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조국의 여전한 숙제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입력일 2024-03-11 13:50 수정일 2024-03-11 17:28 발행일 2024-03-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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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사진)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4월 10일 실시될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의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바로 조국 전 장관이다. 조국 전 장관은 이미 알려진 대로 자녀 입시 의혹과 청와대 민정수석 근무시절 업무 관련 의혹으로 기소됐고 재판에서 2심까지 법정 실형을 선고받으며 대법원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3일 조 전 법무부 장관을 초대 당 대표로 선출했다. 조 대표는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저는 지난 5년간 무간지옥 속에 갇혀 있었다. 온 가족이 도륙되는 상황을 견뎌야 했다”며 “피와 땀으로 지켜온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파괴하는 윤석열 정부의 역주행을 더는 지켜볼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건너야 할 강은 검찰 독재의 강이고 윤석열의 강”이라며 “오물로 뒤덮인 윤석열의 강을 건너 검찰독재를 조기에 종식하고 새로운 조국을 만들어갈 비전과 정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너야 할 강은 ‘조국의 강’이 아니라 ‘윤석열의 강’임을 분명히 했다. 조국 대표는 정치 출사표에서 ‘자신은 억울하고 타도 대상은 윤석열 정부’라고 강조했는데 과연 여론도 조국의 조국혁신당에 대해 그렇게 판단하고 있을까.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자체적으로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4.4%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국민의힘 37%, 더불어민주당 31%로 나왔다. 두 정당이 모두 직전 조사보다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 속에서 조국신당은 6%로 제 3지대 정당 중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 놀라운 점은 지역별로 볼 때 호남에서 11%의 두 자릿수 지지율을 받으며 민주당 다음으로 지지를 많이 받는 정당으로 우뚝 올라섰다. 조국혁신당이 매우 약진한 결과로 나오지만 연령별로 볼 때 반응은 사뭇 다르다. 20대는 조국혁신당을 선택하지 않았고 30대에서는 1%를 기록했다. 자녀 입학 문제로 얼룩졌던 조국 대표의 이미지 탓인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국혁신당은 2030 MZ세대 그리고 학생층에서 매우 취약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조 대표가 정치권에 뛰어들고 말지는 본인의 자유의사 결정이지만 정치적으로 평가하고 해석하기 이전에 조 대표의 혐의는 엄중했고 태도는 매우 실망스럽다. 입시 비리 및 감찰 무마 등 혐의로 기소된 조국 대표는 지난 2월 8일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1·2심 법원은 조 대표가 딸과 아들의 입시를 위해 허위 인턴십 확인서와 체험활동 확인서를 제출해 국내 대학의 입학 업무를 방해한 혐의, 아들의 온라인 시험을 도와줘 미국 조지워싱턴대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조국 사태는 교육·입시와 관련한 공정성·정직성의 문제를 뜨거운 쟁점으로 끌어올렸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보듯이 20대(만18세 이상)과 30대 그리고 학생층은 조국 대표가 견인하는 조국혁신당에 대해 매우 냉소적이다.

조 대표는 딸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장학금을 받은 게 청탁금지법 위반이라는 혐의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무마한 혐의도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 역시 공직자 도덕성과 권한 남용을 경계하는 차원에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법적 평가다. 조 대표는 여러 차례 사과를 표명했지만 ‘정의’을 남보다 앞서서 외쳤던 조국 대표의 옛날 행적을 기억하는 유권자라면 어리둥절할 뿐이다. 대실망하고 급분노했던 민심에 대해 결자해지가 우선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