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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이복현은 '샤워실의 바보'가 아니다

명재곤 금융증권부장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나름 결자해지하고 있지만 그래도 명쾌하지 않다. 앞뒤 계산이 치밀할 것 같은 검사출신인 그가 스스로를 옭아매지는 않았을 텐데 ‘공매도 6월 재개설’을 왜 꺼냈을까. 서울도 아닌 뉴욕에서.‘개인적 생각’이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대통령실이 바로 나서서 이 금감원장의 발언을 반박하는 걸 보면 현 정권이 이 사단을 가볍게 보지는 않은 것 같다. 주식 공매도 금지와 재개는 금융위원회가 발표하는 게 지휘계통상 맞는 데 금감원장이 불쑥 던지고 파장이 일자 대통령실측이 급히 무마에 나서니 다소 묘할 수 밖에 없다.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인베스트 K-파이낸스’투자설명회 과정에서 던진 ‘6월중 공매도 일부 재개’ 발언이 파장이 일자 “전산시스템 구축등을 감안하면 내년 1분기 정도에 가능할 것”이라고 열흘여 지나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물러섰다.앞서 이 금감원장은 “개인적인 욕심이나 계획은 6월중 공매도 일부 재개를 하는 것”이라며 “6월 재개와 관련해 기술적·제도적 미비점이 있더라도 이해관계자 의견을 들어 어떤 타임 프레임으로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시장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증권가는 바로 들썩였다. 시장에서는 공매도 재개 우선종목에 대한 관측을 쏟아냈고 일반투자자들은 외국인 등과의 ‘기울어진 운동장론’을 앞세워 반대와 비판의 목소리를 키웠다.일단 이 금감원장의 발언은 ‘개인적 생각’으로 마무리됐다. 대통령실은 22일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질 때까지는 공매도를 재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 금감원장도 이후 “어쨌든 정부의 일관된 입장은 전산시스템 마련 이후 공매도 관련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것이고 그건 변함이 없다”고 원칙론적인 입장을 보였다.이런 기승전결이라면 대충 얼버무려 넘어가도 될 듯 싶지만 ‘기자의’ 개인적 생각은 다르다.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얼마 전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공매도 재개에 대한 이견이 노출되는 것에 대해 “특별히 말씀드릴 사항이 없다”면서 “금융위, 금감원, 거래소 3개 기관이 자기 역할을 해나가면서 최종 정책이 결정될 것이다”고 말했다. 3개 기관의 역할이 각각 있다는 것이다. 뉴욕 그 투자설명회에 정 이사장도 동행했다. 이 대목에서 이 금감원장의 ‘개인적 생각’은 자칫하면 ‘개인적 일탈’로 지적받을 수 있다.공매도 재개와 관련해 정책결정의 직제상 책임기관은 금융위이고, 전산시스템을 개발하고 운용하는 실무 책임자는 거래소이다. 물론 3자 협의아래 ‘용산’의 재가를 받아야 하지만.그런데 이 금감원장은 왜 뉴욕에서 ‘뜬금포’를 날렸을까. 그는 당시 공매도 외에 상법개정 논의, 횡재세 쟁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리스크 등에 대해 ‘개인적 생각’이라며 일부 이슈는 국회 영역이고 금융위의 소관임에도 나름 소신있게 입을 열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사건에 대해서도 ‘윤석열 사단’의 막내인 그는 일관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그래서 일각에서는 정부가 공매도 재개 조기화 시간표를 내부적으로 짜놓고 시장 여론을 가늠해보려고 슬쩍 흘린 게 아니냐고 보기도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을 감안할 때 1400만 일반 투자자가 반대하는 공매도 재개를 금감원이 대통령실과 사전 논의도 없이 불쑥 던졌다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금감원이 금융위는 건너 뛰어도 대통령실을 ‘패싱’하지는 못하지 않겠는가. 이복현 금감원장이 또 한명의 ‘샤워실의 바보’는 아닐 것이라는 전제에서다.명재곤 금융증권부장 daysunmoon419@viva100.com

2024-05-28 09:28 명재곤 기자

[기자수첩] 정유사 횡재세, 누구를 위한 카드인가

도수화 산업IT부 기자“횡재세 논의요? 정유업계 실적이 나빠지면 또다시 쏙 들어갈걸요.” 국내 한 정유사 관계자의 말이다.최근 몇 년간 정유사들은 실적이 좋아도 마음 편히 웃을 수 없었다. 호실적을 낼 때마다 정치권에서 정유사를 대상으로 횡재세(초과이윤세)를 부과하자는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지난 2022년 국내 정유업계가 사상 최대의 이익을 거둘 때도, 작년 3분기와 올해 1분기 일시적인 시황 개선이 나타났을 때도 어김없이 횡재세를 걷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반면 정유사들의 실적이 하락하면 잠잠해지기 일쑤다.매번 횡재세 논의의 불씨를 살리는 야당은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재원 마련을 위해 정유사를 희생양으로 삼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민생 회복은 기업들의 돈을 빼앗아 주는 25만원으로 이뤄지지 않는다.정유사들은 정말 고유가·고금리 상황 속에서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이고 있을까.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16년간 국내 정유사의 정유사업부문 평균 영업이익률은 1.8%에 불과한 수준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석유제품을 만들다 보니 원유를 채굴하는 해외 석유 메이저기업들과도 비교하기는 어렵다. ‘초과이익’이라는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국제유가 상승이 무조건 정유사의 수익성으로 직결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고유가 기조가 석유 수요를 감소하게 만들면 정유사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도 하락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1분기 배럴당 평균 12.5달러였던 정제마진은 2분기 들어 손익분기점(배럴당 4~5달러)에 근접한 수준까지 하락하고 있다. 당장 정유사들의 2분기 실적에 다시 먹구름이 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정치권은 진정한 민생 회복 방안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도수화 산업IT부 기자 dosh@viva100.com

2024-05-28 06:53 도수화 기자

[기자수첩] 증세 논의 한시가 급하다

이원배 정치경제부 차장나라곳간이 비어가고 우리 사회가 빠르게 늙어감에 따라 재정의 지속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법인세율 인하 등 대규모 감세 조치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간 국세수입은 344조1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51조9000억원이나 감소했다. 이 같은 세수 감소세는 올해도 이어져 1분기 국세수입은 84조9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조2000억원이 줄었다. 세수 목표 대비 징수 실적인 진도율은 23.1%로 최근 5년 평균(25.9%)에 크게 못 미쳤다.하지만 심각한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앞으로 세수 기반은 구조적으로 더 취약해진다. 세금을 주로 부담하는 경제활동인구는 감소하는 반면 사회복지·의료·돌봄 등 세금 수혜를 상대적으로 더 받는 노인인구는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세금 들어올 곳은 적은데 나갈 곳은 많아지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이에 따라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하며 세원 발굴 및 세수 누수 방지, 더 적극적으로는 증세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 가계가 살림살이를 꾸려가려면 돈을 벌어 집을 마련하고 식비·교육비·의료비 등으로 지출하는 것과 같이 국가도 살림살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수입이 필요한 이치다.증세에 대한 필요성·당위성은 더 강조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문제는 실천이다. 머지않아 닥칠 위험을 알고도 대비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이고 무책임한 일이다. 세금 내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많지 않고 현재 불경기로 증세 여건도 좋지 않다. 그렇다고 증세 논의를 언제까지 피하고 미룰 수많은 없다.정부와 정치권은 미래 세대를 위한다고 강조하지만 진정 미래세대를 위한다면 지금이라도 지속가능한 재정을 위해 세원 확보 방안, 증세 논의를 시작하고 그 방안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이원배 정치경제부 차장 lwb21@viva100.com

2024-05-26 14:32 이원배 기자

[기자수첩] ‘버닝썬게이트’의 가해자들은 모두 잘먹고 잘산다

이희승 문화부 부장가해자들은 출소했지만 여전히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2019년 이른바 ‘버닝썬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정준영은 해외 이민을 준비 중이고 빅뱅 출신 승리는 글로벌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속담처럼 부호의 생일 파티에서 자신이 속해 있던 그룹의 노래를 부르고 또다른 출소자(?)는 가수가 아닌 프로듀서로 가요계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그들은 과연 영원히 ‘오빠’일까. 얼마전 영국 BBC 탐사보도팀 ‘BBC Eye’가 제작한 새 다큐멘터리 ‘버닝썬-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하다’를 유튜브에 공개했다. 조회수 폭발은 물론 오는 6월부터 시리즈로 방영될 BBC뉴스 TV채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피해자들의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한 인터뷰와 가수 고(故) 구하라씨가 2019년 ‘클럽 버닝썬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성추문 취재에 나섰던 기자들도 등장해 성범죄 사실과 더불어 경찰 유착관계의 핵심인물이 어떻게 드러났는지를 가감없이 공개했다. 아이돌이라는 위치에서 술에 취한 여성을 집단 성폭행하고 다수의 연예인들이 들어와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불법촬영한 영상을 전송·공유했지만 가해자들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직급이 총경임에도 내부 실세로 군림했기에 ‘경찰총장’으로 불렸던 인물의 비호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직위가 해제됐지만 올해 초부터 송파경찰서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버닝썬 게이트급 사건 사고를 또 치지만 않는다면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정년을 채우고 국민이 낸 세금으로 죽을 때까지 편하게 살 것이다.잊을 만 하면 터지는 게 연예계 사건사고지만 적어도 이 사건 만큼은 영원히 박제돼야 한다. 클럽에서 ‘물뽕’이라 불린 마약을 먹고 정신을 잃은 여성들이 유린당했다. 정말 많은 피해자들이 있었을 테지만 클럽과 유흥가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 넘어간 면도 없지 않다. 그때 못 자른 싹은 이제 평범한 주택가와 학교까지 침범했다. 각종 메신저와 불법 사이트를 통해 택배와 퀵 서비스로 마약을 간단히 배달받게 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과 그리 멀지 않은 몇몇 나라는 그 어떤 범죄라도 일단 마약과 연관된 범죄에 대해선 그 파괴성과 범죄와의 연관성을 간과하지 않고 사형도 불사한다. 가수 정준영은 징역 5년, FT 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은 징역 2년6개월 실형선고를 받았다. 승리는 가장 적은 18개월을 감옥에 있었다.이희승 문화부 부장 press512@viva100.com

2024-05-23 14:09 이희승 기자

[기자수첩] 우즈벡에서 깨달은 ‘K-메디컬’의 우수성

안상준 산업IT부 기자출장을 기회로 처음 방문한 우즈베키스탄은 예상했던 모습과 너무도 달랐다. 개발도상국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잘 정비된 유럽의 어느 한 도시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수도인 타슈켄트에 국한된 모습이었다. 출장의 최종 목적지였던 부하라에 도착하자 상상했던 우즈벡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의료 환경 또한 한국에 비해 매우 열악했다. 부하라에 위치한 국립의료원조차 한국의 70~80년대를 연상케 하는 장비와 시스템을 통해 운영되고 있었다. 환자들은 환자복도 제대로 갖춰 입지 않은 채 좁고 열악한 병실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부하라에서 ‘K-메디컬’의 우수성을 깨달은 건 2019년 개원한 ‘부하라 힘찬병원’을 둘러본 뒤였다. 이 병원은 한국의 선진 의료 시스템을 그대로 이식한 최신식 시설을 갖추고 있다. 환자가 병원에 처음 방문한 순간부터 접수·진료·수납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도 한국 병원과 유사하게 설정했다.힘찬병원 이수찬 대표원장은 우즈벡의 열악한 의료 환경을 눈으로 확인한 뒤 ‘이 곳에 제대로 된 병원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수준 높은 의료 시스템과 우수한 수술 방식을 바탕으로 수많은 우즈벡 환자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개발도상국에 한국 의료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첫 씨앗은 뿌려졌다, 중요한 건 제대로 가꾸고 돌보는 일이다. 씨앗을 처음 뿌린 사람 외에 많은 이들의 관심과 도움도 필요하다.한국의 의료 기술과 시스템은 전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으로 평가 받는다. 이처럼 뛰어난 역량을 우리보다 부족한 국가에서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많아져 K-메디컬의 위엄을 세계 각국에 널리 알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안상준 기자 ansang@viva100.com

2024-05-23 08:01 안상준 기자

[데스크 칼럼] 금리와 돈길

송남석 산업IT부장금리는 돈의 길이고, 돈길은 금리란 강력한 물리력을 등에 업은 현실 권력이다. 물길(자연)이 중력의 골을 타고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이치라면, 금리와 돈길은 정 반대 결을 타고 났다. 하지만 우리네 삶은 돈길의 절대 영역이다. 두 길 간 공통점이 있다면 극도의 불안정과 한 자리에 오래 머무는 것을 싫어하는 천성을 타고 났다는 점이다.그래서 돈길에서 자유로운 현대인이 없다고 하는가 보다. 그런 돈길이 최근 5년 안팎 ‘고금리’ 아래 요지부동, 정체돼 있다. 곳곳에서 불거진 금리인하 시그널이란 ‘희망고문’만 벌써 1년째다. 그러는 새 우리 생활 역시 상당부분 굴절되고 있다. 지금 이 시간, 우리는 예측불허의 불안정한 돈길 위, 변곡점 위에 서 있다.시작은 코로나 팬테믹이란 돌연변이 등장이었고, 비틀어진 일상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낯선 한미 간 금리다. 양국 간 금리차가 역대 최대인 2%까지 벌어진 지도 꽤 됐다. 팬데믹 때 0.5%까지 떨어졌던 한국의 기준금리는 순식간에 3.5%까지 치솟은 뒤 11회 연속 동결 기조다. 반면 미국은 물가잡기란 미명 아래 2022년부터 11차례나 올렸다. 그 결과, 긴축 당시 0.00∼0.25%이던 미국의 기준 금리는 5.25∼5.50%까지 치솟았다. 돈길에 변화가 생기자 국내 자금이나 투자자들은 달러나 채권, 금 등 현물투자에서부터 미장이나 일장 참전 등 새 길을 찾아 헤매고 있다.물론, 예상했던 것 만큼 자본 이탈이 심각하지 않아 다행일 수 있겠지만, 우리 경제와 산업에는 격랑이 몰아쳤다. 지난해 9월,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42.2원까지 폭등하는 등 요동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1488원) 이후 13년 6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225조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기업들의 달러 빚은 당장 ‘독’으로 돌아왔고, 수입기업은 지금도 후유증에 몸살 중이다. 물론, 수출이 늘고 수입이 줄면서 11개월째 인위적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는 이면도 존재한다.이런 돈길의 흐름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이달 중순,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0.1%p 떨어지자 금리인하 기대감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 가능성이란 역신호로 읽기도 한다. 하지만 코로나 3년 풀려나온 달러만큼 거둬들여야 한다는 논리가 아직은 대세인 듯 싶다.한은 금통위가 내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의 관심은 단연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메시지다. 경제 성장률과 물가 전망치가 절대 상수겠지만, 미국에 앞서 선제 금리 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호전되고 있는 각종 지표와 시장 내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그 배경이다. 어쨌든 현 시점에서 한국이나 미국이나 연내 금리인하론이 대세라는 것만은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로 보인다. 전세계 경제가 올해 중 금리 변곡점, 혹은 전환기를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물이나 돈이 한 곳에 오래 고여 있으면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원리일까. 요즘처럼 환율이 뛰고 돈길이 밖을 향하면 고물가이고, 고물가는 다시 저금리의 물레방아를 돌려 순환하는 식이다. 그래서 경제가 지속적인 수축과 이완을 거듭하는지도 모르겠다. 갈수록 복잡다단해지는 시대다. 이제 돈길은 언제쯤 또 다른 물꼬를 낼까. 바로 지금이 돈길 격변기 아닐까.송남석 산업IT부장 songnim@viva100.com

2024-05-22 06:46 송남석 기자

[새문안通] 피할 수 없는 '김호중법'

음주 뺑소니, 운전자 바꿔치기, 사고 후 추가음주, 수만 관객 앞에서의 공연 강행….얼마 전 종영한 이제훈, 이동휘 등 주연 드라마 ‘수사반장 1958’ 중 4공자들의 만행인가 싶다. 한국전쟁 직후 친일파와 조직폭력배, ‘전쟁영웅’의 외피를 두른 폭력범·살인자들이 척결되지 않은 채 이해관계로 얽혀 권력을 장악하고 서로를 비호하던 때. 그들을 비롯한 그들의 자제 및 가족들까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혼란기에 권력자와 그에 빌붙은 이들은 못할 게 없었다.하지만 이는 엄연한 2024년 지금의 일이다. 음주운전 사고 후 10일 간 매니저가 대신 경찰서에 자수했고 추가 음주로 무죄를 선고받은 판례를 참고해 실천에 옮겼으며 최대 수백억원대의 환불금·위약금이 발생할지도 모를 공연 무대에 ‘착실하게도’ 올랐다.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로열 콘체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의 핵심단원들, 세계적인 소프라노 아이다 가리폴리나와의 협연으로 눈길을 끌었던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김호중프리마돈나’(5월 23, 24일 KSPO DOME) 무대 역시 강행의 뜻을 비춘 상태다.SBS미디어넷, KBS 등이 손절에 나섰고 수천장의 취소표로 10억원 이상의 손해가 이미 예견됐다. 출국금지조치가 내려졌고 운전자 바꿔치기 및 증거인멸 등 사법 방해 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발표를 했음에도 여전히 견고한 팬덤의 비호도 이어졌다.결국 그의 이름은 음주 사고 후 추가음주로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이들을 처벌할 ‘김호중법’이라는 새 규정에 붙었다. 당사자 뿐 아니라 그 대단한 글로벌 4대 오케스트라의 ‘오명’ 역시 피할 수 없게 됐다. 지금은 1958년이 아닌 2024년이다.-美-

2024-05-21 14:11 새문안通

[기자수첩] 임대차법 폐지보다 단계적 보완을

채현주 건설부동산부 차장“임대차법요? 고칠 것이 있나요? 정부가 이제와서 무엇을 손을 보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2020년 7월, ‘임대차 2법’ 도입 당시에 문제를 제기했던 한 전문가가 최근 한 말이다. 4년 만에 생각이 달라진 것일까. 정부가 임대차 2법에 대해 폐지에 가까운 개편이 필요하다고 하자 “지금와서 제도를 바꾸면 또 다른 혼란만 키울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은 것이다.서울 아파트 전세값은 1년째 치솟고 있고 주요 단지에선 매물이 ‘0’개에 달할 정도로 매물 품귀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서울 뿐 아닌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올해 8월 계약갱신청구권 ‘2+2’ 전세계약 만기가 도래할 경우 그간 직전계약의 5% 인상폭에 묶여있던 전월세상한제의 전세 보증금이 폭탄처럼 튀어올라 전세시장을 더 자극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이에 정부는 물론 업계에서도 임대차 2법을 전세시장의 악법으로 지목하고 폐지 수순을 밟는 것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국토부의 공식 입장은 임대차 2법의 원상복구”라면서 “22대 국회에서 입법 활동을 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다만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우려의 시선도 커지고 있다. 이미 제도가 시장에 정착된 상황에서 오히려 더 큰 혼란만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소야대’ 속에서 임대차 2법 폐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폐지 수준의 개편안이 덜컥 발표될 경우 전셋값이 더 가파르게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시장 상황이 너무 안 좋다는 점이다. 제도를 단계적으로 보완해 나가면서 시장 충격을 줄이는 게 우선시 돼야 할 것 같다.채현주 건설부동산부 차장 1835@viva100.com

2024-05-20 14:04 채현주 기자

[기자수첩]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법, ‘노가다꾼’ 편견 먼저 없애야

정다운 정치경제부 기자우리는 종종 특정한 방면의 일에 능숙한 사람을 일컬어 ‘꾼’이라고 칭한다. 다만, 사전적 의미를 보면 낮잡아 이르는 표현에 가깝다.20대 초 말년 병장 시절 제대 후 유학비를 벌기 위해 천안의 한 건설 현장을 찾았다. 당시 ‘최전방 군대 물’이 덜 빠졌던 터라 단기간에 현장 ‘오야지’들한테 인정받을 수 있었고 “노가다꾼 해도 손색없겠다”는 칭찬을 들은 기억이 난다.하지만 고용노동부 기자를 하는 지금. 다시 돌이켜보면 ‘노가다꾼’이라는 표현이 왠지 떨떠름하게 들린다. 한국을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시켜놓은 산업일꾼들이 되레 자신들의 가치를 폄훼하고 있는 것 같아서다.이들의 자조 섞인 농담 속에는 한국의 모순적인 ‘직장’ 개념이 고스란히 담겼다. 일상에서 흔히 발견되는데 깍새, 백정, 딴따라 등의 표현이다.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한국에서는 넥타이에 번듯한 정장과 구두를 차려입어야만 ‘직장’으로 인정해주는 풍토가 아직 남아있다.대한제국 시절이던 지난 1894년 갑오개혁 이후 신분제는 폐지됐지만, 지금도 또 다른 형태의 신분제로 살아 숨 쉬는 것이다.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연신 외쳐왔다. 다만, 효과는 크지 않은 것 같다.대표적으로 직업계고 졸업자 7만1591명 중 취업자가 1만9526명(27.3%)에 그친 것이 예다. 반면, 진학자는 3만3621명(47%)으로 취업자보다 약 1.72배 많았다.직업계고에서조차 ‘기술인력’ 천시 현상이 만연한 실정이니 우리사회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는 하세월이다.호주 시드니 한복판에서는 안전조끼를 입은 노동자들이 스스럼없이 트램을 타고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그 누구도 눈치 주는 사람이 없다. 한국에서 법보다 편견 해소가 우선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정다운 정치경제부 기자 danjung638@viva100.com

2024-05-19 13:24 정다운 기자

[기자수첩] 도심에만 편중된 관광인프라 넓혀야

송수연 생활경제부 기자엔데믹 전환으로 하늘길이 열리며 외국인 관광객들이 돌아오고 있다. 서울 종로나 명동만 보더라도 일본인과 중국인을 비롯해 유럽 등 다양한 국가에서 한국을 방문해 즐기는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서울 유명호텔 체인들은 올해를 기점으로 외국인 투숙률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을 정도다.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340만3000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같은 분기의 88.6%까지 올라왔다.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났지만 우리나라의 여행수지는 10억7000만 달러 적자로 112개월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외국인의 입국보다 내국인의 출국이 더 많은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지만,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여행수지를 흑자로 돌리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 중 하나로 외국인 관광객의 낮은 재방문율을 꼽는다. 한국에 다시 방문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돌아가는 외국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서울이나 부산·제주도를 제외하면 관광 명소로 특정할 만한 도시가 없고, 간다 하더라도 외국인을 위한 숙박시설이 교통 편의 등 인프라가 현저히 부족해 여행 중 느끼는 불편함이 크다.관광대국인 이웃나라 일본만 대조적인 모습이다. 일본의 재방문율은 미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숙박을 비롯한 관광 인프라는 물론이고 각 도시마다 특색 있고 매력있는 관광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반면, 우리나라는 서울과 일부 도시에만 관광 인프라가 집중돼 있다. 외국인 10명 중 9명 이상이 인천국제공항으로 유입되는 이유다.정부는 편중된 관광 인프라를 지방 도시로 넓혀 관광산업의 질적 수준을 끌어올려 재방문율을 유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관광업계와 정부가 관점을 외국인의 시선으로 바꿔 새로운 콘텐츠와 인프라 확산에 나서야 할 때다.송수연 생활경제부 기자 ssy1216@viva100.com

2024-05-16 14:05 송수연 기자

[기자수첩] ‘공명지조’ 아시아나, ‘일심동체’ 필요한 때

정은지 산업IT부 기자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의 통합을 앞두고 내홍을 겪고 있다. 경영진과 조종사 노조가 각자의 이익만 추구하며 회사의 미래는 뒷전인 채 ‘공명지조(共命之鳥·하나의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상상 속 새)’의 비극을 예고하는 듯 해서다. 머리가 각각 따로 움직이다 보니 먹이를 놓고 다투게 되고, 끝내 한 쪽은 굶어 죽게된다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경영 부실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돈 잔치에 급급한 지금의 아시아나항공에 비견된다.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파업 직전까지 가며 2.5% 임금 인상을 관철시켰다. 올해는 무려 8.5%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회사가 절체절명의 위기인데도 자신들의 처우 개선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지난 8일 사측과 노조는 기본급 및 비행수당 7.5%인상 등에 합의했다.경영진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단행된 임원 인사에서 원유석 사장은 단 3년 만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셀프 진급’했다. 전무와 상무 등 10명이 한꺼번에 승진한 것도 모자라 자회사 대표까지 초고속으로 승진했다.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이러는 와중에 회사 상황은 이미 엉망이다. 2019년부터 임금이 동결된 데다 구조조정으로 인력은 줄고 업무량은 급증했다. 이미 1000명이 넘는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회사의 부채비율은 1500%를 훌쩍 넘겼고, 자본잠식 상태다.이런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진과 노조가 서로 한 몸처럼 힘을 합쳐 위기를 넘기기는커녕, 저마다 제 살길만 찾고 있으니 ‘공명지조’의 비극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지금이라도 경영진과 노조는 머리를 맞대고 미래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눈앞의 이익이 아닌 회사의 장래를, 자신들의 주머니 속이 아닌 직원들의 생계를 먼저 걱정해야 한다. ‘공명지조’의 비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일심동체(一心同體)’로 국면을 전환하는 수 밖에 없어 보인다.정은지 산업IT부 기자 blue@viva100.com

2024-05-16 06:12 정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