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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에너지가 곧 국력이다

현대는 ‘에너지 전쟁’의 시기다. 누가 얼마나 희소한 에너지 자원을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가 ‘국력’이 되는 시대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가 천연가스와 석유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대표적인 실증 사례다. 에너지를 어떻게 확보하고 운용할 것인가에 관한 전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이 책은 세계 주요국의 에너지 전략을 다루면서 궁극적으로 미래 에너지 전쟁이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 지를 조망해 준다.◇ 국가 에너지 전략의 ‘3E’나라마다 우선순위는 다르지만, 국가 에너지 전략의 핵심은 세 가지 E의 균형을 찾는 것이다. 먼저, 에너지 안전보장(Energy Security)이다. 에너지 자급도와 통한다. 미국과 캐나다, 러시아와 중동 산유국들, 그리고 노르웨이와 호주가 자립도 100%가 넘어 ‘에너지 순수출국’이다. 중국도 80% 정도이며 영국과 프랑스도 75%, 55%로 무난하다. 낮은 에너지 자급률은 곧 그 나라의 리스크다.다음은 경제적 효율성(Economic Efficiency)이다. 얼마나 에너지를 저렴하게 조달하느냐가 최우선 과제다. 마지막은 지구온난화 대책, 즉 환경(Environment)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통제하느냐가 중요하다.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에너지를 무기로 세계를 농락하는 러시아러시아는 에너지 의존도가 매우 큰 경제구조를 가졌다. 수출액에서 화석연료 비중이 58%다.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은 세계에서 손꼽힌다. 석유 수출량은 사우디에 이어 세계 2위며, 점유율은 13% 수준이다. 천연가스 수출은 부동의 1위다. 전 세계 수출량의 23%를 담당한다. 석유는 주로 중국으로, 천연가스는 대부분 유럽으로 수출한다. 러시아에게 있어 에너지는 또 다른 강력한 무기다.푸틴 정부는 이것으로 세계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가스프롬, 로스네프트 같은 국영기업을 앞세워 세계 에너지 시장을 쥐락펴락한다. 최근 러시아는 미국과 EU를 견제하려 중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 시베리아와 베이징을 잇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시베리아의 힘1’과 2를 이미 개통했거나 개통 예정이다. 풍력이나 태양광, 원자력 발전 같은 재생가능에너지는 아껴두고 있다.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있는 러시아로 인해 유럽을 비롯한 세계 천연가스 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탈 러시아’ 재생에너지 선진국 독일독일은 에너지 자급률이 30%에 불과하다. 일차에너지 공급량은 석유가 35%, 천연가스가 26%, 석탄이 15%, 원전이 5%, 재생가능에너지가 18%다. 소비량은 석유와 천연가스가 압도적이고 다음이 재생가능에너지다. 석유와 천연가스는 러시아에서 각각 30%, 55%를 들여온다. 그렇게 수입한 천연가스를 절반만 사용하고 주변국에 수출해 수지를 맞춘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비축량을 늘리고 수입선을 다변화하면서 ‘탈 원전-탈 석탄-재생가능에너지 확대’라는 에너지 대전환을 추진 중이다. 2045년 탄소중립 달성, 2050년 온실가스 감소 시작을 법제화했고, 총 17기의 원전 중 14기를 이미 정지시켰다. 재생가능에너지의 절반을 풍력으로 조달하고, 태양광으로 4분의 1, 나머지를 바이오와 수력으로 채운다는 계획이다.하지만 풍력이 북부 해상지역에 많아 초장거리 송전망 건설이 난제다. 석탄화력발전이 여전히 압도적이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유럽 내 최대라는 점도 문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정책이 변화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탈 러시아 정책이 어느 정도 진전되느냐, 풍력과 태양광 발전이 얼마나 확대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셰일 혁명으로 에너지 자립 이룬 미국미국은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소비량이 세계 1위다. 석탄은 생산량 5위에 소비량은 3위다. 발전량에서는 수력이 세계 4위, 풍력과 태양광은 2위, 원자력은 부동의 1위다. 2020년에 이미 에너지 자급을 이뤄냈다. 지하 2000m 이상 깊이의 세일층을 개발하면서 파나마 운하를 통한 에너지 운송 리스크까지 벗어났다.원자력 발전 비중이 압도적이다. 가동 중인 원전이 94기, 건설 중인 원전이 2기이며 3기가 추가될 예정이다. 발전량에서 단연 세계 1위다. 소형 원자로 부문에서도 중국과의 일전이 예상된다. 다만,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지구 온난화 관련 정책이 변한다는 게 치명적 약점이다. 현재 바이든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은 ‘국제협력 노선’에 기초한 ‘미국 제일주의’다.2022년 5월에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고 원유 수입을 재개하면서 석유 부족 문제를 해결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문제가 심각해 짐에 따라 향후 외교방침의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저자는 하지만 “미국은 국가의 안정이나 에너지 안전보장, 국가 독립, 국가 안정보장, 안정 공급의 측면에서 100점에 가깝다”면서 “미국은 3E가 모두 강력하다”고 평가했다.미국이 석유 시추 설비. 미국은 셰일 혁명을 계기로 에너지 자립국이 되었다.◇ 세계 최대의 에너지 소비국 중국중국은 최대 에너지 수입국이다. 급속한 성장을 지탱하려다 보니 자급률이 75%까지 떨어졌다. 석탄 58%, 석유 19%, 천연가스 8% 등 화석연료 비중이 85%에 이른다. 실제 발전량도 화력이 68%로 압도적이다. 수력과 원자력이 각각 18%, 5%까지 올라왔다. 가동 원전이 50기로 세계 3위지만 건설 중인 원전이 16기로 단연 1위다. 외자 유치 덕분에 풍력발전에서는 51%로 압도적 세계 1위다. 태양광발전도 1위다.문제는 천연가스 공급 루트다. 천연가스 대외의존도가 45%가 넘고, LNG 수입 비율도 46%로 매우 높다. 호주와의 관계가 악화하면서 석탄 수입국에서 빠진 것도 걸린다. 이에 서부의 천연가스를 동부 해안지역으로 운송하는 ‘서기동수’ 프로젝트와 함께, 사할린의 천연가스를 연결하는 ‘사할린1’과 시베리아의 가스를 몽골을 경유해 운송하는 ‘시베리아의 힘2’ 파이프라인 등을 추진 중이다.시진핑 주석은 2030년까지 화석 에너지 소비 비중을 대폭 낮추고, 풍력과 태양광 발전의 설치 용량을 극대화할 것을 공언했다.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시장에도 적극 뛰어들었고, 그린 본드 발행액이 세계 2위일 정도로 ‘녹색금융’도 강화 중이다. 중국은 재생가능에너지 설비 제조의 대국이기도 하다. 수력발전 설비의 70%, 풍력발전은 50%를 도맡아 두 부문 설비제조와 운영에서 세계를 석권하고 있다.◇ 성장 뒷받침할 에너지가 시급한 인도2050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대국을 꿈꾸는 인도는 이를 뒷받침할 에너지 안정확보가 필수다. 하지만 인도의 에너지 자급률은 매년 떨어지고 있다. 전력 송배전에서는 30% 가까이나 로스가 발생한다. 석탄과 석유 수입 및 공급량은 급증하는데, 바이오매스 비율은 감소하며 ‘친 환경’에 역행 중이다. 화석연료 비중은 75%인데, 수력 풍력 태양광 등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은 3%에 불과하다.그나마 태양광발전량이 세계 4위(7%)일 정도로 태양광 잠재력은 평가를 받는다. 라자스탄주 사막에는 1000만 개의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이 설비를 국경 문제로 적대적인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문제다. 풍력도 전 세계 생산량의 5%로 세계 4위지만 공급망과 인프라 부족이 걸림돌이다. 수력발전도 비슷한 처지다. 인도 정부는 바이오매스 혼합연료를 의무화하는 등 바이오매스 에너지 확대에 적극적이다.이란과 오만에서 해저 가스 파이프라인을 연결할 구상과 함께 총 전력의 50%를 2030년까지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하고, 2070년까지 ‘넷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저자는 하지만 “인도에서 지구온난화 대책이 우선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아마도 탈 중국이나 급격한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 에너지 경제성의 우선순위를 높게 잡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인도 라자스탄주 사막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사진=사진=utoimage◇ ‘자립’이 목표인 세계최대 유전지대 ‘중동’전 세계 석유 매장량 및 생산·수출량 톱 10 국가의 절반이 중동에 있다. 사우디와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다. 이란과 카타르, 사우디는 천연가스 매장량과 생산량에서도 톱 10에 포함된다. 반대로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단연 중동이다. 이란이 6위, 사우디가 9위다. 1인당 배출량은 1위 카타르부터 2~4위인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 바레인까지 톱 10 중 7곳이 중동국가다.이란은 서방세계의 제재 탓에 풍부한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을 갖고도 애를 먹고 있다. 카타르 국경지역의 대형 가스전이 개발된다면 카타르만큼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와 가까와 우려를 낳는다. 세계 석유 매장량 3위의 이라크는 2003년 후세인 사망 후 석유 생산을 크게 확대 중이다. 이라크 수익의 99%가 석유에서 나올 정도라고 한다.카타르는 이란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사우디 등으로부터 국교 단절을 당했다가 2021년에야 간신히 국교를 회복했고 이후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으로 자리매김 했다. 사우디는 석유 수출은 세계 1위지만 LNG는 수출 않고 있다. 이것마저 이뤄진다면 그 여파가 상당할 전망이다. 석유 의존도를 낮추려 원자로도 16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미국과 거리를 두면서 러시아, 중국과 가까와질 조짐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하지만 중동 에너지 이슈 중에는 늘 ‘초크 포인트 리스크’가 뒤따른다. 호르무즈 해협과 수에즈 운하,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야 에너지 수송이 가능하다. 언제든 공급이 끊길 위험이 상존한다는 얘기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4-06-08 07:00 조진래 기자

[비바 2080] 100세 시대 신간 <60세의 마인드셋>

10년 전까지만 해도 60세가 되면 ‘환갑’이라고 해서 노인 취급을 당했다. 하지만 지금 60세면 ‘청춘’이라는 말을 듣는다. 실제로 60을 인생의 새 출발 기점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도 공공연하다. 60세의 마인드 셋도 그런 내용이다. 60세에는 마인드부터 ‘리셋’하라는 내용이다. 일본 최고의 노인정신의학과 전문의 와다 히데키가 전하는 ‘60세부터 준비해 가장 아름답게 인생을 마무리하는 법’이다. 저자는 환갑 날에 잔치를 벌이기 보다는 스포츠카를 타고 즐기며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라고 말한다. 인생의 반환점을 돌았다고, 이제 죽을 날만 받아놓았으니 조용히 살다 죽어야지 하는 생각은 떨쳐버리고 더 이상 참으며 살지도 말라고 말한다. “60대야 말로 인생의 전환점”이라며 “마음을 바꾸면 운명도 달라진다”고 힘주어 말한다.저자는 그러면서 60을 맞는 이들에게 일곱 가지를 당부한다. 이기고 지는 일에 연연하지 말고, 해보기 전에 지레 판단하지 말자고 말한다, 틀에 박힌 생각에서 벗어나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라고 떠민다. 남과 비교하지도 말고, 답은 스스로 찾자고 독려한다. 그리고 절대로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해 보자고 말한다.저자는 누구나 나이 먹고 후회하는 것이 6가지 있다고 전한다. 좋아하는 일을 많이 하지 못했다,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했다, 개성을 억누르고 남에게 맞추려고 애썼다, 주변에 적극적으로 생각을 표현하지 못했다, 돈 걱정만 하며 살았다, 의사 말을 과하게 믿고 따랐다 등이다.그는 ‘마음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인경이 바뀌고, 인격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는 격언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마인드 셋을 바꾸면 남은 인생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행복한 사람들은 예외 없이 마인드 셋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그렇게 늙어서도 즐거워야 진짜 성공한 삶이라는 것이다.저자는 “아낌없이 소비해야 행복과 건강이 따라온다”고 말한다. 또 “마음껏 돈을 쓰기 위해 일하라”고 부추긴다. 돈은 통장보다 지갑에 있을 때 빛이 나는 것이라며, 80세가 되기 전에 가진 돈을 다 쓰라고 강권한다. “건강하고 싶으면 돈을 쓰고 놀라”고 조언한다. 그렇게 하면 자신의 건강도 챙기고 나라 경제도 살릴 수 있다고 말한다.저자는 또 “하루빨리 배우자와 자식으로부터 독립하라”고 다그친다. “자식에게 꼭 재산을 물려주어야 하느냐”고 반문하면서, 자식의 인생까지 책임지려 하지 말라고 말한다. 자식에게는 이상적인 부모의 모습과 삶의 지혜를 물려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자식보다는 요양보호사의 돌봄을 받는 것이 훨씬 현명한 여생을 사는 법이라고 일깨워준다. 배우자와의 관계도 재정립할 것을 독려한다. 여든이 될 때까지는 부부 간에 적절한 규칙을 지키면서 따로 놀라고 말한다. 불가피하다면 두 번째 결혼도 겁내지 말라고 이른다.건강과 관련해서는 건강검진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권한다. 활력이 부족하다면 습관적으로 막는 약부터 끊으라고 말한다. 불필요한 다이어트나 다약제 복용을 경고한 것이다. 그는 “마음 편하고 즐거운 것이 최고의 건강 관리법”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알고 의료진에 전달할 수 있어야 하며, 나이가 들면 병과 함께 살아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한 태도라고 말한다.저자는 “마지막까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인생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시기가 지금”이라고 힘 주어 말한다. 여생을 함께 보낼 일을 작지만 소소한 것부터 시작하고, 평생 배움의 즐거움을 만끽할 것을 권했다. 아랫 사람에게 참지만 말고, 할 말은 하며 살라고 독려한다. 그야말로 “자금이 내 마음대로 살아도 좋은 나이”라고 말한다.저자는 우리보다 20년 이상 일찍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의 복지와 연금 제도 등 노후를 안전하고 든든하게 대비할 재테크 노하우도 소개한다. 60대뿐만 아니라 이제 멀지 않아 60대에 이를 40대와 50대에게도 “60대가 되어 준비하지 말고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남은 시간을 더 즐겁게 살 수 있도록 하라”고 조언한다.그는 “인생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단언한다. 남의 시선에 연연하며 살기엔 남은 인생이 너무 아깝다고 말한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자유로워질 수 있는 삶의 전환점으로 60대를 상정하고 이제부터라도 ‘거침없이’ 살라고 독려한다. 그러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바로 마인드 셋을 바꾸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4-06-05 08:24 조진래 기자

[비바100] 언젠가는 출발점에 설 이들을 위한 자립방정식 ‘나는 전주비빔 파스타를 만드는 작가입니다’

두 번째 책 ‘나는 전주비빔 파스타를 만드는 작가입니다’를 출간한 밀라노기사식당 박정우 대표이자 작가(사진=브릿지경제DB, 허미선 기자)“혼자서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서 ‘일단 살고 보자’ 얘기하고 싶었어요. 저는 홀로서기 위해 세게 넘어져도 보고 절망도 해보고 실패도 해봤죠. 그런 제 이야기지만 홀로서기에 나서거나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분들 혹은 삶이 힘들어 모두 내려놓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저보다는 덜 아프기를, 빨리 일어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서울 은평구 주택가에 위치한 밀라노기사식당 오너셰프이자 작가이며 강연가이기도 한 박정우 대표는 신간 ‘나는 전주비빔 파스타를 만드는 작가입니다’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2022년 밀라노기사식당 창업과정과 그곳을 다녀간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어서 오세요, 밀라노기사식당입니다’에 이은 두 번째 책으로 창업 등 홀로서기를 꿈꾸거나 새로운 출발점에 선 이들을 위한 자기개발서다. 이전작이 에세이에 가까웠다면 ‘나는 전주비빔 파스타를 만드는 작가입니다’는 누구나 언젠가는 맞이할 새로운 시작을 위한 자립 노하우를 꼼꼼하게 알려주는 개발서지만 ‘나를 따르라’거나 ‘이래라 저래라’ 식의 조언, 자기자랑을 늘어놓지는 않는다.나는 전주비빔 파스타를 만드는 작가입니다|박정우 지음(사진제공=예문당)‘나를 망가뜨리기 보다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착실하게 살자.’‘있는 척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그의 삶의 방식이 시작된 건 8살 무렵부터였다. 늦둥이 막내, 사업부도로 어려워진 집안살림, 버스비가 모자라 ‘숨을 쉬며 살고자 감행했던’ 명동나들이가 좌절된 어머니의 손을 잡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던 날이었다.목표 없는 생활, 그저 책임감으로만 하는 노력, 그 끝에서 만난 첫 후회, 나는 없이 누군가를 위해 마냥 하는 희생, 생겨버린 하고 싶은 것과 미래를 향한 비전 그리고 그 꿈을 지지하며 함께 걸어줄 동반자. ‘나는 전주비빔 파스타를 만드는 작가입니다’는 태어날 때부터 몇번을 넘긴 죽을 고비, 살아 있지만 죽고 싶다는 절망감에 빠져 살았던 유년·청소년기, 국립서울과학기술대학교 식품공학과, 성균관대학원 식품생명공학과를 거쳐 CK코포레이션즈 식품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살아보겠다 안간힘을 쓰던 청년기를 보내고 스무살 무렵부터 꿈이던 작은 레스토랑을 창업한 그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예쁜 접시 위에 맛깔스럽게 플레이팅된 음식들에 빠진 스무살부터 전주비빔밥, 순두부찌개와 강된장, 따로국밥 등 한국 고유의 음식 비법을 접목시킨 이탈리안 파스타와 더불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정겨운 사랑방 같은 공간을 꿈꿨다. 호텔조리학과에서 공부할 때도, 유명 셰프의 레스토랑에서 ‘실습교육’이라는 명분으로 열정페이를 감내할 때도, 식품공학과로의 편입을 결심했을 때도, 커피전문기업 연구원으로 근무할 때도, 도자기 수업을 받을 때도, 퇴직 후 친구의 치킨가게에서 일하며 매출을 3000만원에서 1억 5000만원으로 늘릴 때도 잊지 않고 간직했던 박정우 셰프의 꿈이었다. 그렇게 안정적이지만 ‘나’는 없는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2020년 8월 5일 서울 은평구 수색동 주택가 사이에 밀라노기사식당이라는 이탈리안·한국 퓨전레스토랑을 열었다. 두 번째 책 ‘나는 전주비빔 파스타를 만드는 작가입니다’를 출간한 밀라노기사식당 박정우 대표이자 작가(사진=브릿지경제DB, 허미선 기자)그러나 딱 열흘 뒤 8.15 광화문집회를 기점으로 창궐한 코로나19 팬데믹을 맞닥뜨려야 했다. ‘이 정도면 하늘이 날 저주하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자영업자에게는 지옥과도 같던 시간들을 지나 꾸준한 입소문으로 행운처럼 찾아온 2022년에는 가게 앞에 손님들이 줄을 늘어섰고 유재석이 이끄는 ‘식스센스’ 시리즈에도 출연하며 승승장구했다. 지옥같은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손님들이 붐비면서 꾸준히 찾아주던 단골들이 오지 못하는 날들이 늘었다. 11시간 운영을 위해 11시간 준비시간을 들여야 하는, 신체를 쥐어짜 돈을 버는 요식업의 사업구조로 행복하지 않았고 손님들에게 소홀해지는 날들도 생겨났다.일에 함몰돼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뻔 했다는 걸 깨닫고 2달의 휴식기를 가지고 식당운영 방식을 재정비했다. 매출 상승세 속에서 일주일에 5일, 하루 5시간 운영 철칙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자 강연과 책 출간의 기회가 찾아들었다. 서울시 골목창업경진대회 수상, 대형기업 밀키트사업 제안 등도 이어졌다.그 여정에서의 절망감, 행복과 불행 그리고 치열한 고민과 실행,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기, 눈 앞에 보이는 매출 상승세를 마다하고 추구한 것들 등은 ‘나의 이야기, 잘 살펴보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시대분석’ ‘세상에 스스로 내딛는 첫걸음, 자기관찰’ ‘언젠가 시작할 자신의 일’ ‘체계적인 준비와 끊임없는 대응’ ‘자신의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 성장’ 등 5개 파트에 나눠 담겼다.두 번째 책 ‘나는 전주비빔 파스타를 만드는 작가입니다’를 출간한 밀라노기사식당 박정우 대표이자 작가(사진=브릿지경제DB, 허미선 기자)철저한 자기 관찰부터 금전 관리, 창업 혹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해야 할 리스크 체크, 창업 후 대응 등의 경험을 담은 책은 그의 표현처럼 “자랑도, 성공법도, 조언도 아니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지 보고 뭘 잘하고 좋아하는지 스스로를 관찰하고 그것이 대중들과 맞는지, 특이성을 가지고 있는지, 리스크는 무엇지 등을 가늠해 자신만의 영역을 세우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책이다.“일단 살고 보자는 마음이지만 내가 잘 만들면 혹은 손님들을 잘 대하면 늦게라도 입소문이 날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나 자신을 잃지 않는다면, 스스로가 감당하고 책임질 수 있는 자신만의 영역을 수립한다면 어떤 격랑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믿거든요. 제가 그랬으니까요.” 그 핵심은 오롯이 나로 서는 것, 탄탄한 자기 영역 수립이다. 타인이나 사회의 잣대에 맞춘 자립이 아니다. 무조건적인 자기애나 자신의 것에만 함몰되는 것과도 다르다. 시대에 대한 가늠, 냉철한 자기 객관화, 리스크 체크와 그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 다른 이들만의 영역에 대한 존중 등을 바탕으로 스스로 감당하고 책임질 수 있는 ‘자기 영역’이다. “저처럼 하라는 게 아니에요. 사람은 저마다 다르니까요. 그저 이런 방법도 있다고, 조금 덜 아프게 넘어지고 좀 더 빨리 일어나시기를 바라는 거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6-03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골든티켓 목매는 한국, 골든타임 놓치면 사멸

(그래픽=백승민 기자)우리가 선택한 ‘합계출산율 0.72명 대한민국’의 암울한 미래를 조망한 책이다. 저자는 대한민국이 빠르게 ‘사멸(死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말한다. ‘천천히 가난해지는 삶’이 우리의 가까운 미래라고 꼬집는다. 특히 이런 현실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 왔으며, 지금도 우리는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말기 암 환자처럼 아무 것도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도 죽음으로 치닫는 대한민국에 ‘역전’이 가능할 지를 따져본다.자살하는 대한민국|김현성|사이드웨이◇ 공공을 위해 지출한 ‘돈’이 부족한 한국인들저자는 한국이 죽어가는 원인이 ‘국민들이 돈이 없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자기 생활수준 유지가 어려운 게 아니라 공동체 유지에 자기 지갑을 열 돈도, 의지도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물가까지 비싸니 공동체를 위한 지출에 인색할 수 밖에 없다. 역설적으로 지나치게 낮은 사회간접자본 비용과 낮은 에너지 및 서비스 물가도 한 몫 한다. 반면에 생필품 가격은 너무 비싸다.저자는 “낮은 사회간접자본 및 에너지 물가로 높은 식료품 물가를 지탱케 하는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필연적으로 공공부분 적자가 누적될 수 밖에 없고, 이를 효율화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절대적으로 높은 사교육비도 문제다. 특히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과하다. 이런 구조가 지나치게 오래 지속되니, 조금만 손을 보려해도 강력한 심리적 저항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서울 수도권 독식의 후유증서울과 수도권은 ‘한국의 모든 것’이다. 전체 국민의 절반이 사는데, 70%가 넘는 이주 희망자까지 더해지면 심각성이 더 크다. 돈과 좋은 일자리도 독식하고 있다. 심지어 제조업도 수도권 독식이 강고하다. 전체 제조업 부가가치의 65%를 담당하는 반도체, 2차 전지,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10대 산업에서 수도권이 총 27%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반도체는 수도권 생산 점유율이 80%에 이른다.서울·수도권 집중이 사실상 한국 공동체의 물리적 소멸에 거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그 와중에 메가시티와 행정수도 구상은 사실상 좌절되었다. 그나마 충청권 메가시티가 유일하다. “비수도권에 남은 것은 관광 밖에 없다”는 자조의 목소리도 나온다. 무작정 ‘지방분권’만 외치다 소프트웨어 파워마저 빼앗긴 꼴이다. 저자는 생산성 높은 수출 대기업이 지역에 자리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모두가 가난한 이유(연합)한국의 노동생산성은 OECD 주요 45개국 중 32위에 그친다. 하지만 제조업만 떼어보면 세계적인 수준이다. 문제는 우리 고용 구조가 서비스업 위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비스업은 금융 등 일부를 제외하면 모두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해당 산업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으니 임금이 낮고 이는 다시 낮은 생산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지적재산권 수출이 활발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저 부가가치 운송업에 서비스 수출을 의존한다. 좁은 내수시장의 태생적 한계 탓에 내부 경쟁은 격화되고, 자영업 비중까지 높아 낮은 생산성이 지속된다.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 보건 및 사회복지업, 교육서비스업의 3대 주축 업종이 모두 영세하다. 생산성을 높일 기반이 없으니 아무리 해도 계속 가난하다.저자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지갑을 열어야 사회안전망 확충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런 거의 유일한 집단은, 수도권에 살면서 좋은 교육을 받고 높은 생산성을 지닌 수출 대기업 종사자들이라고 말한다.◇ 노인들이 가난할 수 밖에 없는 이유왜 우리 노인들은 빈곤할까. 안정적인 노후를 보낼 정도의 자산축적을 이루지 못한 채로 일터에서 쫓겨나기 때문이다. 노인빈곤율 40%가 넘는 이유도 주택 자산에 비해 금융자산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청년과 비슷한 수준의 생활비가 필요함에도 유일한 자산인 주택을 절대 포기하지 못하니, 그 구조 안에서 그대로 늙어갈 수 밖에 없다.우리 노인들은 평균 73세까지 근로하길 원한다. 연금을 통한 소득 대체는 언감생심이다. 생명보험사들이 연금보험보다 종신보험을 주력으로 하는 것도 미래에 잠재적 문제가 될 수 있다. 저자는 “한국에선 노인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는데 필수인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이라는 3층 연금제도가 심각하게 미비하고, 당분간 개선도 쉽지 않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국민연금은 절대 고갈되지 않으며, 국민연금 적립금도 전혀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나아가 청년들이 노인들에게 퍼주고 나중에 받을 돈이 없다는 주장은 사기이자 정치적 선동이라고 비판한다. 이런 정치적 주장들이 3층 연금을 통한 합리적인 노후 보장에 신경쓰기보다 가상화폐 같은 고위험 자산을 선택케 하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일갈한다.◇ 한국에서 가장 비싼 결정 ‘결혼’우리 혼인건수와 출생아 수의 상관관계는 0.938에 이른다. 저출산이 곧 혼인 감소다. 출산을 미래의 경제적 이득을 축소시키는 선택지라고 믿기에 결혼을 않는다. ‘소득’이 있어도 축적된 ‘자산’이 없으면 결혼이 불가능하다. 그릇된 지원정책도 한 몫 한다. 수많은 대출지원 제도들이 ‘부부합산소득’ 같은 황당한 기준에 묶여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디딤돌 대출은 30세 이상 미혼자와 결혼한 부부의 대출가능 소득 기준이 연 6000만 원으로 같다. 맞벌이 신혼부부가 주택청약 우선공급을 받으려면 1인의 소득이 도시노동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00% 이하여야 한다. 근로장려금 제도도 단독 가구는 소득 2200만 원 미만부터 지원받지만, 맞벌이는 3800만 원 미만이다. 이러니 결혼은 손해가 나는 선택지가 된다.모두 수도권에 살고 싶어하니, 재산이 없으면 결혼도 불가능하다. 여성은 생애주기 소득도 출산 이후로 현격히 떨어진다. 남성 취업률은 30대 후반에 91%까지 높아졌다가 54세까지 87% 안팎이 유지되지만, 여성은 20대 후반 70%를 정점으로 30대 후반에는 58% 안팎까지 곤두박질친다. 54세에도 66% 정도 밖에 회복 못한다. 부모 재산이 더욱 중요한 변수가 되고 결혼 회피 경향은 심화된다.◇ 모든 것을 파괴하는 극심한 경쟁 압력저자는 우리가 높은 경쟁 압력에 비해 빈약한 사회 안전망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때 발생하는 것이 가성비만을 추구하며 ‘손해를 참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 그리고 불특정 다수를 향한 범죄의 증가라고 말한다. 개개인의 이기심을 증폭시키는 사회적 토양이 축적되면서 효율성과 이기심 밖에 남지 않는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불행과 증오에 중독된 공동체’라고 표현했다.시험을 통과해야 기득권을 얻고, 경쟁에서 이겨 쟁취해야만 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500년이 넘도록 살고 있다. 그것이 국가에 이롭다는 논리가 우리 정신세계를 지배해 왔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시대는 지났다. 2022년 서울대 신입생 중 10.4%가 강남·서초구 출신이며, 두 지역에서 전체 서울지역 신입생의 28.8%가 나왔다. 경제력=입시 성적인 사회다.경쟁 제도에 가장 잘 적응하는 사람만이 승자가 되는 한국식 능력주의가 만연해 졌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배려도 등한시된다. 약자가 약자를 미워하는 체제가 만들어지고 있다. 사회적 약자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같은 처지의 대상들에게 더욱 강한 반감을 지니는 모순이 고착화되는 것이다.◇ 모두가 조금씩 가난해지는 나라… 해법은?(사진출처=게티이미지)인구 감소는 곧 가난함으로 이어진다. 인구가 줄어 수요가 줄면 소비재들을 비싸게 수입해야 하니, 다 같이 가난해질 수 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려면 국가가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꾸준히 유지되어야 하고, 내수시장을 메우고도 남을 정도의 해외시장이 필요하다. 서비스업의 저 생산성 구조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정부의 재정 부담도 준 조세 같은 형태로 민간에 전가되지 않아야 한다.인구 감소가 불러올 ‘사회적 쏠림’도 우려된다. 수도권 쏠림에 이들 지역구만 계속 증가하면 자칫 수도권의 이해관계만 중시될 위험이 크다. 인구 감소는 또 국방력 감소를 야기해 한반도 리스크로 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인구 문제를 해결할 가장 현실성 있는 미래 대안은 ‘이민’이지만 비 선진국 중심의 이민 정책은 자칫 또 다른 저 생산성 집단을 만들어 사회적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저자는 “소수만이 성취 가능한 사회적 성공에 집착하는 ‘황금 티켓 증후군’ 극복이 과제”라고 말한다. 정부 지출도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한다. “인구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이 얼마나 의미가 있느냐”가 되묻는다. 미래에 쓰기 위해 지금 아끼는 선택 보다는, 미래 세대의 수를 늘리거나 그들의 생산성이라도 보전하는 적극적인 투자가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저자는 두 가지 해법을 제시한다. 첫째, 황금 티켓을 얻은 사람을 포함해 ‘증세’에 대한 국민적 합의다. 둘째, 정부 재정을 적극 확대하고, X세대와 밀레니엄 세대의 잉여 자본을 개인의 국채 보유로 유도해 자산 축소에 대비하는 것이다. 그는 “공동체의 성공적인 운명은 누군가의 승패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기꺼이 지갑을 여는가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4-06-01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과학에 미쳐… 선을 넘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선을 넘어 범죄와 비행을 저지르는 이들이 있다. 저자는 과학자들이 과학을 너무 ‘철저히’ 하려다 도가 지나쳐 과대망상이 되고, 극단적인 경우 ‘미치광이’가 된다고 비판한다. 이 책은 약탈과 살인, 고문으로 얼룩진 과학과 의학의 흑역사다. 에디슨의 동물학대, 테러리스트가 된 수학자의 사례를 들면서 저자는 궁극적으로 ‘윤리적이고 신뢰성 있는 과학’을 추구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그는 특히 ‘지성’과 ‘인성’이 균형을 이루는 과학(자)의 필요성을 강조한다.과학 잔혹사|샘 킨|해나무 ◇ 클레오파트라의 어두운 유산탈무드에 의하면 클레오파트라는 역사상 최초의 비윤리적 과학실험을 설계한 사람이다.역사상 최초의 비윤리적 과학실험을 설계한 사람은 클레오파트라였다고 한다. 자궁 속 아이의 성별을 알 수 있는 시기를 알아보겠다며 여종들을 억지로 임신시킨 후 배를 갈라 확인해 ‘41일’이라는 답을 얻어냈다고 한다. 죄수들에게는 독을 실험하기도 했다고 한다. 훗날 그녀가 자살할 때 독사를 이용했던 것도 그것이 가장 고통이 적은 죽음임을 알았기 때문으로 전해진다.이런 기록들은 그녀에게 적대적이었던 ‘탈무드’에만 남아 있기에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무리다. 실험 결과도 이치에 닿지 않는다. 실제로 수태 후 6개월 된 태아의 몸 길이는 1㎝에 불과하다. 생식기 역시 임신 9주 정도는 지나야 생겨, 성별을 알 수 없다. 저자는 클레오파트라가 과연 이 실험을 실제로 했는지도 의심스럽다고 말한다.◇ 찰스 다윈의 스승, 하지만 식민지 약탈 해적윌리엄 댐피어는 근대 일급 항해사이자 당대 최고의 박물학자였다. 수많은 탐사 기록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계일주 항해’라는 여행기를 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바나나, 아보카도, 젓가락 등이 그가 만든 단어들이다. 그의 책은 바람과 해류의 과학적 연구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특히 아종(亞種, sub-species)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다윈의 ‘종의 기원’을 있게 했다.하지만 그는 선상 반란 사태 등에 연루되어 배에서 쫓겨났고, 이후 자메이카 해적의 항해사로 활동하며 해적(海賊)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게 된다. 그가 욕심을 냈던 야외 조사활동은 매우 위험했다. 후대 과학자들이 천연자원을 훔치고 학자로 위장해 남아메리카 등에서 식민지를 약탈한 것은 대부분 댐피어 시대가 만들어낸 유물이다.◇ 시신도굴, 해부학자들의 위험한 거래인공수정을 처음 시도했던 외과의사 존 헌터. 하지만 그는 무차별한 해부로 물의를 일으킨 인물이기도 하다.영국은 불법적인 해부를 금지했다. 대신 해부학자들에게 처형당한 범죄자의 시신 등을 공급했다. 하지만 만성적인 공급 부족 탓에 서로 시신을 차지하려 다퉜고, 그 바람에 아직 심장이 뛰는 사람을 해부하는 경우도 꽤 있었다. 결국 해부학자들이 무덤의 시신을 훔치는 사태까지 생겼다. 이 때 존 헌터라는 경악스러운 인물이 등장한다.그는 인공수정을 처음 시도했고, 전기 충격으로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방법을 개척한 뛰어난 외과의사였다. 하지만 그는 시신을 도굴해 해부하길 밥 먹듯이 했다. 사람을 티나지 않게 질식사시켰고, 무연고 시신의 해부를 정당화하기 일쑤였다. 영국 의회는 결국 1832년에 해부법을 통과시켜 더 이상 가난한 사람들이 해부의 대상이 되는 일이 없도록 법제화했다.◇ 동물학대가 야기한 최초의 전기 사형에디슨이 교류 전류의 위험성을 알리려 제작한 전기 의자에디슨의 발명품은 탁월한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돈이 별로 안되는 게 큰 결점이었다. 경이로운 축음기조차 당시엔 장난감으로 사용되었다. 결국 1880년대에 그는 자신이 특허 낸 직류 전기 전선으로 전국을 연결한다는 아이디어를 밀어 부치기로 했다. 하지만 직류는 막대한 선행투자가 필요했다. 몇 블록마다 발전소를 세워야 했다. 구리선도 너무 비싸 채산성이 떨어졌다.반면에 테슬라가 주도한 교류는 선행투자 비용이 많지 않았다. 구리를 덜 쓰고도 송전 전압을 높이기도 쉬웠다. 화가 난 에디슨은 결국 교류를 ‘공공의 위협’으로 악마화하기에 나섰다. 급기야 개와 말을 전기충격으로 죽이는 실험으로 교류의 위험성을 부각시키려 했다. 이는 나중에 사람 대상의 ‘전기 의자’로 발전한다. 그는 결국 ‘전류 전쟁’에서 패배를 인정하게 된다.◇ 증거조작으로 만든 죄인들백신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애니 두컨은 마약 시료 판정 작업에서 동료들보다 세 배의 실적을 올렸다. 혼자서 연구소 전체 작업량의 4분의 1을 처리할 정도로 경이로웠다. 그러면서도 1년 만에 하버드에서 화학 석사 학위를 따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제대로 저울로 보정도 않고 시료 실험을 마친 것처럼 속였고, 경찰이 추측해 붙여 보낸 관리카드를 보고는 자신이 시험한 것처럼 그대로 통과시킨 것이다.승진을 위한 실적 부풀리기 사기 행각은 2009년 대법원이 마약 거래자 소송 시 과학 분석가들의 증인출석을 의무화하면서 들통이 났다. 소송으로 많은 시간을 빼앗겼음에도 그의 실적은 여전히 경이로왔기 때문이었다. 그의 범죄는 무고한 사람들을 교도소로 보내고, 실제 범죄자를 그대로 사회에 내보내는 결과를 낳았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매사추세츠주 의회는 3000만 달러를 투입해야 했다.◇ 명성에 눈 멀어 얼음송곳으로 뇌 수술한 의사정신질환자도 뇌수술로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고 믿었던 신경학자 에가스 모니스.신경학자 에가스 모니스는 뇌 사진을 찍기 위해 죽은 사체의 머리 속 뇌를 잘라 관찰했다. 마침내 그는 뇌에 연결된 동맥과 정맥 사진을 일부 얻는 데 성공해, 환자의 뇌하수체 근처에 생긴 종양의 위치를 정확하게 짚어 큰 명성을 얻었다. 이에 자신을 따르던 후배 신경학자 월터 프리먼과 함께 정신질환자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극한적인 실험에 나서게 된다.이들은 전두엽과 변연계 사이의 연결부위를 절단하면 정신질환자의 뇌도 다시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믿었다. 프리먼은 아예 20㎝ 길이의 가느다란 막대를 눈 뒤쪽으로 쑤셔넣어 구멍을 뚫은 후 길고 날카로운 얼음송곳으로 뇌를 파헤쳐 정신질환을 치료했다. 하지만 의료사고가 잇달았고 때 마침 시중에 나온 클로로프로마진 약이 정신질환에 효과를 보이면서 이 극단적 수술법은 철저히 외면받게 된다.◇ ‘젠더’를 향한 엇나간 의욕하버드 심리대학원의 존 머니는 ‘양성구유(중성)’가 대부분 완벽한 정상이며, 성 정체성은 개인이 남성·여성 중 어느 쪽으로 느끼느냐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젠더’라는 용어를 만들어 큰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명성에 취한 탓에 나체주의와 개방 결혼, SM(가학·피학적 변태 성욕) 같은 도발적 주장을 펼쳤다. 난교 파티를 열고 심지어 의붓 모녀의 관계까지 옹호했다.그는 모호한 생식기를 가진 중성 아이들에게 성 전환 수술을 강력하게 권했다. 아기 때 잘못된 포경 수술 때문에 남성성을 잃었던 브루스도 성 전환 수술을 강요받았다. 하지만 확실한 남자였던 아이를 여자로 바꾼 사례는 아직 없었다. 수술 후에도 브루스는 여전히 자신을 남자와 동일시했다. 소변도 일부러 서서 했다. 결국 그는 다시 남자가 되는 수술을 받았지만 성 정체성 속에 방황하다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천재 제자를 천재 범죄자로 키운 스승잘못된 스승을 만나 천재 학생에서 천재 범죄자로 전락한 시어도어 카진스키.(사진출처=KBS Joy)2차 세계대전 때 스파이를 찾아내는 시스템을 고안해 명성을 떨친 하버드대 심리학자 헨리 머리는 지능지수(IQ) 167의 시어도어 카진스키 등 똑똑한 제자들을 대상으로 가학적인 실험을 자행했다. CIA의 의뢰를 받아 사람들이 고문을 받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탐구했다. 피험자에게는 거짓말로 속였다. 어리고 취약했던 카진스키는 비윤리적인 실험 탓에 나중에 가해자보다 더 극심한 죄를 저지르게 된다.뛰어난 지적 능력을 가졌던 그는 하버드를 졸업하고 버클리에서 수학교수가 되었지만, 학교 밖 세계에서는 천재 범죄자가 되어 ‘유나바머’라는 별명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다. 머리의 실험으로 누적된 그의 분노는 사람들을 죽이려는 행동으로 표출되었다. 대학과 항공사를 주요 표적으로 해 대규모 살상을 시도했다. 그를 잡기 위해 FBI까지 동원되었고 결국 그는 체포되었다.◇ 미래의 범죄들역대로 새로운 과학적 돌파구는 거의 항상 새로운 윤리적 딜레마를 수반해 왔다. 그래서 저자는 ‘많은 사람은 과학자를 만드는 것이 지성이라고 말하지만, 위대한 과학자를 만드는 것은 인성이다’라고 말한 아인슈타인의 명언을 상기시킨다. “과학에는 정직과 성실함과 양심적 태도가 중요하다”며 “인성이야말로 과학의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보장책”이라고 말한다.저자는 그러면서 “지성과 인성이라는 두 가지 필수적 측면이 미래에도 공존할 수 있을까” 라고 되묻는다. 우주 시대가 되면 완전히 새로운 살인 방법이나 새로운 범죄가 속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컴퓨터 부문은 새로운 범죄가 일어날 또 하나의 광대한 영역이라고 전망한다.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활용한 대규모 절도범죄가 가능하고, 무엇보다 범죄 세계에서도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한다.그는 스마트 기술이나 자동화 기술을 활용해 보안을 무력하게 만드는 범죄가 더욱 고도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공지능이 가장 강력한 기술이라며, 병원에서 종양 사진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로봇을 해킹해 사람을 해치는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 보장도 없다고 경고한다. DNA를 활용해 사람의 비밀을 알아내 범죄에 활용하는 일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저자는 “유전공학은 그야말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살인을 가능케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예상되는 미래 범죄에 대비해 그런 위험을 완화시킬 도덕적 의무감이 더더욱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4-05-25 07:00 조진래 기자

이토록 보통의 시어로 삶과 사회에 밀착했던 신경림 시인 별세

신경림 시인(사진=브릿지경제DB)“저는 평생을 을로만 살아온 사람이에요. 돈벌이도 변변치 않았고 직위도 높지 않았으며 학교 성적도 뛰어나지 않았죠. 다만 제가 한 일은 시 몇편 쓴 것 뿐이에요. 다른 욕심 안내고 지금까지 써온 시에 뒤 떨어지지 않는 시를 쓸 수 있기를, 제 시가 세상의 쓰레기 하나 더하는 시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죠.”2015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힌 신경림 시인에게 시는 ‘치열한 삶’ 그 자체였다. 어려서부터 절망적인 상황을 많이도 겪으며 웬만한 절망은 “별 것 아니다”라고 감내했던 그의 “결국 시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 삶에 깊이 뿌리박혀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재미있고 설득력 있고 남에게 감동을 주려면 우리 삶과 동떨어져서는 안된다”는 시론은 그의 글에 고스란히 담겼다.신경림 시인(사진=브릿지경제DB)‘눈물과 통곡도 힘이 되게 하라고’(‘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 중),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가난한 사랑’ 중)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갈대’ 중)….그저 보통의 말로 엮인 한줄만으로도 공감을 일으키는 시로 서민의 고단한 마음을 보듬었던 신경림 시인이 별세했다. 향년 89세. 암투병 중이던 고인은 22일 오전 8시 17분경 경기 고양시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눈을 감았다.1935년 충북 충주 출생으로 동국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1956년 ‘문학예술’에 ‘갈대’를 수록하면서 시를 쓰기 시작해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동국대 석좌교수를 역임했으며 만해문학상, 단재문학상, 대산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시카다상, 만해대상, 호암상 등을 수상했다.고인은 “사회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사회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람”이었다. 저마다의 주장만 난무하는 사회에 대한 고민의 끝은 언제나 ‘소통’과 ‘열린 마음’으로 귀결됐고 이는 고스란히 ‘길’ ‘농무’ ‘귀로’ ‘가난한 사랑’ ‘갈대’ 등 그의 대표 시에 스몄다.민중시인으로 불렸지만 “목적을 가진 시는 평화롭고 따뜻하게 읽힐 수 없다” 했던 고인은 “그 시가 민족을 위한 자산이 되고 평화로운 세상에 보탬이 되면 좋을 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삶에, 사회에 밀착하며 시를 썼던 신경림 시인의 장례는 한국시인협회, 한국소설가협회, 한국평론가협회 등 문인 단체들이 뜻을 모아 대한민국 문인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장례식장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이며 유족으로는 아들 병진·병규씨와 딸 옥진씨 등이 있다. 발인은 25일 오전 5시 30분, 장지는 충북 충주시 노은면 연하리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5-23 09:59 허미선 기자

[비바 2080] 100세시대 신간-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식후 30분에 읽으세요>

‘환자는 당연히 모르고, 의사와 약사조차도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다. 이 책은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가 우리 사회에서 약과 돈, 그리고 병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온갖 사태를 진솔하게 들려주는 ‘진짜 약’ 이야기다. 약만 먹으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란 믿음을 강요하는 사회, 부자가 먹는 돈 되는 약만 만들어 파는 제약 회사, 준비 없이 무분별하게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는 정부에 대해 일침을 가하는 이야기들이다.이 책은 2013년에 출간된 식후 30분에 읽으세요의 개정 증보판이다. 당시 저자들은 대형 제약사와 소송전을 치르고, 콜린알포세레이트 퇴출 운동을 펼쳤다. 얼마 전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진 ‘마약 음료’ 사태를 예견하며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10년이 지나 달라진 사회 및 의료 환경을 고려해 저자들은 ‘더 이상 모든 사람이 차별받지 않고 약을 이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 책을 다시 썼다고 밝혔다.이 책은 약이 꼭 필요한 사람들, 안 먹어도 되는 약을 먹는 사람들, 그리고 약이 있어도 받지 못하는 환자들까지 약에 얽힌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특히 우리가 왜 약을 먹는지, 어떤 약은 그 뛰어난 효능의 반대편에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등을 매우 소상한 사례와 함께 충실하게 일러준다. 약을 둘러싼 거짓과 진실의 이야기들이다. 아울러 약을 적절하고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일러주는 가이드북이다.저자들은 미국의 다국적 제약회사 머크가 생산한 진통제 ‘바이옥스’가 심장마비와 노졸증을 일으켜 전면 퇴출된 사례 등을 소개하면서 ‘약은 독의 다른 말’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이들은 또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인 노바티스의 글리벡과 에이즈 치료제인 로슈의 푸제온, 신종플루 치료제인 로슈의 타미믈루 등이 ‘특허’를 앞세워 값비싼 독점 공급의 폐해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한다.저자들은 이와함께 자연스러운 노화를 ‘안티 에이징’ 산업으로 변형시켜 마치 병으로 인식케 하고, 주름을 걱정하는 여성들의 심리를 악용해 약을 팔아먹으려 하는 제약사들의 근원적인 문제점 등을 꼬집는다. 본연의 몸에 만족하지 못하게 하고 남성의 강함을 억지로 어필하려 발기 부전 치료제를 찾는 뭇 남성들의 가부정적 마인드도 비판한다. 비만 치료제나 피임약의 오남용 사례도 성토한다.저자들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치료제를 공부 잘하게 하는 약으로 둔갑시킨 그릇된 욕망을 비판하며 약의 안정성 문제를 제기한다. 검증이 어려워 장수했다가 위험성이 확인돼 용도폐기된 의약품의 사례들을 제시하며, 약처럼 생겨서 사람들을 속이는 건강 기능 식품과 건강식품의 문제점도 함께 비판한다. 더불어, 아이들에게 안전하게 약 먹이는 법, 어떻게 하면 약을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자 등의 방법을 알려준다.‘제약 산업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코너에서는 무소불위의 제약 회사 관행을 비판하고, 국영 제약사 설립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의약품 특허를 앞세워 신약을 독점 공급하며 횡포를 부리고, 가난한 나라에서 임상 시험을 한 뒤 부자 나라에서 약을 팔아 떼돈을 버는 그릇된 수익 야욕에 경종을 울린다. 모든 사람이 차별받지 않고 약을 얻고 의약품 접근권을 강화하려면 국영 제약사 설립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주장한다.저자들은 마지막으로 안전하게 약 먹는 법, 약 잘 버리는 법, 건강을 지키는 법을 소상하게 일러준다. 무작정 ‘1일 3회, 식후 30분’ 지시에 따르기 보다는 처방에 따라 제대로 투약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조언한다. 편의점 판매 의약품을 안전하게 이용하는 법, 노인 환자의 올바른 약 이용법, 나아가 안전하게 약 먹는 10가지 방법 등도 소개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100.com

2024-05-23 07:38 조진래 기자

[비바100] 삶을 바꾸는 7가지 '거인의 습관'을 훔쳐라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조직심리학자이자 행동과학 컨설팅 회사 ‘인벤티움’의 설립자인 저자가 글로벌 리더들이 가진 7가지의 초생산적 습관을 소개한다. 우선 순위와 구조화, 효율화, 집중, 성찰, 연결, 에너지가 그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많은 시간동안 일을 하느라 희생하지만, 대부분 그 만큼의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가 중요한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현명하게 시간을 사용해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일러준다. 거인의 시간|어맨사 임버|다산북스br◇ 우선순위… 무엇이 더 중요한가목표 설정이 곧 목표 달성은 아니다. 아무리 구체적이고(Specific) 측정 가능하며(Measurable) 달성 가능하고(Achievable) 개인·조직의 가치와 연결되고(Relevent) 시한을 둔(Time-bound) 목표를 세웠더라도 ‘시스템화’가 중요하다. ‘10억 벌기’가 목표라면, 하루 1만 원 벌기처럼 목표에 이르는 방법을 매일 반복하고,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 규칙적으로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컬럼비아대 리타 맥그래스 교수처럼 ‘개인이사회’를 두는 방법도 있다. 그는 크고 복잡한 문제로 고민될 때면, 효과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로 개인이사회를 구성했다. 남다른 영감과 시각으로 시야를 넓혀줄 수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조언을 얻는 것이다. ‘해야 할 일’과 ‘할 수도 있는 일’의 목록을 따로 만들어 중요하지 않은 일을 미룰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저자는 ‘행복 전문가’ 그레첸 루빈이 전하는 ‘더 나은 결정을 위해 스스로에게 해야 하는 네 가지 질문’을 소개한다. 첫째는 ‘어떤 선택이 내 인생을 좋게 만드는가’이다. 둘째는 ‘이 선택으로 내가 더 행복해지는가’ 이다. 셋째는 ‘과정을 즐길 수 있는가’이며, 마지막은 ‘내가 하려는 일이 진짜 나를 위한 것인가’이다. 다른 사람을 따라하지 말고, 진짜 자기 모습으로 살라는 것이다.◇ 집중… 원하는 것에 몰입하라우리는 하루 평균 2617회나 휴대폰을 터치한다고 한다.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에서 디지털 기기 중독성의 위험을 경고했던 애덤 알터 뉴욕대 교수는 의도적으로 스마트 폰과 물리적 거리를 둔다. 꼭 사용해야 할 때만 가까이에 두고, 학교 연구실에서도 자료 보관함에 스마트 폰을 넣어두고 열쇠로 잠갔다고 한다. 저자 역시 스마트 폰은 생각만큼 필요하지 않다며, 하루에 한 번 30분에서 1시간 가량 사용제한 시간을 설정하고 조금씩 늘려가 중독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권한다. 실리콘밸리의 창업자 케빈 로즈는 휴대폰 사용을 제한하려 기기를 고무줄로 묶었다. 고무줄을 제거해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하루에 휴대폰을 보는 횟수를 10회에서 30회로 줄였다고 한다.눈 앞에서 스마트 폰을 치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저녁 먹을 동안 만큼은 휴대폰을 없애는 것이다. 실용적인 앱만 남기고 모두 지워버리거나 무의미한 스크롤링을 멈춘다. 휴가 중에 이 메일 확인을 멈추는 것도 효과적이다.◇ 효율화… 더 빠르게, 더 스마트하게대기업에는 이른바 ‘좀비 프로젝트’가 있다. 더 이상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지만 계속 남아있는 이런 것 들을, 자신과 동료들이 투자할 만큼 가치있는 안건인지 계속 질문하면서 없애 가야 효율적인 조직이 된다. 반복 업무에 시간을 낭비해서도 안된다. 지겹지만 꼭 해야 하는 일들은 자동화를 하거나 외주를 주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내 시간이 중요한 만큼, 다른 이의 시간도 낭비하지 말라”. 2018년에 주 4일제 근무를 영구도입한 부동산 회사 ‘퍼페추얼 가디언’의 앤드루 빈스 창업자의 지론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회의 규칙을 직접 만들어 실행케 하고, 참석 여부도 직접 결정토록 해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했다.마이크로소프트 재팬도 이를 벤치마킹해 40%에 가까운 생산성 향상을 보았다고 한다. 동영상 회의도 대체하는 것도 효율성 제고를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글로벌 인재 리서치 기업인 ‘리모트’는 팀별 소식을 사전 제작한 영상에 담아 회의 전에 공유한다. 새로운 소식도 영상 등으로 만들어 사내 인트라넷에 올려 누구나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한다. ◇ 연결… 더 탄탄한 인맥 구축하기글로벌 IT기업 ‘깃랩’의 원격근무 총괄담당자 대런 머프는 ‘사람 사용설명서’로 유명하다. 자신과 함께 일하는 법과 자신의 성격이나 장단점, 선호하는 소통 방식과 업무 시간 등을 두루 담았다. 소셜 미디어 ‘핀터레스트’의 팀 켄들 전 회장은 “가입자가 2억 명이 될 때까지 입겠다”며 ‘집중’이라는 단어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모든 회의에 참석해 에너지를 결집시켰다.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저자는 ‘깜짝 선물’을 권했다. 조금의 시간과 정성만으로도 가능하다고 말한다.결코 자신을 고립된 섬처럼 여기거나 모든 일을 혼자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여성 사업가들을 돕는 ‘비즈니스 칙스’의 엠마 아이작 처럼, 깨어있는 동안에 늘 ‘어떻게 하면 사람을 진정으로 도울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라고 권한다. 예일대 마리사 킹 교수는 오랜 만에 연락을 주고 받는 사람을 늘리라고 말한다. 저자는 상대와 빠르게 친밀해지려면 처음 만날 때 ‘가족’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파티에서는 ‘홀수’인 무리에 섞이면 한층 대화 참여가 쉬울 것이라고 코치한다. 메일 인사말도 진부한 표현보다는 상대와의 인연을 떠올리는 문장이 탁월한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한다.◇ 성찰… 가끔은 내면을 들여다보라펜실베니아대 심리학과 애덤 그랜트 교수는 졸업생들에게 주기적으로 연락해, 1년에 이틀은 인생을 돌아보고 커리어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독려한다. 스스로도 1월과 7월에 그런 시간을 갖는다. 저자 역시 “이런 인생 정기 점검일에, 자기 일에 지금 만족하는지, 정체기에 접어든 것은 아닌지, 지금 일에는 활력을 얻는가 등을 스스로 물어보라”고 말한다.저자는 “생각을 바꾸면 약점은 강점이 된다”고 말한다. 나아가 “나 다운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강조한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일하려 하기보다는 자기 방식대로 일할 때 ‘마법’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또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할 때 ‘최악’의 상황보다는 오히려 ‘최고’의 상황을 상상하면서, 지금의 시련이 좋은 도전이라고 생각하라고 독려한다.저자는 제대로 성찰하려면 정확한 피드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너무 늦지 않게, 늘 건설적인 피드백을 끌어내도록 노력하라고 이른다. 효과적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언어습관이나 방해요인이 있는지도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말하는 투도 ‘해야 한다’라 보다 ‘할 수 있다’로 바꿔 보라고 말한다.◇ 구조화… 생산적인 하루 만들기하루 중 가장 에너지가 언제 가장 높은지를 나타내주는 수면-각성 리듬을 ‘크로노타입(Chronotype)’이라고 한다. 이를 내재화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실제로 자신이 아침형이냐 저녁형 인간이냐를 잘 파악하고 그에 따라 생활하는 것이 생산성 향상과 함께 행복도를 높여 준다고 한다.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저자는 IT기업 ‘슈퍼휴먼’의 창업자 라훌 보라의 ‘스위치 로그(Switch-log)’ 기법을 소개한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 그 일을 전환할 때, 그리고 휴식할 때마다 기록하는 것이다. 하루 동안의 모든 작업을 ‘범주화’함으로써, 자신이 사용한 시간이 자신의 가치나 우선순위와 맞는지 비교해 시간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다.저자는 시간당 가치가 낮은 업무를 파악해 그 일을 줄이거나 멈출 방법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자신이 어떻게 시간을 이용하는지 잘 아는 사람이 시간을 훨씬 더 생산적으로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를 최적화하고 싶다면, 캘린더에서 쓸모 없고 무의미한 ‘불싯(Bullshit) 업무’를 주기적으로 삭제하되, 가장 중요한 ‘휴식시간’ 만큼은 나중으로 미루지 말라고 권한다.◇ 에너지… 당신의 불꽃을 유지하라저자는 포스트 잇으로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방법을 소개한다. 목표를 적어 모니터에 붙여 매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목표와 삶의 방식을 항상 기억하게 만든다고 말한다.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하기 싫고 힘든 일을 짝지어 볼 것도 권유한다. 음악을 들으며 이 메일 답장을 하는 식이다. 좋은 습관을 확실하게 뿌리내리려면, 새로운 행동을 했을 때 자기 자신을 칭찬하거나 단지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기만 해도 습관이 단단하게 형성될 것이라고 했다. 좋은 기분이 들면 즉각 행해보는 ‘즉각적 습관’은 의도적 습관과 달리 긍정적이고 자연스럽게 삶을 윤택하게 해 준다고 말한다.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 들로 자기 만의 ‘설렘 폴더’도 요긴하다. 의욕이 떨어졌을 때 활기를 되찾게 해 준다. 저자는 “할 수 없다”보다는 “하지 않는다”는 자의적 태도와 함께, ‘하지 않을 일’의 목록을 만들어 생산성을 높이라고 조언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4-05-18 07:00 조진래 기자

[신간]전대호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내가 열린 만큼 너른 바다’

전대호 시인이 네 번째 시집 ‘내가 열린 만큼 너른 바다’를 발간한다.과거를 돌아보는 6편의 연작 ‘나의 메피스토펠레스’와 ‘막둥이 찬가’ 등 여섯 살 늦둥이에 대한 사랑,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담긴 ‘흑염소로 해줘요’, 와병 중인 아버지에 대한 애틋함이 담긴 ‘아버지의 패전처리’ 등 가족 사랑 이야기가 담겼다.넓게 보면 사람 사는 세상, 사람 사는 이야기이다. 그냥 사는 이야기지만 넓어지고, 깊어지고 싶은 절절함이 보인다.1993년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한 전대호 시인은 그 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하며 등단해 유망주로 평가받으며 ‘과학하는 시인’으로 유명세를 타고 2권의 시집을 냈다.학사를 마친 시인은 전공을 바꿔 모교 철학과로 대학원에 진학, 석사를 마치고 독일로 유학, ‘헤겔 철학’을 공부하고 돌아왔다. 2022년 25년 만에 제3시집을 내며 다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이 한 편을 썼으니 죽어도 좋은 시를 / 더는 바라지 않게 된 이후, / 난 뭐랄까, 치과 치료받는 호랑이? / 피부과 치료받는 구렁이? / 아하, 안과 치료받는 매! //눈 깜박이지 마시고 그대로, 좋아요, 좋아, / 됐습니다. 별 문제 없고요, / 육십 넘으시면 안경 안 쓰시겠어요. //깃털 가지런히 모으고 / 무표정으로 눈 깜박, 깜박. / 공손히 인사하고 돌아서는데, //와, 울컥하네. / 칭찬이여, 조롱이여? / 젠장, 이게 뭐여!-‘안과 치료 받는 매’ 전문치열하게 사는 이야기가 독백처럼 들리지만 일기장을 훔쳐본 느낌이다. 시인의 표현처럼 ‘울컥’ 하기까지 하다. 여기서 시인의 변신과 내공이 전해진다. ‘과학하는 시인’에서 ‘철학하는 시인’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는 순간이다.‘치과 치료받는 호랑이?’ ‘피부과 치료받는 구렁이?’ ‘안과 치료받는 매!’ 등 동물들에서 자신을 발견한다.‘부겐빌레아’에서는 아파트 베란다 화분에서 자라고 있는 남미가 원산지인 ‘길게만 자라는 부겐빌레아’의 생태를 보며 강화 인산리 출신의 호리호리한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린다.시인은 사람 사는 세상을 관조하며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동식물의 생태에도 사람 사는 세상만큼이나 치열한 규칙이 있음을 발견한다.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철학하는 시인’으로의 변신은 현재 진행형이다.가족에 대한 사랑 이야기와 사람 사는 끈끈한 이야기가 담긴 이번 제4시집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더 큰 의미가 있다. 시집 머리에 있는 “시인으로 종신(終身)하겠다는 약속 꼭 지키고 싶다”는 ‘시인의 말’에 큰 박수를 보낸다.오수정 기자 crystal@viva100.com

2024-05-14 14:30 오수정 기자

[비바100] 대한민국 교육정책 성적표 'F학점'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저자는 “세계 최악의 경쟁 교육이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다”고 말한다. 극단적 무력감과 혼란만 가져오는 지금의 경쟁교육으로는 희망이 없다며, ‘교육혁명’만이 답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경쟁-능력주의-공정 이데올로기로 연결되는 ‘야만의 트라이앵글’을 깨부숴야 미래가 있다고 말한다. 경쟁의 긍정적 효과를 과소평가하고, 부정적 측면을 지나치게 부각시켜 균형감은 아쉽지만, 교육개혁이 시급하다는 대의(大意)에는 공감이 간다.경쟁 교육은 야만이다|김누리|해냄출판사◇ 교육다운 교육이 없는 나라저자는 “교육이 존엄한 인간, 개성 있는 자유인, 성숙한 민주시민을 기르는 일이라면 우리는 교육을 해 본 적이 없는 나라”라고 일갈한다. 역대 모든 정부가, 교육을 받을수록 더 나쁜 인간이 되는 ‘반(反) 교육’을 해 왔다고 비판한다. 우수한 아이와 열등한 아이로 끝없이 나눠 차별하니 어릴 때부터 불행을 내면화할 수 밖에 없다며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 과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라고 반문한다. 소수의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고 다수의 패자는 모든 것을 잃는 구조이니, 패자는 열등감과 모멸감을 내면화하며 자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그는 “아무리 천재성을 가진 아이라도 한국 교실에서 12년을 지내고 나면 그저 ‘준수한 범재’가 되어 버린다”고 비판한다. 우열 반까지 만들어 약하디 약한 자아마저 망가트리니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거의 제로인 인간으로 자랄 수 밖에 없다고 개탄한다. 저자는 “진정한 교육은 아이들 안에 있는 고유한 것을 끄집어낼 뿐만아니라 ‘강한 자아’를 가진 인간으로 기르는 것”이라며 “독일은 그런 인간을 기르는 것을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고 꼬집는다.◇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학교2024학년도 전국 연합학령평가가 치러진 지난 3월 대구 수성구 대구여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연합)저자는 “교실은 민주주의의 묘판(苗板)”이라고 말한다. 학교 전체가 민주주의의 공간이자 훈련장이 되어 민주주의자들을 길어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교육받은 독일 학생들은 벌써 20여 년 전에 고등학생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와 반대로 극단적 경쟁이 초래한 폭력문화 속에 분노가 누적되고, 상명하달의 병영적 구조가 여전히 청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국 학교의 현실이라고 비판한다. 대학도 이미 취업학원으로 전락한 지 오래라고 성토한다.반면에 독일에서 대학은 가장 민주적인 곳, 가장 권력 비판이 예리한 곳, 가장 사회정의가 확실하게 구현된 곳으로 평가받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 대학이 유토피아를 선취하는 공간이라면, 한국 대학은 가장 끔찍한 디스토피아의 공간으로 전락했다”고 말한다. 군사독재에 이어 자본독재 세력이 지배하면서 대학의 기업화가 보편화되었다고 꼬집는다. 유례 없이 많은 사립대학, 세계에서 가장 비싼 등록금을 정부는 단 한 번도 신경 써 본 적이 없다고 비판하면서 “우리 교육부의 유일한 정책은 대학 입시 뿐”이라고 비판한다.◇ 경쟁교육은 야만이다저자는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 중 가장 심각하고 근원적인 문제가 ‘경쟁’이라고 단언한다. 경쟁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경쟁을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고 경쟁 없는 교육은 하향 평준화를 낳는다는 그릇된 신화가 만들어져 버렸다고 지적한다. 그 탓에 우리에게 경쟁은 ‘하는’ 것이 아니라 ‘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교육을 통해 계층 이동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른바 ‘능력주의의 함정’에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때문에 사회적 불평등이 교육을 통해 완화되기는커녕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 대 교수조차 능력주의를 ‘사회의 공동선을 다 때려 부수는 폭군’으로 비유했다면서, 오랜 구조적인 경쟁의 결과로 한국 사회는 승자의 오만과 패자의 모멸로 구조화된 사회가 되어 버렸다고 말한다. 끝없는 경쟁과 끔찍한 자기착취를 ‘자기계발’로 합리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평등’보다 ‘공정’을 외치는 이면에도, 가진 자들의 특권을 지켜주는 이데올로기가 자리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독일 교육, 정답은 아니어도 해법은…독일의 초등학교 수업 장면. 사진=AP Photo.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 ‘피사(PISA)’에서 독일은 늘 중하위권이다. 평가 방식이 독일의 비판교육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고학년까지 독일 학교 수업은 오후 3시 이전에 모두 끝난다. 이후로도 과중한 학습노동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한다. 숙제 시간까지 제한을 둔다. 시험도 일주일에 두 과목, 하루에 한 과목 이상을 볼 수 없게 한다. 독일 초등학생들은 4년 동안 한 두 명의 교사에게 배운다. 초등 과정을 마치면 인문계 김나지움 혹은 직업계 하웁트슐레·레알슐례 중 어디 갈 지를 결정하는데, 이 때 누구보다 학생을 잘 아는 교사의 진로 조언이 결정적이다.독일은 경쟁과 서열, 학교 간 경쟁이 없다. 대학입학 때도 입학 자격시험인 아비투어(Abitur)가 전부다. 시험을 통과하면 원하는 대학과 학과를 원하는 때에 갈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대부분 주에서 아비투어 성적은 20% 정도만 반영한다. 이른바 의대, 철학과 등 인기학과는 경쟁이 심해, 준비를 하면서 몇 해를 기다려야 하는데, 그 대기시간을 20% 반영한다. 7년 정도를 대기하면 누구나 의대를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그 정도로 공부하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성적 순대로 학과가 결정되는 한국과 천양지차다.◇ 현실적 비판 의식 키워주는 독일 교육독일의 인문계 중고등 과정인 ‘김나지움’의 수업 전경.‘적응’을 가르치는 한국과 달리 독일은 ‘비판’이 교육의 기본이다. 비판적 사유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 첫 장 제목이 ‘올바른 해석은 존재하는가’이다. 저자는 “한국 교육은 오히려 비판 능력과 사유 능력을 죽이는 교육”이라고 일갈했다. 선다형이나 단답식 문제를 풀게 하는 한국 교육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말한다. 성 교육도 독일은 책임감 있는 자아를 만드는데 집중한다. 성적 욕망은 자연스러운 본능이자 욕구라며, 최대한 상세하게 가르친다. 그러면서 강한 책임의식을 강조한다. 생물학적·윤리적 차원에 머무는 한국과 대조적이다.저자는 특히 역사 교육의 차이를 강조한다. 독일은 최대 치욕인 나치 시대와 동·서독 분단의 현대사를 역사 교육의 핵심으로 해 성공적인 과거 청산을 이루었다. 다시는 그런 과거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역사적 공감대를 이룬 것이다. 반면에 한국은 근현대사를 비중 있게 가르치지 않으니, 현재의 자신도 모르고 비판 능력과 성찰 능력도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독일은 또 함께 더불어 사는 연대와 공생이 필수라고 가르친다. 2023년부터는 초·중학교에서 환경교육을 의무화하는 등 생태환경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실천을 유도한다.◇ 교육혁명의 주체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저자는 근본적인 교육 혁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인간을 길러내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려면,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이제까지 교육현장에서 ‘지옥’을 체험했던 ‘교육 희생자’ 들이 그 핵심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존 교육으로 엄청난 부와 권력, 기회를 독점한 기득권 계급은 교육개혁의 의지도 없고, 맡겨서도 안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독일은 학교 교육이 정상화되면서, 과거 50년 전의 선배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성숙한 민주시민들이 양산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저자는 잃어버린 교사들의 권위를 찾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독일 교사들은 엄청난 권위와 함께 반권위적이기에 신뢰를 얻을 수 있었지만 한국의 교사는 권위주위적인데 권위는 없다”고 꼬집었다. 독일에서는 교사가 되려면 상당한 수련 기간을 거쳐야 한다. 최소한 초등학교 교사는 6년, 중·고교는 7년의 양성과정이 걸린다. 실제 대학 과정을 마치는데 평균 8~9년이 걸린다. 이후 2년의 수련 기간을 거치고 학사·석사 논문도 써야 한다. 1차 국가 임용고시에 붙어도 ‘레페렌다이아트’라는 18~24개월의 수련기간과 학교 근무 평가를 통과해야 2차 국가고시를 볼 수 있다.◇ 교육이 바뀌어야 미래가 보인다저자는 교육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먼저, 능력주의에서 존엄주의 교육으로의 전환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존엄성을 자각하고 타인의 존엄성을 존중하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성장을 위한 교육에서 성숙을 위한 교육으로의 전환이다. 어릴 때부터 높은 정치의식을 가진 시민으로 길러내야 한다는 얘기다. 세 번째는 경쟁 교육에서 연대 교육으로의 전환이다. 경쟁 없이도 얼마든지 훌륭한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을 독일 이미 보여주었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지식 교육에서 사유 교육으로의 전환이다.저자는 교육혁명을 위해 세 가지를 폐지하자고 제안했다. 먼저, 찍기 전문가를 양산하는 획일적인 대학 입학시험이다. 두 번째는 대학 서열이다. 전국 국·공립대를 하나로 묶어 1대학, 2대학 식으로 재편하고, 사립대는 공영화 후 정부가 전폭 지원해 공적 책무를 다하도록 함으로써 불필요한 경쟁을 없애자는 것이다. 마지막은 대학등록금이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학생들이 공부보다 아르바이트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독일도 2차 대전 패전 직후인 1946년에 대학 무상교육을 시작했다”면서 이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4-05-11 07:00 조진래 기자

[비바 2080] 100세 시대 신간 - 김경록 < 60년대 생이 온다 >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는 ‘예정된’ 미래였다. 2025년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가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대한민국에서 860만 명에 이르는 베이비 부머 세대, 특히 60년대 생들의 은퇴 쓰나미는 모두가 주목해야 할 하나의 사회 현상이다.저자인 김경록 박사는 이 책에서 이미 은퇴했거나 본격적으로 은퇴기를 맞은 60년대 생들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살핀다. 또 1988년 국민연금 도입의 첫 수혜 연령층으로서, 어찌 보면 최초의 ‘준비된 노인세대’로서 이들이 얼마나 노후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도 점검한다. 그리고 이들이 앞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위해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할 지를 알려준다.저자는 1부에서 60년대 생 베이비부머들이 어떤 세대인지, 당시 사회상은 어떠했으며 이 세대들은 어떤 경험들을 하고 살아왔는지를 고찰한다. 특히 액티브 시니어의 시대, 5070 전성시대라고는 하지만 ‘다 같은 60년대 생이 아니다’라며 인생 제2막 재취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곧 본격적으로 도래할 시니어 시장에서 그 중심이 60년대 생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2부에서는 삶의 재구조화가 강조된다. 저자는 재취업 등을 통한 노후 준비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n차 인생’을 준비할 것을 촉구한다. 나이 들수록 시간과 공간이 과잉이 되어 가는 현실 속에서 저자는 이를 극복할 해법으로 ‘1인(人) 1기(技)’의 필요성과 주택 다운사이징, 주택연금 활용 등을 제시한다.인생 후반의 5대 리스크도 언급한다. 성인 자녀, 금융 사기, 은퇴 창업, 중대 질병, 그리고 황혼 이혼이다. 제대로 대비하지 않고 있다가, 혹은 섣부른 판단으로 이제까지 모아둔 그 나마의 재산도 모두 날려버릴 수 있는 위기 요소들이라고 지적한다. 이 가운데 60년대 생들이 제일 많이 경험하는 것은 성인 자녀 리스크, 가장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은 황혼 이혼이라고 지적한다.3부에서는 국내 대표 은퇴전문가답게 ‘고령사회 연착륙을 위한 10가지 과제’도 제시해 눈길을 끈다. 그는 GDP 같은 총량적 지표에 연연하지 말고 1인당 소득증가율이나 취업률, 요소생산성 같은 지표들을 더 중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과거 성장과정에서 과다해진 공장이나 설비, 도로, 학교 같은 실물 자본을 줄이는 대신 사람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인적자본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고령층의 재교육도 강조했다.특히 그는 앞으로 계속 일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베이비부머들의 재취업 일자리 인프라에 정부가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에게 소득원이 있어야 정부 재정 부담도 훨씬 가벼워질 것이란 얘기다. 그런 점에서 고령자 고소득층의 소비를 늘리는 정책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그들의 지갑을 빼앗기 보다는 지갑을 열게 하는 정책이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더불어 요양 인프라 구축 필요성도 강조했다.저자는 자산사회, 고령사회로 변하는 트렌드에 맞춰 세제 체계 정비가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자산가 노령층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국가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재산에 매기는 세금을 재검토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역설했다. 특히 과도한 상속세율을 낮추고 재산세율을 높이는 방식의 접근을 촉구했다. 연금 개혁의 시급성도 제기했다. 가파른 고령화 속도만큼 연금 개혁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2024-05-10 11:07 조진래 기자

[비바100] 경이로운 먼나라, 괴이한 이웃나라

리우 카니발.세계 여러나라를 경험하다 보면 ‘이런 기이한 풍습도 있었나’ 하고 놀랄 때가 있다. 인류는 한 자손이라고 하지만, 오랜 세월 자신이 속한 지역에서 자신들만의 고유한 문화를 키우고 유지하며 사는 특이한 주목들을 만나게 된다. 이 책은 그렇게 오랜 역사 속에서 저마다의 풍속과 관습을 유지하며 종족의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는 다양한 인류의 이야기다. 기이하고 괴이하고 다채롭고 이색적인 세계 문화의 면면들을 살펴보자.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기이하고 괴이한 세계 풍속사|이상화|노마드◇ 다부 다처제 ‘조에족’, 형제가 아내 한 명을 공유하는 ‘록파족’ 아마존 정글에 130여 명이 모여 사는 조에족은 아랫입술과 턱 사이에 둥근 나무토막을 끼워 넣은 ‘뽀뚜루’로 유명하다. 다부 다처제로, 종족의 혈액형이 모두 A형이다. 고립된 생활 탓에 같은 부족끼리 족내혼이 많기 때문이다. 성을 개방함으로써 젊은 남녀들이 성적 요구를 해소할 수 있고, 그만큼 임신 확률도 높아져 종족 번식에 도움이 된다고 믿었다.히말라야 자락에서 양과 염소를 키우며 유목생활을 하는 록파족은 여성이 무척 귀해, 젊은 남자들이 결혼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함께 사는 모든 형제가 한 명의 아내를 공유한다. 형제들도 아무런 불만이 없다. 아이를 임신해도 그가 누구의 아이인지 절대 얘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누구의 아이든 똑같은 자녀로 키운다.◇ 중국 여성의 족쇄 ‘전족(纏足)’중국 전족 풍습.중국 미인의 10대 조건 가운데 ‘연보소말(蓮步小襪)’이 있다. 전족한 작은 발(蓮步)과 그 발을 싼 작은 양말(小襪), 즉 여성은 전족해서 발이 작아야 미인이라는 뜻이다. 전족은 송나라부터 청나라 때까지 1000년 넘게 이어온 고약한 풍습이다. 4,5세 된 아이의 양쪽 발가락을 억지로 꺾어 발바닥에 붙인 뒤에 꽁꽁 싸맸다. 그렇게 3년쯤 지나면 이상적인 3촌, 9㎝ 정도의 발 크기가 완성되었다고 한다. 처음에 전족은 한족의 귀족과 상류층의 상징이었다. 결혼한 여성의 도주를 막기 위해 혹은 출산에 유리하다고 해 그러했다는 얘기들도 있다. 청나라 때 전족 금지령이 내려졌다가 1930년대 후반 국민정부 때 완전히 사라졌다.◇ 대 이은 복수 ‘카눈’, 스스로 죽음을 맞는 ‘축치인’시베리아의 소수 유목민족 ‘축치(Chukchi)’인들은 러시아 제국에 맞선 용맹함으로 좀처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들은 나이가 들거나 질병으로 죽게 될 상황이 오면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자살이 아니었다. 가까운 친척이나 친지들에게 죽여달라고 부탁했고, 부탁받는 사람들은 그를 죽여야 했다. 그래서 현재 이 부족은 거의 멸족 상태다.유럽 최대 빈국(貧國)에 속하는 알바니아에는 ‘피의 복수’를 허용하는 ‘카눈(Kanun)’이라는 관습법이 있다. 누군가에게 큰 피해를 입었거나 심하게 창피를 당하면 대를 이어 복수하는 풍습이다. 어느 한 쪽이 포기할 때까지는 보복과 복수가 끝나지 않았다. 복수를 포기하는 것은 가문의 수치이며 평생 조롱거리로 여겨졌다.◇ 오체투지(五體投地), 티베트만의 특이한 고행조캉 사원에서 오체투지에 열중하고 있는 티베트인들.오체투지는 108배, 3보 1배(三步一拜)와 함께 티베트 불교의 대표적 수행방법이다. 합장을 하고 열 걸음 정도 걷다가 몸을 구부려 무릎을 꿇고, 이어 양 손을 앞으로 내밀며 온 몸을 땅바닥에 붙인다. 이마와 양 팔, 양 발 등 오체가 모두 땅바닥에 닿으면 양 손을 조금 들어 기도하는 자세를 취했다가 반대 순서대로 같은 동작을 되풀이한다. 티베트인들은 신앙심이 투철해 평생 단 한 번이라도 성지(聖地)인 ‘라싸’ 순례를 숙원이라 여기고 몇 달, 몇 년이 걸리더라도 이런 오체투지를 감수하며 고행길에 나선다. 티베트가 워낙 황량한 자갈밭이라 무척 힘든 여정인데, 이들이 향하는 마지막 목적지는 티베트불교의 총본산인 ‘조캉 사원’이다.◇ 독특한 결혼문화… 탄자니아 자라모족과 베트남 자오족탄자니아의 자라모(zalamo)족은 신혼부부의 첫날 밤 모든 애정 행위를 감시원들이 바로 곁에서 지켜보는 독특한 풍습으로 유명하다. 성 경험이 풍부한 중년 여성들이 함께 들어가 신랑 신부의 알몸 신체로 정상 여부를 확인하고, 부부의 모든 행위를 관찰하고 평가한다. 서로에게 장애가 없는지 등을 확인하기로 양가가 사전에 합의했기에 가능했다.‘베트남의 스위스’라 불리는 사파(Sapa)에 사는 소수민족 자오(Dao) 족은 주말마다 열리는 장터에서 일종의 ‘사랑 시장’을 연다. 오며 가며 서로 눈이 맞으면 즉석에서 짝을 맺어 하룻밤 사랑을 나눈다. 아이가 생기면 마을의 경사로 여겼다. 성을 즐기려는 의도가 아니라 자녀를 많이 낳아 종족을 늘리려는 고육책이었다. ◇ 유랑민족 ‘집시’가 남긴 버스킹과 히피유럽에서 유랑하던 집시들은 버스킹과 히피라는 희대의 유산을 남겼다.유랑 민족 ‘집시(Gypsy)’는 전 세계에 700만~12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유럽 아리안족이 이동해 고대 인도에 정착했다가 추방당하면서 살 곳을 찾아 떠돌아 다니던 사람들이다. ‘집시’라 불리기를 싫어해 스스로는 남자 또는 남편을 뜻하는 ‘롬(Rom)’이라 부른다. 자주 이동해 고정적인 직업을 갖기 어려웠기에 여성들은 점쟁이, 남성들은 거리의 약장수가 많았다. 이들은 선천적으로 음악성이 뛰어났다. 이들이 남긴 유산이 거리 공연 ‘버스킹(busking)’이다. 먹고 살기 위해 거리에서 춤추고 노래하면서 관중들이 던져주는 동전 등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또 하나는 히피(hippy) 문화다. 꾸밈 없이 자연스런 모습과 생활태도가 트레이드 마크였던 집시가 바로 히피족의 모델이다.◇ 흑인 노예들의 애환이 담긴 ‘리우 카니발’브라질 리우 카니발.브라질을 식민지화한 포르투갈은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려 아프리카 흑인들을 대거 수입했다. 16~17세기 브라질 인구의 3분의 1이 흑인 노예였다. 토속신앙인 부두교를 믿었던 이들에게 가톨릭을 강요했지만 따르지 않자, 포르투갈은 가톨릭 종교 의식만이라도 따르라며 가톨릭 축제에 적극 참여하라 압박했다.흑인 노예들은 사순제나 사육제 같은 행사에 참여해 고향 아프리카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을 담아 쌓인 한을 쏟아냈다. 그들이 아프리카 고유의 리듬과 장단에 맞춰 격렬하고 신나게 춘 춤이 ‘삼바’였고, 이것이 리우 카니발의 시작이었다. 축제는 해마다 2월 초, 사순절 직전까지 약 5일 동안 리우데자네이로에서 열린다. 길이 약 700m의 삼보드로무 공연장을 가로지르는 축제 행렬이 장관이다.◇ 여성에 대한 매질과 명예살인이슬람권의 명예살인에 반대하는 시위대. (사진=AFP 연합)파키스탄 등 서남아시아의 원리주의 이슬람 국가들은 노골적으로 여성을 차별한다. 그 대표적 풍습이, 부정한 여성을 가족과 친척들이 처형하는 ‘명예살인’이다. 억울하게 성폭행을 당했어도 가차 없이 처형당했다. 명예살인에 관여한 남성들은 법적 처벌을 받지만 고작 6개월 형 정도다. 지금도 제도 존속 필요성을 국민들 절반이 지지한다고 한다. 남아메리카의 야노마미 족은 폭력적이고 호전적이다. 잦은 전쟁 탓에 성인 남자들은 모두 전사(戰士)였다. 자연스럽게 남성 우월주의가 형성되며 일부다처제가 되었다. 문제는 여성 폭력까지 정당화되었다는 점이다. 사랑 하는 여자일수록 더 심하게 매질을 당했고, 여자들은 오히려 이를 행복해 했다. 하지만 요즘은 매질을 피해 떠나는 여인들이 많다고 한다.◇ 일본의 한겨울 알몸 축제, 페루의 새해맞이 싸움 축제일본 하다카 마쓰리.혼슈 서부 오카야마(岡山)의 알몸 축제 ‘하다카 마쓰리’는 500년 역사를 자랑 한다. 1만 명 이상의 남자들이 전통 속옷인 ‘훈도시’만 착용한 채 알몸으로 한겨울의 차디찬 물속에 뛰어든다. 이 때 승려들이 던져주는 작은 나무 막대기 ‘싱기(神器)’를 잡으려는 치열한 몸싸움이 펼쳐진다. 이 막대기를 잡으면 일년 내내 행운이 따른다고 한다.페루의 ‘타카나쿠이’는 잉카 문명의 발상지인 쿠스코 인근 지역 토착 원주민들의 전통 축제다. 가족이든 이웃이든, 남녀 상관 없이 평소 사이가 안 좋았던 사람끼리 피 튀기는 주먹다짐 끝에 화해하는 축제다. 싸우다가 상대방이 넘어지면 멈춰야 한다. 싸우다 지치거나 다쳐 심판이 끝내고 화해시켜 주면, 사람들은 둘을 진심으로 축하해 준다.◇ 생니 뽑고 번지점프 시키는 성인식바누아투족 성인식.수단 남쪽의 다사나시(Daasanci)족은 물이 부족해 모래로 목욕할 만큼 열악해 생존력이 강하다. 특히 성인식은 잔인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10세 때 성인식을 치르는데, 아랫니 2개를 마취도 않고 뽑는다. 신음이나 울음을 터트리지 말아야 성인이 될 수 있다. 여성은 도망 못가게 두 발목에 쇠붙이로 된 족쇄도 채운다. 아이를 낳은 뒤에야 풀 수 있었다고 한다.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Vanuatu)의 로만데콘족은 난골(Nanggol)이라 불리는 성인식 날짜가 정해지면 나무로 30m 높이의 탑을 쌓는다. 성인이 될 소년들은 차례로 위로 올라가 두 발목을 칡넝쿨로 된 끈으로 묶고 번지점프 하듯이 뛰어내린다. 남자의 머리가 맨 땅에 닿아야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이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소년들도 많다고 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사진=네이버포털·연합뉴스·게티이미지

2024-05-04 07:00 조진래 기자

[100세 시대 신간] 김승식 <60 이후, 한국인과 일본인의 삶은 어떻게 다른가>

일본은 우리보다 20년 정도 고령화가 앞선 나라다. 그리고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고령화 정책에서 앞서 있는 나라라는 평가를 받는다. 때문에 일본의 고령화 정책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우리의 10년, 20년 후를 대비하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이 책은 복지 문제 전문가인 저자가 일본의 고령화 정책에서 한국이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65세 정년인 김철수 씨와 60세 장년인 다나까 상의 예를 들면서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 지를 설명해 준다.우리나라는 내년 2025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며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 충격을 완충해 줄 사회안전망은 대단히 부실한 상황이다. 충분한 재원도 미리 대비를 하지 못하는 바람에, 현 세대 젊은이들에게 노후 세대의 복지를 떠안아 달라고 하소연하는 것이 거의 전부일 정도다. 그렇게 가파른 고령화 속에 노인의 10명 중 4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그럼 면에서 20년 먼저 고령사회를 먼저 경험한 일본의 각종 사회안전망과 사회복지제도, 정책 등을 살피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 고령화 사회 때 이미 정년을 65세로 연장했던 일본과 달리 우리는 여전히 60세 정년을 고수하고 있고, 국민연금 보험료율도 수 십 년 째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만 봐도 우리가 일본보다 100세 시대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저자는 노인의 40%가 상대적 빈곤층으로 전락한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20% 정도만이 상대적 빈곤층인 가장 큰 이유로 두 나라 사이의 연금제도 차이를 든다. 연금제도가 잘 갖춰져 있는 일본과 그렇지 않은 우리의 노령세대 가계소득이 벌써 월 120만 원 가량이나 차이가 난다고 지적한다. 정년이 지난 후에도 우리는 가계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매달 16일을 더 일해야 한다고 꼬집는다. 늙어서도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특히 가파르게 고령화 사회가 진행되고 있었음에도,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한 공적 연금제도를 25년째 개선하지 않고 미루기만 하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로 지적된다. 건강보험제도 역시 부실해 일본은 노령세대의 의료비 자기부담률이 10%대 초반인데 반해 우리는 30%대로 세 배나 높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늙어서 엄청난 의료비 부담에 짓눌릴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이다.일본인들은 이전 월 소득의 64%에 달하는 공적 연금만으로도 은퇴 후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 공적 연금만으로 사는 세대가 50%에 육박한다고 한다. 일본의 공적 연금제도는 국민을 직업별로 차별하지 않는다는 점도 우리가 참고해야 할 무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그런 관점에서 크게 여섯 가지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첫째, 한국의 공적 연금 고갈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려면 국민연금뿐 아니라 특수직역연금도 함께 다루어야 형평성에 맞다고 말한다. 장기적으로는 일본처럼 공적 연금을 하나로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둘째, 현재 10%의 부가가치세율을 기초연금 재정과 연계해 단계적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1%포인트 부가세 인상으로 7~8조 원의 재원 확보가 가능해지므로, 이 정도 재원이면 65세 이상 모두에게 기초연금 지급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셋째, 국민연금의 노령연금 수급 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는 법적 정년인 60세와 국민연금 수급 시기가 너무 벌어지고 있어 2034년에는 5년의 차이가 발생한다면서, 우리도 더 늦기 전에 법적 정년을 국민연금 수급 시기와 연동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넷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해소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기업 규모나 학력에 따라 임금 격차가 매우 큰 현 임금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임금 격차가 줄면, 우리도 정년 연장이 가능하고 안정적인 노동시장 구조를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다섯째, 초고령 사회 진입에 앞서 우리도 일본처럼 65~74세를 전기 고령자, 75세 이상을 후기 고령자로 분류해 따로 관리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노후에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마지막으로, 현재 9%인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기금 고갈까지 30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으니 정부가 국민과 국회를 설득해 ‘국민연금법’을 시급히 개정해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4-05-02 15:10 조진래 기자

[비바100] "사랑하면 함부로 고칠 수 없다"는 도편수의 삶

목업 木業|신효선|궁편책차라리 ‘목수’라고 했다면 쉽게 손이 가지 않았을 것이다. 나무를 다루어 집을 짓거나 가구, 기구 따위를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하지만 ‘목업(木業)이라고 하면 뭔가 정겹다. 자신의 직업을 겸손하게 표현하면서도 긍지가 느껴지는 제목이다. 유명 번역가가 자신의 삶을 담은 에세이 제목에  ‘번역’이란 단어 뒤에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붙인 호기로움과는 사뭇 다른 진중함마저 느껴진다. 신간 ‘목업’은 전통건축사무소 ‘예조’를 운영 중인 저자 신효선이 대표라는 직함보다 더 선호하는 목수 혹은 도편수로서의 긍지가 응축됐다. “사랑하면 함부로 고칠 수 없다”는 신념에서 비롯된 그의 작업 방식은 과연 독특하고 획기적으로 유명하다. 조사 주기표와 분류 야장 등이 대표적 예이다. 또한 보물 제1746호 논산 노강서원 강당을 해체하는 데에만 7개월가량 할애한 것도 저자의 굳은 의지를 보여 주는 단적인 사례다. 일반적으로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았을 작업이지만 그의 손을 거치면 지나치리만큼 꼼꼼하고 경이롭다.업계에서 괴짜라는 꼬리표가 달린 저자의 파격적 행보는 역설적으로 정석에서 시작한다. 목업을 생업이자 3대째 가업, 조상의 유업, 민족의 과업으로 삼은 그는 현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전통 건축을 추구한다. 저자가 자신이 보유하고 출원 중인 전통 건축 관련 특허 기법, 그 모든 현장의 기록을 본서에 남긴 이유가 책 곳곳에 담겨있다. 그는 “과정을 바꾸는 사람은 외롭다. 그러나 분명 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그것이 목조 문화재 수리다. 불가사의란, 실은 몸과 마음을 던져 증험하여 지혜를 얻는 영역”이라 단언한다. 전문 서적인 만큼 독자가 실제 작업 과정을 하나하나 지켜보듯 이해할 수 있도록 지면의 절반을 차지하는 충분한 양의 현장 사진이 가독성을 더한다. “목조 문화재 보수 현장에 있다 보면 곳곳에 흩어져 있는 퍼즐 조각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찾아내 맞추었다. 이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면 방법을 발견하게 된다. 이를 이론적으로 정리하고 다시 현장에서 구현하는, 지극히 짜증 나고 한없이 기쁜 작업을 해 왔다. 나는 세대와 세대를 넘어 대화를 나누어 보고 싶다. 이 책이 그 창구가 되어 주기를 기대한다.”저자는  제천 청풍 한벽루(보물 제528호)를 비롯한 열네 채의 목조 건물을 도편수로서 해체하고 수리, 조립했다. 논산 노강서원 강당(보물 제1746호)의 복구, 석조 배흘림기둥을 사용해 팔작집 다포계 양식의 일주문과 육각형 다포계 양식의 종각을 시공한 실력자다. 도리, 대량, 화방, 부연과 부머리 등 각종 전문용어로 나뉘는 챕터에 겁먹지 말자. 전통건축의 ‘ㄱ’을 모르더라도 나무의 나이테 같은 간결하지만 볼 수록 정겨운 문장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손수 지은 집’에 대한 로망이 있다면 필독을 권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5-01 18:00 이희승 기자

안종배 국제미래학회장 '인류혁명 문명대변혁' 출간

인류혁명 문명대변혁 출간- 인공지능과 기후위기가 몰고 오는 새로운 문명 패러다임을 제시- 인간의 존엄성 및 인성과 영성이 강화되는 ‘인류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필독서인류혁명 문명대변혁 책 표지국내 대표 미래학자인 안종배 국제미래학회 회장이 20년간의 미래학 연구와 3년간의 집필을 통해 문명사적 미래 변화에 대한 대응을 담은 ‘인류혁명 문명대변혁’을 출간했다.이 책은 인공지능과 기후위기로 인해 모두에게 새로운 영향을 미치는 코로나 펜데믹 이후 최근에 새롭게 시작되는 문명대변혁인 ‘인류혁명’에 대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미래 변화에 대비할 수 있도록 집필되었다.저자는 인공지능과 기후위기로 새로운 문명 패러다임인 인류혁명 문명대변혁이 시작되어 인류는 현재 양극으로 갈라지는 갈림길에 도달해 있다고 설명한다. 한쪽 길은 인공지능이 선용되어 인류가 주체가 되고, 기후위기를 극복해 인류와 지구가 지속발전 가능해 지는 방향이고, 다른쪽 길은 인공지능이 오용·악용되어 인공지능이 주체가 되고 인류와 지구는 종말로 향해 가는 방향이다. 현재 인류의 선택이 인류의 미래를 결정한다.그는 또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인류의 삶과 가치와 경제, 과학기술은 이전과 확연하게 바뀌었고 기후위기 심화와 챗GPT로 촉발된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은 인류를 새로운 문명으로 들어가게 내몰았다고 주장한다.인류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챗GPT가 촉발한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에 대응하기 위해 그동안 인류 문명 패러다임의 변화였던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화혁명, 4차산업혁명을 넘어 새로운 문명대변혁 시대로 접어 들고 있다. 그동안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핵심 동력이었던 도구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효율화는 인공지능에 의해 극대화되지만 잘못되면 인류가 퇴출되고 부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게 된다. 저자는 이제 인류가 공영하고 지구를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 인간의 역량과 가치가 혁신되는 ‘인류혁명’이라는 새로운 문명이 시작되고 있다고 제시한다.이 책에서 저자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 인공지능을 선용하고 기후위기를 극복하여 인간다움이 유지되고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며 인간의 역량이 확장되어 항상 인간이 주체가 되고 인성과 영성이 강화되는 새로운 문명대변혁인 ‘인류혁명 시대‘를 이해하고 잘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이 책의 주 특징은 인류혁명 문명대변혁’의 배경과 ‘인류혁명’ 의미와 특성 및 미래 진행에 대해 사례와 함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집필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인류혁명시대의 인간 역량의 확장과 인간 존엄성 및 인성과 영성의 강화, 싱귤래리티 대응 방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저술되었다. 특히 ‘인류혁명’ 시대에 자본주의 경제 체제 및 부의 미래 변화에 대해 예측하며 사례와 함께 담고 있다. 이밖에 ‘인류혁명’ 시대에 부각될 10대 주요 과학기술과 10대 산업 비즈니스, 또한 정치 및 종교를 포함한 라이프의 변화와 인류와 지구의 지속 가능을 위한 중요한 미래 대응 어젠다를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예측 제시하고 있다.안종배 회장은 “본서가 인공지능과 기후위기가 몰고 오는 문명대변혁인 인류혁명 시대를 대비하는데 도움을 주고, 인류와 지구의 지속가능과 인류공영 및 인류의 행복과 지구의 지속가능 미래를 지향하도록 ‘인류혁명’ 시대를 대응하는 인류의 노력에 도화선이 되기 바란다”며 “특히 대한민국이 시대적 소명감을 갖고 새로운 문명대변혁인 인류혁명 시대를 올바른 방향으로 선도하는 리더 국가로서의 역할을 담당하여 인류 공영과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출간 소감을 전했다.장인평 기자 jip309@viva100.com

2024-04-29 15:47 장인평 기자

[비바100] 범죄, 가두는 게 능사일까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저자는 판사와 법무부 법무심의관을 거친 법조인이다. 그는 그동안 판사나 법무부 공무원의 입장에서만 범죄를 바라보다가 ‘알쓸범잡’ 방송 출연을 계기로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범죄를 바라보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범죄의 주요인이 무엇이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범죄를 억제할 수 있도록 사회의 환경과 구조를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한다.범죄사회|정재민|창비◇ 범죄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다최근 범죄의 특징은 한 마디로 ‘무차별성’이다. 절대적인 범죄량이 주는데도 시민들의 불안이 더 커지는 이유도, 최근의 범죄가 시간과 장소 대상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마약범죄가 177%, 성 범죄는 40.8%나 늘었다.‘묻지마’ 살인 같은 흉악 범죄도 부쩍 늘었다. 온라인 기술 발전에 범죄자가 신원을 노출 않고도 범행 대상자를 직접 접촉해 범죄를 꾀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상대를 개인적으로 모르니 잡힐 가능성도 낮고, 일말의 책임감도 덜하니 범행이 더욱 대담해지고 공격적이 된다.◇ 과학수사의 시작, 화성연쇄살인사건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한 영화 ‘살인의 추억’의 한 장면.1980년대 말의 화성연쇄살인사건은 국내 과학수사의 시작이었다. 범인의 O형 혈액형을 B형으로 잘못 추정해 엉뚱한 사람이 20년이나 억울한 옥살이를 했지만, 1990년 9차 살인사건 때 피해자 옷에서 채취한 정액 흔적을 일본에 보내 유전자 감식을 한 것은 최초의 과학수사였다.우리 DNA 분석기술이 처음 인정받은 것은 2006년 서래마을 영아살해사건 때였다. 프랑스인 부모의 칫솔 등에서 미량의 DNA를 추출해 유전자 검사로 범인임을 밝혀냈다. 이후 2010년부터 주요 범죄자들의 DNA를 채취해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했다. 화성사건의 진범도 그렇게 잡았다.◇ 판사의 형량이 낮은 이유국민들은 성폭행범 조두순이 ‘주취감경(酒醉減輕)’을 적용받아 징역 12년에 그친 데 분노했다. 미국은 100년 징역형이 잦고, 스페인은 4만 년 이상 징역형도 선고(실제 적용은 40년)되는데, 우리는 너무 형량이 약하다는 비판이 들끓었다.이런 약한 양형은 오판 시 파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유죄판결 확정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고,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범행 이후에 만들어진 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것도 한 이유다. 위법 입증의 책임도 모두 검사에게 있는 등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같은 원칙도 일반이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 나오는 이유다.◇ 형량 감경의 사유들방조범은 정범의 형량보다 줄어든다. 자수를 해도 감경할 수 있다. 심신미약 또는 피해자와 합의해 정상 참작할 사유가 생겨도 마찬가지다. 무기징역형을 감경하면 10년 이상 50년 이하의 징역이 된다. 유기징역은 상한과 하한 모두 절반 씩 감경된다.법원은 양형기준표를 참작해 형량을 결정한다. 판사가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그 이유를 판결문에 밝혀야 한다. 형을 높일 수 있는 가중 인자는 계획적인 범행, 반성 없음, 불특정 다수 피해자 등이다. 감경 인자는 자수, 피해자의 처벌 불원(不願) 등이다. 양형기준표는 징역 7~12년과 같이 범위를 제시해 줄 뿐, 결국 구체 형량은 판사의 몫이다.◇ 교도소는 감옥이 아니다?저자는 교도소가 ‘감옥’이 아니라 ‘교화 내지 교정하는 곳’이라고 강조한다. 범죄자는 ‘교도소에 갈 사람’ 보다는 ‘사회로 돌아갈 사람’이라는 것이다. ‘4년 전에 출소한 사람 중 3년 이내에 다시 수감되는 비율’을 재 복역률이라고 하는데 2021년에 24.6%, 2022년이 23.8%다.기결수 중 한번이라도 수감 경험이 있는 사람이 44.3%다. 4회 이상 수감자도 12.8%나 된다. 저자는 “교도소에서 교정이 완벽하게 이뤄져 출소자가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면, 수형자 수는 해마다 절반씩 줄어 5년 정도만 지나면 현재의 5% 미만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드라마와 다른 현실의 교도소현실은 드라마에 나오는 교도소 모습과 많이 다르다. 큰 식당에서 단체로 밥을 먹지 않고 자기 방에서 배식을 받는다. 원칙적으로 누워 지낼 수 없고 벽에 등을 기댈 수도 없다. 바깥 운동은 하루 한 시간 정도만 가능하다. 밤 9시 취침인데 늘 불이 켜져 있다. 무더운 여름이 가장 힘들다. 선풍기를 새벽 1시에 끄기 때문이다.가장 심각한 문제는 과밀수용이다. 2023년 8월 기준 정원이 4만 9600명인데 실제 인원은 5만 8133명이다. 1인당 수용면적이 1㎡ 남짓이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과밀수용’이라며 각각 위헌 결정과 판결을 내렸으나, 교도소를 짓고 싶어도 반기는 지역이 없다.◇ 선진국 비해 너무 낮은 가석방률가석방은 재범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수형자를 형 만료 전에 석방해 주는 처분이다. 형법상 무기형은 형기의 20년, 유기형은 1/3이 지나야 가능하다. 우리 가석방률은 2020년 기준으로 28.7%로 일본 58.3%, 캐나다 37.4%에 비해 낮다. 그나마 90%가 형기의 80% 이상을 마친 사람들이다.저자는 “법원의 선고 형량은 높이고, 가석방은 확대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장시간 관찰을 통해 재범 가능성 판단이 용이한데다 미리 사회에 내보내 적응할 수 있게 도울 수 있고, 무엇보다 교도소 운영비 및 과밀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사형제는 과연 정당한가2018년 현재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106개국이 사형제를 폐지했다. 반면 미국 일본 중국 등 57개국은 사형을 실제 집행까지 한다. 우리를 포함해 28개국은 집행만 않는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1998년 이후 중단됐다. 2023년 현재 59명의 사형수만 존재한다.우리 국민 중 사형을 실제 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51.7%, 현행 체제 유지가 37.9%, 사형제 폐지 의견이 7.8% 정도다. 법무부는 대안으로 2023년 8월에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을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범죄성’은 유전되나‘범죄학의 아버지’ 체사레 롬브로소는 범죄자의 골상(骨像)으로 ‘생래적 범죄인’을 가려내려 했다. 술잔 손잡이형 귀, 무성한 머리털, 적은 수염, 비대칭 머리, 크고 사각진 턱뼈 등이 범죄인의 특징이라고 단정했다. 황당한 얘기지만, 이것이 발전되어 ‘범죄성도 유전 되는가’ 라는 화두를 던졌다. ‘우생학(優生學)이 나온 배경이다.1916년에 미국 작가 매디슨 그랜트는 생각이 삐뚤어지거나 정신적 결함이 있는 자를 불임화해야 한다며 ‘위대한 인종의 소멸’이라는 책을 냈다. 이 책을 성경처럼 여긴 인물이 독일의 강제 불임화법을 통과시키고 야만적인 홀로코스트를 자행한 아돌프 히틀러였다.◇ 범죄를 잘 저지르는 성격이 있다?범죄자의 심리 분석을 통해 수사와 교정, 범죄 예방에 활용하려는 학문이 범죄심리학이다. 범죄자의 성장 배경을 분석하는 것도 무의식 속의 어떤 원인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최근에는 경제적 환경이 범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대처하려는 범죄사회학도 보편화되고 있다.경제 상황이 안 좋으면 가계 소득이 줄어 ‘생계형 범죄’가 늘어난다. 사회적 환경이 범죄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저자는 “범죄의 큰 원인이 사회에 있든 개인에 있든,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범죄를 억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회의 환경과 구조를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가능한가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범죄 발생의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고 차단해 예방한다는 내용이다. 인공지능의 발달 덕에 마냥 꿈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윤리적 문제가 대두된다.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국민통제 수단으로 남용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현실에서 정부의 범죄 예방은, 전과자가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게 하는 ‘특별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범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따라다니면서 감시하는 것’이다. 보호관찰관은 대상자의 위치를 늘 파악하고 정기 면담을 통해 확인이 필요한 사항들을 점검한다.◇ ‘보호관찰’은 재범 억제에 효과 있나우리나라에서 보호관찰은 1989년 7월 소년법에 처음 도입된 후 1997년 형법 개정 때 성인으로 까지 확대되었다. 준수사항을 위반하면 청소년은 선처 위주로, 성인은 집행유예 취소나 지명수배가 취해진다. 2018년부터는 벌금형 받은 사람에게도 보호관찰이 이뤄지고 있다.보호관찰 대상자가 또 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은 평균 7%다. 성인은 약 5%다. 보호관찰관 1인이 100명 넘게 맡아, 영국(15명), 일본(21명) 등에 비해 인력 부족이 극심하다. 전자발찌 부착 이후 살인 재범률은 4.9%에서 0.1%로, 성 폭력 범죄는 14.1%에서 0.73%로 낮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소재 파악이 늘 힘들다고 한다.◇ 범죄 밝히는 데 필요한 ‘법’공소시효가 지나면 재판도, 처벌도 불가능하다.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는 25년, 무기징역형 범죄는 15년이 공소시효다. 국민의 공분 속에 이를 바꾼 것이 1999년 황산테러 피해자 ‘태완이’였다. 이후 살인죄에 한해선 공소시효 없이 끝까지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2020년에 양부모의 학대 속에 숨진 ‘정인이’는 아동학대 금지법의 공로자다. 어린이집 교사 등이 세 차례나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음에도 끔찍한 결과가 발생했다. 이후 친권자의 징계권 조항 삭제 법안 등이 입법화되었다. 출생신고가 안 된 아동들에 대한 전수조사와 사후 대책도 최근 속도를 내고 있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4-04-27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빛에 반하고 맛에 놀라고… 어~취하는구나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주량이 소주 석 잔인 자칭 ‘알쓰(알코올 쓰레기)’ 여기자가 전국 술 도가를 발로 뛰어 취재해 쓴 ‘우리 술’ 이야기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전통주를 ‘우리술’이라고 표기한다. 단어가 주는 꽤 넉넉한 느낌 때문이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쓰기 위해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이 책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 술과 그 술을 만드는 알려지지 않은 장인들, 그리고 전국 주요 양조장과 전통주 보틀숍들이 상세히 소개된다.취할 준비|박준하|위즈덤하우스br◇ ‘우리술’이란 무엇인가‘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우리 전통주는 크게 민속주와 지역 특산주로 나뉜다. 민속주는 국가와 시·도의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제조하거나 식품명인이 국산 농산물로 만든 술을 말한다. 민속주 가운데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술은 세 종류다. 충남 당진의 면천두건주보존회가 만드는 ‘면천두건주’, 경기 김포 문배주양조원이 빚는 ‘문배술’, 그리고 경북 경주에서 경주 최씨 집안이 대대로 빚어 온 ‘교동법주’다.식품 명인의 민속주로는 전북 전주의 조정형 명인이 빚는 ‘이강주’, 전북 완주의 송화양조에서 조명귀 명인(벽암 스님)가 빚는 ‘송화백일주’, 경기도 파주에서 이기숙 명인이 빚는 ‘감홍로’, 경남 함양 박흥선 명인의 ‘솔송주’와 충남 서천 우희열 명인이 빚는 ‘한산소곡주’가 대표적이다.지역특산주는 농민이나 농업법인 등 생산자 단체가 직접 생산하거나 주류 제조장 소재지 혹은 인근에서 생산한 원료로 제조한 술을 말한다. 경기 오산의 품질 좋은 세마쌀로 오산양조가 만드는 ‘경기쌀막걸리’, 전남 곡성 특산품인 토란을 넣은 ‘시향가’, 그리고 경남 사천 대밭고을영농조합이 생산하는 ‘대담15’ 약주 등이 있다.최근에는 규모가 작은 소규모 양조장에서도 독특한 우리술이 속속 선보인다. 지역특산주와 달리 재료 원산지에 얽매이지 않아, 도전적인 제품들이 많다. 대전 주방장양조장에서 빚는 10도 술 ‘쑥크레’, 서울 OTOT술도가가 만드는 7도짜리 ‘코리안화이트’, 서울 페어리플레이가 빚는 5도 짜리 ‘이제’ 등이 있다. 코로나 펜데믹 기간 중에 온라인 판매 덕에 시장이 크게 커졌다.◇ ‘서민의 술’ 막걸리도 이제 수 십 만원막걸리는 서민의 술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프리미엄 막걸리’ 시대다. 2009년 ‘자희향’, 2010년 ‘복순도가 손막걸리’가 길을 턴 이후 수십 만원대 제품이 꽤 많아졌다. 18도 ‘해창 막걸리’는 출고가격이 11만 원 안팎이다. 논란 속 노이즈 마케팅 덕분에 이젠 없어서 못파는 술이 되었다. 금박 도자기 병에 담은 ‘해창막걸리 아폴로’는 110만 원에 출고됐다.서울양조장에서 다섯 번 담금한 오양주 ‘서울골드’도 19만 원에 출고되어 인기를 끌자, 용량을 늘린 25만 원 짜리 이벤트 상품까지 선보였다. 저자는 “와인은 되고 막걸리는 안될 것이 무엇이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막걸리도 와인처럼 브랜드 인지도나 숙성도를 제대로 평가받게 되면, 언젠가는 와인 같은 고급주로 대접받는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한다.방송인 정준하 씨가 방송에서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 취득 과정을 소개했다.◇ 전통주에도 ‘소믈리에’가 있다술을 맛보고 감별해 사람들에게 상황에 맞게 추천해 주는 사람을 ‘소믈리에’라고 한다. 자격증을 따야 하는데, 크게 국가 자격증과 민간 자격증이 있다. 술 관련 국가 자격증은 현재 ‘조주기능사’가 유일하다. 와인 소믈리에든 전통주 소믈리에든 모두 민간 자격증에 해당한다.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을 발급하는 기관은 한국가양주연구소와 (사)한국소믈리에협회 두 곳이다. 시험은 필기와 실기로 이뤄진다. 실기 때는 원재료의 곡물이나, 해당 증류주가 상압식인지 감압식인지 구분해 내야 한다. 술의 살균 여부까지 맞춰야 할 때도 있다. 2018년 연예인 정준하 씨가 자격증을 취득한 것이 알려지면서 일반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한다.◇ 약주, 청주, 그리고 과하주약주와 청주를 구분하는 기준은 누룩 함유량이다. 쌀의 중량을 기준으로 누룩을 1% 이상 넣으면 약주, 그 미만이면 청주라고 한다. 조선시대만 해도 약주와 청주를 통칭해 ‘맑은 술’이라고 불렀는데. 일제 강점기에 주세법이 생기면서부터 청주(사케)를 약주와 구분했다. 일반적으로 약주는 누룩 향이 강하고 진하며, 청주는 깔끔한 느낌이다.국내 대표 약주로는 경기도 용인 수불가의 ‘두두물물 약주’와 충남 논산 민속주왕주의 ‘궁중술왕주’가 있다. 청주로는 경기도 용인 술샘의 ‘서설’과 충북 충주 고현정의 ‘1957동학’이 널리 알려져 있다. ‘과하주(過夏酒)’는 말 그대로 무더위를 이기는 술이다. 더위에 쉬지 않게 발효주보다 독한 소주를 활용한다. 경기 여주 술아원이 여주 찹쌀로 빚는 ‘경성과하주’가 유명하다.◇ 전통주 빚는데 필요한 곡물과 누룩, 물막걸리는 주로 멥쌀과 찹쌀로 담근다. 맛의 균형을 맞추려 둘을 섞어 쓰기도 한다. 쌀 막걸리 가운데 저자는 서울 한강주조의 ‘나루생막걸리’와 경기도 용인 술샘의 ‘술취한원숭이’, 강원도 강릉 들을리소향의 ‘소향탁주’를 소개한다. 1963년 양곡관리법에 따라 흰쌀로 술을 못 빚게 되면서 각광받은 재료가 밀이다. 막걸리보다 진한 아이보리색이다. 충북 옥천 이원양조장의 ‘향수’, 전남 목표 밀물주조의 ‘밀물탁주’가 대표적이다.누룩은 천연 발효제다. 쌀이나 밀, 녹두 등을 쪄서 누룩 틀에 누르고 발효시킨 후 햇볕에 말려 살균과 냄새 제거, 표백 등을 거친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누룩이나 효모 같은 발효제 연구가 부족한데, 지원이 적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지막 재료는 좋은 물이다. 예로부터 술 빚기에는, 맛이 없거나 단 맛에 색이 없는 맑고 깨끗한 물이 최고로 친다고 한다.◇ 점점 독해지는 막걸리소주의 도수는 점점 내려가고 막걸리 도수는 계속 올라가는 게 요즘 추세다. 소주의 ‘25도 공식’을 깬 것은 2006년 19.8도로 나온 ‘참이슬 후레시’였다. 이어 무학이 16.9도 짜리 ‘좋은데이’를 내놓으면서 ‘순한 소주’가 대세가 되었다. 그전까지는 6~7도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프리미엄 딱지가 붙은 막걸리들은 대부분 10도를 훌쩍 넘어간다.막걸리는 원래 두세 번 정도 담그고 발효, 숙성시키면 도수가 18.5도 언저리를 오간다고 한다. 요즘에는 거의 원주 수준의 도수 높은 막걸리도 인기다. 마니아 층도 형성되고 있다. 해창막걸리와 서울골드가 모두 18도다. 높은 도수의 막걸리를 작은 잔에 마시거나, 물을 타거나 온러록스로 마시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100년 전통의 강화군 소재 금풍양조장.◇ 우리나라 대표 양조장들우리나라에는 약 1400개의 양조장이 있다. 저자가 주변 경관과 맞물려 여행하기 좋은 ‘아름다운 양조장’ 12곳을 소개했다.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의 ‘금풍양조장’은 100년 동안 금학탁주와 금풍막걸리를 빚는 곳으로, 2022년에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경기 포천시 화현면의 ‘배상면주가 산사원’은 복합 술 문화센터로, 400여 개의 옹기와 함께 국내 최초의 전통술 박물관이 있다. 목도막걸리와 느티 등을 빚는 충북 괴산군 불정면의 ‘목도양조장’은 양조장 자체가 박물관이다. 전남 해남군 화산면의 ‘해창주조장’은 일제 강점기 일본인 미곡상이 살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강원도 원주시 판부면의 ‘모월양조장’은 최근 핫한 박재범의 ‘원소주’를 만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경북 안동시 도산면의 ‘맹개술도가’는 직접 지은 우리 밀로 진맥소주를 만든다. 전남 함양군 지곡면의 ‘솔송주’는 하동 정씨 가문의 가양주인 솔송주를 현대화해 빚는다. 경남 거창군 거창읍의 ‘해플스팜사이더리’는 물 한 방울 타지 않고 애플사이더를 만든다. 울산광역시 상북면의 ‘복순도가’는 샴페인 막걸리로 유명하고, 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술다끄는집’은 전통 방식으로 좁쌀을 사용해 오메가술을 빚는다.◇ ‘덧술’로 더하는 맛의 한 끗막걸리는 쌀과 누룩, 물로 만든다. 이를 한번 담근 것이 ‘단양주’다. 인천 탁브루컴퍼니의 ‘탁100’, 경남 하동의 ‘악양막걸리’가 대표적이다. 특유의 신맛이 강해 인기다. 이를 밑술 삼아 고두밥 등을 한 번 더하면 ‘이양주’가 된다. 가장 흔한 막걸리다. 1차 밑술에 2차로 겹쳐 담그는 이 과정을 ‘덧술’이라고 한다. 춘천의 ‘화전일취12’나 김포의 ‘팔팔막걸리’가 있다.덧술을 더하면 삼양주, 사양주, 오양주가 된다. 도수는 올라가고, 당이 남아 술은 더 달아진다. 삼양주는 최근 프리미엄 막걸리 가운데 눈에 많이 띈다. 과일향이 다채로운 ‘양지백주’가 대표적이다. 사양주 가운데는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 막걸리’와 ‘해창막걸리 18도’가 인기다. 다섯 번 빚어 부드럽고 질감이 묵직한 오양주에는 ‘서울오리지널’과 ‘천비향 약주’ 등이 있다.전통주 오프라인 매장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술마켓’.◇ 알아두면 좋을 우리술 보틀숍우리술을 구할 수 있는 장소들이 의외로 주변에 적지 않다. 저자가 모두가 좋아할 ‘우리술 보틀숍’ 10곳을 알려준다. 전통주 오프라인 매장 중 최대 규모인 ‘술마켓’은 서울 광진구 군자동과 하남시 미사강변 두 곳에 있다. 군자 본점에서 술을 사 소정의 입장료를 내면 지하 1층의 ‘술마켓바’를 이용할 수 있다. 요즘 뜨는 술을 맛보고 싶다면 왕십리의 ‘우리술당당’이 추천된다. 근처의 ‘애주금호’는 전통주 소믈리에 과정도 운영한다.서울 노원구 공릉동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우리주민’은 프랑스 소품 숍을 연상케 한다. 수원시 최초의 전통주 보틀숍 ‘당신의 술’, 작고 분위기 있는 강원도 강릉의 ‘라이스앤샤인’, 대전시 유성구의 도심 속 양조장 ‘누룩’도 매력 넘치는 곳이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4-04-20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22번의 세계 패권전쟁, 승부처는 '과학'이었다

역대로 전쟁의 승패를 가른 것은 ‘과학’이었음을 설명해 주는 책이다. 세계 패권을 뒤흔든 24개의 전쟁 속에서 과학과 기술이 어떤 결정적 역할을 했는지, 그런 ‘창조’와 ‘파괴’의 만남에 과학은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졌었는지를 소상하게 알려 준다. 대학교수인 저자는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무렵에야 전문 직업인으로 대접받는 과학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이제는 이들의 자질과 능력이 국가 경영과 군사력 강화에 상당한 쓸모가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떤 때는 영예롭기도 했지만, 어떤 때는 참혹하기도 했다고 전한다.◇ ‘근대 화학의 아버지’ 앙투안 라부아지에미국이 영국과 독립전쟁을 치르던 시기에 영국과 앙숙이던 프랑스는 미국에 엄청난 재정적·군사적 지원을 쏟아 부었다. 당시 프랑스 군대는 머스킷 총과 화포 등 최신 무기를 갖추었지만 화약의 품질이 문제였다. 이 때 화약국장에 임명된 사람이 근대 화학혁명의 주역, 앙투안 라부아지에였다. 공기 중 산소 원소의 존재를 처음 확인하고 ‘질량보전의 법칙’을 발견했던 그는 과학자가 전문 직업인으로 변모하는 과도기의 상징적 인물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프랑스 혁명기에 ‘민중을 핍박한 반혁명자’로 몰려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다.◇ 과학, 정치와 만나다과학자들이 조직적으로 단체를 만들어 집단적인 연구 활동을 시작한 것은 17세기 후반부터였다. 1660년 영국의 왕립학회와 1666년 프랑스의 왕립과학아카데미 설립이 시작이었다. 특히 18세기 후반 프랑스 과학의 전성기에 과학자들은 직업 전문인으로 국정 운영과 군대 경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과학과 기술에 재능만 있으면 신분을 가리지 않고 뽑았던 ‘에콜 폴리테크니크’는 나폴레옹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프랑스 군대를 유럽 최고의 강군으로 키우는데 혁혁한 성과를 내며 과학과 공학 중심의 프랑스 과학 황금기를 열었다.나폴레옹이 적극 지원했던 ‘에콜 폴리테크니크’는 프랑스 군대를 유럽 최고의 강군으로 키우는데 혁혁한 성과를 올렸다.◇ 근대 해군력의 진화와 군산복합체의 태동영국은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1805년 트라팔가 해전에서 나폴레옹의 프랑스 해군을 격퇴했다. 기술개발에 소극적이던 프랑스와 달리, 철강 산업을 키워 군사기술의 혁신과 무기제작의 산업화를 도모한 결과였다. 대규모 국가재정을 투입해 정부가 계획적으로 군사력을 증강하는 방식이 자리를 잡으면서 정부와 군부, 군수제작 기업 간 협업이 공고해졌고 이는 현대적 의미의 무기산업화와 ‘군산 복합체’ 출현을 낳았다. 저자는 “부정적 비판도 있지만, 이 유기적 관계는 현대 군사기술 발전 양상의 본질이자 방위산업의 주요 특성”이라고 평가했다.전설적인 무기 로비스트로 ‘죽음의 상인’으로 불렸던 바실 자하로프.◇ 무기 로비스트의 등장산업혁명으로 등장한 강력한 무기 덕분에 19세기 후반에 인류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군국주의 시대가 열렸다. 경쟁적으로 군비 예산을 늘리고 신무기로 무장하며 국지전이 벌어졌다. 1세대 방산 기업과 함께 ‘바실 자하로프’ 같은 전설적인 무기 로비스트가 등장했다. 그는 신형 잠수함을 적국 관계였던 러시아와 튀르키예에 동시에 판 일화로 유명하다. 기업의 인수합병에도 탁월해, 막대한 자본력의 국제금융 세력과의 밀월관계도 자연스럽게 형성했다. 이런 ‘죽음의 상인’ 들은 악마적 존재이면서도 군사기술의 혁신과 거대 무기산업을 탄생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공포의 살상무기 ‘화학전’독가스가 1915년 4월 22일 벨기에의 2차 이프로 전투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처음 고안한 이는 독일 화학자 프리츠 하버였다. 그는 1909년 공기 중에 무한히 섞여 있는 질소로부터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방법을 발견했고, 이를 카를 보슈가 제품화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질소비료는 인류의 식량난 해결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전쟁꾼들은 유기질소 비료의 핵심 원료인 질산염을 화약과 폭약, 대량살상무기의 원료로 바꿔 버렸다. 하버 자신이 그에 앞장섰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암모니아 합성의 공로로 1918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듀폰이 나일론 소재를 이용해 만든 낙하산 등 신무기는 전쟁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사진=EXPRESS◇ 듀폰, 철보다 강한 섬유를 군수품으로엘뢰테르 듀폰은 1802년에 미국에서 다이너마이트와 화약을 만드는 회사 ‘듀폰’을 설립했다. 남북 전쟁에서 큰 재미를 본 듀폰은 1· 2차 세계대전을 통해 급성장 했다. 1934년 합성섬유 폴리아미드 5-10 개발은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나일론의 시작이었다. 1939년 나일론의 대량생산으로 듀폰은 생산공정을 아예 전시체제로 바꿔 철모 피, 총기 끈, 낙하산, 밧줄 등을 계속 만들어냈다. 원자폭탄의 핵심인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원자로까지 지어 2차 대전 승리에 기여했다. 당시 그는 ‘전쟁꾼’이라는 기업 이미지가 굳어질 까 우려해 단돈 1달러 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전쟁이 키운 MIT와 칼텍미국에 비해 낙후되었던 미국 대학들은 19세기 후반부터 과학과 공학 연구중심 대학으로 거듭났다. 특히 20세기에는 존스홉킨스와 시카고, 메사츄세츠 공과대학(MIT), 칼텍을 중심으로 성장 발전했다. 그 가운데 1865년 남북전쟁 끝에 엔지니어 양성을 목적으로 세워진 MIT는 미국 대학과 산업계 연구개발 시스템의 축소판이었다. 때 마침 터진 1차 대전으로 산학협력 대학의 대명사가 되었다. 연방정부까지 설득해 전기·항공 공학 등의 중심지로 완전히 뿌리 내렸다. 칼텍도 기업과 연방정부의 든든한 지원 속에 아인슈타인 같은 최고의 과학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상대성 이론과 원자핵분열강력한 군·산·학 복합체가 성장하면서 드디어 원자폭탄이 개발된다. 아인슈타인이 1905년에 발표한 ‘상대성 이론’은 그 기초가 되었다. 우라늄으로 폭탄을 만들 수 있음을 알게 된 독일 출신의 망명 과학자들은 자신의 연구 결과를 미국 정부의 무기 개발과 연결시켰다. 1941년 12월 7일 일본의 진주만 공습은 ‘맨해튼 프로젝트’ 출범의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아인슈타인은 후에 “내 인생의 한 가지 큰 실수는,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원자폭탄 개발을 권고하는 편지에 서명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독일이 먼저 만들었다면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원자폭탄의 설계자 아인슈타인(왼쪽)과 완성자 오펜하이머.◇ 오펜 하이머의 ‘맨해튼 프로젝트’암호명 ‘프로젝트 Y’의 총 책임자는 육군 공병의 레슬리 그로브스 대령, 연구 책임자는 38세의 젊은 물리학자 오펜 하이머였다. 이 프로젝트에는 닐스 보어, 존 폰 노이만, 리처드 파인만 등 당대의 과학자들이 총 동원되었다. 급사한 루스벨트의 후임 트루먼이 처음 보고받고 기절했을 정도로 엄청난 비밀 프로젝트였다. 공학적 난관들을 이겨내고 원폭 제조에 성공했지만, 오펜하이머는 그 순간 “이제 나는 죽음이자, 세상의 파괴자가 됐다”고 자조했다. 히로시마 등에 폭탄이 투하된 후 연구에 참여했던 상당수 과학자들도 죄책감을 지울 수 없었다고 한다.◇ 핵이 만든 또 다른 무기 ‘수소폭탄’수소폭탄은 원자핵 융합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한다. 맨해튼 프로젝트 참여했던 독일 태생의 미국 물리학자 한스 베테와 에드워드 텔러가 처음 발견했다. 1950년 초 트루먼의 수소폭탄 개발 승인, 때 마침 터진 한국전쟁은 수소폭탄 개발을 가속화시켰다. 1952년 11월 1일 텔러의 주도아래 태평양 마셜 군도에서 행해진 지상 실험에서, 수소폭탄은 원자폭탄의 1000배 이상인 10메가 톤의 위력을 입증했다. 1954년에는 폭격기에 탑재한 최초의 실전 투하시험도 성공했다. 소련 역시 1955년에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해 인류는 거스를 수 없는 길로 들어서게 된다.인류 최초의 핵 추진 잠수함 ‘노틸러스’.◇ 최고의 전략자산 ‘핵 잠수함’육군이 맨해튼 프로젝트에 성공하고 공군이 수소폭탄 개발에 성공하자, 미군을 대표한다 자부하던 해군에 비상이 걸렸다. 대세가 된 핵개발을 둘러싼 군벌 경쟁에서 뒤쳐진 해군으로선 타개책이 필요했다. ‘핵 잠수함의 아버지’라 불리는 하이먼 리코버 대령이 그 돌파구를 열었다. 그는 당시 디젤 엔진과 납 축전지를 쓰던 잠수함에 원자로를 장착해 1955년 1월에 인류 최초의 핵 추진 잠수함 ‘노틸러스’ 건조에 성공했다. 이로써 핵 잠수함은 미국 최고의 전략자산이 되었고, 미국과 소련 간 전략자산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우주로 쏘아지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원자폭탄, 수소폭탄도 운반 수단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인류 최초의 핵 투하 전력 폭격기 B-29 이후 관련 기술이 진화를 거듭해, 미국 물리학자 로버트 고더드가 액체 연료를 이용한 최초의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 그의 연구는 1960년대 NASA 달 탐사 계획의 밑거름이 되었다. 독일 히틀러가 그의 이론을 차용해 베른헤르 폰 브라운에게 V-2라는 로켓을 개발케 해 성공함으로써 연합군에게는 ‘공포의 무기’가 되었다. 다행히 그 기술들을 가지고 브라운이 미국으로 이주했고, 미국은 아폴로 계획은 물론 대륙간 탄도 미사일 개발에도 성공한다.◇ 정밀 유도 무기부터 인공지능까지미국과 소련은 핵무기의 실질적인 억제력에 회의감을 갖게 된다. 너무 위험해 서로를 공격할 수 없었다. 핵보다 정밀유도무기가 훨씬 더 가성비 높은 전력임을 확인한 미국은 정밀 타격 중심의 전장 운영 시스템으로 전환했고, 한 동안 ‘네트워크 중심전’은 미국의 대표 국방전략이 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를 필두로 엄청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제 미국 최상의 국가안보전략은 실리콘밸리의 벤처와 스타트 업 같은 산학연의 혁신 동력을 최대한 국방분야로 끌어들여, 사이버 영역에서 위협 요인으로 부상한 중국 등과 ‘미래전’을 대비하는 것이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4-04-13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왕따, 내 아이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라면…‘내 딸이 왕따 가해자입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내 자식이 학폭 가해자가 될까 전전긍긍하지는 않는다.(사진제공=빈페이지)잊을 만하면 연예계 ‘학폭’(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지곤 한다. 최근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송하윤을 비롯해 ‘웨딩 임파서블’ 전종서가 잇따라 학폭 의혹의 중심에 섰다. 학폭 피해자의 영웅담 ‘경이로운 소문2: 카운터 펀치’와 송혜교의 사적 복수극 ‘더 글로리’에서 인상적인 악역으로 눈길을 끈 김히어라 역시 학폭 이슈로 연예계에서 자취를 감췄다. 앞서 ‘경이로운 소문’ 중 학폭 피해자에서 영웅으로 성장하는 소문 역으로 급부상했던 조병규 역시 학폭 논란에 2년여의 공백기를 가져야 했다. 지난해 의혹이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은 채 시즌 2로 복귀했지만 전작에 비해 아쉬운 결과로 막을 내렸다. 이미 촬영을 마친 ‘찌질의 역사’는 남자주인공 조병규에 이어 여자주인공 송하윤까지 학폭 의혹이 불거지면서 방영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워져 버렸다. 그렇게 학폭, 왕따 등은 이 시대의 가장 예민하고도 그 대처가 어려운 사회문제다. 자녀가 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부모들은 왕따를 당하지는 않을까, 학폭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건 아닐까 전전긍긍해야하만 하는 시대다,  SNS와 블로그 등 팔로워들의 사연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꾸리는 시로야기 슈고의 ‘내 딸이 왕따 가해자입니다’는 그 예민한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다. 전 세계 어린이들이 가장 공감할 수 있다는 2.5 등신의 아이는 천진난만하다. 내 딸이 왕따 가해자입니다|시로야기 슈고 글·그림(사진제공=빈페이지)그림체나 전체적인 분위기도 선하고 귀엽지만 이야기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 시작부터 그렇다.TV를 통해 흘러나오는 초등학생의 극단적 선택 뉴스, 그 이유는 집단 따돌림이었다. 이 뉴스를 지켜보던 가나코와 남편 아카기 유스케의 대화는 이 시대 부모들 그대로다.“너 학교에서 누굴 괴롭혔어?” “너 학폭 가해자나 왕따 주동자야?”책의 해설을 쓴 ‘아사히신문’ 기자 가나자와 히카리의 지적처럼 대부분의 부모는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의 표정이 어두울 때 절대로 이렇게 묻지 않는다. “무슨 일 있었어?”라거나 “누가 괴롭혀?”라는 걱정이 먼저다. 추호도 내 아이가 가해자일 거라는 가정은 없다. ‘내 딸이 왕따 가해자입니다’는 중학시절 왕따 피해자였던 아카기 가나코가 초등학교 5학년인 딸 아카기 마나가 친구를 왕따시킨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왕따 피해자로서 따돌림의 상처가 얼마나 아프고 또 오래 가는지를 뼈저리게 체득한 가나코는 자신의 딸임에도 마나가 미워지고 분노를 유발하는 데 죄책감과 혼란을 느낀다.피해자인 마바 고하루는 몇 달째 학교도 가지 못하고 두문불출 중이다. 엄마 마바 지하루는 매일 아침 고하루와 학교 등교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다 대안 학교까지 고려 중이다. 용기 내 학교에 가겠다고 했다가도 아침이면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버티는 딸에 지칠 대로 지쳐버린 엄마 지하루는 결국 화를 내버리고 만다. SNS에 익명의 폭로게시물이 올라오면서 마나의 사진과 신상정보까지 고스란히 노출되고 같은 반 아이들의 부모까지 학교에 항의 중이다. 일 처리가 미비하기만 한 학교와 담임교사에게 부모들의 원망과 힐난이 빗발친다.“엄마 나 왕따 당해.” 마나의 말에도 가나코는 엄마가 아닌 왕따 피해자의 마음이 먼저 불쑥거려 괴롭기만 하다. 왕따 비극의 반복을 막기 위한 학부모회의에서 또 다른 왕따가 된 마나 사태를 언급해 내몰리던 가나코를 두둔하고 나선 이는 피해자의 엄마 지하루다. 내 딸이 왕따 가해자입니다|시로야기 슈고 글·그림(사진=허미선 기자)“여러분들의 아이는 친구를 괴롭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시죠?” 그렇게 점화된 따돌림 피해자, 가해자, 방관하며 동조자가 된 반 아이들의 잘잘못을 따지는 난투극이 벌어진다. 다른 아이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안간힘을 쓰는 그 난투극의 핵심은 결국 ‘내 아이는 결코 가해자가 아니다’다. 책은 왕따 행위나 상황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이 상황으로 야기된 아이의 상처, 또 다른 왕따, 내로남불의 도덕적 잣대, 아빠는 한발 물러선 현실적인 가정 내 갈등, SNS의 어두운 단면 등을 가해자와 피해자, 그들의 가족 시점으로 그려낸다. 작가의 의도처럼 “부모가 알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그려진 5학년 1반 교실에서의 일은 가해자를 용서할 수 없는 마음, 내 아이의 왕따 가해를 믿고 싶지 않은 마음, 내 아이를 지키고 싶은 간절함 등 다양한 감정들과 그에 따른 대처들로 이어진다.    왕따나 학폭이라는 개념조차 없이 가해 행위를 하는 이들, 이를 지켜만 보며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의 방관자들, 내 아이가 왕따나 학폭 가해자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추호도 하지 않는 부모들, 오랜 시간이 흘러 잊고 지내다 학폭 사실이 알려져 발목이 잡힌 이들, 미흡한 대처로 비극을 양산하는가 하면 한 사람의 교사나 학생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학교, 자녀의 일이라면 시도 때도 없이 학교로 들이닥치거나 전화를 걸어 협박을 일삼는 악성 민원 부모들…. 어느 하나 이 사태에 대해 심사숙고하지 않아도 좋은 사람은 없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4-08 18:00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