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100세 신간] 나의 '부고(訃告)' 이야기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제임스 R. 해거티

저자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부고 전문기자다. 그는 자신과 가족, 타인에게 당신이 어떤 인생으로 기억되고 싶은 가를 묻는다. 그리고는 생전에 자신의 부고를 직접 써보라고 권한다. 단 한 번 뿐인 자신의 삶을 이야기로 풀어 글 또는 음성이나 영상으로 남겨보라고 조언한다. “삶이 지나간 자리에는 이야기가 남는다”며 “기억되고 싶다면 이야기를 남기라”고 말한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으며, 뜻밖의 즐거움과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독려한다. 인생을 정리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준다는 ‘부고’의 세계로 초대한다. 저자는 “부고마저 재미 없으면 죽는 게 무슨 낙일까”라며 부고에는 재미와 감동이 함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저자는 부고를 통해 누군가의 인생을 쓰기 전에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목표를 이루었는가’. 이것은 일반인들도 지금부터 종종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들이라고 말한다. 그는 2021년 영국 성인 2000명을 대상 설문에서 응답자의 3분의 1이 조부모 직업을 몰랐고, 3분의 2가 가족의 역사를 더 알고 싶어했다고 전한다.그는 부고 기사를 쓰면서 성공한 사람들이 대체로 낙관적이었음을 발견했다고 전한다. 가장 암울한 시기에도 그들은 인간의 본성과 능력을 그대로 평가하면서 더욱 견고해진 낙관주의를 품고 있었다고 소개한다. 성공하는 법과 함께, 불행을 딛고 일어서는 법, 사랑에 빠지는 법, 자신에게 주어진 ‘횡재’를 나누는 기쁨을 알아가는 법을 발견했다고 전한다.◇ 누구도 나보다 부고를 잘 쓸 수는 없다저자도 자신의 부고, 즉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부고=인생 이야기’임을 직접 경험해 보고 싶다고 했다. 보나마나 망칠 것 같은 가족들에게 자신의 부고를 맡기지 말고, 자신을 가장 잘 아는 본인이 직접 써보자고 생각했다. 그는 다만, 부고의 표준 형식을 따르지 않기로 했다. 자신의 삶의 굴곡과 영광과 실패의 순간, 때로는 굴욕의 순간까지 솔직히 쓰겠다고 다짐했다.그는 자신의 삶이 왜 이렇게 흘러왔는지 설명하는 데 있어 재미있거나 교훈적이거나 유익한 내용을 선택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자녀를 위해서라도 부모의 인생 이야기에는 실수로부터 얻은 교훈이 담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역시 충동적으로 모험을 감행했다가 성급한 결정으로 기회를 날렸던 경험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저자는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쓰는 것은 괴로운 일도, 뻔뻔한 일도 아니며 허영심에 가득 찬 과시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오히려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알고 배움을 얻는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 줄 것이라고 자신한다. 아직 깨닫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는 충분히 흥미롭고 매력적일 수 있으며 특히 가족과 친구, 자신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부고는 특별한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저자는 ‘나의 부고 쓰기’에 대한 모든 의구심을 거두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누가 관심이나 갖겠냐’고 하겠지만 그는 “부고는 자기 자신이 자기에 관심을 갖게 만들고, 사람들에게 본 모습으로 기억될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라고 말한다. 오해를 바로잡을 수도 있고, 감사를 전할 수도 있다고 했다. 성공했거나 덕망 있는 사람만 부고를 낼 자격이 있다는 믿음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크게 고민할 필요도 없으며, 그저 솔직하고 담백한 글이면 된다”고 말한다. 일단, 글을 쓰는 시간을 일정표에 넣고 이따금 15~20분 정도 짧게 써보기를 시작하라고 권했다. 매주 1~3회를 짧게라도 정해놓는 것이 좋다고 했다. 졸립거나 글쓰기가 지겨워지면 잠시 쉬라고 말한다. 목표는 ‘강행군’이 아니라 조금식 꾸준히 나아가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부고에 반드시 넣어야 할 것, 빼야 할 것정확한 출생일은 동명이인을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름에 얽힌 사연이나 별명은, 읽는 이들을 웃음 짓게 해 준다. 태어나고 자란 곳, 부모의 이름과 직업, 가족의 형태도 적어야 한다. 삶에 큰 영향을 준 요인들, 별난 생각이나 불만거리, 기이한 버릇 등도 유용한 소재다. 가장 재미있었던 추억도 꼭 들어가야 한다. 사진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미리 준비해 둘 것을 권한다.반대로 훌륭한 부고에 넣지 않기를 바라는 목록도 있다. 지나친 헌사나 자랑이다. 과장도 금물이다. 확신할 수 없는 사실은 확인될 때까지 빼는 것이 좋다. 수상 목록 같은 것은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공직 임명 이력이나 클럽 가입 목록은 재미를 주지 않는다. 말할 필요가 없는 일들도 삼가는 것이 좋다. 저자는 “대신 디테일이 살아 있는 인생 이야기를 찾아 담으라”고 말한다.◇ 질문하고 인터뷰하고 구술하기저자는 부고에 넣을 ‘심층 질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가장 최초의 기억, 최초로 사귄 친구, 어른들 조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말, 당신을 큰 소리로 웃게 또는 울게 한 일, 직업 선택 경로와 그 이유, 인생 최고의 순간, 인생 최대의 실수와 거기서 얻은 교훈 등이다. 그리고 ‘자신의 묘비에 어떤 내용을 담고 싶은가’라는 질문도 꼭 필요하다. 마지막 질문은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이다.보고를 쓰기 위해 인터뷰가 필요할 때도 있다. 이 때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인터뷰는 느긋한 대화 같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글로 옮기기가 버겁다면 녹음도 좋은 방법이다. 한 번에 30분 이내가 좋다. 에피소드별로 나누고 에피소드마다 끊어서 녹음하면 좋다. 녹음 내용은 후에 글로 옮긴다. 녹음 원본과 글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어디에 두었는지 반드시 사전에 알려놓으라고 권한다.저자는 “주고 받은 편지는 훌륭한 삶의 기록”이라며 우편이나 이메일, 소셜 미디어 등을 이용해 편지를 써보라고 조언한다. 문법이나 문체에 소소한 이야기라도 일주일에 한 통 씩 편지를 써 본다면 좋은 글쓰기 훈련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 소식이 담긴 편지는 누군가에게 기쁨을 가져다 주고, 자신이 쓰는 부고의 한 챕터를 채우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완벽한 도입부를 마냥 기다리지 말라전문적인 글쓰기 기술이 없어 인생 이야기를 쓰지 않는다는 것은 변명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화려한 글 솜씨 보다는 훨씬 중요한 것은 ‘당신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글 쓰기 기술 몇 가지만 알면 된다고 말한다. 먼저 개요를 작성한다. 떠오르는 순서대로 한 두 단어로 요약해 적어 본다. 불완전하더라도 목록을 정렬해 본다.저자는 특히 완벽한 도입부를 찾을 때까지 마냥 기다리지 않도록 하라고 조언한다. 일단은 연대순으로 쓰기 시작하고, 원한다면 나중에 순서를 다시 정렬하면 된다고 말한다. 글의 톤은 편하게 대화하듯이 써 볼 것을 추천한다. 중요하지 않은 형용사는 빼고, 수동태보다는 능동태 표현을 쓸 것을 권했다. 가장 핵심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화, 그리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넣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영감을 자극하는 최고의 회고록들저자는 다른 사람의 회고록을 읽다 보면 내 이야기에 생기를 불어넣을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며 프랭클린 자서전을 추천했다. 플랭클린은 이 책에서 조상들의 짤막한 비화를 알아가는 즐거움에 관해 언급했다. 언젠가 가족과 친구들도 자신에 대해 잘 몰랐던 부분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캐서린 그레이엄 자서전도 언급했다. 그녀는 부모와 자신의 결함에 대해 솔직히 고백하고 인생에서 느꼈던 공포와 불안, 성공 이야기를 적었다. 단편 소설의 거장 프리쳇은 아버지의 채권자에 쫓겨 영국 전역을 전전하며 성장한 자신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밥 딜러의 회고록 바람만이 아는 대답은 밥 딜런의 음악 인생의 어느 측면에 있어 매우 흥미로운 통찰을 제공한다고 적었다.◇ 우리를 기억하게 하는 것들저자는 부고 기사를 쓰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인물들을 소개했다. ‘듣는 책’을 발명한 듀발 헥트는 재창조의 대가였다고 전한다. 그는 대형 출판사들에 10년 정도 앞서 책의 내용을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하는 사업을 펼쳤다. 경영 그루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은 자신이 하버드의 유명 교수였다는 사실보다 자신의 도움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된 이들에 관한 이야기가 더 의미 있다 생각했다고 전했다.저자는 “이제 부고 쓰기는 예술의 일부로 여겨지기도 한다”고 말한다. 현대에 접어들어 부고는 더 흥미롭고 재미있어 졌지만, 아직도 사람들의 삶을 형성한 사건이나 원동력, 열정을 항상 잘 조명한다고 말할 순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더 부고를 잘 쓰고 자신의 이야기를 더 잘 할 수 있다고 말한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3-08-22 09:15 조진래 기자

[비바100] 내가 악령이라고? 세계 최초 의사야!

영화 '미이라'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 '투 더 본' '로망' '지킬박사와 하이드' '내사랑'.(사진제공=네이버·다음 영화, 넷플릭스)저자는 2~3일에 한 편 씩 영화를 본다는 ‘영화 마니아’ 의사다. 영화를 보다가 의사의 시각에서 특이하게 보이거나 종종 현실과 맞지 않는 내용이 눈에 띄었고, 그러다 우리 일상과 맞닿은 질병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책으로 묶을 결심을 했다고 한다. 독자들이 그저 무심코 보았던 영화들을 의학적 정보와 지식을 더해 다시 본다면 영화를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영화관에서 만나는 의학의 세계|고병수|바틀비◇ 이집트에서 시작된 고대 문명의 의학공식 기록에 남은 인류 최초의 의사는 기원전 2600년대에 이집트에서 활동했던 ‘임호테프(Imhotep)’로 전해진다. 그는 피라미드디를 건설한 대사장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영화 lt;미이라gt;에서 그는 미개한 악당이자 악령으로 묘사되었다.‘의학’이라고 부를 만한 첫 기록은 고대 이집트에서 나왔다.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이집트 의사들은 산과와 부인과, 직장과 항문, 머리, 안과, 치과 등으로 의료분야를 전문화해 질병을 다루었다”고 했다. 최초의 의사는 이집트 대사장으로 피라미드를 건설하며 기원전 2600년대에 활동했던 ‘임호테프(Imhotep)’로 전해진다. 그의 기념관이 있을 정도로 신성시되는 인물이다.이집트 의학이 널리 알려진 것은 1800년대 말 파피루스 연구 덕분이다. 1862년에 발견된 ‘에드윈 파피루스’에 당시 전문의료 지식과 함께 수준 높은 외상 치료 기록들과 여성의사 활동상까지 담겨 있다. 저자는 “이집트가 있었기에 히포크라테스도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영화 미이라(1999)에서 임호테프는 그저 미개한 악당이자 악령으로 묘사되었다.◇ 알코올 중독의 끝은 어디인가1995년에 선 보인 영화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알코올 중독에 따른 블랙 아웃(Black-out)이 반복되면 치명적인 뇌손상을 입을 수 있다. 만성 알코올 중독이면 비타민 B1(티아민) 부족에 따른 인지장애로 치매 상태가 되거나 보행 장애를 일으킨다. 심한 알코올 의존증 환자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메탄올을 물에 희석해 마시다 실명하거나 사망하기도 한다. 최악은 ‘간경화에 의한 식도정맥류’다. 출혈 부위를 못 찾아 과다출혈로 죽는다.영화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1995)는 알코올의 급성 및 만성 중독의 폐해를 잘 연출했다. 남자가 사랑할 때(1994)는 알코올 의존증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의 아픔과 갈등이 잘 표현됐다. 저자는 “술을 마실 수록 주량이 늘고, 알코올 분해능력도 나아진다고 착각하기 쉬운데 이는 그저 몸이 적응한 결과일 뿐”이라며 주의를 당부한다.◇ ‘내 안의 또 다른 나’ 해리성 장애2002년 작 ‘지킬박사와 하이드’. 이 영화를 계기로 정신의학계에서도 정신질환에 대한 기념이 정립되었다고 한다.마음의 행로(1942)는 1차 세계대전 때 부상으로 언어장애를 수반하는 ‘해리성 기억상실’에 빠졌던 주인공이 연인의 도움으로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이브의 세 얼굴(1957)은 내면에 또 다른 인격이 존재한다는 내용이다. 가장 대표적인 영화는 2002년에 나온 지킬박사와 하이드였다. 이 영화 이후 정신의학계에서도 정신질환에 대한 기념이 정립되었다.이 병은 정상으로 돌이키기는 쉽지 않지만 최면요법이나 자유연상, 지지요법 등을 활용해 치료한다. 자신이 변했다고 느끼는 ‘이인증’, 외부 세계가 달라졌다는 비현실감을 느끼는 ‘비현실적 장애’도 비교적 흔하게 겪는 현상이다. 어린 시절 정서적 학대나 방치 등 정신적 외상을 겪은 경우에 주로 나타난다고 한다.◇ 우울증은 정말 감기 같은 병일까2015년작 데몰리션은 부인을 잃은 상실감으로 우울증에 빠져 괴이한 행동을 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우울증은 전 세계적으로 성인의 5%가 겪는다. 20대가 전 연령대에서 가장 유병률이 높다고 한다.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우울감이 생긴다. 1977년 ‘프로작’이라는 혁신적인 치료제가 나와 우울증과 신경성 폭식장애, 공황장애 치료 등에 널리 쓰인다.세로토닌이 만드는 ‘트립토판’이 함유된 음식을 섭취하면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 달걀 흰자와 우유, 치즈, 연어와 함께 아몬드나 땅콩, 해바라가 씨 같은 견과류와 두부나 낫토 같은 콩류, 그리고 시금치나 바나나 등이 추천된다. 비타민이나 효소 등의 영양분, 햇빛이나 좋은 감정, 운동 등도 트립토판의 세로토닌 전환에 도움을 준다.◇ 먹지 않는 걸까, 먹지 못하는 걸까‘투 더 본’은 다양한 섭식장애를 가진 7명의 젊은이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거식증 등이 얼마나 괴롭고 치료가 어려운 병인 지를 잘 보여준다.건강을 해칠 정도로 안 먹으려는 병적인 섭식장애를 ‘거식증(拒食症)’이라고 한다. 투 더 본(2017)은 다양한 섭식장애를 가진 7명의 젊은이를 통해 이것이 얼마나 괴롭고 치료가 어려운 병인 지를 보여준다. To the bone은 ‘가죽이 뼈에 달라붙을 때까지 안 먹겠다’는 뜻이다. ‘신경성 대식증’도 있다. 폭식 후 체중 느는 게 두려워 음식을 게워낸다거나 설사 유발약품을 남용하는 증상이다. 자신을 혐오하고 창피하게 여겨 우울감을 느끼는 ‘폭식장애’도 있다. 이런 때는 가족 치료가 제일 효과가 좋다고 한다. 저자는 “환자가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도록 옆에서 살펴주고 격려해 주고 지지해 치료에 적극 나서도록 해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욱하는 성질은 분노조절장애인가실버라이닝 플레이북(2012)은 정신의학과 교과서를 통째로 옮겨놓은 듯한 영화다. 분노조절장애 등 여러 정신질환적 증상과 치료법이 등장한다. ‘실버라이닝’이란 햇빛이 구름 뒤에 있을 때 구름 가장자리로 번져 나오는 은색 선을 말한다. 어두운 현실 뒤에 드러나는 희망을 의미한다. 미국 통계에는 평생에 한 번 정도 분노조절장애를 경험할 확률이 5% 내외라고 한다.다행히도 양극성 장애는 조현병보다 치료 효과가 좋은 편이다. 하지만 감정 기복이 심하거나 지나치게 에너지가 넘쳐 과잉행동을 보인다면 진정제나 항 우울제, 조현병 약물 등의 치료가 필요하다. 강박장애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100명 당 2명 꼴로 갖고 있는 증상이다. 대개 어린 시절이나 청소년기에 발생한다고 한다.◇ 치매는 나이가 들어야만 걸리나다큐멘터리 ‘로빈의 소원’은 루이소체 치매에 걸려 극단적인 선택을 한 헐리우드 유명 배우 로빈 월리엄스에 관한 다큐멘터리다.한국 영화 로망(2019)는 치매에 걸린 노부부를 통해 우리 노인의 현실을 살펴보게 한다. 다큐멘터리 로빈의 소원(2021)은 특정 단백질이 쌓여 생기는 ‘루이소체 치매’에 걸린 유명 배우 로빈 월리엄스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를 추적했다. 그의 소원이 ‘뇌의 재부팅’이었다. 치매는 인류가 아직 정복하지 못한 병이다.치매 중에는 나이가 들며 생기는 ‘알츠하이머’가 가장 많다. 유전 경향성은 5%로 낮다. 이어 혈관성 치매와 루이소체 치매 순이다.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베타 아밀로이드나 타우 단백질은 뇌에 쌓여 뇌 신경세포를 서서히 죽인다. 나이가 많을수록, 여성일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치매 위험이 높다. 요즘은 젊은 층에서도 치매 발병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류머티즘 관절염은 왜 불치병일까관절염은 네 다리 동물이라면 누구나 겪는 병이다. 나이가 들어 닳아 생기는 퇴행성 관절염, 염증으로 관절이 망가지는 류머티즘 관절염이 대표적이다. 내 사랑(2016)은 실존 인물인 실존 화가 루이스의 일생을 담은 영화다.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걷기는커녕 손으로 물건 쥐는 것조차 힘들지만 동심을 부르는 그의 밝고 화사한 그림은 큰 호평을 받았다.류머티즘 관절염은 기원 전 1500년 경 이집트의 파피루스 기록에도 남아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팔꿈치나 손가락 피부에 결절을 만들거나 혈관에 영향을 주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유발하기도 한다. 폐 섬유화가 진행되면 호흡부전이나 빈혈을 부르기도 한다. 근본적인 치료보다는 병의 진행을 늦추고 염증을 줄이는 것이 차선이라고 한다.◇ 늙지 않고 영원히 살 수는 없을까‘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노인의 얼굴로 태어난 주인공이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결국 아이가 되어 버린다는 이색적인 줄거리다.최근 인정받는 노화 예정론이 ‘텔로미어 가설’이다. 몸속 세포의 염색체 끝 부문마다 이 DNA 조각이 있는데, DNA가 복제될 때마다 소모되어 완전히 없어지면 세포분열이 멈추고 세포가 사멸된다. 그것이 노화이고 생명의 죽음이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지지 않게 복구하면 생명 연장의 꿈도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 속에 최근 생명공학 연구가 이쪽에 집중되고 있다.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는 삶과 죽음의 의미, 태어남과 늙어감의 의미를 차분하게 돌아보게 한다. 노인의 얼굴로 태어난 주인공이 시간이 갈수록 더 젊고 튼튼해져 결국 아이가 되어 버린다는 줄거리다. 저자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남편 벤자민과 산책하는 할머니(부인)의 뒷 모습이 우리 인생을 느끼게 해 준다”고 적었다.◇ 안락사는 조력일까 살인일까아들에게(2020)는 말기 암 환자의 심리상태와 호스피스, 존엄사, 안락사 문제에 시사점을 던진다. 4기 말기 암이 되면 더는 치료가 불가능해 호스피스 혹은 완화의학 같은 돌봄 체계가 동원된다. 호스피스 운동은 영국의 간호사 겸 의사 시슬리 손더스가 처음 제창했다. 그는 1976년에 세계 최초의 호스피스 병원 ‘성 크리스토퍼 호스피스 센터’를 설립했다.완화의학은 캐나다 의사 벨포어 마운트가 주창했다.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면서 통증이나 신체적 문제를 조기에 찾아내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돕는 치료법이다. 말기 환자들은 존엄사나 안락사를 택하기도 한다. 우리도 2016년 존엄사 관련 법률이 만들어졌다. 다만, 안락사는 ‘의사 조력 자살’이라며 여전히 많은 나라에서 금지하고 있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3-08-19 07:00 조진래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 엔젤라 권 <페스티벌 피플>

저자는 지난 25년 동안 K-공연문화의 세계화를 선도해 온 대표적인 공연 기획자다. 이 책은 세계적 공연 축제인 ‘에든버러 축제’에서 저자가 만났던 10명과의 찐한 10가지 인연을 소개한다. 공연 예술에 모든 것을 걸었던, 지금도 여전히 공연 문화에 빠져 있는 ‘페스티벌 피플’들의 이야기다.그는 이 책에서 요즘 같은 척박하고 각박한 세성에 왜 축제가 존재해야 하는 지 일러준다. 다름에 대한 공감과 이해,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 차별과 혐오의 낙인이 없는 세상을 위해, 지금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다양성’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존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저자는 1999년 난타를 시작으로 점프와 카르마,셰프(비밥),타고,코리안드럼, 브러쉬,스냅,흑백다방,이어도 같은 수 많은 한국 공연을 세계에 알린 사람이다. 80개 나라, 300여 도시를 돌며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현재의 문화 예술계 ‘한류 열풍’이 있게 만든 주역이다.특히 영국의 에든버러 축제 참여를 계기로 현지의 가장 오랜 역사와 명성을 자랑 하는 ‘어셈블리’의 극장장 윌리엄과 함께 ‘코리안 시즌’을 기획한 것은 한국의 문화를 영국은 물론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후 한국의 공연 작품들은 비로소 세계의 문화인들 사이에서도 으뜸으로 평가될 수 있었다.사실 저자가 한류 공연문화의 글로벌 전도사가 된 것은 1990년대 초 배낭여행으로 해외를 돌아다니다 경험한 일본과 한국과의 비교 체험에서 비롯됐다. 팬시하고 멋진 이미지로 포장된 일본과 달리 너무도 알려지지 않은 우리의 문화를 그들에게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결심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당시 경험을 통해 그는 민간에서 제작한 넌버벌 퍼포먼스(Non-verbal Performonce), 즉 비 언어극으로 해외 진출을 하겠다는 송승환 대표의 용감한 도전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렇게 이뤄진 난타 공연을 시작으로 ‘축제’와의 운명 같은 오랜 동거가 시작되었다.이 책은 그렇지만 엄밀히 말해 저자의 공연 분야 베스트 프렌드들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힘이 되어 주었던 극장장 윌리엄을 비롯해 언제나 정확하지만 따뜻함을 잃지 않는 평을 해 주었던 저널리스트 겸 평론가 켈리, 부익부 빈익빈의 공연예술계에서 독립 프로듀서로 저자와 같은 힘든 길을 걸어 온 루이스, ‘남사친’에서 어느 날 갑자기 동성애자임을 밝혀 충격을 주었던 아트 매니지먼트사 부사장 닐스, 모국어인 게일어를 너무도 사랑한 라우라 등 절친 들의 담담한 사연들을 잔잔하게 소개한다.저자는 그러면서 코로나 등으로 인해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던 아픔도 덤덤하게 얘기한다. 시간과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로 완성되는 축제에 온기가 사라지고, 혼돈 속 난장(亂場)의 공간이 되어 온갖 에너지와 다양함이 융합되어야 할 축제가 어느 새 외면당하는 듯한 모습에 마음 아파한다.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고단한 공연예술의 삶이었기에 그 역시 잠시라도 자신의 선택에 후회를 갖기도 했다고 토로한다. 영화배급사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을 때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던 것을 못내 후회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역시 그가 설 자리는 공연예술이었다. 의미 없는 비교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으로 남기고, 그는 다시 씩씩하게 자신의 선택을 지지하고 매진하려 한다.인터넷을 비롯해 다양한 미디어 속에서 혐오의 정서가 확산되고, 무분별한 정쟁이 빚어지고, 다름에 대한 몰이해에 따른 사회 각층의 갈등이 만연한 지금, 그래서 저자는 우리에게 더 더욱 축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런 그의 곁에는 그가 사랑하고 존경하고 아끼는 친구들이 무한한 응원을 보낸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3-08-18 15:31 조진래 기자

[책갈피] 거저 주어지는 건 없다! ‘불혹’ 40대를 위한 ‘인생 반전 레시피’

인생 반전 레시피|이성동·김승회 지음(사진제공=호이테북스)‘논어’ 위정편에는 40세를 ‘불혹’(不惑)이라고 일컫는다.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됐다는 나이지만 이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불안하기만 한 불확실의 시대, 초경쟁 사회에서 위에서 눌리고 아래서 치받치는 40대. ‘인생 반전 레시피’는 인생의 골든타임이자 전환기인 동시에 극도의 불안감이 찾아오는 시기이기도 한 40대를 위한 책이다.‘행복한 가정의 비밀’ ‘인생 후반, 어디서 뭐하며 살지?’ 등의 이성동·김승회 공동저자의 ‘인생 반전 레시피’는 40대를 ‘인생의 환승역’이라고 표현한다.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따라 누군가는 “하차해 달라” 등을 떠밀리기도, 어떤 이는 “제발 남아 달라” 안달복달하게 하기도 한다.‘인생 반전 레피시’는 후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4개의 나 되기’를 제시한다. 책은 40대를 먼저 경험한 인생 선배들의 경험담을 통해 ‘후회 없이 사는 나’ ‘선택 잘하는 나’ ‘어느 한 분야에서 탁월한 나’ ‘관계의 밀도가 높은 나’ 되기를 제안한다.지나고 나서야 40대가 황금기였음을 깨닫고 후회하지 않도록 ‘7대 후회’를 제시하고 후회의 총량을 줄이기 위한 방향설정의 중요성을 일깨우는가 하면 빈둥지 증후군·삶의 동력 상실 증후군·헤드업 증후군 등 40대를 아프게 하는 마음의 병과 그 치유법을 다룬다.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법칙과 투자 성공 레시피, 선택을 잘하기 위한 4가지 기술과 ‘까까의 법칙’, 환경 변화를 이겨낼 생존조건, 관계의 밀도를 높이기 위한 나 죽이기,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다름 인정하기 등 당연해 보이지만 쉽지 않는 ‘나 되기’에 대한 해법을 전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8-12 15:25 허미선 기자

[비바100] 성장하고 증명하는 '챔피언'을 꿈꿔라

저자는 삼성전자 ‘갤럭시 성공신화’의 주인공이다. 1984년 평사원에서 입사해 38년을 삼성전자 한 곳에서 보냈다. 이 책은 삼성에서 오로지 일로써 승부해 사장(무선사업부장)까지 올랐던 저자가 후배 직원들에게 일의 ‘본질’과 ‘가치’에 관해 알려주는 ‘직장인 표준 지침서’다. ‘오직 일로 성공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기에 ‘워라벨’을 중시하는 요즘 젊은이들에겐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미래의 인재들과 생각과 고민을 나누며 자신의 생생한 경험과 노하우를 전달하고 싶어하는 고참 선배의 따뜻함이 느껴진다.◇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유일한 무기 ‘시간’일이란 무엇인가|고동진|민음사저자는 “아무리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라도 ‘다윗’처럼 돌멩이 하나쯤은 있지 않느냐”며 “시간이야말로 가진 것 없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무기”라고 말한다.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면 ‘시간관리’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기 나름’을 좌우하는 요소가 ‘시간’이라는 것이다.저자도 자신이 가진 유일한 자원을 ‘시간’이라 생각했다. 퇴근 전에 늘 다음날 일을 시간 단위로 정리하고, 달성 정도를 평가했다. 그러자 시간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체력도 능력”이라고 강조한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열심히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늘 월급의 10% 정도를 체력관리와 정신력 관리에 썼다고 한다.◇ 직장생활은 ‘장거리 마라톤’이다 저자는 “직장생활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라고 말한다. 마라톤 선수처럼 체력 기르기와 함께 페이스 조절, 구간별 전략 계획을 잘 짜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RCB 법칙’이라고 칭했다. 리셋(Reset), 즉 기존의 배경·조건을 모두 잊고 생각을 초기화하고, 변화(change)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Be brave’ 즉 담대하게 용기 있게 나아가라는 것이다.저자는 20대~30대 중반은 성실함을 기본으로 동료로부터 인정을, 후배들에게선 존경을, 상사와 파트너에게선 신뢰를 받아야 할 때라고 말한다. 30대 중반 이후로는 역량을 업 그레이드해 전문지식과 지혜를 바탕으로 외연을 넓히고, 40대 중반이후는 최종적 진화를 거쳐 완성을 이루라고 독려한다. 특히 이 시기의 리더는 배려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사진출처=게티이미지)◇ 창의력은 발굴하고 개발하는 것흔히 창의력은 타고나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저자는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발굴하고 개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창의력의 비밀로 ‘풋(foot)’과 ‘클루(clue)’를 제시한다. 우선, 창의력은 ‘머리’가 아니라 ‘발’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답은 늘 ‘현장’에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40대로 넘어가는 중간 관리자에게 창의력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저자는 창의력이 생각의 시작점을 찾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며, 클루(단서)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큰 그림을 보고 방향성을 제시할 단서를 찾아내고 끌어 당겨 자기 생각으로 꾸리는 것이 일에서의 창의성이라고 강조한다. 클루를 제대로 찾아내려면 개념과 구성, 판단, 추리를 가능하게 하는 ‘사유’를 잘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선’이 아니라 ‘최고’로 증명하라저자는 “일로 성공하려면 단순한 ‘관리자’가 아닌 ‘챔피언’을 꿈꾸라”고 말한다. ‘내 일’과 ‘남 일’이 아니라 오직 ‘회사의 일’이 있을 뿐이라며, ‘내 일=회사 일’이라는 생각이 챔피언의 첫 번째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자기 영역이 아닌 일도 경험하고 내공을 쌓아가는 것이 곧 ‘자기계발’이라는 것이다. 결국 가장 큰 무기는 ‘나 자신’이라는 신념으로 도전해 보라고 권한다.‘결실’ 없는 ‘성실’도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무작정’ 보다는 ‘지혜롭게’ 성실하라고 조언한다. 회사는 오직 결실, 즉 성과로 평가하는 곳이라고 말한다. 노력 역시 ‘과정’만으로는 부족하며, 결과로 보여줄 때만 비로소 결실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최선’이라는 과정에 안주하지 말고 ‘최고’라는 결과로 스스로의 성장을, 그리고 성과를 증명할 수 있는 인재들이 될 것을 촉구했다.◇ ‘워라밸’은 목표 달성 위한 일·삶의 균형저자는 ‘워라밸’도 목표 달성을 위해 일과 삶을 균형 있게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일과 삶의 균형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저자에게 있어 진정한 워라밸은 회사 뿐만아니라 집에서도 일할 때든 하지 않을 때든 목표를 생각하고 추구하며 노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젊은이들이 일과 삶을 명확히 구분하려고 하는 것에는 의문을 제기한다.그는 “자기 목표와 기준이 확실한 사람들은 워라밸의 기준도 명확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노력’을 ‘실력’으로 만드는 ‘1.5배의 법칙’을 언급한다. 남들보다 적어도 1.5배는 열심히 해야 남들만큼은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더 열심히 일했다고 한다. 저자에게 워라밸은 목표 달성을 위해 일과 삶을 모두 투여하는 것이었다. 그는 “내 삶의 기준을 남에게 맞추지 말라”고 조언했다.◇ 위기극복의 단 하나 방법 ‘배수진’저자는 자신의 직장생활 중 최대 시련이 2016년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였다고 토로했다. 사장이 되고 1년이 채 안된 시기에 배터리 결함이 발생해 전 제품 리콜과 보상, 결국 기기 단종까지 이어진 큰 사건이었다. 어떻게든 버텨야 했기에 배수진을 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죽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 배수진을 쳤다고 말한다.저자는 “무수한 위기는 또한 무수한 기회이기도 했다”고 회고한다. 그럴 때마다 단 하나의 해법은 물러서지 않고 맞서는 것, 어떻게든 돌파해 내는 것 뿐이었다고 말한다. 버티고 살아남겠다는 결기, 오늘의 일을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해 반드시 명예회복 하겠다는 다짐이 필요했다고 회고한다. 버티는 것도 시간과 내공이 쌓여야 가능한 일이라며 평소 마음 근육을 키울 것을 권했다.2016년 단종 사태까지 갔던 갤럭시 노트7. 삼성전자는 배수진을 치고 사태 수습에 나선 덕분에 오히려 갤럭시의 품질 혁신을 이끌어 냈다.◇ ‘기하급수적 인재’ … 멀티플레이어 기본 자질 SOP저자는 엄청난 기하급수적 변화의 시대에 발 맞추려면 기하급수적 인재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한다.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고 활용해 성과를 올리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성공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모르는 것을 한탄하느냐 아니면 적극적으로 배우느냐에 따라 갈릴 뿐”이라고 말한다.그는 ‘박이정(博而精)’ 즉, 멀티 플레이어 겸 스페셜리스트가 될 것을 주문한다. 그러면서 속도(speed)와 주인의식(ownership), 열정(passion)의 SOP를 강조한다. 이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평범한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멀티태스킹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동료들을 신뢰하고 그들의 능력을 자신의 멀티플레이 안에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관계’도 능력이다일을 잘 하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이 인간관계를 잘 맺는 것이다. 저자는 “핵심은 나 자신”이라며, 좋은 인간관계를 원한다면 먼저 겸손을 탑재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정과 상생의 마음이 있어야지, 독불장군으로는 미래가 없다고 강조한다. “어차피 안 볼 사람은 없다”면서 “사회 생활과 직장 생활은 긴 호흡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저자는 적을 내 편으로 만드는 두 가지 방법으로 배려와 겸손을 강조한다. “똑똑한 사람은 ‘일’을 이끌지만, 배려하는 사람은 ‘조직’을 이끌게 된다”고 말한다. 또 “하수는 자랑하지만 고수는 겸손하다”고 조언한다. 겸손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는 쓸데 없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해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직’… “도망가지 말고 도전하라”저자는 재직 중에 겪었던 ‘3-5-7 징크스’를 소개한다. 그 정도 연차가 되면 고비가 찾아오고 이직을 고민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직할 마음이 있다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하라”고 권한다. 체력과 열정이 있고 도전할 마음이 충만할 때, 노력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지고 이직을 해야 그나마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잦은 이직은 지양할 것을 조언했다.저자는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이 되라고 말했다. 성공적으로 이직한 사람들은 선배나 상사와의 갈등 같은 인간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비전이 본인과 맞지 않거나 자기 성과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이유가 대부분이었다고 전한다. 결국 잘 이직하는 방법은 ‘인간관계로부터 도망’이 아닌 ‘능력을 인정받고자 하는 도전’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일로 성공하는 10가지 방법저자는 일로 성공하고픈 후배들에게 10가지 팁을 전한다. 첫째, 철저한 시간관리다. 둘째, 검소한 생활과 저축이다. 40~50대 이후 경제적 안정을 위한 필수과정이라는 것이다. 셋째, 수입의 10%를 자신의 건강에 투자한다. 넷째, 전문성을 심화하고 어학능력을 키운다. 다섯 째, 향후 내가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은 지 인생 그래프를 그려보고 실천한 후 연말 평가를 한다.여섯째, 독서를 게을리 말고 타 분야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는다. 일곱째, 건강한 가족과 화목한 가정을 위해 노력한다. 여덟째, 국내에 안주말고 언제든 해외에서 생활해 본다. 아홉째, 어렵고 부족한 사람을 챙기고 후배를 아낀다. 열째, 자존감 있는 멋진 삶을 살려 노력한다. 저자는 “인생은 한 번 뿐”이라며 “실수는 성장과 발전의 동력”이라고 조언했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3-08-12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시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악어의 눈물’

사진출처=픽사베이한 남자가 죽었다. 이름은 구노 고헤이. 귀갓길 길거리에서 한 남자의 칼에 찔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하고 말았다. 그는 히가시카마쿠라 역 앞 ‘도키야 깃페이’라는 도자기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동네 명사 사다히코와 아키미 부부의 하나뿐인 아들이다.   8층짜리 상가를 짓는 일을 두고 상인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재개발 이슈가 한창인 지역에 자리잡은 노포 도자기점에서 가업을 잇기 위해 아버지, 어머니의 일을 돕고 있었다. 그에겐 소요코라는 아내와 세 살짜리 아들 나유타가 있었고 그들이 할머니 제사를 위해 규슈에 있는 친정에 다니러 간 사이 살인사건이 벌어졌다.‘범인에게 고한다’와 영화화된 ‘불티’ ‘비터 블러드’ ‘가면동창회’ ‘염원’ ‘스카우트실 1, 2’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 시즈큐이 슈스케 신작 ‘악어의 눈물’은 한 남자의 죽음을 둘러싸고 가족 틈새로 스며드는 의심에 대한 이야기다. 외국어 교재의 명가 시사북스가 지난해 론칭한 단행본 브랜드 ‘빈페이지’의 세 번째 출판물이다. 악어의 눈물|시즈쿠이 슈스케(사진제공=빈페이지)그들 가족 주변에는 아키미의 언니 하루코와 그의 한량같은 남편 다쓰야가 머무르고 있다. 예민하고 약한 아키미와는 달리 유명 샌드위치 가게 사장인 하루코는 스튜어디스 그리고 긴자의 문단바(문단 관계자들이 단골인 바) 호스티스 출신으로 지칠 줄 모르는 활력의 소유자다. 그 스스로도 에세이스트이자 TV, 라디오 등의 출연으로 꽤 유명인사인 하루코는 밴드 기타리스트였던 다쓰야와 불륜 스캔들 끝에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일상처럼 어울려 살던 가족 간에 의심이 불거지고 균열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핵심은 ‘시점’이다. 이야기가 누구의 시점으로 진행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일본 독자들은 물론 출판사 관계자들까지 고헤이 죽음의 사주를 두고 의견이 분분할 정도다.이야기는 순차적으로 서술된다. 이야기의 초반은 며느리 소요코에 대한 의심의 끈을 놓지 못하는 아키미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지나치게 침착하고 예의바르며 착한 며느리가 남편 고헤이의 죽음을 접하는 태도부터 거슬리더니 범인이 소요코의 전 연인 구마모토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 의심은 더욱 깊어진다. 설상가상 최종판결이 내려지던 법정에서 구마모토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남편의 가정폭력이 심해 매일이 지옥같았다” 하소연하는 소요코에게 “부탁을 받아 죽였다”고 폭로하면서 의심은 증폭된다. 분가해 육아에만 전념하던 며느리가 ‘도키야 깃페이’에 들를 때면 아들의 가정폭력을 의심하게 되는 순간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 아키미에게 “가정폭력은 없었다”는 소요코의 말은 그 의심을 사실처럼 받아들이게 한다.더불어 하루코가 알고 지내던 주간지 기자의 이런 저런 취재정황 공유, 그를 기반으로 한 충격적인 가정들, 손자 나유타가 보는 앞에서 계단을 굴러 다치는 사건 등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나유타가 고헤이의 아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까지 하게 된다. 여기까지 소요코는 얌전하거나 예의바르거나 착한 것이 아닌, 자신의 감정을 교묘하게도 잘 감추는 음흉하고 교활한 여자처럼 여겨지게 묘사된다.  사진출처=픽사베이그 의심이 소요코와 나유타를 오롯이 가족으로 받아들인 남편 사다히코에게 공유되면서부터는 그의 시점으로 보게 된다. 사다히코가 소요코와 나유타의 미래를 가늠하며 재개발을 두고 고민하던 즈음이었다. 나유타가 죽은 아들의 아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똑같은 일상마저 전혀 다르게 다가오게 한다. 하지만 사다히코의 의심은 DNA 검사결과로 금세 풀린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아키미와 하루코의 의심. 이후 이야기는 소요코에 대한 의심이 깊어만 가는 아키미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듯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요코를 의심하는 아키미의 시점을 믿어도 좋은지 ‘의심’하게 한다.  재개발을 반대하는 사다히코가 소중히 여기는 도자기의 실종, 그 사건의 정황을 빠르게 유추해내 의심을 받으면서도 진범이 누구인지 자초지종을 설명하지 못하는 소요코는 또 다시 아키미의 의심을 깊게 한다. 사진출처=픽사베이그리고 진실이 밝혀진 후 하루코와 다쓰야의 선택. 그들 선택의 유일한 목격자는 소요코 혼자였다.   폭풍같은 의심과 명료했던 시점의 변화 등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킨, 18장으로 이뤄진 소설은 마지막 장에 가서야 진실을 설명한다. 마치 17회차 모의고사로 구성된 문제집의 답안지처럼 18장은 소요코의 시점으로 명료하게 아키미가 의심한 태도, 심리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남편의 죽음에도 고요한 태도를 유지한 이유, 가정폭력에 대한 시부모의 물음에 “없었다”고 거짓말을 해야 했던 심정, 가업을 이어받은 후 만기출소한 구마모토와의 재회 등이 꽤 담백하게 서술돼 있다.  하지만 ‘악어의 눈물’은 소설이다. 그리고 ‘시점’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오롯이 18장만이 소요코의 시점으로 서술돼 ‘진실’을 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고 시즈쿠이 슈스케는 미스터리의 대가이며 독자와의 심리게임을 즐기는 작가이기도 하다. 더불어 사람의 심리는 수학문제처럼 딱 떨어지게 답을 내리거나 털어낼 수 없는 것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듯 이야기는 서술자의 기록이다. 18장이 정답지라고 온전히 믿기 어려운 이유다. 그렇게 ‘악어의 눈물’은 수학문제집인줄 알고 풀었더니 논술 문제집인 느낌의 소설이다. 어쩌면 스즈쿠이 슈스케가 독자들에게 내는 추리문제집일지도 모르겠다. 추리소설치고는 다소 밋밋한, 만연체로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초반의 이야기 진행에도 소요코에 대한 의심과 진실을 향한 궁금증이 커져 책장을 넘기게 되는 이유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8-07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혁신창업 3총사'와 북캉스 떠나볼까

(사진출처=게티이미지)일런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빌 게이츠. 모두 인류의 현재와 미래를 새롭게 연 혁신 글로벌 기업의 창업자이자 둘도 없는 독서광들이다. 이 책은 세 사람이 직접 읽고 추천한 100권의 서적을 소개한다. 시대의 영웅들이 창업을 용기낼 수 있었던 힘, 미래를 보는 눈을 가질 수 있었던 지혜가 이 책들 속에 녹아 있다.세계 3대 CEO 필독서 100|야마자키 료헤이|센시오◇ 일런 머스크의 서재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을 창업해 인류의 미래를 선도하고 있는 일런 머스크.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테크놀로지로 기어이 현실화하는 엄청난 재능과 지독한 추진력을 가졌다.일런 머스크는 질서와 상식을 넘나드는 혁신가다. 세상을 구하겠다는 생각에 빠져 있다. 화성 이주, 대만의 경제특구화 등 종잡을 수 없는 돌발성 아이디어와 실천력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다. 특히 파괴적인 아이디어를 기술로 구현해 나가는 능력에서 발군이다.제로 투 원은 ‘페이팔’을 함께 만들었던 피터 틸의 책이다. 둘은 이미 존재하는 것을 모방 않고 ‘0에서 1’을 만들어내는 남다른 호기심과 추진력에서 빼 닮았다. 틸은 창업자라면 다른 사람이 아직 시도하지 않은 분야에 도전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치열한 생존싸움에서 벗어날 방법은 ‘독점적 이익’ 밖에 없다”면서 “독점은 진보의 원동력이며, 모든 성공기업의 조건”이라고 말한다.머스크는 역사책도 많이 읽는다. 역사를 깊이 들여다 보면 미래와 바람직한 리더상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로마제국 쇠망사를 일고 그는 우수한 시스템을 갖췄던 로마가 패망한 것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후계자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했고 지역에 지나치게 자율권을 준 탓이라고 분석했다.세상을 바꾼 사람들에 관한 책도 부지런히 읽었다. 아인슈타인 삶과 우주, 스티브 잡스, 스탈린, 붉은 황제와 신하들 등이다. 잡스와 머스크의 전기를 집필했던 아이작슨은 두 사람이 인간과 기계의 공존을 중시하고, 자신은 특별한 존재이므로 세상의 규칙이나 질서를 따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 등이 많이 닮았다고 전한다.SF 소설도 즐겨 읽었다. 특히 우주를 배경으로 한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리즈의 애독자다. 프랭크 허버트의 듄은 인공지능 규제의 필요성을 처음 제창한 점을 극찬했다. 이언 뱅크스의 컬쳐 시리즈는 스페이스X의 우주로켓 회수용 드론 선박 이름을 이 소설 속 우주선 이름으로 붙였을 정도다. 반지의 제왕, 왕좌의 게이처럼 세상을 구하는 영웅을 다룬 판타지 소설도 그의 애독서다.머스크는 스티븐 웹의 우주에 외계인이 가득하다면 모두 어디 있지?를 읽고 우주에 대한 상상력을 키웠다. 무려 75개의 답을 유출한 끝에 다다른 결론은 ‘우주에는 지구인 밖에 없다’는 내용이다. 그가 “로켓에 관한 놀라운 책”이라고 호평한 책이 존 D.클락의 점화다. 액체연료 로켓의 개발사를 다룬 전문서적이지만, 스페이스X의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던 머스크로선 의미가 남달랐을 것이다.인공지능이 초지능으로 진화하는 ‘싱귤래리티’ 이후의 세계를 다룬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와 제임스 베릿의 우리의 마지막 발명품은 기술의 진화가 언젠가 인류를 멸망시킬 것이란 경고를 담았다. 머스크는 이런 위험성을 경고하는 한편으로 인공지능의 진화를 가속시키는 심충 학습 ‘딥 러닝’ 기술에도 주목하고 있다. 가능성과 위험성을 모두 깊이 이해하려 애쓰는 것이다.◇ 제프 베이조스의 서재이마존 경영에서 한 발 물러나 본격적으로 우주 사업에 본격 나선 제프 베이조스. 그는 장기적인 목표 지향이 혁신을 가능케 한다고 믿음을 갖고 자신만의 독특한 추진력을 선보이고 있다.베이조스는 “우주에 가려고 부자가 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2021년 CEO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소년 시절부터 꿈꾸던 우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장기적인 목표 지향이 혁신을 가능케 한다고 굳게 믿는다.그는 경영학 서적을 많이 읽었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혁신기업의 딜레마에서 왜 우량기업이 실패하는가를 설명하면서 ‘파괴적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더 골은 ‘소매업자’였던 베이조스가 제조업의 뛰어난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아마존의 경쟁력을 한층 높이게 만든 책이다. 특히 현금흐름 흑자 기업으로 만들고자 했던 베이조스에게 ‘전체 최적’을 지향할 것을 일러주었다.미래예측서로는 나심 탈레브의 블랙스완이 있다. 과거의 법칙에 얽매이지 않고 혁신을 만들어 내는 ‘베이조스 방식’을 구축했다. 프레더릭 브룩스의 맨먼스 미신에 대해선 “소프트웨어 개발의 진수를 파고드는 양서”라고 극찬했다. 대규모 SW를 개발할 때 엔지니어 수가 적은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이론은 아마존에서 소규모 팀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피자 두 판의 원칙’으로 되살아 났다.리더십 서적 중에는 피터 드러커의 자기 경영 노트가 눈길을 끈다. 드러커는 리도를 포함해 관리직의 ‘다섯 가지의 습관적 능력’을 강조했다. 무엇이 자신의 시간을 빼앗고 있는 지 아는 것, 자신이 해야 할 공헌을 생각하는 것. 강점을 살리는 것, 가장 중요한 것부터 시작해 한 번에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것,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의사결정을 할 것 등이다.월마트 창업자 샘 월튼의 자서전 샘 월튼, 불황 없는 소비를 창조하라는 베이조스에게 ‘바이블’이다. 아마존의 경영방침인 ‘고객 제일주의’가 원래 월마트의 기본 이념이었다. 검약주의도 월마트에서 가져왔다. 자체 물류망에 대한 집착도 월마트의 영향이다. 그만큼 베이조스는 월튼의 경영 수법에 심취해 있었다.베이조스의 우주를 향한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그 역시 SF 소설광이다. 프랭크허버트의 듄을 사랑하고 이언 뱅크스의 게임의 명수 같은 철쳐 시리즈를 매우 좋아했다. TV드라마 스타트랙 시리즈는 아마존의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의 아이디어 원이기도 하다. 로버트 하인리히의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이 그린 달 식민지 건설 아이디어 역시 우주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다.베이조스가 우주개발 스타트업을 창업하도록 만든 인물은 SF 작가인 닐 스티븐슨이다. 그가 쓴 3부작 가운데 하나인 다이아몬드 시대는 가상의 3차원 공간을 가리키는 ‘메타버스’라는 말과 ‘아바타’의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베이조스는 그에게서 영감을 얻어 “나이 먹은 뒤에 ‘그 때 도전해 볼 걸…’하고 후회하지 않도록 도전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빌 게이츠의 서재자선사업가로 변신해 지구촌의 양극화와 빈곤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는 빌 게이츠. 머스크와 베이조스가 우주를 향해 나아갈 때 그는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일에 매진해 왔다.빌 게이츠는 매년 50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 2008년부터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에 더 집중하면서 최근에는 기술을 활용한 혁신으로 신흥국의 생활환경 개선에 몰두하고 있지만, 그가 매년 발표하는 ‘올 여름에 읽어야 할 필독서 5’는 늘 세계적인 관심을 모은다.경영서적 가운데 그가 최고라고 극찬한 책은 팩트풀니스다. “본능적 선입견을 극복하고 사실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에 관해 명확하고 실용적인 조언을 주었다”고 평가했다. 2018년 미국 대학 졸업생 중 희망자 전원에게 선물했을 정도다. 이 책은 인간이 갖기 쉬운 간극 본능, 부정 본능, 공포 본능, 운명 본능, 비난 본능 등 11가지의 본능적인 착각을 지적하며 극복 방안을 제시했다.워런 버핏이 추천한 존 브룩스의 경영의 모험은 “최고의 비즈니스 서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제록스의 실패 사례는 그에게 큰 교훈을 주었다. 나이키 창업주 필 나이트의 자서전 슈독에서는 기묘한 직원들의 조합에 감명을 받았고, 마크 레빈슨의 더 박스는 평범한 컨테이너가 어떻게 글로벌 물류 세계를 바꿔 나갔는 지, 그리고 그런 훌륭한 회사가 어떻게 파산했는지 교훈을 주었다.앞의 두 사람이 우주를 향할 때 게이츠는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일에 집중하며 양극화와 빈곤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다. 아비지트 배너지의 힘든 시대의 좋은 경제학와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는 이민과 불평등, 빈곤 문제 등의 실효성 있는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작가는 개별적인 단순 원조에 앞서 그 실태와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한 후 시행하자고 주창했다.부자들에게 부유세를 걷자고 한 빌 게이츠에게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필독서다. 그는 상속세 수입을 교육과 연구에 투자하자는 주장에 동조했다. 앵거스 디턴은 위대한 탈출에서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도우면 빈곤이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은 ‘원조의 착각’”이라고 비판했다. 게이츠는 이에 “원조의 힘으로 실현할 수 있는 혁신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익을 준다”고 반박했다.‘미래학자’ 빌 게이츠가 추천하는 미래 예측서는 어번던스다. ‘세상은 나아지고 있다’는 믿음 아래 새로운 합성 생명체, 자기복제 나노머신 등 미래를 바꿀 차세대 기술이 소개되었다. 과학서적 중에는 마크 미오도닉의 사소한 것들의 과학을 추천했다. 나노 테크놀로지 같은 차세대 미래기술에 대한 통찰을 극찬했다. 이밖에 위험한 과학책, 더 퀘스트도 추천했다.게이츠가 “열렬한 팬”이라고 자백한 역사가가 제레드 다이아몬드다. 대표작 총 균 쇠에서 그는 유럽이 아메리카 대륙과 오스트리아 대륙 등을 손쉽게 정복한 요인으로 총과 철제 검, 그리고 병원균을 지목했다. 인물에 관한 책 가운데는 덩샤오핑 평전이 눈에 띈다. 게이츠는 “마오저뚱 이후의 현대 중국에 관한 책을 딱 한 권만 읽는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했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3-08-05 07:00 조진래 기자

[비바 2080] 100세 신간… 정재훈 <소식의 과학>

많은 이들이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되도록 적게 먹어라”라고 말한다. 다이어트의 제1 원칙도 ‘소식(小食)’이다. ‘소식이 곧 건강’이라는 믿음이 상당하다. 하지만 반대로 “소식이나 다이어트가 과연 건강을 가져다 주는가”, “우리 몸에 필요한 열량을 충당하려면 제 때 제대로 먹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반론도 많다.이 책은 ‘전직 푸드이터·현직 푸드 라이터’를 표방하는 ‘소식 전도사’ 정재훈 약사가 전하는 과학적인 장수 비결 해법서다. 전작인 정재훈의 생각하는 식탁에서 ‘밥상 과학’을 선보였던 저자가 이번에는 ‘소식’의 모든 것을 과학적 근거와 기반 아래서 낱낱이 파헤쳤다. 그는 ‘소식’이 어떻게 우리 몸을 근본적으로 개선시켜 주고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지를 일러준다.저자는 특히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소식’에 대해 사실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음을 일깨워준다. 동시에 소식을 이해하고 이 습관을 삶에 적용해 나갈 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 준다. 결론적으로 그는 우리가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소식’이 답이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기 전에 우리가 생각하는 통상적인 ‘소식’과 책을 읽고 난 후에 알게되는 ‘소식’에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저자는 먼저, 500년 전에 이미 소식을 실천하며 그 효용성을 증명했던 이탈리아의 알비제 코르나로를 소환한다. 30대 초반에 당뇨병과 관절염, 통풍 등으로 사실상 시한부 판정을 받았던 그가 의사의 권고로 식습관을 개선한 후 극적으로 회복한 사례를 소개한다. 저자는 열렬한 ‘소식 지지자’가 된 알비제 코르나로 덕분에 ‘항노화학’ 등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다고 말한다.저자는 현대의 연구자들이 입증한 소식의 과학적 효과도 자세히 소개한다. 더불어 기존의 메트포르민이나 SGLT2 억제제나 곧 국내에 도입될 오젬픽이나 위고비 같은 다이어트 신약들이 어떻게 당뇨병 치료제에서 다이어트 약으로 변했는지도 일러준다. 그러면서 ‘살 빼는 약’의 기전과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소식의 효과를 알려준다.?저자는 “불행히도 우리 몸은 ‘더 움직이는 만큼’ 정직하게 열량을 더 소비하도록 만들어져 있지 않다”고 말한다. 70명이 넘는 저명한 연구자들이 참여해 2021년에 국제학술지 ‘Current Biology)’에 발표된 연구 결과를 토대로 그는 “우리 몸은 너무나 효율적이라, 열량이 추가로 소비되는 만큼 신체의 어디에선가 열량을 절약해 열량을 보전한다”고 전한다.살 찌는 것을 ‘나잇살’ 탓이라고 핑계 대는 것에 대해서도 2021년 8월 ‘Science’에 발표된 연구 결과를 내세워 반박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1세부터 20세까지는 에너지대사율이 조금씩 줄어들지만 20세부터 60세까지는 에너지대사율이 그대로 유지된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에너지대사율이 줄어들기 때문에 살찌기 쉽다는 통념은 잘못된 것이라고 전한다.’ 결국 ‘나잇살’은 없는 것이라고 저자는 단언한다.저자는 식습관을 바꾸지 않고 운동만으로는 건강해지길 바라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한다. 살을 빼기도 어렵지만 수명은 늘리기는 더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가 점점 우리 몸을 알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막연히 적게 먹으면 몸에 좋겠다는 생각에서 나아가 적게 먹는 것과 적게 먹었을 때의 기대 효과를 파악하고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한다.?저자는 이른바 ‘백세인’들이 말하는 장수 비결이 너무도 천차만별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2016년의 한 연구를 소개한다. 결국 답은 ‘소식’에 있다는 것이다. 장수 집안의 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소식’을 통해서 유사한 장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소식의 유익성에 관해서도 소상하게 소개한다. 저자 스스로도 이민 시절에 100㎏까지 불었던 체중을 20㎏이나 줄이는 과정에서 음식환경의 중요성을 생생하게 경험했다고 전한다. 여기에 위고비나 오젬픽 같은 다이어트 신약으로 체중을 감량하려면 어느 정도 비용이 드는지, 더 저렴한 제네릭(복제약)은 언제쯤 나올 수 있을지, 다이어트 신약의 부작용은 없는 지 등을 일러준다.또 ‘소식’과 ‘간헐적 단식’ 중에 어떤 것이 효과가 좋은 지, 식단 조절과 다이어트 약 가운데 어떤 방법이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지 등을 최신 연구 보고서와 자신의 경험 등을 적절히 섞어 생생하게 전해 준다. 소식의 효용성과 건강한 100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들을 실천할 수 있는 친절한 지침들도 풍성하게 소개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3-08-01 09:07 조진래 기자

[비바100] 혁신 아니면 죽음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사장과 초대 국가RD 전략기획단장, 그리고 KT 회장까지 역임했던 저자가 국내 젊은 리더들에게 전하는 ‘혁신’과 ‘도전’에 관한 이야기다. 2022년 가을 학기에 연세대 경영대학 학년들을 대상으로 7주 간 진행했던 강연록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영’이라는 주제 아래 다양한 첨단 기술을 소개하고 이를 어떻게 경영현장에서 활용할 것인가를 알려주었다. 미래 경영자들에게는 도전하고 쟁취하는 삶, 더 큰 도전을 촉구했다. 어떤 결과가 기다리든, 도전만큼 값지고 의미 있는 경험은 없다고 강조했다.◇ 리스크 테이킹저자는 “혁신을 주도하면 리더가 되고, 혁신을 받아들이면 생존자가 되지만, 혁신을 거부하면 죽음을 맞는다”고 전한다. 그리고 ‘혁신’을 ‘리스크 테이킹’과 동일하게 볼 것을 권한다. 오픈 마인드, 열정과 적극적 태도, 철저한 준비 등 리스크 테이킹 승률을 높이는 방법도 알려준다. 실패를 용인해 주는 문화도 강조한다. 1등 자리를 지키는 데도 리스크 테이킹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저자 스스로도 “임원이 아닌 개발자로 일본과 승부를 하고 싶다”며 부장직으로 삼성에 입사하는 리스크를 선택했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이건희 회장의 반도체 투자를 이끌어낸 일화도 소개한다. 일본의 도시바가 조인트벤처로 유혹했을 때 그는 “미래의 새끼 호랑이를 없애버리려는 계획”이라며 반대했다. 반도체 라인 하나에 1조 원, 높은 수율의 반도체를 만들기까지 3년 이상이 걸리던 때였다.이건희 회장은 저자의 패기를 믿고 독자투자를 결정한다. “지금 어렵다고 투자를 않으면 우린 언제 글로벌 1등을 해보겠나”라며 용기를 주었다. 1년 만에 플래시 메모리 업계 1위는 삼성 차지가 되었다. 현재 삼성의 12인치 20개 반도체 라인 가운데 초기 라인은 2001년 반도체 최악의 불황기에 지어졌다. 저자는 “한국이 반도체 강국이 된 것은 당시 이 회장의 과감한 투자 결정 덕분이었다”고 말한다.◇ 파괴적 혁신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파괴적 혁신’을 주창했다. 그는 기존의 강점을 보강하는 ‘존속적 혁신’ 보다는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메모리 용량은 1년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저자의 ‘황의 법칙’도 파괴적 혁신의 일환이었다. 그는 “무어의 법칙을 따른 기업들보다 황의 법칙을 따라 빠르게 혁신한 반도체 기업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전한다.인텔 등에 비해 존재감이 없던 삼성이 2002년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1위로 단숨에 올라선 것도 파괴적 혁신의 결과였다. 저자는 “파괴적 혁신은 자기 부정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가솔린 자동차를 부정해야 전기차가 보이고, PC 시장의 대세 CPU를 부정해 봐야 모바일 시장의 플래시메모리 시장이 보인다는 것이다. 자기부정을 거듭하며 파괴적 혁신을 해왔기에 지금의 삼성이 있다고 말한다.저자는 KT 시절의 기가 인터넷과 5G 사례를 파괴적 혁신의 또 다른 사례로 든다. B2B 영역의 케이뱅크 역시 성공 사례로 소개한다. 그러면서 테슬라의 일런 머스크가 말했던 ‘혁신의 방법론’ 세 가지를 언급한다. 기존의 관행을 파괴하고, 기술의 발전을 연속적으로 보지 말며, 기술의 변곡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이 파괴적 혁신을 이루는 태도라고 말했다.저자는 한국이 반도체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고 이건희(왼쪽) 회장의 2001년 담대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미래의 예측저자는 “미래 예측이란, 다리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며, 리더의 역할은 수 많은 가정과 경우의 수를 놓고 직원들을 설득해 다리를 건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모든 혁신 제품은 고객 관점에서 이해하고 앞선 기술을 활용한 개발자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그래서 시장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시각이 필요하고. 자신만의 경쟁력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당시 반도체 플래시메모리는 ‘노아’와 ‘낸드’로 나뉘었는데, 저자는 직렬형의 ‘낸드’가 크기는 작으면서 더 많은 양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며 강력히 밀어붙였다.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 ‘속도’보다는 ‘용량’이 훨씬 더 중요해 질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가격 결정과 수요자 선택의 주도권을 쥘 제품이 삼성에게 필요하다면서, 낸드 플래시에 그런 미래가 있다고 보았다.2000년대 초 인텔에 노아플래시를 의존하던 노키아에게 퓨전 칩인 ‘원낸드’를 3분의 1 가격에 공급한 경험도 삼성이 이후 플래시 메모리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올리는 데 기여했다. 아이팟을 내놓기 직전에 HDD를 고집하던 스티브 잡스에게 조용히 플래시메모리가 장착된 제품을 보내 결국 “전량을 구매할 테니 가격을 깎아달라”고 읍소하게 만든 이야기는 유명하다.스티브 잡스(왼쪽)는 애플이 필요로 하는 반도체 칩을 삼성전자에 전량 몰아줌으로써 스마트폰의 대중화를 이뤄냈다.◇ 기술의 선점저자는 “기술 선점이 곧 미래 선점”이라고 강조한다. 기술을 선점하려면 무엇보다 인프라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술을 선점하면 기술적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특허’와 ‘표준화’를 통해 시장 진입을 막을 수 있다고 역설한다. 소비자를 붙잡아 둘 수 있는 능력도 기술 선점의 장점이라고 강조한다.LTE보다 20배 빠른 5G 기술에 대한 선제적 투자로 자율주행, 원격 시술 등 산업 전반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을 그는 좋은 예로 들었다. 에릭슨, 노키아, 퀄컴, 인텔, 삼성전자 등 5개 글로벌 기업의 컨소시엄을 리드해 5G 표준화 그룹을 구축하고 이 컨소시엄에서 만든 5G 표준의 80%가 국제 표준에 반영케 한 소중한 경험도 공유한다.그는 나아가 “6G 시대가 되면 ‘디지털 트윈’이라는 파괴적 기술이 지구 전체를 시뮬레이션하는 시대가 될 지 모른다”며 “그런 시대가 되면 장비 모두가 소프트웨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면서 “패스트 플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빠르게 성장한 나라는 우리 밖에 없다”며 미래 경영자들에게 “여러분들에게는 1등을 해 본 선배들이 있다”며 자부심과 함께 도전의식을 촉구했다.◇ 위기의 대응저자는 “역사적으로 위기는 꼭 위기로만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14세기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흑사병이 봉건제도를 무너뜨리고 르네상스를 연 것을 예로 들었다. 코로나 펜데믹 속에서도 원격 의료, 원격 수업, 원격 근로가 빠르게 정착되었고 비대면 로봇 기술 도입도 한층 앞당겨졌다고 말한다.저자는 “기술로 위기를 극복하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려면 위기를 극복할 기술을 가지고 있는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가,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 모두를 창출할 수 있는가 하는 세 가지 질문에 확실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저자는 2018년 2차 메르스 사태 때 이전의 경험을 살려 KT가 만들어 놓았던 GEPP(글로벌 감염병 확산 방지 플랫폼)를 예로 든다. 통신 3사가 제공한 로밍 데이터를 근거로 환자들 경로를 파악한 덕분에 2차 메르스 때는 환자가 한 명 밖에 나오지 않았고 38일만에 종결됐다. 그는 “위기를 더 나은 삶을 위한 기회로 삼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저자는 5G 통신기술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책임질 융합 기술이라고 단언했다.◇ 융합의 실현4차 산업혁명은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으로 대표된다. 저자도 “4차 산업혁명의 시작과 끝은 ‘융합’”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말을 타고 다니다 수레로 갈아타는 정도의 ‘물리적 융합’보다는 산업을 완전히 탈바꿈시킬 수 있는 ‘화학적 융합’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한다.그는 5G를 화학적 융합의 대표 사례로 소개했다. 초저지연성과 고신뢰성의 5G가 상용화되면 IoT 센서, AI 비전 카메라, 자율 로봇 같은 기술과 제어 시스템 사용이 가능해지고 효율성과 생산성이 증대될 것이라고 확언한다. 에너지와 IT 기술을 접목해 한국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에너지 플랫폼 K-MEG도 스마트 에너지 그리드를 구현하는 데 획기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고 자신한다.저자는 화학적 융합의 전제 조건 세 가지를 제시한다. 기술에 대한 충분한 이해, 새로운 상상력 발휘, 그리고 기술 파급의 크랙 뛰어넘기다. 아울러 그는 “수많은 기술이 융합되었을 때 비로소 시너지가 발생한다”면서, 탄탄하지만 벽이 없는 조직을 시너지의 필수조건으로 각별히 강조했다.◇ 혁신을 이루는 경영자의 자세피터 드러커는 “변화의 가장 큰 위험은 바로 어제의 이론”이라고 했다. 저자는 파괴적 혁신이 성공하려면 기술과 조직의 발전이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직에서 ‘어제의 이론’은 기득권을 가진 집단의 거부 또는 방해다. 그래서 조직 혁신에서 CEO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소통’이라고 강조한다. KT에 있을 때 6년 동안 5500명의 직원들과 420회나 함께 밥을 먹은 이유다.‘비전’은 조직의 불안을 해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KT 시절 적자에 허덕이던 인터넷 사업을 부활시킨 것도 비전의 힘 덕분이었다고 회고한다. 다음은 ‘위임’이다. 겁 없이 도전할 수 있도록 만들라고 했다. ‘협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위임과 소통의 효과 중 하나가 협력이라며 “일찍 할 수록 가능성도 커진다”고 말했다.이어 ‘질문’이다. 준비되고 겸손한 사람이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마지막 키워드는 ‘포용’이다. “경영자는 우산을 들고 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두려워 말고 도전해 보자”고 거듭 강조했다. 자신도 그런 마음으로 지금까지 달려왔다고 했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3-07-29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마음의 눈으로 본 청두 풍경 ‘금강연가’…우정, 기쁨, 행복이 가득

19일 열렸던 ‘동북아 출판문화교류의 해피로드’ 포럼(사진제공=쓰촨대학출판사, 한국동북아포럼)“사람과 사람을 우정으로 잇고 나라와 나라를 평화로 잇는 것은 겉으로 보이는 물리적인 길이 아닌 사람의 내면에 있는 보이지 않는 마음에 달려 있다. 마음의 눈으로 보면 출신이나 빈부, 인종, 국적 등의 차별이 소멸된다. 같은 인간이라는 일점에서 나온 순수한 미소, 친절한 한 마디, 우정이 공간을 채운다. 그 우정이 기쁨과 행복 그리고 그리움을 창조한다.”나이 마흔을 훌쩍 넘기고서야 중국 쓰촨성(四川省) 청두(成都) 소재의 쓰촨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던 박종무 작가가 십여 년을 그곳에 머물며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적은 산문집 ‘금강연가’(錦江戀歌)는 이 같은 이야기를 한다. 중국 쓰촨대학출판사와 한국 학고재 출판사에서 동시 출판된 산문집 ‘금강연가’는 “처음부터 독자들의 지식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아예 없었다”는 작가의 신념이 깃든 책이다. 금강연가(사진제공=학고재)작가에게 쓰촨성 청두는 ‘삼국지’ 속 유비의 나라 촉한의 도읍이자 금강이 지척에서 흐르는 쓰촨대학이 있으며 청두의 꽃 매화로 착각한 ‘꽃피는 아몬드 나무’(Almond Blossom)를 발견함으로서 빈센트 반 고흐에 빠져 들게 한 곳이다. 납매·계화 등 사시사철 피어나는 꽃들, 새로운 것을 시작할 생각조차 못하는 나이의 내 엄마를 살고 싶게 할 정도로 노인이 행복한 도시, 동전 몇닢이 오가지만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지지 않는 의지·청춘의 소리·삶이 삶에게 주는 응원가와도 같은 캠퍼스 안의 6월 벼룩시장 등이 정겨운 공간이기도 하다.더불어 ‘오징어를 볶는다’는 뜻의 초우어(炒魷魚)가 ‘해고되다’로 쓰이는 이유, 쓰촨 대지진에 피난 동행을 권했던 하숙집 주인 슬비, 친절한 말과 함께 자신의 텐트에 머물기를 먼저 권유한 이웃 왕 여사, 강변의 피난 텐트와 아버지가 좋아했던 태공망 고사로 깨달은 금강의 미덕, 유쾌한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하는 쓰촨 불냄비 등으로 알게 된 문화가 정답기 그지없는 곳이다.마파두부, 훠궈, 마라탕, 관관향, 향랄간과 등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인정이 넘치는 쓰촨의 맛, 유비의 아내였던 오나라 공주 이야기에 “공주처럼이 아닌 나처럼 살고 싶다”는 깨달음, 판다를 통해 알게 된 ‘삶이 겪은 시련과 분투가 모여 자기만의 특성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사실 등 기쁨을 찾는 법이 담겼다. 더불어 중간 중간 실린 동화 ‘101번째의 돌사자와 달달박박’ ‘불똥다리’ ‘그림 속으로 들어간 공주님’ ‘나이팅게일과 황제’ ‘오누이’ 등도 흥미롭다.쓰촨성 청두 여기저기의 평범하지만 각양각색 돌멩이들을 정성스레 발견하고 보담아 둔 듯한 이 책의 또 다른 의미는 한중 동시 출판으로 동북아 출판문화교류를 꾀한다는 데 있다. 지난 19일 박종무 작가의 ‘금강연가’ 한중 동시출판을 기념해 중국 쓰촨대학출판사와 한국 동북아포럼이 공동주최하고 출판 에이전시 1인1책이 주관한 포럼 ‘동북아 출판문화교류의 해피로드’가 개최됐다.19일 열렸던 ‘동북아 출판문화교류의 해피로드’ 포럼(사진제공=쓰촨대학출판사, 한국동북아포럼)박종무 작가를 비롯해 동북아포럼 김신호 변호사와 이동조 작가, 쓰촨성 출신 중국인 하방용 박사, EBS 강사 일본인 야스코, 중국 차 전문가 김민자 문화예술교육사 등은 동북아 문화교류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이날 행사를 주최한 쓰촨대학출판사 팡궈웨이 대표는 “박종무 작가의 출판을 계기로 한중 간 문화의 장이 열렸다”며 “앞으로도 한중간 출판 교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박종무 작가는 “사람과 사람을 우정으로 잇고 나라와 나라를 평화로 잇는 것은 사람의 내면에 있는 보이지 않는 마음에 달려 있다” 재차 강조하며 “동북아 문화교류의 본질은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라고 밝혔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07-24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가깝고 머나먼… 별들의 고향, 인류의 고향

(사진출처=게티이미지)‘한국천문연구원’ 소속 천문학자 8명이 들려주는 경이롭고 신기한 우주 이야기다. 별과 은하, 태양계, 우주 탐사, 외계 행성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함께 생생하고 다양한 우주 사진들을 올 컬러로 제공해 흥미로움을 더해 준다. 우리가 우주의 아주 작은 일부분이며, 소름 돋을 정도로 절묘한 우주의 원리에 의지해 살아가는 생명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 준다.90일 밤의 우주|김명진, 김상혁, 노경민, 신지혜, 이우경|동양북스◇ 별 무리 ‘은하’, 그리고 지구와 달제임스웰(JWST) 우주망원경에 포착한 은하단 'SMACS 0723'.(출처=NASA·연합)거대한 중력장에 한데 묶여 빛을 내는 ‘은하’는 우주에 수천억 개가 존재할 것으로 추산된다. 크기는 일반적으로 10만 광년(약 9.5조㎞)이다. 1광년은 빛의 1년 이동 거리다. 은하 간 거리는 100만 광년에 이른다. 은하수의 본 모습을 처음 밝혀낸 사람은 갈릴레오 갈릴레이다. 그는 흐릿하고 뿌연 은하수가 실제로는 별들이 촘촘히 박혀 있는 별 무리 임을 알아냈다.별은 ‘스스로, 수소로 타서 빛을 내는 천체’를 말한다. 수소가 매우 높은 온도와 압력을 만나면 좀더 무거운 헬륨으로 바뀌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데, 이 때 폭탄 터지듯 열과 빛을 내는 덕분에 별이 반짝이는 것이다. 별의 이름을 지정하는 공식 기구는 IAU(국제천문연맹) 뿐이다. 2019년 공모전에서 한국인 천문학자가 발견한 행성에 ‘백두’와 ‘한라’가 붙여지기도 했다.달은 중력으로 지구를 붙잡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23.5도인 지구의 자전축은 0~85도까지 급변할 수 있다. 자전축이 요동치면 적도와 극지방이 뒤바뀔 수도 있다. 이 절묘한 기울어짐은 소행성과의 충돌 덕분이다. 화성도 25도 정도 기울기지만 11~49도 사이에서 크게 흔들리는 탓에 안정된 기후 환경이 불가능하다. 우리 눈에 보름달이 더 커보이는 것은 달이 지구 주위를 타원 궤도로 돌기 때문이다. 지구 그림자에 달이 완전히 가리는 것을 개기월식이라 한다. 달이 붉게 보여 ‘레드 문’, ‘블러드 문’으로도 불린다. 다음 개기일식은 2025년 9월 8일이다. 한 달에 보름달이 두번 뜨는 것을 ‘블루 문’이라고 한다.◇ 태양계와 천체JWST 촬영 1주년 기념사진. 별의 탄생을 세밀하고도 인상주의적인 질감으로 담아냈다.(출처=NASA·연합)태양계의 행성은 8개다. 국제천문연맹(IAU)에서 2006년 명왕성을 뺐다. 금성은 가장 밝은 시리우스별보다 20배나 밝다. 수성도 밝지만 관측이 어렵다. 화성은 인류의 다음 정복지로 꼽힌다. 목성은 화성보다 서너 배나 멀지만 크고 무거워 밝게 빛나 보인다. 토성까지는 맑은 날에 맨 눈으로 볼 수 있지만 천왕성과 해왕성은 어렵다.‘혜성’은 타원이나 포물선 궤도로 태양 주위를 돈다. 먼지와 얼음, 암석, 가스로 이뤄져 있다. 태양에 가까울 수록 반대편으로 꼬리 모양이 생긴다. ‘유성’ 별똥별은 먼지 입자들이 떠돌다 대기권에 부딪쳐 마찰 때문에 빛난다. 비처럼 떨어지는 유성우는 혜성이나 소행성이 지나간 우주 공간을 지구가 통과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운석은 대기권에 진입한 자연 우주 물체가 다 타지 않고 땅에 떨어진 것을 말한다. 값나가는 운석들도 많다. 돌과 철이 적절하게 섞인 ‘석철질운석’은 발견되는 비율이 1%도 안되고, 철과 니켈 같은 금속 사이에 감람석이라는 독특한 빛깔의 광물까지 섞여 보석의 원석으로도 사용된다.천체 망원경의 성능은 빛을 모으는 ‘집광력’과 멀리 떨어진 물체를 구별하는 ‘분해능’으로 평가된다. 빛을 받는 거울인 ‘주경’이 넓을수록 좋은 망원경이다. 현재 광학 망원경 중 주경이 가장 넓은 망원경은 지름 10.4m의 스페인 그란카나리아 망원경(GTC)이다. 우리가 참여해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조성 중인 거대 마젤란 망원경(GMT)은 지름이 25.4m에 이른다.◇ 우주와 별JWST가 찍은 젊은 별 포말하우트를 둘러 싼 먼지 투성이 파편 원반의 이미지.(출처=NASA·연합)태양-달-지구가 일직선에 놓여 달이 태양을 가리는 게 ‘개기일식’이다. 일부만 가리면 부분일식, 가장자리만 남기고 가리면 금환일식이다. 한반도 다음 개기일식은 2035년 9월 2일로 관측된다. 오로라는 지구 바깥의 강력한 에너지 입자로 생긴다. 갑자기 밝아지며 빠르게 움직이면 태양 폭발로 강력한 입자들이 지구로 쏟아져 들어와 GPS 시스템에 문제를 일으킨다.지구 대류권에서는 구름과 비 같은 날씨 현상이 일어난다. 성층권은 태양의 강력한 자외선을 막아주는 오존층이다. 지상에서 가장 먼 열권은 90㎞ 상공에서 1000㎞까지 공간을 지칭한다. 우주의 시작이라는 ‘카르멘 라인’이 이곳에 있으며, 인공위성이 다니는 길이다.우리나라는 전체 국토의 89.4%가 빛 공해지역이다. 전국 70여 곳에 천문대가 있지만 가장 조건이 좋다는 소백산 천문대와 보현산 천문대도 1년 중 관측 가능한 날이 130~170일에 불과하다. 그래서 우리도 330일 관찰이 가능한 하와이 마우나케아산 등에 연구용 천문대를 운용 중이다.◇ 우주탐사처녀자리 방향으로 26광년 떨어져 있는 적색 왜성을 공전하는 암석 외계 행성.(출처=NASA·연합)NASA(미 항공우주국)는 총 10기의 무인 탐사선을 수성과 금성, 화성에 보냈다. 11호와 12호부터는 목성과 토성을 탐사하는 ‘보이저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보이저 1호와 2호는 지금까지 5만 장의 사진과 각종 우주 데이터를 보내오고 있다. 핵 전지 수명이 다하는 2025년 경이면 더 이상 교신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화성은 영상 20도와 영하 150도 정도를 오르내리는 행성이다. ‘로버’라는 바퀴 달린 착륙선 두 대가 하루 100m도 안되는 거리지만 이리저리 탐험 중이다. 드론 크기의 소형 헬리콥터 ‘인저뉴어티’도 운행되고 있다. 아폴로 17호를 끝으로 중단되었던 인류의 달 유인 탐사는 여성 우주인을 보내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로 곧 재개될 전망이다.인류는 우주 정복을 꿈꾸며 우주에 정거장을 만들었다. 미국과 러시아가 1998년에 함께 만든 국제우주정거장(ISS)은 400㎞ 상공에서 지구를 1시간 반에 한 바퀴씩 돈다. 이곳에 물자를 보내는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은 2011년 아틀랜타를 끝으로 중단되었다가 민간기업 ‘스페이스 엑스’의 재사용 가능 로켓 ‘펠컨9’ 개발 성공으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었다.◇ “지구를 지켜라”국제 우주정거장에서 촬영한 지구.(출처=NASA·연합)인류 최초의 지구 방위 실험 ‘다트(DART) 프로젝트’는 쌍소행성 궤도 변경 실험이었다. 탐사선이 소행성을 직접 충돌해 그 궤도가 얼마나 변하는 지 실험했다. 지구를 지키기 위한 이런 노력은 1994년 7월 슈메이커-레비9 혜성과 목성이 충돌하는 충격적인 사건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NASA는 2002년부터 지구 근처의 모든 소행성 궤도를 100년 간 시뮬레이션 하며 지구와 충돌 가능성을 상시 감시한다. 향후 100년 동안 지구 충돌 확률이 5% 이상인 것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2029년 4월 13일에 400m 크기의 ‘아포피스’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수 있다고 해 긴장했으나 지구 뺨을 ‘스치듯’ 지나간다는 결론이 났다.◇ ‘우주여행’, 그리고 선각자들(사진출처=게티이미지)우주여행은 리처드 브랜슨 회장의 ‘버진 갤럭틱’이 열었다. 보잉 747을 개조한 특수 항공기에 태워 약 86㎞ 상공에서 무중력에 가까운 우주를 경험했다.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은 재활용이 되는 뉴 셰퍼드라는 우주 발사체로 승객이 탄 캡슐을 100㎞ 이상 상공까지 올려 보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엑스’는 인공위성이 지나다니는 575㎞ 고도에서 사흘동안 우주를 만끽했다. 인공위성들은 전력을 태양광 발전에서 얻는다. 하지만 대기와 구름 탓에 원래의 25% 밖에 얻지 못한다. 거대한 태양 패널을 단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태양 에너지를 얻겠다는 ‘우주 태양광 발전’ 구상이 나온 이유다. 비용과 노력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져 진전이 더뎠으나 재활용 로켓 개발을 계기로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이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스티븐 호킹은 질량은 무겁지만 크기는 원자보다 작은 ‘미니 블랙홀’의 존재 가능성을 제기했다. 호주의 전파 천문학자 존 오설리번이 미니 블랙홀 폭발 때 나오는 전파 신호를 관측하겠다고 덤볐다가 실패했다. 하지만 덕분에 무선통신 표준 기술인 ‘와이파이’가 구현되어 전 세계 50억 개 이상의 무선장치에 적용되고 초음파 및 컴퓨터 단층 촬영(CT)에까지 널리 활용되고 있다. SF(공상과학) 소설의 거장인 아서 C.클라크는 특정 궤도에 지구 자전과 같은 속도로 인공위성을 올려두면 정지해 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란 아이디어를 냈다. 이 발상은 정치궤도 인공위성으로 실현되었다. 선각자들의 상상력이 우주에서 하나씩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3-07-22 07:00 조진래 기자

[비바 2080] 100세 신간…제시카 로즈 윌리엄스 <심플 라이프>

저장강박증세를 보이는 ‘홀더’였던 저자는 25세 젊은 나이에 ‘다시 시작할 것’을 결심했다. 아무 것도 버리지 않고 모아두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던 그는 곤도 마리에의 ‘간단한 정리법’을 접한 이후, 자신이 가진 것의 80%가 즐거움을 가져다 주지 않는 물건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쇼핑 중독을 정리 중독으로 바꾸었고, 그럴 때마다 삶의 주도권을 조금씩 되찾는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이제 채우기 보다 덜어낼 것이 많아진 중·장년 시니어들에게 일독을 권할 만한 책이다.◇ ‘과잉’을 없애는 미니멀리즘저자는 “일상이 지치고 피곤할 때는 휴지통을 비우라”고 말한다. ‘미니멀리즘’을 그는 단순한 삶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운동이라고 정의한다. 미니멀 한 삶은 우리를 짓누르고 방해하는 ‘과잉’을 없애는 것이라고 말한다. 내 삶에서 지나친 부분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버리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따라서 미니멀 한 삶에는 가치있는 것 들만 가득 찬다고 말한다. 미니멀리즘을 통해 삶의 속도도 줄일 수 있다고 전한다.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미니멀리즘’과 ‘슬로 라이프’는 훨씬 느린 속도로, 적게 소유하고 사는 것이 더 낫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고 말한다.◇ 추억 정리버리기는 늘 쉽지 않다. 공허감이 밀려오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불필요한 물건을 버릴 때마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 쓴 가면과 가식을 버리는 느낌이 들었다고 전한다. 공간이 많이 생겨 남은 물건들이 훨씬 매력적으로 보였다고 한다. 인간관계처럼 비 물질적인 것을 버리는 일은 그에게 더 큰 도전이었다고 한다.그는 곤도 마리에의 조언에 따라 추억을 소환하는 감성적인 물건은 마지막에 정리했다. 버리기 어려운 것일수록 버리기를 서두르지 않았다. 이런 감성적인 물건들을 버릴 때는 그는 일단 모두 비우고 나서 물건을 하나 하나 살펴보며 스스로 질문했다고 한다. 이 물건이 내게 기쁨을 주었나? 삶에 진정한 가치를 부여하는가?저자는 자신이 가진 모든 물건이 자신에게 주었던 기쁨과 가치에 따라 1에서 10까지 점수를 매겼고, 8 이상인 물건에게만 남겼다고 말한다. 그는 “버리는 일은 한 번에 제대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은 아니라도 주기적으로 실천해야 할 습관”이라고 강조한다. 버릴 때 두려움이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극복하라고 조언한다.◇ 옷장부터 시작하는 심플 라이프그는 ‘캡슐 옷장’, 즉 나만의 옷장을 만들라고 조언한다. 캡슐 옷장이란 유행을 타지 않고 계절 아이템에 어울리는 품질 좋은 옷으로 구성하는 옷장을 말한다. 이렇게 하면 훨씬 더 신중하게 옷을 선택하게 된다. 아침에 옷 입기가 쉬워지고 아이템을 고르는 시간이 줄어 만족감을 준다. 특히 저자는 옷 하나를 사면 하나를 버리는 방식을 지켜 나갔다고 한다. 패스트 패션은 자연스럽게 쇼핑 목록에서 빠졌다. 철저히 1년 뒤에도 입을 것 들만 남겼다. 돈이 아까와 버리지 못했던 옷들을 과감히 정리했다.저자는 ‘물건을 버린다’는 죄책감부터 버리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버리는 물건은 모두 어딘가로 가게 마련이라고 말한다. 잡동사니를 처리하는 방법으로 그는 아름다운 기부, 타인에 판매하기, 재활용을 말한다. 그러면서 버린 물건을 다시 사지 않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전한다.◇ 에어비앤비 같은 공간 만들기옷장과 마찬가지로 집에도 물건이 적을 수록 좋다. 같이 사는 사람과 의견을 조율해, 최소한의 물건을 넘어 유용하고 아름답고 의미 있는 물건으로 집을 채울 것을 권한다. 그는 집을 정리할 때는 세 가지 질문을 먼저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이 물건을 좋아하는가, 언제 마지막으로 사용했는가, 이 물건이 어떻게 가치를 더했는가 라는 질문이다. 1년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라면 앞으로도 사용하지 않을 확률이 높고, 물건의 목적이나 물건이 더하는 가치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반드시 버려야 할 물건이 있다. 저자는 똑같은 물건, 유통기한이 지난 물건, 포장지, 유효기간이 지난 문서,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물건, 지금이라면 다시 사지 않을 물건 등을 제시한다. 잡동사니처럼 쌓인 선물도 필요한 것이 아니면 과감히 버리라고 조언한다. 화장품도 많을 필요가 없고, 부엌의 불필요한 조리기구도 버리는 게 좋다고 말한다. 서재의 종이 서류도 마찬가지다. 침실은 수면에 필요한 것만 남기고, 거실을 절대 창고처럼 쓰지 말라고 조언한다.◇ 친구 정리친구는 많을 수록 좋다는 믿음이 있다. 하지만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까지 친구로 유지할 필요는 없다. 나를 알아주는 친구. 마음이 가는 친구,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마지막까지 내 곁에 남을 친구를 만들라고 권한다. ‘NO’라고 말하지 못해 사람들은 늘 지치고 벅찬 삶을 산다. 거절이 곧 실패를 의미하고 갈등을 일으키고 상대를 화나게 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까 두려움이 크겠지만 저자는 “‘노’ 라고 말하면 불필요한 관계가 정리된다”고 말한다.저자도 우아하게 거절하는 방법을 연습해, 거절 못하는 나쁜 습관을 극복했다고 전한다. “생각해주서 너무 고마운데 시간이 없어”하는 식이다. 그는 “어수선함이 사라지면 두려움도 사라진다”고 말한다. 습관적인 팔로를 줄이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구독’과 ‘좋아요’를 정리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그러면 마음의 평온을 얻게 되고, 질투 나고 부러운 대신 기분 좋아지는 콘텐츠만 보게 된다.◇ 생각과 감정정리감정의 쓰레기통을 비우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다른 부정적 방식으로 삶에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매년 초에 1년을 하나의 단어로 정리하는 훈련을 쌓았다고 전한다. 그 중 하나는 ‘진심’, 그 다음해에는 ‘수용’, 그 다음은 ‘사랑’이었다. 그는 무엇이 가장 큰 기쁨을 주었는지,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자신에게 물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저자는 자신의 삶에 가치를 더하지 않는 모든 물리적인 것을 정리하면서, 자신을 사랑 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고 토로한다. 자신을 사랑할 때 느끼는 행복감을 언급하며, 자신에게 가혹하고 자기혐오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고 말한다. ‘자기 학대의 악순환’을 멈추라는 얘기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자신을 잘 통제할 수 있다고 용기를 준다.그는 직감에 따라 살아가는 연습을 하고, 가끔 일부러 느리게 살아보고, 나이 드는 것을 받아들이고,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해 보라고 권한다. 나아가 나만의 충분함을 찾아보고, 마음을 충분히 쉬게 하라고 조언한다. 기대치를 낮추고, 지금 이대로 충분하다고 마음 먹어 보라고 권한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3-07-17 11:32 조진래 기자

[비바100] 총성 없는 세계대전… '반도체 전쟁' 최후 승자는

반도체는 21세기 최고 전략물자다. 모든 반도체 영역이 독과점 체제지만 서로 얽혀 치열한 패권경쟁을 펼친다. 대만의 TSMC는 세계 연산력의 37%를 제공하고, 한국의 삼성과 SK는 메모리 칩의 44%를 생산한다. 극자외선 리소그래피 머신은 네덜란드 ASML에 100% 의존한다. 미국은 몇 종류의 칩만 생산할 뿐이지만, 그 칩이 반도체 생산 설비에 필수다. 중국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자체 반도체 기술 개발에 매진하며, 자신의 목을 조르는 미국으로부터 벗어나려 애쓴다. 과연 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 페어차일드와 인텔이 주도한 반도체 역사 반도체 역사는 1955년 ‘쇼클리반도체’를 세운 윌리엄 쇼클리가 트랜지스터를 발명하면서 시작됐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의 엔지니어 잭 킬비가 실리콘 조각 위에 여러 개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집적회로 ‘칩’을 발명하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것은 밥 노이스 등 쇼클리연구소에서 이탈한 8명 엔지니어들이 차린 ‘페어차일드반도체’였다. 이들은 같은 칩에 많은 트랜지스터를 만들어 냄으로써 칩의 가격을 10분의 1로 낮춰 반도체 시장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노이스와 무어는 페어차일드를 떠나 인텔(Intel)을 세웠다. 그리고 2년 만에 ‘D램’이라는 칩을 처음 만들어냈다. 주기적인 충전이 가능한 D램이 탄생한 것이다. 이후 인텔의 개발 성과는 괄목할 만했다. 다목적 로직 칩 4004가 결정판이었다. ‘칩에 탑재된 프로그래밍 가능한 컴퓨터’, 즉 세계 최초의 마이크로프로세서였다. 1971년에 발매된 이 제품은 컴퓨터 혁명을 촉발시켰다.◇ 미국 리더십의 상실, 그리고 부활1980년대에 미국은 일본과의 목숨을 건 경쟁을 벌여야 했다. 소니가 만든 트랜지스터 라디오나 휴대용 음악 재생기 ‘워크맨’은 큰 위기감을 안겼다. 급기야 미국 기술업계 거물들이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를 결성하고 ‘세마테크’라는 민·관 컨소시엄을 결성하기에 이른다. 미국은 이를 계기로 ‘혁신’을 통해 일본을 뛰어넘는 저력을 보여준다.미국은 대만과 한국에 더 많이 외주를 주어 가격 경쟁력을 낮췄다. 덕분에 펜타곤의 반도체 투자 ‘도박’도 빛을 보게 된다. 미국 군사력이 1990년~2000년 대에 융성했던 것도 치밀한 D램 메모리 칩 덕분이었다.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비용절감과 제조 공정 단순화가 뒷받침됐다. 덕분에 1998년에 삼성전자는 일본을 제치고 D램의 최대 생산자 자리를 차지했다.이런 변화는 인텔을 긴장시켰다. D램 칩 판매라는 비즈니스 모델의 종말을 예감한 앤디 그로브는 25%의 직원과 설비를 버리고 PC를 위한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집중하기로 한다. 때 마침 컴퓨터가 대중화하면서 가격이 급락했고, 덕분에 거의 모든 PC가 인텔 칩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를 탑재하게 된다. 인텔이 PC용 칩 판매를 사실상 독점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인텔의 앤드 그로브(오른쪽)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간 제휴로 전 세계 PC 시장은 두 회사의 전유물이 되었다.◇ 반도체 설계와 제조가 나눠지다텍사스인스트루먼트 CEO 도전이 좌절되어 낙담하던 54세의 모리스 창에게 대만 정부가 1985년에 백지수표를 건내며 반도체 공장 설립을 요청했다. 창은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였고, 고객이 설계한 칩을 생산해 주는 반도체 회사를 목표로 잡았다. 저자는 “반도체 설계와 제조를 나눈 것은 인쇄술의 발명에 비견할 만한 사건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를 계기로 펩리스 칩 설계기업이 나올 수 있었다.중국은 1965년에 집적회로를 만들어 냈지만 마오저뚱의 극단적인 철강 우선주의에 박혀 별 진전이 없다가 덩샤오핑 대에 와서 가능성을 보이게 된다. 화웨이의 런정페이 같은 기업가들이 1980년대 말 전자산업에 뛰어들었고 난징 출신 리처드 창이 2000년에 베이징 지도부를 설득해 SMIC를 창업했다. 중국 정부의 엄청난 보조금 혜택에 힘입어 SMIC는 세계와의 격차를 줄여갔다.그 즈음 네덜란드의 리소그래피 회사 ASML가 태동한다. 현재 ASML은 세계 유일의 극자외선 장비 제작자로 남아 있다. 2001년에는 미국 최대 리소그래피 회사인 SVG까지 합병해 독점력은 강화했다. 그 사이에 인텔은 점점 나락으로 떨어져 갔다. ‘파괴적 혁신’의 앤디 그로브가 떠난 후 인텔은 애플의 아이폰용 칩 공급 계약을 거절했고, 제품 연구개발보다는 높은 판매 마진과 이윤에만 집중했다.◇ 반도체 제조설비의 해외이전 러시1980년대 말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난 펩리스 회사들은 제작을 대부분 TSMC에 의탁했다. 이런 펩리스 모델 덕분에 반도체 회사들은 수십 억 달러의 자체 제조시설 없이도 새로운 반도체 설계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됐다. 이후 반도체 설계와 제조의 분리는 더욱 가속화되었고, 반도체 제조는 점점 더 해외로 밀려나게 된다.모리스 창은 이 즈음 ‘모바일’이 확연한 변화의 원동력이 될 것임을 눈치챘다. 경쟁사들이 반도체를 설계하는 반면 TSMC는 중립적 입장이었기에, 펩리스 회사들에 있어 TSMC는 가장 믿을 만한 파트너였다. 창은 내친 김에 ASML이 선점한 극자외선에도 도전한다. 하지만 ASML에 상당한 지분까지 있던 인텔은 경쟁에서 뒤쳐졌다. 저자는 “관료제가 인텔을 멍청한 회사로 만들어 놓았다”고 비판했다.이제 2020년대 말 최첨단 프로세서를 제조할 수 있는 회사는 단 둘, TSMC와 삼성 뿐이다. 여기서 미국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두 회사 모두 같은 지역에 있고, 중국과 북한이라는 위험에 동시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모리스 창은 반도체 설계와 제조를 분리함으로써 반도체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하지만 대만과 중국의 전쟁 가능성이 큰 리스크를 안겨주고 있다.◇ 중국의 거친 도전, 그러나 그 한계 시진핑은 중국의 컴퓨터와 스마트폰 데이터센터를 움직이게 하는 반도체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스스로 반도체를 설계하고 제작할 방법을 찾고자 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중국 제조 2025’ 프로젝트다. 2015년 현재 85%에 달하는 반도체 수입비중을 2025년에는 30%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이었다.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산업 생태계에 참여하지 않았다. 시진핑은 반도체 산업에 ‘통합’되기 보다는 반도체 산업을 ‘다시 만들기’를 원했다. 저자는 “일찌감치 중국이 이 생태계에 참여해 더 큰 몫을 가져가려 했다면, 중국의 야망은 아주 수월하게 달성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한다.뜻대로 풀리지 않자 중국은 미국 기업을 압박해 중국 협력사에 기술을 이전하도록 했다. 많은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갔다. 반도체 기업에게 중국은 너무도 탐나는 시장이었기에 기술 이전의 유혹을 뿌리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몇 몇 기업은 심지어 중국 지사의 통제권을 통째로 넘길 것을 제안받기도 했다. IBM, AMD, 암이 중국과 맺은 계약들은 사실상 기술 유출의 위험을 키운 행동들이었다.◇ 미국, 늦었지만 ‘반도체’ 무기로 중국 숨통을 조이다중국과 달리 미국 정부 고위직들은 2010년대 중반까지 기술적 우위에 취해 있었다. 화웨이가 TSMC의 두 번째로 큰 고객이 될 동안 내버려 두고 있었다. 심각성을 먼저 인지한 것은 국가 안보 기관들이었다. 이들은 화웨이와 ZTE의 중국 정부 연루 가능성을 계속 지적했고, 결국 이들 기업에 부품 수출 등을 제한하는 조치들이 이어졌다. 트럼프가 관세를 부과한 상품 중 다수가 반도체였다.반도체가 엄청난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뒤늦게 깨달은 미국은 미국산 기술로 만든 모든 제품의 화웨이 판매를 금지했다. 하지만 중국은 당시에 어떤 보복도 하지 않았다. 화웨이가 사라져 버리는 것보다는 2등 테크 업체로라도 살아남는 편이 낫다는 계산이었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에 훨씬 큰 지원을 하게 된다.저자는 “여러 나라에 걸친 공급망을 지닌 분야에서 기술독립은 허황된 꿈”이라고 단언한다. 중국이 매년 1000억 달러 이상을 쏟아 부어도 최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모두 국산화하려면 10년 이상 수조 달러의 자본투입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을 벗어난 공급망을 만드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특정 영역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반도체 산업에서 갖는 중량감을 키워서 가능한 많은 병목 지점을 차지해 버리는 것 정도가 중국이 품을 수 있는 현실적인 야심”이라고 말한다.◇ 미국 주도 반도체 생태계… 대만이라는 변수지금 미국은 떨어지는 칩 제조 점유율을 반전시키고 싶어 한다. 하지만 미국이 뒤쳐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 정부가 미국에 설비투자하라고 TSMC와 삼성을 설득했지만, 두 회사 모두 최첨단 기술은 자국에 두려 하기에 미국 정부의 보조금이라는 ‘당근’으로도 그런 결정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서 그는 전 세계가 대만에 의존하는 현 구도가 더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문제는 TSMC다. 대체 불가일수록 위험 역시 커지고 있다. 대만을 둘러싼 중국과의 전쟁 가능성 때문이다. 저자는 그러나 중국이 TSMC의 펩을 박살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이후 남게 될 설비들이 모두 미국 영향권에 있어 중국 역시 고통스러워지기 때문이다. TSMC 설비를 탈취한다고 해도 핵심 소재나 소프트웨어, 장비 모두 미국이나 일본에서 나오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대만은 현재 전 세계 메모리 칩의 11%, 로직 칩의 37%를 제조하고 있다. 컴퓨터와 전화, 데이터 센터, 전자 장비 대부분은 로직 칩 없이는 작동할 수 없다. 대만이 재앙을 겪고 나면 그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조 달러’ 단위가 될 것이라고 저자는 우려한다. 전쟁을 상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현재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지난 50년 이래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저자는 말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3-07-15 07:00 조진래 기자

[비바 2080] "부모의 최선이 우리 아이 최고의 뇌를 키운다"

최근 영유아 뇌 발달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유일 브레인 컨설턴트’를 자처하는 스탠퍼드대 출신의 뇌 과학 전문가 김보경 박사가 0~5세 골든 브레인 육아법이라는 책을 내 화제다. 실리콘밸리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도 한 그는 풍부한 현장 경험과 유수의 최신 과학적 근거들을 기반으로 부모가 반드시 알아야 할 영유아 뇌 발달의 6가지 사이클과 24시간 설계 법 등 ‘최적의 뇌’를 만드는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솔루션을 제시한다. 그는 “뇌도 양육이 필요하다”며 “부모의 최선이 최고의 뇌를 키운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아이들 뇌가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선 수면과 식사, 운동 세 가지가 뇌 발달의 뿌리가 된다고 말한다. 여기에 아이의 뇌가 타고난 능력을 활짝 꽃피울 수 있도록 해 주는 놀이와 독서, 디지털 미디어 이용에 관해 소개한다. 감 박사의 주장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풀어 소개한다.- 잘 자는 아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아이들에게 최고의 ‘잠’을 선물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아이의 뇌를 건강하게 발달시키는데 바꿔야 할 첫 번째가 잠이다. 잠이 부족하면 배 부름을 잘 느끼지 못해 과식하게 되어 비만을 일으킨다. 아이의 잠은 부모의 잠에 영향을 미치기에 더욱 중요하다. 한국의 0~3세 아이들의 총 수면시간은 미국 아이들에 비해 1시간이나 적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부모의 영향도 크다. 가족들이 늦게까지 TV를 보는 것도 아이의부족한 잠과 좋지 않은 수면 패턴의 원인이 된다. 잠은 뇌에 쌓인 노폐물을 없애주고, 하루 동안 쌓인 정보를 잘 정리해 기억을 강화해 준다. 하버드 의대 연구에 따르면 3세에서 7세에 잠이 부족한 아이들은 7세 무렵에 실시한 인지검사에서 집행 기능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좋은 수면을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미국 국립수면재단(NSF)은 나이별 권장 수면시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0~3개월은 14~17시간, 4~11개월은 12~15시간, 1~2세는 11~14시간, 3~5세는 10~13시간이다. 잠은 다른 사람이 재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잠들고 깨어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때문에 부모의 역할은 아이들 재우는 것이기 보다는 아이가 잘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에 가깝다. 그러려면 24시간 신체리듬을 관리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한 수면 패턴을 만드는 기술이 필요하다. 아침에 여유있게 일찍 깨워 아이와 소통하고, 오전에 가능하면 햇빛에 노출되도록 야외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밤잠을 위해 낮잠으로 휴식을 취하게 하고, 저녁 식사 후에는 조도를 조금 낮춰 밤이 오고 있음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또 숙면에 좋은 실내온도(신생아의 경우 20.5도 안팎)를 유지하고, 가능하면 주말에도 동일한 패턴을 유지하는 게 좋다. 무엇보다 좋은 수면 환경을 부모부터 실천해야 한다.”- “아이가 먹는 것이 곧 아이의 미래다”라고 했다. “미래를 위해 아이들은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한다. 특히 생후 첫 1000일의 음식이 중요하다. 임신기부터 이때 까지가 뇌 발달의 황금기이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것은 골고루 먹는 것이지만, 임신기와 수유기에는 특히 단백질이 부족하면 안된다. 아이 신체가 더디게 성장하고 뇌의 크기가 작아지거나 불안 증상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방 가운데는 모유 수유 때 포함되는 DHA(도코핵사인산)이 필수적이다. 철분과 아연, 비타민 B군 등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도 좋다. ‘기분대로 주는 부모가 기분대로 먹는 아이를 만든다’는 얘기가 있다. 아이가 기분이 안 좋을 때 먹을 것으로 달래는 것은 매우 좋지 않다. 부모가 먹을 양을 정해주거나 아이 입에 음식을 넣어주기 보다는 아이 스스로 몸의 소리를 듣고 자신을 돌보는 법을 일찍 깨우칠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 바람직한 식습관을 위해 필요한 팁을 달라.“1~6세, 특히 2~5세 때 필연적으로 편식이 생긴다. 이 때 가장 안 좋은 것이 강압적이고 불편한 식사 시간이다. 입맛을 더 잃어버리게 만든다. 대부분 아이들은 여섯 살 즈음부터는 자연스럽게 편식이 줄어든다. 편식하는 음식을 반복적으로 노출해 친숙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소아 비만은 특히 위험하다. 뇌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TV나 스마트 폰을 틀어놓고 아이에게 밥을 떠먹이는 것이다. 영상 시청은 뇌를 바쁘게 만들어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게 만든다. 식사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물을 마셔야 할 때 간식을 먹이지 않도록 배고픔과 갈증의 차이도 부모는 알아야 한다. 뇌가 좋아하는 식습관은 규칙적인 식사시간, 건강한 식단, 즐거운 식사 분위기, 그리고 영양소와 음식을 함께 배워가는 것이다.”- 아이가 가만히 앉아있지 않고 부산하게 행동하면 부모들이 자제시킨다. 좋지 않은 방법인가?“아이들은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아이들을 조용히, 가만히만 앉혀두면 뇌 발달을 저해한다. 최근 아이들의 몸이 약해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건강체력평가(PAPS)에서 4,5 등급 비율이 2019년 12.2%에서 2021년에는 17.7%로 크게 높아졌다. 아이들에게 꾸준히 운동 습관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WHO(세계보건기구)가 연령별 신체활동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1세 미만은 1시간 이상 유모차 등 같은 자리에 고정되어 있는 것을 피할 것을 권했다. TV나 비디오 게임 등 정적인 활동은 2세 이후, 1시간 미만으로 유도하고 5세 이후부터는 격렬한 강도의 유산소 운동과 함께 근육과 뼈를 강화시키는 운동을 주 3회 이상 시키는 것이 좋다고 한다. 걷기와 달리기는 빠져선 안된다. 특히 맨발 걷기는 감각과 운동 능력을 키워 준다. 아이들에게 움직일 공간과 시간을 빼앗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자연활동을 한 사람들 가운데 85%가 주의력 결핍과잉 행동장애(ADHD) 증상이 완화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놀이는 아이들의 본능이라고 주장했다. 어떻게 놀게 하는 것이 좋은 것인가.“놀이는 아이들이 혼자서 생각하는 법과 다른 존재와 어울리는 법을 알려준다. 좋아하는 놀이를 반복하며 자기만의 독특한 세상을 구축하게 된다. 특히 자기조절 능력을 기르는 데는 놀이 만한 것이 없다. 거친 몸 놀이를 하다 울거나 다쳐도 그런 과정의 반복을 통해 자기 몸과 마음의 한계를 깨닫고 적당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법을 배운다. 아빠의 거친 몸 놀이도 적극 권장한다. 놀이 상대와의 교류는 풍성한 자극이 되기에, 아이들에게 친구를 사귈 기회를 많이 주어야 한다. 같은 놀이만 반복하는 아이 때문에 걱정하는 부모들도 있지만 그런 반복 속에 조금씩 새로운 것이 더해질테니 아이가 노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봐 달라. 절대로 부모가 아이 놀이시간을 빼앗지 말라. 노는 시간을 비생산적이라고 아까워하지 말고 차고 넘치도록 보장해 줘라. 아이 스스로 놀이를 결정하도록 하는 게 좋다. 놀이는 스트레스를 버티는 힘도 길러준다. 2세까지는 산책하기와 물건 찾기. 미술 놀이 등이 효과적이며 3~5세 때는 놀이터 놀이와 상상 이야기 만들기, 규칙 있는 놀이, 집안 일 놀이 등이 도움이 된다.”- ‘책 읽는 뇌’를 강조했다. 독서 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부모의 역할은 무엇인가. “책 읽어주기는 아이들의 단어 이해를 확장시켜 준다. 아이는 그림책에서 대화보다 2배 가까이 다양한 단어를 접한다. 이해하는 단어가 많아지면 표현력도 발달되고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능력까지 갖추게 된다. 타인과 관심을 공유하는 공동주의력도 좋아진다. 0세부터 엄마가 책을 읽어준 아이들은 상호작용 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이 더 좋다는 연구가 있다. 미국 소화과학회는 태어나서부터 책을 읽어주도록 권장한다. 책을 스스로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되어도 계속 읽어주는 게 좋다. 특히 아빠의 책 읽어주기를 권한다.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은 책을 읽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책 읽는 시간도 충분히 주어져야 한다. 부모의 문해력도 중요하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0세부터 책 읽어주기를 시작하고 생일 선물 등을 통해 책과 특별한 관계를 맺어주는 것이 좋다. 삶과 연결되는 책을 읽어주는 것과 함께 아이의 책 읽는 속도에 보조를 맞춰주고, 마음껏 책 읽기에 실패하도록 지켜봐 주는 것이 필요하다.”- 디지털 미디어가 늘 문제다 어떻게 적당한 이용을 유도할 수 있나.“미국 소아과협회는 영유아를 위한 디지털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18개월 미만은 영상 통화 이외의 노출을 제한하고, 18개월부터 24개월 이하는 부모가 양질의 콘텐츠를 선별해 아이와 함께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을 권한다. 2세부터 5세 이하는 하루 1시간 미만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보여줄 것을 조언한다. 5세 이상은 이용시간과 미디어 종류 및 일관된 이용 규칙을 정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2세 미만에게 이용을 제한하라는 권고는 아이들의 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는 수많은 연구 결과를 기초로 한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부분이 언어 발달 저해다. 습관적으로 스마트 폰을 보다 보면 아이와의 상호작용이 끊어지게 된다. 학습용 앱으로 공부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는데, 이런 영상 시청은 뇌가 시각정보에만 집중하게 만들어 읽는 시간을 줄게 만들기에 권장할 사안은 아니다. 뇌를 키우는 콘텐츠를 고르는 5가지 기준이 있다. 어릴수록 화면 전환 속도가 빠르거나 색채 효과가 현란하지 않은 것을 고른다. 긍정적인 메시지가 담긴 것을 고른다. 폭력적이거나 무서운 장면의 영상은 좀더 큰 다음에 보도록 한다. 건강한 웃음을 주는 영상을 고른다. 주인공들의 성별과 인종의 구성이 다양한 것을 고른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3-07-11 07:36 조진래 기자

OTT로 어떤 영화를 봐야 할지 모를 때 '이 책'

0TT로 만나는 명작영화 51선|홍종선 지음|1만 7000원. (사진제공=북코리아)“영화는 관객에게 스스로 세계를 지어 올릴 가능성을 준다. 큰 항아리에 물이 담겨 있고, 관객은 각자의 잔을 들고 와 자신의 물을 떠 가는 거다. 모두 각자 다른 영화를 본다.”_영화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최근 OTT를 통해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원하는 콘텐츠를 장소와 시간의 제약 없이 시청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OTT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의 양도 어마어마해졌다.이 책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콘텐츠가 제공되고 있는 OTT의 바다에서 헤매고 있는 이들을 위해 영화 51편을 골라 소개하고 있다. 책에 실린 51편의 영화는 다년간 문화부 기자로 일해온 홍종선 저자가 나름의 기준으로 엄선한 작품들이다. 좋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배우의 출연작, 그리고 사회 이슈를 통해 연상되는 작품들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덜해도 ‘놓치면 아까운’ 숨은 명작들을 선별했다. 하나의 작품을 학술적으로 분석한 글은 아닌 만큼, ‘OTT 영화 내비게이션’ 정도로 이해하길 추천한다.소개된 영화의 면면을 보노라면 저자가 평소 영화를 통해 만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리처드 쉔크만 감독의 ‘ 맨 프럼 어스’를 비롯해 ‘호우시절’의 정우성, ‘미나리’보다 더 주목한 ‘죽여주는 여자’의 윤여정, 박찬욱,신하균등 ‘예술장인들의 초심’으로 정의한 ‘복수는 나의 것’까지 할리우드의 명작부터 한국 영화에 길이 남을 작품들이 빼곡하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07-10 16:47 이희승 기자

[비바100] 시대 꿰뚫고 국운 밝히는 힘… 국민이 절로 동행

(사진출처=게티이미지)현대사를 만든 6인의 리더십을 통해 지금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전략적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고찰한 책이다. 저자는 이들이 역사의 과도기에 국가의 목적을 다시 정의하고, 새로운 전망을 열고, 세계의 새로운 구조를 세우는 데 이바지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좋은 리더란 국민의 마음 속에 동행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용기와 인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역사에서 얻은 직관을 바탕으로 정치적·경제적·지리적·기술적·심리적 통찰을 보여주어야 현명한 리더라도 말했다.◇ 콘라트 아데나워 독일 총리 : 겸손의 전략가나치에 투옥되었다가 1945년 5월에 복권된 아데나워는 전후 독일의 위상을 다시 세우는데 총력을 다했다. 그는 어쩌면 영원할 지 모를 조국의 분단을 받아들였다. 나치의 잘못을 시인하고 분할 통치를 포함해 어떠한 불이익도 받아들이는, 겸손하고도 대담한 길을 택했다. 배상을 위해 산업 기반의 해체를 감내했고, 새로운 유럽 체제에서 독일이 ‘신뢰받는 동료국가’로 자리잡을 길을 모색했다.그는 ‘일시적인 굴종’을 감내했다. ‘연합국 총리’라는 비판 속에서도 “신뢰는 천천히 조금씩만 회복할 수 있다”며 국민을 설득했다. 그러면서도 스탈린의 공산주의로부터 독일과 유럽을 막아야 한다는 현실적 논리로 신뢰를 쌓아갔다. 재무장을 추진하되 군국주의 부활가지는 가지 않았다. 이스라엘과도 배상을 논의해 1953년 독일 하원의 배상법 통과도 관철시켰다.아데나워는 특히 독일에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게 했다. 독일 통일은 퇴임 후 20년 넘게 지난 뒤 브란트와 슈미트, 콜 등 후배들을 통해 실현되었다. 저자는 “위대한 리더십은 찰나의 환희 보다 장기적인 영감을 불러일으키며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며 “아데나워는 후대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았으며 ‘그저 해야 할 일을 한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랐다”며 존경을 표했다.◇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 : 의지의 전략전쟁 지도자에서 제5공화국의 건설자이자 대통령이 되었다. 독일을 경멸하면서도 아데나워 총리와 우호조약을 체결해 유럽에 평화와 공존의 기반을 다졌다. 그는 ‘프랑스 정신의 부활’을 목표로, 연합국과 동등한 ‘강력한 국가 프랑스’를 재건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프랑스의 역사적 정체성을 사수하려던 그의 노력 덕분에 프랑스는 유럽 대륙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로 부상했다.그는 벼락같이 개혁을 추진했다. 출산율을 높이려 가족수당을 도입했고 여성에게 최초로 투표권을 부여했다. 사회보장제도를 극적으로 확대했고, 공화정 체제 하에서 강력한 행정부를 구상했다. 경제와 노동 관련 부처를 공산당에 맡기는 파격적인 혁명을 추진했다. 모든 식민지 주민에게도 보통선거권을 부여하는 등 이른바 ‘프랑스 공동체’를 도모했다.저자는 “드골보다 더 탁월한 직감을 뽐낸 이는 적어도 20세기 지도자 가운데는 없었다”고 단언했다. 드골은 프랑스에 잃어버린 안정성을 되찾아 주고, 국민들에게 사라진 영광을 되찾아 주려 했다고 회고했다. 처칠이 영국 리더십의 정수를 보여주었다면, 드골의 리더십은 인품과 일련의 특별한 원칙의 독특한 표현이었다고 평가했다.◇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 평형의 전략닉슨은 사임을 요구받는 유일한 미국 대통령이었지만 냉전의 정점에서 기울어 가는 세게를 재편한 대통령이기도 했다. 미국의 베트남 개입에 마침표를 찍었고, 중국의 문을 열어 삼각 구도를 도입함으로써 소련에 큰 불이익을 안겼다. 저자는 “닉슨은 문화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전례 없는 동요 속에 취임해 ‘국익’이라는 지정학적 개념을 채택하고 외교정책을 혁신한 지도자”라고 평가했다.닉슨은 잠재적 전환점이나 임박한 주요 결정을 구성하는 요인에 늘 주목했다. 그는 미국이 ‘자유’라는 대의를 수호하면서 특히 민주주의 동맹국들이 자유를 누리도록 보장할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믿었다. 저자는 “책임자의 면모에 열중한 나머지 때로는 기록을 윤색하려 들기까지 했다는 사실로도, 그의 정부가 일군 성과들을 부정할 순 없다”고 감쌌다.그는 적대 세력에 ‘투 트랙’을 강조했다. 미국의 국력과 동맹을 강화하는 한편으로 ‘협상’을 통해 소련과 중국 같은 적대 세력과 끊임없이 대화를 유지했다. 강대국 간의 긴장완화를 뜻하는 ‘데탕트’도 그런 노력의 결과였다. 저자는 작금의 미국 대외 정책에도 현실주의적이며 창의적이었던 닉슨의 유연성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 : 초월의 전략저자는 사다트가 뜻을 다 펼치지 못하고 암살당한 것을 아쉬워했다. 특히 이스라엘과 평화를 이룩한 위대한 업적이 폄하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첨예한 지역 분쟁과 외교적 교착 속에서도 전례 없는 계획과 대담한 실행력으로 평화의 비전을 펼쳐 보였다고 높이 평가했다. 범 아랍 민족주의도 비동맹주의도 아닌, 국권 및 미국과의 협력을 우선시한 평화론자였다고 추켜 세웠다.전임 나세르 대통령이 수에즈운하 국유화 등으로 아랍권의 단결을 강조하고 그 맹주가 되길 희망했던 데 반해 사다트는 냉정하게 ‘국익’을 우선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을 비난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이집트를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시켜 갔다. 강력한 대통령제를 유지하되 민주적 권리를 강조했다. 나중에는 직접 예루살렘을 방문해 캠프데이비드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하지만 어렵게 얻어낸 평화는 오히려 그를 무너뜨렸다. 그가 1981년 10월 이슬람 급진주의 세력에 의해 저격당한 이후 아랍세계는 극단주의 정권이 압도하게 된다. 그는 이집트가 중동에서 새로운 질서를 수립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기를 꿈꿨다. 이집트가 독립적이며 평화로운 이슬람 국가로 거듭나길 바랐다. 저자는 “사다트는 평화를 위해 살았으며 그 원칙을 위해 순교했다”고 애도했다.◇ 리콴유 싱가포르 총리 : 우월의 전략리콴유는 영국 유학에서 돌아와 31세의 젊은 나이에 정계에 입문했다. 1959년 총선에서 그가 이끌던 인민행동당이 압승하며 총리에 임명됐다. 그리고 1990년 11월까지 30년 넘게 총리직을 수행했다. 그는 장대한 리더십으로 싱가포르를 세계에서 부패 없이 가장 성공한 국가로 만들었다. ‘부패 없는 성공’은 지금도 인민행동당 규칙의 도적적 기반이다.싱가포르는 1971년까지 매년 8% 이상 성장률을 기록했다. 1973년에는 세계 3위의 정유 허브를 구축했고 제조업과 금융, 관광의 허브로 발전했다. 그는 중국이 아시아의 패권국이 될 가능성을 일찌감치 예견했다. 그래서 자칫 아시아 태평양에서 미국을 무너뜨릴 대응전략이 생겨날 수 있다며, 미국인들에게 중국을 처음부터 적으로 대하지는 말라고 조언했다.그는 일찍부터 “지역주의가 더는 궁극적인 해결책이 못 된다”며 상호의존적 세계관을 강조했다. 전 지구적 상호 연관성을 현명하게 다루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리콴유는 모두에게 통찰과 성취로 존경받는 보기 드문 지도자였다”고 높이 평가했다. 싱가포르가 독재국가이긴 하지만 그의 독재는 ‘목적’을 위한 ‘수단’이었다고 옹호했다.◇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 : 신념의 전략1979년부터 1990년까지 영국을 이끈 대처 전 수상은 전후 영국에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그가 총리에 취임할 당시 영국은 ‘알맹이’가 빠진 채, 전성기가 끝난 분위기였다. 영국 연방의 탈 식민지화에 따른 부담과 국내 경제 불안이 자신감을 한층 떨어트렸다. 1963년과 1967년 유럽경제공동체에 가입하려 했으나 드골 프랑스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실패하는 굴욕도 맛봤다.당시 최대 문제는 경제 침체였다. 낮은 생산성과 무거운 세금, 높은 인플레이션 속에 노사 갈등까지 극심했다. 극렬한 반대에도 그는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며 금리를 17%까지 올렸다. 전국 광산노조가 파업하자 ‘불법파업 엄단’으로 일관해 굴복시켰다. 이후 외환통제를 중단하고 주식시장을 개방하는 1980년대 말 ‘빅뱅’을 계기로 영국은 국제금융의 중심지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대처는 강한 국방력을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아르헨티나와의 포틀랜드 전쟁 승리는 영국의 지위를 한껏 높여 주었다. 승전 후 그는 “우리는 이제 후퇴하는 국가가 아니다”라고 호령했다. 자본주의 체제 유지를 조건으로 홍콩도 과감하게 중국에 반환했다. 저자는 “대처는 경제와 정신 양면에서 동시에 영국을 일으켰다”면서 “그는 침착한 태도와 신념을 굽히지 않고 헌신했다”고 말했다.◇ 리더십의 진화 이들은 모두 변변치 않은 배경 탓에 인습에 도전할 수 있었고, 무엇이 국가의 이익인지 뚜렷하게 알아보고 통념을 초월하는 관점을 가질 수 있었다. 그들에게는 규율과 자기수양, 자애, 애국심, 자신감이 있었다. 법 앞의 평등 의식도 확고했다. 상황을 꿰뚫어보는 현실 감각과 강력한 전망도 있었다. 대담하고 결단력 있게 행동할 줄도 알았다.저자는 아데나워의 도덕성과 끈기, 드골의 결의와 역사적 통찰력, 닉슨의 복합적 국제정세에 대한 이해와 결단력, 사다트의 평화를 향한 정신적 고양, 리콴유의 새로운 다민족 사회 건설을 향한 상상력, 대처의 리더십과 고집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들의 비범한 용기를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여섯 리더들처럼 사회를 둘러싼 상황을 이해하는 능력, 현재를 관리하고 미래를 만들어 갈 전략을 고안하는 수완, 숭고한 목표를 위해 사회를 움직이는 솜씨, 결점을 신속히 보완하는 태도 등의 공통적 자질을 미래 지도자들도 갖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3-07-08 07:00 조진래 기자

일상이 행복한 이야기 ‘사랑이 머무는 풍경’ 출간

일상이 행복한 이야기 ‘사랑이 머무는 풍경’ 출간 - 죽음의 병마와 싸운 향정 우소영 작가의 첫 책사랑이 머무는 풍경(1인1책 펴냄) 책표지“죽음의 문턱까지 다녀 왔다. 병마로 많은 것을 잃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정성과 사랑으로 이여나갔는데 가장 힘이 됐던 것은 소형 디지털카메라로 찍고 그 감상을 글로 적인 일상이었다”일상이 행복한 이야기 ‘사랑이 머무는 풍경,(1인1책 펴냄)이 출간됐다. 향정 우소영 작가가 쓴 이 책은 일상의 행복을 독자들에게 강조한다. 갑자기 닥친 병마로 죽음의 문턱까지 경험한 후 우 작가에게는 일상이 특별한 것으로 다가왔다. 늘 산책하던 공원의 오솔길, 호수, 하늘, 구름, 계절따라 색과 모양이 변하는 나뭇잎들이 새롭게 보였고 추억과 영감을 실어왔다. 마음속에 사랑도 되살아났다. 그때마다 사진을 찍었고, 떠오르는 글들을 그림과 함께 메모했다.동창 동호회 카페 추억나무를 만들어 시샵을 하면서 놀라운 인터넷 세상으로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HTML도 공부하여 ‘컴내꺼’에 사랑이 머무는 풍경 홈페이지를 만들어 글과 사진들을 꾸준히 담았다.세월이 급변하여 인터넷 세상이 휴대폰과 카톡으로 옮겨가고 이젠 홈페이지도, 포토갤러리도 없어졌다. 홈페이지와 카페, 포토갤러리에 올렸던 사진과 시, 디카로 사진을 찍으며 떠오른 상념을 기록했던 글들을 보며 책으로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커져 첫 버킷 리스트에 올렸다.주변의 하트찾기와 가족, 친구들과의 추억들, 힘든 시간을 지탱하게 해 준 사랑에 대해, 주제별로 나누어 실었다.우 작가는 “지금도 사진찍기와 함께 디지털 기기로 그림을 그리고 업사이클링 작품을 만들며 행복을 찾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며 “독자들도 일상을 느끼고 기록하면 일상의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장인평 기자 jip309@viva100.com

2023-07-05 15:13 장인평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 이순국 <다시, 시작하는 인생 수업>

저자는 한 때 조 단위 매출로 대한민국 재계 순위 25위의 신호그룹을 이끌던 재벌 기업인이었다. 기업 인수와 회생에 남다른 능력을 발휘해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으나 그 역시 외환위기 직격탄을 피할 수는 없었다. 2010년에는 일본 여행 도중 협심증에 의한 급성 통증으로 쓰러져 사경을 헤매기도 했다.그런 그가 지금은 80대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몸짱’이 되어 나타나 ‘건강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 책은 그런 자신의 지난 82년 인생을 돌아보며 자신의 직접적이고 생생한 경험을 토대로 제2의 인생을 사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가 이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 한 마디에 모두 녹아 있다. “인생에는 항상 플랜 B가 있다.’ 어떤 역경과 고난이 와도 새로운 선택의 여지가 있으니 결코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말라.”건강에 있어 운동은 그에게 가장 확실한 플랜 B였다. 협심증으로 쓰러지기 전까지 그 역시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내던 사람이었다. 이후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체계적으로 운동에 관해 공부하기 위해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대학원 스포츠과학과 석사과정에 도전하는 것을 시작으로 지금의 건강 전도사가 됐다.저자는 중학교 때 학비를 내지 못하는 바람에 교과서도 받지 못하고 공부해야 할 만큼 어려운 가정형편에서 자랐다. 하지만 그는 검정고시를 거쳐 오히려 남들보다 빨리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여기서 그는 ‘플랜 B’론을 얘기한다. 플랜 A만 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길이 막혔을 때 자신은 플랜 B를 발견하고 그 길로 갔다고 말한다. 색맹 때문에 의대나 공대를 갈 수 없었고, 연좌제에 묶여 법대도 갈 수 없었지만, 그는 플랜 B로 경제학과를 택해 성공적인 회계사와 기업인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저자의 ‘뗏목론’이 주목을 끈다. 그는 우리 인생을 뗏목에 비유했다. 인생은 능동적이로 탔든 수동적으로 탔든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는 ‘내 정체성에 맞는 뗏목’을 타라고 강조한다. 정체성을 고려하지 않고 아무 뗏목이나 탈 수 밖에 없는 현실적인 상황들이 있겠지만, ‘용기’를 내 뗏목으로 갈아타라고 조언한다. 자기 자신을 믿고 과감히 뛰어내리라고 말한다.또 일단 강을 건넜으면 타고 온 뗏목은 빨리 버리라고 말한다. 과거에 집착하고 연연하지 말고, 새 뗏목을 타고 또 열심히 다른 강을 건너야 한다고 조언한다. “타던 뗏목에서 그냥 버티고 있는 것은 인생과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도 “나 역시 지금은 ‘건강전도사’라는 뗏목을 타고 강 저편을 가는 중”이라고 말한다.그는 뗏목의 노를 저어 나갈 때 20~30년 후의 먼 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이 오히려 망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다. 4~5년 이내의 가까운 미래를 생각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것이 지혜로운 자세라고 일러 준다. 그때그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한 계단씩 올라갈 때 먼 미래도 담보된다고 말한다. 오늘 할 일은 어떤 일이 있어도 내일로 미루지 말라고도 말한다. “현실에 100% 집중하라. 그런 현재가 쌓여 미래가 된다”고 가르친다.저자는 “세상에 늦을 때란 포기할 때 뿐”이라고 단언한다. “뭔가를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는 없다”고 강조한다. 건강을 지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노화를 막을 수는 없지만 늦출 수 있다며, 운동이 그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면 얼마든지 질병을 예방할 수 있으며,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갖추는 것은 나는 물론 가족과 타인을 배려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여기서 그는 해외 유명 연구 사례 등을 소개하면서 바람직한 건강 습관 일곱 가지를 소개한다. 이른바 ‘알라메다 7’ 건강법이다. 아침을 포함해 규칙적인 식사하기, 하루 7~8시간의 충분한 수면하기, 키에 대응하는 적정 체중 유지하기, 금연하기, 굴 적게 마시기,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간식 먹지 않기 등이다.반대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8가지 빨리 죽는 법’도 일러 준다. 과식하기, 운동하지 않기, 심하게 담배피기, 알코올성 음료 많이 마시기, 과로하기, 늘 긴장 속에서 살기, 커피 많이 마시기, 건강검진은 아예 생각도 않기 등이다.저자는 운동을 시작한 이래로 지난 십 수년간 감기 몸살을 모르고 살았고, 코로나 바이러스에도 감염되지 않았다고 전한다. 지금도 하루 2시간씩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고 격일로 시속 6.5㎞ 속도로 한 시간을 걷는다고 한다. 그는 “근육이 운동을 기억하는 시간이 72시간”이라며 3일 간격 이내로 꾸준히 운동을 해 근육을 유지할 것을 강력히 권한다. 그래야 ‘건강수명’과 ‘자연수명’이 일치해, 건강하게 살다가 사랑 하는 사람들 곁에서 고통없이 세상을 떠날 수 있다고 말한다.저자는 하버드대학 연구팀의 연구 결과 등을 토대로 삶과 행복에 관해 이렇게 결론 짓는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이며, 행복은 결국 사랑이다. 인생에 있어 단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사람들과 따듯하게 의지할 수 있는 ‘관계’이다. 그리고 정말로 멋진 인생, 의미 있는 인생은 제대로 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이를 가치있게 구현하기 위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이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3-07-05 07:58 조진래 기자

[브릿지 신간] 손갑헌 <중년의 품격을 더하라>

30여 년 동안 은행에서 일했던 금융 전문가가 ‘제2의 인생’을 품격 있고 여유 있게 살아갈 수 있는 값진 조언을 준다. 저자는 “은퇴 후의 삶을 불안해하지 말라”며 “중년의 길은 품격”이라고 말한다. 품격 있게 중년의 삶을 가꾸며 인생 후반전을 멋지게 살아 갈 것을 권한다. 그는 ‘퇴직’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기회라고 말한다. 자신도 은퇴 후 전혀 다른 세계의 판소리와 성악을 배우며 자신을 새롭게 발견해 가고 있다고 전한다. 저자는 금융전문가 답게, 행복한 노후를 위한 탄탄한 재무설계를 주문한다. 젊어서부터 공적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3중 연금’으로 노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해 갈 것을 당부한다. 은퇴 이후를 위한 주택연금제도를 소개하고 은퇴자산 운용 방안과 각종 연금보험 상품의 특징 들도 알려준다.그는 ‘건강 100세’에 대비하려면 독서와 여행, 명상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독서는 ‘인생 멘토와의 만남’이라며 독서를 열심히 하고 독후감을 쓰면서 책 쓰기로 까지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나의 한계를 조금씩 극복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가는 힘을 주는 것이 독서와 여행”이라고 적었다. 명상은 걷기 명상부터 소리명산, 호흡명상, 미소명상 등 여러 가지가 있다며,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평정심을 키우는 데 명상 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얘기한다.저자는 공자의 지혜를 빌어 ‘지지자 불여호지자(知之者 不如好之者), 호지자 불여락지자(好之者 不如樂之者)’를 말한다.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보다 못하다는 뜻처럼, 은퇴한 지금부터라도 즐기면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서라고 권한다.그는 밝은 표정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나이가 들수록 가구지 않고 방치하면 그만큼 신체 노화가 빨라질 수 있다며, 중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얼굴에 윤기가 나고 젊어 보이는 사람들이 있음을 각인시킨다. 그는 동안(童顔)인 사람들이 대체로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사람들이라며 독자들도 밝은 얼굴로 주변을 덩달아 기분 좋게 만드는 사람이 되라고 주문한다.살면서 화가 날 때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거나 숲길을 걸어보라고 권한다. 맑은 공기가 뇌를 신선하게 채워주고 탁한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한다.무엇보다 그는 ‘나눔의 품격’을 중요시하라고 조언한다. 자신의 재능과 지혜, 마음을 나누어 줌으로써 중년의 품격이 주는 행복을 스스로 찾아볼 것을 권한다. 이제부터라도 자신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던 삶에서 벗어나 주변을 돌아보라고 말한다. 마음을 넓게 쓰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 보라고 권한다.저자는 “인생은 선택과 포기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무언가를 선택했다면 다른 무언가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일희일비하지 말고 자신의 인생의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정진할 것을 조언한다. 큰 돈을 얻었다고 들뜨지 말고, 돈을 버는 만큼 그것을 잘 관리하고 운영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일깨워 준다. 특히 중년의 나이는 돈이나 권세 보다는 ‘사람 냄새나는 사람’과 인연을 맺고 인생의 참맛을 쫓아가라고 말한다.저자는 직장 퇴직 후의 심리적인 변화, 중년의 삶과 애환을 돌아보고, 행복한 인생과 은퇴 이후의 건강한 삶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미력이나마 마중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중년의 나이는 인생의 가을 쯤 된다며,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삶의 여정을 항해 가라고 조언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3-07-04 07:43 조진래 기자

[브릿지 신간] 이영숙 <1953년 엄마의 문신>

저자인 ‘영숙’ 씨는 1953년 충남 서천의 4대 대가족의 맏 딸로 태어나 시골과 자연, 대가족이라는 전통의 삶을 오랫동안 체험했다. 여기에 전쟁과 산업화, 민주화 등 격변의 세월을 극적으로 넘겨 오늘 날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 며느리로 자리했다. 이 책은 그렇게 ‘전통’과 ‘격변’의 세월을 힘들고 모질게, 그렇지만 당당하게 살아온 우리 시대 엄마들의 이야기다.이 책은 특이하게도 아들이 엄마의 일기장을 읽다 만들었다고 한다. 엄마의 그 고단하고 다사다난했던 삶을 기록으로 남겨 드리는 게 아들의 도리라는 ‘효심’이 이 책을 탄생시켰다. 빼곡히 적힌 엄마의 오랜 삶의 기록에 아들이 추가 인터뷰를 통해 완성한 특별한 책이다. 아들이 보기에 극적으로 다른 두 시대의 산 증인이기도 한 엄마에 대한 사모곡이다.이 책의 큰 주인공은 엄마의 가족들이다. 알아듣지도 못할 “고수레” 소리와 함께 동서남북으로 음식을 뿌리던 증조할아버지, 일제 강제노역으로 홋카이도 탄광에서 일하다 폐병을 얻어 일찍 돌아가신 할아버지, 남편을 여의고 홀로 8 남매를 키워낸 할머니, 6.25 때 인민군에게 총살당할 뻔했다가 극적으로 살아난 종갓집 장손 아버지, 중학교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집안 일 때문에 포기하고는 아흔이 지나시도록 못내 아쉬워하는 어머니까지, 한국 근·현대사의 생생한 주인공들이 주인공이다.저자는 이들의 굴곡진 삶을 차분하게 소개하면서 그 시대의 정겨웠던 풍경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 준다. 한 솥에서 밥과 반찬을 동시에 만들던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소개하고, 죽은 사람의 시신을 안방 병풍 뒤에 모시던 풍습도 전해 준다. 현대인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옛 시골의 서정미와 인간미를 독자들에게 훈훈하게 들려 준다. 산업화의 희생양이 되어 우리가 까맣게 잃어버리고 살았던 우리 전통의 삶과 가치들을 새삼 생각하게 해 준다.작가 역시 고단한 인생의 여정 속에서 고군분투한 삶을 살았다. 집안의 첫 ‘지식인’ 여성이 되어 초등학교 교사가 된 그는 광산촌 8 남매의 맏이에게 시집을 가 과거 자산이 겪었던 그 고단한 전통의 삶을 다시 살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신세를 고달파 하거나 거부하지 않았다. 마땅한 거처가 없던 시부모에 시동생들까지 불러들여 대가족의 삶을 선택했다. 대가족의 맏 딸 답게 현실을 뿌리치지 않고 가문과 가정을 위해 기꺼이 자기를 희생했다.자청한 대가족 시집살이였기에 그녀는 자신의 본래 모습을 숨겨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는 당초의 활기차고 진취적이고 도전적이었던 본성을 잃은 채 보내야 했다. 그렇게 수십 년이 흐른 뒤에야 그녀는 뒤늦게 잃어버린 줄 알았던 자기 본연의 모습을 되찾게 된다. 캄보디아와 중국 연길, 인도 등지로 떠났던 봉사가 그를 다시 태어나게 해 주었다. 누구의 아내이자 엄마, 누구의 며느리에서 벗어나 비로소 자기 안의 ‘영숙’을 끄집어 냈고 그 ‘영숙’이라는 이름의 진정한 가치를 되찾았다.이런 인생 파노라마를 아들이 내레이터가 되어 진솔하고 차분하게 전해 준다. 아들이 보기에 엄마의 삶, 그녀가 살았던 세상은 그가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외국과도 같았다. 그렇지만 아들 역시 엄마와의 대화에서 엄마의 삶과 그 시대가 지금의 자신과 세상을 만들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이 땅의 모든 영숙 씨들과 모든 우리 엄마들에게 드리는 헌정이자 감사의 고백이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3-07-03 13:37 조진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