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국민연금은 부디 ‘안전 제일’로

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입력일 2023-05-29 14:10 수정일 2023-05-29 14:13 발행일 2023-05-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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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공공의 가치는 안전성에서 담보된다. 그래서 국민들은 너나없이 질서를 지키고 법을 따른다. 국채에 투자하고 낮은 이자를 받는 것도 안전성 보상을 고려해서다. 1987년 국민연금을 만들어 모두에게 들라고 할 때도 국가관리의 안전성을 믿고 따랐다. 그런데 갈수록 국민연금 수익성 증대 목소리가 대종을 이룬다. 1000조 원 시대를 맞은 국민연금은 미국의 최대 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인 캘퍼스보다 거의 배에 가깝다. 일부에선 국민연금이 약 1800조 원까지 증가하고, 2050년까지는 운용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투자의 속성은 커지는 위험만큼 더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규모가 크고 운용기간이 길수록, 보유기간 수익률은 시장에서 체계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초과 이익을 내려는 투기적인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초단타를 한다. 그것도 모자라 시장과 반대로 사고팔고 자기 돈의 몇 곱을 더하려 한다. 국민연금 고갈의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기금운용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대체투자 비중을 높인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말 국민연금은 왜 이러는가.

연금의 본질은 지속적으로 가입자의 증가와 납부 기금의 증가 기대에서 지급 안전성을 갖는다. 원금 토대 위에서 수익성 여지를 논할 수 있는데, 가입자와 납부금이 주니 시장에서 운용수익으로 커버하자는 논의는 ‘소가 웃을 일’이다. 소득대체율의 현실화는 ‘구름 잡는 소리’다. 연금 자산이 운용되는 곳은 실물경제의 세상인데 세상의 실물은 언제 어디서나 변화무쌍하고 불확실성을 가진다. 게다가 미래 국민들에게는 직장과 직업이 불확실하다. 일각의 기본소득제 도입도 국민연금은 공여와 운용의 투 트랙 역할을 짐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운용조직은 한번 투기적 욕구에 바람을 쐬면 언제나 불안하다. 2011년 헤지펀드의 대가인 조지 소로스는 자식들에게 사업을 넘겨주면서 타인들이 맡긴 돈을 다 돌려주었다. 그리고 “다시는 돈을 끌어 몰아 헷지펀드를 하지 말고 아버지가 물려준 돈만 운용하라”고 일렀다. 그는 2008년 리먼브라더즈 사태 때 많은 친구 회사들이 파산한 것을 보며 결심했다고 한다. 평생을 고수익을 쫓아온 그도 아들 대에는 이런 비극을 넘겨주긴 싫었던 것이다. 그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투자자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투자시장의 공포와 파괴성은 정말 가공하다. 1987년 10월 19일 미국의 투자시장은 한순간에 몰락했다. 그날 전체 주가의 4분의 1쯤이 사라졌다. 두고두고 회자되는 ‘블랙먼데이’였다. 원천자산 중심의 전통거래에서도 투자위험이 터지면 이렇게 된다. 아무도 모르는 데이터 기반의 임의적 의사결정 알고리즘상 유사적 상호성이 나오면 더 이럴 수 있다. 이것은 신도 모른다.

국민연금처럼 기금운용은 덩치가 크고 공공성이 높을수록 운용원칙은 안전성이 최우선이다. 세계 3대 기금인 우리 국민연금은 더 말해 무엇하겠나. 함부로 국민연금에게 투자수익을 높이라고 주문하지 말라. 등잔불의 기름은 안 채우고 심지만 돋우는 꼴이다. 특히 대체투자의 위험은 전통거래보다 높다.

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