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문안通] 달라진 고민

새문안通
입력일 2023-10-10 14:33 수정일 2023-10-10 14:33 발행일 2023-10-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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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중에 생긴 일들이다. 길거리에 고통과 두려움이 깃든 얼굴로 혼자 주저앉아 있는 열살 남짓의 아이가 있었다. 친구들과 놀다 다친 모양인데 혼자 있는 아이가 안쓰러워 어떻게 다쳤는지, 부모는 불렀는지를 묻고 크게 다친 거 아니니 엄마 오셔서 치료 받으면 괜찮을 거란 얘기를 두어번 되뇌며 옆에 있었다. 다행히 바로 앞 아파트 단지에 살던 아이의 엄마가 금세 달려오는 걸 보고는 가던 길을 마저 갔다. 뒤돌아 오며 문득 오지랖이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인도에서 킥보드를 타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는 뒤따라오던 누군가를 보면서도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아이는 이미 다친 내 다리 쪽으로 돌진하고 있었고 앞에는 지팡이를 짚고 느리게 움직이는 할아버지가 코앞에 있었다. 자칫 세 사람이 충돌할 위기에 아이에게 “앞을 봐야지”라고 주의를 주니 “아빠~”를 불렀다. 그리고 사과했다. 아빠가. 이 역시 오지랖이었으려나.

시대가 달라지면서 고민도 달라졌다. 분쟁이 생길지 모르니 남의 아이 일이니 입을 다물고 외면하고 지나쳤어야 했나… 오지랖일지도 모른다. 이 고민을 해야하는 게 맞는지 또 고민이 됐다. 꽤 오래 당연했던 일이 그렇게 고민거리가 돼버렸다. 아이의 돌봄이나 훈육의 책임이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에게도 이런 고민이 생길 지경이니 교사들은 어떨까 싶었다. 학부모들을 상대로 한 감정노동자로 전락한 교사들, 오랜 팬데믹으로 섞여 들지 못하는 아이들, 교사들의 잇따른 극단적 선택이 떠올랐다. ‘학폭’ 의혹에 휩싸인 배우가 “삥을 뜯어다 주긴 했지만 학폭은 아니다”라는 기묘한 변명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시대, 그렇게 고민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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