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섬은 문화의 보고다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입력일 2023-03-27 14:05 수정일 2023-03-27 17:10 발행일 2023-03-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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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지난 26일 제주아트센터 대극장에서는 국립남도국악원의 대표 작품 ‘섬’ 공연이 펼쳐졌다. ‘섬’은 섬의 공간에서 거친 파도와 바람, 자연과 싸우면서도 순응하며 살아가는 섬살이의 이야기다. 남편과 아들을 바다에 떠나보내고 홀로 미역을 따며 살아온 할머니의 애잔한 삶이 녹아 있다.

이 작품은 지난해 6월 진도 초연 공연과 국립국악원(서울) 초청 공연을 통해 관객은 물론 예술 비평가들에게도 호평받았다. 이어 지난달 국립부산국악원을 시작으로 이달 남원, 제주도 공연을 순회 중이다.

90여 분간 펼쳐지는 수많은 노래와 연주, 음악적 표현 등을 남도 지역의 토속민요에서 가져왔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동안 묻혀 있던 ‘미역따는 소리’, ‘아들타령’, ‘조도 닻배노래’, ‘씻김굿 중 푸너리’ 등 진도·신안지역의 토속민요들을 새롭게 찾아 구성해 관객들을 ‘울렸다 웃겼다’를 반복하게 만든다.

‘섬’ 작품의 연출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문화올림픽 총감독과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문화공연 등을 연출한 김태욱 씨가, 극작은 국립정동극장 정기공연 ‘소춘대유희’ 등의 극작을 맡은 강보람 작가가 맡았다. 또한 음악은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을 역임한 국악계의 거장 김영길 씨가 맡아 완성도를 높였다.

사실, 제주도에서는 몇 년 전부터 해녀의 삶을 주제로 이미 인기를 끌고 있는 공연이 있다. ‘해녀의부엌’이 그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아동 연극치료를 업으로 삼았던 김하원 대표는 고향인 제주에서 해녀가 힘겹게 길어 올린 해산물이 마땅한 값어치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해녀의부엌’을 기획했다고 한다. 공연장 겸 식당은 오랫동안 창고로 내버려졌던 어판장을 활용했다. 청년 예술인과 제주 해녀들이 2019년부터 공연을 시작했다.

‘해녀의부엌’은 한 해녀의 한평생 삶과 해녀가 채취한 뿔소라 등 토속음식이 결합한 ‘해녀 다이닝(dining)’이다. 이 작품은 섬 소멸시대에 진정한 지역 일자리 창출과 어촌계의 전통을 잇는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공연장 스크린에는 해녀의 삶터인 바다가 오롯이 담겨있고, 작업 도구인 해녀고무옷과 연철(납벨트), 테왁망사리 등이 배치돼 있다. 관람객들에게 해녀의 삶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면서 섬과 육지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섬에는 당제와 띠뱃놀이, 섬마다 전해오는 전설 등 전 세계에서 관심을 가질만한 무형문화재와 k-푸드의 원형인 섬 음식들이 많다.

보령시 외연도에서는 매년 음력 2월 14일에서 15일 사이 풍어당제를 개최한다. 부안군 위도에서는 매년 정월 초사흗날에 ‘위도 띠뱃놀이’ 행사를 연다.

섬은 또한 음식문화의 보고이기도 하다. 신안군만 보더라도 홍어, 민어, 낙지, 병어, 꽃게, 새우, 칠게 등 수산 재료와 김, 다시마, 함초 등 해조류가 풍부하다. 여기에 대파, 양파, 시금치, 고구마, 땅콩, 무화과 등 농산물 등이 다양하게 재배된다. 최근 신안군에서 발간한 ‘신안군 섬 음식 백서’에는 이러한 해산물과 농산물을 만들어진 음식이 무려 340여 종에 이른다.

우리나라 450여 개 유인도에는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섬마다 독특하고 개성적인 문화와 음식이 존재한다. 이러한 문화유산을 ‘섬’ 공연과 같은 음악극으로 풀고, ‘해녀의부엌’처럼 음식이 복합된 공연을 발전시켜 나간다면 섬은 문화강국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것이다.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