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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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通] 사적복수 콘텐츠

3년 전 사적 만남에서의 불미스러운 성 관련 의혹이 법정공방으로 이어졌던 한 뮤지컬 배우는 빗발치는 관객들의 요구에 출연 예정이던 작품에서 하차했다. 소속사는 해당 배우가 극도의 불안감과 수면 장애에 시달리다 건강상의 이유로 하차한다고 발표하면서 그에 대한 명예훼손 및 권리 침해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법적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위계에 의한 성범죄에 대한 미투가 이어지던 때 오케스트라 단원, 배우 등에 대한 성희롱 발언 및 행동으로 문제가 됐고 공개사과까지했던 유명 음악감독은 한 대형 제작사의 창작 초연작으로 복귀를 알렸다. 마니아 관객층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유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공연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배우들이 캐스팅된 이 극의 음악감독은 현재까지 별다른 대응이나 탈 없이 숨죽인 상태다.이 두 사건이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국민사형투표’의 개탈에게 던져졌다면 어땠을까. 물론 이 극에 등장한 사건들에 비하면 다소 가볍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무엇이 옳고 그르고, 누가 맞고 틀리고를 떠나 같은 문제처럼 보이지만 전혀 다른 양상을 보니는 두건의 사례는 ‘사적 단죄’의 주관성, 감정의 개입, 다른 차원의 이해관계 등 변수에 대한 우려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국민사형투표’ 뿐 아니라 디즈니플러스 최근작 ‘비질란테’, 드라마 ‘모범택시’ ‘더 글로리’ ‘원한해결사무소’, 뮤지컬 ‘데스노트’ 등 사적 복수 콘텐츠에 열광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결국 원인은 법치주의 국가임에도 기울어진 법의 저울, 판단 잣대의 유동성 등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는 사법시스템, 이 하나다. 증거조작, 사적복수 등을 통해서라도 법이 외면한 정의구현에 나서는 콘텐츠들의 양산은 그 하나에 대한 질문이자 요구다.- 美 -

2023-11-21 14:17 새문안通

[새문안通] 한국형 제시카법

제시카법은 지난 2005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성범죄 전과자에 성폭행당한 뒤 살해된 피해자 제시카 런스포드의 이름을 딴 법이다. 중대한 성범죄 전과자가 학교·공원 같은 아동 이용시설에서 2000피트(약 610m) 이내에 살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우리나라에서도 종종 잔혹한 아동성범죄가 발생해 국민들을 경악케하고 있다. 특히 이들이 형기를 마치고 사회로 돌아올 때마다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고위험 아동성범죄자가 내 이웃에 산다고 하면 불안할 수 밖에 없다. 대표적인 인물이 조두순, 김근식 같은 아동성범죄자다.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재범 확률이 높거나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교도소 출소 이후에도 지정된 시설에 거주하도록 하는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이 추진되고 있다.법무부에 따르면 아동성범죄자에 대한 거주지 제한 명령은 기본적으로 13세 미만 아동을 상대로 범행했거나 3회 이상 성범죄를 저지른 전자장치 부착 대상자 중 성범죄로 10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성폭력범이 대상이다. 법원이 거주지 제한 명령을 내릴 때는 대상자가 사는 광역자치단체 내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운영 시설 가운데 법무부 장관이 정한 ‘지정 거주시설’을 거주지로 지정해야 한다. 고위험 성범죄자는 출소 후 거주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고 국가 등이 운영하는 시설에서 살게 된다는 뜻이다. 가족과 함께 거주할 수는 없다.다만 국회 입법 과정에서 인권침해 등 논란이 예상된다. 교도소에서 만기 출소한 성범죄자를 지정시설에서 거주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거주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일 수 있다. 또 이미 처벌을 받은 사람을 다시 거주지 제한을 하는 것은 이중 처벌일 수 있다.-哲-

2023-11-14 13:43 새문안通

[새문안通] 슈링크플레이션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은 줄어들다는 뜻을 가진 영어단어 ‘shrink’와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inflation’을 합성한 용어로,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제품의 크기·수량을 줄이거나 품질을 낮추는 것을 말한다. 영국의 경제학자 피파 맘그렌(Pippa Malmgren)이 2015년 1월 자신의 SNS에 코카콜라와 펩시가 음료캔 크기를 줄여 교묘하게 가격을 인상한 것을 ‘슈링크플레이션’이라 칭한 것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흔히 패키지 다운사이징이라고도 불리는 슈링크플레이션은 기업이 판매량을 유지하고 비용을 줄여 영업마진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한다.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가격을 올리는 대안으로 자주 사용된다. 기업들은 소비자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원재료비 상승을 전가할 수 있다.최근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식품 가격 인상을 억제하자 기업이 가격은 유지한 채 제품 용량을 줄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은 이달 초부터 냉동 간편식품 ‘숯불향 바베큐바’ 중량을 280g에서 230g으로 줄여 편의점에 공급하고 있다. 가격은 봉지당 5600원으로 같지만 g당 가격은 20원에서 24.3원으로 21% 올랐다.동원FB도 지난달부터 대표 제품인 ‘양반김’ 가격을 봉지당 700원으로 유지한 채 중량은 5g에서 4.5g으로 0.5g 줄였다. 이 회사는 지난 6월에는 ‘동원참치 라이트스탠다드’ 가격(캔당 3300원)은 그대로 두고 중량을 100g에서 90g으로 낮췄다. 해태제과는 지난 7월 대표 제품인 ‘고향만두’ 가격을 그대로 둔 채 용량을 기존 415g에서 378g, ‘고향 김치만두’ 용량을 기존 450g에서 378g으로 각각 줄였다.고객에게 알리지 않고 슬그머니 양을 줄이는 기업들의 행태에 은근히 부아가 나면서도 설탕·소금·우유·밀가루 등 각종 원재료 가격이 치솟는 데도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식품기업 입장에서는 어쩌면 슈링크플레이션은 불가피한 선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 물 -

2023-11-07 14:03 새문안通

[새문안通] PF 시한폭탄

우리 부동산시장의 가장 큰 시한폭탄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다.이미 지난해 말 도래한 PF 만기를 정부가 일괄적으로 올 초까지 연장해준데 이어, 5월에 다시 내년 2월까지 이자도 유예해 폭발력을 너무 키워놨기 때문이다.정부가 지난 9월 정부의 PF대출 보증규모도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늘려주면서 금융기관과 함께 리스크도 직접 떠안게 됐다.당장 시행사와 건설사들 그리고 금융기관들의 파산을 방지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이해된다. 그러나 옥석을 가리지 않고 무작정 수명을 연장시킨 것은 시한폭탄의 성능만 키워놓은 결과가 됐다. 이미 수명을 다한 프로젝트가 허다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PF규모 130조원에 계산도 안되는 이자까지 어떻게 연착륙 시킬 것인지 신의 한수로도 풀기 어려운 킬러 콘텐츠가 키워졌다.시장은 고금리 장기화로 탈출구를 찾기 어렵게 돼가고 있고, 사람들은 벌써 총선을 앞둔 내년 2월에 가서도 또 연장해줄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는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한 결과였다는 교훈을 우린 가지고 있다. 윤 정부 역시 이미 숨이 멈춘 기업에게까지 산소호흡기를 들이대며 시장원리를 거스르려 하고 있다. 좀비기업이 많아질수록 정상적인 기업에도 좀비 병균이 옮는다. 죽은 기업은 사망선고 해줘야 시장이 생기를 유지하고 자원배분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요즘 향수의 나라 프랑스를 비롯해서 유럽에 빈대가 기승을 부린다고 한다. 옛말에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집 한 채 태워서라도 빈대를 잡지 않으면, 마을 전체가 빈대천국이 될 수도 있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빈대가 좀비라고 하면 좀비집을 태워서라도 시장을 구해야 할 것이다.-榮-

2023-10-31 14:14 새문안通

[새문안通] 국민은 무조건 옳다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떤 비판에도 변명해선 안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던진 메시지다. 더불어 “이념 논쟁을 멈추고 오직 민생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표명에 장삼이사들 풀이는 각각이다. ‘국민이 늘 옳다’는 언급이 어떤 함의를 품고 국정운영에 변화를 줄련 지 두고봐야 해서다. 비판적으로 보면 대통령의 지적은 그동안 정부가 ‘민심의 바다가 배를 뒤집을 수 있다’는 천심을 몰랐다는 것이고, 애정을 갖고 접근하면 ‘더욱 민심의 바다로 내각이 들어가라’는 격려로 풀이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17일 국민통합위 만찬에서 “저와 내각에서 많이 돌이켜보고 반성도 많이 하겠다”며 취임 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반성’을 언급했다. 지난 11일 서울 강서 구청장 보궐선거 결과가 대통령의 인식변화를 초래한 것인지는 알 수는 없다. 내년 총선 전초전 성격의 보궐선거에서 ‘김태우의 참패’로 대통령실과 여권은 뜨끔했을게다. 최근 여론 조사상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하나하나 거론할 이유는 없다. 정치가 생물이기에 현 시점에서 TK지역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 평가율이 어떻게 변했는지 짚는 건 사실 무의미하다. 물론 국민이 다 모른 척 하는 건 아니지만. 보통의 국민이 그래도 대통령에게 바라는 건 어찌 보면 평범하다. 단적으로 ‘반성을 하겠다’면 ‘반성’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반성은 과거의 오판과 오류, 독선을 바로 잡고 같은 궤적의 길을 걷지 않는다는 의미다. 다수의 국민이 비판한 게 무엇이고, 그래서 어떻게 반성해야 하는 지 짚어보면 된다. 차제에 ‘국민의 개념’도 다시 한번 돌아보면서. 정부는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민생을 위한 정권이 돼야지 정권을 위한 민생이 돼서는 안된다. ‘국민의 힘’과 ‘국민의힘’중 어디가 옳고 강한지는 굳이 따져볼 필요도 없다. -明-

2023-10-24 09:22 새문안通

[새문안通] 망하는 기업

이윤을 남겨 살아남고 사회와 함께 지속 성장 발전하는 것이 기본적인 기업의 생리다. 하지만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우리 주변에 이른바 망하는 기업들이 쉽게 눈에 띈다. 그리고 그 뒤에 남겨졌던 수많은 이들의 실직과 눈물, 멍까지…. 한 때, ‘탱크주의’를 내세워 거침없이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던 대우전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1999년 대우가 좌초하면서 수차례 주인이 바뀌고, 무려 다섯 번(2002년 대우일렉트로닉스→2013년 동부대우전자→2018년 대우전자→2019년 위니아대우→2020년 위니아전자) 이나 이름표를 바꿔 달았다. 그 사이 세계를 주름 잡던 ‘대우’란 브랜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나마 그 명맥을 잇던 위니아마저 이달, 부도 처리돼 법정관리 상태다. 회생 여부조차 불투명해진 기업이 된 것이다.90년대 중후반 컴퓨터 전문매장으로 가격 파괴를 주도했던 세진컴퓨터랜드를 비롯해서 팬택, 신세기통신, 한솔PCS, 국제그룹, 해태그룹, 버디버디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기라성 같던 기업들도 비운에 사라지기는 매 한가지다.그들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미국의 저명한 경영 컨설턴트이자 경영학자인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이 어떻게 망하는가(How the Mighty fall)’라는 책을 통해 기업 몰락을 다섯 단계로 구분했다. 첫 단계로 ‘성공에 도취된 자만’을 꼽았고, 이어 △‘원칙없는 확장’ △‘리스크 무시’ △‘외부 구원에 매달림’ △‘기업 존재 가치의 소멸’ 과정을 거친다고 적시했다. 불황이란 단어를 늘상 끼고 사는 요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게다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이은 가자지구 전쟁까지 국제 정세는 매일 요동친다. 그래서 일까. 학자들 사이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을 ‘노멀(Normal)’로 정의했고, 코로나 시대까지를 ‘뉴 노멀(New Normal)’이라고 칭하고 있다. 요즘은 아예 한 발 더 나아가 불확실성 최고조기란 의미에서 ‘뉴 애브노멀new abnormal)’이라고 한다.불확실과 격변의 시대, 하루에도 수많은 기업이 생기고 사라진다. 어쩌면 요즘 기업들은 장수보다 하루하루 살아 남는 것을 더 큰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錫 -

2023-10-18 06:07 새문안通

[새문안通] 달라진 고민

추석 연휴 중에 생긴 일들이다. 길거리에 고통과 두려움이 깃든 얼굴로 혼자 주저앉아 있는 열살 남짓의 아이가 있었다. 친구들과 놀다 다친 모양인데 혼자 있는 아이가 안쓰러워 어떻게 다쳤는지, 부모는 불렀는지를 묻고 크게 다친 거 아니니 엄마 오셔서 치료 받으면 괜찮을 거란 얘기를 두어번 되뇌며 옆에 있었다. 다행히 바로 앞 아파트 단지에 살던 아이의 엄마가 금세 달려오는 걸 보고는 가던 길을 마저 갔다. 뒤돌아 오며 문득 오지랖이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인도에서 킥보드를 타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는 뒤따라오던 누군가를 보면서도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아이는 이미 다친 내 다리 쪽으로 돌진하고 있었고 앞에는 지팡이를 짚고 느리게 움직이는 할아버지가 코앞에 있었다. 자칫 세 사람이 충돌할 위기에 아이에게 “앞을 봐야지”라고 주의를 주니 “아빠~”를 불렀다. 그리고 사과했다. 아빠가. 이 역시 오지랖이었으려나.시대가 달라지면서 고민도 달라졌다. 분쟁이 생길지 모르니 남의 아이 일이니 입을 다물고 외면하고 지나쳤어야 했나… 오지랖일지도 모른다. 이 고민을 해야하는 게 맞는지 또 고민이 됐다. 꽤 오래 당연했던 일이 그렇게 고민거리가 돼버렸다. 아이의 돌봄이나 훈육의 책임이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에게도 이런 고민이 생길 지경이니 교사들은 어떨까 싶었다. 학부모들을 상대로 한 감정노동자로 전락한 교사들, 오랜 팬데믹으로 섞여 들지 못하는 아이들, 교사들의 잇따른 극단적 선택이 떠올랐다. ‘학폭’ 의혹에 휩싸인 배우가 “삥을 뜯어다 주긴 했지만 학폭은 아니다”라는 기묘한 변명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시대, 그렇게 고민은 달라졌다. -美-

2023-10-10 14:33 새문안通

[새문안通] 취지 퇴색하는 김영란법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은 지난 2015년 3월 제정된 법으로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공직사회의 기강을 확립하자는 취지로 발의했다. 주요 목적은 공직자들의 금품수수 금지, 부정청탁을 금지하고 외부강의 수수료도 제한하자는 것이다. 최종 논의과정에서 공직자의 범위에 공직자의 배우자뿐만 아니라 교직원, 언론인 등도 포함됐다. 김영란법은 3-5-10 규정이 있었다. 식사접대 한도 3만원, 축의금·조의금 5만원, 농축산물 선물의 경우 10만원까지 가능했다. 하지만 이 조항은 계속 수정됐다. 특히 농축산물 선물 상한액은 계속 높아졌다. 지난달 농축산물 선물 가격 상한이 10만원에서 15만원(추석·설은 20만원)으로 상향했다. 특히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과 설에는 농수산물·농수산가공품 선물 가격을 기존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렸다. 추석·설 선물 기간은 명절 당일 전 일부터 당일 후 5일 까지다. 여기에 주고받을 수 있는 선물 범위도 확대됐다. 기존에는 선물은 물품만 해당됐지만 물품 외에도 물품 및 용역 상품권도 선물할 수 있다. 농·수·축산물로 교환할 수 있는 온라인 상품권과 영화·연극·스포츠 등 문화관람권도 가능해졌다.덕분에 지난 추석 명절에 백화점 등 유통업체에서는 고가인 20∼30만원대 선물세트 매출이 역대급으로 급증했다. 특히 한우 등 축산물과 굴비 등 수산물선물세트가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표면적으로는 우리 농축산물 농가를 살리기 위한 명분이지만 이렇게 선물가액을 잇따라 올리는 것은 당초 김영란법의 취지와는 많이 멀어졌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벌써부터 김영란법의 사문화를 걱정하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哲

2023-10-03 13:37 새문안通

[새문안通] 탈세계화와 韓수출 위기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세계화의 바람은 지난 수 십 년간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중국을 비롯한 저임금 국가에 생산설비를 집중해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함으로써 생산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그 결과 기업은 매출과 이익을 획기적으로 늘렸고 증시는 장기 호황을 구가했다. 여기에 기술 개발로 생산단가가 하락하면서 물가 상승이 억제되면서 인플레이션 없는 장기 성장의 골디락스가 이어졌다. 1980년대 이후 40년간 이어진 세계화 추세는 영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Ricardo)의 ‘비교우위론’에 입각했다. 나라별로 생산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제품의 생산에 특화함으로써,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글로벌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물론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그늘도 짙게 드리워졌다. 글로벌 생산성 향상은 실상 도시로 이주해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 중국의 농민공과 같은 저개발국의 노동자가 희생한 결과였다.누적된 세계화에 대한 분노는 2010년대 이후 반이민 정서와 민족주의를 강화하자는 정치적 흐름으로 분출됐다. 이런 흐름에 편승해 각국 정부는 대대적인 리쇼어링(reshoring·해외공장의 국내 회귀) 정책을 펼쳤다. 그리고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지난 수십년간 세계화로 구축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이제 각국 정부는 가격이 비싸도 자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사용하도록 종용하고, 기업에 자국에서 물건을 팔려면 공장을 건설하라고 권한다. 그리고 이같은 흐름은 지난 반세기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수출 모델의 붕괴를 의미한다. 한국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비교우위 제품을 해외에 수출하며 무역흑자를 누렸지만,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된 탈세계화 시대에 비교우위론에 입각 제품은 더 이상 살아남기 힘들다. 이제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유일무이’한 제품만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 물 -

2023-09-26 15:58 새문안通

[새문안通] 부끄러운 대한민국

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 통계와 관련해서 늘 시비가 있었다. 본지도 여러번 정부 발표 집값 통계가 잘못됐다는 것을 지적한 바 있었지만, 문 정부 내내 ‘소귀에 경 읽기’였다.2020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3년간의 집값 상승률을 11.3%로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민간 조사자료인 53%와는 오차규모가 5배에 달했다. 전국의 집값 상승열기가 들불처럼 번지는 상황에서 이해할 수 없는 통계 발표였다.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집값 전혀 문제없다고 말해, 잘못된 통계가 대통령에게 입력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한 적도 있었다.그러나 우려는 현실이 돼, 최근 감사원 감사를 통해 통계조작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감정원이나 민간 조사기관의 수치가 전부 실거래가 만을 기준으로 조사한 것이 아니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호가도 반영됐기 때문에 신뢰도가 100%라고는 할 수 없지만 왜곡하고 조작해서는 절대로 안되는 것이다.수치 자체는 오차가 있을 수 있지만, 추세를 정확히 읽기 위해서는 수치를 입맛에 맞게 손대는 것은 너무도 위험한 범법행위다. 조작도 광범위하게 지속적으로 이뤄졌으니 할말을 잃을 정도다.27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그런 조작된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정책을 폈으니 효과가 있을 리 만무하고, 시장의 자정기능마저 망가졌던 것이다.국제사회에서 통계조작국으로 낙인찍힌 중국, 베네주엘라, 아르헨티나 취급 받을까 겁난다.이 정도면 통계청장까지 바꿔가면서 공치사했던 고용이나 분배를 포함한 경제 관련 수치도 다시한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세계 10대 경제대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이 통계를 조작했다고 하니 충격을 넘어 부끄러워 얼굴을 못들겠다.-榮-

2023-09-19 14:46 새문안通

[새문안通] ‘제2 요소수 대란’ 없다고?

최근 국내 주유소업계와 화물업계에 때 아닌 ‘제2의 요소수 대란’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요소 수출 중단 지시를 내렸다는 외신발 후폭풍이다. 2년만에 우리 사회 곳곳에 ‘요소수 대란’ 사이렌이 또다시 요란하다.우리나라의 중국산 요소수 수입 비중이 83.4%에 달했던 2021년 당시, 상용차 200만 대가 멈춰 서는 사태가 발생했다. 11월부터 인천항만 화물차 운행 중단이 시작되는 등 물류 부분에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급기야 소방차, 구급차 등 긴급차량에 요소수를 기탁하는 시민들이나 무료 제공하는 주유소까지 등장했을 정도였다.하지만 정부는 수입 다변화와 재고 등을 내세우며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정부는 그 근거로 “중국 정부의 요소 수출 통제가 없었고, 올해 중국산 비료용 요소 수입 비중이 17%에 불과하다”는 통계와 “제조나 차량용 요소수 역시 2개월분의 재고가 있다” 설명했다.소비자들을 안심 시키겠다는 정부의 의도는 백방 이해한다.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엉뚱한 통계를 들이 댄 것은 분명 문제다. 우리가 진짜 우려하는 바는 비료용 요소가 아니라 산업용 요소수 부족이다. 비료용 요소가 산업용 요소수로 전환, 사용되기 어렵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아닌가. 순간 그럴싸하게 보였지만, 막상 뜯어 놓고 보니 ‘눈 가리고 아웅’ 식 데이터 나열에 불과했다.실 데이터를 살펴보니,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중국산 산업용 요소수 의존도는 무려 90.2%에 달했다. 오히려 2년 전보다 대중국 수입 의존도가 더 커졌다. 소 잃고 외양간 조차 못 고친 셈이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 못하고, ‘제2의 요소수 대란’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아닌가.- 錫 -

2023-09-13 06:15 새문안通

[새문안通] 윤석열 대통령의 골프학 개론

“우리나라는 골프로 치면 250m, 300m씩 장타를 칠 수 있는 실력이 있는데, 방향이 잘못되면 결국 아웃 오브 바운즈(OB)밖에 더 나겠나” “벙커에서 공을 잘 치려면 모래 속에 발을 파묻고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국민을 위해 설정한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 지난달 말 언론을 통해 나온 윤석열 대통령의 골프에 비유한 국정철학의 한 단면이다. 골프에서 방향은 중요하다. 티샷에서 우탄좌탄 속칭 ‘와이파이’로 장타를 뽐내기 보다는 조금 덜 보내더라도 일관성과 정확성을 갖추는 게 낫다. 대체로 다음 샷을 잘 할 수 있는 위치로 공을 보내는 골퍼가 내공이 깊다고 필드에서는 얘기들 한다. 얼마 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CPKC 여자오픈에서 고진영 프로가 연장전에서 분패한 것도 드라이버 티샷의 방향이 의도대로 발휘되지 않아 서다. 결정적인 순간 단 한 번의 어긋난 방향이 우승컵을 들 기회를 날려버렸다. 세간에서는 윤 대통령이 ‘골프의 방향’으로 말하고 싶은 건 아마 국가정체성, 노선, 이념의 방향성일 것으로 풀이들 한다. 새는 한 쪽 날개로만 날지 못한다는 그래서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에 윤석열 정권은 새의 몸통에 이념의 엔진을 장착해 누군가 바라는 방향으로 날기를 바라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새가 날아가는 방향은 딱 정해져 있어야 왼쪽 날개, 오른쪽 날개가 힘을 합쳐 가지고...”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윤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골프 티샷도, 새의 비행도 목적이 있기에 방향성이 중요함은 당연하다. 그런데 방향의 좌표를 누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작금의 이념 논쟁국면에서 중차대하다. 혹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싶다면 방향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이 현실과 역사의 토대에서 갖춰줘야 한다. “공평이 양심을 만날 때 공정이 된다”고 며칠 전 모 대학 교수는 S대 학위수여식 축사에서 강조했다. -明-

2023-09-05 09:29 -明-

[새문안通] 독립운동에도 색깔이 있나요?

빨강과 파랑, 빨갱이… 대한민국 역사에서 이념이 색으로 대체되는 시대는 꽤 오래 지속돼 왔다. 여야, 보수와 진보 등이 그 어느 때보다 극렬하게 갈등하며 양분된 시대 ‘반국가세력’이 화두다. 광복절에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있다”고 언급된 이 ‘반국가세력’에 대한 반감은 난데없이 독립운동가들에게까지 튀었다.‘소련 공산당 가입’을 이유로 육군사관학교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 철거를 검토하겠다고 먼저 나섰다. 이어 국방부가 청사 앞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과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의 명칭 변경을 검토 중이라고 알렸다. 남로당 출신인 이전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고 국가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오신 분”이지만 독립에 필요한 무장투쟁을 위해 소련 공산당에 가입한 독립운동가는 흉상 철거 검토 대상이 돼 버렸다. 광주 출신의 중국혁명음악가이자 독립운동가 정율성의 기념 공원 조성 사업도 중국 공산당원이었다는 이유로 난관에 부딪혔다.지금을 사는 사람들은 역사에 빚을 지고 있다.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우리는 어떤 의견이나 정치색도 자유롭게 얘기하고 저항할 수 있는 형형색색의 자유민주주의 꽃을 피울 수 있었다.이념에 따라 색을 입히는 것은 자유다. 그 이념에 따라 자신의 주장을 하는 것도 자유다. 대한민국은 그런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하지만 그런 나라의 근간이자 기리고 보존해야 할 ‘독립운동’에까지 색깔 논쟁 프레임이 걸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론 통합’이라는 명분 하에 나라를 한 가지 색으로 물들일 권리는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다.-美-

2023-08-29 14:35 새문안通

[새문안通] 아시안게임 출전하는 북한

북한이 다음달 중국 항저우 하계 아시안게임에 참가한다.그동안 북한의 참가 여부에 대해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중국 당국이 북한의 참가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중국 국가체육총국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최근 “이번 대회에 45개 국가·지역이 모두 참가 신청을 냈다”며 “일부 국가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선수단이 출전한다” 밝혔다.현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속한 국가는 45개국으로 북한도 OCA 회원국이다. 조직위가 북한을 참가국으로 직접 거명은 하지 않았지만 이 같은 발표로 볼 때 북한의 이번 아시안게임 출전은 확실하다.항저우 아시안게임은 당초 지난해 9월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1년 미뤄졌다.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오는 9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개최된다.북한이 국제 스포츠대회에 선수단을 파견하는 것은 지난 202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북한은 코로나19를 이유로 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에 불참해 IOC로부터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으나, 지난해 12월 징계가 풀렸다. 징계가 해제됨에 따라 어느 스포츠 대회든 참가할 수 있다.이웃 나라이자 우방국인 중국에서 하는 이번 아시안게임에 북한은 축구, 수영 등에 선수단 200여명을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여성 응원단을 보낼지도 관심거리다. 북한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내년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하계 올림픽대회에도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한국은 선수와 코치진 등 역대 최대 규모인 1180명의 선수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모처럼 항저우에서 남북이 열심히 뛰는 선수들을 서로 응원해주는 모습을 기대한다. 여기에 남북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둬, 시상대에 함께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哲-

2023-08-22 14:04 새문안通

[새문안通] 오펜하이머와 일본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가 화제다.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프로그램인 ‘맨해튼 프로젝트’의 기술 책임자였던 물리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일대기를 다룬 이 영화는 지난 7월 21일 미국에서 개봉한 후 3주만인 지난 13일 전 세계에서 약 6억4902만 달러가 넘는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다.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에 R등급(청소년 관람불가)을 받은 전기영화가 이런 흥행실적을 보이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는 게 영화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더욱이 오펜하이머는 미국 다음으로 가장 큰 영화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과 한국에서 아직 개봉을 안한 상태라 중국과 한국에서 개봉하면 역대 R등급 영화 흥행 2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오펜하이머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 개봉일인 15일 오전 7시 기준 예매율이 55.3%를 넘어섰고 사전 예매량은 53만9646장을 기록했다고 한다.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영화의 개봉일정을 정하지 못한 나라가 있다. 바로 일본이다.오펜하이머의 주도하에 개발한 원자폭탄이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투하되고, 사흘 뒤인 9일 나가사키에 떨어지며 한순간에 20만 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고 8월 15일 일본이 항복을 선언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일본에는 원폭 투하로 인한 후유증과 고통이 아직까지 남아있어 오펜하이머를 바라보는 시각이 복잡하다. 더욱이 매년 원폭 투하일이 되면 주일 미국대사관 앞에서 원폭 투하를 사과하라는 시위가 벌어질 정도로 자신들을 피해자로 인식하는 일본인들도 있어 영화의 개봉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이처럼 영화 오펜하이머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개봉을 어렵게 만드는 일본 사회의 분위기는 역사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기를 주저하고, 자신들을 피해자로만 생각하는 왜곡된 인식을 보여주는 듯해 못내 씁쓸하다. - 물 -

2023-08-15 14:02 새문안通

[새문안通] '철근누락' 아파트, 지자체 책임

杞憂(기우)가 현실이 됐다. ‘철근누락’으로 천장이 무너질까 하는 걱정으로 나라가 시끄럽다.이번 부실 책임을 두고 설계, 시공, 감리 등 총체적인 문제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감리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본다. 검찰, 경찰, 감사원처럼 건설 전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역할이 감리이기 때문이다.현재 아파트 건설에 대한 감리는 2분화 돼있다. 국가를 대신하는 LH 발주 공사는 LH가, 그 외 민간 발주 아파트는 해당 지자체가 감리를 지정하도록 돼있다. 문 정부 때인 2018년 3월에 개정된 주택법 43조가 그렇다. 그 전에는 설계회사와 시공사가 중심이 돼 감리를 선정해왔는데, 설계와 감리의 짬짜미를 방지한다면서 감리선정권을 지방자치단체로 옮긴 것이다. 그러나 당시 LH 발주에 대해서는 감리선정권을 LH에 그대로 뒀다. 현재 LH ‘철근누락’ 사태에 전적으로 LH가 책임을 지는 이유다. 당시 LH에 대해서도 감리 선정권을 회수했다면 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건설업계에서는 주택법 개정 전에는 설계와 감리가 협업을 통해 문제점을 중간에 조율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소통이 원활했었다는 것이다.현재 민간아파트에 대해서도 부실여부 조사가 시작됐고, 9월 결과 발표를 한다고 한다. 만일 민간아파트에서도 문제가 발견될 경우 그 책임은 감리 선정자인 지방자치단체가 져야 할 것이다. 그동안 지자체 선정 감리에 대해 건설사나 설계회사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사업승인권자인 지자체를 등에 업은 갑질에 지나친 수준의 감리비 등. 이번 민간아파트 검수에서 부실이 발견될 경우 그 파장은 전국 지자체로 번질 것이다. 자칫 지자체 이권카르텔의 민낯이 드러날 수도 있다.- 榮 -

2023-08-08 14:08 새문안通

[새문안通] 파편화 사회에 대한 단상

오랜만에 네 식구가 거실에 함께 자리한 적이 있다. 일상 대화 몇 마디가 오고 간 뒤, 국가대표 축구경기 생중계를 보기 위해 TV를 켰다. 이내 대화는 끊겼고, 축구 중계는 시작됐다. 얼마쯤 지났을까. 우리 국가대표팀이 골을 넣었다. “골~~” 손뼉 치며 벌떡 일어나 외마디 탄성을 질렀다. 분위기가 싸해 졌다. “조용히 보면 안 돼?” 아내의 한 마디와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는 세 개의 눈빛. 순간, 머쓱해져 안마기 의자에 걸터앉았다. 어색했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같이 즐길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관전할 맛이 뚝 떨어졌다. 주위을 훑어봤다. 쇼파에 비스듬히 앉거나 기대어 각자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아내는 모바일 쇼핑을, 두 아이는 취향별 유튜브 시청이 한창이었다. 같은 시공간에 모인 네 식구지만, 생각은 서로 다른 곳에 살고 있었다. 각자 지구 반대편 어디쯤 헤매고 있었나보다. 서로 매일 얼굴을 마주 보는 오프라인 상에서도 이런 상황이 흔히 연출된다. 이질감과 공허감이 밀려왔다.요즘을 각자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사는 시대라고 한다. 사고의 파편화다. 지금 우리 사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한 번 기운 사고의 축은 중력과 시간을 타고 극단을 치닫는다. 마치 마약 중독처럼 더 자극적이고 강한 원심력만 남는다. 콘트롤박스나 브레이크 조차 없다. 그래서 위험하다. 각자의 사고는 원심력을 타고 증폭되며 극단을 향하고 있다. 특히, 익명의 그늘 아래 자행되는 마녀사냥과 인격살인을 일삼는 악플러들의 만행은 이미 사회 악이 됐다. 때론 이념으로, 정치색으로, 종교로, 지역으로 각각 빅뱅하는 운석이 지금 우리의 자화상 아닐까. 다양한 의견과 뜻을 한데 모아가는 구심력이나 중용의 가치가 그립다.서로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공감대 없는 착시를 전부로 착각하는 일부의 강경 사고는 아집과 우격다짐일 뿐이다.-錫-

2023-08-02 06:48 새문안通

[새문안通] '네 탓' 편향인 전성시대

거짓은 전염성이 강하다. 거짓은 반복적으로 퍼져가며 의식과 말속으로 스며든다. 그래서 우리는 남의 생각을 자신의 생각인 냥 말하고 시류에 맞는 것을 쉽게 믿는다. 그 과정에서 정신과 의지는 오염되고 썩는다. 그렇다면 거짓은 어떻게 알아볼까. 확신할수록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거짓을 말하는 사람일수록 의심하지 않고 완고하며, 의문을 품지 않고 다 아는 체 하고, 언제나 이해하는 척 한다. 선동된 여론은 대체로 신중하지 않으나 문제는 대세인 의견일수록 우리의 마음에 쉽게 와 닿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공유하는 것은 바람이고 퍼뜨리는 것은 가십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경계해야 한다. 이런 사람일수록 정보와 지식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줄만 안다. 그저 다른 사람들이 구축한 정보와 지식을 인용할 줄만 아는 팔로워 순응주의자일 뿐이다. 더구나 이들이 참고하는 정보와 지식의 대부분은 거짓 선동이 난무하는 SNS와 가짜 뉴스에서 온 것이다. 프랑스 철학과 교수인 로랑스 드빌레르의 글로벌 베스트셀러 ‘모든 삶은 흐른다’(이주영 옮김)의 한 대목을 길게 인용했다. 얼마 전 본지를 통해 ‘모르면 용감하다’는 ‘더닝-크루거 효과’를 들면서 특정 군상을 비틀기도 했지만 여전히 그 인지편향이 지금 대한민국의 한 작동원리인 것 같은 경계감에서다.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 사건에서도, 괴소포 사건에서도 그들은 ‘네 탓’만 하고 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대통령 관저 선정 쟁점에서는 더 그럴거다. 어느 대통령은 비가 와도 걱정, 비가 오지 않아도 걱정이라며 모든 걸 내 탓으로 돌렸는데 지금은 비가 와도 네 탓, 비가오지 않아도 네 탓인 시대가 된 것 같다. 편향의 부류만 목청을 돋구는 묘한 세상이다. 바다에서 삶의 지혜를 찾으러 떠나는 이들이 이래서 더 많겠다. -明-

2023-07-25 09:28 새문안通

[새문안通] 화양연화 K콘텐츠의 뒤안길

K컬처는 분명 ‘화양연화’를 맞이했다. 특히 그간의 주류 시장이었던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 등까지 섭렵한 K팝은 올 상반기 음반 수출액(18일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 기준)이 전년 동기 대비 17.1%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만큼 르네상스를 맞이했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데이터 조사기업 루미네이트의 2023년 상반기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 상위 1만곡을 기준으로 영어, 스페인어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스트리밍된 음원이 한국어 노래다. 일부 멤버의 군입대로 솔로 활동에 나선 방탄소년단 슈가, 지민, 정국 뿐 아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스트레이 키즈, 트와이스, 세븐틴, NCT, 피프티 피프티 등까지 빌보드 차트 상위권을 오르내리고 있다.K팝 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 동화 및 그림책, 문학, 클래식, 뮤지컬 등 한국의 콘텐츠는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여전히 내홍을 겪고 있다. ‘큐피드’ 표절 의혹과 더불어 전속 계약 분쟁에 휘말린 피프티 피프티 사태를 비롯해 소송 중 세상을 떠난 고(故) 이우영 작가의 ‘검정고무신’ 저작권 분쟁, 국산 OTT업체들의 경영난, 글로벌 OTT와 벌이는 망중립성 및 이익 분배 갈등, 고질병처럼 잊을만하면 불거지는 음원 저작권료 분배의 불합리한 시스템, 디자인 및 상표권 다툼, 뮤지컬 ‘아몬드’, 라이선스 연극 ‘킬미나우’와 영화 ‘나를 죽여줘’ 등 사태처럼 원작자를 배제한 채 무례하게 진행되는 2, 3차 저작물….하루가 멀다 하고 불거지는 문제들은 ‘화양연화’의 종말을 앞당기는 후진국 형이다. 글로벌 시티즌의 시대다. 더 이상 ‘너만 입 다물면 돼’ 식의 눈 감기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급작스러운 K콘텐츠 열풍에 한없이 뒤쳐진 권리 및 분배 등을 포함한 산업 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때다. 이대로라면 너무 일찍 터뜨린 샴페인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美 -

2023-07-18 14:37 새문안通

[새문안通] 실세차관과 왕차관

세종 관가가 술렁이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실세 차관들을 임명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11개 부처 12명의 차관 교체 인사를 발표했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5명이 1기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이었다. 차관에 오른 김오진·박성훈·백원국·임상준·조성경 비서관은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합류해 윤 대통령의 국정과제 이행 실무를 맡아오던 이들이다. 이들이 차관을 맡은 부처는 국토교통부(김오진 1차관·박성훈 2차관), 해양수산부, 환경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4곳으로 중요한 국정 현안이 있는 부처들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들에게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는 과감한 인사 결정을 거듭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복지부동’하는 공무원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피’를 발탁함으로써 전체 공직 사회가 일신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환경부 등 일부 부처에서는 1급, 2급 등 공위직 공무원들이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해당 부처 직원들 뿐만 아니라 다른 부처도 좌불안석이다.역대 정권에서도 실세 차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실세 차관이라는 말이 모자라서 왕차관이라 불리는 사람도 있었다. 이명박 정부 때 해외자원개발을 주도했던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이 바로 그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의 최측근으로 ‘정권 실세’로 통했다. 그는 대통령실 기획조정비서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등을 지냈다.문재인 정부 때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비서관을 거쳐 외교부 1차관이 된 최종건 차관을 두고 외교가와 일부 언론에서는 왕 차관으로 불렀다. 이에 외교부는 공식 SNS 계정에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왕(王) 차관이 아니다’라는 포스터를 제작해 게재하고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기도 했다.-哲-

2023-07-11 14:08 새문안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