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잃어버린 30년' 일본, 부동산 황금기가 돌아왔다

채훈식 기자
입력일 2024-03-03 14:37 수정일 2024-03-03 14:38 발행일 2024-03-04 19면
인쇄아이콘
clip20240303042724
채훈식 건설부동산부 부장

한때 일본 부동산은 사는 순간부터 감가상각이 시작된다는 말이 있었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1월 도쿄 23구의 신축 아파트 평균 가격은 1억1561만엔으로 전년동기대비 36.7% 급등했다.

외국인 부호들이 일본 부동산 시장에 몰려들면서 고급 아파트 판매가 부쩍 늘었다. 특히 홍콩, 대만, 싱가포르 부자들이 중국 주변의 지정학적 불안을 피하기 위해 일본을 택하고 있다.

일본 부동산 시장이 호황기를 맞이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최근 많이 올랐지만 30년전 가격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 보다 싸다.

미국의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가 7% 대로 고공행진 중인 것과 반대로 일본 주택담보대출 고정 금리는 연 1~2% 수준이다. 변동 금리의 경우 연 1% 미만도 있다. 엔화가 저렴할 때 일본 부동산을 샀다가 엔화 강세에 팔면 환차익까지 노릴 수 있어 투자자들에게 더 매력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호황기가 지속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부동산 활황이 도쿄·오사카 등 일부 대도시에만 국한돼 있어 지방 소도시는 부진하다. 또 도쿄 오피스 공급량이 확대된 데다 재택근무가 확산되는 현상까지 겹치면서 오피스 공실이 급격히 증가했다. 현재 일본의 가장 큰 사회적 문제로 꼽히는 인구 감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럼에도 일본은 도시 인구 밀도가 높고, 외국인 투자자에게 친화적인 법률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엔저와 초저금리 환경을 활용하려는 해외투자자들의 관심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채훈식 건설부동산부 부장  ch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