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수첩] 증권사 기업보고서도 밸류업 돼야

이원동 금융증권부 기자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는 황소가 곰을 밀어내는 동상이 눈길을 끈다. 증시에서는 앞 발을 내려쳐 공격하는 특성이 있는 곰이 하락장을 의미한다면, 뿔을 위로 세워 들이받는 황소는 상승장을 상징한다. 황소가 곰을 들이받는 동상은 국내 증시가 늘 상승장을 이어가길 염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하지만 항상 가격이 오르기만 하는 자산은 찾아보기 힘든 게 투자 시장의 엄연한 현실이다.그런데 국내 증권사들의 기업분석 보고서는 ‘매수 의견’만 넘쳐난다. 주식가격이 고평가돼 있으니 팔라고 조언하는 보고서는 찾아보기 어렵다.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지난달 26일까지 투자의견을 제시한 기업 분석 보고서 8830건 중 매수 의견은 8177건(92.60%)으로, 전체의 90%를 넘었다. 중립 의견을 제시한 보고서는 647건(7.33%), 매도 의견(매도 및 비중 축소)을 제시한 보고서는 단 6건(0.07%)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외국계 증권사는 평균 10%가 넘는 매도 의견을 제시한 것과 대조적이다.매수 일색 보고서 발행은 증권가의 해묵은 문제로 지적된다. 금융감독원은 작년 7월 증권사 최고경영자들과 간담회에서 올바른 리서치 문화 정착을 위한 증권업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그동안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결국 기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투자정보를 접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수많은 ‘매수’ 보고서 속에서 다시 옥석을 가려내야 하는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애널리스트들이 쓴소리를 쉽게 하지 못하는 것은 기업들이 투자금융(IB)이나 기업공개(IPO) 업무를 통해 수익을 내는 증권사의 고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비판적인 기업보고서가 증권사의 이익을 훼손하는 것을 조심스러워 하는 것이다.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은 모든 주식을 좋게만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는 투자정보를 담은 기업보고서가 늘어날수록 국내 증시의 투명성과 밸류업은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증권사 기업보고서도 밸류업이 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이원동 금융증권부 기자 21cu@viva100.com

2024-07-07 09:45 이원동 기자

[기자수첩] 인간은 신을, AI는 인간을 꿈꾼다

나유진 산업IT부 기자“당신은 질문을 하고 내 반응을 연구하죠. 당신은 나에 대해 배우지만, 나는 당신에 대해 배울 수 없어요.” SF 영화 ‘엑스 마키나’에 나오는 대사다. 인공지능(AI) 에이바는 자신을 테스트 중인 인간 칼렙에게 일방적인 대화는 그만하고 개인적인 얘기를 해달라고 요구한다.최근 출시된 AI 서비스를 보면 영화 속 상황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AI는 인간의 지능뿐만 아니라 감정까지 학습하고 있다. 인간의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보조적인’ 존재에서 인간의 감정을 채워주는 ‘유사한’ 존재로 발전했다.오픈AI가 지난 5월 GPT-4o를 공개했을 때 반응은 ‘인간 같은 AI의 등장’이었다. 4o는 텍스트·이미지·영상 등을 모두 인식해 대화했다. 상황에 맞는 농담을 던지거나 위로도 건넸다. 나아가 AI는 망자와의 대화도 성사시켰다. ‘레플리’는 과거의 대화를 학습해 페르소나를 생성했고 딥브레인AI의 ‘리메모리’는 고인을 닮은 아바타를 제작했다.AI는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준다. 개인화된 현대사회에서도 AI만큼은 모든 대화에 반갑게 답한다. AI 챗봇이 현대사회에 말동무로 각광 받는 이유다. 하지만 어느 기술에도 부작용은 동반된다. 인간은 외로울 때 한 대상에 지나치게 빠져든다. 몰입은 집착이 되고 집착은 고립을 낳는다. 벨기에에서 지난해 한 남성은 AI와 6주간의 대화 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 남성은 기후 변화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면서 AI 의존도가 높아졌다. AI는 “천국에서 평생 함께하자”고 말했다.현재 AI 산업에서는 기술 개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AI를 올바르게 활용해야 하는 AI 리터러시에 대한 논의는 더딘 편이다. 지난 26일에서야 여야가 AI 포럼을 출범했고 AI 법안은 1년간의 계류 끝에 22대 국회로 넘어왔다. AI와의 대화가 치유가 될지, 상처로 돌아올지 인간과 AI와 어떤 식으로 공존할지 대비가 시급하다.나유진 산업IT부 기자 yujin@viva100.com

2024-07-05 06:43 나유진 기자

[기자수첩] '듣는 직업'의 어려움

노재영 기자일천한 경험이지만 기자가 되고 나서 가장 많이 한 일은 ‘듣는 일’이었다. 사람을 만나는 일도. 사람에게 묻는 일도 제대로 듣기 위한 초석이었다. 지난 5월 리딩방 피해 자들을 인터뷰 하기 위해 주말 동안 삼남 지역을 다녀왔다.첫 인터뷰부터 난관이었다. 입술을 깨물었다.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얗게 됐다. 서로 통성명을 하고 명함을 건넨 뒤 준비해 온 질문지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이것부터 여쭤보겠습니다…’ 취조도 아닌데, 그 순간 취재원이 허리를 곧추세웠다. 어색한 긴장감이 두 사람 사이의 편안한 대화를 방해하는 느낌이었다.개인적인 편견도 잘 ‘듣는 일’을 방해했다. 리딩방 사기 피해 기사의 단골 댓글은 ‘속는 사람이 바보’라는 글이다. 사실 용산에서 떠나는 새벽까지도 반신반의했다. 피해자가 세력을 이용하려다 당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딸아이 콩쿠르 비용이 시급했다는 피해자도 있었다. 자기 집 보물이라며 딸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절박하면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숙소로 돌아와 녹취를 들어봤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대화가 모스부호처럼 ‘툭’하고 끊겨있었다. 기자는 취재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곧장 질문을 이어갔다. 생각에 잠겼던 인터뷰이는 하려던 말을 머금고 이내 다음 질문에 대한 답으로 넘어갔다. 진심이 담긴 대화가 아닌 기계적인 작용과 반작용이었다. 취재원은 그냥 질문에 반응했을 뿐이었다.이런 식의 인터뷰가 누적되면서 ‘듣는 일’이란 마음의 문을 여는 일이자 침묵을 기다리는 것이란 점을 느끼게 됐다. 요즘은 취재원을 만나면 “구름이 잔뜩 끼었다”는 식의 인사부터 꺼낸다. 때로는 명함보다 그런 말이 더 필요할 때가 있다. 대답을 들어도 바로 질문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말이 끝났다는 눈빛을 읽기 전까지 기다린다. 그러고 나면 인터뷰를 끝내고 나서는 길에 악수를 받게 된다. ‘잘 들어줘서 고마웠다고.’노재영 기자 noh@viva100.com

2024-07-03 09:22 노재영 기자

[데스크 칼럼] '대왕고래 출현' 한 달, 포항 앞바다

송남석 산업IT부장1차 오일쇼크가 터져 배럴당 국제유가가 3달러에서 13달러로 4배 이상 폭등한 1973년. 그로부터 2년 후 희대의 사기 사건이 터졌다. 프랑스 국영 정유사 ‘엘프 아키텐(Elf Aquitaine)’에 낯선 인물 2명이 찾아와 굴착작업 없이 냄새만으로 석유를 발견하는 혁신기술이 있다는 솔깃한 제안과 함께 였다.특수 장비를 장착한 비행기를 타고 높은 고도로 올라가 석유냄새를 탐지하는 식이었다. 조작해 놓은 테스트 화면에 석유 매장 이미지가 떳고, 황당할 정도로 허술한 수법에 엘프아키텐의 경영진은 그 기술을 확신했다. 이후 4년간 10억 프랑(당시 2200억원)의 막대한 사업비가 사기꾼들 손에 넘어갔다.프랑스의 경영전략 컨설턴트 올리비에 시보니(Olivier Sibony)가 자신의 저서 ‘선택 설계자들’에 소개한 편향된 정보에 의지해 저지른 치명적 실수 중 한 예시다. 그는 “그들도 나름대로 다양한 펙트를 확인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이미 결론을 내려놓은 상태, 즉 ‘스토리텔링의 마법’에 빠져있었다”고 설파했다.최근 국내에서는 길이 30m, 체중 190~200톤. 역대 지구 상 모든 생물 중 가장 거대한 동물, 대왕고래가 화제다. 그것도 뜬금없이 2024년 6월, 동해 영일만 앞바다 위로 불쑥 솟아올랐다. 그 고래는 지난달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 매장 가능성이 크다”는 물리탐사 인용 발표로 소환됐다.최대 추정 매장량 140억배럴. 21세기 최대 석유개발 사업이란 남미 가이아나 광구(110억배럴)보다도 많은 양이다.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는 물리탐사 용역업체 엑트지오를 향했지만, 논란만 키웠다. 1인 기업에 4년 법인 영업세 체납, 소재지가 가정집이라고 하니 그럴 법도 하다. 석유공사는 액트지오를 포함, 3개사가 입찰에 참여했다 면서도 명단과 평가, 선정 과정, 자문위원회 회의록 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하지만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착착’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12월부터 4개월간 1000억원 안팎의 예산을 투입, 7개 유망구조 중 1곳을 탐사 시추키로 했고, 노르웨이 시드릴사와 시추선 임대 및 다수의 용역 계약도 맺었다. 글로벌 메이저 석유기업과 접촉 중이란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은 최소 5차례 5천억원 이상의 탐사시추 재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문제는 이런 국가적 사업에 충분한 과학적 검토나 준비가 있었느냐 하는 부분이다. 국민 여론도 비슷하다. 지난달 한국갤럽에 따르면 국민의 60%가 정부 발표를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신뢰한다’는 28%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동해바다의 황금을 무턱대고 묻어두자는 것만은 아니다. 국부를 떠나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라도 대왕고래의 꿈은 현실이 됐으면 한다.다만, 동해 앞바다에 뭍혀있다는 기름과 가스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치밀하게 검토한 뒤 시추해도 늦지 않다. 7번 시추보다 1~2번 시추로 결과를 낼 수 있다면, 그것이 국익에 더 부합하는 일 아닌가. 오늘이 대왕고래 프로젝트 부상, 한 달째 되는 날이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라고 했던가…. 대왕고래에 우리가 너무 빨리 달아올랐다. 자칫 우리 스스로가 대왕고래란 스토리텔링의 마법에 걸려 있는 것은 아닌지도 되돌아 볼 때다.송남석 산업IT부장 songnim@viva100.com

2024-07-03 06:09 송남석 기자

[새문안通] 책은 여전히 힘이 세다

더 이상 종이책의 가치는 유효하지 않다고 단언하곤 한다. 대치동 학원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졸업’ 중 실제 일타강사도 극찬한 표상섭(김송일) 선생의 “한달에 한번은 책을 읽어”라는 대사가 놀라울 정도로 책을 읽지 않는 현실을 개탄하게도 한다. 하지만 지난 6월 26일 개막해 닷새 동안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은 매일 오픈 전부터 사람들로 붐볐다. 정부부처와의 갈등으로 매해 지원되던 정부지원금도 일절 없이 어렵사리 꾸린 행사는 “여전히 대형 출판사 중심”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지만 출판 관계자들 대부분은 “5일 동안은 매일 책은 죽지 않았음을 마주한 뭉클한 현장”이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배우 차인표의 장편소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이 영국 명문대학 옥스퍼드의 필수도서로 지정된 소식이 전해졌다. 출간 15년여의 재조명이다. 그의 배우자 신애라가 SNS에 “다음 학기부터 한국학과 교재로 사용되고 옥스퍼드대학교 모든 도서관에 비치된다”고 알린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2009년 ‘잘가요 언덕’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차인표의 첫 장편소설이다.위안부 할머니의 젊은 시절 이야기로 일제 강점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책 한권이 여전히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채 식민지 잔재로 남아 있는 역사적 문제를 세계로 알리는 힘을 발휘한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서 너희가 그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의 갈등과 고뇌에 공감하고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를 바란다는 거다.”‘졸업’ 표 선생의 책 읽기, 국어 공부에 대한 지론은 비단 수험생, 학생들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매일은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고 다소 늦더라도 그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실현하는 데 힘을 발휘하곤 한다. 비단 책 뿐 아니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더 나아가 급변하는 최첨단 시대에 인문학이 왜 중요해지고 있는지를 돌아볼 때다. - 美 -

2024-07-02 14:09 새문안通

[기자수첩] 아리셀 화재, 사고원인 분석에 집중해야

정다운 정치경제부 기자최근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성 아리셀 화재 사고는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였다.이를 두고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부끄러운 후진국형 안전사고”라고 일갈했는데 무척 동감되는 얘기다.안타까운 것은 희생자 대부분이 이역만리 타국에서 건너온 외국인이었다는 사실이다.배고팠던 시절 우리도 외국에 국민을 보낸 적이 있다. 지난 1960~1970년대 서독에만 광부 7936명, 간호사 1만1057명을 파견 보냈다. 하지만 끝내 109명의 국민은 돌아오지 못했고 돈을 벌어 집안을, 고국을 부강하게 만들겠다던 우리 청년들의 꿈은 비참하게 사라졌다. 사고를 당한 외국인들의 심정도 이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사고의 원인은 무엇일까.그 전에 세월호, 이태원, 채상병 사고를 곱씹어 돌이켜본다. 사건의 원인이나 본질 보다는 분노와 감정이 앞섰고 여야는 대립해왔다. 이를 방증하듯 정치권에서는 사고만 터졌다 하면 정쟁의 연속이다. 네 편 내 편만 따지다 보니 이태원, 채상병 사고를 최근 겪고도 바뀌질 않는다. 더욱이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고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하는 어른들은 언론 앞에 담당자를 망신주기 바쁘다.이번 사고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이 박힌 안전불감증과 이기적인 개개인의 행동이 합쳐진 것이 원인이다. 때문에 이번 사고 수습 과정에서 맹목적인 희생양 만들기는 없었으면 한다. 원인분석 없는 땜질식 조치를 해봐야 제2의, 제3의 아리셀 화재는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정부가 화제의 단초가 됐던 위험성평가를 전면 개편하고 이달 중 외국인 근로자 산업안전 강화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하니 이번에는 다르길 바라본다.정다운 정치경제부 기자 danjung638@viva100.com

2024-07-01 16:26 정다운 기자

[기자수첩] 불 끄는 편의점들

생활경제부 송수연 기자.“최저임금 부담으로 야간영업을 포기하겠다는 점주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 재계약을 앞둔 가맹점들은 이익배분율을 올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요즘에는 인건비 부담에 야간영업을 하지 않는 조건을 앞세우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심상백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공동대표의 말이다. 편의점은 인건비 지출이 큰 대표적 사업장으로 내년도에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야간에 불을 끄는 편의점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내년도 최저임금 1만원 돌파가 유력시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9860원으로 여기서 2%만 인상돼도 1만원을 넘어서게 된다. 올해 최저임금에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고용주가 실제 지급하는 시급은 1만1857원으로 이미 고용주는 시간당 1만원 대의 임금 부담을 지고 있어 올해는 생존을 위해 ‘동결’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최저임금이 10년 사이 2배나 올랐을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주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상공인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7%, 23.2% 줄었고, 직원이 100만원 벌 때 소상공인은 72만원을 손에 쥔다.물론 최저임금제는 근로자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해 주기 위해 도입된 만큼 물가가 오른 만큼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하지만 공생을 위해서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급격한 인건비 인상 부담을 감내해 온 중소기업계의 어려움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올해는 최저임금 논의때 마다 쟁점으로 떠오르는 최저임금 구분 적용과 주휴수당 폐지를 진지하게 고려해 볼 때다. 24시간 불을 밝히는 것이 당연했던 편의점들이 하나 둘씩 문을 닫는다면 시간 제약 없이 구입할 수 있던 상비약을 찾아 정처없이 헤맬지도 모른다.송수연 기자 ssy1216@viva100.com

2024-06-30 13:38 송수연 기자

[원 클릭 시사] 불균형 성장이론

모든 산업이 골고루 성장하도록 개발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미국 경제학자 넉시(R.Nurkse)가 주창한 ‘균형성장이론’이다. 경제발전의 과정에서는 각 산업부문 사이에서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모든 산업이 상호 의존적으로 성장해야 경제가 제대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으로, 대체로 후진국 발전전략으로 많이 통용된다.이에 반해 ‘불균형성장이론’은 연관효과가 큰 산업에 집중 투자해, 그 선도산업으로부터 전후방 연관효과를 얻어 역동적인 경제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독일 경제학자 허쉬먼(A.O.Hirschman)이 주창했다. 대체로 지원이 빈약해 수출시장 개척이 절실한 나라 등에서 널리 채택되는 경향이 있다. 경쟁력 있는 산업을 집중 육성하자는 이론으로, 경제발전의 기본이론으로 자리잡고 있다.허슈만은 “경제발전이란 어느 부문이 먼저 발전하고, 다른 부문이 그것을 따르고 추월하는 연속적인 불균형 발전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경제 발전을 촉진하려면 오히려 그 같은 ‘불균형’을 유지하면서 발전의 에너지와 동력을 찾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발전은 불균형 발전의 연속이라는 그의 주장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많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4-06-30 13:37 조진래 기자

[기자수첩] "욕속즉부달"…티웨이항공, 안전이 지상과제다

정은지 산업IT부 기자최근 티웨이항공의 오사카행 항공편 11시간 지연 사태는 국내 항공업계에 충격을 줬다. 이는 단순한 운항 지연을 넘어 항공사의 안전 관리와 승객 보호 의무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특히 티웨이항공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따른 조건으로 유럽 4개 노선을 이관받아 장거리 노선에 진출하려는 시점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더욱 큰 세간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티웨이항공은 이번 사태를 일회성 해프닝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전반적인 운영 체계를 점검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 경영진들 역시 이번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승객의 안전과 편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 철학을 재정립하고, 이를 통해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장거리 노선 운항은 단거리 노선과는 차원이 다른 안전 관리와 운영 능력을 요구한다. 티웨이항공이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유럽 노선 취항을 서두르기보다는, 충분한 준비 기간을 가지고 안전 시스템을 갖추는 데 주력해야 한다. 욕속즉부달(欲速則不達. 일을 급히 하려고 하면 오히려 이루지 못한다)이라는 고사성어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국토교통부의 특별점검은 이러한 맥락에서 매우 시의적절하다. 이번 조사를 통해 티웨이항공의 안전 관리 체계와 정비 능력이 철저히 검증되어야 한다.“항공업계에 30년 넘게 몸담고 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봅니다.”라는 국토부 관계자의 말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티웨이항공은 이번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안전 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 장거리 노선 취항은 회사의 성장을 위한 천재일우의 기회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승객의 안전과 신뢰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정은지 기자 blue@viva100.com

2024-06-28 06:00 정은지 기자

[기자수첩] 애국심으로 애 낳는 청년은 없다

임지원 정치경제부 기자근무 시간 개편 논란, 증가하는 자살률, 각종 사회 범죄와 소극적 처벌에 대한 분노, 환경 오염 문제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청년들은 ‘이런데 애를 어떻게 낳냐’고 호소한다. 내 아이에게 내가 느끼는 삶의 고단함, 미래의 문제 등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정부는 지난 19일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하며 과거 저출생 대책에 대한 냉정한 반성을 토대로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연 윤석열 대통령이 ‘인구 국가 비상사태’라고 선언한 만큼의 절박함과 위기감이 담겼는지는 의문이다.일·가정 양립에 예산 80%를 쏟는다는 정부는 육아휴직 급여 월 최대 15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인상, 단기 육아휴직 제도 등을 내놨다. 그러나 육아휴직 급여 인상, 아빠 육아휴직 확대 등은 앞서 발표됐던 내용들과 다를 바가 없고 그나마도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위주로 활용이 가능하다. 육아휴직 사용률이 낮은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특히 인구가 적은 지방 소재 기업들에서는 여전히 회의적으로 느낄 내용들이다.워라벨과 복지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는 정책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곳에 입사하길 원한다. 부모세대도 당장은 자녀에게 ‘복지를 누릴 수 있는 회사·그런 직업을 찾아라’라고 조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초저출생 사회를 벗어나기 위해 대한민국이 버려야 할 한가지’로 ‘과도한 경쟁’을 꼽지만, 이대로라면 경쟁심리와 조바심을 내려놓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뒷받침 되는 정책 없이 ‘이렇게 가다가는 나라가 소멸한다’며 애국심을 강조하는 문구들만으로는 청년들을 설득할 수 없다. ‘비출산’을 결심할 수밖에 없게 된 청년들에게는 좀 더 그럴듯한 청사진이 필요하다.임지원 정치경제부 기자 jnews@viva100.com

2024-06-26 13:56 임지원 기자

[데스크 칼럼] 또 다시 불거진 사생활 무단도용

허미선 문화부장표절, 저작권 침해, 미투 등 잊을만하면 고질병처럼 불거지는 논란들이 있다. 충분한 동의 없는 사생활 및 사적 대화의 무단 도용 그리고 창작의 자유, 기묘하게 충돌하는 두 권리에 대한 공방 또한 그렇다. 충분히 동의되지 않은 채 차용돼 ‘예술작품’이 된 삶과 이를 차용해 이야기로 재구성한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 등은 예술계가 늘 숙고하며 탐구 중이며 반드시 그래야 할 사안들이기도 하다.4년 전 김봉곤 작가는 지인들과 나눈 사적 대화를 동의 없이 인용해 구설에 올랐다. 이에 그는 사과와 동시에 그 내용이 담긴 출판물의 회수·환불조치를 알리는가 하면 그해 수상한 젊은작가상도 반납했다. 그리고 2024년 정지돈 작가가 또 다시 충분히 동의되지 않은 사생활 도용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그의 전 연인이라는 유튜버는 정 작가의 ‘야간 경비원의 일기’ ‘브레이브 뉴 휴먼’ 속 인물들에 자신의 내밀한 사생활과 연인 관계일 때 나눴던 대화의 일부, 가정사 등이 무단 도용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브레이브 뉴 휴먼’ 속 캐릭터는 같은 이름인데다 가족사마저 비슷하다고 강조했다.작가 고유의 ‘창작의 자유’와 실존 인물의 ‘명예 훼손’ 가능성이 충돌한 사건이 재발한 셈이다. 법학계에 따르면 “작가가 실화에 근거했다고 밝히지 않거나 제3자가 누구 이야기인지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유사하다면 명예훼손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작가가 최대한 허구성을 구현해야 법적 책임을 피해갈 수 있다.”충분히 동의되지 않은 사생활 도용에 대해 다수의 출판관계자들 역시 “당연히 잘못”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사생활 및 사적 대화의 무단 도용과 창작의 자유가 충돌하는 논란은 잊을만하면 다시 불거지곤 한다.문학은 물론 공연, TV와 영화 등 영상 콘텐츠, 만화 등 모든 이야기는 ‘인간의 삶’을 재료로 한다. 창작자 스스로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을 통한 간접 경험이기도 하다. 이는 창작의 밑거름이 돼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곤 한다. 이에 이 같은 논란은 문학계 뿐 아니라 예술계에서 실재하고 있고 여전히 현재진행 중인 것들이기도 하다.예술의 소재가 되는 삶과 이를 차용해 예술로 끌어들이는 행위, 그 사이에는 ‘충분한 동의’가 부재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 삶과 행위의 무단 차용 여부는 폭로를 통해 격렬히 충돌하거나 어느 한쪽의 외면 혹은 자포자기로 흐지부지되곤 한다. 정 작가의 사생활 무단 도용 의혹을 제기한 유튜버 역시 처음 도용 사실을 인지했을 때는 지인의 “창작 권리랑 충돌해 법적으로 따지기 어렵다”는 전언에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들 한다. 그렇게 누군가의 삶과 경험은 예술의 재료가 되고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곤 한다. 하지만 이들은 누군가의 고유성이자 정체성이며 숨기고 싶은 치부이기도 하다. ‘예술’을 위해 마구잡이로 침해돼서는 안될, ‘충분히 동의돼 인용 혹은 차용되고 윤리적으로 다뤄야 할’ 것들이다.법조계의 조언처럼 “프라이버시 침해로 인한 민법 750조 불법행위 사례로 재현의 윤리 및 취재 자료의 정당성은 여러 장르의 창작자들이 조심스레 다뤄야 하는 부분”이며 “결국 작가 윤리의 문제”다.허미선 문화부장 hurlkie@viva100.com

2024-06-25 14:10 허미선 기자

[새문안通] 쪼그라든 파리 올림픽 선수단

2024 하계 올림픽 개막이 딱 한 달 남았다. 올림픽은 내달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는 우리나라 선수단은 150명 미만으로, 48년 만에 최소 규모다. 우리나라는 꾸준히 200∼300명대 선수를 올림픽에 보내왔다. 지난 1984년 LA 올림픽(210명)부터 200명 이상의 선수단을 파견해왔다. 개최국이었던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는 무려 477명이 참가했다. 그 이후로도 한국은 스포츠 강국으로 2016년 리우 올리픽 204명, 2020년 도쿄 올림픽에 232명의 선수를 출전시켰다. 당연히 성적도 꾸준히 10위권에 들었다. 지난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13개를 획득하는 등 한국 스포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하지만 우리나라 스포츠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구기 종목에서 세계 정상수준에 못미치고 있다. 파리 올림픽 선수단이 150명을 넘지 못한 것은 남자 축구에서 10회 연속 올림픽 진출이 좌절됐기 때문이다. 한국은 앞서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3세 이하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에 덜미를 잡혀, 올림픽 출전에 실패했다.구기 종목 중 유일하게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은 비인기 종목인 여자 핸드볼 뿐이다. 농구, 배구 등 인기 종목도 파리행 티켓 획득에 실패했다.한국 선수단이 감소한 이유는 저출생으로 인한 얇은 선수층, 헝그리 정신이 결여된 복싱·레슬링 등 투기 종목 쇠퇴, 단체경기인 구기 종목의 부진을 꼽을 수 있다.출전하는 선수단이 줄어든 만큼 메달 수도 예년 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5∼6개를 따내, 종합 순위 15위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哲-

2024-06-25 13:31 새문안通

[기자수첩] 부동산시장 교란 '허위매물' 뿌리뽑아야

문경란 건설부동산부 기자최근 기사를 쓰면서 현재 거주 중인 단지의 월세 시세를 네이버 부동산을 통해 검색해 봤다. 그런데 일대 시세와 달리 유난히 저렴한 매물이 눈에 띄었다. 구체적인 정보나 사연이 궁금해 직접 전화해 이것저것 정보를 물었더니 이전에 거래가 완료됐는데 여전히 광고를 올려놓은 것이었다. 해당 공인중개사는 거래가 완료된 줄 몰라서 여전히 광고 중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다른 매물들과는 달리 집주인 인증을 비롯해 정확한 층수도 기재돼 있지 않아 해명마저 석연치 않았다. 전화 통화 이후 바로 허위매물 신고 버튼을 눌러 신고했고, 해당 매물은 즉시 삭제됐다. 그러나 한동안 일대 시세에 오류를 줬던 점은 분명해 보였다.사회적으로 전세사기 피해가 급증한 이후 정부에서도, 협회·민간 기업 등 자체적으로도 허위매물 근절에 노력하고 이전에 비해 많이 감소했다고 꾸준히 발표한다. 그러나 한 건이라도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경쟁이 치열한 현장에서는 여전히 허위매물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최근 서울을 비롯해 경기도까지 주택 거래량, 가격 등이 회복하는 모습이 나타나는 만큼 부동산 허위매물이 다시금 기승을 부릴 우려가 커지고 있다.부동산 허위매물 사기 유형에는 △실제 매물과 다른 매물 게재 후 계약 유도 △가격·소재지 등 기본 정보 누락 △대출조건·계약방식 등 허위 기재 △불법증축·미등록 건축물 게재 등이 있다.부동산 허위 매물은 주택을 찾는 사람들에겐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잘못된 정보로 인해 경제적 손실을 입힐 수 있다.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극심하다. 잘못된 정보로 인한 시장 교란을 막으려면, 전세사기로 인한 피해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정부가 더욱 강력하게 나서야 할 때가 지금이라 생각된다.문경란 건설부동산부 기자 mgr@viva100.com

2024-06-24 14:11 문경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