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기고

[시장경제칼럼] 초과이윤세 입법 추진에 대한 경제학적 고찰

2022년 2월 미국과 유럽연합을 포함한 서방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을 맹비난하며 전방위적인 러시아 제재를 단행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세계 3위 원유생산국인 러시아의 시장 퇴출을 우려했고 이에 국제유가는 단숨에 $120/b까지 치솟았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22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 하원의원 Ro Khanna와 오레곤 주 상원의원 Ron Wyden은 가파른 유가상승에 기댄 석유회사의 이윤추구 행위를 비난하며 이들의 ‘초과이윤’에 대해 추가 세금을 물리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를 시작으로 영국과 EU, 인도 등 세계 많은 국가의 정치인들이 고유가에 따른 석유회사의 초과이윤세(일명 횡재세) 징수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고, 우리나라의 경우도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과 민주당 이성민 의원과 ‘한국판 횡재세법’을 발의했다. 석유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민경제의 가처분 소득은 특히 고유가 시기 크게 줄어들므로, 정책입안자들은 “횡재세” 도입의 필요성을 국민 부담 경감을 위한 추가 세수 확보로 설명했다.횡재세 도입 의도는 분명 선(善)하다. 다만 안타깝게도, 이 법안은 경제학자가 보는 세상에서의 파레토 개선(Pareto Improvement, 사회적 후생 증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 현재 유가는 $75/b 수준에서 머물러 있지만, 언젠가 또다시 고유가가 도래하여 유사한 입법이 추진된다면, 다음과 같은 경제학적 고찰도 동시에 행해지길 소망한다.첫째, 과세 대상인 초과이윤(횡재)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내릴 것인가?… 시장은 혁신한 기업에게 초과이윤을 선물한다.노력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적절한 규모의 보상을 더 받는다. 이는 우리가 사는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뿐만 아니라, 기업도 혁신을 통해 시장에서 살아남는다. 혁신하지 못한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당하나, 시장은 혁신한 기업에게 그 대가인 초과이윤을 선물한다. 과거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면서 우리는 소위 ‘횡재’했다고 말하는 기업을 많이 목격했다. 진단 키트업, 마스크제조업, 반도체업, 해상운송업, 보험·증권·은행업, 배달대행업, 그리고 논란의 중심이 된 정유산업 등등이다.만약 이 시기 초과이윤을 얻은 기업까지 그 범위를 확장한다면,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증가한 모든 기업이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과연 어디까지가 노력의 대가이고, 어디부터 횡재로 정의해야 하는가? 업종·업태·규모별 적정 이익은 과연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이뿐만 아니라, 운 좋게 생긴 재산상 이익에 대해서 얼마큼 과세하는게 과연 경제적 정의에 부합하는가? 이는 정책입안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없는 문제이다.초과이윤은 기업이 혁신을 통해 기존 질서를 파괴하고 더 높은 부가가치를 만드는 중요한 원천이다. 기업은 미래를 예측하고 투자를 결정하는데 만약 그 투자 결정이 미래 예측에 부합하면 그 기업은 시장의 초과이윤을 얻을 것이고 , 예측이 잘못된다면 파산할 수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가 기업의 미래 초과이윤을 원천적으로 제한한다면, 기업의 투자 활동이 위축될 것은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 너무나 자명하다.둘째, 횡재세가 추구하는 목적은 달성 가능한가?… 비탄력적인 재화의 가격은 최종소비자에게 전가되기 쉽다.가격은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된다. 공급자가 제한된 시장에서는 경쟁적인 시장보다 더 높은 가격이 형성되고, 그 상승폭은 수요의 가격탄력성에 따라 달라진다. 석유제품은 단기적으로 매우 비탄력적인 재화이며, 심지어 이번 코로나19 시기 사람들은 대중교통보다 자가용을 더 선호하기도 했다. Adam Smith가 국부론에서 이야기했듯이, 우리의 저녁 식사는 푸줏간 주인과 빵집 주인의 박애주의가 아닌 그들의 이익추구 행위 때문에 가능하다. 따라서 비탄력적인 재화의 가격이 최종소비자에게 전가되는 현상은 한정된 자원하에 인간(기업)의 극히 자연스러운 의사결정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하며, 이는 경제학에서 오랫동안 실증적으로 규명된 사안이다.즉, 정치인들이 도입하려는 횡재세가 소비자의 부담을 완화할 목적으로 공급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나, 석유제품이 비탄력적 재화인 만큼 최종소비자에게 전가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 결론적으로 국내 석유제품의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공급 증가나 수요 감소를 유도하는 정책이 가장 효과적이며 , 공급자의 이윤 억제를 통한 세수 확대는 석유시장 내 또 다른 왜곡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셋째, 석유회사를 부도덕하다고 비난하는게 합당한 것인가?… 친환경 에너지로의 안정적인 전환을 위해서는 석유산업에 대한 균형 잡힌 이해가 필요하다.수요의 증가와 공급의 감소는 필연적으로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며, 고유가는 그에 대한 결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격은 선도 악도 아니기에 있는 그대로 이해해야 하며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사고방식으로 시장 가격을 재단하여서는 올바른 정책이 도출되기 어렵다 .공급감소 문제를 보자. 2014년 이후 저유가 시기가 6년 넘게 지속되며 전 세계 석유산업이 불황 속에 지내왔고,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유가가 폭락하며 수많은 중소 셰일업체가 완전히 도산했다. 한편, 전 세계가 탄소중립에 경도되어 화석연료 부문에 투자가 위축되었고, 수많은 기업은 ESG 경영으로 화석에너지 투자에 제약을 받고 있다.수요증가 부문도 살펴보자. 세계 2위 석유회사 BP CEO는 2020년 6월 한 인터뷰에서 인류의 기후위기 대응으로 석유수요가 곧 정점에 다다를 것이라 말했지만, 우리는 제약조건이 없다면 여전히 크고 편의성 좋은 차를 선호한다(미국 2022년 신차판매량 10위 중 7종이 SUV).또한 매년 전기차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2022년 기준 세계 100대의 신차판매 중 90대 이상은 여전히 내연기관차다. 자동차의 내구연한과 교체주기, 그리고 전기차의 획기적인 비용 절감 달성 시기, 대체가 불가한 산업용 석유수요 증가 등을 생각해 보면 적어도 2030년까지 세계 석유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은 매우 낮다.에너지는 우리의 삶에 필수적인 요소인 만큼 이를 정치 쟁점화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화석연료 사용을 하루빨리 줄여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당장 석유·가스 없이 여행도 다닐 수 없고, 원활한 물류도 불가능하며, 세계 식량 생산에 차질 초래할 뿐만 아니라, 당장 추운 겨울을 나기도 어렵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인류가 안정적인 친환경 에너지전환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석유산업에 대한 균형 잡힌 이해가 필요하다.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정유4사의 20년간(2001년~2021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3.3%로 나타난다. 그나마도 석유화학, 윤활유를 제외한 순수 정유부문(원유를 휘발유 등 석유제품으로 정제)의 영업이익률은 1.7%로 아주 초라하다. 더욱이 같은 기간 정유4사가 국내에 투자한 금액은 총 30조 원 수준으로, 이 중 정유부문에 투자된 돈은 16조가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이처럼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를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이 계속 투자되어야 하는 정유산업은 다른 경쟁자가 모두 도태되기 전까지 경제적 해자 (moat)가 없다. 세계 원유정제시설 용량이 2021년 3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상황에서도, 국내 정유사 모두가 세계 5대 정제시설로 성장한 것은 우리 국민이 자부심을 느낄 법한 우리 기업의 자랑스러운 성과라 할 수 있다.끝으로, 자애로운(benevolent) 정책입안자들께 당부 드리고 싶다.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진 정책이라도 결코 물리학의 작용·반작용 법칙의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인지해주시라고…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팀 연구위원

2023-06-12 08:28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팀 연구위원

[브릿지 칼럼] 음주 운전 방지법 강화해야

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최근 5년간 음주 운전 적발 건수는 2018년 16만 3060건에서 2021년 11만 5882건으로 점차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하지만 음주 운전 재범률은 2018년 44.7%에서 2021년 44.5%로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얼마 전 전북 완주에서 도로 갓길을 걷던 40대 부부가 대낮 음주운전 사고로 끔찍하고 참혹한 변고를 당했다. 20대 운전자가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가 부부를 들이받은 것이다.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자아낸다. 운전자는 환하게 밝은 낮에 보행자를 제대로 못 봤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만큼 음주 운전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극렬하게 보여주는 사례다.음주 운전 사고에 의한 피해는 치명적인 경우가 수두룩하다. 대전 둔산동에서 만취한 60대 운전자가 어린이보호구역 인도로 돌진해 9살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하고 다른 초등학생 3명을 다치게 한 사건, 경기 하남에서 떡볶이를 배달하는 분식집 사장이 역주행하는 음주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은 사건 등 애처롭고 안쓰러운 일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비난 여론이 빗발칠 때마다 여러 가지 강구책이 논의됐다. 음주 운전자에 대한 처벌 규정도 꾸준히 강화됐다. 대표적인 것이 2019년부터 시행된 ‘윤창호법’이다. 음주 운전을 하다 사람을 사망하게 한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형량을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실제 재판에서 기본 양형 기준이 법정 형량에 한참 못 미치면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그치지 않는다.처벌 강화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음주운전 전력자의 차량에 ‘음주 운전 시동 잠금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운전자에게서 일정 수준 이상 알코올이 감지되면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해 음주 운전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것이다. 상습범의 경우 일단 술을 마시면 자기 제어가 어려운 만큼 이 장치를 부착하면 음주 운전 예방에 효과가 있을 것이다.국민권익위원회에서 조사한 음주 운전 예방 대책 마련을 위한 국민 의견수렴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 94.3%가 “상습 음주 운전자에게 차량 시동잠금장치를 설치하게 해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들은 음주 운전 습관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장치라면 어느 정도 비용을 수반하더라도 도입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음주 운전은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경향이 있어, 단순한 처벌 강화나 음주단속만으로는 음주 운전을 예방하고 재범률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 음주 운전을 예방할 수 있는 사전적 조치가 필요하다. 최근 운전자가 술에 취해 운전하려는 경우 이를 감지해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하는 음주운전방지장치가 개발됐고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국가에서 이러한 장치가 부착된 자동차 등의 운전의무를 부과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효과적인 음주 운전 예방대책의 하나로 평가된다.나아가 음주 운전자가 방지장치 미설치 차량을 운전하거나, 무단으로 장치를 해체하거나 장비를 대리 조작하는 경우, 처벌조항을 마련하고 법 개정을 서둘러 상습 음주 운전의 사전적 예방효과를 통해 소중한 생명을 지켜내야 할 것이다.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

2023-06-11 13:27 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

[브릿지 칼럼] 동물농장 vs 정치농장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1946년 조지 오웰이 발표한 소설 ‘동물농장’은 구 소련이 겪은 사회주의에 대한 정치 풍자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로부터 거의 80년쯤 흐른 2023년 SBS 예능프로그램 ‘TV동물농장’은 누구를 위한 농장인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출연을 둘러싸고 ‘정치쇼’라는 비판과 ‘인간적’이라는 우호적인 분위기가 엇갈리고 있다. 그 와중에 문재인 전 대통령의 풍산개 파양까지 강제 소환되기도 했다. 동물농장이 공감, 협업은커녕 분열의 원인이 된 셈이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일생을 추적한 ‘TV동물농장-나는 행복한 안내견입니다’ 편에는 윤 대통령 부부가 11번째로 입양한 은퇴 안내견 새롬이와 관저 마당에서 뛰어 노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 방송 직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대통령 부부와 반려동물의 방송출연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두고 치열한 격론이 벌어졌다.“일요일 아침 가족 대상 프로그램에 정치색 나타내는 방송”이라고 비난하는 글이 폭주한 반면 “동물을 사랑하는 대통령 부부의 인간적인 모습”을 지지하는 견해도 많았다. 정치가 모든 것을 지배하고 갈라치기하는 세상이라지만 반려동물 프로그램마저 정치에 시커멓게 오염돼야 하는 모습은 비이성적 몸부림이다. 이제는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나아가 정치 자체를 떠나 정치인의 TV출연에 대해 정치인과 미디어 그리고 국민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돼야함을 시사한다.현직 대통령이나 정치인에게 유명 TV프로그램 출연처럼 유효적절한 홍보 수단은 없을 것이다. 지지율이 뜻대로 오르지 않거나 정쟁 상태에 빠져있을 때 TV는 돌파구를 마련해줄 수 있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거나 심지어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2022년초 윤 대통령이 취임 직전에 유재석의 ‘유퀴즈’에 출연했을 때는 오히려 어색한 정치색 때문에 호된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TV동물농장’ 출연으로 나름 승부수를 던졌다. 반려동물 인구가 무려 1000만명이 넘는 현상에 주목했고 정치색 없이 반려동물을 다루는 방송을 선택한 것이다. 동물 입양이나 안내견에 대한 정부 정책을 널리 알리는 동시에 동물과 잘 어울리고 있는 대통령의 서민적 풍모에 초점을 맞췄다.기존 지지층을 더 결집시키고 정치적 지지 기반이 취약한 계층에게 친근한 시그널을 보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렸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오늘날 정치 속에서 TV의 영향력 만큼은 확인할 수 있었다.반면 ‘정치농장’이라는 신랄한 풍자에도 일리가 있다. 방송사의 중립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경청해야 하며 정치 홍보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보다 면밀하게 둘러봐야 한다. 결국 열쇠는 정치색을 최대한 옅게 만드는 노력에 있다. 이를 위해 거창한 가이드라인이나 제어시스템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정치인이 출연하더라도 방송사 뿐 아니라 정치인 스스로 얄팍한 홍보를 자제하고 정책적, 인간적인 진심을 전달하고 시청자들과 같이 호흡해야 한다. 또한 정치인과 방송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도 정파에만 묶이지 말아야 한다. 정치의 늪에 국민 스스로 빠져 유익한 프로그램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한다.정치와 방송은 공생하는 관계다. 오늘날 정치인의 TV출연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한쪽 눈을 감고 바라보지 않으면 된다. ‘동물농장’은 ‘정치농장’이 아닌 ‘협동농장’이다.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23-06-08 14:11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브릿지 칼럼] 문제투성이 노란봉투법, 입법 폭주 중단해야

(재)파이터치연구원 박성복 연구실장문제투성이인 노란봉투법이 단독 처리 수순을 밟고 있다. 야당은 정부와 여당의 완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적 우위를 앞세워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을 처리했다. 이제 남은 수순은 해당 법안을 국회로 보내 다시 한 번 다수의 힘으로 통과시키는 일만 남았다.노란봉투법은 노조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해 기업의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말한다. 야당과 노동계는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가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기 때문에 노란봉투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관련 데이터를 살펴보면, 노란봉투법은 ‘노동 3권 수호법’이라기보다 ‘민주노총 방탄법’으로 불리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가 강성노조로 인식되는 일부 노조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의 ‘손해배상 소송·가압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14년간(2009년 1월~2022년 8월) 기업이 노조를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건수는 151건이다. 이 중 민주노총이 피고인 건이 142건으로 전체 소송의 94%를 차지한다. 또한, 142건 중 105건은 민주노총 산하의 금속노조가 피고이다.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이들의 불법 파업 행위에 면제부를 주는 만큼 우리 경제에 손실을 입힐 것이다. 필자가 속해 있는 재단법인 파이터치연구원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루카스가 개발한 모형을 통해 노란봉투법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노란봉투법을 도입할 경우 대기업 일자리, 중소기업 일자리,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각각 연간 1만 6000개, 4000개, 4조 원 가량 감소한다. 노란봉투법이 도입돼 불법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이 제한되면, 대기업의 영업피해가 늘어 일자리가 줄어든다. 중간재를 납품하는 중소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 위축은 실질 GDP 감소로 이어진다. 아울러 노란봉투법을 도입하면, 불법파업 확률도 연간 0.04% 증가한다. 노란봉투법이 노조의 불법 파업에 면죄부를 주기 때문에 노사 분규가 더욱 늘어나는 것이다.노란봉투법은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 외 사용자와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사용자 개념 확대는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업체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노동쟁의 개념 확대는 통상적인 임금 협상이 아닌 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 등 경영행위까지 협상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협상의 대상과 범위가 넓어진 만큼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한 노조의 파업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 파업의 발생 빈도가 높다. 한국노동연구원의 해외노동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1~2020년) 한국의 근로자 1000명당 연평균 노동손실일수는 39일로 영국의 2배, 미국의 5배, 일본의 195배 수준이다. 잦은 파업은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다. 세계경제포럼에서 2019년에 발행한 ‘글로벌경쟁력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종합 경쟁력지수는 141개국 중 13위를 차지했지만, 노사관계 협력지수는 130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야당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해 노사 간 갈등을 증폭시키고, 파업을 더욱 부추기는 노란봉투법 강행 처리를 즉각 중단해야한다. 지금은 노란봉투법보다 노사 간 갈등을 중재하고, 파업 발생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재)파이터치연구원 박성복 연구실장

2023-06-08 06:07 (재)파이터치연구원 박성복 연구실장

[시장경제칼럼]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국방세라도 신설해야 하나

올해는 휴전 70주년이 되는 해다. 6월에는 현충일과 6.25가 있다. 나는 1955년 농촌 지역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10리 길 이상 걸어 다닌 베이비부머 세대다. 나에게는 두 가지 공포가 있다. ‘아사의 공포’와 ‘전쟁의 공포’다. 1960년 기준 5세 인구 곧 1955년 생은 약 80만 명이다. 50년대와 60년대는 먹고 살기에 충분한 양식이 없었던 시대여서 점심으로 해외 원조 물품으로 만든 옥수수죽과 옥수수빵을 배급받았다 . 당시에는 이 죽과 빵이 내가 먹어본 음식 가운데 가장 고급에 속했다. 이때는 평소에는 쌀밥을 먹을 수가 없었고, 조상 제사 때나 고기가 지나간 국물과 쌀밥을 먹을 수 있었다. 부모들은 자식 굶겨 죽이지 않기 위해 밤낮으로 일했다. 그래서 풍요로운 오늘날에도 나에게는 ‘굶어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가 나의 문화유전자 속에 남아있다.죽음에 대한 다른 공포는 전쟁에서 온다. 뒤돌아보니 6.25 전쟁이 끝난 지 2년이 채 지나지 않아서 태어났다. 전쟁을 체험하지는 않았지만 전쟁의 폐허가 남아있던 시대에 태어나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전쟁 때 신체적으로 상처를 입은 상이군인들이 걸식을 하고 다니는 것에 대한 강한 인상이 아직도 남아있다.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동네 여기 저기에 반공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미술 시간이나 국어 시간에 반공을 주제로 한 그림이나 글짓기를 수시로 하였다. 고등학교, 대학교 때까지도 군사훈련을 받았다. 민주화된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때는 그랬다. 이런 영향으로 전쟁에 대한 공포가 아직도 내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전쟁 공포에 대한 문화유전자가 남아 있는 셈이다. 그동안 경제 발전으로 ‘기아의 공포’는 어느 정도 사라졌지만, ‘전쟁의 공포’는 그렇지 않다.북한 김정은 집권은 최근에 핵에 대한 태도를 변경하였다. 2012년에는 개정헌법 전문에 ‘우리 조국은 불패의 핵보유국’이라고 명시하였다. 2013년에 제정한 ‘자위적 핵보유법’에는 대남 및 대미 핵 억제 전략을 표명했다. 여기까지는 북한이 핵을 ‘방어용’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5차례 실험을 진행한 2016년 제7차 당대회에서는 “상대가 핵을 사용하지 않는 한 먼저 핵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선제 불사용(no first use)’ 원칙을 선언하였다. 그러나 북한의 이런 태도는 핵무기 완성을 선언하고 나서 변했다.공식적으로 ‘선제 불사용’을 폐기하고 2022년 4월 조선인민군 창설 90주년 기념식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군복 차림으로 선제 핵 공격 가능성을 언급했다. 9월에는 핵 무력 정책을 법령으로 채택했다. 자신들의 핵심 이익을 수호하지 못하는 5대 상황에서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법으로 명시한 것이다.북한은 2022년 9월 8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를 열고 2013년 제정한 법령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를 새 법령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로 대체하기로 의결했다. 새 법령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책임적인 핵무기보유국으로서 핵전쟁을 비롯한 온갖 형태의 전쟁을 반대하며 국제적 정의가 실현된 평화로운 세계건설을 지향한다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무력은 국가의 주권과 령토완정, 근본리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지역에서 전쟁을 방지하며 세계의 전략적 안정을 보장하는 위력한 수단이다”라고 선언했다.북한은 핵무력을 “외부의 군사적위협과 침략, 공격으로부터 국가주권과 령토완정, 인민의 생명안전을 수호하는 국가방위의 기본력량”으로 규정한 것이다. 핵무기가 자신들을 수호하고, 세계의 전략적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이 문구만 보면 북한은 핵무기를 여전히 방어 수단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핵무력 정책에 대하여’의 핵무기의 사용원칙은 북한은 국가와 인민의 안전을 엄중히 위협하는 외부의 침략과 공격에 대처하여 최후의 수단으로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한다고 밝힘으로써 방어적으로 사용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 그리고 “비핵국가들이 다른 핵무기보유국과 야합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반대하는 침략이나 공격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한 이 나라들을 상대로 핵무기로 위협하거나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고 말함으로써 남한이 미국과 함께 북한을 공격하지 않는 한 핵무기로 남한이나 미국을 위협하거나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가 명시하고 있는 ‘핵무기의 사용조건’에서는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의 사용조건’을 다음과 같이 5가지 제시했다.1)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핵무기 또는 기타 대량살륙무기공격이 감행되였거나 림박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2) 국가지도부와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대한 적대세력의 핵 및 비핵공격이 감행되였거나 림박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3) 국가의 중요전략적대상들에 대한 치명적인 군사적공격이 감행되였거나 림박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4) 유사시 전쟁의 확대와 장기화를 막고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상필요가 불가피하게 제기되는 경우5) 기타 국가의 존립과 인민의 생명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하여 핵무기로 대응할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임박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의 판단 주체는 김정은이고, 이 판단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한은 언제든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공포한 것이다. 김정은은 2022년 9월 9일에 “절대로 먼저 핵포기란, 비핵화란 없으며 그를 위한 그 어떤 협상도, 그 공정에서 서로 맞바꿀 흥정물도 없습니다. 핵은 우리의 국위이고 국체이며 공화국의 절대적 힘이고 조선 인민의 크나큰 자랑입니다.”라고 하면서 핵무기를 절대병기로 규정했다.북한은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핵무기는 ‘절대병기’이기 때문에 여기에 맞설 무기는 핵무기밖에 없다. 남한은 북한 핵무기의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된 것이다.우리나라는 지금 인구 감소로 입영대상 병역자원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2020년에 약 33만 명, 2023년도에는 약 25만 명으로 감소하였고, 지금과 같은 추세로 가면 2065년에는 약 15만 명이 된다. 2006년 68만 2천 명이던 병력이 2022년에는 50만여 명이다. 상황이 이러하여 여성에게도 징병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현대전에서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약화된다고 할지라도 병역자원의 급격한 감소는 상당히 심각하다. 더구나 병역 복무기간이 점점 더 짧아져 전문적인 전술을 체득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사관학교 생도들과 직업 군인들이 점차로 군에서 벗어나고 있다. 일반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사관학교를 나오는 사람들과 군에서 나오는 직업 군인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이들에 대한 경제적 대우가 약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사병에 대한 금전적 대우가 향상되면서 상대적으로 자신의 처우에 대한 불만이 노출된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현재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하고, 군인들에 대한 대우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이다. 물론 모병제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담론 차원의 찬반 논쟁이 끝이 없지만, 현실적으로 제기되는 문제 가운데 하나는 비용 문제다. 지금까지는 애국심에 호소하여 젊은이들을 국방에 투입하였지만, 이제 더 이상 애국심에만 호소할 수 없게 되었다. 젊은 세대의 공정과 정의 개념은 기성세대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안보와 국방은 개인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치안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민간기업에 돈을 지불할 수 있지만 국방은 그렇지 않다. 국방과 안보는 시장이 생산할 수 없다. 샌델과 같은 공화주의자는 국방에 시장 논리를 적용하는 것에 반대하지만 이미 미국은 국방의 상당 부분을 민간에 위임하고 있다 . 민간에 위임한다는 것은 국방에도 경제 논리를 적용한다는 것이다.모병제도 국방에 경제 논리를 적용하는 것이다. 사적 차원에서 국방이라는 가장 중요한 자원을 살 수 없다면, 특별세로 국방세의 신설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그것에 대해 공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국방과 안보의 절대적 필요성에 대한 국민의 의식이 약화된 상황에서 건강보험료처럼 국방보험료를 세금으로 부과한다면 국민의 의식도 달라질 것이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 산업사회에서 AI시대로 변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해야 한다. 몸보다 아이디어가 중요한 시기에 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방식도 변해야 하며, 변화에 대한 비용 부담은 온 국민이 함께해야 한다.신중섭 작가

2023-06-05 08:08 신중섭 작가

[브릿지 칼럼] 국가승인 섬 통계 DB 구축하자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섬은 주민 삶의 터전이자 국민의 관광지다. 최근에는 해양주권 수호 및 해양자원 확보, 국가안보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이처럼 중요한 섬이지만 우리나라는 체계적인 섬 관련 실태조사와 더불어 국가승인 섬 통계 DB 구축이 제대로 돼 있지 않다.사각지대에 방치되는 섬이 없도록 하려면 섬 통계 자료의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섬 지역 인구의 감소 및 고령화로 무인섬 증가가 전망됨에 따라 정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최근 일본 정부는 새로운 섬 통계를 발표했다. 주관 부처인 국토교통성 국토지리원은 지난 2월 28일 기준으로, 일본의 섬은 총 1만4125개라고 밝혔다. 이 중 유인섬은 416개이고, 무인섬은 1만3705개이다. 과거보다 무인섬의 개수가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동안 일본 섬의 총개수는 1987년 해상보안청이 조사한 6852개였다.국토지리원은 섬의 개수가 많이 증가한 사유에 대해 측량기술의 발전에 따라 지도 표현의 정밀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만조에도 수면 위로 떠 있는 섬 중 해안선 100m 이상인 섬을 컴퓨터로 자동 계측해 결과를 냈다고 밝혔다.일본의 섬 통계 DB에는 각 섬의 개요, 인구·세대수·인구동태, 의료시설·의료종사자 등 현황, 일반폐기물 처리상황 등 18개 항목이 있다.일본은 섬에 대한 통계를 보다 체계적으로 세분화해 관리하고 있으며 이러한 통계는 각 부처가 발표하는 백서를 작성할 때 공식 표준으로 쓰인다고 한다.하지만 우리나라의 섬 통계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나라의 섬 관리·지원 업무는 유인섬의 경우 ‘섬 발전 촉진’에 따라 행정안전부, 무인섬은 ‘무인도서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해양수산부가 각각 담당한다. 그 외 섬 특성에 따라 관련 법률과 주관 부처가 정해진다.현재 국내 섬은 3382개이며 이 중 유인섬은 464개(2021년 12월 말 기준), 무인섬은 2918개(2020년 12월 말 기준)인 것으로 조사됐다.무인섬은 ‘무인도서의 보전 및관리에 관한 법률’ 제29조(무인도서 현황 등의 보고)에서 무인섬 현황 보고를 법률상으로 고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군·구에서는 매년 2월 말까지 무인도서 증감 현황과 개발사업 계획 현황 등을 해양수산부에 보고한다. 또한 동법 제9조(실태조사)에 따라 무인섬에 대한 종합적인 실태조사를 10년마다 실시하고 있다.하지만 유인섬을 관리하는 행정안전부 ‘섬 발전 촉진법’은 통계 작성 대상 및 작성 시기 등과 같은 통계 작성의 세부 기준이 명시되어 있지 않으며, 통계 자료 제출이 의무화되어 있지 않다. 또한 동법에는 ‘섬이란 만조 시에 바다로 둘러싸인 지역’이라 규정하고 있지만, 크기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다.이렇다 보니 신뢰성 있는 섬 전체 통계 구축이 제대로 돼 있지 않고 정책·입법 마련의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섬 인구를 전망한 연구에 따르면, 향후 20년간 우리나라 섬 인구는 18.1% 줄어 유인섬 20개가 무인섬화 될 것이라고 한다. 섬 지역의 소멸은 국가의 영역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속 가능한 섬 지역의 관리와 지원을 위해서 국가승인 섬 통계 DB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한 이유다.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2023-06-04 17:23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브릿지 칼럼] 성과지표의 맹신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영국의 컨설팅 전문기업인 딜로이트에 의하면 95%에 해당되는 기업이 성과관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 중 단 6%만이 현 성과관리 제도가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조직의 비전달성과 구성원의 성장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KPI(성과지표) 중심의 성과관리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큰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판단에 확신을 가질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보이는 의사결정 기준을 찾으려 한다. KPI 중심의 숫자는 객관성의 요소가 짙은 데다 주관적 판단을 배제한다는 느낌을 준다. 특히 양적 지표는 근거가 명확한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판단에 의심을 품는 사람들에게는 안전책이라 생각한다.또한 양적 지표는 투명성과 객관성의 느낌을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누구나 보면 즉시 이해가 되고 증감의 흐름을 분명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임성을 나타내는 양적 지표의 추구는 조직 내외 신뢰도가 낮은 문화일수록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조직 내외의 낮은 신뢰도는 KPI를 신격화시켜 KPI 활용도를 높게 만들고 결국 KPI에 대한 무한신뢰가 판단에 대한 의존 감소를 초래하는 악순환을 낳는다.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도널드 캠벨은 “사회적 의사결정에 더 많이 활용되는 정량적 지표일수록 부패 압력에 더 많이 시달리고 이 지표로 감시하려는 사회적 절차 또한 쉽게 왜곡되고 부패한다”고 주장했다. 달리 해석하면 통제에 사용되는 모든 측정수단은 꼼수의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별로 효과가 없다는 다양한 증거에도 그 효력에 대한 믿음이 살아있다는 점에서 KPI의 강박은 숭배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도 KPI는 미덕과 과시의 역할을 한다. 실질적인 ‘일의 진척도’ 대신 ‘측정의 진척도’가 성공의 모조품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예컨대 정부는 ‘대학 진학률’과 ‘졸업률’을 높이기 위한 KPI를 설정한다. 하지만 이 지표에는 함정이 있다. 대학 졸업자들이 학사 학위가 없는 사람들보다 평균적으로 더 많은 돈을 번다. 그러나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면 대학 졸업자가 많을수록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소수만이 대학을 졸업하는 사회에서는 학사 학위가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내포한다.하지만 학사 졸업자의 비율이 높을수록 학위가 경쟁력의 도구로서 갖는 가치는 떨어진다. 결국 고등학교 졸업장이면 충분히 할 일에 대학 졸업자의 스펙이 요구되는 일이 벌어진다. 그 결과 대학 졸업장이 없는 사람들의 임금은 낮아지고 많은 대학 졸업생이 대학 전공과 무관한 일자리에 배치된다. 결국 승리자가 많을수록 승리의 가치는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오늘날 중요한 문제들은 대부분 판단과 해석에 의해 좌우되므로 표준화된 KPI로 해결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측정지표가 아니라 판단의 수단으로서 과연 ‘KPI가 가치 있는가’이다.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2023-06-01 14:26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명의칼럼] ‘좌골신경통’ 환자 절반은 6070대 … 퇴행성질환은 세포 전기자극으로 극복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좌골신경통 환자가 2010년 24만2063명에서 2020년 19만4977명으로 19.5% 줄었다고 한다. 좌골신경통 환자 수가 줄어든 것은 집계 이래 처음이다. 주된 이유는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으로 병원에 가지 않고 참은 사람이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또 다른 이유는 허리디스크(요추간판탈출증), 척추관협착증, 척추관절염, 허리근육통 등과 헷갈려서였을 것이다. 엉덩이에서 시작해 한쪽 다리가 저릿하고 통증 있으면 대부분 이런 질환을 연상한다.일반적으로 허리디스크는 허리를 앞으로 숙일 때 통증이 심한 반면 척추관협착증은 앉거나 허리를 구부릴 때 통증이 사라진다. 이때 좁아진 척추관이 잠시나마 넓어지기 때문이다. 좌골신경통 중 옆으로 누워 무릎을 가슴 쪽으로 당겨 웅크릴 때 통증이 덜어지면 척추관협착증이나 허리디스크로 인한 좌골신경통으로 볼 수 있다.좌골신경통은 좌골(궁둥뼈, 의자나 바닥에 앉았을 때 닿는 부위)을 관통하는 우리 몸에서 가장 굵고 긴 신경인 좌골신경이 압박을 받아 일어난다. 좌골신경은 허리 척수에서 뻗어 나와 엉덩이와 허벅지, 다리, 발까지 이어지므로 좌골신경통에 의한 통증은 허벅지 바깥부터 종아리와 발에 이르게 된다.좌골신경통을 유발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이상근증후군(piriformis syndrome)이다. 서양배 모양의 이상근(梨狀筋)은 삼각형의 꼬리뼈에서부터 허벅지뼈(대퇴골) 상부 말단을 연결하는 근육이다. 이상근 아래 좌골신경이 눌리면서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는데 여러 가지 검사를 해봐도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은 아닌데 증상은 이들 척추질환과 비슷하다.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 신경공협착증 같은 허리뼈 문제도 좌골신경통을 유발하는 직간접적인 요인이 된다. 척추관협착증이나 신경공협착증은 노화에 의한 퇴행성 질환으로 발병한다. 척추관협착증이 척수신경이 지나가는 중심 척추관에서 압박받는 반면 신경공협착층은 중심 척추관을 빠져나와 팔 다리로 가는 신경 출구(신경공) 부위가 좁아져서 목, 팔, 허리, 다리에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신경공협착증이 좌골신경통과 더 밀접하다. 이밖에 좌골신경 부위의 혈종·종양·염증 등이 좌골신경통을 초래할 수 있다.심평원의 2020년 통계에 따르면 좌골신경통은 40대 중년부터 점차 증가한다. 전체 환자의 약 90%가 40대 이상이다. 60대가 26.5%, 70대가 23.4%를 차지한다. 남녀 성비는 여성 60.8%, 남성 39.2%로 대략 6대4로 여성 비율이 높다. 30대까지는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조금 많지만 40대부터 역전돼 여성 비율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인다.좌골신경통은 △엉덩이나 대퇴부 뒤쪽이 저리다 △간헐적·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날카로운 통증이 있다 △다리 증상은 보통 한쪽에만 발생한다 △기침, 배변, 무거운 짐을 들 때 증상이 더 심하다는 특징을 보인다.좌골신경통은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과 달리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으로 명확하게 진단되지 않는다. 척추질환 진단에서 일상적으로 쓰이는 하지직거상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오는 경우가 허다해 특이도가 떨어진다.하지직거상검사는 △바로 누운 채 한손으로 아픈 다리의 뒤꿈치를 잡고 △다른 한손으로 무릎을 눌러 편 상태에서 다리를 들어 올릴 때 △30~70도 범위에서 허벅지·종아리 뒤쪽으로 통증이 느껴지면 좌골신경통으로 진단하는 일상적인 검사다.좌골신경통은 초기에는 소염진통제 근육이완제 등 약물치료, 그래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스테로이드 주사와 물리치료(견인치료, 도수치료) 병행, 이후 4~6주간의 치료에도 차도가 없으면 수술치료에 들어가게 된다. 이 중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사는 단기적 통증 완화에 효과가 있는 정도다. 수술은 단기적인 효과는 뚜렷하지만 수 년 이상 경과를 지켜보면 비수술적 치료를 받은 환자들과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보고가 있다.필자는 좌골신경통의 진단과 치료에 최신 전기자극치료인 엘큐어리젠요법을 적용하고 있다. 높은 전압을 낮은 전류의 세기로 궁둥뼈와 꼬리뼈에 흐르게 하면 해당 부위와 대퇴부 안쪽에서 찌릿찌릿한 통전통이 나타나는데 이를 좌골신경통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반면 요추에서 이런 통전통이 감지됐다면 단순요통이나 허리디스크일 가능성이 있다.좌골신경통으로 진단되면 매주 1~2회 전기자극치료를 받으면 약 5회째부터 증상 호전이 나타나 20회 가량에 이르면 다리가 저린 느낌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정도가 된다. 기능이 저하된 좌골신경 세포에 전기에너지가 충전돼 신경이 재생하려면 대략 4개월 이상 걸린다. 아울러 좌골신경통에 동반되기 쉬운 족저근막염, 아킬레스건염, 하지근육통도 함께 완화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좌골신경통은 매년 20만명이 새로 진단되는 흔한 질환이다. 나이를 먹는 게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전기자극치료는 세포에 생기를 불어넣어 리뉴얼하는 효과가 나타나게 한다. 인체 에너지의 60%가량이 세포의 전기생리학적 대사에 쓰인다는 사실은 퇴행성질환과 통증질환의 호전에 전기자극치료가 유용함을 증명해준다.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2023-06-01 09:12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브릿지 칼럼] 위기의 이재명 리더십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이 무너지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대통령 선거 패배 직후에는 바로 부활했었다. 지방 선거와 함께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여 정치 인생에 처음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고 연이어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로 올라섰다. 비록 대통령 선거에서 석패하기는 했어도 이 대표의 정치 생명이 끝났다고 단정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우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이 대표를 대체할 인물이 없다. 이낙연 전 총리, 정세균 전 총리, 김부겸 전 총리 등 세 명의 전직 총리가 있지만 이재명 대표를 대체할 대안으로 떠오르지 못하고 있다. 또 하나는 더불어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독차지하고 있는 유일한 팬덤 정치인이다. 개딸, 양아들 또는 개아재라고 불리는 적극 지지층이다. 문제는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관통할 수 있으면 당으로서 좋은데 최근 사정이 녹록치 않다.송영길 전 대표를 둘러싼 전당 대회 ‘돈 봉투’ 사건이 또 하나의 리스크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리스크 이외에 더불어민주당을 뒤흔들어 놓는 또 하나의 비수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전대 돈 봉투 리스크는 어느 정도 견딜 만하다. 여론을 통째로 뒤흔들어 놓는 것도 아니고 책임의 중심에 이 대표가 아닌 송영길 전 대표가 서 있어 한결 부담이 적은 편이다. 그러나 김남국 의원의 코인 리스크는 성격이 다르다. 김 의원은 누가 보더라도 이 대표의 측근 중 측근으로 인식된다. 물론 자타가 공인하는 김용과 정진상 두 측근이 존재하지만 원내에서 그것도 청년 정치인 중에서 김 의원만큼이나 이 대표에게 공을 들이고 적극적인 정치인을 찾기도 어렵다. 그러나 김 의원이 불러온 코인 리스크는 지지율을 들썩거리게 만들고 있고 가뜩이나 각종 리스크로 여념이 없는 이재명 대표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리스크 현상은 데이터로 분명하게 표시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5월 23~25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유선포함 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9.8%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국민의힘 36%, 더불어민주당 31%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직전 조사보다 4%포인트나 올라간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2%포인트 내려왔다. 국민의힘에 별다른 호재가 없는 상태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역주행했다. 핵심 지지층인 40대는 30%대 지지율로 주저앉았고 호남 지역은 41%로 간신히 40%대 턱걸이를 했다. 그 어느 때보다 위기다.김남국 의원 리스크는 중간 지대 유권자층인 중도층, 무당층, 수도권, 청년층에 이르기까지 더불어민주당이 앞으로 견인해야 하는 응답자층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당장 추가 되는 리스크가 바로 체포동의안 가결 또는 부결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태도다. 전당대회 금품 살포·수수 의혹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요구서가 국회로 접수됐다. 법무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정당법 위반 혐의를 받는 두 의원의 체포동의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6월 임시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체포 동의안이 관건이다. 마치 하인리히의 법칙처럼 작은 리스크가 모여 태산 같은 리스크로 불어나 버렸다. 점점 쌓여가고 있는 리스크를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이재명 대표에 대한 평가는 달라진다. 김남국 의원 코인 리스크로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마저 위태로운 지경이다. 결정적인 해결책은 당리당략이 아닌 민심에 있다.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023-05-31 13:52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명의칼럼] 다리 괴사 부르는 말초혈관질환 ‘하지동맥폐색증’

김원종 윌스기념병원 심·뇌·혈관센터 원장혈관질환은 크게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대동맥질환 그리고 말초혈관질환으로 나눌 수 있다. 그 중 말초혈관질환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하지동맥폐색증이다. 이는 발생 시기와 증상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나눌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하지동맥폐색증은 60~70대에게서 주로 나타나고, 남성에서 여성보다 2-3배 높게 발생한다. 주요 원인으로는 서구화된 식생활, 가족력, 비만, 운동부족,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흡연 등을 들 수 있다. 동맥 혈관 내벽에 칼슘, 콜레스테롤, 섬유조직이 섞여 쌓이면서 죽상동맥경화증을 일으키고 그로 인해 혈관벽이 두꺼워지고 결국 혈관이 좁아지다가 막히게 된다. 혈관이 50% 이상 좁아지게 되면 혈류가 감소하기 시작하고, 70% 이상 좁아지기 시작하면 다리에 증상이 발생하게 된다.초기에는 평소 증상이 없다가 일정한 거리를 걷거나 달릴 때 다리가 찌릿찌릿하거나 저린 통증이 발생하지만, 쉬면 금방 가라앉는 ‘다리파행증’이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초기에는 신경을 쓰지 않거나,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질환이 진행되면 다리가 차갑게 느껴지고 발가락이 검게 변한다. 심하면 다리가 괴사 되어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경우까지 발생할 수 있다. 평소 다리 통증은 무심하게 여겨서는 안되는 이유다.다리에 나타나는 증상으로 인해 정형외과를 찾거나 허리디스크를 의심해 신경외과를 갔다가 다리 혈관의 문제임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통증의 형태는 비슷하지만, 발생 양상은 차이가 있다. 자세와 상관없이 통증과 당김 증상이 나타나면 척추 질환을 의심할 수 있고, 평소에는 괜찮다가 일정한 거리를 걸으면서 통증이 시작되면 하지동맥폐색증을 의심할 수 있다.하지동맥폐색증은 발끝까지 가야하는 혈액의 통로가 막힌 것이기 때문에 막힌 통로를 혈관내치료를 통해 직접 넓혀주고 뚫어주는 풍선확장술이나 스텐트삽입술 치료를 할 수 있고, 또한 막힌 혈관을 자가정맥이나 인조혈관을 이용해 다른 통로를 만들어주는 혈관우회술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혈관이 심하게 좁아지지 않은 초기에 발견했다면 항혈소판제나 혈관확장제 등의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으로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흡연은 혈관질환에 걸릴 위험성을 4~8배 정도 높인다. 혈관 건강을 위해 꼭 금연하고 기름진 음식을 삼가하며 적정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혈관의 탄력 강화를 위해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함께 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 등의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고 오랜기간 흡연을 해온 50대라면 가벼운 다리통증이라도 가볍게 넘어가지 말고 혈관외과를 방문해 검사 받을 것을 권한다.김원종 윌스기념병원 심·뇌·혈관센터 원장

2023-05-30 15:47 김원종 윌스기념병원 심·뇌·혈관센터 원장

[명의칼럼] 아이 틱 장애 치료 위한 첫걸음, ‘감정에 대한 이해’

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원장틱 장애 아이들을 치료하다 보면 아이들이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분노, 흥분, 긴장, 걱정, 불안, 공포, 우울, 슬픔 등과 같은 수많은 감정들을 어른과 똑같이 느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성향과 감정, 표현 방식 등은 어른들과 분명히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먼저 아이들은 성인과 달리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무서움, 즉 공포의 감정이 기본적으로 성인보다 강하다. 아이들은 특정 상황, 예를 들면 ‘천둥소리’나 ‘기계음’ 같은 크고 강력한 소음에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아이들은 대체로 슬픔, 우울 같은 음적인 감정들이 적고 기분이 좋을 때는 흥분을, 기분이 나쁠 때는 화나 짜증 같은 양적인 감정들을 더 많이 나타낸다. 한의학에는 ‘순양지체(순수한 양기 덩어리)’라는 말이 있는데, 바로 아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TED의 강의에 따르면, 아이들은 하루에 무려 400번의 미소를 짓는다고 한다. 그만큼 아이들은 명랑하고 쾌활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존재다. 어른들에 비해 ‘나는 우울해요’라고 얘기하는 아이들은 정말 드물다.타고난 유전적인 소인에 따른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동일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어떤 사람은 화를 내고 어떤 사람은 억울해하며 긴장하거나 우울해하는 사람도 있다.하지만 아이들은 아직 그런 학습이 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타고난 DNA에 따른 감정이 더 솔직하게 드러난다.마지막으로 아이들은 스스로 어떤 감정을 느끼더라도 그것을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다. 스스로를 제3자의 시선으로 돌아볼 수 있는 메타인지가 어려워 자기 마음을 모를 때가 훨씬 많다. 그래서 스스로 제대로 표현해낼 수 없는 감정을 잘 살펴본 뒤 아이들이 현재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알려주고 그 감정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설명해 줘야 한다.틱 장애 치료에 많이 쓰이는 ‘억간산’은 ‘간(肝)’을 억제하는 처방이라는 뜻이다. 간은 한의학에서 화나 분노의 감정을 주관하는 장부다. 따라서 억간산은 기본적으로 화나 분노, 짜증 같은 감정들이 과할 때 쓰는 처방으로 생각하면 된다.하지만 음적인 감정이 우세이거나 양적인 감정과 음적인 감정이 비슷한 비율로 발현되는 사례도 꽤 있다. 이럴 때는 기본 처방만으로는 치료가 될 수 없다. 어떤 특정 감정이 지나치게 폭주한다면 그런 감정들을 적절히 제어할 수 있는 1:1 맞춤 처방이 반드시 필요하다. 틱 치료 시 아이들의 감정을 세심하게 잘 살펴서 치료하는 디테일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원장

2023-05-30 07:00 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원장

[브릿지 칼럼] 국민연금은 부디 ‘안전 제일’로

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공공의 가치는 안전성에서 담보된다. 그래서 국민들은 너나없이 질서를 지키고 법을 따른다. 국채에 투자하고 낮은 이자를 받는 것도 안전성 보상을 고려해서다. 1987년 국민연금을 만들어 모두에게 들라고 할 때도 국가관리의 안전성을 믿고 따랐다. 그런데 갈수록 국민연금 수익성 증대 목소리가 대종을 이룬다. 1000조 원 시대를 맞은 국민연금은 미국의 최대 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인 캘퍼스보다 거의 배에 가깝다. 일부에선 국민연금이 약 1800조 원까지 증가하고, 2050년까지는 운용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투자의 속성은 커지는 위험만큼 더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규모가 크고 운용기간이 길수록, 보유기간 수익률은 시장에서 체계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초과 이익을 내려는 투기적인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초단타를 한다. 그것도 모자라 시장과 반대로 사고팔고 자기 돈의 몇 곱을 더하려 한다. 국민연금 고갈의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기금운용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대체투자 비중을 높인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말 국민연금은 왜 이러는가.연금의 본질은 지속적으로 가입자의 증가와 납부 기금의 증가 기대에서 지급 안전성을 갖는다. 원금 토대 위에서 수익성 여지를 논할 수 있는데, 가입자와 납부금이 주니 시장에서 운용수익으로 커버하자는 논의는 ‘소가 웃을 일’이다. 소득대체율의 현실화는 ‘구름 잡는 소리’다. 연금 자산이 운용되는 곳은 실물경제의 세상인데 세상의 실물은 언제 어디서나 변화무쌍하고 불확실성을 가진다. 게다가 미래 국민들에게는 직장과 직업이 불확실하다. 일각의 기본소득제 도입도 국민연금은 공여와 운용의 투 트랙 역할을 짐작해야 할지도 모른다.운용조직은 한번 투기적 욕구에 바람을 쐬면 언제나 불안하다. 2011년 헤지펀드의 대가인 조지 소로스는 자식들에게 사업을 넘겨주면서 타인들이 맡긴 돈을 다 돌려주었다. 그리고 “다시는 돈을 끌어 몰아 헷지펀드를 하지 말고 아버지가 물려준 돈만 운용하라”고 일렀다. 그는 2008년 리먼브라더즈 사태 때 많은 친구 회사들이 파산한 것을 보며 결심했다고 한다. 평생을 고수익을 쫓아온 그도 아들 대에는 이런 비극을 넘겨주긴 싫었던 것이다. 그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투자자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투자시장의 공포와 파괴성은 정말 가공하다. 1987년 10월 19일 미국의 투자시장은 한순간에 몰락했다. 그날 전체 주가의 4분의 1쯤이 사라졌다. 두고두고 회자되는 ‘블랙먼데이’였다. 원천자산 중심의 전통거래에서도 투자위험이 터지면 이렇게 된다. 아무도 모르는 데이터 기반의 임의적 의사결정 알고리즘상 유사적 상호성이 나오면 더 이럴 수 있다. 이것은 신도 모른다.국민연금처럼 기금운용은 덩치가 크고 공공성이 높을수록 운용원칙은 안전성이 최우선이다. 세계 3대 기금인 우리 국민연금은 더 말해 무엇하겠나. 함부로 국민연금에게 투자수익을 높이라고 주문하지 말라. 등잔불의 기름은 안 채우고 심지만 돋우는 꼴이다. 특히 대체투자의 위험은 전통거래보다 높다.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2023-05-29 14:10 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시장경제칼럼] 윤석열 정부의 새판짜기… 노동개혁의 새판 짜기

이승길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최근 세계 경제는 대전환의 시대에 들어섰다. 한국 경제도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등 3고 복합위기, 고령화·저출산 속에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해소, 대·중소기업간 임금과 근로조건의 차이, 새로운 고용형태의 변화, 일하는 방식과 청년고용 등 노동개혁 문제가 산재해 있다. 과도한 규제와 매우 경직된 노동시장, 기업의 투자 위축으로 민생 경제는 매우 어렵다. 경제의 활력을 제고해 기업이 투자해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여 시장경제 체제에서 노동개혁이란 새판을 짜는 것이 필요하다.작년 5월 정권이 교체되어 새 정부는 지속가능한 국가 전략으로 민생 및 국정운영의 관점에서 패러다임을 꾸준하게 전환시켜 왔다 . 새 정부는 국가개혁의 출발점으로 강력한 정책을 국민의 신뢰에 기반해 실천하려고 노력해왔다. 노동개혁은 무엇보다 노동시장의 규제완화와 유연화가 필요하다. 기업 환경의 큰 변화를 통해 경쟁국보다 규제 부담이나 반(反)기업 정세, 노사 대립의 악순환은 벗어나려고 했다. 저비용-고효율로 일자리 친화적인 고용시스템을 만들어 고용창출 잠재력을 강화시키려고 했다.그런데 노동개혁을 위한 의욕적인 국정과제는 정권 교체마다 노동정책의 일관성이 문제되었다. 노동개혁의 추동력은 일관된 정책 추진, 포용과 협치의 정치 세력과 다수 국민의 지지가 필요하다. 성공한 노동개혁 정책을 보면 선의를 가지고 노동 현실을 제대로 진단하고 추진했을 때였다. 정부는 국민과 약속한 국정과제를 기초로 국가를 ‘정상화’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노사 법치주의에 기반한 합리적인 노사관계 관행과 의식을 확립하고,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등 현장의 만연된 노사의 불법·부당행위를 근절해야 한다.정부는 3대(노동·교육·연금) 개혁을 위기 극복을 위한 선행 과제로 제시했었다. 그 중 ’노동개혁’은 노사 갈등, 여소야대, 진영 대립 등으로 저항이 가장 심한 과제이다. 새로운 전환 과정에서 신산업·신기술의 일자리 창출과 구조조정의 변혁일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시대 상황과 노동 현실은 ‘노동 개혁’이 없이는 디지털 전환시대의 경제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없다. 결국 정부는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노동법의 사명과 역할을 제시해 추진해야 한다.총선이 1년이나 남았는데 현재의 제21대 국회는 여소야대로 대치된 정국이다. 국회는 노동개혁에 대하여 구상하는 것이 동상이몽이며 사사건건 정쟁에만 몰두하는 듯하다. 이런 상황이라 국민 여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부와 여당이 시도하는 노동개혁 정책은 추동력을 갖기 어려웠다. 노동개혁을 추진하는데 정치 포퓰리즘, 노사 기득권의 저항이 있더라도 정치·경제·산업구조 변화에 맞추어 신축적인 근로시간(획일적인 주52시간)의 재편 및 유연한 임금 체계로의 개편, 고용규제 유연화(인력운용, 해고, 파견근로, 기간제근로, 파업시 대체근로 금지, 해고규제)의 제고, 불합리한 노사관계 개선 등을 심도 있게 모색해야 한다.신자유주의 차원에서 디지털 전환시대에 노동의 유연화론은 시장 원리를 대전제로 법률을 경제시스템에 봉사하는 하위시스템으로 본다 . 경직된 노동법을 개정해 새로운 근로자 상(像)과 근로자를 둘러싼 제반 상황 변화에 대응하는 규제 완화를 구축해야 한다. 아직도 노동개혁의 미완성 과제인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와 노사관계 구조 개혁을 위해 담론의 장을 활성화하고, 이해관계의 공유를 확산해야 한다. 특히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노동시장 개혁의 본질인 ’해고’는 단순한 규제완화론과 동일시하고, 노동법의 유연화를 통해 폭넓게 노사 이익을 일치시킬 수 있다.노동개혁이란 새판을 짜기 위해 가동 중인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벌써 1년이 지났다. 현실에서 노동계와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규제 역설이 발생한다. 노동개혁의 위험 부담은 크기 때문에 대통령이 실질적인 사령탑으로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노동개혁의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를 존중해 추진해야 한다. 노동개혁의 내용을 선거 공약화하는 지혜로 추진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국민의 공감대를 토대로 여야가 협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조만간 노동개혁을 공론화해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며 다시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그 목적과 내용을 리셋해야 한다.

2023-05-29 07:42 조진래 기자

[브릿지 칼럼] 도 넘은 해외 기업의 상표권 남용

전소정 인탤런트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최근 해외 유명 기업이 상표권을 남용하여 국내 소상공인, 스타트업의 상표를 선택할 권리를 축소시키고, 정당하게 상표권을 취득한 국내 기업에게도 막대한 자본력을 동원해 상표권를 무력화시키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부천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A씨는 평소 눈 밑 다크서클로 인해 생긴 ‘판다’라는 명칭과 함께 ‘빵을 판매한다’를 결합한 조어로 ‘빵판다 BANG PANDA’를 병기하여 사용 및 상표 출원을 진행했다. 그러나 A씨는 특허청 심사관으로부터 영문 ‘PANDA’를 상표에서 제외시키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받았다. 이유인즉슨 미국 중식 프랜차이즈 판다익스프레스에서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A씨는 글로벌 기업과의 분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영문 ‘PANDA’를 포기했지만 놀랍게도 판다익스프레스는 한글 ‘빵판다’ 상표의 출원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이후 대법원까지 분쟁이 이어졌고 A씨는 한글 ‘빵판다’에 대한 상표권을 최종 확보하기까지 6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판다익스프레스 뿐만 아니라 에너지 드링크 판매 회사로 유명한 미국 기업 몬스터 에너지도 국내 기업에 우후죽순으로 이의신청과 무효심판을 제기하고 있어 국내 소상공인의 상표 선택에 있어서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더 우려스러운 현상은 상표권을 취득하지도 못한 해외 유명 기업이 유사 업종에 대하여 국내 스타트업이 정당하게 보유하고 있는 상표권을 침해하고도 해당 상표권을 무력화하기 위해 각종 심판과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는 점이다.필자의 고객 B사는 10년 이상 ‘국민앱’이라 불릴 정도로 유명해진 앱을 운영해 온 내실 있는 스타트업이다. 그런데 1년 전부터 게임업계에서 동일한 상표를 국내외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한 해외 기업 C로 인해 포털 검색 순위에서도 밀리는 등 실질적인 피해를 입게 되었다. 이에 정당한 상표권의 행사로서 경고장과 게임 유통 플랫폼에 지재권 침해 신고를 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으나, 해외 C기업은 국내 B사를 상대로 무효심판, 취소심판 등을 제기하고 미국에서도 이의신청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상술한 일련의 사태들은 자본력과 규모를 믿고 상표권을 보유와 상관 없이 소송을 통해 국내의 소상공인, 스타트업들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주목해야 하는 현상이다. 국내 기업이 합법적으로 상표권을 취득했음에도 막강한 자본력으로 복수의 소송을 제기하는 해외 기업에 대하여 울며 겨자 먹기로 법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든지, 그런 법률 비용을 부담할 수 없을 ·경우 소송에서 불리한 결과를 얻게 되는등의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필자는 해외 기업의 이런 악의적인 행태를 막기 위한 실효적인 입법 조치를 당장 취할 수 없다면, 실효적인 사법 조치를 취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즉 심판원이나 법원에서는 상표법의 본래 입법 취지와 목적으로 다시 돌아가 시장에서 상표의 출처를 오인·혼동 하는 것을 방지하는 공익적 목적과 상표권자를 보호하는 사익적 목적이 달성되고 있는지를 따져 물어 억울하게 소송 당사자가 된 처지에 놓인 우리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 그들에겐 전향적이면서도 본질적인 법의 해석과 적용이 절실하다.전소정 인탤런트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2023-05-25 14:08 전소정 인탤런트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브릿지 칼럼] 5월에 되새기는 가족의 의미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일은 어린이날이고, 8일은 어버이날이다. 15일 스승의 날이자 성년의 날이기도 하고,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물론 근로자의 날도 있고, 부처님 오신날도 있고, 무언가 굉장히 바쁘고 행사도 많은 달이다.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헨리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고 원제목은 ‘Regarding Henry’이다.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1991년 미국 영화이고, 해리슨 포드 등이 주연으로 출연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여배우 아네트 베닝도 출연했다.매우 성공한 뉴욕의 변호사인 헨리(해리스 포드)는 유능하지만 공격적이고, 인정사정없는 인물로 묘사된다, 자신의 성공과 일을 위해 가정은 뒷전으로 그야말로 수신제가(修身齊家)와는 다소 괴리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헨리가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려다가 강도에게 총을 맞고 중상을 입게 된다. 생사의 기로에서 극적으로 회복해 나가면서 헨리는 오랫동안 상실했던 인간미를 회복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은 후, 따뜻하고 인간적인 사람으로 새롭게 살아가게 된다는 내용이다.유능하고 성공한 변호사인 헨리는 돈과 명예를 모두 가진 사람이었다. 아름다운 아내와 딸이 있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멋진 저택과 물질적 풍요로움을 누리며, 심지어 애인까지 있었다. 그야말로 성공한 사람의 표본으로 묘사된다. 일과 남들에게 보여지는 가시적 성공에만 몰두하던 헨리는 사고를 당한 뒤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가족의 소중함, 부부간의 행복, 딸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따뜻함을 지닌 인간미 넘치는 사람으로 거듭나게 된다. 처음의 헨리도 변화한 헨리도 모두 같은 사람이다. 해리슨 포드의 연기로 두 사람의 변화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과연 어느 쪽이 행복한 헨리일까? 그냥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영화일 수도 있겠지만, ‘헨리의 이야기’는 현대의 물질만능사회에서 인간의 진정한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정신없이 바쁘게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헨리처럼 그저 물질적 풍요로움과 성공만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말 중요한 무엇인가를 뒷전으로 미루고 앞으로만 나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같은 맥락에서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작품이 있다. 가족의 사랑을 말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한 치 앞을 모르는 우리 인간이 사랑으로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겨있다.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는 사랑이 있고, 그러한 마음 속의 사랑을 실천하면서 다른 사람들까지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는 내용이다.바쁜 5월, 당장 해야 할 일도 많고, 챙겨야 할 것들도 많지만, 꼭 시간을 내서 이번 주말에는 헨리의 이야기를 가족과 함께 다시 볼 작정이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도 다시 펼쳐봐야겠다. 잠시 숨 고르며 나를 되돌아본다면, 나는 지금 과연 무엇을 위해 이렇게 치열하게 살고 있는지 되새겨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아름다운 5월에 나는 인생의 어디쯤에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 챙겨보련다.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2023-05-24 14:18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명의칼럼] 건강 위한 ‘등산’ 안전하게 즐겨야

김태진 인천힘찬종합병원 정형외과 과장(정형외과 전문의)우리나라 국민이 좋아하는 야외 운동은 단연 등산이다. 산림청의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성인의 58%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등산을 간 것으로 나타났다. 등산을 시작하는 계기는 지인이나 가족, 주변의 권유나 건강 악화 등으로 다양했지만 등산의 목적은 대체로 명확했다. 바로 건강을 위해서라는 점이다.등산이 좋은 이유는 꽤 많다. 유산소 운동이면서 근력 강화에 도움이 되고 자연의 상쾌한 공기와 멋진 경치를 보면서 심리적인 안정을 얻기도 한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별다른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하지만 정형외과 의사 입장에서 보다 냉정히 말하자면 건강을 위해서 한다는 등산을 말리고 싶은 경우도 많다. 사실 등산은 하체의 관절과 인대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는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다시 말해 부상을 당하기 쉽다는 것이다. 산을 오르내리는 동안 무릎은 지속적으로 충격을 받고 갑작스럽게 꺾이기도 한다. 이때 무릎을 안정시키고 충격을 흡수해주는 역할을 하는 ‘반월상 연골판’이 손상될 수 있다.나무뿌리나 돌부리에 걸려 발을 잘못 짚다가 발목 인대를 다치는 경우도 흔하다. 특히 무릎 관절 통증을 무시하고 수시로 산을 찾는 이들도 있는데, 이는 무릎 관절염을 악화시키는 지름길이다.등산을 보다 건강하고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서 몇 가지 명심할 점이 있다. 기본적으로 평소 무릎이나 발목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면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연골이 점차 마모돼 뼈가 직접 부딪혀 극심한 통증으로 이어진다면 등산은커녕 짧은 거리를 걷는 것조차 힘들어 진다. 따라서 무릎이나 발목 부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면 의료진에게 등산을 해도 될지, 시점은 언제가 좋을지 문의 해야 한다.등산 중에는 되도록 몸에 가해지는 하중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일단 배낭에는 꼭 필요한 물건이나 간식류 등만 챙겨 무게를 줄인다. 내리막에서는 무릎이 받는 하중이 6~7배까지 증가하기 때문에 배낭의 무게가 가벼울수록 부담이 덜하다. 등산 스틱을 사용하면 체중을 분산시켜 무릎 충격을 줄여주고 균형을 잡는데 도움을 줘 미끄러져 생기는 부상을 막을 수 있다.산의 높낮이와 상관없이 등산길은 항상 주의해야 한다. 조사에 따르면 등산 인구의 91%는 주로 해발 500미터 이하의 산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낮은 산이라도 미끄럼 방지를 위해 등산화를 착용해주는 것이 좋고 경사가 급한 등산로에서는 보폭을 좁혀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과 충격을 줄여줘야 한다. 특히 하산길에 서둘러 뛰는 이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절대 금물이다. 산이 험해서 부상을 당하기보다 산을 험하게 타다가 부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끝으로 입산주, 정상주 등 술의 유혹을 참아야 한다. 등산 중 음주는 운동 기능을 떨어뜨려 미끄럼 등 돌발 상황에서 몸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산에 오르는 가장 큰 목적이 ‘건강을 위해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김태진 인천힘찬종합병원 정형외과 과장(정형외과 전문의)

2023-05-23 07:00 김태진 인천힘찬종합병원 정형외과 과장(정형외과 전문의)

[브릿지 칼럼] 파이프 오르간의 위로, 울려퍼지길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사업지원파트 책임코로나가 유행하기 전인 2019년 가을 유럽 몇개국을 여행했다. 주요 공연장과 이름 있는 성당을 갈 때 마다 파이프 오르간이 눈에 띄었다. 특히 오스트리아에서 파이프 오르간을 만난 경험은 새로우면서도 각별했다. 빈 구시가지 중심에 자리잡은, 12세기에 건축된 웅장한 자태의 슈테판 성당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당시 슈테판 성당의 파이프 오르간은 보수 중이었고 전면 파이프 주변을 떠받치는 비계(飛階)가 설치돼 있었다. 그리고 파이프 오르간 앞에는 낯선 키오스크 한대가 놓여있었다. 오르간 보수에 필요한 모금을 진행하는 키오스크였다. 관광지답게 키오스크는 독일어, 영어 등으로 표기돼 1유로부터 다양한 금액을 선택해 기부할 수 있었다. 슈테판 성당에서 멀지 않은 성 페터 성당은 매일 한번 무료로 30분간의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들려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입장료는 무료지만 성당 입구에 자유롭게 기부금을 낼 수 있는 모금함이 놓여있어 연주를 듣고 나오는 길에 5유로짜리 지폐 한장을 넣었다. ‘모금’은 재해나 질병, 생계 등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한 기금 마련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문화재 관람료에도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한국에서는 낯선 풍경이었다. 파이프 오르간이라는 악기 보수를 위해, 매일 무료로 들려주는 오르간 연주를 위해 모금을 계획하고 그것을 낯설지 않게 여기며 정성을 보태는 모습은 유럽 역사와 상업의 발달 양상에 따라 진화해온 파이프 오르간 발전의 원동력임을 깨달았다.지난 19일 지자체 설립 공연장 중 처음으로 파이프 오르간을 설치한 부천아트센터가 문을 열었다. 2016년 대규모 클래식 전용홀로는 처음으로 설치된 롯데콘서트홀 파이프 오르간 이후 약 7년 만에 만나는 귀하고도 반가운 파이프 오르간이다. 막대한 제작비, 건축설계와 함께 진행돼야하는 준공기간 등의 제약으로 신규 공연장이 건립될 때마다 파이프 오르간 설치 여부는 큰 관심사였다.지금까지는 여건의 제약으로 고귀하면서도 다채롭고 성스러우면서도 화려한 파이프 오르간의 음색을 들을 기회가 자주 없었다. 하지만 롯데콘서트홀을 시작으로 부천아트센터 그리고 2025년 개관 예정인 부산국제아트센터에도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된다고 하니 더욱 큰 기대를 갖게 된다.오르간의 정수는 ‘다양성’과 ‘화합’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그 음이 사라지는 여타 악기들과 달리 오르간은 건반을 누르고 바람이 공급되면 무한대로 소리를 지속시킬 수 있는 영속성을 특징으로 한다. 그렇게 오르간은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며 영위해가는 우리 사회를 닮았다. 그리고 그 악기의 정수이자 특징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갖춰야 할 속성들이기도 하다.아직 넉넉하지는 않지만 파이프 오르간과 우수한 오르가니스트를 갖춘 것으로 첫 음은 눌렸다. 이제 지자체와 공연장의 지속적인 지원과 좋은 기획 그리고 시민들의 관심이 오르간 음을 지속하게 하는 바람처럼 공급된다면 세계 최고의 오르가니스트 올리비에 라트리의 말대로 “모든 소리를 구현할 수 있는” 파이프 오르간을 통해 황홀한 감동과 겸허한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이미란 롯데문화재단 사업지원파트 책임

2023-05-22 14:07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사업지원파트 책임

[시장경제칼럼] 동감의 원리와 시장의 도덕성: 애덤 스미스 탄신 300주년을 맞이하여

민경국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상업은 물질적 번영을 위한 긍정적인 힘으로 이해하는 것이 상식이다. 상업이 불러온 번영의 덕택으로 빈곤도 없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시장에 관한 이 같은 인식은 시장사회를 지나치게 좁게 이해한다고 주장하면서 등장한 인물이 올해 6월에 300주년의 생일을 맞는 애덤 스미스이다. 1759년의 도덕감정론에서 그는 시장은 그런 물질적 번영을 안겨줄 뿐만이 아니라 도덕적 개발도 쉽게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주장을 보기 전에 우선 우리가 주목할 것은 개인들이 어떻게 도덕적으로 발전되는가를 설명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동감의 원리와 도덕적 발전애덤 스미스는 인간에게 적어도 두 가지 선천적인 성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나는 인간은 자기 자신을 더 많이 돌보게 마련이라고 한다. 자기애에 대해 편견을 갖는 것은 그래서다. 다른 하나는 인간은 자신의 감정이 다른 사람의 감정과 일치하기를 원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우리 자신의 감정과 행동에 대한 타인들의 시인과 동감을 받고 싶어 한다(동감욕구)는 것이다.동감적 인간은 전적으로 이기적인 또는 이타적인 것도 아니다. 우리는 타인들과 상호작용을 통해서 배울 필요가 없을 만큼 합리적이지도 않다. 모래알처럼 고립된, 다시 말해 원자화된 인간이 아니다. 인간은 사회 지향적이다. 동감은 사람들을 엮는 실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타인들을, 그리고 이들은 우리 자신을 평가한다. 칭찬과 비난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인간들이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는 이유다. 그들은 타인들의 호응 또는 시인을 의미하는 동감을 얻을 수 있는 행동, 즉, ‘적정한’ 행동을 찾으려고 애쓴다.그런데 자기애와 동감 욕구가 상호작용하여 도덕적 행동이 개발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최대한 공정하게 판단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우리 자신을 공정하게 판단할 수 없다. 우리가 잘못된 일을 해도 잘못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인류는 그런 중요한 약점을 어떤 구제책도 없이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았다. 치료법으로 인류가 개발한 것이 우리의 행동에 대한 타인들의 동감을 얻고 싶은 욕망이다. 그런 욕구 때문에 인간은 칭찬과 칭찬을 받을 만한 존재가 되기를 열망하고 반대로 비난뿐만 아니라 비난을 받을 만한 존재가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 우리는 타인들의 호응 또는 시인을 의미하는 동감을 얻을 수 있도록 자신의 행동이나 감정표현을 자제하여 ’적정하게’ 행동하려고 애쓰는 이유다.우리의 행위가 타인들의 시인 여부를, 즉 내 행동의 적정성 여부를 아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 여부를 알 수 있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다른 사람들의 눈으로 보려고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눈을 통해 우리 자신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의 행동을 통해서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학습을 통해 우리가 멀리 있는 다른 사람을 거울로 사용하여 우리 자신을 보는 것이다. 도덕을 향한 사회화 과정인 것이다. 그런 사회화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해도 되는 또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구분할 수 있게 하는 일반규칙이 생성된다 .◇상업 사회의 특징: 낯선 사람들의 세상애덤 스미스는 “거대사회(great society)”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런 사회는 분업이 소규모의 부족이나 종족사회를 넘어서 한 지역으로, 그리고 국경을 넘어 오늘날처럼 글로벌로 확대된 사회다. 거대한 사회에서는 수백만, 수천만 명, 오늘날 수억의 인구가 분업과 협력을 통해 살아간다. 인간관계가 아는 사람들끼리의 관계를 넘어서 모르는 사람들끼리의 관계로 확대된다. 상업이 그 같은 폐쇄된 작은 공동체의 경계선을 파괴했고 우리가 사는 사회는 거대한 익명의 사회다. 사회 자체는 상업 사회가 되었고 우리는 모두 상인이다.폐쇄된 작은 공동체의 윤리적 기초는 자신의 욕구를 억제하고 타인의 행복을 증진하는 선행이라고 부르는 행동규칙이다. 사랑, 고마움, 우정, 나눔, 배려를 통해 서로를 지원하는 사회다. 그런데 모두는 거대한 사회에서는 선한 사람들에 의존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낯선 사람들, 게다가 이기적인 인간들에 의존해서 살아야 한다. 스미스는 이렇게 주장한다.“우리가 매일 식사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과 양조장 주인, 빵집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한 그들의 고려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들의 자애심에 호소하며, 그들에게 우리 자신의 필요를 말하지 않고 그들 자신에게 유리함을 말한다.”애덤 스미스가 말했듯이 상업 사회는 정말로 낯선 사람들의 사회임에 틀림이 없다. 푸줏간 주인은 우리 이름도 모를 것이고 빵집 주인은 우리를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양조장 주인은 우릴 아는 척할 할 뿐이다. 우리는 그들의 이기심에 의존하여 살아야만 할까?◇시장은 도덕적 개발에 비옥한 기반그런데 동감의 원리에 따라, 친숙성이 높아질수록 동감하기 쉽고 동지감도 높다. 이런 때 사람들은 감정표현을 절제하지 않는다. 눈물과 한숨을 억제하려고 하지 않는다. 사업에 실패하면 주위를 무시하고 울고불고한다. 의연함, 절제, 예의범절도 지킬 필요가 없다. 다른 한 극단으로서 심리적 물리적 거리가 아주 먼 경우에도 감정과 행동을 절제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타락의 길로 간다. 알코올·마약 중독 또는 범죄의 길을 걷는다. 양극단과 관련된 예를 들면, 타인에 대한 내 요구의 적정성, 요구방법의 옳고 그름에 대한 도덕적 판단과 도덕 규칙의 준수에 필요한 자제력을 훈련하고 이를 습관화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 자제를 위해서는 때로는 절제, 체면, 겸허 등과 같은 미덕이 필요하다.그러나 자제의 미덕을 훈련하고 이를 습관화하는데 적절한 거리를 마련하는 것이 익명의 상업 사회다. 푸줏간 주인이나 빵집 또는 양조장 주인과의 협상에서 우리는 물론 그들도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고 진정시키려고 한다 . 이같이 노력하면 할수록 시장참여자들은 자신의 행동을 억제하기 쉽고 그들은 도덕적인 힘을 받아, 그 행동을 습관화할 가능성도 커진다. 상업 사회는 우리가 늘 낯선 사람들과 접촉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 하루 대략 10시간을 낯선 사람들과 접촉해야 한다. 자제력을 훈련할 기회가 많은 사회가 상업 사회인 이유다. 상업 사회야말로 도덕적 발전에 가장 적합한 장소라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자유시장이 끈질기게 존립하는 이유다.상업사회는 순전히 이기적인 인간들로 구성된 사회라는 이유에서 도덕을 개발할 기초가 될 수 없다는 존 롤스의 주장은 틀렸다 . 시장사회야말로 도덕적 발전을 위한 “가장 비옥한 기반”이다. 낯선 사람들에 대한 개인들의 노출이 빈번하고 안정적이며 개인들을 서로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곳에 배치하는 사회다 . 다른 한편 시장은 사회로부터 유리된(disembeddness), 그래서 도덕으로부터 멀어져가는 사회라는 칼 포라니의 주장도 틀렸다. 사회로부터 이탈한다는 뜻은, 스미스의 말을 빌린다면, 얼굴을 마주하는 사회에서 익명의 사회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 같은 전환은 절제의 미덕을 배울 기회를 의미한다.◇맺는 말사회 분열적인 이기적 원자적 인간과는 달리 동감적 인간은 사회 통합적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스미스의 사상은 자연권의 의미로 권리를 주장하는 록크/노직 전통의 자유주의 또는 사회적 후생을 극대화하는 벤덤/프리드먼 전통의 자유주의와 전혀 다르다. 그들에게 우리의 도덕성은 계산적이다. 그래서 사회 분열적으로 작용할 위험성이 매우 크다.민경국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2023-05-22 10:46 민경국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안전' 첫발은 기본 수칙 지키기

한국경영자총협회 임우택 안전보건본부장2021년도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산업재해로 인한 손실액은 약 32조원에 달한다. 산재를 줄이는 것은 개별 사업장을 넘어 국가적 과제이다. 건설업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분야이지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산재가 많이 발생하는 산업이기도 하다. 작업환경이 수시로 변하고, 옥외작업으로 인해 기후 영향도 받으며, 중충적 하도급과 영세 사업장이 많고, 일용직, 고령, 외국인 근로자가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사고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건설업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재해는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준수하면 예방할 수 있다. 코이(Koi)라는 물고기는 어항에서 기르면 피라미가 되고, 강물에 놓아기르면 대어가 된다. ‘코이의 법칙’은 이 물고기가 환경에 따라 성장하는 크기가 달라지듯이 사람도 환경에 비례해 능력이 달라진다는 법칙이다.이 법칙처럼 안전 문화나 환경이 잘 조성된 곳에서는 안전이 중요한 가치로 인식돼 안전 수칙이 더 잘 지켜지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업장은 안전 수칙 준수가 갈수록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이에 건설 현장의 반복되는 사고를 단절하기 위해 환경을 개선하는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첫째, TBM(작업 전 안전점검회의, Tool Box Meeting)을 적극 활용한다. 교육은 안전의식을 높이는 기본적인 방법이다. 일용직,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건설업은 타 산업보다 교육 효율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TBM이다. 현장 근처에서 작업 전 근로자가 참여해 위험요인과 예방대책을 재확인하기 때문에 교육 효과는 물론 안전 인식도 향상시킬 수 있다. 정부도 그 효과에 공감해 TBM 실행 시간을 법상 교육시간으로 인정하고 있는 만큼, 사업장에서도 적극 적용할 필요가 있다.둘째, 맞춤형 위험성평가 지침이 필요하다. 정부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통해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벗어나 기업의 자율안전에 방점을 두며, 그 수단으로 ‘위험성평가’를 꼽았다. 그러나 건설작업은 비정형적인 특성으로 인해 위험성평가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건설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는 위험성평가 방법 개발에 힘써야 한다.셋째, 안전관리 인력 확보와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현재 건설현장은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정부는 안전관리자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선임기준을 합리화 한 바 있다. 이에 더해 인력 양성 및 교육 프로그램 운영과 인센티브와 복지 제공 등 건설업 안전관리자의 여건을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넷째, 스마트 안전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인간이 실수하는 부분을 챙기면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스마트 기술은 다변하는 위험요소에 노출되는 건설현장에서 필요성이 아주 높다. 이미 많은 현장에서 스마트 기술을 속속 도입하고 있고 정부도 예산을 편성해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기술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안전인증 등 개발·적용을 위한 정책적 개선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다섯째, 건설업 특성을 고려한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 먼저 근로자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은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건설안전 관련 법령은 각 부처에 산재돼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예컨대, 고용노동부 소관인 산안법과 국토교통부 소관인 건설기술진흥법에 중복 규정돼 있는 안전관리비, 안전교육 등에 관한 사항은 갈음 규정을 둘 필요가 있겠다.중대재해처벌법도 소규모 건설현장의 사정을 고려해 조속히 개정돼야 한다. 중처법 시행 이후 검찰 기소현황을 살펴보면 대부분 중소 건설현장에 집중돼 있다. 지금이라도 소규모 현장의 안전역량 실태와 그간 정부의 인력, 비용 지원사업의 효과성을 면밀히 파악해 지원책을 마련하고 법 적용 유예기간 연장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건설업은 위험한 업종이지만, 기본적인 안전원칙에 따라 노사정이 함께 노력한다면 가시적인 산재 감축 효과가 분명히 나타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앞선 내용을 토대로 사업주와 근로자는 안전한 작업환경에서 국민들은 안전하게 지어진 공간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한국경영자총협회 임우택 안전보건본부장이 기고는 안전보건공단의 안전문화 확산 공모사업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2023-05-21 14:28 한국경영자총협회 임우택 안전보건본부장

[브릿지 칼럼] 한국 경제 좌우할 3대 변수

박종구 초당대 총장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외교가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국빈방문이 실현되었다. 외국 정상에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연방 의회 연설 기회도 주어졌다. G7 정상회의에 한국을 초청해 G8 회의로 확대하려는 선진 국가들의 움직임이 보도되었다. 박진 외무부장관은 한국은 이미 세계 8강 수준에 올랐다고 강조했다. 선진 한국의 위상을 확인시켜주는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부정적 뉴스도 적지 않다. 지난해 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3만 2811달러로 우리나라의 3만 2237달러를 압도했다. 18년 만에 국민 소득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TSMC를 대표로 하는 반도체 관련 산업의 성장, 중소기업의 수출 확대가 효자 노릇을 했다. 한국 경제는 대중 수출이 부진하고 2개월 연속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했다. 1분기 성장률은 0.3%에 그쳤다. 국제통화기금(IMF),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주요 기관은 올해 1.5% 내외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한국경제가 선진국으로 굳건히 착근할지가 결정되는 결정적 국면에 접어들었다. G8 국가로 발돋움할지 스페인, 포르투칼 같이 주저앉을지 향후 수 년간이 결정적 분수령이다.첫째로, 노동시장 선진화가 시급하다. 1인당 3만 달러 수준의 국가 가운데 한국처럼 과격한 노조활동이 이루어지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노동 현장에서 폭력과 불법적 행동이 난무한다. 파업으로 인한 근로손실일수가 경쟁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다. 노동시장의 경직성도 위험 수위다. 한국의 높은 비정규직 비율과 청년 실업률은 경직적 노동구조의 산물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노동시장 지표는 바닥 수준이다. 노사협력, 고용 및 해고 관행 지표는 100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청년고용률이 우리의 미래를 견인한다. 대졸 고용률이 75%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82%에 크게 떨어진다. 취업률은 회원국 중 31위에 불과하다.둘째로, 나라 곳간을 잘 지켜야 한다. 1분기 관리재정적자가 54조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1067조 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비율은 2020년 48.7%에서 2028년 58.2%로 급증할 전망이다. OECD 회원국중 증가 속도가 가장 가파르다.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재정준칙 법안을 신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1997년 외환 위기를 조기에 극복한 배경에는 12%에 불과한 낮은 국가채무비율과 건전재정 정책이 자리잡고 있었다.셋째로, 노동생산성을 대폭 끌어올려야 한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OECD 회원국 중 27위에 그치고 있다. 서비스업은 제조건설업 생산성의 절반에 불과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생산성이 전부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거의 전부다”라고 주장한다. 한국은행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년간의 성장 둔화는 생산성 정체가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노구치 유키오 히토쓰바시대 교수는 낮은 생산성 때문에 일본이 선진국 지위에서 탈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경제의 미래는 노동개혁, 재정 건전성 유지 및 생산성 향상의 3대 변수에 달려 있다.박종구 초당대 총장

2023-05-21 13:46 박종구 초당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