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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저런것까지?!… 모두 바다로 갑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해양 쓰레기를 ‘바다와 해변에서 폐기·유기되어 장기간 잔류하는 모든 종류의 제품 가공품 고형물’이라고 정의한다. 저자는 간단히 “우리가 바다에 버린 지저분한 것 중에서 절대 맨발로 밟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말한다. 해양 쓰레기는 자연 생물과 인간의 생명을 위협한다. 어업과 선박 운항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며 관광산업을 망치기도 한다. 저자는 “바다와 해변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범죄’”라고 말한다. 해양 쓰레기 종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음을 상기시키면서, 해양 오염 전반에 관한 더 깊은 이해와 복원 노력을 촉구한다. 살아 숨쉬는 해변을 복원하자고 역설한다.◇ 재활용·내구성 강화가 시급한 유리와 전구담배꽁초를 제외하고 유리 제품은 비 플라스틱 쓰레기 중 가장 많이 발견된다. 소금물과 햇빛에 잘 견뎌 잘 분해되지 않고, 강한 햇빛을 모아 갑작스럽게 화재를 일으키기도 한다. 위험물 라벨이 찍힌 유리병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유리는 재활용과 업 사이클링이 최선이다. 깨진 유리조각이라도 만들 수 있는 물건이 무궁무진하다.전구는 1920년대부터 의도적으로 짧은 수명을 갖도록 설계되었다. 전 세계 1만 개 석유·가스 시추 플랫폼의 밤을 밝히고 있다. ‘오션 컨서번시’의 25년 통계에 따르면 해변에서 수거된 전구와 형광등이 44만 개에 육박한다. 전구는 매우 얇기 때문에 부서지기 쉽다. LED 전구 중에는 유독 물질이 포함된 것 들도 있어 위협적이다.◇ 녹과 첨가제로 위협하는 금속, 타이어, 자동차모든 금속은 바다 속에서 녹이 슬어 자연생물의 삶을 위협한다. 알루미늄 캔은 해변에서 가장 많이 수거되는 쓰레기 10위 안에 늘 자리한다. 냉장고나 주방 싱크대, 쇼핑 카트에 난파선이나 조난선도 꽤 발견된다. 폐 자동차는 물론 그 바퀴 자국도 환경을 망친다. 새끼 바다거북이 갇혀 그대로 죽거나, 바다 쪽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게 만든다.타이어에는 나일론과 천, 철장까지 들어 있다. 해변에는 놀이터용 폐타이어가 많다. 정박한 배의 충격 완화 대용으로도 많이 쓰인다. 인공어초를 만들려 일부러 바다에 버려지기도 한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억센 내구성에 유연성을 더해주는 첨가제까지 들어 있어 자연과 인간의 건강과 안전에도 대단히 위협적이다.◇ 미세 오염의 주범, 플라스틱과 스티로폼플라스틱과 해양 쓰레기는 거의 동의어다. 매년 800만 톤이 바다로 흘러 들어 간다. 비닐봉지, 통발, 낚싯줄과 어망 등 가장 위험한 해양 쓰레기 톱 10이 모두 플라스틱이다. 향유고래까지 소화기관이 막혀 굶어죽거나 얽힘 사고로 희생된다. 플라스틱 속 화합물은 서서히 바다를 오염시킨다. 크루즈선에서의 클레이 사격 탓에 산탄용 탄피와 금속 총알, 플라스틱 충전재 쓰레기도 발견된다.스티로폼은 물에 잘 뜨기에 파도를 타고 세계 곳곳으로 뻗어 나간다. 문제는 분해에 500년이 걸린다는 점이다. 해양 생물들은 수면에 뜬 작은 조각을 삼켜 목숨을 위협받는다. 해변에서 스티로폼을 태우면 독성 물질과 발암 물질이 방출된다. 예전 뉴욕시처럼 최대한 일회용 스티로폼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최선이다. 바이오플라스틱도 좋은 대안이다.◇ 불결한 위생용품과 의료 폐기물머리 끈은 해변에서 가장 많이 잃어버리는 위생용품 1위다. 해변 데크에서는 많은 콘돔과 포장지가 발견된다. 일회용 면도기에 변기까지 발견된다. 전적으로 다른 차원의 불결함을 안겨주는 쓰레기가 의료 폐기물이다. 약물, 연고, 반창고, 수액용품 등 모두 감염을 유발할 수 있는 폐기물이다. 낮은 수준이지만 방사능도 함유하고 있다.해변에서 가장 위험한 해양 쓰레기 중 하나가 주사기다. 하루에 수 만 개가 발견된다. 마약 투약용 주사기였을 가능성이 크다. 주삿바늘은 속이 비어 있어 유독 물질과 병원균이 묻어 있을 수도 있다. 위탁업체가 바다에 의료 폐기물을 불법 투기할 때도 있다. 1987년 여름에는 110㎞ 해안선을 덮쳐 뉴저지주 해변이 두 번이나 폐쇄된 적이 있다.◇ ‘잠재 쓰레기’ 해변가구·설비와 어구해변의 선 베드와 파라솔은 순식간에 해양 쓰레기가 된다. 소금기 많은 바닷바람은 해변 가구들을 서서히 쓰레기로 만든다. TV, 전화기 등 각종 전자 폐기물의 양은 2009년과 2014년 사이에 이미 두 배로 뛴 바 있다. 요즘은 셀카 봉도 가끔 발견되지만 대부분은 부엌과 화장실, 세탁실 물품들이다.어업은 해양 쓰레기의 최대 원인이다. 의도치 않게 ‘혼획’ 되었다가 죽은 채 바다에 버려지는 생물이 매년 2700만 톤에 달한다. 이들은 바다에 뭘 버리기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어구가 대표적이다. 북대서양에서만 매년 2만 5000개가 유실되거나 버려져 해양생물을 질식시킨다. 저자는 워낙 고가 제품이라 소유주나 선박 이름이 적혀 있어 주인을 추적할 수 있다고 말한다.◇ 속증하는 수상스포츠 쓰레기와 유기성 화합물일반 신발은 물론 서퍼들이 신는 네오프렌 부츠나 다이버용 다이빙 핀은 분해가 극히 어렵다. 수상스포츠 용품 시장이 커질수록 분해되지 않는 해양 쓰레기는 늘어 간다. 저자는 “사람들이 물에 뛰어들 때 가지고 들어가는 물건 개수보다 물에서 나올 때 손에 들고 나오는 개수가 더 적다”고 비판한다.매년 생산되는 식품의 3분의 1, 무려 13억 톤이 그대로 버려진다. 인간과 야생 동물의 배설물은 기생충이나 박테리아 같은 병원균으로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매년 200만~800만 톤의 원유가 바다로 유출된다. 시추선과 항구는 물론 노후선박 해체나 선박 내부 탱크를 세척 때도 기름이 버려진다. 저자는 “유류 오염의 궁극적인 책임은 소비자인 인간에게 있다”고 말한다.◇ 의외로 분해 어려운 나무와 종이가공된 목재가 문제다. 선박용 목재에는 독성이 강한 약품이 묻어 있다. 사고로 부서지는 선박에 보험금을 타려고 일부러 버려지는 배들도 있다. 무엇보다 나무는 물에 뜨기에 먼 거리를 이동해 외래종을 유입시켜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 나무판자를 엮어 만든 팔레트는 1년에 최소 5억 개 넘게 생산되어 해양 환경과 안전을 위협한다.종이는 생각보다 잘 썩지 않는다. 더 질기고 강한 내구성을 내려고 염료와 화학약품이 사용되거나 코팅되기 때문이다. 책이나 잡지, 종이컵 등 해변의 종이 쓰레기는 대부분 해수욕객들 탓이다. 종이 포장지와 두루마리 휴지도 자주 발견된다. 최근에는 택배상자가 골칫거리다. 저자는 “폐지 1톤을 재활용하면 1~2톤의 목재를 아낄 수 있다”고 말한다.◇ 최악의 초소형 유독 폐기물 ‘담배 꽁초’개수로 따졌을 때 가장 많이 버려지는 쓰레기다. 언제나 큰 격차로 1위다. 해변 정화의 날에는 하루에 200만 개가 수거된다. 1년에 소비되는 담배 6조 개 가운데 4조 5000억 개가 자연에 버려진다고 한다. 담배꽁초에 들어가는 필터는 플라스틱이라 분해도 힘들다. 담배를 태우면 4000개 이상의 화학 물질이 생성된다. 최악의 초소형 유독 폐기물인 셈이다. 최근에는 전자담배가 새 골칫거리다.저자는 “담배 꽁초 버리는 사람에게는 해변의 모든 꽁초를 손으로 줍는 벌을 내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담배회사들이 생분해 필터 연구에 더 많이 투자하고, 꽁초를 가져오면 보증금을 돌려주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담배연기나 오염물질을 걸러주지 못하는 필터를 아예 빼버리도록 규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해양 쓰레기로부터 인간과 지구를 구할 방법은?저자는 자발적이고 주기적인 해변 청소를 강조한다. “우리 모두가 쓰레기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만큼, 줄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해변에 가져가지 않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권한다. ‘지구 해변은 공공재’라는 인식 아래 ‘반려해변 프로그램’을 통해 인근 해변을 입양해 1년에 한 번 해변을 청소함으로써 건강하고 안전하고 아름다운 환경을 만들자고 호소한다.그는 ‘6R’의 실천을 강조한다. 다시 생각하고(Rethink) 거절하고(Refuse), 적게 쓰고(Reduce), 다시 쓰고(Reuse), 고쳐 쓰고(Repair), 재활용(Recycle)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치우기(Remove)’라는 또 하나의 R을 추가할 것을 권고한다. 대중은 환경 의식 수준부터 높이고, 정부는 관련 법안과 인프라 구축을 촉구한다. 기업에는 재활용 가능한 재료와 기술개발 등 더 나은 통찰력을 요구한다.저자는 EU와 북미가 전자 폐기물 처리에 관한 법령을 가지고 있음에도 각각 40%와 12%의 전자 폐기물만 자체 처리하고 있다며 공식적인 국제 규약 제정을 촉구한다. 전자 폐기물 수입국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기금도 조성하고, 소비자의 책임을 명시한 규제를 신설하자고 힘주어 말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3-07-01 07:00 조진래 기자

'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AI가 문학의 질 높일 것"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방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소설 ‘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28일 “AI(인공지능)는 인간을 더욱 창의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새책 ‘꿀벌의 예언’을 들고 한국을 찾은 베르베르는 이날 서울 광화문 인근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작가는 미래에 대해 쓰는 사람이다. 새로운 기술을 두려워해선 안된다”며 이같이 말했다.간담회에서 베르베르는 챗 GPT와 같은 인공지능 시대에 문학의 미래에 대해 “인공지능 때문에 더 독창적이고, 더 과감한 작품을 써야 할 것”이라며 “인공지능의 등장은 문학의 질을 높일 것”이라고 낙관했다.올해는 1993년 ‘개미’ 한국어판이 출간된 지 30년 되는 해다. 개미를 비롯해 한국어로 번역된 베르나르의 책은 지금까지 3000쇄를 넘겼다. 개미가 한국에서 특히 큰 성공을 거둔 비결에 대해 그는 “한국 독자들은 참 미래지향적이다. 한국에서 제 책들이 성공을 거둔 것은 순전히 독자들 덕분”이라고 말했다.한국 독자들은 과거보다 미래에 대한 관심이 많고 새로운 주제를 잘 받아들인다는 뜻이다.그러면서 그는 한국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번이 아홉번째 방한인데 내게는 한국 방문이 일이 아니라 즐거움”이라며 “한국 고유의 문화와 에너지를 발견하는 일은 큰 즐거움이고 놀라운 경험”이라고 말했다.이어 베르베르는 내년 국내 출간 예정인 최신작 소설이 이순신 장군에게서 영감을 받아 썼다고 언급하기도 했다.“한국은 러시아 중국 일본 등 강대국에 둘러싸인 어려운 지정학적 조건에서도 특유의 차분함을 유지하는 국가라는 게 큰 장점이다. 내년 출간될 제 작품 ‘왕비의 대각선’은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에서도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한편 이번에 출간된 그의 신간 ‘꿀벌의 예언’은 꿀벌이 사라지고 인류 멸종의 위기가 닥친 30년 뒤의 지구를 목격한 뒤 미래를 바꾸기 위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주인공의 모험을 다룬 판타지 소설이다.베르베르는 “내가 알기로 우리가 먹는 과일과 채소의 70%가 꿀벌의 활동을 통해 열매를 맺는 식물이다. 꿀벌에게 고맙다고 인사해도 모자랄 판에 꿀벌이 살충제 등 환경오염으로 사라지고 있다”며 “꿀벌이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라는 걸 상기시키기 위해 이 작품을 썼다”고 말했다.이형구 기자 scaler@viva100.com

2023-06-28 15:50 이형구 기자

[브릿지 신간] <회사 생활에도 예절이 필요합니다> 명대성 지음. 팬덤북스

이 책의 부제는 ‘무개념 인간들에게 바치는 개념머리 예절책’이다. 우리가 알기만 할 뿐 제대로 실천하지 않거나 못하는, 그렇지만 반드시 행해야 할 ‘직장에서의 기본 생활예절’을 조목조목 상세하게 짚어가며 코치해 준다.민간 기업을 거쳐 반퇴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한 저자는 “회사에서 생활예절을 지키는 것은, 타인을 존중하는 행동인 것 같지만 사실은 자신이 존중받는 일”이라고 말한다. 회사라는 곳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하루의 절반 이상을 함게 생활하는 곳인 만큼, ‘최소한의 회사 예절’을 지키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며 결국 그 결과는 자신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아온다고 강조한다.저자는 효율적인 업무뿐만 아니라 건강한 인간관계를 얻으려면 ‘개념’을 탑재한 회사생활예절이 필수라고 말한다. 상사와 동료, 부하직원에게 ‘선’을 넘지 않고 행복한 회사생활을 할 수 있도록 모두의 입장을 두루 이해하고 유연하게 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물론 ‘무 개념, 무 매너, 무 지성’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저자는 상사든 동료든, 후배든 상대방 때문에 불편한 상황을 겪게 되었을 때를 포함해 시기별·상황별로 특수한 상황을 상정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대응 예절을 제시해 준다. 일은 안 하면서 사적인 선을 넘나드는 상사, 학교 다니듯 회사 다니는 신입사원, 눈치 보며 제 밥그릇만 챙기는 이기적인 동료 등 다양한 군상들에게 ‘책 잡히지 않으면서’도 센스 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예절법을 일러준다.예를 들어 신입사원일 때 필요한 ‘출퇴근 예절’에는 다음과 같은 팁을 준다. 첫 출근 때 깔끔한 옷차림으로 조금 일찍 도착해 선배들을 기다린다, 누구인지 몰라도 누구에게나 밝은 얼굴로 인사한다, 가능하면 동료들과 함게 점심을 하며 소통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신입이지만 늘 얻어먹지 않고 가끔은 더치 페이를 하거나 오히려 선배에게 밥을 살 줄 안다 등등. 퇴근 시간에 상사가 없으면 잠시라도 기다렸다 인사하고 퇴근하는 후배를 누가 예뻐하지 않을 수 있을까.‘근태 예절’도 일러 준다. ‘카톡’으로 지각이나 조퇴, 결근을 보고하는 무 개념은 안된다. 말하기 힘들고 어려울수록 더 정확히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옳다. 외근을 할 때는 사전 및 사후 보고를 반드시 하고, 중요한 전달사항은 잊기 전에 보고한다. 가끔 중간 보고를 해, 혹시나 있을 현장 퇴근에 대비한다. 만약 퇴사를 하게 될 때는 ‘잘 헤어지기’가 매우 중요하다. 업무 인수인계를 철저히 잘 하고, 격려를 받으며 회사를 나올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 또 다시 볼 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잘 헤어지기’는 더욱 중요하다. 이들의 평판이 내 앞 길을 좌우할 수도 있다.저자는 이 밖에도 엘리베이터나 화장실에서 만났을 때 인사법, 전화 통화 중에 인사를 해야 할 경우의 대처 법, 상사가 오히려 인사 예절을 지키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관해 설명해 준다. 회사에서 주의해야 할 호칭과 존댓말, 호칭이 기억나지 않을 때 대처하는 방법 등도 일러 준다. 직급이 올라 업무 지시를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지시하는 것이 제대로 지시하는 것인지, 답을 정해놓고 지시하는 상사에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지, 어떻게 하면 칭찬받는 보고를 할 수 있는 지에 관해서도 꼼꼼히 설명해 준다.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2023-06-24 10:00 이의현 기자

[비바100] "뒤집자! 정의稅로 포장된 거짓정의稅"

우리 국민들은 ‘상속’을 ‘불로소득’으로 보는 경향이 짙다. 상속세 강화를 ‘정의’라고 인식한다. 일종의 ‘배 아픔’이라는 국민감정도 가미된다. 하지만 많은 선진국들은 상속세를 폐지 또는 완화하고 있다. 우리도 상속세를 없애고 상속재산 매각 때 자본이득세를 부과하자는 주장이 고개를 든다. 상속세는 과연 ‘분배 정의’인가 ‘국가 약탈’인가. 상속세제의 합리적인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기업(인)에 대한 국민 인식 변화와 함께 기업(인)의 각고의 자성과 분투도 요구된다.◇ 韓 상속세 정말 과도한가국가의 약탈, 상속세|김승욱·박지우·신중섭·임동원|펜앤북스우리는 피상속인 유산을 기준해 5단계 초과누진세제(10~50%)로 상속세를 부과한다. 직계비속 최고세율은 50%로 OECD 평균 최고세율 25.3%의 2배이다. 55%인 일본 다음이다. 하지만 최대주주 주식 할증과세 땐 60%로 가장 높다. 전체 세수 중 상속·증여세 비중은 3.7%지만 GDP 대비 비중은 0.5%로 OECD 평균(0.2%)을 2배 이상 웃돌며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높다.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중과세 측면에서 상속세가 높으면 소득세가 낮은데 우리는 상속세 2위, 소득세 7위로 모두 높다”고 꼬집었다. 실제 우리 실효세율은 58%를 넘어 일본(55%), 미국(39.9%) 보다 높다. 신중섭 강원대 명예교수는 “우리의 상속세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세율과 구간이 수시로 변해 왔을 만큼 철학적 기반 없이 정치적 영향을 너무 받았다”고 비판한다. 황승연 경희대 명예교수는 “한국이 과연 재산권이 보장되는 나라냐”고 되묻는다. 경영권에 할증 과세해 경영권을 잃게 하는 것은 명백한 재산권 침해라며 “우리 상속세법은 경영권 상속금지법”이라고 일갈했다.상속세가 분배 정의냐 약탈이냐를 놓고 견해 차가 여전하다. 2020년 사망한 고 이건희 회장은 시가로 무려 10조 원에 달하는 국보급 예술품들을 국가에 기부했지만 국세청은 무려 12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부과했다.(연합)◇ 선진국들은 어떻게 상속세 정책 운영하나OECD 회원국 중 29개국은 직계비속에 상속 시 상속세 부담이 없거나(19개국), 세율인하 또는 공제혜택(10개국)으로 부담을 줄여 준다. 피상속인 규제가 있는 나라는 영국과 일본 두 나라뿐이다. 하지만 영국은 피상속인이 2년만 보유하면 되고 일본은 기간 제한 없이 50%의 주식만 보유하면 된다.상속 후 사후관리 기간도 프랑스 3년, 독일 5년 등 우리(5년)보다 대부분 짧다. 지분보유 의무기간도 프랑스가 4년, 독일과 일본은 5년으로 우리와 같거나 짧다. 특히 일본은 2019년부터 ‘신사업승계제도’를 시행해 납세유예대상 주식 수의 상한을 없애고, 승계 후 5년 간 80%라는 고용조건을 못 지켜도 계속 유예해 줄 만큼 기업승계를 장려한다.최대주주할증평가도 우리만 획일적으로 운용한다. 주요국들은 정형화된 계산식을 적용하지 않고, 지배지분의 할증을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한다. 신중섭 강원대 명예교수는 “대부분 선진국들의 상속세 정책방향은 완화인데 우리만 역주행하고 있다”며 “이것이 곧 기업가 정신 약화를 부른다”고 꼬집었다.◇ 상속세 부담 완화 불구 효과는 ‘제한적’1997년에 우리도 ‘가업상속공제’가 도입됐다. 하지만 2016년~2020년 이용 건수는 평균 92.8건, 공제금액은 2886억 원에 불과했다. 같은 시기에 독일은 9995건에 146억 유로(한화 약 20조 원)였다. 실효성 논란이 일자 2022년에 세법을 고쳤으나 매출액 5000억 이하 등 엄격한 요건 탓에 적용 받는 기업이 극소수다. 대기업은 당연히 배제됐다.임동원 연구위원은 가업상속제도를 ‘기업상속공제제도’로 명칭을 바꾸고 적용대상을 모든 기업으로 확대하자고 주장한다. 피상속인이 2년 이상 보유했다면 허용하고 공제율도 상한 없이 50~100%로 설정할 것을 촉구한다. 신사업 진출에 걸림돌이 되는 ‘업종 유지 조건’은 꼭 폐지할 것을 주장했다.황승연 경희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대주주들이 지나치게 방어적으로 경영의사 결정을 하고 고의로 주가를 높이지 않으려는 것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세계 최고의 상속세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너 리스크란 지배주주의 도덕성이나 경영판단능력 부족이 아니라, 세계 최고 상속세 탓에 회사와 자산을 지키려 고의로 주가를 낮추려는 유혹과 시도의 결과”라고 말했다.우리도 기업승계를 위한 제도들이 계속 나오고 있으나 선결 조건 및 사후 의무 조건들이 까다로와 실제 기업 현장에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사진출처=게티이미지)◇ 세계 최고 세율에 규제까지 ‘덕지덕지’그렇다면 상속세율이 55%나 되는 일본에는 어떻게 100년 이상 기업이 3만 개가 넘을까?황 교수는 “비상장 기업에 80%를 납세 유예해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니 실제 세율은 11%이며 그나마 5년이 지나면 면제된다. 상속·증여세 없이 제3자에 기업을 승계할 수도 있다. 상속세 수입보다 기업 승계로 고용과 기술, 산업의 실체가 이어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강소기업 천국’ 독일도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은 30%지만 실제 최고세율은 0~4.5%다. 가업승계 때 85%가 공제되기 때문이다. 일정 지분과 임금을 유지해 7년이 지나면 100% 공제된다. 영국도 실제 부담 최고세율이 0~20%에 불과하며 프랑스가 11.25%, 네덜란드가 3.4%, 스페인은 1.7% 수준이다.임 연구위원은 특히 획일적인 현행 대주주 할증은 과세근거가 취약하다고 비판한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이미 주식에 포함되어 있으니 세법상 실질과세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말한다. 상속세와 소득세 최고세율 합계는 일본이 100%이고 우리가 95%로 2위지만, 최대주주할증평가를 적용하면 105%로 우리가 1등이라고 꼬집었다.◇ 부의 대물림이냐, 가난의 대물림이냐신중섭 교수는 “기본권인 사유재산의 상속을 부정하는 것은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이라며 “우리는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가난의 대물림’을 막으려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상속세가 기회의 평등을 높이고, 부의 집중을 억제하고, 부의 재분배로 연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며 결국 우리 상속세는 ‘이념세’라고 공박한다.황승연 교수도 “상속세가 없다면 기업가들이 편법으로 일감을 몰아주고 이익을 빼돌리는 행위를 저지를 이유도 사라지고, 대주주들이 고의로 상장을 피하거나 투자를 자제할 이유도 없어지므로 자연스럽게 소액주주들에게도 이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성장하려면 상속세를 없애거나 대폭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김승욱 중앙대 명예교수는 고율 상속세의 역사적 기원을 ‘공산주의’에서 찾았다. 공산주의 확산을 막으려 절충적 제도로 상속세가 도입되었고 여기에 복지국가 등장과 민주주의 확산이 가세한 결과라는 얘기다. 그는 “모두가 출생과 동시에 같은 출발선에서 인생을 시작한다는 것은 ‘이상’”이라며 그래서 많은 나라가 상속세를 손보고 있다고 강조했다.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공익재단을 설립해 자신의 재산을 거의 대부분 기부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공입법인 출연 및 기부를 통해 경영권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는 여전히 각종 규제와 선입견 탓에 불가능한 실정이다.(연합)◇ 자본이득세 전환이 해법?저자들은 “원활한 기업승계를 위해선 장기적으로 상속세제 개편이 답”이라고 한 목소리다. 기업 승계 때 상속세를 부과 말고 자산 양도 때 한 번에 자본이득세를 과세하는 게 합리적이고 세계적 추세라고 말한다. 임 연구위원은 다만, 사후관리요건을 위반한 경우 위반 시점 기준으로 계산된 이자상당액을 포함한 상속세를 부과해 조세회피 행위를 막자고 제안했다.그는 상속세율을 소득세 최고세율보다 낮게 OECD 평균인 25% 수준으로 낮추고 과세구간을 줄일 것을 촉구했다. 최고 세율은 30% 정도가 적당하다고 제안했다. 10~50%의 초과누진세율 구조를 10~30%로 완화하고, 타당성이 결여된 최대주주할증평가는 폐지 또는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황승연 교수도 경제가 성장하려면 상속세를 없애거나 대폭 낮추야 한다며 스웨덴처럼 자본이득세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상속세를 선진국들처럼 감면한다면 기업이 활성화되어 고용이 늘며, 여기서 거둬들인 법인 세수가 상속세수보다 훨씬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익법인 통한 기업승계 활성화도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177억 원대 주식을 자신의 이름을 딴 장학재단에 기부했다가 140억 원 증여세를 부과당했던 ‘황필상 박사 사건’을 예로 들며 우리의 허술한 기업승계 정책을 꼬집었다. 10년 재판 끝에 대법원에서 원고 승소 판결은 받았지만, 재단을 이용한 경영권 승계는 막아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은 여전하다고 아쉬워했다.그는 공익법인에 대한 현행 법률이 주식 출연 제한, 주식보유 제한, 의결권 제한의 3중 규제라고 비판했다. 의결권 있는 주식을 공익법인에 출연할 경우, 해당 주식이 발행주식총수의 5%(또는 19%, 20%)를 초과 시 고액 상속세를 부과하는 규제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니 2022년 3월 말 현재 한국 공익법인 8775곳 중 기업출자 공익법인 수가 78곳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최 교수는 모든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출연에 상속증여세 면세비율을 최소 20% 이상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식보유제한규정도 완화해 경영권 우호지분으로서 공익법인에 주식출연을 늘릴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며, 의결권 행사도 자유롭게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3-06-24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인간과 물질이 빚은 발명품… 건축가도 저절로 '입틀막'

(사진출처=게티이미지)저자는 “건축물은 인간의 생각과 세상의 물질이 만나 만들어진 결정체”라고 말한다. 그에게 큰 감동을 주는 건축물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라는 충격을 주는, ‘새로운 생각’을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그래서 그는 “건축가는 발명가”라고 말한다. 이 책에는 건축가인 저자가 건축을 공부하면서 감명받은 30곳의 ‘보물 같은’ 근현대 건축물이 소개되어 있다.◇ ‘20세기 피라미드’ 루브르 유리 피라미드‘기하학의 건축가’로 이름이 높은 중국계 건축가 이오밍 페이가 1984년 루브르 박물관 증축 국제공모전에 당선되어 지은 건축물이다. 그의 대표작인 미국 워싱턴 DC의 ‘내셔널 갤러리’나 홍콩의 ‘중국은행 타워’는 온통 삼각형 투성이일 정도로 그의 삼각형 사랑은 남다르다. 그 결정체가 ‘20세기 피라미드’라 극찬받는 루브르 유리 피라미드다. 가로·세로 각 35m, 높이 22m의 전통 피라미드형과 지하에 거루로 선 피라미드가 있다. 하나는 지하 루브르의 주 출입 현관문이고, 또 하나는 지하 전시장의 천창 역할을 한다. 지하 피라미드 아래에는 돌로 만든 또 다른 피라미드가 있다. 당시 너무 파격적인 디자인에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지만 미테랑 당시 대통령이 밀어 부쳐 빛을 보았다. 저자는 “좋은 공공 건축물이 나오려면 안목이 좋은 정치가나 행정가가 필요함을 입증한 사례”라고 말한다.◇ ‘민주주의의 완성체’ 독일 국회의사당독일의 국회의사당을 적대국이던 영국의 건축가(노먼 포스터)가 새로 지었다. 독일 스스로 더 이상 열등감과 패배감이 없음을 보여준 사례다. 건축가는 절대 권력의 상징이던 기존 의사당의 ‘돔’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신에 투명한 유리 전망대로 탈바꿈시켜 아래 국회 회의장을 내려다 볼 수 있게 했다. 건물 주변도 잔디밭 공원으로 조성하면서 의사당 지붕으로 연결시켜, 마치 의원들이 국민들의 발 아래에 있는 것 같은 공간 구조를 만들었다. 저자는 “민주주의의 완성을 보여주는 통쾌한 건축 디자인”이라며, 우리 정부세종청사가 보안 상의 이유로 육상 정원 등 극히 일부만 개방한 것과 대비된다고 비판했다. 돔에는 거울로 만든 추 모양의 중앙 구조물을 통해 햇빛이 반사되는 하이테크 기술까지 보여준다. 저자가 “죽기 전에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절망감을 느끼게 해 준 건축물”이라고 말했다.◇ ‘비정형의 백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건축가 프랑크 게리는 감성적이고 직관적 영감을 주는 예술적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저자는 그를 건축가라기 보다 예술가라고 극찬했다. 게리는 특히 물고기에 강한 애착을 보인다. 역동적인 곡면과 빛에 따라 변하는 비늘의 느낌을 건축적으로 구현하려 애썼다. 실내 공간까지 갖춘 물고기 모양의 완성된 건축물 결정체가 이 미술관이다. 그는 프로젝트 하나를 수행하는데 60개 정도의 모형을 제작해 본다고 한다. 종이를 구겨 여러 형태를 만든 후 마음에 들면 컴퓨터 모델링을 하는 독특한 방법이다. 그가 개척한 파격적인 디자인은 후배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그의 비정형 제작 기술 덕분에 다양한 형태의 건축물이 실현될 수 있었다. 저자는 “우리가 울산이나 거제도 조선소를 이용해 이 미술관 같은 건축물을 먼저 지었다면 아마도 수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모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한다.◇ ‘공중권’을 탄생시킨 시티그룹 센터59층 높이의 이 건축물은 꼭대기가 남쪽으로 45도 경사진 좌우 비대칭형이다. 경사진 테라스에 고급 아파트 100채를 넣을 계획이었으나 건축 규제 탓에 불발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 건물을 ‘가장 훌륭한 오피스 건축물’이라 평가했다. 경제적 혜안과 사회적 이해, 타협과 중재, 창의력, 구조 기술력, 친 환경 사고 등이 총 망라되었다는 것이다. 이 건물은 특히 ‘공중권’을 활용한 건축물로 유명하다. 당초 부지에 있던 교회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공중권을 사들여 12층 높이의 교회 지붕 위 공간에 건축물을 올렸다. 그렇게 비워진 교회 옆 땅들은 시민 광장으로 활용되었고 뉴욕시는 10층을 더 올릴 수 있도록 허가해 주었다. 건축가 휴 스터빈스는 거대한 네 개의 중앙 기둥으로 건물 전체 하중을 지탱하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취했다. 덕분에 내부의 개방성은 물론 탁 트인 풍경을 안겼다. 바람에 건물이 흔들리는 위험성을 상쇄하기 위해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특별 기계장치를 설치해 안정감을 높였다.◇ ‘자연과의 협업’ 도미누스 와이너리‘와인의 고장’ 캘리포니아의 도미누스 와이너리는 긴 가로 상자형 건축물이다. 하지만 가장 자연스러운 건축물이다. ‘게비온(gabion)’이라는 상자형 철망 속에 돌을 넣어 차곡 차곡 쌓아 올렸다. 아래 쪽은 하중을 버티기 위해 작은 돌로 빼곡하게 채우고 윗쪽은 큰 돌을 담았다. 여기에 빛을 비추면 돌 사이 틈새로 빛이 새어 들어 마치 나뭇잎 사이로 빛이 들어오는 듯한 풍광을 연출한다. 건축가 자크 헤르조그와 피에르 드 뫼롱은 캘리포니아의 강한 빛과 ‘와이너리’라는 건물 용도의 조화를 위해 게비온 빛의 불규칙성을 십분 활용했다. ‘인간의 구상’과 ‘자연의 섭리’가 합쳐진 협업 공간을 만들었다. 이들은 2001년 건축계 노벨상 ‘프리츠커상’ 수상 후 베이징국립경기장을 설계해 세계적인 건축가의 반열에 올랐다. 그들이 추구하는 불규칙한 아름다움의 디자인 철학도 새의 둥지를 닮은 이 경기장에 그대로 녹아있다.◇ ‘메타볼리즘의 정수’ 해비타크 67캐나다 몬트리올의 ‘해비타트 67’은 158세대가 사는 아파트다. 이 아파트가 주목을 끄는 이유는 개방형 테라스로 ‘마당 있는 삶’이 가능한 때문이다. 층계식이라 시야도 탁 트였다. 세대별로 모양도 다르고 레고 블록 같은 조립식에 각기 다른 마감재를 사용해 개성이 듬북 담겼다. 덕분에 공사 기간을 혁신적으로 줄여 공사비 절감이 가능했다. 세포가 증식하는 듯한 모양의 ‘메타볼리즘(metabolism)’ 건축 양식이 조화롭다. 옥상 수영장이 딸린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을 설계한 모세 사프디가 20대 학생 때 실험적으로 구상했던 작품이다. 이런 아파트가 가능한 이유는 우리와 달리 동과 동 사이 거리유지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파트 건물 가로 길이도 60m를 넘으면 안된다. 저자는 “우리도 건축 법규를 업그레이드해 마당 같은 발코니나 베란다가 있는 아파트가 중산층 주거의 표준 모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두꺼비집’ 연상시키는 데시마 미술관일본 남쪽 데시마섬의 이 미술관은 멀리서 보면 예전에 모래밭에서 “두껍아 두껍아…”하며 놀며 짓던 그 ‘두꺼비 집’이다.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는 흙을 사람의 키보다 높게 쌓아 곱고 완만한 언덕을 만들었다. 그 위에 비닐을 깐 다음 구멍 두 개를 만들고 이를 피해 철근을 심고는 콘크리트를 부었다. 콘크리트가 굳은 후 구멍에서 흙을 다 파내면 얇은 조개 껍데기 같은 콘크리트 지붕이 나온다. 영락없이 두꺼비집 놀이 방식이다. 전문 건축용어로 ‘셀 구조’라고 한다. 벽체와 지붕이 너무 얇아 마치 얇은 만두피로 만든 것 같다. 저자 조차 ‘어떻게 이게 서 있을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가질 정도다. 이음 선도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장도 완벽하다. 이 미술관의 백미는 얇은 콘크리트 지붕에 시원하게 뚫린 큰 구멍들이다. 바닥에는 여기저기 물방울이 모여 고여 있는 얕은 물들이 매끄러운 바닥을 따라 떠돈다. 미술가 나이토 레이의 작품이라고 한다.◇ ‘21세기 고인돌’ CCTV 본사 빌딩고인돌 처럼 가분수 모양의 건축물은 늘 ‘과시욕’의 상징이었다. 베이징의 CCTV 본사 빌딩도 ‘2008년 북경올림픽’ 과시용이었다. 두 개의 타워가 비스듬하게 올라가 36층 상충부에서 연결되는 형태다. 금방이라도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다. 렘 콜하스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완성시킨 세계적 구조 회사 오브 아루프의 기술력을 도움 받아 건축했다. 입면의 대각선은 간격이 제각각이다. 구조적으로 힘을 많이 받는 부분에 더 많은 부재를 보강해 균형을 잡았다. 두 개의 타워를 먼저 완성하고, 양쪽 타워에서 나뭇가지처럼 구조물을 뻗어 중간에서 만나는 방식으로 공정을 설계했다. 대각선 그리드가 뻗어 나가는 바닥 면을 붙잡아 줌으로써 36층 바닥이 공중에서 만나게 해 주었다. 기자, 시나리오 작가라는 특이한 경력을 자랑 하는 그를 저자는 “대도시에 대한 자신만의 고찰을 응용해 건축을 만들어내는 스마트한 건축가”라고 평가한다.◇ ‘쇠로 만든 오아시스’ 루브르 아부다비프랑스 대표 건축가 장 누벨은 ‘사막의 장미’로 불리는 카타르국립박물관과 ‘쇠로 만든 오아시스’라는 루브르 아부다비를 중동에 남겼다. 아부다비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구상한 8개의 박물관과 미술관 건립 프로젝트 중 가장 먼저 개관했다. 루브르 박물관이 30년 전시 큐레이션을 맡는다. 컨셉은 ‘오아시스의 야자수 그늘’이다. 지붕에 납마시라비아 문양의 철판을 여러 겹 겹쳐 강렬한 햇볕이 불규칙하게 들어오게 디자인했다. 지붕의 지름이 무려 180m다. 정사각형 주변 네 변으로 각각 삼각형이 하나씩 붙은 모양의 스크린을 각각 4겹 씩 총 8겹으로 위 아래에 쌓아 거대한 스크린을 완성했다. 야자수 그늘 같은 지붕을 만들겠다는 시적인 상상력이 엄청난 기술력의 뒷받침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마지막 전시코스가 돔의 정중앙부가 되게 동선을 배치함으로써, 빛 천장을 우러러보는 클라이막스 장관을 연출한 점도 충격이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3-06-17 07:00 조진래 기자

방탄소년단 '데뷔 10주년' 기념도서, 베스트셀러 1위… 예약판매 하루 만

(사진=빅히트뮤직)방탄소년단(BTS)이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출간한 도서가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16일 예스24가 발표한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책 ‘비욘드 더 스토리(BEYOND THE STORY : 10-YEAR RECORD OF BTS)’가 정상에 올랐다.이는 지난 15일 한국어판 예약판매가 시작된 지 하루 만이다.‘비욘드 더 스토리’는 방탄소년단이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그간의 활동을 회고하며 비상을 기약하는 내용이다. 멤버들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이들이 처음 모인 시절부터 ‘21세기 팝 아이콘’이 되기까지의 노력과 성장 과정 등을 다룬다.특히, 방탄소년단의 미공개 사진과 역대 앨범 정보, 영상 등을 볼 수 있는 QR 코드가 300개 이상 삽입돼 눈길을 끈다.내달 9일 정식 발간되는 이 책은 글로벌 팬들을 위해 한국어를 비롯한 영어, 일본어 등 총 23개의 언어로 출간될 예정이다.한편, 데뷔 10주년을 맞은 방탄소년단은 팬과 함께 즐기는 축제인 ‘2023 BTS 페스타’(BTS FESTA)를 서울 주요 명소에서 개최하고 있다. 오는 17일에는 리더 RM이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의 행사장에 마련된 ‘아미 라운지’에 직접 등장해 ‘오후 5시, 김남준입니다’라는 특별 코너를 진행한다.정유리 인턴기자 krystal2000@viva100.com

2023-06-16 10:00 정유리 인턴기자

[비바 2080] 100세 신간 <인제에서 살아보기>

이 책은 서울시50플러스재단 도심권사업팀이 냈다는 점에서 일던 눈길을 끈다. 2022년 가을에 신중년 10명이 전국에서 손꼽히는 청정지역 ‘인제’로 여행가는 것처럼 떠나 인제 지역살이를 탐문하는 모습을 그린 책이다. 인제의 멋드러진 자연과 문화뿐만 아니라 20대에서 70대까지 인제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기록했다. 2020년에 처음 발간했던 남원에서 살아보기와 2022년 강릉에서 살아보기에 이어 ‘여행처럼 시작하는 지역살이 가이드북’세 번째 권이다.한 때 군 입대를 할 때마다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하는 자조 섞인 한 숨을 내게 했던 그 인제가 이제는 다양한 문화시설까지 갖춘 최고의 지역살이 선호지역으로 탈바꿈했음을 서울시가 보증한 셈이다.1명의 신중년들은 각각 미션을 부여 받아 이 지역의 자연과 환경, 문화와 예술, 그리고 지역 기반 비즈니스 등을 탐색한다. 인제라는 ‘자연 마을’ 자체를 너무 사랑해 귀촌한 사람들은 물론 문학과 예술 관련 시설을 운영하거나, 전공을 살려 지역 공방을 운영하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보는 인제에서의 삶을 전해 준다.여기에 농촌 마을 공동체 사업을 추진하는 마을 대표, 평화와 생명 운동을 하는 사람들, 지원기관에서 이들을 돕는 활동가와 공직자 등을 통해 인제에서의 삶의 의미와 가치를 전해 듣는다.저자들은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라는 말이 이제는 ‘인제(이제야) 가서 원통하다’는 말로 바뀐 지 오래라고 말한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시외버스로 1시간 40분이면 닿을 수 있게 된 것이 결정적이다. 서울의 2.7배 면적에 이르는 광활한 자연 마을이라 귀촌처로 인기가 높지만, 여전히 전국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낮을 만큼 청정 자연 마을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다.남한 최고의 명산 설악산이 지근거리에 있고 점봉산과 방태산, 대암산 등 1000미터가 넘는 고산들이 계절마다 색다른 풍광을 선사하며 자연 마을의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여기에 미시령과 한계령, 은비령 등 안개와 풍광이 어우러지는 이름난 고개들과 백담계곡, 선녀탕, 대승폭포 같은 최고의 자연명소들이 잘 어우러져 있고 한때 ‘오지 트레킹’으로 악명이 자자했던 진동계곡도 이젠 지금거리다.이밖에 백담사와 한국시집박물관, 박인환문학관, 여초서예관 같은 문화예술 공간도 함께 어우러져 있다. 군 단위 지역으로는 매우 드물게 영화관까지 생겨 자연과 문화, 인문이 조화를 이루는 귀향 귀촌의 첫 손 마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5060을 중심으로 최근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지역 살아보기’의 대상지로 더 없이 훌륭하다는 게 10명의 신중년 탐방자들의 결론이다. 비록 그것에 완전히 정주하지는 않더라도 정기적인 방문·여행지이자 제2의 고향으로 여길 수 있는 많은 장점이 있다고 이들은 소개한다. 그렇게 사랑을 나누다 보며 ‘귀촌 맛보기’를 하다 보면 인제에서 노년 살기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을 지 모를 일이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3-06-14 10:00 조진래 기자

[비바 2080] 100세 신간 <지금부터 다르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미국 최고의 노인정신의학 전문의이자 알츠하이머 및 노인정신건강 분야의 국제 전문가인 저자 마크 아그로닌(Marc E. Agronin)은 “나이 든다는 것은 늙는다는 것이 아니라 성장한다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 책도 그런 관점에서 쓰여졌다.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나이가 들면 더 강해지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나이 듦이 가져다 주는 이로움이 있으며, 이를 발견할 때 우리는 오히려 더 성장하고 나아진다고 주장한다.이 책의 부제는 ‘찬란한 인생 후반기를 준비하는 당신을 위한 필수 안내서’이다. ‘건강하고 희망적인 노년’에 대한 저자의 오랜 연구 결과를 담은 임상보고서다. 저자는 앞서 2018년에 노인은 없다는 책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그는 일관되게 이렇게 주장한다. “우리의 몸과 두뇌가 나이 들면서 기능이 약해지고 퇴보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전체적인 기능은 전과 다름없이 안정적으로 작용하며, 어떤 측면은 오히려 개선되기도 한다. 젊어서부터 준비하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진다.”저자는 다가오는 ‘노년’을 단순히 쇠락의 시기로 보지 말고, 나이 듦에 따라 생기는 수 많은 장점들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할 것을 권한다. 무엇보다 나이 든다는 자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것을 강조한다. “나이 듦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큰 힘이 있으며, 노인에게는 이 세상에 보탬이 되는 중요한 강점들이 있다”고 말한다.노인의 세 가지 강점으로 그는 지혜와 회복탄력성, 그리고 창의성을 든다. 지혜는 지식과 기술, 판단력, 리더십, 타인에 대한 배려, 호기심, 영성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회복탄력성은 스트레스에 대처하고 기초적인 기능을 회복하는 능력으로, 노년에 이 능력이 다방면으로 증진된다고 강조한다. 창조성은 다소 의외다. 하지만 저자는 나이가 들면 오히려 이전에 없던 통찰력이 생겨 창조성이 더욱 발달한다고 주장한다. 엉켜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활동이나 관계를 형성하는데 더 능숙해 진다는 것이다.저자는 그러나 단순히 나이가 든다고 이런 능력들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런 능력을 얻으려면 역시 나이 듦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고 말한다. 또 자신만의 강점을 인식하고 그런 힘과 능력을 키울 방법을 젊을 때부터 생각해 보라고 권한다. 이런 노년의 능력을 젊어서부터 배우고 익힌다면 더욱 행복한 노년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젊을 때보다 더 유연하고, 창조적이며, 가치 있는 삶을 만드는 법을 찾아보라는 것이다.그는 나이가 들면 신체 기능이 저하되거나 망가지고, 뇌 기능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저 ‘끔찍한 비극’으로 여겨 두려워해선 안된다고 말한다. 아동기나 청소년기처럼 노년 역시 성인의 주요 발달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노년기야말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창조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을 권한다.저자는 우리 모두가 나이 들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주위 사람들과 깊은 유대감을 맺을 때, 우리의 신체와 두뇌도 젊은 시절 못지않게 성장을 거듭한다고 강조한다. 나이 듦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우리의 신체 기능과 건강, 수명은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나이 듦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보다 생존율 중위값이 7.5년 더 길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한다.책 말미에 수록된 ‘실천 계획표’는 독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평생 우리가 쌓아온 것은 무엇인지, 가족과 공동체에서 내 역할은 무엇인지, 나이가 더 들어도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등을 적다 보면 어느 새 ‘지금도 늦지 않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자신의 인생 후반전이 전반전보다 나아질 수 있는 지 여부는 오로지 본인 스스로의 인식과 다짐, 노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저자는 고령 인구가 많은 미국 플로리다주의 최대 비영리 장기요양 보호기관인 MJH(Miami Jewish Health)에서 오랫동안 8090 연령대의 노화를 집중 연구해 왔다. 덕분에 노년에 육체적·정신적 어려움을 겪던 이들이 어떻게 이를 극복하고 평화로운 노년을 맞을 수 있었는지를 직접 관철하고 인터뷰해 ‘지혜롭게 나이 드는 법’의 해답을 찾게 도와준다.저자가 내린 결론은 “나이 듦의 가치와 가능성을 발견할 때 누구나 지금부터 다르게 나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늙는 것’과 ‘나이 드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고 수차례 강조한다. 누구나 늙지 않으려 별 애를 쓰지만, 청춘을 되돌리는 비법은 ‘나이 듦 그 자체’라고 말한다. 노화는 치료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신이 내린 보상이자 해결책’이라고 강조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3-06-12 10:25 조진래 기자

[비바100] 휴대폰·수면부족·불량식단… 집중력 도둑을 멀리하라

(사진출처=게티이미지)‘집중력 저하의 시대’다. 전 세계 공통의 사회적 이슈다. 저자는 그 원인을 ‘개인’보다 ‘환경’에서 찾는다. 집중력 저하는 개인적인 실패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사회가 집중력 문제를 유발하는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비판한다. 집중력을 훼손하는 강력한 외부의 힘이 작용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집중력을 ‘도둑 맞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작금의 집중력 위기의 시대에 우리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을 일러 준다.◇ 분주한 환경 속에 더욱 어려워지는 ‘몰입’오늘날 평균적인 사무직 노동자가 하루에 방해받지 않는 시간은 한 시간도 안된다고 한다. 포춘 선정 500대 기업의 CEO는 겨우 28분이란다. 우리가 하루에 핸드폰을 2617번이나 만진다는 통계도 있다. 저자는 “우리는 점점 더 짧게 집중하고, 주변의 모든 시스템은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너무 빠른 속도, 너무 잦은 멀티 태스킹 환경 속에 부대끼고 있다는 얘기다.빠른 속도는 곧 ‘적은 이해’를 뜻한다. 저자는 인간 본성에 알맞은 속도로 이동하는 연습을 해야 집중력이 훈련된다고 말한다. 또 ‘끊임없는 전환’이 집중력을 저하시키는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전환에 시간을 많이 쓰는 사람은 더 느리고, 실수가 잦고, 덜 창의적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과부하를 조장하며 주의력을 분산시키는 요인들과 자신을 항상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가장 깊은 형태의 집중 상태가 ‘몰입’이다. 명확한 목표 아래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하며,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않는 일을 해야 가능한 경지다. 저자는 “목표가 너무 어려우면 평정심을 잃고 몰입할 수 없다”면서 “산만함에서 벗어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자신만의 몰입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한다.저자는 ‘독서’가 가장 단순하고 흔한 몰입의 하나지만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고 개탄한다. 하루 5.4시간을 핸드폰을 보면서 독서 시간은 평균 17분에 그치는 게 현실이다. 그는 “독서의 붕괴가 어떤 면에서는 집중력 감퇴의 중상이자 원인”이라고 꼬집는다. 또 어느 새 우리는 하나에 오래 관심을 기울여선 안되고, 늘 빠르게 세상을 해석하고 이해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비판한다.◇ 집중력을 떨어트리는 결정적 요인들잘못된 잠이 우리의 집중력을 망가트린다. 수면 부족은 특히 어린이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빠른 속도로 집중력에 문제를 일으키며 종종 조증 상태에 빠지거나 행동 과잉 상태를 유발한다. 사춘기 이후 대부분 그 상태에 적응해버린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낮 동안 쌓인 찌꺼기를 자면서 정화하려면 ‘숙면’을 위해 자기 전에 노출되는 빛의 양을 줄이고, 심부체온을 낮춰야 한다.집중력 저해 요소 중 하나로 자주 ‘딴 생각’이 지목된다. 하지만 저자는 “딴 생각을 많이 할수록 더욱 체계적인 목표를 세우고, 더 창의적이며, 끈기 있는 장기적 결정을 더 잘 내린다”며 반론을 편다. “딴 생각은 사실 ‘반드시 필요한 또 다른 형태의 집중’”이라고 강조한다. 스트레스가 많고 위험한 상황에서 딴 생각은 고통이지만, 그 반대라면 창조적 힘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무엇보다 스트레스가 집중력 저하의 원흉이다. 저자가 2020년에 미국과 영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사람들이 꼽은 집중력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48%)였다. 출산과 노화 같은 생활변화가 비슷한 수치로 2위였고, 수면 어려움과 수면 방해가 43%로 3위, 그 다음이 핸드폰(37%)이었다. 스트레스는 종종 집중력 저하를 일으키는 불면증 같은 문제도 촉발한다.값싸고 형편없는 식단도 문제다. 현재 식단은 에너지의 급상승과 급강하를 주기적으로 유발한다. 그래서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되어 오랜 시간 집중하지 못한다. 뇌에 좋은 영양분도 없다. 식품기업은 점점 우리의 원시적 쾌락 중추를 겨냥한다. 현대 식단은 마약 같은 화학물질도 많이 함유한다. 저자는 “슈퍼마켓 중앙에 진열된 것 들은 사실상 전혀 음식이 아니다”라고 비판한다.대기오염도 집중력을 심하게 훼손한다. 오염이 심할 수록 뇌 손상도 심해진다. 환경 때문에 내분비계가 엉망이 되고 있다는 증거는 차고도 넘친다. 저자는 “오늘날 모든 아이들이 유독성 물질범벅에 오염된 채로 태어난다”고 힐난한다.◇ 우리를 추적 조종하는 테크 기업들많은 사람들이 주의력 분산의 주요 해결책으로 ‘개인의 절제’를 강조하지만 저자는 “환경 변화만이 해법”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테크 기업들을 지목한다. 페이스북은 우리가 화면을 들여다보는 시간만큼 돈을 벌고, 구글은 검색할 때마다 우리의 모든 것을 스캔하고 분류·저장해 우리의 축적된 프로필을 광고주에게 판매한다고 비판한다. 그는 “테크 기업들이 무언가 공짜로 준다면 우리 정보를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라며 이런 ‘감시 자본주의’의 알고리즘이 우리를 최대한 산만하게 만들어 집중력을 방해하도록 설계된다고 지적한다. 알고리즘이 신경 쓰는 것은 오직 하나, 우리가 계속 스크롤을 내릴 것인지 뿐이라고 비판한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긍정적이고 잔잔한 것보다 부정적이고 충격적인 것을 훨씬 오래 바라본다. 그들은 우리를 화나고 격노하게 만드는 일에 누구보다 뛰어나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전환을 자주 하게 만든다. 우리 스스로를 내치는 방법을 학습시킨다. 페이스북 조차 자신들의 추천 시스템이 문제를 키운다며 현재의 사업모델을 폐기해야 한다는 내부 결론을 내린 바 있다.“감시 자본주의를 금지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저자는 나아가 정부가 이들 기업을 인수해 공동 소유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독재적인 남용 우려가 크지만, 국민이 소유해 자금을 대고 있는 영국 BBC방송국의 예를 들면서 정부에서 독립해 공동소유하는 방안을 언급한다. 인간의 목적을 이해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게 돕는 방식으로 설계될 수도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금된 아이들, 그리고 잘못된 ADHD 진단현재 미국 청소년의 13% 정도가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를 진단받고 그 중 대다수가 강력한 각성제를 처방 받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ADHD 발생 확률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주변환경’, 특히 ‘환경이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였다고 강조한다. 스트레스가 심한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더 집중력 문제를 겪고 ADHD 진단을 받을 확률이 높았다는 것이다.특히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부모들이 받는 큰 스트레스인 것으로 드러났다. 저자는 “스트레스가 쌓인 부모는 자신이 너무 흥분한 상태이기에 자기 잘못이 아닌 다른 이유로 자녀 달래기를 힘들어 한다”면서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부모가 아이에게 관심을 더 쏟을 수 있고, 그러면 아이는 더 큰 안정감을 느낀다”고 말한다.저자는 갈수록 ‘학업’에 더 많은 시간을 쓰는 아이들을 걱정하며 ‘놀이’의 중요성을 각별히 강조한다. 우리는 적응력이 뛰어나고, 맥락을 평가할 능력이 있고, 비판적 사고가 가능한 뇌를 만들어 내길 바라는데, 이 모든 기술이 놀이에서 단련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부모들은 안전을 이유로 아이들을 가두려 하지만 우리 삶은 그 안전지대에서 벗어나는 순간 비로소 시작된다”고 강조한다.저자는 “어른들의 역할은 아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자유롭게 놀지 못하게 하고, 전자기기 회면과 소통하는 것 외에는 별로 할 것이 없는 집 안에 가두는 것은 아이들을 무감각하고 지루하게 만들 뿐이라고 비판한다. 아이들이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아이들 책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고 꼬집는다.◇ ‘집중력의 반란’이 필요한 때다저자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계속 심각한 수면 부족과 과로 상태에 있다면, 3분마다 작업을 전환한다면, 우리 약점을 파악하고 조종해 계속 스크롤을 내리게 하는 웹 사이트에 추적되고 감시된다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과 각성 상태가 된다면, 에너지의 급상승과 급강하를 일으키는 식단을 먹는다면, 뇌에 염증을 일으키는 독소로 가득찬 화학물질 스프를 매일 들이마신다면, 우리 사회의 심각한 집중력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그 대안은 집단을 조직해 대항하는 것, 우리의 집중력에 불을 지르는 세력에 맞서 우리의 치유를 돕는 힘으로 그것을 대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집중력이 잘 자라서 잠재력을 온전히 피워내려면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어른에게는 ‘몰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감시 자본주의를 금지하고, 주 4일제를 도입해 휴식을 주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어린 시절을 되찾아야 한다고 밝힌다. 저자는 “우리는 현재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그래서 지금처럼 인류에게 집중력이 필요한 때가 없었다”고 강조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3-06-10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남들 가는 대로… 이대로 계속 가실 건가요?

인간이 빚어낸 집단사고의 ‘오류’에 관한 보고서다. 저자는 현대인들이 집단착각, 즉 ‘사회적 거짓말’에 빠져 있다고 비판한다.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 같은 상황 속에서 산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추구하고 있다고 잘못 생각하는 가치관에 맞춰 스스로를 꽈배기처럼 꼬아대고 있다”고 꼬집는다. 그는 “인간이 너무 사회적인 동물이라, 과도한 ‘순응편향’과 사회규범에 대한 맹신에 사로잡혀 자주 집단착각에 빠진다”며 그런 본능을 다스릴 교육과 학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순응’의 함정장기 이식 환자를 위해 기증된 신장 가운데 5분의 1이 버려진다고 한다. ‘한번 거부된’ 신장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앞 사람이 거부했기에 특별한 이유 없이 뒷 사람도 거부한다. 저자는 이를 ‘따라쟁이의 함정’이라고 말한다. 이유도 모르고 그저 다른 이의 행동을 따라하는 함정에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빠져 든다. 무리에서 쫓겨나지는 않을까 근심할 때 더욱 그렇다.‘집단 지성’이 순식간에 ‘집단 무지성’으로 전락한다. 연쇄적인 모방은 위험하고 비생산적이다. 과거 튤립 광란이나 철도 광란, 생수 광란 등은 인간의 이성적 판단을 방해하는 ‘모방 본능’의 결과였다.화이트칼라일수록 ‘명성’에 발목 잡히기 쉽다. 특히 정상에 있지 않은 대다수 전문직은 자신의 경력을 지키기 위해 더더욱 조용히 입을 다물고 따라가는 편을 택한다.◇ 소속감을 위한 거짓말저자는 “생존적으로 우리는 어딘가에 속하는 것을 갈망하도록 뇌 과학적으로 진화해 왔다”고 말한다.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때 우리 뇌에서는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안정감을 찾는다. 인터넷에서 무시당하거나 배제 당하는 ‘사이버 도편추방’은 소속감과 자기존중감 상실을 부른다. 우리가 ‘사회적 추방’에 대한 반응기제를 너무나도 강력하게 자동화하는 이유다.우리는 공동체에서 쫓겨날 위협을 느낄 때 내집단과 외집단의 경계마저 흐려질 정도로 반응한다. 스스로의 거짓말을 믿어버리는 ‘투명성의 환상’으로 인해 스스로를 끔찍하게 거짓말 못하는 거짓말쟁이라고 느낀다. 스스로 투명성을 과장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는 집단에 소속되기 위해 스스로를 속이게 된다.◇ 달콤한 침묵저자는 “우리에게는 사회적 고립에 대한 ‘생물학적 공포’가 내재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다수’가 되려는 욕망 탓에 판단은 더 흐려지고 제 목소리를 내지 않게 된다. 반면 다수의 일원이 되면 더 많이 자주 ‘불편한 침묵’을 택한다. 누군가 용감한 이가 나서주길, 그래서 쉽게 그의 뒤를 따를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런 침묵이 결국 집단 착각을 만들고 유지하는 원동력이 된다.우리는 종종 ‘목청 큰 소수’를 다수라 착각하고 그에 따라 침묵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납득시키곤 한다. 최근에는 소셜 봇이 만들어 내는 ‘가짜 다수’까지 잘못된 정보를 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틀렸을 리가 없어”라며 침묵시킨다. 이런 구조화된 현실 부정이 사회 규범이 되고, 결국 불의가 용납되는 세상이 된다. 저자는 “그러니 우리 모두는 집단착각의 적극적 공범”이라고 꼬집는다.◇ ‘모방 욕망’의 위험성우리는 자신이 얼마나 순응하고 있는지 과소평가한다. 저자는 “인간은 집단과 달라붙어 있도록 생물학적 차원에서 결정된 존재”라며 그것이 순응의 함정에 빠지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외톨이가 되지 않으려 확실한 증거마저 믿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모방하며, 다른 이들의 욕망 역시 본능적으로 모방해 버리고 만다.우리는 스스로의 믿음과 생각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모습에 맞춰 스스로를 고정해 간다. 하지만 이런 ‘모방 욕망’은 위험하다. 공유할 수 없는 것을 모두가 원하면 경쟁이 치열해져 폭력이 분출하기도 한다. 상대적 우월감을 느끼려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희생하려는 사람들도 많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사실이라고 믿으면 그것이 현실이 된다”고 말한다.◇ 사회적 규범 맹종의 결과는…우리는 사회적 규범에 맹종한다. 하지만 저자는 많은 사회적 규범들이 언제나 자의적인 규칙일 뿐이라고 말한다. 복잡한 식탁 예절도 사실은 자신이 상류 계급에 속함을 보여주려는 의도였다고 말한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생겨난 이런 ‘귀속 규범’이 문제다. 너무도 사회적 규범을 갈망한 나머지, 매우 희박한 근거만으로도 사회적 규범을 만들어낸다.저자는 ‘뇌가 게으르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우리 뇌는 ‘예측가능한’ 규범을 갈구하기에, 족족 규범을 찾아내 스스로에게 적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적 규범을 집단 착각으로 바꿔버리는 오류에 곧잘 빠진다. 저자는 이런 자의적 규범이 결국 우리를 순응에 빠트려 집단 착각에 빠지게 만들며, 그리하여 우리 스스로가 집단 착각을 만들어내는 존재로 만든다고 비판한다.◇ 우리 모두가 집단 착각의 장본인자신의 진짜 생각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의 숫자가 어떤 임계점을 넘어서게 되면, 침묵은 스스로를 강화하는 나쁜 피드백을 형성한다. 그것은 결국 자기충족적 예언이 된다. 저자는 “우리 뇌는 요즘 같은 막대한 정보를 소화할 정도로 복잡한 메커니즘을 갖출 수 있게 진화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며 안타까워 한다.어느 새 우리는 ‘알고리즘’ 속에 살아가게 되었다. 사람들은 정보의 신뢰도와 무관하게 같은 정보에 반복 노출되면 그것을 정확하다고 인식하는 경향을 보인다. 소셜 미디어는 그렇게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자기 본질을 말하지 않고 숨긴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 모두가 집단 착각을 만들고 유지하는 장본인”이라며 각자의 책임을 강조한다.◇ ‘인상 관리’의 시대어느 새 정직하지 않고 냉소적으로 구는 것이 기본인 세상이 되었다. 진심으로 믿는 바에 솔직해지는 대신,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지에 초점을 맞추는 ‘인상 관리’의 시대다. 소셜 미디어 덕분에 우리는 가짜로 만들어진 삶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자신과 타인을 이해할 능력마저 빼앗겼다. 이제는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도록 압박 당한다.‘미끄러진 비탈길 효과’ 이론이 여기에 딱이다. 자신의 행태를 정당화하고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록, 제지당할 때 까지 계속 나쁜 짓을 하게 된다. ‘이건 나쁜 게 아니야’라는 스스로의 거짓말이 습관화되어 집단 착각으로 발전한다. 저자는 “적극적으로 배우고 훈련해야 다른 사람들을 ‘덜 모방하게’ 된다”고 말한다.◇ 낯선 이를 향한 신뢰저자는 오늘날 모든 조직과 단체가 ‘관리하는 자’와 ‘관리당하는 자’로 나뉜다고 꼬집는다. 관리당하는 자들이 스스로를 위해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없을 것이라는 전제 아래, 만들어진 구조 속에서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더 건강하고 안전하며 공정한 사회에서 살고 싶다면 서로에 대한 신뢰부터 회복할 것을 강조한다. 그 전제는 ‘집단 착각을 다 함께 떨쳐버리는 것’이라고 말한다.저자는 현대인들이 다른 사람 대부분이 믿을 만한 존재가 아니고 그럴 가치도 없다는 식으로 인간 본성에 대한 잘못된 전제까지 받아들이고 있다고 우려한다. 그는 “사람들은 믿을 만한 존재다. 다만, 우리는 사람들이 믿음직하지 않다는 집단 착각 속에 살고 있을 뿐이다”라고 강조한다.◇ 침묵과 거짓이 가져다 줄 세상저자는 집단 착각이 유리알처럼 쉽게 깨질 수 있음을 증명한 체코슬로바키아의 하벨 전 대통령을 높이 평가한다. 그의 에세이 ‘힘 없는 자들의 힘’에서처럼 강압된 힘의 공허함을 모두가 깨닫고 힘을 모은 덕분에 체코가 해방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순응할수록 우리 집단은 피해를 본다”며 “우리가 침묵에 빠지면 집단의 개선과 성장에 필수적인 것들을 제대로 이룰 수 없다”고 강조한다.우리는 소외되고 쫓겨날 가능성이 있다는 ‘공포’를 이유로 자신의 행동이 불러올 개인적·집단적 비용을 정당화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맹목적인 순응이 어쩌면 우리가 저지르는 가장 이기적인 행동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는 규범을 깨부수고 집단 착각에 균열을 내려는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서로 진실을 말하면 함께 풀지 못할 일이 없다”고 말한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3-06-03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월가 뒤흔든 '두 얼굴'의 그들… 냉혹한 기업사냥꾼, 냉철한 기업분석꾼

(사진출처=게티이미지)1950년대에 ‘주주 포퓰리즘’이 등장해 기업 의결권이 기업자본가에서 연기금과 뮤추얼펀드로 넘어가면서 1960~1970년대는 그들의 전성시대가 되었다. 1980년대 기업사냥꾼이 무섭게 세를 확장했지만 이후 다시 기관투자가들이 헤지펀드 행동주의자들과 결탁해 기업경영에 깊숙이 개입하게 된다. 이 책은 헤지펀드 매니저가 쓴 ‘주주행동주의’의 역사다. 저자는 ‘주주=무능, 이사회=부패’라는 선입견을 깨고 균형적인 시각으로 이 책을 썼다. 주주에게는 장기적인 안목을, 경영진과 이사회에는 경영능력을 주문했다. 기업의 바람직한 지배구조와 현명한 주주행동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는 책이다.◇ 현대 주주행동주의의 태동 ‘벤저민 그레이엄’도박판 같던 주식시장에 ‘펀더멘탈’ 중심의 가치투자 기법을 도입한 인물이다. 그는 ‘안전마진’ 개념을 처음 소개했다. 주가가 내재가치 보다 훨씬 저평가되었더라도 안전마진이 있다면 회사 이익이 줄어도 손실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미래이익이나 보유자산 청산을 보고 기업의 진정한 가치를 평가한, 앞서가는 투자자였다. 그레이엄은 처음으로 기업의 잉여현금을 돌려 받은 인물로 더 유명하다. 대상은 록펠러 계열의 ‘노던파이프라인’였다. 그는 이 회사가 막대한 현금과 채권을 주주들에게 숨겨 결국 주식 가치를 떨어트렸다고 판단했다. 그는 주당 90달러까지 특별배당을 지급해도 무리 없을 것이라며 주주총회에서 잉여현금을 주주들에게 분배하라고 촉구해 관철시켰다.그레이엄은 주주들이 경영진의 전횡을 방치했다고 보았다. 기업의 자본배분에 초점을 둔 그의 주주행동주의는 이후 경영진 임명과 경영권 획득 수준까지 이르게 된다. 그는 그러나 승리를 통한 수익보다 스릴 넘치는 대결 과정 자체를 즐겼다. 예순 한 살에 일찍 은퇴했지만, 그의 제자인 워런 버핏은 가치투자 기법을 잘 다듬어 거대한 부를 창출했다.◇ 월가를 긴장시킨 위임장 전문가 ‘로버트 영’듀퐁 화학공장의 말단 화약 운반기사로 출발해 월스트리트에서 성공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1954년 CO철도 경영권다툼에서 6000명 소액주주들을 등에 업고 JP 모건과의 최대의 위임장 대결에서 승리했고, 이어 미국 2위 철도회사 뉴욕센트럴과의 위임장 대결에서도 이겨 정점을 찍었다. 이런 엄청난 위임장 대결을 계기로 오늘날의 ‘기업사냥꾼’이 탄생했다.그는 주주들에게 “뉴욕센트럴과의 위임장 대결에서 이겨 이사회 의장이 된다면 연봉 1달러만 받겠다”고 약속했다. 자신이 주주들로 이사회를 구성하면 ‘개미군단’ 소액주주들의 이해관계와 회사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게 된다고 설득했다. 더 많은 이익배당 약속과 함께 CEO인 화이트가 받는 푸짐한 보상과 퇴직금도 문제 삼았다. 그는 스스로를 ‘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용감한 전사’라고 자부했다. 저자는 “어쩌면 위임장 장 대결은 강력한 투자전략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잊혔던 주주의 권리와 주주가치의 개념, 상장 기업의 역할이 위임장 대결로 다시 논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위임장 대결은 곧 적대적 공개매수에 자리를 내주었고, 위임장 전문가들도 기업사냥꾼에 밀려났다.◇ 가치투자자의 행동주의 ‘워런 버핏’워런 버핏은 저평가된 기업의 주식을 사 이사회를 차지하거나 경영권을 인수하는 투자 전략으로 유명하다. 그가 아메리칸익스프레스를 구한 일화는 몇 몇 주주들의 단기이익 극대화 시도를 무산시킨 선례로 남아 있다. 그는 창고에 있지도 않은 샐러드오일을 담보로 아멕스로부터 창고증권을 발행받아 수백만 달러를 대출받으려던 ‘얼라이드’의 거대 사기극을 막았다.당시 사기로 인한 막대한 손실로 주가는 폭락했지만 버핏은 오히려 아멕스 주식을 대규모로 사들였다. 한 때 그의 포트폴리오에서 이 회사 비중이 33%에 육박할 정도였다. 그는 투자자들이 겁먹고 과잉반응한 탓에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했다고 판단했다. 실적을 조사해 보고는 아멕스의 브랜드 가치가 손상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그는 아멕스의 투자 리스크란 일시적인 배당 중단 정도가 전부라고 보았다. 실제로 샐러드오일 피해자들과 합의한 보상금액은 세후 3200만 달러에 불과했다. 버핏은 이 투자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고, 곧 이름 없던 직물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해 굴지의 지금의 거대기업으로 키웠다.◇ 현금 쥔 무서운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1985년 2월 아이칸은 필립스페트롤리엄에 “회사 인수를 제안한다. 거부하면 공개매수를 시도하겠다”는 서한을 보냈다. 제의와 협박을 동시에 행하는 전형적인 ‘베어 허그(bear hug)’였다. 이 사건은 기업 인수합병 역사에서 포이즌 필의 초기 원형을 엿볼 수 있는 첫 사례이자, 확보된 자금도 없이 이뤄진 사상 최대 규모 공개매수로 기록되었다.그에 맞서 회사는 몇 가지 주주환원 정책을 펼쳤지만 부결됐다. 대기업이 위임장 대결에서 패한 첫 사례였다. 결국 그에게 비용 명목으로 2500만 달러를 지급키로 했고, 그는 10주 만에 5000만 달러 수익을 챙겼다. 아이칸은 “나는 이기는 게 목적인 사람이다. 이긴다는 것은 곧 돈을 의미한다”고 자랑했다.그는 위임장 전문가들과는 달리 ‘현금’이라는 무서운 무기를 갖고 있었다. 정크본드 시장에서 조달한 돈으로 특정 주식을 더 높은 가격에 되사는 ‘그린 메일’ 방식을 애용했다. 그러나 포이즌필이 확산되어 기업사냥꾼 규제가 강화되고 기관투자가들이 힘을 얻으면서 그의 시대도 곧 저물었다.◇ GM을 구하려다 상처 입은 ‘로스 페로’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무려 19%를 득표했던 그는 원래 EDS(일렉트로닉 데이터시스템즈)를 창업한 미국 최고의 사업가였다. GM이 EDS를 인수하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GM의 최대주주이자 이사가 되었다. 하지만 GM은 이미 관료주의에 발목 잡혀 몰락하고 있었다. 페로는 1985년 10월 GM의 이사회 의장 겸 CEO였던 로저 스미스에게 무거운 서한을 보냈다.그는 스미스가 9년 동안 투입한 800억 달러가 대부분 실패였다고 비판했다. 1985년 휴즈항공사를 50억 달러에 인수하려던 계획까지 반대했다. 이사회는 페로와 다른 EDS 고위 임원의 사임을 조건으로 그들에게 7억 달러가 넘는 돈을 주기로 결정했다. 페로가 이에 합의했고,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안 대형 연기금들은 GM에 등을 돌렸다.GM이 100억 달러 비용절감 및 역대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계획까지 밝혔지만 허사였다. 기관투자가들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고 GM의 몰락은 가속화됐다. 페로 역시 GM을 망친 인물로 비판받았다. 페로와 GM의 싸움은 주주행동주의와 상장기업 지배구조에서 일대 전환기를 맞게 해 주었다. 기관투자가들이 각성하기 시작했고 기업사냥꾼의 시대가 종말을 고했다.◇ 잘못된 주주행동주의 피해자 ‘BKF캐피탈’2003년 말 BKF캐피탈은 운용자산 130억 달러에 운용수입이 1억 달러에 육박했다.하지만 좀처럼 주가가 오르지 않았다. 주주들은 직원들에 대한 과도한 보상을 문제 삼았다. 이 때 헤지펀드인 스틸파트너스가 지분을 취득한 후 새로운 이사 3명 선임과 배당금 확대와 자사주 매입, 그리고 BKF가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비해 도입한 포이즌필을 포기하라고 압박했다.주총 직전에 또 다른 헤지펀드가 낮은 마진과 높은 임금을 빌미로 공격해 왔다. 결국 BKF는 포이즌필을 철회하고 이사 시차임기제를 없애기로 했다. 마지막까지 존 레빈 CEO가 “장기적으로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려면 직원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읍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이사회는 스틸파트너스가 내세운 이사들로 채워졌다. 그리고 15개월 후인 2006년 9월 말 BKF는 운용자산을 모두 잃고 껍데기 회사로 전락했다. 주가는 90%나 급락했다.BKF사례는 주주가치를 엄청나게 파괴한, 재앙 같은 주주행동주의의 사례로 기록되었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3-05-27 07:00 조진래 기자

[브릿지 신간] 자유와 법치의 가치를 일러주는 <자유헌정론>

자유기업원(원장 최승노)이 현대인을 위한 ‘자유 사용설명서’라 할 수 있는 하이에크의 자유헌정론을 펴냈다. 1997년에 국내에 처음 번역 소개된 이후 무려 26년 만에 개정된 번역본으로 소개되었다. 헌정 질서와 법치의 기반이 되는 자유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특히 어떻게 하면 법치를 올바르게 구현할 수 있을지를 알려주는 책이다.저자인 프리드리히 A. 하이에크는 이 책을 통해 자유의 의미를 재발견하게 도와 준다. 그는 법치를 올바르게 구현하려면 ‘자유’가 없으면 안된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시대에 부합하는 헌정질서를 이해하고 법치 시스템이 어떻게 해야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지 방법도 일러준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그 무엇보다 앞서 보호되어야 하며, 이를 보호하기 위한 법과 제도가 정비되어야 한다고 말한다.저자는 자유가 무엇이며 왜 소중한지를 소상히 설명해 준다. 그래서 이 책은 오래 전부터 ‘자유주의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책’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노예의 길에서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하이에크는 자유헌정론에서 자유주의 사상의 진수를 보여준다.자유주의 국가들이 어느 덧 ‘복지국가’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고 국가의 역할을 확대하려 한다고 비판한다. 자유의 원칙들이 바르게 수립되지 못해 정책과 제도가 위험해진다고 우려했다.자유기업원도 최근들어 자유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로 사용되면서 많은 사회적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자유’라는 단어의 큰 중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다양한 각자의 해석에 따라 다르게 이해되어 자칫 그 무엇보다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자유헌정론에 나타난 자유의 모습들을 탐구해 나간다면, 법치의 올바른 구현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법치란 ‘사람’이 아닌 ‘법’이 지배하는 국가원리다. 그렇기에 법치 시스템이 올바르게 작동돼야 우리는 자유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법치주의가 시민의 자유를 강력히 옹호할 수 있어야 자유 역시 굳건히 지켜진다. 그래서 역사 속 법과 제도를 바꾼 이들은 모두 자유를 지키기 위해 힘썼다. 그리고 그 덕분에 인류는 끊임없이 전진했고, ‘법치’는 언제나 훌륭한 대안이 되어 왔다.자유기업원은 “법치가 올바르게 구현되어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다”면서 “법치가 원활히 구현되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법과 통치를 잘 이해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한다. 문명의 발전 과정에서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역할을 했던 ‘자유’의 중요성을 재발견하고 지금 시대에 새롭게 재해석함으로써, 자유를 통해 새로운 시대에 맞는 헌정질서와 법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한다.프리드리히 A. 하이에크 저. 자유기업원. 768쪽.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3-05-24 07:45 조진래 기자

[비바100] 출발은 '개혁가'… 최후는 '독재자'

21세기는 ‘스트롱맨의 시대’다. 스트롱맨들은 대부분 자유주의 개혁가로 기대를 모았다가 예외 없이 민족주의자로 변신했다. 이들의 통치는 네 가지 공통점을 갖는다. 개인숭배 조장, 법치주의 무시, 엘리트 아닌 국민을 대변한다는 주장, 그리고 공포 및 민족주의 정치다. 이들에게 법은 반대파 제압을 위한 정치무기일 뿐이다. 자유주의를 경멸하고 권위주의 통치방식을 강화한다. 경제난을 해결 못하는 정부로 인해 국민들이 느끼는 좌절감을 적극 이용한다. 저자는 “스트롱맨 통치는 자체 결함을 가진 불안정한 정부 형태라 결국엔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스트롱맨 시대가 사라지기까지 수많은 혼란과 고통이 따를 지 모른다”고 우려한다.◇독재자의 전형 ‘푸틴’푸틴은 무자비하고 폭력적이다. 하지만 합리적이고 계산적이기도 하다. 러시아를 세계경제에 편입시키겠다던 그를 ‘믿을 만한 지도자’라 다들 오해했다. 그는 집권 첫 해부터 모든 독립적인 권력기구를 통제했고 전쟁을 이용해 지위를 강화했다. 어릴 때부터 동경했던 ‘세계 최강 구소련’의 부활을 위해 15개 독립국가를 다시 직접 통치하는 날을 꿈꾼다.남성우월적이고 권위적인 그는 러시아 밖 젊은 스트롱맨들에게 ‘영웅’이자 ‘닮고 싶은 인물’이다. 84세 되는 2036년까지 러시아 최장기 통치가 예정되어 있다. 저자는 그러나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백한 실패가 푸틴의 명성을 훼손시킬 것이라고 진단한다. 장기적으로 러시아의 미래도 암울하다고 전망한다. 노령화 속에 인구는 줄고, 아직도 위험하게 석유와 가스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자유주의 개혁가에서 변심한 ‘에르도안’튀르키예의 통치자 에르도안은 옛 오스만제국의 ‘술탄’ 황제를 꿈꾼다. 지난 14일 치러진 대선에서 49.4% 지지에 그쳐 28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그도 집권 초에는 유럽연합 가입과 사법부 독립 등을 추진하며 ‘온건한 민주적 개혁가’로 인식됐다. 하지만 군부와 갈등을 빚으면서 독재 본능을 드러냈고 이젠 노골적으로 서방을 적대시하고 자유주의를 비판한다. 시민의 자유도 계속 탄압한다.그는 헌법을 고쳐 총리에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조국을 ‘다시 존경받는 나라, 무서운 나라’로 만들겠다는 야심이다. 그는 튀르키예가 ‘국가’를 넘어 특정 문명과 문화를 대표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는 정치적 지지를 강화하려 극심한 사회 분열을 이용한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는 있지만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는 반대한다.◇마오쩌둥 따라 개인숭배 나선 ‘시진핑’시진핑은 ‘덩샤오핑의 진정한 제자’로 기대를 모았지만 사실은 마오쩌둥과 유사하다. 권력을 공고히 다지며 개인숭배를 조장한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라는 새 통치이념을 당헌으로 규정해 마오쩌둥 이후 자신의 사상을 당헌에 집어넣은 최초의 살아있는 중국 지도자가 되었다. 중국인 휴대폰에는 ‘시진핑 사상’ 학습 앱이 깔려 있다. 2018년에는 임기제한 규정을 삭제해 ‘종신 통치’의 길을 열었다.그는 반부패 운동으로 수 많은 원로와 정적들을 제거했다. 서방의 의도적인 체제 전복적 자유주의 사상이 전파돼선 안된다며 홍콩과 신장에서 가혹한 인권 탄압을 저지르고 있다. 그러면서 외교적으로는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차관과 투자로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을 넘어 세계를 선도하는 강대국이 되는 꿈을 펼치는 한, 갈등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세계 최대 민주국가의 스트롱맨 ‘모디’인도의 모디 총리는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사람’을 자처한다. 고향인 구자라트의 총리 시절엔 ‘경제개혁자’로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지금은 포퓰리즘과 민족주의를 앞세운다. 재선 이후 더욱 노골적으로 ‘힌두 우월주의’를 펼친다. 무슬림을 ‘2등 시민’으로 여기는 것은 물론, 서구사상을 추종했던 ‘건국의 아버지’ 네루마저 부정하며 그를 넘어서겠다는 의지다.2016년에 그가 느닷없이 단행했던 화폐 개혁의 피해는 온전히 빈곤층에게 돌아갔다. 경제적 타격이 컸음에도 그의 인기는 여전하다. 그래서 2021년 완공한 인도 최대 크리켓 경기장에 자기 이름을 붙이고, 자기 얼굴이 새겨진 위성도 발사했다. 인도는 이제 ‘자유국’에서 ‘부분적 자유국’으로 평가절하되고 있다. 모디의 뿌리 깊은 ‘반 이슬람’ 정서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모양새다.◇미국의 잠재적 폭탄 ‘트럼프’트럼프는 자신의 충성 지지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미국의 상황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백인은 차별받고 있으며, 엘리트 집단은 부패해 제 잇속만 챙긴다.” 덕분에 그는 2016년과 2020년 대선 때 모두 백인 유권자의 과반수 표를 받았다. 취임 후 그는 ‘법’이 아닌 ‘자신’에 대한 충성을 강요했다. 국가기관들이 반기를 들었지만 트럼프의 ‘독재자 앓이’는 멈추지 않았다.그는 텐안문 학살 30주년 성명서,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 10주년 비판 성명서, 러시아의 화학무기 사용 규탄 제재안도 모두 반대했다. 푸틴과의 관계는 여전히 의혹 덩어리다. 스스로 “나는 거칠고 비열한 사람일수록 더 잘 지낸다”고 말한다. 저자는 “트럼프 외교의 핵심은 스트롱맨들끼리 서로 편의를 봐줌으로써 자신들의 권력과 관대함을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꼬집었다.◇동남아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두테르테’2016년에 71세로 필리핀 대통령이 된 두테르테는 첫 6개월 동안 ‘마약과의 전쟁’을 빌미로 7000명 이상을 죽게 했다. 범죄와 부패 정치인에 대한 중산충의 혐오를 이용해 정치적 기반을 다졌다. 공무원 임금 인상과 국립대 수업료 면제 등으로 지지율을 80%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곧 독재자 마르코스의 시신을 국립영웅묘지에 안장하고 그가 약탈한 수십억 달러 국고를 회수하려던 특별조사단을 해체시켰다.그는 가짜 뉴스를 남발하고 반대파 탄압을 사법부까지 확대함으로써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 저자는 그가 다른 스트롱맨들과 달리 ‘이념’이 없는 ‘미숙한 민주주의자’라고 비판한다. 그는 중국 방문 중 “미국과의 전통적인 동맹관계를 포기하겠다”고 발표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하지만 친미 성향의 군부로부터 압박을 받으면서 지금은 중국 정책이 더 강경해지고 있다.◇사우디의 새 독재자 ‘빈 살만’살만 국왕의 여섯 째 아들인 빈 살만 왕세자는 나이에 따라 합의와 분할통치해 오던 낡은 ‘왕족 집단 지도체제’를 걷어내고 새로운 스트롱맨으로 자리잡았다. 군대와 석유산업, 정보기관과 경찰, 국가방위부까지 통제하며 기존 체제를 파괴해 갔다. 국방장관 임명 두 달만에, 이란의 지원을 받은 반군에 점령당한 이웃나라 예맨에 대대적인 폭격을 가하는 등 무자비한 면모도 보였다.요즘은 사우디의 새로운 미래비전을 제시하며 ‘중동을 개혁할 큰 인물’로 기대를 받는다. 하지만 그의 지배 아래 사우디는 오히려 공포 정치로 점철되고 있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사촌 왕족에 까지 충성 맹세를 강요하고 있다. 저자는 그가 보여준 무자비한 권력욕과 개인숭배 구축, 살인도 불사하는 의지 등이 ‘스트롱맨의 전형’이라고 말한다.◇스트롱맨의 ‘공적’ 조지 소로스소로스는 1990년대 공산주의가 무너진 유럽국가들이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하는데 수십 억 달러를 지원했다. 확고한 자유주의자이자 억만장자 유대인 자선가로 ‘글로벌리즘’의 상징이 됐다. 이는 곧 ‘스트롱맨의 적’이 되었다는 얘기다. 민족주의 스트롱맨 시대에 그는 국제주의자였다. 집단이 아닌 개인의 권리를 중시했다. 나치에 침공당한 헝가리 출신이라는 태생적 배경이 그 배경이었다.무엇보다 ‘열린 사회’ 이론으로 관용과 합리적 회의주의 등을 주창했던 오스트리아 철학자 칼 포퍼의 영향이 컸다. 자주 ‘교활한 국제금융가’라는 비판이 덧씌워지긴 하지만 그는 ‘정치적 자선’을 목표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열린 사회라는 대의 실현에 막대한 재산을 투입해 왔다. “소로스가 날 탄핵하려 했다”고 주장하던 트럼프는 여전히 ‘반 소로스’ 압박을 펼치고 있다.◇스트롱맨 시대의 바이든은…바이든은 국내에서는 트럼프의 영향력이 여전한 공화당과, 해외에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독재적이 스트롱맨들과 대치 중이다. 그는 위험한 트럼프주의에 국민들이 현혹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2조 달러에 가까운 경기부양책을 펼쳤다. 그러나 2021년 여름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로 대혼란이 야기됐다. 지금 미국 관료들은 바이든이 실패할 까봐, 그리고 트럼프가 재 집권했을 때 그것이 미국과 전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벌써 두려워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3-05-20 07:00 조진래 기자

[갓구운책] 먹이가 없어 서울에 왔더니, 둥지가 없어 알을 낳지 못해?

‘인구소멸과 로컬리즘’ (전영수 지음, 라의눈 펴냄)◇ 북핵보다 무서운 인구소멸2022년 대한민국 출산율 0.78. 충격적 수치다. 나라 밖에서는 가장 먼저 소멸할 국가로 주저 없이 한국을 꼽는다. 북핵보다 더 무섭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세계 그 어느 나라도 가 보지 못한 미증유의 세계, 보다 정확히는 낭떠러지를 향해 달려가는 대한민국의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후속 세대의 부재는 건강한 사회 구조와 지속성을 망가뜨린다. 결국 내 연금이 깎이고, 내 노동 여건이 왜곡되고, 내가 사는 지방도시가 붕괴된다.지난 20년간 정부는 인구 대책에 380조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부었다. 현 상황을 보건대, 그 많은 예산 투입과 갖은 노력들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중앙정부도, 지방정부도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니 ‘효과 없음’으로 판명난 대책과 방법들이 포장만 조금 바꿔 또다시 반복된다. 해본 것을 하는 게 편하고 책임에서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관성, 고정관념, 보신주의가 만든 악순환의 트랩에 갇힌 셈이다.◇인구문제의 핵심은 ‘도농격차’...로컬리즘이 해결책인구소멸은 전 국가적, 전방위적 문제이지만 늘 그렇듯 약한 고리에서부터 문제를 일으킨다. 수도권보다는 지방, 그것도 농·산·어촌에 가장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좋은 학교, 좋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향하는 청년들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 문제는 모든 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수도권이다.그런데 도시는 대표적 저출산지다. 치열한 경쟁과 높은 생활 및 주거 비용으로 청년 세대는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다. 항간에는 ‘먹이가 없어서 서울에 왔더니, 둥지가 없어서 알을 낳지 못한다’라는 자조 섞인 유행어가 떠돈다. 그러니 지방소멸, 인구소멸의 원인은 자원 독점이 빚어낸 비정상과 불균형에 기인한다. 즉 핵심은 도농격차이고, 인구대책은 일자리 문제로 귀결된다.서울은 전 국토의 0.8%에 불과하다. 좀 더 범위를 넓혀 수도권으로 본다 해도 12% 정도이다. 여기에 52%의 사람들이 모여 산다는 것은 아무리 좋게 봐도 정상이 아니다. 이미 늦었지만 창의적인 지역 특화 일자리 창출을 고민해야 한다. 로컬리즘은 우리 사회를 정상으로 돌리고 미래 지속을 위해 꼭 해야 할 실험이다. 더 이상 피해 갈 수 없다. 괴물화된 서울의 구심력을 해체하고 유령화된 과소지역으로의 원심력을 강화할 강력한 아이디어다. 로컬리즘은 불행한 사회를 풀어낼 마지막 카드일지도 모른다.◇최신 이론과 선진 사례로 맞춰가는 로컬리즘 실행 퍼즐이 책은 생사의 기로에 선 대한민국 지방도시를 위한 다양한 전략과 아이디어로 채워졌다. 우리는 최신 이론과 선진 사례를 등대 삼아 우리만의 항해법으로 깜깜한 바다를 헤쳐 나가야 한다. 지난 20년간 380조를 퍼부어도 별무효과였다면 이제 생각도 방법도 바꿔야 한다. 새로운 ‘로컬리즘’이란 관성과 보신주의를 버릴 용기와 한계와 고정관념을 돌파할 대담함까지 포함된 개념이다. 뉴 로컬리즘의 길을 차근차근 가다 보면, 어느 순간 절망의 공간이 희망의 현장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이 책은 크게 4가지로 구성된다. 우선 그간의 잘못된 정책 대응이 빚어낸 도농격차와 인구절벽이 남긴 반성과 교훈으로 시작한다. 다음은 ‘누가 할 것인가’의 문제를 로컬리즘의 주체 재설정이라는 차원에서 심도 있게 고민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와 관련해서는 투입하는 자원을 어떻게 연결해 성과를 낼 것인가를 탐구한다. 결론은 ‘어떻게 할 것인가’로 요약된다. 돈 잘 버는, 그래서 지속가능한 특화형 로컬리즘을 구현하기 위한 전략과 아이디어들을 최신 이론과 선진 사례 등을 통해 차근차근 풀어놓는다.◇대한민국 229개 지자체를 살리는 로컬리즘 전략과 아이디어!로컬리즘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지역 문제는 지역에 답이 있고,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주체는 행정도 전문가도 아닌 당사자인 지역주민이라는 전제는 원칙론에 가깝기 때문이다. 단지 우리가 그동안 그 원칙을 무시했을 뿐이다. 인구문제에 있어서는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봤다’라는 얘기들을 자주 듣는다. 그럴지도 모른다. 손쉽고 번듯한 행정발, 예산발 사업은 다 해봤을 수 있다.하지만 기본으로 돌아가 실패의 원인을 찾고, 작고 소박하고 느릴지언정 로컬의 지속가능성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선택하는 어려우면서도 폼이 나지 않는 일은 해보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우리에겐 고정관념을 깨는 상상력과 관성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날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야 이 책이 소개하는 새로운 로컬리즘 전략과 아이디어가 비로소 보일 것이다. 단 로컬 현장은 모습도 성향도 제각각이다. 모든 로컬에 맞는 공식 같은 것은 없다. 229개 로컬엔 229개의 로컬 모델이 필요한 이유다. 저자는 각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이 자신만의 길을 만들고, 자신만의 성공스토리를 써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05-13 09:48 이형구 기자

[비바100] 사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경영 12條'

저자는 일본 교세라 그룹의 창업주이다. 교세라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NTT의 독점에 맞서 KDDI를 세워 일본 통신서비스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데 기여했으며, 파산 직전이던 JAL(일본항공)의 재건 책임을 떠안아 1년 만에 흑자전환시키고 세계 최대 수익 항공사로 탈바꿈시켰다. 이 책은 ‘경영의 신’으로 칭송받던 그가 2022년 8월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자신의 경영철학을 집대성해 남긴 유작이다. 그는 경영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경영자들을 위해 ‘어느 사업이든 성공으로 이끄는 경영 12개 조’를 제시했다. “인간의 생각은 반드시 실현된다”는 철학을 밑바탕으로 둔 ‘담론’이 가슴에 와 닿는다.◇ 공정하고 명분 있는 사업 목적, 그리고 구체적인 목표그는 ‘사원 행복’을 경영의 최우선 순위로 꼽는다. “기업경영의 진정한 목적은 지금은 물론 미래에도 사원들과 그 가족의 생활을 지켜나가는 데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물심양면으로 전 사원의 행복추구’를 기치로 내세웠다. 여기에 사회의 공기로서 책무를 다하기 위해 ‘인류사회의 진보발전에 공헌한다’는 항목을 추가해 교세라의 경영이념으로 삼았다.일본항공 재건 때 그는 사원들에게 “일본항공이 재건에 성공하면 일본경제도 회생하게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국민들이 갖게 될 것”이라며 명확한 대의명분을 제시했다. 이것이 동기부여되어 재건에 성공했다. 구체적인 목표와 전 직원의 공유도 강조한다. 조직의 비전이나 목표를 높게 잡고 그것을 집단에 불어넣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창업 초기부터 ‘일본 제일, 세계 제일의 기업이 되자’는 장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덕분에 교세라는 창립 이래 50년 이상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고 거의 10% 이상의 수익률을 유지해 왔다.그는 사업의 목적이나 의의는 가능하면 ‘차원 높은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숭고한 목적을 위해 일한다’는 대의명분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현 계획은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공간적, 시간적으로 명확해야 한다고 했다. 회사 전체의 막연한 숫자가 아니라 조직별로, 사원 한 사람까지도 명확한 지침 아래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심지어 그는 “좀처럼 달성하기 어려운 장기적인 경영계획은 세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 역시 매년 1년 단위로 경영계획을 세우고 어떻게든 달성하려 노력했다.◇ 강렬한 열망과 강한 의지, 불타는 투혼저자는 ‘어떻게든지 달성하고 싶다는 열망’이 성공의 열쇠라고 말한다. 잠재의식에 투영될 정도로 강하고 지속적인 열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목표가 어렵고 높을수록 ‘된다는 생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할 수 없는 것이라 말한다. 계획이나 목표의 달성 가능성에 조금의 의심도 갖지 말고, 어떻게든 그것을 실현하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을 품으라고 독려한다.저자는 “경영이란 경영자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많은 경영자들이 목표를 달성 못하고는 변명 하거나 목표를 수정 혹은 철회하기 일쑤라고 비판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이 사원들로부터 “해 봅시다”라는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경영목표라는 ‘경영자의 의지’를 ‘전 사원의 의지’로 바꿔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력을 다한다’고 할 정도로, 결코 포기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경영에 임해야 한다고 말한다.그는 또 “경영자라면 ‘절대로 지지 않는다’는 불굴의 각오를 다져야 한다”고 말한다. ‘투쟁심’이다. 분별력과 리더십과 더불어 빠트릴 수 없는 리더의 요건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기업을 둘러싼 어려운 경영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지향해 가는 것도 투쟁심의 하나라고 얘기한다. 목숨을 걸고 회사를 지킨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용기, 그리고 누구에게도 지지않을 노력저자는 “성공으로 이르는 지름길은 없다”고 단언한다. “노력이야 말로 성공에 이르는 왕도(王道)”라고 말한다. 교세라 역시 누구에게 지지않을 정도의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짧은 기간만이라도 승부를 벌인다는 마음으로 전력 질주했다고 회고했다.그는 ‘내 나름대로’라는 어중간한 노력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한다. 누구에게도 지지않을 노력이 필요하며, 바보 취급을 받을 정도의 열의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인생·일의 결과=능력×열의×사고방식’이라는 공식도 제시한다. “성공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전혀 희생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며 리더의 자기희생도 강조한다.더불어 경영자로서 진정한 용기를 강조한다.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판단을 단호하게 내릴 수 있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리더란 ‘지식’을 ‘견식’, 즉 자신이 믿고 있는 바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신념이 있어야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여기에 무엇도 두려워 않는 ‘담력’이 추가되면 금상첨화다.◇ 매출·비용 관리와 가격결정 경영저자는 평생을 ‘매출 최대, 비용 최소’를 경영의 대원칙으로 삼아왔다. 그래서 ‘매출을 늘리면 비용도 늘어난다’는 고루한 상식에 사로잡히지 말 것을 강조한다. 매출이 증가한다고 무조건 직원과 설비를 늘리는 ‘덧셈경영’은 절대 안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특유의 ‘아베마 경영’을 얘기한다. 교세라에는 지금도 10여 명의 아메바라는 소집단이 1000개 이상 짜여져 ‘시간당 채산제’를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저자는 경영자의 중요한 업무로 ‘가격 결정’을 든다. 원가 구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임원을 뽑을 때 ‘우동포장마차로 장사 해보기’를 생각했었다고 회고한다. 포장마차에 경영의 모든 것이 망라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곳에서 고객이 기꺼이 사 줄 수 있는 최고의 가격을 찾는 경험을 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가격 결정이 곧 경영이며, 경영자가 할 몫”이라고 말한다. 고객에게 ‘얼마에 사시겠습니까’라고 묻고 고객이 정하는 가치를 찾아 상담을 진행하라고 권고한다. 무조건 ‘싸면 좋다’가 아니라, 영업 전략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는 점을 인식하고 경영하라는 얘기다.◇ 창조심과 배려심, 그리고 늘 긍정적인 생각과 자세저자는 ‘독창적인 경영’을 각별히 강조한다. 늘 창조적인 일에 관심을 두고 개량하고 개선하는 노력을 촉구했다. 세상의 어마어마한 발명이나 발견도 사소한 노력들이 쌓여져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항상 창조적으로 일을 한다는 업무 방침 하에 경영자가 솔선수범하면 3~4년 후에는 반드시 창조적인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확언한다.그는 “성공했을 때의 모습이나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다면 사업에 착수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낙천적으로 구상하고 비관적으로 계획하고, 전향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교세라 역시 수요의 창조, 기술의 창조, 상품의 창조, 시장의 창조라는 4가지 창조를 반복해오면서 오늘날처럼 성장했다고 말한다.저자는 기업을 인수할 때 조차도 상대방을 최대한 배려하라고 조언한다. ‘진짜 장사’는 손님도 잘되고 자기자신도 잘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경영자란 승부처에서 강렬한 투혼을 발휘하고, 어떤 경우에도 좌절하지 않을 의지력을 지녀야 한다고 말한다. 항상 꿈과 희망을 품은 사람에게는 그것을 채워주는 미래가 반드시 나타난다고 얘기한다.마지막으로 그는 평소에 리더가 마음에 담아야 할 일을 ‘6가지 정진’으로 요약했다.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노력, 겸손, 매일 매일의 반성, 살아있는 것에 대한 감사, 선행과 이타심 쌓기, 감성적인 고민 않기 등이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경영 12개조1. 사업의 목적과 의의를 명확히 한다2. 구체적인 목표를 세운다3. 강렬한 열망을 가슴에 품는다4. 누구에게 지지않을 노력을 한다5. 매출을 최대한 늘리고 비용은 최대한 억제한다6. 가격결정이 곧 경영이다7. 경영은 강한 의지에 좌우된다8. 불타는 투혼으로 승부한다9. 용기를 가지고 일에 임한다10. 항상 창조적으로 일한다11. 배려의 마음으로 성실하게 모두를 대한다12. 항상 밝고 긍정적인 생각과 자세를 갖는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3-05-13 07:00 조진래 기자

[브릿지 신간] 마크 매크린들 <알파의 시대>

저자는 ‘알파 세대’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 낸 사람이다. 그가 정의하는 ‘알파 세대’란 2010년에서 2024년에 태어난, 그리고 태어날 인구 집단이다. 모든 구성원이 21세기에 태어난 최초의 신인류 집단이다. 숫자로도 거의 22억 명에 달해 ‘베이비부머 세대’를 뛰어넘어 인류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세대 집단이 될 집단이다.이들은 디지털을 넘어 가상 세계에 익숙한, 아날로그 경험이 없는 인류 최초의 버추얼(가상) 세대다. 말하는 인공지능(AI)에게서 말을 배우고 아이패드를 끼고 태어난 ‘AI 네이티브’ 세대다. 이들에게는 수입을 넘어서는 막강한 경제적 영향력이 있다. 55조 규모의 ‘뉴 맘 이코노미(The New Mom Economy) 시장’을 좌지우지한다. 브랜드부터 대중문화, 음악과 영화, 패션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한다. 투표를 할 수 없는 연령대임에도 정치적 영향력도 갖고 있다.이들은 기술을 단지 ‘소비’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형성한다. 어릴 때부터 다른 어느 세대보다 많은 교육을 받기에 이들에게 교육은 대단히 중요한 이슈이자 과제다. 이들을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 인류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파 세대 사이에 갈수록 널리 퍼지는 정신건강 문제는 또 다른 과제다.이 책은 비즈니스 관점과 양육 관점에서 신인류 알파세대를 전방위로 분석한 최초의 책이다. 최신의 인구 통계와 기술 트렌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알파 세대를 분석했다. 가깝게는 10년 정도 후면 우리는 이들과 사회나 조직에서 함께 섞여 살거나 일을 하는 날이 온다. 알파 세대를 이해하고 탐구해야 하는 이유다.세계적인 사회학자이자 미래학자로 매크린들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마크 매크린들과 사회연구학자 애슐리 펠, 그리고 전문작가 샘 버커필드는 이제부터라도 알파 세대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을 통해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들이 살아갈 미래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직 정체성이 완성되지 않은 알파세대들이 제 방향을 찾아 성장하도록 선배 세대들이 잘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저자들은 이와 관련해 우리 어른들이 알파세대의 독특한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디지털 온리(DigitalOnly) 세대’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들을 이해하고 소통하려면 우리 역시 디지털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이들은 또 그런 디지털 환경 속에 얻은 엄청난 정보력 덕분에 그 어느 세대보다 사회적이나 심리적으로 조숙한 ‘업에이저(Up-Ager)’ 들이다. 아는 것도 많지만 무엇보다 각종 경제사회적 이슈에 일찍부터 자기만의 가치관을 정립했다. 누가 뭐라 해도 흔들리지 않는 ‘자기만의 것’이 있다는 얘기다.자자들은 이 책에서 알파 세재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향후 불거질 수 있는 세대간 갈등 비용을 최소화할 방법론을 제시한다. 이들은 부모의 역할을 각별히 강조한다. 엄마와 아빠에게 과거 자신이 양육받았던 양육 방식은 버리고, 어릴 때부터 집안일에 대한 책임을 분배하고 가족간 유대를 튼튼하게 만들어 줄 것을 권고한다. 적응력과 함께 인내력과 책임감을 더 키울 수 있도록 하고 특히 자연과 친할 수 있는 환경을 가능한 충분히 만들어 주라고 조언한다.알파 세대의 리더십에 관해서도 각별히 강조한다. 알파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훨씬 많은 직업과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이 젊은 친구들이 회복력을 기를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상황을 제대로 캐치하는 통찰력을 기를 수 있게 해 주고, 무엇보다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저항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배움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변화무쌍한 시대 변화와 속도를 감안해 이들에게 정서지능과 문화지능을 고르게 발달시켜주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3-05-12 12:03 조진래 기자

[비바100] 꿈에도 보기싫은 미래? 행동하지 않으면 현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저자는 세계적인 환경과학자다. 그는 숫자와 통계를 활용해 우리 문명의 현실을 과학적으로 파헤치고 미래를 전망한다. 기후변화부터 식량과 에너지 문제에 이르기까지 ‘위기의 시대’에 그가 제시하는 인류 미래의 모습은 우리의 상식이나 기대와 조금 다르다. 그는 “20~30년이면 탈 탄소화가 끝나고 재생에너지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얼토당토 않다”고 말한다. 희망고문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현실에 기반 않는 시나리오가 문제”라고 비판한다. 이어 “결국은 지금 우리의 행동이 우리의 미래를 만들 것”이라며 전 지구적 ’지속가능한 공조’를 촉구했다.◇ 역사상 유례 없는 에너지 사용  인류는 역사상 전례 없는 양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원 의존도가 높아지는 추세지만, 이에 완전히 의존하려면 전기를 대규모로 장기간 저장하는 장치를 개발해야 한다는 게 숙제지만, 이미 인류는 장기적으로 사회를 전기화하려는 추세에 돌입했다. 1970년부터 2020년까지 50년 동안 세계 전기 생산은 5배나 증가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소비되는 최종 에너지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18%에 불과하다.저자는 곧 대규모 전기저장 방법이 개발되지 못하면 원자력발전이 부활할 것이라고 말한다. 요즘 핵 원자로는 90% 이상의 효율성에 수명은 40년이 넘는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 한국만이 원전 확대에 열중할 뿐이며 미국이 개발한 소형 모듈 안전 원자로는 아직 상업화되지 않았다. 저자는 그러나 “EU도 원자력 없이는 탈 탄소화 목표에 도달할 수 없음을 인정했다”며 원전 반대 목소리는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그러면서 “2040년이면 화석연료가 세계 일차 에너지 수요의 54%를 공급할텐데 이를 10년 내 제로로 떨어트린다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되묻는다. 50억 명이 소비하는 에너지량을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그는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분명한 것은 화석연료를 느닷없이 포기할 수 없다는 사실”이라며, “화석연료는 갑자기 종말을 맞지 않을 것이고, 점진적으로 사용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화석연료에 과하게 의존하는 식량식량생산은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한다. 1970년 이후로 질소비료의 합성은 농업에 투입한 보조 에너지 가운데 으뜸이었다. 800g의 통밀 생산에 80㎖의 디젤유가 필요하다. 최종 소비 단계까지 총비용은 ㎏당 600㎖의 에너지 소비에 해당한다. 육용계 사육과 사료에 투입되는 총 에너지는 가장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1㎏의 식용류 당 약 200㎖의 디젤유에 해당한다. 채식주의자들은 야채 안에 화석연료가 잔뜩 담겼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모든 해산물의 탄소발자국 평균값은 놀라울 정도로 높아 ㎏당 700㎖에 달한다.1900~2000년에 세계 인구는 3.7배 늘었지만 경작지는 40% 느는 데 그쳤다. 인간이 농업에 인위적으로 더한 에너지 보조(농약, 농기계 연료 등)는 90배나 증가했다. 식량을 덜 낭비해야 에너지 투입도 줄일 수 있다. 매우 높은 식품 손실률도 문제다. 뿌리 식물과 열매와 채소는 거의 절반, 어류는 3분의 1, 곡류는 30%가 폐기된다. 버려지는 음식물의 70%가 잘못 조리하거나 너무 많이 준비한 까닭에 버려진다.저자는 지나치게 기름지고 육고기 중심적인 식단과 결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고 채식주의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그는 “엄격한 채식주의는 소중한 생산량의 낭비”라고 말한다. 저자는 생산 측면에서는 합성 질소비료 의존을 줄이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제한적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은 빵 덩이로든 물고기로든 변형된 화석연료를 먹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대체 불가능한 시멘트와 강철, 플라스틱, 암모니아저자는 시멘트와 강철, 플라스틱, 암모니아를 ‘현대 문명의 네 기둥’이라고 말한다. 엄청나게 쓰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대체가 불가능한 품목들이다. 네 물질 모두의 대량생산 시 화석연료의 연소에 크게 영향 받는다. 네 필수품목을 만들기 위해 세계 일차에너지의 약 17%가 쓰인다. 저자는 이 물질들을 채굴하고 가공하는데 쓰이는 부의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얻을 때까지는 화석연료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암모니아 합성질소비료는 지금도 인류의 절반을 먹여 살린다. 비료 사용량을 줄여야 마땅하고 줄일 수도 있지만, 아프리카가 문제다. 최적의 대안은 비 콩과식물로 대체하는 것이지만, 유전공학이 아직 시행조차 하지 않은 방법이다. 플라스틱 생산량은 1925년 2만 톤에서 2019년에 3억 7000만 톤으로 치솟았다. 저자는 “플라스틱의 무분별한 폐기가 플라스틱의 적절한 사용까지 반대해야 하는 이유는 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바다에서 발견되는 대부분의 극세사도 마모된 합성섬유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 아니라 90% 이상이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반박한다.강철의 인장강도는 알루미늄의 7배, 구리의 4배 수준이다. 경도는 각각 4배, 8배다. 내열성은 섭씨 1425도로 최고다. 연간 철광석 생산량은 25억 톤에 이른다. 재활용하는 강철이 연간 총 생산량의 30%이며, 고철은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수출품이다. 하지만 온실효과의 주범이기도 하다. 콘크리트는 ‘도시’를 가능케 해 주었다. 문제는 상태가 나빠진 콘크리트 구조물의 폐기 및 교체가 대규모로 임박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인구 노령화와 도시 이주, 경제 세계화, 지방 쇠락으로 세계 전역에서 콘크리트가 점점 더 많이 버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무너져 가는 세계화인류에게 진정한 세계적 통신수단을 제공한 것은 ‘전신’이었다. 여기에 디젤엔진과 비행, 무선이 더해지면서 세계화가 가속화되었다. 선박용 대형 디젤엔진, 항공기용 터빈 등으로 복합 수송이 가능해진 컨테이너, 정보처리 규모와 속도를 확장시켜 준 마이크로 칩 덕에 세계화는 최고조에 달했다. 세계경제 생산에서 국제무역 비중이 1973년 약 30%에서 2008년에는 61%까지 증가했다. 그 대부분이 1999년 이후에 거둔 성과였다.하지만 얼마 전부터 친 세계화 정서가 뚜렷히 약화하고 있다. 가속화하는 북미와 유럽 일본의 탈 산업화와 중국으로 이동한 제조업 때문이었다. 가치 사슬의 세계적 확장은 2011년을 정점으로 완만하게 줄고 있다. UNCTAD(유엔무역개발회의)는 제조업을 아시아에서 북미와 유럽으로 되돌림으로써 거치사슬을 분화하지 말고 더 짧게 바꿔가자고 했고, 브루킹스연구소는 “첨단 제조업의 리쇼어링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저자는 “어쩌면 우리는 이미 세계화의 정점에 올라섰을 수 있다”며 이 내리막이 수십 년 동안 계속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현실 기반한 탈 탄소 시나리오를”저자는 “대기중 산소는 예나 지금이나 상당히 안정적”이라고 평가한다. 아마존 열대림을 일부러 태우더라도 그것이 지구로부터 산소를 빼앗아가는 짓은 아니라고 말한다. 부적절한 일반화, 편향된 해석, 명백히 잘못된 정보라고 반박한다. 매년 적어도 3000억 톤의 산소가 지상과 해양 광합성에 의해 흡수되고 비슷한 양이 배출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물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한다. “우리가 물을 펑펑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물 부족의 영향을 받는 사람은 16억~24억 명에 이른다.저자는 지금 누구나 탈 탄소화를 얘기하지만, 중국과 아시아의 다른 곳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그런 시도가 무색해 졌다고 비판한다. 그는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 화석연료의 연소는 지후 온난화의 주범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요즘 탈 탄소 시나리오는 화석 탄소 시대를 신속히 끝내는 방법을 제안하느라 바쁠 뿐, ‘현실’에 기반한 설명은 부족하다”고 꼬집는다.◇ “우리 행동에 미래에 달려있다”우리가 직면하는 모든 위험 중에서 기후변화가 가장 화급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할 문제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저자는 “기후변화라는 난제를 상대하려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전 지구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게다가 그 노력을 상당한 규모로 오래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반드시 국제적 합의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그는 “적어도 두 세대 동안은 지속해야 온실가스 배출을 완전히는 못해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실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과감한 감축은 수십 년 내에는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기후-경제 모형에 따르면 2020년에 배출 완화 노력을 시작하면 손익분기점은 2080년 안팎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미래의 모습은 지금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3-04-29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수치심에 몸서리친 당신, 오늘도 낚이셨군요

(사진출처=게티이미지)저자는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잘못된 운용을 파헤쳤던 대량살상 수학무기의 저자다. 그는 인간의 수치심을 조장하고 이를 통해 이익을 챙기는 일체를 ‘셰임 머신(Shame Machine)’이라고 칭했다. 이 책은 수치심이 돈과 권력이 되는 현실을 낱낱이 폭로한다. 수치심이 인간의 의지를 꺾고 침묵시키며 편향성을 갖는 양상을 고발한다. 특히 디지털 대기업들이 사람들을 다투고 조롱하게 만드는 폐해를 비판한다. 그는 “수치심의 영역에서 우리 대부분은 피해자이면서 가해자”라며 “이런 ‘이중성’ 탓에 수치심 안에 사업기회가 넘쳐난다”고 일갈한다. ◇ 비만비만인들은 대개 의료시설 대신 심야 TV나 인터넷에서 빠른 해결책을 찾는다. 수치심에서 벗어나려다 스스로를 해친다. 덕분에 다이어트 시장은 미국에서 720억 달러 산업으로 성장했다. 비만 확산을 ‘치료’ 한 게 아니라, 비만과 더불어 ‘성장’했다.다이어트 시장은 ‘실패’가 핵심이다. 84%가 실패하지만 다시 그 회사를 찾는다. 이 산업을 지탱하는 비결이다. 성공 기준은 턱없이 자의적이고, 신빙성이 거의 없다. 실패한 사람들의 ‘침묵’이 통계의 정확성을 떨어트려 이 산업을 더욱 키운다.비만인들은 TV에서 필사적으로 살을 빼려는 사람들을 보며 종종 수치심을 잊고 자신감을 찾는다. 저자는 “우리가 잘못된 가정과 유사 과학을 받아들이고 이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자책할 때 ‘수치심 복한 산업체’는 이익을 얻는다”고 말한다.◇ 약물 중독많은 중독 회복 프로그램이 중독 문제를 개인 탓으로 돌리며 수치심을 불어 넣는다. 1980년대 미국에서 벌어졌던 ‘크랙’ 중독자들에 대한 과잉 처벌이 대표적이다. 아이 두뇌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근거 없는 유사과학 탓에 마녀사냥이 극에 달했다. 코카인 500g을 소지하면 최소 5년 형량인데, 크랙은 고작 5g만 갖고 있어도 같은 형량을 받았다.중독자들은 세상이 자신들을 쓸모 없는 존재로 여긴다고 자책하고, 중독을 조장하는 수치심 머신들은 이들을 ‘갱생불가’의 하찮은 존재로 계속 낙인찍는다. 지원센터조차 큰 이윤을 챙긴다. 무료 지원을 대가로 노예처럼 부리는 곳도 있다. 사회가 중독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비난할수록 관련 산업은 더 크게 성장한다. 저자는 “피해자를 낙오자로 취급 말고, 도움이 필요한 가족으로 바라보자”고 말한다.◇ 빈곤 빈곤층은 사회에서 ‘비용’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본의 아니게 ‘자격 있는 빈곤층’이 크게 늘었다. 실업수당을 신청하러 간 수백 만 실직자들은 온갖 멸시와 모욕과 마주했다. 인간적인 모욕을 견디지 못해 아예 정부 지원금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가난의 책임이 당사자에게 있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그들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게 분위기가 조성된다.저자는 “안정된 직장이 빈곤이라는 수치심의 해독제”라고 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가난을 개인 탓으로 돌리지 않으면 빈곤층이 게을러진다는 사회 분위기 탓에 빈곤층 지원기관들조차 이들을 무시한다. 수감 후 일자리를 찾아 주는 고용지원센터에서도 협박과 강압, 수모가 빚어진다. 저자는 “빈곤층은 ‘수치심 머신에 갇힌 삶’”이라며 “사회가 빈곤층을 아무 조건 없이 도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외모 아름다움은 오래전부터 완벽한 사기이자, 지칠 줄 모르는 수치심 머신이었다. 여성청결용품 회사인 ‘바지실’은 여성 낙인찍기에 반대한다는 저항적 메시지와 함께, 여자라면 매달 체취에 신경 쓰라는 암시적 메시지를 교묘하게 섞어 홍보한다. 여성들의 ‘몸매’에 대한 걱정은 관능적 여성들이 벌이는 ‘인플루언서 사업’의 무궁무진한 원동력이기도 하다.젊음에 대한 열망과 노화에 대한 혐오, 여기에 통계조작까지 더해져 외모 산업은 날로 번창한다. 외모를 개인 선택의 잘못이라고 인식시킴으로써 수치심의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저지르는 존엄성 침해를 자극하려고 애쓰는 것이 수치신 머신을 해체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 사이버 불링‘조롱’만큼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를 붙잡는 확실한 수단은 없다. 알고리즘까지 더해져 조롱은 트래픽을 올리고 수익을 높여준다. SNS에 분노를 표현하면 속이 후련해 진다. 우리가 공짜로 제공하는 끝없는 말싸움 덕에 트래픽과 광고수입은 증가한다. 값진 고객정보는 정교한 맞춤형 광고로 이어진다. 그리고 우리의 시야는 점점 더 좁아지고 결국 남들을 경멸하게 된다.그곳에서 우리는 종종 자신도 모르게 남에게 불행을 주기도 한다. 수치스러운 데이터를 먹고 사는 다수의 기관에게는 ‘노다지’다. ‘디지털 주홍글씨’는 깨끗이 지우기가 쉽지 않고, 또 온라인 커뮤니티의 ‘좋아요’, ‘공유하기’에 현혹된다. 수치심 네트워크 안에서 우리는 사회구조에 균열을 내고, 잠깐씩 고양되는 기분을 느끼며 옹졸한 권력감이나 복수심 같은 감정에 중독된다.◇ 차별‘캐런(Karen)’은 흑인에게 특권과 권력을 휘두르는 백인 여성을 지칭한다. 과거 응원의 대상이던 이런 행태는 이제 인종차별로 엄청난 모욕을 듣는다. 이젠 동성애도 수용되는 문화가 주류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반하면 표현의 자유 등에 기댄 비합리적인 배척이 일어난다. 해리포터를 쓴 J.K.롤링 같은 특권층은 세계적인 작가였다는 이유로 ‘젠더 논쟁’에서 더 분노와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저자는 우리 모두가 실수할 자유와 함께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앨리배마 주지사 선거에 나섰던 조지 윌리스가 인종차별적 유세 도중 총상을 입고 입원했을 때 경쟁자였던 흑인 여성 셜리 치솜의 병 문안에 자괴감을 느끼고는 다음 선거에서 ‘인종 단합’을 공약으로 내 걸었던 사실을 강조한다.◇ 인셀(Incel)많은 이들이 동정(童貞)을 저주로, 독신(獨身)을 불명예로 여긴다. 여성에게 거절당하고 불만을 호소하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모인 남성들을 인셀(비자발적 독신자)이라고 한다. 이들은 자기들만의 정체성을 유지하려 애쓴다. 심지어 22세에 숫총각인 자신을 열등하게 느끼고 무차별 살인을 저지른 엘리엇 로저를 성인(聖人)으로 숭배하며 찬양한다. 일종의 자기부정이다.이들은 일반의 여성을 페모이드(Femoid, 로봇 여성)라 부르며 모독한다. 사실상 남성우월주의다. 이들은 성적 엘리트가 우위를 점하면 안된다며, 일부일처제를 채택해 여성을 재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런 혐오집단에 머무는 남자들은 대부분 ‘소속감’ 때문이었다며, 그곳을 빠져 나오는 이들을 사랑과 용서로 받아주자고 말한다.◇ 공공 에티켓코로나 대유행 기간동안 마스크 착용이라는 ‘사소한 자유 침해’보다 서로에 대한 ‘책임’이 더 중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마스크 착용자들을 ‘겁쟁이’라 불렀다. 정치적 논리가 개입하면서 정책 도입이 늦어졌고, 다수의 코로나 환자가 확진 사실을 숨기거나 부인했다. 이런 수치심의 역효과는 환자 뿐만아니라 모두를 위험에 빠트렸다.백신도 처음에는 배척당했다. 유사과학과 음모론 속에 사회적 공포감 조성이 백신 거부를 낳았다. 하지만 이내 백신을 접종받지 않고 버티는 사람은 게으르고 이기적인 존재로 여겨졌다. 정당한 모욕주기였다. 저자는 “‘부드러운 독려’만으로도 우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힘차게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잘못된 권력, 정당한 저항‘권력자의 수치심 건들기’를 저자는 ‘펀치 업(punching up)’이라고 표현했다. 수치심을 건설적으로 활용해 유익한 결과를 끌어내는 행위다. 미국 시민권 운동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 대표적이다.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가 영국의 인도 소금시장 독점에 항의해 390km의 ‘소금행진’을 펼쳤듯이 사회의 기득권을 바꾸는데 효과가 크다. 저자는 “사회를 바꾸는 것은 강한 목소리”라고 강조했다.미투 운동도 펀치 업 캠페인의 성공사례다. 오랜 세월 성적 학대에 침묵해야 했던 여성들이 수치심을 이겨내고 목소리를 냈다. 검색 알고리즘에서 발견한 인종 차별적 요소를 폭로했다는 이유로 구글에서 쫓겨난 팀닛 게브루와 동료들의 저항 역시 한 명의 목소리가 얼마나 큰 힘을 가질 수 있는지 보여 준 사례다.◇ 수치심은 누구의 책임인가저자는 모든 사회 문제는 수치심을 주지 않고도 해결할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저렴한 공공주택 보급, 약물 남용자에 대한 클리닉 보조, 빈곤층에 대한 조건 없이 지원금 등이다. ‘외로움’과 ‘불신’이라는 이중의 사회악이 주는 고통을 기반으로 성장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과 그런 곳에서 기부금을 받는 정치인을 모욕 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한다.저자는 무엇보다 ‘더 건강한 인간관계’를 강조한다. 남들이 약자를 놀릴 때 동참하고 싶은 욕구를 억눌러야 한다고 말한다. 공감하고, 되도록 다른 사람의 말을 믿으려 노력하자고 권한다. 모두가 실수하는 존재이고, 우리 주변에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고 말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3-04-22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그 섬을 넘보지 마라!

중국과 타이완의 ‘양안 전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027년이 유력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 일본과 러시아까지 가세해 동북아 4대 열강의 전면전 가능성도 점쳐진다. 틈새에 낀 한국도 전쟁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 전문가인 저자는 우리가 반 강제로 전쟁에 휩쓸려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중국이 타이완을 공격할 때 북한과 러시아가 한반도에서 군사도발을 해 주위를 분산시킬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그는 오히려 이 때 우리가 주도적으로 통일협상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불바다’ 가능성 높은 한반도저자는 타이완을 둘러싼 미중 전쟁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특히 중국이 타이완을 공격하려면 한국과 일본에 주둔한 미군부터 최우선으로 묶어 놓으려 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북한을 추동해 한반도에 대규모 군사적 긴장 상태를 만들 것이라는 얘기다. 북한 도발은 수백 발의 방사포로 시작될 것이고, 포탄이 한강 다리에 맞기라도 한다면 혼란은 절정에 이를 것이라 예상한다. 한국 군은 교전수칙대로 즉각 대응사격하겠지만 결국 미군에 판단을 구할 것이며 이 때 미국은 직접 북한을 공격하기 보다는 한국군으로 하여금 반격케 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망한다.저자는 북한의 도발이 ‘전쟁’이라고 하기엔 소규모지만 ‘도발’이라고 하기엔 큰 형태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국제적 소란을 만들고는 잽싸게 빠지면서 한국 정부를 우왕좌왕하게 만드는 것이 중국과 북한의 목적이다. 북한이 사이버 공격을 동시에 감행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중국은 뒤에서 돕겠지만 이 때 쯤이면 이미 타이완을 공격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중국이 우발적 군사충돌에 대비해 2021년 3월에 증설한 새로운 핫라인도 무용지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 전쟁이 불가피한, 그리고 한국이 염려되는 이유홍콩의 중국해협연구원이 인덱스로 제시하는 두 중국 간 긴장관계는 1978년 4.55까지 내려갔다가 지금은 8에 근접한다. 7을 넘으면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상태란다. 종신집권에 성공한 시진핑에게 양안전쟁은 숙원인 ‘조국 통일’을 위해 필수다. 중국은 2022년 “최대한의 성실과 최선을 다해 평화통일에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무력 통일 가능성도 배제하진 않았다. 미국을 이길 수 없음을 알지만 중국 본토가 점령당하는 것은 아니기에 해 볼 만한 전쟁이다. 시진핑이 타이완 자치를 약속했지만, 중국이 홍콩에서 한 일을 목도한 타이완 사람들은 그 약속을 믿지 않는다.타이완이 점령되면 하와이와 괌, 사이판, 그리고 일본과 한국 싱가포르 호주가 노출된다. 특히 타이완의 반도체 공급망이 끊기면 미국은 매우 곤란해 진다. 일본이 앞장서면 전면적인 중일전쟁으로 확전할 수도 있다. 그래서 가장 눈이 가는 게 동맹인 ‘한국’이다. 이런 사태에 대비해 미국은 일찌감치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했다. 가능한 현지 동맹국들의 손을 빌리려 하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미군의 참전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렇게 되면 한미군사협정에 의해 한국도 전쟁에 참여해야 한다. 미국의 압박에 윤석열 정부도 전쟁 참여 쪽으로 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중국은 그동안 고압적으로 한국에 “최소한 중립을 지키라”고 요구해 왔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을 우선으로 하면서 독자적 외교를 펼치지 못한다고 보고, 회유보다는 압박 전술로 나가고 있다. 한국 정부가 근본적으로 중국과 대화할 생각이 없어 두 나라간 간극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양안 전쟁의 시기는 대체로 2027년이 유력하다. 미 국방부도 2022년 11월 보고서에서 같은 전망을 내놨다. 문제는 중국 침공 시 타이완이 견딜 수 있는 시간이다. 2주일 정도만 버텨주면 미국이 정예병력을 파견할 수 있겠지만, 중국은 타이완 점령에 1주일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 장담한다.◇ 미국과 일본은 참전… 러시아와 다른 나라들은?중국의 2022년 국방 예산은 약 2319억 달러로 타이완(약 131억 달러)의 18배다. 해군은 5배 이상, 재래식 잠수함은 14배에 이른다. 타이완의 4배가 넘는 1600대의 공대공 항공기를 보유 중이다. 인민해방군 병력은 200만 명인데 비해 타이완은 17만 명 수준이다. 타이완은 원래가 수비에 집중하는 전략이라 미국의 참전 여부가 생존에 절대적이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은 자국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경우에만 군사력을 행사한다는 ‘진보적 가치 전략’을 표방하고 있다. 결국 타이완을 지켜내야 하는 것은 타이완 국민들이라는 얘기다.미중 전쟁의 전쟁터는 말라카 동쪽부터 태평양이 주가 되겠지만, 러시아가 참전한다면 제3차 세계대전이 될 수도 있다. 영국은 즉시 참전할 것이고, 일본도 참전을 명분으로 ‘전쟁이 가능한 국가’를 도모할 것이 분명하다. 다만 전면적인 중일전쟁은 부담이 되니 경계나 정보전, 수송 보급 등 보조적 역할에 치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호주는 영국, 미국과 AUKUS 동맹을 체결한 이후 중국 견제에 가장 적극적이다. 프랑스는 마지막에 가세할 전망이지만 독일은 멀리 무력을 보낼 여력이 없다. 인도도 불참이 예상된다. 결국 영국과 호주 뿐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두 나라는 너무 멀다.중국 편은 러시아가 유력하다. 두 나라는 2022년 9월에 안보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2021년에 중국과 25개년 포괄적 협력 계획을 맺은 이란은 전쟁 참여 보다는 에너지 지원 쪽이 유력해 보인다. 파키스탄도 미국이나 서방이 섣불리 건드렸다간 중국 편에 설 여지가 있다. 그 외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확전을 우려하며 중립을 지킬 가능성이 높다고 저자는 전망한다.◇ 전쟁터는 어디까지 확대되고 어떤 시나리오로 전개될까 두 나라 본토를 포함하는 전면전이라면 중국이 이길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래서 중국은 타이완 주변을 주 전쟁터로 삼고 그곳에 집중해 국지적 우위를 이루길 원한다. 이른바 ‘A2/D2’라는 전략이다. 미국은 이에 국제 공역에서 전개할 ‘JAM-GC’ 전략을 2015년에 선보인 바 있다. 중국의 공격 개시는 전자전이 확실시된다. 타이완의 레이더와 미사일, 미국의 스타링크 위성과 군사위성들이 제 기능을 못할 수 있다. 미 전투기 도착 전에 타이완이 얼마나 버텨내느냐가 관건이다. 적어도 2~3시간 동안은 타이완 홀로 중국 공군과 미사일을 상대해야 한다는 얘기다.많은 군사 전문가들은 인민해방군이 타이완에 상륙한다면 타이완에 승산이 없다고 점친다. 저자도 단기간 내에 타이완이 점령되면 중국 승리가 확실시된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처럼 수개월 이상 장기화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중국이 제한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핵폭탄으로 100년 이상 사람이 살지 못하게 되어도 중국의 조국 통일 과업은 달성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미국이 개입하는 한, 중국이 승리하긴 힘들 것이라고 보았다. 다만, 과거 참전했던 전쟁에서 그러 했듯이 미국 역시 막대한 희생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존을 위한 대한민국의 선택은…미중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하면 일본은 아시아에서의 발언권을 더욱 강화해 갈 것이 뻔하다. 일본은 2022년 12월에 3개 방위문서를 변칙 개정해 ‘전쟁 가능한 국가’를 선언했고, 국방비를 2배로 늘리며 ‘군사 강국’의 길로 나섰다. 반면에 한국은 양안 전쟁 발발 시의 대처 방안도 수립하지 못한 채 부지불식간에 전쟁에 휩쓸려 들어갈 수 있다. 특히 중국이 전자전을 펼치면서 한국의 사드를 최우선 공격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이에 주한미군이 움직이면 한국군 참전도 자연스런 수순이 된다. 그래서 저자는 “전쟁은 이미 시작된 것”이라고 말한다.저자는 이 대목에서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론을 펼친다. 한반도에 대규모 군사 상황이 전개되면 중국도 타이완 공격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도 한국군이 단독으로 북한을 공격해 올라가면 손 안 대고 북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니 박수칠 것이라고 말한다. 다소 억지스런 부분이다. 하지만 “실제 그렇게 하자” 보다는, 정황 상 어설프게 미군을 따라 타이완 해협으로 나갈 것은 아니라는 논지다. 저자는 중국이 한국에게 줄곧 미중 전쟁 시 중립을 지키면 남한 주도 통일을 보장하겠다는 암시를 해 왔다고 주장한다.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분석이지만, 이 기회를 역이용해 북한에 전쟁보다는 평화통일을 촉구하는 협상을 제안해 이뤄내자는 얘기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3-04-15 07:00 조진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