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새문안通

[새문안通] '김포의 목련'과 금투세

“목련이 피면 김포는 서울이 될 것”이라는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의 외침은 윤석열 정권심판 바람속에 스러졌다. 김포시 갑·을 선거구는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메가 서울’의 희망을 가진 유권자도 있겠지만 결과는 뜨거운 냉정함을 드러냈다. 제 22대 총선에서 다양한 공약이 후보별 등락에 따라, 정당별 승패에 따라 물거품으로 사라진(질)게 이 뿐만 아닐 게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공수표로 돌아간 게 총선 때 뿐일까. 그럼에도 후보와 정당들은 혹 포(표)퓰리즘성 공약을 툭툭 내놨다 하더라도 뒷마무리는 분명하게, 말끔하게 했으면 한다. 표심을 가른 쟁점 공약이 여야 간에 있었다면 선거후에도 당락과 관계없이 후보가, 정당이 자신들 공약에 대한 애프터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젠 목련도 계절을 따라 순백의 우아함을 지상으로 내려놓은 마당에 국민의힘은 ‘김포의 서울화’를 앞으로도 당의 지역정책의 하나로 추진할 것인지,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의 의견은 무엇인지를 가르마 지어야 한다는 요구다. 각종 공약에 희망 혹은 반대성 투표를 한 유권자들에게 선거후에도 최소한 기본 방향만큼은 제시해야 할 의무가 주권을 위임받았다(받으려)는 그들에게는 당연히 있다. 누군가는 말한다. 선거전에는 유권자가 갑(甲)이지만 투표를 마치면 다음 선거때까지 을(乙)로 생활한다고. 본론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금융투자소득세, 정치권은 그 방향을 확실하게 매듭지어주길 바란다.” 법대로 시행이냐, 정부여당 공약처럼 폐지냐, 아니면 다른 보완책이 있는가. 금투세 폐지가 부자감세임은 부정하기 힘들다. 근로소득 5000만원 샐러리맨이 내는 각종 세금을 감안하면 세정 형평성을 말하기도 민망하다. 정부와 22대 국회는 금투세부터 매듭지어 금융시장이 대응할 시간을 주길 바란다. -明-

2024-04-16 08:48 새문안通

[새문안通] 인공지능(AI), 제2의 바벨탑인가

“태초에 온 땅의 언어는 하나요, 말도 하나였다. 사람들이 바벨탑을 건설하면서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이름을 내고 흩어짐을 면하고자 했더니, 여호와께서 이르되 이들의 언어가 하나이므로 하고자 하는 일을 막을 수 없으리로다.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그들이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시며, 그들을 온 지면에 흩어 탑의 건설을 멈추게 하였더라.” 구약성서 창세기 바벨탑 이야기다. 골자를 추리면 신(神)이 인류의 첫 번째 도전을 언어 분화로 막았다는 정도로 해석된다.그로부터 2400년 후, 인류는 인공지능(AI)을 통해 언어장벽을 넘어 또 다시 바벨탑을 쌓고 있다. 이미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는 실시간 통번역시대를 열었다. 영어와 한국어, 중국어, 프랑스어 등 거의 모든 언어가 대상이다. 인간이 ‘AI’란 기술탑으로 신(神)에 대한 두 번째 도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 로봇의 등장, 기대만큼 두려움이 큰 것 또한 사실이다.그렇다고 해서 인공지능시대를 피해갈 수는 없어 보인다. 인간은 효율이란 미명 속 편리함에 이미 취해버렸다. 대신, 확고한 윤리적 방향성이란 타이틀을 넣어 놓았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몇 년째 나쁜 인공지능의 등장을 우려하는 규제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생체 정보 수집 제한이나, 개인의 특성과 행동을 데이터화해 점수를 매기는 ‘사회적 점수 평가(소셜 스코어링)’ 금지 등이 대표적이다.고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인문학과 기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융합 과정에서 결과는 항상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또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은 “잘못하고도 잘못된 줄 모르는 사람은 좌표설정이 잘못된 거다. 처음부터 좌표설정을 잘해야 어긋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 상 두 번째 바벨탑을 쌓아 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공지능, 과연  ‘약일까, 독일까.’ 지켜 볼 일이다.- 錫 -

2024-04-03 06:45 새문안通

[새문안通] 민주주의 파업

“내 나라나, 남의 나라나.” 최근 국내외 정세를 보며 가장 많이 하는, 탄식에 가까운 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외 가장 큰 이슈인 선거를 바라보는 국민들, 글로벌 시티즌들 답답증과 절망이 고스란히 밴 말이기도 하다.4월 10일 대한민국은 제22대 국회의원선거와 재보궐선거를 동시에 치른다. 국민들을 대신해 국정운영을 책임질 국회의원 300명을 뽑는 중차대한 국가행사다. 미국은 11월 5일에나 있을 민주당의 조 바이든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를 주축으로 한 대통령 선거경쟁이 벌써부터 치열하다.공천을 두고 예비후보들끼리 흑색선전에 비방전이 난무하더니 후보가 정해지고 선거일이 다가오면서는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여전히 정책은 없다. 서로를 물고 뜯는 혼란에 혼란을 더하기만 하는 형국에 국민들은 “차악을 선택하는 선거”를 또다시 치러야 한다. 바이든과 트럼프의 날선 공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로를 비방하느라 정책은 뒷전이다.회를 거듭할수록 더 심해지는 과열경쟁, 난투극에 가까운 후보들의 격돌, 여전히 뒷전으로 밀려버린 정책들…. 미국 뉴욕주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방위군까지 투입해 시민들의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음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총기, 폭행 범죄가 벌어지고 있지만 대통령 후보들의 칼날은 서로만을 향할 뿐이다,그야말로 민주주의 파업 같은 상황에 절로 “내 나라나, 남의 나라나”라는 탄식이 터질 지경에 이르렀다. 매번 이보다 더 절망적인 선거는 없을 것이라고 낙담하고 다음엔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라지만 선거풍경은 점입가경 더 나빠지기만 한다. 부조리한 사회시스템에 반기를 드는, 스스로에게 해롭거나 주체성을 해치는 뭔가를 거부하는 ‘휴먼 스트라이크’(인간파업)를 주창하는 예술가집단 클레어 퐁텐의 정신처럼 한미 국민들은 ‘민주주의 파업’ ‘국민 파업’에 돌입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美-

2024-03-26 14:06 새문안通

[새문안通] 유불리 따라 바뀌는 '간호법'

간호인력의 자격·업무범위 명확화와 처우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간호법은 지난 2021년 3월 의원들이 발의한 뒤 지난해 4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폐기됐다.당시 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번 간호법은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간호 업무의 탈 의료기관화는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며 거부권 행사 이유를 밝혔다.이에 대해 대한간호협회는 “총선에서 심판하겠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간호협회는 “윤 대통령의 간호법 제정 약속은 근거와 기록이 차고 넘치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약속을 파기했다”며 “간호법을 파괴한 불의한 정치인과 관료들을 총선기획단 활동을 통해 반드시 단죄할 것”이라고 밝혔다.하지만 의대 정원확대에 따른 전공의 등 의사들이 대거 업무에서 일탈하자 상황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전문의 중심으로 (의료기관) 인력구조를 바꿔나가는 한편, 숙련된 진료지원간호사(PA)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근본적인 의료전달체계 개편도 함께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8일부터 간호사들도 응급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을 하고, 응급 약물을 투여할 수 있게 했다.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로 의료공백이 현실화 되자 정부는 간호사들이 의사 업무 일부를 합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이에 맞춰 간호협회도 간호법 제정안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고 반대 해오던 여당인 국민의힘도 심도있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간호법 제정을 놓고 정부, 여당 그리고 당사자인 간호사들의 입장이 유불리에 따라 바뀌고 있다.-哲-

2024-03-19 14:19 새문안通

[새문안通] '의정갈등' 피로감

“아무튼 총선 끝날 때까지는 아프면 안돼.” 최근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의대 증원 문제를 둘러싼 의사들과 정부의 갈등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의견을 나누는 가운데 한 친구가 불쑥 한 말이다. 의정갈등이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 배경에 여권의 총선 전략이 있다는 데 모임에 참석한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의대 증원’ 이슈가 여론의 호응을 받자 총선 때까지 2000명 증원 밀어붙이기 방침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건 분명해 보인다. 대통령실과 여당 안팎에선 의대 증원 정책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하는데 대해 고무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난달 말부터 소폭 상승한 윤 대통령 지지의 가장 큰 이유로 의대 증원이 꼽히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의료계 집단행동에 연일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이유도 이 때문으로 해석된다.의대 증원 이슈와 관련해 여론이 아직 정부와 여당의 편에 서있다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에 빠져 있는 의사들에 대한 비난 여론을 반영한다.그러나 총선까지는 아직 한 달이 남았고 그동안 의료 대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 과연 정부 여당에 유리하기만 할까.이미 의료 현장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의료진은 지칠대로 지쳤고, 환자들은 수술연기 등으로 하루하루 애를 태우고 있는 상황에서 의대 교수들 마저 사직서를 내고 의료 현장을 떠나려 하고 있다. 끝없는 의정갈등에 국민들의 피로감도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이다.물론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정부와 여당이 의료대란을 선거에 이용하려 한다면 손가락질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가 의사들과의 협상에 나서지 않는 이유가 지지율과 총선 때문임을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지지율 상승은 역풍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 물 -

2024-03-12 14:05 새문안通

[새문안通] 우울한 나라

얼마전 미국의 유명 유튜버 마크 맴슨(Mark Manson)이 자신의 유튜브에 올린 한국 방문 후기를 ‘우울한 나라’로 표현한 것에 대해 그럴만하다란 생각이 든다.그는 한국 사람들은 유교주의와 물질주의를 좇고있어서 우울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은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물질주의 대목에서 고개가 끄덕여진다.지난달 발표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 평균 순자산은 실질기준으로 3억 9018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4억2334만원 대비 3316만원이 줄어들었다. 원인은 지난해 집값 하락 때문이다.국민 개인 재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인 상황이니 집값이 오르면 무주택자가 우울하고 집값이 떨어지면 유주택자가 우울해지는 것이다. 집값이 올라도 남보다 덜 오르면 집이 있어도 스트레스가 쌓인다. 그렇다보니 국민 삶의 만족도는 OECD 38개국 중 35번째다. 우울하니 아이 가질 정신적 여유도 없어졌다.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65명이다. OECD 중 1 이하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출산율 하락추세는 더 가팔라질 것이다. 13세 이상 국민의 15%만이 반드시 결혼하겠다는 생각이니 말이다. 한국인 소멸론도 나왔다.이렇게 가면 우리나라 대학은 다 무너진다고 봐야한다. 현재 대학교 입학정원이 47만명인데 지난해 출생인구 30만을 기준으로 하면, 정원의 반도 못채우게 된다는 계산이다.결국 가정이 무너지고 교육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 나라가 무너지는 사태가 머지않았다는 것이다.언제부턴가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골조가 바로 집값이 됐다. 부동산 전담 대통령을 만들어야 할 판이다. 과연 정부는 그런 심각함을 인지하고 있는지 참으로 우울할 뿐이다.- 榮 -

2024-03-05 14:25 새문안通

[새문안通] '워리'스러운 모 은행의 '입틀막'

대통령 경호처의 이른바 ‘입틀막’사건이 총선을 앞두고 사회·정치적 이슈가 되고 있다. “국가 원수를 경호하는 기본 규칙에 따른 행위로 불가피했다고 생각한다”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2일 국회 비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일련의 입틀막 사건에 대해 평가했다. “경호처가 국회의원, 카이스트 졸업생, 의사들의 입을 줄줄이 막았다”는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의 지적에 대한 답변이다. 경호처는 입틀막에 대해 “경호상 위해행위” “소란행위자 분리” “퇴거불응에 따른 조처”라고 각 사건에 대해 설명한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물리력으로 입을 틀어막고 팔다리를 들어 끌어내는 사안을 두고 과잉경호라며 날 선 비판을 멈추지 않는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입틀막류의 행위는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동물 보호법에서는 맹견에 대한 입마개 사용을 의무사항으로 규정했다. 태어난지 3개월 이상인 맹견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에는 목줄 및 입마개 등 안전장치를 하거나 맹견의 탈출을 방지할 수 있는 적정한 이동장치를 해야 한다. 선의의 피해자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입틀막인 셈이다. 어느 집단은 ‘자신만’을 위해 입틀막을 자행하면서 상식의 가치를 무너뜨리곤 한다. 그리고선 ‘자신만’의 입틀막을 ‘우리를’위한 것으로 포장한다. 게다가 이 경우 엉덩이에 뿔난 못된 송아지가 우쭐되는 모습도 엿보여 내심 어처구니 없다. 지난해부터 ‘우리’를 위한다며 자행되고 있는 모 은행의 비판 언론사 길들이기 광고 입틀막도 ‘못된 송아지’꼴이 아닌지 이해관계를 떠나 개인적으로는 안쓰럽다. 금융지주 회장의 사실상 용인아래 언론사 간부 출신 부사장이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져 더욱 그렇다. 그들의 언론관이 궁금하다. ‘우리’가 ‘워리(Worry)’가 돼서는 안된다. -明-

2024-02-27 11:47 새문안通

[새문안通] 총선과 '파이터의 봄'

제22대 총선이 48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간 표심 잡기와 예비후보들의 공천 경쟁은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싸늘함을 넘어 냉소적이다. 정작 저성장과 고물가·고금리 속에 허덕이는 국민들 앞에 ‘닥치고 승리’만 외치고 있으니 딱히 나서 손잡아 줄 정당이나 국회의원 후보자가 없는 것이다.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해묵은 총선 구도나 캐치프레이즈도 정치혐오에 한 몫 한다. ‘정권 심판’과 ‘거대 야당 타도’. 벌써 몇 년째인가. 그러는 사이, 도탄에 빠진 민생은 정치가 깔아 놓은 분노와 원망의 덫에 빠져버렸고, 그나마 눈에 띄는 몇 몇 경제 이슈들은 포퓰리즘에 가깝다. 국민들이 정치를 식상함의 상징, 해악으로까지 꼽는 이유 아닌가.이런 정치혐오의 발원은 어디일까. 직능별 국회의원 비율을 따져봤다. 우선 지난 21대 총선에서 지역구 42명과 비례대표 4명 등 총 46명(39.3%)의 법조인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15.3%, 다섯 명에 한명 꼴이다. 앞선 20대 총선에서도 49명의 법조인 당선자가 나왔다.혹자들은 이런 직종 편중에 주목, ‘법조 국회’ 라거나 ‘법조 정당’이라고 꼬집는다. 그 중 압도적인(21대 15명) 숫자가 속칭 ‘칼잡이’로 불리는 검사 출신이다. 그래서 일까. 국회에 대화와 타협, 협치는 오간데 없고 극한 싸움만이 횡행했다. 특히 21대 국회는 국민들의 뇌리 속에 이른바 ‘파이터’들의 난타전과 일부 빅마우스들의 과잉 충성경쟁으로 얼룩졌다.법조인들은 이미 ‘그들만의 리그’를 넘어 권력의 핵심까지 차지했다. 지금의 대통령도, 제1 야당 대표도, 여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죄다 법조 출신 아닌가. 이번에도 정치권력은 또다시 법조인들을 경쟁적으로 끌어 모으고 있다. 툭하면 고소 고발과 과잉입법으로 법률 지식을 남용해온 그들, 23대 국회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錫 -

2024-02-21 06:11 새문안通

[새문안通] TV, 스마트폰, 스크린에서도 클래식 향연

TV로, 스마트폰으로, 스크린에서도 클래식 스타들의 연주를 즐길 수 있는 시대다. 3년여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SNS’ ‘모바일 플랫폼’ ‘영상 관람’ 등으로 콘텐츠를 즐기는 데 익숙해진 클래식 애호가들은 이제 공연장에서의 라이브 연주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가히 ‘피켓팅’(피가 튈 정도로 치열한 티켓팅)이라고 이를 만한 쇼팽 콩쿠르 우승자 조성진, 최연소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 임윤찬을 비롯해 베를린 필하모닉, 예술의전당 등이 기획·주최한 공연의 라이브 실황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즐길 수 있다. 삼성전자는 8~10일 유니버설 뮤직 그룹과 손잡고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라이브 연주 영상을 8K 초고화질로 전국 삼성스토어와 유니버설 뮤직의 ‘스튜디오 기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순차적으로 공개했다. 임윤찬의 다큐멘터리 영화 ‘크레센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실황’은 극장에서 개봉해 6만명이 넘는 관객들을 만나며 장기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무삭제 풀버전을 추가한 확장판을 개봉해 관람객 5000명을 훌쩍 넘겼다. 북미, 유럽 등보다 다소 늦은 지난달 29일 론칭한 ‘애플 뮤직 클래식’(Apple Music Classic)에서는 조성진, 임윤찬, 정재일, 손열음, 요요마, 안드레아 보첼리 등 국내외 클래식 스타 및 연주단체의 연주는 물론 그들이 추천한 플레이리스트까지 들을 수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주간 오페라 상영회를 개최하던 국립오페라단은 ‘마이 오페라 라이브’(My Opera LIVE)를 유료화해 관람기회 확산에 도전하고 있다. 베를린 디지털 콘서트홀, 국립국단, 국립극장, 예술의전당 등 역시 유료 혹은 무료로 고품격, 고화질의 클래식 연주 영상을 서비스 중이다. 물론 클래식 공연의 묘미는 라이브 현장에 있을 때 배가된다. 하지만 전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쉽지 않은 피켓팅, 비용, 이동거리 등의 한계를 넘어서는 플랫폼들의 시대다. 이런 시대 거대자본과 지원체계를 갖춰 스타들을 내세운 대기업들, 국립단체들만이 시류에 발맞추고 있다는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다.- 美 -

2024-02-13 14:03 새문안通

[새문안通] 개모차와 ‘출생률’

시대가 바뀌었다. 저녁을 먹고 아파트 단지를 걷고 있으면 유모차에 반려동물을 태우고 산책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일상화되다 보니, 이들이 노령이라서 반려동물유모차(일명 개모차)에 태우기도 하고 반려동물의 다리 골격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개모차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특이한 점은 젊은 층에서도 개모차를 끌고 다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는 것이다.실제로 G마켓이 조사해 보니 지난해 1∼3 분기 반려동물용 유모차 판매량이 사상 처음으로 유아용유모차를 앞질렀다. 두 카테고리 합계 판매량을 100으로 봤을 때 반려동물용 유모차 판매 비중은 2021년 33%, 2022년 36%로 소폭 높아진 뒤 지난해 1∼3분기에 57%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반대로 유아용 유모차는 2021년 67%, 2022년 64%에서 지난해 43%로 뚝 떨어졌다.이는 우리나라의 출생률 저하와 관계가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은 2000년 1.48명, 2010년 1.23명, 2020년 0.84명, 2022년 0.78명 등으로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출생아 수도 2000년 64만명에서 2010년 47만명, 2020년 27만명으로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25만명 대마저 무너졌다.다른 이유는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이 급속히 증가하는 것도 한 원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국민 4명 중 1명 꼴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으며, 관련 시장규모도 팽창하고 있다. 현재 국내 반려동물의 시장 규모는 5조원 이상이며 오는 2027년에는 6조원을 돌파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반려동물용 유모차와 유아용 유모차의 이 같은 판매량 변화는 우리나라의 사회·문화적인 현상이 맞물린 결과다. - 哲 -

2024-02-06 13:45 새문안通

[새문안通] 유교의 나라

한국은 세계에서 유교 문화 전통이 가장 강한 나라로 꼽힌다. 과거 미국 하와이대가 동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한국이 1위를 차지했고 일본 홍콩 대만 중국 순으로 집계된 적도 있다. 한국도 경제발전으로 유교적 가치관이 많이 퇴색하긴 했지만 다른 아시아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교 문화가 많이 남아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실제로 유교의 발상지인 중국에서 유교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자주 한국을 찾는 것은 한국이 그만큼 유교 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유교 사상의 특징 또는 핵심은 수기치인(修己治人)의 학문으로 즉 자기 자신의 수양에 힘쓰고 천하를 이상적으로 다스리는 것을 목표로 삼는 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방편으로, 주변 사람들을 아끼고 챙기는 어진 마음(仁), 인으로 주변 사람들을 챙기면 얻게되는 믿음(信), 이러한 관계에서의 올바름(義), 관계를 맺는 형식(禮)을 강조한다. 이처럼 수기치인을 중시하고, 집단에서의 관계를 강조하는 한국 사회의 유교적 전통은 한국의 경제발전에 큰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문명의 충돌’로 유명해진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일으킨 경제 성장의 원인을 보다 가족중심적인 집단주의적인 유교문화와 기업경영방식이 덕분이라고 지적한다.그런데 최근 들어 일부 학자나 평론가들은 한국 사회가 지금까지 내려온 유교적 전통의 장점은 버리고 단점만을 취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즉 유교적 전통의 장점인 가족 및 공동체와 관계를 중요시하는 문화와 습관들은 버리고, 체면과 평판에 집중하는 유교의 단점들만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실제로 최근 더욱 깊어진 세대간 갈등이나 SNS에 넘쳐나는 보여주기식 인증샷들을 보면 이 같은 비판이 일견 납득이 된다.우리 사회가 공동체를 중시하는 유교적 전통의 장점은 취하고, 허례와 허명을 쫓는 단점을 버리는 쪽으로 바뀌길 기대해본다. -물-

2024-01-30 14:20 새문안通

[새문안通] 이민자가 필요한 시대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 하나는 저출산과 고령화일 것이다. 지난해 UN은 대한민국이 2050년에 고령화 세계2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1위가 홍콩이라고 하니, 우리가 실질적으로 1위인 셈이다. 현재 생산가능인구 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것에서, 그때가 되면 4명이 3명을 부양하게 된다는 계산이다.정치권에서 이것저것 출산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결혼과 출산기피의 큰 흐름을 돌리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더 많은 출산대책이 당연히 필요하지만, 이 시점에서 적극적인 이민자 정책도 투트랙 측면에서 고민해보면 어떨까?이민자의 나라 미국이 현재의 이민자 수준을 유지할 경우 2080년부터 인구감소가 시작된다는 전망치가 나오면서 미국 내에서도 이민자를 더 늘려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미국 이민정책의 핵심은 STEM이다.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의 머리글자를 모아놓은 말로, 이들 분야 전문가를 우대해 받아들이는 것이다. 유럽의 단순 노동력 조달과는 달리 과학이나 기술전문가 중심의 이민자 정책이 돋보인다.그래서인지 미국 이민자들 중엔 유명 기업인들이 많다. 엔비디아 CEO 젠슨황은 타이완계, 애플 창업자 스티브잡스는 시리아 이민자의 아들,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브린은 러시아계, 테슬라 일론머스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이다.이들 이민 기업인들이 미국 경제를 이끌고, 벌어들이는 돈이 많은 미국민을 먹여살리고 있다. 일자리도 제공한다. 돈을 벌어들이는 인구를 늘리는 것에 검은고양이 흰고양이를 따질 이유가 없다.우리도 이제 이민자를 환영하는 문화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 된 듯하다.- 榮-

2024-01-23 14:08 새문안通

[새문안通] 부자의 따뜻한 기부

얼마전 외신에 글로벌 화학 기업 바스프(BASF)창업자 그룹의 상속인인 마를레네 엥겔호른(31)의 ‘재분배를 위한 선한 협의회’프로젝트가 소개됐다. 엥겔호른은 “(상속으로 물려받은)제 돈 2500만 유로(한화 약 360억원)를 어디에 쓸지 시민 토론단이 결정해달라”며 기부의사를 밝혔다고 뉴욕타임지가 보도했다. 미국 초고액자산가 중 일부로 구성된 ‘애국적 백만장자들(Patriotic Millionnaires)’은 소득에 따라 세금부담이 커지는 누진세법 제정을 주장하고 있다. 부자감세정책에 반대하며 지난 2010년 만들어진 단체다. 연간 100만 달러이상을 벌거나 50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이들이 회원이다. 하나은행의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펴낸 ‘대한민국 부자보고서’를 보면 지난 2021년 부자기준(총자산 평균)은 187억원, 2022년 137억원으로 분석됐다. 시중 유동성 등 경제상황에 따라 부자의 기준은 변한다. 여기에 ‘희소성을 가진 상위계층의 집단’이라 여기는 심리적 자산가치도 기준 산정에 작동한다. 연구소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를 부자기준으로 잡을 때, 2022년말 현재 우리나라의 부자는 약 36만명, 총 금융자산은 약 978조원으로 추산했다. 우리나라 부자들의 기부문화는 어떤가.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부자의 59%가 연 평균 950만원 정도 기부하고 있다. 2012년과 비교하면 기부활동을 하는 부자비중이 90%에서 60%로, 연 소득의 5%이상을 기부하는 비중이 30%에서 11%로 낮아졌지만 금액의 다소를 떠나 대한민국 부자들도 기부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근래 총선을 앞두고 금융 및 부동산 영역 등에서 ‘부자 감세성’정책이 쟁점화되고 있는데 ‘존경받는’ 부자가 많을 때 그 사회는 따뜻해지고 안정된다. ‘어른 김장하’를 다시 보고싶다.  -明-

2024-01-16 08:50 새문안通

[새문안通] 백년 기업, 천년 기업

우리나라에서 100년 이상 된 기업은 14곳에 불과하고, 30년을 넘은 기업은 3% 미만, 50년 이상은 아예 소수점이라고 한다. 반면, 가까운 일본은 1000년을 넘긴 초장수 기업이 7곳이라고 한다. 200년(3000곳)과 100년(5만곳)을 넘긴 기업도 수두룩하다. 전 세계 장수기업의 절반 이상이 일본 기업이라고 하니, 장수기업 천국이다. 그 중 최장수 기업은 578년 쇼도쿠(聖德)태자가 초청한 백제 목수 금강중광(金剛重光)이 세운 곤고구미(金剛組)다. 올해로 1446년 역사를 가진 세계 최장수 기업인 곤고구미는 1955년 주식회사 전환과 2006년 다카마쓰(高松)건설의 전액출자을 통해 아직도 활동 중이다. 705년에 창업한 게온칸(慶雲館·야마나시현)은 현재 52대째 영업 중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이다. 1319년 동안 증축과 수리를 거쳐 아직도 창업 당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전문가들은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일본에 장수기업이 많은 이유로 대를 잇는 장인정신과 고객과 소비자, 종업원 간 상호 신뢰관계에서 찾곤 한다. 그렇다면 한국에는 왜 장수기업이 없는 걸까. 학계에서는 일제강점기와 6.25로 인한 수탈 및 파괴로 민족자본 형성이 늦어졌다는 부분과 뿌리 깊은 사농공상의 유교적 기업인 홀대를 지목한다.장수기업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재계가 끊임없이 지적해온 상속·증여세율과 까다로운 사후요건들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가업승계 문제로 사업을 포기하는 곳이 적지 않은 게 현실 아닌가. 특히 정부는 기업 승계의 핵심을 세금으로만 보지 말고 우리 경제의 영속성에서 찾아야 한다. 새해가 밝았다. 창업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다시 장수기업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는 선순환적 생태계를 고민해 볼 때다.- 錫 -

2024-01-10 07:59 새문안通

[새문안通] 잔혹한 알 권리

“소설가가 꿈이신가, 수사가 아니라 소설을 쓰시네.” tvN 토일 드라마 ‘마에스트라’ 중 마약유통 혐의로 긴급체포된 차세음(이영애)이 형사의 몰아가기 식 수사에 놓는 일침은 보는 이들 대부분을 따끔거리게 했다. 이미 범죄자로 낙인찍는 강압적인 수사방식도, SNS 등을 활용한 자극적 이슈몰이도 2023년 12월 유명을 달리한 배우 이선균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사후에야 이선균이 비공개 소환을 요청했지만 거부된 사실이 알려지며 경찰 책임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고인의 비공개 소환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인천경찰청은 취재진 안전을 고려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수사당국도, 언론도, 유투버들도 ‘알 권리’를 전면에 내세워 마약, 외도, 협박, 갈취 등 경쟁적으로 자극적인 요소들에 몰두하는 형국이었다. 급기야 고인의 장례식장까지 습격(?)해 고성방가까지 서슴지 않는 행위는 잔혹한 ‘알 권리’의 민낯이었다. ‘알 권리’는 누구나 자유롭게 정보를 수령(자유권), 수집(청구권)하거나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헌법상 권리다. 헌법재판소 견해에 따르면 알 권리는 헌법 제21조 ‘표현의 자유’에 포함되는 권리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핵심이지만 이 권리의 주체나 대상 그리고 해당 범위가 헌법 조항이나 실정법으로 기재돼 있지는 않다보니 그 적용선이 모호하다.‘알 권리’의 잔혹성은 그 모호함에서 기인한다. 10월부터 3번이나 포토라인에 섰던 이선균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강도의 수사를 받았지만 관련 인물로부터 지속적인 공갈·협박을 받아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한 피해자이기도 했다. 마약 투약 혐의로 소환조사를 받았지만 이선균은 간이검사는 물론 정밀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홀린 듯 알 권리에만 몰두한 ‘무죄 추정의 원칙’은 그렇게 모두에게 외면당했다.- 美 -

2024-01-02 14:16 새문안通

[새문안通] 남북한 출생률

우리나라가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절벽이 코 앞에 와 있다.올해 3분기 합계출산율을 보면 0.7명으로 역대 최저치다. 보통 겨울 동안에는 출생아가 줄어드는 점을 감안하면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명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3분기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0명으로 1년 전보다 0.10명 감소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09년 이후 전 분기 통틀어 최저치다.3분기 출생아 수는 5만6794명으로 1년 전보다 7381명(11.5%) 감소했다. 9월 출생아 수는 1만8707명으로 전년보다 3211명(14.%) 감소했다. 사망자 수는 2만8364명으로 869명(3.0%) 줄었다. 이처럼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 보다 많아지면서 인구는 9657명 자연 감소했다. 지난 2019년 11월부터 47개월째 자연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북한도 저출생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전국어머니대회에 참석해 ‘출생률’을 처음으로 언급했다.통일부에 따르면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출생률 감소를 막고 어린이 보육교양을 잘하는 문제도 모두 어머니들과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할 우리들 모두의 집안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은 전국어머니대회에서 개막사를 하고 폐막식에서도 연설하며 이 행사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유엔인구기금의 ‘세계인구전망 2022’ 보고서를 보면 올해 북한의 합계출산율 추계는 1.79명이다. 현재의 인구를 유지하려면 최소 2.1명은 돼야 하지만 이에 못미친다.남북한은 이렇게 저출생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래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북한이 우리 보다 나은 편이다.-哲-

2023-12-26 13:31 새문안通

[새문안通] 승자의 저주

‘승자의 저주’란 말은 1950년대 미국의 정유업계가 석유시추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던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당시 멕시코 만 등에 상당한 양의 석유가 매장돼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자 많은 미국 기업이 경쟁적으로 시추권 경매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사전에 매장량을 정확하게 측정할 만한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실제 석유 매장량이 경매에서 낙찰을 받은 가치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이 사례를 연구한 정유사 기술자 세 명이 1971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때의 상황을 ‘승자의 저주’라고 명명함으로써 개념이 정착됐다.이후 ‘승자의 저주’는 기업이 무리한 MA를 통해 덩치를 키우려다 좋지 못한 결과를 맞게 될 경우를 지칭하는 용어로 자리잡았다. 국내 기업 MA시장에서 대표적인 ‘승자의 저주’ 사례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다. 금호아시아나는 2006년에 대우건설, 2008년에 대한통운을 인수합병하며 단숨에 재계 7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2008년부터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와 함께 재무구조가 급격하게 나빠져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비싼 값에 인수했던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은 물론이고 금호타이어, 금호고속 등 기존 계열사까지 매각했다. 하림그룹이 국내 1위 컨테이너 선사인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외형만 보면 자산규모  17조 원인 하림그룹이  자산 25조8000억원으로 덩치가 더 큰 HMM을 품게 돼, 벌써부터 재계에선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하림그룹은 “국내 최대 벌크전문선사인 팬오션과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해운시장의 불황을 충분히 타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림그룹이 ‘승자의 저주’를 피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물 -

2023-12-19 14:12 새문안通

[새문안通] 90세 창업주의 컴백

1933년생 태영 창업주 윤세영, 한국나이 91세로 100세를 바라본다는 향백(向百)이다. 그가 경영일선에 컴백했다. 2세 윤석민 회장이 1964년생이니까 내년이면 환갑이다. 이정도면 3세경영에 들어갈 상황이지만 특이하게 태영은 다시 과거로 회귀했다.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준 지 딱 5년만에 다시 소환됐다.5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3분의 1토막이 났다. 부채비율은 224%에서 478%로 2.13배가 됐다. 아들회장 취임 첫해만 부채가 5000억원 늘었다.현재 PF보증규모는 4조원에 달해 연 매출의 2배 수준이다. 유예한 PF만기가 일시에 몰리는 내년 봄이 걱정이다. 회장 취임 첫해인 2019년 부동산 호경기에 공격적으로 주택사업을 펼친 것이 독이 된 것으로 보인다. 아들 윤석민 회장의 5년간 경영성적표다.윤세영 창업회장은 1961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국회의원 보좌관을 하다가 1971년 동부건설의 전신인 미륭건설에 입사했다. 미륭건설은 현재 DB그룹의 모기업으로 김준기 회장이 25살 청년나이에 창업한 건설사였다. 창업자보다 11살이나 많은 서울법대 출신이 창업한지 3년도 채 안되는 회사에 들어간 것은 대단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미륭건설은 창업 초기부터 급성장해 한때 건설업계 7위까지 올랐고 과거 동부그룹 성장의 발판이 됐다. 윤 창업회장은 당시 상무로 3년간 미륭에 몸담은 후 1973년에 태영건설을 창업했다. 미륭건설에서 주로 외주 및 공무 업무를 한 경력이 바탕이 됐다.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미륭건설을 닮기 위해 모든 열정을 불태웠을 것이다.신생 미륭건설에 도전했던 진정한 청년 윤 창업회장이 노익장을 과시해 새로운 도전을 성공으로 이끌어 내길 바란다.- 榮 -

2023-12-12 14:08 새문안通

[새문안通] 올해의 사자성어

올해의 단어· 사자성어· 한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에 각 나라 단체에서는 그 해를 상징하는 단어나 문구를 선정한다. 미국 방언학회, 독일 언어협회, 일본 한자능력검정협회 등 학계는 물론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 미국 메리 웹스터사전 등 출판계도 그렇다. 상징적 단어를 대중을 대상으로 공모로 결정하기도 하고 전문가 회원들이 추출하기도 한다. 메리 웹스터는 올해의 단어로 ‘Authenticity’를 꼽았다. 사전적 의미는 진정성·진실성·정확성·진짜임 등이다. 선정기준은 사전 이용자들이 올해 가장 많이 찾아 본 단어이다. 진짜보다 진짜 같은 ‘딥 페이크(Deep Fake)’의 탁류 속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여간 힘든 시대에 우리가 놓여 있다. 딥페이크 선거운동 금지법이 만들어질 정도이니. 옥스퍼드는 올해의 단어로 세계적으로 10~2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신조어 ‘rizz’를 뽑았다. ‘이성을 끌어당기는 매력’ ‘ 숨겨진 매력’이란 의미를 품은 이 단어는 인터넷 문화에서 파생된 단어와 문구가 점점 더 일상적인 언어의 일부가 되는 현 추세를 반영했기에 눈길을 끈다. 팬데믹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낸 후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열고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자신감을 찾는 분위기를 대변했다는 의미에서 선정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교수신문에서 올해의 사자성어를 뽑는다. 한 해의 정치와 사회상을 비춰주는, 그래서 모두가 되돌아보고 다시 매무새를 가다듬을 수 있는 거울역할의 사자성어를 교수들 투표로 엄선한다. 지난해는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의 ‘과이불개(過而不改)’를 내세웠다. 2023년 계묘년도 다사다난했다. 올해 사자성어가 다시 ‘과이불개’가 된다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호사가들은 ‘검사입국(檢事立國)’을 든다는 데, 세밑에 한번 웃자는 농반진반(弄半眞半)일게다. -明-

2023-12-05 08:43 새문안通

[새문안通] 휴전, ‘AGAIN CHRISMAS 1914’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4년 말 유럽 서부전선에 기적 같은 휴전이 찾아왔다. 치열하던 전투는 잦아들었고, 일순간 총성과 포성이 멎었다. 그리고 한 영국군 참전 병사가 어머니에게 보낸 한 통의 편지,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내용은 이랬다. “어머니, 저는 지금 참호에서 독일 담배를 피우고 있어요. 어머니는 ‘죄수나 포로의 담배겠지’라고 하시겠지만, 아니에요. 독일 병사가 자신의 참호에서 직접 가져다 준 겁니다. 어제는 영국과 독일 병사들이 만나 악수하고 선물도 교환했어요. 성탄절 내내 말입니다. 정말 경이롭지 않습니까?” 이렇게 프랑스 동북부와 벨기에 등 서부전선 곳곳에서 비공식 정전이 이뤄졌다. 성탄절 자정까지 총을 쏘지 않겠다는 전장의 약속이었다. 성탄절이 다가오자 이들은 중간지대에서 서로 만나 대화하고 먹을 것과 담배, 술을 교환했다. 총부리를 겨누던 군인들은 거짓말처럼 친구가 됐다. 일부는 내기 축구를, 일부는 캐럴을 함께 불렀다. 크리스마스가 지난 뒤 어떻게 다시 싸울지 걱정하면서…. 교황 베네딕토 15세의 정전 요청에도 양측 지휘부가 거부했던 정전이지만, 참혹한 전쟁 중에도 인간애를 보여준 ‘크리스마스 정전’이었다. 사연은 언론을 통해 퍼졌고, 소설이나 영화, 책으로도 발간됐다.‘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22개월째 ‘무관심의 전쟁’으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3개월째 ‘피의 시가전’과 불안한 조건부 휴전 중이다. 그러는 새, 무고한 민초들의 희생만 걷잡을 수 없다. 이런 차에 다시 떠오른 문구가 ‘AGAIN CHRISMAS 1914’다. 이것은 종교의 다름이나 유무를 떠나, 인류가 소망하는 평화다. 이제 크리스마스가 채 1달도 남지 않았다.- 錫 -

2023-11-29 06:07 새문안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