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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성공하려면

도수화 금융증권부 기자금융당국의 요청으로 지난 2015년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가 만든 보험상품 비교 사이트 ‘보험다모아’. 아쉽게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낮은 인지도와 접근성 부족, 조회한 보험료와 실제 보험료 간 차이 발생, 특약 등 정확한 조건 비교의 어려움 등이 이유였다.올해부터 당국이 보험·핀테크업계와 손잡고 새로 추진하고 있는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 등 ‘핀테크 공룡’의 플랫폼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역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핀테크사가 운영하는 플랫폼을 통해 여러 보험사의 온라인 보험상품을 비교하고 적합한 상품을 추천해 주는 것이다. 올해 1월부터 핀테크사와 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과 용종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우선 출시해 운영 중이다.서비스 출시 이후 5개월간 플랫폼을 이용한 49만여 명 중 실제 보험계약 체결로 이어진 건수는 약 4만6000여 건에 그쳤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단순 가격 비교에 집중하다 보니 복잡한 보험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정말로 필요한 ‘맞춤형’ 상품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후속 비교·추천 서비스 상품으로 준비 중인 펫보험은 그 어려움이 더하다. 플랫폼에 입점하는 보험사들은 장기보험이나 일반보험 등 각자 다른 펫보험 상품을 선보일 계획인데, 소비자들이 가격 외에도 상품의 차이까지 알고 있어야 하므로 번거로움이 클 수밖에 없다. 보험업계에서도 보험상품 특성상 천편일률적인 비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눈에 보이는 성과보다는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개편하는 방안이 시급해 보인다.도수화 금융증권부 기자 dosh@viva100.com

2024-07-17 09:06 도수화 기자

[새문안通] 집값 폭등 걱정 말라는 정부

집값이 무서운 속도로 상승 중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16주 연속, 전셋값은 60주 연속 올랐다.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폭은 0.24%로 지난 2018년 9월 셋째 주(0.26%) 이후 5년 10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5월 평균 매매 거래액은 11억9721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집값 상승 추세가 가팔라지면서 평생 집 없는 신세가 될까봐 조급해진 젊은 층이 주택 매입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5002건으로 2021년 5월 이후 처음으로 5000건을 넘겼다. 7월 말 집계가 완료되는 6월 거래량은 이미 6000건을 넘어섰다.집값이 2020~2021년 폭등기 수준으로 다시 들썩이고 있지만 정부는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최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 아파트값 상승과 거래량 증가 등 수도권 주택시장의 불안한 흐름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추세적 상승 전환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급 부족 우려에 대해선 “서울의 경우 내년까지 아파트 입주 물량이 최근 3년간 평균치를 웃도는 수준이고, 수도권 3기 신도시도 착공 이후 준공 예정인 물량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은 역효과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자제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박 장관의 말은 마치 문재인 정부 집값 상승기를 떠올리게 한다. 지난 2020년 7월 당시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은 “주택 공급은 지금도 충분하다”고 밝혔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집값은 폭등세를 나타냈다.시시각각 변화하는 부동산 시장 상황에 국민 모두가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혼란에 빠진 현재 상황을 다시 정상화하려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蔡-

2024-07-16 14:03 새문안通

[데스크 칼럼] 자영업, 과감한 구조조정 필요

이형구 생활경제부장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상태에 빨간 불이 들어 오고 있다.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으며, 자영업자들의 대출 연체율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국세청 국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98만 648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11만 9195명 증가한 것으로, 지난 200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폐업 사유별로 보면 ‘사업 부진’이 48만2183명으로 가장 많았다.폐업자의 증가로 자영업자 수는 올해 1분기 약 2년 만에 마이너스(-9000명)로 돌아선 뒤 2분기 10만1000명 줄며 감소 폭을 키우고 있다. 특히 올해 2분기 고용원 없는 영세 자영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만4100명 줄며 2015년 4분기(-11만8200명) 이후 8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올해 들어 소상공인·자영업자가 갚지 못해 지역신용보증재단이 대신 변제한 은행 빚도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1∼5월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대위변제액은 1조29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4.1% 급증했다. 대위변제는 소상공인이 은행에서 대출받도록 보증해 준 지역신보가 대출을 대신 갚아주는 것이다. 대위변제 규모가 커지는 건 그만큼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경영 상황이 악화일로에 있다는 방증이다.정부는 이같은 위기를 감지하고 지난 1일 임대료·전기료·인건비 부담 완화, 정책자금 대출 상환기간 연장 등 총 25조원 규모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을 내놨다.하지만 이같은 방안을 통해 한계 상황에 몰려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사업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고금리와 내수 침체 양상이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소상공인·자영업의 위기에는 경기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도 크다. 한국의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31.3%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웃 일본보다 약 18% 포인트(p)나 높다. 실제로 한국의 소상공인·자영업자는 전체 사업체의 약 99%를 차지하고 있다. 경기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이 넘쳐나니 연쇄 부실 위험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경제전문가들은 위기의 자영업자들의 회생과 지나치게 높은 자영업 비중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자영업자들에 대한 금융지원보다는 구조조정을 동반한 대대적인 채무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자영업 대출 증가는 회생불가 자영업자의 구조조정 지연 및 잠재부실을 이연·누적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채무 상환 능력이 크게 떨어졌거나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자영업자에 대해 새출발기금 등을 통한 채무 재조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경쟁력을 상실한 자영업자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과 회생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하지만 이같은 해법은 550만명에 달하는 자영업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 킬 것이 분명해 정치권과 정부로서는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반드시 해야 하지만 인기 없는 정책인 셈이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을까.이형구 생활경제부장 scaler@viva100.com

2024-07-16 14:02 이형구 기자

[기자수첩] 뉴진스와 지방소멸

이원배 정치경제부 차장대우지난 1950~1980년대에는 이른바 서울 상경기 성공담이 미담처럼 퍼졌다. 유능하지만 가난한 시골 사람이 성공을 위해 서울에 올라와 공부로, 재능으로, 사업으로 성공했다는 이야기다. 드라마 ‘모래시계’의 강직한 ‘서울중앙지검’ 강우석 검사가 상징적이다.서울에는 대통령·국회를 중심으로 한 정치권력과 재벌을 중심으로 한 경제권력, 판·검사 등이 중심이 된 사법권력, 서울대학교를 정점으로 한 교육권력, 방송사 등 미디어산업을 중심으로 한 문화권력 등 모든 권력이 집중돼 있다. 한마디로 모든 좋은 것은 다 서울에 있다.현재도 그렇다. 뉴진스 같은 걸그룹으로 데뷔하고 유명한 가수·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서울로 가서 활동해야 하고 폼 나는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해서도 서울로 가야 한다.서울 집중과 서울로의 인구 이탈이 고도 성장기, 인구 증가기에는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하지만 급격한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어 나라의 존망을 걱정하고 지역 소멸까지 우려하는 상황에서 서울 집중은 해소해야 할 문제가 됐다.그러나 ‘서울 동경’ 현상은 오히려 더 강화되는 추세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가장 살고 싶은 도시로 서울(27%)이 꼽혔다. 서울 선호도는 2014년 16%로 하락했다가 2019년 21%, 2024년 27%까지 재상승했다. 저연령대 일수록 서울에서 살기를(10대 57%, 20대 41%, 50대 이상은 10%대 중반) 원했다.서울 집중이 괜찮다고 하면 그대로 두면 되지만 심각한 문제라면 해결해야 한다. 그러러면 ‘서울권력’이 분산돼야 한다. 대통령집무실·헌법재판소·대법원·국회 등 권력 기관을 지역으로 옮기고 경제·미디어권력도 지역과 나눠야 한다. 한국은행이 서울에 있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이런 의지 없이 지방 활성화를 말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이원배 정치경제부 차장대우 lwb21@viva100.com

2024-07-15 13:57 이원배 기자

[기자수첩] 위스키·하이볼 이어 이번엔 '화이트 와인?'

이희승 기자식을 줄 모르는 인기 탓인지 아예 ‘전용 코너’가 있었다. “407번으로 가시면 박스째 나와있어요”라는 와인담당 직원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지난 토요일, 시내 한 대형마트에 비치된 ‘하정우 와인’의 첫 줄은 아예 비워져 있었다. 지난해 배우 하정우가 한 유튜브에서 “보이면 100병씩 쟁인다”라는 말 한마디에 커클랜드 시그니춰 말버로티포인트 소비뇽블랑은 품귀 현상을 빚었다. 발 빠른 정보와 루머의 성지이기도 한 맘카페에서는 “일산점 평일에 가면 구할 수 있다”,“드디어 1인당 제한이 풀렸다” 라는 후기가 줄을 잇는걸 보면 단순한 인기를 넘어 대세가 된 현실을 반영한다.국내 와인시장은 이제 성숙기에 들어섰다. 이를 반영해 지난해 와인 수입량은 전년 대비 20% 줄었다. 하지만 화이트와인인 소비뇽 블랑 품종 와인만큼은 되려 수입이 증가했다. 코로나 19기간 동안 ‘혼술’, ‘와린이’ 등 트렌드에 힘입은 바가 크다. 위스키와 하이볼의 득세를 이제는 화이트 와인이 이어받고 있다.2019년 첫 출시된 칠레산 도스코파스는 와인의 대중화를 이끈 장본인이다. 누적 판매량은 590만병을 넘어선 이 제품은 4900원이란 저렴한 가격으로 해산물, 닭고기, 샐러드등 다양한 식재료에 어울리는 맛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이마트는 14일 도스코파스 소비뇽블랑의 판매를 알리면서 일반 브랜드 와인 40배 수준인 12만 병을 확보해 기존 가격으로 판매한다고 밝혔다.신세계의 와인사업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진두지휘하는 주력 사업 중 하나다. ‘도스코파스’ 계약 당시 그가 와이너리에 “한번에 100만병을 사겠다”고 제안하며 와인 단가를 확 떨어 뜨린걸로 알려진다. 그가 작금의 화이트 와인 인기를 예상하고 그린 빅피처는 아니었겠지만 시원하게 칠링된 화이트 와인 한 잔은 무더운 여름밤을 견디는 강력한 무기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7-14 13:50 이희승 기자

[기자수첩] 비온 뒤 더욱 단단해질 한미약품을 기대한다

안상준 산업IT부 기자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를 둘러싼 불협화음이 극적으로 봉합되는 모양새다. 한미그룹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과 창업주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만나 ‘대주주 간 분쟁 종식’을 선언했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신동국 회장을 비롯해 모친인 송영숙 회장, 장녀 임주현 부회장,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가 힘을 모아 ‘단일 경영권 집단’을 구성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형제 측이 정기 주주총회의 표 대결에서 승리하며 경영권을 잡은 지 약 6개월 만이자 신동국 회장이 다시 모녀와 손을 잡기로 한 지 1주일 만에 맺어진 이른바 ‘평화 협정’이다.오너가의 경영권 분쟁이 이대로 마무리된다면, 한미약품은 ‘세상에 없는 신약 개발’을 향한 발걸음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한미약품은 RD에 가장 적극적인 국내 제약사 중 하나다. 최근 10년(2014~2023년) 간 RD와 시설 투자에 2조9304억원을 투자했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은 13.8%로 국내 상장 기업(12.7%)과 혁신형 제약기업(13.2%) 평균을 웃돈다. 올해 1분기(466억원)에도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많은 RD 비용을 지출했다.이러한 노력은 잇따라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한미약품은 최근 마우스 비만 모델에서 최대 40%에 가까운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한 비만 치료 삼중 작용제 ‘HM15275’의 전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MSD에 기술 수출한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치료제는 2025년 임상 2b상이 종료될 예정이다.경영권 분쟁이라는 부정적인 이슈 속에서도 꾸준히 RD를 이어가며 혁신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노력이 결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더 이상 오너 일가의 갈등이 불거져선 안 된다. 신 회장을 중심으로 3자(모녀·형제·신 회장)가 힘을 모으기로 한 만큼, 갈등을 완전히 봉합하고 회사의 안정과 미래 발전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지난 6개월 간 전례 없는 혼란을 겪은 한미약품이 더욱 단단해진 모습으로 국내외를 대표하는 제약사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안상준 기자 ansang@viva100.com

2024-07-12 06:17 안상준 기자

[기자수첩] 주택 공급 실현 가능한 '진짜' 보여줘야

채현주 건설부동산부 차장미국 주택시장은 올해 4월 이후 그동안 묶여있던 매물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거래가 늘었지만 가격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특히 7%까지 치솟은 높은 금리에도 집값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미국 한 보고서(NAR)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도시 시장의 93%에서 주택 가격이 상승했다. 221개 대도시 지역 중 30%는 전 분기 보다 두 자릿수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이 같은 현상의 근본적 원인은 ‘주택 공급 부족’ 이었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신규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고금리로 기존 주택도 그간 시장에 매물로 나오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 집주인들은 신규로 갈아타기 위해 7% 금리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미국의 한 경제 전문가는 “높아진 금리로 인해 주택이 절실한 사람들만 집을 사고 있다”면서 이들은 더 많은 돈을 들여서라도 집을 사겠다는 의지가 강해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높아진 집값으로 수 만 명의 젊은층들이 도시를 떠나고 있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공급 절벽’ 현실화가 뚜렷해지는 우리나라도 최근 들어 서울 곳곳에서 집값이 수억원 이상 오른 거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자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집을 사두자’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하반기 금리가 인하될 경우 집값 상승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우려까지 더해진다.전세값이 무섭게 치솟고 집값 상승세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정부도 최근 들어 매입임대주택과 모듈러 주택 등 주택 공급 확대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서민 주거가 불안정해지는 상황을 현 정부도 원치 않고 있는 게 분명하다. 지금이라도 실현 가능한 ‘진짜’를 보여줘야 한다.채현주 건설부동산부 차장 1835@viva100.com

2024-07-10 14:11 채현주 기자

[새문안通] 인간은 神을, AI는 인간을 탐하는 혼돈(混沌)

코로나19 3년 4개월, 비대면 속에서 움튼 디지털 전환의 불씨가 강력한 휘발성 소재를 만나 빅뱅(big bang)을 거듭하고 있다. 핵심 소재는 AI(인공지능)를 매개 한 기술진화와 생활양식 변화다. 한번 맛 본 디지털 경험은 강렬했다.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게 됐고, 더 편리한 기술 진화를 채근하고 있다.포스트 코로나시대의 산물은 AI다. 요새 몇 년, 우리 주변의 변화를 살펴보자. 냉장고와 TV를 비롯한 가전부터 자동차, 스마트폰까지 죄다 AI가 기본 장착됐다. 심지어 AI 빠진 신제품은 찾아보기조차 힘들고, AI를 만난 전통 제조기업은 변화의 폭과 속도가 훨씬 크고 빠르다. 우리 삶의 모든 부분이 AI를 통해 급속하게 압축·통합되고 있다. 바야흐로 AI산업혁명기란 낯선 시대가 열린 것이다.세계 경제 환경이 급변하자 국내 대기업 총수들은 사활을 걸고 진화의 길에 올랐다. 삼성, SK, LG 등 재계 총수들은 올 한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기 바빴다. 최종 진화의 행선지는 주요 빅테크와 AI기업들이 몰려있는 실리콘밸리였다. 미래 성장동력, AI의 흐름 파악과 짝짓기가 목적이다. 국가나 기업, 자영업자, 개인 할 것 없이 모두가 앞 다퉈 새 세상 영접에 여념이 없다.바야흐로 인간은 신(神)을, AI는 인간을 탐하는 혼돈기다. 극도의 불확실성 세계가 펼쳐진다는 ‘뉴 노멀(new-normal)’의 최신 버전 ‘뉴 애브노멀(New Abnormal)’ 시대가 온 것이다. 그만큼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이 집단의 흥망을 결정짓는다. 자원 빈국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국일수록 새로운 국제질서의 태동에 선제 대응해야 살아남는다.한 발 빠른 선택과 집중, 과감한 지원과 대처가 국가 경제의 명운을 가른다. 이 시점에서 다시금 되짚어보는 한마디. “위기는 기회이고, 영웅은 난세에 난다”. 지금이 딱 그런 시기다.- 錫 -

2024-07-10 06:43 새문안通

[데스크 칼럼] '강남불패' 신화의 이유

채훈식 건설부동산부장‘강남불패신화’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자고로 ‘신화’란 보편적 상징으로 인류의 공통된 심층의식에서 발로된 원형상징의 이야기이다.강남의 아파트값은 절대로 하락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하나의 신화가 되어 국민들에게 거의 보편적 사실로서 받아들여지면서 강남불패신화라는 참신한 단어가 생겨났다.강남은 언제부터 부동산 시장에서 홀로 우뚝 서 사람들에게 굳건한 믿음을 주게 된 것일까?1990년대 초, 1기 신도시가 개발되던 무렵에 강남은 한 차례 세대교체를 겪었다. 강남에서 자녀 교육을 끝낸 부모들이 낡고 비싼 강남 아파트를 팔고 신도시의 신축아파트로 옮겨갔다. 그 사이 젊은 세대들이 자녀교육을 위해 강남에 입성했다. 당시에는 강남과 신도시의 아파트 값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당시 신축이었던 신도시 아파트는 세월이 흘러 어느새 낡은 아파트가 됐고, 강남의 아파트는 그보다 더 낡았지만, 아파트의 나이는 입지 앞에서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즉, 강남불패신화는 입지불변의 법칙과 비슷한 맥락이다.정부는 강남 집값을 잡고자 여러 신도시를 세웠고, 많은 인구가 신도시로 이동했으나 결과적으로 몇십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강남의 집값은 여전히 건재하며, 집값 오르는 속도가 빨라 한 번 팔면 다시 사기 힘든 곳이 됐다.무엇보다도 강남은 그 자체가 프리미엄으로 여겨진다. 정부의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과거의 경험은 사람들에게 강남 아파트 가격이 결국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줬다.‘강남중의 강남’으로 불리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최고가를 써 내려가고 있다.압구정 한양 8차 전용 210㎡는 지난달 83억5000만원에 거래돼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해당 평형 매물은 부동산 시장이 급등했던 2020년만 해도 47억원 대에 거래됐다. 4년 만에 36억원이 상승한 것이다. 지난 3월 강남구 압구정동의 구현대 6·7차(전용 245㎡)는 115억원에 거래되며 압구정동 100억 시대를 열었다.결론적으로, 강남불패신화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복합적인 요인들이 만들어낸 필연적인 결과이다. 교육, 교통, 인프라, 경제 중심지로서의 강남은 앞으로도 그 가치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특성들을 고려할 때, 강남불패신화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정부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강남의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강남의 입지와 가치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불변의 법칙과 같기 때문이다.투기세력을 때려잡겠다는 선포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더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자 하는 다수의 욕구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며, 더 부유한 삶을 꿈꾸며 노력하는 이들의 의지를 꺾는 일이다. 이는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실행하기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다.채훈식 건설부동산부장 chae@viva100.com

2024-07-09 14:08 채훈식 기자

[기자수첩] 전기차 대중화, 충전 인프라에 달렸다

김상욱 산업IT부 기자전기차가 앞으로 미래 모빌리티를 선도할 것은 분명하다. 최근 자동차 업계는 새로운 전기차 출시를 서로 앞다퉈 내놓고 있고, 대중화를 위한 소형 전기차가 시장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상황 속 판매량 회복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다.자동차 업계를 취재하며 전기차를 시승해볼 기회가 있었다. 직접 운전하면서 전기차만의 가속과 정숙함에 큰 매력을 느꼈다. 그동안 내연 기관 차량만 주로 경험한 입장에서 전기차는 새로웠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들리던 엔진소음은 전혀 없었다. 당연히 공회전도 없어 시동을 걸어두고 동승자를 기다렸다가 출발할 수도 있었다.전기차의 아쉬운 점은 단연코 충전 인프라다. 시승을 하면서 충전이 필요해 휴게소에 위치한 전기차충전소를 찾았다. 다행히 한자리 충전 공간이 비어 충전을 할 수 있었지만, 바로 뒤에 따라오던 다른 차량은 속절없이 자리가 나길 기다려야만 했다. 상대적으로 덜 붐비는 휴게소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소였지만 ‘충전 경쟁’이 벌어졌다. 전기차의 ‘주행가능거리’는 일반적으로 내연 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멀리 주행을 하게 되면 충전소를 찾는 일이 많다. 내연기관 차보다 자주 충전을 해야 하는 귀찮음을 감수하기에 현대인들은 주유가 편리한 내연기관 차량을 선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따라서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서는 ‘충전 인프라’ 확보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 생각한다. 전기차 충전은 생각보다 편리하다. 잠시 휴게소에 들려 조금만 쉬다 나오면 충전이 완료됐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만 개선된다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일 이유가 없어 보였다. 인프라 개선이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 것이라고 생각한 이유다.김상욱 산업IT부 기자 kswpp@viva100.com

2024-07-09 13:39 김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