 반대가 예상된다. 실거주의무 폐지와 임대차 2법 폐지는 투기를 불러 올수 있으며, 시장에 혼란을 주고, 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마지막으로 공급확대를 위한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 비수도권 개발부담금 한시면제 같은 제도도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정부는 신속한 공급을 위해 재개발과 재건축 시 정밀안전진단을 생략하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안전성 우려 등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또한 지방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한 비수도권 개발부담금 한시 면제도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현재 국내 부동산 시장은 금리급등과 공사비 상승에 따른 시장침체와 미분양 증가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공급이 부족한 수도권에는 지속적인 공급확대가 필요하며, 부동산이 가진 공급의 비 탄력성의 특성상 지금 공급하지 않으면 3~4년 후에는 공급부족으로 시장이 불안해 질수 있다. 뿐만 아니라 총선 후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뇌관이 터질 것이라는 소문도 무성하다. 부동산 PF부실 뇌관이 터질 경우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하다가는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정부로서는 경기부양과 시장안정을 위해 부동산 규제완화와 공급정책을 더 과감히 추진하려고 할 것이다. 반대로 야당의 입장에서는 투기를 부추기고, 시장에 혼란을 주고, 형평성에 맞지 않는 규제완화 정책에 대해서는 입법화 과정에서 제동을 걸 것이기 때문에 대립이 예상된다.총선 후에도 계속되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민 누구나 공감하는 부동산 정책은 과감히 동의를 해주고, 투기를 부추기고, 시장혼란과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고, 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정책은 신중히 접근해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2024-04-28 13:38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국민연금 개악 시도 중단해야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국민연금을 부실한 구조로 만드는 것은 국민의 복지부담을 늘리고 국가 경제를 블랙홀에 빠지게 하는 일이다. 정치권이 국민연금 제도를 잘못된 방향으로 개악시키려 하고 있어 우려된다.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으로 국민연금을 부실화시키겠다고 나섰다. 내용의 핵심은 현 세대가 돈을 더 받기 위해서는 미래 세대가 더 돈을 내라는 것이다. 매우 무책임한 발상이다. 표가 많은 장년 세대의 정치적 인기를 얻기 위해 미래를 희생시키겠다는 것이라, 갈등을 부추기고 사회통합을 저해할 것이다.현 세대를 위해 미래 세대를 희생시키려는 것은 제도를 개악시키는 것이기에 잘못이다. 이미 부담한 것에 비해 수혜를 받고 있는 현 세대가 미래세대의 자원을 끌어다가 돈을 받는 것은 사회질서를 와해시킬 뿐이다.미래세대는 노후에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연금부담액만 더 내라는 것이라서 사회의 불안정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금의 세대간 칸막이가 필요한 수준이다. 현 세대가 받는 지금 수준의 기득권을 인정하는 범위에서 기금을 운영하고 미래세대의 기금과 분리하는 것이다.국민연금은 이미 깨진 독처럼 부실화되어 있다. 고갈 시점은 점차 다가오고 있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사람들이 국민연금에서 탈퇴하고 싶어 한다.세금처럼 받아 간 돈을 돌려 받을 가능성도 없는데 더 내라고 하니 분통이 터질 일이다. 강제 가입되어 있는 것에 저항심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깨진 독의 구멍을 더 키우는 것은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것이다.‘보험의 원리’에 충실해야 국민연금의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 사회복지만을 강조하는 것은 국민연금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다. 보험은 개인적이며, 자기책임의 원리에서 가장 나은 결과를 갖는다. 개인이 직접 보험을 관리하고 확정된 금액을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국민연금을 개혁하여야 한다.사회복지 수준을 늘리는 것은 무조건 좋다는 생각은 환상이다. 연금이 국가 독점 상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의 비중을 높여 노후를 보장하려는 것은 다분히 사회주의적 발상이다.정부는 시장을 대체할 만능의 존재가 아니다. 정부의 속성상 국가가 독점하는 보험운영은 개인의 삶을 만족시킬 수 없다. 오히려 개인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정부의 재정을 고갈시켜, 결국에는 사회복지의 중독 현상만 야기할 뿐이다.국민연금을 개혁하겠다면서 개악하려는 시도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노후대책을 핑계로 국가경제를 사회주의화하는 것은 올바른 정치가 아니다. 이제는 국민연금을 정치의 희생물로 삼는 방식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국민연금은 ‘국민’을 위한 것이다. 국민연금을 특정 세력이나 특정 이념을 위해 제도를 훼손시킬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방식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2024-04-25 14:14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브릿지 칼럼] 중대재해법 헌법소원

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시행 3년째인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 처벌법)이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르게 되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4월 1일 헌법재판소에 중대재해 처벌법의 위헌성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을 청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해 중소기업 단체 9곳과 제조·건설·도소매·어업 등 전국 중소기업인·소상공인 305명이 청구인으로 참여했다.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이라서 중대재해 처벌법 시행 이후 2년간 적용이 유예됐다가 올해 1월27일부터 시행 대상이 되었다. 그간 준비 부족으로 바로 잠재적 범죄자가 될 수 있다면서 눈물로써 호소한 추가 유예요청을 정치권이 끝내 받아들이지 않자 헌재에 문을 두드린 것이다. 정치권의 무능하고 야속한 야당 정치세력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정부와 여당이 2년 추가 유예를 진지하게 추진했으나, 총선을 앞두고 노동계 눈치를 본 야당의 비협조로 끝내 입법이 무산되고 말았다. 그 결과 전국에서 80만개 넘는 중소·영세 사업장이 중대재해 처벌법 적용 대상이 된 것이다. 5명 이상의 종업원이나 외국인을 고용하는 식당과 농가, 선장 등이 모두 해당이 된다.열악한 경영환경 속에 법에서 정한 보건 안전 의무를 이행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중소기업 안전관리 담당자가 사고 대비를 위한 활동을 충분히 했음을 입증하려면, 수십 종류의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정작 자신이 법 적용 대상인지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사업주의 책임과 처벌만 강조한다고 중대 재해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산업안전보건법이 있는데, 굳이 중대재해 처벌법이 필요한지 묻고 싶다.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이다. 정치권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권익 보호를 외치고 있으니 위선이 아닐 수 없다.중대재해 처벌법은 제정 당시부터 위헌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법 규정이 애매모호 하고 불명확하며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도 지나칠 정도로 무겁다.중소기업중앙회 측이 헌재 앞 기자회견에서 “법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의무를 부과하면서도 그 책임에 비해 과도한 처벌을 규정해 극도로 과중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지적한 그대로다.중대재해 처벌법이 안전사고 예방에 효과가 있는지를 놓고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양벌 규정은 더 무겁다. 중대재해 처벌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책임주의의 원칙에 따른 처벌수준의 합리화와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규정의 명확화를 요구하기 위하여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을 청구한 이유다.헌재가 이 사건을 접수하면 심판 기간(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최대한 신속히 종국 결정의 선고를 해 주어야 한다. 수많은 중소기업인의 절박함을 외면하지 않는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

2024-04-24 14:10 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

[브릿지 칼럼] 딥페이크와의 전쟁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유명인들이 갑자기 돈독이라도 오른 걸가. 재테크 광고에 국민 연예인 유재석이 등장하고 재력의 여왕 이부진마저 투자강의에 얼굴을 내민다. 하지만 이 모든 광고들은 가짜다. AI ‘딥페이크’(Deepfake)를 악용한 사칭 광고가 연예계와 광고업계를 난타 중이다. 그 동안 가짜와의 전쟁을 수없이 지켜봤지만 이번에는 섬뜩하다. 시대를 막론하고 빌런은 항상 존재한다. AI시대에는 더 치사하고 졸렬한 악당들이 더 교묘하게 선량한 사람들을 괴롭힌다. AI 초창기 시절에는 몇몇 숙련 기술자들만이 사용할 수 있었던 딥페이크 기술을 이제는 쉽게 활용하면서 유명인을 등장시킨 거짓광고와 투자 사기가 판치기 시작했다. 유튜브·인스타그램 등에 대중의 사랑을 받는 유명인들이 진짜 광고 속 모습으로 등장해 주식 종목을 추천하거나 무료 재테크 강연을 제공하는 미끼를 던진다. 유명인의 허위 초상, 목소리에 깜빡 속은 대중은 그 미끼를 덥썩 물게 되고 악당들은 이들에게 허위로 투자금을 요구한 후 잠적한다. 보이스피싱의 진화한 형태인 것이다.유명인들도 또 다른 피해자일 뿐이다. 개그맨 송은이·황현희, 유명강사 김미경씨,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등도 대중에게 억울함과 경각심을 호소했다. 자신의 초상, 목소리를 도용당한 유명인들이 결성한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 해결을 위한 모임’(유사모)은 ‘피싱’과의 전쟁을 선포할 수밖에 없다. 유재석 등 피해자 셀럽 100여명도 유사모에 동참하면서 사태의 심각성이 그나마 대중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구글, 페이스북을 이끄는 메타는 뒤늦게 기술적인 대응책을 제시했다. AI가 셀럽의 얼굴 데이터를 사전 학습한 후 사칭 광고가 유튜브에 불법적 용도로 등장하면 자동적발해 규제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구글 등은 유명인들로부터 당사자의 얼굴 데이터 수집·활용 등에 대한 사전 동의를 받으려고 한다. 기술적으로 쉽사리 구현되지 않겠지만 사칭 온라인 광고를 탐지·적발하기 위한 첫 걸음인 셈이다.하지만 전 세계를 지배하는 거대공룡들인 구글, 메타는 법적·윤리적 걸림돌을 피해갈 수 없다. 빅테크 기업들이 얼굴 데이터와 같은 생체인식 정보를 쉽사리 얻는다면 이는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킨다. 국경을 넘나들면서 피싱 범죄 방지라는 이유로 유명인들의 개인정보에 용이하게 접근한다면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려는 시대적 대세와 각종 법적 규제에 역행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들도 작년 말부터 사칭 피해 신고 및 모니터링에 적극 나서고 있다. 네어버는 ‘이용 제한 사유에 해당하는 사칭 계정 및 사칭 밴드 정의와 징계 기준’을 명문화하고 센터 내 사칭 피해 신고 채널을 추가했다. 카카오도 오픈채팅 전체 신고 영역에 사기·사칭 전용 신고 메뉴를 신설해 금칙어 검색 시 노출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술적 노력만으로는 유명인 사칭 광고가 근절할 수 없다. 유명인 뿐 아니라 유명 금융회사 로고까지 번개 사칭하고 있어 단속은 점점 힘들어지고 소비자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현혹과 의혹 속에 노출된다.유명인을 활용한 투자 광고에 대한 규제도 고려할만 하다. 투자강의, 주식리딩방 등 투자 인프라의 근본적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유명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정상적인 교육, 계몽을 통한 투자환경이 제공되기를 기대한다. 결국 그 얼굴, 그 목소리에서 벗어나야 한다.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24-04-22 14:07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브릿지 칼럼] 장수하는 프랜차이즈의 공통점

황윤주 ㈜율현 이사장기화되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근 몇 년 사이 국내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의 ‘2023 가맹사업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등록된 정보공개서 기준 가맹점 수는 35만2866개로 전년 대비 5.2% 증가했다. 가맹본부는 8759개, 브랜드는 1만2429개로 각각 7%, 4.9% 늘었다.업종별로 보면 브랜드 수 증가는 외식업(5.2%) 및 서비스업(5.7%)이, 가맹점 수 증가는 외식업(7.4%)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장 대중적인 외식업종 브랜드 수는 9934개, 가맹점 수는 17만9923개로 전년 대비 각각 5.2%, 7.4% 증가했다. 외식업 세부 업종별 가맹점 수를 보면 한식이 3만9868개로 22.2%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가맹점 수 증가율은 커피업이 13.0%로 가장 높았다.이처럼 매년 창업시장에 뛰어드는 브랜드 수는 증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래가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그리 많지 않다.외식 프랜차이즈 진흥원이 공개한 ‘2022 프랜차이즈 산업현황 통계’에 따르면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평균 존속기간은 3.28년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3년 미만 기업이 35%, 7년 이상 생존하는 비율이 31%로 나타난다. 그만큼 롱런하는 브랜드의 비율이 높지 않는 걸 보여준다.이런 상황이다 보니 새로이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창업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브랜드의 존속 기간과 경쟁력 검증 부분이다. 따라서 예비 창업자들은 장수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롱런하는 프랜차이즈들의 첫 번째 특징은 확실한 콘셉트에 기반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브랜드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와 인테리어는 물론 음악까지 차별화되어 있다. 일례로 국내 대표적인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인 베스킨라빈스의 경우, 고객이 다양한 아이스크림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몇 가지 아이스크림을 골라 담아 간다는 확실한 콘셉트가 있다. 이에 따라 베스킨라빈스 매장에 들어서면 30여가지 아이스크림 종류 중 자신이 원하는 아이스크림을 점원에게 말해주는 구매과정부터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확실하게 각인된다.두번째 특징은 시기와 유행을 타지 않는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브랜드 존속, 결국 시장 내에서의 생존력은 장기적으로 내다봐야 하는 것인 만큼 유행을 타지 않고 꾸준히 수요와 공급이 이뤄지는 대중성 있는 아이템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장수 프랜차이즈들이 닭고기, 돼지고기, 한식 등의 서민적 메뉴인 이유이기도 하다. 맛도 좋고, 부담 없는 가격이라 소비자들에게 여전히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마지막 세 번째 특징은 본사의 안정적 운영이다. 창업자가 아무리 매장 운영에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본사가 충분한 지원으로 뒷받침해주지 못한다면 혼자만의 힘으로는 결코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같은 측면에서 문어발식 확장을 하는 가맹본부를 피하는 것이 좋다. 결국 프랜차이즈는 본사부터가 안정적으로 운영 되고 탄탄한 자본을 바탕으로 다양한 마케팅과 홍보활동이 받쳐줘야 브랜드가 롱런하면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황윤주 ㈜율현 이사

2024-04-21 14:39 황윤주 ㈜율현 이사

[브릿지 칼럼] 중소기업 옥죄는 과잉 인증, 대폭 줄여야

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지난 2월 27일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혁신추진단이 인증제도 정비방안을 발표했다. 과잉 인증 문제를 바로잡아 기업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인증은 제품 등과 같은 평가대상이 정해진 표준이나 기술규정에 적합한지를 평가하는 제도다. 제품의 생산자는 품질정보를 알고 있지만, 소비자는 이에 접근하기 어렵다. 즉, 품질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인증제도는 이런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해결해줌으로써 소비자가 제품의 품질을 식별할 수 있게 돕는다.그런데 최근 각종 인증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인증제도 본래의 목적이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법정 인증제도는 총 257개다. 최근 10년 새 100여개의 인증이 늘어났다. 일본 14개, 중국 18개, 유럽연합(EU) 40개, 미국 93개 등 주요 경쟁국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많다.기업은 제품을 생산·판매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인증을 받아야 한다. 받아야할 인증이 늘어날수록 기업 부담은 커진다. 인증 취득과 사후관리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재정적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에게는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2022년 10월 중소기업중앙회가 3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증제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80%가 인증 취득 시 비용이 부담된다고 답하면서 제도 개선 사항 1순위로 꼽았다.이런 가운데 규제혁신추진단이 내놓은 이번 정비방안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해당 방안에 따르면, 257개에 달하는 법정 인증제도 중 189개가 통합·폐지 등의 방식으로 손질된다.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그간 중소기업을 옥죄던 인증비용이 크게 줄어들고, 이에 따른 긍정적 파급효과도 기대된다. 파이터치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인증비용을 50% 낮추면, 중소기업 매출과 대기업 매출이 2년간 각각 30조원, 33조원 증가하고, 소비자 후생도 2.2%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주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인증비용을 낮추면, 인증장벽을 넘는 중소기업이 늘어난다. 즉, 생산을 하는 전체 중소기업수가 증가한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의 중간재 총생산량이 늘어나고, 중소기업 매출이 증가한다. 중간재 총생산량 증가로 중간재 가격이 하락하면, 대기업의 완성재 생산량 및 매출도 증가한다. 물론, 인증규제 완화에 대한 기회비용으로 제품 불량 확률이 증가하는 부정적 효과도 발생한다. 그러나 상기 긍정적 효과가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전체 구성원의 편익을 나타내는 소비자 후생도 향상된다.이처럼 인증규제를 완화하면 실보다 득이 더 크다. 더욱이 유사·중복되는 인증을 없애는 경우라면 기회비용도 그다지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 이에 근거해 정부는 계획한 정비 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야한다. 동시에 무분별한 인증이 새로 생겨나는 것을 막는 장치까지 마련해준다면 금상첨화다.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

2024-04-20 06:02 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

[브릿지 칼럼] 국내 섬 여행 사용법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꽃샘추위로 움츠러들던 봄이 안방 깊숙이 들어왔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을 따라 섬 여행하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하지만 막상 집을 나서려고 하면 난감해진다. 어느 섬을 어떻게 가야 할지, 정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즐거우면서도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섬 여행법은 없을까?우리나라에는 450여 개가 넘는 유인 섬이 있다. 캠핑하기 좋은 섬이 있는가 하면, 반려동물과 함께하기 좋은 섬도 있다. 한나절 가볍게 걷기 좋은 섬이나 육지처럼 길게 트레킹하기 좋은 섬이 있고, 자전거 일주하기 좋은 섬도 있다. 이러한 선택지 중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섬을 찾아 다녀오면, 섬 여행의 묘미를 알게 된다.국내 섬 여행 관련 정보들은 SNS나 섬 관련 책을 통해 많이 소개돼 있다. 정부에서도 매년 섬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취향별·테마별 섬 여행 가이드인 ‘찾아가고 싶은 섬’을 선정해 발표한다. 이를테면 ‘2024년 찾아가고 싶은 봄 섬’ 등의 타이틀로, 매년 20~30여 개의 섬을 선정한다.국내 섬 진흥을 위해 설립된 한국섬진흥원에서도 매월 ‘이달의 섬’을 선정해 홍보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한국관광공사는 ‘걷기 좋은 섬’과 ‘풍경 좋은 섬’을, 사단법인 섬연구소에서는 트레킹하기 좋은 ‘백섬백길’을 선정해 국민들의 섬 여행을 돕고 있다.해양수산부 또한 2019년부터 매월 ‘이달의 등대 도장 찍기 여행’을 시행하며 섬 여행을 장려하고 있다. 설립 역사가 깊거나 지리적 요충지에 있는 등대 1개를 선정해 소개하고, 이곳을 방문하는 여행객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가고 싶은 섬이 정해졌다면 이제 교통편을 예약해야 한다. 연육돼 배를 타지 않고 가는 섬이라면 여객선 예약이 필요 없지만, 그렇지 않은 섬은 여객선이나 도선을 이용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큰 섬에는 쾌속선이나 차도선 등이 운항하는데, 총 102개의 항로에 150여 척의 여객선이 매일 운항된다. 여객선은 한국해운조합이 운영하는 ‘가보고 싶은 섬’ 웹사이트를 통해 예매하면 된다.특히 휴가철 울릉도나 백령도, 가거도 등 국민이 선호하는 섬들은 한 달 전에 예매가 완료될 수 있으니 미리 서둘러야 한다. 일반 섬들의 경우 여객선터미널에 미리 전화로 알아본 후 현장에서 발권이 가능하다.작은 섬들은 도선을 이용하는데 아직 예약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은 곳도 있다. 따라서 해당 섬을 운항하는 도선의 선장과 통화해 운항 시간대와 출항 여부를 미리 확인하고, 섬에 머무를 때는 민박집도 예약해야 한다. 민박 관련 정보는 군청 관광과나 면사무소에 전화해 알아볼 수 있다.섬 여행 당일의 기상예보와 조석 간만의 차도 미리 확인해 두는 게 좋다. 섬 날씨는 육지보다 훨씬 변화무쌍하기 때문이다. 기상정보는 기상청 날씨 누리를 참고하고, 조석 간만의 차는 한국해양조사원 웹사이트(조석예보)나 바다타임 등을 활용하면 된다. 만약 백령도에 간다면, 출발지인 인천항 날씨와 백령도 현지 수역의 날씨까지도 검색해야 한다.또 물때표를 미리 알아보는 이유는 조석간만의 차에 따라 배의 운항시간이 변경될 수 있어서다. 섬에는 썰물 때만 드러나는 명소들도 많다. 인천 승봉도와 태안 가의도의 명소인 코끼리바위 등이 대표적이다. 보령 고대도의 명물인 명장섬은 썰물 때 모세의 기적처럼 육지와 연결된다.섬에는 전용 식당이 없는 곳이 많으니 미리 파악해 적절한 간식을 챙겨가는 것도 잊지 말자.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2024-04-18 06:38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브릿지 칼럼] '비호감' 트럼프를 왜 지지할까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미국 대통령 중 가장 비호감도가 높은 사람. 갤럽은 미국 전국의 성인남녀 103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도널드 트럼프의 비호감도가 55%로 집계됐다. 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직전의 18%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수치이자 이전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때의 36%, 26%보다도 월등히 높은 것이다. 또 다른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70%가 도널드 트럼프를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압도적인 비호감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미국 국민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는 ‘소속감’이다. 트럼프는 그의 특유한 표현방식으로 소속감을 공략했다. 주로 1인칭 복수로 공통점이 없지만 ‘우리가’(we), ‘우리를’(us)을 외치며 결속감을 다졌다. 그뿐 아니라 반복해서 ‘국민’(People)을 언급했다. 덕분에 유세 현장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도 속해 있다고 느끼게 됐다.80년 전 행동주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는 동기부여 이론을 발표했다. 이 이론은 많은 사람들에게 ‘욕구계층이론’이라는 더 친숙한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데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욕구계층에서 소속감과 애정의 욕구는 세 번째 단계에 존재한다. 생리적 욕구와 안전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되면 소속감이나 애정 욕구가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소속감과 애정 욕구는 특정한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어떤 집단에 소속되고자 하는 욕구다. 한마디로 집단을 만들고 그 집단의 동료로부터 받아들여지고 싶은 욕구다.미국인은 일생 동안 평균 12번 직장을 바꾸고 12번 집을 이사한다. 이러한 수치는 삶에 혼란을 야기하고 소속감을 느끼는 것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든다. 과거 공동체에서 느꼈던 유대감을 상실한 사람들은 어딘가에 소속되기를, 무언가의 일부이기를 갈망한다. 트럼프는 이 갈망을 충족시켜주었다. 트럼프는 집권 후 첫 3년 동안 70번의 집회를 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정점에 달했을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트럼프는 인간의 소속 욕구를 이용한 최초의 정치인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정치인과는 달리 트럼프의 집회는 질적으로 달랐다. 트럼프의 집회는 아빠, 아들, 할아버지, 할머니 등 삼대가 참석하는 가족행사였다. 일상복이 아닌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모자를 쓰고 붉은 옷차림으로 참가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MAGA 모자를 쓸 때 “우리는 트럼프의 미국에 속해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적들을 더 화나게 할수록 우리가 더욱 속해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라고 말한다. 우리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의 일부이고 싶은 소망은 진화적 관점에서 기본적인 욕구다.물론 오늘날 정치가가 종종 폭정을 조장하기 때문에 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조장하는 것이 정치인의 임무가 되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트럼프에게 배워야 할 점은 현대사회가 갈수록 소속감의 만족을 저해시키고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기 때문에 우리는 긍정적인 공동체 혁신을 통해 다수의 사람들이 소속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2024-04-15 14:19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 칼럼] 국힘 총선 참패의 치명적 이유와 윤 대통령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제22대 국회의원 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완승이고 국민의힘의 참패다. 더 정확히 말하면 윤석열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의 패배다. 선거 결과는 대통령 지지율 그대로 나왔다. 대통령 긍정 지지율이 약 36% 정도 되는데 여기에 3을 곱하면 국민의힘이 확보한 의석수와 거의 일치한다. 이번 선거는 대통령 임기 중반에 실시되는 정권 심판적 성격이 강한 선거 구도였다.그래서 선거가 윤 대통령 심판론으로 흘러가면 백약이 무효였던 선거였다. 김기현 전 대표가 물러나고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집권 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비상시기’라는 점이다. 비상시기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야 하는 엄중한 시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동훈 위원장은 총력전을 펼치기에 손발이 다 묶여 있는 상태였다.만약에 한동훈 위원장이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했더라면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 대사로 바로 임명하지 않고 총선이 끝나고 난 이후에 인사 결정을 했더라면 총선 결과가 달랐을까.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이 논란의 발단이 된 그 회식을 가지 않았다면 총선 결과는 어떻게 되고 대통령의 지지율에는 어떤 변화가 왔을까. 문제의 875원 대파를 윤 대통령이 마트에서 손에 쥐고 들지 않았다면 ‘경기 침체’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솟구치지 않았을까. 이런 참패에 대해 대통령이 총선 결과 직후 내놓은 입장은 무엇이었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다음 날인 4월 11일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통해 전한 총선 패배에 대한 대국민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의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4·10 총선 당일부터 공개 일정 없이 숙고를 거듭했던 윤 대통령은 이 56자 입장문을 밝힌 뒤 침묵했다. 국정쇄신의 일환으로로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및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전원은 선거 다음 날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국가안보실은 쇄신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불통 리더십’이 선거 패배의 원인이라는 비판을 고려해 윤 대통령이 발표할 국정쇄신안에는 소통 강화 방안에 방점이 찍힐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 대통령실 조직 개편과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대통령실이 지난 1월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한 제2부속실 설치에 대한 입장도 밝힐지 관심이 쏠린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 스스로가 바뀌어야 한다는 게 야당은 물론 여당 안에서도 나오는 목소리의 핵심이다. 안철수 의원은 “(윤 대통령이) 국민 질책을 정말 겸허하게 받아들여 국정 기조를 전면적으로 혁신하고 대전환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임기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서 의회 권력을 얻는 데 실패한 집권 여당과 윤석열 대통령에게 남아 있는 우군은 이제 국민뿐이다. 국민 여론을 가장 적나라하게 반영하는 지표가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율이다. 현재 30%대의 낮은 지지율에 갇혀 있는 긍정 평가를 50% 이상 확보하지 않으면 어떤 법안도 통과되기 힘들다, 새 국무총리를 임명해 보았자 여론을 동반하지 않으면 192명의 범야권 국회의원이 22대 국회에서 국무총리 후보자를 인준해 줄 리 만무하다. 민심은 천심이고 천심은 민심이다. 대통령 지지율 상승이 최고의 해결책이다.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024-04-14 13:39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브릿지 칼럼] 비트코인과 휴리스틱

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척 보면 앱니다”라는 유행어가 생각난다. 이런 류의 성급한 판단과 손쉬운 선견을 ‘휴리스틱(heuristic)’이라고 한다. 자세히 뜯어보지도 않고 어림잡아 대충 말하는 태도를 일컫는 말이다. 최근 끝난 총선 본 투표일 오후에 한 방송에서 진행자가 정치평론가에게 판세전망을 묻자, 이 사람은 코웃음을 치면서 “그야 00당이지요”하고 즉답을 했다. 불과 두세 시간 후면 투표가 완료되고 개표 결과도 나올텐데, 그는 마치 식은 죽 먹기처럼 말을 했다.‘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을 쓴 로버트 기요사키는 지난 4월 “세계 경제는 곧 어둠에 빠지고 주식도 부동산도 다 폭락한다”며 금이나 비트코인에 투자하라고 했다. 미국 투자은행 경영자인 제이미 다이먼은 “금리가 8%까지 올라간다”고 경고했다. 2023년 10월 “7%로 금리가 인상된다”고 주장하고 2021년 말에는 기술주가 더 크게 오를 것이라 열변을 토했던 사람이다. 주가는 그 후 1년을 하락했다. 주식시장 안팎에서는 그런 진단과 주장이 즐비하다. 최근에는 비트코인이 곧 몇 억원까지 오를 것이란 얘기가 나돈다. 모두 ‘휴리스틱’ 이란 말로 설명된다.투자를 잘하는 방법은 아무도 모르지만, 투자 준비를 잘하는 일은 좋은 사례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워렌 버핏은 10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하루에 4시간을 리포트 읽기와 신문보기에 전념한다고 한다. 일생을 그런 일 외에는 관심을 가진 일이 없었다고 했다. 피터 린치라고 저명한 펀드 매니지는 현직일 때 크리스마스 휴가 때에도 런던 교외의 투자 유망기업 공장을 야밤에 혼자 찾아가는 등 거의 매일 투자회사를 직접 방문했다고 전해진다.우리 대다수는 비트코인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다. 2008년에는 개발자가 그냥 나눠줘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잘 모르거나 신기하면, 직접 경험하고 사용이라도 해 보아야 한다. 오래전부터 콜라와 아이스크림을 좋아했던 워렌 버핏은 실제로 그 회사들에 오래 투자하고 경영권을 소유한 투자자다. 상장기업의 반기실적이 나오기까지 두 달 정도가 남았다. 관심 있는 기업의 애널리스트 평가자료를 평소에 잘 보아뒀다가 직접 찾아가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주식담당 부서가 있어서 잘 설명해 준다.주식시장에는 애브노멀 현상(abnormal effect)이라는 게 있다. 늘 알면서도 그런 상황이 주어지면 같은 반응을 보일 때 그렇게 말한다. 그 중 하나가 유력자의 말이다. 기요사키가 그런 효과를 노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보의 이용자는 그 시간부터 자신이 직접 확인하고 동의하고 나서 행동해야 한다.요즘 유튜버처럼 개인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사람들이 여러 부문에 있다. ‘투자 리딩방’에도 있을 터이다. 누구는 영향력이 있고, 누구는 자신이 평범하다고 생각할 때 ‘정보의 비대칭현상’이 생긴다. 그들의 설명과 조언을 받는 것은 좋지만, 내가 그 사람 이상으로 더 알아보고 확인해야만 투자를 검토하는 바른 자세다.이번 총선이 지나가면서,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주고 받는 소통관계가 얼마나 정밀하고 자심한지를 절실히 깨닫는다. 그러나 그런 소통과 교류가 누군가로의 기울어진 영향력 아래에서 교류가 이뤄진다면 나의 이익을 지키는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잘 모르는 투자상품의 정보일수록 더욱 그렇다.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2024-04-11 14:07 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브릿지 칼럼] 소비자의 수리할 권리

이경아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장·경영학 박사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를 시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인류에게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하고자 만든 것이 바로 ‘기후위기시계’다. 국내에서는 지난 2022년 처음 설치를 시작해 현재는 대전, 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볼 수 있다.이 시계는 산업화 이전에 비해 지구의 평균기온이 1.5도 상승하기까지 남은 시간을 디지털 형태로 보여주는데, 겨우 5년 3개월 남짓 남았다. 이제는 정말로 쓰고 버리는 ‘소비주의가 강한 사회(throw-away society)’에서 벗어나 환경과 자원의 효율성에 방점을 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사회로의 전환이 시급하다.순환경제란 지속가능성과 이익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자 하는 경제 모델이다. 2021년 제정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2022.3.25.시행)’에는 순환경제를 ‘제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버려지는 자원의 순환망을 구축해 투입되는 자원과 에너지를 최소화함으로써, 생태계의 보전과 온실가스 감축을 동시에 구현하기 위한 친환경 경제체계’라 정의하고 있다.여기서 제품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재사용, 재활용, 수리를 들 수 있는데, 이러한 방식을 활용한 제품이 더 많이 순환될수록 생산을 위해 투입되는 자원과 에너지에서 더 많은 가치가 창출된다는 논리이다.현재 우리나라는 자원의 재사용·재활용 관련 시스템은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수리 방식은 이제 막 출발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순환경제사회법, 2024.1.1.시행)’상 수리에 필요한 예비부품 확보 의무 등은 포함돼 있지만, 의무 부과를 위한 제품 범위 등을 확정하는 하위 법령 마련은 아직 진행 중이다. 또한 ‘소비자기본법’ 개정(2023.12.21.시행) 에 따라 부품보유기간에 대한 정보제공 근거는 마련됐으나, 개정 내용을 뒷받침할 고시 개정 소식은 아직 없다.유럽연합(EU)은 2020년 발표한 ‘순환경제 행동계획(action plan)’에서 ‘소비자 수리권(right to repair)’을 강조한 바 있으며, 올해 2월에는 EU 의회 및 이사회에서 소비자 수리권 법안에 잠정 합의했다.그렇다면 수리 관련 정책 추진에 있어 소비자의 수리권 보장이 왜 중요할까. 소비자가 제품을 수리하고 오래 사용함으로써 순환경제에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 사용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수리는 폐기 후 이루어지는 재활용과 달리 복잡한 회수와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기에 순환경제의 본질적 의의에 더 부합한다. 따라서 수리권 보장은 소비자의 기본적인 권리 강화 뿐 아니라, 자원순환을 통한 환경 보호, 수리 서비스 시장의 활성화와 공정경쟁 보장에도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큰 의의가 있다.다만 수리권은 제품의 수리 시점만이 아닌 순환경제의 전 단계를 통해 보장될 수 있어야 실효성 있는 권리로 기능할 수 있다. 때문에 소비자의 수리권 보장은 순환경제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한 핵심 요소라 하겠다. 이제는 정부, 소비자, 기업 모두 소비자의 수리권 보장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때다.이경아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장·경영학 박사

2024-04-10 14:09 이경아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장·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