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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거짓도 진실로 만드는 음모론… 혹하면 낚인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혹 하다’는 말이 있다.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는 심성은 이제 현대인들의 ‘질환’이다. 진실이 아닌 이야기가 진실이 되고, 이상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그에 사실과 터무니없이 다른 극단적인 해석이 따라 붙는다. 이렇게 등장한 ‘썰’은 강력한 힘을 지니곤 한다. 심지어 역사를 바꾸기도 한다. 근거 없는 썰 하나가 비극적 역사의 단초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련의 ‘흑역사 시리즈’를 발간 중인 저자의 ‘썰’의 흑역사를 들어보자.썰의 흑역사|톰 필립스·존 엘리지|윌북br◇ 우리는 왜 음모론에 사족을 못 쓸까도널드 트럼프는 선거 당일 아침 SNS에 “우리가 크게 앞서 있다. 그런데 저들이 도둑질하려 하고 있다”고 올렸다. 그는 바이든에게 졌고, 이듬해 1월에 국회의사당 폭동 사건이 일어났다. 도처에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 음모론이 동원된다. ‘무언가가 비밀이었다’는 주장은 음모론의 핵심이다. 음모론에 쉽게 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음모론은 지속성이 있으며, 힘 있는 자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얼마든지 휘두를 수 있다.저자는 음모론 사고의 유형을 크게 세 가지로 제시한다. 첫째, 사건 음모론이다. 배후에 숨은 음모를 상정해 설명하려는 시도다. 둘째, 체제 음모론은 조직적으로 정부와 기업, 언론 등 각계각층에 침투해 영향을 미치려 한다. 셋째, 여러 음모론이 합쳐진 초음모론이다. 대개 사건 음모론에서 출발해 초음모론을 거쳐 체제 음모론으로 발전한다. 문제는 하나의 음모론을 믿으면 거의 모든 음모론을 믿게 된다는 것이다.음모론적 사고의 경우는 반대 증거에 대처하는 방법도 다르다. 우선, 이론의 내용을 바꾸는 방법이 있다. 신봉자들이 꼭 사실로 믿고 싶어하는 하나의 주장만은 절대 고수한다. 이게 통하지 않으면 “음모론에 어긋나는 모든 증거가 바로 그 음모의 일환”이라고 주장한다. 반대되는 모든 증거를 싸잡아 ‘음모’라고 반박하며, 모든 음모론 자체를 반증 불가능하게 만든다. 큰 사건에는 반드시 큰 원인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는 ‘비례성 편향’도 그런 믿음을 공공하게 만들어 준다.음모론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는 하는 요인들이 있다. 우선, 인지 부조화다. 원하는 정보만 선별적으로 취하려는 ‘확증편향’이나 스스로 자신의 판단과 결정에 자부심을 느끼는 ‘자기합리화’가 대표적이다. 다음으로, 알고 싶은 욕구다. 불완전한 서사의 구멍을 메우려 음모론에 눈을 돌린다.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도 한 몫 거든다. 특정한 문화와 사회적 환경 속에서 빚어진 원초적 공포도 한 요인이다. 변화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되는 기이한 음모론도 있다. 제도에 의해 억눌린 욕구와 행동을 발산할 구실로 음모론이 정당성을 얻기도 한다.◇ 세계적 음모론의 산실 ‘일루미나티’세계적 음모론의 산실 ‘일루미나티’의 상징물독일 바이에른에서 태동한 것으로 알려진 ‘일루미나티’는 인간사에 몰래 간섭하는 집단을 가리키는 대명사다. 200년 넘게 각종 음모를 배후에서 조종한 사악한 무리의 상징어이기도 하다. 이들의 활동, 회원 명단이나 운영 방식 모두 철저히 베일에 가려 있다. 각국 정부를 포함한 권력기관에 침투하거나 전복·대체함으로써 인간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을 더욱 철저히 통제하려는 목적을 가진 집단이라는 정도 밖에 알려진 것이 없다. 창설 10년 만인 1786년에 내분으로 사실상 궤멸 상태에 이르렀으나 1789 프랑스혁명을 계기로 일루미나티의 음모론이 다시 되살아나 급속도로 세가 확장되었다. 미국 대통령 제퍼슨마저도 일루미나티의 단원이었다는 소문이 팽배했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음모주의는 하나의 ‘운동’이 되었다. 배후 동기와 정치적 성향이 전혀 다른 기존 음모론 등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맞물려 확대되었다. 그러면서 ‘음모 산업’이 형성되기에 이른다. 저자는 그 이면에는 여전히 신흥 일루미나티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우리를 맹신하게 만드는 음모론들UFO 음모론은 1639년 이후 지금까지 줄곳 현재 진행형이다.(사진출처=네이버 지식백과) 1966년 11월에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다는 기사가 1969년 미국 지역 학생신문에 실렸다. 기사는 3년 전 변고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확인 불가능한’ 증거로 수두룩했다. 19세 학생이 쓴 이 기사는 ‘지금의 폴이 그 폴이 맞느냐’는 음모론으로 발전해, 폴 메카트니가 활동하는 반 세기 동안 꾸준히 회자되었다. 비욘세, 레이디 가가, 마돈나는 물론 르브론 제임스, 톰 행크스도 음모론의 대상이 되었다.이들 대부분은 섹슈얼리티와 소비적 욕구를 당당히 표현하는 유명인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모럴 패닉’이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그 본질은, 문화적 아이콘이 가진 힘에 대한 두려움이자, 세대 차이에 대한 두려움, 자녀들을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하는 한계에 대한 기성세대의 두려움 때문이라고 분석한다.코로나 펜데믹을 일으킨 사람이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라는 음모론은 아직도 호가사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흑인 생명 존중 운동이나 트랜스젠더 인권 운동 같은 사회운동을 진두지휘하는 사람이 90년대의 전설적인 투자자 조지 소로스라는 주장도 여전하다. ‘가십’이 점점 음모론으로 변해가는 것이다.암살 음모론도 그 배후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꾸준히 확대 재생산된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던 아세르 아라파트가 2004년에 갑자기 병사했는데, 독살설과 에이즈 사망설이 여전하다.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은 단독 저격범이라던 오즈월드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마법 총알설’ 같은 황당한 음모론만 남겼다.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둘러싼 음모론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자동차 사고가 완벽한 암살 계획으로 둔갑한 것이다.UFO 음모론은 현재 진행형이다. 1639년 미국에서 목격되었다는 ‘하늘에서의 거대한 빛’을 시작으로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음모론 부흥기’의 주역이었다. 1997년에 회고록을 쓴 퇴역 중령 ‘로즈웰’이나 미국의 극비 프로젝트 장소로 알려진 ‘51 구역’은 곳곳에서 재활용된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UFO가 러시아나 중국 같은 적성국의 최첨단 정찰기일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상상을 초월하는 초음모론들빌 게이츠는 코로나 펜데믹 때 이른바 ‘백신 음모론’에 휩쌓여 곤욕을 치른 바 있다.코로나 펜데믹 때 ‘5G 음모론’이 제기됐다. 5G가 처음 도입된 곳이 중국 우한인데, 5G 기술이 면역체계를 무너뜨렸다는 것이었다. 빌 게이츠가 전 세계인의 몸 속에 마이크로 칩을 심어 추적하기 위해 백신 접종 의무화를 외친다는 ‘백신 음모론’도 있었다. 저자는 “빌 게이츠가 정말로 획기적인 저전력 나노 마이크로 칩 기술을 발전시켰다면, MS의 스마트 폰은 왜 그렇게 형편없었을까”라고 꼬집었다. 박쥐 코로나 바이러스 연구실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되었다는 설과 함께, 중국이 세계경제를 무너뜨리려 의도적으로 방출한 생물 무기라는 설도 있었다.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아직도 지구는 평평하다고 믿는 이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지구 사진의 상당수가 가짜라고 헐뜯는다. 저자는 “결국 중요한 것은 음모론자가 얼마나 진지하게 음모론을 주장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의 귀에 들어가느냐”라며 “아무리 터무니 없는 음모론도 세상의 누군가는 믿기 마련”이라고 비판했다. 우리가 ‘상식’으로 알던 사실이 부정되면 역사 전체가 거짓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집단 착각의 전성기가 열린다사상 초유의 9.11 테러 역시 온갖 음모론 속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사진=연합) 9.11 테러 때도 어김없이 음모론이 대두됐다. 미국 정부가 이라크나 IS 등과 전쟁을 벌일 명분을 만들기 위해 9.11을 기획했다는 설까지 나왔다. 특히 이라크에 대규모 살상무기가 있다는 정보를 앞세워 15개월 동안 수색을 벌였음에도 현지에 그런 무기가 없는 것이 확인되면서, 틀린 전제를 전제로 이라크 전쟁을 벌였다는 사실 때문에 각종 음모론이 성행했다.최근에는 정부의 ‘자작극 음모론’도 팽배하다. 전쟁의 구실을 만들거나 외국의 쿠테타를 선동하는 목적에 이용되곤 한다. 저자는 이런 트랜드의 한 이유로 인터넷 확산을 든다. 언제 어디서나 음모론에 노출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최대한 오랫동안 사이트에 머물게 하려는 소셜 미디어의 기본 철학은, 갈등을 유발하고 서사적 긴박감이 있는 콘텐츠를 보여줄 수 밖에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사람들을 ‘토끼 굴’에 빠뜨려 헤어나지 못하게 하면 음모론이 확대 재생산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유튜브는 음모론자 양산 공장이 되었다.이제는 예전에 음모론이 만들어졌던 과정을 엄청난 속도로 똑같이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는 음모론이 홍수를 이룬 세상이다. 우리가 아무리 냉철하고 현명해서 평생 음모론 같은 것을 믿지 않는다 해도, 우리 주변의 누군가는 그것을 믿는다. 우리 구미에 딱 맞는 음모론이 이미 어디에선가 만들어져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란 얘기다. 저자는 “이제 우리는 모두가 음모론자”라고 말한다.◇ 음모론에 빠지지 않을 방법은 없나음모론이 심각한 사회 문제인 것은, 사회에 뚜렷한 해악을 끼치는 것 들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백신을 공중보건 대책이 아니라 인구조절 수단이었다고 믿는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음모론에 가려 진짜 문제가 주목받지 못하는 부작용도 크다. 저자는 “기후변화의 경우, 특정 기업들에 책임을 물어 ‘소수의 악당들을 잡아내 심판대에 세우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안이하게 생각한다면 크나 큰 오산”이라고 말한다.저자는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이 우리 자신의 생각 속에서 음모론을 인지하고 맏설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지 않고 간편한 서사에 매몰되고 가짜 패턴에 속고, 모든 불행의 배후에는 사악한 악당이 있다고 철석같이 믿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토끼 굴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4-04-06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불평등 극심한데… 금수저 혼자 먹을텐가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부자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에 관한 책이다.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부자가 나서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설파한다. 저자는 시카고 최고의 정육업자 오스카 마이어의 증손자인 ‘금수저’다. 하지만 26세 때 자신에게 주어진 50만 달러의 신탁자금으로 첫 기부를 시작한 이래로 꾸준히 나눔의 삶을 실천하면서 동료 금수저들에게 “집으로 돌아오라”고 독려한다.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무의미하게 탄소 태우는 일을 중단하고, 지역으로 돌아와 친구들을 위해 나눔을 베풀고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자고 말한다.억만장자가 사는 법|척 콜린스|한국NVC출판사br◇ ‘3루’에서 태어난 상위 1%저자는 “인류가 역사상 전례 없는 불평등이라는 사회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한다. 부자들은 근본적으로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파괴자들로 인식되기 일쑤라고 꼬집는다. 저자는 ‘과도한 불평등’이 슈퍼리치들에게도 좋지 않다면서, 인류가 다음 단계로 발전하려면 부자들이 맡아야 할 중요한 역할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부자 동료들에게 “모든 사람을 위해 작동하는 경제를 위해 일하자”고 요청한다.여기서 ‘집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자신이 가진 부를 분배하고 마땅히 내야 할 세금을 내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다행히도 이런 생각에 동의하고 실천하는 동료들이 많다고 전한다. 그가 주도하는 ‘열린 마음의 부자들’이라는 캠페인에 동참하는 부자들은 자신들의 시간과 인맥, 기술과 자본을 건강하고 공평하고 회복력이 뛰어난 공동체 건설에 바치고 싶어한다며 “그런 부름을 받기를 기다리는 부자들이 많다”고 전한다.하지만 아직도 많은 부자들은 자신이 3루에서 태어났음에도 스스로 3루타를 친 줄 안다. 남들보다 얼마나 많은 혜택을 받고 유리한 위치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저자 역시 26세 때 첫 기부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엄청난 특권이 구조화된 채로 여전히 남아 있었다고 고백한다. 다만, 부를 사회에 넘겨줌으로써 ‘불평등한 체제’와 그로 인한 고통으로 스스로 위축되지 않을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저자는 “어떤 부자들은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현명하고, 더 창조적으로 일했다”며 정당한 보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감쌌다. 하지만 “특권이 주는 편안함은 중독성이 있다”면서 “특권은 부자들의 감수성과 감정을 무디게 만든다”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계급 전쟁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공감’과 ‘사랑’”이라고 강조한다. 부자들의 ‘열린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공공의 부’란 무엇인가저자는 상속세 폐지를 주장하는 대다수 부자들과 달리 “상속세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자들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도록 해준 사회에 보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가난하게 자란 아이들이 교육과 고용에서 동등한 기회를 보장받도록 해 줄 도의적 의무가 있다고 말한다. 이런 내용을 담아 빌 게이츠 시니어와 부와 공공의 부라는 책도 낸 바 있다. 그는 부자들이 흔히 말하는 “나 혼자 했다”는 말을 부정한다. 막대한 규모의 공공 투자가 없었다면 그들의 부는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한다.저자는 부자가 사회에 은혜를 갚을 수 있는 적절한 기재이자, 그들에게 부여된 놀라운 기회들에 감사를 표하는 수단이 ‘상속세’라고 말한다. 공공투자로부터 가장 많은 혜택을 입은 사람들은 다음 세대 모두가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자기 소유 재산의 일부분을 사회에 돌려주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3루’에서 태어났으면서 마치 자기 능력으로 성공한 사람인 양 스스로를 재 포장하는 사람들에게 큰 우려를 표명한다.◇ 남보다 유리한 조건과 ‘특권’저자는 부자들의 ‘특권’을 ‘약물’이라고 단언한다. 자기에게 주어진 중요한 특권들을 까맣게 잊고 산다고 말한다. “부자는 등 뒤에서 불러오는 바람을 알지 못한다. 동시에 다른 사람들이 맞바람을 맞는 것도 알지 못한다”고 꼬집는다. 그는 “계급과 인종의 특권은 우리를 마취시켜 사람들 간의 관계를 끊어내며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저자는 2차 대전 이후 유례 없는 엄청난 정부 지출과 1950년대에 비해 절반 이하로 낮아진 소득세율, 절반 정도로 낮아진 법인세 덕분에 오늘의 부자들이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그들 사이에는 ‘정부보조금’이라는 단어가 금기어가 되었다고 꼬집는다. 자신들이 받은 보조금은 마땅히 받을 만한 것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받은 그것은 후생복지, 혹은 거저 주는 돈 정도로 치부하기 일쑤라고 비판한다.저자는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이 부나 교육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일이 최근 30년 동안 가속화되고 있다”며 “자기 자식들이 누리는 기회를, 지역사회의 모든 아이들이 똑같이 누릴 수 있게 보장하는 것이 ‘집으로 돌아오기’의 원칙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한다.◇ 정의를 파괴하는 ‘자선산업복합체’저자는 “자선 자체는 칭송받아 마땅하지만, 그것이 ‘자산산업복합체’를 통해 일어날 필요는 없다”고 비판한다. 합법적으로 세금을 피하려 자선 행위를 하는 이들이 차고도 넘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자들의 기부금 대부분은 기존의 건실한 대형 교육기관이나 병원, 예술단체들로 들어간다. 극빈층을 위한 자선은 극히 제한적이며 불평등 심화, 생태계 파괴, 위기의 청년층 구제 등 ‘변화’에 투입되는 돈은 거의 없다.저자는 “자선산업복합체를 통해 이동하는 지나치게 많은 돈은 기부자의 엘리트 신분과 특권적 이해관계 강화에 동원될 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또 선거에 영향을 주려 정치권에 제공되고, 사립 교육기관에는 기부자 자녀와 후손들의 해당 학교 입학을 보장하는 목적으로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한다.그는 “‘자선 산업’이 매우 빠르게 커지면서 그에 따른 권력 남용과 비효율성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면서 “이제 기부도 ‘자선’의 차원을 넘어 ‘변화’를 불러올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이들 장난감 마련 기금을 조성하기 보다는 부모들이 장난감을 사줄 수 있도록 최저생활임금 운동을 조직하는 기금을 조성하고, 암 연구에 기부하기 보다는 공해유발기업을 억제하는 집단에 기부하자는 것이다.‘내 돈 내 마음대로 쓰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부자들에게 저자는 “그들의 애완동물 자선활동 같은 것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세금을 보조해 주어야 하나”라고 반문한다. 그는 자선 부문의 개혁을 위해, 기부를 많이 할 수록 소비세를 낮춰주는 방안을 제안한다. 재단의 간접비를 기부금 지출한도에서 제외하고, 독립된 이사회 구성을 촉구한다. 재단도 10~20년 정도로만 운영하며, 밀도 있는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열린 마음의 부(富)저자는 우리 사회가 민주적으로 변화하려면 최저임금을 올리고,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만들고, 집중화된 부를 분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부에 대한 소유권이 민주화되고 이른바 ‘약탈적 자본주의’가 아닌 ‘생성적 자본주의’가 부상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부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동원하는 탓에, 그들이 감당해야 할 납세 의무가 현재의 중산층과 장차 중산층이 될 납세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다.저자는 “이제 부자들도 멀리서 간접적인 자선에 만족하지 말고, 바로 가까이에서 직접적으로 문제 해결에 동참하며 우리의 공동체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래야 비로소 진정으로 더욱 평등한 사회로 한 발 더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집으로 돌아오기가 ‘희생’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것은 공동체와 자연,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더욱 긴밀하게 연결시키는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부자들이여, 집으로 돌아오라특권은 그 자체로 나쁜 것이 아니다. 부정적으로 볼 필요도 없다. 오히려 특권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부자들의 특권을 사용한다면 그것이 최선일 수 있다. 저자는 “이제부터 부자들이 할 일은, 부자들의 특권을 이용해 그 특권을 없애고, 모든 이들을 위해 작동하는 건강한 공동체와 경제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그는 그 여정의 첫 출발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행동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한다. 공공의 부에 주목하고,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공익을 위해 애쓸 것을 호소한다. 그리고 부를 집으로 가져와 서로 나누고, 당연히 내야 할 세금을 내라고 촉구한다. 다른 사람들, 특히 노동계급 사람들의 리더십을 지지하면서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규합해 행동에 나서라고 독려한다.저자는 ‘합심’을 각별히 강조한다. 부자가 아닌 사람들도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특권층 동맹자’ 들과 함께 할 것을 권고한다. 수퍼리치들이 동맹자가 된다면 그 일은 더 빨리, 덜 폭력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부자들과 진정한 관계를 맺으라”고 조언한다. 특권과 특전, 안락함에 둘러싸여 있지만 부자들도 상처가 있고 어둠 속에 있기도 한다면서 ‘상호 공감’을 갖기를 호소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4-03-30 07:00 조진래 기자

[B그라운드] 독자 내면의 이야기를 불러내는! 이수지 에세이 ‘만질 수 있는 생각’

에세이 ‘만질 수 있는 생각’의 이수지 작가(사진=허미선 기자)“저는 그림책이 되게 재미있는 매체라고 생각해요. 그림책은 기본적으로 어린이 것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다가 그림책의 세계에 푹 빠지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어떤 주제나 이야기를 가장 단순하고 직관적이면서 명징한 언어로 하는 게 그림책이라고 생각해요.”2022년 한국인 최초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Hans Christian Andersen Award), 볼로냐 라가치상(Ragazzi Award), 뉴욕타임스 그림책상 등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로 발돋움한 이수지는 에세이 ‘만질 수 있는 생각’ 출간을 맞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밝혔다.“그림책 안에 담겨 있는 세계와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 그리고 그림의 언어라는 것은 정말 독특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토리, 그림의 언어, 책이라는 매체 등 중 어느 하나라도 마음에 들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림책의 세계에 들어올 거예요. 그림책이 다루는 주제의 영역이 넓기도 하고 그림책이 다루지 못하는 주제는 없는 것 같아요.”만질 수 있는 생각|이수지 지음(사진제공=비룡소)그리곤 “제 책 중 ‘파도야 놀자’ 같은 책은 14개국에 번역돼 출간됐다. 재밌는 건 이탈리아에 가면 주인공이 이탈리아 아이라고 생각하고 일본에 가면 일본 아이라고 생각한다”며 “검은 머리임에도 자기 아이라고 생각하고 너무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어떻게 저희 아이랑 똑같이 그렸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고 털어놓았다.“너무 신기하면서 이게 보편성인가 싶어요. ‘파도야 놀자’는 글이 없는 그림책이기 때문에 우리 마음 속의 공통적인 부분을 건드리지 않으면 사랑받을 수 없는 책이거든요. 반면 가장 극명하게 실험되고 드러나는 형식이기도 하죠. 우리 그림책도 이제 다양한 독자를 만들 수 있을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만질 수 있는 생각’에는 회화전공자에서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가 되기까지의 치열한 여정이 담겼다.‘그림의 언어로 열리는 세계’ ‘온종일 달리고 싶다’ ‘만질 수 있는 생각’ ‘네 개의 책상’ 등 4부로 구성된 책에는 치열하고 촘촘한 창작과정,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작업하고 도전하는 이수지 작가의 초창기 작업노트, 아이들과 보낸 순간들, 외국 편집자와의 작업 일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수락 연설문까지가 나눠 담겼다.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만질 수 있는 생각’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수지 작가는 표지 디자인에 대해 “꿈 속의 꿈 속의 꿈처럼 책 속의 책 속의 책이라는 콘셉트”라며 “그런 게 그림책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털어놓았다.“그림책은 어린이 것이고 어린이부터 보는 것이지만 더 많은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표지에 담겨 있습니다. 표지 위의 무당벌레는 서점에서 이 책을 본 분이 손으로 한번 쓰다듬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예요. 그렇다면 ‘만질 수 있는 생각’이라는 책 제목과도 잘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렇게 독자는 모르는 생각을 하면서 퀴즈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 과정 자체가 저한테는 또 하나의 영감을 주는 것 같아요.”그는 “작가가 많은 이야기를 해 줄수록 이 세계는 풍부해지지 보잘 것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믿음”을 전하며 “제가 뭔가 한 마디를 더 함으로서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에세이 ‘만질 수 있는 생각’의 이수지 작가(사진=허미선 기자)“설명이라기 보다 그냥 제 생각을 얘기하고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아이들한테 흔히 묻듯 독자들에게 질문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분명 있을 거예요. 그렇게 지금이 아니면 지나가서 사라질 것 같은 이야기들을 그때그때 붙잡아서 저와 접점이 생겨서 만나는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이어 “4월 23일부터 9월 22일까지는 10주년을 맞은 전라도 순천시립그림책도서관에서 개인전을 한다. 이 또 따른 저의 이야기”라며 “그렇게 저를 다채롭게 변주하면서 만나는 과정 자체도 저한테는 작업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그는 에세이에 ‘오독의 즐거움’을 적기도 했다. 이수지 작가는 “오독할 수 있는 그림책은 얼마나 멋진가, 여기서라도 오독을 좀 하자고 얘기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아이들이 늘 정답만 얘기하기 보다는 내가 생각한 것과 느낀 것에 대해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정답 백과사전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아이들하고 책을 읽다 보면 정말 엉뚱한 소리를 많이 해요. 그 모든 것 하나하나가 굉장히 소중하다고 느껴요.”에세이 ‘만질 수 있는 생각’의 이수지 작가(사진=허미선 기자)2022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타고서야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되는 ‘이수지’라는 이름에 ‘만화가’가 아닌 ‘그림책 작가’로 기재될 수 있었다는 그는 “얼마 전 일본과 대만 타이페이 국제도서전을 다녀왔는데 행사장마다 사람들이 꽉꽉 차 있었다. 책을 사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선 광경을 보고 정말 부러웠다”고 털어놓았다.“다양한 매체에 밀려 책의 구매가 감소하는 건 전세계적인 현상이에요. 그런데 그쪽 출판사 사람들과 얘기를 하면서 출판 현황을 물어보면 너무 쉽게 ‘괜찮아요’라고 해요. 우리나라 출판사들은 100이면 100 ‘지금보다 더 힘든 적은 없었다’고 슬프게 얘기하거든요. 어린이 책은 사회가 어린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반영하고 문화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중요한 영역이고 내부 사람들 뿐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잘 가꾸고 지켜나가야하죠.”결국 “태도의 문제”라고 정리한 이수지 작가는 “지원 문제가 아니라 있는 지원금이라도 깍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토로했다. “절박한 심정으로 ‘내 책을 내고 싶어’라는 마음에서 촉발돼 다양한 행동들이 계속 이어져”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로 자리매김한 그는 후배 작가들에게 “정말 잘하고 있다”고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후배들에게는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지금 우리 그림책 작가들은 정말 잘하고 있거든요. 지금처럼 즐겁게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죠.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자신의 책을 외국에 가지고 나가 알리는 것에 너무 두려움을 갖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음악과 그림책을 아우르는 디지털북 프로젝트과 몇권의 그림책을 동시에 작업 중이라는 이수지 작가는 “여전히 그림책에는 미지의 영역이 너무 많아서 해보고 싶은 것도 많다”며 “아날로그적인 책에서 디지털적인 세계로 건너가는 그림책을 비롯해 이런저런 생각을 가지고 계속 작업해 나갈 것”이라고 말을 보태기도 했다.“그림책은 어린이들의 첫 번째 책이자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더불어 그림책은 모든 연령을 위한 책이기도 하죠. 유아 카테고리로 분류돼 교육적인 목표로만 소비되기 보다는 하나의 예술 영역이기를 바라요. 그림책에 대한 태도가 좀 더 열려 있고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함께 누릴 수 있는 장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3-26 21:55 허미선 기자

[신간]남헌 서정철 화백, 화문집 ‘회화 속에 숨은 웃음-해학’ 발간

회화 속에 숨은 웃음 ‘해학’ (글방과 책방)풍속화가 남헌 서정철 화백이 자신의 풍속화 43점을 엮은 화문집(畵文集) ‘회화 속에 숨은 웃음 ‘해학’’ 을 발간했다.남헌 화백은 해학작품을 전문으로 그린 60년 화업(畵業)이지만 해학과 골계, 익살의 뜻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사용하는 데 아쉬움을 갖고 있었다.때로는 자료도 찾아봤지만 이에 대한 자료는 전무했고 20년 전 자신이 정리한 자료를 책으로 발간하려 했으나 상처(喪妻) 등의 가정사로 이제야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버스63×63㎝. 비포장 시골길을 달리는 버스는 고장도 잦고 펑크도 잦았다. 버스가 고장 나면 기다렸다는 듯 소변과 대변을 해결하기 위하여 일제히 보리밭으로 가는 60-70년대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본문 85P)명퇴(名退) 아빠45x67cm. IMF로 직장을 잃은 아빠가 아내는 외출 준비를 하고, 아기 보는 도우미가 됐지만 “그래도 골프는 쳐야지…”하며 아기를 업고 골프 연습 중인 90년대의 웃픈(웃기고 슬픈) 그림이다. (본문 212P-213P)남헌 화백의 해학 화문집은 제1부 유모어의 장(章), 제2부 해학(諧謔)과 골계(滑稽)와 익살, 제3부 나의 해학 풍속화로 구성됐으며 해학을 설명하는 자신의 풍속화가 곁들여져 있다. 이를 통해 해학과 골계, 익살의 구분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1부는 ‘해학’을 서양에 유모어(Humor)와 비교해 설명하고 있으며, 2부에서는 해학과 골계, 익살을 그림과 함께 설명한다. 3부는 자신의 화업 60년에 대한 회고와 전시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작가로서 새로운 각오도 담았다.동덕여대 김상철 교수는 남현 화백의 작품을 “작가 특유의 해학과 풍자의 이야기는 이전 작업들에 비해 보다 농밀한 여운을 담아내고 있다. 해학은 유머나 익살과 같이 언어로 전달되는 가벼운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연민과 동정을 불러일으키는 잔잔한 웃음이다.”라며 “작가가 풍속화에 매진하는 이유 역시 이러한 풍자와 해학을 통해 발현되는 독특한 심미에 주목했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평가한다.남헌 화백은 200~300 년 전,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 이후 맥이 끊길 번한 해학풍속화를 재현해 낸 풍속화가라는 화단의 평가를 받고 있다. 2016년 전시를 관람한 한 평론가는 ‘해학풍속화의 선구자’라는 극찬을 하기도 했다.신화숙 기자 hsshin087@viva100.com

2024-03-25 14:41 신화숙 기자

[갓 구운 책] 안 하는 거야 못 하는 거야

안 하는 거야 못 하는 거야(최오열 지음, 희망마루 펴냄, 1만6000원)여기 한 사람이 있다.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중졸 학력에 빈손으로 사업을 시작해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국내 최고의 종합환경기업을 일궈낸 사람. 50대 후반에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70세가 넘은 나이에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박사과정에 진학하는 등 평생학습을 실천하는 사람. 사업하는 틈틈이 1만 권의 책을 읽으며 쌓은 지식과 삶의 지혜를 16권의 책을 저술해 주위에 나누어주는 사람.환갑에 골프장 144홀을 하루에 걸어서 돌고, 고희를 맞아 총 5035㎞ 대한민국 5대 둘레길(제주 올레길, 남파랑길, 해파랑길, 서해랑길, 평화누리길)을 최초로 완주하는 등 늘 자신의 한계를 넘기 위해 도전하는 사람. 재단을 설립해 소외 지역 청소년들이 독서를 통해 스스로 인생을 개척하도록 돕는 사람….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라고 한다. 그래서 스스로를 ‘이생망(이번 생은 망한)’ 세대라고 자조한다. 지금 청춘들의 자화상이다. 중년들 역시 마찬가지다. 실직과 사업 실패 등으로 좌절한 가장들이 늘고 있다.지금까지 누려온 것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보장받는 게 최소한의 성공이라고 했을 때, 이를 이룰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게 지금 한국 사회 대다수의 현실이다.빈부 계층이 고착된 것 같은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성공’은 금수저 출신이나 특출난 수재들에게만 허용된 엘리베이터를 타야만 가능한 것으로 느껴진다.이런 현실에서 국내 최고 종합환경기업을 일군 김상문 ㈜아이케이 회장의 성공 스토리는 눈길을 끈다.정규 학력이 중졸에 불과한, 가난한 농사꾼 막내아들이 오직 독서와 운동, 포기하지 않는 노력과 끈기만으로 남부럽지 않은 성공의 길을 일구었기 때문이다. 성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는 없어도 성공으로 가는 계단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누구나 오를 수 있음을 온몸으로 보여준 것이다.그의 성공 비결은 성공의 천운을 타고나서도, 시대를 잘 만나서도, 선천적으로 뛰어난 능력과 혜안을 지녀서도 아니었다.미래의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던 스무 살 군대에서 각성하고 독학으로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간 노력, 마흔 살에 사업을 시작하며 손에 쥔 돈 없이 오직 신용만으로 석산을 임대하기 위해 땅 주인을 114번이나 찾아가 계약에 성공한 끈기, 지하 채석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는 등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노력하고 도전해 이를 극복해내는 집념, 평생 독서를 통해 선인들의 가르침을 체화하고 사업에 적용하며 회사를 발전시켜온 과정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비범한 여정이었다.그의 성공 비결은 우리가 흉내 낼 수 없는 거창한 게 아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따라 할 수 있다. 다만 그렇게 하는 사람이 드물 뿐이다. 그는 자신 있게 말한다. “어렵고 힘든 일일 수는 있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그의 멈추지 않는 도전 정신과 노력하는 자세는 진한 여운과 함께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기에 충분하다. ‘은퇴 설계 전문가’ 강창희 전 미래에셋 부회장이 “지금 낙심해 있는 젊은 청춘들, 인생의 어려움을 당하여 고민하고 계신 분들, 100세 시대에 새로운 인생 후반을 꿈꾸고 계신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고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다.장민서 기자 msjang@viva100.com

2024-03-24 14:53 장민서 기자

[비바100] 불확실한 미래… 변하지 않는 길을 따라라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늘 변화하는 세상에서 절대 변하지 않는 인생의 법칙들에 관한 이야기다. 불변하는 것 들을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확신을 갖고 미래를 가늠하고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결코 변하지 않는 것 들에 집중하면 불확실한 앞날을 예측하려는 시도를 멈추고, 대신 세월이 흘러도 유의미한 인간 행동을 이해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밝힌 23가지 불변의 법칙 가운데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불변의 법칙|모건 하우절|서삼독◇ 리스크는 보이지 않는다 최대 리스크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는 리스크’다. 대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리스크를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위험에 대비한 후에 남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보이지 않고 예측할 수 없기에 리스크는 더욱 위험하다. 그래서 아주 작은 실수 하나가 큰 재앙을 부르기도 한다. 1930년 대공황 직전까지도 미국인들이 선정한 리스크 순위에서 ‘실업률’은 18위였다. 나심 탈레브는 “예측이 아니라 준비성에 투자하라”고 했다. 저자는 “리스크는 언제고 반드시 올 것이라고 예상해야 한다”면서 “현실에 대한 우리의 관점과 지식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고 말한다.◇ 행복하려면 기대치를 낮춰라삶의 질이 높아지면 사람들의 기대치 또한 높아진다. 그리고 자신의 행복을 남들과 비교해 평가한다. 그래서 찰리 멍거는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탐욕이 아니라 시기심이니, 행복한 삶을 위한 제 1원칙은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 사람들은 1950년대가 좋았다고 느낀다. 당시는 주변과 차이도 크지 않았고, 기대치가 쉽게 높아지지 않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시기심은 발전을 위한 강력한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다만, 그 기대치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부와 행복은 가진 것(현실)과 기대하는 것(기대치)의 두 요소로 이뤄진 등식”이라고 말한다.◇ 우린 ‘정보’보다 ‘확률’을 더 원한다우리는 불확실하고 확률론적인 세상에 살면서도 ‘확실성’과 ‘가능성’을 애타게 원한다. 늘 ‘YES’냐 ‘NO’냐는 이분법적 결과에만 주목하며, 확률과 불확실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희귀한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기 쉽다. 지구촌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때로는 나쁜 사건이 점점 더 늘어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대개는 통계적 확률의 결과다. 세상이 더 암울하고 혼란스러워진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늘 일어난 나쁜 일을 현재는 과거보다 더 많이 접할 뿐이다. 게다가 인간의 뇌는 불확실성을 빨리 제거하고 결정을 내리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다.◇ 통계보다 뛰어난 스토리의 힘옳은 답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뛰어난 스토리텔러라면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100%다. 낡았거나 엉뚱한 아이디어도 설득력 있게 전달하면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 훌륭한 스토리는 긍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힘이 있다. 저자는 가장 설득력 있는 스토리는, 더는 나아질 수 없을 것 같은 무언가에 숨겨진 수많은 기회를 끌어낸다고 말한다. 그는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만드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스토리는 통계보다 더 큰 설득력을 발휘한다”면서 “측정할 수 없는 것이 세상을 움직인다”고 말한다.◇ ‘더 빨리, 더 크게’가 늘 문제다우리는 툭하면 프로세스의 속도를 끌어올리려 안달한다. 워런 버핏은 “여성 9명을 임신시킨다고 해서 한달 만에 아기를 얻을 순 없다”고 했다. 억지로 크기를 늘리거나 속도를 높이려다 균형을 깨기 쉽다. 하워드 슐츠 CEO가 물러나 있던 기간의 스타벅스처럼 성장 목표 수치를 높이려는 과도한 욕구가 합리적 분석과 판단을 밀어내기도 한다. 창의성 발현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결과물을 빨리 내놓고 싶어하는 그 ‘조급함’이다. 저자는 “더 빨리하려는 것, 더 규모를 키우려는 것이 언제나 문제였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일침 했다.◇ 고통이 집중력을 발휘시킨다역사적으로 중요한 변화와 혁신은 늘 근심 걱정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비극은 우리에게 고통과 괴로움,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지만, 역경에 과잉 반응할 때 분출되는 엄청난 에너지가 혁신을 만들기도 한다. 1930년대는 미국 역사상 손꼽히는 암울한 시기였지만, 가장 생산성 높고 기술적으로 발전한 10년이기도 했다. 뉴딜 정책으로 수많은 도로 인프라가 확충되었고, 전기가 대량 보급되었다. 최초의 슈퍼마켓과 셀프 세탁소도 이 때 등장했다. 저자는 “두려움과 고통, 역경은 긍정적 감정이 결코 따라갈 수 없는 강력한 동기 부여 요소”라고 강조했다.◇ 낙관·비관이 공존해야 발전한다저자는 “‘비관론자처럼 대비하고 낙관론자처럼 꿈꾸라’는 말처럼, 둘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인생에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말한다. 대공황기에 출간되어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희망의 언어를 유행시켰던 제임스 트러슬로 애덤스는 ‘우울한 현실’과 ‘무지한 낙관’이 세상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고 했다. 빌 게이츠는 늘 사태를 낙관하면서도 만약에 대비해 1년 동안 회사를 유지하기에 충분한 현금을 늘 은행에 보관해 두었다. 저자는 “단기적 역경과 장기적 관점을 균형 있게 관리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은 대개 비참한 비관주의자가 되거나 파산한 낙관주의자가 된다”고 경고했다.◇ 완벽함 보다는 약간의 불완전함많은 이들이 완벽해지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하나가 완벽해지면 결국 생존에 필수적인 다른 능력이나 특성을 잃는 경우가 대부분임을 간과한다. 효율적인 삶을 살려고 애쓰지만 어떤 때는 시간을 낭비하는 게 더 현명할 때가 있다. 사람들은 ‘생각할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깨닫지 못한다. 이를 실천하기도 쉽지 않다. 워런 버핏은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을 그저 쉬면서 책을 읽는데 쓴다. 저자는 “우리는 더 완벽해지려 할수록 여러 면에서 더 취약해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잘 생각해 보면, 약간의 비효율성을 허용하는 것이 이상적임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경쟁우위’는 결국 사라진다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우위를 잃는 이유를 저자는 다섯 가지로 소개한다. 첫째, 연이은 성공에 자신은 틀릴 리 없다는 자신감이다. 둘째, 성공하면 의도적으로 규모를 키우는 경향이 있다. 셋째, 미래에 언젠가는 열심히 노력할 필요가 없어지길 바라며 경쟁우위를 얻으려 노력한다. 넷째, 한 시대에 중요한 기술이 다음 시대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다섯째, 때로 성공은 마침 그 시기에, 그 자리에 있었던 덕분에 찾아온다. 저자는 “경쟁우위에는 유통기한이 있다”면서 “영원한 우위 역시 존재 않는다는 것이 불변의 스토리이니 계속 앞으로 달려가라”고 독려한다.◇ 겪어봐야 안다직접 경험한 것만큼 강한 설득력을 가진 것은 없다. 위기와 역경은 사람들이 평화로운 시절에 예상하지 못한 생각과 행동을 하게 만든다. 리스크가 현실이 되었을 때, 혹은 반대로 엄청난 횡재를 만났을 때, 우리가 어떻게 반응할 지 예상하기 힘들다.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는 그 상황 안에서 일어날 감정적, 심리적 반응을 완벽하게 알 수 없다. 우리는 미래의 성공과 행복을 상상할 때 현실적 측면은 쏙 빼놓고 이상적인 그림만 그린다. 그러나 실제로 삶에서는 언제난 좋은 것과 나쁜 것이 뒤섞여 공존하면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겪어 봐야 안다.◇ 필요 이상 복잡할 필요는 없다사람들은 흔히 복잡하거나 지적호기심을 자극하며 고도의 두뇌 활동이 필요한 일에 마음이 끌리고, 단순하지만 효과가 좋은 것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단순한 방법이 더 효과적임에도 복잡한 것에 더 몰두한다. 단순함은 무지함, 복잡함은 능력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자신이 이해 못하는 복잡한 내용을 이해하면 신비로워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 상황에서는 몇 가지 간단한 요인이 결과의 대부분을 만들어 낸다. 그 몇 가지만 이해하면 상황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저자는 “복잡한 것에 지나치게 끌리고 지나치게 힘을 쏟으면 자칫 큰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상처는 아물지만 흉터는 남는다인간은 언제나 고난을 겪은 후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고 회복하지만, 고난의 흉터는 영원히 남는다. 2차 세계대전을 겪은 13개국 2만 명을 조사해보니 당뇨병과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은 물론 결혼하는 비율이나 노년의 삶의 만족도가 더 낮았다. 사람의 마음은 좀처럼 회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다. 예상치 못한 중대한 사건을 겪으면 그런 일이 미래에도 계속, 더 크게 일어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심리적 불편함을 초래한다. 의견충돌 역시 사람들이 지닌 ‘지식’이 아니라 ‘경험’과 더 크게 관련이 있다. 경험은 늘 다르기 마련이니 의견충돌도 계속 일어날 수 밖에 없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4-03-23 07:00 조진래 기자

[신간] 박희봉 중앙대 교수 ‘대한민국 좌파 리포트’ 출간

박희봉 중앙대 교수의 신간 ‘대한민국 좌파 리포트’(상상나무)사회학자인 박희봉 중앙대 교수의 신간 ‘대한민국 좌파 리포트’가 상상나무에서 출간됐다.이 책은 해방 이후 6·25 한국전쟁을 거치고 민주화를 이뤄낸 뒤 지금까지도 한국 사회를 분란시키는 원인으로 이데올로기 갈등을 지목한다.아울러 좌파가 지향하는 마르크스의 이론을 서술하며 그에 따른 원인과 문제, 해결 방안 등을 제시한다. 특히, 한국 내 만연한 좌우 편향적 시각을 바로 인식시켜 보겠다는 저자의 의도가 담겼다.저자는 책에서 현실에 안주하는 좌파가 많기에 좌파는 진보라는 공식은 더 이상 맞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해당 책은 ‘좌파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논리적인 설명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한다.표지를 보면 좌파를 공격하는 책이라 여길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풀어간 책으로서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두고 양쪽의 입장을 서술한다.책의 주요 내용은 4가지로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이론 요약 △대한민국 좌파의 과거 △한국전쟁 이후 좌파의 세력 확장 △대한민국 좌파의 미래 등이다.박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마르크스가 주장하는 사회주의와 대한민국 좌파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확실하게 발견하기를 기대한다”며 “많은 분이 좌파를 좀 더 바르게 인식하고 이 사회를 살기 좋은 사회로 만드는 데 일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정다운 기자 danjung638@viva100.com

2024-03-20 17:31 정다운 기자

[100세 시대 신간] 오츠 슈이치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20년 전에 출간되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큰 인기를 모았던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가 재출간되어 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저자는 1000명 넘는 사람들의 임종을 지켜 본 일본의 호스피스 전문의다. 이 책은 자신이 직접 돌보았던 망인들이 남긴 마지막 사연들을 바탕으로, 우리가 후회 없는 죽음을 위해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할 25가지에 관해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얼마나 죽음 앞에서 많은 후회를 하는지를 일러주고 우리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저자는 가장 먼저, 사랑 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라고 조언한다. 일흔이 넘는 Y는 깐깐한 노 교수였다. 평소 가족들과 왕래도 잘 않고 오로지 강의에만 매진했다. 정년 후 대장암 치료를 받았으나 수술을 거부했다. 죽기 전에 여든이 넘은 형이 찾아왔다. 하루 밤 깊은 대화를 나눈 후 그는 형에게 처음으로 꾸지람을 들었고, 그제사 형에게 고맙다는 말을 넘긴다.어쩌면 자산이 평생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을 수도 있었을 것이란 사살을 뒤늦게야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그는 마치 숙제를 마친 듯 평온한 모습으로 생을 마감했다. 저자는 “우리 대부분은 참고 인내하는 인생을 산다”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당장 고맙다는 말을 하라고 말한다.‘조금만 더 겸손했더라면…’ 하는 후회도 많이들 한다.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은 독단에 빠지기 쉽다. 그리고는 나중에 남을 배려하지 못했던 일들을 뒤늦게 후회한다. 저자는 “귀를 순하게 하는 것이 별할 끝에 내몰린 자신을 구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주변에 친절을 베풀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는 사람들도 많다. 저자는 “남들에게 원 없이 베풀며 살았던 사람들은, 후회를 넘어선 곳에 우뚝 서 있었다”면서 따뜻한 마음이 그들을 그곳으로 이끌었을 것이라고 말한다.‘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더라면…’하는 후회도 많다. 저자는 감정이 ‘양날의 검’과 같다고 말한다. 감정을 잘 통제하려면 강인한 정신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감정에 치우친 삶, 특히 부정적 감정에 얽매어 평생을 허비하면 돌아오는 것은 후회 뿐이라고 말한다. ‘죽도록 일만 하지 않았더라면…’하는 후회를 남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저자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취미 하나 정도는 가지라고 조언한다.‘살아온 증거를 남겨두었더라면…’ 하는 안타까운 사연을 남긴 이들도 많다. 저자는 손 편지를 적극 추천한다. 읽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기 때문이란다. 그는 “글씨는 세상에서 그 사람의 흔적을 진하게 새기는 가장 정직한 수단”이라고 말한다. 고향을 찾아가 보지 모했던 것을 후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고향은 과거의 추억이 있는 곳이다. 저자는 “고향은 자신이 살아온 흔적”이라며 “삶의 근원을 확인하는 일은 분명히 자신의 인생에 힘찬 에너지를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건강을 잃고 후회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말이 있다.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최소한의 건강을 확보하는 것이 나중에 죽음에 임박해 후회하지 않는 길이다. 이 밖에 저자는 다른 일을 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시작하라, 새로운 사랑을 하고 싶다면 바로 지금 시도하라, 세상에 이름을 남기고 싶다면 오늘부터 당장 노력하라고 조언한다.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얼른 만나고, 결혼하고 자식을 갖고, 자녀들에게 어떻게 유산을 남길 것인지 염두에 두고, 자신의 장례식을 어떻게 치를 것인지도 미리 생각해 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한번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고 권한다. 저자는 “우리에게 단 하루만 남아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하고 묻는다. 스스로에게 묻는 그 질문에 이제 우리 스스로가 답을 할 차례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4-03-20 09:24 조진래 기자

[갓 구운 책] 저출산과 인구감소 속 통계로 찾아낸 '희망의 근거'

인구감소, 부의 대전환(전영수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2만2000원)지난 2월 28일 통계청은 2023년 4분기 합계출산율 잠정치가 0.65명이라고 발표했다. ‘전 세계 꼴찌’, ‘1호 소멸 예정 국가’라는 자극적인 뉴스가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의 산업 구조와 성장 공식을 돌아보면 인구 감소가 얼마나 큰 위기인지 알 수 있다.서구 선진국에 비해 과하게 높은 제조업 의존성은 값싸고 근면한 노동력이 충분히 제공되었기에 유지된 구조였고, 베이비부머의 힘으로 인구보너스(총인구 대비 생산가능인구의 비율이 증가하며 경제가 성장하는 현상)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이 한국 경제 성장의 비결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뜻이다.‘인구소멸과 로컬리즘’, ‘대한민국 인구 트렌드’, ‘은퇴대국의 빈곤보고서’ 등의 저서와 다양한 강연, 방송 출연을 통해 저출산과 인구감소에 대해 경고음을 날리고, 다양한 대안을 제시해온 저자는 저출산과 인구 문제가 출구 없는 위기처럼 보이지만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으면 결코 악재가 아니라고 말한다.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막막한 문제더라도 돌파구가 있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38개 인구 통계 그래프를 통해 인구감소속에서 희망의 근거를 제시한다.저자는 먼저 통계를 통해 저출생 · 고령화라는 악재 속에서도 성장할 비즈니스 모델을 제안한다. 총인구는 줄더라도 핵심 고객의 구매력은 상승하는 ‘축소 시장의 핵심 고객’을 통계의 눈으로 밝혀내는 것이다.인구 통계가 주목하는 축소 시장의 4가지 핵심 고객은 △집을 사지 않을 ‘저축 포기 청년’, 고학력, 고소득, 정년 연장으로 무장한 ‘70년대생’, △지속 · 확장 소비를 책임질 충성 ‘집토끼’, △노년에 돌입한 ‘베이비부머’다.인구감소가 거부할 수 없는 대세가 된 상황에서 대한민국 최악의 위기라며 자포자기할지, 부의 추월차선에 올라탈 다신 없을 호재로 삼을지는 각자의 몫이다.이어 저자는 인구 감소가 개인이 아닌 국가적으로도 큰 기회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 개발도상국에서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선례 없는 인구 위기를 맞은 지금, 롤모델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비슷한 인구 위기를 겪는 선진국들이 대한민국을 주목하고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한다면 선진국형 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모범 사례로 한국형 모델을 수출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저자는 역설한다.인구라는 동력에 제약이 걸린 지금, 낡은 산업 구조를 혁신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모델을 꾀할 적기라고 저자는 말한다. 제조에서 서비스로, 수출에서 내수로 같은 거시적인 제언에서부터 ‘전자상거래’, ‘손해 보험’, ‘반려동물’ 등 직접적인 산업군까지 통계를 통해 분석한 유망 산업을 제시하며 고성장 시대에는 외면받았지만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산업들을 제안한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3-19 16:35 이희승 기자

[신간] 서용환 작가, ‘이것이 진짜 미국 부동산 투자다’ 출간

서용환 작가의 ‘이것이 진짜 미국 부동산 투자다’(휴앤스토리)서용환 작가의 신간 ‘이것이 진짜 미국 부동산 투자다’가 휴앤스토리에서 출간됐다.이 책은 단신으로 미국에 건너가 길거리 노점부터 시작해 약 35년 만에 교포사회에서 성공을 이룬 한 사업가의 미국 부동산 투자 얘기를 집대성한 것이다.이 책은 단순히 부를 추구하는 것을 넘어서 부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부자로 성장하기 위한 지혜와 전략을 소개한다.특히, 저자가 가난했던 젊은 시절부터 투자를 시작하게 된 계기 등 부동산 투자하면서 겪은 실패와 성공담을 풀어쓰다 보니 경제 서적이라기보다는 사실상 수필에 가깝다.때문에 책의 제목은 미국 부동산 얘기지만 저자가 무일푼으로 부를 일군 미국 땅에서 겪은 실패와 성공담을 있는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한다.책에는 캘리포니아 부동산 공인 중개사였던 저자가 소개하는 미국 부동산의 장점 등 사소하지만 중요한 정보들이 담겨있어 미국 부동산에 직접 투자하려는 이들에게는 주옥 같은 정보를 선사한다.서 작가는 “이 책은 자칫 교만스러울 수 있는 주제가 될 수도 있지만,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 출간하게 됐다”면서 “경험과 기본 상식을 토대로 부동산 투자의 본질을 쉽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정다운 기자 danjung638@viva100.com

2024-03-19 10:28 정다운 기자

[비바100] 오롯이 나로 서기에서 시작한 ‘문화기획이라는 일’

유경숙 세계축제연구소장은 ‘난타’ 홍보마케팅팀, 티켓링크 등 나름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떠난 세계여행, 유럽일주를 통해 외연을 확장했다.(사진=본인 제공)이보다 직관적인 제목이 또 있을까. 유경숙 세계축제연구소장이자 문화기획자이며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의 ‘문화기획이라는 일’은 자칫 문화기획이란 무엇인지부터 성공하는 법을 알려주는 실용서로 비춰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화기획이라는 일’은 그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 홍보마케팅팀, 티켓링크 등 나름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와 떠난 세계여행에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호기롭게 독립해 고군분투해온 17년 여정을 담고 있다. 그 여정 속에는 문화기획이라는 일부터 그들이 갖춰야할 소양, 창업의 지속성에 필요한 것들, 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한 비결, 네트워킹, 바람직한 공공기관 및 권위적인 공무원 대응법 등이 담겼다. 하지만 이 책이 담고 있는 실무적 조언과 유 소장이 걸어온 삶의 여정만큼 빛나는 가치는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독립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골라서 하고 오롯이 나에 집중하면서도 먹고사는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 바탕에는 ‘일만 하면서 나이 먹지는 말자’ ‘돈 많은 부자보다 마음이 부자인 중산층이 낫다’는 철학이 깔려있다. 문화기획이라는 일|유경숙 지음(사진제공=넥서스)책의 전반부인 ‘문화기획자의 세계에 들어서다’에 그 여정을 담았다면 ‘문화기획자의 독립을 목표하다’에서는 경제적 불안, 창의력 고갈 등의 위험에도 독립 문화기획자로서 지금에 이른 과정과 미래를 담았다.개인의 의지든, 전세계에 창궐했던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인한 경제 불안으로 강제적으로든 ‘독립’ 혹은 ‘창업’해야 하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다. 유 소장은 그 도전의 핵심을 개인 브랜드의 완성과 지속성으로 꼽았다. 그리고 그 시작은 자기 객관화와 전문성의 객관화가 최우선이다.자신이 종사해온 일에 대한 전문성과 능력치, 자립 가능성 등을 냉철하고도 엄중하게 가늠하는 셀프 메타 인지는 필수다. 자신의 장점과 개선점,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공헌도, 성향 등을 스스로의 시점이 아닌 제3자, 외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통해 새로운 나를 발견하기도, 생각지도 못한 가능성을 만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단지 문화기획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굳이 창업, 독립, 창직에 적용되는 것만도 아니다. 그가 책 첫머리에 배치한 것처럼 ‘모든 일의 시작은 기획이다.’ 문화 뿐 아니라 뭔가를 성취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계획하는 기획은 모든 일의 시작이다. 거대한 세계 혹은 국가 행사부터 당장 이번주에 있는 친구의 생일 축하 파티까지. 그리고 그 기획의 밑거름은 창의적 아이디어가 늘 샘솟는 천재가 아니라면 경험이다. 그 경험을 어디에 쓰냐는 결국 본인의 몫이다. ‘난타’의 홍보마케팅으로 공연계에 발을 들여 티켓링크에서 절로 체득한 문화예술 전분야의 통계와 시장의 흐름, 사업적 연계성 그리고 해외시장 조사를 위해 떠난 장기 세계여행, 유럽 일주와 다양한 일로의 외연확장 경험이 그의 무기가 돼 주었다. ‘난타’ 홍보마케팅팀, 티켓링크 등에서의 공연기획 및 마케팅, 데이터와 비즈니스, 세계여행, 유럽일주 등의 경험은 '오롯이 나로서기' 그리고 외연확장의 무기가 돼주었다(사진=본인 제공)그렇게 그는 ‘난타’ 마케팅팀, 티켓링크에서의 재직, 세계 및 유럽 일주를 통해 수집한 90개국, 1만2000여개의 해외 공연 및 축제 정보를 정리하는 세계축제연구소를 만들었다.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이자 10권의 책을 출판한 저자이기도 한 그의 ‘유럽축제사전’ ‘놀면서 재우는 세계축제 1·2’ ‘시끌벅적 세계의 시장’ 등 중 일부는 초등학교 4학년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다.  더불어 여수세계박람회 총감독단 자문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관광축제 평가위원, 서울시 축제위원회·서울시 광화문광장 운영위원회 위원, 경기도 제2지방재정 투자 심의 위원, 충청남도 방문의 해 집행위원 등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위원, 한국여행작가 협회 정회원, 문화계 여성 전문가 활동 기회를 넓히기 위해 2018년 출범한 여성 문화단체 협동조합까지. 그는 끊임없이 외연을 확장하며 지금에 이르렀고 그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N잡러가 일상이 되는가 하면 다양한 업종에 종사한 경험이 중요해진 시대, 그 여정의 원동력이자 믿는 구석은 결국 ‘나’ 그리고 ‘오롯이 나로 서기’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3-18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괴로운 당신, 생각 감옥에 갇히셨군요

(일러스트=백승민 기자 optimaporma@viva100.com)저자는 미국의 작가 겸 라이프 코치이자 자칭 ‘사람 관찰 전문가’다. 그는 이 책에서 왜 우리는 늘 불안과 후회 속에 살면서, 생각하면 할수록 불행해 지는지 그 이유와 해법을 이해시켜 준다. 저자는 “티베트에는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속담이 있다”면서 “생각 과잉은 현대의 새로운 유행병이며,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머지않아 최고의 사망 원인이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생각이 너무 많으면 인생은 지뢰 밭을 기어가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한다.생각 중독|닉 트렌턴|갤리온◇ 가장 집요하게 괴롭히는 ‘생각 과잉’(사진출처=게티이미지)저자는 ‘생각 과잉’이 여러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고 말한다. 실제로 우리는 자극이 지나치게 과한 세상에서 극도로 긴장한 채 과도하게 머리를 쓰면서 살고 있다. 시시각각 자기 생각을 의식하는 때가 많고, 자기 생각을 부단히 통제하고 조정하려 하고, 즉흥적으로 떠오른 생각 때문에 괴로워하고, 위기가 닥칠 때 문제 원인을 자신으로 돌리고, 스스로 선택한 일을 자주 의심하며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상황을 반복한다.저자는 생각 과잉으로 이어지는 ‘불안’의 주요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한다. 우선, 자기 자신이다. 어떤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더 불안이 심한 성향을 타고 나기도 한다. 다음은 환경이다. 어수선하거나 어둡고, 인종차별이나 성차별 같은 사회문화적 환경에서 비롯되는 경험들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불안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가운데 ‘환경’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많은 생각으로 생기는 불안은, 우리로 하여금 가장 두려운 상황을 상상하게 만든다. 사소해 보이지만 큰 영향을 미치는 습관 때문에 불안이 커져서 생각 과잉에 빠질 수도 있다. 저자는 “우리가 잘 살려면,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환경이 아니라 딱 필요한 만큼의 스트레스가 있는 환경이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면서 “살면서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지만 생각 과잉은 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스트레스 날려 버리기(사진출처=게티이미지)저자는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찾지 못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며 ‘A4 스트레스 관리법’을 권한다. A4는 회피(Avoid)와 변경(Alter), 수용(Accept), 적응(Adapt)을 뜻한다. 그는 “스트레스 중 많은 부분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른다”며 “피할 수 있다면, 특히 그것이 노력할 가치가 없는 것이라면 ‘회피’하라”고 조언한다. 피할 수 없다면 상황 ‘변경’을 시도하고, 바꿀 수 없다면 ‘수용’하고 ‘적응’해 피해 가능성을 최소화하라고 말한다.널리 활용되는 또 다른 기법은 ‘스트레스 일기쓰기’다. 생각 과잉에 빠졌을 때 드는 오만가지 생각과 느낌, 그 원인으로 짐작되는 것 등을 수첩에 15분~20분 정도의 짬을 내 체계적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마무리는 가능한 긍정적이고 균형적이고 평온한 것이 좋다. 그러면 차츰 좋은 감정으로 초점이 옮겨진다. “내 관점을 서서히 바꾸면, 스트레스 받는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에도 긍정적인 관점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저자는 확언한다.‘5-4-3-2-1 그라운딩 기법’도 있다. 불안과 공황이 시작되는 느낌이 들면 주변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다섯 가지, 만질 수 있는 네 가지, 냄새 맡을 수 있는 세 가지, 들을 수 있는 두 가지, 맛볼 수 있는 한 가지를 찾아보는 것이다. 오감(五感)에 집중함으로써 생각 과잉에 빠진 뇌를 ‘리세팅’하는 것이다. ‘이야기 치료법’도 있다. 크고 두려운 문제를 작고 쉬운 문제로 분해(해체)해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불안에서 벗어나기대체로 시간을 잘 관리하면 스트레스도 잘 관리된다. 불안 유발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잘못된 시간관리’다. 의식적으로 시간관리를 해 일의 우선순위를 파악하고 이를 활용해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불안을 줄일 필요가 있다. 삶의 가치와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할 일의 목록을 정기적으로 만들고, 실제 우선순위를 솔직히 반영해 업무 우선순위를 정하고 목표를 작은 단위로 나눈다.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일에 집중하고 그렇지 않은 일에 시간을 덜 쓰도록 삶을 약간 제한한다. 급한 일, 중요한 일, 중요하지 않은 일로 등급을 매겨 우선순위대로 행한다.‘아이젠하워식 관리법’도 시간관리에 도움 된다. 중요도와 급한 순서를 기초로, 중요하고 급한 일부터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일까지 업무 우선 순위를 매겨 실행하는 방식이다. 중요하고 급한 일은 당장 처리하고,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은 언제 할지를 결정해 놓고, 중요하지는 않지만 급한 일은 가급적 위임하고,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는 일은 지워버린다.‘스마트한 목표 설정’도 유용한 방법이다. 목표를 구체적이고(specific) 측정가능하며(measurable) 달성가능하게(attainable) 수립하되, 가치와 관련되어야 하고(relevant) 기한이 있어야(time-based) 한다. 합리적인 시간 안에 목표를 달성토록 하는 게 중요하다. 특정 시간대를 정해 특정 업무에만 집중함으로써 생산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그 일정표에 지배당해선 안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기 마음을 다루는 훈련(사진출처=게티이미지)불안이 극에 달하거나 통제불능 상태라고 느낄 때는 스트레스 수준을 낮추는 방법 가운데 ‘자율이완 훈련’이 있다. 힘을 빼고 묵직해진 몸, 몸의 온기, 심장 박동, 호흡, 배의 감각, 이마에 느껴지는 서늘함 등 6가지를 연습해 생각과 감정을 통제한다. 편안히 앉거나 누워 ‘나는 완전히 평온하다’라는 말을 되뇌면서 규칙적으로 천천히 호흡한다. 사이사이에 같은 말을 반복하며 다양한 신체 부위의 감각을 느낀다. 다음은 ‘유도 심상’이다. 편안한 자세에서 다양한 감각을 기분 좋게 자극할 장소를 떠올린다. 자신을 행복하거나 평안하거나 기운나게 하는 곳이면 어디든 좋다. 그곳의 냄새와 색, 소리, 촉감, 맛 등을 상상하거나 직접 상상의 스토리를 지어내도 좋다. 유도심상은 잠재의식 속에 묻힌 지혜에 접근하거나,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나 우울감 등을 관리하는데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점진적 근육 이완법’도 있다. 몸이 이완하면 정신도 이완한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편안한 자세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여러 신체부위를 옮겨 다니며 근육의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은 ‘걱정 미루기’다. 당장 걱정거리가 생겨도, 나중에 걱정하도록 미래의 어느 시간을 따로 정해놓고 걱정하는 시간도 제한하면서 현재에 집중하려 노력한다.◇ 결코 스스로 불안에 빠지지 말라거의 모든 생각 과잉의 이면에는 부정적인 사고방식이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이런 사고 패턴을 더 긍정적인 태도로 바꿔 정신 건강 개선에 큰 도움을 준다. 가장 먼저, 자신이 빠지기 쉬운 인지 왜곡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흑백논리 사고는 가장 일반적인 인지왜곡 중 하나다. 지나친 일반화나 개인화 역시 불안감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인지왜곡이다.‘ABC 모델’이 있다. 어떤 행동을 촉발하는 선행 사건(Antecedent)과 그로 인한 행동(Behavior)과 결과(Consequence)를 기초로 기존 행동을 더 잘 파악하도록 데이터를 수집하고, 촉발 요인과 결과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역기능적 생각 기록하기’도 있다. 부정적 사고가 들 때마다 잠시 멈추어 그 생각에 앞선 장소나 상황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자신의 인지 왜곡 유향을 확인한 후 합리적 반응을 생각해 보는 방법이다.사고 패턴을 바꾸는 데 효과적인 것이 ‘행동 실험’이다. 부정적인 생각과 신념을 명확히 표현하고, 그 생각과 신념이 거짓일 수 있다는 가정 아래 가설을 세우고, 그 신념이 거짓임을 나타내는 증거나 과거의 경험을 생각해 본다. 같은 방법으로 주변 환경을 관찰해 신념이 거짓임을 입증하는 증거를 파악하고, 기존 신념을 의심할 만한 이유를 발견하면 그에 따라 사고 패턴을 바꾸도록 하며 자존감을 높인다.◇ 인생을 낭비 않는 오늘의 생존전략(사진출처=게티이미지)저자는 태도와 인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 실제 변화로 이어질 수 있게 하려면, 다섯 가지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아니라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당장 실행에 옮기되, 할 수 없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게 최선이다.두 번째는, 할 수 없는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태도다. 세 번째는, 갖지 못한 것이 아니라 가진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우리는 부족한 것에만 오롯이 집중하느라 가지고 있는 좋은 것 들에 감사하는 법을 잊는 경우가 많다. 네 번째는, 과거와 미래가 아닌 현재에 집중하는 태도다. 저자는 “의식적 인식과 도움이 되는 행동은 다른 어딘가가 아닌 현재에 존재한다”고 강조한다.마지막으로, 원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에 집중하는 마음가짐이다. 저자는 “‘만약’이라는 가정은 생각과잉에 가장 빠지기 쉬운 방법”이라며 “나쁜 일이 일어날까봐 마음 졸이면 결국 계속 나쁜 일을 기다리는 셈”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반추(反芻)’는 불안을 키우고 비생산적으로 만드는 생각 과잉이라며, 자신의 생각이 진짜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반추인지 자문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4-03-16 07:00 조진래 기자

[B그라운드] ‘내 말이 그 말이에요’ 김제동 “어떤 장벽도 없이 누구에게나 하고 싶고 듣고 싶은 말”

8년만에 공감에세이 ‘내 말이 그 말이에요’를 출간한 김제동(사진=허미선 기자)“유홍준 전 문화재청장님의 추천사 중 ‘사회적 실천이자 희망이며 자부심’이라는 표현이 있어요. 그 사회적 실천과 희망, 자부심 사이에서 끊임없이 길들을 찾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제가 제일 잘하고 좋아하는 건 사람들을 웃기는 일이잖아요.” 방송인 김제동이 ‘그럴 때 있으시죠?’ 후 8년만에 공감 에세이 ‘내 말이 그 말이에요’를 출간했다. 12일 첫 방송된 ‘고민순삭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로 방송에 복귀한 김제동은 13일 서울 중구 천주교성프란치스코회수도원교육회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되게 재미있고 싶다”고 털어놓았다.“하지만 그 일에 방해되는 일들이 너무 많았어요. 물론 제 행동의 결과물이고 그걸 다 벗겨낼 수는 없죠. 하지만 그런 부분들을 좀 줄이고 내가 진짜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웃기는 이 일을 그냥 계속 하자 생각했습니다. 그런 일을 그냥 계속하고 하고 싶은 거예요.”김제동의 ‘내 말이 그 말이에요’(사진제공=나무의마음)한때 앞뒤 맥락 없이 발췌된 그의 발언들이 사회적, 정치적 문제로 연결돼 회자되고 “시끄러워져버리면 정작 하고 싶은 얘기를 못하는” 상황들이 생겨나곤 했다. 정치색이 씌면서 그의 방문을 반대하는 학교들이 생겨나고 노려보거나 욕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첨예한 상황들을 김제동은 “늘 총선에 출마한 사람처럼 살았다”고 표현했다.“솔직히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하는데 장벽이 생기는 그런 게 무섭고 진짜 싫어요. 저는 그냥 아이들을 만나러 가고 싶은 거예요. 어르신들과도 만나고 싶어요. 편안하게 얘기하는 작가로.”그렇게 책에는 6년여 전 만나 함께 하고 있는 강아지 연탄이와 살아가며 스스로를 먹이고 아이들을 만나 함께 깔깔 거리며 치유받는가 하면 뜨개질을 하고 역사공부에 재미를 들이면서 틈나는 대로 경복궁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는 ‘강담사’(講談師, 이야기장으로 불리는 조선시대 직업)로 사람들을 만나는 “사소하고 소소하지만 제일 중요한 이야기들을 담았다.”책 제목에 대해 김제동은 “책을 정할 때는 주위 분들한테 의견을 제일 많이 묻는데 아는 형, 김국진씨가 제가 평소에 많이 하는 말이고 해서 정했다”며 “차태현씨, 강풀작가, 조인성씨, 김국진씨 등과의 단톡방에서 투표를 하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누구하고 얘기할 때 ‘내 말이 그 말이지’라는 말을 들을 때 되게 기분이 좋잖아요. 그래서 제목으로 정했습니다. 개와 사람 이야기예요. 연탄이하고 저하고 같이 밥을 나눠 먹는 이야기죠. 저의 베이스 캠프는 저 자신이에요. 스스로에게 뭔가를 해먹이는 이 일이 되게 중요한 일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책을 쓸 때 말로 하고 난 다음 글로 옮기는 작업을 해요. 아이들을 만나러 학교에 가서 함께 밥을 먹고 떠들어대며 대책 없이 웃는 순간들, 제일 좋은 그런 때를 그대로 담고 싶었습니다. 그 소리를 그대로 내야 이 책은 의미가 있으니까요.”그리곤 “8년 전 책은 사람들과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이야기하며 시선이 좀 밖으로 향해 있었다면 ‘내 말이 그 말이에요’는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 좀 더 안쪽으로 들어온 것 같다”고 밝혔다.김제동과 연탄이(사진제공=나무의마음)“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정말 하나도 쓰지 않았어요. 그저 병원에서 이야기를 해달라고 해서 방문했는데 ‘간호법’에 대한 내용이 포스트잇에 붙어 있었어요. 몇몇 분들이 ‘간호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어떻게 시위를 하면 좋겠냐’고 물어서 ‘잘 모른다. 하지만 내 팔에 주사를 놓는 분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어느 쪽이든 힘들지 않으시면 좋겠다’고 답한, 아주 짧게 웃으면서 한 이야기를 그대로 적은 거예요. 그렇게 사회적, 정치적 문제를 이야기 하지 않음으로서 그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내 말이 그 말이에요’는 그가 꿈꾸는 어른이 하는 말이기도 하다. 김제동은 “뒤에 오는 세대들을 편들어 주는 그런 세대가 되고 싶다”며 “어떤 것이든 간에 그들에게 ‘맞다, 그럴 수 있겠다’는 의미로 해주는 말”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저희 경험으로 지금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돼요. 우리 세대의 경험은 우리 세대에만 적용돼야지 다른 세대에 적용되면 안되는 일이니까요.”역사공부에 재미를 들여 경복궁 강담사로도 활약하고 있는 그가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재밌어서”다. 그는 “역사라기보다는 사람이야기여서 재밌었다”며 “40대 후반에 갱년기가 왔는데 그걸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됐던 분이 이순신 장군님”이라고 털어놓았다.8년만에 공감에세이 ‘내 말이 그 말이에요’를 출간한 김제동(사진=허미선 기자)“만 48세에 전쟁을 시작하셨더라고요. 마지막 전투까지 딱 제 나이를 관통했죠. ‘노야’라고 불릴만큼 대단한 분이 말에서 내려 사람들과 악수하고 길가의 나뭇가지를 꺾어 방석을 만들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봤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고려의 활발했던 연애 문화 등까지 저에게는 역사라기보다 사람이야기였죠. 세종대왕이 자식을 잃었을 때의 슬픔, 말에서 떨어져 창피해 하며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는) 사관이 봤는지를 살피는 그런 인간적인 모습이 재밌어서 좋았어요.”그런 그에게 추천사를 쓴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작가는 “아이돌, 우상”이다. 일면식도 없는 그의 책에 추천사를 정성스럽게도 쓴 유 청장을 김제동은 “저에겐 (디즈니플러스 ‘무빙’ 중) 두식이, 하늘을 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기억에 남는 추천사를 써주셔서 ‘부끄럽지 않게 살겠습니다’라고 문자를 드렸는데 ‘지금처럼 살면 돼요’라고 답장이 왔어요. 그 말이 저는 너무 안심되고 좋더라고요.”이전에 출간했던 책들의 누적판매량만도 90만부, 그는 “책이 너무 좋아서 책을 계속 쓴다”고 전했다. 그는 “책을 통해 오해들도 조금씩 풀리면서 좀더 친해지는 느낌을 받는다”며 “원고 교정에만 두달 넘게 씨름을 했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묘한 매력이 또 있어서 계속 책을 쓰고 있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작업실이 광화문 근처라 교보문고에 거의 매일 가거든요. 거기 가면 냄새, 책들이 꽂힌 그 풍경이 너무 좋아요. 또 교보문고, 동네 책방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서는 위협감이나 위압감이 안느껴져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되게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죠. 약속하지 않고도 언제든 만날 수 있는 600년 전, 400년 전, 200년 전 그리고 지금 사람들을 만나 말을 거는 느낌이기도 해요. 집에 혼자 있거나 외로울 때는 책이 쌓인 데 기대 앉아 있어요. 그런 사람들하고 앉아 있는 느낌이 들거든요. 저에겐 그 어떤 매체도 뛰어넘지 못할 책의 매력이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3-14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박목월 시인 미발표 육필시 166편 공개, 장남 박동규 교수 “평생 시를 안고 살아간 내 아버지를 기억해주세요!”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시인 박목월 미발표 육필시 공개 기자회견’이 열렸다(사진=허미서 기자)“왜 지금까지 있다가 이제야 발표를 하나 궁금하실 건데요. 저는 아버님의 작품이라 평가할 수가 없습니다. 어린 날부터 아버님이 이 노트를 쓴 과정을 봐왔고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버님이 밤에 글을 써놓고는 지우고 쓰고를 반복하셔서 노트에 순서대로 다 있어요. 밤에 시를 쓰시고 아버지가 직장에 가시면 어머니가 따로 정리하곤 하셨어요. 어려서부터 이 노트의 의미를 알고 있었죠.”청록파 시인 박목월의 장남 박동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발견해 자택에 보관해온 62권, 경주 소재의 동리목월문학관에 기증한 18권까지 총 80권의 미공개 육필 노트에 수록된 400여편 중 166편의 미발표 육필시가 공개된다. 사후 46년만으로 400여편 중 완성된 형태의 작품 318편, 미발표 시만도 290편에 달한다.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박목월 미발표 육필시 공개 기자회견’에서 박동규 교수는 “아버지가 싫어서 발표를 안하신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며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어길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아버님이 살아온 생애를 보는 데는 필요한 자료가 아닌가 싶었다”고 털어놓았다.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인 박목월 미발표 육필시 공개 기자회견’에서 미공개 육필 노트에 대해 설명 중인 박동규 교수(사진제공=박목월유작품발간위원회)“또 한 가지는 새로운 시도들을 한 시에 대한 실험성은 오히려 (미공개 육필 노트) 여기에 더 많다는 생각도 했습니다.”스스로 아버지의 시를 평가할 수 없다는 박 교수에 지난해 8월 박목월유작품발간위원회가 꾸려졌다. 박동규 교수의 제자이기도 한 우정권 박목월유작품발간위원회 위원장은 “이 노트의 존재를 알게 된 건 30년 전”이라며 “그 안에 무슨 내용이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숙제처럼 남아 있었다. 지난해 4월 선생님을 찾아봬 (노트 연구·분석에 대한 의중을) 여쭤봤는데 허락을 해주셨다. 혼자서는 정리 분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박목월유작품발간위원회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그렇게 우정권 단국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박덕규 단국대 명예교수, 방민호 서울대 교수, 유성호 한양대 교수, 전소영 홍익대 초빙교수가 의기투합한 박목월유작품발간위원회는 2024년 2월까지 6개월간 미공개 육필 노트 내용을 분류해 분석 작업을 진행했다.“그렇게 분류·분석한 것들을 그동안 발간된 전집, 시집들과 대조작업도 마쳤습니다. 박목월 선생님이 등단하신 1939년 무렵부터 그 이후 과정을 볼 수 있는, 문학사적으로 귀중한 보물이 될 것 같습니다.”400여편 중 발표를 결정한 166편에 대해서는 “작품의 완성도, 주제성, 창작 과정의 의미 등을 기준으로 했다”며 “노트에서는 시를 쓰고 추리고 다시 원고지에 쓰고 원문을 작성해 출판하는 과정이 담겼다. 이를 통해 창작 변화 과정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이어 “시의 산문적 형식, 역사적 격변기인 해방과 전쟁, 종군문인단 활동, 조국과 미래를 위한 희망, 내면적 슬픔과 상실의 실체 등이 이번에 발굴된 작품에서 나타난 박목월 문학의 새로움”이라며 “윤필(潤筆) 시의 원본성을 훼손시키지 않고 문화유산으로서 후대에까지 널리 보존되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현대 미디어와 접목해 시 문화의 대중화를 이루겠다”며 향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인 박목월 미발표 육필시 공개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미공개 육필 노트(사진제공=박목월유작품발간위원회)이후 박목월유작품발간위원회는 디지털 작업을 바탕으로 한 전자책 발행, 전집 및 평전 발간을 비롯해 박목월 시를 노래로 창작해 뮤지컬, 영화 등으로의 제2창작, 시 낭송회 페스티벌과 강연회 등을 통한 시문학 활성화, 인공지능(AI) 및 미디어 기술을 활용한 박목월 육성 시 낭송, 그림 및 동영상 미디어 제작 등을 계획하고 있다. 박동규 교수는 “아버지의 전 생애 중 시에 얽히지 않은 시간은 한번도 없었다”며 “(격동기에) 시를 관두거나 쓰러지는 시인들도 많았지만 목월은 해방 후 암흑기에도, 돌아가시는 순간까지도 시를 썼다”고 털어놓았다.“그렇게 박목월은 평생 시를 안고 살아간, 한국 현대시 문학사 1세대의 중심적 인물임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3-12 22:1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불편하지만 냉정한 진실… 미국은 한반도를 떠났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저자는 미국 국영방송 VOA에서 펜타곤을 수년 간 출입한 한국인 기자다. 한미 관계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저자는 ‘혈맹(血盟)’ 미국에 대한 우리의 다소 맹목적인 믿음을 완전히 무너뜨린다. 미국은 이제 ‘의미 있는 동맹’만을 중시하며, 어떤 동맹이든 이제 자신과 힘을 모아 함께 세계 평화를 지키자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특히 중국과 러시아에 대항할 결속력을 보여달라고 겁박한다. ‘우리가 알던 미국’은 이제 없으며, 따라서 냉정하게 미국의 속내를 파악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우리는 미국을 모른다|김동현|부키◇ 미국의 잃어버린 20년 “미국의 군사우위는 끝났다”미국은 2018년 국방전략서에서 ‘위협의 우선순위’를 밝혔다. 1순위가 중국과 러시아, 2순위가 북한과 이란, 3순위가 테러 극단주의 단체였다. 이 순위에 따라 군 자원과 집중력을 배분하겠다고 했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비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 무분별하게 관여했던 미군을 재편하고 재무장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미군이 물러나면서 생기는 병력 공백은 각자가 알아서 메워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2022년 국방전략서에서는 중국을 가장 종합적이고 심각한 도전으로, 러시아를 급성 위험으로 명시했다. 이어 미국은 “미국 군사 우위의 시대는 끝났다”고 공표했다. 2023년 미국 군사력 지수 보고서에서 미국의 군사력 평가는 ‘약함’이었다. 특히 2곳 전장에서의 동시 수행 역량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평가됐다. 공군은 준비 태세에서 최하위 판정을 받았다. 전략 폭격기 노후화로, 중국이나 러시아와 붙으면 고전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의 2023년 국방예산이 8167억 달러로, 2위인 중국을 포함해 상위 9개 나라의 총합보다 많은데도 그런 평가가 내려진 것이다.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항마'였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후보 사퇴를 선언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됐다. 그 결과 오는 11월 미국 대선은 전·현직 대통령 간 '리턴매치'가 펼쳐질 전망이다.(AP=연합)◇ 트럼프, 바이든 모두 ‘부담금 분담’ 거세게 압박펜타곤은 매년 실질 국방 예산 증가율 3~5%를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은 1%대 중반이다. 재무장은커녕 현상 유지도 급급할 수 밖에 없다. 2022년 국방전략서에서 미국은 기존 2순위였던 북한과 이란을 3순위인 테러 단체와 뭉뚱그려져 ‘기타 위협’으로 재분류했다. 북한은 이제 더 이상 미국의 최우선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유사시 핵 억제력 등의 지원은 하겠지만, 대부분의 지상전은 전적으로 우리가 분담해야 한다는 얘기다.트럼프 대통령 시절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 협상에서 한미 정부는 2020년부터 5년간 유효한 11차 협정 때 분담금 총액을 1조 389억 원으로 동결하고 2021년에 14% 가량 증가한 1조 1833억 원에 합의했다. 2022년부터 3년 간은 우리 국방비 증가율에 따라 정하기로 했다. 바이든은 더 전방위 요구를 했다. 미국은 우리가 GDP의 2%대 만을 국방비로 지출하는 게 불만이다. ‘일방적’이던 한미상호방위조약도, 미국이 아시아에서 공격받으면 한국은 당연히 방어전에 참여하는 ‘쌍무적’ 관계로 바뀌었다. 타이완이 침공돼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중국의 미국 저지 ‘제1도련선’의 중심에 중국 군사 전략은 ‘반접근/지역거부(Anti-Access/Area Denial,A2/AD)’를 핵심으로 한다. 이를 위해 섬과 섬을 이어 미군의 접근을 차단하는 ‘도련선(island chain)’ 개념을 만들었다. 가장 안쪽의 제1도련선은 크릴열도에서 일본~타이완~필리핀~말레이시아에 이른다. 2도련선은 오가사와라제도~ 괌~사이판~파푸아뉴기니까지다. 가장 바깥의 3도련선은 알류산열도~하와이~뉴질랜드를 잇는 방위선이다. 한국은 제1도련선 가장 안쪽이다.중국 방위전략은 미군이 제2도련선과 제2도련선 안으로 못 들어오게 하는 것이다. 중거리 미사일과 대함탄도미사일,극초금속 미사일 무인기, 잠수함 전력에 전파교란용 반 위성 장비 개발 등에 힘쓰는 이유다. 저자는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의 방위 의무가 북한 침공에 한정되어 있다고 오해하고 있다”면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범위는 미군이 참전하는 한 태평양 지역 전체를 포괄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펜타곤은 한국이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 그물망을 끊을 수 있는 ‘가위’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다.(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처음으로 두 강력한 적성국을 맞아야 하는 미국미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자신과 거의 대등한 핵 역량을 갖춘 두 적성국을 동시에 대처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중국의 핵탄두는 이미 400개를 넘겼고 2035년이면 1500개가 실전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2023년 현재 러시아가 5889개, 미국이 5244개, 중국이 410개 수준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핵 전쟁에서 승리를 결정짓는 요소는 2차, 3차 핵 공격을 가할 수 있는 핵무기의 ‘양’이라고 말한다. 러시아와 중국이 힘을 모으면 미국도 어렵다는 얘기다. 더욱이 중국은 오랫동안 지켜 온 ‘핵 선제 불사용 정책’을 재검토할 심산이다.북한도 핵무기를 이미 67~116개 보유했으며 2027년에는 151~242개에 이를 전망이다. 때문에 미국도 한국과 일본에 전술 핵을 공유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한 적이 있다. 현재는 괌에 전술 핵을 배치해 놓고 유사시에 이를 이용케 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현실적으로도 한국이 핵 개발에 나서면, 핵확산금지조약 회원국이기에 가능했던 핵 원료수급 길이 막혀 원자력 발전 가동부터 중단될 수 있다. 핵 공유가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얘기다.◇ ‘지소미아’는 군사 정보전의 기초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문재인 정부는 2019년 7월에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를 파기했다. 미국이 한국 손을 들어주고 일본의 규제 철회를 압박하도록 할 생각이었으나, 펜타곤은 “자기 발에 총을 쏘는 행위”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북한이 쏘는 미사일의 각도에 따라 한국과 일본이 획득하는 정보가 다르기에 지소미아 파기는 군사·안보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사안인데 한국 정부가 너무 안이했다는 것이다.저자는 협정 당시 내용은 모든 범위의 군사 기밀을 양자의 ‘취사선택’에 따라 교환할 수 있었고, 협정 전문에도 ‘북한’이라는 특정한 단어가 없어 중국과 러시아에 관한 정보도 두 나라가 정보 공유를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적성국의 미사일을 ‘발사 전’에 무력화시킨다는 ‘발사의 왼편’ 전략을 표방하는 미국으로선 한·일 양국의 정보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더구나 지금은 초음속 미사일의 시대라, 빠른 정보 취득과 대응이 승리의 열쇠다. 미국은 이제 ‘선제공격’까지도 중요한 전략인데, 한국과 일본이 이에 응할 환경이 되어 있지 않을 경우 낭패일 수 밖에 없다.(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북한을 넘어 중국 견제가 목표인 한반도북한은 2019년 5월 4일에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발사 후 비행 궤적을 불규칙적으로 바꾸는 미사일을 처음 선보였다. 이러면 한반도에 배치된 패트리어트나 사드는 무용지물이 된다. 러시아와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 개발 잠재력을 북한도 가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런 위기감에 미국은 급기야 2021년 5월에 한국 미사일의 사거리 제한을 기존의 180㎞에서 800㎞로 풀어, 북한 전역을 사정권에 둘 수 있게 했다. 사실상 북한을 넘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였다.미국은 타이완 유사 시 한국이 특정한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이 중국의 직접적인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한반도 본토에 대량의 탄약과 장비를 저장해 둔 미국은 이 무기들을 언제든지 타이완 대응에 전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의 장거리 고정밀 타격 역량에도 기대가 크다. 어떤 형태로든 미국은 한국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기대하며 압박하고 있다.◇ 전작권 반환과 미일 연합사 창설 가능성현재 평시작전통제권은 한국군에, 전시작전통제권은 전쟁 발발에 한해 한미연합사령관이 행사하도록 되어 있다. 2012년 노무현 정부 때 전작권 전환이 추진되다가 우여곡절 끝에 문재인 정부가 다시 조기 환수를 추진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중국과의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미국에서도 전작권 반환을 반기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주한미군 병력을 위급한 다른 지역으로 언제든 빼 갈 수 있다는 쪽으로 변한 것이다.워싱턴은 3만 명에 달하는 주한 미군 병력을 한반도에 묶어 놓는 것이 대단히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한다. 주한미군 ‘철수’가 아니라 ‘차출’이라고 표현한다. 한반도 방위를 미국이 전적으로 신경쓰기 힘드니, 세세한 문제는 한국에 맡기자는 것이다. 저자는 “전작권 전환은 한국이 북한 문제를 떠맡도록 하는 매개체”라고 말한다. 미국이 최근 일본과 완전히 독립적인 ‘미일연합사’ 창설을 적극 추진 중이라는 점도 우리에게 전작권 전환을 압박하는 한 요소로 꼽힌다.(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미중 패권 경쟁 속 대한민국의 선택은…“미국은 절대 동맹국들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하지 않는다.” 미 정부 당국자들이 늘 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선택에 책임을 지라고 강요한다. 미국과 중국 중 양자택일하라고 겁박한다. 저자는 “이럴 때일수록 우리도 ‘비장의 카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미중 갈등 속에서도 세계 1,2위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을 자랑하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현지 공장에는 중국 정부도 뭐라 하지 못하는 상황을 직시하자는 것이다.미국은 한국이 계속 약한 국가인양 행동하는 데 불만이다. 북한 외 다른 귀중한 정보들을 간과하는 것에도 비난한다. 일본에도 밀리는 정보력은 미국으로부터 외면당하기 일쑤다. 미국이 최대 우군인 영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 결성한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만 가장 민감한 정보를 공유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파이브 아이즈 동맹국들은 모두 미국이 뛰어든 전쟁에 참전한 나라들이다.저자는 “우리가 기꺼이 대 중국 견제 의무를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국민들에게 이를 설득할 수 있는지부터 자문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혹 파이브 아이즈에 가입되더라도 중국이나 러시아에 대한 독자 첩보 능력 등 우리만의 고유 첩보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시간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며 “우리는 이미 선택을 강요받는 그 지점에 와 있다”고 말한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4-03-09 07:00 조진래 기자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했다(연합)제주 4.3사건을 세 여성의 관점으로 그려낸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 프랑스 번역판(Impossibles Adieux)가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Le prix Emile Guimet de Litterature asiatique)을 수상했다. 지난해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에 이은 쾌거로 한국문학 작품이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최미경·장노엘 쥬떼(Jean Noel Juttet) 공역으로 출간된 황석영 작가의 ‘해질 무렵’(2018)에 이은 두 번째다.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했다(사진제공=한국문학번역원)폭력으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이들의 상흔과 시간에 대한 ‘작별하지 않는다’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학번역원의 ‘해외 출판사 번역출판 지원사업’에 선정돼 번역가 최경란·피에리 비지유(Pierre Bisiou) 공역으로 프랑스어로 번역·출간된 작품이다.2017년 프랑스 파리 기메박물관(국립동양미술관)이 프랑스 내 아시아 문학 활성화를 위해 제정한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은 1년간 프랑스어로 번역·출간된 현대 아시아 문학 중 우수 작품에 수여된다.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 심사위원단은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수상작으로 선정한 데 대해 “우정에 대한 찬가이자 상상력에 대한 찬가”라며 “무엇보다도 망각에 대한 강력한 고발”이라고 심사평을 전했다.이어 “이 아름다운 페이지는 소설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며 수십 년 동안 묻혀 있던 충격적인 기억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라며 “한강은 한국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로 여겨진다”고 부연하기도 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3-01 20:50 허미선 기자

[브릿지 신간] 프리드리히 A. 하이에크 <노예의 길>. 김이석 옮김

자유기업원이 2018년 번역 소개해 9쇄까지 인쇄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던 하이에크의 역작 노예의 길의 2024년 개정판을 내놓았다. 시대의 변화에 맞게 어려운 한자 표현이나 번역체 문구 등을 수정해, 누구나 읽기 쉽게 다듬었다. 자유기업원은 개정판을 내면서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위험성을 다시금 깨닫게 해 줄 것”이라고 소개했다.자유주의의 거장인 하이에크는 1944년 처음 시카고대학 출판부에서 이 책을 선보였을 때부터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물질적 욕구에 대한 좌절을 국가권력을 통해 보상받으려는 사람들의 시도’라고 비판했다. 그리고는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노예로 가는 길’이라며, 나치즘을 예를 들며 한 국가와 사회가 어떻게 나락으로 떨어지는 지를 상세히 소개했다.자유기업원은 노예의 길이 개인의 자유와 정부의 권위에 대해 생각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고전으로 손꼽힌다고 소개했다. 특히 한국 정치를 이끌 리더 정치인들에게는 필독서라고 강조했다. 진영 논리에 빠져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없이 정치적 유불리만을 중시하는 정치인들에게, 시대가 지나도 변치 않는 진정한 자유주의의 가치를 일깨워 줄 것이라고 말했다.하이에크는 이 책에서 나치의 사례를 들어, 정부의 규제가 사회를 더 잔인하게 만들고 마침내 독재의 길로 빠지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자유롭다고 여기는 현대 자유 사회에서도 다양한 국가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지금 역시 예전의 노예적 상황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하이에크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만연한 ‘사회주의’의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고 경계하면서, 자유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자유는 오로지 가격을 지불하고 얻을 수 있는 가치”라고 힘주어 말했다. 자유를 보존하기 위해선 그 어떤 희생도 감내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 질서를 파괴하려고 이른바 ‘명령질서’를 계속 만들어내려는 사람들을 늘 경계하고, 자유주의의 가치를 지키는 데 개인들도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이 책은 모두 15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버려진 길’에서는 채 정제되지 않은 자유주의에 대해 설명하고, 2장 ‘위대한 유토피아’에서는 사회주의의 달콤한 약속과 자유주의의 진정한 의미를 고찰했다. 3장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를 통해서는 사회주의의 의미 등에 관해 정확한 이해를 구하고, 4장 ‘계획의 ‘불가피성’에서는 사회주의를 주장하는 전문가의 협소한 견해와 계획을 비판했다.5장 ‘계획과 민주주의’는 명령경제와 민주적 통제의 환상을 논하면서, 우리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가치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자유라고 설파했다. 6장 ‘계획과 법의 지배’를 통해서는 법의 지배의 논리적 근거와 그에 따른 새로운 위협 등을 파헤쳤으며, 7장 ‘경제적 통제와 전체주의’에서는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를 비교하면서 전체주의적 통제가 얼마나 확대되는 지를 경계할 것을 촉구했다.8장 ‘누가, 누구를?’에서는 자유와 재산, 계획과 소득분배, 분배적 정의와 절대적 평등을 논했다. 특히 사회주의가 준비한 전체주의적 통제의 위험성을 고발했다. 9장 ‘보장과 자유’에선 자유경제에 수반되는 소득의 가변성, 군대식으로 조직된 사회에서만 가능한 지위의 보장 등에 관해 소개했다. 그리고 10장 ‘왜 가장 사악한 자들이 최고의 권력을 잡게 되는가?’를 통해서는 모든 수단을 정당화하는 전체주의 국가의 폐해를 비판했다.11장 ‘진리의 종말’과 12장 ‘나치즘의 사회주의적 뿌리’에서는 통제받지 않는 진리와 사상의 위험성, 자유주의 서구세계에 대한 무기로서의 사회주의에 관해 소상하게 설명해 주었다. 13장 ‘우리 속에 잠재된 전체주의’에서는 자본과 노동의 독점노선을 비교 설명하고, 14장 ‘물질적 조건과 이상적 목적들’을 통해선 경제성장에 대한 희망과 경제공포증을 함께 다루었다. 이어 15장 ‘국제질서의 전망’에서는 경제적 권력을 통제할 강력한 정치권력의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이 책이 ‘진정한 고전’에 도달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치에 진지하게 관심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추천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최근 “경제 활동에 있어 비합리적인 비판을 받는 개인의 자유와 책임의 중요성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이 책의 일독을 적극 추천했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4-02-29 17:44 조진래 기자

[비바100] 영원한 적도 영원한 벗도 없는 '세계의 화약고'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아라비안나이트’의 무대, 고대 문명의 발상지에서 ‘세계의 화약고’가 된 곳. 중동(中東)이다. 이곳에서는 많은 국제 이슈가 꿈틀댄다. 물과 기름 같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화해 무드가 조성되는가 싶더니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으로 다시 확전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각 나라마다 변화의 기운이 거세다. 중동 특파원 출신인 저자가 현지 취재 경험 등을 기반으로 변화무쌍한 중동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들여다 본다.중동 인사이트|이세형|들녘◇ ‘중동’과 ‘아랍’은 다르다중동은 지역적 개념이다. 동쪽으로는 이란, 서쪽으로는 모로코, 남쪽으로는 아라비아반도 남단, 북쪽으로는 튀르키예까지를 통칭한다. 아랍은 민족적 개념이다. 아랍어를 쓰는 아랍연맹 21개 가입국을 아랍권이라고 부른다. 이란과 이스라엘, 튀르키예는 아랍 국가가 아니다. 상당수 국민이 이슬람을 믿지만 아랍어를 공용어로 쓰지 않기 때문이다.◇ 수니파와 시아파이슬람 창시자인 무함마드의 사후 권력 계승을 둘러싼 갈등의 결과가 ‘수니파’와 ‘시아파’의 분열이다. 수니파는 무함마드의 직계가 아니라도 통치자인 ‘칼리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시아파는 직계 자손만을 인정한다. 현재 무슬림의 85~90%가 수니파이며, 사우디가 종주국이다. 시아파 종주국은 이란이다. 이라크는 인구의 60~65%가 시아파지만 한 때 사담 후세인의 수니파 소수정권에 지배되기도 했다.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에서 갈라진 이슬람국가(IS)는 수니파가 스스로 칼리프임을 선언하고 건국을 선포한 경우다.◇ 오늘의 중동을 만든 협약들1차 세계대전의 승전국 영국과 프랑스는 1916년 5월에 사이크스-피코 협정을 맺고 중동 영토 분할에 나섰다. 이 때 종교적 성향이나 문화를 고려 않고 직선에 가까운 국경선을 구획하면서 갈등이 유발됐다. 1917년 11월의 ‘벨푸어 선언’은 이스라엘의 건국을 이끌어냈다. 미국이 세계대전 중 재정에 큰 도움을 준 유대인들에 대한 선물로, 팔레스타인 지역 내 유대인의 나라를 허용해 준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의 씨앗이었다.◇ 관광사업에 열 올리는 사우디아라비아성지순례 외에는 비자를 잘 허용 않던 사우디가 2019년에 한국 등 49개국에 온라인 관광비자를 허용했다. 2030년까지 연 1억 명 관광객 유치가 목표다. 사우디는 산업 다각화와 국가 브랜드 제고, 일자리 창출 등을 동시에 달성하려 관광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3% 안팎에서 2030년까지 1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하지만 저자는 “지금처럼 술을 허용하지 않는 상태에서 관광산업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스라엘, ‘분쟁 중심지’에서 ‘첨단과학기술 성지’로이스라엘 비밀 정보부대 ‘유닛8200’ 모습. (사진=이스라엘군(IDF) 블로그)소총 든 군인이 돌아다니는 ‘분쟁국’ 이스라엘이 첨단 과학기술 창업국가로 거듭났다. 정보보안 유니콘 기업의 30%가 이스라엘 국적이다. 자동차용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모빌아이는 인텔에 153억 달러에 매각됐다. 과학·수학 영재들이 고교 졸업 후 ‘유니트 8200’ 부대에서 복무한 후 히브리대 같은 명문대학을 나와 산업계로 진출한다. ‘군-산-학’ 순환 체제다. ‘사이버리즌’은 8200부대 동문 기업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다.◇ 두바이의 성장과 몰락, 그리고 재기2009년 말 국영기업 두바이월드 파산으로 두바이 경제가 급 추락했다. 장기 저유가에 주변국들의 투자가 급감한데다, 사우디 등이 카타르와 단교하고 미국의 이란 제제까지 겹치면서 대외 의존도가 컸던 두바이가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상류층이 두바이 투자를 늘리고 2022년 카타르 월드컵 특수까지 겹치면서 반전이 시작됐다. 하지만 1530억 달러의 공공부채 등 열악한 국가 재정이 난제다.◇ 재건을 노리는 이집트카이로의 열악한 인프라와 과밀화에서 벗어나려 450억 달러를 들여 신행정수도를 건설 중이다. 하지만 상당액을 중국에서 충당해, 수에즈 운하 운영권을 뺏기지 않을지 우려까지 나온다. 사우디에 홍해의 요충지 2개 섬을 빼앗기며 명예와 자존심도 크게 훼손됐다. 군인 출신의 ‘현대판 파라오’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이 제2 수에즈 운하와 대규모 사막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지만, 종신집권 반대파 무마를 위한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이 많다.◇ 글로벌 명문대 유치전 펼치는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카타르 올림픽 축구 경기가 열렸던 에듀케이션 스타디엄과 주변 에듀케이션 시티 전경.노스웨스턴대 미디어학부, 조지타운대 국제관계학부, 카네기멜런대 경영학과·컴퓨터학과·생명과학과…. 카타르가 파격적인 조건으로 ‘에듀케이션 시티’에 유치한 대학들이다. 유학가지 않고도 세계 최고 대학의 교육을 받게 된 것이다. 여성인력 양성 효과도 크다. 재학생의 75%가 여성이다. 아랍에미리트도 뉴욕대 경영학과, 프랑스의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등을 유치하는 등 선진 중동 국가들이 앞다퉈 해외 명문대 유치에 나서고 있다.◇ “경제영토 넓혀라” 중동의 국부펀드들자산총액 상위 20개 국부펀드 중 중동 국가 소유가 10개다. 아부다비 펀드가 7900억 달러로 3위, 쿠웨이트 펀드가 7500억 달러로 4위, 사우디 PIF가 6100억 달러로 6위다. 4500억 달러로 9위인 카타르 펀드까지, 톱 10에 4개나 포함될 정도로 투자시장의 ‘큰 손’이다. 하지만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언제든 왕실 개인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트럼프의 맏사위 쿠슈너를 직간접 계속 지원한 것이 알려져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중동 국가들의 ‘자국민 고용’ 프로젝트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자국민 고용 확대 바람이 거세다. 자국민들의 동요도 막고 내수 경기도 일으켜 보려는 심산이다. 사우디는 올해부터 자국에 중동지역본부를 두지 않은 기업은 공공 프로젝트에서 배제키로 했다. 아랍에미리트는 5년 내 정부 기관 관리·감독직의 90% 이상을 자국민으로 채용할 방침이다. 두바이 사태 때 고액 해외 인력들이 대거 탈출했던 경험 탓도 있지만, 아직 그런 퀄리티의 인력 충원이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화해?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서안지구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은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화해 분위기를 깨기 위한 것이었다. 이스라엘의 반격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면 반 이스라엘 정서가 고조될 것이란 기대였다. 서안과 가자 지역 팔레스타인의 자치권을 인정하라는 압박에도 반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지우기’에 전력이다.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지원해 온 이란이 개입할 가능성이 점증하면서 확전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중동의 ‘무장정파’들탈레반과 하마스. 헤즈볼라. 근본주의 이슬람 정신을 추종하고, 무력과 민간인 테러까지 자행한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궁극적으로 국가나 지역 장악을 목표로 선거와 정책 기획까지 망라해 ‘국가를 경영하는 테러 단체들’이다. 탈레반은 2021년 미군 철수 후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장악했다. 하마스는 2006년 가자 지구 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확보했다. 시아파를 대표하는 헤즈볼라는 레바논에서 ‘작은 이란’으로 불린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2020년 8월에 사우디의 맹방인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외교 정상화에 합의했다. ‘아브라함 협정’이다. 위협적인 이란을 견제할 나라는 이스라엘 밖에 없다는, ‘적의 적은 친구’라는 판단이었다. 카타르는 사우디 등과 왕실 뿌리도 같지만 이란과 가깝다. 걸프만의 해양 천연가스를 함께 쓰기 때문이다. 카타르는 사우디 등의 단교선언 때도, 항복 대신 튀르키예 군대 주둔 허용과 OPEC 탈퇴 선언 등 ‘분열’을 택했다.◇ ‘중동의 해결사’ 자처하는 중국2023년 3월 중국 베이징에서 사우디와 이란이 외교관계 복원에 합의한 것은 세계적인 층격이었다. (사진=연합)2023년 3월 사우디와 이란의 외교관계 복원을 중국이 중재해 충격을 주었다. 중동권 ‘탈 미국화’의 상징적 사건이었다. 경제 제재를 이겨내려면 이란은 중국이 필요했고, 사우디도 네옴 프로젝트 등에 투자여력과 개발 노하우가 풍부한 중국이 절실했다. 위안화로 원유를 결제할 조짐도 보인다. 미국의 중동 내 경제적·군사적 입지는 아직 탄탄하지만, 중국 주도의 ‘차가운 데탕트’는 매우 껄끄럽다.◇ 중동의 이슈 메이커들‘미스터 에브리싱’이라 불리는 사우디의 빈 살만 왕세자는 비 석유 부문으로의 산업 다각화, 여성 자유 허용, 관광시장 개방 등 중동 개혁의 상징이다. 바이든의 원유 증산 요청과 러시아 경제제재 요청을 거부할 정도로 배짱도 갖췄다. 2023년 4월에는 러시아 군함의 제다항 입항까지 허용해 미국을 긴장시켰다. 1조 달러 이상이 투자될 ‘네옴 프로젝트’도 주목을 끈다. 하지만 주변에 비판자나 조언자가 딱히 없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튀르키예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현대판 술탄’으로 불린다. 사실상 종신 집권체제를 구축했다. 칠면조와 발음이 비슷하다며 나라 이름을 튀르키예로 바꾸고,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면서 러시아판 사드라는 S-400 미사일 체계를 도입하는 등 친 러시아 행보를 보인다. 스스로의 몸값을 키우면서 ‘오스만 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중이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4-02-24 07:00 조진래 기자

[신간]‘아프면 소문내라’

몸이 아프다는 신호를 보낼 때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건강조언서가 나왔다.한길안과병원은 박덕영 행정부원장이 우리 몸에 질병이 생겨서 의사의 진료를 받기까지 여러 가지 고민과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들에게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아프면 소문내라’를 출간했다고 19일 밝혔다.질병 치료의 관건은 발병 초기에 좋은 의사와 병원을 선택해서 신속하게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갖가지 이유로 이 과정을 미루거나 소홀히 해서 병을 키우거나 심지어 생명을 잃는 일까지 벌어진다.저자는 이 책에서 ‘번지수를 잘 찾아라’, ‘내 몸은 또 하나의 우주’, ‘병원에서 일어나는 이런 일 저런 일’, ‘병과 친구 되기’라는 네 가지 주제로 아플 때 꼭 알아야하는 병원 이용법과 건강에 나쁜 일상생활 속의 잘못된 습관들에 대한 개선 방법을 소개했다.1장 ‘번지수를 잘 찾아라’에서는 질병 발생 초기 대처의 중요성과 올바르게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명의는 멀리 있는 게 아니고 집근처에도 있으니 평소에 손품 발품을 팔아 파악해 둘 것을 조언한다.또한 병원에 가기 전에 반드시 숙지하고 체크해야 할 지식과 정보를 비롯해 ‘알약 쉽게 삼키는 법’, ‘코필러 시술, 이런 사실은 알고 하세요’ 등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알짜 건강정보도 담겨있다.2장 ‘내 몸은 또 하나의 우주’에는 생명에 대한 외경심과 인체의 소중함을 철학적 사고로 풀어낸 글들로 채워져 있다. 저자는 이 장에서 장기기증의 절실함, 존엄한 죽음을 위한 안락사법 도입의 필요성 등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함께 논란이 되는 사회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담았다.3장 ‘병원에서 일어나는 이런 일 저런 일’에는 병원에서 일어났던 슬픈 일, 고약한 일, 억울한 일, 화나는 일, 조심해야 할 일 등에 대한 저자의 소회와 조언이 담겨있다. 작은 실수가 부른 어처구니없는 의료사고 사례나 우량고객이 불량고객으로 전락하는 사례를 통해 병원에서 매순간 환자의 현명한 대처의 중요함을 일깨워준다.4장 ‘병과 친구 되기’에는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일들을 위트와 유머를 곁들여 가볍게 풀어쓴 글들이 많다. 우리 이웃들의 성공담과 실패담을 통해 독자들이 잘못된 생활습관을 스스로 깨닫고 고치도록 유도한다.저자는 진료실과 수술실 안에서의 일은 의사의 영역이라 환자의 선택과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적지만, 자신을 치료할 의사와 병원을 선택해야 하는 진료실 밖에서의 일은 전적으로 환자의 의지와 판단에 달린 문제이니 여기에 집중할 것을 주문한다.자기 스스로의 주관과 지식, 정보 없이 맹목적으로 의사와 병원 직원의 안내에 따르는 것은 현명한 병원 이용과는 거리가 멀고, 자칫 병을 키우고 더 큰 화를 당할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충고한다.저자는 “아프면 소문내서 주변에 알리고 조기에 치료하는 게 병을 고치고 건강도 지키는 지름길이다”면서 “세계의 모범이 될 만한 의료보험체계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이런 저런 이유로 병을 숨기고 병원 가기를 미루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주고자 책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저자는 의료계 입문 전 경인일보와 경향신문에서 7년간 기자로 일했다. 이후 가천대 길병원에서 홍보팀과 비서실에서 근무하다 2002년 한길안과병원으로 옮겨 현재 행정부원장으로 재직중이다. 병원에 근무하는 홍보담당 직원들의 모임인 한국병원홍보협회 10대 회장을 지낸 병원홍보전문가이자 병원행정전문가이다.오수정 기자 crystal@viva100.com

2024-02-20 11:26 오수정 기자

[비바100] 내 삶의 탐험, 더 늦기 전에! ‘아버지의 마지막 골프레슨’

이미지출처=픽사베이누구에게나 아픈 과거가 있다. 혹은 ‘이불킥’을 하게 되는 부끄러운 기억들도 있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치명적인 실수의 순간들도 있다. 그 크기와 감도가 다를 뿐 잊고 싶은, 하지만 문득 떠올리게 되거나 스스로도 모르게 왜곡되는 이들 역시 ‘과거의 나’다. 이들을 포함한 ‘과거의 나’가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고 지금의 나가 과거가 돼 ‘미래의 나’의 밑거름이 된다.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인간 발달 연구의 세계 3대 석학으로 평가받는 윌리엄 데이먼(William Damon)의 ‘아버지의 마지막 골프레슨’(A Round of Golf with My Father)은 이같은 인간발달과정을 담고 있다. 심리학자 개인의 경험과 심리학 이론이 교차되며 회고록의 성격을 띠지만 추리소설 혹은 역사추적소설처럼 읽히는 책이다. 그리고 세계적인 석학이자 심리학자가 스스로의 정체성과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지금 사람들에게 소설 같은 이야기에 담아 전하는 위안이자 조언이기도 하다. 아버지의 마지막 골프레슨| 윌리엄 데이먼 지음(사진제공=북스톤)아버지 사진 한장 없이 성장해 60세를 넘긴 심리학자의 추적은 큰 딸의 전화에서 시작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작전 중 실종된 줄 알았던, 생전 어머니의 말처럼 “전사했다”고 믿었던 아버지가 타국에서 외교관으로 승승장구했으며 프랑스 발레리나와 결혼해 다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다 1991년에 세상을 떠났다는 내용이었다. ‘아버지’라는 존재 자체를 지우고 살았던 60여년, 아버지의 부재가 부끄러워 외면하고 살았다. 인간이 전 생애에 걸쳐 삶의 목적을 발달시키는 과정을 연구하는 발달심리학에 몰두했던 학자는 그런 아버지의 궤적을 따른다. 학자는 그렇게 남아 있는 아버지의 자료와 기록, 그를 알고 지냈던 이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아버지의 삶을 재구성하는 여정을 시작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2차 세계대전 시기부터 그 이후 아버지에게 일어난 일과 그 아버지의 부재로 심리학자가 어떤 삶을 살게 됐는지가 적절히 배치되며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어디까지 왔는지 그리고 어디로 향하고 싶은지를 돌아보는 계기를 맞는다.그 과정을 통해 윌리엄 데이먼이 전하고자 했던 건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에 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를 돌아보고 그때의 선택들로 만들어진 현재 그리고 미래의 비전까지를 스스로 파악하고 꿰어야한다고 강변한다. 그렇게 후회나 자기혐오로 과거에 매몰되기 보다는 존재했던 사건·상황들과 그 가운데서 스스로 했던 선택을 직면하고 지금의 나를 통해 정체성을 파악해 비전과 방향성을 찾는 여정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전한다.과거는 아름답거나 그리워 돌아가고 싶거나 기억하고 싶지 않기도 하다. 현재는 힘들거나 지겹다. 미래는 알 수 없고 그래서 두렵다. 통상적으로 과거, 현재, 미래는 이렇다. 윌리엄 데이먼은 그런 과거를 돌아보며 현재의 내 상태를 점검하고 미래의 비전 혹은 삶의 목적을 확립하는 자아성찰의 과정을 ‘탐험’ 혹은 ‘여정’이라고 표현한다. 그 탐험 혹은 여정에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추론과 상상 등으로 지금에 대한 감사, 잘못된 선택에 대한 반성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심, 이들을 바탕으로 지금의 나, 미래의 나를 단단하게 하려는 실행 등도 포함된다.    흔히들 말하듯 삶은 어쩌면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나는 어떤 사람이며 왜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스스로가 원하는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돌아보는 탐험이며 여정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2-19 18:00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