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수첩] 집값 잡으려다 서민 잡을라

채현주 건설부동산부 차장12년 만에 서울 그린벨트까지 해제하며 내놓은 8·8 부동산 대책이 시장에서 전혀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정부가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중장기 공급 대책을 내놓은 것인데, 대책 발표 이후 집값 상승세는 오히려 가팔라지고 있다.최근 집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의 아파트는 신고가를 다시 쓰고 있고, 서울 전지역에서도 전고점에 가까운 가격으로 아파트 값이 무섭게 달아오르고 있다.언제부터인가 부동산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시장 심리를 오히려 자극시키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시장에선 “집값이 오른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얘기한다. 정책은 신뢰가 중요한데, 그에 대한 행보가 불투명하니 시장에서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8·8대책에서 정부는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재건축·재개발 촉진과 비아파트를 활성화해 6년간 서울·수도권 우수 입지에 42만7000가구 이상의 우량 주택을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선 그린벨트 해제해 주택 공급하려면 최소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는데, 환경부 단체와 주민들의 반대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이 조차도 가능할지 갸우뚱 하는 눈치다.이미 치솟고 있는 집값을 중장기 공급 대책으로 잡기엔 역부족했던 정부는 최근 금융권에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긴축시대 종료’를 예고하고 있는 시점에서 금리가 낮아질 경우 집값이 추가 급등할 수 있어서다. 시중은행들은 지난달부터 대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고 일부 은행에선 전세대출까지 중단하기 시작했다.정부는 이 시점에서 가계부채와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할 때지만, 실거주 주택 구입자인 서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한 때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 같다.채현주 건설부동산부 차장 1835@viva100.com

2024-08-26 14:10 채현주 기자

[원 클릭 시사] 가챠가챠

거리를 다니다 보면 동전을 투입한 후 손잡이를 돌려 장난감이나 잡화 등이 들어있는 캡슐을 랜덤으로 꺼내 받는 소형 자동판매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본에서 개발되어 크게 대중화된 이것을 ‘가챠가챠(がちゃがちゃ)’라고 부른다. 일본 말로는 ‘쇠붙이가 부딪쳐서 나는 센 소리’를 뜻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선 ‘캡슐 완구 기계’ 정도로 통칭된다. ‘가챠가챠’는 일본에서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을 받으며 전국 곳곳에 설치될 정도로 국민 비즈니스가 되었다. 예전에는 학교 앞 구멍가게 앞에 놓여져 있던 기계들이 이제는 번화가에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다. 공항이나 크고 작은 관광지에도 빠지지 않고 설치되어 있다. 코로나 사태로 접촉이 제한되기 시작한 2~3년 전부터 폭발적으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작은 물건에 남달리 애착을 가지는 일본 국민 특유의 국민성, 중국의 싸고 풍부한 노동력에 기반한 다양한 품목 등이 ‘가챠가챠 비즈니스’의 급성장 요인으로 분석된다. 최근에는 캡슐과 코인도 필요 없는 ‘캡슐리스’, ‘캐시리스’ 기계까지 속속 보급되며 비즈니스적 진화를 거듭하는 한편으로 전 세계로 비즈니스 모델이 수출되고 있다고 한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4-08-26 14:08 조진래 기자

[기자수첩] 김문수에 대한 오만과 편견

정다운 정치경제부 기자“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이는 영국의 작가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에 나오는 문장 중 하나로 타인과 자신을 바라보는 우리의 왜곡된 시각을 지적한다.문득 이 소설의 구절을 떠올렸던 것은 최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잡음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그를 두고 ‘극우’, ‘반노동’ 인사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고 있는데, 과연 정당한 표현인지 생각해볼 일이다.물론, 그의 지난 정치 행보를 보면 정치인으로서 오해를 살만 한 언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김 후보자가 반노동 인사라는 것은 사실관계를 봐야 한다. 그는 서슬 퍼런 권력이 살아 숨 쉬던 지난 1970~1980년대 보일러공으로 위장취업을 했고, 두 번의 제적과 두 번의 옥살이를 거쳐 약 20년 이상 노동운동에 투신하는 진심을 보였다. 심상정 전 국회의원은 “동지로 지내던 시절의 김문수는 전설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극우 논란도 수긍하기 어려운데, 유튜브와 미디어 등에서 그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감됐던 신영복 선생에 대해 발언한 내용 중 지금까지 틀린 사실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때문에 되레 묻고 싶다. 김 후보자가 근본적으로 달라진 이유를 묻지 않는 오만과, 그가 말하는 역사적 사실이 극우적 해석일 것이라는 편견에 대해서.김 후보자가 경사노위원장이던 시절 지하철에서 우연히 그를 만났다는 한 기자 선배는 “위원장이 대통령 빼고 관용차 다 없애야 한답니다. 그 돈만 아껴도 얼마냐”고 했다며 놀라워했다. 오는 26일 열리는 청문회에서 김문수를 향한 ‘오만과 편견’이 벗겨질지 주목되는 이유다.정다운 정치경제부 기자

2024-08-25 14:51 정다운 기자

[기자수첩] 전기차 포비아 막으려면…

김상욱 기자이른바 ‘전기차 화재 사건’으로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고 있다. “전기차는 아직 시기상조”, “전기차는 위험하다”란 말을 주변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을 정도다. 이미 일부 주차장은 전기차를 지하에 주차하지 못하게 하거나, 실외에만 허용하기까지 한다. 자동차 제조사는 줄줄이 전기차 배터리 셀 제조사를 공개하면서 조기 진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자동차 업계 전반에는 ‘전기차 위기’ 극복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도 이어지고 있다.물론 내연 기관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일부 의견도 있지만, 그것은 대안이 아니다. 전기차는 이미 자동차 업계 뿐 아니라 타이어 업계에도 전기차 전용 타이어를 중심으로 한 고인치 타이어가 판매 실적을 견인 하고 있다. 전동화는 탈탄소문제와 기후변화 등 전 지구상 아젠다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우린 전기차의 장점을 충분히 겪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내연기관 회귀론을 시대 착오적으로 보는 이유다. 게다가 산업적인 시각에서 보더라도 전기차는 내수 시장보다는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금 일시적인 문제가 있더라도 개선하고 발전시키면 될 일이다. 이번 ‘전기차 화재 사건’을 계기로 안전대책과 연구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와 자동차 제조사가 함께 전기차 화재 예방 및 대응을 위한 대책 마련이 중요한 이유다. 안전 문제로 전기차 시장 전체를 포기하면 안된다.이미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안전 대응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기차 관련 안전 설계나 기술들을 소개하는 등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회복을 위해 전력을 다하는 상황이다. 전기차를 직접 타보면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다. 빠른 가속과 조용한 실내 공간은 물론이고 공회전도 없다 보니 차를 ‘이동하는 수단’이 아닌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아직까지 전동화로 가기 위한 과도기에 있는 상황이라 진통이 심할 수 밖에 없다.김상욱 기자 kswpp@viva100.com

2024-08-23 06:54 김상욱 기자

[원 클릭 시사] 리더십 행동이론

리더십 행동 이론이란, 리더가 성과를 내기 위해 취해야 하는 행동들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리더십 이론의 하나다. 독일의 사회심리학자 쿠르트 레빈이 개발했다. 리더의 행동이 부하직원의 동기와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그의 행동이론은 이후 현대적 리더십 이론의 하나로 자리잡았다.이른바 ‘베인-마우스 연구’를 통해 리더의 7가지 행동 스타일로 리더십을 구분하는 방법이 보편화되었다. 첫째는 ‘지시형’ 리더십이다. 리더가 조직원들에게 명확한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고 명령을 내리는 스타일이다. 다음은 ‘적응형’ 리더십이다. 조직원들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리더가 유연하게 대처하는 유형이다. ‘지지형’ 리더십은 리더가 조직원들에게 성과를 인정하고 격려한다.‘개방형’ 리더십은 효율적인 소통을 통해 모든 조직원들이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게 한다. ‘개입형’은 리더가 조직원들의 업무에 개입하고 자신이 직접 처리한다. ‘의사소통 중심형’은 조직원들과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피드백을 공유한다. ‘변화형’ 리더십은 리더가 조직의 문제나 기회를 잘 파악하고 변화를 주도해 기회를 만드는 유형이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4-08-22 14:10 조진래 기자

[기자수첩] '뻥튀기 논란' 기술특례상장 신뢰 회복 급선무

이원동 금융증권부 기자최근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기업들이 상장 당일 공모가를 밑돌고, 상장 직전 거래소 심사 통과가 취소되는 등 문제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지난 20일 상장한 넥스트바이오메디컬과 케이쓰리아이는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각각 18.28%, 31.94%씩 하락한 채로 장을 마쳤다. 지난달 상장했던 엑셀세라퓨틱스와 이노스페이스도 상장 당일 종가가 공모가를 밑돌았다.기술특례상장제도는 수익성은 높지 않지만 높은 성장성을 가진 회사가 증시에 상장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해 주는 제도다. 2005년 바이오 부문에 한해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처음 도입됐으나, 2014년 업종 제한이 전면 폐지됨에 따라 기술특례 대상은 전 업종으로 확대됐다.지난해 8월 상장한 파두는 ‘뻥튀기 상장’ 논란을 겪었다. 파두는 상장 당시 1조 원이 넘는 몸값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지만, 이후 부진한 실적을 공시한 뒤 주가가 급락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회사 가치를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매출을 앞당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이노그리드는 지난 6월 거래소로부터 상장예비심사 승인 취소 처분을 받았다. 심사 당시 상장심사의 핵심 사안인 경영권·최대주주 지위 분쟁 관련 사항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이를 상장예비심사신청서 등에 기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노그리드는 상장예비심사 효력불인정 재심사까지 거쳤으나 결국 인정되지 않아 향후 1년간 상장예비심사 신청이 불가능해졌다.기술특례상장 관련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려는 일부 기업들이 증시의 신뢰도를 깎아내리고 있다. 금융당국도 제도의 허점을 인지하고 올해 초부터 ‘IPO 당시 직전 월매출 공개 의무화’를 추진하고, 상장 주관사의 책임 의무도 강화하는 등 제도를 손질하고 있지만 잡음은 끊이지 않는다. 금융당국 뿐만 아니라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 상장사 모두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근본대책을 고심할 때다.이원동 금융증권부 기자 21cu@viva100.com

2024-08-21 09:18 이원동 기자

[새문안通] 상시 전염병 시대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전 세계적인 엠폭스(MPOX·옛 명칭 원숭이두창) 재확산 경고다. WHO가 3년 4개월 만에 코로나19 비상사태를 해제(2023년 5월 6일)한 지 1년 3개월 만에 또 불거진 팬데믹 사이렌이다.한 때 결혼이나 장례는 물론 학생들의 등교와 행사, 대인 접촉까지 피해야 할 정도로 우리 일상을 지배했던 코로나19 아니었던가. 후폭풍은 컸지만, 우리는 이내 마스크를 벗어 던졌고,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이번엔 또 다른 바이러스의 창궐이 예고됐다. 급속하게 발달한 의약이나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는 위생 수준 따위가 무슨 소용있으랴. 장탄식이 절로 나온다.상당수 과학자들은 ‘지구촌’으로 좁혀진 세계화의 산물이라고 지적한다. 인적, 물적 교류로 세계가 가까워지면서 바이러스도 비행기와 배를 타고 대륙을 넘나드는 시대다. 14세기 페스트균이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전파되는데 10년이 더 걸렸다면, 19세기 콜레라는 산업혁명의 바람을 타고 불과 몇 년 만에 팬데믹이 됐다.2002년 12월 사스는 불과 몇 일만에 전 세계 30여개국에, 2012년 중동에서 시작된 메르스는 3년 만에 한반도 침투에 성공했다. 이 밖에도 사망률이 높은 에볼라 바이러스와 신생아 소두증의 지카 바이러스 등등…. 지금 이 순간도 우리는 바이러스들과 생존을 위한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을 거듭하고 있다.전염병의 역사는 늘 의약 발전에 반비례해 왔다. 그나마 의약이 유일하게 완승한 것이 ‘우두법’에 의해 1980년 종식된 천연두 정도다. 1억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1918년 스페인 독감은 아직도 변종과 접전 중이고, 1981년 첫 발견된 에이즈나 과거 유행했던 말라리아, 매독, 결핵, 페스트, 홍역 등은 지금도 인류와 실갱이를 하고 있다.지금 이 순간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은 새 변종을 만들어내며 의약과 자웅을 겨루고 있다. 한 때 인류는 항생제와 백신 개발로 감염병 소멸을 논했지만, 그것은 커다란 오만이고 착각이었다. 현대 사회는 급속한 연결과 개발로 더 촘촘해지고 자연 파괴적인 길을 향하고 있다. 앞으로 제2, 제3의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은 얼마든지 대기 중이다. 지구촌 한쪽의 작은 질병조차 금세 팬데믹이 되는 시대다.그래서였을까. WHO는 이미 21세기를 ‘전염병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이 앞으로 훨씬 더 자주, 더 강력하게 퍼질 것을 경고하고 있다. 20세기 한 때, 의약이 바이러스성 전염병의 창궐을 일정부분 억제했다면, 이제 억눌렸던 ‘전염병의 대규모 역습’이 시작됐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이나 바이러스나 살아남기 위한 본능은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그래서 어느 한 쪽의 완승을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인지 모르겠다.- 錫 -

2024-08-21 06:44 새문안通

[데스크 칼럼] 청년들은 또 '영끌'을 고민한다

채훈식 건설부동산부장서울 강남에서 시작된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이제 서울 외곽과 수도권으로 도미노처럼 번져가고 있다.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공급 확대를 약속했지만, 이러한 대책들이 실제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해 보인다. 쓰러져가는 도미노를 멈추기에 너무 늦은 것은 아닌지, 국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최근 발표된 8·8 공급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세는 멈추기는커녕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한국부동산원의 8월 둘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32% 상승하며 5년 11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이 상승세는 서울에만 그치지 않고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0.18% 상승해 전주 대비 상승폭이 더욱 커졌다.이러한 현상은 공급 확대가 단기적으로는 집값 안정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준다.정부는 지난 6월, 대출 한도를 줄이는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의 시행을 두 달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연기는 시장에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했고, 많은 사람들은 이를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그 결과,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8000건을 넘어서며 6월의 거래량을 초과했고,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9000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정부의 공급 대책이 장기적으로는 집값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지 몰라도, 당장의 시장 안정화에는 분명한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부동산 시장은 경제적 요소뿐만 아니라 심리적 요소에도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집값이 계속 상승하는 상황에서는 ‘지금 사지 않으면 영원히 집을 가질 수 없다’는 공포심이 팽배해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심리는 패닉바잉을 부추기며, 특히 20대와 신혼부부 같은 젊은층이 부모의 도움과 대출을 통해 무리한 매수를 시도하게 만든다.올해 들어서만 집값이 억 단위로 상승하면서 젊은층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들은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이는 결국 더 큰 부담과 불안을 안겨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과거에는 무일푼으로 상경해 작은 단칸방에서 시작해 점차 넓은 집으로 이사 가는 자수성가의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넓은 집으로의 이사는 고사하고, 서울 진입조차도 어려운 현실이 되면서, 젊은이들의 꿈과 포부가 일찍부터 좌절될까 걱정스럽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젊은 세대는 점차 더 큰 불안과 실망 속에 빠지게 될 것이며, 이는 사회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보다 일관되고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채훈식 건설부동산부장 chae@viva100.com

2024-08-20 14:02 채훈식 기자

[기자수첩] 토종 검색엔진이 살아남으려면…

나유진 산업IT부 기자검색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을 외치며 ‘야후’를 물리치겠다던 다음은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국내 검색 엔진 1위로 우뚝 선 네이버도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웹로그 분석사이트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빙은 이달 합산 점유율 40.8%를 기록하며 토종 포털의 뒤를 바짝 추격 중이다.오픈AI와 퍼플렉시티 등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들도 검색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AI의 신뢰도 문제부터 개선하고 나섰다. 오픈AI가 최근 선보인 서치GPT는 실시간 웹 정보를 사용하고 언론사와의 제휴를 통해 정확성을 높였다. 퍼플렉시티는 답변 도출 과정과 레퍼런스를 제공하고 후속 질문 리스트까지 제시한다.이러한 AI 서비스의 등장은 검색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검색 방식은 키워드 중심에서 대화형으로 전환됐다. 이용자들은 더이상 원하는 정보를 ‘찾지’ 않고 ‘얻어’낸다. 링크를 모두 클릭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었고, 광고 콘텐츠에서 더이상 헤매지 않게 됐다. AI의 환각현상도 고도화 작업을 통해 개선되고 있어 활용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손에 익은 검색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AI 챗봇 사용이 확대되는 현상은 사용자의 긍정적인 경험이 반영되고 있다는 신호탄이다.검색 플랫폼이 다각화되는 가운데 AI는 기존 포털에 트래픽과 광고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변수가 됐다. 특히 국내 포털이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으려면 검색의 본질과 방향부터 재정립해야 한다. 동시에 AI 검색의 비용 효율성을 높이는 연구와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의 노력도 절실히 요구된다.나유진 산업IT부 기자 yujin@viva100.com

2024-08-20 06:46 나유진 기자

[기자수첩] 금융, 신뢰가 먼저다

노재영 금융증권부 기자최근 한 시중은행에서 배임사고가 터졌다. 본부장 A씨가 전직 그룹 회장의 일가 친인척에게 2020년 4월부터 올해까지 616억원을 대출해줬다. 이 중 350억원 가량은 대출 심사 등 적절한 절차 없이 실행했다. 임원급 직원과 금융사 회장의 친익척이 연루됐다는 점에서 ‘특혜 대출’ 시비가 불거졌고, 평직원 수준에서 일어나는 전례와 궤를 달리해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일부 은행’ 문제가 아니다. 은행권 금융사고는 좀체 줄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벌어진 100억원이상 금융사고는 총 10건으로 연평균 2.5건을 기록했다. 이 중 올해 터진 사건만 6건이다. 사정이 이쯤 되면 은행권이 반성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금융은 신뢰를 바탕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상업거래는 교환이 성사되면 거래가 종결된다. 그러나 금융거래는 돈을 빌려주는 사람과 빌리는 사람 사이의 약속 아래 시차(만기)를 두고 금전이 오가는 행위다. 일정 기간 배당이나 이자가 오가고, 금전을 빌리는 채무자도 채권자가 계약사항을 준수하고 불법적 강압을 하지 않으리란 믿음이 있어야 거래가 성사된다.금융이 기초적인 신뢰를 넘어섰다면 채권자는 채무자를 공평하게 대해야 한다. 거래 효율성 때문이다. 여신 심사 절차가 신용점수나 담보 감정가가 아닌 ‘인맥’에 따라 이뤄지면 거래 비용이 증가해 효율성이 저하된다. 대출심사가 인맥에 영향을 받으면 시장 참여자는 탐색비용을 들여서라도 인맥을 찾게 된다. 개별적 이득은 있을지언정 시장 전체로 보면 손해다.은행법 제1조는 자금중개기능의 효율성과 신용질서 유지를 통해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취지를 밝히고 있다. 수많은 채무자 사이에 전 회장님 친인척을 먼저 찾아야 한다면, 적시적소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해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금융 본연의 역할은 뒷전으로 밀릴 공산이 크다.노재영 기자 noh@viva100.com

2024-08-18 09:17 노재영 기자

[기자수첩] 티메프 사태가 키운 불신

송수연 생활경제부 기자“제 2의 티몬, 위메프가 안나오라는 법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그게 가장 큰 걱정이다.”티메프(티몬·위메프)에서 판매대금 정산을 받지 못했다는 한 피해기업 대표의 말이다. 이 대표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상품을 파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로 약 30개 플랫폼에 입점해 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거대 플랫폼부터 중소 플랫폼까지 거래하고 있는 그는, 국내 이커머스업계 전체에 불신의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티메프는 판매액 기준 국내 톱10 안에 드는 대표 이커머스였던 만큼 충격도 그만큼 크다. 판매자들 사이에서는 이커머스의 재무건전성이 큰 화두로 떠오를 만큼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이에 쿠팡을 비롯한 11번가, G마켓 등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은 재무건전성과 빠른 정산을 앞세워 판매자들 ‘안심’ 시키기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판매자들은 의심을 시선을 쉽게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이커머스들은 ‘계획된 적자’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투자해 몸집을 불려왔기 때문에 업계 대부분이 ‘적자’인 상태이기 때문이다.적자를 감수하며 경쟁력을 확보해오던 이커머스 업계 사업 전략의 ‘위험성’ 때문에 판매자들은 제2의, 제3의 티메프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채널만 공략해 사업하는 판매자들이 많아 이커머스 생태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정치권에서도 이와 관련해 많은 법안을 내고 있지만, 티메프와 같은 부실 기업을 선제적으로 솎아 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티메프에 정산 대금이 물린 판매자들은 대부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으로 우리의 경제의 실핏줄과 같은 존재들이다. 이들이 더 이상 같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이커머스 업계 단속을 강화해 안전한 온라인 커머스 환경을 구축해주길 당부한다.송수연 생활경제부 기자  ssy1216@viva100.com

2024-08-15 13:37 송수연 기자

[데스크 칼럼] 삼성전자 ‘HBM 역전’은 진행형

“삼성전자가 엔디비아의 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는 이유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적층 방식에 있다. 엔디비아는 삼성에 설계변경을 요청했다.” 올 상반기 국내외 반도체업계를 관통하는 최대 이슈였다. 아직까지도 삼성은 엔디비아가 요구하는 HBM 품질 대응에 실패했고, 지금도 그 연장선상이다. 그래서였을까. 지난 5월, 삼성전자는 전영현 부회장을 반도체사업(DS부문) 수장에 깜짝 위촉했고, 시장은 삼성의 ‘승부수’로 읽었다.당연히 글로벌 반도체시장의 관심은 국내를 향했다. 블룸버그는 올해 상반기 삼성 HBM3E(5세대) 제품이 엔비디아 퀄 테스트(품질 검증)에 떨어졌다거나, HBM3E 8단 제품이 퀄 테스트를 통과해 4분기 중 공급된다는 냉온탕 오보를 날렸다. 하지만 퀄 테스트는 아직 진행 중이고, 제품 공급 시기 역시 미정이란 게 정설이다.삼성은 왜, 엔디비아의 입맛을 맞추지 못한 채 외신의 입방아에 오르내릴까. 반도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D램을 쌓아올리는 방식 자체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고 본다. 삼성전자가 필름 압착방식을 사용한다면, SK하이닉스는 D램 사이에 EMC를 주입해 열과 압력을 가해 굳히는 방식으로 HBM을 만든다. 적층(쌓아 올리는) 혹은 접합방식의 차이란 지적이다.우선 SK하이닉스는 어드밴스드 몰디드 언더필(MR-MUF)을 활용, 얇은 칩 적층 시 발생하는 휨 방지를 위해 액체 형태의 EMC(에폭시 밀봉재) 보호재를 써 한번에 굳히는 방식을 쓴다. 마치 도자기처럼 응고 작업을 통째로 하는 만큼 군데군데 열 방출구멍이 있어 발열이 크지 않고 전기도 적게 쓰는 장점이 있다. 엔디비아가 요구하는 품질 수준에 부합한다.이에 반해 삼성전자는 어드밴스드(Advanced) 열압착 비전도성 접착 필름(TC NCF) 기술을 써, 업계 최초의 12단 HBM3E를 개발했다. D램 사이 범프가 놓인 곳에 필름을 하나씩 끼워 열압착 본딩으로 칩을 붙이는 방식이다. 좀 더 수작업에 가까운 방식이지만, 높이 올려도 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발열과 전기 사용량이 단점이다.바로 이 차이가 삼성전자 HBM이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를 못 넘는 이유란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진짜 주목하는 부분은 삼성전자가 NCF 소재 두께를 낮춰 업계 최소 칩 간 간격인 ‘7마이크로미터(um)’를 구현, 8단과 같은 높이를 만들어 냈다는 부분이다. 특히 향후 글로벌 AI나 반도체 시장 진화 추세에 삼성의 적층 기술이 훨씬 더 유효할 가능성을 본 것이다.AI가 고도화되면 될수록 더 좋은 성능의 HBM 수요는 넘쳐 날 것이고, 지금보다 D램을 더 높이 쌓아 올려야 하는 필연이 뒤따른다. 빠르면 12단부터 HBM의 품질 기준이 발열에서 적층 쪽으로 기울 가능성을 염두에 둔 논리다. 이럴 경우 잘 휘지 않고 더 높이 쌓을 수 있는 삼성 식 적층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물론, 최근 AI 거품론에 반도체업계 전반이 요동쳤지만, 시장은 ‘AI 거품’은 있을 수 있어도 ‘메모리 거품’은 없다고 단언한다. 그런 만큼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차세대 모델을 치열하게 고민하자”는 HBM 절대 강자 최태원 회장의 최근 발언이 되새겨지는 요즘이다. HBM은 지금 적층 기술을 놓고 또 다른 진화의 길 위에 서 있다.송남석 산업IT국장 songnim@viva100.com

2024-08-14 06:03 송남석 기자

[새문안通] 광복절 유감

손수건이 필요했다. ‘위안부 할머니’ 후원이 가능한 제품 구매를 위해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검색어를 넣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위안부 할머니들 빨리 쥭엇으면 좋겟는데’라는 제목의 지식iN 게시물이 맨 위쪽에 배치돼 있었다. 일본을 향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사과 촉구로 인해 “일본과의 사이가 안좋아지는데다 세금도 많이 쓰고 그들보다 더 힘든 건 강제징용 피해자들”이라는 이유였다. 맞춤법도 기묘한 이 게시물의 등록날짜는 3월 23일. 광복절을 앞둔 지금까지도 버젓이 해당 검색어 지식iN 상단에 배치돼 있다. 왜곡되고 편협한 역사관을 공공게시판에 올리는 이나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 하에 이를 방치하는 플랫폼이나 역사의식의 부재를 통탄케 하는 존재들임은 분명하다.해방 이래 가장 시끄러운 광복절을 맞고 있다. 지난 7월 27일 일제강점기에 조선인 강제동원이 대규모로 이뤄진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임 독립기념관장의 친일 발언 의혹, 그1987년 개관 이래 첫 독립기념관 자체 광복절 경축식 취소, 이로 인한 빗발치는 독립기념관 노조 비대위원장과 광복회 및 역사학계 등의 임명 철회 촉구, 김경수 전 경남지사 광복절 특사 및 복권 움직임과 이로 인한 갑론을박까지.역사적 사실마저 정치권의 도구가 된 지는 이미 오래다. 하지만 올바른 역사의식은 붕당정치로 인해 폄훼돼서도 훼손돼서도 안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의무사항이다. 반복되는 특성을 가진 역사는 현재를 비춰보고 빗대 올바르게 대처하고 반성하는 데서 그 가치를 발휘한다. 그렇게 역사는 혼란 속에서도 국가를, 사회를 그리고 나를 바로 세우는 본질이다. 독립운동가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처럼 역사는 그래서 과거인 동시에 현재이며 미래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美-

2024-08-13 14:08 새문안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