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기고

[브릿지 칼럼] 챗GPT와 예술의 만남

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챗GPT가 몰고온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열풍이 뜨겁다. 영화, 광고 등 영상분야에서 AI모델, 앵커, 연예인이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는가 하면 순수예술계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AI와 협업하고 창작하는 예술가들이 늘고 있다. 음악분야 AI는 특정 장르 음악을 작곡해주고 원하는 가수의 음색으로 재생성하기도 한다. 모 유명 디자이너가 AI디자이너와 협업해 수백벌의 의상을 디자인해 큰 인기를 모으거나 AI가 그린 그림이 화가의 작품보다 고가에 거래됐다는 뉴스는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다. 데이터의 패턴을 학습해 새로운 콘텐츠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인공지능의 놀라운 능력은 일찍이 예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미술관들도 AI작품을 예술로 받아들이고 있는 추세다. 최근 가장 큰 이슈가 됐던 AI작품은 단연 레픽 아나돌의 8m짜리 작품 ‘Unsupervised’다. 눅진한 액체가 요동치며 끝없이 형태와 색깔을 바꾸는 이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근현대 작품자료 13만여점을 AI에게 학습시켜 탄생했다. 예술가들은 AI를 통해 영감을 얻고 이를 활용한 새로운 작품들을 구현해 내고 있다. 원하는 명령어만 넣으면 10초 안에 이미지를 구현해내는 이 신기술로 인해 예술의 범위와 장르가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사용자와 대화 형태로 정보를 제공하는 챗GPT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미지와 영상뿐만 아니라 소설, 시, 논문, 코딩에 최적화된 AI기술이다. 챗GPT가 만들어 내는 기사, 소설, 시, 논문 등 제작물은 완성도를 떠나 놀라운 속도를 자랑한다.“(요약) 가상현실, 증강현실, 인터렉티브 아트 등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더욱 다양하고 혁신적인 예술 작품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술가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보다 확대될 것이며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기존의 예술 분야와의 균형을 유지하며 진행되어야 한다. 예술이 사람들의 감정과 생각을 자극하는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예술가의 직관과 창의력 그리고 감성적 요소가 계속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예술이 사회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인식은 변하지 않아 사람들의 감정과 생각을 공유하고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작품들이 등장하여 사회적 관심을 끌게 될 것이다. 또한 예술은 다양한 문화 간의 교류와 이해를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챗GPT에게 예술의 미래와 예술후원의 방향성에 대해 물었더니 몇 초 만에 이같은 답을 내놓았다. 이어 AI시대 기업의 예술후원 방향에 대해서는 “디지털 예술 분야, 예술과 기술의 융합, 사회 문제 해결과 관련된 작품들 그리고 지역 예술 활동을 지원하거나 후원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새로운 기술의 탄생 뒤로 갖가지 우려와 염려의 말들도 쏟아진다. 18세기 사진기술이 도입되자 당시 화가들은 초상화, 인물화가 더이상 사진을 대체할 수 없음을 깨닫고 자신만의 화풍을 담은 예술영역을 구축했다. 그렇듯 AI의 등장이 예술계의 역사를 새로 쓸 또다른 인상파의 등장, 미래형 예술 르네상스를 구축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

2023-04-06 14:17 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

[브릿지 칼럼] 가족이라는 이름의 가해자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학교폭력을 다룬 넷플릭스 시리즈물 ‘더 글로리’의 반응이 여전히 뜨겁다. 극 초점이 또래관계 폭력에 맞춰져 있지만 주인공 문동은(송혜교)을 괴롭혀 온 대상은 학교친구들만이 아니다. 폭력을 방관하고 학생을 차별하는 교사나 돈을 받고 가해자들의 폭행을 무마한 엄마도 그들과 다를 바 없다. 오히려 동급인 동료들의 끔찍한 괴롭힘보다 나를 지켜줘야 할 혹은 지켜주리라 믿었던 보호자로부터의 배신이라는 점에서 더 잔혹하다. 어쩌면 문동은의 절망은 동급생의 괴롭힘 보다 엄마로부터의 버림받음이 그 시작이 아닐까 싶다. 그런 맥락에서 문동은의 비극은 가족이라는 단어의 정서적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가족’이라고 말할 때 떠오르는 느낌이나 이미지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내 편’이다. 내가 잘못했어도 야단을 칠지언정 따뜻한 품을 내어주고 내치지 않는다는 믿음이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친밀함이나 보호에 대한 기대는 본능적이고 집요하다. 그런 만큼 이에 대한 반작용과 충격도 크다.부모와 갈등이 깊은 청소년들을 만나다 보면 종종 그 뒤에 강압적이거나 폭력적인 부모가 있다. 알코올 중독자인 문동은의 모친은 대놓고 폭력적인 경우에 속한다. 반면 부모의 지배적인 모습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어느 삼수생의 부친은 학원비와 외지 생활비를 대주는 만큼 증여세를 낼 수 있다며 모든 사용내역을 현금영수증 처리하도록 자녀에게 요구했다. 그렇잖아도 부모에게 미안함이 컸던 자녀는 자신의 일상을 고스란히 증명하며 지내야 했다. 부친은 자신이 자녀의 진로를 지원하며 헌신한다고 여길 뿐 자녀를 억압하고 지배하는 자신의 태도를 보지 못했고 속박당한 자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부모는 틀린 말을 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자녀의 입장에서 부모의 말은 반박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래서 더 상처가 깊다. 가족이라는 친밀감과 ‘자식을 위해서’라고 포장된 이기적인 욕구는 죄책감 없이 걷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주변 일상에서 흔히 발견되는 우리들의 얘기다. 이를테면 부모에 대한 효도는 옳다. 하지만 자녀의 효심을 강요하는 것은 다르다. 경계를 넘어서는 정서적 침해에 해당한다. 일종의 폭력이다.자식을 키우느라 고생한 부모가 늙어 ‘힘에 부치니 일 좀 도우라’고 하면 자녀가 이를 거절할 수 있을까. 문제는, 겉으로는 옳은 말을 하는 것 같지만 은연 중 자신의 의도를 강조하고 압박하여 선택의 여지없이 상대를 몰고 가는 데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를 부모도 자녀도 인식하지 못한 채 각각 당연한 권리와 의무로 여기며 그 속성이 지속된다는 점이다.그래도 가족인데 가해할 수 있는가. 그렇다. 가족이지만 피해를 주기도 하고 입기도 한다. 누구나 가족과 함께 그런 기대와 실망 사이를 오가며 산다. 때론 ‘그래도 가족’이라는 온기를 느끼지만 때론 ‘이게 가족인가’ 싶은 냉기를 경험한다. 어쩌면 그 위태로움이 가족에 대한 믿음과 기대를 더 맹목적이고 절대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가족은 분명 가장 친밀한 관계이고 비교할 수 없는 최상의 보금자리다. 하지만 가족 구성원의 개별성이 지워진 채 지배적이고 일방적인 힘에 의해 좌우될 경우 이보다 더한 지옥이 없다. 가족은 그 어떤 관계보다 존중이 중요하다.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2023-04-05 14:18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명의칼럼] 갑자기 나타나는 가슴통증, 심근경색

이승화 윌스기념병원 심뇌혈관센터 원장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충격적인 소식으로 뒷목을 잡거나 가슴을 잡고 답답해하다 쓰러지는 장면을 흔하게 봤을 것이다.뒷목을 잡는 이유는 순간적으로 치솟은 혈압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고혈압과는 상관이 없다. 이는 갑작스런 충격으로 근육이 뭉치기 쉬운 경추를 자극해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뇌에 산소와 영양이 제때 공급되지 않아 생기는 현상이다.그렇다면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심장마비, 정확히 말하자면 급성심근경색이 발생한 경우다. 드라마의 극적인 장면을 위한 연출이 아니며 실제로 감정 스트레스는 심혈관질환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유럽심장학회지에 게재된 바 있다.심근경색은 대동맥에서 비롯된, 심장근육에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관상동맥이 혈전에 의해 막혀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발생하는 질환이다. 관상동맥이란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세 개의 혈관이다.심근경색과 협심증을 헷갈리기 쉽다. 협심증은 관상동맥이 죽상동맥경화증으로 인해 혈관의 내경이 좁아져서 운동 또는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흉통을 뜻한다. 협심증 단계에서 심근경색이 발생할 수도 있으나 반드시 심근경색발병 전에 협심증이 선행되는 것은 아니다.심근경색은 돌연사의 가장 큰 원인이다. 멀쩡하게 건강한 사람이 내일 보자고 해놓고 심근경색 때문에 더 이상 볼 수 없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심근경색은 심장근육의 손상으로 가슴 정중앙~좌측 부위에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생기고 숨이 차는 등의 증상이 예고없이 갑자기 나타난다. 그렇지만 4명 중 1명은 가슴통증 없이 구토만 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흉통 없이 호흡곤란이나 실신 등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서다.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으로 가야한다. 관건은 시간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급성심근경색 환자가 병원에 도착해 치료를 받아 생명을 지키기까지의 시간을 120분 안쪽으로 권장하고 있다.증상이 나타나면 최대한 빨리 막힌 혈관을 재개통해 피가 다시 흐르게 해야 한다. 크게 약물, 시술, 수술 등 3가지 치료법이 있다. 한국은 높아진 의료수준 덕분에 약물로 혈전을 녹이는 치료를 최근 들어 거의 시행하지 않고 있다.대신 풍선이나 스텐트라는 금속 그물망을 이용해 혈관을 확장하는 중재시술이 가장 널리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스텐트 시술이 치료의 끝은 아니며 심근경색 치료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시술을 받았다고 약을 임의로 중단하거나, 혈관에 좋은 건강기능식품을 챙겨 먹었다고 방심하는 것은 위험하다. 처방 받은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적절한 운동 및 식이 등 생활습관을 관리해야 한다.수술은 관상동맥우회로술을 말한다. 주로 흉골 가장자리 안쪽의 내유동맥이나 상지 요골동맥, 때로는 다리 부분 혈관을 떼어서 막힌 관상동맥 부문을 대체하는 방법이다. 수술의 비중은 시술의 5% 미만으로 매우 드물게 시행된다.심근경색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금연과 식이조절(저염식, 채식, 지중해식 다이어트, DASH 다이어트 등)을 통한 적절한 체중 유지, 하루 30분이상의 운동이 필요하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심근경색의 위험인자가 발견될 경우 담당의사와 상의해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가족력이 있다면 심장 문제에 따른 돌연사 위험이 3~4배 높아지기 때문에 조기검진을 통해 적극적으로 심질환의 위험인자를 관리해야 한다.이승화 윌스기념병원 심뇌혈관센터 원장

2023-04-05 11:37 이승화 윌스기념병원 심뇌혈관센터 원장

[명의칼럼] 틱 치료는 환경이 중요, 주변에 미리 알려줘야

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원장틱 치료를 하다보면 부모들의 여러 반응을 볼 수 있다. 걱정, 슬픔, 부정 등의 감정을 직접 표현하기도 하지만 올라오는 감정을 억누르는 경우가 더 많다. 부모가 육아를 잘못해 이런 병이 왔다고 스스로 심하게 자책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감정들은 사실 정상적인 반응이다. 동일한 자극에도 어떤 사람은 슬픔을, 어떤 사람은 분노를 더 느끼게 되며 한의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체질 차이로 본다. 다만 슬픔, 자책 등 음적인 감정은 부정, 분노, 억울 같은 양적인 감정에 비해 더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어 어떤 부모들은 마음 속 상처가 더 오래가는 듯하다.이런 감정을 오래 품고 있는 것은 부모나 아이 모두에게 좋지 않다. 틱 증상이 있는 아이들은 부모의 걱정, 근심, 불안을 더 민감하게 느끼고 눈치를 살피거나 같이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부모가 먼저 가슴을 열고 당당하게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줄 때 틱 증상이 더 호전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틱 증상에 대해서는 지적하거나 관심을 주지 말고 아이가 일상생활을 잘 해나가는 데 관심을 집중하는 것이 가장 좋다. 상황을 잘 모르는 주위 사람들이 쉽게 충고하면서 부모를 위축시키는 경우도 있는데, 여기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 부모만큼 자녀를 잘 알고 잘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부모들은 의지가 되는 친구·친척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얻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힘든 상황을 견디기 힘들다면 조용한 카페에서 커피 타임을 가지거나 산책을 하는 등 적당한 휴식을 취해본다. 혼란, 후회, 자책감에서 벗어난 부모들이 자녀의 행동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상황에 적응하면 아이 치료도 훨씬 잘 되는 것을 볼 수 있다.형제·자매가 있다면 다른 자녀들이나 아이가 자주 만나는 친구·친척들에게도 틱 증상에 대해 미리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일상에서 틱이라는 증상이 자주 이슈화되지 않도록 한다.육아 스트레스에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부모, 특히 엄마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틱 증상이 나아진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몸이 따라가지 못해 아이의 틱 치료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이럴 경우에는 엄마도 아이와 같이 치료를 받는 것을 권장한다. 상담과 진료를 통해 심신이 지쳐 있는 부모의 상태를 고려한 한약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걱정과 불안이 심한 경우 영계감조탕이나 감맥대조탕 또는 복령, 용골, 모려를 주약재로 쓰는 처방으로 불안을 진정시키면서 체력을 회복해 심리적인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아이의 틱 증상을 치료할 때는 부모도 마음의 병이 생기지 않았는지 꼭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원장

2023-04-04 07:00 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원장

[브릿지 칼럼] '뉴홈' 공급 확대방안 찾아야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윤석열 정부가 공급 중인 공공분양주택인 ‘뉴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월 8일 발표한 청약결과 고양창릉, 양정역세권, 남양주진접2, 고덕강일3 지구에 공급되는 공공분양주택 2298가구에 4만7119명이 청약해 최종 경쟁률은 20.5대 1을 기록했다. 특히, 청년 특공은 58.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여 청년층의 관심이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이번 공공분양주택 ‘뉴홈’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으로 공공이 토지를 소유하고, 건축물 등에 대한 소유권은 수분양자가 취득한다. 40년간 거주한 뒤 재계약을 통해 최장 80년간 거주 할 수 있으며, 3억~4억원대의 저렴한 분양가로 공급되어 ‘반값아파트’로도 불린다. 그동안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건물만 분양하고, 토지임대료를 지불해야하기 때문에 경쟁률이 낮을 것이란 우려가 높았지만 높은 흥행 성적을 거둔 것이다.과거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사례들을 보면 2011년 LH 서초5단지가 이번에 분양한 고덕강일3단지와 같은 방식으로 공급되었다. 당시에도 토지는 LH에게 매월 임차료만 지불하고, 건축물에 대해서만 분양을 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주택공급가격 대비해서 2분의 1 이하의 가격으로 공급되었다. LH 서초5단지의 경우 당시 전용 59㎡의 기준 공급가액이 1억4000여만원 수준으로 상당히 저렴했다. 또한 40년 거주하고, 거주민들이 재건축에 동의할 경우 재건축 후에도 추가로 40년을 거주할 수 있는 조건이었기 때문에 약 80년 이상 거주가 가능하다.LH 서초5단지에서 공급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청약에 흥행했지만 반대로 경기 군포시에서 공급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청약 경쟁률이 0.1대 1까지 떨어졌다. 이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경우 입지 또는 투자가치 등에 따라 선호도가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한편, 윤석열 정부는 2023~2027년에 걸쳐 공공분양주택 50만호, 공공임대주택 50만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과거 문재인 정부의 공공주택 77.6만호(분양 14.4만호, 임대 63.2만호)대비 22.4만호 이상 증가시킨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가 밝힌 공공분양주택 50만호 공급 계획 중 미혼청년(청년특공) 5.25만호, 신혼부부 15.5만호, 생애최초 11.25만호, 일반 무주택자에게 18만호가 공급될 계획이다. 합산하면 청년층에 약 32만호가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어 청년계층을 위한 주거정책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특히, 공공분양주택의 종류를 나눔형, 선택형, 일반형으로 구분하여 기존과는 차별화된 공급방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10년 전에 비해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급등해 있어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통한 내 집 마련 수요층이 많이 증가한 상황이다.정부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에 대한 장점을 살려 서민들이 저렴한 가격에 내 집 마련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투자보다는 거주의 개념이 강화된 저렴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대량공급 할 수 있는 혁신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chae@viva100.com

2023-04-03 14:13 채훈식 기자

[시장경제칼럼] 공공은 신성한 것이 아니다

김성준 경북대학교 교수오래 전에 공공의 적(2002) 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설경구, 이성재 등 당대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예나 지금이나 역시 영화는 약자가 강자를 복수하는 것만큼 재미있는 게 없는 듯하다. ‘복수’라는 듣는 것만으로도 통쾌한 말과 함께 나는 영원히 강자가 될 수 없을 거라는 일종의 ‘패배의식’이 절묘하게 결합된 탓이 아닐까? 필자와 같은 사람들이 많았는지 이 영화는 크게 히트했다. 각종 영화부문에서 큰 상들을 수상하고 그 후속 작품들 역시 많은 인기를 누렸다. 이후에는 비슷한 주제의 영화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이제는 한국영화부문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그런데 도대체 영화 제목인 공공의 적에서 ‘공공’은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한국사회에 공공이라는 말 보다 더 거룩한 말로 오용, 남용되는 말이 있을까 싶다. 공공이란 말이 붙으면 누구도 함부로 왈가왈부할 수 없는 신성한(sacred) 것으로 받아드릴 정도다.필자가 행정학계에 종사하고 있어서 인지 유난히 공공이란 말을 많이 사용한다. 공공정책, 공공예산, 공공시설 등 정부에서 하는 일은 모두 공공성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공이라는 개념을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를 어떤 관점에서 보는가, 어떤 분야나 이론적 입장에서 보는가에 따라 가지각색으로 해석된다.공공의 영어는 public으로 일반사람들(의) 혹은 공유하는 사람들(의)라는 뜻이다. 구글에 검색해보니 “국가나 사회의 구성원에게 공동으로 딸리거나 관계되는 것”이라고 나온다. 경제학과 정치경제학의 방법론적 개인주의 관점에서 공공은 개인들의 합이라고 해석된다. 여러 정의를 요약하면, 공공이란 간단하게 ‘(무언가를 공유하는) 사람들’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은 타인들과의 끊임없는 관계를 통해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인간은 혼자서도 살 수 있다. 로빈슨 크루소처럼 혼자 자급자족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집단, 공동체, 사회를 이루고 살까?그 이유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모여 사는 것이 홀로 사는 것보다 개인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각자에게 주어진 재능과 운이 달라서 여러 사람들과 서로 교환하는 게 유리할 때가 많다. 혼자는 해결하기 힘든 일을 여럿이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할 때가 종종 있다. 어떤 재화나 서비스를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때가 있다.결국 공공이라는 말의 근본적인 뜻에는 특별히 좋고 나쁨 혹은 옳고 그름이라는 가치판단이 개입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공공은 본래의 뜻과는 매우 다르게 해석되고 사용된다. 우선, 공공은 ‘좋은 것’으로 생각한다. 공공재, 공공사업, 공기업, 공공부조, 공공임대아파트 등 공공이라는 이름은 다 좋은 것처럼 여겨진다. 나아가 공공은 ‘옳은 것’이라는 의미로도 사용된다.문득 이탈리아 파시즘의 “무솔리니는 항상 옳다”가 연상된다. 그래서 공공의 목적과 이익을 위해서는 개인의 목적과 이익은 언제든 희생될 수 있고, 공공 안녕과 질서 유지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행동은 서슴없이 제한되기도 한다.그럼 공공의 대응관계에 있는 말은 무엇일까? 그것은 개인이고, 개인이 소유하거나 사적인(private) 것이다. 공공이 좋은 것이기 때문에 공공의 이익(공익)은 개인의 이익(사익)보다 우선시된다. 공익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사익추구는 나쁜 것이다. 공공이 옳은 것이기 때문에 사적인 것은 그른 것이 된다. 그 결과 공공의 일과 개인의 일이 부딪치는 경우 사적인 일은 포기되어야 한다.우리 일상을 보면 이 같은 주장이 결코 과장되거나 억지가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어느 사회든 개인의 이해관계와 공공의 이해관계는 자주 충돌한다. 그런데 “우리”라는 문화가 유난히 강한 한국은 개인보다 공공이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다고 필자가 공공의 이익이 개인의 이익을 덜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공공을 위한 개인의 희생을 좀 더 배려해야 한다는 뜻이다.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공공은 늘 좋고 옳은 것이기 때문에 정부를 비롯한 공공부문이 하는 일에 대해 평가하고 비판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공공을 위해 일을 하는데 무슨 효율성이니 효과성이니 하는 잣대를 대기 불편하게 느낀다. 그래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평가를 하더라도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게 된다.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정부가 하는 일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 나아가 정치인과 관료는 업무와 정책의 성과를 공공이라는 이름으로 책임을 떠넘기려는 유혹에 빠진다.코로나19가 한창 창궐하면서 감염 유행이 좀처럼 잡히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은 그 이유를 방역책임이 아니라 정책에 제대로 따라 주지 않은 시민들(공공) 때문이라고 책임을 전가했다. 게다가 감염방지를 위한 공공의 알권리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사생활권은 쉽게 침해되었다. 잘 되면 정부 덕이고 안 되면 공공 탓이다.제 아무리 대단한 학자들이 난해한 말로 어렵게 정의하더라도 본질적으로 공공은 개인들의 모음이다. 따라서 개인이 없는 공공은 없다. 개인의 이해관계를 배제한 공익이란 신기루에 지나지 않다. 개인이 행복하지 않은 공공의 복지란 있을 수 없다. 공공은 신성한 것이 아니다. 한국 사회는 개인과 공공 사이에 균형을 잃고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김성준 경북대학교 교수

2023-04-03 09:10 김성준 경북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제2거래소 성공의 조건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제2거래소’ 설립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새로운 거래소의 출현이 시장의 활력을 높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추진하는 방식을 보면, 그렇게 희망적이지 않다. 나눠먹기, 규제의 한계 때문이다.대체거래소라는 말이 무색하게 역할이 제한적이다. 한국거래소와 경합할 수 있는 구도가 아니라, 보완적 관계를 지향하도록 제도가 설계되고 있다. 경쟁력은 ‘경쟁’을 통해 나온다. 경쟁의 압력이나 제도의 다양성이 존재하기 어렵다면, 경쟁력 제고를 기대하기 어렵다.거래소는 실패해 왔다. 기업은 거래소를 통해 성장하고 수익을 내지 못했고, 투자자들은 거래소를 통해 수익을 내지 못했다. 거래소는 거래자들 위에 군림했고, 일방적 제도를 강제했다. 지시와 통제를 중심으로 거래소를 운영해온 것이 문제였다. 일방적 명령과 지시 방식으로는 시장의 활력을 높이기 어렵다. 건전성을 확보하기는 더더욱 어렵다.법으로 독점을 허용하다 보니 기존 거래소의 한계가 컸다. 누구나 언제든 다양한 제도를 갖춘 거래소를 설립할 수 있도록 진입이 허용된다면, 거래소가 독점의 위치에 있다하더라도 폐해는 크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법으로 독점적 위치를 부여해온 데 있다. 독점의 폐해는 대부분 정부가 법으로 독점적 지위를 부여할 때 나오기 때문이다.다양성을 갖춘 거래소가 허용된다면 거래 당사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동일한 방식으로 보완적 거래로 한정된 거래소가 만들어진다면, 이는 거래소의 분화에 해당할 뿐 독점의 폐해를 줄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금융당국은 지금까지 거래소가 왜 실패해 왔는지를 다시 살펴보기 바란다. 거래소는 ‘시장’이다. 시장의 본질은 자생적 질서이다. 다시 말해서 ‘선택의 자유’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정부가 정해놓은 획일적 질서를 강제하고 이를 따르도록 강압하는 방식이라면 거래자들은 성공하기 어렵다. 관료주의 방식에서 벗어나 제도가 거래 당사자의 성장과 함께 발전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기업과 투자자가 서로 원하는 거래가 우선이다. 그리고 이것이 시장의 활력을 높이는 기본이다. 금융당국이 거래자들을 자신들의 지시와 통제에 따라 움직이는 거래를 위한 존재로 인식하는 한, 시장의 기능은 제한적이고 경제 주체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시장 자체는 제도의 진화를 포용하기 때문에 더 나은 진보의 세상으로 나아간다. 우리 거래소는 정부 당국이 원하는 획일적 제도를 강제할 뿐, 제도의 진화와 다양성을 내부화하지 못하고 있다.‘제2거래소’ 설립은 기업과 투자자의 선택권을 허용하는 제도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거래소의 규칙은 ‘선택 가능해야’ 한다. 기업과 투자자는 어떤 거래소에서 더 성공할 수 있을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선택의 자유는 제도의 진화를 이끈다. 제2거래소의 출현이 기업할 자유와 투자할 자유를 확대하는 제도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2023-04-02 14:05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브릿지 칼럼] 국회의원 증원, 다신 거론 말아야

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우리 헌법은 제41조 2항에 ‘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3항에는 국회의원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했다. 2020년 1월 공직선거법 개정시행으로 제21조 1항에서는 의원 정수를 지역구 국회의원 253명과 비례대표 국회의원 47명을 합해 300명으로 정하고 있다.지난 20대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도입된 현행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국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별·계층별 유권자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 못해 대량의 사표를 발생시키는 등 표심을 여전히 왜곡시키고 있다. 정당의 지역주의 타파와 다양한 정당의 정치적 진출 보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21대 국회의원선거 비례대표제는 준 연동형 30석과 병립형 17석으로 구성됐다. 대규모 사표 방지와 소수정당의 국회진입이라는 기존 취지와 달리, 비례정당이 난립해 오히려 소수정당의 국회진입을 가로막는 부작용이 발생하자 야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고 6개 권역으로 나눠 각 정당의 권역별 득표율에 따라 권역별 비례대표 의석을 결정하자고 했다. 이에 비 수도권 권역에 가중치를 둔 ‘지역균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기존 비례대표제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국민의 다양한 의사가 국회에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는 법률안들이 줄줄이 발의되었다.정치개혁특위 소위의 3가지 개편안은 ‘소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준 연동형 비례대표제’, ‘중대선거구제(도농복합형 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였다. 1안과 2안은 지역구 의석수 253석을 유지한 채 비례대표를 현 47석에서 97석으로 늘려 의원 정수가 300석에서 350석으로 증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3안은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만큼 비례의석을 늘리는 안이었다.어떤 경우든 의원들은 선거제도 개편을 내세워 의원 수를 증원하는 것이 민의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맡은 바 임무는 수행 않고 정쟁 대상으로 삼아 정략정치를 추구하며 의원 수를 증원하자는 주장에 동의할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겸허하게 민의를 수렴하고 국가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지위를 남용해 국가·공공단체 또는 기업체와의 계약이나 그 처분에 의해 재산상의 권리·이익 또는 직위를 취득하거나 타인을 위해 그 취득을 알선해서도 안 된다.어쩌면 의원 증원 확대는 ‘국회의원 밥그릇 챙기기’다. 오히려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비례대표 폐지는 물론 혁신적인 선거구 개편을 통해 국회의원 수를 최소 100명 이상을 줄여나가야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얼마 전 SNS를 통해 “미국 하원 기준으로 보면 우리는 의원 80명이면 되는데 현재 300명이나 된다. 만약 여당에서 그런 (증원)합의를 한다면 지도부 퇴진 운동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다행히 여당이 반대했고. 야당도 여론을 의식해 한 발 물러섰다.우리나라는 의원 세비 대비 국회 효율성이 지극히 떨어지는 나라다. 의원들부터 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정치권 문화가 바뀌었음을 국민이 체감하기 전까지는, 어떤 선거제도 개혁안도 의원 증원확대가 동반될 경우 국민의 사회적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울 것이다.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

2023-03-30 14:34 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

[브릿지 칼럼] 패션협찬 상생의 생태계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배우 A가 ○○ 작품에서 입은 옷, 가수 B가 △△ 예능에서 썼던 안경. 언제부터인가 미디어 속 패션 협찬은 익숙하다. 이제는 전통 매체 광고보다 대중에게 자연스레 스며드는 각종 협찬이 패션사업의 홍보·마케팅에 더 효과적이다. 의상, 소품에 대한 끊임없는 수요를 갖고 있는 연예인이나 제작사의 이해관계가 맞물려서 등장하는 협찬은 방송사 입장에서도 제작비를 아끼는 수단이다. 이렇듯 협찬은 비용을 최소화하는 상생의 산물이자 선물이다.그러나 이러한 선순환 생태계가 깨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방송사의 방송저작물 사용금지 및 고가의 사용료 청구가 그 주범이다. 오랜 관행에 따라 방송캡처본을 사용한 블로거, 대행사에게 방송사가 돌연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심지어 몇몇 블로거를 상대로 형사고소까지 진행하면서 합의금을 요구한다. 저작권법만 따진다면 방송사 주장이 맞다. 하지만 이는 협찬 사정을 모르는 억지일 뿐이다. 연예인과 대행사 사이의 협찬계약에는 패션협찬의 대가로 해당 영상을 광고 용도로 사용할 권한이 부여된다. 그럼에도 방송사는 협찬계약에 직접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협찬의 오랜 관행을 깨고 줄기차게 저작권 침해로만 몰아 부치고 있다.이런 저작권 주장은 누구를 위한 걸까? 방송사가 모든 협찬을 PPL처럼 비용을 받으려고 든다면 연예인에 대한 패션 협찬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방송저작물을 둘러싼 모든 당사자들은 피눈물을 흘려야 한다. 연예인은 일일이 돈 주고 패션제품을 구입해야 하며 방송사 입장에서는 협찬품이 빈약해지면서 콘텐츠 품질 문제가 발생한다. 더불어 잠재적인 광고주도 잃고 판권 해외수출에도 좋을 리 없다. 패션브랜드는 효율적 홍보수단을 하루아침에 박탈당하게 된다.협찬을 둘러싼 분쟁은 단순히 방송사와 패션브랜드·대행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예인을 관리하는 연예매니지먼트협회, 연예제작자협회도 이 문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연예인 측은 당장 슈퍼갑 방송사의 눈치를 보느라 조심스럽겠지만 그나마 의미있는 목소리를 방송사에 전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협찬 없이도 의상 등 소품을 준비할 수 있게끔 방송사가 연예인에게 충분한 출연료를 지급하지 못한다면 순조로운 패션 협찬 및 협찬 계약의 이행을 위해 대행사 등이 캡처본을 무상 또는 적절한 가격에 사용할 수 있도록 방송사에 요청해야 한다.결국 공은 공공기관으로 넘어온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중간자적 입장에서 협찬품의 방송캡처본을 공정하게 사용할 수 있는 표준 약관을 제정하거나 양자 사이의 협약이 체결될 수 있도록 중재해야 한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도 방송저작물 사용료 청구에 있어 불공정행위의 요소가 있는지 여부도 살펴야 한다. 하다못해 교통범칙금 딱지조차도 일정한 계도기간을 거쳐야 시행하는 세상 아닌가.협찬은 협업을 의미한다. 협업은 모두 같이 이익을 얻는 것이다. 자연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조차도 영원히 포식만 할 수는 없다. 먹이사슬에 의해 약자를 배려하며 같이 살아야 자기도 계속 생존할 수 있다. 문화산업에서도 자기 권리만 고집한다면 상생의 생태계는 금세 파괴된다. K콘텐츠, K패션의 내일을 위하여 조화로운 상생의 길을 슬기롭게 모색해야할 때다.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23-03-29 15:07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명의칼럼] 손에서 나타나는 3대 통증질환의 원인과 치료법

박태훈 윌스기념병원(수원) 관절센터 원장당신이 자는 것이 아니라면 항상 움직이고 있는 건 손과 손가락일 것이다. 작업, 집안일, 사무, 공부 등 본업을 할 때도 열심히 움직이지만 휴식을 취할 때조차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있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 때문에 손과 손목, 손가락에는 여러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3가지 질환에 대해 설명해본다. 먼저, 손가락 퇴행성 관절염이다. 우리 손의 뼈는 총 54개로 구성돼 있다.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뼈의 개수가 총 206개인데 그 중 4분의 1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뼈로 이뤄져 있다.이처럼 뼈가 많다는 것은 관절도 많음을 의미한다. 관절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퇴행성 관절염이 나타나는데 손가락도 예외가 아니다. 그 대표적인 증상으로 마디가 쑤시거나 시리고, 자주 붓거나 열감이 발생한다. 이때엔 손의 무리한 사용을 자제하고,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손가락 마디가 굵어지는 등 변형이 생기거나 관절이 굳어 움직임에 제한이 있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다음은 손목터널증후군(수근관증후군)이다. “새끼 손가락 빼고 모든 손가락이 저려요” 또는 ‘손에 전기가 오는 것처럼 찌릿해요’’라고 증상을 호소한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 손목의 정중신경이 압박돼 발생하는데 손저림, 감각저하 등 증상이 나타난다.젓가락질을 하거나 옷 단추를 채우는 게 어려워지고, 빨래를 짜거나 뚜껑을 돌려서 열 때 통증이 심해진다. 남성보다 여성에서, 손목을 구부렸다 펴는 동작을 자주하는 직업군에서 발생 빈도가 높은 편이다.증상이 지속되면 전문의와 상의해 보조기를 착용해 손목을 고정하거나 약물치료, 주사치료, 물리치료 등을 받도록 한다. 심할 경우 수근관을 넓혀주는 수술을 시행해야 한다. 키보드나 마우스를 사용할 때 패드를 사용해 손목을 받쳐주거나 지속적으로 손목 스트레칭을 하는 게 손목 건강에 좋다.마지막으로 손목건초염(드꿰르벵)이 있다. 손목건초염은 손목 힘줄(건)을 감싸고 있는 얇은 막인 ‘건초’ 부분에 염증이 생긴 것으로 특히 엄지 쪽이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증상으로 빨갛게 부어오르거나 열감이 나타나고, 손을 움직일 때 마찰음이 발생하기도 하며, 손목을 스트레칭 할 때 통증이 유발된다. 증상이 심하면 어떤 작업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할 때도 통증이 느껴진다. 원인은 손목의 잦은 사용이지만 여성에서는 임신과 출산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손목 사용을 줄이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게 우선되며, 손목보호대를 착용하거나 찜질을 해주는 게 좋다. 증상이 어느 정도 진행됐다면 약물치료, 주사치료, 물리치료, 주사치료, 체외충격파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를 시행한다.박태훈 윌스기념병원(수원) 관절센터 원장

2023-03-28 09:00 박태훈 윌스기념병원(수원) 관절센터 원장

[명의칼럼] 6개월 이상 '소화불량', 위장 기능부터 점검해야

손효문 인천힘찬종합병원 부원장(내과전문의)속이 더부룩하고 쓰린 ‘소화불량’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흔한 증상이다. 오랜 기간 지속되는 만성 소화불량의 경우 병원을 찾아도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소화불량은 병명이 아닌 증상 자체를 의미한다. 상복부의 답답함, 속이 쓰리며 찌르거나 꼬이는 듯 한 통증 등을 보통 소화불량이라 부른다. 메스꺼운 증상이나 토할 것 같은 느낌, 트림이나 구취가 생기기도 한다.특별한 질환이 없는데도 6개월 이상 소화불량 증상이 나타날 경우 기능성 소화불량이나 기능성 위장장애로 진단한다.음식물을 섭취하면 위가 움직이면서 1차로 소화를 시키는데, 위의 운동성이 떨어져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것이 기능성 소화불량이다. 원인은 연구 중이지만, 몸의 위장을 관할하는 자율신경계나 위벽 자체의 이상으로 위장의 운동기능을 방해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신체 노화로 위의 운동 기능이 약해졌거나 체질적으로 위가 작고 운동성이 적으며 오목가슴 부위가 좁은 경우도 발생한다. 스트레스, 불안, 우울과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으면 위장의 운동 능력이 저하되거나 신체 리듬이 깨져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기능성 소화불량은 먹는 음식이 중요하다. 섭취했을 때 소화불량 증상이 나타나는 음식은 피해야 한다. 기름진 음식이나 밀가루, 커피, 매운 음식 등은 위에 자극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간혹 소가 안 된다고 요구르트를 먹거나 유제품으로 식사를 대체하는 경우가 있는데, 유제품은 위장관의 가스를 발생시켜 더부룩한 증상이 생길 수 있다. 탄산음료 또한 가벼운 식체에는 도움이 될 때가 있지만 식도나 위에 가스가 많이 차있을 때 마시면 오히려 가스가 더 생길 수 있다.탄산음료를 마신 뒤 트림이 나오니까 소화가 잘 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대부분 탄산음료 자체에 있는 가스가 나올 뿐이다.소화불량 증상을 자주 겪는 사람들 중 증상이 좋아지면 다시 안 좋은 식습관을 반복하는 걸 흔히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다시 재발하거나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증상이 자주,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라면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치료는 증상과 원인에 따라 직접적으로 소화를 돕거나 위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방식으로 진행한다.또한 식후에 바로 격한 운동을 하면 소화가 더 안 되거나 배가 아플 수 있는 만큼 가볍게 산책을 하거나 천천히 몸을 움직이는 것이 좋다.손효문 인천힘찬종합병원 부원장(내과전문의)

2023-03-28 07:00 손효문 인천힘찬종합병원 부원장(내과전문의)

[브릿지 칼럼] 섬은 문화의 보고다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지난 26일 제주아트센터 대극장에서는 국립남도국악원의 대표 작품 ‘섬’ 공연이 펼쳐졌다. ‘섬’은 섬의 공간에서 거친 파도와 바람, 자연과 싸우면서도 순응하며 살아가는 섬살이의 이야기다. 남편과 아들을 바다에 떠나보내고 홀로 미역을 따며 살아온 할머니의 애잔한 삶이 녹아 있다.이 작품은 지난해 6월 진도 초연 공연과 국립국악원(서울) 초청 공연을 통해 관객은 물론 예술 비평가들에게도 호평받았다. 이어 지난달 국립부산국악원을 시작으로 이달 남원, 제주도 공연을 순회 중이다.90여 분간 펼쳐지는 수많은 노래와 연주, 음악적 표현 등을 남도 지역의 토속민요에서 가져왔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동안 묻혀 있던 ‘미역따는 소리’, ‘아들타령’, ‘조도 닻배노래’, ‘씻김굿 중 푸너리’ 등 진도·신안지역의 토속민요들을 새롭게 찾아 구성해 관객들을 ‘울렸다 웃겼다’를 반복하게 만든다.‘섬’ 작품의 연출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문화올림픽 총감독과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문화공연 등을 연출한 김태욱 씨가, 극작은 국립정동극장 정기공연 ‘소춘대유희’ 등의 극작을 맡은 강보람 작가가 맡았다. 또한 음악은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을 역임한 국악계의 거장 김영길 씨가 맡아 완성도를 높였다.사실, 제주도에서는 몇 년 전부터 해녀의 삶을 주제로 이미 인기를 끌고 있는 공연이 있다. ‘해녀의부엌’이 그것이다.대학을 졸업하고 아동 연극치료를 업으로 삼았던 김하원 대표는 고향인 제주에서 해녀가 힘겹게 길어 올린 해산물이 마땅한 값어치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해녀의부엌’을 기획했다고 한다. 공연장 겸 식당은 오랫동안 창고로 내버려졌던 어판장을 활용했다. 청년 예술인과 제주 해녀들이 2019년부터 공연을 시작했다.‘해녀의부엌’은 한 해녀의 한평생 삶과 해녀가 채취한 뿔소라 등 토속음식이 결합한 ‘해녀 다이닝(dining)’이다. 이 작품은 섬 소멸시대에 진정한 지역 일자리 창출과 어촌계의 전통을 잇는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공연장 스크린에는 해녀의 삶터인 바다가 오롯이 담겨있고, 작업 도구인 해녀고무옷과 연철(납벨트), 테왁망사리 등이 배치돼 있다. 관람객들에게 해녀의 삶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면서 섬과 육지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우리나라 섬에는 당제와 띠뱃놀이, 섬마다 전해오는 전설 등 전 세계에서 관심을 가질만한 무형문화재와 k-푸드의 원형인 섬 음식들이 많다.보령시 외연도에서는 매년 음력 2월 14일에서 15일 사이 풍어당제를 개최한다. 부안군 위도에서는 매년 정월 초사흗날에 ‘위도 띠뱃놀이’ 행사를 연다.섬은 또한 음식문화의 보고이기도 하다. 신안군만 보더라도 홍어, 민어, 낙지, 병어, 꽃게, 새우, 칠게 등 수산 재료와 김, 다시마, 함초 등 해조류가 풍부하다. 여기에 대파, 양파, 시금치, 고구마, 땅콩, 무화과 등 농산물 등이 다양하게 재배된다. 최근 신안군에서 발간한 ‘신안군 섬 음식 백서’에는 이러한 해산물과 농산물을 만들어진 음식이 무려 340여 종에 이른다.우리나라 450여 개 유인도에는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섬마다 독특하고 개성적인 문화와 음식이 존재한다. 이러한 문화유산을 ‘섬’ 공연과 같은 음악극으로 풀고, ‘해녀의부엌’처럼 음식이 복합된 공연을 발전시켜 나간다면 섬은 문화강국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것이다.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2023-03-27 14:05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시장경제칼럼] ‘민주적 vs 독단적 혁신’ 아무도 아이폰을 원하지 않았다

이웅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시장경제라는 개념은 경제학 책이나 이론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마치 공기처럼 일반 대중의 삶 속에 자연스레 존재해 왔다. 주위에 보면 간혹 아담 스미스가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창시한 것으로 묘사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시장경제의 작동방식은 그렇게 교조적이지도 않고 지식인들의 전유물도 아니며, 일반인의 상식에 더 가깝다. 특히 시장가격이 형성되는 과정에는 여러 사람들의 의견, 정보, 지식이 녹아 들어서 그 과정이 매우 ‘민주적’이다. 간혹 민주적으로 형성되지 않는 가격도 있는데 그것은 거래 쌍방 중 어느 한쪽이 너무 우월한 시장지배력을 갖고 책정하는 가격으로, 독점가격이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독점의 경우 빼고는 대부분의 시장가격은 민주적으로 형성된다고 볼 수 있고, 정상적인 시장경제는 그 자체로 ‘민주적’이다.이런 시장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혁신’일 것이다. 슘페터는 지나치게 수학적 모델에 집착했던 과거 경제학자들에게 혁신의 중요성을 상기시켜서 유명해진 바 있다. 1990년대 후반 경영학에는 하버드의 크리스텐슨 교수의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론이 소개되어 주목을 받았었다(물론 아직도 이 이론은 유효하다). 크리스텐슨은 그의 저서 ‘성공기업의 딜레마’에서, 혁신과 관련해 이런 질문을 던진다. “왜 기술과 자원이 많은 선도기업들이 작은 무명 기업이 만든 혁신적 제품에 맥없이 쓰러지는가?”그가 주로 거론했던 사례는 미국의 미니컴퓨터 시장이었다. 과거 1980년대 DEC, Prime, Wang 등 미니컴퓨터의 강자들은 최초 PC가 나왔을 때 왜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했는가? 사실 미니컴퓨터 회사들은 당시 충분히 애플과 같은 작은 회사에 대응할 기술력과 자본도 있었지만 제대로 대응도 못하고 결국 모두 몰락하였다. 그 이유는? 그들이 민주적이고 다수의 의견이 반영되는 전통적 시장조사에 의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크리스텐슨의 설명이다.당시 미니컴퓨터 회사들의 시장조사에 따르면 고객들은 PC를 열등재로 보아 대다수가 PC구매에 관심이 없었다. 고객이 원치 않는데 왜 만들겠는가? 그런데 그러다 보니 결국 모든 미니컴퓨터 회사가 망했다는 얘기다. 이것이 바로 크리스텐슨이 말한 성공기업(여기선 미니컴퓨터 업체들)의 딜레마이다.우리나라의 예를 들어 보자. 국내 유명 전자회사 L은 애플의 아이폰이 최초로 개발되었을 때 국내 S사와는 달리 스마트폰 생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당시 맥킨지 컨설턴트를 중용했던 이 회사의 CEO는 이들의 민주적 시장조사 방식을 선호했다. 이들은 많은 돈을 들여 시장조사를 했는데 그 결론은 ‘한국 고객들이 아직 스마트 폰에 대해 준비가 안되어 있기에 시장성이 없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몇 년 뒤 스마트 폰 시장은 폭발적 성장을 했고 L회사는 초반의 큰 기회를 날려버렸다. 계속 후발주자로 추격은 했으나 결국 몇 년 전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하고 말았다.우리가 가장 흔히 알고 있는 시장법칙 중 하나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성공한다’ 라는 간단한 마케팅 원리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항상 진실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는 과거 매킨토시를 개발할 당시, 부하직원들이 사전에 시장조사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No. Because customers don‘t know what they want until we’ve shown them” (아니, 고객들은 그들이 무얼 원하는지 몰라... 우리가 그걸 만들어 보여주기 전까진...) 그리고 그는 자동차를 개발한 헨리 포드의 말을 인용했다. “If I‘’d asked customers what they wanted, they would have told me, ‘’A faster horse!‘’ (만약 내가 소비자들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어보았다면, 그들은 ‘더 빠른 말!’ 이라고 대답했을 것.)고객들은 현재 제품의 작은 개선에 대해선 좋은 의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판도를 바꿀만한 큰 파괴적 혁신에 대해선 꿈도 꾸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오직 독창적 비전을 가진 몇몇 천재들만 사전에 그런 꿈을 꿀 수 있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만들어서 고객의 손에 쥐어줄 때까지 아무도 아이폰을 사전에 ‘원하지’ 않았다. 그가 아이폰을 창조한 다음, 소비자들은 그것을 써보곤 그 제품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잡스는 이야기한다, 우리는 때로 독단적으로 고객을 무시해도 된다고…. L전자와 미국의 미니컴퓨터 회사들이 너무 시장조사에만 의지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판도는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에겐 시장조사 보고서에는 나타나지 않는 비범한 통찰력과 결기가 없었다.대중이 상상을 못하는 혁신의 경우, 시장조사란 덧없는 것이다. 진정한 혁신은 민주적 의견수렴으로 나오지 않는다. 천재적 비전을 가진 사람의 개인적 독창성이 제품으로 출시되어 훗날 대중들이 환호하는 경우는 무수히 많다. 특히 예술성 높은 제품이 그렇다. 우리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춤이나 BTS의 현란한 안무를 사전에 원했었는가? 아마도 그것이 나온 다음에 환호했을 것이다. 아무도 말춤을 사전에 원하지 않았다.진정한 혁신자는 현재의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고객의 욕구를 간파하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 즉, 이들이 현재 고객을 무시하는 듯하여 독단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미래 고객들을 위하는 것이기에 나름 ‘민주적’일 수 있다. 통상 우리는 독단적인 결정은 잘못된 것이고 모든 사람의 현재 의견을 반영한 결정은 민주적이고 옳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적어도 기업혁신 관련해서는 그 논리가 항상 맞지는 않는다. 스티브 잡스 이외에도 일론 머스크,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등 많은 성공한 CEO들도 민주적 의사결정만 따르지는 않았고 독단적 의사결정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그렇다고 ‘현재 많은 대중이 원하는 제품이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런 혁신도 아직 많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주행거리가 훨씬 긴 전기자동차를 개발하는 것은 지금 모든 대중이 원하는 것이어서 개발만 된다면 성공 확률이 높다. 꼭 날아다니는 자동차만 꿈꾸란 법은 없는 것이다.그럼 경영자는 언제 독단적이어야 하고 언제 현재의 대중적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가? 궁색한 대답이지만, 궁극적으로 그 해답은 현명한 통찰력을 가진 경영자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시장경제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간혹 창조적 독재자들이 나타나 우리를 무시할수록 즐거움을 느껴야 하는 잔인한 운명을 타고 났는지 모른다.이웅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2023-03-27 08:28 이웅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브릿지 칼럼] ChatGPT 상표 등록 가능할까?

전소정 인탤런트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2023년 전 세계를 강타한 키워드 중 하나는 단연코 ‘챗(Chat)GPT’이다. 미국의 오픈 AI 라는 스타트업이 개발한 ‘사용자와 주고받는 대화에서 인공지능에 따라서 질문에 답하도록 설계된 언어 모델’을 말한다. ‘GPT’는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약자로서 그 뜻은 ‘사전 훈련된 생성 변환기’이다. 지정상품의 성질을 직접적으로 표시한 상표라고도 볼 수 있지만 ‘GPT’라는 약어와 ‘Chat’의 결합으로 문자 자체로도 식별력을 갖추었고, 엄청난 인지도 덕분에 식별력 여부와는 별개로 ‘챗GPT’는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의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었다.유명해질수록 그 명성을 노리는 사람들도 많아지는 법. 오픈 AI가 이미 알 수도 있겠지만 한국과 중국에서는 제3자가 이미 챗GPT를 먼저 출원한 것으로 보인다.중국에서는 챗GPT 관련 출원이 44건이며, 상품 분야는 의류, 컴퓨터 소프트웨어, 광고 대행, 인테리어 디자인 등 다양하다. 미국 오픈 AI사는 미국에서 2022년 12월 27일에 챗GPT를 상표 출원했으며, 아직 심사 대기 중이다. 그리고 중국, 한국 등지에서는 상표 출원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한국과 중국에서 출원한 챗GPT는 어떻게 될까? 우선 한국에서는 상표등록여부결정시기를 기준으로 챗GPT는 전 세계적인 상표가 되었기 때문에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9호(주지상표와 유사한 상표), 제11호(저명상표와 혼동을 일으키는 상표), 제12호(수요자 기만 염려가 있는 상표), 제13호(부정한 목적으로 출원한 상표)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거절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국 역시 유사한 취지의 법규정으로 등록이 거절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그렇다면 미국 오픈 AI사의 챗GPT는 상표 등록이 가능할까? 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이제 챗GPT가 생성형 인공 AI의 보편화된 명칭이 되기 시작한다면 식별력이 있던 챗GPT도 ‘보통명칭화’되어 식별력을 후발적으로 상실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보통명칭화가 되었는가 여부에 대한 판례는 그 나라에 있어서 당해 상품의 거래실정에 따라서 이를 결정하여야 하고, 한편 등록상표는 등록결정 당시에 이미 보통명칭화된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상표등록 이후에 상표관리를 태만히 하였거나 혹은 상표관리에도 불구하고 보통명칭화 되는 경우도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현재 챗GPT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으며, 아직까지는 특정 회사의 상표명으로 인식하는 분위기이나 상표 관리를 태만히 할 경우에는 보통명칭화는 가속화될 수 있다.필자로서는 미국 오픈AI사의 속내를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중국과 한국에 상표 출원을 해두지 않은 점은 좀 의아하다. 이처럼 파급력이 강한 제품을 출시하고서도 해외에 출원을 해두지 않았다면 상표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초코파이, JEEP, 스카치테이프 등도 처음부터 자신들의 상표가 보통명칭화될 것이라고 예상하진 못했을 것이다. 다만 상표 관리에 소홀했을 뿐이다. 수개월 만에 명실공히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 챗GPT 상표를 오픈AI사가 어떻게 관리해 갈지 사뭇 궁금해진다. 한편으론 금새 보통명칭화되어 누구나 쓸 수 있는 상표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 아닌 걱정이 되기도 한다.전소정 인탤런트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2023-03-26 14:31 전소정 인탤런트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브릿지 칼럼] 일본 야구가 부러운 이유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이끄는 일본 야구팀 ‘사무라이 재팬’이 미국을 누르고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극적인 승리였다. 오타니는 투타에서 맹활약했고 마지막 9회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의 동료 선수인 미국팀 주장 마이크 트라웃을 삼진 아웃으로 돌려세웠다. 마치 각본이라도 있는 것처럼 오타니는 처음 출전한 이 대회에서 최우수 선수(MVP)의 자리에 올랐다. 오타니 선수의 인기는 일본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이번 활약을 할리우드 영화의 슈퍼 영웅 캐릭터에 비교할 정도다. 타자뿐만 아니라 투수 역할까지 빼어나게 해내는 ‘이도류’ 선수의 활약에 전 세계적인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한국에서도 오타니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해 아시아 선수 출신 최다승의 금자탑을 쌓아 올렸던 박찬호는 오타니를 평하면서 ‘실력도 최정상급’이지만 ‘인성’은 더욱 훌륭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오타니의 ‘일본’ 야구팀은 야구 종주국인 미국을 누르고 어떻게 세계 야구를 평정할 수 있었을까. ‘소통’과 ‘데이터’다. 우승을 이끌어낸 감독과 선수들은 끊임없이 소통하는 모습이었다. 메이저리그 출신인 다르빗슈 선수뿐만 아니라 일본 리그 출신 선수들은 스스럼없이 서로 소통하고 누가 어떤 몸 상태인지 그리고 상대 선수들에 대해 어떤 정보가 있는지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완전히 하나의 팀으로 거듭났다. 투수들은 선발과 불펜 그리고 마무리 역할을 가리지 않았고 정규 리그를 앞두고 있는 타자들은 베이스 러닝에서 다칠 수도 있는 슬라이딩을 마다하지 않았다. 또 하나 일본의 우승 비결은 ‘데이터’다. 일본 야구를 설명할 때 데이터를 빠트릴 수 없는데 맞붙는 상대팀을 철저하게 연구한 ‘데이터’로 어떤 팀과 붙어도 자신만만했다.오타니 열풍으로 일본 MZ세대가 열광하고 있는 사이 한국의 MZ세대들은 ‘69시간제’로 좌절과 실망 그리고 분노로 가득 차 있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52시간제’를 바꾸기 위해 근로 시간을 개편하는 발표를 하면서 ‘특정 주에 69시간 일할 수 있다’는 이른바 ‘69시간제’를 입법 예고했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14~16일 실시한 조사(전국1003명 유선포함 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9%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정부는 근로시간 관리 기준을 주간에서 월간/분기/반기/연간 등으로 확장하는 개편안을 내놓았습니다. 해당 기간 평균 일하는 시간은 주당 52시간으로 제한하되 특정 주에는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하는 안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바쁠 때 몰아서 일하고 길게 쉴 수 있어 찬성’이라는 의견이 36%, ‘불규칙 장시간 노동, 삶의 질 저하 우려되어 반대’라는 응답이 56%로 반대 답변이 20%포인트나 더 높았다. MZ세대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높은데 20대(만18세 이상)는 반대 59%, 30대와 40대는 반대 의견이 각각 67%, 68%로 압도적이다. 사무직 근로자인 화이트칼라는 정부의 근로시간제 개편안에 대한 반대 의견이 68%로 나타났다. MZ세대에게 치명적으로 영향을 주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소통’과 필요한 ‘데이터’는 잘 보이지 않는다.현장에서 직장인들이 기존의 근로 시간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지 그리고 업종에 따른 업무의 효율성과 MZ세대 직장인의 성과를 높일 수 있는 제도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소통’과 ‘데이터’가 지금이라도 보완되어야 한다.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023-03-23 14:00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브릿지 칼럼] 불쾌하고 불안한 중국

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중국과 러시아가 다시 인류의 고민 덩어리가 되고 있다. 주변국에 무력으로 공산주의를 번지게 하던 시절에도, 전쟁 우려와 주변국 주권 피해 문제 등으로 골치 아프게 했던 그들이다. 그런데 이제 다시 전쟁 촉발의 복병으로, 냉전의 갈등 제공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류 평화와 공동번영의 꿈은 코로나와 전쟁을 계기로 위태로워지고 있다. 동·서가 다시 코로나 발발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으로 돌아갈 공산은 거의 없어 보인다.중국은 우리가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수출의 23%를 의지하는 나라지만, 원래 그리 가깝게 지낼 생각은 없던 상대였다. 우리는 2005년 전후에 점차 우리를 따라오는 중저가 수출상대국 중국과의 거래에서 서서히 발을 떼고 했었다. 당시 중국은 우리와의 교역에서 배운 저가품 제조업과 경공업산업의 학습효과로 대규모 투자와 생산을 시작했고, 특히 한국산을 심하게 모방하기 시작해 더 이상의 거래는 득보다 실이 커지던 상태였다.한국은 이때 산업구조를 고도화해 미국 유럽 등 서방 선진국을 상대하는 고품질·고가품 생산국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아 미국 금융당국이 천문학적인 돈을 풀게 되었고, 그 돈이 수익률 높은 저 원가의 중국으로 흘러가 갑작스레 공장을 짓고 도시건축물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 지금은 거의 다 돌아갔지만, 기술과 품질의 나라인 독일마저 저가 유혹에 빠져 중국에 공장을 지었다.생산국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중국은 우리 중저가 상품과 중간재, 자본재, 소재·부품 등을 대거 사갔다. 마침 우리가 산업 고도화를 위해 버리려던 업종들이었다. 2009~2013년에 한국의 중국 수출 피크로 그 효과가 나타났다. 우리는 엄청난 돈을 벌었고, 중국은 삽시간에 많은 것을 배워갔다. 그러나 우리는 당시 중국의 중저가 기술과 상품 수출에 취해, 당초 버리려던 중저가 수출산업을 손절하지 못하고 오히려 일부는 증설하는 등 전체 국가산업 구조가 후퇴하는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고 말았다.그 후유증을 우리는 2016년 사드 사태로 실감 나게 겪었다. 그들이 무역과 투자 보복을 해 온 바람에 롯데와 아모레, 이랜드 그룹 등이 홍역을 치렀다. 실은 지금도 그런 형국이다. 대 중국 거리두기의 보조를 맞추려 해도, 수출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관련 기업들에 타격을 줄까 엉거주춤하고 있다. 중국은 이 약점을 빌미로 미국에 동조하지 말라고 위협 중이다.근본적이고 장기적으로 중국은 우리에게 적절한 교역과 경협의 상대는 아니다. 우리가 전략적으로 국제관계를 형성하고 동반성장의 협력국으로 상대할 나라가 아니다. 원래부터 산업구조 차이가 크고, 국가 운영의 정치사상도 크게 달랐다. 특히 시장경제국이 아닌, 아직은 공산당이 좌지우지하는 조변석개의 예측이 불가한 나라이다.일본에 대한 불편한 국민감정을 알면서도 정부가 일본을 다시 경제협력과 우호외교의 상대로 삼으려는 의도도 이런 답답한 주변국 상황에 기인한다. 역사적으로 중국도 일본도, 하나 같이 불쾌하고 불안하다. 증권투자나 무역거래, 문화교류에서 중국을 쉽게 생각하는 것이 그래서 조심스럽다. 특히 원격 주식거래에 익숙한 청년들은 이런 오프라인 선상에서의 중국 투자위험과 거래의 불안정성이 점증할 수 있음을 유념했으면 한다. 국제투자는 그렇다. 근자의 미국 은행사태가 그 본질을 잘 보여준다.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2023-03-22 14:07 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명의칼럼] 자도 자도 피곤하면 ‘만성피로증후군’ 의심… 3주 후에도 호전 안되면 ‘치료’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춘곤증이다. 계절의 변화에 신체가 적응하며 나타나는 일시적 불협화음이다. 피로감과 졸음 등으로 업무 또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만 1∼2주 정도 지나면 대부분 증상이 호전된다. 하지만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영양을 섭취했는데도 극심한 피로가 지속된다면 한번쯤은 만성피로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일반적으로 ‘피로’는 일상적인 활동 이후의 비정상적인 탈진 증상, 기운이 없어서 집중이 필요한 일을 지속할 수 없는 상태, 일상적인 활동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전반적으로 기운이 없는 상태로 정의할 수 있다.이러한 피로가 1개월 이상 계속되면 ‘지속성(prolonged) 피로’라고 부른다.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피로증후군(慢性疲勞症候群, chronic fatigue syndrome)이라고 한다. 만성피로와 만성피로증후군의 차이는 일과성 피로가 단순히 장기화된 것이냐, 아니면 다른 불편한 육체적, 심리적 증상이 동반되느냐에 달렸다.만성피로증후군의 증상은 당장 육체적으로 느껴지는 극심한 피로 외에도 아주 다양하게 나타난다. 미열·근육통·수면장애·정신기능이상·우울증·두통·알레르기·인후통·불안감·근력저하·운동후피로감·월경전증후군·강직·시야몽롱·오심·현기증·관절통·안구건조증·구강건조·설사·기침·식욕감퇴·림프절통증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증상들이 만성피로증후군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만성피로증후군은 일과성 피로와 달리 휴식을 취해도 호전되지 않으며 환자를 매우 쇠약하게 만드는 피로가 지속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특히 환자의 25% 이상이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갖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방치하면 ‘번아웃증후군’(burnout syndrome, 정신적 탈진으로 육체 건강까지 훼손)에 빠져 매사 의욕을 잃게 되므로 조기에 개선에 나서야 한다.필자가 보는 만성피로(이하 만성피로증후군 포함)의 원인은 첫째 스트레스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육체활동에 의해 다소나마 풀어진다면 정신적 스트레스 탓일 가능성이 높다.둘째는 독소다. 환경오염, 자외선, 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 소염진통제·스테로이드·경구피임약·항히스타민·진정제 같은 약물들, 체내 신진대사 및 과로·병원체 방어 과정 등에서 생성되는 유해활성산소, 정화 기능을 발휘하는 림프계의 저하, 식품알레르기, 진균·중금속·인공첨가물 등에 오염된 식품 등에 의해 몸에 독소가 쌓인다. 독소에 의해 세포가 손상되고 그 기능이 저하된다. 이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며 그 결과 면역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셋째는 면역력의 저하다. 흔히 면역력을 병원체를 물리치는 힘으로만 알지만, 알레르기나 자가면역반응이 생기지 않게 인체가 항원에 적절히 반응하도록 작동하게 하는 것도 면역력이다. 면역력은 다시 말해 공격과 방어의 균형이다. 면역력 균형이 깨지면 만성피로가 찾아오게 돼 있다.당뇨병·심장병·폐질환·류마티스관절염·갑상선질환·만성감염·만성통증·암·간질환·다발성경화증·우울증·불면증·빈혈·영양결핍 등은 그 자체로 또는 합병증을 통해, 또는 이들 질환의 후유증에 따른 면역력 저하로 만성피로를 부른다.만성피로는 증상이 가벼운 경우 영양수액을 통해 신체에 필요한 영양성분을 즉각적으로 공급해줌으로써 효과적인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활성 비타민B1 중심의 피로 회복 및 활력 증강을 나타내는 일명 ‘마늘주사’, 고용량의 비타민C·비타민B1·B5·B6·B12·마그네슘 등이 함유돼 피로 회복은 물론 천식·감기·두통·근육통 잔병치레 해결에 유익한 ‘마이어스 칵테일’ 주사, 비타민D 등 특정 영양소 주사 등 맞춤 영양수액 투여는 드라마틱한 증상 호전을 이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전되지 않는다면 전신 세포의 기능이 바닥 상태로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럴 땐 전신 세포에 원기를 불어넣는 첨단 전기자극치료가 필요하다. ‘엘큐어리젠요법’의 경우 전압은 높되, 전류의 세기는 낮춰 피부 아래 깊숙이 전기에너지를 흘려보낸다. 세포내 음전하가 방출돼 기진맥진하는 세포들은 가뭄에 단비를 기다리듯 이들 전기에너지(음전하)를 받아먹고 충전한다.병든 세포는 음전하를 잡아당겨 세포막 안팎의 전위차를 정상치로 회복한다. 그 결과 세포 대사활동의 에너지 원천인 ATP 생산이 증가하면서 세포 기능이 개선되고 세포재생까지 일어난다. 전기에너지는 림프계 기능을 향상시켜 림프계로 하여금 독소를 배출하도록 유도한다. 이로써 세포에 활력이 넘치고 면역력이 복원되면 만성피로나 번아웃증후군으로 벗어날 힘을 얻게 된다. 엘큐어리젠요법은 만성피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며, 만성피로와 만성통증이 혼재된 상황도 함께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춘곤증은 겨울에서 봄으로 접어드는 기간에 나타나고, 길어야 3주가 지나면 호전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만성피로는 결코 이 시기가 지나고, 수면 시간을 늘린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특히 춘곤증을 핑계로 낮잠을 1시간 이상 잔다면 만성피로가 아닌지 의심하고 적극 치료해야 한다. 아울러 봄나물 등 제철식품 섭취와 규칙적인 운동, 긍정적인 마인드, 취미활동이나 봉사활동 등을 통해 만성피로의 극복에 나설 것을 조언한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2023-03-22 13:51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명의칼럼] '새학기 불안감' 심해지는 틱, 아이 학교생활에 더 관심을

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원장틱 장애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 3월은 불안한 달이다. 틱 증상이 심해질 수 있는 달이기 때문이다.사실 틱 증상은 2월 말부터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불안감이 높은 아이들이 새 학기를 앞두고 이런저런 걱정에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래서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는 한의원에 틱 환아들이 방문하는 경우가 특히 늘어난다.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틱 장애의 특성상 학기 초의 적응기간이 끝나면 서서히 좋아질 때가 많다. 다만, 짧은 기간이라도 심하게 악화되는 양상을 보인다면 부모의 개입이 필요할 수 있다. 특정 스트레스가 유발요인으로 분명히 보일 때는 그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틱 치료에 있어 우선이다. 즉, 담임선생님과의 면담이나 친한 친구 만들어주기 같은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학교에서도 눈에 띌 정도로 틱 증상이 심하다면 학기 초에 반드시 담임선생님과 만나 교실 자리 배치를 포함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목을 앞뒤나 좌우로 까딱까이는 틱 증상을 보이는 아이를 앞자리에 앉히면 본인도 불편하지만 뒤에서 보는 친구들도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고 눈에 잘 띄는 증상을 친구들이 지적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지적을 받으면 스트레스에 의해 틱 증상은 더 악화될 수 있다.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다행인 것은 대부분의 틱 증상이 집 보다 학교에서 훨씬 덜하다는 것이다. 집에선 눈에 띌 정도로 목을 까딱거리는 아이라도 학교에선 증상이 그리 심하지 않아 눈에 띄는 경우가 적다. 무의식적으로 ‘참음’이나 ‘체력이 괜찮은 상태’가 이런 현상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즉, 학교에서는 남의 시선을 의식해 틱을 억누르는 기제가 이루어지거나 오전부터 이른 오후까지는 체력이 유지되다가 저녁이 되면서 체력이 떨어지고 피곤해질 때 틱이 심해지는 경향성 때문이라는 것이다.틱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유전적인 소인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같은 인간의 전장유전체 분석이 대중화된 지금까지도 틱을 유발시키는 유전자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까지 틱 장애의 원인은 유전적인 소인뿐 아니라 도파민을 포함한 신경전달물질의 뇌 경로상 문제 등 아주 복합적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틱 장애는 단일 성분의 약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유발 요인이 분명할 때는 그 요인을 제거해주는 것만으로도 틱 증상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짧은 시간 진료실에서 만나는 주치의보다 긴 시간 함께하는 부모가 치료에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직접적인 유발 요인이 제거된 후에도 틱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한약 치료를 받으면 도움이 된다. 억간산 등 널리 알려진 처방도 있지만 동일한 틱 증상이더라도 상태에 따라 다른 처방을 하기도 한다. 꼼꼼한 문진과 맥진 등을 통한 정확한 진료를 받아보길 권장한다.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원장

2023-03-21 07:00 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원장

[브릿지 칼럼] 난방비 폭탄과 엔트로피 법칙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2023년 1~2월 난방비 폭탄이 예고되면서 대한민국 민심은 가라앉을 줄 몰랐다. 도시가스와 전기 등 공공요금이 큰 폭으로 오르며 가정집과 식당 등 곳곳에서 고지서 받기가 두렵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에너지를 민간 영역에서 맡고 있는 유럽이나 일본, 미국 난방요금도 예외는 아니다. 2021년 대비 2022년 주택용 가스 요금은 미국 3.3배, 영국 2.6배, 독일 3.6배 올랐다. ‘엔트로피’의 저자 제레미 리프킨은 에너지 낭비가 가져올 인류의 재앙을 이미 경고한 바 있다. 33년이나 지난 과거의 예견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저자의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엔트로피(Entropy)는 열역학 제1법칙과 제2법칙에 등장하는 용어다. 열역학 제1법칙은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일정하며 생성되거나 소멸하지 않고 형태만 바뀐다’는 에너지 보존 법칙이다.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태초부터 정해져 있고 우주의 종말이 올 때까지 그것은 변하지 않는다. 제2법칙은 ‘엔트로피 총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다. 엔트로피란 이 과정에서 자연물질이 변형돼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상태, 무용한 에너지를 일컫는다.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제2법칙이다. 난방비 폭탄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석탄 한 조각을 태웠을 때 태우기 전과 후의 에너지 총량은 같지만(제1법칙) 일부는 이황산가스와 기타 기체로 바뀌어 대기 중으로 흩어진다(제2법칙). 여기서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손실되는 것’을 가리켜 엔트로피라는 용어가 탄생됐고 더 이상 일로 전환될 수 없는 에너지의 양을 측정하는 수단이 된다.전 세계적 난방비 폭탄은 사회가 엔트로피 분수령을 향해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는 증거다. 과거의 에너지 흐름에서 발생한 무질서는 계속 축적되어 정치, 경제, 사회적 비용의 형태로 나타나고 이에 따라 생산자, 소비자 할 것 없이 가격상승의 고통을 겪는 것이다. 에너지 환경이 완전 고갈을 향해 다가감에 따라 인플레이션은 더욱 격심해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남아 있는 에너지를 추출하고 처리하는 데는 더 비싸고 더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므로 여기에 더 큰 에너지 변환비용이 요구되며 에너지 흐름과정에서 발생한 무질서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데도 많은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주택은 고사하고 먹고 사는 문제로 힘들어하는 빈민층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엔트로피 과정의 이면에 불과하다. 에너지가 빨리 고갈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실업자가 되거나 준실업자 상태에5 빠진다. 이로 인해 조세부담률은 늘어나고 인간에게 봉사하는 에너지 흐름은 줄어들게 된다. 참고로 한국의 사회보장보험을 더한 조세부담률은 2017년 25에서 2022년은 사상 최고 수준인 30% 선을 넘었다.그렇다면 엔트로피 법칙이 제대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저엔트로피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자연 속에서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열역학 제1법칙과 제2법칙의 지배를 받고 있음을 꼭 기억하자. 아울러 세계가 혼돈 속으로 깊이 빠져들수록 우리는 문제의 근원을 들여다 보기를 꺼린다는 사실또한 함께 기억하자.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2023-03-20 14:53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시장경제칼럼] 개의 역할과 같은 정부

김행범 부산대학교 명예교수인류 문명은 대략 1만 년 전에 시작했다. 하이에크에 의하면 약 50명 정도 무리로 모여 살던 그 시대 원시인들은 목초지와 사냥터를 공유하면서 생산물을 나누어 먹었다. 인간 의식의 디폴트 값은 개인주의가 아니라 사회주의이다. 까마득한 이 체험 때문에 오늘날에도 ‘우리’, ‘사회 정의’ 등의 관념은 우리에게 격세유전(atavism)의 호소력으로 사회주의를 끊임없이 향수하게 만든다. 원시인들도 바보가 아니다. 그런 체제에서는 아무도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닫는다. 게으른 자와 열심히 일한 자가 똑같은 몫을 배분받는 문제. 그들은 공유 재산을 나누어 각인이 나누어 거지면 이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생각하기에 이른다. 모든 사람이 제 땅을 경작하여 그 소출을 사유화하면 건강한 이기심으로 최선을 다해 일하며 각인의 노력한 만큼 소출을 얻는 사유재산권 제도를 생각한 것이다.그런데 사유재산권 제도 도입에는 만만치 않은 문제가 따른다. 개인이 사유지를 갖는 이상 그 사유지 및 소출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 그들은 자신의 생산물을 지키는데 밤을 새워야 한다. 낮에는 자신의 밭에서 피땀 어린 노동일로, 밤에는 악한 이웃이 내 소출을 훔쳐 가지 못하도록 몽둥이를 들고 밭을 지켜야 한다. 원시인은 지쳐간다. 피로에 지쳐 그는 다음 날 밭에 일하러 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자본주의에 사유재산권 제도가 필수적이지만 그 작동에 이런 큰 비용이 든다면 차라리 그냥 원시 공산 사회로 돌아갈 유혹도 받을 것이다. 거기서는 부족 전체의 총생산 및 개인에게 돌아갈 몫은 빈약했으나 최소한 잠은 잘 수 있었다. 사유재산권 제도는 참으로 최대의 위기에 직면한다. 이 극적 시점에서 많은 원시인 부족은 사회주의로 되돌아갔다.사회주의로 머문 지 천년쯤 세월 후 인류의 재산권 제도 도입의 획기적 계기가 되는 위대한 진보의 발명품이 출현한다. 그것은 밤에 내 소유지에 접근하는 사람이 땅 소유주인지 약탈자인지를 멀리서도 정확히 판별하여 열렬한 환영이나 적대적 방어로 대응하는 고도의 능력을 갖춘 바이오닉 지능 장치, 곧 ‘개(Dog)’가 나타난 것이다. 이제 원시인은 낮에는 사유지에서 건강한 이기심으로 최선을 다해 일하고 밤에는 편히 잠으로 휴식하고는 그다음 날 확대 재생산에 노동을 투입할 수 있었다.영역 동물인 개는 일정 구획 토지에 재산권을 인정받아야 할 자와 그 침해자를 정확히 판별해 내는 바이오닉 도난 방지기이다. 개를 통해 사유재산권 제도의 거래 비용은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그것은 이제 사회주의를 밀어내고 새 제도로 자리 잡게 만든다. 그러자 인류는 거대한 진보를 이룰 수 있었다.이 스토리는 밀턴 프리드먼 아들로 저명한 자유주의자인 데이비드 프리드먼(David D. Friedman)도 인용하고 있다. 토지의 사유재산화 과정에 관한 이 설명이 과연 정확한지는 인류학 및 선사 시대를 지식을 더 검토해야 하겠지만 그 직관이 주는 몇 가지 함의만은 분명하다. 우선, 공유 상태의 재화를 재산권으로 설정하는 제도는 개인에게 권리를 부여하지만, 그 재산권 제도 도입 여부를 제도의 객관적?법적 국면만으로 평가함은 무용하고 그 제도 운용에 필요한 비용이 충분히 작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은 거래비용 경제학도 잘 뒷받침해 주고 있다.더 중요한 함의는 따로 있다. 개인의 재산권을 지켜주던 원시시대 ‘개’의 역할은 오늘날 정부에게 넘어갔다고 생각하기 쉽다. 개가 개인 재산의 수호자의 역할을 합법적 폭력을 가진 정부에게 넘겨줌에 따라 오늘날 개는 리본을 달고 귀여운 옷을 입고 변화된 시대 요구에 맞추어 주인의 바이오 장난감 역할로 급히 자신의 임무를 바꾸고 있다. 그런데 개로부터 그 역할을 넘겨받은 정부가 과연 얼마나 진정 ‘개’의 역할을 잘하고 있는가? 슬프게도, 오늘날 개인의 재산권 위협의 가장 핵심 주역은 이웃 원시인이 아니라 바로 재산권 지켜준다며 나타난 정부이다.우리가 일단 무정부(anarchism)를 기피하고 최소정부(minarchism)를 선택한 이상, 개인에게 꼭 필요한 기본 공공재를 제공하고 개인을 내적 및 외적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정부 역할은 인정해야 한다. 정부가 여기에 머문다면 제임스 뷰캐넌이 말한 ‘생산 국가’ 및 ‘보호 국가’에도 부합되는 바람직한 경우이다. 그러나 무제한적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rule of law)의 근본정신을 왜곡하여 ‘법대로 지배’(rue by law)로 오용해 온 현대 정부는 이 한계를 넘어 재분배 국가까지 나아가는데 불행히도 한국이 바로 그 생생한 예가 되고 있다.주인을 섬기며 그의 재산을 지키던 개의 자리에 이제는 오히려 주인의 재산을 위협하는 레비아땅이 들어와 있다. 개가 존재했기 때문에 사회주의를 버리고 어렵게 사유재산 제도를 어렵게 확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레비아땅 공룡은 ‘사회 정의’라는 격세유전의 전설을 불러내며 자원을 임의로 나누어주는 사회주의 체제로 점점 근접해 가는 중이다.인류는 가장 중요하고도 친밀한 동물인 개를 욕설에 자주 비유해 온 과거의 무책임을 후회해야 한다. 정부가 아무 통제장치 없는 괴수가 되어 개인의 재산을 침해하는 시대에 이르고 보니 인류 재산권 수호자의 상징과도 같은 개를 다시 부르고 싶어 한다. 무릇, 정부는 재산권을 보호하고 그 침해를 정확히 판별하여 자본주의 제도가 유지되게 한 개와 같은 본연의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개만큼만 하라, 그것이 최고의 정부이다.김행범 부산대학교 명예교수

2023-03-20 09:51 조진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