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기고

[브릿지 칼럼] 부의 조건 유연함과 인내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부자로 가는 길은 쉽지 않다. 부도(富道) 1단 근(勤), 2단 검(儉), 3단 축(蓄), 4단 업(業)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부도 5단은 유(柔)다. 유연함 즉 부드러움이다.노자의 통찰이다. “인지생야유약 기사야견강(人之生也柔弱 其死也堅强)” 즉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부드러움이요, 죽음이 바로 굳어짐”이라는 것이다.곡선은 자연의 것이고 직선은 인간의 것이다. 예수도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라고 설파했다. 그야말로 부드러워야 살아남을 수 있고 부(富)를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찰스 다윈의 결론도 같았다. 모든 생물의 생존전략이 강대함에 있지 않고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함에 있다. 성공한 창업자 중 성질이 불같이 급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재빨리 수습하는 스피드와 유연성이 뒤따른다. 그것은 그만큼 삶에 대해 겸손하기 때문이다. 부드럽고 겸손해서 얻는 복이 세 가지 있다. 그게 바로 부자가 되는 길이기도 하다. 첫째 발견, 둘째 발명, 셋째 변혁이라는 복이다. 미국 부의 대표적 상징인물인 록펠러가 바로 석유 재벌이었다. 노년에 그는 그 유명한 록펠러 재단을 설립하면서 미국자본주의를 성숙시켜 나갔다.벤처기업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소프트웨어를 세계 표준화 시키면서 막대한 부를 이뤘다. 그런 후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젊은 나이에 은퇴를 선언했다.창조적 자본주의를 제창하면서 자선사업에 몰두할 것을 천명한 현대의 영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비해 한국의 벤처기업 역사는 너무나 초라하다. 큐닉스에서 메디슨과 삼보컴퓨터에 이르렀지만 모두 부도를 맞았다. 유연하지 못했고 교만했기 때문이다. 상당수 한국의 부자들이 존경받지 못하고 있다. 권력과 야합해서 특혜를 누리거나 분식회계에 따른 부정과 부동산 투기에 의한 부의 획득 때문이다. 슬픈 일이다.부도 6단은 인(忍)이다. 인(忍)은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알 부자 동네인 윈저우 기업인들의 무수한 사례가 그것을 말해준다. 그들의 ‘츠쿠나이라오(吃苦耐勞·흘고내로/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어려운 일을 참아내는)정신’을 보면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따로 집이 없는 경우가 많다. 공장 2층의 작은 공간에 침대를 놓고 가족과 함께 산다. 퇴근도 없다. 낮에는 물건을 만들거나 바이어를 찾아 뛴다. 밤에는 디자인 작업을 한다.인(忍)은 기다림이다. 기다림은 시간경영이다. 강태공은 80평생을 기다렸다. 그런 후 나라를 경영하는 위치에 오르고 뜻을 폈다. 부귀도 따랐다. 함께 기다리지 못하고 집을 나간 부인은 허망하게 죽을 수밖에 없었다. 물을 끓이면 100℃까지 기다려야 수증기라는 기체로 변한다. 그것을 물리학에서 임계점이라 부른다.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브랜드인 스페인의 ‘자라(ZARA)’는 스피드경영의 놀라운 사례다. 세계 어디서나 2시간 내 새로 디자인된 제품 공급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역으로 시간을 단축시킨 것이다. 인(忍)은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가는 일이다. 참 부자의 길이다.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2023-07-24 14:02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브릿지 칼럼] 일본의 출산실패와 정책선회…배울 곳 없는 한국형 출산절벽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길을 잃거나 모르면 나침반이 유효하다. 방황·혼돈을 잡아주는 꽤 믿음직한 도구다. 가려는 목적지와 독법만 알면 나침반은 안전장치로 손색 없다. 물론 성근 형태의 방향·경로만 알려줄뿐 그 다음은 없다. 당사자의 능력·의지에 좌우된다. 이런 점에서 먼저 경험·대응해본 선험사례의 분석·함의는 후행주자에게 좋다. 적어도 나침반처럼 지향·취지는 알려준다. 선행해본 방법·수단이 먹힐지는 별개지만, ‘벤치마킹 vs 반면교사’의 교훈은 도출된다. 성공은 좇고 실패는 피해 가성비 좋은 결과를 내면 충분하다. 한국은 선행국가의 득을 톡톡히 본 사례다. ‘개도국→선진국’으로의 성과 달성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먼저 경험해본 추격대상 덕분에 가능했다. 적어도 상당한 도움을 받은 건 부인하기 어렵다. 아쉽게도 더 이상은 아니다. 참고할만한 나침반이 존재하지 않아서다. 선진국에 진입한데다 동일그룹에서도 추격에 따른 훈수보다 동행하는 경쟁이 더 일반적이다. 하물며 인구변화는 속도·범위·깊이 무엇으로도 한국이 어떤 비교군보다 맨 앞에 서있다. 세계꼴찌의 0.78명(2022년) 출산율은 압도적인 최저치다.그나마 일본은 참고사례다. 2016년 제1호 총인구감소국답게 2020년 제2호가 된 한국보다 앞선 경험이 있다. 30년 넘게 저출산에 사회전력을 다한 경위도 의미하는 바는 크다. 1989년 1.57명 쇼크, 1994년 엔젤플랜, 2003년 저출산담당장관 신설 등의 배경이다. 고강도대책도 계속된다. 올해는 ‘출산감소=국가위기’를 천명한 총리가 전국을 돌며 전면에 섰다. 청년세대·양육환경 등을 챙기겠다는 포부다. 저출산의 반전 없이 미래는 없다는 위기 탓이다. 총리직속의 ‘아동가정청’도 시작된다. 육아예산을 2배로 늘리는 전략도 주목된다.그럼에도 대체적인 평가는 ‘백약무효론’으로 수렴된다. 성과를 낸 정책이 없을뿐더러 저출산 원인조차 특정하기 어렵다는 게 속내다. 해서 임신·출산·양육 등 경제(현금)적 지원집중을 반복해온 과거정책은 도마 위에 오르고, 출산·양육의 당사자에게 주는 직접 지원을 넘어 최근엔 외부의 기반·환경조성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돈을 직접 줘도 출산율이 올라가지 않으니 다른 길을 찾자는 의미다. 기업도 꽤 적극적이다. 재미난 대응책이 언론주목을 받는다. 가령 육아휴직을 떠나면 남은 동료에게 현금지원(응원수당)을 하는 식이다. 미쓰이스미토모해상화재보험은 최대 1인당 10만엔을 지급한다. 육아휴직으로 일거리가 늘어날 불만을 막고 맘편히 떠나도록 배려하는 차원이다. 나름 파격적이다. 더 지켜봐야겠지만, 일본대응도 한계상황인 건 어쩔 수 없다.한국은 나침반 없는 길앞에 섰다. 무엇보다 일본적 대응책·상상력을 뛰어넘는 게 중요하다. 출산 충격은 한국이 훨씬 거센데다 기반환경도 다른 까닭이다. 돈 몇푼이 아닌 맘놓고 낳고 기를 믿음직하고 확실한 신호가 요구된다. 독박육아에서 벗어날 다양한 보완·대체형 안전망이 그렇다. 일본에서 더 배울 건 없다. 남은 건 한국만의 혁신적인 대응뿐이다. 고강도 구조개혁을 염두에 둔 상상력 저 건너편을 고민할 때다. 튼튼한 혈관(기반조성)에 건강한 새피(혁신대책)의 동시다발적 체계구축이 필요하다. 반발·저항이 거셀수록 제대로 된 접근·해법일 확률이 높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2023-07-23 14:46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기자

[명의칼럼] 림프부종, 고도비만과 혼동하기 쉬운 ‘지방부종’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지방부종(lipoedema)는 최근 대중의 이해도가 다소 높아진 림프부종( lymphoedema)보다도 훨씬 덜 알려진 질환이다. 의사 대다수에서도 생소한 병이다. 서구인에 비해 아시아인에게는 훨씬 드문 희귀 만성질환인 탓도 있다.지방부종은 호르몬 변화와 영양 불균형으로 초래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여전히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유전적인 요인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다리, 허벅지, 엉덩이에 비정상적으로 지방이 장기적으로 축적된다. 대부분 여성에서 발병한다. 하지만 때로는 팔뚝에도 나타나고, 드물지만 남성에게도 영향을 미친다.피부 아래에 묵직한 지방 덩어리와 돌기 같은 게 만져진다. 경증에서는 통증이 느껴지지 않을 수 있으나 중등도 내지 중증이 되면 일정한 압력이 느껴지며 통증이 감지될 수 있다.지방부종은 사춘기 전후, 임신, 폐경기처럼 호르몬 변화가 클 때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여성이라면 가족 중 다른 사람이 지방부종에 노출됐을 경우 자신도 이에 걸릴 위험이 더욱 커진다.지방부종은 다이어트나 운동으로 잘 빠지지 않는다. 오래 서 있으면 다른 사람보다 훨씬 심하게 다리가 붓는다. 초기 지방부종은 오렌지껍질 같은 모양의 셀룰라이트가 관찰된다. 점점 심해지면 다리가 원통형이 되고, 피부가 딱딱하지는 않으나 고무처럼 질겨지는 양상을 띤다.지방부종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엉덩이부터 지방이 축적되는 기둥형(column)과 다리 아래부터 지방이 쌓이는 열편형(裂片形, lobar)이 있다.기둥형은 주로 엉덩이와 골반 부위에 지방이 축적돼 옷을 입으면 살이 삐져나온 듯하다. 열편형은 부은 곳을 누르면 아프고, 살짝만 부딪혀도 멍이 잘 들며, 35세 전후에 흔히 진단된다.지방부종은 외형상 림프부종이나 고도비만과 구분하기 어렵다. 다만 지방부종은 양측성으로 두 다리가 동일한 속도와 정도와 붓는 반면 림프부종은 양측성으로 올 수 있지만 양측의 부종이 심한 정도가 대부분 다르다. 림프부종은 자궁암이나 난소암을 수술할 때 림프절을 대거 절제함으로써 초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지방부종은 원인이 아직 모호하게 규명돼 있다.림프부종은 눌러도 아프지 않고 무릎이나 피부에 주름이 잡히지만, 지방부종은 중등도 이상에서 누르면 아플 수 있고, 무릎이나 피부에 주름이 없고 편평하다. 림프부종은 발등이 심하게 잘 붓지만, 지방부종은 잘 붓지 않는다. 림프부종은 초기에 환부를 누르면 피부가 쑥 들어갔다가 한참 후에 다시 나오는 ‘함요현상’을 보이는 반면 지방부종은 함요현상이 없다.지방부종은 초음파검사 상 혈류는 정상이지만, 단층으로 보면 지방층이 두껍고 지방종괴가 관찰된다. 림프 흐름은 원활하지 않아 대체로 림프질환 경계선 상에 가까운 정상을 보인다.지방부종의 치료는 림프부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초기에는 도수마사지나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착용해 지방종괴의 해소와 림프 상태를 개선해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 대체로 2주 후면 현저한 효과가 나타난다. 이런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심해진 경우에는 부분별 지방흡입술을 시행한다.필자가 림프부종에 적용하고 있는 ‘데코벨 요법’(림프해독, 압박붕대. 엘큐어리젠요법)이 상당한 도움이 된다. 다만 최신 전기자극치료인 ‘엘큐어리젠요법’은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되지만 작용 기전 상 림프부종에서 거둔 치료효과만큼에는 미치지 못한다.지방부종이 비만처럼 단순히 과잉 열량 섭취에 의해 유발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 식사섭취량이 많을수록 악화된다. 한국인도 음식을 절제하지 않고 다량 섭취할 경우 서구인처럼 점차 늘어날 개연성도 있다. 지방부종의 치료에 식사요법과 운동요법이 병행돼야 하는 이유다. 평소 균형잡힌 영양섭취과 적절한 운동의 꾸준한 실천이 권장된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2023-07-22 10:20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브릿지 칼럼] 문화강국 보인다

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지난 7월 12일 역삼동에 위치한 신한아트홀에서 ‘제15회 신한음악상 시상식’이 열렸다. 수상자들의 가족, 심사위원, 역대수상자들 그리고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협력 기관장들이 모인 가운데 수상자 7명의 얼굴은 기쁨으로 상기돼 있었다. 모두가 예술고등학교 1~3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다. 이들을 축하하기 위해 지난 6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리톤 김태한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2018년 제10회 신한음악상 출신이다. 신한음악상은 젊은 클래식 유망주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금융권 최초의 음악상이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성악 등 4개 부문에서 해외 음악교육 경험이 없는 19세 이하 학생들로만 연간 최대 8명을 선정한다. 국내파 음악 영재들의 실력과 가능성에만 집중하는 신한음악상의 15년간의 성과는 놀랍도록 빠르게 나타났다.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제1회)를 비롯해 피아니스트 김규연(제1회),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제7회), 첼리스트 한재민(제12회) 등이 대표적이며 60여명의 역대 수상자들이 신한음악상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후 국내외 활발한 연주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매년 신한음악상에서는 수백 명의 음악전공 학생들이 예선과 본선을 거치며 맹렬히 실력을 겨룬다. 지금은 부문별 장려상을 추가로 수여하고 있지만 2020년 이전에는 각 파트별로 1명씩만 수상자를 선정했기 때문에 재수하는 학생들도 부지기수였다고. 김태한도 제9회 신한음악상에서 입상하지 못하다가 그 다음해 재도전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보다 재수를 했던 신한음악상을 받는 게 더 어려웠다고 익살을 부린 김태한은 국제 콩쿠르를 준비하는 긴장과 연습의 시간 속에서 ‘자기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이번 신한음악상 수상자들에게 조언을 건넸다.1600만원 상금 이 외에 신한음악상의 수상 특전은 젊은 음악가들에게 꼭 필요한 것들로 구성돼 있다. 해외 마스터클래스 참여, 신한아트홀 무료 독주회 그리고 매년 세종문화회관의 S-Classic Week 공연 참여, 신한아트홀 무료대관 및 연습실 제공 등이 그것이다. 수상자들은 ‘생애 첫 독주회’를 비롯한 특전 프로그램들이 더 큰 꿈을 향한 동기부여가 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뿐 아니라 발달장애 연주자들로 구성된 하트하트오케스트라와 With Concert를 진행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과 그들과의 공존 가치를 일깨운다. 역대 수상자들과 함께하는 공연 기회도 많고 신한아트홀에 수시로 모여 연습을 하다 보니 이곳을 전진기지처럼 사용한다. 오는 8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예정된 S-Classic Week 공연을 준비하느라 이날도 행사를 마치고 선후배가 함께 모여 자정까지 연습을 했다는 후문이다.이날 시상식 축하공연에서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연주에 집중하는 수상자들을 보며 곧 전문 연주자로 성장해 큰 무대에 서겠구나라는 기대감에 흐뭇한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바리톤 고성현(한양대 성악과 교수)은 “여러분 앞길에 많은 공연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그 가운데 좌절의 시간이 오더라도 씩씩하게 이겨내고 ‘음악이 주는 행복을 만끽’하며 음악의 길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심사평을 전했다. 음악을 행복으로 여기는 이 젊은 음악가들의 손에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있다.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

2023-07-20 14:16 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

[브릿지 칼럼] 유기, 그 버려짐의 공포와 존재론적 허기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미신고 영아사건을 수사하며 영화보다 더한 현실이 드러나고 있다. 출생신고 없이 버려진 아이들,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이지만 이미 780건을 수사 중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아무도 모른다’는 이렇게 버려진 아이들의 실제 이야기로 일본 스가모 아동 방치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혼자 아이 넷을 키우는 엄마는 학교에 가고 싶어 하는 딸에게 “학교 가면 아빠 없다고 왕따를 당한다”며 아무도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 심지어 아이들을 집 밖에도 나가지 못하게 한 뒤 엄마 자신도 아이들을 떠난다. 그렇게 남겨진 4남매는 세상으로부터 서서히 지워져 가지만 ‘아무도 모른다.’ 그들이 누군지, 누가 살고 있었는지.물리적 유기 만큼이나 심각하고 두려운 것이 심리적 유기다. 심리적 유기는 홀로 남겨지거나 버림받은 느낌을 갖는 주관적인 감정상태다. 이로 인한 버려짐의 공포는 엄청난 심리적 외상을 가져온다. 우울이나 무력감에 눌리는 것은 물론 대인관계에서 회피적이거나 의존적,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며 부적응적인 사고와 행동으로 이어지기 쉽다. 관심과 애정에 집착하며 강박적인 성향이 되기도 한다. 세상에 잘 적응하며 살아가기가 힘들어진다는 얘기다.실제적인 유기가 아니어도 부모로부터 무시나 방치, 존재의 거절을 경험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히 부모의 잦은 싸움이나 이혼과정에 노출된 자녀들은 자신도 언젠가 부모에게 버려져 혼자 남게 될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사로잡히곤 한다. 이럴 경우 아이들은 지나치게 순응적인 모습으로 부모가 떠나지 않게 하려고 애쓰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산만하고 공격성을 드러내며 끊임없이 부모의 마음을 확인하는 문제행동을 일으키기도 한다.이혼소송 중인 부부에게 두 아이가 있었다. 큰 애는 겉으로는 말없이 조용한 모습이었으나 감정표현 없이 자신을 숨기며 드러내지 않는 방식으로 불안한 내면과 대치하고 있었다. 둘째 아이는 끊임없이 말하고 움직이며 주의를 끄는 것으로 두려움을 해소하려는 모습이었다. 그러다 보니 첫째는 학교와 집안에서 겉 돌았고 둘째는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계속 지적이나 비난을 받으며 등교를 거부하곤 했다. 유기불안이나 공포는 어떤 식으로든 세상을 밀어내게 한다.성인이라고 심리적 유기와 무관한 건 아니다. 이성교제를 하다 헤어질 경우 심리적 유기감을 느끼면 이별이 유난히 어렵다. 실제로 자신과 맞지 않음을 잘 알고 있고 끊임없이 상처받으면서도 5년, 7년씩 헤어지지 못하고 만남을 유지하며 괴로워하는 커플들을 본다.버려짐의 공포는 단순히 아픈 상처가 아닌 심연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실존적 두려움이다. 관계 단절의 수준을 넘어 존재 가치를 부정당하는 것이기에 심리적 외상의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단순한 의지의 문제로 치부할 게 아니라 상담치료가 꼭 필요하며 치료에도 시간이 걸린다. 옛 어른들이 어린자녀에게 장난 삼아 말하던 ‘너를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말도 실제로는 유기의 의미가 숨겨져 있는 무서운 말이다. 그 말을 듣고 울며 집을 나간 아이에게는 절대 재밌는 추억이 아니다. 많은 아이들이 어릴 때 잠시 엄마와 떨어져 있게 된 상황을 오래도록 기억하며 원망한다는 보고를 접하곤 한다. 애나 어른이나버려지는 게 무섭고 힘들기는 마찬가지다.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2023-07-19 14:29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명의칼럼] 냉방병 부르는 에어컨 풀가동, 2~4시간마다 5분 이상 환기를

박주현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전기요금 무서워서 에어컨 안 튼다는 것도 옛말이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후텁지근한 날씨 때문에 실내 곳곳은 에어컨 풀가동이다. 그런데 우리는 더위를 피해 들른 카페에서 아이스커피를 마시다가 종종 한기를 느낄 때가 있다. 이는 우리 몸의 이상 신호이며 특히 ‘냉방병’을 의심해봐야 한다.냉방병은 과도한 냉방으로 발생하는 우리 신체의 다양한 이상 증상을 모두 일컫는 말이다. 가벼운 감기, 두통, 몸살, 복통, 설사,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주된 원인은 자율신경계의 기능 저하다.실내외 온도 차가 5~8℃ 이상 되는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 혈관의 급속한 수축과 함께 혈액 순환과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발생하여 냉방병 증상이 나타난다. 냉기를 유지하기 위해 에어컨을 틀고 장시간 환기를 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인데 이는 두통과 눈, 코, 목 부위 따가움과 어지러움, 피로감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특히 냉방병 증상이 심하거나 오래 지속될 경우 ‘레지오넬라’균 감염의 가능성도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청결하지 못한 냉방기기를 통해 주로 감염되어 폐렴 또는 독감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데, 면역 기능이 약화된 사람에게 잘 나타난다.냉방병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내온도 조절이 중요하다. 온도 변화에 대한 신체 조절 능력은 5℃ 내외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실내외의 온도차를 5℃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으며 아무리 더워도 그 차이가 8℃를 넘지 않아야 한다.냉방기기의 찬 공기가 신체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영화관이나 카페 등 장시간 에어컨이 가동되는 곳에 들를 경우에는 일정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긴소매 옷 또는 담요 등을 미리 챙겨놓는 것이 좋다.최소 2∼4시간마다 5분 이상 창문을 열어 실내외 공기가 환기되도록 하고 틈틈이 맨손체조와 가벼운 근육 운동을 통해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는 것도 냉방병 예방에 효과적이다. 주기적인 점검과 청소를 통해 에어컨 청결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증상이 경미한 경우에는 에어컨 사용을 자제하고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을 취하면 자연스레 호전되지만 고열, 기침, 근육통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증상이 지속된다면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냉방병은 면역 기능이 약화됐을 때 특히 주의해야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꾸준한 운동과 규칙적인 수면, 건전한 식습관 등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박주현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2023-07-18 07:00 박주현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민주노총, 정치파업 멈춰야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윤석열 정권 퇴진을 주장하며 민주노총이 지난 2주 동안 기업과 거리를 마비시켰다. 민주노총의 지시에 따라 현대자동차 노조가 파업에 나섰고 이에 따라 부품사들도 공장 가동을 멈추었다.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벌인 민주노총 세력은 도로를 점거하고 경찰을 폭행하기도 했다.정치파업에 보건의료노조와 사무금융, 전교조 등 산별 노조들이 대거 동원되었다. 건설노조는 하반기에도 지방에서 동시다발적 집회를 열어 대 정부 투쟁을 벌이겠다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사업장과 무관하게 부대를 동원하듯이 정치적 목적으로 불법파업을 이어가고 있다.민주노총은 윤석열 정권 초기부터 정치투쟁에 나섰다. 민주당 정권에서 많은 것을 얻다 보니 우호적 분위기를 유지했지만, 이번 정권에 대해서는 점차 투쟁 수위를 높였다. 정권과의 전면적인 싸움을 벌이겠다며 수시로 불법파업을 벌였다. 정부를 무력화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정치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불법파업을 하면서도 민주노총은 이를 고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불법행위에 대한 반성이나 자성의 목소리보다 정치구호와 투쟁 만을 더욱 소리 높여 외친다. 민주노총은 왜 불법파업을 수단으로 삼아 민주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무너뜨리려는 것일까? 그들 스스로 노조의 역할보다 이념적 정치투쟁에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노조가 불법행위를 통해 정치권력을 무력화시키고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드는 역할을 하려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다. 국민이 뽑은 정권을 부정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정치적 목적을 위해 투쟁을 일삼는 민주노총을 과연 노동조합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실제로 민주노총은 정치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으며, 설립 이후 계속 정치 활동을 이어왔다. 사실상 정치단체로 활동하며, 정당처럼 권력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정치권력을 위해 민주노총은 그 동안 노조와 정당을 모두 활용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의 조직적 결의에 기반해 창당되기도 했다. 그 이후 민주노총은 여러 정당을 활용하여 왔으며, 지금의 민주당에 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헌법에 따라 노조에게는 다른 국민에게 부여되지 않는 ‘특권’이 주어진다. 이렇게 주어진 노조의 특권은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이를 자신들의 정치권력을 위해 악용하고 있다. 이는 명백히 민주사회의 정치질서를 위협하는 일이다.노조의 특권을 넘어 불법행위까지 활용하고 있는 점은 대단히 심각한 일이다. 법을 악용하는 것을 넘어 불법행위를 투쟁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사회의 법 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민주노총이 지향하는 이념의 지향점이 자유사회가 아님을 드러내는 증거다.민주노총은 이제라도 정권을 타도하겠다는 정치적 구호를 버리고 노조의 기본적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이를 위해 활동의 목표를 올바로 수정하고 잘못된 투쟁방식을 고치려는 노력에 나서야 할 것이다.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2023-07-17 14:04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시장경제칼럼] 유치찬란하게 규제개혁에 나서보자

윤주진 퍼블리커스 대표역대 모든 정부는 성향과 무관하게 ‘규제개혁’을 외쳐왔다. 낡은 규제, 손톱 밑 규제, 갈라파고스 규제와 같은 진부한 표현들은 언제나 대통령과 주요 부처 장관, 정당 대표의 입에 오르내렸다. 반시장 정책 기조를 노골적으로 내비치며 오히려 규제 생산에 앞장서는 정치인마저도 규제개혁을 약속한다. 경제 일꾼 이미지 구축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단골 메뉴다. 이번에는 다소 색다른 표현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킬러 규제’다. 대학수학능력시험 관련해 논란이 됐던 이른바 ‘킬러 문항’의 유쾌한 응용이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킬러 문항보다 킬러 규제라는 말이 더 현실감 있게 느껴지고 시급하다는 인상을 준다.실제로 킬러 규제에 기업은 생존이 달렸으니, 혁신과 확장을 가로막는 규제란 분명 ‘킬러(killer)’가 틀림없다. 자유 시장 경제 질서를 중시하는 윤 대통령이 평소에 강조하는 국정 철학과 주요 정책 과제를 봐도, 윤석열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 자체는 큰 신뢰감을 준다.기업인들이 실무에서 부딪치는 규제의 실체는, 어려움보다는 막막함의 대상에 더 가까울 것이다. 규제의 범위와 내용이 명확히 정해져 있어서 누구를 설득하고 무엇을 고치면 될지 알 수 있다면 기업이 체감하는 규제의 벽이 그렇게 높지만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딴판이다. 하고자 하는 사업, 실증하고자 하는 기술의 관련 법령, 규제의 종류부터 특정하기가 어렵다.행정부 최고 수반인 대통령과 부처 장관이 아무리 규제개혁을 강조해도 그것이 실무 부서 담당자 수준의 실행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부단한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그 사이 시간은 흐르고 몇 차례의 선거를 치르고 나면 금세 지침의 힘은 빠지고 담당자는 교체되기 일쑤다.특히, 규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법적 책임에 대한 두려움이 일선 공무원들을 위축시킨다. 선의로 적극 행정을 펼쳤다가 어느 날 갑작스럽게 터진 안전사고나 재난으로 인해 수사나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해주지 않으면 공무원들에게는 소극 행정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규제개혁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크지만 정작 ‘어떻게’ 규제개혁을 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적다. 그만큼 현실적 난제라는 뜻이다. 캄캄한 우주를 전체적으로 이해해서 완벽한 로드맵을 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복잡할수록 간단하게, 대단할수록 유치하게 접근하는 것이 어쩌면 더 본질적인 해결 방법일 수 있다.규제개혁, ‘유치하게’ 접근해보는 것은 어떨까? 국정, 정책, 공직과 같은 무거운 개념에 얽매이지 말고, 최대한 단순하게 풀어나가 보자는 제안이다.첫째, 일단 숫자부터 정해보자.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국내 모든 규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기업 ‘씨지인사이드’에 따르면 2023년 3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규제는 총 8만 7456건이고 이 중 중앙 규제는 55%(4만 7255건)이라고 한다. 규제라고 해서 모두 불필요하고 구태의연한 것은 아닐 것이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 거래의 공정성과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필수 규제의 비중이 훨씬 더 높다. 모든 규제가 반시장적인 것 또한 당연히 아니다.그렇다면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해, 전체 규제의 5% 수준을 개혁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은 어떨까? 중앙 규제 기준으로 약 2,500건 수준이다. 윤석열 정부의 중앙 부처 숫자는 19개다. 기계적으로 할당을 하면 부처별로 약 130건이다. 부처 고유 업무 특성과 규모에 따라 조정을 거쳐 많게는 300~400건에서 적게는 100건 미만까지 목표치를 할당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아마도 반드시 개혁해야 할 규제의 전체 숫자에 비해선 적은 수치에 해당할 것이다.목표 숫자를 정하면, 그 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규제를 샅샅이 살펴보게 된다. 과거에는 판단이 망설여지던 규제도 더욱 적극적으로 개혁 대상에 포함하는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실적 충족에만 집중하느라 신중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그런데 결국, 그 오래고도 전통적인 신중함이 규제개혁 발목을 잡아 왔던 것은 아니었을까? 단순 목표 숫자 설정이 가져올 득이 실보다 더 클 것이라 확신한다.둘째, ‘묻지마 규제개혁’을 시도해보자. 누가 추진해서 누가 결정한 것인지, 흔적을 남기지 말자는 것이다. 일종의 ‘영구 미제 규제개혁’이기도 하다.규제개혁에 소극적인 공무원을 대상으로 정부는 ‘적극행정’을 장려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적극 행정 면책’ 제도를 운용 중이다. 공무원이 적극행정을 추진한 결과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감사원 감사, 자체 감사 등에서 징계 요구 등 책임을 묻지 않거나, 징계의결 또는 징계부가금 부과 의결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하지만 결국 적극 행정면책도 면책 이유를 소명하고 심의를 거치는 꽤 무거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안타깝지만, ‘추후 면책이 가능할 수 있다’는 믿음만으로 공무원을 움직이기란 한계가 뚜렷하다.차라리 부처별로 핵심 규제개혁 과제인 경우에 한해, 애초에 기안자와 결재권자를 모두 장·차관급으로 격상시켜버리는 것도 대안이다. 이른바 ‘셀프 기안, 셀프 결재’다. 범정부 차원에서 규제개혁 과제를 모아 부처별 기안·결재의 과정 없이 국무총리 전결로 ‘원 포인트 처리’하는 것 또한 고려해볼 만하다. ‘규제개혁부 특임 장관’은 차라리 어떠한가? 관례를 깨야 하는 부담, 새로운 시도에 대한 낯섦은 있을지언정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행정부 자체 규정 개정만으로도 가능하다.없앨 규제 숫자부터 정해놓고 채우자, 누가 추진한 것인지도 모르게 하자, 다시 한번 시인하지만 유치찬란한 발상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파격과 실험이 없이 단기간에 의미 있는 규제개혁 성과 기대하는 것은 더욱 난망하다.초저성장 공포의 그림자 아래 한국경제 전망이 점차 어두워지고 있다. 핵심 산업마저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지금, 규제개혁은 최소한의 생존 해법이다. ‘전격전’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빠르게, 그리고 날카롭게 들어가야 한다. 유치함이 해법일 수 있다.윤주진 퍼블리커스 대표

2023-07-17 11:32 윤주진 퍼블리커스 대표

[브릿지 칼럼] 청년청약제도 실효성 높이려면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지금까지 우리나라 주택정책은 가구주, 저소득층, 취약계층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러다 보니 만19~39세 청년계층에 포함되는 1인 가구 청년과 근로 능력 있는 청년 및 신혼부부는 정책의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또한 청년계층을 위한 주택정책들이 공공임대주택 중심으로 진행되다보니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청년들은 청약제도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정부가 진행 중인 청년들을 위한 청약제도 개선방안으로는 1~2인 가구 거주에 적합한 전용 60㎡ 이하 물량의 60%, 전용 60㎡ 초과 전용 85㎡ 이하 물량의 30%를 추첨제로 공급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청년계층을 위한 추첨제가 확대되면 그 동안 청약가점제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던 청년들에게 내 집 마련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청년계층이 세분화되고, 주거에 대한 욕구가 다양화되고 있기 때문에 청년들을 위한 더 많은 제도적 보완과 개선이 필요하다.먼저, 청년 1인 가구끼리만 경쟁할 수 있도록 청약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청년 1인 가구는 대부분 원룸형 또는 1.5룸형에 거주하는 특성상 이들 청년 1인 가구끼리만 청약 경쟁할 수 있도록 청약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또한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공공지원 민간분양주택을 도입하여 새로운 형태의 청약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즉, 소형주택 위주의 청년 공공지원 민간분양주택을 도입하여 청년 1인 가구도 내 집 마련을 통해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공공지원 민간분양주택은 청년 1인 가구가 많이 거주하는 도심역세권 근처에 용적률 상향, 금융지원, 세제혜택을 통해 저렴하게 공급하도록 해야 한다.다음으로 기혼청년끼리만 경쟁할 수 있게 하고, 공급면적은 가족수에 따라 청약할 수 있도록 세분화된 청약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즉, 전용 45㎡, 60㎡, 85㎡를 기준으로 기혼청년의 경우 가족수에 따라 정해진 전용면적에만 청약할 수 있게 해야 한다.예를 들어 기혼청년부부 2명은 전용 45㎡이하, 기혼청년 가족수 3명 이하는 전용 60㎡이하, 기혼청년 가족수 4명 이하는 60~85㎡, 기혼청년 가족수 5명 이상은 85㎡초과에 청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그리고 신혼부부 특별공급 혼인기간 7년 이내 요건도 확대해야 한다. 결혼연령이 늦어지는 사회적 현상을 반영하여 만19~39세 청년의 경우혼인기간 7년과 관계없이 만39세까지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자격을 주는 등 신혼부부의 범위를 넓혀 주어야 한다.마지막으로 청년들이 생애최초 특별공급을 받을 때도 85㎡초과 규모에 청약을 허용해야 한다. 청년 생애최초 특별공급의 경우 85㎡초과 규모에 청약을 제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그동안 만19~39세 사이의 청년계층은 경제적으로 기반이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각종 주거정책에서 소외되어 왔다. 부양가족수, 무주택기간, 청약통장가입기간을 기준으로 입주우선권을 주는 청약가점제 하에서도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었다. 청년청약제도의 실효성 있는 개선이 시급하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2023-07-16 14:23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유령 영아' 비극 막으려면

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경기도 수원에서 2018년과 2019년에 연달아 아이들을 출산한 여성이 두 아이를 모두 살해하고 냉장고에 시신을 보관해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경남 창원에선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생후 76일 된 여아가 영양 결핍으로 숨진 채 발견된 일도 있었다. 지난 3월부터 보건복지부를 정기감사한 감사원이 2015∼2022년 국내에서 태어난 영유아 중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2236명 중 23명을 선별해 관할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무사한지 확인한 결과, 조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이런 일들이 밝혀졌다. 의료기관 출생 시 자동 부여되는 임시 신생아 번호는 있으나 지방자치단체에 출생신고가 안 된 ‘유령 영아’가 1% 가량 조사에서 이 정도라면 전수조사를 하면 희생자가 더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출생아 관리체계가 이렇게 허술하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태아는 출생과 동시에 독립적인 인격체로 존재한다. 부모가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경제적 이유 등으로 살해해 유기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이자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영국이나 독일 캐나다는 병원에서 신생아가 태어나면 반드시 당국에 출생 사실을 알린다. 영국은 병원 전산 시스템을 통해 자동 통보된다. 한국이 정보통신 최강국이면 뭐 하나. 그런 자동 통보 시스템 하나를 갖추지 못해 인격체 생명이 애처롭게 꺼져가고 있는 것이 가슴 아픈 일이다.지난해 법무부가 발의한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아동 출생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무신고하게 하는 제도이다. 이 장치가 사실상 의료계의 반대로 발목이 잡혀 있다가 이번 보건복지부 정기감사 결과로 사건이 터지면서 지난 6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원안 가결로 ‘출생통보제’인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우여곡절 끝에 개정되었다. 천만다행이다.개정안은 부모에게만 있던 출생신고 의무를 의료기관에도 부과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해당 법안은 부모가 스스로 출생신고를 하기 전에 의료기관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을 통해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출생 사실을 통보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병원에서 출생 시 의료인은 진료기록부에 출생신고에 필요한 출생정보를 기재해야 한다. 의료기관의 장은 이를 출생일로부터 14일 내에 심평원에 통보해야 하고 심평원은 이를 시·읍·면의 장에게 통보해야 한다. 시·읍·면의 장은 출생일로부터 1개월 내에 출생신고가 되지 않으면 출생신고 의무자에게 7일 이내에 출생신고를 할 것을 최고(催告)하며, 최고기간 내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엔 감독법원의 허가를 받아 직권으로 등록부에 출생을 기록하도록 한다.개정된 법의 시행일은 공포일로부터 1년 후로 정했다. 아마도 의료기관과 법원행정처의 시스템 보완 준비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출생통보제’만으로는 임신 사실이 알려지길 원하지 않는 미혼모나 불법체류자 등이 의료기관 출산을 아예 회피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사정이 불가피한 여성이 의료기관에서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게 지원하는 ‘보호출산제’가 하루빨리 도입돼야 한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더 이상 숨지는 아이들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정부와 국회는 출생아 관리체계를 보다 근본적으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

2023-07-13 14:00 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

[명의칼럼] 가볍게 여긴 어깨 통증, 방치하면 큰 병 될 수도

윌스기념병원 관절센터 고태원 원장최근 중장년층의 스포츠 활동 및 왕성한 사회활동이 늘어남에 따라 어깨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어깨 통증을 유발하는 다양한 요인 중 ‘회전근개의 파열’은 대표적으로 관심을 기울여 조기 발견 및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다. 회전근개(어깨와 팔을 연결하는 4개의 힘줄) 파열은 퇴행성 변화, 회전근개의 혈액 순환 장애, 어깨의 지나친 사용, 격렬한 스포츠 활동이나 외상 등에 의해 발생한다.회전근개 파열의 대표적인 증상은 누워있거나 팔을 들어올릴 때 악화되는 어깨의 통증, 어깨 힘이 떨어지는 느낌, 어깨의 가동범위 제한 등이 있다. 하지만 간혹 통증이 점차 줄어들거나 미미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작은 증상도 간과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모든 회전근개 파열이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MRI 등의 영상장비를 통해 파열의 정도와 크기를 확인하여 환자의 연령과 평소 스포츠 활동의 정도, 기저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개인에 맞는 적절한 치료가 꼭 필요하다.작은 크기의 부분 파열인 경우 보존적 치료를 시행해 볼 수 있으며, 이 경우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초음파나 MRI를 통해 파열의 진행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분 파열이 완전 파열로 진행할 수 있고, 불완전 파열 중에서도 파열의 크기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파열이 계속 진행되어 그 크기가 커지거나, 보존적 치료를 시행해도 통증이 계속되면 수술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힘줄이 완전히 파열된 경우(아직까지는 보존적 치료로 파열된 힘줄을 재생하는 검증된 방법은 없다) 대개 수술적 치료가 권고된다. 파열된 힘줄의 봉합 수술이 잘 이뤄지면 비교적 파열 전과 다름없이 어깨 관절을 사용할 수 있지만, 파열 크기가 커지면 재파열의 위험성이 높아지며 수술의 예후도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너무 늦지 않게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너무 오랜 시간 방치할 경우 관절염으로 진행할 가능성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수술은 대개 피부에 4-5개의 작은 구멍을 뚫어 관절경을 이용해 시행하며, 파열된 힘줄을 원래 부착부에 고정하여 힘줄과 뼈가 다시 붙도록 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수술후에는 뼈와 힘줄사이의 적절한 치유(healing)과정이 이루어질 때까지 봉합한 회전근개가 재파열 되지 않도록 보조기 착용기간이 필요한데, 수술 후 약 4주 정도 착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그 크기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수술 후 보조기를 차고 있는 동안에 어깨가 굳기 때문에 보조기를 푼 직후에는 관절의 가동범위를 회복하는 운동을 하고, 어느정도 가동범위가 회복되면 근력을 회복하는 운동을 시행한다. 약 6~9개월 후에는 수술 전과 같이 일상생활에 큰 제한 없는 상태로 어깨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어깨를 머리 위로 올리는 수영이나 배드민턴 등의 운동은, 수술 후 1년경 회전근개 근력을 충분히 회복한 뒤에 하는 것이 좋다.윌스기념병원 관절센터 고태원 원장

2023-07-12 15:15 윌스기념병원 관절센터 고태원 원장

[브릿지 칼럼] 금메달리스트의 진짜 금메달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운동선수에게 금메달은 최후의 목표이자 최고의 영광이다. 국가를 대표해 국민에게 무한 감동을 안겨주며 영웅으로 찬사 받는 금메달리스트. 그들이 자기 분야에서 또 다른 금메달에 향해 도전한다. 그 도전에는 응원과 비난이 엇갈리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역도경기에서의 감동은 여전히 우리 가슴에 남아있다. 역도 영웅 장미란의 고군분투와 금메달 획득에 모든 이들은 열광했다. 하지만 그가 6월 말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 임명되자 달라졌다. 운동선수 출신의 행정 업무 능력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고 심지어 부역자라고도 비난한다. 장미란은 현역 은퇴 후 외국 유학길에 올라 스포츠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대학교수로서 후학 양성 중이었음에도 정치적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정치 갈등의 극단에서 대중들은 올림픽의 감흥을 잃었고 스포츠의 순수성도 사라졌다. 이 현상은 비단 현 정권만의 문제가 아니다.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 문체부 차관에 대한 비난도 지금과 비슷했다. 진영만 바뀌었을 뿐 국민에게 칭송받던 스포츠 스타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는 폄하의 시궁창에 빠져 버렸다.스포츠 스타들은 높은 인지도와 더불어 진영을 불문한 인기를 누린다. 그래서 금메달리스트들은 명성과 스타성을 등에 업고 비교적 용이하게 정·관계에 진입할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스포츠 스타들의 국회 진출, 행정부 입성은 더 활발했다. 태권도 스타 문대성 전 국회의원, 탁구의 전설인 이에리사 전 의원, 핸드볼 ‘우생순’ 신화에 빛나는 임오경 현역 의원은 정치권의 뜨거운 러브콜 덕분에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 장미란, 최윤희 이전에도 사격스타 박종길이 박근혜 정부 시절 문체부 차관으로 기용됐다.하지만 단순히 스타성에만 의존해서 금메달리스트들이 중용되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 비례의원은 직능별 대의제의 차원에서 체육인에게 할당되는 몫을 의미한다. 정부나 공공기관에 스포츠 스타들이 필요한 까닭은 그들이 현장에서 갈고 닦은 전문성과 대중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력이 커다란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외국에서도 스포츠인 출신 정치인, 행정가들이 적지 않다. 미국에서도 NBA 스타 출신 빌 브래들리 상원의원을 포함해 제시 벤츄라 미네소타 주지사 등이 돋보인다. 유럽 축구리그를 평정했던 조지 웨아는 라이베리아의 대통령이며 불멸의 복서 매니 파퀴아오는 상원의원으로 필리핀 정계를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한국과 달리 외국 스포츠 스타들의 정계 진출은 하루 아침에 낙하산 타고 한 자리를 꿰차는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한국의 스포츠 스타 대부분은 정·관계에 쉽게 진출한 만큼 쉽게 단명한다. 금메달리스트의 스타성을 하루빨리 소비한 후 토사구팽을 서슴치 않는 정치권의 행태는 이제 달라져야 한다.현재의 인기에 안주하기 보다는 은퇴 이후를 염두에 두고 스포츠 분야 입법과 행정을 위한 자신의 역할을 끊임없이 자각하고 역량을 키워야 한다. 그렇게 이미 자기 종목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거둔 금메달리스트들은 또 다른 금메달을 따내야 한다.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23-07-12 14:38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브릿지 칼럼] 내년 최저임금 동결해야

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하에 최저임금은 2017년 6470원에서 2023년 9620원까지 뛰었다. 이 기간 최저임금 상승률은 무려 48.7%나 된다. 같은 기간 경제 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각각 13.4%, 14.2%이다. 최저임금은 경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을 웃돌며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럼에도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26.9% 인상된 1만 2210원을 요구하고 있다.저소득층의 경우 최저임금이 많이 인상되면 삶이 더 윤택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축소돼 오히려 저소득층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 최저임금이 전년도 대비 16.4%로 과도하게 상승하자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수가 크게 증가하고,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수가 크게 감소했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수의 감소는 곧 일자리 감소를 의미한다.최근 발표된 파이터치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최저임금 1% 인상 시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비중은 0.18% 증가한다.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인상하면, 자영업자는 갑자기 높아진 임금을 감당하지 못해 기존 직원을 해고하고 1인 자영업자로 돌아서기 때문이다. 해당 결과는 실업률, 정부지출 등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비중에 미치는 다른 요인을 동일하게 조정한 후, 순수하게 최저임금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비중에 미치는 인과관계 분석을 통해 나온 수치이다. 분석 결과에 현재 노동계가 요구하는 최저임금 인상률 26.9%를 적용해 환산하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20만 8000명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로 전락한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한 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으므로, 최소 20만 8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셈이다.한국의 최저임금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최고 수준이다. 국가 간 최저임금 수준을 비교할 때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사용된다. 중위임금은 주 30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의 임금을 금액 순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에 해당하는 임금이다. OECD 통계를 활용해 분석한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62.2%이다. 이는 노동자의 목소리가 강한 프랑스의 61.9%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한, 영국 58.8%, 독일 54.2%, 일본 46.2%, 미국 28%와 비교해서도 최소 3.4%p에서 최대 34.2%p 높다.우리나라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2019년에 이미 60%를 넘어섰다.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 60%는 최저임금 수준이 적정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일례로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격인 영국의 국가생활임금은 도입 당시 적정 생활임금 수준을 중위임금의 60%로 설정한 바 있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이미 중위임금의 60%를 넘어선 이상, 과도한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내년도 최저임금은 동결하는 것이 타당하다.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

2023-07-11 14:06 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

[명의칼럼] 관심 가질수록 증상 악화… '틱장애' 무관심이 치료 기본

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원장틱장애 치료를 하며 다양한 환아와 부모들을 만나게 된다. 개인별로 증상이나 성향이 모두 다르지만, 부모들에게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중요한 원칙이 있다. 집, 학교, 학원 등 일상생활에서 ‘증상에 대한 무관심’이라는 제1원칙을 꼭 지켜달라는 것이다.증상에 대한 무관심은 말 그대로 아이가 어떠한 틱 증상을 보이더라도 그 증상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아이가 눈을 계속 깜박이거나 ‘큼큼’, ‘컹컹’ 소리를 내고 또는 목구멍을 긁는 소리를 내더라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무관심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아이들이 틱 증상을 처음 보이면 부모들은 보통 먼저 지적을 하게 된다. 틱장애라는 질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눈을 깜박거릴 때는 안약을 주거나 목을 긁는 소리나 잔기침을 할 때는 물을 주는 경우도 많다. 엄마들은 증상을 지적하면서 ‘참아보라’고 하는 정도에 그치지만, 아빠들은 지적하는 정도를 넘어 아이를 혼내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참아서, 혹은 혼을 내서 나을 수 있으면 틱장애가 왜 질병으로 분류되겠는가.틱은 의지를 가지고 참아서 나을 수 있는 병이 아니다. 오히려 증상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참아보라고 하면 더 악화되는 사례가 많다. 관심을 보일수록 증상이 악화되는 ‘양성 피드백’의 경과를 보이는 것이 틱장애의 특징이다.주의할 점은 아이가 틱 증상을 보일 때 부모가 참아보라고 하거나 혼을 내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을 본 부모들은 더욱 관심을 쏟고 틱 증상을 훈육에 의해 해결해 보려 한다. 하지만 결국 이 훈육은 실패로 귀결된다. 일시적으로 증상을 참은 아이들은 틱 증상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장소나 시간을 찾아내고 그때 증상을 폭발시켜버리기 때문이다.부모 입장에서 증상에 대한 무관심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치료를 위해서는 이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부모의 불안은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이 불안은 틱 증상을 유지시키고 악화시킬 수 있다. 물론 전문적인 틱 치료 스킬에서는 아이와 함께 틱에 대해 상의하고 틱 충동을 감소시키기 위한 훈련을 통해 치료하기도 하지만, 이 기술은 고의적인 틱 억제와는 다르다.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증상에 대한 무관심이 틱 치료에 더욱 효과가 높다. 고개를 크게 갸웃거리거나 어깨를 으쓱하는 등 외면하기 힘든 큰 동작의 틱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지만, 이 역시 큰 관심을 두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부모 외에 낮 시간 동안 아이와 오랜 시간을 보내는 보조 양육자들도 증상에 대한 무관심이 꼭 필요하다. 보조 양육자에게도 틱장애에 대한 설명과 아이의 행동에 대한 배려를 미리 구하는 것이 치료를 위해 필수다.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원장

2023-07-11 07:00 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원장

[브릿지 칼럼] 올해 ‘섬의 날’ 행사에도 섬 주민은 없는가?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매년 8월 8일은 국가 기념일인 섬의 날이다. 정부는 섬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2018년 ‘섬의 날’을 법제화했다. 이후 매년 ‘섬의 날’ 행사를 개최해 오고 있다.1회 행사는 전남 목포(2020년), 2회는 경남 통영(2021년), 3회는 전북 군산(2022년)에서 개최했다. 올해 4회 섬의 날 행사는 경북 울릉군에서 8월 8~11일까지 개최된다. 최초로 육지가 아닌 섬에서 진행된다. 섬의 날 행사는 준비단계부터 ‘섬 주민의, 섬 주민에 의한, 섬 주민을 위한’ 행사가 돼야 하지만 그동안 그렇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섬 주민들이 부재한 가운데 주무 부처 장관의 축사와 섬 담당 공무원과 이장, 섬 활동가들에 대한 정부포상이 행사의 중심이어서다.기대를 모았던 올해 섬의 날 행사 역시 이전과 비슷하리라는 전망이 섬 주민단체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섬 주민 모임인 (사)한국섬중앙회는 6월 초 ‘섬 지역 사회적 기본권 향상 및 문화탐방(제4회 섬의 날 in 울릉도 성공개최 제안)’을 주제로 울릉도에서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었다. 포럼은 울릉도 섬의 날 행사의 사전 붐 조성 차원으로 전국 섬 주민 대표와 섬 학회 교수 등 1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행사는 공동 주관자인 학술단체가 갑작스레 발을 빼면서 ‘섬의 날’ 행사 후인 10월로 미뤄졌다.기획된 사전 행사가 갑작스레 가을로 연기된 이유는 무엇일까? 섬중앙회는 그 배후에 섬 진흥을 위해 설립된 한국섬진흥원이 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민간단체인 섬중앙회가 나서 큰 프로젝트를 따온 것에 대해 진흥원이 탐탁지 않게 여긴 나머지, 학술단체에 압력을 넣어 포럼을 무산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현재 양 기관 간에는 포럼 무산을 둘러싸고 진실공방을 따지는 내용증명이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또한 섬중앙회 관계자는 최근 울릉도 행사의 참여와 관련해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에 공문을 보냈는데 “제4회 섬의 날 행사는 울릉군민이 주인공인 행사로 추진될 예정이며 일부 지자체에서 참여주민을 모집(지자체 사정에 따라 참여 규모 등은 다를 수 있음)하고 있으니 참고하라”는 요지로 답변 받았다고 했다.‘섬의 날’ 행사 근거인 섬발전촉진법은 ‘섬의 생산·소득 및 생활기반시설의 정비·확충으로 생활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섬 지역주민의 소득증대와 복지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결국, 섬의 날 행사 또한 많은 섬 주민이 참여한 가운데 이들의 소득증대와 복지 향상을 도모하면서 섬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의식을 고취하는 행사다. 하지만 정부는 행사를 위한 행사 위주로 ‘섬의 날’을 운영하면서 국가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행사에 임하는 정부와 지자체 담당자들의 소극적 태도도 문제다. 지난해 ‘제3회 섬의 날’ 경우, 폐회식 당일 오전부터 하나둘씩 부스를 지키던 담당자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해 오후 3시쯤, 전체 부스의 3분의 2 이상이 비어 있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 관람객이 “평일에는 시간이 나지 않아 주말에 왔는데 부스가 텅텅 비어 있어 실망스럽다”고 하자, 부스를 지키고 있던 한 지자체 공무원은 “행사 기간이 길어 담당자들이 피로한 측면도 있지만 손님이 오셨는데 맞을 주인들이 없어 송구하다”며 겸연쩍어했다.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2023-07-09 13:29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브릿지 칼럼] SNS에 진짜 부자가 없는 이유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우리의 일상은 SNS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지 오래다. 타인의 삶을 엿보는 동시에 타인에게 자신의 근황을 알릴 수 있는 도구를 손에 쥔 사람들은 틈만 나면 SNS에 접속한다. 명품, 비싸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 아름다운 외모 등 실제로 SNS 이용자 10명 중 7명은 일방적인 ‘자아도취형’ 사진과 글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렇다면 똑똑한 부자, 진짜 부자들은 어떨까. 그들은 굳이 SNS에 부자임을 과시하지 않는다. 돈 자랑을 해 봐야 질투의 대상만 될 뿐 도움이 될 만한 점이 전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과시로 인해 상대방이 느끼게 될 상대적 박탈감과 우울감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시장조사 컨설팅회사 해리슨 그룹의 부회장인 짐 테일러는 미국 내 부자 600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순자산이 증가한 부자들의 핵심 특성은 ‘은밀한 부’(Stealth wealth)를 추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자들 중 89퍼센트는 돈 있는 것을 과시하기 보다는 돈을 드러내지 않고 갖는 은밀한 부의 중요성을 믿고 실천했다.166여년 동안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부자 가문인 스웨덴의 발렌베리家가 돋보일 수 있었던 비결도 ‘존재하지만 드러내지 않는다’((Esse, Non Videri)는 가문의 철칙을 지켰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인베스터 AB를 기반으로 스톡홀름엔스킬다은행, 일렉트로룩스, 사브 등 글로벌 금융·건설·항공·기계·통신·제약 등의 기업 100여개사 지분을 소유한 유럽 최대(最大) 산업 왕조인 발렌베리의 후손들은 항상 바깥에 보이는 명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실속이나 내실을 강조한 결과 진정한 귀족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예컨대 화려함이나 사치스러움을 거부하는 대신 세련미를 추구한다. 그들은 세련되고 심플한 레센스 시계 혹은 우아한 노모스 탕겐테 시계와 같이 고급 취향을 드러낸다. 아는 사람만 알아보는 시계다.어떤 대부호는 이조차 사치라고 생각하고 외면을 치장하는 데 큰돈을 들이지 않는다.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다니기도 한다. 대신 내면에 돈을 들인다. 일류 가부키(歌舞伎) 배우들은 옷의 안감에 공을 들인다. 언뜻언뜻 보이는 곳에 공을 들이는 것이 그들의 멋이다.진정한 부자는 외면을 꾸미는 데 흥미가 없다. 마음에 여유가 있고 자존감이 높아서 외면을 꾸밀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집 또한 외부를 호화롭게 꾸미기보다는 내부에 신경 쓰는 편이 빈집털이의 표적이 되지 않고 안전하게 살 수 있다. 이는 인간의 본질과 정확히 일치한다. 독서로 지식을 쌓고 구두, 벨트, 지갑 등 눈에 띄지 않는 부분에 돈을 쓴다.이렇게 눈에 띄지 않는 사치로 같은 수준의 사람만 연결한다. 하버드 졸업생이 “보스턴에서 학교를 다녔다”라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는 사람만 알아보게 하는 거다. 심리학에서는 부자들의 이러한 태도를 ‘카운터 시그널링’(Countersignaling)이라고 한다. 이 단어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애써 과시하지 않음으로써 과시한다.”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2023-07-06 14:07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 칼럼] 정치권 진영 대결 속 경제 전망은 ‘빨간 불’

배종찬 lt;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gt;정치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데 대해 “마약에 도취돼 오로지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면서 국민의 참사마저도 정쟁의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김 대표의 발언에 극도로 반발하면서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까지 한 상태다. 반대로 민주당 역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거침없는 표현을 앞 다투어 내놓고 있다. 윤영찬 의원은 윤 대통령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서 사실상 쿠데타를 통해 검찰 개혁을 반대, 조국 수사를 하며 대통령이 된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조국 법무장관 수사를 한 것이 검찰 개혁을 거부하기 위한 쿠데타였다는 주장이다. 여야 모두 거리낌 없이 유권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아무런 걱정 없이 막말을 토해내고 있다.정치권이 이렇게 되어버린 가장 큰 이유는 진영 간 대결 구도가 고착화되어 있고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6월 27~29일 실시한 조사(전국1007명 유선포함 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0.9%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국민의힘 33%, 더불어민주당 34%로 나타났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은 28%로 나왔다. 민주당 지지율은 직전 조사보다 3%포인트나 올라간 반면 국민의힘은 2%포인트 내려왔다. 국민의힘에 별다른 호재가 없는 상태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역주행을 했다. 더 주목되는 부분은 두 정당의 지지율 차이가 지난 몇 달 동안 거의 없다. 지지율이 동시에 올라갈 때도 있고 한 쪽만 올라가거나 한 쪽이 내려가는 경우가 있더라도 결국 몇 주 지나고 나면 또 지지율은 비슷해진다.전형적인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정치적인 프레임으로 고착화되어 있는 형태다. 정치권에 민감한 현안이 있더라도 양쪽 진영의 대결 구도로 편입되는 현상이다. 지난 달에 윤석열 대통령이 수능 입시 관련 공정 입시를 강조하고 킬러 문항 배제를 지시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중심으로 수습에 들어간 모양새다. 지난 몇 년 간 수능에서 킬러 문항으로 판단되는 문제와 6월 모의평가에서 킬러 문항으로 인지되는 사례를 들었지만 수험생들과 학교 현장 그리고 학원가의 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그렇다면 대통령이나 국민의힘 지지율에 직격탄을 될 듯한데 그렇지 않다. 마찬가지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된 사안도 방류에 대해 찬성과 반대 의견을 물어보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게 나오지만 진보와 보수로 편이 나누어지는 진영 대결 구도 현상이 이어진다.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다.문제는 정치권에서 막말까지 쏟아내며 서로 진영 대결을 하는 동안 우리 경제에 대한 국민들의 체감 전망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갤럽의 6월20~22일 조사(전국1000명 응답률10.5%)에서 ‘향후 1년 간 우리나라 경제가 현재에 비해 어떨 것인지’ 물어보았다. 응답자의 절반인 50%는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은 20%로 나타났고 지금과 비슷할 것이라는 의견이 26%로 나왔다. 특히 호남은 지금보다 나빠질 것이라는 답변이 무려 73%나 된다. 일반적으로 급여 생활자인 화이트칼라층은 10명 중 6명 정도인 61%가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치권이 싸움에 정신이 없는 동안 국민들의 경제 전망은 시나브로 최악의 빨간 불이 들어 왔다.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023-07-05 13:58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명의칼럼] 흔히 노화현상 여기는 오십견, 어깨건강 방치 청년들도 주의

김태진 인천힘찬종합병원 정형외과 과장(정형외과 전문의)어깨가 욱신거릴 때면 ‘오십견이 왔나’라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는 경우가 있다. 이런 말을 접하면 정형외과 의사 입장에서는 걱정이 앞선다. 오십견을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 관절이 취약해진 데서 오는 일상적 통증처럼 쉽게 여기는 게 아닌가 싶어서다. 실제로 상담을 하다 보면 오십견 통증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 증상이 악화된 후에야 내원하는 분들을 많이 만난다. 수술 치료가 불가피한 상황이 돼서야 병원을 찾는 것이다.일단 오십견은 정식 용어가 아니다. 의학 용어로는 ‘동결견’, 즉 어깨가 얼음처럼 굳어버렸다는 의미다. 정형외과에서 쓰는 정식 진단명은 ‘어깨 관절의 유착성 관절낭염’이다. 어깨 관절을 싸고 있는 주머니가 주변 조직과 거미줄처럼 유착돼 관절 가동 범위가 줄어든 상태로, 어깨에 녹이 슬었다고 표현할 수 있다. 이 유착성 관절낭염은 대표적인 특발성 질환이다. 원인을 콕 집을 수 없다는 뜻이다.당뇨 환자의 경우 발병률이 5배 정도 높고 갑상선기능 항진증, 뇌졸중·심근경색, 자가면역질환, 외상에 의한 충격 이후에도 잘 발생한다. 이 같은 질환들 자체가 오십견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이런 상황에서 팔이나 어깨의 활동량이 현저히 줄어든 게 이유라는 의견들이 있다.원인 규명이 어렵듯 환자 스스로 본인 어깨의 통증이 유착성 관절낭염 탓인지 알아채기도 쉽지는 않다. 어깨 회전근개 파열이나 석회성 힘줄염, 어깨 관절염 등 다른 질환에서 느껴지는 통증과 양상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유착성 관절낭염을 자가진단하려면 힘을 뺀 상태의 아픈 팔을 반대쪽 팔로 밀어 올려본다. 이때 꽉 막혀서 안 올라가는 느낌이 있다면 유착성 관절낭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굳은 어깨에 유착이 생기고 이에 어깨가 더 굳는 악순환이 특징이기 때문이다.만약 오십견이 의심되고 통증도 있다면 곧바로 정형외과 전문의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초기인 경우라면 먹는 약이나 주사 치료 위주로 진행된다. 어깨 관절에 이미 거미줄이 많이 쳐진 상태라면 약이나 주사보다는 스트레칭이나 도수치료 쪽이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이런 보존적 치료를 6개월 이상 받아도 호전이 없을 때는 내시경을 통해 녹이 슨 부분을 제거해 주는 치료를 받으면 된다.유착성 관절낭염은 뚜렷한 원인은 없지만 예방법은 상대적으로 명료하다. 어깨가 녹슬지 않도록 평상시 어깨와 팔의 스트레칭을 꾸준히 해주는 것이다. 아직 50대가 아니라고 해서 안심해서도 안 된다. 연구에 따르면 유착성 관절낭염, 일명 오십견은 이름과 달리 40대에서 70대에 걸쳐 고르게, 또 여성에게서 비교적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이라면 거의 전 연령대에 걸쳐 어깨 건강에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는 의미다.김태진 인천힘찬종합병원 정형외과 과장(정형외과 전문의)

2023-07-04 07:00 김태진 인천힘찬종합병원 정형외과 과장(정형외과 전문의)

[브릿지 칼럼] 선진국 증시 수상한 회복세

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투자 세계는 원래 욕망과 추측이 난무하는 안개 속이다. 더 정확한 정보에 접근하려 귀동냥에 바쁘고, 시간과 돈도 많이 들인다. 당대의 대 경제학자로 약간의 투자 성과도 얻었다는 케인즈도 말년에 ‘주식투자는 미인 뽑기’라는 선문답을 남겼다. 가격 결정변수나 설명변수를 연구하는 수 많은 논문이 있었지만, 코끼리 다리만 만진 미완의 도전들이었다.2023년 중반부의 국제 증시가 아무래도 좀 수상하다. 미국이 좀처럼 낮아지지 않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비등한데도 선진국 주가들이 대형 경기주나 기술주를 중심으로 슬금슬금 신고가를 만든다. 한국의 삼성전자나 현대차, 포스코 등도 그 대오 속에 들어있다.관건은 후일 보여줄 미국 실물경제의 실상이다. 그들은 ‘신경제’라는 신기루를 믿고 오래 지속하던 저금리 지대를 벗어나 지금 5%대 역대급 고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 기준금리가 10%를 넘은 적도 있지만 현대사에서 지금 같은 기준금리에 저실업과 고임금을 유지하는 현상이 놀랍다.여기엔 분명 뭔가가 있다. 그 추정의 근원은 2016년 즈음해 기원을 보는 4차 산업혁명의 발원과, 2018년 즈음부터 트럼프 정부가 대립 각을 보인 선진국 중심의 국제화의 재구성으로 보인다. 기업의 이익창출 요인에서 팬데믹으로 인한 영향으로 점점 사람이 기여하는 비중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있다.2022년 2월 러시아 전쟁 전에는 바이든 정부가 제로 수준 기준금리에도 무려 2조 달러의 천문학적 경기부양 자금살포로 시장을 부추겼다. 하지만 전쟁이 터지자 국제금융시장의 혼란과 물가상승을 우려해 즉각 금리인상으로 방향을 틀었다. 자연스럽게 달러 중심의 기축통화 체제가 강화되었다. 그 와중에도 실업률이 낮아지고 근로자 임금은 올라가는 완전고용과 인플레 현상이 지속됐다.우려했던 곡물과 석유 및 천연가스 가격은 잡히기 시작했지만 미국 내 임금 상승과 낮은 실업률이 두드러졌다. 저임금·저숙련의 레저·음식·숙박 부문 고용증대와 임금상승 덕분이었다. 반면에 고임금·고숙련 부문의 인력수요는 서서히 둔화되었다. 산업혁명으로 지능기계나 자율운영시스템으로 전환하는 혁신효과가 국제적인 혁신주도 기업들의 경영에 적용되기 시작한 것일 수도 있다.한국 증시에서는 2023년 중반 엔데믹 선언을 전후해 포스코 그룹 주가가 동반상승하기 시작했다. 포스코 그룹은 2010년대를 거의 침체와 암흑기에 가깝게 보냈다. 내부 경영부실 문제가 터진데다 중국산 등의 여파로 가격 하락과 경쟁 격화의 동면기를 맞았다. 주가는 2007년 최고 76만 5000원에서 2020년 초에 13만 원대로 추락했다. 그러면서 안으로 경영·기술혁신 등 환골탈태의 조짐을 보였고 지금 그 평가를 다시 받는 모습이다.이런 기업들은 또 있다. 일본의 히타치도 당대를 주무르던 중화학공업의 대명사였으나 반도체사업 철수를 계기로 기나긴 축소경영과 내적 쇄신기에 들어갔다가 다시 반도체 사업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기나긴 침묵으로 일관해 온 나라들이다. 투자자라면 이런 일련의 선진국 증시 회복 조짐을 유념해볼 일이다.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2023-07-03 14:03 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시장경제 칼럼] 부총리의 ‘라면 값 인하’ 요구 넌센스

이주선 기업amp;경제연구소장, 연세대 경영대학 연구교수최근 추경호 부총리가 라면 값을 내리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자유와 시장경제를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여러 번 장관들이 시장의 가격이 높다는 둥 낮다는 둥 여러 코멘트들을 했다. 또한 시중에는 위스키 가격이 다른 나라들보다 크게는 거의 두 배 가까이 높다거나 샤넬이나 벤츠 등 브랜드 명품들의 가격이 우리나라에서 유독 높다면서 “우리가 봉이냐”며 해당 기업들을 비난하는 기사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아마 이번 여름 휴가철에도 어김없이 인기 지역 해수욕장이나 휴양지에서의 ‘바가지 요금’에 대한 고발과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이 가운데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경제 부총리가 라면 값을 내리라고 한 것이다. 이 요구를 한 논리는 라면회사들이 밀가루 값이 올라서 라면 값을 올렸다고 했으니, 이제 국제 밀 가격이 절반이 되었으니 가격을 내리라는 것이다. 위스키, 명품 가격, 그리고 휴양지 요금에 대한 비난도 같은 맥락으로 비판받아야 할 잘못된 인식이다. 하지만 부총리는 나라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사람이므로 이런 경제학 원론 수준의 지식에 무지함을 보였으니 엄중히 비판받아야 마땅하다.물론 총선을 1년도 안 남긴 시점에서 여야가 거의 박빙 승부를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심정은 이해가 간다. 결국 경제적 만족도가 최종적인 결과를 좌우할 수 있으므로, 살얼음판 걷는 사람처럼 정치인들과 고위 공직자들이 일하고 있을 것이다. 이미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 장바구니 물가가 심각하게 올랐다는 인식이 있고, 이런 국민들의 걱정을 조금이라 더는 것이 득표에 유리하리라는 계산이 추 부총리의 생각에 없다고 하면 이상할 것이다.아마도 야당도 같은 자리에 있다면 더 심하게 그런 ‘명령 아닌 사실상 명령’을 여러 번 반복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 공개적으로 온갖 구실로 재정을 살포해서 국민들의 지지를 사려고 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런 추정은 틀릴 가능성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추 부총리의 라면 가격 인하 발언은 엄중하게 비판받아야 할 이유가 있다.첫째, 경제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을 추 부총리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주지하는 것처럼 가격은 원가에 의해서 결정되지 않는다. ‘원가+마진’으로 가격이 결정된다는 생각이 많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 있는 인식인 것은 맞다. 하지만 ‘원가+마진’으로 책정되는 가격은 생산자나 공급자가 시장에서 받기를 희망하는 ‘게시가격(list price)’일뿐, 시장거래로 결정되는 시장가격(market price)은 아니다.소비자와 공급자인 기업은 시장가격으로 거래하는데 이는 시장에서 사려는 사람의 의사와 팔려는 기업의 의사가 일치하는 지점에서 원가와 상관없이 결정된다. 그러므로 시장가격은 거래에서 지속적으로 변화해 나간다. 공급자의 원가가 어떠하든지 간에 소비자 선택을 많이 받은 상품은 가격이 올라가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상품은 가격이 내려간다. 그래서 심지어 어떤 상품은 전혀 값을 받지 못하고 폐기되거나 원가 이하로 거래되고, 어떤 상품은 원가는 미미한데 그 수십 수백 배의 가격으로 팔린다. 이를 잘 알고 있을 부총리가 특별히 예외적 특성을 가지지 않은 지극히 보편적인 상품의 하나인 라면 가격의 인하를 요구했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다 .둘째, 추 부총리가 라면 가격 인하를 요구한 것은 ‘세상의 모든 것들에는 대체재가 존재한다’는 경제학이 가진 진리에 가까운 명제를 도무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잘 아는 것처럼 라면은 인스턴트 식품 가운데 하나이고, 대체할 수 있는 먹거리들은 여기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무수히 많다. 사람들은 라면의 가격이 비싸면 잔치국수, 짜장면, 스파게티 등 다양한 면류들을 포함해서 밥, 빵, 과일, 생선회, 스테이크 등 다양한 다른 식품들로 그 먹거리를 기호와 선택에 따라서 대체할 수 있다.그러므로 정말로 라면 값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너무 높다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 농심, 삼양, 오뚜기 등 라면회사들이 라면 봉지에 가격을 얼마로 표시하든 라면 가격은 시장에서 떨어지게 된다. 특히 이 회사들은 이런 상황에서 경쟁해야 하므로 당연히 다양한 판촉을 통해 라면 가격을 시장에서 정상화시키는 데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부총리가 이런 말을 한 것은 사실 정략적인 의도로 공권력을 이용한 것이라고 유추할 여지가 다분하다.셋째, 추 부총리가 인하 압력의 이유로 말한 ‘국제 밀 가격이 내렸으니 내려야 한다’는 논리는 더구나 온당하지 못하다. 이는 국제 밀 가격이 너무나 올라서 라면 가격을 인상한다고 말했던 라면회사들의 논리로 자신의 논리를 옹호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라면회사들의 이 논리도 라면 값을 올리는 정당한 근거는 되지 못할 수 있다. 왜냐하면 라면 값은 원료가 되는 밀가루 값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라면 가격은 국제 밀 가격뿐 아니라 국제 유가와 임금, 환율, 기계장비류 가격, 토지가격 등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그럴듯한 명분으로 라면회사들이 국제 밀 가격을 들이민 것은 아마도 통할 것 같은 변명이라고 생각해서였을 터이다. 어찌 보면 자승자박한 것이다. 그러나 라면 생산 기업들의 변명을 구실 삼을지라도 라면 가격 인하를 부총리가 나서서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만일 국제 밀 가격이 낮아져 라면 가격을 내려야 한다면, 왜 다른 밀가루나 밀을 써서 만드는 식품들의 가격 인하는 요구하지 않았는가? 짜장면도, 스파게티도, 잔치국수도, 수제비도, 빵도, 피자도, 과자도…. 모든 밀가루 사용 상품들의 가격 인하를 요구해야 했을 것이다. 나아가 식당들의 모든 밀가루 이용 요리들에 대해서도 그래야 했을 것이다. 이 상품들의 가격 인상도 국제 밀 가격 인상이 원인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므로.그러나 라면만 콕 찍어 인하를 요구했다는 것은 발언의 정치성을 드러낸다. 또한 이런 경제수장의 발언은 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장과 가격 기능을 해쳐서 경제를 어렵게 한다. 사소해 보이나 가랑비에 옷 젖는 것처럼.이주선 기업경제연구소장, 연세대 경영대학 연구교수

2023-07-03 10:11 이주선 기업&경제연구소장, 연세대 경영대학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