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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선택과 집중 통한 성공 방정식

이창수 도전경영연구소장사업 계획이란 무엇이고, 왜 사업계획을 수립하는가? 기업은 제품 또는 서비스를 판매해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대가로 매출과 수익을 확보한다. 사업 계획을 통해 기업이 가지고 있거나 사용 가능한 한정적 자원을 선택한 사업에 집중 투자해 고객에게 제공할 가치가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생산 판매한다.여기에서 주의할 사항이 있다. 모든 기업은 자원이 제한적이고 강점과 약점이 모두 다르다. 그러므로 자사가 가진 인력과 기술, 제품, 현금 등 자원을 검토하고 경쟁사와 비교해 자사만의 강점과 약점을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 그 후에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고 경쟁사 대비 경쟁우위 제품 및 사업을 선택해 집중함으로써 사업의 장기적 성공을 달성할 수 있다. 사업 계획의 목표를 정확하게 정의하고 사업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말이다.그러려면 우선 시장과 기술, 경쟁 제품을 분석해 제품과 신사업을 선택해야 한다. 주력 제품과 신사업 선정 작업은 회사의 현재와 미래를 좌우하는 제일 중요한 과제다. 경영자에게도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사명이다. 경영자는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그 예측을 기반으로 주력 제품과 신사업을 선택해야 한다. 미래 성공 가능성이 없는 제품이나 사업을 사업 계획의 우선 목표로 선정한다면 아무리 좋은 사업계획과 전략을 수립해 실행해도 성공을 달성하기 어렵다. 잘못된 사업에 회사의 자원을 집중한다면 사업 실패에서 끝나지 않고 회사의 생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제품과 신사업을 선택했다면 사업성을 평가해야 한다. 제품의 시장 규모와 성장성, 거시환경 및 산업환경을 먼저 분석하고 고객과 자사, 경쟁사 및 제품, 경쟁, 신규 진입장벽, 대체재 및 비교 우위, 생산원가, 보유 자원 등을 분석해야 한다. 경쟁사 대비 회사의 강점과 약점, 기회, 위험요인을 분석하고 시장 세분화, 타깃, 제품 포지셔닝을 통한 가격 책정 및 장기 성장 가능성을 분석해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사업 타당성을 분석해야 한다.사업성 평가를 통과했다면 경제성 분석이 다음이다. 투자회수 기간 및 투자수익률을 분석해 회사가 기대수익보다 더 높은 수익을 목표 시점까지 달성할 수 있는지 분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제성 분석을 통과했다면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투자 계획뿐만 아니라 담당자 선정, 사내 시스템의 구축, 개발 계획, 생산 계획, 판매 계획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야 한다.주력 제품과 미래 신사업에 대한 선정을 했는가? 신사업에 대한 사업성 평가와 경제성 분석, 사업계획 수립을 완료했는가? 그렇다면 즉시 도전하라. 목표는 세계 1등이다. 승자독식의 경쟁사회에서는 더 이상 2등 전략, 1등을 카피하는 팔로어(Follower) 전략은 유효하지 않다. 1등을 카피해 따라가는 동안, 1등 회사는 더 빨리 차별적 기술을 도입하고 고객의 미 충족 니즈를 충족시키는 차기 제품으로 고객 만족도와 브랜드 인지도를 빠르게 제고하고 더 앞서 나갈 것이다.세계 1등, 일류가 가능한 제품과 사업을 선택하고 집중해야 한다. 경영자는 도전과 실행을 통해 제품과 사업을 일류화하고 세계 1등을 완성해야만 기업의 성장과 미래를 확보할 수 있다.이창수 도전경영연구소장

2024-01-24 14:01 이창수 도전경영연구소장

[브릿지 칼럼] 마음의 힘 빼기

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열심히 일한 사람은 떠날 자격이 있다. 교인이 십일조 헌금하듯 번 돈의 십프로쯤은 여행에 쓰자는 생각으로 방학만 되면 이곳저곳으로 다니고 있다. 낮선 곳에 가면 언제나 번쩍하고 불 밝히는 순간을 만난다. 2019년의 발리 여행에선 끄득이란 충직한 택시 드라이버를 만나 설득이란 내쪽으로 끌어다니는 심리전이 아니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협력술임을 깨달았다. 그렇게 나온 책이 ‘선의의 시대를 여는 설득의 12법칙’이다. 22년 롯데 자이언츠의 마케팅 자문을 맡아 KTX를 타고 오가며 부산 거리에서 영상을 촬영 할 때 얻은 영감으로 ‘요즘 카피 바이블’을 펴내기도 했다. 얼마전엔 휴양지로 유명한 태국 끄라비를 다녀왔다. 스노쿨링을 좋아하는 부부의 입장이 맞아 떨어졌고 뒤죽박죽 쌓인 생각들을 정리해서 두세개의 칼럼거리나 얻어오자는 심산이었다.끄라비의 아오낭 해변과 라일레이의 프라낭 해변은 기암절벽으로 둘러쌓이고 모래해변으로 이어져 낙원과도 같은 풍광을 드러냈다. 라일레이에서 솟아오르고 끄라비에서 떨어지는 일출과 일몰의 붉은 태양은 놀랍도록 선연했다. 관광객이 몰리는 끄라비 해변은 식당과 가게들로 북적거리고 번쩍였는데 원주민과 관광객들이 적절한 자기 규율아래 자연스럽게 뒤섞여 쓰레기나 고성방가가 보이거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7박 8일의 여정은 머리가 지끈대는 돌발 사태의 연속이었다. 우선 도착하자마자 냉방병에 걸려 해변 근처도 못가고 이틀 동안 침대에서 뻗어버리고 말았다. 두번째 사건은 방안에 틀어박혀 몇일간 작업해서 구글 드라이버에 업로드한 자료가 연동되있는 누군가의 실수로 통째로 날아가버린 일이다. 마지막 결정타는 돌아가는 날 갈아 탈 비행기가 결항된데다 이걸 알아보려고 매달린 저가 여행사의 불친절로 비용도 손해보고 기분마저 잡친 일이다. 절대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지만 찬찬히 되짚어보면 얻은 것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먼저 냉방병 문제다. 온라인으로 발권을 받은 안사람의 스마트폰 와이파이가 방콕 스왓나폼 공항에서 터지지 않아 아내와 말싸움끝에 열이 치받아 벌컥대며 마신 맥주가 빌미가 됐다. 얼음넣은 맥주를 두툼한 파커를 입고 땀 흘리며 들이키고 씩씩대다 차가운 기내로 들어가니 병을 자초한 꼴이었다. 문서를 날렸다고 시차가 다른 서울의 동료에게 문자로도 모자라 서너번씩 전화로 따져 물은 것도 사리 분별의 부족이었다. 이전 자료에 기억을 보태 보수공사를 시작하면 되는 일이고 추궁이 아니라 아량을 보였더라면 배려심 많은 상사가 되었을 것이다. 비행기 결항과 무료 환불건으로 여행사 교환원과 통화때도 위압적인 어투로 닥달한 한 점도 못내 후회다.몸도 아프고 자료에 돈까지 손해 본 여행이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을 것이다. 물론 아름다운 순간도 있었다. 라일레이 리조트에서 수영장 바로 옆방을 배정받아 한밤중까지 수영장에 누워 별빛을 바라볼 수 있었던 기억이 그것이다. 어깨에 힘을 빼고 물에 몸을 터억하고 내맡기면 몸이 떳다. 서울로 돌아와 마음을 가라앉히고 결항에 따른 환불 요청을 차분하게 설명하니 저쪽에서도 처리 방법을 찾고 있다고 조곤조곤 설명했다. 어깨 힘을 빼야 물에 몸이 뜨듯 마음의 힘을 빼고 느긋해져야 나이값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2024-01-22 14:17 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브릿지 칼럼] 올바른 투자의 원칙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부도(富道) 1단은 근(勤), 2단은 검(儉), 3단은 축(蓄), 4단은 업(業), 부도 5단은 유(柔), 6단은 인(忍), 부도 7단은 여(與), 8단은 ‘던질 투(投)’다. 투자(投資)다.모은 자본을 어디에 어떻게 잘 던지느냐 하는 단계다. 그것은 마치 야구 경기에서 투수가 포수를 향해 야구공을 어떻게 던지느냐 하는 것과 같다. 우선 바람의 속도와 향배를 파악해야 한다.물론 타자의 야구 방망이라는 방해를 뚫어야 한다. 말하자면 투자는 탁월한 4판(四判)이 전제되어야 한다. 천리(天利), 지리(地利), 인리(人利), 시류(時流)를 판단해야 한다.하늘의 이점, 땅의 이점 즉 공간의 이해관계, 사람의 이점과 사람을 위한 이점을 읽어야 한다.시류란 트렌드를 말한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가 충고하는 세계화 트렌드, 민주화 트렌드, 하이테크 트랜드와 같은 메가 트렌드(Mega Trends)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마케터인 마크 펜이 주장하는 마이크로 트렌드(Micro Trends)도 놓쳐서는 불리하다.투자는 소비와 함께 자본주의의 두 가지 꽃이다. 소비는 현재를 위한 것이고 투자는 미래를 위한 것이다. 그래서 투자는 망(望)이다. 희망, 전망인 동시에 실망, 절망이다.미래는 본질적으로 미지(未知)다. 투자는 미지를 향한 열정이다. 바로 리스크(risk)에 대한 도전이다. 그런 점에서 투자(Investment)와 투기(Speculation)와 도박(Gambling)은 한통속이다.수많은 학자들이 그들의 차이점을 밝혀 명쾌한 정의를 내리려 했지만 여전히 애매모호한 게 사실이다. 바로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정도의 차이일 뿐이라고 해두는 게 적당하다. 투자는 내 돈과 남의 돈으로 구성되어 있다. 투자처는 크게 네 곳이다. 사람, 현물(現物), 부동산, 유가증권이 그것이다.첫째,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이 가장 큰 투자이며 도박이다. 나라를 얻기도 하고 보복을 당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마천의 ‘사기’에 따르면 여불위(呂不韋)는 중국 전국시대 상인출신 정치가다. 그는 왕족인 자초(子楚)를 물심양면으로 적극 도왔다.자초는 왕이 되었고 여불위 역시 승상에 올랐다. 장양왕이 죽은 뒤 여불위와 장양왕의 첩인 주태후의 아들이 이윽고 왕이 됐다. 바로 진시황이다. 여불위는 재물로 나라를 얻은 셈이다.한국의 경이적인 발전에는 가난에 고통 받으면서도 자식들에 대한 부모의 교육열이 뒷받침이 되어 주었다.그러나 지금은 과도한 교육열이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을 양산하고 있다. 고시촌에서 빌빌대며 취업도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다. 이런 고학력 젊은이들이 대략 140만명에 이른다. 그들 부모들의 골치꺼리다. 이판에 일자리 만들어 준다는 정치가들의 빈말이나 없으면 좋겠다.둘째, 현물로는 석유와 곡물 등 원자재 그리고 금과 미술품등이 있다. 유가의 등락과 곡물 값의 폭등에는 음습한 거대자본들의 투자와 투기가 혼재한다. 셋째, 부동산. 뿌리칠 수없는 투기와 도박의 영원한 숙제꺼리다. 넷째, 유가증권. 주식과 채권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선물 등 파생상품에는 현물과 부동산과도 깊이 연관되어 있다.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2024-01-21 14:17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브릿지 칼럼] '요즘스물·없던서른' 세대

전영수 한양대국제대학원 교수시대가 변하면 사람은 바뀐다. 최적화의 결과다. 또 생각이 바뀌면 행동도 변한다. 적자생존의 취지다. 이런 게 쌓여 사회를 만든다. 사회는 한순간도 멈추지 않다. 퇴화와 진화 속에 더 나은 삶을 위해 저벅저벅 걸어간다. 마치 계주처럼 이어달리는 형태다. 바통연결은 부드러울수록 좋다. 혼자 튀어 본들 이겨도 진다. 제 몫만 챙겨도 결국 뒤진다. 즉 주자간의 상호협의와 이해조정은 필수다. 선배의 뒤를 후배가 따를 때 사회는 유지된다. 2024년 한국사회는 어떤가. 바통이 잘 이어지는지 반성과 대안이 필요하다. ‘요즘스물·없던서른’이 출현했다. 달라진 청춘집단을 뜻한다. 전형·고정적인 연령이미지를 벗어난 후속세대란 점에서 비교하는 ‘요즘’과 구분하는 ‘없던’이 수식어로 붙는다.공통점은 새롭고 달라진 청년인구란 점이다. 기성세대로선 낯설고 불편한 별종인류에 가깝다. 해석도 이해도 안 되는, 불현듯 생겨난 2030세대다. 당장 청년특유의 감각·특징이 적거나 없다. 현재고통과 미래편익의 교환가치가 거부되니 향상심도 헝그리정신도 기대하기 어렵다. 참으면 더 얻는 마시멜로 효과의 실종이다.선배세대는 가시방석이다. 바통을 줘도 딴짓하며 서성대니 환장할 노릇이다. 절제는커녕 인내조차 없으니 위험해진 자녀인생은 밤잠을 설치는 골칫거리다. 결혼·출산의 가족분화는 먹혀들지 않는다. 요즘스물·없던서른의 기본값은 ‘나혼자산다’로 정리된다. 고비용·저효율의 가족분화는 할 수도 없거니와 해서도 안 되는 절대불가로 평가된다. 결혼해도 출산만큼은 연기·거부된다. 0.7명(2023년 2~3분기)의 초저출산은 그 정황증거다. 해서 어정쩡한 캥거루족이 유력카드로 남는다. 고성장기 표준가족이던 부모·자녀의 4인가족이 나이만 먹으며 고령부모·중년자녀로 늙어가는 식이다.하지만 요즘스물·없던서른의 바통거부를 무조건 폄하·비난해선 곤란하다. 그렇게 만든 환경·구조가 문제다. 2030세대의 자발적인 본능통제는 악화된 시대환경 속에서 스스로 잘 살아내려는 고육지책의 선택결과다. 저성장으로 제 한몸 먹고살기도 힘든데 가족을 꾸리는 것이야말로 오판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똑똑해진 후속청년에게 바통연결형의 전통모델은 원가조차 못 건지는 형편없는 악수에 가깝다. 대학진학률 70~80%대의 ‘요즘스물’은 등 떠밀려 사회에 나간 ‘없던서른’의 고생경로를 보며 학습효과를 축적한다. 예전스물·있던서른의 기본값을 완벽히 바꾼 달라진 신질서를 뜻한다.이대로면 한국사회는 멈춰선다. ‘설마’하나 ‘역시’로 귀결됨직한 격동·급변의 인구변화가 유력한 힌트다. 외신이 전달하는 ‘폭망한 한국사회’를 가십으로 취급하는 무책임과 비정상은 소멸시한만 앞당길 따름이다. 요즘스물·없던서른의 등장은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마지막 카드에 가깝다. 최소한 자녀가 부모를 추격하고 또 역전하는, 너무나 상식적이나 이제는 사라져버린 바통연결이 절실하다. 청년은 좌절보다 희망이, 현재보다 미래가 어울리는 소중한 사회토대다. 이들이 없으면 사회는 꺾인다. 세대간의 소통·공감수단이 약간 낯선 사투리라면 그나마 시간은 있다. 그 다음은 외국어다. 언어·문법이 다른 외국어로 만나기 전에 눈을 맞추고 귀를 여는 대타협이 요구된다.전영수 한양대국제대학원 교수

2024-01-18 14:10 전영수 한양대국제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예술과 외설 사이

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얼마 전 모 신문사 문화부 기자들과 모임을 가졌다. 연말에 한 기자가 누드 크로키 수업 현장 탐방 기사를 썼는데 이 기사에 수천개의 악플이 달렸단다. 누드화를 그리는 사람들과 기자에게 관음증, 변태, 포르노, 외설이라는 욕설이 쏟아졌다는 것이다. 누드화에 대한 일반적인 거부감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벗은 몸을 그린다는 것만으로 저속하다고 일방적으로 폄하하는 태도가 씁쓸하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세계3대 미술품으로 칭송받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비너스상도 누드다. 기원 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밀로의 비너스’ 상은 사랑과 미의 여신인 비너스를 묘사한 작품으로 밀로섬에서 발견될 당시의 팔이 없는 그대로 전시돼 전세계인들로 부터 수세기 동안 사랑받고 있다. 이 아름다운 비너스상을 누구도 외설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또한 오스트리아 빌렌도르프에서 발견된 23㎝ 조각상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는 출산과 풍요의 의미를 갖는 명작으로 서양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자료로 손꼽힌다. 이밖에도 우리가 명작이라고 칭송하는 근현대 미술품 중에는 인간이나 신 또는 악마를 인간의 나체로 그린 그림이나 조각상들이 셀 수 없을 정도다.이탈리아 르네상스 거장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에도 여성의 누드가 그려져 있고 에곤 실레, 구스타프 크림트, 중국 작가 판위량의 누드화 인기는 이미 세계적이다. 모딜리아니, 마르크 샤갈, 쟈코메티, 후안 미로와 같은 유명 화가들도 프랑스 파리의 유명 누드크로키아카데미 ‘그랑 쇼미에르’에 다니며 누드 크로키를 그렸다고 알려져 있다.누드는 중세에 종교재판소에서 음란물 판정을 받기도 했지만 오랜 역사를 거치며 그 가치와 예술성을 인정받은 지 오래다. 티치아노, 드가, 르누아르, 마티스, 루벤스, 쿠르베, 피카소 등 세계적인 거장들도 누드화를 그렸다.영국 테이트뮤지엄에 있는 3톤이 넘는 로댕의 대리석 조각 ‘키스’는 단테의 ‘신곡’ 중 지옥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다.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에서 가장 유명한 프란시스코 고야의 ‘벌거벗은 마하’도 초기에는 선정적이라는 평을 받았지만 지금은 전세계 관광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명작으로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미대 수업시간 뿐 아니라 갤러리나 일반인 동아리를 통해 누드 크로키반이 많이 운영되고 있다. 인체의 아름다움을 그리는 누드 크로키는 자세와 방향에 따라 다른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생동감 있는 움직임을 그리는 데는 인체만큼 좋은 모델이 없다고 한다.게다가 모델이 2분, 4분, 때론 10분 단위로 자세를 바꾸기 때문에 빠르게 드로잉을 해야 하는데 그 순간 엄청난 몰입감과 집중력, 관찰력이 필요하다. 그만큼 생명력이 넘친다. 또한 크로키 할 때의 몰입은 머릿 속의 잡생각을 비워줘 스트레스 해소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누드화를 외설과 관음증으로 보는 이들에게 되묻고 싶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누드는 예술의 한 장르다. 예술과 외설 사이를 오가는 평가를 받아온 누드화에 대한 우리의 시각이 이제는 좀 달라져도 되지 않을까.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

2024-01-17 14:02 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

[브릿지 칼럼] 존중의 부재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최근 배우 이선균이 마약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다 숨진 사건에 대한 문화예술인들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혐의사실과 상관없는 사적인 녹취록 보도 등으로 지켜져야 할 피의자 인권이 보호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마약 복용은 중차대한 혐의임에도 많은 대중이 그의 부재를 안타깝게 여기는 이유는 뭘까. 누구나 가리고 싶은 자기만의 민낯이 있기 마련이고 그것이 온 세상에 까발려지는 것은 참을 수 없는 모욕감과 수치심을 준다. 혐의사실 여부를 떠나 이를 견디다 숨진 사람의 고통에 대한 공감과 미안함도 그 중 하나가 아닐까. 아울러 잘못된 행위가 아니라 사람을 무너뜨리는 데 초점이 맞춰진 방향성의 오류, 사람을 대할 때 지켜져야 할 예의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존중의 부재에 대한 분노이기도 하다. 잘못에 대한 질책과 인격적인 모독이나 정죄는 다르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에서는 이에 대한 구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잘못이 있거나 그렇다고 추정되는 사람은 예의를 갖출 필요가 없고 함부로 해도 된다고 여기는 막연하고도 무책임한 태도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은 잘못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 아니다. 한 인격체로 존중받지 못하고 예의를 지켜주지 않아도 되는 존재가 돼버리는 것이다.때로 이처럼 예의를 지키지 않는 행동은 소중한 관계를 망가뜨리기도 한다. 심한 갈등으로 상담실을 찾은 어느 엄마와 아들도 그런 경우다. 엄마는 아들에게 그가 먹고 치우지 않은 테이블 위의 음식물들을 정리하라고 시킨다. 하지만 엄마가 계속해서 혼잣말로 불만을 이어가자 이를 들으며 짜증이 난 아들은 테이블을 치우는 대신 엄마에게 화를 낸다. 음식물 처리를 하지 않은 것은 본인 잘못이지만 늘 엄마는 해당사안과 상관없는 말들로 자기 기분을 나쁘게 만들고 머리끝까지 화나게 해서 치우고 싶지 않게 만든다는 것이다. 결국 엄마와 크게 다툰 아들은 그런 엄마가 미숙하고 부모로서 자격이 없다고 여기면서 엄마의 말을 무시하는 자신의 태도를 합리화하고 엄마의 사과와 변화를 요구하기에 이른다.아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누구라도 끊임없는 잔소리와 지나친 감정폭발을 반복적으로 겪다 보면 이를 견디기 쉽지 않다. 하지만 아들이 그런 엄마의 태도를 이유로 기본적인 예의를 저버리는 것은 다른 문제다. 부족한 점이 있어도 부모라는 존재 자체가, 또 그들의 인격이나 관계가 무시되거나 폄훼될 수는 없다. 십대의 아들은 이 점을 구분하게 되면서 자신이 해도 되고 하면 안되는 행동이나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게 됐다. 엄마 역시 자기 기분대로 욱하며 내지르는 것이 아들을 함부로 여기는 태도임을 자각하고 노력하게 됐다.예의는 단순히 예의범절이 아니다. 인간으로서 지켜야 하고 존중돼야 할 기준이다. 때문에 예의를 지키지 않는 행동은 폭력이다. 상대가 받아 마땅한 예의를 지키지 않는 행위는 직접 때리는 게 아니라도 심리적 폭행이다. 사랑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데이트 폭력이 될 수 있고 학대도 일어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잘못을 저지르고 그 댓가를 치르며 반성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또 학업과 나이를 불문하고 자신의 미숙함을 알아차리고 성장할 시간도 주어져야 한다. 여기서 우리가 할 일은 내 맘대로 그 시간과 기회를 뺏지 않고 기다려 주는 것, 그리고 내 자리를 지키며 상대를 지켜봐 주는 것이다.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2024-01-15 14:23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브릿지 칼럼] 2024년 부동산 시장 전망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2024년도 부동산 시장은 매매시장 하락과 전세시장 상승이라는 큰 흐름 속에 매매시장 경우 서울은 상승, 수도권과 지방은 하락이라는 지역적 양극화 현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올해는 금리인하 여부가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다. 오는 2분기부터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 속에 실제로 금리인하가 단행되면 부동산 시장은 큰 반응을 보일 것이다. 미국의 금리인하를 신호탄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은 매매수요와 투자수요가 증가하면서 시장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내 집 마련 실수요자들의 구매 수요도 증가할 것이다.또한 주택 공급 부족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올해 입주 예정 물량은 32만8000가구로 예상되는데, 이는 2018∼2022년 연평균 입주 물량 37만4000가구에 비해 약 5만가구 정도 부족한 물량이다.지역적으로 보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1만5627가구로 추정되는데, 이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3만3595가구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1990년 이후 역대 최소 입주물량이다.문제는 올해 이후도 상황은 나아질 것 같지 않다. 국토교통부 통계 기준 2023년 1~10월 서울 주택 인허가 물량은 2만1849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40.1% 감소했는데, 이는 최근 10년 평균과 비교하면 63.6%나 줄어든 물량이다. 인허가가 줄면 3~5년 이후 입주물량은 그만큼 감소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몇 년간 공급 부족으로 시장이 불안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전세시장 불안도 부동산 시장의 큰 뇌관이다. 향후 2~3년간 공급 부족은 매매시장뿐만 아니라 전세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금리상승으로 매매수요가 감소하면서 내 집 마련 수요보다는 전세로 놀러 앉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세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전세시장 불안은 결국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반복이 될 것이다.뿐만 아니라 4월에 치르지는 국회의원 선거도 변수가 될 것이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여야 각 당은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다양한 규제완화와 지역개발 공약을 내놓을 것이다. 선거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수도권 GTX노선 연장과 신설, 경부선·경인선·경의선 지하화 등 철도·전철·도로 신설 공약은 반복될 것이다. 도심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와 용적률 상향도 단골메뉴로 등장할 것이다. 최근에는 서울 인접 자치단체의 서울 편입문제를 포함한 메가시티 추진과 더불어 부울경 메가시티, 충청권메가시티 같은 공약도 등장 할 것이다.마지막으로 경기 회복도 큰 관심사다. 부동산 시장은 무엇보다 경기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다. 코로나로 침체됐던 경기가 살아나면 투자수요가 기지개를 켜면서 부동산 시장도 달아오를 것이다. 경기회복을 다른 어떤 변수보다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며 시장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실수요자들은 상반기까지 시장상황을 관망하면서 금리인하 여부를 지켜보면서 내 집 마련에 나서도 늦지 않을 것이다. 매매가격이 전 고점보다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이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실수요자들은 급매 위주로 접근하거나, 3기 신도시 또는 분양가상한제가 걸려있는 곳을 기다렸다가 사전청약을 노려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2024-01-14 13:34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시대 역행 '온플법'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규제가 만능이라는 잘못된 생각에 빠진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경쟁촉진법(온플법)을 내놓았다. 플랫폼의 미래를 알 수 없지만, 나중에 그럴 수도 있으니까 일단 규제부터 만들겠다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지도 없이 일단 해당 기업 행위를 규제의 대상으로 삼아 통제하자는 것이라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 것이다.공정위가 자신들의 이상 세계를 설정하고 이를 규제방식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근본적 한계를 갖는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 설계주의 방식으로 사업 비즈니스를 왜곡하고 사회적 편익을 낮추게 된다. 정부의 인위적 질서는 시장 거래자의 자발적 협력을 강제로 조정한 것이라 비용도 높아지고 후생 수준도 낮아지기 때문이다.이머징 마켓은 기업가의 혁신과 긍정 마인드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척해낸 것이다. 관료적 태도로는 비즈니스를 새롭게 하지도 세상을 이롭게 하지도 못한다. 정부 당국은 잘못된 행위를 처벌하는 것에 그쳐야지 자신들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겠다고 나서는 것은 오만이고 실험주의일 뿐이다.플랫폼 비즈니스는 특히 규모를 갖춘 방식이라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정치적으로 클 수 있다. 공정위가 추후에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가정 하에 규제를 신설하고 통제하려고 나설만 하다. 이런 원시적 본능에 의한 접근방식은 현대 비즈니스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의 소산이다.기업의 세계는 보통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성과를 내기도 한다. 마술처럼 엄청난 수익을 내는 것이라 좋게 보면 신비로움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나쁘게 보면 마녀사냥의 대상이 된다. 새로운 혁신이 나오면, 그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보니 정치인과 정책당국이 규제를 하고 싶은 대상이 되곤 한다.규제는 비즈니스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것을 가로막는다. 새로운 방식의 사업 서비스를 막고 소비자가 누려온 가치들을 빼앗는다. 유통혁명, 물류 시스템 등의 고도화와 맞물려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징들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플랫폼 비즈니스는 소비자에게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특히 쇼핑 분야에서는 소비자의 편리성과 비용 부담을 낮추었다. 쉽고 간단한 쇼핑, 빠른 배송 등 서비스의 질적 개선이 이루어졌고, 편익은 높아졌다. 온플법에 의해 이를 규제하게 되면 경쟁은 제한되고 소비자의 편익은 줄어들게 된다.규제는 경쟁을 무력화시키고 새로운 방식으로 가능했던 서비스들이 위축된다. 피해는 크지만, 해당 부처이외에는 누구도 이득을 얻는 이가 없을 것이다. 규제를 통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얻는 이득은 분명하다. 규제를 이용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관련 비즈니스를 활성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세계는 플랫폼 경쟁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전근대적 방식으로 규제를 할 것이 아니라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더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여 더 나은 방식을 찾아내도록 돕는 것이 소비자와 기업경제를 모두 이롭게하는 바람직한 방향이다.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2024-01-11 14:36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브릿지 칼럼] 해외 기술유출은 ‘경제 간첩죄’로 처벌해야

김동수 원광디지털대학 교수반도체, 이차전지, 인공지능, 첨단 바이오 등 첨단전략기술을 포함한 산업기술을 둘러싼 경쟁국 들 간 패권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며 전략 자산인 산업기술을 해외로 유출시키는 중대 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기술 유출은 국익을 해치고 국가 안보를 흔드는 매국적 범죄이다.최근에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개발한 잠수함의 설계도면이 통째로 대만에 유출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2000쪽 분량의 이 도면은 대우조선해양이 독자 개발해 한국을 세계 다섯 번째 잠수함 수출국으로 우뚝 솟아나게 한 기술이며, 이 도면을 가지고 대만 정부가 첫 자체 잠수함 ‘하이쿤’을 개발하는 데 사용했다는 내용이었다.한화오션 측은 문제의 도면은 1970년대 외국에서 생산된 제품의 것이며, 방산기술 및 군사기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히 2019년부터 대우조선해양이 수사기관과 국정원, 방사청 등 유관기관과 공조 및 협조해 수사해 온 건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대만 국회의원이 한국 대만대표부에 관련 사실을 제보할 때까지, 국내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한화 측도 보도가 나가자 입장문을 내고 “국가 핵심기술 보호 및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과거 대우조선 시절을 포함해 범죄 관련자들에게 단호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 당국의 수사가 시작됐다고 하니 우리 기업과 정보기관의 기술 유출에 상응하는 강력한 대응력 점검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산업기술의 유출과 침해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 등을 담은 현행법은 사실상 기술의 유출을 방치하고 있다. 국가 산업경쟁력을 훼손하는 범죄를 차단하기 위한 사전적 또는 사후적 대책으로도 대단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경쟁국들과의 기술격차가 좁혀지거나 역전당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이나 대만 등 주요 경쟁국들은 국가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에 대해 ‘경제 간첩죄’까지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 안보 차원에서 산업기술을 보호를 위한 강력한 대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산업기술 유출의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법률안을 개정시켜 처벌하는 수위를 높여야 한다.우리는 형량이 지나칠 정도로 낮은 편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선고된 기술 유출 사건 5건당 1건은 무죄 판결이고 징역형은 평균 선고형량이 징역 1년이라고 한다. 우리 법원은 관련 범죄에 너무 관대한 편이다. 양형 기준을 대폭 높여야 한다.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23년 7월까지 탈취된 첨단 기술 552건의 피해 규모는 100조 원이 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국가적 범죄를 차단하는 데 드러난 한계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단호하고 실효적인 단속과 처벌이 필요하다.이에 주요 경쟁국의 수준에 맞게 산업기술의 유출과 침해에 대한 처벌을 형법에 따른 간첩죄 수준으로 상향해야 한다. 또한, 손해배상 확대 등을 통해 대한민국의 산업기술을 보호하여 기업 및 산업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가고 있다. 조속히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국익 창출은 물론 국가와 경제 안보에 기여 해야 할 것이다.김동수 원광디지털대학 교수

2024-01-10 16:04 김동수 원광디지털대학 교수

[브릿지 칼럼] 나의 아저씨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모든 일이 그래. 항상 네가 먼저야. 옛날 일? 아무 것도 아냐. 니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냐.”많은 이들이 인생 드라마로 꼽는, 심금을 울리는 ‘나의 아저씨’ 명대사다. 하지만 이 명대사와 이 대사를 읊었던 고(故) 이선균이 처한 현실은 무척이나 달랐나 보다. 2023년 끝자락 몇 개월 간의 일은 그에게 아무 것도 아닌 일이 아니었나 보다. 이선균에 대한 마약수사가 쏘아올린 ‘사회적 살인’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이선균의 마약 투약 혐의가 공개된 지 두 달하고 열흘 지난 시점에 사고가 터졌다. 간이 시약검사(소변)와 정밀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그의 입지는 다소 숨통이 트이는 듯 했다. 심지어 이선균은 공갈 협박의 피해자이자 고소인의 입장이었다. 수사와 언론, 대중의 압박에 지쳤던 이선균은 비공개 수사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공개 소환조사를 고집했고 그는 공영방송에서 마약과 관련없는 사적 통화와 진술서가 공개되는 망신까지 당해야 했다.가뜩이나 마약수사는 무척 어렵다고 한다. 체모나 소변 검사를 통한 물증이 확보되지 않았다면 정황만으로 마약 혐의를 단정적으로 예단할 수 없다. 이선균의 피의 사실이 공개된 후 경찰은 잇단 마약 음성 판정에 당황했고 결국 당사자들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추측된다. 이번 정부의 검수완박 상황에서 마약수사에 대한 경험이나 노하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경찰의 실수 치고는 너무도 치명적이었다.마약범죄를 경시하거나 마약 의심 연예인을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소환조사를 받은 빅뱅의 GD를 비롯해 수년 전의 로버트 할리, 돈스파이크 등도 비슷한 고초를 겪었다. 선정적인 언론과 쉽게 부화뇌동하는 대중도 이에 가세한 공범인 셈이다. 연예인의 마약 혐의가 물증도 없는 상태에서 너무 쉽게 대중에게 전달되는 패턴은 분명 잘못됐다. 내사 단계에서는 혐의내용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해당 연예인이 아무런 방어도 할 수 없다.망신주기식 수사로 연예인의 마약 혐의를 입증하려 한다면 마약청정지대를 위한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권 침해의 불의를 범하는 것이다.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다가도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연예인 등 셀럽의 생태계를 고려한다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끼칠수 있는 수사 방법은 재고돼야 한다. 그들도 연예인이기 이전에 인간이다. 헌법과 형법에서 보장하는 방어권을 그들이 행사하기도 전 언론 공개를 통해 사회적으로 매장시킨다는 점에서 이선균 사건과 같은 수사방식은 어쩌면 강압수사보다 더 지양돼야할 수법이다.이 와중에 이선균의 비극을 빌미로 자신의 진영에서 정치적 공세를 펼치거나 공개적으로 상투적, 상습적인 음모론을 제기하는 이들도 눈에 띈다. 이에 동조하는 이들도 은근히 많다. 이선균의 슬픈 선택보다 더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구조적으로 이러한 폐해와 참사를 막아야 할 타이밍에 한가롭게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 들기 보다는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유명인에 대한 수사 방식이 고질적인 병폐를 끊임없이 일으키는 원인을 엄중히 돌아봐야 한다.“편안함에 이르렀나?”‘나의 아저씨’ 엔딩에서 이선균이 묻는다. 그 자신은 전혀 아니다. 어쩌면 모두가 부화뇌동하고 있다. 더 이상의 참극은 없도록 연예인이 아닌, 한 인간의 사회적 생명은 지켜져야 한다.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24-01-08 14:24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기자

[브릿지 칼럼] 상표 전쟁에서도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나

전소정 변리사성경에서 어린 다윗은 물맷돌 하나로 거인 골리앗을 단숨에 쓰러지게 만들었다. 상표 전쟁에서도 이런 일이 가능할까. 중소기업이 애지중지 키운 브랜드와 상표권은 대기업을 상대로 하더라도 원칙적으로는 그 효력을 확실히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씁쓸함을 지우기가 어렵다.영유아 과자를 만드는 중소기업 A는 ‘아이밀’이라는 상표권을 5년 전에 정당하고 유효하게 취득했다.그런데 ‘아기밀’로 유명한 일동후디스에서 2019년부터 ‘아기밀’을 ‘아이밀’로 브랜드를 변경하여 사용하기 시작했다. 식약처에서 영유아식에 ‘아기’ 표시를 금지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게 일동후디스 측의 설명이었다.우선 이 사태에서 상표권의 침해자는 일동후디스이기 때문에 중소기업 A는 당연히 그 피해를 보상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상표권 행사를 하기 위해서는 상표권 침해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소송을 한다는 것은 곧 중소기업 입장에서 매우 부담스러운 비용과 시간, 에너지가 투여되어야 함을 말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법은 보호해 주지 않는다.중소기업 A는 결국 소송을 제기했고 특허법원으로부터 상표 침해를 인정받아 최근 1심에서 5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어렵사리 얻어냈다.그러나 일동후디스는 다시 항소심을 제기하였다. 결과적으로 3년이 넘는 소송전은 정당한 상표권자인 ‘아이밀’에게 훨씬 더 큰 ‘피해’를 낳게 되었다. 멀쩡한 상표권자임에도 ‘아이밀’은 졸지에 일동후디스의 모방 브랜드로 전락하여 매출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었다. 또한 3년이 넘는 소송전으로 인해 수익 구조가 악화되었고 현재는 대출을 일으켜 사업을 근근이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자본 규모에서 비교 불가한 대기업과의 소송은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중소기업은 그야말로 상처뿐인 영광을 안게 되는 것이다.일동후디스는 2019년 ‘아기밀’을 ‘아이밀’로 브랜드를 변경할 때 정말 중소기업 A의 ‘아이밀’ 상표권의 존재를 몰랐을까? 보통 이 정도의 대기업은 정기적으로 자신의 상표에 대한 모방상표를 모니터링하고 상표 출원 전에도 정밀하게 선행상표 여부를 조사한다. 몰랐다면 법무적인 관리의 부재나 소홀을 의심해야 하고, 알았다면 고의적인 침해로서 물질적인 손해배상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A의 ‘아이밀’이 모방브랜드로 의심 받아 훼손된 신용도 회복시켜 주는 것이 마땅하다.이런 일이 ‘아이밀’ 사건 뿐일까. 현장에서 종종 만나게 되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지식재산권 전쟁에서 중소기업은 아무리 유효한 상표권을 취득해도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자본력으로 끝까지 간다는 대기업의 불도저식 소송 전략으로 인해 중소기업의 정당한 상표권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되고 말았다.상표권이 대기업의 브랜드만 보호하는 역할만 해서는 되겠는가. 누구에게나 똑같은 효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여러 주체의 협력이 절실하다. 정부로서는 더 이상 중소기업 권리자가 선의의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현재보다 더 두터운 소송 비용 지원사업과 구제책을 마련해 주고, 대기업도 중소기업과 상생의 길을 도모할 수 있도록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주길 바란다. 새해엔 그런 모범 사례를 본 칼럼에서 소개할 수 있길 소망해 본다.전소정 변리사

2024-01-07 14:33 전소정 변리사

[브릿지 칼럼] '먼 섬'에 전해진 희소식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2023년의 끝자락이던 지난달 20일, 국회로부터 낭보가 전해졌다. 국토 외곽 ‘먼 섬’ 주민들의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울릉도·흑산도 등 국토 외곽 먼섬 지원 특별법(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이었다.먼 섬이란 육지에서 50㎞ 이상 떨어진 국토 외곽의 유인섬을 말한다. 행안부에 따르면 육지에서 50㎞ 이상 떨어진 유인섬과 ‘영해 및 접속수역법’에 따른 직선 기선을 정하는 기점에 해당하는 유인섬은 울릉도·흑산도·거문도 등 모두 34개에 달한다.이들 섬에 사는 주민들은 국토의 외곽에 살면서 육상 영토보다 4.4배나 큰 해상 영토를 사실상 수호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들 섬의 인구는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소멸하고 있다. 한국섬진흥원에 의하면 2022년 기준 먼 섬의 65세 이상 고령화 인구 비율은 27.1%로 전국 평균 18%, 섬 평균 26.7%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또한 2015년에 비해 섬의 인구는 2% 감소했지만 먼 섬의 인구는 9.3%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가거도·흑산도·울릉도와 같은 먼 섬의 주민은 해상 교통비를 비롯한 물류비로 인해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 목포에서 출발해 신안 가거도에 가기 위한 여객선의 1㎞당 교통비는 480원이다. 이는 목포-서울 KTX의 1㎞당 비용 150원과 비교할 때 3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또 연안여객선의 1㎞당 평균 비용인 362.9원에 비해서도 100원 이상 차이가 난다. 이런 요인들이 결국 먼 섬 주민의 정주 여건을 악화시켜 왔다고 볼 수 있다.하지만 지금까지 섬 지역에 대한 국가 지원은 ‘섬 발전 촉진법’과 ‘서해 5도 지원 특별법’에 한정돼 있어 먼 섬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신안 가거도 한 주민은 “정부가 해양 영토 보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섬을 홍보한다며 ‘2023년 올해의 섬’으로 가거도를 선정했지만 생색내기에 그칠 뿐, 해 준 게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이번 특별법 제정에 따라 행안부는 국토부, 해수부 등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과 함께 ‘국토 외곽 먼 섬 종합발전계획’을 5년 단위로 수립·시행해야 한다. 먼 섬을 지원하는 국비 보조사업의 보조율도 대통령령으로 추가 상향이 가능하게 됐다.또 최근 섬 주민에게 들려온 두 번째로 큰 희소식은 흑산공항 건설 확정이다. 흑산공항 건설 부지를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서 해제하는 대신 비금면 등의 갯벌을 새 공원구역으로 편입하는 신안군의 대체 방안을, 작년 1월 말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최종 받아들이면서 공항 추진 11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됐다.이에 따라 울릉도와 백령도에 이어 흑산도에도 소형공항이 들어서게 된다. 2020년 11월 착공에 들어간 울릉공항은 2026년 개항을 목표로 현재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국토부는 백령공항을 2026년 착공에 들어가 2029년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옹진군은 이를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흑산공항은 올 하반기 착공에 들어가 2027년 이후 개항이 유력하다.이들 공항이 모두 개항하면 교통약자인 섬 주민들과 관광객의 이동권은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섬 공항 건설로 인한 고용유발효과, 생산유발효과 등이 기대된다.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2024-01-03 14:03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브릿지 칼럼]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시행 아닌 전면 개정을

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 발생 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법이다. 중대재해란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는 등 재해의 정도가 심한 재해를 말한다. 동법은 2022년 50인 이상 사업장부터 적용됐으며, 내년 1월 27일부터는 5~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된다.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시행을 앞두고 현장의 목소리는 다급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5~50인 미만 중소기업 641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무려 90%의 기업이 법 적용 유예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한 동일 규모의 892개사를 조사한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유예가 되지 않을 경우 ‘고용인원 감축과 설비자동화를 고려하겠다’는 기업과 ‘사업 축소 및 폐업을 고려하겠다’는 기업의 비중도 각각 18.7%, 16.5%에 달했다.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는 재해로 인해 다치거나 사망하는 근로자를 줄이고자 하는데 있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이 이미 적용되고 있는 50인 이상 사업장의 산업재해 현황을 살펴보면, 재해 감축효과는 찾아보기 어렵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 50인 이상 사업장의 산업재해자 수는 3만9226명으로, 법 시행 전인 2021년 3만3537명 대비 17% 증가했다. 사망자 수 또한 2021년 721명에서 2022년 851명으로, 법 시행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결국 이 법이 5~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되더라도 재해 감축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기업에 부담만 가중시키게 될 것이다.중대재해 감축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기업인 처벌만 강화될 경우 경제적 손실만 커지게 된다. 파이터치연구원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전면 시행됐을 경우 실질국내총생산(GDP), 실질설비투자, 총일자리가 각각 연간 4.7조원, 0.7조원, 4만1천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결과가 나타나는 주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전면 시행되면, 경영자의 형사 처벌 위험, 소송 비용 증대, 공사 지연 손실 등으로 인한 경영 리스크가 증가한다. 경영 리스크가 증가하면, 기업의 자본조달 여건이 악화된다. 이로 인해 생산에 투입되는 자본량과 노동수요량(일자리)이 줄어 생산량이 감소한다.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후에도 재해 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반면, 과도한 처벌 규정은 사고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더라도 기업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고,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메시지를 준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시행이 아니라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 우선 5~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 유예를 서둘러 처리해야한다. 이 후 ‘1년 이상의 징역’ 등 강화된 처벌 규정을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야한다. 처벌 수준을 강화하는 대신 산재 예방 대책 수립을 위한 노사정 상설협의체 구성, 산재 데이터에 기반 한 원인 분석과 예방 대책 마련,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 지원 등 예방 중심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

2024-01-03 06:40 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 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

[브릿지 칼럼] 가난한 사람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모두가 부자를 꿈꾸지만 가난한 사람은 자신이 왜 가난한지 잘 알지 못한다. 가난한 사람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살펴 보면 이렇다. 첫째, 가난한 사람은 자신의 가난을 한탄하고 자기 가치에 대해 회의적이며 자존감이 낮다. 자존감이 낮으면 이를 소비로 채우려 한다. 즉 내적 감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반대급부로 겉보기를 좋게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이는 흡사 동물들의 본능과도 같다. 자신이 뭔가 위협받고 있을수록 더 화려하게 날갯짓을 하고 두려울수록 과도하게 자신의 몸을 부풀려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려고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가난해질수록 비용이 많이 드는 결정을 하게 되고 그것이 삶 전체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둘째,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티븐 무어, 아트 라퍼의 공동 저서인 ‘번영의 종말’에는 이렇게 지적한다. 오늘날에는 가난한 사람들도 한때 사치품으로 여겼던 스마트폰, 냉장고, 세탁기, 자동차, 건조기, 컬러TV, 에어컨 등을 소유한다. 놀랍게도 이러한 소비재를 소유한 빈곤층의 비율이 중산층의 소유 비율보다 높다. 또한 가난한 사람의 95%는 소득을 넘어서는 소비를 한다. 신용카드 한도를 초과할 만큼 과소비를 하고 값비싼 자동차를 사거나 빌려 타면서 검소와는 거리가 멀다.셋째, 빈자나 일시적인 부를 쟁취한 졸부는 ‘난 아주 좋은 아이디어로 성공해서 현재 만족해, 이만하면 됐어’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한계를 쉽게 인정한다. 빈자는 불황이 닥쳤을 때 문제의 원인을 개인주의적 관점보다는 구조적 관점으로 해석한다. 구조적 관점의 옹호론자는 자신의 믿음에 대한 모순되는 감정을 갖고 있고 자신의 입장에 대한 확고함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불황이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사회제도 탓, 경제구조 탓, 정부 탓으로 돌리게 되고 자신의 실패를 옹호하는 데 힘쓴다. 목적 없이 이리저리 전전하는 빈자들은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져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믿지만 어떤 조건에서든 항상 그들을 가로막는 무언가가 나타난다. 이러한 악순환은 또다른 빈자를 잉태할 뿐이다.넷째, 가난한 사람들은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한 것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한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겪는 경험이나 머릿속에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익숙한 것들을 가지고 세계에 대한 이미지를 만든다. 이런 경향을 ‘가용성 편향’이라고 한다. 배우나 가수, 운동선수의 가십 혹은 지라시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에도 이런 배경이 있다. 그 일이 설령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더라도 방송에 자주 접한 익숙한 누군가에게 일어난 사건은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이들은 단순히 보는 수준을 넘어 악성 댓글로 이어져 가십과 지라시를 확대 재생산한다. 타인의 불행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고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에너지를 소모할 뿐 부자로 나아가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마지막으로 증시가 반등할 때까지 기다리고 인내하는 것은 큰 고통으로 여긴다. ‘영끌’로 빚을 당겨 빨리 수익을 내야 하는 ‘가난한’ 이들에게는 ‘장기투자로 증시 변동성을 이겨 꾸준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말에 공감은 하지만 실천하지는 못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소망을 담은 장기 목표를 추구하는 비율은 단 2%에 불과한 반면 부자들의 99%는 하나 이상의 장기 목표를 추구한다.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2024-01-01 14:19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 칼럼] 내년 총선 '한동훈 vs 이재명'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 26일 취임 일성으로 제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역구이든 비례 대표이든 어느 쪽으로도 출마하지 않고 오직 집권 여당의 총선 승리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이 운동권 특권 세력과 개딸 전체주의 세력과 결탁해서 본인이 살기 위해서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폭주하는 다수당을 상대하는 상황에서 용기를 내서 헌신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비대위원장을 수락한 이유를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듯 불체포 특권을 포기 하지 않는 의원들은 공천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또 이를 어길 시 출당 등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예고했다. 어쨌거나 다가오는 국회의원 선거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한 판 승부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한 비대위원장의 등장 이전만 하더라도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의 한 판 승부 즉 대선의 연장전 끝판 승부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렇지만 보수 진영에서 윤 대통령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영향력과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 전격 등장하면서 ‘판갈이’가 되어 버린 셈이다. 한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그동안 총선 구도였던 ‘정부 지원론’과 ‘정부 견제론’은 거의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는 양상이다. 왜냐하면 더 이상 윤 대통령에 대한 평가 성격이 아니라 미래 권력으로서 한 비대위원장과 이 대표의 맞대결 국면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여론의 궁금증 또한 바로 그 부분이다.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가 자체 조사로 지난 20~21일 실시한 조사(전국1006명 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3.1%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더 적합한지’ 물어보았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조사 시점에는 법무부 장관)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45%로 나왔고 이재명 대표라고 응답한 비율이 41%로 집계됐다. 비대위원장으로 집중 거론되던 시점의 조사 결과라 결과에 더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에서는 적합도가 한동훈 50%, 이재명 35%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 지표가 고전하고 있는 부산울산경남에서도 한동훈 52%, 이재명 33%로 나왔다. 이 조사만 놓고 보면 한 비대위원장이 거의 윤석열 대통령을 대체한 수치로 도출되고 있다. 일각에서 한 비대위원장의 중도 외연 확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번 조사에서 중도층이나 무당층 또한 한 비대위원장과 이 대표의 경쟁력 차이가 거의 없을 정도다. 한 비대위원장은 호감도에서도 오차 범위 내에서 이 대표를 앞섰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47%, 이 대표는 42%로 집계됐다. ‘둘 다 비호감’이라는 답변은 8%였다. 여성 응답자층의 호감도는 한동훈 49%, 이재명 43%로 조금 더 벌어졌다. 윤 대통령의 충청권 이미지가 최근 들어 삐거덕거리는 상황이지만 한 위원장의 충청권 호감도는 48%로 이 대표를 10%포인트 앞서는 결과로 나왔다.한 비대위원장의 등판으로 민주당의 혁신과 이재명 대표의 거취 결정에 대한 요구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껏 총선 판도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사이의 끝장 대결 구도였다면 한 비대위원장과 이 대표의 전쟁은 미래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가 된다. 일종의 프레임 변화, 판갈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다가오는 총선은 피할 수 없는 한동훈과 이재명의 한 판 승부다.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023-12-28 10:36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브릿지 칼럼] 통찰의 비대칭

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국내 유수 증권사의 사장을 지냈고 40년을 필자와 자본시장에서 함께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다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모 인사가 최근 다음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이제 미래학 연구자로 살아가겠다”고 했다. 그는 정계를 떠나면서 왜 미래학을 새 삶의 주제로 삼았을까. 자본시장을 떠나 20년을 자본시장 교수로 일한 필자 역시 대학 퇴직 무렵에는 미래학회의 일원이 되어 있었다. 이렇듯 주가의 연구는 바로 미래에 대한 통찰력의 도전이다.막바지의 2023년 국제증시가 야릇하다. 투자 재료에 앞선다는 수급 환경을 보면, 미국 국채에만 투자해도 4%가 나오는 안전 상품이 엄연하다. 주가수익비율이 천정인 고가의 기술주를 사상 최고가에서 매수하려는 대기자들이 줄을 선다. 빅 테크 대표주인 매그니피션트(magnificent) 주식 7개만 합쳐도 시가총액이 1경원을 넘는다. 이들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가의 문턱을 오르내린다. 이런 일들이 까닭 없는 신기루겠는가.평소 존재감을 드러내기 좋아하는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 같은 이는 뭐가 심사에 뒤틀렸는지 “곧 대폭락장이 온다”며 어깃장을 놓고 있다. 체질적인 비관론자 ‘닥터 둠’ 루니엘 루비니 전 뉴욕대 교수도 대붕괴의 날을 예견하며 독설을 퍼붓는다. 하지만 그들은 이 돌연한 강세장의 부당성을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한다. 자본시장은 늘 절반은 사고, 절반은 팔기 때문에 장세 의견이 언제나 반으로 나뉘지만, 지금 장세는 하락주의자들이 마냥 발목을 잡으려 할 때만은 아닌 것 같다.‘주가를 잘 모를 때는 오로지 주가에게 물어보라’는 말이 있다. 지금이 딱 그런 형국이다. 엘리어트 같은 분석가는 일생을 통해 긴 주기의 장기주가 움직임만 연구해 ‘엘리어트 파동’을 남겼다. 양적인 차트분석이었지만, 그의 해석은 우주론이 차용된 천문학을 배후로 두었다. ‘대가’만의 통찰력이다.1985년 내내 횡보 보합장세를 보이던 때에 필자는 나름 20%의 상승을 예상해 1986년 주가 차트를 제작했다. 하지만 2월에 바로 뚫렸고 다시 위로 15%를 더 그려 붙었지만 그 또한 상반기조차 못 갔다. 누더기 차트로 점철된 1986년 주가는 그렇게 1년에 두 배가 넘게 올랐고, 1985년 1월에 100포인트로 시작한 코스피 주가는 1989년 4월 1000포인트까지 9배나 올랐다. 우리가 후진국에서 개도국에 진입하는 대세의 기운을 그 당시에 누가 알았겠는가.미국이 새로운 기술과 물자, 지식, 금융의 공급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동유럽과 중동에서 전쟁까지 벌여져 서방으로 국제공급망은 더 빠르게 동맹화하고 있다. 이 동맹효과는 국제안보와 통상에서 반영구적인 경제해법이자, 거의 제도적인 통상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세 때 ‘한자도시동맹’은 수백 년간 유지되며 번영을 공유했다. 지금이 미래로 가는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의 도입부라면, 이를 선도하고 효과를 공유하는 기업들의 전도는 양양하지 않을 수 없다.투자의 지혜를 얻고자 미래흐름을 찾아보려는 사람들이면 이번 시장의 움직임에서 역사적인 상서로움의 어떤 단초를 찾아보길 권한다. 그러면 2024년의 놀라운 주가전망도 스스로 보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런 안목을 아주 소수만이 가진다는 점이다. 돈벌이의 통찰이 갖는 야속한 비대칭이다.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2023-12-27 14:03 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브릿지 칼럼] 모빌리티 혁신, 소비자 관점 반영돼야

지광석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국장·행정학 박사“운전자가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 시대의 개막과 교통 체증 걱정 없는 항공 모빌리티의 출현, 그리고 이러한 기술이 적용된 모빌리티 특화도시가 조성된다.”얼핏 보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먼 미래의 이야기 같지만, 작년 9월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에 담긴 내용이다.최근 4차 산업혁명으로 교통 분야에도 ICT와 혁신 기술의 융·복합이 이루어지면서,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은 2017년 4400조 원에서 2030년 8700조 원으로 두 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완성차업체인 포드와 폭스바겐 등은 통신·부품업계와의 협력을 통해 차량 제작 위주의 사업구조를 탈피하고, 호출형 자율주행 서비스나 로보택시 서비스 등에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또한 일부 국가에서 플랫폼 차량 호출 서비스를 제공 중인 우버는 자율주행 배송인 우버이츠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며, 조비 에비에이션 등 기체 개발업체는 NASA, 완성차업체, 플랫폼 기업과 협력해 상용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이에 발 맞춰 각국 정부는 모빌리티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다. 먼저 미국은 2016년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차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실증단지 운영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2030년까지 완전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로드맵을 수립했고, 프랑스는 2024년 파리 올림픽 개최 시기를 목표로 도심항공교통(UAM)의 운항을 추진하고 있다.우리나라도 작년 9월 자율주행차, 도심항공교통 등 5대 분야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 4월 18일 ‘모빌리티 혁신 및 활성화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교통 분야에 ICT와 플랫폼, AI, 로봇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되면 소비자의 편익과 이동성이 크게 증진될 것이다. 그러나 한 편에선 ICT에 의한 상호 연결성, 사이버보안, AI 알고리즘 등에 따른 새로운 유형의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다. 모빌리티에 AI 알고리즘을 적용할 경우 모빌리티의 설계와 작동에 대한 투명성이 요구되고, 서비스 혁신을 위한 소비자데이터의 수집·이용은 소비자 프라이버시와 디지털 보안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또한 모빌리티 혁신에 따른 기존 산업과 혁신산업 간 관계와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타다 금지법’의 사례에서 보듯이 모빌리티 혁신에 따라 기존 기업과 혁신기업 간에 대체·경쟁 관계가 성립될 경우, 제임스 윌슨이 말한 서로의 이익확보를 위해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익집단 정치’ 상황에 놓이게 된다.이때 모빌리티 혁신과 관련해 큰 이해관계를 갖는 제3의 집단인 소비자는 적극적 의견 표출을 하지 않는 등 공통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 대해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이른바 ‘집단행동의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강력한 두 이익집단 사이의 타협과 협상에 관심과 논의가 집중되어 결국 소비자는 ‘무시’되기 쉽다.따라서 모빌리티 혁신과 관련한 제도와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이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핵심 이해관계자이자 최종 수요자인 소비자의 관점이 반영된 진정한 모빌리티 혁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지광석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국장·행정학 박사

2023-12-25 14:21 지광석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국장·행정학 박사

[브릿지 칼럼] 시간의 그림자: 긴 하루와 짧은 한 해를 마무리하며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한 해가 또 저물어간다. 시간은 정말 부지런도 하다. 잠시 멈추어 쉴 만도 한데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흘러간다. 하루는 길지만 일 년은 매우 짧다는 그레첸 루빈(Gretchen Rubin)작가의 말이 새삼 마음에 떠오른다.올해도 매우 다사다난했다. 인플레이션, 경제 및 부동산시장 불안정, 가슴 아픈 전쟁도 여전히 세계 이곳저곳에서 진행 중이다.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고, 그 여파로 인한 이상기온으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챗GPT 등의 인공지능 시장에도 엄청난 발전도 있었고, 자율주행, 전기차 시장 등 과학과 IT기술 발전 속도도 상상 이상이다. 미국의 유명한 싱어송라이터이자 배우인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Alison Swift) 관련 강의가 내년에 명문 하버드대학교에서 개설될 예정이란다. 상업예술문화와 전통 학문이 함께 어우러지고 있다. 우수한 K-팝의 선전으로 전세계에서 한국의 인기가 뜨겁다. 정말 빠르게 흐르는 시간의 속도만큼 세상도 발맞추어 빠르게 변화하고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도 정신 바짝차리고 살아야 할 것 같다.“무조건 행복할 것(The Happiness Project)”은 2009년에 출판된 그레첸 루빈 작가의 저서이다.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조언들을 담아서 독자들에게 행복하기 위한 방법들을 제시해 주면서 많은 인기를 얻은 베스트셀러이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많이 지치고 힘든 우리가 바쁜 일상 속에서 행복의 의미를 되새겨 보기 위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현실적인 지침서이다. 루빈작가의 제안에 따라 필자는 올해를 시작하면서 소박한 행복 프로젝트 실천을 개인적으로 결심한 바 있다. 항상 감사하며 살기, 건강 돌보기, 내 일에 최선을 다하기, 가족에게 잘하기, 주변인에게 친철하기, 운동 열심히하기 등이었다. 물론 바쁘다는 핑계로 절반은 잊고 살았고, 나머지 절반도 행복하다는 생각보다는 세상에 대한 불평불만을 늘어놓기 바쁜 한 해였기에 돌이켜 생각해 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나만 살피느라, 또는 최선이라는 미명 하에,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충분히 챙기지 못한 것은 아닌지, 혹여 생각이 짧아 배려하지 못한 부분은 없었는지 반성해 보니 마음이 개운치가 않다. 나름 열심히 한 것들도 좀 있긴 하다. 당연한 일이지만 내 일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했고, 좀 늦은 감은 있지만 얼마 전부터 아침에도 운동을 시작했다.“시간은 우리를 빠르게 지나가지만, 그 뒤에 그림자를 남기고 간다(Time flies over us, but leaves its shadow behind)”는 말이 있다. 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의 작가 나다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이 한 말이다. 가슴에 와닿는 멋진 말들은 죄다 누군가 유명인들이 먼저 한 걸 보면 평범한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들도 비슷하게 느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올해 시간이 나에게 남겨준 그림자는 무엇일까? 감사할 일도 많고, 반성할 일도 많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를 보내면서, 바쁜 중에도 시간을 내어 생각해 보려고 한다.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 보며, 반성도 하고, 감사도 하면서, 지금 이 순간을 잘 살아야겠다고 또 다짐해 본다. 주변을 정갈히 하고 작은 것부터 하나씩 돌보고 실천하는 연말이 되었으면 한다.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2023-12-21 14:19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클래식의 다양성을 보고 싶다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사업지원파트 책임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집계에 따르면 2023년 클래식 공연건수는 7331건(12월 16일 기준)이다. 12월 잔여 공연과 통계에 반영되지 않은 공연까지 헤아리면 약 8000여건 정도 될 것이다.지난 가을에는 베를린필,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빈필 등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들이 내한하며 유례없는 클래식 성찬이 열렸다. 이 외에도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 테너 이용훈 외에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 안드라스 시프, 비킹구르 울라프손, 바이올리니스트 재닌 얀센, 힐러리 한 등 세계 무대를 휩쓰는 솔리스트들의 리사이틀이나 협연 무대도 줄을 이었다.매머드급 해외 오케스트라가 5~6년 주기로 내한하는 일정과, 코로나19로 취소되었다가 연기된 공연들까지 맞물리며 그야말로 2023년 클래식 음악계는 풍성한 호황기를 맞았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도 아니고 클래식 호황기일 때도 우리가 쉽게 만나지 못하는 아티스트들이 있다. 바로 흑인 아티스트들이다. 8000여건의 공연 중 올해 흑인 연주자의 공연은 겨우 세 건 이었다.지난 6월 내한한 바이올리니스트 랜들 구스비, 11월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에 참여한 색소포니스트 스티븐 뱅크스 그리고 지난 일요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아시아 투어의 마지막을 장식한 영국 첼리스트 세쿠 카네 메이슨과 그의 누나 이사타 카네 메이슨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흑인 클래식 아티스트들의 인터뷰에는 특정 인종으로서 음악을 하는 것에 대한 ‘정체성’과 클래식 연주자로 거듭나게된 ‘성장배경’에 대한 질문이 꼭 있다. 재일교포 한국인 어머니를 둔 랜들 구스비는 21년, 플로렌스 프라이스, 윌리엄 그랜트 스틸 등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아프리카계 작곡가들의 작품을 모아 데뷔 음반 ‘뿌리’(Roots)를 발매했다. 그는 “이 작곡가들은 피부색이 다르단 이유로 차별을 겪었지만 음악으로 극복해 갔다. 그 과정이 내게 영감이 됐다”며 데뷔 음반 제작의 의도를 밝힌 바 있다.또한 스티븐 뱅크스는 “학창 시절엔 늘 다른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예술 장르를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도 여러 면에서 그렇게 느낄 때가 있다”며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싶었고 그들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싶었다”고 밝히면서 차별적인 사회현상에 목소리를 내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세쿠 카네 메이슨이 2016년 흑인 음악가로는 처음으로 BBC 젊은 음악가상을 받았을 때 어디선가 ‘왜 흑인 학생 한명만이 이 대회에 출전했는가’ 하는 자조적인 질문이 나왔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 일화에 대해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나 같은 사람뿐 아니라 모든 이들의 책임”이라고 피력했다.한국 클래식은 콩쿠르 스타가 된 특정 연주자와 TV서바이벌 성악 프로그램 출신 연주자의 공연, 그리고 애니메이션 OST 공연 등에만 관객이 편중적으로 몰리는 것이 현주소다. 음악교육을 통한 잠재 관객 계발, 클래식 음악의 접근성을 높이는 디지털화 등 클래식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가운데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다양성이다. 인종, 출신 등의 배경을 배제하고 예술적 역량을 갖춘 연주자를 꾸준히 발굴하여 소개하는 것도 공연장, 기획사, 음반사, 오케스트라 등 클래식 관계자들이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회적 책임이다.이미란 롯데문화재단 사업지원파트 책임

2023-12-20 14:00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사업지원파트 책임

[브릿지 칼럼] 규제 시차 해법 '적합성인증'

진종욱 국가기술표준원장AI, IoT, 딥러닝 등 이른바 신기술들을 활용한 기업들의 기술개발 및 제품혁신 활동들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우리 정부도 국정과제를 통해 미래 핵심분야 및 신산업 성장 지원을 위한 규제시스템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대표적으로 서울 강남대로를 걷다보면 귀여운 실외 배달로봇이 빌딩 앞에 대기 중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자율주행로봇은 배달 중에 횡단보도를 만나면 사람들과 같이 녹색신호를 기다렸다가 함께 건넌다. 보도를 지날 때는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도록 안전하게 이동하여 정해진 배달 장소까지 도착한다.소비자들의 니즈에 대한 강력한 소구점(訴求點)을 가진 이러한 신제품들은 대부분 혁신적인 융합 기술들을 활용한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혁신성이 높은 신제품일수록 규제 시차로 인해 적시에 허가·인증 등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규제 시차는 기술·제품의 발전 속도에 비해 관련 법·제도 혹은 표준·기준 등의 준비가 상대적으로 느린 특성을 설명할 때 자주 사용되는 용어이다. 따라서, 신제품에 대한 규제 시차 해소를 위해서는 빠른 주기로 개발되는 신제품의 안전과 품질을 확인하기 위한 신속한 대응체계 마련이 중요하다.이를 위해 우리 정부는 두 가지의 규제혁신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첫번째는 규제샌드박스이다. 이 제도는 신기술을 활용한 신제품·서비스 사업에 대해 일정 조건(기간·장소·규모 등) 하에서 현행 규제의 전부나 일부를 예외 시켜 주는 제도로 실외 배달로봇은 규제샌드박스를 활용한 사례이다.두번째로 산업융합 신제품 적합성인증(이하 적합성 인증)이 있다. 국내에서 운영 중인 법정인증제도 중 규제 개선에 특화된 인증은 적합성인증이 유일하다. 기존 인증제도에서 정한 표준·기준을 적용할 수 없는 융합신제품을 대상으로 단기간(6개월)에 적합성 인증기준을 마련하여 인증심사까지 신속 진행이 가능하며, 인증제품은 기존 인증(KS·KC인증 등)의 인증마크를 부착할 수 있어 인증 규제가 해소된다.지난달 질병관리청에서 발간한 ‘손상 발생 현황’에 따르면, 응급실에 내원한 손상환자 중 추락·낙상환자가 36.6%로 가장 많고, 낙상환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이 75세이상 고령자였다. 고관절 보호용 자동 에어백은 이러한 고령자의 예기치 않은 낙상 순간을 내장센서가 감지, 신속하게 에어백을 자동으로 펼쳐서 고관절을 보호해주는 제품으로 규제 시차를 신속하게 줄여 적기 시장 진출에 성공한 적합성 인증제품이다.적합성 인증기준이 표준 제·개정의 발판이 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 사항이다. 실제로, 인천공항에서 볼 수 있는 LED 활주로 등은 적합성 인증기준을 바탕으로 신규 표준이 제정된 사례이다.이러한 특장점에 비해 적합성인증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는 아직 낮은 수준이다. 기업들의 인증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홍보와 확대가 필요한 이유이다.국가기술표준원은 적합성인증 활성화 방안을 마련,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적합성인증 수요 발굴과 제도 운영 지원에 9개 시험인증기관 및 운영기관과 다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적합성인증 활성화를 위해 협력해 나가려한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기술표준원은 적합성인증을 통해 혁신제품들이 신속하게 데스벨리(Death Valley)를 지나 시장 출시에 성공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과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진종욱 국가기술표준원장

2023-12-18 15:53 진종욱 국가기술표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