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5월에 되새기는 가족의 의미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입력일 2023-05-24 14:18 수정일 2023-05-24 15:50 발행일 2023-05-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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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일은 어린이날이고, 8일은 어버이날이다. 15일 스승의 날이자 성년의 날이기도 하고,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물론 근로자의 날도 있고, 부처님 오신날도 있고, 무언가 굉장히 바쁘고 행사도 많은 달이다.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헨리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고 원제목은 ‘Regarding Henry’이다.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1991년 미국 영화이고, 해리슨 포드 등이 주연으로 출연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여배우 아네트 베닝도 출연했다.

매우 성공한 뉴욕의 변호사인 헨리(해리스 포드)는 유능하지만 공격적이고, 인정사정없는 인물로 묘사된다, 자신의 성공과 일을 위해 가정은 뒷전으로 그야말로 수신제가(修身齊家)와는 다소 괴리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헨리가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려다가 강도에게 총을 맞고 중상을 입게 된다. 생사의 기로에서 극적으로 회복해 나가면서 헨리는 오랫동안 상실했던 인간미를 회복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은 후, 따뜻하고 인간적인 사람으로 새롭게 살아가게 된다는 내용이다.

유능하고 성공한 변호사인 헨리는 돈과 명예를 모두 가진 사람이었다. 아름다운 아내와 딸이 있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멋진 저택과 물질적 풍요로움을 누리며, 심지어 애인까지 있었다. 그야말로 성공한 사람의 표본으로 묘사된다. 일과 남들에게 보여지는 가시적 성공에만 몰두하던 헨리는 사고를 당한 뒤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가족의 소중함, 부부간의 행복, 딸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따뜻함을 지닌 인간미 넘치는 사람으로 거듭나게 된다. 처음의 헨리도 변화한 헨리도 모두 같은 사람이다. 해리슨 포드의 연기로 두 사람의 변화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과연 어느 쪽이 행복한 헨리일까? 그냥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영화일 수도 있겠지만, ‘헨리의 이야기’는 현대의 물질만능사회에서 인간의 진정한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정신없이 바쁘게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헨리처럼 그저 물질적 풍요로움과 성공만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말 중요한 무엇인가를 뒷전으로 미루고 앞으로만 나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같은 맥락에서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작품이 있다. 가족의 사랑을 말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한 치 앞을 모르는 우리 인간이 사랑으로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겨있다.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는 사랑이 있고, 그러한 마음 속의 사랑을 실천하면서 다른 사람들까지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는 내용이다.

바쁜 5월, 당장 해야 할 일도 많고, 챙겨야 할 것들도 많지만, 꼭 시간을 내서 이번 주말에는 헨리의 이야기를 가족과 함께 다시 볼 작정이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도 다시 펼쳐봐야겠다. 잠시 숨 고르며 나를 되돌아본다면, 나는 지금 과연 무엇을 위해 이렇게 치열하게 살고 있는지 되새겨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아름다운 5월에 나는 인생의 어디쯤에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 챙겨보련다.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