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정치권 진영 대결 속 경제 전망은 ‘빨간 불’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입력일 2023-07-05 13:58 수정일 2023-07-05 14:02 발행일 2023-07-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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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사진)
배종찬 &lt;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gt;

정치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데 대해 “마약에 도취돼 오로지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면서 국민의 참사마저도 정쟁의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김 대표의 발언에 극도로 반발하면서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까지 한 상태다. 반대로 민주당 역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거침없는 표현을 앞 다투어 내놓고 있다. 윤영찬 의원은 윤 대통령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서 사실상 쿠데타를 통해 검찰 개혁을 반대, 조국 수사를 하며 대통령이 된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조국 법무장관 수사를 한 것이 검찰 개혁을 거부하기 위한 쿠데타였다는 주장이다. 여야 모두 거리낌 없이 유권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아무런 걱정 없이 막말을 토해내고 있다.

정치권이 이렇게 되어버린 가장 큰 이유는 진영 간 대결 구도가 고착화되어 있고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6월 27~29일 실시한 조사(전국1007명 유선포함 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0.9%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국민의힘 33%, 더불어민주당 34%로 나타났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은 28%로 나왔다. 민주당 지지율은 직전 조사보다 3%포인트나 올라간 반면 국민의힘은 2%포인트 내려왔다. 국민의힘에 별다른 호재가 없는 상태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역주행을 했다. 더 주목되는 부분은 두 정당의 지지율 차이가 지난 몇 달 동안 거의 없다. 지지율이 동시에 올라갈 때도 있고 한 쪽만 올라가거나 한 쪽이 내려가는 경우가 있더라도 결국 몇 주 지나고 나면 또 지지율은 비슷해진다.

전형적인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정치적인 프레임으로 고착화되어 있는 형태다. 정치권에 민감한 현안이 있더라도 양쪽 진영의 대결 구도로 편입되는 현상이다. 지난 달에 윤석열 대통령이 수능 입시 관련 공정 입시를 강조하고 킬러 문항 배제를 지시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중심으로 수습에 들어간 모양새다. 지난 몇 년 간 수능에서 킬러 문항으로 판단되는 문제와 6월 모의평가에서 킬러 문항으로 인지되는 사례를 들었지만 수험생들과 학교 현장 그리고 학원가의 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그렇다면 대통령이나 국민의힘 지지율에 직격탄을 될 듯한데 그렇지 않다. 마찬가지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된 사안도 방류에 대해 찬성과 반대 의견을 물어보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게 나오지만 진보와 보수로 편이 나누어지는 진영 대결 구도 현상이 이어진다.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다.

문제는 정치권에서 막말까지 쏟아내며 서로 진영 대결을 하는 동안 우리 경제에 대한 국민들의 체감 전망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갤럽의 6월20~22일 조사(전국1000명 응답률10.5%)에서 ‘향후 1년 간 우리나라 경제가 현재에 비해 어떨 것인지’ 물어보았다. 응답자의 절반인 50%는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은 20%로 나타났고 지금과 비슷할 것이라는 의견이 26%로 나왔다. 특히 호남은 지금보다 나빠질 것이라는 답변이 무려 73%나 된다. 일반적으로 급여 생활자인 화이트칼라층은 10명 중 6명 정도인 61%가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치권이 싸움에 정신이 없는 동안 국민들의 경제 전망은 시나브로 최악의 빨간 불이 들어 왔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