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금감원이 대출금리 조정 기관인가

정경진 금융증권부장금융감독원은 1999년 1월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감독기관을 통합해 설립된 무자본 특수법인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으로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 업무 전반을 담당하는 막강한 제재 권한을 갖고 있어 금융권에서는 저승사자로 불린다.별도 예산이 없는 금감원의 수입원은 피감 대상인 금융기관으로부터 거둬들이는 감독분담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금감원이 금융권에서 받은 감독분담금은 올해 처음으로 3000억원을 넘었다. 그 분담금의 절반 이상은 은행권이다.금융기관이 매년 막대한 운영 부담금을 내는 것은 ‘건전한 신용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관행을 확립하고 예금자 및 투자자 등 금융수요자를 보호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금감원의 설립 취지에 부응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급증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은행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을 보면 본연의 설립 취지와 역할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이 든다.이복현 금감원장이 이달 초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무리한 대출 확대가 안정화되던 가계부채 문제를 다시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다음 날 17개 국내은행 부원장들을 불러 “무리하게 대출을 확대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 달라”고 주문했다.은행들은 곧바로 대출금리를 잇따라 인상하면서 당국의 주문을 따랐다. 시중금리는 떨어지고 있는데 대출금리는 오르는 기이한 결과가 초래됐다. 연초에는 정반대 상황이었다. 당국이 비대면 대환대출을 시행하면서 은행들 간 금리인하 경쟁을 유도했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은행권에서는 “기준금리는 한은이 결정하지만 대출금리는 금감원이 조정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금감원은 각 은행의 자체 가계대출 목표를 관리하면서 대출규제를 준수하고 있는 지 여부를 감독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은행의 대출금리를 좌지우지할 권한은 없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준거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제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는 은행마다 원칙과 영업전략이 있으므로 외부에서 관여할 수는 없는 영역이다.금융당국은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것이 은행의 낮은 금리 탓이라고 판단하는 듯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갈팡질팡하는 금융정책과 정부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올 상반기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이 27조원 가량 늘어나며 3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한 것은 규제 완화로 정책금융 상품인 디딤돌과 버팀목 대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여당 정치인들까지 나서 한은의 금리인하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은행에도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했다.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불분명한 이유로 두 달 연기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연초부터 대출을 받아 집을 사라고 부채질한 결과로 발생한 가계대출 문제를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 만으로는 해결할 수는 없다.연간 대출이자로 1000만원을 은행에 내더라도 집값이 5000만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면 금리와 관계없이 집을 사려고 하는 게 당연한 대중의 심리다. 대출 수요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줘 가계대출 급증 현상을 초래한 금융당국과 정부의 정책 방향 전환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정경진 금융증권부장 ondam@viva100.com

2024-07-30 14:16 정경진 기자

[새문안通] 보신탕과 삼계탕

최근 우리나라에서 닭고기에 대한 소비가 부쩍 늘고 있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전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이 1인당 평균 소비한 닭고기는 20마리가 넘는다. 지난해 국내 닭 도축 마릿수는 10억1137만마리로 10억마리를 넘었다. 여기에 수입 닭고기를 합치면 1인당 26마리를 먹은 셈이다.닭고기를 가장 많이 먹는 시기는 여름이다. 무더위에 보양식으로 삼계탕, 백숙으로 먹고 K-치킨 이라는 불리는 ‘치맥’(치킨과 맥주)도 인기다.한해 도축하는 닭 6마리 중 1마리는 크기가 작은 삼계(삼계탕용 닭)다. 초복과 중복 무렵 삼계탕을 많이 먹는 7월에는 삼계 비율이 특히 높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삼계탕에 쓰이는 삼계의 월평균 도축량은 1483만26마리 이지만 복날이 있는 7월에는 그 두배에 달하는 2922만4926마리가 도축됐다.최근에 특히 삼계탕을 많이 먹는 이유는 개고기를 재료로 하는 보신탕 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것도 한 몫 했다. 지난해 개식용 금지법이 발의되고 올해 초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됨으로써 보신탕집이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개식용 금지법은 8월 7일부터 시행된다.이에 동물단체들은 ‘닭고기 식용’ 이슈를 부각시키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등 단체는 “보신탕을 대신해 삼계탕 소비가 늘어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닭을 대상으로 한 착취와 살상이 자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동물을 먹어야 인간의 몸이 건강해진다는 믿음은 구시대적”이라며 “동물의 죽임 없는 윤리적 복날이 될 수 있도록 복날 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개고기 식용 금지에 이어 닭고기 식용 금지도 이슈화 될지 궁금하다.-哲-

2024-07-30 13:51 새문안通

[기자수첩] 공직자의 말은 신중해야 한다

장원석 건설부동산부 차장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트럼프가 총격 사건으로 승기를 잡았고 그동안 잦은 말실수로 지지율이 열세였던 바이든은 결국 이 사건이 결정타가 돼 후보직에서 내려와야 했다.그동안 바이든이 트럼프에게 지지율 면에서 열세였던 이유는 불안해 보이는 그의 건강문제가 컸다. 자주 말을 더듬고 실수를 했던 그의 언행이 트리거가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력이 떨어진 할아버지같이 말실수를 연발했던 그의 처신이 대통령직 수행을 위해서는 너무 늙었다는 이미지를 미국 대중에게 남겼고 이는 결국 후보 사퇴로 이어졌다.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말실수 때문에 곤혹을 치렀다. 지난 5월 박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예전에는 전세를 얻는 젊은 분들이 경험이 없다 보니 덜렁덜렁 계약을 했던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며 “이제는 꼼꼼하게 따지는 인식이 생기지 않았겠느냐”라고 말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증언한다. 실수도 아니고 덜렁덜렁 했기 때문은 더욱 아니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사기를 당한 이유는 때로는 공인중개사까지 작당했던 사기꾼들의 치밀하게 짜여진 각본에 속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말한다. 어느 공익 광고처럼 당신이 전세사기에 당하지 않았던 이유는 당신이 똑똑했기 때문이 아니라 아직 차례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공직자는 처신에 신중해야 한다. 그리고 말은 처신의 핵심에 해당하는 것이다. 말은 힘이 세다. 자칫 공직자의 말 실수 한 번이 당사자들에게는 커다란 상처로 남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잊지말아야 한다. 비록 사과를 하긴 했지만 박 장관은 자신의 말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기를 바란다.장원석 건설부동산부 차장 one218@viva100.com

2024-07-29 14:23 장원석 기자

[기자수첩] 韓 AI칩, 경쟁력 확보는 생태계 구성이 먼저

전화평 산업IT부 기자“한국의 AI반도체가 성공하려면 먼저 생태계가 구축돼야 합니다.”최근 만난 한 AI반도체 스타트업 대표의 일갈이다. AI반도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뿐만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디자인하우스, IP(설계 자산) 업체 등 반도체 업계의 노력과 함께 국가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다.AI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다른 나라들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을 기업 자체가 아닌 업계 전반에 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생태계 구성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꼬집었다.실제로 현재 반도체의 왕국으로 거듭난 대만은 생태계가 강점으로 꼽힌다.그 중심에 있는 글로벌 파운드리 1위 TSMC가 있다. 이 회사는 국가 산업에서 시작한 제조 시설이다. 단순히 칩을 양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이 칩을 양산하며 부족한 부분까지 캐치해 지원한다.예를 들어 칩 양산에 IP가 필요한 경우 TSMC와 협력하고 있는 IP업체를 통해 팹리스에 지원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디자인하우스, OSAT(후공정 전문)에도 적용된다. 국가 차원에서 몇 십년간 쏟아온 투자의 결실이 맺힌 것이다.반면 한국은 AI반도체 양산을 위한 생태계가 형성되지 못했다. 국가에서 AI칩 지원을 말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부족한 정책만이 나오고 있다.우리나라의 속담 중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다”라는 말이 있다. 반도체 업계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려면 업계에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정부가 소통을 위한 귀를 열 때 산업과 정부가 원팀이 된다. 승리를 위한 하나의 팀이 되는 것, 반도체 전쟁(Chip War)에서 살아남을 최소한의 조건이다.전화평 산업IT부 기자 peace201@viva100.com

2024-07-29 06:45 전화평 기자

[기자수첩] 또다시 시작된 국회의 나몰라식 '게임 때리기'

박준영 산업IT부 차장매년 국정감사 시즌이 다가오면 국회의원들이 주로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게임 때리기’다. 올해도 같은 상황이 반복돼 게이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더불어민주당 이병진 의원은 마사회 공식 경마방송 유튜브 채널 ‘KRBC’에 업로드했다가 삭제한 영상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다. 해당 영상은 일본의 모바일 게임 ‘우마무스메’를 참고해 AI로 한국의 경주마들을 미소녀 캐릭터로 의인화한 과정을 다뤘다.이에 대해 이 의원은 지난 16일 농해수위 업무보고 질의를 통해 마사회의 성인지 의식의 결여로 기획 단계에서 문제가 될 부분을 검토하지 못하고 콘텐츠 제작까지 이어졌다고 비판했다.우마무스메는 실존 일본 경주마를 의인화한 캐릭터를 육성해 경주에 출주시키는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경마의 전략적 요소를 적용하고 명마들의 관련된 일화를 구현해 일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우마무스메는 일본 경마 흥행에 큰 도움이 됐으며 이 의원이 지적한 ‘성 상품화’는 오히려 게임 제작사에서 엄격하게 제재를 가할 정도로 기피하는 부분이다.일부 국회의원들은 문화체육관광부 또는 기업들에 K-콘텐츠 활성화를 주문하면서 유독 게임에 대해서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은 국회의원들의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지나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게임은 K-콘텐츠 최대 수출 품목이자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을 통해 인정받은 ‘문화예술’이다. 과거와 달리 게임에 대해 친숙한 이들이 많아 무조건적인 비판은 대중에 통하지 않는다. 인지도 상승 등을 노려 근거 없는 비판만 일삼을 것이 아니라 제대로 알아보고 게임에 대해 판단해 주길 바란다.박준영 산업IT부 차장  pjy60@viva100.com

2024-07-26 06:29 박준영 기자

[기자수첩] 합병 힘 받은 ‘SK온’, 화려한 부활 기대하며

강은영 산업IT부 기자SK그룹이 리밸런싱(사업 재편)에 나서며 최근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을 공식화했다. 이번 합병을 시작으로 SK그룹은 중복 사업 정리를 통한 계열사 간 통합 작업에 속도를 낸다.이번에 합병 발표는 지난 2021년 출범 후 줄곧 적자를 기록하고 있던 SK온에 대한 그룹 차원의 적극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체계 구축에 방점이 찍혀있다.실제 SK온 출범 후 자금 지원을 지속해 온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올해 3월 국제신용평가 SP 글로벌로부터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인 BB+(안정적)으로 강등된 바 있다.연간 1조원의 현금 창출력을 가지고 있는 ‘알짜기업’ SK ES가 합병하게 되면 SK이노베이션의 자금 부담을 줄이고, 석유부터 재생에너지까지 이르는 에너지 공룡기업으로 규모를 키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자금 부담을 덜어낸 SK온은 SK이노베이션의 또 다른 자회사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합병을 통해 배터리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3사 합병을 통해 SK온은 원소재 공급 경쟁력을 갖추고 트레이딩과 스토리지 사업을 통해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성장률이 둔화된 배터리업계에서 존재감을 세우겠다는 계획이다.SK그룹 차원의 역량을 지원받은 SK온은 자체적으로 기술·운영 측면 리더십 강화, 포트폴리오 다변화, 케미스트리(양극재·음극재 소재) 개발 등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불안한 배터리업황 속에서 이번 합병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하지만, 전기차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본다면 배터리업계도 다시금 도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호수 위의 백조가 겉으로는 우아하게 보이지만, 물속에서는 열심히 발길질하듯 SK온도 각고의 노력 끝에 백조로 재탄생하길 기대해 본다.강은영 기자 eykang@viva100.com

2024-07-25 06:34 강은영 기자

[새문안通] 대표 K-푸드는?

‘파스타’, ‘스시’, ‘똠얌꿍’…. 각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들이다. 세계인들은 ‘파스타’라는 단어를 들으면 이탈리아, ‘스시’는 일본, ‘똠얌꿍’은 태국을 떠올린다. 그렇다면 한국 음식하면 떠오른 음식은 무엇일까. 김치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김치를 한 끼 식사 메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최근 세계적으로 ‘K-푸드’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 식음료 트렌드 컨설팅업체 에이에프앤드코(Afco)가 올해 초 ‘2024 식음료 트렌드’ 10가지를 선정했는데, 그중 ‘한식’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지난해 말 네덜란드 식품 산업 컨설팅 업체 ‘푸드바이디자인’도 2024년 주목해야 할 트렌드로 한식을 꼽았다.실제로 지난해 농·식품 분야와 스마트팜 등 전후방산업을 합한 ‘K푸드 플러스(+)’ 수출이 121억 달러(약 16조원)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라면, 쌀 가공식품 등의 수출이 큰 폭으로 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전문가들은 이 같은 한식 열풍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앞서 언급한 파스타나 스시처럼 브랜드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한국 음식은 ‘한국식 치킨’, ‘한국식 바비큐’ 등 정확한 이름 없이 유행하는 식품이 많다. 심지어 김밥은 일부에서 ‘코리안 스시’로 불리기도 한다. 라면이나 만두가 인기지만 엄밀히 말해 한국의 ‘오리지널리티’가 담겨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이름이 등재된 한국식품은 김치, 불고기, 비빔밥, 소주, 된장, 고추장, 막걸리, 김밥 등 8개다. 우선 이 8개의 음식에서부터 시작해보자. 불고기든 비빔밥이든 이 음식들을 적극적으로 브랜드화해 전세계인들이 이 단어를 말하면 한국을 떠올릴 수 있도록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물 -

2024-07-23 14:20 새문안通

[데스크 칼럼] 의대 증원 얻고 신뢰 잃은 정부

권순철 정치경제부장지난 2월 20일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반발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났다. 전공의가 근무하는 주요 100개 수련병원 등에서 1만2000여명이 집단으로 그만둔 것이다.이에 정부는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관용은 없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을 단호히 천명했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일주일이 되던 2월 26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과 관련 사법절차의 진행이 불가피 하다”고 강조했다.정부가 정한 복귀 시한이 지난 3월 4일에도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불법적인 집단행동에 대한 정부의 대응 원칙은 변함이 없다”며 “오늘부터 미복귀한 전공의 확인을 위해 현장 점검을 실시해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5월 17일 중앙재난안전본부 브리핑에서는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은 5월 31일 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추가 수련을 마칠 수 없어 2025년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없게 된다”며 으름장을 놨다.정부는 전공의들이 떠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응급진료 체계 지원·유지 등을 위해 막대한 혈세를 투입했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 1882억원과 예비비 등 수천억원을 쏟아부었다.이랬던 정부가 전공의들에 면죄부를 줬다. 정부의 강경기조는 하루아침에 바뀌었다.지난 8일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했다. 행정처분 철회에 이어 이들이 오는 9월 전공의 모집에 응시하면 특례까지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직 후 9월 전공의 모집에 응시하는 경우 ‘1년 내 동일 과목·연차로 응시’를 제한하는 지침을 예외적으로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이 같은 조치는 그동안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가면서 환자 곁을 지켜온 전공의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정부는 이에 대해 ‘27년만의 의대증원(1509명)’이라는 큰 소득을 얻었기 때문에 이런 비판을 감수하겠다는 태도였다.하지만 정부가 뜻한 바를 이뤘다고 해서 미복귀 전공의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옳지 않다. 정책의 일관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공의들이 추가로 양보를 요구할 경우 끌려다닐 수 밖에 없다.정부가 많은 것을 양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은 복귀시한으로 정한 지난 15일까지 대부분이 돌아오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 사태를 야기한 정부의 사과와 각종 행정명령의 철회가 아닌 취소 그리고 일부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의료개혁 패키지’에 반대하며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더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유화정책이 사실상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최근의 의정갈등 형국을 보면 정부는 밀어붙이고, 전공의들은 계속 버티고 있는 가운데 기세등등했던 정부는 하나하나 양보하면서도 계속 끌려가는 형국이다. 하지만 정부의 양보에도 불구하고 의대증원 문제로 야기된 의정갈등의 해결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법으로 통치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가 정책의 일관성을 지키지 않으면 국민들로부터 정부는 신뢰를 받을 수 없다. 한번 신뢰를 잃은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다시 받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권순철 정치경제부장 ikee@viva100.com

2024-07-23 14:19 권순철 기자

[기자수첩] 유료 멤버십으로 돌아온 배달앱

박자연 생활경제부 기자이제 배달앱 무료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유료 멤버십에 가입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요기요·쿠팡이츠에 이어 지난 9일부로 배달의민족까지 ‘배민클럽’을 유료 전환하면서 배달앱 3사가 ‘유료 멤버십 체제’를 모두 갖췄다. 배민의 ‘배민클럽’ 월 구독료는 3990원으로, 당분간 프로모션을 통해 월 1990원으로 운영된다.유료 멥버십 전환과 함께 배민은 다음달부터 외식업주가 부담하는 중개 수수료를 음식값 기준 6.8%에서 9.8%로 3%포인트(p)인상하기로 했다. 배민클럽 유료화와 중개 수수료 인상으로 현재 배민은 자영업자는 물론 소비자의 질타를 동시에 받고 있다.배민의 기습 중개수수료 인상에 정부도 뿔이 났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기획재정부·중소벤처기업부·농림축산식품부 등은 이달 중 배달 플랫폼과 소상공인이 참여하는 상생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었다. 정부가 배달 수수료를 지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수료 인하 방안을 찾으려 했는데, 배달의민족이 기습적으로 중개 수수료를 올리면서 난감한 상황을 맞은 것이다.이에 공정위는 지난 17일 중개 수수료를 인상한 배달의민족을 비롯해 요기요, 쿠팡이츠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는 배민이 중개 수수료를 인상하면서 배달앱 ‘빅3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민은 여전히 중개수수료 인상이 업계 2위인 쿠팡이츠와 동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쿠팡이츠도 음식값의 9.8%에 해당하는 중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그러나 플랫폼 수수료 인상으로 수익 악화에 직면한 자영업자는 결국 음식 값을 올릴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더 이상 논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배달 플랫폼 업체들과 머리를 맞대 과한 출혈 경쟁은 막고 점주와 플랫폼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박자연 생활경제부 기자 naturepark127@viva100.com

2024-07-22 14:04 박자연 기자

[기자수첩] 이창용 한은 총재의 무거운 산책 길

김수환 금융증권부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혼자 산책을 자주 한다. 과거 코로나를 앓은 후 폐 건강이 예전보다 약해지면서, 기회가 될 때마다 걷는 습관을 들였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외부에서 점심 식사를 하더라도 차를 타는 대신 걸어서 집무실로 돌아올 때가 많다. 이처럼 건강을 챙기는 그의 수고로움 위에 금리결정이라는 고민의 무게가 더해지고 있다.시장금리가 이미 금리인하 기대를 선반영한 상황에서 진행된 지난 11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실에 입장하는 이 총재의 표정에서도 이러한 고민의 무게가 느껴졌다.최근 소비자물가는 예상보다 빨리 안정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 금리인하를 실행하기 위해선 몇 가지 장애물이 있다.먼저 환율 문제다. 이 총재가 환율 관련 보고를 거의 매일 받고 있을 정도로 관심 있게 살피는 부분인데, 강달러에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1300원 후반대에서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만약 한은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할 경우 원화가치가 하락하고,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안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가계부채도 고민의 한 축이다. 가계대출 증가세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금리를 인하하면 가계부채가 더욱 증가할 수 있어 금융안정에 위협이 될 수 있다.이런 가운데 정치권의 금리인하 압박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이 총재에겐 부담이다. 정부와 여당이 내수부진의 원인으로 고금리 장기화를 지목하며 연일 금리인하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생을 신경써야 하는 정치권 입장에서는 금리인하를 앞당기고 싶겠지만, 한은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 우선이다.한은법 제3조는 통화신용정책이 중립적으로 수립되고 자율적으로 집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은이 다양한 경제지표를 바탕으로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독립성과 중립성이 보장돼야 할 것이다.김수환 금융증권부 기자 ksh@viva100.com

2024-07-21 08:49 김수환 기자

[기자수첩] 정책·비전 앞세운 여야 전당대회가 되길

정재호 정치경제부 기자여야의 전당대회가 한창 진행되고 있지만 정책과 비전이 아닌 분열과 선명성 경쟁에만 집중되는 모습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당권주자 간 진흙탕 싸움에 지지자들끼리의 폭행 사태까지 일어났다. 야당은 이재명 후보의 우위 속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들은 친명(이재명) 줄타기에 혈안이다.여당 당권주자들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총선 패배 책임론 등을 거론하며 상호 비방전을 벌이고 있다.윤상현 후보는 “패배에 대한 책임으로 이철규 의원이 원내대표 뜻을 접은 것에 비추어보면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는 이해할 수 없다는 여론에는 어떻게 반박하시겠나”라고 비판했다. 원희룡 후보는 ‘한동훈 비대위’ 체제에서 이뤄진 비례대표 공천을 ‘듣보잡 사천’이라고 비난했다.이에 대해 한동훈 후보는 “패배의 책임은 100% 저에게 있다”면서도 “지금 제가 나서는 게 우리 당의 위기를 극복하고 승리의 기반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거냐만 생각했고, 지금 나서서 역할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거라는 확신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민주당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친명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재명 후보의 상대 후보에 대한 조롱이 심해지고 있다.친명계 지지 성향이 강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 후보와 경쟁하는 김두관 후보를 향해 ‘부끄럽다’, ‘제발 나와라 짓밟아줄게’, ‘나오든말든 관심없어’, ‘누가 나오라 꼬셨냐’ 등의 조롱성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또 최고위원 예비 경선도 정책과 비전보다 ‘친명 마케팅’에 열을 올리며 노골적인 이 후보 줄타기에 혈안인 모습을 보였다.전당대회는 당의 비전과 방향성을 국민과 당원에게 소개하고 그에 걸맞은 리더십을 뽑는 행사다. 여야 모두 이번 전당대회에서 민생에 대한 비전과 방향을 제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정재호 기자 cjh86@viva100.com

2024-07-18 13:31 정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