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봄꽃처럼 소중한 작은 전시회

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
입력일 2024-05-01 14:50 수정일 2024-05-01 14:51 발행일 2024-05-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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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

연둣빛 가로수와 살랑이는 봄바람을 맞으며 미술관에 가기 좋은 계절이다. 기후와 예술의 연관성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 기온이 높고 햇볕이 풍부한 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낙관적이고 감성적인 기질이 다분해 예술적인 기질이 많은 반면, 기온이 낮은 독일 등 북유럽 사람들은 집안에서 사색하는 시간이 많아 철학이 발달됐다는 것이다. 좋은 날씨에 만끽하는 예술의 세계는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번 봄에는 작지만 소중한, 지금까지와는 다른 특별한 아트페어들이 눈에 띈다.

‘아트 오앤오(ART OnO)’는 한국과 해외 젊은 작가들에 집중하는 아트페어로 지난 4월 중순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첫 전시를 가졌다. 프리즈서울, 키아프, 아트부산, 화랑미술제 등 엄청난 규모와 인파를 자랑하는 초대형 아트페어에 가면 흔히 보이던 작품들 대신 새로운 작품들을 가지고 나온 해외 갤러리가 많아 퍽 신선했다. 첫 회에 20개국 50여개 화랑이 참여한 이 신생 아트페어가 한 젊은 컬렉터의 패기와 용기로 이뤄낸 것이라는 점이 더 놀라웠다. 막강한 파워로 시장을 주도해가는 기관이나 단체가 아닌, 개인이 이 작지 않은 아트페어를 주도한 것을 보며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현재와 위상을 가늠할 수 있었다.

젊은 미술 팬들 사이에서 길거리 아트페어로 잘 알려진 연희아트페어도 즐거웠다. 연희아트페어는 서을 서대문구 연희동을 거점으로 한 15개 갤러리의 연합으로 진행됐다. 연희동은 1970년대 이후 교육, 정재계 명사들이 선호하는 주거지역이었으나 오랜 기간 개발이 되지 않아 구옥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다. 지금은 고급 아파트들이 줄을 이어 들어서고 있지만 연희아트페어가 열리는 홍연길 골목은 여전히 낡아있다. 이 곳에 재미있는 작품들을 볼 수 있는 특별한 갤러리들이 하나 둘 자리 잡아 이젠 특별한 예술 골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골목 이곳 저곳을 돌며 미술품을 찾아보는 재미가 신선하다. 연희아트페어에는 신진 작가가 90% 정도로 참신한 작품이 대다수다.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젊은 작가들도 이 아트페어 출신이 꽤있을 정도이고 아트페어에 작품을 선뜻 내어준단다. 신진 작가에게는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기회이자 관람객에게는 가격에 대한 문턱을 낮추었다. 올해는 특별히 그 취지를 인정받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도 받았고 입소문 덕분에 기대 이상의 관람객이 몰려 작품 판매도 잘 됐다고 자랑이 대단했다.

이 실험적인 아트페어의 시작은 이미 10여년 전 이곳에 자리를 잡은 갤러리 아터테인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터테인은 우리나라 젊은 작가들을 소개하며 연희동의 대표 전시공간으로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 이들을 필두로 개성이 뚜렷한 공간들이 점차 생겨나며 연희동만의 색을 만들어가고 있다. 작가와 관람객 모두가 편안한 마음으로 갤러리를 방문할 수 있어, 말 그대로 갤러리의 문턱을 낮추었다. ‘작가들과의 지속적인 교류와 공감대 형성’은 연희아트페어의 장점이기도 하다. 인기 작가에만 편중된 기존 미술계의 시류와는 차별화된 미술시장을 만들고자 애쓴 갤러리스트들의 진지한 고민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들의 다양한 노력과 시도가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뿌리를 더 단단히 만드는 것이 아니겠는가.

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