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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2080] 100세 시대 신간… 스티븐 코비·신시아 코비 할러 <크레셴도로 살아라>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였던 고 스티븐 코비 박사 사후에 그의 딸이 아빠의 유작을 모아 정리하고 보완해 책으로 냈다. 사람들이 중년 이후 직면하는 난제들, 예를 들어 앞으로 무엇을 위해 일해야 할 것인지, 신체적·정신적 노화를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와 같은 문제들에 대해 코비 부녀는 ‘크레셴도의 삶’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중년 이후에도 더 성장하고 지혜롭게 나이 드는 법을 일러준다.이전 스티븐 코비의 작품들이 ‘성공하는 사람’을 목표로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습관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딸인 신시아 코비 할러는 아빠의 유작 원고를 재구성하면서 ‘성공하는 삶’에서 ‘의미 있는 삶’으로의 전환을 강조한다. 마치 50대까지 개인적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이제부터는 주변과 사회, 세계 등 보다 넓은 세계를 보고 가치있는 일을 해 볼 것을 권한다.이들 부녀 작가가 말하는 ‘크레셴도 정신’은 시간과 재능, 돈, 자원, 영향력 등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활용해 자신뿐 아니라 가족과 이웃, 지역사회, 나아가 전 세계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자는 생각이다. 음악에서 크레셴도처럼, 나부터 세상으로, 오늘부터 내일로 살을 점점 더 크게 연주해 가자는 것이다. 삶이 음악이라면, 인생 2막은 나이 들수록 ‘점점 크게’ 연주해 가자는 얘기다.저자들은 “나이와 사회적 지위에 상관 없이 사회에 가여하는 것에는 끝이 없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삶에서 더 높고 더 나은 것을 추구하는 것 만큼 가치있는 것도 많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누구에게나 사회에 기여할 기회가 늘 바로 앞에 놓여 있다고 얘기한다. 가장 위대하고 중요한 일은, 우리가 선택하기만 한다면 언제든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다독인다.그러면서 “우리가 나눌 수 있는 모든 재능, 실천할 수 있는 선한 행위, 축복할 삶 들, 그리고 이를 통해 느낄 기쁨을 생각해 보라”며 “이제부터라도 스스로를 의심하지 말고 지금 당장 자신 만의 놀라운 유산을 만들기 시작해 보라”고 권한다. 늦었다고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마지막 숨을 내쉬는 순간까지 자존감과 존엄성을 지킬 수 있도록 스스로를 독려하자고 부추긴다.이 책은 4악장으로 구성된 교향곡을 본따 4부로 구성했다. 제 1악장에서는 중년의 위기를 논한다. 자신이 인생에서 추구해온 목표를 실현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허탈감이 찾아드는 이 시기에는 대부분 더 이상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고 자주 포기하게 된다. 무언가 성취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기 일쑤다. 마치 곡의 중간이나 마지막에 박자를 잠시 늦추거나 멈추도록 지시하는 악상 기호 ‘페르마타’와 유사하다.저자들은 이럴 때는 직접 쓴 부고를 써 보라고 권한다. 그리고는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비교해 보라고 한다. 현재 자산의 삶이 그토록 원했던 삶의 마지막과 일치하는가를 자문해 볼 것을 조언한다. 이 단순한 질문을 마음에 새기는 것 하나 만으로도 우리는 미래의 삶을 다시 창조해 낼 수 있다고 독려한다.제 2악장은 ‘포르테’다. 현실에 만족하거나 안주하지 말고, 미래의 더 강력한 ‘포르테’를 향해 살아가라고 저자들은 권유한다. 자신과 가족의 행복에서 이웃과 사회의 번영으로 시선을 돌리면 새로운 차원의 성공을 열망하게 된다고 말한다. 누구나 자신의 영향력 범위 내에서 특정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고유한 재능을 갖고 있다며, 타인을 위한 흥미로운 삶에 도전해 보라고 권한다.제 3악장은 ‘스타카토’다.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거나, 직장에서 밀려나거나, 가까운 사람을 떠나보내는 등의 큰 사건들은 음을 하나하나 짧게 끊어서 연주하라는 악상 기호 ‘스타카토’를 닮았다고 저자들은 비유한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좌절감이나 상실감에 빠지기 보다 ‘두 번째 기회’를 잡을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는 놀라운 경험을 해 보라고 조언한다.제 4악장은 ‘라르고’와 ‘아첼레란도’ 중 택일의 삶이다. 노인이 되면서 갑자기 늘어난 시간을 느긋하고 관대하게 ‘라르고’로 살 수도, 아니면 더 활기차고 열정적인 ‘아첼레란도’로 살 수도 있지만 다른 누군가를 도우며 보람차게 생활하는 것이 유쾌하고 현명하게 나이 드는 비결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들은 은퇴 후를 ‘기여하는 시기’로 생각하고 ‘성공하는 삶’에서 ‘의미 있는 삶’으로의 전환을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할 것을 독려한다. 그러면 은퇴 후의 달콤하고 보람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스티븐 코비(1932~2012)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다. 그는 노년기에 치매와 자전거 사고로 오랜 세월을 병상에서 지내야 했다고 한다. 유작인 된 이 책에서 그는 누구나 마음의 상처나 트라우마를 안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우리들 안에는 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갈 힘이 있다고 말한다. 이를 견뎌내고 담대한 마음으로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고 봉사할 때, 그 삶은 훨씬 더 깊고 충만해질 것이라고 말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4-08-20 08:23 조진래 기자

[비바100] 뚜벅뚜벅 조선으로 시간여행

서울에는 볼 만한 유적 공간이 많다. 하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몰라 무심코 지나치거나 겉보기에 그치기 일쑤다. 이 책은 부제 ‘지식 가이드와 떠나는 한국사 600년 시간 여행’에서 보듯이, 문화유산 해설 전문여행사인 ‘트래블리이블’이 풍부한 자료 연구와 현장 답사를 기초로 독자들이 편하고 의미 있게 조선시대를 시간여행할 수 있게 돕는다.◇ 국립고궁박물관조선시대부터 대한제국까지 왕실의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2층에는 임금이 앉던 붉은색 ‘어좌(御座)’가 있다. 뒤로는 해와 달, 5개 산봉우리가 그려진 ‘일월오봉도’가 자리한다. 이 병풍은 임금이 궁 바깥 행차를 할 때마다 함께 했고, 임금이 승하하면 함께 묻혔다. 임금의 초상 ‘어진(御眞)’은 후대를 위해 하나도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린 초상화다. 어진을 가장 많이 남긴 왕은 태조 이성계다. 과학문화전시실에서는 ‘천상열차분야지도’가 눈길을 끈다. 295개 별자리와 1467개 별을 밝기에 따라 크기가 다르게 표시되어 있다. ‘측우기’도 있다. 1639년 이탈리아의 ‘우량계’보다 200년 앞선 발명품이다. 처음 발명한 세종 23년 음력 4월 29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5월 19일이 발명의 날이다. 세종과 장영실이 의기투합해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 알람 시계 ‘자격루’도 이곳에서 위용을 자랑 한다.◇ 경복궁1395년 조선 최초의 ‘법궁(法宮)’을 창건할 때 정도전은 ‘크나 큰 복을 누리라’는 의미로 경복(景福)이라 지었다. 하지만 궁의 규모는 의외로 소박했다. ‘근정문’은 임금의 즉위식이 거행된 자리며, 그 앞 마당인 ‘조정’에 직급별 품계석이 세워졌다. 세종 때부터는 천인(賤人)을 포함해 80세 넘는 노인들을 위한 축하연도 열렸다. 90세 이상이면 관직을 수여했고, 100세가 넘은 천인은 면천(免賤)까지 해 주었다. 경복궁의 정전인 근정전 천장에는 두 마리 용이 새겨져 있다. 경복궁에서 왕이 평상시 거처하며 신하들과 업무를 보던 편전이 ‘사정전’이다. 근정전 바로 뒤 편이다. 근정전보다는 작고 낮은 어좌가 놓여 있어, 수평적 눈 높이로 토론이 이뤄졌다. 신하들과 가장 경연을 많이 한 임금은 세종과 성종이었다. 세종은 무려 2011건에 달해, 조선왕조실록 전체에 기록된 경연 건수의 7분의 1에 달했다.◇ 창덕궁개성으로 도읍을 옮겼던 정종을 제치고 왕위에 오른 태종 이방원이 다시 한양 천도를 단행하면서 새로 지은 궁이다. 가장 아름다운 조선의 궁궐로 칭송받는다. 조선조 5개 궁궐 중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창덕’은 선한 것은 성스러운 것이니 왕실은 백성에게 성스러운 덕을 끼쳐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전인 ‘인정전’에서 즉위한 왕이 ‘연산군’이라는 점은 아이러니다.창덕궁에서 고종은 일본의 협박으로 순종에게 강제로 왕위를 물려주었다. 일본은 궁의 내부를 근대식 궁의 형색으로 갖추게 했다. 대표 전각인 ‘희정당’은 샹들리에와 각종 서양식 가구가 화려하다. 왕비의 침전 ‘대조전’은 조선의 마지막 황제 순종이 승하한 곳이다. 대조전 동쪽의 ‘흥복헌’은 대한제국의 마지막 어전회의가 열려 이완용 등이 순종에게 한일합병조약 문서에 강제로 옥쇄를 찍게 한 망국의 장소다.◇종묘한양을 도읍으로 정한 태조 이성계는 법궁인 경복궁을 짓기도 전에, 선대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실 ‘종묘’ 건설부터 명했다. 그리고는 고조부부터 아버지에 해당하는 목조와 익조, 도조, 환조의 신주를 모셨다. 종묘의 정전은 길이 101m로 단일 건물로는 국내 건축물 중 가장 길다. 가장 왼편 방에 이성계와 2명이 부인이 있고, 그 옆으로 18개 방에 후대 왕과 왕비들이 모셔져 있다.  조선의 역대 왕 27명 가운데 종묘에 모신 왕은 19명이다. 다른 왕들은 종묘 뒤편의 ‘영녕전’에 모셔져 있다. 장소의 협소함 탓에, 정전에 모신지 5대가 지나면 신주를 영녕전으로 옮긴다는 기준이 마련되었다. 하지만 나라를 세운 태조 이성계를 비롯해 태종, 세종, 세조, 성종, 중종, 선조, 인조, 효종, 현종, 숙종, 영조, 정조 13명은 왕조에 미친 영향이 워낙 커 절대 정전에서 빼지 못하게 했다.◇ 창경궁성대할 창(昌)에 경사 경(慶)을 쓴 궁궐이지만, 가장 어두운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일제가 한 때 동물원 ‘창경원’으로 폄하했던 곳이다. 왕실의 주거용으로 지어져 공간도 적고 화려함도 덜했다. 정전인 ‘명정전’도 조정보다 작았다. 궁궐은 남향이 원칙이었으나 창경궁은 자연 지세에 맞춰 동향으로 지어졌다. 명전전 왼편의 ‘문정전’은 1762년 7월 4일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임오화변’이 일어난 곳이다.현재 창경궁은 10채의 전각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1908년에 일제가 순종 위로를 명목으로 위락 시설을 지으면서 60여 채 전각이 뜯겨 나가고 동·식물원이 들어섰다. 조선왕실의 질서를 상징하는 조정 마당의 박석들까지 다 뜯겨나가고 꽃밭이 들어섰다. 그리고는 신분이 낮은 사람들도 누구나 출입할 수 있도록 ‘궁’을 ‘원’으로 격하시켰다. 경술국치 후에는 아예 창경궁과 종묘 사잇길까지 끊어버렸다.◇덕수궁본래 이름은 ‘경사가 구름처럼 몰린다’는 뜻의 경운궁(慶雲宮)이었다. 고종이 1897년에 대한제국의 법궁으로 선택한 후 1907년에 덕수궁으로 바뀌었다. 덕수궁의 정전 ‘중화전’은 다른 궁에서는 볼 수 없는 황금색이 찬연하다. 당시 황금색은 중국 황제들만 사용할 수 있었다. 고종 스스로 황제임을 과시하고 싶었던 것이다. 중화전 내부 천장의 용(龍)도 발톱이 5개인 ‘오조룡’으로 황제궁의 상징이다. 고종의 염원이 가장 많이 담긴 공간이 ‘석조전’이다. ‘돌로 만든’ 그 자체가 ‘근대’를 상징했다. 석조전 서관은 당시에도 전시를 목적으로 했으나 일제가 ‘이왕가(李王家) 미술관’이라며 격을 낮춰 버렸다. 덕수궁 바깥 쪽에는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된 ‘중명전’과 순종이 즉위식을 가진 돈덕전이 있다. 고종의 침전인 ‘함녕전’은 두루 평온하다는 뜻이었지만, 고종은 1919년 이곳에서 원인 모를 죽음을 맞았다.◇서대문형무소역사관1908년 경성감옥으로 시작된 서대문형무소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감옥이다. 청나라 사신과 무역상들을 맞던 번화가 ‘의주로’에 형무소를 세운 것 자체가 조선인을 통제할 목적임을 드러낸 것이었다. 1987년 서울구치소가 경기도 의왕시로 이전할 때까지 수 많은 독립운동가와 민주화 인사들이 투옥되었다. 최대 수용인원이 500명이었으나 3.1 만세운동 때는 3000명을 넘겼다고 한다.정면의 보안과 청사 2층에는 무수한 붉은 점이 찍힌 한반도 지도 ‘전국 의병 전쟁 거의도’가 걸려 있다. 동대문 밖 30리까지 진격했던 의병부대의 총대장 허위 의병장은 서대문형무소의 1호 사형수다. 세 방향의 옥사를 모두 감시할 수 있는 ‘판옵티콘’ 방식의 설계가 눈길을 끈다. 1918년에는 사형선고 받은 여성 독립운동가 수감을 위해 여자 옥사가 지어졌다. 이곳 8호 감방에 유관순 열사가 수감되어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동관 1층 중·근세관 조선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외규장각 의궤’다. 1866년 강화도에서 병인양요를 일으킨 프랑스 군대가 276권의 의궤를 포함해 359점의 유물을 훔쳐간 것을 1975년 고 박병선 박사가 프랑스 국립도서관 폐 서고에서 발견했다. 정부가 테제베 고속철을 도입하는 조건으로 2011년에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소유권자는 여전히 프랑스라 ‘반환’이 아닌 ‘영구 대여’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전시관 1층에는 13.5m 높이의 국보 ‘개성 경천사지 십층석탑’이 있다. 일본으로 밀 반출될 것을 외신기자들이 폭로해 막았다. 지상 3층의 건물 중앙에 층을 모두 비워 설치했다. 삼국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2개의 국보 반가사유상과 함께 이토 히로부미가 수집했다는 고려청자들도 전시되어 있다. 1936년 제11회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손기정 선수가 부상으로 받았던 고대 그리스 청동 투구도 비치되어 있다.◇ 성북동과 북촌성북동은 한양 도성 북쪽 동네라는 뜻이다. 복숭아 나무가 많아 ‘도화동’으로도 불리었다. 이곳에는 미술 수집가 간송 전형필이 1938년에 건립한 국내 최초의 근대식 사립미술관 ‘간송미술관’이 있다. 김홍도와 신윤복·정선의 화첩, 고려청자, 금동불상 등 6세기부터 20세기 초반에 걸친 국보급이 수두룩하다. 그가 안동에서 찾은 ‘훈민정음 해례본’은 전형필의 ‘문화보국’ 정신을 그대로 보여준다.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북촌의 도시형 한옥들은 ‘건축왕’ 정세권의 작품이다. 그의 목표는 일본인 땅이 많던 가회동과 익선동, 계동 등 북촌에 많은 도시형 한옥을 지어 조선인에게 분양하는 것이었다. 일본인들이 남촌에서 점점 북상하는 것을 막고자 연부·월부 판매까지 도입해 싸게 공급했다. 익선동을 시작으로 안국동, 삼청동 등에도 한옥 단지가 만들어져 그가 지은 한옥 수가 6000여 채에 달했다고 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4-08-16 07:00 조진래 기자

[신간도서]'홀로서기'와 '나아가기' 위한 교양독서

‘나를 채우는 하루지식습관’ 1권 홀로서기‘나를 채우는 하루지식습관’ 2권 나아가기지식은 단숨에 책 한 권을 독파하는 것으로 쌓이지 않는다. 매일매일 이불을 개고, 커피를 마시는 하루의 루틴처럼 습관이 되어야 쌓일 수 있다.한빛비즈에서 기획 출판한 ‘나를 채우는 하루지식습관’ 시리즈 1,2권은 나와 타인, 세상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어졌다. 박선영작가, 서진완 행정학자(인천대교수), 이창후 철학자, 장선화 문헌정보학박사(전 서울경제신문 기자), 장형진 입자물리학자 등 5명이 공동저자로 참여했다.1권은 ‘홀로서기’, 2권은 ‘나아가기’가 세부주제다. 1권은 자립, 자존, 자구, 자력, 소통 등을 주제로 ‘홀로서기’와 관련한 철학, 과학, 사회, 문화, 경제 등 다양한 주제가 이야기하듯 흥미롭게 펼쳐진다. 저자들은 자립을 시류에 무작정 따르는 것이 아닌 스스로 생각하는 자세라고 정의 내린다. 즉, 자립은 자신만의 가치관을 세우는 태도이며, 그러한 태도가 모든 교양 쌓기의 첫걸음이라고 말한다.2권은 1권처럼 홀로섰다면 이를 발판으로 나아가자는 의미다.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걷기, 방향, 경제, 공동체, 구분, 기술 자연 등을 주제로 각각의 전문가들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낸다. 저자들은 인류 DNA에 담긴 모험과 탐험의 유전자를 곱씹다 보면 자신만의 가치관을 세운 뒤 어딘가로 나아가야만 하는 교양 쌓기의 또 다른 자세를 상상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직립보행과 인간의 뇌, 수학 진법의 탄생, 산책하며 철학했던 소요학파, 달콤하고 위험한 레버리지효과, 신용평가기관의 총체적 원리, 소셜미디어가 추동하는 나르시시스트 인간형, 진리를 깨며 진화했던 연금술과 과학의 역사 등을 배울 수 있다.이 책의 특징은 문과형 지식과 이과형 지식을 넘나드는 통섭형 지식 큐레이션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특히 백과사전식 지식 나열이 아닌, 술술 읽히는 이야기 구조로 돼 있다. 철학에서 과학, 과학에서 사회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교양은 한 가지 키워드를 두고 다양한 지식의 관점을 드러내며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안의식기자 esahn44@viva100.com

2024-08-11 10:38 안의식 기자

[비바100] 위대하거나, 위험하거나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문명의 이기(利器)’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인류가 발명해낸 많은 창조물들은 우리 삶을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도 적지 않다. 이 책의 부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던져야 할 질문’인 이유다. 저자는 정말로 멋져 보이는 문명의 이기들에게서 발견되는, 우리가 한 번쯤은 꼭 생각해 봐야 할 문제점들을 짚어낸다.세상 멋져 보이는 것들의 사회학|오찬호|북트리거◇ 편리하지만 끔찍한 ‘플라스틱’(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우리는 ‘플라스틱 중독 세상’에 살고 있다. 주변이 온통 플라스틱 투성이다. 처음에는 ‘신의 선물’이었다. ‘생각한 대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의 그리스 어원 ‘플라스티코스’ 그대로 였다. 그런데 이제는 ‘플라스틱의 역습’이 이뤄지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은 에베레스트 정상에서도, 남극 눈 속에서도 발견된다. 태평양 한 가운데 거대한 쓰레기섬 GPGP에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1조 8000억 개나 있다고 한다.분리수거가 한 방법이라고 하지만 전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 중 재활용 비율은 고작 1.7%에 불과하다. 그것도 2060년 예상치다. 재활용 과정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해 환경 문제도 야기된다. 생산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최대 이슈다. 저자는 “이제 누구나 ‘환경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경우에 따라선 자본주의의 미덕인 ‘소비’도 자제 혹은 절제해야 할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한다.◇ 간편함 뒤의 찝찝함 ‘수세식 변기’(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전 세계에서 제대로 된 화장실을 이용 못하는 인구가 15억 명이다. 우리도 집에 수세식 화장실 없는 인구가 2022년 기준 2.5%(130만 명)에 달한다. 수세식 변기는 백신, 항생제와 함께 인류 건강을 지킨 대표 발명품이다. 문제는 이걸 한 번 내리는데 10리터 이상의 물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하루에 생수통 100여 개가 오물 치우는데 사용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최악의 발명품’이라는 악평도 받는다.2020년부터 6리터 이하 변기 제조를 의무화했지만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수도법 시행규칙에 ‘변기 막힘 해소’를 위한 경우는 예외로 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그래서 4리터 이하 1등급, 5리터 이하 2등급, 6리터 이하 3등급 식으로 절수 등급 표시 의무화로 바뀌었다. 저자는 “우리는 오물을 물로 흘려보내면 그만이라는 듯 살고 있다”면서 “그 간편함 탓에 다른 것을 상상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병 주고 약 주는 ‘진통제’(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는 ‘아편’에서 유래한 단어다. 병원에 가는 순간 우리는 이 마약성 진통제에 노출된다. 이제 길거리 마약보다 의사들이 처방해 주는 약이 더 큰 문제다. ‘오피오이드 에피데믹’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의사처방이라는 합법적 경로로 전염병처럼 퍼져 나간다. 이러니 음지에서는 모르핀보다 안전하다며 불법 약물 ‘헤로인’ 공급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기적의 진통제’가 ‘사람 죽이는 진통제’가 되고 있다. 2021년에 미국에서 11만 명이 약물 오남용으로 사망했는데, 75%가 오피오이드 관련 사망자였다. 제약회사들은 ‘중독성 있음’이라는 문구만 붙이고는 부지런히 합성 마약을 만들어 낸다. 한국 역시 남용 우려가 크다. 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를 쓴 앵거스 디턴은 “한국의 높은 자살률과 미국의 절망사가 배경이 비슷하다”며 깊은 우려를 내보였다.◇ ‘피임약’, 여성은 해방시켜 주었지만…(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전 세계 임신 중 의도치 않은 임신이 48%에 이르고, 이 중 임신중절로 이어지는 비율이 61%에 이른다는 유엔인구기금의 통계가 있다. 미국의 산아제한 운동가 마가릿 생어는 피임 방법을 알려주는 클리닉을 만들어 이런 의도치 않은 임신을 막는데 기여했다. 가난하고 무지해서 피임을 몰라, 가족 모두가 가난해지는 악순환을 깨려 했다. 그의 어머니도 19번의 임신과 11번의 출산으로 49세에 요절했다.계속되는 임신과 출산을 ‘엄마’라는 이유로 받아들이라는 것은 ‘강요된 모성’이다. 피임약은 그렇게 여성을 구원했다. 가능한 만큼만 출산해 ‘자발적 모성’이 가능해졌고, 임신의 두려움에서 벗어난 여성들은 인생을 ‘계획’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저자는 “임신을 초래한 남성은 여전히 고려되지 않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여성들이 피임약을 먹는 것도 그런 불안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스마트하지만 스마트하지 않은 ‘스마트 폰’(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스마트하다는 기계가 전혀 스마트하지 않다. 엉터리, 가짜 뉴스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보의 풍성함이 주는 놀라움에 취해 그것을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는 나쁜 습관이 생겼고 결국 중독이 되어 버렸다. 끊임없이 찾고, 고민하고,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생각도 줄어들었다. 무엇을 빨리 찾는 게 스마트해 보여서, 자신이 얼마나 스마트하지 않은 지를 모르게 되었다고 저자는 꼬집는다.휴대전화가 없으면 불안해 죽는 ‘노모포비아(Nomophobia)’의 시대다. 여기에 챗GTP는 사람들의 귀찮음과 번거로움을 단번에 해결해 준다. 예전에는 종일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보는 게 ‘성장’이라고 여겼지만, 이제는 비효율을 넘어 한심하다고 까지 느껴진다. 스마트 폰이 신체 일부가 되어 버린 ‘포노 사피엔스’가 넘치는 세상이 되었다. 저자는 “스마트 폰이 ‘기계’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찍혀서 안심되지만 불안한 ‘CC TV’(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폐쇄형’ CC TV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로켓 시험 발사대 부근을 특별감시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 최초였다고 한다. 지금 CC TV는 ‘양 날의 검’이 되었다. 안전을 담보해 주는 유용한 도구일 수도 있지만, 불필요한 감시의 도구로 약용될 여지도 많다. 탁월한 범죄 해결에 대한 신뢰 덕분에 “없었으면 큰 일 날 뻔 했다”는 만족감도 크지만 “왜 여기에 CC TV가 있냐”는 불만도 가득하다.한국에서 공공형 CC TV는 2008년 15만 7000대에서 2022년 160만 7000대로 폭증했다. 민간 CC TV는 그 10배로 추정된다. 카페에서 노트북을 두고 화장실에 갈 수 있는 이유다. 문제는 찍히는 대상이 준 범죄자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촬영되는 순간,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폐쇄회로의 ‘폐쇄’는 기계를 제한적으로 사용한다는 뜻인데, 실제로는 사람의 삶이 매우 제한되어 버렸다”고 꼬집는다.◇ 동네를 점령한 ‘프랜차이즈’(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편의점에는 없는 것이 없다. 심지어 집과 차도 판다. 전국적으로 5만 곳이 넘는다. 1989년에 지금 형태의 편의점이 나타나면서 라이프 스타일이 변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가 발달하면서 동네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동네 빵집 대신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자리를 차지했다. 피아노 학원도 프랜차이즈화되었다. 그 고급스러움과 깨끗함이 주는 안락함에 동네 자영업자들은 살 길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프랜차이즈도 적지 않은 문제점이 노출된다. 가맹비와 교육비, 광고비 등이 크게 발생한다. 창업 비용도 주인이 스스로 조절할 수 없고, 매장 넓이도 최소 기준이 정해져 있다. 점포 사장은 위험 부담을 줄여준다는 대가로, 어떤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가게 주인의 삶을 살아야 한다. 저자는 “기업의 비용 절감, 이윤 증가’ 법칙이 우리네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무시하지 말자”고 호소한다.◇ 가장 효율적이지만 가장 위험한 ‘원자력 발전’(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핀란드와 스웨덴, 프랑스만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 부지를 선정했을 뿐, 대부분 나라가 핵폐기물을 발전소 내부에 임시 보관 중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할 수도 있지만 너무 비싸다. 그 과정에서 플루토늄이 추출되어 핵확산금지조약(NPT)이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나라들만 가능하다. 핵 폐기물을 로켓에 실어 우주에 버리는 방법도 있지만, 실패해서 공중폭발이라도 하면 인류는 멸망한다.우리는 2015년 경주에 중저준위 방폐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 원전에서는 매년 평균 700여 톤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해 누적된 양이 2만 톤에 달한다. 원전 내부의 임시저장소는 2030년부터 순차적으로 포화 상태에 이른다. 저자는 “재생에너지 수준이 높아져 원전에 의존하는 비중을 줄여 위험도를 낮추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는 시원해지고 우리는 뜨거워지는 ‘에어컨’(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에어컨은 분명 20세기 공학이 성취한 가장 위대한 업적 가운데 하나다. 에어컨이 가동된 수술실에서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죽을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그 쾌적함을 추구하는 속도가 기후변화보다 너무 빠르다. 에어컨 냉매제인 CFC(염화불화탄소)가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어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에서 통제 방침이 확정되었지만, 2010년이 되어서야 지구 전체에 금지되었다.급한 불은 끄기는 했지만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CFC의 대체제로 선택된 HCPC(수소염화불화탄소)는 여전히 오존층을 파괴했고, HPC(수소불화탄소)도 이산화탄소 1000배 수준의 온실가스를 내뿜었다. 저자는 “에어컨을 파괴하자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인 쾌락함이 주는 말초적 감각에 경도되지 말고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던져야 할 책임 있는 질문이 사라지는 것을 경계하자는 것”이라고 말한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4-08-10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피로야 두통아 가라!"… 코카콜라는 원래 강장제였다

(일러스트=김용수 기자 kys404@viva100.com)‘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무언가를 찾다가 실수로 다른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탈리아의 사업가이자 작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우연한 실수’로 생긴 ‘위대한 발명’에 관해 소개한다. 코카콜라, 커피, 샴페인 등 ‘우연’이 창조해 낸 48가지 성공 스토리가 흥미롭다. 특히 당초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만들어낸, 발명인들 특유의 집중력과 혜안, 창의력이 놀랍다.세렌디피티|오스카 파리네티|레몬한스푼 ◇ 약에서 천상의 음료로 ‘코카콜라’(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코카콜라는 원래 두통과 피로 치료에 탁월한 시럽으로 개발되었다. 애틀랜타의 약사였던 존 스티스 펨버턴이 1886년 5월 8일에 ‘와인 코카’ 제조법을 완성했다. 효과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맛이 있었다. 한 잔에 5센트를 받고 팔기 시작했다. 알코올을 못 받아들이는 이들을 위해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코카 잎과 콜라 너트 추출물에 탄산을 첨가한 것이 ‘신의 한 수’ 였다.그의 회계 담당자가 두 재료의 이름을 합치고 두 단어의 첫 자를 따 두 개의 C를 대문자로 표기해 오늘날의 상표가 만들어졌다. 팸버턴은 1888년 죽기 직전에 코카콜라 제조법과 상표 등을 2300 달러에 한 사업가에게 팔았고, 이후 다른 세 명의 사업가가 코카콜라 병입 및 판매의 독점권을 단돈 1달러에 사 지금 모양의 코카콜라가 탄생하게 되었다.◇ 악마의 검은 물로 배척받던 ‘커피’(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에티오피아 남서쪽 고지대 ‘카파’ 고원에서 염소를 방목하던 ‘칼디’라는 양치기가 있었다. 그는 ‘우연히’ 염소들이 붉은 베리를 먹는 것을 보고는, 이를 갈아 가루로 만든 뒤 뜨거운 물과 섞어 먹어보았다. 이것이 전설로 전해오는 역사상 첫 커피다. 이후 1300년대에 아시아와 페르시아,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예맨에 도착한 이후 전 세계로 확산되는 분수령을 맞는다.처음 이슬람 권에서 커피는 ‘선지자의 검은 와인’이라 불렸다. 예맨의 항구도시 ‘모카’는 최초이자 최고의 커피 생산지이자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는 ‘아라비카’의 주 생산지이자 커피의 수출기지가 된다. 유럽에선 ‘무슬림의 사악한 검은 물’이라며 한 때 배척당했으나 16세기 후반에 교황이 커피 맛과 향에 매료되면서 유럽 각지로 퍼져가게 된다.◇ 몽골인 죽이려다 역효과낸 ‘요거트’(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요거트는 발효에서 파생되어 우연히 탄생한 특별한 제품이다. 오랫동안 이를 즐겨 먹어 온 몽골의 전설에서 유래했다. 칭기스칸의 병사 중 한 명이 긴 사막을 횡단하다 지쳐 한 마을에 들렀다가 적군을 만났다. 적군은 병사의 물병에 우유를 채워주며 친구인 척 위기를 넘기려 했다. 그는 더운 날씨에 우유가 상해 병사가 중독될 것을 기대한 것이었다.하지만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우유가 발효되기 시작했고, 병사는 원시적인 형태의 이 요거트 덕분에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를 계기로 징기스칸은 요거트의 힘을 확신하게 되었고 직접 모든 병사들에게 요거트를 먹으라고 독려했다고 한다. 몽골 사람들은 요거트가 힘뿐만 아니라 아름다움까지 준다고 믿었다.◇ 손님 골탕 먹이려다 대박 낸 ‘감자튀김’(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이탈리아에서 ‘파타티네 프리페’는 프랜치 프라이 혹은 감자 칩이나 감자 크리스프를 의미한다. 감자는 유럽에 도입된 후로도 18세기까지는 애용되지 않았다. 익히면 별미인 감자를 생으로 먹었기 때문이다. 감자 칩이 처음 등장한 것은 1700년대 중반이었다. 노점상 중에 누군가 감자 슬라이스를 끓는 통에 넣어 익힐 생각을 한 것이다.감자를 엷게 저며서 튀겨 포장한 감자 크리스프는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조지 크럼이라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요리사가 감자튀김을 맛 없다고 계속 되돌려 보내는 손님을 골탕먹이기 위해, 감자를 아주 얇게 썰어 튀김기에 넣고 소금을 듬뿍 뿌려 갖다 준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대박을 쳤다. 감자 칩의 탄생 배경이다.◇ 부자의 전유물서 빈자들의 향신료로 바뀐 ‘고추’(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고추는 원래 가난한 사람들의 향신료였다. 9000여 년전 멕시코와 페루에서 시작해 5000년 전부터 재배가 시작되었다. 아즈텍과 잉카, 마야 사람들에게 고추는 신성한 식물이었다. 화폐로 사용되기까지 했다. 1492년에 콜롬버스가 맛에 반해 스페인으로 가져간 특산품 중 하나가 고추였다. 유럽의 상류층 귀족들은 즉각 고추의 마력에 빠졌다.하지만 그들은 이내 화분에 씨앗 몇 개만 심어도 고추가 번성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런 쉬운 식물을 비싸게 대량 수입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자존심 강한 일부 부유층은 아예 부엌에서 고추를 금지시키기도 했다. 이후 고추는 가난한 사람들의 식재료가 되었고, 지금은 그 종류만 3000종에 이를 만큼 소금 다음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조미료가 되었다.◇ 사회적 평등의 상징 ‘콘·막대 아이스크림’(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수 세기 전 로마제국 귀족들은 눈과 꿀, 과일을 사용해 ‘젤라또’를 만들어 먹었다. 이후 피렌체 귀족들이 우유·버터와 달걀을 추가했고, 파리에서 초콜릿 아이스크림이 만들어진다. 당시엔 부자들의 특식이었다. 하지마 19세기 말에 작은 핫프레이트에 구워낸 웨이퍼가 출현하면서 큰 전기를 맞는다. 누군가가 이를 원통형으로 만들 생각을 했고, 아이스크림 콘이 탄생했다.막대 아이스크림은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 살던 프랭크 에퍼슨이라는 11세 소년이 만들었다. 1905년 겨울에 컵에 든 물과 소다를 작은 막대로 젓다가 깜박 잊고 있다가 순식간에 막대 아이스크림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이동하면서 먹을 수 있는’ 자유를 주었다. 그는 이 발명품을 1923년에 특허출원하면서 ‘팝시클’이라고 이름 붙였다.◇ 끓인 과일과 식초의 만남 ‘발사믹’(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발사믹’은 과일을 끓여서 얻은 시럽 ‘사바(saba)’가 자연발효해 만들어진다. 과일을 끓이는 것은 수 천년이 되었지만 사바와 식초를 섞으면 달콤 소스는 물론 훌륭한 보존재가 된다는 사실은 유연히 발견되었다. 훌륭한 발사믹 식초를 만들려면 온도가 최고 50도까지 올라야 하고, 오랜 시간동안 점점 줄어드는 용량에 맞춰 다양한 크기의 통들이 필요했다.‘발사믹’ 식초의 역사에는 나폴레옹이 등장한다. 그는 1805년 모데나에서 공작들의 웅장한 식초 저장고를 철거케 하고 지역의 부유한 가문들에게 팔게 했다. 보다 낮은 사회계층으로 발사믹이 확산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이어 150여 년 전에 제조법이 한 발사믹 전문가의 편지를 통해 처음 밝혀지면서 대중화 시대를 맞게 된다.◇ 옥수수 스프 실패로 탄생한 ‘켈로그 콘플레이크’(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1894년 미시간주 한 요양소의 의사 겸 관리자였던 존 켈로그는 동생인 윌과 함께 환자들을 위한 옥수수 스프를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실수로 옥수수가 딱딱해져 버렸고, 부서진 다량의 익힌 옥수수 조각들만 남게 되었다. 형제는 이를 불에 구워보았고, 이 ‘플레이크’를 따뜻한 우유가 담긴 큰 컵에 넣어 환자들에게 먹여 보았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동생은 이 제품의 미래를 확신했다. 당장 형에게 특허를 내고 대량판매하자고 설득했다. 하지만 형은 반대했고, 윌은 콘플레이크를 만드는 ‘켈로그’라는 회사를 만들고, 설탕을 추가한 제품으로 특허출원을 했다. 형에게는 50%의 회사 지분을 제안했지만, 형은 이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갔다. 결국 동생의 승리로 소송은 끝났고, 형제는 죽을 때 까지 화해하지 않았다.◇ 와인의 치명적 결함에서 탄생한 ‘샴페인’(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샴페인도 일련의 사고들이 탄생했다. 프랑스 최북단의 상파뉴는 ‘테루아(terroir)’ 지역이다. 토양과 기후, 노하우 등 좋은 와인의 삼박자를 갖춘 곳이다. 4000만 년에서 8000만 년 전 해양 생물이 퇴적하면서 형성된 백색 석회암이 와인에 독특한 성격을 부여한다. 해양과 대륙의 경계에서 여름이 짧고 뜨거워 포도가 늦게 익고 수확도 늦어진다.그런데 당시 와인에는 해동되자마자 또 한번 발효를 일으킬 수 있는 잔류 설탕과 효모가 종증 들어 있었다. 오래된 17세기 지하 저장소의 통에서 부분적으로 발효된 와인이 봄이나 여름에 온도 상승과 함께 이중 발효가 이뤄졌다. 이중 발효는 수 백년 동안 ‘결함’으로 간주되었지만 병 안에서 일어난 거품의 결과물은 ‘샴페인’이라는 이름으로 큰 인기를 끌게 된다.◇ 불탄 맥아로 대히트를 친 ‘기네스’(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아일랜드의 명물 기네스는 흑맥주로, 가벼운 크림 거품과 강렬한 맛이 특징이다. 설립자이자 양조 장인이던 아서 기네스가 1759년에 더블린에서 양조장을 만들었는데, 그의 창고 중 한 곳에서 화재가 발생해 보관중이던 맥아의 일부가 불에 타버렸다. 의도치 않게 로스팅 된 맥아를 이용해 즉흥적으로 만들어 본 것이 기네스의 시작이었다.찰스 2세가 불에 칸 맥아로 만든 맥주를 항만 노동자들에게 공짜로 제공하라고 명령하면서 기네스는 대중의 맥주가 된다. 기네스는 1941년에 세계 최대의 양조장을 확보했고, 오늘날에는 연간 20억 파인트의 맥주를 판매한다. 현재 기네스 그룹은 전 세계에 약 50개의 공장을 보유중이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4-08-03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노동력 고갈사회 온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일도 안하고 구직 활동도 않는 대졸자가 400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있었다. 지구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지 모르는 나라 대한민국. 한국의 인구 문제는 당장 노동시장에도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의 미래를 위협하는 심각한 위기에 우리는 직면해 있는 셈이다. 저자는 오랜 연구 경험을 토대로 극심한 인구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처방을 제시한다. ◇ 너무 빠른 인구 감소와 고령화 속도대한민국 인구는 2020년부터 줄기 시작했다. 2050년 경부터 더 빨라지다가 2072년이면 현재의 70%인 3600만 명, 최악의 경우 50%인 3000만 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보다 빨리 인구가 줄 나라는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둘 뿐이다. 현재 추세라면 65세 이상 인구가 2072년까지 두 배 이상으로 늘어 전체 인구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게 된다. 반면 유소년과 청년은 약 40%로 줄어든다. 인구 고령화는 결국 노동인구 감소로 이어지고 평균적인 생산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직종 혹은 산업 간 노동수급 불균형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인구 고령화로 수요가 급증할 의료서비스와 돌봄 서비스 분야는 심각한 인력난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한국의 15~64세 경제활동인구의 3분의 2가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특히 여성과 장년(50~64세)의 참가율이 낮다. 이들이 더 일하면 인구감소로 인한 노동력 감소를 완화할 수 있다. 노동생산성을 두 배로 높이면 노동력이 절반으로 줄어도 크게 우려 안해도 된다. 새 기술로 노동력을 대체하거나 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인구변화, ‘노동인구 절벽’으로 이어질까2023년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현재 3674만 명인 한국의 생산연령인구는 2072년이면 1658만 명으로 절반이나 줄어든다. 경제활동인구는 2938만 명에서 1635만 명으로 더 크게 줄 전망이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고령층 경제활동인구의 증가다. 65세 이상이 373만 명에서 465만 명으로 늘어 전체 비중도 13%에서 28%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노동인구의 고학력화도 빨라질 수 밖에 없다. 2022년 현재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약 48%인 대졸자가 2072년에는 67%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저자는 “노동인구의 고령화로 생산성이 저하되겠지만, 그것보다는 노동인구의 고학력화로 생산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나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생산연령인구는 2022년 수준 대비 2047년에 70%, 2072년에 45%로 감소하겠지만 경제활동인구는 각각 83%와 56%로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이런 속도로는 ‘노동인구 절벽’ 정도는 아닐 것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경제활동참여율과 생산성이 유지된다면 향후 20년까지는 현재의 90% 수준이 유지되다가 이후부터 빨라질 것이라 예측했다.◇ 일할 사람이 부족해질까한국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은 북유럽 국가들에 비해 20~30% 포인트 가량 낮고 일본에 비해서도 10% 포인트 낮다. 50~54세의 경우 일본이 90%를 살짝 웃도는 반면 우리는 80% 수준이다. 장년층 남성의 경제활동 참여율도 낮다. 50~54세 때 일본이 95% 수준인데 우리는 85% 안팎이다. 문제는 50대 중반을 넘기면서 노동생산성이 빠르게 감소한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된 일자리’를 떠나기 때문이다. 다른 일자리로 전직할 경우 거의 절반이 더 낮아진 임금을 받고, 4명 중 1명이 20% 이상의 임금 감소를 경험한다.이동성이 낮은 경직된 노동시장도 문제다. 일자리 미스매치가 생산성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된다. 저자는 “여성과 장년의 경제활동참가율이 2022년 일본 수준으로 높아진다면, 노동 투입은 2047년까지도 2022년의 93%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여성과 장년의 경제활동참가율과 생산성이 모두 개선되더라도 2072년의 노동 투입은 2022년의 72%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술변화가 고용에 미치는 효과는 연령층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인구변화로 노동시장에 어떤 불균형 발생할까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2031년까지 노동공급이 가장 많이 줄어들 산업은 육상운송 및 파이프라인운송업이다. 무려 30만 명을 웃돌 것으로 추정했다. 소매업에서는 20만 명 이상, 음식점 및 주점업과 농림업에서는 10만 명 이상 감소를 예상했다. 반면 부동산업, 공공행정·국방·사회보장·국제기관·외국기관·사회복지서비스업·교육서비스업 등에서는 10만 명 이상 늘 것이라 예상했다. 그는 또 고졸 이하 노동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면서 대다수 산업에서 저학력 취업자 수가 급감할 것으로 관측했다.고학력 노동 공급이 가장 많이 줄어들 산업은 연구개발업으로, 3만 명 가량이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고학력 노동공급이 가장 많이 늘어날 산업으로는 부동산업, 도매 및 상품 중개업, 교육서비스업, 공동행정 등을 들었다. 저자는 가장 심각한 노동력 부족이 예상되는 산업으로 사회복지서비스업을 들었다. 2031년까지 약 37만 명이 추가 부족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음식점 및 주점업도 준 전문직을 중심으로 18만 명 이상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누가 우리를 치료하고 돌볼 것인가저자는 2031년까지 보건업(의료서비스 포함)에서 13만 명 이상의 노동력 부족을 예측했다. 현재 의사 업무량을 유지하려면 2050년까지 2.5만에서 3만 명 의사가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의대 정원을 매년 4500명 정도로 늘려야 막을 수 있는 수치다. 소아청소년과는 2040년부터 지망생이 줄며 의사가 부족해지는 반면 고령·만성질환을 다루는 신경(외)과, 외과 등은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2048년까지 신경과 1270명, 신경외과 1730명, 흉부외과 1080명, 외과 6960명의 의사가 더 필요할 것이라고 추산했다.고령자 돌봄 수요는 2030년대 중반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해 2021년 인구 대비 12.2% 수준이던 것이 2035년까지는 23.4%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영유아 돌봄 규모도 2036년에는 2021년 대비 9% 가량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 저자는 사회복지서비스 분야에서 2031년까지 약 37만 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며, 돌봄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과 함께 양질의 인력이 충분히 공급될 제도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터에서 젊은이들이 사라진다저자는 출산율에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 한, 25년 안에 35세 미만 경제활동인구가 현재의 절반 아래로, 50년 내에는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청년 인력 감소로 노동시장에서 세대간 불균형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청년 인력 비중의 급격한 감소는 해당 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에도 부정적이다. 혁신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저자는 “일자리의 질과 성장 잠재력이 더 높은 부문에서 청년 인력 감소가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커 경제적 충격이 상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저자는 이런 충격에서 벗어나고 청년들이 전 생애에 걸쳐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하려면 먼저, 교육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노동시장 수요에 잘 부합하는 인재를 양성해 현재 약 60만 명의 청년이 맡고 있는 역할을 그 절반이나 3분의 1이 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동시장 유연화 개혁도 주문한다. 청년 인력의 공백을 메울 다른 인구집단의 고용확대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노인을 위한 나라, 노인이 없는 사회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70년까지 전체 인구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게 된다. 이들이 노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거의 30% 수준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앞으로 50년 후에는 대학을 졸업한 55세 이상 장년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마 이들 고학력 ‘파워 시니어’의 고용률은 아직 다른 나라들보다 낮다. 고령 노동시장의 경직성 탓이다. 해고와 채용이 자유롭지 못하고 고용방식과 조건이 획일적이라, 기존 일자리를 떠난 장년 인력이 자신에 맞는 일자리를 찾아 재취업하기가 어렵다.저자는 정년 연장의 효과에 고개를 젓는다. 15~20년은 큰 노동력 부족이 예상되지 않는데다, 사회복지서비스 등 극심한 노동력 부족 예상업종 대부분 정년의 의미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청년 인력이 급감하는 부문과 정년 연장으로 장년층 고용이 확대될 산업이 겹치지 않는데다 정년 연장 혜택이 소수 ‘있는 자’에 국한될 수 있으며, 오히려 고령자 간 불평등을 확대할 우려도 있다고 판단한다. 그는 굳이 정년 연장을 추진하려면 취약 계층에 더 집중하고, 고령친화적 환경과 노동조건을 갖춘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 더 애써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인구변화의 미래를 위해저자는 장·단기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려면 여성과 장년 인력의 경제활동참가율과 생산성 제고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교육과 훈련 시스템을 혁신해 청년 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초래할 부문 및 유형 간 노동수급 불균형을 완화시켜 가야 한다고 했다. 노동 시장의 유연화와 노동의 이동성 확대도 강조했다. 국내 노동시장 수요에 맞는 외국인력을 잘 선별해 도입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그는 인구변화의 충격을 완화할 노동시장의 변화를 만들어 내려면 ‘사람을 보는 사회, 사람에게 맞추는 사회, 기회를 주는 사회, 그리고 사람을 보호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 변화에 대한 대응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에 가깝다”며 진정으로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과 국민의 삶을 어렵게 만들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4-07-27 07:00 조진래 기자

[비바 2080] 100세 시대 신간…이재진 <마라닉 페이스>

‘빨리’ 강박에서 벗어나 ‘내 몸에 맞는 러닝’, ‘생활 속 걷기’ 실천이 훨씬 더 효과‘마라닉’이란 마라톤과 피크닉의 합성어다. 피크닉 가듯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달린다는 의미다. 방송국 PD 출신의 저자는 어릴 때부터 심약해 변화를 두려워했다고 한다. 청년기에 급성 위경련으로 세 차례나 응급실에 살려가는 위급 상황이 더해지면서, 건강에 대한 자신감까지 바닥을 쳤다.하지만 그는 더 이상 나약하게 살 수 없다는 마음에, 어느 순간 지인의 권유로 달리기에 입문하면서 그 마력에 빠져 버렸다. 지금은 러닝 유튜브 채널 마라닉 TV와 회원 수 1만의 러닝 커뮤니티 ‘마피아런’의 운영자로 활동 중이다. 보스톤 마라톤 완주의 꿈까지 이뤄냈다.저자는 한 발짝 내딛기도 힘들었던 자신이 이제는 어떤 시련과 도전도 이겨낼 수 있다는 강한 심성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오늘을 달리면 내일이 달라진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변화의 필요성을 알고도 이런저런 핑계로 주저하고 포기했던, 크고 작은 도전 앞에서 늘 몸을 움츠렸던 자신이, 달리기를 통해 ‘즐거운 변화’를 체험했으며 그 소중한 경험을 널리 알리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이 책은 그래서 단순한 달리기에 관한 책이 아니라 달리면서 달라지는 우리 삶에 대한 체험적 이야기다.하지만 저지는 42.195km 풀 코스 마라톤을 강권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한 발만 내디뎌 보라고 권한다. 그러면 충분히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고 확언한다. 작고 소소한 ‘해냄’을 통해 하루하루 달라지는 자신과 마주하게 될 것이고, 그런 반복이 결국 스스로의 삶을 더 가치있고 건강하고 즐겁게 만들 것이라고 자신한다.저자는 그 과정에서 ‘속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얘기한다. 오히려 자신만의 ‘방향’을 강조한다. 달리기라고 하면 무조건 빨리 달리는 것이 최선이라는 편견과 강박에서 벗어나, 자기 몸에 맞는 속도로 정확한 방향을 잡아 달릴 것을 추천한다. 그는 이를 ‘마라닉 페이스’라고 명명했다.그냥 천천히 달리는 것만으로 놀라운 변화와 성취를 이뤄낼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렇게 쌓인 자신감이 조금 더 큰 도전을 하게 만들고, 그런 도전이 쌓여 더욱 담대한 자신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한다.그렇게 달리기는 기본적인 건강 증진은 물론 정신 건강, 삶의 태도와 가치관 등 사람의 마음가짐까지 변화시켜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수 있게 도와 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나는 달라질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달리기의 첫 발을 들여 놓은 순간, 그의 인생은 180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저자는 “달라지고 싶다면, 일단 달려보라”고 권한다. 자신도 ‘이대론 가다간 내 건강은 물론 내 가족조차 지키지 못하겠구나’ 하는 깨달음에 달리기를 시작했고, 온갖 부상과 나태함에 주저앉고 싶을 때가 수 없이 많았으나, 지금은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할 정도로 강인한 체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한다.그리고 그런 체력은 자신에게 어떤 도전에도 굴하지 않는 큰 용기와 자신감을 갖게 해 주었다고 말한다. 살기 위해 시작한 달리기가 자신에게 더 큰 살 길을 찾아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변화가 필요할 때 주저하고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마라닉’으로 같이 시작해보자”고 권한다.숨 가쁘게 빨리 달리려만 하지 말고,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호흡하고 달리면서 자신의 몸에 속도를 맞춰 앞으로 조금씩 조금씩 더 나아가자고 독려한다. 그런 작은 성취가 습관이 되면, 궁극적으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어떤 목표라도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그는 그 첫 출발의 목표를 ‘5km 달리기’로 잡을 것을 권했다. 5km를 30분 정도에 달리게 되면 혈압과 혈당이 조절되고 면역력과 근 골격계가 강화되는 것을 서서히 느끼게 될 것이라고 했다.저자는 마라톤이든 인생사든, 스스로 한계를 정하는 것은 다름아닌 ‘나’라는 인식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한계를 정하지 말고, 자기만의 페이스로 자신이 정한 목표를 향해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그 사람을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이끌게 만들 것이라고 자신한다.“지금 내가 하는 결심들이 10년 후의 나를 결정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리고 아무 것도 결심하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빠르지 않아도 상관 없다고 말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4-07-26 09:03 조진래 기자

[비바100] 한국경제 배 가르는 '상속세'

얼마 전 효성그룹 상속인이 전 재산을 사회환원하겠다고 해 화제를 모았다. 그 이유가 거액의 상속세 때문일 것이란 보도가 뒤를 이어 더욱 주목을 끌었다. 그 만큼 상속세는 부자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다. 상속세폐지 범국민운동본부의 대표인 저자는 상속세가 ‘세금’이기 이전에 ‘형벌’이라 독설을 서슴치 않는다. 상속세는 또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이라고 비판한다. 낡고 빛바랜 ‘평등’에 대한 막연한 고정관념과 편견이 한국경제를 상속세의 저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고 일갈한다.◇ 상속세는 ‘상속차단세’인가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다. OECD 회원국 가운데 55%인 일본에 이어 2위다. 그런데 우리는 ‘최대주주 할증제’가 있어 실질 최고세율이 60%로 세계 최고다. 상속세에 가산세를 붙이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래서 저자는 “한국의 상속세는 ‘상속을 차단하기 위한 형벌’에 가깝다”고 비판한다. 망자의 경제적 성과물을 국가가 합법적으로 약탈하는 ‘상속 차단세’라고 꼬집는다.이보다 더 큰 문제는 상속세 과세표준을 계산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은 상속받는 사람이 받는 만큼만 부담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인데 반해 우리는 죽은 사람의 재산 전체에 과세하는 ‘유산세’ 방식이라고 비판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유족이 약 12조 원의 상속세를 낸 이유다.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유족이 낸 3조 4000억 원에 비해 3배가 넘는다.‘현물’로 상속받고 ‘현금’으로 세금을 내게 하는 상속세 정산 방식도 문제 삼는다. 어디 가서 현금을 구해오거나 주식 또는 집을 팔아야 하니 유족들에겐 엄청난 부담이다. 물납 제도가 있지만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 부동산과 유가증권 가액이 전체 상속재산가액의 50%를 넘어야 하고, 상속세 납부세액이 상속재산가액 중 금융자산 가액을 웃돌아야 한다. 물납 대상에 상장주식이 배제되니 실효성도 적다.저자는 상속세 설계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되었다고 비판한다. 상속받는 재산은 자기 노력 없이 부모 잘 만나 공짜로 얻는 불로소득이니 국가가 좀 뜯어가도 상관없다는 그릇된 인식이 이런 ‘공적 약탈’을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 공제한도가 약 300억 원에 이르고 공익재단을 통한 기업 승계를 허용하는 미국 등과 달리 우리는 상속과 경영권 승계 자체를 막으려는 취지가 분명하다고 성토한다.◇ 상속세는 결국 징벌세저자는 “상속세는 결국 부와 성공을 일궈낸 사람에게 주어지는 생애 마지막 징벌”이라고 말한다. 평생 열심히 일해 무언가를 남긴 사람이 마지막 가는 길목에서, 국가가 그의 유산을 약탈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상속세 부담을 이기지 못해 홍콩계 사모펀드에 매각된 ‘락앤락’ 등을 예로 들면서 “상속세가 갖는 이런 특유의 폭력성 때문에 국가의 미래가 걱정된다”고 일갈한다.저자는 우리 소득세 최고 구간이 현재 45%인 것을 언급하며 “생전에 45%를 꾸준히 뺏어가던 국가가 죽은 뒤에 60%를 추가로 뺏어가는 셈”이라고 비판한다. 소득세율과 상속세율을 단순 합계한 ‘합산세율’을 따져봐도, 한국의 합산 최고세율은 105%로 일본(100%)보다 높다고 지적한다. 명백한 ‘약탈적 이중과세’라는 것이다.저자는 “상속세는 가정파괴세”라는 독설도 마다 않는다. 가족을 위해 뼈빠지게 일할 동기를 빼앗는 것은 물론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던 세대간 경제력 계승을 가로막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결국 약탈적 상속세는 경제행위 주체들에게 ‘번 돈을 한 푼도 남기지 말고 죽기 전에 다 써버려라’, ‘생전에 쓸 수 있는 돈 이상의 자본축적은 아예 생각도 말라’는 의미”라고 성토한다.저자는 “근대 자본주의의 거대한 기초는 ‘사적 소유’”였다며, 상속세가 그런 소유권의 본질을 위협하고 억압하는 제도라고 날을 세운다. 상속세가 경제행위의 실체인 가족 내부의 경제력 이동을 방해하고, 약탈적인 세율로 유족들이 미실현 자산소득을 현금으로 부담케 함으로써 결국 ‘나누는 세금’이 아니라 ‘빼앗는 세금’이 되어 버렸다고 비판한다.◇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것인가저자는 “상속세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행위”라며 성토한다. 가만히 놓아두면 법인세와 직원들의 소득세, 그리고 경제활동 과정의 부가가치세를 모두 지속적으로 부담해 줄 국가경제의 주요 기반을, 세금 조금 더 걷겠다고 국가가 스스로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위의 배를 가르기 보다는 거위가 낳는 알을 영속적으로 받는 것이 훨씬 현명한 조치라는 주장이다.저자는 기업들의 다양한 상속세 회피 전략이 매우 불가피하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평생 일궈낸 재산의 60%를 갑자기 국가가 가져간다면, 누구나 전력을 다해 세금을 줄이려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다. 그는 “만약 기업가들이 상속 전략에 정신을 팔지 않고 사업 확장에 더 매진했다면, 한국 기업들은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저자는 “우리 기업 회장들은 아무 때나 죽을 수도 없는 운명”이라고 꼬집었다. 갑자기 죽으면 경영권이 뿌리째 흔들리기 때문이다. 국내 1위 종자기술 보유기업 ‘농우바이오’는 대주주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1000억 원이 넘는 상속세를 부과받아 결국 회사 매각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고령의 대주주가 혼자 많은 지분을 가진 회사는 자칫 상속세를 무느라 국가소유가 될 것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문제는 힘 없는 중소기업, 특히 비상장 중소기업이 덤터기를 쓴다는 사실이다. 사전에 승계 전략을 준비 못했다가 대주주 사망으로 경영권을 정부에 빼앗길 수 밖에 없다. 저자는 국가는 상속세를 폐지하고 기업은 옥상옥 지배구조를 청산하는 ‘사회적 대합의’를 제안했다. 이를 통해 보다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를 건설하고, 본격적인 밸류 업 시대를 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대간 부의 이전을 막는 또 다른 악법 ‘증여세’저자는 “노노상속이 경제를 망친다”고 일갈한다. 노노상속은 자식 세대가 50~60대가 되서야 노부모에게서 재산을 상속받는 것으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초래한 원인으로 꼽힌다. 민간 재원이 고령층 안에만 머물러 소비 등을 통해 돈이 돌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가 그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최근 상속 받는 자녀 가운데 50대와 60대가 다수가 되고 있다.저자는 이런 악순환을 끊으려면 생전 증여를 촉진하는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소비성향이 높은 젊은 세대로 소득이전을 강력히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도 증여 장려 정책을 적극 펼쳤다. 2013년부터 교육비에 대해 증여세 비과세 혜택을 부여했고, 2015년부터는 주택 구입이나 결혼출산육아 비용 등에 대해서도 증여세 비과세를 실시 중이다.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증여세 역시 상속세를 회피하는 우회로를 차단하기 위해 만든 차단규제가 되고 있다. 증여세율이 상속세율과 동일하니, 생전에 자식 대로 구매력을 이전하려고 해도 할 수 없다. 민간자본의 대부분을 60대 이상이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증여세라는 또 다른 악법이 자본의 세대 간 이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상속세 70%였던 스웨덴의 상속세 폐지 이유기업 오너들은 주가 상승을 바라지 않는다. 상속 국면에서 경영권 승계에 치명적인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상장주식은 대주주 사망일 기준으로 직전 2개월과 직후 2개월의 종가 평균을 기준으로 주식 가액이 산정된다. 주가가 높을수록 상속세 부담이 커지니 악착같이 주가를 끌어내랄 수 밖에 없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원인이 상속세에도 있다는 얘기다.대주주들은 많은 배당도 원치 않는다. 주가가 오를 위험이 커 오히려 불리하기 때문이다. 배당을 포함한 금융소득이 연간 2000만 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까지 부과되고, 대주주의 배당 소득에는 49.5%의 고율 세금이 부과된다. 저자는 상속세가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야기해 우리 국민 전체가 손해를 본다고 말한다. 상속세가 폐지되어야 진정한 밸류 업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한다.저자는 스웨덴 상속세 폐지의 교훈을 강조한다. 1984년까지 스웨덴의 상속세율은 70%로 세계 최고였다. 아스트라 설립자의 부인 사망을 계기로 그녀 소유 부동산과 주식이 매각될 것이란 소문에 주가가 폭락했고, 결국 자녀들은 파산을 선언했다. 이에 유족은 물론 다른 창업주 가문들의 국외 탈출 러시가 이뤄졌다. 결국 스웨덴은 2005년에 상속세와 증여세를 폐지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상속세 폐지운동의 방향스웨덴은 상속세 폐지 당시 이미 30%까지 상속세율이 낮아진 상태였다. 그런데도 스웨덴 국민들이 상속세 완전 폐지를 택한 것도, 세율 인하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강력한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스웨덴은 대신 양도소득세와 다를 바 없는 ‘자본이득세’를 도입했다. 해당 유산을 양도해 소득이 발생할 때마다 건 별로 소득 규모에 맞춰 세금을 내도록 한 것이다.저자는 상속세 폐지에 앞서 증여세부터 먼저 폐지하자고 제안한다. 상속세 폐지 대신 소득세 혹은 법인세의 최고 세율을 1%포인트 정도 올리는 방안도 제시한다. 일각에서는 스웨덴처럼 양도소득세로 전환할 경우 예·적금이나 현금 등이 과세대상에서 누락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현금 과세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운 측면도 있고, 누락 규모가 전체 상속자산의 5% 이내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저자는 상속세 폐지를 위한 자발적 국민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상속세 폐지는 ‘진격의 코스피’를 만들 수 있으며 대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충돌 구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업가 정신을 만발하게 만들 수도 있고, 내수를 진작시켜 경제성장을 부추길 수 있을 것이라고 확언한다. 상속세 폐지는 한국경제의 ‘린치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4-07-20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이 모든 게 정말 기후변화 탓일까

난민.(AFP=연합)기후위기를 둘러싼 종말론적 관점이 팽배하다. 곧 지구가 어떻게 될 것 같은 공포감이 만연하다. 이른바 ‘기후주의(Climatism)’가 지구와 인류에게 늘 부정적인 메시지를 준다. 기후주의는 기후변화가 더 많은 가뭄과 기근, 집단이주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이런 양상은 앞으로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 준다. 기후변화로 인해 전쟁과 이주, 인종차별을 넘어 다른 형태의 ‘파괴’가 잇따를 것이란 암울한 미래상을 던져 준다. 온갖 부정적인 사고의 원인을 기후변화 때문으로 모는 경향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저자는 그러나 기후주의 이론이 100% 맞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기후위기 종말론적 관점에서 벗어나, 보다 긍정적인 미래를 바라보자고 말한다.기후변화가 전부는 아니다|마이크 흄|풀빛◇ ‘기후’에서 ‘기후주의’로저자는 ‘기후주의’를 ‘사회적 경제적 생태학적 현상에 대한 지배적인 설명이 곧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라는 확고한 신념’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이런 신념은 자칫 사회 정의와 정치적 자유, 미래의 번영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경고한다. 그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인간의 이동성과 갈등, 도시 디자인과 교통 계획, 관광, 인구 출신율 등의 문제들이 모두 ‘기후화’로 귀결되었다고 지적했다.실제로 열대 저기압 때문에 생긴 홍수가 단순히 기후변화의 결과로 설명되거나, 방글라데시 일부 해안에서 일어난 바닷물 범람이나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산불도 기후변화 탓으로 단순화되곤 한다. 재난의 지배적인 원인은 ‘자연적인’ 기상 위험 요소인데, 기후주의자들에게 거의 모든 기상 재난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의 결과로 판독된다.저자는 “신의 행위가 이제 사람의 행위로 대체되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앞으로 30년 이상에 걸쳐 기후변화 속도를 제한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장기 목표지만, 그것을 전쟁을 예방하거나 인종차별주의를 완화하거나 홍수를 억제하기 위한 개입으로 오해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모든 것을 기후변화 탓으로 돌리고 싶은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는 기후변화가 유일하고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도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때로는 ‘진짜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어떤 일을 하는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고 주장한다.폭염.(AFP=연합)◇ ‘지구 온도’라는 숭배물 GDP(국내총생산)가 경제 건전성을 정의하는 지표로 20세기 후반 동안 급부상한 것처럼, ‘지구 온도’는 비교적 최근에 세계 기후의 건전성을 정의하는 지표로 빠르게 자리잡았다. 저자는 그러나 지난 40년 동안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연구와 사회과학 연구에서 일어난 수 많은 변화를 설명하면서, 우리가 기후와 기후변화에 책임을 돌리는 일이 얼마나 많았는지 인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저자는 그러면서 어느 새 지구 온도 수치 자체가 ‘숭배물’이 되어 버렸다고 꼬집는다. 마치 기후가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유일한 조건인 것처럼, 미래를 기후과학 예측을 통해서만 상상하는 이른바 ‘기후 환원주의’ 사고 방식이 팽배해 졌다며, 그 결함과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할 것을 당부했다.그는 “기후변화가 어느 새 완전한 이념으로 변신해 ‘기후주의’를 만들어 냈다”고 비판하면서 “이것은 이제 인종차별주의 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경고했다.홍수.(AFP=연합)◇ 왜 과학마저 기후주의에 빠지나저자는 “사실상 금융 부문을 포함해 모든 분야에서 비현실적인 배출 시나리오가 제도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면서 “이것이 기후주의 이념이 쉽게 빠지는 위험”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지난 10년 간 많은 시나리오들이 미래 기후 변화 가능성을 과대평가했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그동안 연구자들이 널리 활용해 온 RCP(대표농도경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이 기준에 따르면 가장 보수적인 시나리오는 미래 지구 온도가 섭씨 2도(RCP 2.6) 이래로 상승한다는 것이고, 최악의 시나리오는 석탄 연소가 거의 줄지 않아 21세기 말경 섭씨 4도 또는 5도(RCP 8.5) 수준으로 더 온난화해 지는 것이다. 저자는 현재 무의식적으로 RCP 8.5가 기준사례로 적용되고 있다며 “실제 이런 시나리오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단언한다.저자는 기후 과학이 미래 기후 영향을 과도하게 높게 예측하는 편향을 보이면서 의도치 않게 기후주의 이데올로기를 지탱하는 도구가 되고, 결국 잠재적으로 기후 정책을 잘못 이끄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한다. 과학자들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극적인 결과를 제시하고 대부분이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기후변화의 영향 가운데 부정적인 것 들만 강조해선 안된다는 주장이다.가장 위험한 사례는 ‘손 쓸 수 없는 시점까지 겨우 ( )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식의 왜곡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는 “기후과학이 기후주의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려면, 대중의 도전과 정밀 조사, 관리감독에 대한 열린 태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기후주의가 표현하는 ‘종말’은 허리케인, 산불, 홍수. 가뭄, 얼음 폭풍과 같은 극적이고 강력한 서사의 기후재난 요소들로 설명되기에 더더욱 사람들을 이끌리게 만든다. 그래서 저자는 “기후주의는 우리가 세상을 보고 해석하는 방식에 색을 입히는 색안경과 같다”면서 “기후주의 이념 때문에 기후과학이 왜곡되어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한다.산불.(EPA=연합)◇ 기후주의의 다섯 가지 위험 저자는 ‘기후주의가 위험한 다섯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첫째, 기후주의는 항상 ‘환경결정론’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태의 원인을 지나치게 단순화함으로써 수 많은 다른 요인들이 배제된다는 얘기다. 둘째, 추상적인 특정 수치 목표가 언제까지는 달성되어야 한다는 주장 탓에, 위험천만한 ‘시간 부족 담론’이 만들어 진다. 시간이 없다니 서둘러야 하고 결국 단기적 사고가 팽배해질 수 밖에 없다.셋째, 기후변화의 비 정치화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시켜 자유와 평등, 다원주의 같은 중요한 정치적 가치를 공공 정치의 바깥으로 밀어낼 수 있다. 넷째, 기후주의 안에 도사리고 있는 비 자유적, 반 민주적 충동을 부채질할 위험이 있다. 마지막으로, 기후주의의 근시안적인 세계관 때문에 비뚤어진 결과를 초래하는 일이 잦아질 수 있다.저자는 “좁은 시야로 만든 기후 관련 정책 목표들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일이 그릇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과학과 사회과학이 무비판적으로 기후주의에 빠져 들어선 안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가뭄.(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기후주의의 대안은 무엇인가저자는 “기후변화를 막는다는 하나의 정책 목표에 집착하는 바람에, 기후주의 이념은 더 광범위하고 다양한 복지 목표와 윤리적 의무를 주목하는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2015년 12월 채택된 파리기후협약에 대해서도 “특정 수치 범위 내로 지구 온도를 조절하겠다는 목표가 광범위한 복지에 대한 열망을 억누르는 결과를 낳았다”며 아쉬워했다.저자는 이에 기후주의의 극단적 과잉을 해독할 방안들을 제시한다. 과학적 불확실성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시한부주의를 완화하고, 겸손의 기술을 장려하고, 가치의 다원성을 인정하고, 다원적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주의가 가진 ‘과한 자신감’과 특정 숫자에 대한 ‘맹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후변화의 상상 속에 자리한 ‘벼랑 끝’에서 추락할 것이란 두려움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그는 “미래의 모든 복합적인 돌발 상황을 관리할 전략적 기획 능력에 한계가 존재한다”면서 사회생태적 복지 성과를 나타내는 전 세계를 범위로 한 지표를 통제하려 애쓰기 보다는, 그런 복지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정책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기후주의의 문제는 지구 온도를 다른 모든 목표보다 우선시하는 까닭에 절충안을 찾는 일이 방해받는다는 사실”이라고 꼬집었다.저자는 심지어 그런 절충안을 논하는 것조차 패배주의적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잘못된 환경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기후주의의 추진력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지속가능 발전목표’ 들을 달성하는 것을 최고 목표로 하면서, 그것이 ‘지구온난화’라는 맥락을 인식하는 가운데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저출산.(연합)◇ 그래도 계속되는 비판들저자는 여전히 기후주의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논거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기후과학이 헛된 공포를 조장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 “과학적 주장을 신중하게 판독하고 비판적으로 따져야 하며 오로지 잠정적으로만 수긍해야 한다”고 맞섰다. 기후변화는 실존적 위험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기후변화로 생기는 위기는 심각하지만, 기후변화가 인간 생명을 싹 쓸어버리지는 않을 것이며 지구상 모든 생명은 말 할 것도 없다”고 맞받았다.저자는 “기후변화를 막는 일이 ‘최우선 과제’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자”고 독려했다. 빈곤 퇴치와 기아 근절, 양질의 교육, 저렴하고 깨끗한 에너지 확보,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 성장 같은 ‘지속가능한’ 발전목표에 좀더 집중하자는 것이다. 특히 기후주의 이념을 자본주의 이념의 대척점으로 놓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했다.저자는 “과학이 정치적인 이념의 무기로 전락해서도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가 어떤 주장을 한 사람이 기후 공포조장주의자나 기후 반대파 또는 그 밖의 무엇이 되었든, 어떤 딱지가 붙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입장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끝을 맺었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4-07-13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성찰 모르는 대한민국, 60년간 무얼 쌓았나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박정희 정권부터 윤석열 정권까지 10개 정권의 공과를 분석 평가한 책이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의혹 제기 내용이 담겨, 최근 큰 주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그 이슈에 묻혀 저자가 정작 강조하려 했던 ‘축적이 필요한 대한민국’, ‘팬덤보다 진정한 정치가 필요한 대한민국’에 관한 관심도가 많이 떨어져 보여 아쉽다. 저자는 “지금 이 나라는 무엇을 축적해 왔는지 깊이 성찰할 때”라고 말한다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김진표|사이드웨이 ◇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준 박정희1961년 군사 쿠테타가 없었더라도 지금 같은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었을까? 저자는 3선 개헌, 인권 유린, 부정부패 같은 과(過)에도 불구하고, 척박했던 시기에 국민들에게 더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 준 것은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이라고 말했다. ‘확인사살 행정’과 ‘군대식 신상필벌’ 조직관리도 높게 평가했다. 특히 해외에서 경제·과학 인재들을 조국으로 불러들여 경제를 재건한 것을 높이 샀다.실정(失政)으로는 교육과 주택문제를 들었다. 거의 완전히 시장에 맡긴 탓이라고 했다. 중학 입시를 없앴지만 고교·대학 입시를 그대로 둬 사교육비 수요만 늘렸다고 혹평했다. 공공임대주택을 포함해 수급 상황을 안 따지고 분양 위주로 부동산 정책을 추진해 ‘투기판’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우국충정에 쿠테타를 일으켰으나, 어느 순간 스스로를 국가 자체로 일체화한 것이 몰락을 불렀다고 평가했다.1987년 민정당 대통령후보 지명대회에서 선출된 노태우 후보지명자와 전두환 당시 대통령. (사진=연합)◇ ‘테크노크라트 시대’를 연 전두환저자는 전두환 대통령이 뛰어난 경제관료들에게 전권을 맡겨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은 “Single is beautiful”이라며 물가와 금리를 한 자릿수로 잡았고, 금융실명제를 건의하고, 공정거래제도와 중소·벤처기업 육성 정책을 펼쳤다. 저자는 “현재 대한민국 경제정책의 밑바탕은 그의 손에서 다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연금 도입도 사공일 경제수석의 진언이 받아들여져 노태우 정권부터 실시할 수 있었다. 저자는 “이렇게 ‘일이 되게 만드는’ 관료나 정치인이 사라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통치자에도 진언하고 욕먹을 각오로 나라를 위해 일하는 이들은 어디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지금은 역사의식을 가진 유능한 테크노크라트가 필요한데, 사회에서는 이들에 대한 반감이 주류적 정서가 되어 있다”며 아쉬워했다.◇ 정치적으로 가장 저평가된 노태우저자가 역대 국회의장들에게 ‘최고의 의회주의자’를 물었다. 1위가 김대중, 2위가 노태우였다. 노 대통령의 최대 업적은 ‘국민통합’이었다. 실제로 그는 야당과 끊임없이 대화했다. 자신의 역할이 ‘민주사회로의 안정적인 이양’임을 잘 이해했다. 저자는 “‘전부’가 아니면 ‘전무’의 정치가 판치는 요즘 여의도에서, 정치인의 책무가 무엇인지를 알려준 대통령이었다”고 말했다.노 정권은 ‘가장 진보적인 경제정책을 추진한 보수정권’이라는 평도 듣는다. 토지공개념 3법(토지초과이득세, 택지소유상한제, 개발부담금제)과 함께 의료보험제도 전 국민 확대, 지역인재 의무채용에 최저임금제도 신설했다. 그래서 ‘가장 저평가된 대통령’이란 평가가 나온다. 저자는 “어쩌면 우리는 노태우를 거치면서 비로소 이해관계자들이 타협·양보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야당 정치 지도자 시절의 김대중(왼쪽)·김영삼 전 대통령.◇ 개혁… 하지만 기득권을 못 깬 김영삼저자는 김영삼 대통령이 ‘단순하고 명쾌한, 큰 승부의 리더십’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취임 첫해부터 군대 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척결하고,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와 금융실명제 단행 등 굵직한 개혁을 이끌었다. 금융실명제의 경우, 제도 도입 과정에서 저자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 철저한 보안이 요구되었던 탓에 안양 일대에서 큰 부자로 손꼽히던 장인도 실명제로 인해 큰 손해를 입었다고 했다.저자는 다만, 삼당 합당 과정에서 보여준 행보는 어딘가 미진하고 아쉬움 점이 있다고 토로했다. 금융실명제로 궁극적으로 달성하려고 했던 기업과 금융의 유착 단절,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 재벌과 경제의 개혁 등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것에도 많은 아쉬움을 내보였다. 기존의 기득권을 깨기에는 대통령의 의지와 역량, 비전이 여전히 미흡했었다고 총평했다. 그렇게 IMF 외환위기가 찾아왔다.◇ 김대중… 가장 존경하는, 준비된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은 후보시절에 IMF와의 재협상을 요구했다. 멀쩡한 기업들이 고금리에 쓰러지고 서민들 고통이 극심할 것을 예견했다. 집권 후 재협상은 이뤄졌고, 이후 그는 4대 개혁을 밀어 부쳤다. 자유 경쟁과 책임 경영의 원칙 아래 금융과 기업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금융권 회생을 위해 공적자금을 지원했고, 재벌의 지배구조 개혁을 다그쳤다. 가장 고통스러운 노동개혁도 이뤄냈다.그는 적재적소 실용인사로 이런 위기와 난제들을 극복해 갔다. 유·불리가 아니라 옳고 그름이 기준이었다.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으로 국민보다 반 보 앞서 간다’는 원칙을 실천했다. 저자는 김대중을 ‘멀리 크게 보면서도 세세한 것까지 챙기는’ 원모심려(遠謀深慮)의 리더십이라고 평가했다. “우리가 가져본 대통령 중 최고였다”며 가장 준비된, 가장 특별한 대통령이었다고 극찬했다.집권 당시 청와대 집무실에서 노무현 대통령(왼쪽)과 문재인 비서실장이 함께 기념촬영한 모습.◇ 반대편 생각도 수용한 ‘탈 권위’ 노무현저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장점을 ‘반대 생각까지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라고 말했다. 청와대 안에서도 수평적 소통이 주를 이뤘고, 상명하복 대신 토론과 논쟁이 활발했다고 전했다. 수평적 탈 권위의 리더십, 토론의 리더십을 제대로 실천한 사람은 우리 정치사에 노무현이 유일하다고 단언했다. ‘존경받는 김대중’의 리더십과 ‘사랑받는 노무현’의 리더십이 조화되는 대통령을 아쉬워했다. 저자는 ‘참여정부는 실패한 정부’라든가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했다’는 세간의 평가를 부정했다. 시장과 경제에 대한 무지한 시각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기자실 대못’으로 대표되는 언론과의 전쟁, 수급을 통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던 부동산 정책은 아쉽다고 토로했다. 세금으로 단박에 부동산 문제를 풀려했던 당시 정부에 공급 위주 정책의 필요성을 더 강하게 주장하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고 말했다.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최고의 공무원’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전 국회의장 김진표. 최근 이 책의 극히 일부인 윤석열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만 부각되는 느낌.◇ 정치인의 결단이 아쉬웠던 문재인저자는 문재인 정권의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맡아 ‘국민이 주인인 정부’, ‘더불어 잘사는 경제’ 등 5대 국정 목표를 제시했다. 이후 많은 정책이 로드맵대로 시행됐지만, 보육과 교육 분야에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방대학 경쟁력 이슈가 여전하고 어린이집 대란은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원전 폐기 정책도 “신재생 에너지 20% 달성을 전제로 한 것인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저자는 문 정부가 문화적 성취나 코로나 방역 등에서 성과를 냈지만, 피아를 구별하는 정치라는 ‘치명적 실수’를 했다고 비판했다. 조국 사태처럼 양보 없는 대결로 ‘통합의 정치’에 실패했다며 아쉬워했다. 부동산 정책 역시 너무 이념적으로 접근한데다 공급정책에서 실기(失期)해 집값을 폭등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법조인의 원칙이 아닌 정치인의 결단을 내렸다면 어땠을까”라고 물었다.(연합)◇ 사전 검증의 필요성을 일깨워준 이명박·박근혜 이명박 대통령이 정동영 후보를 압도하고 대통령이 된 것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박정희에 대한 향수도 작용했다. 하지만 시대는 이미 그 때와 한참 달라져 있었다. 정치적인 것에 매달리기 보다는 철저히 실용적, 실리적인 것에 몰입했던 이명박은 그래서 무리하게 정책을 강요하는 일도 잦았다고 저자는 회고했다. 다만, 그런 실리적인 정권 운영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은, 그의 실리주의가 ‘공익’ 보다는 ‘사익’에 치중되었다는 협의가 짙었기 때문이라고 했다.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와 ‘탄핵’이라는 큰 화두를 남겼다. 저자는 심각한 부와 기회의 불평등 속에서 ‘경제민주화’는 매우 훌륭한 정책적 기획이었으나 “빚내서 집사라”는 ‘초이노믹스’는 가계부채 급증을 부른 실패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여야 모두 당 대표 일극의 권력구도로, 오로지 ‘오너’의 의중과 심기에 맞춰 행동하는 우리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러면서 “촛불민주주의 같은 직접민주주의의 효능감이 권력에 대한 올바른 감시가 아니라 ‘팬덤’으로 옮겨가고, 그 팬덤이 의회를 좌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연합)◇ “NO”하는 측근이 없는 윤석열저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를 ‘비토의 정치’로 규정했다. 초기에는 개헌과 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에 긍정적이라 기대가 컸으나 아직 진전이 없다며 의지와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 만난 자리에서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에 당혹했음을 술회했다. 그러면서 “주변에서 강력하게 ‘NO’라고 진언할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저자는 “의회주의의 본령은, 주어진 제약 조건 아래서 끌어낼 수 있는 최대의 합의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정치’가 사라진 것이 아닌가”라고 했다. 그리고 이런 사태를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은 극렬한 진영 갈등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일관성 있는 저출생 대책을 추진하기 위한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출산·보육·주거는 나라가 책임지겠다고 헌법에 못을 박아야 한다고 했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4-07-06 07:00 조진래 기자

[브릿지 신간] 최헌규 <차이나 키워드>

러시아와 손을 잡아 미국을 긴징시키는 나라, 북한을 도와 한반도 긴장을 한껏 고조시키는 데 일조하는 나라. 그렇지만 우리로선 멀리 할 수 없을 만큼 관계의 뿌리가 깊은 나라. 바로 중국이다.‘10년 후 중국! 차이나키워드’는 현직 기자로 격동의 시기 베이징 특파원을 지낸 저자가 중국 구석구석을 누비며 발품 팔아 얻어 낸 값진 ‘중국 견문록’이다. 코로나 팬데믹과 소원해진 한중관계로 인해 잠시 우리 관심권에서 멀어진 듯 한 중국의 현재를 다시 생생하게 짚어보고 10년 후 미래를 조망한 책이다.중국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극심한 사회경제적 혼란을 겪고, 그 와중에 미국의 경제적 군사적 전방위 압박 속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중국 굴기’는 오히려 더 맹렬하게 진행되고 있다.이 책은 저자가 현장에서 목격한 이런 사태와 현황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다. 30년 동안 열정으로 중국을 관찰해 온 저자는 호불호의 주관을 배제하고 냉철한 시선으로 담담하게 ‘중국 현상’을 짚어 낸다.‘디지털 중국’의 현주소와 대륙의 현재 주인인 공산당, 시진핑의 뉴차이나, 중국의 인문 소프트 파워를 중심 테마로 다루며 중국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한다. 특히 중국의 숨 가쁜 변화와 감춰진 그 내면과 실체를 가감 없이 구술한다.저자는 중국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갖는 복합적인 생각과 판단을 이해하면서도 “국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성적으로 현실을 직시하고 변화의 형세를 면밀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그는 “과거 일본이 한창 글로벌 국가로 부상하던 시절에 우리 사회에서는 ‘극일’이 화두로 등장한 적이 있다”면서 “중국 굴기에 대응하는데 있어서도 주도적 우위를 유지하며 공존을 모색하는 ’극중‘ 전략이 요구된다”고 주장한다.저자는 이 책에서 ’친미‘나 ’친중‘ 등 우리 사회의 과도한 (강)대국 편향에 경계감을 내보인다. 그러면서 “미중 패권 경쟁으로 살벌한 시대지만, 잘만 대응하면 기회 요인이기도 하다”고 말한다.미국과의 튼튼한 동맹관계를 더욱 단단히 굳히면서도 중국과 멀어지지 않는 주권국가로서의 실리 외교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미국과 친하다고 중국을 배척할 이유가 없고, 중국과 교류한다고 해서 미국과 소원해질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저자는 강원도 고성 출신으로 중국학 석사과정과 베이징대학 진수생 연구 과정을 마쳤다. 미중 패권경쟁과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뉴스핌 통신사의 베이징 특파원을 지내며 급변하는 중국 현장을 직접 경험했다.앞서 중국 굴기가 한창이던 2005~2009년에도 국내 경제신문의 베이징 특파원을 역임한 바 있는 중국 전문기자다. 저서로는 ’중국을 움직이는 동력! 차이나키워드‘, ’베이징특파원이 본 중국경제(공저)‘ 등이 있다.오수정 기자 crystal@viva100.com

2024-07-04 08:19 조진래 기자

[브릿지 신간] 요가를 생리학으로 분석한 ‘요가 피지올로지’

요가에서 ‘피라미드’ 자세나 ‘삼각형’ 자세는 유연성을 돋보이게 하는 대표적인 자세다. 이는 인체의 과가동성(hyper mobility)에 의해 실현되는데 흔히 이를 관절의 유연성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는 결합조직의 유연성에서 비롯된다.과 가동성이 가능한 사람은 전체 인구의 10~25% 정도다. 이들 중 소수는 이로 인해 통증 등 신체문제를 겪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이들 중 대다수가 근육량과 근력이 평균보다 감소돼 있다. 따라서 무리한 과신전을 과시하기 위한 요가 훈련을 지양하고 완전 가동 범위의 80% 수준에서 요가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요가의 운동 효과와 잘못된 훈련에 따르는 부정적인 측면을 생리학의 관점에서 조명한 요가 피지올로지가 출간됐다. 수련생을 위한 요가 전문서 가운데 동작을 가르치거나 해부학적 관점에서 요가의 원리와 효과를 다룬 책은 많이 나와 있지만, 이 책은 생리학의 시각으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제대로 분석한 사실상 최초의 책이다.이 책은 최신 스포츠의학 연구를 바탕으로 요가 수행이 근골격계, 신경계, 호흡계, 심혈관계, 림프계, 면역계, 내분비계, 생식계, 소화계 등 신체의 많은 계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찰했다.예를 들어 심혈관계에서 심장이 전신으로 혈액을 박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정맥에서 심장으로 혈액을 되돌리는 것은 그리 쉬운 과정이 아니다. 정맥 벽은 상당히 얇으며, 내경이 동맥보다 커서 심장으로 혈액을 송출하는 데 저항을 받기 때문이다.요가는 골격근 수축 펌프 작용, 호흡 펌프 작용의 개선, 신체 전도(body inverting, 머리를 심장보다 아래로 위치시키는 동작) 등 3대 메카니즘을 통해 혈액순환을 개선할 수 있다.이 책은 컬러 사진 및 그림을 통해 요가 수련을 통해 신체 내부에서 기관, 근육, 인대, 관절 등이 어떻게 움직이고 반응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 요가를 통해 어떤 건강의 이점을 성취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요가 수행에서 어떤 느낌이 자신에게 효과적인지, 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안내한다.미국의 의사이자 요가 지도자인 앤드루 맥고니글(Andrew McGonigle)과 요가 지도자들에게 해부학 및 생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매슈 후이(Matthew Huy)는 500개가 넘는 논문과 서적을 철저하게 검토하고 분석해 근거 중심적인 정보를 이 책에 담았다.특히 책 말미에서 다양한 요가 자세와 수행방법이 수련인의 신체 생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직접 경험해보도록 설명한다. 요가가 근골격 조직을 약화시키는지, 일부 자세가 노화 과정을 멈추게 하는지, 어깨로 물구나무서기가 갑상선을 자극하는지, 몸통 비틀기가 간을 해독하는지 등에 관한 해답도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다.푸른솔 출간, 오재근·최세환·한유창 공저, 406쪽, 3만8000원오수정 기자 crystal@viva100.com

2024-06-30 11:25 오수정 기자

[비바100] '은둔형 인싸' 미국은 왜 한일 화해에 목매나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요즘 미국이 많이 흔들린다. 부동의 ‘원 탑’ 국가에서 중국과 러시아, 심지어는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나라에 흔들리는 모양새다. 이 책은 기자인 저자가 현실의 미국을 이해하기 위한 18가지 질문을 토대로, 미국의 실상을 파헤친 책이다. 저자는 “미국은 알면 알수록 신기한, 이상한 정상국가”라고 표현한다. 고립주의와 관여주의를 오가는 냉탕·온탕 외교 속에서도 강대국 패권을 늘 움켜쥐고 있는 미국의 숨겨진 힘과 치부를 들여다 보자.미국은 왜|이성대|부키◇ ‘정치적 관용’과 ‘표현의 자유’의 전통한국은 정치가 너무 첨예하고 날카롭기에 드라마 등에서 직접적인 묘사가 어렵다. 정당 이름조차 실명을 쓰지 못하니 서사의 현실성도 한참 뒤떨어진다. 하지만 미국은 현실 정치 드라마의 천국이다. 정당 이름은 물론 대놓고 비판하기 일쑤다. 워싱턴의 야구장에서는 역대 대통령의 가면을 씌워 달리기 이벤트까지 열린다. 1등은 늘 초대 대통령 워싱턴이다.워싱턴이 지금까지 추앙을 받는 것은 권력의 정점에서 스스로 물러난 덕분이다. 대통령제라는 최신 제도를 도입하고도 장기독재를 우려해 ‘4년씩 두 번, 최대 8년’이라는 대통령 임기의 전통을 만들어 냄으로써 민주주의의 초석을 다졌다. 덕분에 미국에서는 민주당 혹은 공화당 지지자들이 상대의 정치 성향을 인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정치적 관용과 표현의 자유 전통이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미국의 특이한 선거 제도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투표에서 이기고도 정작 개표에서 지는 일이 흔하다. 일반 유권자가 뽑은 선거인단이 따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간선제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제 국가 중 유일하게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뽑지 않는다. 개별 주에선 주지사부터 대법관, 검사장까지 모두 직접 뽑는 것과 대조적이다. 가장 민주적인 국가인 동시에 가장 비효율적·비민주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건국 초기엔 기술적 문제 탓도 있었지만, 지금은 제도를 바꿀 의지가 거의 없다. 간선제와 승자독식제가 결합된 복잡한 구조에서, 자칫 인구가 적은 주의 주권이 불이익을 당해선 안된다는 정신이 더 강하다. 때문에 대선 기간 중 50개 주 전체를 도는 게 아니라, 자당의 텃밭인 몇 주만 집중 공략하는 게 흔하다. 다만, 우편 투표에 관한 찬반 논란은 여전하다. ◇ 10달러 지폐 주인공이 ‘해밀턴’인 이유뮤지컬 ‘해밀턴’ 공연장면. (사진출처=해밀턴 홈페이지)미국에는 1달러부터 100달러까지 일곱 종류의 지폐가 있는데, 대통령이 아닌 사람이 딱 두 명 인쇄돼 있다. 100달러의 벤저민 프랭클린과 10달러의 알렉산더 해밀턴이다. 프랭클린은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사상가·정치인이자 피뢰침을 발명한 과학자로 ‘최초의 미국인’이라 추앙하는 인물이다. 해밀턴은 3대 대통령 제퍼슨의 재무장관일 뿐이지만, 미국 경제력을 키운 8할의 공로자라는 평가를 받는다.해밀턴은 농업국가가 될 뻔 했던 미국을 자본주의 나라로 돌린 장본인이다. 관세를 도입해 재정을 튼실하게 했고, 필라델피아에 중앙은행을 설립했으며, 달러 화폐 도입을 이끌어냈다. 이후 미국은 엄청난 압축성장 속에 ‘자급자족의 나라’가 되었다. 2015년 한 때 흑인 인권 운동가를 10달러 지폐에 넣는 계획이 추진되었지만, 뮤지컬 등에서 엄청난 그의 공적이 재 조명되면서 백지화되기도 했다.◇ ‘앤드루 잭슨’이 되고픈 트럼프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선셋 파크에서 유세하고 있다.(EPA=연합)오바마가 만든 ‘부자 대 노동자’의 계급 구도를 트럼프는 ‘이민자 대 노동자’로 바꿔 집권에 성공했다. 트럼프는 엘리트 정치를 끝내고 서민 민주주의 시대를 연 인물로 평가받는 제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과 자신을 자주 비교한다. 잭슨은 좋은 집안과 귀족 계급, 학벌 등을 깨뜨린 새로운 전형의 정치인으로, 기득권 정치에 도전했던 최초의 포퓰리스트로 평가받는 인물이다.그는 고집스럽고 거침없는 언사로 ‘올드 히코리(불의를 못 참거나 굽힐 줄 모르는 사람)’라는 별명을 얻었다. 8년 내내 인기절정이었고, 20달러 지폐의 주인공까지 꿰찼다. 트럼프가 백악관 집무실에 그의 초상화를 건 이유다. 잭슨의 ‘인디언 추방법’처럼, 트럼프는 멕시칸의 이주를 막았다. 트럼프는 소수 극렬 지지층에 의존한 독특한 정치로 대통령이 됐고 이제 재선을 노리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배신할 줄 몰랐다?한 때 미국은 ‘차이메리카’라는 장밋빛 신세계를 꿈꾸었다. 중국을 포용해 자유주의 질서 안으로 편입시키려는 ‘팍스 아메리카나’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중국이 동화될 것이란 근거 없는 자신감에 미국이 부풀어 있을 때, 중국은 가열차게 미국을 따라잡는 ‘중국몽’을 꾸고 있었다. 중국 견제를 게을리 하고, 천안문 사태까지 눈 감아 준 결과가 지금의 ‘막강 중국’이고, 중국의 ‘도광양회’ 결과였다.저자는 “미국이 직면한 (중국에 대한) 모욕감은 자업자득”이라고 말한다. 오마바 정부 때 뒤늦게 아시아로의 유턴을 선언했지만 너무 늦었다. 중국에 요란하게 선전포고만 했지, 정작 실질적인 압박 조치도 없었다. 중국의 빗장을 열었던 닉슨 전 대통령이 말년에 “우리가 프랑켄슈타인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고 했고, 트럼프 때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결국 “우리가 중국이라는 크랑켄슈타인을 낳았다”고 개탄했다.◇ 툭하면 ‘고립’ 유혹에 빠지는 미국2차 대전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 외교는 ‘은둔형’에 가까왔다.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불가근 불가원’을 강조한 탓도 있지만, 1941년 진주만 습격 전까지 미국은 가능한 외부 개입을 삼갔다. 이후론 ‘고립’과 ‘관여’를 반복했다. 더 이상 세계가 안전하지 않다 싶을 때만 나섰다. 미국이 ‘반장’ 역할을 주저하는 사이에 세계는 힘의 진공 상태를 맞았다. 독일의 파시즘과 일본의 군국주의가 그렇게 탄생했다.고립주의의 한계를 깨달은 미국은 이후 적극적인 관여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언젠가 위험이 될 리스크를 미리 제거하는 데 주력했다. 저자는 “미국이 1차 대전 직후 고립주의를 포기했다면 2차 대전도 일어나지 않았고, 러시아가 아직 소련이 되기 전 미국이 관여 기조로 돌았다면 냉전은 탄생하지 않았을 지 모른다”고 말한다.◇ 중동에서 갈팡질팡한 미국의 결과중동의 앙숙,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2023년 3월 10일 중국의 중재로 관계 정상화에 전격 합의했다. (사진=연합)2023년 3월 10일, 이슬람 패권을 놓고 꾸준히 대립해 온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의 맹주 이란이 중국의 중재로 베이징에서 관계 정상화에 깜짝 합의했다. 이처럼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는 게 현실의 중동이다. 이 곳에서 ‘큰 형님’ 역할을 하던 미국이 떠나면서 생긴 일이다. 1979년 동맹이던 이란이 이슬람 혁명으로 하루아침에 반미 국가로 돌변한 게 그 시작이었다.미국은 이란 견제를 위해 후세인의 이라크를 지원했고 이후 걸프전, 9·11 테러, 아프가니스탄 전쟁, IS의 출현까지 복잡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전통의 친미국가 사우디도 홀로 서기로 미국과 멀어지고 있다. 심지어 중국과 석유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하기로 합의해 미국을 애태우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미국은 결국 중동으로 다시 러브 콜을 보내고 있지만 한번 틀어진 관계를 정성화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 때문에 파국 위기 ‘나토(NATO)’지난해 4월 베이징에서 회동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는 모습.(연합)나토는 북대서양조약기구라는 이름 때문에 지역적 한계가 분명했다. 그런데 미-소 냉전이 끝나자 러시아가 있는 동쪽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나토의 동진을 러시아 푸틴은 자신에 대한 직접적인 안보 위협이자 새로운 포위 전략으로 간주했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동유럽에서 영구적으로 영향력을 박탈하려는 시도로 해석한 것이다.나토는 내심 ‘북대서양’ 대신 ‘북태평양’을 꿈꾸었다. 2022년 6월 스페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는 그 신호탄이었다. 중국을 러시아와 함께 분명한 도전세력으로 규정했다. 중국도 그런 기운을 간파하고 과거의 적, 러시아와 손을 잡았다. 여기에 미국은 계속 나토에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고 있다. 저자는 “나토의 꿈은 러시아나 중국이 아니라 정작 미국 때문에 금이 갈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미국이 ‘한미일 매직’에 꽂힌 이유한미일 3가 공조의 주역들.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연합)미국은 중국을 저지할 마지노선 남중국해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한미일 3국 중심의 블록화는 필수다. 과거에는 한일, 한미 관계로 족했지만 이제는 역내 동맹국들의 군사력 통합이 절실하다. 그 솔루션이 ‘격자형’ 안보 틀이다. 일부 거점 동맹국 중심에서 탈피해 ‘쿼드’와 미국-영국-호주 안보동맹 ‘오커스’, 그리고 한·미·일, 미·일·필리핀 3국 회의 등 소그룹별로 중국을 더 촘촘히 견제하는 방식이다.하지만 저자는 한미일 3각 구도로 재편될 경우 미국과 일본의 이익은 분명한 반면 한국의 이익은 불분명하다고 지적한다. 기존의 한미동맹체제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3국 안보협력의 실익은 약한 반면 자칫 우리 의사와 무관하게 미중 갈등에 휘말려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반도에서 한미일은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과거사 문제에 우리 편을 들지 않는 이유지난해 7월 미국 글렌데일에서 열린 소녀상 건립 10주년 기념식. 글렌데일은 해외에서 일본군 위안부 역사를 상징하는 소녀상이 건립된 첫 도시이다.(연합)미국은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일 과거사 문제를 인권문제이자 미국식 자유주의 가치로 접근하면서 우리 입장을 지지했다. 일본과는 거리를 두려는 경향이 뚜렷했다. 그런데 2015년을 전후로 변하기 시작했다. 한일 과거 갈등을 제대로 해결하기 보다는 빠르게 해결하는 데 더 집중했다. 누구 잘못을 따지기 보다 서둘러 화해시키는 데 주력했다. 오바마-바이든 정권에서 한일 문제는 이제 안보 이슈의 하위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 견제라는 큰 목표에 몰두한 나머지 이제는 한일을 어떻게든 빨리 화해시켜 아시아 안보의 틀을 서둘러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미국이 오락가락 하는 사이에 가장 손해를 본 것은 바로 일본 옆에 있는 한국이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4-06-29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2024서울국제도서전, ‘걸리버 여행기’ 속 완벽한 유토피아 후이늠을 꿈꾸며

2024 서울국제도서전 포스터(사진제공=서울국제도서전)“개최 장소가 지난해까지와 다르다 보니 규모가 줄었나 보다 하는데 물리적인 행사장 면적은 같은 규모입니다. 예산 문제로 저작권 펠로십 같은 프로그램 운영을 못하게 되고 저작권 거래 규모를 늘려잡지 못해 부스나 참가 수가 좀 줄기는 했지만 오히려 관람객들 숫자는 늘었습니다. 걱정이라면 3층에서는 처음이라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는 적지 않은 관람객들 입장 줄을 어떻게 잘 관리할까죠.”주일우 서울국제도서전 대표의 전언처럼 제66회 서울국제도서전(6월 26~30일 코엑스 C D1 홀) 사전예매 관람객만도 4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현재는 줄어든 예산에 맞춰 줄일 수 있는 데서는 줄이되 관객들을 만나는 일이나 행사는 줄이지 않고 진행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올해는 긴축해 수입을 늘려 가능한 적자를 내지 않는 데 집중하고 있죠. 내년부터는 실제로 부스를 차리지 못하더라도 저작권 거래를 할 수 있는 것들을 훨씬 더 늘려보려고 합니다. 한국 콘텐츠가 가진 매력들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외국에서 사람들이 올 수 있게 하는 등 대책을 강구 중이죠. ”2024 서울국제도서전 포스터(사진제공=서울국제도서전)다양한 축제를 비롯한 문화이벤트의 지속가능성은 늘 무언가에 발목이 잡히곤 하고 생존의 고민은 깊어진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이 후원하는 서울국제도서전 역시 수익금 정산과 관련해 지난해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갈등을 빚어오고 있다. 결국 문체부 지원이 일절 없는 도서전을 개최하게 된 데 대해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도 “걱정한 것에 비해 아직은 순조롭다”고 밝혔다.국내외 출판인들과 작가, 독자 등이 한데 모여 드는 국내 최대 도서 축제에는 19개국 452개사(국내 330, 해외 122)가 참가하고 185명(국내 151, 해외 34)의 작가 및 연사가 참여해 450개 프로그램을 꾸린다.올해 도서전 주제는 ‘후이늠’(Houyhnhnm)이다. 영국작가 조너선 스위프트(Jonathan Swift)의 1726년작 ‘걸리버 여행기’ 제4편에 등장하는 말 종족이다. 걸리버가 네 번째 여행지에서 만난 후이늠은 “질서정연하고 합리적이고 현명하며 정확하게 말하고 공정하게 행동하는”, 거짓말, 불신, 전쟁, 침략, 약탈, 살인, 심술, 무지, 고집, 야비, 잔인, 사악, 교활 등 인간의 부정적인 측면이 전혀 없는 종족이다.주일우 대표는 “우크라이나에서도, 중동에서도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2, 3년씩 이어지고 있고 전쟁을 비롯해 이 사회에 존재하는 위기들을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는 의미에서 ‘걸리버 여행기’의 네 번째 나라를 끌고 왔다”고 밝혔다.“1700년대에 조너선 스위프트가 이성적인 어떤 생물들이 사는 네 번째 나라라면 좀 다른 해법을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하면서 고민했던 데서 착안했습니다. 후이늠의 세상을 만들면 전쟁을 그칠 수 있을까? 유능한 인공지능은 우리 미래에 후이늠이 되어 줄 것인가? 후이늠의 세계가 해법이 아니라면 우리는 어떤 미래를 그려야 할까? 등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고 싶었습니다.”김연수 작가가 새로 쓴 ‘걸리버 유람기’ 표지(사진제공=서울국제도서전)책을 통해 ‘세계의 비참’을 줄이고 ‘미래의 행복’을 찾는 여정을 떠나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주제에 따른 주제도서는 김연수 작가가 새로 쓰고 강혜숙 작가가 그린 ‘걸리버 유람기’다. 1909년 육당 최남선이 한국 현실에 맞게 쓴 1, 2부 소인국과 거인국 이야기에 3, 4부를 붙여 완성했다.김연수 작가는 “이번 도서전에서 소개하는 ‘걸리버 유람기’는 원작을 그대로 옮긴 것이라기 보다는 2024년 한국의 시점에서 다시 쓴 여행기”라며 “걸리버와 홍길동이 만난다는 상상을 했다. 홍길동이 염원하던 이상사회가 ‘걸리버 여행기’의 마지막 부분을 새롭게 바꿀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2024 서울국제도서전 포스터(사진제공=서울국제도서전)“300년이 지난 시점이지만 ‘걸리버 여행기’에서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인류의 문제를 보고 있으면 지금의 문제와 전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굉장히 문제적으로 다가왔죠. 지금도 이대로라면 우리 시대에서 세상이 끝날 것이라고 말들을 합니다. 300년 전 조너선 스위프트도 그랬지만 그 절망을 이겨내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세상은 존재하고 있음을 보고 오히려 희망 같은 게 생겼습니다. 우리에게 절망을 이겨내는 힘이 있구나 깨달았죠. 책이라는 존재가 인간이 경험할 수 없는 긴 시간을 경험하게 해줌으로서 협소한 시공간에 갇힌 우리의 시간을 좀 넓게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후이늠’을 주제로 한 ‘걸리버 유람기’, 리미티드 에디션 ‘후이늠-검은 인화지에 남긴 흰 그림자’ 출간을 비롯해 주제 전시 및 강연, 세미나를 진행한다. 더불어 주빈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스포트라이트 컨트리 오만·노르웨이 문화 프로그램 및 강연, 모리 카오루 특별전 ‘신부이야기’, 일러스트레이터스 월 ‘여름의 드로잉’ 그리고 매년 진행하는 ‘BBK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과 출판사에서 직접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이 즐비하다 .그렇게 2024 서울국제도서전은 완벽한 절제와 조화 속에 살고 있는 ‘걸리버 여행기’ 속 유토피아 후이늠을 통해 전쟁과 불평등이 지속되고 인간다운 삶을 사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는 지금에 질문과 고민할 거리를 던진다. 인간인 우리가 한계를 극복하고 좀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이런 존재인 인간의 모습으로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사회·나라·미래를 만들 수 있을까, 좀 덜 바꾸고 더 많이 이해하면서 긴 평화와 생존을 향해 갈 수 있을까…300년 전 조너선 스위프트가 그리고 걸리버가 괴로워하며 고민했던 물음들이 지금 우리 앞에 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6-24 18:30 허미선 기자

[비바 2080] 100세 시대 신간… 이시형 <이시형의 인생 수업>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신과 의사이자 뇌 과학자 이시형 박사가 올해 아흔, 구순(九旬)을 맞아 전해주는,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의 삶의 이야기다. 90년 긴 인생 길에서 만난 잊지 못할 소중한 인연을 통해 전해 주는 알토란 같은 경험담이다.이시형 박사는 그 동안 백 여 권의 책을 저술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처럼 자신의 지나온 인생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쓴 적이 없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일제강점기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가족과 함께 보낸 어린 시절, 전쟁을 겪으면서도 든든한 세 친구와 의지하며 견뎌냈던 청소년기, 그리고 많은 인연으로 얽힌 미국 인턴 시절과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삶을 돌아본다.그러면서 그는 “결국은 사람, 관계가 인생”이라고 회고한다. 그래서 인생 후배들에게 꼭 한 번은 생각해 봐야 할 키워드를 꼽아 인생 수업 9교시에 대한 짧은 가르침도 책 속에 넣었다. 심리상담사이자 문화심리학자인 박상미 교수와 나눈 인터뷰를 통해서는 90년의 연륜이 묻어나는 답으로, 힘들고 막막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바른 길을 제시한다.저자는 “행복은 순간”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정말 별 것도 아닌, 정말로 하찮은 일에도 행복을 느낀다면서 ‘사은(謝恩)’ 즉, 은혜에 감사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 모든 만물에 의해 살려지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한다.그는 또 ‘실패한 인생’이라는 말을 쉽게 입에 담는 젊은이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실패라는 말은 90세가 되거든 그때 하라”고 질타한다. 그 전에 겪는 수 많은 일들은 그저 인생의 한 과정으로 생각하라고 말한다.쉽게 실패를 입에 담지 말고, 모든 과정이 자신의 인생과 도전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격려한다. 특히 “90년을 잘 살려면 그냥 되는 대로 살아선 안된다”며 인생 계획을 잘 짜보라고 권한다.저자는 “지금도 남은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 남에게 의존하지 않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생활이 그의 소망이다. 그에게 있어 90세부터 100세 까지의 화두는,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삶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마지막 꿈은 스스로 평생을 꿈꿔 온 ‘통합 의료원 원장’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그는 “젊을 때는 젊다는 그것만으로 가치가 있지만, 나이가 들어 고령이 되면 나이가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충고한다. “나이를, 연륜을 기회로 만드는 것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충고한다. 일찍부터,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40세부터 준비할 것을 강력히 권한다. 그것도, 학창 시절 공부하듯이 그렇게 치열하게 준비해야 하다고 강조한다.이 박사는 “멋진 사회인이 되려면 삶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결심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인생에 책임을 지려면, 삶을 즐기면서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부단히 도전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그는 자신은 일 중독자라고 보는 일부의 시선을 부정한다. “굳이 말하자면 ‘쾌락주의자’”라며 “확실히 비관주의자는 아니다”라며 웃는다.미국 유학시절에 주변 친구들이 “You are killing yourself”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평생 공부만 했던 사람이지만, 하기 싫은 공부를 악물고 한 것은 아니라고 회고한다.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일과 삶과 균형을 얘기하며 ‘워라벨’을 논하지만, 그 어느 경우라도 밤을 새워 고민하며 삶과의 투쟁, 갈등 끝에 겨우 해답을 얻어 풀어낸 순간의 기쁨만 한 것은 정말 없었다고 회고한다.그는 책 말미에 박상미 교수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부제는 ‘90년 인생을 살아보니’다. 여기서 그는 인생을 소중하게 만드는 ‘관계’에 관해 진솔하게 말한다. 그는 혼자서도 잘 지내고 고독을 잘 견디는 서양인들과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통적인 대가족제도에서 자란 탓에 혼자 있기가 대단히 힘든 민족이라고 말한다.그런데 그렇게 같이 살려면 ‘인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남이 자기 자신과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란다. 조화롭게 살 수 있는 재주를 터득해야만 같이 살 수 있고, 그러려면 참을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좋은 인간관계를 가지려면 ‘모든 인간은 타인이다’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최소한 세 명의 친구는 사귀어 놔야 한다고 강조한다.이 박사는 장수의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욕심이 없어서”라고 말한다. “욕심 많은 친구들은 오래 못살더라”라며 “지금까지 살아 있는 친구들의 공통점은 마음이 평화롭고 욕심 없이 산다는 것”이라고 전한다.배고플 때 무언가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지만, 문제가 되는 것이 욕심이라고 말한다. 충분히 배가 부른데도 더 좋은, 더 맛있는 것을 먹어야겠다는 욕심이 사욕(私慾)을 발동하게 하고 결국 사람을 건강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조언한다.저자는 “인생은 길다”면서 “살다 보면 내리막길이 반드시 있다”고 말한다. 앞으로 더 힘든 날도 있을 것이고, 누구나 인생에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기에 지금의 아픔을 그저 그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리막의 괴로움도 인생의 한 과정이라는 것이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4-06-24 07:40 조진래 기자

[비바100] 빙산에서 굶어 죽는 북극곰… 도시의 열섬에 갇힌 사람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2023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한 해였다. 올해는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쉴 새 없이 화석연료를 태우니 이산화탄소 농도가 더 높아졌고 엘니뇨 현상까지 지구온난화를 부채질했다. 뜨거워 지는 바다도 한 몫 했다. 더위와 가뭄에 전쟁까지 겹쳐 전 세계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 책은 참혹한 기후 재앙의 현장을 취재해 온 ‘기후저널리스트’가 현실과 미래에서 우리가 맞닥뜨릴 ‘폭염의 시대’를 조망한다. 폭주하는 더위가 어떻게 우리 삶을 파괴하는지, 그 미래가 어떨지,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일러준다.폭염 살인|제프 구델|웅진지식하우스◇ 여름의 낭만은 끝났다‘기후위기의 피난처’ 대서양 북서부 연안도 이제는 ‘열돔’(heat dome) 현상에 포틀랜드의 경우 45.5℃까지 치솟는 등 폭염이 일상화되고 있다. 저자는 “이제 여름의 낭만은 끝났다”고 단언한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 온도는 1.2℃가 높아졌고, 21세기 말이면 3.3℃ 혹은 이상까지 우려했다.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머무는 시간은 수천 년이라, 당장 배출을 멈춘다 해도 대기는 좀처럼 식지 않는다.우리가 무슨 일을 해도 온난화 이전으로는 돌아가지 못한다. 추가 진행을 막을 뿐이다. 저자는 “더위야말로 지구를 아비규환으로 몰아넣는 재앙”이라고 말한다. 극단적인 더위는 사람과 동식물, 일자리와 부, 질병의 대이동을 부른다. 그 결과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가혹하지만 부자들도 한계가 있다. 저자는 “폭염이 더 강력하고 빈번해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평등하게 폭염의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말한다.◇ 걷잡을 수 없는 죽음의 연쇄반응인간은 몸을 데우고 식히는 기발한 방법들을 진화시켰고, 이것이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것이 무색할 정도로 최근 지구 온도는 계속 올라만 간다. 체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인간의 생리적 반응은 더 극적으로 진행된다. 체온이 40.3~41.1℃에 달하면 발작이 일어나고, 41.6℃를 넘으면 우리 몸의 모든 세포와 근육이 망가진다.최근 전 세계적으로 도시화가 가속화하면서 ‘도시 열섬’ 효과가 기후변화 자체보다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지난 40년 동안 도시 지역에서 더위가 초래하는 위험은 3배가 늘었고, 그런 위험에 노출된 사람만 17억 명에 이른다. 기후변화는 더위와 홍수, 인프라 마비, 철거민 문제 등 도시에 내재한 위험을 더욱 가속화한다. 저자는 “이제 도시가 누구를 위해 지속되어야 하는지가 진짜 문제”라고 지적한다.◇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다(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지난 10년간 과학자들이 추적한 4000종의 동물 중 생식과 먹이를 찾아 분포지가 바뀐 동물이 40~70%에 이른다. 육상 동물들은 10년마다 거의 20㎞를 이동하고, 해양생물은 이보다 4배가 빠르다. 저자는 사람들이 가장 위험하다고 말한다. 자신들의 ‘적응력’을 과도하게 믿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20~30년간 지구 온도가 1.5℃ 오르는 것과 한여름의 폭염으로 지금 당장 10~15℃ 오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더위를 피해 남동아시아에서 이주한 사람이 800만 명이 넘는다. 아프리카에서 2030년이면 7억 명이 고국을 떠날 것으로 전망된다. 식량과 물 때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 더위를 피해 도망갈 곳이 없다. 이민 자체도 이젠 ‘목숨을 건 도박’이 되고 있다. 미국 국경순찰청은 ‘오를로브스키’라는, 가장 무더운 지역의 경계만 느슨하게 함으로써 더위를 ‘무기화’하고 있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폭주하는 더위… 인류 모두가 공범이다1984년 과학자 린다 먼스는 “지구 평균 기온이 약 1.5℃ 오르면 35℃ 폭염이 5일간 지속될 확률이 3배나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1988년에는 ‘기후과학의 대부’ 제임스 핸슨이 지구 온도 상승의 가장 명백한 징후로 ‘폭염’에 초점을 맞추었다. 저자는 북극의 온난화가 4배나 빠르게 진행되면서 극지방과 열대지방 사이에 ‘기온 경사’가 나타나 제트기류를 변형시키는 것이 폭염의 큰 이유라고 지적한다.저자는 그러면서 이런 사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묻는다. ‘누가 화석연료를 태우고 폭염을 일으켜 사람을 죽게 했는가’ 하는 질문은, 사람을 죽인 그 총의 방아쇠를 실제로 당긴 것은 누구인가 하는 질문과 같은 차원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말한다. 엑슨 모빌 같은 기업이 극단적인 폭염으로 사망한 사람에게 법적인 책임을 지는 모습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식량 공황이 불러올 참혹한 미래우크라이나 사태로 밀 공급 등이 차단되면서 전 세계는 ‘식품 공황’에 빠졌다, 이미 2019년 이후 3억 4500만 명이 식량 불안전에 맞닥뜨려 있으며, 2022년에는 45개국에서 5000만 명이 기근 직전에서 근근이 생을 이어가고 있다. 2050년 거의 100억 명에 이를 인구를 먹여 살리려면 인도의 거의 2배에 맞먹는 숲과 초원, 습지가 새로운 농지로 개간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구 평균기온이 1℃ 오를 때마다 옥수수는 7%, 밀은 6%, 쌀은 3%씩 수확량이 줄어든다. 옥수수 생산이 줄면 수 많은 식료품에 고기 값도 크게 오를 수 밖에 없다. 2010년 ‘아랍의 봄’처럼 물가 상승이 정치화할 수도 있다. 변형작물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지만, 거대 종자회사들의 독점이 식량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저자는 “날이 더워지면 사실상 끝”이라고 말한다.◇ 바다의 사막화, 가장 치명적인 시나리오물이 뜨거워지면 식물성 플랑크톤이 몰살하고 크릴 같은 작은 유기체들도 굶어 죽어 바다 전체의 먹이사슬이 교란된다. 그런데 바다가 너무 빠른 속도로 데워지고 있다. 표면에서 1.6㎞ 정도의 물이 데워지는 속도가 1960년대 이후 2배로 늘었다. 2022년까지 4년 연속 바다 기온이 최고치를 경신했다. 현재 바다에 더해지는 열의 양은 전 세계인이 밤낮으로 100대의 전자레인지를 돌리는 양과 맞먹는다고 한다.앞으로 25년에 걸쳐 바다는 전례 없는 상태로 변화할 것이란 전망이 있다. ‘바다 속에 산불이 난 것과 같다’는 표현까지 나온다. 해양 폭염은 수많은 생물체가 더 차가운 물을 찾아 떠나게 만든다. 이런 이주는 수중 생태계는 물론 어업인의 삶까지 급격히 변화시킨다. 2100년에는 어획량이 절반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 한 번 사라진 산호초를 다시 보려면 최소 1만 년은 걸릴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에어컨의 안락함에 중독된 세계KBS저자는 우리가 폭염을 피하려 에어컨에 과하게 의존하는 문제를 지적한다. “에어컨은 절대 냉방 기술이 아니다. 단순히 열기의 위치를 바꿔주는 도구일 뿐”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에어컨은 에너지를 엄청나게 잡아먹는다. 온실가스 오염에서 에어컨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더 많이 가동할수록 전기가 더 필요해 화석연료를 더 태워야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현재 전 세계에 설치된 1인용 에어컨만 10억 대가 넘는다. 에어컨 의존도가 심해질수록 절전과 정전의 위험도 갈수록 커진다. 저자는 “20세기 후반 삶이 풍족해진 사람들이 안락함에 목을 매게 되면서, 자신들의 안락함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나 다른 종 혹은 주변 세상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 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리의 행동 강령저자는 “도시부터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극단적인 더위 속에서도 살 수 있도록, 도시 개조 프로젝트가 당장 시급하다고 말한다. 더 많은 녹지대와 나무, 물과 그늘, 그리고 열을 더 잘 인지하는 도시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미 지어진 건물과 도시공간을 재배치할 해법도 절실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시내 건물의 80%가 함석지붕으로 덮힌 ‘뜨거운 도시’ 파리의 새로운 시도를 소개한다.‘파리는 파리이기 때문에 변할 수 없다’는 파리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작업은 2014년 이달고 시장 취임 이후 시작되었다. 그는 센 강 옆 도로 3.2㎞를 폐쇄하고 도로가 있던 강기슭에 공원을 조성했다. 400㎞가 넘는 자전거 도로를 깔았다. 극단적인 더위에 맞춰 파리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지금 파리에 주어진 선택지는 세 가지다. 통째로 구워질 것인가, 도망칠 것인가, 아니면 행동할 것인가.”◇ 폭염 시대의 윤리2018년 북극의 배핀 섬에서 굶어 죽어가는 북극곰 동영상이 급속히 퍼졌다. 저자는 국제북극곰협회 수석과학자 스티븐 암스트럽의 말을 인용해 “우리가 북극곰이 보내는 경고를 귀담아 듣지 않으면 그 다음은 우리 차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북극이 온난화되면 영구동토층에서 엄청난 양의 메탄이 방출되어 지구 온난화가 더욱 가속화할 수 밖에 없다. 과학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여기에 영구동토층에 갇혀 있던 오래 전의 바이러스와 병원체로 인해 전 지구적인 펜데믹에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이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런 최악의 사태를 방지하고자 태양광 지구공학 기술 등을 이용해 치열한 노력이 경주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당장은 전 세계의 산업화한 국가들이 여전히 매년 36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 쏟아내고 있다. 인류는 곧 녹아 없어질 지구 끝에서 위험천만한 여행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어디를 향해 가든, 우리는 지금 다 같이 하나의 여정에 올라 있다”며 함께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4-06-22 07:00 조진래 기자

[브릿지 신간] 에베 코지 <탄수화물과 헤어질 결심 : 나를 붕괴시키는 탄수화물 중독>

저자 에베 코지 박사는 당뇨병을 치료하는 전문의다. 그런데도 50대 초반에 당뇨병에 걸렸다. 그는 보건 당국이 권유한 저지방 식사 가이드라인을 누구보다 철저히 지켰다. 하지만 체중과 뱃살은 늘어만 갔고 결국 당뇨병을 피하지 못했다.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의문을 품게 된 그는 ‘저탄수화물 식단’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6개월 만에 혈압과 혈당 수치가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고, 당뇨병과 고혈압에서 해방되었다. 이를 계기로 저자는 저탄수화물 식단의 열혈 전도사가 되었다. 지금은 일본 저탄수화물 식단의 선구자가 되어, 자신의 레시피를 기초로 끊임없이 수 많은 당뇨병 환자들을 완치시키고 있다.이 책은 모두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건강, 진화에게 길을 묻다 △인류 본래의 식단은 무엇인가 △만성 질환의 해법을 찾아서 △지방을 먹으면 건강하게 장수한다 △저탄수화물 식단은 당신을 변화시킨다 △모든 질병의 원인은 하나다 △암에 대한 전쟁 선포 △무엇을 먹을 것인가 등으로 구성해 여러 실증 사례들을 통해 확실한 건강 전략과 처방을 선물한다.저자는 “약물과 이별하고 싶다면, 혈액 검사의 이상 수치와 결별하고 싶다면, 바로 식단으로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지금 당장 저탄수화물 식단을 실천한다면 혈당, 중성 지방, 콜레스테롤 수치를 비롯해 다양한 혈액 검사 수치들이 개선될 것이라고 확언한다.저자는 또 ‘모든 질병은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된다’는 ‘만병일독’을 이야기하며, 그 하나의 원인으로 ‘혈액 순환’을 꼽는다. 저탄수화물 식단은 결국 혈당을 안정화해서 건강한 혈관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겸 브릿지경제 객원기자 ceo@momscareer.co.kr

2024-06-17 13:33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겸 브릿지경제 객원기자

[비바 2080] 100세 시대 신간 <결국 성공하는 사람들의 원칙>

저자 짐 론은 평생을 ‘실천 성공학’에 매진한 사람이다. 이 책은 그의 오랜 연구와 경험에서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쓴 그의 두 번째 ‘자기계발 시리즈’다. ‘20세기 동기부여의 아이콘’이라는 평을 듣는 저자는 이 책에서 “성공은 이미 당신 안에 있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자전적 경험과 상위 0.01% 부자들에게서 얻은 성공 노하우를 전한다.저자는 궁극적으로 ‘자기 안의 성공 요인을 찾아내는 것’이 스스로의 인생을 살찌게 하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게으름과 타협, 망설임과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런 노력을 쉽게 포기하고 등한시하다 결국 실패하고 스스로 인생을 망친다고 비판한다. 끈기와 열정, 노력, 실천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라고 독려한다.저자는 고난과 역경을 성공 터닝포인트로 만드는 ‘인생 레벨 업’ 방법을 이 책에 온전히 담았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어떤 공통적인 특징을 갖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그들처럼 성공할 수 있는지를 다양한 경험과 통찰을 통해 풀어간다. 그리고 대단히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총 12개의 성공 원칙를 제시한다.사람마다 불평등하게 태어나고 불평등하게 성장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는 뭘 해도 안 되는 사람이 되고, 인생은 불공평한 뽑기나 ‘복불복’이 될 것이라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진정으로 성공을 원한다면, 주어진 것에 대한 원망을 멈추고 ‘내’가 만들어갈 극적인 미래를 계획하고 실천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한다.그는 특히 “삶에서 최고의 가치는 ‘무엇을 얻는가’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되는 가’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규율’, 즉 하루-일주일-한 달-일 년을 계획하고 목표를 실행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 노력과 실천을 통해 스스로 삶의 주체가 되어 ‘성공을 창조하는’ 사람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저자는 끊임없이 마주치는 고난과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12가지 삶의 태도를 제시한다. 이른바 ‘성공을 만드는 원칙’ 들이다. 그는 먼저, ‘나는 할 수 없다’라는 생각을 버릴 것을 요구한다. 진정으로 용기 있는 사람은 자신이 꼼짝 못하게 하는 것을 두려워 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노력하게 된다고 말한다.“정직은 최고의 처세술”이라고 강조한다.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라고 말한다. 정직이 늘 완벽한 정답은 아니겠지만, 스스로에게 정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꾸준함’도 강조한다. “끈기는 명확한 목표에서 나오고, 명확한 목표는 확실한 이유로부터 나온다”며 끈기를 촉진하는 방법을 부단히 익힐 것을 주문한다. 그러면서 “타인은 목표 달성을 위한 가장 강력한 동기”라고 말한다.‘고마운 사람’보다 ‘필요한 사람’이 될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책임’은 짊어져야 할 ‘짐’이 아니라 ‘성장 동력’이라며, 결코 변명에 기대지 말고, 책임감 있는 리더가 되도록 노력하라고 이른다. “웃기되 가벼운 사람은 되지 말자”고 조언한다. ‘조롱’이 아닌 ‘진짜 웃음’을 주는 사람이 되라고 말한다.목표를 세웠다면 뚝심 있게 밀어 부치라고 조언한다. 이 때 “부러지기 보다는 구부러지라”고 말한다. 고난에 맞서는 최고의 무기는 유연함이라고 강조한다. ‘인내’도 유난히 촉구한다. “인내는 고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라고 말한다. 성급함은 실패의 가장 큰 이유라고 거듭 강조한다. ‘나’를 믿으라고 말한다. 자기 확신이야말로 타인과 긍정적 관계를 만드는 핵심 키워드라고 말한다.저자는 또 ‘건강’을 각별히 챙기라고 말한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며, 건강해야 성공도 따른다고 강조한다. ‘나’만의 기준을 세울 것도 독려한다. 성공과 성취를 위해선 자신만의 철학이 확고히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나를 바꾸는 것이 가장 어려운 동시에 가장 쉬운 일”이라며, 성공을 위해선 자기 혁신의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마무리한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4-06-17 10:46 조진래 기자

[비바100] 아직도 편견에 갇혔나요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오래된 편견을 넘어선 사례와 그것을 이룩해 낸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제목의 ‘슐츠’는 우리에겐 주인공 ‘챨리 브라운’로 익숙한 만화 피너츠로 유명세를 떨쳤던 미국의 만화가 찰스 슐츠다. 그는 백인과 남성 일색이던 만화에 흑인과 여성 캐릭터를 처음으로 넣었던 만화가였다. 저자는 그의 이름을 빌어,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세상에 많은 편견과 차별을 지적하고 그것이 대부분 우리의 ‘무지(無知)’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비판한다친애하는 슐츠씨|박상현|어크로스◇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미국의 유명 만화가 찰스 슐츠는 여성과 흑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는 데 남다른 기여를 한 인물로 기억된다.챨스 슐츠가 피너츠에 처음으로 흑인 캐릭터 ‘프랭클린’을 등장시킨 것이 1968년 7월이었다. 킹 목사가 암살 당한 이후였다. 슐츠는 세 아이의 엄마인 흑인 여성으로부터 흑인 아이를 넣어달라고 간청하는 편지를 받았다. 당시 시대 상황상 사실상 어렵다는 답장을 보냈음에도 그 여성은 주변에 도움을 청해 그것이 얼마나 흑인 아이들에게 힘이 될 것인지를 설득시켰고, 결국 주인공 찰리 브라운의 친구로 프랭클린이 등장하게 된다.흑인에 대한 편견이 만연했던 시기였기에 슐츠는 약간의 꼼수를 썼다. 프랭클린의 등장 장소를 바닷가로 잡았다. 당시만 해도 흑인은 멀리 바닷가에서나 수영이 가능했다. 흑인은 수영을 못한다는 오해마저 생길 정도였다. 아이 아버지가 전쟁에 나갔다는 내용도 슬쩍 넣었다. 흑인들 역시 국방의 의무를 다하며 나라를 위해 전쟁터에서 싸우고 있음을 알린 것이다.◇‘결핍의 덫’과 서머 멜트(summer melt)돈이나 시간이 부족하면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다. 이른바 ‘결핍의 덫(scarcity trap)’이다. 미국에서 흔한 ’서머 멜트‘가 대표적이다. 고교 졸업생 중 10~30%가 입학허가까지 받아놓고도 경제적 문제에 심지어는 서류 몇 가지를 제출하지 못해 대학을 가지 못한다. 타고난 능력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그런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환경 탓이 크다.대학 역시 배우려는 가난한 학생은 외면하고, 잘 사는 아이들을 위한 각종 혜택을 늘리는 데 혈안이다. 한국 의대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의대 진학생 중 20% 정도는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는데, 그런 학생들을 위한 장학제도가 있지만 기부자들이 ‘이 장학금은 반드시 수업료에만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거는 일이 흔하다고 한다. 생활비로 쓰면 안된다는 족쇄를 거니 학생들은 ‘아르바이트 전쟁터’로 내몰릴 수 밖에 없다.◇ 남성과 여성의 궁극적인 차이는?남아공의 여자 육상선수 캐스터 세메냐는 남성의 골격을 거졌다는 이유만으로 성적 수치심이 느껴질 수 많은 고초를 겪었다.남아공의 여자 육상선수 캐스터 세메냐는 18세인 2009년부터 걸출한 성적을 올렸다. 문제는 여성답지 않은 그의 골격이었다. 경쟁 선수들이 문제를 제기했고, 그는 인권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세계육상연맹으로부터 성별 검사를 받았다. 연맹은 결과를 함구했지만 영국의 한 신문이 그가 ‘간성(間性, intersex)’의 특성을 갖고 있다고 까발렸다. 이어 스포츠중재재판소는 세메냐에게서 지나치게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나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일정 수준까지 수치를 떨어트리지 않으면 여성으로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는 황당한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전문가들이 이 호르몬의 양과 경기력을 연구해보니,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된다고 해서 모든 종목에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그렇게 또 하나의 성 차별 흑 역사가 만들어졌다.◇ 옷과 주머니에 깃든 여성 차별예로부터 남자 옷에만 주머니가 많았다. 중세 이후 유럽 남자들이 바지 옷을 많이 입게 되면서, 주머니는 남자 옷의 일부가 되었다. 1550년대부터는 아예 안쪽으로 꿰매 넣은 ‘바지 주머니’가 탄생했다. 이후 치마를 입는 사람, 즉 아내는 수동적인 존재로 치부됐다. 영어권 표현 중에 ‘이 집에선 누가 바지를 입나(Who wear the pants in this family)’라는 말은 누가 경제권을 쥐고 있느냐는 뜻이다.주머니가 많은 바지는 높은 신분을 의미했다. 도제나 하인, 노예에겐 언감생심이었다. 남성에 치인 여성들은 주머니 대신 손가방을 드는 쪽으로 발전하게 된다. 여성 핸드백의 효시인 ‘레티큘(reticule)’이 등장한 게 18세기 중후반이다. 하지만 이 때도 레티큘을 들고 다니는 여성은 마치 속옷(주머니)을 내놓고 다니는 천박한 존재로 여겨져 신붓감으로 퇴자를 맞기 일쑤였다. 여성에게만 지나치게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건축물의 ‘가치’를 다시 본 ‘프리츠커상’아프리카 출신의 첫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디에베도 프랑시스 케레가 디자인 한 아프리카의 학교 건물.‘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Pritzker Prize)의 2022년 수상자는 부르키나파소 출신의 디에베도 프랑시스 케레였다. 그때까지 아프리카 출신 건축가의 수상은 없었다. 백인 남성 수상자가 입도적이었고, 여성 수상자도 우리나라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를 디자인한 자하 하디드가 2004년에 유일했을 정도 대단히 배타적이었다. 그럼에도 케레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의 건축물이 이전의 수상작들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그의 건물들은 아름답지만 작고, 멀리 아프리카 마을에 위치해 있다. 유난히 학교 건물이 많았다. 프리츠커는 아프리카 건축이라는 지역적 다양성 외에도 그 건축물들이 가지는 ‘가치’를 재해석한 것이다. 돈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잘 빠진 서구 모더니즘 건물과, 제3세계에서 어렵게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좋은 수업 환경과 문화적 자긍심을 심어주는 건물 중 어느 쪽이 더 가치가 높은지를 프리츠커도 뒤늦게 인식한 것이다.◇ 스포츠는 남성들만의 전유물?보스톤 마라톤을 처음 완주한 여성은 로버타 깁이다. 하지만 1966년에는 여성의 마라톤 참여가 허가되지 않아 기록도 남지 못했다. 여자가 장거리를 뛰면 자궁이 떨어져 나간다는 등 황당한 이유였다. 1년 뒤 캐서린 스위처가 차별에 과감히 도전했다. 이름까지 남자인 양 고치고 참가해 기어이 코치와 애인의 도움으로 풀 코스를 완주했다. 50년이 지난 2017년에 그녀는 70세의 나이에 다시 보스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해 환호를 받았다.왕년의 테니스 스타 빌리 진 킹도 슐츠의 도움으로 차별을 극복했다. 1970년대 초 그녀는 미국에서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학교들이 성별을 이유로 학생의 스포츠 활동에 제한을 두지 못하게 하는 ‘타이틀 나인’이라는 연방법이 현장에서 실행되도록 애썼다. 스포츠 애호가였던 슐츠가 그녀의 여성스포츠재단의 이사직을 흔쾌히 수락했고, 자신의 만화에도 스포츠에 뛰어난 서질을 가진 여자 아이들을 묘사하며 적극적으로 도왔다.◇ ‘좋은 여성상’에 관한 편견과 오해세계적인 영화배우 조니 뎁은 자신의 결혼 생활 중 폭행 사실을 가리려, 전 부인을 ‘악마적 여인’으로 몰았다는 비난을 받았다.영화 배우 커플 조니 뎁과 엠버 허드는 아쉽게도 결혼 1년여 만에 원수 지간이 된다. 이어 허드는 거짓말쟁이에 악마 같은 소시오패스 여인으로 낙인 찍힌다. 여러 차례 폭행까지 당한 사실이 확인되었음에도 그녀는 한 신문 칼럼에 쓴 ‘나는 가정 폭력을 대표하는 공인이 되었다’는 표현 때문에 큰 고초를 당했다. 뎁은 이 글 때문에 말도 못할 피해를 입었다며, 자신이 마치 피해자인 양 그녀를 몰아 세워 마녀사냥을 했다.영화계에서 남자 배우는 악역을 맡아도 인기를 끌지만, 여자 배우가 그 역할과 동일시되면서 계속 욕을 먹는 경향이 짙다. 대중들은 허드에게도 착하고 죄 없는 피해자 혹은 남자를 속이고 괴롭히는 소시오패스 중 하나의 역할만 허락했다. 유별난 남자를 ‘독특한 사람’이라고 하면서도 여자가 유별나면 17세기에는 ‘마녀’, 21세기에는 소시오패스가 되는 게 현실이다. ‘여성은 이래야 한다’는 사회적 편견이 여전하다.◇ 차별받는 여배우의 ‘큰 언니’ 케이트 윈슬릿영화 타이타닉의 여주인공 케이트 윈슬릿은 영화 촬영 현장에서 수모와 차별을 겪는 약한 여배우들을 위한 큰 언니 역할을 자임해 헐리우드를 변화시켰다.대작 영화 ‘타이타닉’의 여주인공 케이트 윈슬릿은 17세에 처음 출연한 영화에서 예정에 없던 노출 신으로 상처를 입었다. 덕분에 그는 여자 배우에게 촬영 현장에서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와 기화가 얼마나 중요하지를 깨달았고, 약한 여배우들이 촬영 현장의 폭력적인 상황에서 벗어날 수 하겠다며, 스스로 여배우들의 큰 언니를 자임하고 나섰다. 덕분에 현장에서 여배우들에게 무언의 압력이 이뤄지고 있음이 널리 알려졌고, 이후 변화가 시작됐다. 촬영장에서 여배우를 보호하는 역할의 ‘인티머시(intimacy) 코디네이터’가 생겨난 것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여성이 자신의 장래를 쥐고 있는 남성들의 부당한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는 것, 그러고도 오히려 남성들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히 불평등한 구도”라며 “우리 세대는 이런 구도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4-06-15 07:00 조진래 기자

[비바 2080] 100세 시대 신간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

절제할 줄 아는, 겸손한 사람들의 삶을 투영한 책이다. 보여주기 위해 극대화하는 삶이 아닌, 조용히 나를 지키는 삶을 위한 안내서다. 저자는 “진짜 행복한 사람은 티를 내지 않는다”며 “그들은 보여주기 위해 살지 않고, 조용히 자신을 지키며 사는 삶을 산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보여주기 위한’ 모든 것과 결별하라고 조용히 설득한다. 저자인 마티아스 뇔케 박사는 독일의 언론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다. 문학과 커뮤니케이션 과학, 심리학 등을 두루 공부해 남다른 재치와 신박함으로 명쾌하게 독자들을 끌어 들인다. 모든 것이 과하게 요구되고, 요란하게 소비되는 요즘 같은 시대에 어떻게 사는 것이 더 현명한 삶의 방식인지를 통찰력 있게 보여준다.그는 “세상이 아무리 폭풍 같아도 고요히 자기의 중심을 잃지 않는 사람. 모두 자기를 내세우느라 떠들썩한 세상에서 묵묵하게 겸손함을 선택한 사람. 이런 사람이야말로 가장 현명하고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사람은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으며, 결국은 모두가 이기는 삶을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줄 것이라고 말한다.저자는 ‘겸손’이야말로 삶의 모든 가치 중에 가장 세심하며 현명한 태도라고 말한다. 겸손은 ‘타인을 배려하기 위해 자신을 낮추는 공손함, 사소한 말과 행동에도 예의를 잃지 않는 정중함, 상황을 경솔하게 판단하지 않고 담담하고 점잖게 대할 줄 아는 신중함을 모두 아우르는 표현’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면서 ‘나를 위한 태도로서의 겸손’에 담긴 의미를 깊이 돌아보게 이끈다.그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품고 있는 태도가 바로 겸손”이라고 말한다. 겸손이 모두에게 최우선의 가치는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겸손의 진가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 한다. 이어 “지금처럼 시끄러운 세상에서는 절제된 말과 행동이 오히려 더 강력하게 다가올 수 있다”며 “그럴 때 우리는 비로소 겸손이야말로 우리를 가장 편안하게 해주는 가치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확언한다.저자는 자기도취에 빠져 허우적대는 시끄러운 사람들의 반대편에서 조용히 자신의 존재감을 빛내며 능력을 발휘하고 신뢰를 얻는 이런 겸손한 사람들이 결국은 더 중요하고 가치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겸손을 선택할 수 있다면 누구나 자의식을 가지고 긴장하지 않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 누구나 겸손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그는 “내면이 단단하고 현명한 사람은 애써 티 내지 않으며, 오히려 알아도 모르는 척 절제하고 겸손할 줄 안다”고 거듭 강조한다. 자신의 가치를 아는 사람은 자신임을 알기에, 다른 사람들의 박수갈채와 입 바른 평가를 수집하려 애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른바 ‘인정 욕구’에 빠지지 않고 중심 있는 삶,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견지한다고 전한다.저자는 “진짜 가치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으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과장된 포장은 결국 벗겨지기 마련”이라고 꼬집는다. 그런 일에 자기 감정과 에너지를 불필요하게 소모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한다. 겸손의 가치를 지향하면서 자기만의 속도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삶을 되찾아 간디면, 애써 드러내지 않아도 우리의 삶은 충분히 빛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그는 겸손의 제1 덕목인 ‘스스로를 낮추는 태도’가 갖는 3가지 힘을 얘기한다. 첫째는 예의의 문제다. 늘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고, 상대편과 같은 눈높이에서 말하는 사람들이 더 큰 관심을 얻는다고 말한다. 두 번째는, 아는 사람은 안다는 것이다. 겸손하게 자신을 낮춘 표현을 한다고 해서 실제로 그를 낮춰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겸손은 독립되어 있는 표시라는 표현과 맞닿는다. 스스로의 가치를 잘 알기에, 궂이 남에게서 인정을 받으려 애쓰지 않는다는 것이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4-06-10 08:20 조진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