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사과가 사라진다

이형구 생활경제부장조만간 한국에서 붉은 사과를 찾아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사과 껍질이 붉게 변하는 건 9월 중순 이후 더위가 가시고 기온이 내려가며 사과껍질에 천연 색소인 안토시아닌 성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사과의 안토시아닌은 낮기온이 20~25℃, 밤기온이 15~18℃ 가량으로 떨어졌을 때 가장 잘 생성된다고 한다. 하지만 온난화로 밤 기온이 올라가면서 빨간색으로 변하지 않고 녹색인 채로 남아 있게 된다.그런데 최근 기후 변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착색이 지연되고 껍질 색이 선명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농촌진흥청은 최근 들어 ‘빨간 사과’가 아닌 황옥, 골든볼 등 ‘노란 사과’ 보급에 나서고 있다.나아가 온난화가 지금 같은 추세로 계속된다면 2100년에는 한반도에서 사과 재배가 아예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환경부가 지난 2020년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감축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현재 수준으로 배출이 지속됐을 때 80년 후인 2100년 한국의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1750년) 대비 4.7℃나 상승한다.이렇게 되면 2100년에는 한반도에서 사과 재배에 적합한 지역은 전체 농경지의 0%가 될 것으로 환경부는 예상했다. 재배 가능한 지역도 0.2%에 그친다. 국내산 ‘붉은 사과’는 말 그대로 씨가 말라 버리게 되는 셈이다.그리고 이 같은 현상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지난 2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농업 전망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사과 재배면적은 지난해 3만3800헥타르(㏊)에서 2033년 3만900ha로 연평균 1%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2033년까지 9년 동안 사과 재배면적 2900㏊(8.6%)가 줄어드는 것으로 축구장(0.714㏊) 4000개가 사라지는 셈이다.재배 면적 감소 탓에 사과 생산량은 올해 50만2000톤(t)에서 2033년 48만5000t 내외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농촌경제연구원은 전망했다. 생산량 감소로 사과 소비도 줄어 1인당 사과(후지 상품) 소비량은 올해 9.7㎏에서 2033년 9.5㎏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사과뿐만이 아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9489㏊이던 배 재배면적은 2032년엔 8700㏊까지 줄어들 전망이며, 배 생산량도 2023년 20만t에서 2032년엔 19만4000t으로 줄어들 전망이다.반면 ‘제주 감귤’은 ‘강원도 감귤’로 대체된다.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 귤(온주밀감)의 재배 적지는 제주지만, 2090년이 되면 제주는 한라산 산간을 빼곤 재배가 불가능해지고 대신 2030년대 전남 해안가를 시작으로 경남, 강원도 해안으로 재배지가 확대되면서 경북, 충북, 전북도 감귤 재배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한다.실제로 2020년 기준 제주지역 노지감귤 재배 면적은 1만1234㏊로 2010년 1만8190㏊ 대비 38.2% 감소했지만, 제주를 제외한 타 지역 노지감귤 재배 면적은 2010년 63㏊에서 2020년 들어서는 109㏊로 10년 새 73% 늘었다.우리 후손들은 장차 차례상에 붉은 사과 대신에 감귤을 놓게 될 가능성이 높다.이형구 생활경제부장 scaler@viva100.com

2024-03-05 14:23 이형구 기자

[기자수첩] '아파트명 가이드라인'에 거는 기대

문경란 건설부동산부 기자‘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은 김씨 성을 가진 아버지가 자식에게 오래 사는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던 나머지, 실제로 오래 사는 거북이와 두루미를 이름에 넣어 길게 작명한 것으로 ‘긴 이름의 대명사’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이름을 보면 온갖 좋은 의미의 단어를 조합해 만든 우리나라 아파트 이름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집값’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의도에서 특정 법정동·행정동 이름을 넣는 시도는 물론 강, 호수 조망을 부각하려 ‘리버’, ‘레이크’를 붙이기도 하고 고급스런 이미지를 위해 ‘퍼스트’, ‘베스트’, ‘노블’ 등의 영어 표현이 더해지면서 아파트 이름이 점점 길어졌다. 이렇게 긴 이름으로 유명한 단지들이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빛가람 대방엘리움 로얄카운티 1차’(25자), ‘동탄시범다은마을 월드메르디앙 반도유보라 아파트’(22자) 등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시어머니가 아들 사는 곳 못 찾게 하는 아파트 이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그런데 최근 지자체 가운데서는 최초로 서울시에서 아파트 이름 짓기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가이드라인에는 ‘어려운 외국어 사용 자제하기’, ‘고유 지명 활용하기’, ‘애칭 사용 자제하기’, ‘적정 글자 수 지키기’, ‘아파트 이름 변경 시 절차 따르기’ 등 크게 다섯 가지 원칙이 제시돼 있다. 서울시는 이번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해 2022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학계 전문가, 조합, 건설사 등이 참여하는 토론을 벌였다고 한다. 이를 통해 한글과 고유 지명 등을 활용해 편리하고 쉽게 부르거나 외울 수 있는 아파트 이름이 자리 잡도록 돕는 ‘아파트 이름 길라잡이’를 펴낸 것이다. 강제성은 없지만 이러한 첫 시도가 공해 수준의 아파트 이름에 조금이라도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가 된다.문경란 건설부동산부 기자 mgr@viva100.com

2024-03-04 14:28 문경란 기자

[기자수첩] '잃어버린 30년' 일본, 부동산 황금기가 돌아왔다

채훈식 건설부동산부 부장한때 일본 부동산은 사는 순간부터 감가상각이 시작된다는 말이 있었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1월 도쿄 23구의 신축 아파트 평균 가격은 1억1561만엔으로 전년동기대비 36.7% 급등했다.외국인 부호들이 일본 부동산 시장에 몰려들면서 고급 아파트 판매가 부쩍 늘었다. 특히 홍콩, 대만, 싱가포르 부자들이 중국 주변의 지정학적 불안을 피하기 위해 일본을 택하고 있다.일본 부동산 시장이 호황기를 맞이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최근 많이 올랐지만 30년전 가격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 보다 싸다.미국의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가 7% 대로 고공행진 중인 것과 반대로 일본 주택담보대출 고정 금리는 연 1~2% 수준이다. 변동 금리의 경우 연 1% 미만도 있다. 엔화가 저렴할 때 일본 부동산을 샀다가 엔화 강세에 팔면 환차익까지 노릴 수 있어 투자자들에게 더 매력적이다.그러나 이러한 호황기가 지속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부동산 활황이 도쿄·오사카 등 일부 대도시에만 국한돼 있어 지방 소도시는 부진하다. 또 도쿄 오피스 공급량이 확대된 데다 재택근무가 확산되는 현상까지 겹치면서 오피스 공실이 급격히 증가했다. 현재 일본의 가장 큰 사회적 문제로 꼽히는 인구 감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그럼에도 일본은 도시 인구 밀도가 높고, 외국인 투자자에게 친화적인 법률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엔저와 초저금리 환경을 활용하려는 해외투자자들의 관심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채훈식 건설부동산부 부장  chae@viva100.com

2024-03-03 14:37 채훈식 기자

[데스크 칼럼] 실현 불가능한 1기 신도시 재건축

이기영 건설부동산부장‘1기 신도시법’이라고 할 수 있는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법이 4·10 총선을 앞두고 본격화 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5월 선도지구 신청을 받기로 하면서 분위기를 띄우려고 하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아무리 계산해봐도 지금 정부가 구상하는 조건으로는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서 재건축에 따른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큰데 누가 재건축에 동의하느냐다.지금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서 재건축 성공여부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건은 첫째로 분양가 수준, 두 번째로 공사비 수준, 세 번째로 기부채납 비율이다.일단 재건축 단지 주변 아파트 시세가 높아야 높은 분양가를 책정해 1차 사업성을 노릴 수 있는데, 현재 1기 신도시 가운데 가장 비싼 분당의 경우 3.3㎡ 분양가는 많이 받아봐야 4000만원이고, 평촌은 3000만원이다. 상대적으로 싼 지역인 일산이 2000만원대고 산본과 중동은 1000만원대다.가장 비싼 분당의 경우 84㎡ 분양가는 많아야 13억원이라고 할 수 있다.이번 특별법 적용으로 용적률 500%를 적용받았을 경우, 늘어나는 기부채납비율 중간치를 잡으면 약 180%의 용적률을 기부형태로 토해내야 하는데 반해, 기부채납 부분에 대한 공사비까지 부담하는 구조다. 현재 평균 공사비는 3.3㎡ 당 1800만원인데, 실제 공사가 들어가는 시점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최소 2000만원은 넘는다고 봐야한다. 이러한 구조를 가지고 계산할 때, 4000만원의 비교적 높은 분양가로 계산해도 가구당 4억원 이상의 분담금을 물어야 한다. 여기에 초과이익환수액과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분양가 조정분을 반영하면 분담금은 최소 4억원 이상 더 늘어날 것이다.아파트값이 비싼 분당이 이런데 그 외 1기 신도시들 입장은 어떻겠나. 더구나 1기 신도시를 제외한 지방의 구축 대단지 재건축은 과연 입이라도 뗄 수 있을지 의문이다.서울 노원구 상계동 재건축 아파트를 5억원에 샀지만, 재건축 분담금이 6억원 이상 나온다고 해서 급매로 내놓는 정도다.정부가 이런 계산 안하고 이 법을 내놓았을 리는 만무다. 결국 지금과 같은 재건축 방식은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는 그야말로 총선용 공약(空約)이라고 밖에 해석이 안된다.앞으로 구축 단지들의 재건축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더 큰 사회문제가 될 것이 뻔하다.지금같은 기부채납 방식의 구조로는 특별법 적용이던 아니던 별 의미 없이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오죽하면 분양가가 7000만원 대인 강남지역 재건축을 위한 법이란 말이 나올까. 그런 강남도 분담금이 10억원을 웃도는 형편이다.선거를 앞두고 온갖 공약이 등장하지만, 이번 공약은 지나치게 포퓰리즘 측면이 있어 향후 후유증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진작 시간을 가지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궁리하고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미 버스는 출발시켰으니 이를 어쩔꼬. 앞으로 나아가지도 되돌리지도 못할 이 특별법으로 부동산 시장은 더 시끄럽게 됐다.이기영 건설부동산부장 rekiyoung9271@viva100.com

2024-02-27 14:06 이기영 기자

[원 클릭 시사] 한국형 제시카법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들을 단죄하는 법으로 미국에 ‘제시카법’이 있다. 지난 2005년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성 범죄자에게 강간 후 살해당한 9살 피해자 제시카 런스퍼드의 이름을 딴 법이다. 12세 미만 아동에게 성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게 최소 25년의 형량을 적용하고, 출소 이후에도 평생 위치추적장치를 채워 집중 감시케 하는 법이다. 유사한 법으로, 석방된 성 범죄자의 신성정보를 공개하는 ‘메건법’이 있다. 우리 법무부도 이런 법들을 원용해, 최악의 범죄자에 대한 사회적 격리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이다. 12세 미만 아동을 상대로 성 범죄를 저지를 경우 최소 징역 25년에 처하고, 평생 위치 추적장치를 부착케 해 특별관리하고, 학교나 공원에서 일정 거리 안에 거주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법 추진을 환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 ‘위헌’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어 실제 추진 동력은 주춤 한 상황이다. 재수감 수준의 이중 처벌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이런 범죄자들을 한 곳에서 관리할 경우, 오히려 우범지역으로 낙인찍혀 더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4-02-27 14:05 조진래 기자

[새문안通] '워리'스러운 모 은행의 '입틀막'

대통령 경호처의 이른바 ‘입틀막’사건이 총선을 앞두고 사회·정치적 이슈가 되고 있다. “국가 원수를 경호하는 기본 규칙에 따른 행위로 불가피했다고 생각한다”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2일 국회 비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일련의 입틀막 사건에 대해 평가했다. “경호처가 국회의원, 카이스트 졸업생, 의사들의 입을 줄줄이 막았다”는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의 지적에 대한 답변이다. 경호처는 입틀막에 대해 “경호상 위해행위” “소란행위자 분리” “퇴거불응에 따른 조처”라고 각 사건에 대해 설명한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물리력으로 입을 틀어막고 팔다리를 들어 끌어내는 사안을 두고 과잉경호라며 날 선 비판을 멈추지 않는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입틀막류의 행위는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동물 보호법에서는 맹견에 대한 입마개 사용을 의무사항으로 규정했다. 태어난지 3개월 이상인 맹견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에는 목줄 및 입마개 등 안전장치를 하거나 맹견의 탈출을 방지할 수 있는 적정한 이동장치를 해야 한다. 선의의 피해자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입틀막인 셈이다. 어느 집단은 ‘자신만’을 위해 입틀막을 자행하면서 상식의 가치를 무너뜨리곤 한다. 그리고선 ‘자신만’의 입틀막을 ‘우리를’위한 것으로 포장한다. 게다가 이 경우 엉덩이에 뿔난 못된 송아지가 우쭐되는 모습도 엿보여 내심 어처구니 없다. 지난해부터 ‘우리’를 위한다며 자행되고 있는 모 은행의 비판 언론사 길들이기 광고 입틀막도 ‘못된 송아지’꼴이 아닌지 이해관계를 떠나 개인적으로는 안쓰럽다. 금융지주 회장의 사실상 용인아래 언론사 간부 출신 부사장이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져 더욱 그렇다. 그들의 언론관이 궁금하다. ‘우리’가 ‘워리(Worry)’가 돼서는 안된다. -明-

2024-02-27 11:47 새문안通

[기자수첩] 4·10 총선, ‘비호감 대선’처럼 안돼야

정재호 정치경제부 기자“뽑을 사람이 없다”, 4·10 총선을 약 40여일 앞두고 들은 이야기다. 여야 대진표가 속속 완성되며 본격적인 총선 정국의 막이 오르고 있지만 양당의 비방 공세, 내부 공천 잡음, 선거구 획정 갈등 등 유권자의 고개가 절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여야는 지난 24일 상대 당의 총선 공천 과정을 비난하며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충성심과 방탄력’을 기준으로 공천을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시스템을 빙자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사천’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민주당 공천 기준은 오직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이라며 “민주당의 공천시스템은 결국 이재명 대표를 방어할 ‘방탄력’이 절대 기준이냐”고 지적했다.반면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 둘이 마음대로 (후보) 평가 순위를 떡 주무르듯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사천이라고 한다. 두 사람이 대체 무슨 기준과 근거를 가지고 당 기여도를 정하냐”며 비판했다.여야는 총선 공천 결과를 두고도 내부 반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예비후보 탈락자와 현역 의원 하위 평가자 등을 중심으로 반발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공천에서 탈락한 송숙희 예비후보가 단수공천 철회를 주장하며 삭발한 데 이어, 민주당에서는 노웅래 의원과 김상진 예비후보가 단식 투쟁에 돌입하는 등 당 공천 방식에 반기를 들었다.여야의 ‘선거구 획정’ 협상도 여전히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지역구 분구·합구 문제는 물론 여야가 특례로 정할 수 있는 일부 구역조정을 두고도 평행대치를 이어가면서 역대 최악의 ‘깜깜이 선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결국 이번 총선도 민생이 중심된 정책대결은 실종된 모습이다. 지난 ‘비호감 대선’이 떠오르는 이유다.정재호 기자 cjh86@viva100.com

2024-02-26 13:32 정재호 기자

[기자수첩] 습관적 유류세 인하, 구멍난 나라 곳간

도수화 산업IT부 기자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치가 또다시 2개월 연장됐다. 연장 여부가 결정되기 전부터 이미 업계 안팎에서는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졌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서다.‘연장 카드’를 빼든 정부는 이번에도 물가 안정이라는 명분 아래 기존 인하 조치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공교롭게도 유류세 인하 조치 종료 기간만 되면 상승세로 전환하는 국제유가 상승이란 어김없는 법칙도 만들어냈다.유류세 인하는 2021년 11월 시작된 이후, ‘한시적 조치’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2년 넘게 연장에 연장을 거듭해 오며 벌써 8번째다. 지난해 초부터 휘발유 유류세 인하율은 25%로 축소됐지만, 경유는 아직 37%를 유지하는 등 정부는 인하율 축소조차 조심스러운 모습이다.유류세 인하 조치가 소비자들의 기름값 부담을 어느 정도 완화해 준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현재 휘발유에는 25%,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에 대해서는 37%의 유류세 인하율이 적용되고 있다. 연비가 리터(L)당 10km인 휘발유 차량으로 하루 40km를 주행한다면 월 유류비를 2만5000원가량 절감할 수 있는 셈이다.하지만 그만큼 국가의 세수에 펑크가 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지난해까지 최근 2년 연속 세수 결손이 발생한 데다 유류세 인하 조치로 교통세만 3000억원이 감소한 것이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다.총선 이후에는 기름값을 비롯해 그동안 억눌렸던 각종 공공요금 인상 본격화가 예고된다. 진정한 ‘석유가격 안정화’를 말하려면 이제는 습관적 선심쓰기 경쟁이 아닌, 실효성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도수화 산업IT부 기자 dosh@viva100.com

2024-02-26 06:02 도수화 기자

[기자수첩] ‘전공의 선생님’ 그들만이 사는 세상…낭만닥터 김사부는 없다

이원배 정치경제부 차장지난 11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건복지부 페이스북에 ‘전공의들께 드리는 글’을 올렸다. 조규홍 장관 게시물에 대해 정책을 비판하는 댓글이 여러 있었지만 그 중 눈에 띄는 글이 있었다. 전공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았다고 조규홍 장관과 복지부를 조롱하는 글이었다. 한 의사로 보이는 이용자는 “싸가지 없는 분들께” 같은 뉘앙스라며 조롱했다. 의사 세계에서 통용하는 호칭을 다른 세계에서 쓰지 않았다고 조롱하는 모습을 보면서 의사들이 새삼 특권 의식에 가득 찼고 그들만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의사 세계를 잘 아는 분들은 그들이 그들만의 커뮤니티에서 그들만의 정보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어 폐쇄성이 짙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특권 의식과 폐쇄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진행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과 근무지 이탈이다. 환자 진료 차질이 뻔한 상황에서 의료 현장을 떠나고 이를 ‘개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라고 호도한다. 의사 외 대체할 인력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집단으로 이뤄진 사직은 누가 봐도 직업 선택의 자유보다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행위로 밖에 안 보일 것이다. ‘우리가 일을 안 하면 너네들이 어쩔 건데’라는 의식이 엿보인다. 지난 수십 년간 이룩한 ‘승리의 역사’를 믿는 듯하다. 그들의 폐쇄성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대다수 국민여론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에서도 볼 수 있다. 그들은 모르지만 갈수록 고립돼 가고 있다.한 천재의사가 시골 조그만 병원에서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환자만 생각하고 치료한다’는 내용의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는 꽤 인기가 있었다.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진정한’ 의사들의 모습이 ‘환상적으로’ 그려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작금의 한국에서 김사부 같은 의사는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의사들은 의료 현장으로 돌아가고 국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이원배 정치경제부 차장 lwb21@viva100.com

2024-02-22 15:09 이원배 기자

[기자수첩] '돈 값' 못하는 축구감독의 위약금, 누가 내나요?

이희승 문화부 부장최근 한 배우의 ‘돈 값’에 대한 발언이 연일 화제다. 영화 ‘파묘’의 개봉을 앞둔 김고은이 정재형의 유튜브 콘텐츠 ‘요정재형’에 출연해 “배우로서 받는 페이야말로 양심과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고 한 발언은 업계에 조용한 파장을, 대중에게는 큰 환호를 받았다. 최근 연예계에 회당 10억을 받는 배우가 등장했다는 말이 나오면서 그들의 ‘몸값’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흥행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작정 스타성 높은 배우를 쓰고 대중성을 겨냥한 소재만 추구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은 비단 연예인들만의 숙제가 아닐 것이다.2024 아시안컵이 끝나고 한국 사람들이 가장 분노한 지점은 ‘준결승 탈락’이 아니다. 현재 대표팀을 구성하고 있는 선수 개개인의 능력치를 보았을 때 합당하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준 것도 물론 있지만 팀의 수장인 위르겐 클린스만과 그를 영입한 대한축구협회의 무능함이 더 크다. 감독의 연봉이 무려 29억이고 그를 경질하며 내주어야 하는 위약금 또한 약 70억원으로 예상된다는 보도는 기름을 부었다.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는 계속되는 재택근무, 외유 논란 지적에도 자신만의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클린스만 감독을 저격하며 “언론에 보도된 거액의 위약금이야말로 그를 선임한 대한축구협회에서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돈 값’ 못한 사람에게 국민의 혈세를 털어 내보내야 하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차라리 위약금 대신 대기업과 다수의 회사에서 고용인을 좌천 보낼 때 주로 쓰는 조리돌림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을 정도다. 개인적으로 나는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히딩크 감독이 쓴 자서전 필사를 강력히 권하고 싶다. 남은 계약 기간인 2026년까지 하루 한장이면 충분할테니.이희승 문화부 부장 press512@viva100.com

2024-02-21 14:48 이희승 기자

[새문안通] 총선과 '파이터의 봄'

제22대 총선이 48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간 표심 잡기와 예비후보들의 공천 경쟁은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싸늘함을 넘어 냉소적이다. 정작 저성장과 고물가·고금리 속에 허덕이는 국민들 앞에 ‘닥치고 승리’만 외치고 있으니 딱히 나서 손잡아 줄 정당이나 국회의원 후보자가 없는 것이다.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해묵은 총선 구도나 캐치프레이즈도 정치혐오에 한 몫 한다. ‘정권 심판’과 ‘거대 야당 타도’. 벌써 몇 년째인가. 그러는 사이, 도탄에 빠진 민생은 정치가 깔아 놓은 분노와 원망의 덫에 빠져버렸고, 그나마 눈에 띄는 몇 몇 경제 이슈들은 포퓰리즘에 가깝다. 국민들이 정치를 식상함의 상징, 해악으로까지 꼽는 이유 아닌가.이런 정치혐오의 발원은 어디일까. 직능별 국회의원 비율을 따져봤다. 우선 지난 21대 총선에서 지역구 42명과 비례대표 4명 등 총 46명(39.3%)의 법조인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15.3%, 다섯 명에 한명 꼴이다. 앞선 20대 총선에서도 49명의 법조인 당선자가 나왔다.혹자들은 이런 직종 편중에 주목, ‘법조 국회’ 라거나 ‘법조 정당’이라고 꼬집는다. 그 중 압도적인(21대 15명) 숫자가 속칭 ‘칼잡이’로 불리는 검사 출신이다. 그래서 일까. 국회에 대화와 타협, 협치는 오간데 없고 극한 싸움만이 횡행했다. 특히 21대 국회는 국민들의 뇌리 속에 이른바 ‘파이터’들의 난타전과 일부 빅마우스들의 과잉 충성경쟁으로 얼룩졌다.법조인들은 이미 ‘그들만의 리그’를 넘어 권력의 핵심까지 차지했다. 지금의 대통령도, 제1 야당 대표도, 여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죄다 법조 출신 아닌가. 이번에도 정치권력은 또다시 법조인들을 경쟁적으로 끌어 모으고 있다. 툭하면 고소 고발과 과잉입법으로 법률 지식을 남용해온 그들, 23대 국회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錫 -

2024-02-21 06:11 새문안通

[원 클릭 시사] 초한전(超限戰)

미국 육군사관학교와 해군사관학교가 필독서로 지정한 중국 서적이 있다. 초한전(超限戰)이다. 유방과 항우를 다룬 초한지(楚漢志)가 아니라, 21세기 중국이 채택한 ‘영역과 경계를 허무는 제한 없는 전쟁’에 관한 책이다. 1999년 중국 공군 소속의 ‘차오량’과 ‘왕상수이’라는 두 명의 대령이 공동 저술한 군사 전략서다.두 저자는 이 책에서 ‘중국이 미국과 붙어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초한전’을 수행하기 위한 24가지 전법을 상세히 제시해 주목을 끌었다. 군사적 전법으로는 핵전쟁을 의미하는 원자전부터 재래전과 생화학전, 우주전, 전자전, 유격전, 테러전, 그리고 심지어는 ‘인공 엘리뇨’ 등 자연 현상을 무기로 활용하는 생태전까지 망라했다.비군사적 전법으로는 금융전과 무역전, 자원전, 경제원조전, 법률전, 제재전, 언론전, 이념전을 기술했다. 여기에 초군사 분야의 전쟁 수행 방식으로 외교전과 인터넷전, 정보전, 심리전, 기술전, 밀수전, 마약전, 사이버전까지 망라했다. 모두가 현재 중국이 펼치고 있는 전략들이다. 미국 펜타곤이 이 책을 중국군 교리의 핵심이라고 판단해 즉시 필독서로 삼은 것이 이해된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4-02-20 14:03 조진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