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문안通] 세밑 코로나

새문안通
입력일 2020-12-08 13:53 수정일 2021-06-09 12:39 발행일 2020-12-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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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은, 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인 섣달그믐을 달리 부르는 말이다. 이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고 해서 나왔다. 양력 12월도 요즘 세밑이라고 할 수 있다. 음력, 양력 가리는 게 소용없다.

그런데 올해 12월31일 보신각 제야의 종소리를 67년만에 들을 수 없다고 한다. 겨울 들어 맹위를 떨치는 코로나 한파의 영향이다. 사람이 모이면 안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새해를 알리는 신호로 종소리를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국민들은 타종 자리에 모여 한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며 환호한다. 지난 묵은 때를 버리고 새 출발하자는 의미다. 새해맞이 일출 보러 밤새도록 명소로 달려가는 것도 같은 뜻이다. 새해맞이는 동·서양이 크게 다르지 않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다 1년만에 제자리에 온 것에 불과한데, 사람들은 이를 축하하는 기념일을 만들어 서로의 안부를 묻고 행운을 기원한다.

하루하루가 무료하니 사람들은 중간중간 기념일을 만들고, 주(週) 단위로, 월(月) 단위로 끊어 살며 삶에 활력을 불어넣으려고 한다.

겨울 들어 더욱 거세진 코로나는 우리에게 일상의 소중함을 더 그리워하게 하고 있다. 밥 같이 먹고, 차 한자 하는 것도 힘든 시대다. 해마다 연말 분위기를 점점 더 느끼지 못한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썰렁한 세밑 풍경을 코로나가 더 각박하게 만든다.

인류는 인류를 공격하는 모든 것을 퇴치했다. 무자비하게 없앨 때도 있었다. 지구의 보복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인류는 과거 잘못을 깨닫고 지구정화에 나서고 있다. 내년에는 코로나를 박멸하고 다시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일상을 찾기를 기대해 본다.

-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