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기고

[브릿지 칼럼] 겉모습도 중요하고 속 내용도 중요하다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스탠퍼드대학교는 설명이 필요없는 세계 최고의 명문대학으로 손꼽힌다. US News World Report로부터 2022년 세계 공동 6위로 평가를 받았고, 졸업생들이 실리콘 밸리에서 활약하며, 구글, 시스코, 스냅챗, 인스타그램, 휴렛팩커드 등의 유명 IT기업을 설립해서 도전적인 스타트업 이미지가 강한 대학으로도 알려져 있다.캠퍼스도 워낙 넓어서(서울의 송파구 정도 된다고 한다) 대략 20개 정도의 교내 버스가 운영되고 있으며, 캠퍼스 중앙에 성당은 물론 아름다운 디자인을 자랑하는 골프장도 있다.타이거 우즈와 미쉘 위가 이 학교 출신이기도 하다. 노벨상 수상자만 2021년 4월 기준으로 85명이 나왔고, 20명의 노벨상 수상자는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의 후버 대통령 뿐만 아니라 많은 다른 국가의 대통령과 수상들도 동문으로 알려져 있다.어쩌다 보니 스탠퍼드 대학교 홍보를 하게 된 모양새이지만, 대학의 설립자인 릴런드 스탠퍼드에 대한 설립 일화가 오랜 기간 회자되어 왔기에 부연 설명이 좀 길어졌다. 최근까지도 SNS에 종종 전파되고 있는 널리 알려진 일화는 다음과 같다. 재력가였던 스탠퍼드 부부가 자신의 외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고, 그 아들이 입학을 앞두고 있던 하버드 대학교를 방문하여 거액의 기부금을 내고자 하였다. 그러나 방문 시에 스탠퍼드 노부부의 행색이 워낙 초라하여 푸대접과 냉대를 받고 기부를 하는 대신 캘리포니아로 돌아와 명문 스탠퍼드 대학교를 세웠다는 내용이다.이 일화는 워낙 사실처럼 전해지다 보니, 실제로 스탠퍼드대학교에 사실 여부를 묻는 문의가 아주 많았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탠퍼드 부부가 1884년 16세인 외아들 릴런드 스탠퍼드 주니어를 장티푸스로 잃고, “캘리포니아의 젊은이들을 모두 우리의 자녀 삼읍시다”라고 하며 오랜 기간 준비를 거쳐 스탠퍼드 대학교를 설립한 것은 맞다. 거기에 미국 사회에 잘 형성된 동문들의 엄청난 기부금과 더불어 대학이 졸업생들의 사업에 투자를 지원하여 해당 지분 수익을 내는 등의 방식으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세계 최고라는 지금의 위치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알려진 것처럼 하버드 대학교의 스탠퍼드 노부부에 대한 푸대접은 물론, 그 아들이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한 사실 역시 없었다고 한다.“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라는 말이 있다. 책의 표지만으로 그 내용을 판단하지 말라는 뜻으로,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을 경계하라는 의미로 해석되곤 한다. 표지도 아름답고 내용도 좋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그야말로 속 빈 강정 같은 경우도 매우 흔하기 때문이다. 회자되는 일화는 아마도 외양에 대한 섣부른 판단으로 중요한 속 내용을 놓치는 것을 경계하라는 의미로 널리 전해지는 것 같다. 매우 맞는 말이다.한편 유명한 디자이너 가브리엘 코코 샤넬의 말도 떠오른다. ‘상대를 외모로 평가하지 말라. 그러나 명심하라. 당신은 당신의 외모로 평가받을 것이다.’ 이 말 또한 매우 맞다. 황희정승의 말씀처럼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의 외모만 보지 말 것이되, 자신의 외모에는 관심을 가지고 살고, 상대의 내면에 관심을 갖되, 본인의 내면도 정성껏 관리하며 살면 좋겠다.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2023-03-19 14:12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지구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예술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사업지원파트 책임“청중에게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노래한다는 걸 기억해야 해요. 노래는 봉사입니다. 위로, 이해, 아름다움과 평화를 얻으려고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을 위해 위대한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게 성악가의 의무죠.”2019년 처음 내한해 ‘전쟁과 평화’에 대해 노래했던 메조소프라노 조이스 디도나토는 지난 16일 4년 만에 다시 찾은 내한 무대에서 ‘자연과의 공존’을 주제로 환경문제에 대한 예술적 고찰을 담아냈다.인간의 감정과 상상력이 극대화된 영역인 예술이 달라지고 있다. 예술은 더 이상 미적 충족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조이스 디도나토처럼 지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전세계가 주목하는 작곡가 정재일 역시 지난달 환경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앨범 ‘리슨’(Listen)을 발매했다. 앨범 제목 ‘리슨’에는 많은 고민의 이유와 흔적이 담겼다. “내 안에서 하는 말, 다른 사람들의 말 그리고 지구가 하는 말을 듣고 싶었다” 밝힌 그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와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것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담아냈다.예술을 구현하는 아티스트 뿐 아니다. 예술을 담는 그릇인 공연장들도 이러한 사회적 인식에 귀 기울이며 의미있는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호주 시드니의 상징인 오페라 하우스는 2013년 창립 40주년을 맞이하며 발표한 ‘10년의 리뉴얼’ 프로젝트를 시행하며 폐기물 재활용과 신재생 에너지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외에도 에너지 20% 절감, 폐기물 재활용률 85%, 두건 이상의 환경 관련 어린이 및 가족 참여 프로그램 제작 등 극장 운영 전반에 친환경 사례를 적용해 실천하고 있다.영국 국립극장 역시 2030년 탄소제로를 목표로 하는 ‘시어터 그린북’(Theatre Green Book) 지침을 마련했다. 재사용과 재활용을 핵심으로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프로덕션 운영에 대한 세부 지침을 마련해 시행하며 지속 가능한 극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필자가 몸담고 있는 롯데콘서트홀 역시 지난 3월 자체 기획공연부터 지구 환경을 위한 소소한 실천을 시작했다. 관객에게 판매하는 프로그램북은 티켓 판매비율과 여유분을 고려해 넉넉하게 제작하는 것이 인쇄단가 절감 측면에서 유리하다. 하지만 여유의 미덕이 늘어나는 만큼 폐기되는 종이의 양도 늘기 마련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실물 프로그램북 소장을 원하는 관객을 위한 인쇄물은 최소한으로 제작하고 해당 공연 예매 페이지에서 공연당일 PDF로 프로그램북을 내려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시행했다. 이제 공연장 로비에서 종이를 넘기는 대신 태블릿과 스마트폰을 보며 공연에 대해 숙지하는 관객들의 모습이 늘기 시작했다.예술가와 공연장이 지구를 바라보는 새로운 태도는 단순한 환경 보전을 넘어 인간과 공존하는 생태계를 대하는 평등한 시선에서 기인한다. 지구의 아픈 속삭임도 귀담아 듣기 시작한 예술이 속삭인다. 아름다움은 무대 위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에도 깃들어야 한다고.이미란 롯데문화재단 사업지원파트 책임

2023-03-16 14:03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사업지원파트 책임

[브릿지 칼럼]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경제

박종구 초당대 총장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경쟁국인 대만에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추월 당했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원화 가치 하락으로 2021년 대비 7.7% 줄었다. 대만은 하락폭이 6.8%에 그쳐 양국간 국민소득 역전이 발생한 것이다. 국민소득 역전은 한국 경제에 보내는 엄중한 경고음이다. 우리 경제는 몇 년째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낮은 생산성과 과도한 규제, 경직된 노동시장으로 경제의 기초 체력이 크게 약화되었다. 문재인 정부의 반(反)기업 분위기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장기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성장률이 OECD 평균을 하회했다. 올해는 1%대 중반에 머물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합계출산률 0.78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다. 가파른 고령화로 2025년 노인인구 비율이 20.6%에 달해 초고령사회 진입이 확실시된다. 생산인구 감소에 이어 총인구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인구절벽이 한국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제조업 제고율이 1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반도체 재고가 심각한 수준이다. 성장 엔진인 수출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최대 시장인 중국 수출 둔화로 지난해 대중 수출 비중이 25%선에서 22.8%로 감소했다. 전세보증금을 포함한 가계부채가 3000조원에 육박해 지난 5년간 30% 이상 급증했다. 전세보증금 포함시 가계부채 비율이 OECD 1위로 올라선다.저성장과 저고용의 질곡에서 벗어나려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무엇보다도 투자가 되살아나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과 글로벌 경기침체의 충격으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되었다. 한국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투자 증가율은 -0.8%를 기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부진했다. 기업들이 국내투자를 늘리기 보다 해외투자를 더 확대했다. 지난 20년간 해외투자는 11.6배 증가한 반면 국내 투자유치는 2.4배에 그쳤다.노동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귀국노조와 기울어진 노사 관계를 바로 잡지 않으면 ‘마의 3만 달러’를 벗어나기 어렵다.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이 지지부진한 것은 높은 고용비용과 과도한 규제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해외진출 기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300인 이상 기업의 97%가 리쇼어링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윤석열 대통령은 “규제개혁이 곧 국가성장”이라고 역설했다. 세계 최강의 덩어리 규제하에서 기업의 창의와 열정은 실종된다. 갈라파고스 규제가 무성하다. 규제공화국 소리가 사라지지 않는 한 성장잠재력의 복원은 요원한 과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카드 버클리대 교수는 고령화를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보았다. 대졸생 중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비율이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사실에 우려를 표했다. 한국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적극적으로 이민 문호를 개방해 생산인구의 감소를 막아야 한다. 여성인력의 경제활동을 촉진하고 결혼·임신 페널티를 최소화하는 젠더 정책이 시급하다. 과감한 혁신과 도전이 요구되는 시점이다.박종구 초당대 총장

2023-03-15 14:08 박종구 초당대 총장

[명의칼럼] 3년만에 '노마스크' 봄나들이, 황사·꽃가루 날릴땐 꼭 쓰세요

서원나 인천힘찬종합병원 호흡기내과 과장3년 만에 맞이하는 ‘노마스크’ 봄이다. 마음 같아서는 답답하고 불편했던 마스크를 시원하게 벗어던지고 싶지만, 막상 실외 마스크 착용이 해제된 지금도 여전히 마스크를 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코로나19 유행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긴 했지만 요즘 같은 봄철에는 미세먼지와 황사, 꽃가루가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마스크를 착용해 주는 것이 좋다.우리에게 친숙한 KF94 마스크의 경우 평균 0.4㎛(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입자를 94% 이상 차단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사 입자의 지름이 보통 1~10㎛, 초미세먼지가 2.5㎛ 이하인 것을 감안하면 마스크를 썼을 때 웬만한 유해 요인은 다 차단된다고 볼 수 있다.실제 그동안 실내·외 가릴 것 없이 마스크를 착용해온 덕분에 알레르기 비염이나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이 상당히 줄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700만명 규모였던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2021년에는 490만명 수준으로 감소했고, 천식은 2019년 135만명 규모에서 2021년 66만명 수준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처럼 꽃가루, 황사,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봄철에는 알레르기 비염과 천식 등의 호흡기 질환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 알레르기 비염은 특정 항원물질에 대해 과민반응을 나타내는데, 대표적인 항원이 바로 꽃가루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없다면 공기 중에 꽃가루가 잘 날아다니지 못해 덜하지만,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더욱 기승을 부려 알레르기 비염을 일으키기 쉽다. 코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발열이나 몸살은 없다. 다만 콧물, 재채기, 코 막힘, 눈·목·귀의 간지러운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 일상생활을 힘들게 만든다.봄철이 달갑지 않은 것은 천식 환자도 마찬가지다. 천식은 만성적인 염증 때문에 기도가 예민해지고 기관지가 반복적으로 좁아지는 질환이다. 집 먼지 진드기나 곰팡이, 동물의 털 등이 천식의 주원인이지만 봄철 야외에서는 대기 중의 꽃가루, 황사, 미세먼지 등이 기도를 자극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기관지 수축이 심하지 않다면 마른기침이나 가슴이 답답한 정도의 불편함이 느껴지지만, 심각한 천식 발작이 생기면 전혀 숨을 쉬지 못하고 의식을 잃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따라서 봄철 야외활동을 계획할 때는 미세먼지 농도나 꽃가루 농도 위험지수 등을 미리 참고하는 것이 좋다. 알레르기 비염이나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다면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해 대기 중 원인물질을 차단해야 한다.폐 기능이 약한 호흡기 질환자의 경우 개인에 따라 마스크를 썼을 때 산소부족으로 호흡곤란, 어지럼증 등이 나타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때는 바로 마스크를 벗어 휴식을 취하고 증상이 완화된 후 다시 쓰는 것이 좋다.서원나 인천힘찬종합병원 호흡기내과 과장

2023-03-14 07:00 서원나 인천힘찬종합병원 호흡기내과 과장

[시장경제칼럼] 한국 수출부진, 일시적 또는 구조적 하락의 징조?

2월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했다. 12개월 연속 적자라 그런지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무역수지의 적자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수출이든 수입이든 모든 거래들이 다 이익이 나서 하는 것이니 수입보다 수출이 많은 것이 문제일 수 없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만성적인 무역적자가 계속됐다. 공장설비들을 사들인 결과다. 덕분에 연평균 10%에 달하는 경제성장이 가능했다. 무역수지 적자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님을 보여주는 증거다.그래도 신경은 쓰인다. 그 동안의 꾸준한 흑자 기조를 벗어난 것은 분명하니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지를 살펴볼 필요는 있다.수입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수입 가격이 크게 오른 때문이다. 정부가 규제와 지원금을 주면서까지 국내 전기가격 연료 가격을 크게 올리지 않은 것도 문제다. 정부가 억지로 가격을 잡아 두니까 수입량이 크게 줄지 않았고 수입액은 급증으로 이어졌다.수출은 반도체 수출, 특히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이 크게 줄었다. 1월에는 전년에 비해서 무려 45%나 감소했다. 디램과 낸드 플래시의 가격이 30% 넘게 떨어진데다가 판매량도 줄었다.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품목이 이런 상태이다 보니 무역수지 적자이 큰 원인이 됐다.이 문제들은 해결될 수 있을까? 원유와 가스 가격은 길게 보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크게 두가지 이유 때문인데, 서방-러시아 관계가 그중 하나이다. 러시아는 세계 2위의 산유국인데 서방의 제재와 러시아의 보복으로 원유 가스의 공급이 원활치 않다. 앞으로 가까운 미래에 해결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전세계의 에너지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전 세계적 탈탄소 열풍도 큰 원인이다. 태양광, 풍력으로 전기를 만들어 석탄, 석유, 가스를 대체한다는 움직임이다. 이를 위해서 선진국들은 석유와 가스 생산에 대한 투자를 대폭축소해 왔다.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를 통한 전기생산은 그 공백을 제대로 메우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신흥국을 중심으로 에너지 수요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결국 인류는 계속 에너지 부족에 시달릴 것이고, 석유 가스 가격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반도체의 경우 일시적 수요 감소에서 곧 벗어난다 해도 중국에 대한 수출은 앞으로도 계속 줄어든다고 봐야 한다. 중국 스스로 자력갱생으로 방향을 정한데다 미국이 우방국들에게 첨단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이 자국 내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들이 가동을 시작하면 이 나라들에 대한 반도체 수출액도 감소할 것이다. 그곳에 투자한 기업의 주가가 오를지는 모르지만….한국경제가 1인당 소득 3만 달러를 돌파하고, 선진국 반열에 오른 데에는 중국이라는 엄청난 수출 시장과 반도체의 성공이 크게 기여했다. 안타깝게도 그 두가지가 다 사그러 들고 있다.사실 우리의 주력산업이 모두 그런 처지에 놓여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현재는 관성으로 매출을 유지하고 있지만 미래는 밝지 않다. 시가총액이 이런 상황을 반영해 준다. 2019년 11월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시총 상위 500대 글로벌 기업에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와 SK Hynix 두개가 포함됐다. 9년 전인 2010년말에는 여덟 개였다. 그 사이에 현대차, 현대모비스, 포스코, LG 화학, 현대중공업 등이 다 탈락했다. 한국경제의 주력엔진이었던 기업들의 미래가 어두움을 드러내는 지표인 셈이다.새로운 산업이 나와야 한다. 그 답은 낙후된 분야의 혁신이라고 본다. 농업, 동네 식당과 동네수퍼, 택시, 학교 이런 곳들 말이다. 농업을 혁신해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면서도 값도 싼 농산물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대다수 아이들이 책상에 엎드려 잠만 자는 학교를 뒤집어 엎어서 미국인도 유학 오고 싶어하는 곳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이런 곳으로 혁신적인 젊은이들이 들어가서 삼성전자처럼 바꿔놓는다면 한국은 현재 수준을 넘어서 세계 최고의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가장 큰 걸림돌은 기득권이다. 농민과 농업 화이트 칼러들, 동네 상인들, 택시회사업주와 기사들, 기존의 교사들, 시민단체 운동가들… 이런 세력이 골목상권 보호니 뭐니 하면서 자기 분야의 발전을 막고 있다.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한국의 미래는 어둡다.일본은 반면교사의 사례다. 이 나라가 잘 나갈 때 글로벌 수출기업 종사자는 전체의 10% 정도였다. 우리가 잘 알던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등이다. 이들이 잘한 덕분에 일본은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나머지 90%, 동네식당, 작은 상점, 학교, 동네의원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생산성은 매우 낮았다.수출기업들이 한국 기업과의 경쟁에 밀려 문을 닫거나 힘을 못쓰게 되자 일본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머지 전통산업들이라도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옛날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경제가 뒤쳐지지 않으면 이상하다. 우리나라는 이들과 달랐으면 좋겠다.김정호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2023-03-13 17:13 김정호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브릿지 칼럼] 드론 산불감시단 띄우자

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산과 들에 꽃도 피고 들에는 벌과 나비가 날아들면서 새로운 생명의 잉태를 예고한다. 이런 온화한 기온의 상승을 마냥 즐거워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바로 산불이다. 봄이 되면서 건조한 대기 조건 속에서 크고 작은 산불이 많이 발생하는 시기다. 우선 봄철에 한반도는 북반구 지역 태양의 고도각이 높아지면서 찬 대륙의 고기압은 약해지고 이동성 고기압이 한반도의 영향을 주는 시기인데. 대체로 화창하고 맑은 날씨가 지속되는 시기다.이런 이동성 고기압은 건조한 성질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비가 내리지 않는 가뭄과 함께 산과 들의 나무들이 바짝 마르기 시작하는 시기다. 맑고 건조한 기상 조건은 봄철 쌓은 눈을 통해 태양의 복사를 강하게 반사하며 지표가 가열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기후환경변화로 그 장벽이 사라지면서 유입되는 태양복사를 그대로 흡수해 지표가 빠르게 가열되는 열적 고기압을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산불 발생의 몇 가지 원인을 살펴보면, 봄철은 일부 지역에서 아직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 건조한 기후가 지속될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봄철은 가끔 강한 바람이 불기도 하며 이러한 바람이 산불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봄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습도와 높은 온도가 유지되는 기간이 길어져 산불이 발생하면 빠르게 퍼지기 쉽다.봄철은 식물이 자라는 계절이다. 이때 산불이 발생하면 다양한 식물이 소실되고 새로운 식물이 자라날 기회가 막힐 수 있다. 한번 발생한 산불로 생태계가 파괴돼 다시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오랜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드론은 산불 예방 및 대응에 매우 유용한 기술로 활용될 수 있다.드론이 산불 예방에서 갖는 역할에 대한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조기 경보 및 감시: 드론은 고도에서 산불을 감지하고 조기 경보를 제공할 수 있다. 드론을 사용하면 산악 지역의 전망대나 주변 지역에서 발생하는 산불을 빠르게 인지할 수 있으며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화재 대응 지원: 드론은 지상에서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지형에서도 산불 대응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드론은 인명 구조를 지원하고, 드론에 장착된 소화탄이나 소화볼 혹은 물을 뿌려 화재 진압을 돕는 등 산불 대응에 필요한 다양한 장비를 운반할 수 있다.화재 피해 평가: 산불이 진압된 후 드론을 사용하여 화재 피해를 평가할 수 있다. 드론을 사용하면 빠르고 정확한 평가를 수행할 수 있으며 화재 피해 현황 파악 및 복구 작업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산림 조사: 드론을 사용하여 산림을 조사하면 산불 예방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드론은 산림 면적, 식생, 산림 도로, 산불 위험 지역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적절한 산불 예방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지난 2019년 4월 4일에 발생한 강원도 고성과 속초 일대의 산불은 발생 3일만에 엄청난 강풍으로 530㏊의 산림이 파괴되고 주택 401채가 소실·1명 사망·부상 이재민 722명을 만들었다.물후회지(勿後悔之), 후회할 때는 늦은 때이다는 말처럼 ‘드론 산불감시단’을 운영해야 할 적절한 시기다.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

2023-03-13 14:09 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깔때기처럼 생각하기

김시래 동서대학교 객원교수, 부시기획 부사장데이터나 정보는 사실의 세계를 설명한다. 반면 데이터나 정보,지식 등을 엮어 조합한 스토리는 이미지의 세계를 창조한다.‘방’을 보자. 방은 사람이 생활하는 집 안의 공간이다. 하지만 감각과 감정의 텍스트와 맺어지면 무수히 많은 방이 탄생한다. 목자의 기도방은 경건한 방이다. 참선하는 스님의 방은 어떤가? 고요함이다. 기다리는 자의 방은 초조하다. 목으로 침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째깍거리며 돌아가는 초침소리가 들린다. 탐욕에 사로잡힌 자의 방은 번쩍거리는 금괴로 가득하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모은 것이 아니라서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탄식하는 자의 방은 아쉬움과 후회가 교차한다. 그가 다시 도약할지 그대로 주저앉을지 궁금해진다. 불면으로 잠못 이루는 자와 임종을 앞둔 자가 누워 있는 방은 지치고 힘든 방, 꺼져가는 방이다.방을 우리의 근대사와 연결시켜보라. 정의를 억누르는 비열한 폭력이 공공연하게 행사되는 취조실로 변한다. 하나의 이야기가 이중적 의미를 내포하기도 한다. 순진무구한 아이들이 잠든 방은 평화롭다. 하지만 그만큼 범죄 직전의 서스펜스도 숨어있다. 하나의 대상에 대해 수많은 생각들을 쏟아내는 것은 확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다. 하나를 던지면 열개를 꺼내야한다. 방안에 동그라미 모양의 물건을 찾는 작업은 확산적 사고를 자극한다. 이 때 사과나 병뚜껑만 나열하면 안된다.주목받는 관점의 출발은 남다름이다. 뻔한 답이 아니라 엉뚱한 대답,이상한 대답,미친 대답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비지니스맨의 창의성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다양한 생각에서 구체적인 해결방법으로 파고드는 접근법은 수렴적 사고(Conversion thinking)다. 현실성과 구체성을 부여해서 의미 있는 솔루션이 되도록 좁혀야 한다. 당신이 여행사의 직원이라면 동그라미 모양의 물건 중 여행과 관련된 물건을 찾아야 한다. 사과나 병뚜껑이 아니라 빵모자나 망원경 같은 것이다. 수렴적 사고에 능한 사람은 사건의 인과를 상상하고 연결해서 개연성 높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교실로 들어오자마자 펑펑 우는 여학생이 있다. 그녀는 들어오기전 학교 입구에서 어떤 남자와 만났다. 도대체 이 둘의 관계는 무엇이고 이둘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같은 상황에서 기상천외하면서도 일어날 법한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수렴적 사고다. 확산적 사고와 수렴적 사고는 별개가 아니다. 양에서 질을 추구하며 문제의 해결에 도달하는 깔때기형의 사고법이다.마지막에 반영할 것은 시대적 기호다. 식당만해도 그렇다. 미식에 매력적인 공간을 더해야 사람이 들끓는 관광 콘텐츠가 된다. 미군캠프와 아파트촌 사이로 영세점포로 빼곡했던 삼각지에 모던하고 심플한 와인바가 한집 건너로 들어서고 있다. 부산 영도나 송정의 바닷가에 늘어선 카페도 사람들의 취향이 스며든 결과다. 올드 앤 뉴(Old New)의 퓨전감성이 공간력의 주인공이다. 서울과 부산이 새로운 슬로건으로 도시브랜딩에 나서는 것도 트렌드를 읽고 트렌드의 선두에 서려는 노력이다. 메타버스니 뭐니 아무리 정교한 가상공간이라도 실제의 세상을 넘볼순 없다. 코로나가 물러간 이 봄, 오프라인의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김시래 동서대학교 객원교수, 부시기획 부사장

2023-03-12 14:22 김시래 동서대학교 객원교수, 부시기획 부사장

[명의칼럼] 코로나19 완화로 늘어난 비행기 여행 …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 고위험군 요주의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끝까지 봉쇄정책을 고집하던 중국마저 빗장을 풀면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막혔던 하늘길이 속속 재개되고 있다. 3차 접종을 마친 사람에게는 입국 및 출국 시 격리가 면제돼 여행 수요가 다시 늘고 있다. ‘엔저’ 현상으로 비용에 거품이 많이 낀 제주 대신 일본행을 택하는 사람도 늘었다고 한다. 장거리 비행기 여행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질환 중 하나가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Economy Class Syndrome)이다. 퍼스트클래스나 비즈니스클래스와 달리 비좁은 이코노미클래스 승객에게만 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 같은 명칭이 붙었다. 이코노미클래스의 좌석 폭은 42~44㎝에 불과하고, 앞뒤 간격은 76~86cm에 그친다. 저가항공사는 좌석 공간이 더욱 좁다. 수익성을 이유로 과거에 비해 좌석이 점점 좁아지는 추세다.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은 의학적으로 다리에 발생하는 ‘심부정맥혈전증’( Deep Vein Thrombosis, DVT)을 의미한다. 다리 깊숙한 곳의 굵은 정맥이 크고 작은 혈전으로 막혀 오랜 시간 앉아 있으면 다리가 붓고 아프며, 심한 경우 호흡곤란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극히 드물지만 다리정맥의 혈전이 심장을 통해 폐동맥을 막는 폐색전증이 돌발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은 비행기 좌석이 좁은 것을 탓할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개인의 양호하지 않은 건강 상태가 심부정맥혈전증 위험을 부른다. 초기 증상은 다리가 저리고 부기가 나타나는 데 그치지만 평소 심혈관 건강이 좋지 않거나 암 투병, 수술 직후, 비만, 경구피임약 복용, 임신 등으로 비행 중 혈관질환(혈전생성) 위험이 높아질 요인을 가진 사람은 증상이 더욱 악화되고 점차 숨이 가쁘거나 답답해지고 흉통이 생기면서 치명적 위험에 처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이 의심되면 비행기 여행 전 혈관초음파 검사를 통해 심폐 기능이나 혈관 건강에 이상이 없는지 깐깐하게 체크할 필요가 있다. 고위험군은 탑승 후에 가급적 창가 안쪽보다는 복도 쪽으로 좌석을 달라고 승무원에 요청하도록 한다. 아무래도 창가 구석에 앉으면 운동량이 부족해져 더욱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에 노출될 위험이 상승한다.고위험군은 다리가 붓기 시작하면 긴장해야 한다. 평소보다 심하게 그리고 갑작스럽게 다리가 부어오른다면 혈전이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으므로, 즉시 일어나 다리를 움직여주고 ‘쪼그렸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는 게 증상 악화를 막는 방법이다. 저용량 아스피린이 있다면 2알(200mg) 정도 먹는다. 아스피린은 혈전이 추가로 생기는 것을 막아준다. 미리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준비해놨다가 증후가 나타나면 즉각 착용한다. 비행시간이 2시간 늘어날 때마다 심부정맥혈전 위험은 18%씩 증가한다. 통상 6시간 이내의 비행은 안전한 편이지만 고위험군은 예외다.혈전은 전기생리학적으로 적혈구가 방전되는 연전현상(連錢現象, rouleaux formation)으로 인해 생성된다. 본래 적혈구는 원반 형태로 낱낱이 분리돼 있으면 모세혈관까지 도달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수행한다. 그러나 연전현상이 일어나면 엽전 꾸러미처럼 쌓여 적혈구의 기능이 크게 떨어진다. 체내에 축적된 염증과 과로 등이 연전현상을 야기한다고 알려져 있다. 연전은 출혈을 막기 위해 혈소판이 응집하는 현상과는 다른 개념이다.따라서 연전현상을 예방 또는 탈피하려면 전기자극을 통해 적혈구를 활성화시키면 된다.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에 전기자극 치료가 도움이 된다는 연구는 부족하지만 최신 ‘엘큐어리젠요법’은 혈류 등 전신에 음전하를 충전시키는 메커니즘을 가졌기 때문에 충분히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또 하나는 세포 전기에너지를 높여주는 전자기장 파스인 ‘mv75’ 패치를 비행 도중 혈전이 가장 잘 생기는 장딴지, 오금에 부착하는 방법이 있다. 이밖에 식단조절을 통해 알칼리성 체질을 만들고, 디톡스를 통해 몸의 독소를 배출해 과로를 물리치는 것도 한 방법이다.일반적으로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 예방을 위해서는 적어도 1시간에 한 번씩 자리에서 일어나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혈액순환이 원활하도록 움직여 주는 게 좋다. 충분한 수분 섭취를 통해 혈액이 응고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또 몸을 옥죄는 타이트한 옷은 가급적 삼간다.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2023-03-10 09:30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브릿지 칼럼] 부자가 되는 길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부자가 되는 비결, 부자가 되는 길, 부도(富道)는 무엇인가?부도 1단은 근(勤)이다. 부지런함이다. 노력이다.민담에 전해오는 이야기다. 한 부잣집의 노마님이 곳간의 열쇠를 맡길 며느리를 뽑기 위해 문제를 걸고 공모했다. 응모한 처녀는 동구 밖 초가삼간에서 하녀 한 명과 쌀 한 말만 가지고 석달 열흘 백일을 살도록 했다.어떤 처녀는 쌀 한 말을 조금씩 백 개의 봉지로 나누어 미음으로 연명했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굶주림에 하녀가 도망쳤다. 뒤이어 처녀도 달아나 버렸다. 또 어느 처녀는 한정된 양식을 듬썩듬썩 허비했다. 그 후 단식으로 버티다가 물러갔다. 한 처녀가 나타났다. 그녀는 초가삼간에 들어서자마자 이런 집에서는 하루도 못산다며 하녀를 독려하여 함께 마당에 훌쩍 자란 잡초를 뽑고 마루와 방을 쓸고 걸레질을 했다. 드디어 초가삼간은 사람이 살 만하게 깨끗한 집이 되었다. 집 안팍을 대청소하면서 처녀는 하녀에게 앞으로 일을 부지런히 하려면 밥을 많이 먹고 기운을 내야 한다면서 함께 배불리 음식을 먹었다.이제 또 며칠이나 버틸까하며 노마님은 그녀들을 관찰했다. 처녀는 며칠이 지난 후 하녀에게 자기가 바느질 솜씨가 있으니 주변 마을에서 일감을 얻어 오라했다. 백일이 지났다.쌀독에는 식량이 가득했다. 마루와 방은 먼지하나 없이 윤이 났다. 마당에는 장날에 사온 병아리들이 커서 살찐 닭이 되어 뛰놀았다. 이 처녀가 노마님의 며느리가 된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옛날 송도에서는 장터의 걸인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어쩌다가 외지에서 나타난 자가 구걸을 하려들면 송방차인들이 잡아다가 혼을 냈다. 그리고 장사꺼리로 굴비두름이나 푸성귀라도 내주었다. 그것을 그가 팔아오면 이문을 나누도록 했다.또한 송상들은 자식에게 무조건 대물림을 하지 않았다. 말단 차인배로로부터 여러 과정을 거치며 수완을 보여서 임방(任房), 말하자면 이사회의 좌장으로 올라온 상단의 책임자인 노련한 행수(行首)에게 경영을 맡겼다.둘째, 부도 2단. 그것은 검(儉)이다. 절약이다. 중국 청나라 오경재가 지은 풍자소설 ‘유림외사’에 나오는 이야기다. ‘감생’벼슬을 한 엄대육이 늙고 병들었다. 드디어 임종을 눈앞에 두게 됐다.그는 부유하면서도 인심이 넉넉했다. 평소 일가나 이웃을 돕거나 보살피는 데에 인색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임종 소식에 원근 각처에서 친척들은 물론 이웃들도 모두 달려왔다. 밤이라 등불을 켜고 걱정스레 지켜보는데 엄대육이 갑자기 손가락 두 개를 펴보였다.괴로운 기색으로 뭔가 말하려는 듯 했다. 그러나 이미 그는 숨쉬기조차 곤란했다. 옆에 있던 가족들은 도무지 손가락들을 왜 펴 보이는지 알 수가 없었다. 둘째 아들을 부르시나? 둘째 아들은 바로 앞에 있는데…. 그럼 뭐지?…. 환자도 괴로워하고 가족들도 답답했다. 이 때 곁에 있던 첩이 갑자기 두 등불 가운데 하나를 껐다. “바느질도 안 하면서 등불을 둘이나 켜고 있는 것이 낭비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그러자 엄대육은 살짝 웃더니 편안한 모양으로 세상을 떠났다.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2023-03-09 14:09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명의칼럼] 고혈압이 위험한 이유… 혈관벽과 심근에 악영향

이승화 윌스기념병원 심·뇌·혈관센터 원장건강한 신체를 유지하려면 규칙적인 운동, 금연, 절주가 필요하다. 여기에 음식 짜게 먹지 않고, 과식하지 않으며,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 훨씬 건강해진다. 이러한 건강의 필요 조건은 고혈압 예방 조건과 일맥상통한다. 혈압은 심장이 온몸에 혈액을 보내기 위해 혈관 벽에 가하는 힘을 말한다. 혈압은 심장이 수축하면서 혈액을 내보낼 때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인 수축기 혈압, 심장이 이완하면서 혈액을 받아들일 때 혈관이 받는 압력인 확장기 혈압으로 나뉜다. 정상 혈압은 수축기 120mmHg, 이완기 80mmHg 미만이다. 고혈압은 수축기 140mmHg이상이거나 이완기 90mmHg이상인 경우를 말한다.고혈압은 원인에 따라 크게 둘로 나뉜다. 가족력, 흡연, 나이, 비만, 식습관 등 여러 요인이 복합되어 생기는 본태성 고혈압과 한 가지 특정 원인(기저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2차성 고혈압이 있다. 이 중 본태성 고혈압 환자가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과거에 성인병이라고 불렸던 고혈압은 생활습관병으로 분류되고 있다.고혈압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왜 고혈압이 위험하고, 관리해야 하는 걸까? 초기에는 증상이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장기에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혈압이 높을수록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로 인해 혈관벽이 두꺼워지기도 하지만, 혈관벽이 손상되어 얇아지고 늘어나며, 때로는 터지기도 한다. 뇌혈관에 높은 압력이 오래 노출되면 탄력이 떨어져 터지기 쉽다. 뇌혈관이 터지는 것이 뇌출혈로, 고혈압이 주요 원인이다.또 혈압이 높으면 전신으로 피를 보내기 위해 더 많은 수축력이 필요해지며 이로 인해 심장근육에 과부하가 걸린다. 심장근육이 두껍고 뻣뻣해지면서 영양분과 산소를 많이 요구하게 된다. 더욱이 고혈압에 의한 동맥경화 등으로 관상동맥이 협착되면 심장근육에 산소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허혈성 심장질환이 생길 수 있다. 이처럼 심장근육에 과부하가 걸리는 기간이 길어지면 결국에는 심장의 수축력이 감소하여 심부전으로 진행된다.고혈압이 진단되더라도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혈압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심뇌혈관질환 발생 및 사망위험이 증가하는 것을 비롯해 만성콩팥병, 시력저하, 말초혈관질환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고혈압이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고혈압은 주로 약물치료를 한다. 한 가지 약만 사용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두 가지 이상의 약물로 서로 보완하는 병용치료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만일 약물치료로 혈압이 조절됐다면 약을 중지해도 될까? 고혈압 환자 3명 중 1명은 주치의와 상의 하에 혈압약을 중지하기도 한다. 단 꾸준한 운동과 식이요법을 실천해 혈압이 적절하게 조절되고 있다는 전제가 붙는다.고혈압은 예방이 불가능한 질병은 아니다. 체중 조절, 염분 섭취 제한, 규칙적인 운동, 알코올 섭취 제한 등 생활습관을 교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운동과 식이조절을 통한 체중감량은 혈압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매년 건강검진을 통해 신체 상태를 파악하고, 지속적인 혈압 측정 후 이상이 보이면 의사와 상담한다면 더욱 바람직하다.이승화 윌스기념병원 심·뇌·혈관센터 원장

2023-03-09 13:31 이승화 윌스기념병원 심·뇌·혈관센터 원장

[브릿지 칼럼] 부모 말 안 듣는 시대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부모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했다. 일컫는 대로만 하면 잘못은커녕 이익이 주어진다는 뜻이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봤음직한 코멘트다. 그렇다면 이 세대전승적 옛말은 여전히 유효할까? 심각하게 고민해볼 시점이다. 아닐 확률이 높아져서다. 부모훈수만 들어선 득 될 게 없다는 정반대의 증언·증거도 많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나 통했던 가설일뿐 더는 무의미하다는 반론이 적잖다. 최소한 예전엔 맞아도 지금은 아니라는 상황판단이 더 적절한 듯하다.자녀 잘 되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는 없다. 실수·실패는 줄이고 가급적 탄탄대로만 걸어가기를 원하는 건 부모라면 늘 공감하는 인지상정이다. 해서 더 많이 더 자주 훈계일 수밖에 없는 잔소리가 일상적이다. 물론 부모도 잘 안다. 부모훈수를 듣는다고 원하는 대로 되지도 않거니와 된다 한들 가성비가 낮거나 효용이 적다는 걸 체감한다. 그렇다고 내버려둘 수 없으니 답답하고 먹먹하다. 쉽사리 깨기 힘든 딜레마다. 모두 시대가 급변한 탓이다. 인플레시대를 살아온 부모의 고정관념과 저성장 속 한정자원의 무한쟁탈에 내몰린 자녀의 생존방식이 같을 리는 없기 때문이다.시대변화는 신질서를 잉태한다. 구체제를 대체할 뉴노멀은 거대한 시대질서뿐 아니라 소소한 인생모델조차 재구축을 압박한다. 엘리트형의 ‘교육→취업→승진→출세’에 올라탄다고 성공·행복이 비례하진 않는 시대다. 부모 말 잘 들으며 만들어낸 내로라는 성적표가 상응하는 충분한 보상성과로 연결되던 시대는 끝났다. 바늘구멍의 입사허들을 뚫었어도 금방 사표를 던지는 일조차 숱하게 많다. 짧게나마 겪어보니 들어왔던 부모훈수가 통하지 않는다는 현실경험을 확인한 결과다. 이로써 공부만 잘하면 입신양명과 부귀영화가 보장되던 루틴은 부모세대에서 종언을 맞이한 셈이다.70년대 산업화와 80년대 민주화는 부모세대의 시대화두였다. 먹고사는 문제를 경제로 풀어냈고, 인간다운 삶을 정치로 향상시켰다. 이를 통해 사회발전과 개인성장을 성공과 행복의 셈법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향상심의 발로로 현재고통이 미래보상으로 치환되는 작동체계가 먹혀들었다. 자녀세대는 사뭇 다르다. 이렇다 할 뚜렷한 시대의제가 없다. 이미 선진국에 올라섰고, 성장여력도 멈췄으며, 차기행보도 마뜩찮다. 살벌해진 초유의 인구변화가 그 산물이다. 현재의 추격을 통해 미래의 역전을 도모하던 신화가 사라진 이상 자녀세대의 방황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와중에 다양화는 그나마 자녀세대를 규정하는 신지향가치다. 다양한 인생가치를 좇아 수많은 인생모델을 택하려는 동기다. 판에 박힌 양적획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컬러로 채색되는 질적심화에 주목한다. 자기다움을 반영한 인생경로를 찾는 차원이다. 부모처럼 살 수도 없거니와 살기도 힘들기에 스스로 잘 살아내는 모델을 발굴·실험하는 형태다. 요컨대 달라진 행복모델이다. 정답 없는 인생을 강요받는 삶에 맞선 일종의 저항적 수용이다. 부모지도로 양적성공의 삶을 살아본들 인생 별 것 없다는 득도(得道)론도 한몫한다. 그렇다면 구시대적 부모훈수는 먹혀들기 어렵다. 필요한 건 시행착오가 동반될 자녀의 선택카드를 응원·지지하는 달라진 부모역할이다. 또 자녀가 살아갈 사회는 창조와 혁신의 시대다. 고정관념을 버릴수록 자녀미래가 밝아진다는 의미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2023-03-08 14:11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명의칼럼] 만성 호흡기질환 앓는다면, 면역력 올려 악순환 끊어야

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원장요즘 진료실에서 가장 흔히 보이는 환자는 호흡기 질환 환자들이다. 그 중에서도 코로나19, 독감처럼 우리 몸에 큰 손상을 주는 호흡기 질환을 앓은 사람들이 많다. 평소 체력과 면역력이 강한 사람이라면 1주일 정도 앓은 뒤 회복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3~4주 이상 기침·가래 등의 호흡기 증상이 지속되며 장기간 체력 소모를 겪게 된다.한의학에 ‘정기존내 사불가간(正氣存內 邪不可干)’이라는 말이 있다. 평소 면역력이 강한 사람이라면 감염원에 노출되어도 잘 감염되지 않을 뿐 아니라 감염되어도 쉽게 낫는다는 말이다. 반대로 ‘사기소주 기기필허(邪氣所湊 基氣必虛)’라는 말은 면역력이 강한 사람이라도 더 강력한 감염원에 노출되면 반드시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주목할 점은 이렇게 낫지 않고 길게 가는 질병의 과정에 재감염이 많다는 것이다. 몸이 약해진 상태에서 감기나 장염 같은 다른 질환에 노출되면 체력과 면역이 더 떨어지고 회복하기 힘든 상태에 이르게 된다.현실적으로 아이들은 코로나19와 독감 등을 앓고 난 뒤 몸이 충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단체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어른들 역시 기침·가래가 다 낫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직장에 출근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면역력과 회복탄력성. (자료=함소아한의원)이렇게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남아있는 기침·가래 등의 증상을 잡기 위해 항생제 등의 강한 약을 계속 쓰면 몸은 더 약해지고, 약해진 몸은 또 다른 감염을 이겨내기 어려워진다. 이렇게 되면 무슨 약을 먹어도 낫지 않는 증상이 몇 달씩 지속될 수밖에 없다.만성 증상이 있을 때는 ‘증상’만을 바라보면 치료에 실패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경우 치료의 초점을 ‘증상’이 아닌 ‘사람’에 둬야한다. 결국 증상을 이겨내는 건 사람이기 때문이다.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제는 감염병 치료에 반드시 필요한 좋은 약이다. 그러나 이런 약으로 병을 공격하다 보면 내 몸은 더 약해지기 쉽다. 치료에 공격과 수비가 동시에 필요한 순간이 오는 것이다.이럴 때는 소위 ‘보약’으로 분류되는 한약 처방이 ‘수비수’로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식욕이나 소화력이 떨어져 있는 경우에는 육군자탕 계열의 처방이,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져 있을 때는 보중익기탕 계열의 처방이 잘 듣는다. 구토·설사를 동반한 감기와 소화기 증상 해결에는 곽향정기산 계열의 처방도 있다. 이렇게 개인별 차이에 따른 보약을 활용해 각자의 회복탄력성을 높여주는 치료가 필요하다.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원장

2023-03-07 07:00 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원장

[브릿지 칼럼] K클래식과 후원기업

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음악 콩쿠르에서 입상한 연주자들의 공연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 젊은 음악가들의 수상 소식과 꽉 차있는 그들의 공연 관람석은 여전히 반갑다. 굳이 그 유명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K클래식의 성공 뒤에는 오랜 시간 예술후원을 이어온 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다. 기업 후원을 원하면서도 후원사명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예술단체나 지원기업에 무관심한 예술가들을 현장에서 종종 보게 되는데 안타까울 뿐이다. 물론 기업과 예술 간의 언어와 목표점이 다르다. 하지만 서로간의 이해와 공부는 불가피하다.기업은 사회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기업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자 예술을 지원한다. 더불어 예술가들에게 활동의 기회를 넓혀 주며 예술적인 성장을 돕기 위해 문화예술을 후원한다. KTG는 장학재단을 통해 한국영재교육원에 재학 중이던 열세살 임윤찬에게 3년간 장학금을 지급했다. 당시 이 장학금은 임윤찬에게 단순한 돈의 의미가 아니라 고된 연습과정에서 자신감을 북돋우는 자극제로 작용했다. 지난해 반 클라이번 음악 콩쿠르 우승 직후에도 KTG 장학재단은 임윤찬에게 축하의 의미로 별도의 후원금을 추가 지원해 진정성 있는 후원의 본보기를 보여주었다.이와 함께 현대차 정몽구 재단도 콩쿠르 수상 전부터 임윤찬의 가능성을 간파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8월 ‘현대차 계촌마을 한밤의 별빛 콘서트’ 무대에 임윤찬이 오른다는 소식에 평창 해발 700m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 들썩였고 역대 최다 관람객인 1만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예술로 인해 쇠락해가던 마을이 변화하고 번성하는 사례는 계촌 말고도 적지 않다.현대차 계촌마을 프로젝트는 2015년부터 진행되고 있는데 지역과 예술을 연계해 지역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예술의 가치를 향유할 수 있도록 기획된 마을 프로젝트다. 기업후원이 계속된다면 계촌 프로젝트가 스위스 알프스산 발레지역 해발 1600m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서 열리는 ‘베르비에 음악 페스티벌’처럼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 하는 것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베르비에 페스티벌은 세계적인 유명 음악인들과 유망한 음악도들이 모여 다양한 공연과 프로그램을 통해 세대간의 교류를 도모하는데 음악 애호 관광객들에겐 한여름밤의 꿈 같은 시간을 선사하고 있다. 계촌 프로젝트를 위해 현대차 직원들은 수차례 베르비에는 물론 예술 페스티벌을 하는 어디라도 날아가 연구하고 또 연구했단다.이밖에 KTG장학재단의 문화예술 장학지원 사업은 어린 발레리나의 세계무대 진출도 가능케 했다. 이 재단은 지난해 여름 모나코 왕립발레학교 수석교사를 초청해 미래의 발레리나들에게 마스터 클래스와 오디션을 진행했다. 그들은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 재학 중이던 전지율 양의 재능을 한 눈에 알아보았고 전양은 KTG의 후원을 받아 모나코 왕립발레학교에 진학해 제2의 안나 파블로바, 강수진이 될 꿈을 꾸며 공부하고 있다.그동안 기업의 예술후원 활동인 메세나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함을 강조하는 자선과 기부, 사회적 책임이 강조돼 왔다. 그러나 이제는 문화마케팅, 문화공헌, 조직문화, ESG, 지속가능 경영 안에도 메세나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예술계도 후원기업을 위해 어떤 접점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를 적극 고민할 때다.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

2023-03-06 14:10 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홍보팀장·경영학 박사

[시장경제칼럼] 변협과 로톡, 법정 대신 시장에서 경쟁해야

곽은경 자유기업원 기업문화실장공정거래위원회가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 이용을 제한한 변호사단체에 과징금 20억 원을 부과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회원들의 ‘로톡’ 서비스 가입을 금지하고, 가입한 변호사들을 징계해왔는데, 이를 두고 공정위가 시장의 경쟁을 제한한다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헌법재판소도 2022년 ‘로톡’과 변호사단체의 갈등과 관련해 로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변협이 ‘로톡’ 이용을 금지시키기 위해 플랫폼에 스스로를 광고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했고,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에 대해 위헌 판정을 내렸다. 해당 규정이 소비자들의 선택권 보장과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이라는 헌법상 가치를 부정하는 행위였기 때문이다.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2012년, 리걸테크를 이용해 법률서비스의 문턱을 낮추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창업했다. 의뢰인들은 법률상담을 위해 변호사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되고, 후기를 보고 변호사들을 결정할 수 있고, 15분 전화상담, 20분 영상상담 같이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어플리케이션만 열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변호사들이 줄을 서 있는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 편익을 획기적으로 높인 것이다.변호사단체는 ‘로톡과의 전쟁’까지 선포하며, 강경대응을 지속하고 있다. 변호사들이 스스로를 홍보하고, 의뢰인을 매칭할 수 있게 하는 법률플랫폼 서비스가 수임경쟁을 부추겨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혁신적 서비스가 등장한 이후, 기존 기득권 단체와 갈등을 빚은 사례는 적지 않다. 택시업계의 반발로 만들어진 ‘타다금지법’으로, 소비자들이 선호하던 택시서비스가 사라졌고, 비대면진료 서비스인 ‘닥터나우’가 의사협회나 약사협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도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압력으로 ‘직방금지법(‘공인중개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만들어질 위기에 처했으며, 세무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삼쩜삼’ 역시 한국세무사회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로톡과 변호사단체의 갈등은 그들이 법률서비스 제공자라는 측면에서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변호사단체들이 2015년 ‘로톡’의 영업행위에 대해 고발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불법 vs 합법, 위헌 vs 합헌, 공정 vs 불공정 행위 등의 여부를 놓고 지루한 법정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변호사들이 소비자를 위해 경쟁하는 모습이 아닌,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전문 지식을 남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안타까움이 크다.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이어진다. 더 낮은 비용으로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등장한 ‘로톡’은 변협과의 소송에서 계속해서 승소하고 있지만, 지난한 법정 다툼으로 경영난에 직면했고, 사옥 매각과 직원 절반 감축을 앞두고 있다. 한해 2300만 이상의 이용자들이 당장 불편함을 겪을 수밖에 없다.해외에서는 법률서비스에 기술을 접목하는 ‘리걸테크’가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가 국내시장만 보고, 법률플랫폼 서비스의 허용여부를 다투는 사이 선진국에서는 검색어 하나만으로 판례를 찾아주는 서비스뿐 아니라 AI를 통한 법률자문까지 허용하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이미 아보(Avvo), 리걸줌(Legal Zoom), 로켓로이어(Rocket Lawyer) 등 리걸테크 스타트업이 다수 등장했다. 우리와 법률체계가 비슷한 일본도 2005년 ’벤고시닷컴’를 허용했고, 그 결과 전체 변호사의 절반이상을 회원을 보유하고,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등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이에 반해 우리 법률시장은 걸음마 단계로 아직 갈 길이 멀다. 한시 빨리 풀 수 있는 규제는 모두 풀고, 기술과 자본을 투입해 법률서비스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변호사단체들과 로톡이 법정이 아닌, 시장에서 경쟁하길 바래본다.곽은경 자유기업원 기업문화실장

2023-03-06 08:56 곽은경 자유기업원 기업문화실장

[브릿지 칼럼] 나도 잘 모르겠다, 내 마음인데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아이를 원하는데 임신이 안돼 힘들어하는 부부가 있었다. 가만 들여다보니 이들에겐 아이가 있었다. 아내였다. 아내는 아이를 원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남편의 관심과 돌봄을 모두 차지하길 원했고 남편과 둘이 마음대로 먹고 돌아다니며 즐기는 현재의 생활을 놓치고 싶지 않아 했다. 힘든 일이 생기면 바로 칭얼대거나 울며 의존했고 아이를 낳은 이후의 생활변화에 대한 기대나 계획이 없었다. 한마디로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 그녀 자신이 아이로 남아있길 원했다. 그런 자기마음을 알지도 못했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반면 기업의 중견관리자이던 한 기혼여성은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 남편은 대놓고 임신을 반대하진 않았으나 없어도 좋다는 완곡한 입장이었고 시댁도 별 말이 없자 수년째 직장 일에만 집중하며 지내고 있었다. 책임감 있지만 순응적인 성향의 그녀는 남편에게 아이를 원한다고 주장하기 어려워했고 어느새 자신도 딱히 원하는 건 아니라고 여기며 살고 있었다. 얘기를 나누며 그녀는 자신이 실은 아이를 원하고 있고 가족 어느 누구도 이를 반대한 적이 없음을 알아차렸다. 건조한 일상에 웃음기 없던 그녀는 몇 달 뒤 활짝 웃으며 임신소식을 전해왔다. 자기마음을 알게 된 것만으로 삶이 바뀌었다.상담을 하다보면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일련의 일들을 종종 경험한다. 생명이 자기자리를 찾아오는 일만 그럴까. 절대 풀리지 않을 것 같던 일이 스르륵 주변 환경이 바뀌며 저절로 해결되기도 하고 꼬여버리기도 한다. 회사 내에서 만년 과장이던 사람이 상사가 절대 자신을 승진시켜주지 않을 것이라 믿으며 자포자기 상태로 지내다가 자신의 가치와 역량을 확인하고 자신의 태도를 바꾸면서 곧바로 승진하거나 속으로는 미워하고 경멸하면서도 자기에게 온갖 속 얘기를 털어놓는 상사의 말을 끊임없이 들어주고 맞춰주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해직당하는 등 알 수 없는 일들은 수없이 많다.어느 누구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우연이라고 단정내릴 수도 없는 일들이다. 분명한 건 우리를 둘러싼 많은 일들 중에는 우리의 마음이 엉뚱한 곳에 가있기에 야기되는 일들도 꽤 많다는 점이다. 자신이 여성혐오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소개한 어느 사업가는 알고 보니 오래도록 어머니를 매우 미워하며 모친과 유사한 느낌을 주는 나이든 여성을 동일하게 싫어하게 됐다. 그의 욕구는 여성비하가 아닌 수용적인 어머니의 따스함이었다.자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보고 있고 규정하며 지내는지, 또 실제로 무엇을 욕구하는지는 선형적인 인과관계로만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직접적으로 물리적인 결과를 야기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돌고 돌아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 삶에 접촉한다. 시공을 초월한 직관이나 영의 영역, 무의식의 맥락에서 움직이곤 하는 마음의 세계가 끊임없는 탐구의 대상이 되는 이유다. 자기마음은 하나도 없고 다른 사람 마음으로 가득 채워 사는 사람이 있다. 자기마음을 탐구하지 않는 사람이다. 내 마음을 잘 알면 관계도 한결 수월해지고 내 태도나 행동도 훨씬 안정감 있으며 편안해진다. 그러려면 내 마음을 바로 아는 것, 마음공부가 필요하다. 심리상담은 그런 의미에서 유익한 접근방법 중 하나다.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2023-03-05 15:16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브릿지 칼럼] '지진 무방비' 노후건축물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지난 2월 8일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진도 7.8의 대지진으로 인적, 물적 피해가 심해 안타깝지만 우리나라도 근래 몇차례 지진을 경험한 만큼 안전지대가 아니다.소방방재청 방재연구소에서 실시한 시뮬레이션 분석에 따르면 한반도 지진 역사와 지질학적 특성을 고려해 산출한 최대 예상 규모인 진도 6.5의 지진이 서울 중구에서 발생할 경우 전국적으로 7726명의 사망자와 10만7524명의 부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또한 국민안전처에서 발표한 지진피해 예측모델에 따르면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에 규모 7.0의 지진이 발생 시 서울은 427조원, 부산은 160조원의 피해가 예상되는 등 천문학적 피해가 예측되고 있다.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진도 6.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다면 인적, 물적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대형지진에 대한 대비책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대형 지진 발생 시 도심 노후건축물 붕괴에 따른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재개발과 재건축사업 활성화를 통해 재난을 대비하여야 할 것이다.먼저, 조적조 노후불량건축물에 대한 양성화와 재건축을 서둘러야 한다.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때 노후건축물 붕괴와 화재에 따른 인명피해가 심각하였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까지 서울 등 대도시로의 급속한 인구유입으로 공사비가 저렴하고, 빠르게 지을 수 있는 조적조 건축물이 대량 건설되었다. 조적조는 벽돌이나 콘크리트 벽돌을 쌓는 방식의 건축형식으로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았다. 조적조 건축물이 국내 전체 건축물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지진 발생 시 큰 피해가 예상된다. 따라서 노후불량 건축물을 양성화 시키고, 건축된 지 40년 지난 조적조 노후건축물, 다가구, 다세대, 연립주택 등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어 재건축을 유도하여야 한다.다음으로 도시정비법에 따른 재개발과 재건축사업 활성화를 통해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 그 동안 재개발과 재건축사업이 투기의 원흉으로 지목되어 많은 규제를 받아왔다. 재개발과 재건축사업을 투기의 관점에만 볼 것이 아니라 재난에 선제적으로 대비 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 동안 재개발과 재건축사업이 부족한 도심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부족한 주택을 공급하는 등 긍정적인 면도 많았다. 뿐만 아니라 재개발과 재건축사업을 통해 최첨단 신축건물이 건축됨으로써 대형 지진에 대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따라서 도시정비법에 따른 재개발과 재건축사업을 재난 대비 관점에서 활성화를 모색해야 한다.그리고 선진국에 비해 낮은 내진설계기준도 강화해야 한다. 2019년 3월부터 내진설계기준이 일부 강화되어 건축에서는 2층 이상 건물에 내진설계를 하도록 건축법 시행령이 공표되었으며, 지하구조물 포함하여 내진설계가 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미흡하다.점점 강력해지고, 빈번하게 발생하는 한반도의 지진에 대비하여 불량, 노후건축물에 대한 양성화와 재건축을 진행해야 한다. 또한 도시정비법에 의한 재개발과 재건축사업을 투기의 관점이 아닌 활성화를 통한 재난에 대비한다는 관점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내진설계기준도 강화하여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대형재난에 대비하여야 한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2023-03-02 14:01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거래를 막는 규제를 신속히 풀어라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사람들은 거래행위를 통해 경제생활을 한다. 교환에 관한 연구를 하는 경제학을 그래서 ‘교환학’이라고 부를 수 있다. 거래를 억제하기 보다는 활성화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다. 모든 이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래에 나서기 때문이다. 거래를 통해 부실해진 부분이 다시 회복되고 꺼져가던 경쟁력도 살아난다.경제의 기본활동인 거래가 막혀있거나 방해를 받는 것은 경제의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 모두에게 해롭다. 정부의 각종 규제가 경제를 위축시키는 이유이다. 거래를 원천적으로 막아놓은 분야는 매우 많다. 거래를 해본 적이 없다보니 사람들이 느끼지 못할 뿐이다. 거래를 차단하는 규제를 신설할 경우 거래를 못하는 사람들의 불만이 크기 때문에 사회 이슈가 되곤 하지만, 정치적 영향력이 작으면 무시되곤 한다.거래할 자유가 차단되면 그 부작용은 크다. 투자와 생산활동이 위축되고 소비량은 감소한다. 산업 자체가 봉쇄되어 있는 것과 새로운 산업이 가능해지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일자리와 소득이 확 달라진다.경제 위기 때 거래가 차단되어 있으면 부작용은 더욱 커진다. 특히 우리 경제구조는 노동 경직성이 높기 때문에 거래 침체로 인한 피해가 크게 발생한다. 노동력을 생산에 따라 조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거래마저 막혀버리면 기업의 경쟁력은 급격히 무너지게 된다. 우리 경제의 취약한 구조는 바로 노동경직성과 거래규제 때문이다.정치인들은 거래를 막아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경향이 있다. 공익을 내세우지만, 결국 그런 규제로 인해 공익이 줄어든다. 경제는 위축되고 일자리는 사라진다. 결국 국민의 복지 증진은 차단된다.금융은 거래가 차단되어 있는 대표적인 분야이다. 경제 규모에 비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낙후된 분야이다. 그 이유는 금융관련 규제와 당국의 임의적인 규제로 거래가 불가능하고 차단되어 있는 비즈니스가 많기 때문이다.심지어 창구에서 이루어지는 대출조차도 금융당국이 통제하고 은행은 주민센터처럼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정도이다. 신용이 작동해야 하는 금융시장에서 정부의 지시가 이를 대신하고 있으니, 비즈니스의 생명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부동산은 정치적 목적에 따라 정부 맘대로 거래를 임의로 차단하는 분야이다. 거래량이 극심하게 줄기도 하고, 거래가 가능한지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불확실성이 높다. 다주택자 규제, 투기대책 등 무수한 규제가 중첩되어 거래의 경직성이 높다. 공급의 수도꼭지를 잠갔다 풀었다 무한 반복하며, 후진국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비즈니스도 부실해지면 제3자 인수해 다시 살리거나 청산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법인체도 거래의 대상이다. 이를 거래하는 시장이 차단되어 있으면, 시장의 불확실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우리 경제가 장기 침체의 흐름에 빠져들고 있다. 선제적으로 거래를 막아 놓은 규제를 풀어야 한다. 이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다.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2023-03-01 15:09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명의칼럼] 면역 높여줄 환절기 운동, 충분한 스트레칭은 필수

홍세정 강북힘찬병원 정형외과 원장(정형외과 전문의)날씨가 풀리면서 야외 운동을 하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환절기에는 운동 부족과 영양 손실 상태에서 체온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면역력 약화로 인해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쉽다. 유독 감기 환자가 느는 것도 그런 이유다.지금 시기의 적당한 운동은 몸의 면역력을 증강해 다가올 봄 동안 질병과 피로감을 퇴치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환절기 야외 운동 시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옷차림이다. 일교차가 심한 날에는 운동 중 땀이 많이 흐르지 않도록 복장을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 두꺼운 옷보다는 얇은 옷을 여러개 준비하고 모자나 장갑 등을 이용해 운동 후 체온이 떨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처음 운동을 시작하거나 겨우내 운동을 접었던 경우라면 운동 강도나 종목 선택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겨울철 운동량이 부족해 강직되거나 이완된 근육이 급작스러운 고강도 운동으로 인해 파열될 수 있기 때문이다.관절과 근육에 무리가 덜 가는 운동을 하되 스트레칭으로 미세충격에 의한 손상을 최소화해야 한다. 하루 운동시간은 25~45분으로 워밍업 5분, 본격 운동 20분, 마무리 스트레칭 5분 정도로 시행하면 좋다.운동 전후로는 충분한 스트레칭이 필수다. 몸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운동을 하면 근육과 인대를 다치기 쉽다. 운동 후에도 10분 이상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몸 상태에 변화가 없는지 체크해야 한다. 운동 중 체내 수분 관리도 중요하다. 온도와 습도가 불규칙해지면 우리 몸은 체온 조절을 위해 에너지 소비가 높아지는데, 이때 수분도 빠르게 소모된다.적절한 양의 물을 마시고 장거리 달리기나 등산, 축구 등 지구력이 필요한 운동을 할 때는 물과 함께 이온음료를 섭취해 수분과 전해질을 충분히 보충해 주는 것이 좋다.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환절기 야외에서 하는 운동을 주의해야 한다. 성인병 환자의 경우 급격한 일교차가 혈관의 수축과 이완 조절에 혼란을 주는데, 이때 운동으로 인한 맥박 수 증가가 혈관 파열의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운동 부하 검사를 통해 적절한 운동 처방을 받은 뒤 걷기, 속보, 물속 운동, 사이클 등 가능한 한 부담이 안 가는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건강한 사람도 더욱 건강한 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점진적으로 운동량을 늘려 뻣뻣해진 관절과 인대의 가동 범위, 유연성을 넓히고 근육의 강도를 키워가는 것이 필요하다.홍세정 강북힘찬병원 정형외과 원장(정형외과 전문의)

2023-02-28 07:00 홍세정 강북힘찬병원 정형외과 원장(정형외과 전문의)

[브릿지 칼럼] '전세사기 방지법' 급하다

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최근 임차인들의 전세사기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 대다수가 20·30세대 서민층으로 밝혀지는 등 국민의 주거권 위협이 심각한 상황이다. 임대인과 임차인 간 정보 비대칭 해소와 전세사기 방지를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 이른바 ‘전세사기 방지법’이 하루빨리 국회에서 개정되기를 바라며 몇 가지 제안을 해본다.첫째, 현행법상으로도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려는 사람은 임대인의 동의를 전제로 확정일자 부여기관에 임대차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임대인의 동의가 의무화되지 않아 임차인들의 실질적인 정보 취득이 어려운 실정이다. 임대인에게 임차인의 정보제공 동의요청을 특정사유가 없는 한 의무적으로 수용토록 함으로써 임차인의 주택정보 확인 장벽을 낮추어야 한다.둘째, 임대인이 임차주택을 매매하려는 경우 또는 임대차계약 이후 해당 주택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권리변동이 발생할 경우,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그 사실을 지체 없이 통지하도록 해야 한다. 국세징수법과 지방세징수법의 경우 임대차 계약을 맺고자 하는 임차인과 개업공인중개사까지 임대인 동의 없이 미납국세 및 미납지방세의 열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 임대인이 미납한 국세와 지방세의 유무를 파악해 임차인이 임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셋째, 현행법에서는 우선변제를 받을 임차인의 범위와 기준에 부합하는 임차인에 한하여 보증금 중 일정액을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우선 변제받을 권리가 주어진다. 시행령 개정으로 2월 21일부터 서울특별시 지역에서 우선변제를 받을 임차인의 범위는 보증금 1억 6500만 원 이하인 임차인을 기준으로 한다. 보증금 중 일정액의 범위는 5500만 원 이하를 기준으로 정해져 있지만, 일정기준 이하의 소액 보증금에 한해서는 전액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주택임대차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하면 된다.마지막으로, 현행법에 의하면 임차인은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경우 임차주택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지방법원지원 또는 시·군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또한 임차인이 임대인에 대해 제기하는 보증금반환청구 소송에 관하여는 ‘소액사건심판법’ 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더라도 등기에 접수될 때까지 시간차가 발생해 대기기간 동안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보증금반환청구 소송에서 승소할 때까지도 상당 시간이 소요되어 계약기간 만료 직후 다른 임차주택으로 이사해야 하는 임차인의 고충을 즉각적으로 해소하지 못한다.이에 임대인이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그 반환사유가 발생하였음에도 반환하지 않는 경우 월차임의 3개월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임차인에게 추가로 지급할 의무를 부과하며, 반환사유가 발생한 다음 날부터 보증금 전액을 반환할 때까지 지연일수에 대해 ‘소송촉진특례법’ 상의 지연이자(현재 연 12%)를 임차인에게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임대차 보증금 반환분쟁 및 소송을 줄이고 임대차 계약이행의무를 보다 명확히 이행토록 하면 된다. 이런 내용으로 법률안이 조속히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어 통과된다면 전세사기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

2023-02-27 14:09 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

[시장경제칼럼] 혼란의 시기에서의 정부 역할과 산업대전환

세계 경제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무너지는 우리나라의 산업 경쟁력을 다시 일으키고 미래지향적 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개인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개인의 자유를 신장시키기 위해 권력을 통제하는 일은 정부의 기본적 책무다. 대한민국은 고도성장기 시기에 색다른 경험을 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라는 오해받기 쉬운 이름으로 정부가 적극적인 경제활동을 수행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명령적 자원배분을 기초로 한 사회주의적 계획과는 거리가 멀었다. 동 계획은 시장경제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인 미래의 불확실성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일부 해결해 주는 정부의 확인증 역할을 했다. 정부가 할 일을 명확하게 함으로써 불확실한 미래의 일부를 확실하게 특정해, 민간이 경제활동을 원활하게 해주는 선언이기도 하다. 현재 필요한 정부의 추가적인 역할이다.1990년대 이후 과거는 폄훼되고, 정부의 개입이 성장을 도모했다는 미신만이 남아있게 됐다. 정부의 개입으로 유토피아를 만들겠다는 사회주의자들이 득세했다. 노동조합이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정책 수립의 주체로서 부상하고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노동조합을 찾아가는 행태가 반복되었다. 기업인들은 각종 규제로 발목이 잡히고 노사관계의 악화로 경영권은 침해됐다. 정치권은 복지국가를 외치면서 사적 영역의 경제활동을 공권력으로 제어했다.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불합리한 정부 개입의 상징이 됐다. 경제성장 동력을 잃고 미래가 불안하다 보니 정부의 사회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보편적 복지국가라는 사회주의적 이상향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힘도 세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필요한 방향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1990년 이후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은 한 번도 상승한 적이 없이 하락했다. 성장을 결정하는 투자, 노동, 생산성 등 주요 요소들도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경제는 변화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중국 중심의 공급망이 강화되고 중국은 철강, 화학, 반도체 등 주요 중간재 생산 부분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수입의존도를 줄이고 첨단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간재 무역뿐 아니라 최종재 무역에서도 우리나라와 중국은 상호 보완적 관계에서 전략적 경쟁 관계로 변화하고 있다. 산업 전반에서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혼란의 시기에서 정부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과거 고도성장기의 경험에서 정부의 역할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것이다. 정부는 경제 주체들에 대한 명령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현재 미래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산업구조의 변화 조짐이다. 소위 잘나간다는 반도체의 미래도 불안하다. 메모리 분야에서의 반도체 우위만으로 미래의 위상을 확보할 수 없다. 발전할수록 단가가 떨어지는 산업의 미래는 불안하다.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위상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의 기간산업의 경쟁력도 미래를 불안하게 만든다. 귀족노조가 기간산업의 발전을 틀어쥔 지 오래다. 귀족노조가 생산성 제고 정책도 방해하는 등 경영개입으로 전체 산업의 경쟁력도 위태롭다.정부가 할 일은 합리적 노사관계를 정착시키고 경영권을 보호해주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경영권의 보호는 헌법에 규정된 정부의 책무다. 규제로 억눌린 경영권을 정부가 풀어줘야 한다. 새로운 산업의 등장은 과거 산업의 쇠퇴를 의미한다. 정치권도 표를 의식해서 새로운 산업의 등장 자체를 막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개인의 창의로 경제가 발전하며, 개인의 창의와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연구개발 투자와 인재 양성에 매진함으로써 경제 내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정부가 훼방꾼이 아니라는 믿음이 형성된다면, 우리 산업은 대전환되어 경쟁력을 찾게 될 것이다. 정부는 과거를 교훈 삼아 자신의 책무를 확실하게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2023-02-27 08:30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