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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윤 대통령-한동훈 대표 관계, 상생일까 폭망일까

배종찬lt;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gt;국민의힘 전당 대회 결과 한동훈 대표 지도부가 출범하게 되었다. 한 대표는 무려 62.8%의 득표율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대세론은 깨지지 않았다. 국민의힘 당원들과 지지층들의 선택은 ‘한동훈’이라기보다 ‘변화’로 볼 수 있다. 후보자 등록하자마자 채상병특검법을 제 3자 특검 추천으로 국민의힘에서 법안 발의를 하자고 주장한 한동훈 대표는 배신자 프레임에 내몰렸고 이어서 지난 1월 총선 당시 한 대표에게 보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사과’ 문자 논란이 후보자 토론회와 합동 연설회를 도배했다. 당원들의 투표가 시작되기 일주일 전부터는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이 공개한 한동훈 대표가 법무부 장관이던 시절의 ‘여론조성팀’ 논란이 전대를 뒤덮었다. 마지막까지 내부 총질이 되는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이번에는 나경원 후보가 20대 국회에서 패스트트랙 국회법 위반으로 기소를 당한 관계자들에 대해 한 법무부 장관에게 ‘공소권 취소’ 요청을 한 것에 대해 ‘개인 민원’을 한 것이라고 한 후보가 답변하면서 논란에 정점을 찍었다. 심지어 원희룡 후보는 지난 총선 과정에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던 한동훈 대표가 가족·인척과 사적으로 공천을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어떤 공격도 판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당원들과 지지층들은 ‘변화’를 절실하게 원했기 때문이다.한동훈 대표의 향후 최대 과제는 ‘윤석열 대통령과 관계’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16~18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1.7%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국정 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29%, 부정 평가는 60%로 나타났다. 29% 긍정 평가라면 레임덕을 간신히 피한 수준이다. 신임 당 대표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변화시켜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다. 채상병특검법 정국이 꽉 막혀 있고 김건희 여사 수사 관련 논란이 일단락되지 않은 정국을 돌파할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차별화가 필요하다.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위기 국면에서 전당 대회가 시작되었고 그 와중에 실시된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긍정 지지율은 29%로 전당 대회 직전보다 큰 폭으로 반등했다. 이른바 전당 대회 컨벤션 효과(Convention Effect: 전당 대회나 선거 같은 정치적 이벤트를 통해 정치인 또는 정당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현상)로 볼 수 있고 한동훈 대표가 견인한 효과로 보아도 무방하다. 즉 한동훈 대표가 경쟁력을 발휘하고 지지층을 결집할 때 윤 대통령에 대한 평가 또한 긍정적으로 동반 상승 효과를 누린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후 발의 요구 국회 국민 청원이 14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야권의 국정 견제 시도는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한동훈 대표가 최우선적으로 가야할 길은 ‘윤석열 대통령 국정 평가 상승’이다. 전당 대회 기간 동안 불거졌던 윤한 갈등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한 대표가 끌어낼 수 있는 성과는 국정 평가의 개선이다.한 대표가 정치적 경험이 많지 않고 윤석열 대통령과 총선 과정에서 불편한 관계가 되었다는 진단까지 나왔지만 국민의힘 당원들과 지지층들이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이유는 이재명의 민주당에게 승리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번 전당 대회에서 한동훈 후보에게 압도적인 표를 몰아준 배경은 2026년 지방 선거와 그 다음해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고 싶은 절박한 심정의 발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고차원 방정식 같은 전제 조건이 있다. 한동훈 대표가 추구하는 ‘변화’가 윤 대통령과 충돌이 아니라 상생이어야 한다. ‘변화’가 없으면 ‘폭망’이다.배종찬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024-07-25 13:20 배종찬<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브릿지 칼럼] 투자의 킬러 문항

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한 때 대통령까지 나서서 수능시험 킬러문항을 없애겠다고 해 소란이 난 적이 있다. 사교육의 원흉으로 자주 지적되는 고난도의 킬러문항은, 최상위급 학생들을 가리는 변별력으로 등장하는 꽤나 지난한 문항이다. 투자의 세계도 사실 변별력으로 보자면 수능의 살벌함을 능가한다. 1920년 이후 주식투자는 평균 6~8%의 수익률을 미국시장에서 보여주고 있다. 만족스럽지는 못해도 부동산이나 채권의 수익률을 꾸준히 앞서는 선에서, 주식은 위험자산 프리미엄의 체면을 대체로 유지해 오고 있다.하지만 대가인 워런 버핏은 60년을 넘게 한 해에 20% 가까운 수익을 내고 있다. 마젤란펀드 운용자였던 피터 린치는 현역 15년 동안 연간 29%의 수익을 내고 전설로 월가를 떠났다. 분명 투자의 킬러문항을 푼 최 고수들이다. 버핏은 60세를 넘기면서 고수익 투자의 첩경을 묻는 질문에 “기다리는 시간”이라고 간결히 답했다. 70을 넘기면서는 “꿋꿋한 신념”이라고 했고, 90을 넘기고서는 “개인적인 현명함”이라는 답을 주었다. 같은 질문에 피터 린치는 ‘현장’과 ‘실제’와 ‘투자의 개별성’이라고 했다.일부 투자은행이나 증권사가 ‘선진투자 기법’이라며 로봇 어드바이저나 인공지능(AI), 빅 데이터 등을 채용한 수리추정과 논증추정의 투자의사 결정도구를 연신 알리고 있다. 그들이 인간 결정에 비해 얼마나 지속적으로 차별화된 초과수익을 낼 지는 아무도 모른다. 45년 경력의 필자가 보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어느 날 추정과 논증의 유사성과 개연성을 지닌 컴퓨터 시스템을 우연히 다수가 사용하고 작동시킬 경우 ‘제2의 블랙먼데이’가 올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유나 시기는 아무도 모르지만, 수리모형에서는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다.1987년 10월 19일 미국 증시가 대 폭락했다. 주가는 하루에 22.6%나 무너져 내렸다. 미국 증시 당국은 때 마침 불어온 프로그램 매매의 우발적인 의사결정의 유사성을 중요한 요인으로 제기했다. 그리고 그 의사결정 프로그램 제공처 개발자들의 지식적 근친성을 들었다.초과수익이 가능한 투자의 행동적 속성은 원래 ‘철저한 개별성’에 있다. 누군가와 같이 투자행동을 했다면 그만큼 수익을 나눠야 한다. 존 보글이 창안한 ‘집합투자’는 그런 한계가 있지만, 투자 위험을 줄인다는 장점이 크다. ETF나 신탁을 맡기거나 지수에 투자하면 상대적인 안정적 보상은 가능하겠지만, 개별적인 초과수익은 기대하기 어렵다.킬러문항도 고등학교 내내 최고의 학습전문가 수준으로 공부하면 풀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주식투자자는 최고의 전문직이다. 투자 전문직들은 미리 회계연도를 한참 앞질러 기업의 경영실적을 추정하고, 지금 시장에서의 타당한 주가수준을 설정한다. 적어도 달력보다 9개월은 기업분석이 앞서가야 한다.지금이면 내년 1분기가 킬러문항으로 뇌리에 있어야 한다. 그때면 금리인하가 이미 현실일 수 있고, 누군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고, 3년을 맞는 우크라이나 전쟁터가 변곡점일 수 있다. 지금 국제주식시장은 이 세 가지의 킬러문항이 나온 상태다. 한번 풀어보시라.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2024-07-24 13:22 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브릿지 칼럼] 소비자 보호 수준이 선진국 척도

송선덕 한국소비자원 대외홍보실장지난 6월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6194 달러라고 발표했다. 인구 5000만 명이 넘는 국가 중에서 미국·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에 이어 여섯 번째라고 한다. 처음으로 일본을 앞지른 수치라고 하니 엔화 가치 하락 등의 외부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의 대중문화와 화장품, 식료품 등이 ‘한류’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해외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기가 뜨겁다는 보도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어느새 대한민국의 경제적, 문화적 역량이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이뿐만이 아니다. 일반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우리나라의 소비자 권익증진 정책과 성과도 해외에서 상당한 인정을 받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15년째 OECD 소비자정책위원회 산하 소비자제품안전 작업반의 부의장직을 수행하며 글로벌 소비자안전 이슈를 주도하고 있으며, 국제소비자보호집행네트워크(ICPEN)에서 우리나라의 소비자 권익 향상 사례가 회원국들로부터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이러한 호응에 힘입어 한국소비자원은 수년 전부터 개발도상국 소비자행정 담당 공무원들을 초청해 ‘소비자보호 선진화 역량 강화’ 연수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국제협력재단(KOICA)의 개발협력사업(ODA)의 일환으로 2013년 이래 총 7회 운영했고, 올 6월에는 2023-2025 3개년 과정의 2차년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번 과정에는 케냐, 방글라데시, 엘살바도르 3개국 11명의 연수생이 참여했다.연수 참가자들은 약 2주간 국내에 머물며 우리나라 소비자행정의 체계와 구체적인 작동 방식을 강의와 현장체험을 통해 배우고,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회의 참관, 소비자중심경영 우수기업 견학 등으로 소비자 보호 수준을 체감했다.정책연구와 시장감시, 위해정보 수집 및 활용, 소비자 상담 및 피해구제 등이 유기적으로 연계돼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국의 제도와 비교하고 개선방안을 고민하기도 했다. 특히 식품·화학·신소재·기계·전자 5개 분야 477종의 시험연구 설비를 갖춘 소비자원의 시험검사시설에 대해서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개발도상국들도 소비자 보호를 위한 나름의 제도와 시스템을 갖춘 경우는 많다. 하지만 이것을 실제 국민의 삶에 적용하는 일에는 어려움을 겪는다. 소비자 권익 관련 아젠다는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내부 자원이나 역량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소비자 보호 수준은 해당 국가의 경제력에 상당 부분 비례한다. 이와 함께 소비자 주권에 대한 높은 시민의식도 뒷받침돼야 한다.우리나라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비교적 높은 편이다. 소비자시장성과지수(KCMPI)가 2021년 기준 81점으로 측정을 시작한 2014년 이래 줄곧 상승해왔다. 적정한 소비자 보호 정책과 제도가 제 기능을 한 덕분이다. 정부는 국정과제의 하나로 ‘국격에 걸맞은 글로벌 중견추국가 역할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이에 발 맞춰 소비자원은 소비자 권익증진 노력에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더욱 알차고 실용적인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송선덕 한국소비자원 대외홍보실장

2024-07-22 14:02 송선덕 한국소비자원 대외홍보실장

[브릿지 칼럼] 세계인의 축제 2024년 올림픽대회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여름휴가를 뜻하는 바캉스(vacance)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프랑스어다. ‘비어있다’는 뜻의 ‘vacant’에서 나온 단어이고, 모두 휴가를 떠나 도시가 텅 빈다는 의미로 여기에서 휴가라는 뜻이 파생된 것으로 해석된다. 방학, 휴가 등을 뜻하는 영어 단어 ‘vacation’도 동일한 어원에서 나왔다. 많은 프랑스인이 긴 여름휴가를 떠나는 7~8월이면 프랑스 파리에는 외국인 관광객들만 남는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여름휴가를 프랑스에서는 ‘그랑드 바캉스(grandes vacances)’라고 부르며, 지방으로 이어지는 도로들은 인구 대이동으로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게 된다.우리들은 여름에 휴가라고도 하고, 피서(避暑)라는 단어도 사용한다. 더위를 피한다고 뜻이니, 한여름의 무더위를 피해 더운 시기를 잘 보낸다는 의미다. 더위를 피한다는 표현을 영어로 하면 ‘beat the heat’ 이라고 한다. 더위와 싸워 이긴다는 의미이니, 표현 하나에도 문화적, 사회적 사고방식의 차이가 잘 나타난다.올해는 제33회 올림픽대회(Olympic Games)가 오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다. 올림픽대회는 전 세계 각 대륙의 각국에서 모인 수천명의 선수들이 스포츠 경기를 통해 결국 세계가 하나임을 알리는 취지로 진행되는 국제 대회다. 이번 파리올림픽은 ‘와서 나누자(Venez partager:Made for Sharing)’라는 슬로건과 함께 206개국에서 대략 1만500명이 참가해 32개 종목에서 329개의 경기가 진행될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아직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도 참가를 결정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전세계인의 큰 축제임이 분명하다.개최 기간이 오는 26일부터 8월 11일로 일 년 중 가장 더운 시기다. 파리의 7~8월 낮 최고 기온은 대략 25~26도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 지구 이상기온으로 유럽지역 더위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참고로 지난해의 경우 한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날이 많았다고 하니 다소 걱정이 되는 상황이다. 지난 2020년 도쿄올림픽대회에서도 도쿄 지역의 지속된 폭염으로 인해 어려움이 많이 있었다. 참가 선수들과 관광객들이 열사병으로 고생했고, 쓰러지는 상황도 발생한 바 있다.파리의 바캉스 문화와 무더위가 예상되면서 현지의 파리지엥들은 파리에서 치러지는 올림픽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 분위기도 전해진다. 전세계인의 스포츠 축제를 통해 세계평화와 국제 친선을 도모한다는 올림픽 정신을 떠올리면 좀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개인적인 불편함을 참지 않으려는 요즘의 세태를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고, 세계 평화의 길이 멀고도 험하기에 안타깝기도 하다.무더위도 보관이 가능하다면 잘 모아서 보관해 두었다가 한겨울 필요한 곳에서 필요한 시기에 사용하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아직은 그런 기술이 없으니 이번 올림픽대회은 무더위와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올림픽대회에서 어쩌면 더위가 가장 큰 경쟁자가 될 것도 같다. 전세계인의 축제인 이번 파리올림픽대회를 계기로 다시 한번 국가들간의 국제적 결속도 다지고, 스포츠를 통해 선의의 경쟁을 하며, 함께 사회적 환경적 문제들도 논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2024-07-21 13:39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진정한 프로페셔널리즘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마케팅팀 수석“여러분께 정말 죄송한 말씀을 드립니다. 무대 장치에 이상이 생겨 일부 무대 배경 없이 공연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환불을 원하시면 바로 해드리겠습니다. 다시금 사과드립니다.”지난 3월 20일 미국 뉴욕 링컨센터 메트로폴리탄(이하 메트) 오페라 극장,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의 막이 오르기 직전 무대 위로 한 신사가 올라와 이렇게 사과했다. 갑작스런 무대장치 이상으로 제대로 된 공연을 못하게 되자 직접 무대로 올라와 관객에게 정중히 사과한 이 신사는 세계 최고의 오페라 하우스 뉴욕 메트를 이끄는 피터 겔브 총감독이었다.뉴욕 타임즈에 따르면 메트 오페라 극장은 약 3800석, 이날 공연은 대략 80% 정도 예매됐다. 그 중 이 공연을 환불한 사람은 150명 정도였다. 관객 대부분은 객석을 지키면서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최선의 연주를 선보인 오케스트라와 성악가들에게 더 따뜻한 박수를 보내며 호응했다. 이는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혼신을 다한 악단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보여준 총감독에게 보낸 관객들의 신뢰였다.그리고 지난 6월 19일~20일 창단 140년 역사를 지닌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메트 오케스트라)가 롯데콘서트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가졌다. 이들은 보통 오페라 공연을 위해 연주하지만 오랜기간 독자적인 콘서트 활동도 하며 탄탄한 연주력을 겸비해 음악팬들의 기대를 모았다.이번 공연에서 메트 오케스트라는 투어 공연의 한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레퍼토리를 선곡하고 악단의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알차게 구성해 스타 성악가들과 함께 공연의 완성도를 높였다.종종 내한하는 해외 유명악단 중 실제 연주 역랑의 최대치를 발휘하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 그들의 성의 없는 연주에 관객들은 실망감을 표하기도 한다. 해외 유명 스포츠 스타들 중 아시아 국가 방문시 단 1분도 경기에 출전하지 않고 노쇼하는 모습을 보여 공분을 사는 경우도 더러 있다.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관객들의 음악적 취향과 기대를 만족시키고 이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메트 오케스트라의 철저한 준비성은 진정 프로다운 모습이었다.더불어 ‘사과’에 대한 다양한 문제들이 끊임없이 제기될 때마다 메트 총감독의 사과도 다시금 상기된다. 사과 자체가 목적이 아닌 사과를 빌미로 각 당의 이해관계만 봇물을 이루는 정치권, 최근 1주기를 맞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해 그간 어느 곳도 제대로 사과하지 않은 관계기관들을 보며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회피하지 않으며 위기 발생시 앞장서는 리더십의 가치를 새삼 떠올리게 된다.프로는 단지 탁월한 기술과 재능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상황을 막론하고 최선을 다해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고자 하는 내재된 열정, 위기시 진정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진심어린 사과를 전할 수 있는 미덕까지 갖추어야 한다.언제 어디서나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가 하면 그것이 어려운 환경의 변화에 진정한 사과를 전할 줄 아는 뉴욕 메트는 음악 이상의 깊은 여운을 남기곤 한다. 이야 말로 진정한 프로페셔널리즘이다.이미란 롯데문화재단 마케팅팀 수석

2024-07-18 13:32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마케팅팀 수석

[브릿지 칼럼] 철도 지하화 사업 성공하려면

김현수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동탄신도시를 동서로 구분해 온 경부고속도로가 지하화되고 지상부의 도로 공간은 공원화를 준비 중이다. 내왕이 없었던 양쪽 지역이 도로로 연결되면서 도시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보스톤의 빅딕(Big-Dig)은 고속도로의 도심구간을 지하화하고 지상부를 공원화하면서 도로 양쪽의 쇠퇴한 지역이 세계적인 업무지구로 변신한 성공 사례로 꼽힌다. 고속도로와 철도 등 간선교통망은 도시경제를 움직이는 대동맥이다. 그러나 도시를 양분하는 역기능도 가진다. 이를 지하화하고 주변 공간을 입체화하면서 도시공간의 도약을 꿈꾸는 공간혁신 사례가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최근 들어 고속철도, 광역철도가 속도, 환승의 비약적 발전을 보이면서 정차역의 부동산 시장을 달구고 있다. 그러나 경부선과 경원선 등 일반철도의 철도역과 철도주변부는 도시의 낙후한 지역으로 남아 있다. 철도 주변부는 소음과 진동으로 노후하고 방치된 주택과 시설들로 채워져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철도지하화사업은 철도로 단절된 도시를 연결하고, 소음과 진동으로 쇠퇴한 정주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철도가 사라진 선상의 부지는 공원, 주거, 업무, 위락 등 다양한 기능으로 전환돼 한때 도시의 가장 쇠퇴한 지역들을 매력적이고 쾌적한 공간으로 전환시켜줄 수 있다.올 초 ‘철도지하화특별법’이 통과되면서 제도적 장치를 갖추었으나 지하화 사업이 아무 데서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도로 지하화는 200~300m의 짧은 구간 안에서 가능하지만 속도와 경사의 제약이 큰 철도의 경우 10km 내외의 긴 구간의 지하화가 필요하며, 그만큼 더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 지하화공사 기간 동안 철도 운행을 멈출 수 없으니 대체노선을 건설해야 하고, 지하에 다른 노선이 3, 4중으로 지나가는 환승역의 경우 지하터널이 더 깊어지게 된다. 지하터널이 깊어지면 더 긴 연장의 철도지하화가 필요해지니 공사비가 더 늘어나게 된다. 철도를 지하화한 지상부에 조성되는 기다란 토지를 매각하여 수익하기가 쉽지 않으며, 양쪽으로 도로를 개설할 수 있는 곳은 제한적이다. 즉 철도시설을 지하화하는 일은 엄청난 예산을 필요로 하고, 공사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수많은 리스크 요인들이 잠재해 있다.이 사업이 성공하자면 첫째, 철도 부지뿐 아니라, 주변의 철도차량기지, 국공유지 등 면적인 개발사업이 가능한 토지 확보가 필요하다. 선형의 철로부지만으로는 철도지하화 비용을 조달하기에 충분치 않다. 철도차량기지의 입체화를 통하여 복합개발을 하는 경우, 사업성도 확보하고 역세권 정비에도 효과적이다.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하화 공사비는 상부개발의 이익을 통하여 조달돼야 한다. 우리가 벤치마킹하는 파리의 리브고슈, 뉴욕의 허드슨 야드는 모두 철도차량기지 등 철도시설부지를 복합개발한 사례이다.둘째, 역 주위의 역세권에 대한 종합적인 정비계획이 함께 수립돼야 한다.역사 주위로는 주택정비사업, 도시개발사업, 도심복합개발사업 등 다양한 형태의 각종 사업수요가 있다. 보다 체계적인 역세권정비를 위하여 환승센터, 소공원과 녹도, 그리고 역세권이 지역의 고용중심지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복합거점개발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 지하화로 인한 편익이 주변의 아파트 단지 주민에게만 국한되어서는 안 되고 고용창출, 도시경쟁력강화 등 도시전체의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기본계획이 짜여야 한다.셋째, 민간투자가 가능하도록 사업 타당성이 명확하게 제시돼야 한다.선상의 철도부지 매각뿐 아니라 주변의 주택정비사업, 도심복합개발사업, 국공유지개발사업 등 지하화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는 명확한 사업구조가 제시돼야 한다. 국토계획법에 의한 공간혁신구역 지정을 통하여 용적률과 인허가 절차 인센티브가 주어지면 민간투자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사업의 진행에 따라 인구와 세수가 증가할 것이 기대되므로 지자체의 재정지원방안도 요구되고 있다.넷째, 상대적으로 민간투자가 여의찮은 지방의 경우, 이 사업이 균형발전을 위한 초광역권계획, 광역철도망계획과 연계되도록 하여 균형발전특별회계 등 균형발전사업과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철도지하화는 철도로 인하여 단절되고 쇠퇴한 도심 회생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김현수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2024-07-17 08:59 김현수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브릿지 칼럼] 공감의 문장력

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9년동안 칼럼을 이어왔고 다섯권의 책을 냈다. 요즈음엔 한달에 세곳에 칼럼을 쓰고 이름짓기를 주제로 여섯번째 책을 준비중이다. 마케팅과 대중문화에 관련된 내용이라 시의성있는 소재로 뼈대를 세우고 틀을 잡는다. 정보를 바탕으로 대안을 모색하는 취지라 비유나 묘사는 지양하고 사실을 바탕으로 대책을 제시하는 기자의 리포트 방식을 취한다. 글쓰기는 늘 버겁다. 수많은 교정을 거쳐 신문사로 보낸뒤에도 매번 찜찜하다. 기록이나 메모와 달리 자신의 관점을 드러내는 글은 어떤 자격을 갖추어야할까?조미료가 많이 들어가면 재료 본연의 맛을 해친다. 글도 그렇다. 아마추어는 한 마디를 열 마디로 늘리는 사람이다. 짧고 단순해야 전체의 골격이 뚜렷해져 주제나 관점이 선명해진다. 기름의 엑기스처럼 쥐어짜서 뼈대만 남겨라. 접속사, 형용사와 부사는 쳐내고 동의어는 삭제해라. 사건의 개요나 정황을 묘사하는 부분은 특히 그렇다. ‘엄청나게 우연한 일이었다’라고 하지말고 ‘우연한 일이었다’ 라고 그냥 전해라.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서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기쁨과 슬픔, 확신에 찬 수천 개의 종교와 이념, 경제 체제,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 영웅과 겁쟁이, 문명의 창시자와 파괴자, 왕과 농부,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어머니와 아버지, 희망 가득 찬 아이들, 발명가와 탐험가, 스승과 부패한 정치인, 슈퍼스타와 지도자, 성인과 죄인, 군인과 황제, 햇빛에 떠다니는 먼지의 티끌, 우주라는 거대한 극장의 조그만 무대인 지구’가 아니다.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는 한 마디다.하지만 짧은 것이 능사는 아니다. 공감은 조심스럽게 다가가 손을 오무려 귀에 대고 조곤조곤 전하는 연인의 귀속말 같은 것이다. 독자의 감각과 감정을 끌어내려면 자상하고 농밀한 문장이 필요하다. 소설가 김연수는 ‘우리가 보낸 순간’에서 사랑의 감정은 ‘정말 사랑했었다’라고 개념을 전해선 전달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녀와 함께 걷던 거리, 그녀와 함께 먹던 음식, 그녀와 함께 나눈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기술해야 이해된다는 것이다. 소설가 정유정도 ‘유퀴즈’라는 인터뷰 프로그램에서 ‘완전한 행복’을 쓸 때 ‘시체가 썩어가고 있었다’라고 하지 않고 시체의 냄새, 시체의 모습, 시체의 느낌을 현미경으로 손금보듯 정밀하게 묘사해서 시체를 껴안고 자는 듯한 공포감을 조성했다. 단도직입적 문체의 대가 김훈도 냉이된장국의 맛에 대해 ‘냄비 속에서 끓여 지는 동안, 냉이는 된장의 흡인력의 자장 안으로 끌려들어가면서 또 거기에 저항했던 모양이다. 냉이의 저항 흔적은, 냉이 속에 깊이 숨어 있던 봄의 흙냄새, 황토 속으로 스미는 햇빛의 냄새, 싹터오르는 풋것의 비린내를 된장 국물 속으로 모두 풀어내는 평화를 이룬다’ 라며 문장에 오감을 총동원시켰다.이들의 작문 비법은 뭘까? 정유정은 자신의 상상력을 현장에 적용시키려고 직접 쓰고 그린 사건 일지와 현장 노트를 공개했다. 범인과 형사의 역할을 번갈아 맡아가며 얼키고 설킨 가상의 시간과 장소와 정황을 빈틈없이 연출해서 실제의 사건을 만든 것이다. 소설가 김훈씨도 한 때 기자였다. 1학기 수업을 마치는 날 스토리텔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하루의 흔적을 블로그에 꾸준히 남기라고 했던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2024-07-15 13:56 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브릿지 칼럼] 개인사업자 세금 줄여주는 법인전환과 영업권

㈜감정평가법인 머니플러스 대표이사 윤기호.2023년 국세통계연보 사업자현황에 따르면 개인이 영위하는 일반사업자는 약 520만명이나 된다. 개인으로 사업하는 게 좋은 경우가 있고, 법인으로 전환하여 사업하는 게 더 유리한 경우가 있다. 개인으로 시작했다가 사업이 일정규모 이상이 되면 법인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아마도 세금 부담 때문일 것이다.보통 개인사업자의 과세대상 이익이 1억원을 넘어가게 되면 법인전환을 고려해 볼 만하다. 과세대상 이익이 1억원일 경우, 개인소득세는 약 2000만원인데 비해 법인세는 약 1000만원 정도이다. 개인사업에 비해 법인전환시 1000만원이나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인데, 과세대상 이익이 늘어날수록 이 차이는 더욱 커지게 된다.개인사업자가 법인전환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챙겨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영업권’이다. 법인세법상 규정하고 있는 영업권이란 ‘사업에 관한 허가·인가 등 법률상의 지위, 사업상 편리한 지리적 여건, 영업상의 비법, 신용·명성·거래처 등 영업상의 이점’을 말한다. 법전에 나와 있는 내용을 보면 추상적이지만, 사실 영업활동을 통해 계속적으로 이익이 발생하고 있는 사업이라면 기본적으로 영업권이 존재한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개인사업자가 보유하고 있던 영업권을 전환법인에게 양도하면 개인과 법인 모두에게 유리하다. 개인은 법인으로부터 영업권 가액을 현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는데, 이때 지급받는 금액의 일부에 대해서만 과세되고, 법인은 영업권을 비용처리할 수 있으므로 법인세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소득세법에 따르면 개인사업자가 영업권을 전환법인에 양도하고 그 대가로 받은 금품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는데, 이때 필요경비로 무려 60%나 인정된다. 양도한 영업권 가액의 40%에 대해서만 종합과세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양도한 영업권 가액이 1억원일 경우 종합소득에 합산되는 금액은 40%인 4000만원이다. 나머지 6000만원에 대해서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전환기업에서는 양수한 영업권을 무형자산으로 계상하여 5년간 감가상각할 수 있다.법인세법에서는 적절한 평가방법에 따라 영업권을 평가하고, 그 평가금액을 기준으로 영업권을 양도·양수하는 경우에만 영업권을 인정한다.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에 따르면 1순위(시가 : 특수관계인이 아닌 제3자간에 일반적으로 거래된 가격), 2순위 (감정평가액 : 감정평가법인 등이 감정평가한 가액), 3순위(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른 평가액 : 상속세 및 증여세법 규정을 준용하여 평가한 가액)를 순서대로 적용하여 계산된 금액으로 영업권 가액을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1순위(시가)를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우므로 실무에서는 주로 2순위인 감정평가액을 영업권 가액으로 사용한다. 따라서 법인전환 전에 감정평가법인 등에게 영업권을 감정평가 받은 후, 그 감정평가액으로 영업권 양도·양수를 진행하고 있다.상속 부동산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상속세 신고기한 내 감정평가를 받아야 하듯이, 영업권을 활용하여 절세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법인전환 전에 영업권 평가를 받아야 한다. 법인전환이 이루어진 다음에는 영업권을 활용한 절세전략이 쉽지 않다.㈜감정평가법인 머니플러스 대표이사 윤기호.

2024-07-14 13:50 ㈜감정평가법인 머니플러스 대표이사 윤기호.

[브릿지 칼럼] APS 심포니아의 도전

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아주 가끔 현대음악 작곡가의 창작곡이 연주되는 클래식 공연을 볼 때가 있다. 겨우 한곡 정도지만 귀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어색하고 어렵게 느껴진다. 그럴 때마다 베토벤, 모차르트 등 우리가 사랑하는 작곡가들이 얼마나 위대한지 새삼 감탄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신진 작곡가 발굴은 음악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들이 미래의 베토벤, 모차르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본 클래식 공연에서 국내 작곡가의 국내 초연 작품을 연주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작곡가는 본인의 창작곡에 대한 이야기를 떨리는 목소리로 침착하게 설명했고 지휘자와 연주단원들은 그의 곡을 정성스럽게 연주했다.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고 작곡가의 얼굴은 감격으로 상기돼 있었다. 자신의 음악이 무대에서 연주되는 감동은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이날 연주회는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 챔버오케스트라의 정기 연주회였는데 매년 신진 작곡가 공모전을 열고 상금과 연주 기회를 준다고 했다. 2021년에 시작해 벌써 4명의 작곡가를 선정해 무대에 올렸단다. 국공립 대형 오케스트라에서도 하기 어려운 신진 작곡가 발굴 사업을 민간 단체에서 이토록 진정성있게 진행하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국내외 대형 유명 오케스트라나 해외 콩쿠르에서 입상한 스타 연주자 등을 제외하고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계에서 민간 연주단체가 살아남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 틈 속에서 빛나는 행보로 한국 음악발전을 꾀하는 이 연주단체는 2015년에 창단된 ‘아카데미 열정과 나눔’(APS 심포니아)이다. 클래식 연주단체 답지 않은 이름의 ‘아카데미 열정과 나눔’은 음악에 대한 열정(Passion)을 청중과 함께 나누기(Sharing) 위해 모인 전문 연주자들의 단체(Academy)라는 뜻이다. 매년 8회 이상 연주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신진 작곡가뿐 아니라 한국 작곡가들의 작품을 초연하는 등 ‘현대곡의 현재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APS 심포니아를 이끄는 사람은 비올리스트 겸 지휘자 진윤일이다. 그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모스크바 국립음악원 연구과정에서 지휘뿐 아니라 철학, 음악심리, 연주사 등의 전 과정을 이수한 후 한국인 최초로 비올라 연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6년부터 2013년까지 목포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으로 재직했으며 이후 ‘Passion Sharing’(열정과 나눔) 정신을 모토로 연주단체를 창단했다. 그는 열정과 나눔을 통해 음악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하고 있다. 새로운 작곡가 발굴 프로젝트 뿐만 아니라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ESG를 주제로 한 연주 프로그램, 전통음악과 AI의 협업, 디지털 예술 프로젝트 등 10년의 로드맵을 설정하고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몇 년 전에는 가수 송가인의 어머니로 유명한 국가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씻김굿 전수교육조교 송순단씨를 찾아가 씻김굿에 대한 수업을 받고 클래식과 무가를 융합한 실험적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진 대표는 “예술이 재미를 쫓는 엔터테인먼트와 다른 점은 철학과 주제를 담아 이를 탐구하고 연구해 나가는 것”이라며 “이렇게 메시지를 담은 예술은 청중을 교육시키고 감동 시킨다”고 말한다. 예술단체 경영이 쉽지만은 않을 터인데도 불구하고 겸허하고 꾸준히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 작은 연주단의 행보에서 대한민국 음악계 또 하나의 미래를 보게 됐다.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

2024-07-11 15:44 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

[브릿지 칼럼] 에이지즘의 재구성

전영수 한양대국제대학원 교수사실상 나이가 전부인 사회다. 많이 변했지만, 나이는 한국사회를 통제하는 결정잣대 중 하나다. 잘하든 못하든 연령별 고정관념이 직간접적인 평가기준으로 적용된다. 놀이터에서 경로당까지 서열정리의 만능카드가 나이인 것이다. 특히 한국은 연령사회의 분위기가 짙다. 위·아래가 확실한 유교기반 가족주의 때문이다. 연상·연하의 나잇값에 따른 추월·도태는 곧 파격·자멸을 뜻한다. 중립·중도적인 기준값을 투입해 개인·역량중심으로 논하는 서구권에선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해서 비슷한 후속주자 MZ세대는 불편과 불만 속에 나이규범을 거부하고 저항하기 시작했다.세상이 변하듯 상식도 바뀐다. 이제 연령논쟁은 한국사회의 시대화두가 됐다. 과거 만들어진 연령기반의 상식·역할이 더는 먹혀들지 않아서다. 요컨대 나이는 그대로인데 신체특징과 기대역할은 확연히 달라졌다. 당장 연령통계가 급변한다. 중위연령·기대수명부터 은퇴연령·연금수급까지 변하고 변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정중앙 사람의 나이인 중위연령은 2024년 46.1세로 높아졌다. 1970년 19세였다니 꽤 상향조정된, 즉 늙어가는 사회다. 기대수명은 더하다. 남녀평균 ±88세로 1970년(62세)보다 26세 늘었다. 때문에 환갑은퇴는 불가능 하다. 국민연금 수급연령도 높아질 운명이다. 얼추 작게는 70세 전후까지, 크게는 정년폐지형 평생근로가 표준질서로 채택된다.때문에 나이논쟁은 세대갈등의 불씨로 번지기 십상이다. 연령기준은 그대로인데, 평가내용이 달라져 엇박자는 커진다. 환갑퇴장이 전제된 세대부조형의 사회질서가 곳곳에서 무너져서다. 유지불능 연금개혁부터 고령인구 무임승차까지 희생과 수혜의 교환구조가 더는 먹혀들지 않는다. 불안불안한 건 2025년이다. 한국의 초고령사회 진입원년인 까닭이다. 고령화율(65세↑/전체인구) 20%를 넘기는 파워풀한 늙음속도가 반영된 결과다. 인구피라미드의 본격적인 가분수(▽)화를 뜻한다. 젊음이 늙음을 먹여살릴 수 없다는 의미다. 고정관념은 막히고 제도질서는 깨진다.시대가 바뀌면 질서는 변한다. 그래야 하고, 그럴 수밖에 없다. 구질서를 대체할 신질서를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이때 ‘에이지즘(Ageism)’이 떠오른다. 연령을 이유로 차별하는 걸 뜻한다. 연령을 하나의 기준으로 묶어 특정개념을 완성하는 형태다. 특정연령을 잣대로 대접·역할이 달라지는 차별(?)은 시대변화와 상대감정에 따라 환영 혹은 홀대된다. 가령 경로사상 혹은 노인혐오는 공존한다.고령화가 빠를수록 에이지즘이 심화된다는 연구가 있다. 반대로 고령인구 비율이 높을수록 에이지즘이 약화된다는 분석도 있다. 모순적이나, 공감적이다. 즉 고령복지를 위한 사회부담이 늘면 그들을 향한 불만은 커진다. 동시에 역설적이게 고령화율이 높으면 당사자가 많아져 그들의 목소리가 커진다. 세계최고 속도·규모로 늙어가는 한국사회의 미래단면 중 하나라 눈여겨봄직하다. 요컨대 베이비부머의 은퇴진입은 고령자에의 과격한 공격적 논조가 심화될 타이밍으로 추정된다. 물론 문화요인도 크다. 성공·집착이 강조되는 남성다움도 에이지즘과 직결된다.에이지즘의 재구성은 기대효과가 적잖다. 사회비용을 줄일뿐더러 선입관을 바꾸고 차별·혐오를 덜어준다. 실리적 성과창출은 더 고무적이다. 에이지즘을 바꾸면 새로운 기회가 보이기 때문이다. ‘고령인구=성장산업’의 등식이 그렇다. 노년차별·경로사상 등 늙음지배의 에이지즘은 고령산업의 성장기회를 축소했다. 더는 곤란하다. 뭉뚱거려진 취약인구의 집단최면에서 벗어나는 게 좋다. 변하는 연령패턴에 맞춰 세분화된 욕망과 장기화된 수요를 찾아야 한다. 해외에서는 빠르게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한국적 에이지즘을 주목하고 있다. 에이지즘의 재구성에서 퀀텀점프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전영수 한양대국제대학원 교수

2024-07-10 14:09 전영수 한양대국제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동물의 권리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5개월 동안 고양이와 강아지 11마리를 입양한 후 모두 죽인 20대 남성이 지난 6월 20일 징역형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동물권행동 카라가 전달한 소식에 따르면 이 남성의 동물 살해 동기는 스트레스 해소였다. 애초에 죽일 계획으로 입양했으며 잔인한 방식으로 단기간 내에 자그마치 11마리나 죽였다. 게다가 수사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은 혐의를 고려하면 더 많은 동물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쯤이면 정말 끔찍하고 무서운 일임에도 그 남성은 감형을 받았다. 양형의 적절성, 타당성도 의문이지만 무엇보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학대범의 권리를 동물의 생명보호보다 우선시한 결과라는 지적이다.인간을 공격하지 않아도 위험하다고 여겨질 경우 동물이 사살돼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작년 여름에도 동물농장에 갇혀있다 탈출한 늙은 암사자가 마취총에 맞아 사살됐고 그보다 훨씬 오래 전에는 늑대와 퓨마가 동물원을 탈출해 사살된 일도 있다. 하지만 정당한 이유 없이 동물을 데려와 무려 열 마리 이상을 죽였어도 사람은 그 처벌을 유예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꽤 불편하게 만든다.개를 식용으로 키웠던 만큼 동물에 지배적인 입장이 공고했던 우리 문화지만 지금은 열 가구 중 절반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며 가족만큼이나 친밀한 대상이 됐다. 자연스레 반려동물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보호하는 일이 책임과 의무로 받아들여졌고 동물에게 학대나 고통을 주는 일에 대해서도 민감해졌다. 하지만 이는 반려동물에 한정된 관심일 뿐 주변 또 다른 동물들의 일상은 잘 알려지지 않거나 알아도 나와는 상관없는 듯한 거리감이 있다.공장 농장의 비좁은 배터리 케이지 안에 갇혀 평생 알만 낳다가 죽는 어미 닭이나 주인이 없다는 이유로 학대받거나 생명을 빼앗기는 일이 부지기수인 길고양이들, 평생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돼주어야 해 좁은 우리 안에 갇혀 살아야 하는 짐승들, 수컷이라는 이유로 태어난 당일 분쇄기에 돌려지는 병아리, 죽을 때까지 고통받는 식용견 등은 인간에게 바쳐진 동물의 비참한 삶의 현장이다. 당연한 건가. 그 답이 그리 쉽지는 않다. 동물에 대해 동물권 연구자나 활동가들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한번쯤은 귀 기울여 듣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동물권은 인간이 아닌 동물 역시 인간과 같이 생명권을 지니며 고통을 피하고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 등을 지닌다는 개념이다. 과거에도 동물을 잔인하게 다루면 안된다는 윤리적 관점이 있었으나 이는 인간의 관용을 강조하는 것이지 동물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동물권 옹호 단체는 동물들 역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구성원의 일부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 동물권의 옹호는 결과적으로 인권의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고 본다. 실제로 동물과의 교감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과 동물에게 잔혹한 사람의 심리적 공격성의 위험은 알려진 대로다.동물을 옷의 재료나 실험도구, 오락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개체로서 받아들여야 할지, 동물마다 다른 수준의 도덕적 지위를 부여해 도축의 문제는 허용하는 제한적 관점에서 바라볼지는 아직 분분하다. 하지만 최소한 동물을 잔혹하게 다루는 비윤리적 행동은 사라져야 한다. 이 정도 관용조차 없이 동물과 함께 사는 삶을 영위할 수는 없다.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2024-07-08 14:06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브릿지 칼럼] 3기 신도시 건설 속도내야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정부는 주택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8년, 2019년, 2021년 세 차례에 걸쳐 3기 신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3기 신도시는 남양주왕숙, 하남교산, 인천계양, 고양창릉, 부천대장, 광명시흥 등에 총 30만가구의 주택을 공급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목적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당초 계획은 토지보상과 건축비 급등으로 지연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사전청약도 중지하는 사태에 이르렀다.우리나라는 연간 40만가구의 주택이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시장이 안정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주택시장이 침체되면서 매매가 되지 않자 공급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3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3기 신도시 계획마저 늦어지고 있어 몇 년 후 공급부족에 따른 시장 불안이 재현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3기 신도시 건설은 2~3년 후에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정책이다. 따라서 시장침체와 토지보상 및 건축비 급등 같은 문제와 관계없이 반드시 계획대로 건설돼야 한다. 3기 신도시 건설이 필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먼저, 수도권은 여전히 주택이 부족하다. 현재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을 103%를 넘어서고 있지만 서울의 98%로 여전히 주택이 부족하다. 서울의 주택 부족 문제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주택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3기 신도시 건설을 통해 필요한 주택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또한 서울의 택지고갈 문제이다. 주택이 가장 부족한 서울의 경우 택지고갈로 더 이상 주택을 공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부족한 서울의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규제 완화를 통한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이다. 그러나 재개발·재건축은 대량공급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3기 신도시 건설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그리고 우리나라는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비싸기 때문에 3기 신도시에 싼 가격에 내 집 마련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PIR은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인데, 근로자가 연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비율이다. 일반적으로 3~4년 정도의 연 소득을 모아서 내 집 마련을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서울의 경우 10년을 모아도 어렵다.윤석열 정부의 주거브랜드인 ‘뉴홈’ 나눔형 같이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내 집 마련이 가능토록 3기 신도시에 대량 공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3기 신도시는 지구 지정과 지구계획을 거쳐 2022년부터 사전분양이 시작됐다. 그러나 입주는 2025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계획보다 많이 늦어지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주택이 여전히 부족하고, 서울의 택지 고갈 문제로 대량 공급에 한계가 있으며,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비싸 서민들이 내 집 마련을 하는 데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미래 주거복지 실현과 시장 안정을 위해서 3기 신도시는 반드시 계획대로 건설돼야 한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2024-07-07 14:51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국민연금 운용 독점의 부작용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국민연금공단이 해외주식 위탁운용 비중을 또다시 줄이겠다고 나섰다. 직접운용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이려는 의도여서 운용 독점에 따른 부작용과 폐해가 우려된다. 국민연금의 운영구조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지금까지 기금의 운용이 안정성과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위탁 방식을 중심으로 했기 때문이다. 공단이 운용을 50% 이상 독점하는 구조로 바꾸려는 것은 기금운용의 부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며 공단의 기금운용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안감은 높다. 청년세대는 기금 부실화에 따라 연금을 받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이 크다. 그럼에도 공단은 직접운용 비중을 높이면서 자신들의 단체 이익만을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금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기 보다는 국민의 노후자금 관리의 충실성을 우선시해야 할 것이다.공단이 국민연금을 독점하는 상황에서 운용도 독점하겠다는 것은 과도한 욕심이다. 독점에 따른 폐해가 더욱 커질 것이다. 운용만큼은 선택과 경쟁의 원리에 따라야 공단의 독점구조의 폐해를 줄일 수 있다.직접운용 비중이 계속 높아지는 현상은 공단의 ‘제식구 늘리기’에 따른 현상이다. 모든 정부 조직은 스스로 자신들의 영향력과 조직을 늘린다. 이를 ‘파킨슨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공단도 정부 조직이라 예외가 아니다. 이대로 방치하다 보면, 공단은 50% 이상의 독점구조를 만들고 궁극적으로 100% 독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2002년만 하더라도 공단은 100% 위탁운용이었다. 2011년에 89%로 낮아진 위탁비율을 2017년에 10%포인트 낮추고 7년 만에 또 낮추겠다는 것이다. 공단의 자기증식 과정은 스스로 멈추기 어렵다. 법으로 직접운용 비율의 상한선을 정해놓거나, 국민의 감시가 없다면 조직확대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기금운용본부는 위탁관리와 운용을 분리하여 각각 독립법인으로 구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직접 운용을 하면서 위탁업무를 하다 보니 운용을 독점하려는 의도를 갖게 되는 것이다.공단은 이런저런 이유를 제시하면서 자신들이 직접 운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속셈이 분명하다. 답을 정해놓고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라 의미가 없다. 정부 조직이 돈 투자를 더 잘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것도 억지스럽다.우리나라 기금규모는 매우 크다. 다른 나라 기금이나 국부펀드처럼 장기투자에 따른 이점과 함께 규모의 효과를 갖는다. 이를 고려한다면, 다른 소규모 금액의 투자에 비해 더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유리한 측면을 갖는다. 따라서 위탁사들이 장기투자와 규모의 효과를 갖고 투자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투자환경을 개선해 나가는 노력도 배가해야 할 것이다.국민연금공단은 기금운용의 위탁비율을 낮추기보다 다시 높여 나가야 한다. 또한 직접운용을 위한 직원수 늘리기 보다는 위탁 방식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국민의 노후자금 관리가 공단의 이익보다 우선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2024-07-04 14:27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브릿지 칼럼] 71년 만에 폐지되는 ‘친족상도례’

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27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직계혈족(직계존속과 직계비속)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의 권리행사방해죄는 그 형을 면제하도록 한 형법(2005년 3.31. 법률 제7427호 개정) 제328조 1항(친족간의 범행과 고소)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결정주문에 따라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2025년 12월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위 법률조항의 적용을 중지해야 한다. 개선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심판대상 조항은 2026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친족상도례’는 친족 사이의 재산에 관련된 범죄에 대한 특례를 두어 형을 면제해 주는 제도이다. ‘법은 가족의 문턱을 넘지 않는다’는 법언에 맞춰 강도죄와 손괴죄를 제외한 친족 사이의 재산범죄에 국가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1953년 제정 형법에 도입된 이후 현재에 이르고 있다.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친족상도례’가 적용되는 친족 범위가 광범위하고, 형 면제로 가해자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이 끓임 없이 제기되어 왔다. 호주제가 폐지된데다 현대 사회는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핵가족화되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고 있어, 친족 관계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그 형태 또한 다양해지면서 시대 변화를 반영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을 살펴보면 청구인 김 씨는 지적장애 3급의 장애인으로 삼촌 등을 준 사기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청구인의 동거친족으로서 형 면제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의 불기소처분이 이루어졌다. 또 청구인 김 씨는 계부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으나 청구인의 동거친족으로서 형면제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의 불기소처분이 이루어지자 재정신청을 했다. 그 소송 계속 중 형법 제 328조 제1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각 신청이 모두 기각되었다.청구인 장씨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부친을 대리해 부친의 자녀들을 업무상횡령 혐의로 고소했으나, 직계혈족으로서 형 면제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의 불기소처분이 이루어지자 재정신청을 했다. 더불어 형법 제328조, 제344조, 제361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지만 각 신청이 모두 기각되었다.청구인 최 씨의 경우 동생과 그 배우자를 청구인의 어머니(망인)명의 예금 횡령 혐의로 고소했으나,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로서 형 면제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불송치 결정이 되자 형법 제328조 제1항에 대해 이 사건에 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로마법 전통에 따라 ‘친족상도례’의 규정을 두고 있는 대륙법계 국가들의 입법례를 살펴보더라도, 일률적으로 광범위한 친족의 재산범죄에 대해 필요적으로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 유무에 관계없이 형사소추할 수 없도록 한 경우는 많지 않다. 그 경우에도 대상 친족 및 재산범죄의 범위 등이 우리 형법이 규정한 것보다 훨씬 좁다.법과 현실의 괴리 현상을 좁힐 수 있도록 국회는 하루빨리 ‘친족상도례’ 조항에 대한 보완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대상 범위를 가족공동체의 최소 단위인 부모, 자녀 등으로 좁히거나 피해자의 처벌 의사를 존중하는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 규정을 두는 등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기 바란다.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

2024-07-03 13:21 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

[브릿지 칼럼] 셀럽 연좌제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아버지 수난시대’다. 아니다. 오히려 딸, 아들의 십자가 행군이 아닐까? 아버지의 위엄, 권위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유명 연예인·운동선수를 딸, 아들로 둔 일반인 부모를 향한 미디어, 대중의 관심 및 비난이 드세졌다. 골프 여제 박세리가 친아버지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고소하면서 가족 내부의 갈등을 눈물로 호소하는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어 세계적 축구선수 손흥민의 부친 손웅정 감독이 축구아카데미에서 아동교육생에게 가혹행위를 저지른 의혹이 세간의 도마 위에 올랐다. 또한 인기MC 박수홍이 친형의 횡령 재판에서 아버지와 대립하기도 했다. 이 모든 잡음은 셀럽이 아니라 가족이 저지른 잘못이었다. 하지만 미디어와 대중은 마치 셀럽 본인의 문제처럼 확대 재생산했고 해명이 필요한 상황까지 발생했다. 그들은 온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걸까?“법은 문지방을 넘지 못한다”는 로마시대 법언에 따른 형법상 친족상도례 규정 마저 헌법불합치로 내몰린 오늘날, 전통적 가족의 개념과 사회적 의미는 꽤 달라졌다. 그만큼 가족 개개인은 독립적 개체로 존중돼야 하며 법률적·도덕적 책임의 공유를 강요할 수 없다.박세리가 아니었다면 기자회견까지 열어서 아버지의 채무 관계를 해명해야 했을까? 손흥민의 아버지였기에 거액의 합의금 운운하는 녹취록이 미디어에 노출됐다. 박수홍의 재판이 아니라면 아버지의 친족상도례 규정 악용 시비를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결국 이는 연예인이 공인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문제다. 정치인, 고위관료 등 공적인 업무 수행자는 공인에 해당하므로 자신의 가족 및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시시비비까지도 세간의 입에 오르내릴 수 있다. 미디어의 검증·비판 의무, 국민의 알 권리가 공인과 그 가족의 명예, 프라이버시보다 우선시되기 때문이다.그러나 공적 영역과 직접 관련 없는 연예인, 운동선수에게도 그에 버금가는 법률적·도덕적 잣대가 요구되고 있다. 셀럽들 본인에 대한 사생활이 아니라 가족과 그 주변인의 스캔들이나 지극히 개인적인 가족사까지 검증하거나 지나친 관심을 기울이는 관행은 한참 잘못됐다. 자극적·선정적인 콘텐츠로 돈만 벌려는 일부 유튜버들의 무책임한 행태만이 아니다. 이를 비난하고 바로 잡아야 할 정통 미디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 언론이 책임감 없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내용만 부각시키고 있다. 레가시 미디어를 포함해 영향력 높은 미디어가 언론의 사명과 책임을 통감한다면 절제된 취재와 신중하고 균형감을 갖춘 보도 방향으로 공인과 공인이 아닌 사람을 구별해 다뤄야 한다.현실적으로는 돈이 걸려있다. 셀럽들이 체결한 광고계약 또는 각종 출연계약상 ‘품위유지’ 조항이 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자신의 귀책사유 없이도 가족 문제로 인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게 되면 위약금이 발생할 여지가 생기고 향후 광고 또는 대외적 활동을 전개함에 있어 막대한 지장을 받기 때문이다.호부호형을 허하는 주체는 미디어도 아니고 대중도 아니다. 로마 법언처럼 법 뿐 아니라 미디어, 대중도 집안의 문지방을 넘지 말아야 한다. 호부호형 하든 호가호위 하든 이는 셀럽과 그 가족의 선택이다.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24-07-01 14:40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브릿지 칼럼] 빅맥 상표는 닭고기 버거에는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하다?

전소정 변리사맥도날드의 ‘빅맥’ 상표는 그야말로 유명상표다. 유명상표일수록 상표권의 범위는 확장되기 마련인데 최근 유럽에서의 빅맥 상표권 분쟁의 결과는 다소 의외다. 2017년부터 시작된 이 분쟁은 아일랜드 내 100여곳 매장을 운영하는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인 ‘수퍼맥’이 유럽에 상표권을 등록하려 하자 맥도날드가 ‘빅맥’과 혼동될 수 있다며 이의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그런데 최근 유럽일반법원(EGC)은 맥도날드의 ‘빅맥’ 상표권은 소고기가 들어간 메뉴에 한해서만 인정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바꿔 말하면 소고기가 아닌 닭고기가 들어간 메뉴(버거 포함)라면 빅맥이라는 이름을 써도 된다는 것이다.우리나라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1호는 ‘수요자들에게 현저하게 인식되어 있는 타인의 상품이나 영업과 혼동을 일으키게 하거나 그 식별력 또는 명성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상표’는 등록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즉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저명상표의 경우 유사한 상품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영업에 혼동을 일으키게 하거나 식별력 또는 명성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다면 그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는 등록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상표법에만 있는 규정은 아니고 세계적으로도 저명상표에 대한 보호 규정 및 제도는 따로 두고 있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을수록 보호를 잘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보편적인 사실이다.하지만 유럽 빅맥 상표 분쟁은 우리에게 다른 측면에서의 보호도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만일 유명상표라는 이유로 해당 상품에는 사용한 적도 없는데 그 상품에 대해서까지 지속적인 효력이 미친다고 한다면 진정한 사용 의사가 있는 자를 보호한다는 상표법의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 큰 기업일수록 사용하지도 않는 상표들을 방어표장이라는 이유로 등록해 두거나 지정상품도 현재 사용 범위보다 훨씬 더 확장해서 상표등록을 받아두는 경우들이 허다하다.유명상표의 사익을 보호하는 취지에서는 이들의 신용에 편승하여 부당한 이익을 편취하려는 자들의 행위를 예방하고 금지하는 것이 옳다할 것이나, 누구나 상표를 선택해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공익적 측면은 다소 훼손되고 있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포괄적 지정상품의 지정을 지양하고, 구체적인 범위를 지정하도록 하는 심사가이드라인이 정해지고 있다. 유럽법원의 ‘빅맥’ 판결과 유사한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예를 들어 이전에는 제9류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만으로도 상표 등록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게임용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처럼 용도를 한정하여 출원하도록 하는 것도 사용 의사 없이 등록만 유지하여 일반수요자의 상표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권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상표법은 상표 사용자의 사익적 측면과 시장의 공익적 측면을 함께 고려하는 것을 추구한다. 유명상표에 대해서도, 상표 출원 시 상품을 지정함에 있어서 심사 단계에서부터 공익과 사익을 균형을 고려하여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럽 법원의 ‘빅맥’ 상표 사건처럼 의아하지만 의미 있는 판결과 사례들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전소정 변리사

2024-06-30 13:38 전소정 변리사

[브릿지 칼럼] 혁신기업에 대한 가업상속세 감면효과

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기업 승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가업상속공제제도 개편이 공식화됐다. 지난 5월, 정부는 최대주주 20% 할증 평가 폐지, 가업상속 공제 대상 한도 확대 등 여러 방안을 두고 의견 수렴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의견 수렴 뒤 개정 방안이 확정되면, 올 7월에 발표될 세법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상속세 관련 제도는 20년 이상 별다른 개편 없이 유지되면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과도하게 커졌다는 문제 의식에서 비롯됐다.최근 정부와 국민의힘은 상속세와 관련해 배우자·자녀 공제를 비롯한 인적공제와 일괄공제 금액을 인상하고,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을 확대키로 의견을 모았다. 아울러 과세표준 구간과 최대주주 할증 과세 재검토, 공익법인 부담 완화 등도 동시에 추진된다.가업상속공제제도는 일반적인 상속과 달리 가업 상속 시 공제 혜택을 줌으로써 상속세 부담으로 기업이 소멸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도입됐다. 그러나 공제 혜택을 받기 위한 사전 및 사후요건이 까다로워 활용 실적이 매우 낮은 실정이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가업상속공제 대상 중소기업 76만2천개 중 가업상속공제제도를 활용한 기업은 110개에 불과할 정도로 저조했다.국내 기업 경영자들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 제도 보완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공시대상기업 중 경영자 연령이 60세 이상인 기업은 전체의 79.5%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가업상속세제 개편을 공식적으로 이슈화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정부가 가업상속세 완화 방안을 마련한다 해도 시행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상속세를 완화하려면 상속·증여세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거대 야당이 ‘부의 대물림’, ‘부자 감세’라는 논리를 내세워 완강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이 같은 반대 주장에 부딪힌다면, 우선적으로 혁신기업을 대상으로 상속세율을 인하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혁신기업에 대한 상속세율 인하는 기업들로 하여금 연구개발투자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훨씬 더 큰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최근 발표된 파이터치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혁신기업에 대한 상속세율을 100% 감면했을 경우 실질국내총생산(GDP)과 일자리가 각각 6조원, 3만개 증가하고, 혁신기업수와 총혁신투자도 각각 0.52%, 0.51% 느는 것으로 나타났다.주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혁신기업에 대한 상속세율을 인하하면, 혁신기업 자본 한 단위를 자식에게 더 물려줌으로써 얻는 한계효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혁신기업은 자본을 더 늘리게 된다. 혁신기업의 자본량이 증가하면, 혁신기업의 노동 수요량·재화 생산량·이윤도 는다. 혁신기업의 이윤이 증가하면, 혁신기업가가 되기 위한 진입비용(기술비용, 행정비용 등)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가가 는다. 이에 따라 혁신기업수와 총혁신투자가 증가한다.이처럼 혁신기업에 대한 가업상속세를 감면하면 경제 전체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불러온다. 따라서 부의 대물림이라는 반대 주장을 설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혁신기업에 대한 상속세를 우선적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

2024-06-28 06:35 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

[브릿지 칼럼] 섬 살아숨쉬는 '섬박람회' 꿈꾸며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여수세계섬박람회가 2026년 9월 5일부터 11월 4일까지 여수에서 열린다. 섬박람회 주최 측은 지난 11일 여수엑스포에서 박람회 성공 개최를 위한 대대적인 결의 대회를 했다. 하지만 섬박람회를 우려하는 여수 시민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이들은 “섬 박람회가 도대체 뭐 하는 행사냐”, “주 대상층을 모르겠다”, “섬박람회에 섬과 섬사람들이 없다”며 우려한다.박람회(博覽會)의 사전상 의미는 농업·공업·상업 등에 관한 온갖 물품을 진열·전시해 생산물의 개량 발전 및 산업의 진흥을 꾀하는 행사다. 이런 취지로 보자면, 섬박람회는 실제의 섬을 전시하고 진흥을 꾀해야 하는데, 섬을 한군데 모아 전시관을 만들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섬박람회 주최 측이 용역사 수주 등을 거쳐 확정한 종합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주 행사장인 진모지구에는 최첨단 IT 기술을 활용한 8개 전시관 등이 신설된다. 그 외에 실제 섬인 금오도와 개도가 박람회 부행사장으로 활용된다.그런데 섬박람회의 기본계획은 행정안전부가 매년 주최하는 ‘섬의 날’(8월 8일) 행사와 구성면에서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2022년 8월 개최된 ‘제3회 섬의 날’ 행사는 ‘섬, 대한민국을 띄우다’라는 주제로 군산 새만금컨벤션센터와 선유도 해수욕장 부근에서 진행됐다. 홍보 전시관은 주제관, 섬정책관, 섬지자체관, 섬특산물판매관, 공연장, 휴게공간, 푸드트럭 등으로 이뤄졌다. 매년 ‘섬의 날’ 행사 성공을 위해 행안부와 해당 지자체는 유명연예인 등을 홍보대사로 내세우며 대대적인 홍보를 했지만, 행사장은 썰렁했다. 여수섬박람회 측이 주의 깊게 봐야 할 대목이다.여수시는 지난해 잼버리 사태 이후, 박람회 개최 시기 변경을 추진해 행안부로부터 승인받았다. 당초 2026년 7월 17일~8월 16일이던 박람회 기간은 9월 4일~11월까지로 바뀌었다. 개최일 수가 두 달로 늘어나면서, 목표 관람객 수는 200만명에서 300만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종합기본계획에는 변화가 없다.섬박람회 측은 지난달 ‘섬박람회 킬러 콘텐츠 발굴을 위한 섬 기관·단체 토론회’를 실시한 바 있다. 이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여수에는 365개의 유·무인도가 존재하는데 섬 박람회에 ‘섬과 섬사람들이 빠져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물리적 한계로 최첨단 디지털화된 전시관 운영이 불가피하더라도, 박람회장을 찾는 사람들이 섬의 다양성과 생태성을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여수에는 금오도와 개도 외에도 거문도, 추도, 손죽도, 연도, 안도, 하화도 등 아름다운 유인도들이 많다. 풍광과 생태가 뛰어난 이들 섬에는 이미 둘레길 등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다. 이 중 한 곳에 어싱(earthing)길을 조성하고, 여수의 섬과 바다를 국민 누구나 찾을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 목표치인 9만명의 외국인 관광객들도 전시관 체험에만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많은 국민이 섬박람회와 여수의 섬을 찾게 하는 방법은 박람회 입장권 구매자들에게 여객선비를 무료로 할인해 주는 것이다. 진모지구에 박람회장을 별도로 건설하는 대신 기존 세계박람회장을 활용하고, 섬박람회 취지에 맞지 않은 일부 전시관을 없앤다면 비용 충당은 충분하리라고 본다. 여수세계섬박람회의 성공을 위해서는 그만큼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과감한 결단력이 필요하다.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2024-06-26 14:04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브릿지 칼럼] 스킬 이코노미의 시대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MBA(경영대학원) 시대가 지났다. 미국의 교육회사 와일리(Wiley)가 151명의 학장, 의장, 행정관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하버드대, MIT, 예일대, 다터머스대 등 글로벌 대학 61%는 등록 감소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미국 상위 100개 MBA 프로그램 중 10~20%가 향후 몇년 내에 폐쇄될 가능성이 높으며 2등급 및 3등급 학교에서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된다. MBA 학위를 취득해도 취업은 여전히 어렵다. 하버드대의 경우 졸업 후 3개월 이내에 직장을 구하지 못한 MBA 졸업생 비율은 2021년에 8%에 불과했지만 2023년에는 20%로 급증했다.MBA 명성이 떨어진 이유는 뭘까? 경영대학원에서 배우는 것과 업계에서 요구하는 것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다. 그들 중 상당수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MBA 학위에 매료돼 자신이 뭔가 특별하다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오늘날의 디지털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20세기 공업과 자동차 분야 기업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MBA 학위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특히 2023년 글로벌 화두로 등장한 생성형 AI는 새로운 역량을 요구하게 됐다. 이러한 변화의 환경에 따라 정부 기관은 물론 IBM, 구글, 월마트에서도 스펙이나 학위 요건을 없애고 경험과 스킬을 강조하는 구조로 채용 방식을 바꿨다. 이는 역사적으로 고스펙, 고임금에 접근할 수 없었던 영역에 비학위 인력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의 장이 평준화되고 있는 것이다.바야흐로 ‘스킬 이코노미’(Skills Economy)의 시대다.‘스킬 이코노미’는 기업과 개인이 직업적 가치와 성공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 의하면 전 세계 기업 중 87%가 현재 기술 격차를 경험하고 있거나 향후 5년 내에 이러한 격차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스킬 이코노미’ 시대에는 인재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자격증이나 학위, 직위, 일반지식 등의 ‘인지능력’(Cognitive Ability)이 아닌 ‘증강 지능’(Augmented Intelligence)을 강화해야 한다.지난 2017년 한국고용정보원이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쉬운 인간의 능력이 무엇인지를 조사한 결과 2025년을 기준으로 인공지능이 기술적으로 가장 대체하기 쉬운 인간의 업무 능력은 ‘업무기초능력’ ‘인지능력(기억력, 판단력, 언어능력)’이었다. 반면 대체가 가장 어려운 능력은 ‘기술 능력(증강 지능)’이었다.인공지능은 인간의 개입 없이 작동하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만 증강 지능은 인간과 협업하고 제안을 통해 인간의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미국의사협회(AMA)가 의료분야에서 증강 지능을 발휘한 의사 1081명 중 65%가 생성형 AI를 활용함에 있어 이점이 있다고 응답했다.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딜로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스킬 이코노미’ 기반 조직은 인재를 효과적으로 배치할 가능성이 107% 더 높고 혁신할 가능성이 52% 더 높으며 변화를 예측하고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57% 더 높다고 나타났다.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2024-06-24 14:09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 칼럼] 국민의힘 전당대회, ‘어대한’일까 ‘어대윤’일까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전당 대회 대진표가 사실상 결정되었다. 7월 23일까지 한 달여 남은 시간동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의원, 윤상현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4파전이다. 그렇지만 전당 대회 무게 중심은 한동훈 전 위원장에게 쏠려 있다. 한 전 위원장은 총선에서 함께 했던 당직자들이나 의원들과 식사 자리를 가졌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뿐 그동안 ‘은둔의 시간’을 가졌다. 가끔 서울 서초구 양재도서관 열람실을 찾아 책을 읽으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사인을 해주는 모습이 목격됐고 총선 유세 때 즐겨 착용했던 운동화를 신고 골전도 이어폰을 낀 채 공공 도서관을 찾은 모습이 시민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층 여론은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쪽으로 크게 쏠려 있는 판세다.한국갤럽이 뉴스1 의뢰로 지난 14~15일 실시한 조사(전국1008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 10.4%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누가 국민의힘 대표가 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은 질문에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선 한 전 위원장이 다른 주자를 크게 앞섰다.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답한 이들 중 59%는 한 전 위원장을 차기 국민의힘 당 대표로 지지한다고 답했다. 2위는 11%를 얻은 원희룡 전 장관이다. 나경원 의원(10%), 안철수 의원(7%), 유승민 의원(6%)이 뒤를 이었다. 국민의힘 전당 대회 룰은 당원 80%, 국민여론조사(국민의힘 지지층 및 무당층 대상) 20%로 결정된다. 당원들 여론이 국민의힘 지지층 여론과 아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고 추정한다면 ‘어대한’은 현실이 된다.그러나 ‘어대한’에 대한 반발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한 전 위원장의 전당 대회 출사표에 대해 당내에서 한 전 위원장과 가장 크게 대립각을 세운 인물은 이철규 의원이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검찰 중간간부에 불과하던 사람”, “윤석열 대통령과 제일 가까우신 분이고 오랫동안 함께해 왔고 제일 큰 수혜를 받으신 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당 안팎에 한동훈 대세론이 형성돼 있다는 질문을 받고 “당원들을 모욕하는 말”이라며 “표심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일부 언론에서 몰아가는 하나의 프레임이라 생각하고, 선거의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했다.삭제가 되기는 했지만 ‘진중권 교수, 김경율 전 비대위원, 함운경 국민의힘 마포을 당협위원장, 신지호 전 의원 등이 한 전 위원장의 조언 그룹’이라는 기사가 나오면서 한동훈 전 위원장 주변에 좌파 그룹이 있다는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 전 위원장과 이름이 거론된 인사들은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전당 대회 등판을 둘러싼 갈등은 점입가경이다. 친윤파(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와 친한파(한 전 위원장을 지지하는 세력) 사이의 첨예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윤석열 대통령과 관계를 비롯해 숱한 혼란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총선 패배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한동훈 전 위원장이 앞으로 한 달여 남은 전당 대회의 주요 인물로 우뚝 선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강력한 팬덤 지지층의 존재’다. 정치는 당위가 아니라 현실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총선 패배로 사라지면서 보수의 기대 중심이 한동훈 전 위원장에게로 옮겨갔다. ‘이재명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윤 대통령과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도 한동훈 대세론의 이유다. 그렇다고 출마를 앞두고 인사 차원일망정 윤 대통령에게 전화로 신고식을 했던 한 전 위원장을 윤 대통령과 완전히 분리하기도 타당하지 않다. 어떻게 보면 출마하는 후보 모두 어차피 대표가 되더라도 윤 대통령과 관계를 의식해야 하는 ‘어대윤’ 후보들이다.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024-06-23 13:48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