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새문안通

[새문안通] 살인, 불륜, 학폭 보다 해로운?

한 목사가 감리교회 재판정에 섰다. 2019년 8월 인천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의 축복을 비는 기도를 했다는 이유였다. 성소수자 축복이 교단 헌법인 ‘교리와 장정’이 범과로 정한 ‘동성애를 찬양하거나 동조하는 행위’에 해당된다는 판단 하에 진행된 감리교회 재판에서 해당 목사는 가장 무거운 수위에 해당하는 정직 2년 처분을 받았다. 22일 열릴 예정이던 그에 대한 항소심은 기독교대한감리회 총회 재판위원회의 ‘재판 비공개’ 고수와 해당 목사의 ‘공개 재판 권리 보장’ 요구로 급기야 연기됐다. 그 대단한 밴드 퀸과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행보를 따르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동성 키스신은 방송을 타지 못했다. “가족 정서를 고려한” 방송사의 배려(?)에 잘려나가거나 모자이크 처리됐다. “지나치게 폭력적인 장면이나 흡연 장면을 임의로 편집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해명도 있었다.같은 방송사에서 방영을 시작해 시청률 고공행진 중인 금토 드라마는 첫회부터 살인, 불륜, 집단 따돌림과 학폭 등으로 꽉 채워졌다. ‘가족 정서의 고려’는 성소수자에 한해 적용되는 기준이며 성소수자의 키스 장면은 이성애자들의 살인, 불륜, 복수, 학폭 등 보다 폭력적이고 해롭다는 의미로 오해하기 십상인 행보다.국내 최초로 개인전을 진행 중인 로버트 메이플소프는 1970, 80년대 성소수자, 여성, 유색인종에 대한 문제를 예술로 승화시키고 쟁점을 야기해 담론을 형성했던 작가다. 대다수는 불편하게 여길지도 모를 그의 개인전을 처음으로 준비하면서 관계자들은 “각오를 단단히 했다”고 털어놓았다.외면하고 없는 취급을 한다고 ‘존재하는 이들’과 ‘문제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들이 이 사회의 구성원이며 누군가의 가족이며 연대하고 목소리를 낼 권리를 가진 사람이다.-美-

2021-02-23 14:03 새문안通

[새문안通] 위기의 미얀마 민주주의

‘아웅 산 수지 여사의 나라’ 미얀마의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 수지 여사에 대한 평가는 논란이 있지만 그는 미얀마 군부독재에 대한 저항운동을 이끈 정치지도자로서 끝없는 투쟁 끝에 마침내 승리를 거두었고, 1991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미얀마는 지난 1962년 네윈이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 군부 내에서 쿠데타가 잇따르며 무려 53년 동안 군부의 지배를 받았다.이 같은 군부의 철권통치 속에서 수지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그리고 미얀마 국민들의 민주화 투쟁으로 마침내 지난 2015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군사 정권 시대는 완전히 종식되지 않았다. NLD는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군부권력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고 군부와 권력을 분점해왔다. 반세기 동안 미얀마 사회 곳곳을 지배해온 군부는 지난 5년간 문민정부와 ‘불안한 동거’를 하는 동안 입지가 축소됐다.더구나 지난해 11월 치러진 총선에서 NLD는 전체 의석의 83%를 석권했다. 미얀마 문민정부 2기를 시작하는 총선에서 수지 여사가 이끄는 NLD가 압승함으로써 군부는 위기감을 느꼈다. 그래서 군부는 선거 이후에 유권자 명부가 1000만명 이상 실제와 차이가 있다며 부성선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벼랑 끝에 몰린 군부는 문민정부 2기를 시작하는 지난 1일 의회 개원일 새벽에 쿠데타를 일으키고 수지 여사와 윈민 대통령 그리고 정부 고위 인사들을 구금시켰다. 군은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비상사태가 끝나면 다시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군의 이 같은 약속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미얀마 국민들은 군부의 쿠데타에 맞서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얀마에 다시 민주화의 봄이 오길 기대한다.哲

2021-02-16 13:03 새문안通

[새문안通] 진화하는 시위만큼 거리두기도 진화해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영업제한이 장기화하면서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8일 새벽 0시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 사회적거리두기 연장과 오후 9시 영업제한으로 생존의 한계상황까지 내몰렸다”며 “안전성을 입증한 업종은 영업제한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비대위는 “업종간 형평성과 합리성이 무시된 획일적인 영업시간 제한은 폐지돼야 한다”며 “방역 기준 조정을 위해 ‘방역 기구 조정 협의기구’를 요청했지만 당국은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그런데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정부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시위 방식이다. 정부 대책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밤 0시에 PC방에서 기자회견을 여는가 하면, 10일까지 사흘간 오후 9시 이후 손님을 받지는 않지만 간판과 가게 내부에 불을 켜놓는 방역불복 개점시위를 진행한다고 한다.폭력적이지 않고 코로나19 전파의 위험이 없이 정부의 대책에 대한 불복종의 뜻을 밝히기 위한 자영업자들 나름의 고육지책인 셈이다. 하물며 자영업자들도 이처럼 시위방식을 고민하는 데 그동안 정부의 방역대책은 지난해 연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선포 이후 너무 안이해 보인다.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후 확진자는 교회(21%), 회사(16%), 가족·지인(12%)을 통해 많이 발생했다. 반면 현재 고강도 규제를 받는 실내외 체육·공연시설(2.4%), 식당·카페, PC방·오락실(0.4%), 노래방(0.1%)에서 발생한 감염의 비중은 크지 않다.이같은 상황에서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영업제한을 몇 달째 고집하는 것은 방역당국의 정책적 세심함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보인다. 자영업자들의 시위방식이 진화하는 만큼 정부의 방역대책도 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 -

2021-02-09 14:30 새문안通

[새문안通] 포퓰리스트 서울시장, 노땡큐

이번 보궐선거로 38번째 서울시장이 나온다. 그동안 서울시장 85년 역사에는 이명박, 고건, 조순, 양택식, 장기영 이기붕, 윤보선 등 알만한 사람들이 많지만 정작 초대 시장은 알려져있지 않다. 그가 정치적이지 않아서였을까?초대 서울시장은 김형민으로, 1946년 경기도에 편입돼있던 한성부 부윤 자리를 맡으면서 시작된다, 그는 취임 2개월 후 과거 잔재를 없애기 위해 한성부를 경기도에서 분리해 이름을 서울이란 순 한글로 바꾸고 특별시로 만들었다.당시 석유상이였던 김형민의 나이는 39살이다. 전북 익산 출신인 그는 일찍이 미국에 유학해 독학으로 대학원까지 졸업했다. 그런 인연으로 해방 후 미 군정 시절 당시 하지 사령관 권유로 서울시장 자리에 오르게 된다. 처음 수차 거절하다가 일제 잔재를 지우면서 봉사하겠다는 생각으로 부윤 자리를 맡았다. 김형민 시장은 서울시로 이름을 바꾼 것 외에도 일본식 도로 이름인 정(町) 대신에 을지로, 율곡로, 세종로, 충무로, 충정로 등 지금 사용하고 있는 도로 이름으로 바꿨다. 충무로의 당시 지명은 혼마찌(本町)다. 퇴계로는 소화마찌(昭和町)로 일본 연호에서 따온 도로명이다.우리 역사 속 위인들을 도로명으로  되살린 것이다. 이순신, 이이, 이황, 을지문덕, 민영환, 원효, 정도전 등등.그는 1948년 미 군정이 끝나고 대한민국 정부가 들어서면서 스스로 물러나 석유상사인 삼일사 사장으로 돌아갔다.얼떨결에 맡은 시장자리였지만, 짧은 시간에 일제의 잔재를 털어내는 역사에 남는 일을 했다. 요즘 일제 적폐청산이니 하며 생색내기 요란을 떨고 있지만, 옛 부터 많은 정치인들은 생색내지 않고 묵묵히 그런 일들을 해왔다. 이번엔 소리 없이 일하는 포퓰리스트가 아닌 서울시장이 나오길 바란다.- 榮 -

2021-02-02 14:09 새문안通

[새문안通] 코로나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난 20일은 코로나19 확진자가 한국에서 발생한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을 송두리째 바꿨고 국민 대다수, 특히 자영업자에게 고통을 준 시간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진행형이다. 백신 접종이 곧 시작된다고는 하지만, 집단 면역의 효과가 발생하기까지는 아직도 상당한 시간이 남아 보인다.하지만, 지난 1년은 한국에게 기회의 시간이 됐다. 블룸버그는 수출 호조세와 코로나19 방역 효과에 힘입어 한국의 지난해 1인당 국민 총소득(GNI)이 사상 최초로 G7 수준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했다. 물론, 국민 소득만 높다고 강대국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얼마 전 무디스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를 통해 한국에게 미국(2등급), 일본(3등급)보다 높은 1등급을 부여해 한국 사회의 건전성을 높게 평가했다. 소득은 물론 사회 지표까지 글로벌 리더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중진국에서 선진국 대열로 올라서는 사례는 쉽게 볼 수 없다. 중진국은 시행착오를 겪기보다는 선진국의 사례를 모방해 빠르게 성장하는 전략을 택한다. 하지만, 국가가 성장할수록 벤치마킹할 나라는 점점 줄어들게 된다. 베끼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근세기 누구도 겪지 못했던 코로나19 시대라면 더 하다. 선례가 없다. 이때 그 나라의 능력과 수준이 나온다.문제는 심각한 양극화로 국민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마지막 퍼즐이다. 정부의 부양책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역할도 중요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우리 경제를 지켰던 것은 기업의 수출이었지만, 반대로 기업은 최대 수혜자이기도 하다.그러나 기업은 방어적인 모습만 보인다. 지난해 500대 기업의 기부금이 3분기 기준으로 전년보다 9% 줄었고,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는 그룹이 늘면서 채용도 빗장을 걸고 있다. 경영환경이 회복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잊지 않았나 안타깝다.-運-

2021-01-26 14:20 새문안通

[새문안通] 존댓말

나이 순? 계급 순? 우리 말은 경어체와 ‘존댓말’(높이는 말)이 발달했다.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구분이 명확하다는 의미도 된다. 나이 적다고 반드시 아랫사람은 아니다. 조직에서 계급(직급)이 높으면, 그게 윗사람이다. 연장자와 직급 높은 사람에게 존댓말을 사용하는 게 보통이다.한편으론 ‘반말’도 발달했다. 다른 사람을 눈앞에 두고 ‘야’라고 부르는 순간 이미 언어적 계급이 형성됐다. 반말은 하대의 의미를 갖는다.교통이 발달하지 못한 시기, 생활의 터전은 좁았다. 태어나면서부터 보고 자랐던 어른과 관계 속에서 살아왔다. 존대와 하대는 일상이다.최근 군에서 ‘존댓말’을 놓고 시끄럽다.남영신 육참 총장은 최근 주임원사들과 가진 화상회의에서 “나이로 생활하는 군대는 아무 데도 없다. 나이 어린 장교가 나이 많은 부사관에게 반말로 명령을 지시했을 때 ‘왜 반말로 하냐’고 접근하는 것은 군대 문화에 있어서는 안된다”고 했다.그러자 나이 많은 주임원사 일부는 인권위에 남 총장의 발언에 대해 진정을 냈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남 총장이 장교는 부사관에게 반말을 해도 된다고 말해 인격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상명하복 조직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걸 보면, 참 요즘군대 편해졌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고 존댓말과 반말을 옹호한다는 의미는 아니다.사실 존댓말은 소통을 가로 막는다. 사람 사이에 위아래가 정해졌기 때문에, 특히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할 말을 못한다. 에둘러 할 뿐이다.사회가 복잡하고 다양해지면서 이제 과거 같은 좁은 생활권은 없다. 어리다고 말을 쉽게 놓지 못한다. 우리 말에 변화가 없는 이상, 우리 사회가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은 이상 ‘상하관계’는 항상 존재한다.- 石 -

2021-01-19 14:17 새문안通

[새문안通] 존중받아 마땅한!

“신파는 짜증나.” “저건 배우‘빨’이지.” “저 배우의 인기는 얼굴값이지.”“어때요?”라고 묻는 동시에 자신의 감상평을 정답처럼 쏟아내는 이들이 있다. 질문인지 동의를 구하고자 하는 건지, 단언으로 자신의 의견이 옳다 강요하는 건지 알 수 없는 행동에 누군가는 맞장구를 치고 또 누군가는 그저 입을 다물어 버린다. 또 어떤 이는 적극적으로 다른 의견을 개진하기도 한다.감성적이고 감정적인 측면에서의 ‘단언’은 어쩌면 오만이다. 누군가가 느끼는 감정이나 감상에 정답은 없기 때문이다. 감상법이나 관전포인트, 공감 정도에 따라 전혀 다른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극과 극의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배우든, 콘텐츠든, 신파든 호불호는 극명하게 나뉘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던가. 그래서 어떤 선택이든 각자의 몫이고 권리다. 물론 이 역시 상대가 자신의 의견이 맞다고 할 때까지 우겨대는 이들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각자의 취향이나 선택은 그대로 존중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감정적이고 심리적인 면이 강한 ‘신앙’은 이상하게도 그 ‘선택’이 온전히 저마다의 몫이 되지 못하곤 한다.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에도 몇백명의 신도들이 모여 대면예배를 강행하는 교회가 있는가 하면 “백신을 맞으면 노예가 된다”는 대표도 있다. 6번이나 고발당하고도 또 다시 대면예배를 강행하며 “종교의 자유”를 외치는가 하면 수백명의 확진자를 내고도 검사를 받지 않기 위해 숨어버리는 신도들이 속출하기도 한다.취향의 문제는 감정싸움이나 인간관계의 변화를 가져올 뿐이다. 하지만 지금, 엄중한 코로나시국에 ‘신앙’의 문제는 각 구성원, 더 나아가 국가의 안전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정답이 없는 저마다의 취향이 아닌 사회 ‘안전’이 존중돼야 마땅하다.- 美 -

2021-01-12 14:25 새문안通

[새문안通] 주목받는 북한 8차 당대회

북한에서 당대회는 당의 최고 권력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로동당이라는 1당 독제체재를 구축하고 있는 북한의 당대회는 사실상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최고의 의사결정기관이다. 당대회에서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당의 노선과 주요 정책 결정이다. 즉 당대회 결과를 보면 북한의 장단기적 노선과 정책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북한은 정권수립이후 지금까지 총 일곱차례의 당대회를 개최했다. 이번에 개최되는 당대회는 제 8차대회로 지난 2016년 이후 5년 만이다.이러한 중요한 당대회를 북한은 새해 벽두에 열겠다고 공표했다. 정확한 시기는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1월 초순이라고 했으니, 늦어도 1월 10일 안에는 개최된다는 뜻이다.북한은 지난해에는 안팎으로 시련의 한해였다. 안으로는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였고, 경제도 침체했다. 경제침체는 몇 년 째 지속되고 있는 유엔제재도 한 몫하고 있다. 밖으로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 마지막해에 북미핵협상 관련해 돌파구를 찾아보려고 했으나, 이마져도 무위에 그쳤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낙선하면서 북한은 바이든 정부와 핵협상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작년에 남북관계도 얼어붙었다. 지난 6월 17일 개성공단에 위치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북한에 의해 일방적으로 폭파됐다. 남북화해의 상징인 공동역락사무소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주도로 산산조각 난 것이다.이번 당대회를 보면 북한의 국가경제발전 계획과 북미와 남북관계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청사진을 알 수 있다. 북한이 이번 당대회에서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집권 5년 차를 맞는 문재인 정부로서도 남북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기 때문이다.-哲-

2021-01-05 13:49 새문안通

[새문안通] 한 여성과학자의 집념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접종을 시작했으며, 국내에도 내년 1분기 중에 접종이 시작될 전망이다. 통상 개발에 10년이 걸린다는 백신이 이처럼 1년만에 개발이 가능했던 이유로 많은 과학자들은 mRNA(전령RNA)의 존재를 꼽는다. mRNA란 세포핵 안에 있는 DNA의 유전정보를 세포에 전달해 단백질 합성 과정에서 아미노산 배열을 지령하는 역할을 한다. DNA 내에 저장되어 있는 유전 정보가 단백질이라는 형태로 발현이 되려면 mRNA에 의한 번역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 이 mRNA백신은 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담은 mRNA를 만들어 체내에 주입하면 이 mRNA가 항원 즉 바이러스 단백질을 만들고, 그 특정 단백질에 대하여 인체의 면역계가 항체를 형성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mRNA백신은 바이러스를 직접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감염 우려가 없고, 기존 백신에 비해 신속하게 대량생산이 가능하다.mRNA를 백신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처음 내놓은 사람은 카탈린 카리코라는 헝가리 출신의 여성과학자다. 1985년 중고차 판 돈 900유로를 딸의 테디베어 인형에 숨겨 고국을 떠나 미국 템플대학교에서 박사 후 연구원 생활을 시작한 후, 30여년 동안 카탈린은 여러 대학을 전전하며 가난과 상사들의 추방 위협에 시달리면서도 mRNA를 백신개발에 활용하는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그가 2013년 독일 회사 바이오엔테크 부사장으로 옮기고 나서도 상황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그러나 2019년 말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mRNA백신이 가진 장점이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그녀는 노벨상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 여성과학자의 집념이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인류에게 승리의 교두보를 마련해준 것이다.-물-

2020-12-29 14:06 새문안通

[새문안通] 치매 예방도 '한 걸음'부터

코로나19가 온 세계의 블랙홀이 돼 있지만, 여전히 인류에게 가장 큰 고통을 주는 병은 치매다.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10명 가운데 1명꼴로 치매를 앓고 있다. 환자 증가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어 심각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65세에 치매가 왔다면 50세부터 병이 시작된 것이다. 보통 치매는 증상이 나타나기 15년 전부터 진행이 되기 때문이다.현재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치매는 예방이 우선인데 최선의 방법은 걷기다. 걷기는 크게 2가지 효과를 내면서 뇌 건강을 지켜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준다. 첫째는 운동으로 만들어지는 세로토닌이나 햇볕을 받으면서 생성되는 멜라닌 등의 성분이 분비되면서, 뇌를 자극해 뇌 생명력을 연장시켜 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몸 근육을 키워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만들면서 역시 뇌에 영양을 공급한다는 것이다.특히 종아리, 정강이, 허벅지, 엉덩이 근육은 체온을 유지시켜주고, 제2의 심장 역할을 하며, 척추질환과 고관절까지 방지해준다.걸음걸이만 보면 그 사람의 몸 상태를 알 정도로 걸음걸이가 중요하다. 보폭이 줄었거나 속도가 느려졌다면 체력 보다는 뇌 건강을 의심해야 한다. 걸음걸이는 속도와 보폭이 중요한데, 최소 기준은 초속 1m다. 성인의 경우 권장 걸음 기준은 시속 4Km다. 즉 1초에 1.36m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65세 남성이 초속 1.6m 이상 속도로 걸으면 95세 까지 살수 있다고 한다.코로나19로 헬스클럽도 못가고 조기축구도 못한다고 집에만 있지 말고 치매 예방을 위해 하루에 한 시간씩 걷기를 권장한다. 이왕이면 해가 있을 때 걷는 코스도 다양화하면 멜라닌도 생성시키고 경치 보는 즐거움도 더해진다. 걷기는 이동이 아닌 운동이란 생각을 가져야 한다.- 榮 -

2020-12-22 14:18 새문안通

[새문안通] 투자와 기다림

주식 투자 광풍이다. 30~40대 직장인들이 아내 몰래 쌈짓돈을 벌기 위해 인센티브나 용돈을 모아 주식을 사는 경우야 어제오늘 일이겠냐마는 요즘 분위기는 그때와는 또 다르다. 부동산 막차를 놓친 직장인들은 주식 아니면 미래가 없는 것 같은 모습이다. 숨겨서 하던 주식 투자는 옛말이다. 이제 부부가 같이 종목을 분석하고, 국내 주식이나 해외 주식을 수천만원씩 사들이는 것은 주변의 흔한 모습이 됐다.하지만, 개미들의 체력은 한계가 있는 법. 보통 고수가 아니고서야 등락하는 차트에 가슴을 졸이다가 스마트폰 앱을 열어 매도 버튼을 누르고, 얼마 뒤 반등하는 주가를 보고 울상을 지었던 경험은 누구나 가슴 한편에 있다.피셔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한 켄 피셔가 쓴 ‘주식 시장은 어떻게 반복되는가’라는 책을 보면 변동성은 크기의 차이일 뿐 늘 오는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자면 주식을 한 번 샀으면 팔지 말라는 거다. 그가 말하는 기다림의 길이는 10년. 주가는 아래보다 위를 향하며, 10년 이상을 장기로 선택하면 역사적으로 항상 채권 수익률을 능가했다는 것이다.좋은 말이자, 옳은 말이다. 마음이야 그러고 싶지만, 우리의 삶이 1년도 아니고, 무려 10년 앞을 기대하며 차곡차곡 벽돌을 쌓듯이 살 정도로 여유를 가진 적이 있었던가.어느 날 TV채널을 돌리다가 주식 부자 할아버지가 출연한 프로그램을 봤던 기억이 난다. 그의 투자 원칙은 ‘시장 1등 주를 저금하듯 여유 있을 때 한 주, 두 주 사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쌓인 주식은 수십 년 후 제법 큰 돈으로 돌아왔다.혹자는 기다림은 인내가 아니라 멀고 길게 보는 인사이트를 가져야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함 속에서도 답은 있다. 그리고 이는 주식 투자에만 국한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運-

2020-12-15 14:10 새문안通

[새문안通] 세밑 코로나

세밑은, 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인 섣달그믐을 달리 부르는 말이다. 이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고 해서 나왔다. 양력 12월도 요즘 세밑이라고 할 수 있다. 음력, 양력 가리는 게 소용없다.그런데 올해 12월31일 보신각 제야의 종소리를 67년만에 들을 수 없다고 한다. 겨울 들어 맹위를 떨치는 코로나 한파의 영향이다. 사람이 모이면 안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새해를 알리는 신호로 종소리를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국민들은 타종 자리에 모여 한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며 환호한다. 지난 묵은 때를 버리고 새 출발하자는 의미다. 새해맞이 일출 보러 밤새도록 명소로 달려가는 것도 같은 뜻이다. 새해맞이는 동·서양이 크게 다르지 않다.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다 1년만에 제자리에 온 것에 불과한데, 사람들은 이를 축하하는 기념일을 만들어 서로의 안부를 묻고 행운을 기원한다.하루하루가 무료하니 사람들은 중간중간 기념일을 만들고, 주(週) 단위로, 월(月) 단위로 끊어 살며 삶에 활력을 불어넣으려고 한다.겨울 들어 더욱 거세진 코로나는 우리에게 일상의 소중함을 더 그리워하게 하고 있다. 밥 같이 먹고, 차 한자 하는 것도 힘든 시대다. 해마다 연말 분위기를 점점 더 느끼지 못한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썰렁한 세밑 풍경을 코로나가 더 각박하게 만든다.인류는 인류를 공격하는 모든 것을 퇴치했다. 무자비하게 없앨 때도 있었다. 지구의 보복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인류는 과거 잘못을 깨닫고 지구정화에 나서고 있다. 내년에는 코로나를 박멸하고 다시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일상을 찾기를 기대해 본다.-石-

2020-12-08 13:53 새문안通

[새문안通] 코로나 방역만큼 중요한 안전

“코로나19 방역은 안전수칙의 ‘플러스알파’다. 코로나19 방역에 정신이 팔려 안전사고 예방에 소홀해선 안된다.”발등의 불처럼 한국은 물론 전세계를 우왕좌왕하게 만든 코로나19 정국에서도 한 전문가의 이 경고는 어쩌면 당연지사다. 하지만 잠잠해지는 듯하다가도 잠시잠깐 방심하는 틈을 파고드는 엄중한 코로나19 정국이다 보니 미처 신경쓰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다.코로나19라는 발등의 불에 정신이 팔린 동안 외면받은 근로자들의 안전은 사고로 이어지기 일쑤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영흥화력발전소 화물차기사 추락사망, 포스코 광양제철소 화재. 좀체 줄지 않는 적재물 및 기계 끼임, 해상의 선박충돌 및 침몰 등 안전사고들이 잇따르고 있다.하물며 겨울철 보행, 산행에도 충분한 워밍업과 예방차원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항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산업 현장의 안전은 그 무엇보다 우선돼야하는 요소다.누구보다 빠른 공사기간을 위한 속도전, 비용 및 원가 절감, 이익 극대화 등을 우선시하고 근로자의 생명을 경시하는 한국의 안전불감증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최근 3년 간 연평균 한국의 산업재해 사망자는 860명, 이라크와 전쟁을 하던 때의 미국(560명)보다 월등히 많다.이에 국회에서는 화물차 안전사고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이 발의되거나 입법 촉구되고 있다. 법에 의한 강제 대책과 더불어 사고 예방 및 안전 대책 투자비용을 ‘낭비’ 혹은 ‘필요 없는 소비’로 생각하는 경영자의 안전의식 개선, 근로자 스스로의 안전 추구 등도 다시 한번 단단히 해야할 때다. 발등에 코로나19라는 불이 떨어졌지만 산업 현장에서의 ‘안전사고 예방’도 놓쳐서는 안될 일이다.-美-

2020-12-01 14:16 새문안通

[새문안通] 트럼프가 보여준 미국식 민주주의

미국 대통령선거 중 선거인단을 뽑는 선거가 끝난 지 벌써 3주일이 지났다. 선거 결과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전체 선거인단(270명) 과반수를 차지해 승리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당선인은 국무장관과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지명하면서 정권 인수를 위한 행보를 수행하려고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있어서다.미국 민주주의 요체는 미국민 스스로가 만든 민주주의 전통을 계승·발전시켜왔다는 점이다. 외부 사람들이 다소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선거 제도도 미국인들이 지금까지 잘 지켜왔기 때문에 아무 문제 없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선에서 간접선거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우선 주별로 선거인단을 뽑고, 한 달 후에 그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이는 18세기 때부터 내려온 전통이다. 당시에는 교통이 불편했기 때문에 직접 선거가 불가능했고, 당시에는 엘리트주의가 만연해 있었기 때문에 정치를 잘 모르는 일반 국민들보다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이 대통령을 뽑는 간접선거를 선호했다.또 대선은 승자독식구조이기에 전체 득표율에서는 이기고도 선거인단 수에서 뒤져 패배하는 일도 종종 있다. 민주당 앨 고어 후보,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선거결과에 대해서는 깨끗이 승복했다. 그리고 패자로서 승자에게 직접 축하 전화를 했다. 이들이 이렇게 한 것은 선거 후에 국민통합과 국가 발전이라는 대의 때문이다. 이것이 미국식 민주주의 아름다운 전통인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승복하지 않고 있다. 단순히 개인적인 권력욕을 떠나 미국 민주주의 전통을 지키지 않는 것이다.때문에 미국민들은 분열해 있고, 곳곳에서 대선 관련 ‘더러운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바로 이것이 미국 민주주의 적인 것이다.-哲-

2020-11-24 14:23 새문안通

[새문안通] 신조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 인생은 한 번뿐이니 후회 없이 이 순간을 즐기자는 ‘욜로’, 남녀가 사귀기 전 호감을 가지고 탐색하는 ‘썸’, 잘했다의 ‘그뤠잇’,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삶의 의욕을 보이는 신조어다. 그나마 세상은 살만한 곳이었나 보다. 근데 올해 이 말을 쓰는 사람이 사라졌다.행복은 점점 멀어져간다. 썸타는 남녀는 안보이고 ‘N포세대’가 됐다. N포세대는 2015년 취업시장 신조어다. 원래 3포(연애·결혼·출산 포기)세대였는데, 이제 포기할 게 너무 많다 보니 N포가 우리 입에 자주 오르내리게 됐다.올해 ‘최애’(가장 사랑함) 신조어는 아무래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이 아닌가 싶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것까지 모으는 행위를 뜻했는데, ‘영끌 대출’ ‘영끌 빚투’ ‘영끌 막차’ 등 아무 데다 갖다 붙이면 다 들어맞는 형국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최근 “영끌해서 집을 사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앞으로 서울과 신도시 공급 물량을 생각할 때 기다렸다가 합리적 가격에 분양받는 게 좋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대책은 정작 아파트만 쏙 빠졌다.하지만 영끌해도 ‘존버’(존X 버티기)가 안된다(1가구 1주택자인데도 집값이 올라 월급으로 세금 내기 어려운 40대 가장).조국 사태에서 ‘아빠 찬스’는 서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오죽하면 ‘금턴’(금수저 인턴)이란 말이 나왔을까. 추미애 아들 특혜 휴가 논란에선 ‘엄마 찬스’가 회자됐다.국민들은 ‘슬세권’(슬리퍼 신고 주변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편리한 주거지)을 원한다. 그러나 영끌이 막히고 코로나블루가 나를 괴롭히고 있다. ‘주린이’(주식 초보)들은 주식에 몰빵해보지만 내 것만 시원치 않다.- 石 -

2020-11-22 15:14 브릿지경제

[새문안通] 플랫폼 비즈니스 유감?

요즘 사업하는 이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플랫폼을 지향한다”거나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겠다고” 말한다. 그래서 플랫폼 비즈니스가 정확히 무엇인지 좀 찾아봤다. 히라노 아쓰시 칼과 안드레이 학주가 쓴 ‘플랫폼 전략’에 따르면 플랫폼 비즈니스란 ‘복수 그룹의 요구를 중개함으로써 그룹 간 상호작용을 환기시키고 그 시장의 경제권을 만드는 산업 기반형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다수의 공급자와 다수의 수요자를 잇는 일종의 장터를 만들어 그 안에서 각종 거래를 비롯해 다양한 경제적 활동이 일어날 수 있도록 뒷받침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 모델인 셈이다. 앞서 언급한 ‘플랫폼 전략’의 저자들은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징으로 선순환을 꼽는다. 플랫폼의 판매자가 늘어나면 더 싸게 더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찾는 수요자들이 늘어나고, 수요자가 늘어남에 따라 새로운 판매자가 다시 참여해 플랫폼이 활성화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것을 ‘네트워크 효과’라고 명명했다.즉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징은 처음에 판매자들을 모이게 만드는 것이 어렵지, 한번 네트워크 효과를 얻기 시작하면 플랫폼을 선계하고 만들 이들은 큰 노력 없이도 사업을 눈덩이처럼 키워 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기존의 제조업체나 서비스업체들은 한번 성공한 상품을 만들어 내도 경쟁자들에게 뒤쳐지지 않고 급변하는 소비자들의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했다. 이같은 기업가들에게 사업은 꾸준함과 성실함일 것이다.‘플랫폼 비즈니스를 하겠다고’ 공언하고 다니는 수많은 벤처기업가들과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모습에서 성실한 사업가의 모습대신 일확천금을 노리는 모험가의 모습이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이 같은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성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물 -

2020-11-17 14:03 새문안通

[새문안通] 사장 인사철, 바람직한 인사는?

바야흐로 기업들에게는 인사철이 다가왔다. 기업 인사의 꽃은 CEO 인사다. 올해는 포스트코로나를 준비하기 위해 대부분 기업들이 인사를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낙엽철인 지금 많은 기업의 CEO들이 좌불안석일 것이다. 예고 없이 해임통지서가 날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3년 전 한 건설사 CEO는 오전에 공식 행사를 마치고 사무실에 와서는 해임통보서가 와있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불안한 CEO 모습이다.한국 기업 CEO들의 평균 재임기간은 3년 정도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 기업 CEO들은 임기 중 생색나는 단기 실적 중심으로 기업을 이끌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편법과 은폐도 이뤄지고 지나치게 성과를 포장하기도 한다. 이것이 미래 부실의 불씨가 되는 걸 뻔히 알면서도.130여년 역사를 이어온 미국 GE의 CEO 선임과정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CEO 선정 절차 진행에 최소 6년이 걸린다. 먼저 회사에 필요한 리더십역량과 적정한 승계시점을 정한 후 내외부 10여명의 후보군을 추려서 현직 CEO와 이사회가 공동으로 후보 검증과정을 갖는다. 가장 중요한 자격요건은 ‘혁신성’과 ‘후계자 양성’이다. 최종적으로 이사회가 투표로 정한다. GE CEO의 평균 재임기간은 12.5년이다. 130년 역사에 현재 존 플래너리 회장이 11번째다. 2017년 16년의 임기를 마치면서 이멜트 당시 회장은 “신임 회장은 GE를 이끌 적임자이며, 임직원·고객·투자자들 모두의 신뢰를 얻을 것이다”고 후임자를 칭찬했다.이제 우리나라도 CEO중심의 기업경영 문화가 만들어질 때가 됐다. 언제 날아갈지 불안에 떨며 눈치보고, 후임자를 욕하는 문화가 아니라, 후임 선정 과정에도 함께 참여해 회사의 미래 그림을 함께 그리면서 명예롭게 퇴진하는 CEO문화가 형성되길 바란다. 기업 총수의 몫이다.- 榮 -

2020-11-10 14:12 새문안通

[새문안通] 집·직장·학교의 미래는

코로나19 이후 라이프스타일은 어떻게 변할까. 코로나19의 확산은 집에 머무는 시간을 크게 늘렸다. 한 통계에 따르면 재택근무 등의 요인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은 코로나19 확산 전보다 50%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집은 70년대의 형식이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분야다. 하지만,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개인이 사용하는 면적은 더 필요하게 됐다. 또한 넷플릭스와 같은 주문형 콘텐츠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4인 가구가 모여 다과와 함께 TV를 즐기는 문화는 점차 사라지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혼자 침대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따라서 집의 거실은 축소되고 더 많은 방이 있는 구조로 변모할 것이다.회사는 프리랜서 집단화가 이뤄진다. 현재 업무 중 재택으로 대치할 수 있는 일은 35%에 달한다는 연구조사가 있다. 재택근무 전 직장동료는 하나의 이웃 개념이 녹아있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모여 일한다는 것은 공동체 의식의 함양과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데 용이하다. 하지만, 재택근무는 이런 연대의식을 빠르게 지운다. 출근을 하지 않고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은 순수 업무능력만으로 평가를 한다는 것이며, 연대의식으로 이뤄졌던 도제식의 기술 전달 방식은 옛말이 될 것이다. 챙겨서 함께 가는 동료가 아니라 실적으로만 경쟁하는 프리랜서 집단으로 회사 구성원의 개념이 달라진다. 물론, 회사 입장에선 고용과 해고가 자유로워지고 사측이 지불해야 할 간접 비용도 줄어든다. 이미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 도입을 한 결과 생산성에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정식 근무 제도로 도입하는 추세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는 현 고용 형태에서 재택근무를 기본으로 하는 제3의 고용 형태가 추가될 것이다. 고용 제도를 만드는 사용자가 유리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학교는 지식 전달의 기능과 공동체 체험을 통한 사회화를 배양하는 기능을 해왔다. 그러나 지식 전달은 온라인으로 점차 대체된다. 따라서 교사의 역할은 지식 전달자보다는 사회화를 돕는 역할로 영역이 축소될 것이다.저출산으로 학생 수는 점차 줄어들고 온라인 학습의 보편화로 학교에 가는 일수도 줄어든다. 결국 지자체는 학생 수에 비해 지나치게 큰 학교를 공원이나 상업지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다. 물론, 이 때문에 교육의 격차도 발생할 수 있다.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계층은 학교에 다니고, 비용을 지불할 수 없는 계층은 학교를 가지 않고 저비용의 온라인 학습만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학교가 가진 사회화 기능은 각 가정의 몫으로 전가될 것이다.  -運-

2020-11-03 14:46 새문안通

[새문안通] 지휘

법무장관 추미애와 검찰총장 윤석열의 전쟁이 볼썽사납다. 지겹기까지 하다. 추미애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윤석열이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다”고 하자, 추미애는 “적법하고 필요했다”고 밀어붙였다. 수사지휘권이란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는 검찰청법 제8조에 근거한 것이다.추미애 전까지 단 한차례 뿐이었다. 2005년 천정배 당시 법무장관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던 강정구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며 지휘권을 행사했고, 김종빈 총장은 지휘를 수용한 뒤 이틀 만에 물러났다.이처럼 수사지휘권 발동 사례를 찾기 힘들다. 그런데 추 장관은 석달만에 두차례 발동했다. 추 장관의 윤석열 식물총장 만들기로 보여질 수 있다. 남부지검장까지 가세했다. 추 장관이 ‘라임자산운용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정치가 검찰을 덮었다”며 사표를 던졌다.이런 대립을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까. 성역없고 공정한 수사를 위한 것으로 볼까. 그렇지 않다. 그저 권력 다툼으로 느낄 뿐이다. 장관이 총장을 찍어내려 하자, 총장은 버티기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소모적인 논쟁만 불러온다. 정치권은 물만난 고기처럼 신났다.‘지휘’는 권한을 남용하는 게 아니다. 특히 공무원의 지휘는 그렇다. 지휘는 지휘받는 쪽이 납득해야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를 중재해야 할 청와대는 보이지 않는다. 과거에는 총리가 나섰다. 그런데 지금은 그 누구도 보이지 않는다.분열의 책임은 추미애와 윤석열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대검나이트와 법무나이트’ 양분의 책임을 누군가 져야 한다. 검찰의 칼춤과 법무부의 춤미애는 이제 보기 싫다. 둘의 싸움은 국민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는다. -石-

2020-10-27 14:59 새문안通

[새문안通] 점입가경

“멍청이” “진절머리” “재앙” “폭탄”….지난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물론 공중보건 전문가들까지 겨냥해 퍼부은 독설과 조롱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한 나라, 하물며 전세계 경제, 외교, 산업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 대통령이 전염병 전문가에 쏟아내는 표현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감정적’이다.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대응을 두고 번진 공방은 인신공격성 발언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스스로도 한 차례 양성판정을 받은 바 있는 코로나19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치 과민반응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보고 있자면 최근 한국에서 불거진 유튜버들의 ‘아님 말고’식 꼬리 물기 폭로와 의혹제기가 평행이론처럼 떠오른다. 한 유튜버는 특정 유튜버를 겨냥해 성추행 전과를 폭로하고 허위 경력 의혹을 제기하더니 배우의 사망 사고 관련설로 다시 한번 공격에 나섰다. 폭로와 의혹, 관련설을 제기한 유튜버는 연예기자시절에도 여러 기획사들로부터 고소·고발이 끊이지 않은 전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겨냥 상대는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변명처럼 처벌은 받았지만 성추행은 하지 않았다는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이들 공방과 미국 최고지도자의 독설에서 빠진 것은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팩트 체크’ 혹은 ‘크로스체크’, 이를 뒷받침할 정확한 근거다. 진위 여부를 알 수 없는 유튜버들의 공방이나 정확한 팩트나 의학적 지식 없이 마구잡이로 독설을 쏟아내는 지도자의 감정적 단어들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 美 -

2020-10-20 14:01 새문안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