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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2080] 100세 시대 신간... 윤동한 <우보천리 동행만리>

창업 34년 만에 ‘매출 3조 신화’를 이룬 윤동한 한국콜마 창업주의 인문경영서다. 2016년에 출간한 인문학이 경영 안으로 들어왔다의 개정 증보판이다. 윤 회장은 이 책에서 ‘왜 인문학을 공부하느냐’는 물음에 “인생과 경영 모두 ‘얼마나 빨리 이루어 냈느냐’ 보다는 ‘얼마나 많이 담아냈느냐’에 달렸다”는 말로 대신한다. 이어 “진정으로 빨리 가는 삶은 오래가는 삶”이라고 강조한다. 오래 가면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뿐만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뿐 아니라 임직원에 까지 독서를 통해 인문학적 소양을 넓히도록 독려한다. 2006년부터 임직원들과 함께 읽은 책을 쌓으면 백두산 높이(2744m)의 1.4배에 가깝다고 한다.◇ 오직 실력과 성실로 일군 ‘윤동한 신화’윤동한 회장은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그토록 원했던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지방대 출신이라는 한계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가난과 한계에 굴하지 않고 인생의 큰 그림을 그리며 앞으로 뚜벅뚜벅 제 길을 걸었다.윤 회장은 특히 직장 생활 초기부터 ‘창업’을 결심하고 모든 에너지를 그 쪽으로 집중했다. 그리고 오로지 실력과 끈기, 성실함으로 진검 승부를 펼쳐 창업 34년 만에 3조 원 매출이라는 ‘윤동한 신화’를 일궈냈다.비록 직원 3명으로 볼품 없이 시작했지만, 그는 누구도 생각 못했던 ODM(제조자개발생산) 비즈니스 모델을 화장품업계 최초로 도입해 혁신을 이뤄냈다. ODM은 제조업체가 제품의 개발부터 생산까지 책임지는 생산방식이다.단순한 하청 생산이 아니라 자체 기술로 자체 제품 생산체계를 갖춰야 가능한 방식이었다. 이것이 주효하면서 한국콜마는 이제는 누구나 함께 파트너로 삼고 싶어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화장품·제약 회사로 우뚝 섰다.이 책은 그의 험난했지만, 충분히 신명 났던 자신의 창업 과정을 윤 회장 특유의 담담함으로 그려냈다. 더불어 경영 현장에서 직원들과 부대끼며 터득한 실전적 지혜와 리더십의 핵심 철학을 모두어 담았다.◇ ‘우보천리’의 경영 철학2015년에 매출 1조 원을 달성한 한국콜마는 중견기업으로서는 드물게 대기업 계열인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를 2018년에 인수했다. 그렇게 국내 10대 제약 기업으로 발돋움함으로써 화장품 기업이라는 외형에서 벗어났다.이 과정에서 중견기업과 대기업 계열사 간 화학적 융합을 이뤄내 경영인으로서도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한국콜마는 현재 미국콜마로부터 ‘콜마(KOLMAR)’ 글로벌 상표권을 인수해 전 세계 콜마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우뚝 섰다.윤동한 회장은 자신의 이런 놀라운 성공을 뒷받침한 경영철학을 딱 한마디로 ‘우보천리의 힘’이라고 정의했다. ‘소 걸음으로 천 리를 간다’는 뜻이다. 한 걸음 한 걸음 소처럼 우직하게, 하지만 묵묵히 정진하면서 100년 기업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야 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영의 큰 원칙이라는 것이다. 한국콜마의 34년이 딱 그러했다.윤 회장은 ‘우보천리’가 결국 ‘동행만리’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고 보았다. ‘함께 가야 멀리 간다’는 지속경영의 철학이 접목됨으로서 결국 ‘좋은 사람이 오래 머무는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고 믿었다.실제 그의 경영 인생이 우보천리 동행만리였다. 그는 자신에게 닥치는 수 많은 난관과 장벽을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해 준 에너지의 원천’이었다고 말한다. 이런 긍정적인 마인드가 없었다면 한국콜마도 없었다.◇ 윤동한 회장이 말하는 ‘경영의 4가지 핵심’윤 회장은 이 책에서 그의 핵심 경영철학 4가지를 소개한다. 가치경영, 사람경영, 독서경영, 그리고 역사경영이다.‘가치 경영’은 흔들리지 않는 삶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처한 극한의 환경을 ‘타고난 운명’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신의 ‘흙수저’ 삶을 절대 원망하거나 남 탓을 하지 않았다. 받아들이고 극복했다. 오히려 삶의 에너지로 승화했다. 그는 “가난은 선택할 수 없었지만, 상황은 선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무리 나쁜 상황이라도 자발적으로 수용한다면 얼마든지 상황이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강조한다.다음은 사람경영이다. 그는 특히 중소기업 CEO 들에게 이 분분을 각별히 강조한다. 자신이 실천했던 것처럼 ‘공동배움’을 적극 권장한다.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중견기업 임직원들에게 “한국콜마의 ‘우보천리 상생드림 아카데미’를 벤치마킹해 인재육성 을 위한 교육의 장을 제공하라”고 권유한다.독서 경영에서는 인문학의 가치를 남달리 강조한다. 여기서 윤 회장은 다산 정약용의 가르침을 소개한다. ‘손해가 나더라도 옳은 길을 선택하면 반드시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다산의 가르침을 믿고, 모든 임직원들이 독서를 통해 자기계발 뿐만 아니라 혁신과 변화를 주도하는 성장동력을 갖추도록 하자고 촉구한다.마지막은 역사 경영이다. 그는 특히 이순신 장군의 탁월한 리더십을 흠모했다. 나라로부터 아무 지원도 받지 못했음에도 ‘자력갱생의 정신’으로 군을 일으켜 세우고,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하나됨을 이룬 그의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이에 서울여해재단을 통해 ‘이순신학교’를 건립하고 꾸준히 ‘이순신 전파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4-01-08 08:39 조진래 기자

[비바100] "아! 잔혹한 인간" 동물들의 SOS

(사진출처=게티이미지)프랑스의 유명 생태운동가인 저자가 동물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오해와 진실’을 바로잡기 위해 쓴 책이다. 저자는 동물에 대한 우리의 편견이나 우월감을 바로잡고, 그들과 평화롭게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물 다양성의 붕괴와 기후 위기 앞에서 동물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행위의 심각성을 깨닫는 것은 ‘윤리’의 문제이자 우리 모두의 ‘생존’의 문제라고 말한다.토끼는 당근을 먹지 않는다|위고 클레망|구름서재◇ 잘못 알고 있는 지식과 정보들우리는 ‘토끼’ 하면 ‘당근’을 떠올린다. 하지만 놀랍게도 토끼는 풀을 먹고 살지, 당근을 먹지 않는다. 누군가 토끼가 땅속에서 튀어나온 당근의 푸른 잎을 먹는 걸 보고 생겨난 오해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1938년에 시작된 애니메이션 시리즈 벅스 버니에서 토끼가 내내 당근을 갉아먹고 있는 장면이 나왔던 까닭에 그런 오해가 진실로 둔갑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 이렇게 우리가 동물에 대해 갖는 이미지는 현실과 거의 일치 않는 경우가 많다. 습관적으로 우리는 인간이 아닌 모든 것을 우리보다 열등한 것으로 간주하기 일쑤다. 자연에 대한 인식과 현실 사이에 스스로 ‘거리’를 만들어 간다. 이런 왜곡된 인식은 동물에 대한 무시와 혐오, 부당한 착취와 폭력, 학대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 일쑤다.◇ 인간도 동물이다인간은 자신이 동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유일한 존재다. 그들과 다르고 특별하며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고는 다른 생명체들을 착취하고 파괴하는 행동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 저자는 “종의 계층에서 우리가 절대 최상위에 위치할 순 없다”면서 “실제로 우리의 지능이 다른 종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할 근거도 박약하다”고 꼬집는다.동물행동학자 엠마뉘엘 푸이데바는 인간만이 도구를 사용할 줄 안다는 굳은 믿음에 의문을 제기한다. 충격적인 예로 ‘까마귀’를 든다. 까마귀는 자동차가 빨간 신호에 멈추면 물고 있던 딱딱한 견과류를 도로에 떨어트린다.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어 자동차가 지나가면 견과류가 부숴지고, 까마귀는 그제야 기다렸다는 듯이 내려와 잘게 부숴진 먹이를 주워 먹는다.저자는 인간이 ‘본능’을 지배할 수 있기에 동물을 넘어섰다는 믿음에도 메스를 가한다. 동물들 역시 공동이익이나 타 개체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줄 안다고 강조한다. 흡혈박쥐는 굶은 동료에게 삼킨 것의 일부를 토해내 나눠주고, 몽구스는 동료 구출 구조 작전까지 펼친다. 사하라 사막의 개미는 걸음 수를 셀 수 있고 서식지로 돌아가기 위한 궤도를 계산하고 지름길까지 찾는다.인간만이 언어를 사용하고 동료 말을 알아듣는 유일한 동물도 아니다. 니콜라 마테봉은 “모든 동물이 고유한 발성 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종마다 가진 고유한 의사소통 방식을 모두 ‘언어’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심지어 범고래에게는 고유한 지역 방언도 있다고 한다. 저자는 “우리의 지능으로 다른 지능들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사진출처=게티이미지)◇ 야생동물에게 피난처가 있을까전 세계적으로 하루 2억 마리의 동물이 도축된다. 닭-돼지-양-소의 순이다. 한국에서도 2022년에 분당 2000마리 꼴로 소와 돼지, 닭이 도축되었다. 대부분 몸이 묶인 채 거의 산 채로 죽음을 맞는다. 잔혹하고 허점 투성이인 도살 규정이 문제다. 목 베인 소가 의식을 되찾는 장면들이 목격되고, 살아있는 동물이 죽은 동물을 못 보게 하는 규정도 지켜지지 않는다.사육 공장부터 처참하다. 더 이상 생산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날까지 강제수정이 되풀이된다. 기업형 양계장에서 닭의 생존 기간은 길어야 40일이다. 모두 일찍 죽도록 프로그램 되어 학대받는다. 짧은 주기로 수정을 하니, 어미 돼지는 제 자식인지도 모르고 잡아먹으려는 경우도 생긴다. 항생제 투여는 일상이다. 거의 모든 식용용 가축들이 평생을 갇혀 지내다 생을 마감한다.문제는 현재의 육류 소비량이 동물 친화적 축산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이다. 육류 생산량을 줄이기 전에는 해결되지 못할 문제다. 여기서 이른바 ‘동물 착취의 역설’이 언급된다. ‘진지한 무지’와 ‘인지 부조화’에 더해 ‘나 혼자 육식을 끊는다고 뭐가 달라지나’ 하는 생각에 여전히 동물 도축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모두가 행복한 쇼는 없다서커스 동물들은 생애의 대부분을 폐쇄된 곳에서 비참하게 살아간다. 좁은 공간에 갇힌 동물들은 의미 없는 반복행동을 자주 하는데 전문가들은 이것이 ‘스테레오타이피(상동증)’라고 부른다. 조직적인 동물 학대로 인해 이들은 잡혀온 직후부터 심리적 파괴 과정을 거친다. 인간(사육사)에게 복종 않으면 처벌과 고통이 따른다는 사실을 이해할 때까지 이 과정은 반복된다. 사람들은 동물원 동물들이 행복하다 생각하지만 저자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동물원이 멸종위기의 종을 보호해 준다는 주장도 반박한다. 동물원은 자유를 박탈당한 야생동물을 전시해 돈 버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곳이라며, 사실상 이 가운데 80%는 자연에서 사라질 위험이 없는 것 들이라고 말한다. 근친교배된 ‘백호’ 같은 동물은 이제 야생으로 되돌아 갈 수 없다.(사진출처=게티이미지)◇ 총소리를 멈춰라 생계용 식량을 얻기 위해 야생동물을 죽여야 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부유한 나라에서 사냥은 여가 활동일 뿐이다. 여전히 멸종 위기 동물들이 재미로, 합법적으로 사냥당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보호동물에게 총을 쏠 수 없지만 이를 위반해도 징역형·벌금형 같은 유죄판결은 손에 꼽을 정도여서 매년 수천 마리의 동물이 죽은 채로 발견되거나 야생동물 보호센터로 보내진다.통합 보호지역에서도 노루나 사슴, 맷돼지 개체 수 조절을 핑계로 사실상 도살 행위가 허용되고 있다. 매년 사냥꾼들이 죽이는 동물의 80%는 ‘새’인데, 90% 가량이 양식장에서 사육되다가 사냥을 목적으로 풀려난다고 한다. 저자는 “이렇게 풀려난 동물이 야생동물과 접촉하면 잡종 교배로 이어져 자연 개체군을 약화시키고 질병을 확산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베너리 사냥’이라는 것이 있다. 끝없는 추격 끝에 사살된 동물은 사냥개에게 먹이로 주어진다. 사슴은 머리와 뿔을 트로피로 만들어 전시된다. 옛 귀족들처럼 시대 의상을 차려 입은 참가자들에게는 ‘즐거움 지속’만이 유일한 규칙이다. 사냥당하는 동물 수가 많지 않으니 ‘조절’이라는 명분도 말이 안된다. 근처 농가에서는 소음에 고통받거나 인명 살상 피해까지 입는다. ◇ 모두를 위한 안식처를 찾아서지구 생태계의 75%가 인간의 활동으로 파괴되었다. 몇 십 년 안에 100만 종에 가까운 동식물이 사라질 위기다. 야생 지역이 경작지나 도시로 변해, 세계 야생 척추동물의 개체수는 1970년에서 2014년 사이에 60%나 감소했다. 육상 생물의 10~15%가 서식하는  아마존도 위기다. 2000년부터 2018년까지 프랑스 본토 면적이 사라질 만큼 빠른 속도로 삼림벌채가 진행되고 있다.살충제로 인해 지난 30년 동안 유럽에서 곤충 개체수는 75%나 줄었다. 조류 감소의 가장 큰 원인도 살충제다. 경관의 획일화도 서식지 파괴의 한 요인이다.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 울타리와 휴경지 같은 다양한 서식지를 늘리지 않으면 농업 생산량은 줄 수 밖에 없다. 해결책은 농약 사용을 줄이고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재건하고, 특히 육류 소비를 대폭 줄이는 것이다.인간은 자연을 소유물로 생각하고, 공간을 마음대로 사용해도 된다고 여긴다. 경제적 이익이 생태계의 건강보다 먼저라고 보고  모든 환경을 식민지로 삼으면서 생물 다양성의 파괴를 부추긴다. 저자는 “다른 생명체를 위해 약간의 공간을 남겨두는 것으로도 충분히 재앙을 피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과학자들도 지구 표면의 30% 정도는 보호되어야 한다고 말한다.프랑스에서는 국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토지를 대신 매입해 야생동물들을 위한 평화구역으로 바꾸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아스파스(Aspas)’라는 곳이 있다. 덕분에 ’베르코르 야생보호지역‘이 빛을 볼 수 있었다. 이 단체는 프랑스 영토의 10%에서 자유로운 진화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이 비율은 1% 미만이다.2020년 현재 내륙과 해안 수생태계의 16.64%, 연안 및 해양의 7.74%가 보호지역에 속해 있다. 하지만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20만 개가 넘는 보호지역 중 0.1%도 안되는 약 60개 지역만이 ‘그린 리스트’에 포함된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특정 지역 보호는 보호받지 않는 인접 지역에까지 긍정적인 확산 효과를 준다”고 말한다. 자치단체와 지방의회 행정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적어도 해로운 개발계획을 막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한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4-01-06 07:00 조진래 기자

[‘쁘띠’리뷰+나무 한 그루]‘희망’을 내포한 나무를 닮은, 2024년의 ‘사랑스러운’ 고고 신구와 디디 박근형의 ‘고도를 기다리며’

“나무 빼고 다 죽었네.”디디(블라디미르, 박근형)는 침묵 끝에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고고(에스트라공, 신구)·디디의 그림자와 나무가 꽤 오래 정지된 채 서 있다 극은 막을 내린다. 그렇게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En attendant Godot, Waiting for Godot 2월 18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의 마지막은 그 여운이 유난히 길다.처음 ‘고도를 기다리며’를 본 건 대학에 입학한 스무살 무렵이었다. 그 정체도 알 수 없고 약속도 지키지 않는 고도라는 존재를 마냥 기다리기만 하는 허름한 두 노인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노인들에 대한 반항심이 불거졌고 럭키(박정자)를 핍박하는 포조(김학철)에 분기탱천한 기억 뿐이었다.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고고 역의 신구(왼쪽)와 디디 박근형(사진제공=파크컴퍼니)아일랜드 출신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의 대표작으로 패트릭 스튜어트, 이안 맥켈런(Ian McKellen), 로빈 윌리엄스(Robin Williams), 스티브 마틴(Steve Martin) 등 유명 배우들이 거쳐간 ‘고도를 기다리며’의 내용은 변한 것이 없다.산울림극장에서 임영웅 연출, 그의 아내인 오증자 번역가 역본으로 1969년 초연을 올린 후 이 프로덕션만도 1500회 이상 공연돼 22만여 관객을 만났고 다양한 극단에서 수많은 연출과 배우들이 무대에 올렸던 그 극임에는 틀림없다. 물론 출연 배우들이나 연출, 극단 등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지만 앙상한 나무 한 그루가 서있는 무대가 대부분이었다. 인간의 육체적, 탐욕적인 면을 상징하는 비관적인 고고와 지적이고 철학적이며 고도가 올 거라 믿는 낙천주의자 디디가 국도 옆 앙상한 나무 아래서 올 듯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는 이야기에도 변함이 없다.두 사람이 고도를 기다리는 여정에 권위적이고 멋 부리기 좋아하는 포조와 그의 짐꾼이자 노예 럭키, 고도의 심부름꾼 소년(김리안)이 함께 하는 것도 같다.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고고 역의 신구(왼쪽)와 디디 박근형(사진제공=파크컴퍼니)그렇게 극 자체는 변함이 없고 그저 세월이 흘렀을 뿐인데 ‘고도를 기다리며’는 완전히 다른 극으로 다가온다. 그 흐른 세월만큼 내면에 쌓인, 보는 이들이 가진 삶의 궤적과 신구·박근형 그리고 박정자, 김학철이라는 배우들이 가진 묵직함이 내는 시너지일지도 모른다.특히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기의 달인 경지에 다다른, 사실은 그 경지를 넘어 ‘사랑스러운’ 지경에 이른 고고 신구와 디디 박근형은 존재 그 자체로 ‘고도를 기다리며’의 완성처럼 보이기도 한다. 배우가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고고와 디디 그 자체가 아닐까 싶을 정도의 연기와 더불어 꽤 오래 정지화면처럼 나무 곁에 선 두 사람의 마지막은 이 극의 정수다. 오경택 연출은 '고도를 기다리며'의 나무에 대해 '희망'을 표현하고 있다고 밝혔다.(사진=허미선 기자)이 나무에 대해 오경택 연출은 “2막의 나무는 1막과 달리 약간의 잎이 피어나 있다”며 “이 잎들은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희망을 표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나무 옆에 고고와 디디 두 인물이 함께 서있는 것 또한 오지 않을 수 있는 희망을 함께 기다린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삶의 모습이라 생각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1-05 18: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구분을 넘어 함께! 8번째 효성 컬처 시리즈 ‘오은영의 토크콘서트 동행’

효성 컬처시리즈8 오은영의 토크콘서트 ‘동행’ 오픈리허설 현장(사진제공=인아츠프로덕션)“저희 효성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가는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렇게 어우러지는 사회가 만들어지면 세상이 더 아름답고 깨끗하지 않을까 하는 게 저희의 취지이자 바람입니다.”2010년부터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의 티칭클래스로 시작해 8번째 시즌을 맞은 ‘효성 컬처 시리즈’에 대해 최형식 효성 커뮤니케이션실 상무는 “함께 가는 세상”을 언급했다.요요마와 더불어 이번 시즌에는 대한민국의 멘탈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오은영 박사 그리고 장애인·비장애인 연주자들이 한데 어우러져 연주활동을 하고 있는 가온 솔로이스츠와 함께 하는 오은영의 토크콘서트 ‘동행’(2월 3일 마포아트센터 아트맥홀, 이하 동행)을 준비 중이다.최 상무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굉장히 기여하지 않을까라는 게 제일 큰 기대치”라며 “더불어 (지금까지 컬처 시리즈를 함께 하고 있는) 요요마라는 대단한 첼리스트가 발달 장애인 연주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걸 보면서 우리가 굉장히 좋은 걸 하고 있구나 생각했다”고 설명했다.효성 컬처시리즈8 오은영의 토크콘서트 ‘동행’ 오픈리허설 현장의 오은영 박사(사진제공=인아츠프로덕션)“굉장히 짧은 순간이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당사자로서는 굉장히 영원히 남을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오은영 박사님도 똑같습니다. TV에서 볼 수 있고 책, 칼럼 등 다양한 활동을 하시는 분이 사회에 가져다주는 의미가 내재돼 있죠. 더불어 가온 솔로이스츠의 이념, 저희 효성이 추구하는 기업이념까지 삼박자가 맞아서 동행을 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서울 서초구 효성 반포빌딩에서 4일 진행된 오픈리허설 중 연주된 이흥렬의 ‘섬집아기’와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의 ‘시네마 파라디소’(Cinema Paradiso)에 대해 오은영은 “가슴이 뭉클했다. 그리고 너무 따뜻했다”고 소감을 밝혔다.“음악은 듣는 분들도 감동 받고 행복해야 합니다. 그래서 장애인 연주가분들도 열심히 연습해서 잘 하셔야 합니다. 그냥 장애인 연주가분들이니까 한번 가서 보자로 끝나서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그러나 장애인 연주가 분들의 이러한 연주 활동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술 특히, 음악은 조화입니다. 다른 분의 연주를 잘 들어야 그 조화를 이루면서 같이 화음을 맞춰갈 수가 있죠.”이어 오은영은 “그런데 발달 장애인들은 사회적인 소통과 상호작용에 좀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어쩌면 이 부분이 가장 이분들한테는 난공불락일 것”이라며 “이 어려움을 딛고 연습을 통해 화음을 맞춘다는 것 자체가 저는 굉장히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방금 ‘섬집아기’를 연주할 때 (장)윤권(바이올리니스트)이와 (백)승희(비올리스트)가 서로를 잘 보고 상대 연주를 잘 들으면서 조화를 이뤄가는 것처럼 우리 삶도 또한 그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더불어 “발달장애인이 아니어도 우리 모두의 삶 또한 조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한 개인이 자기 안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도 조화를 이루어야 안정되고 행복하게 잘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을 보탰다. 효성 컬처시리즈8 오은영의 토크콘서트 ‘동행’ 오픈리허설에서 '섬집아기'를 연주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장윤권(왼쪽)과 비올리스트 백승희(사진제공=인아츠프로덕션)“또 나와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을 조화롭게 잘 꾸려가야 갈등을 좀 줄이고 서로를 이해하면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남과 여도, 세대와 세대도 조화를 이루어야 갈등을 좀 줄여나갈 수 있는데 어쩌면 이런 음악회가 발달 장애인과 그 가족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던지는 화두가 있다고 봅니다.”이렇게 ‘동행’의 의미를 짚은 오은영은 “또 다른 의미는 희망”이라며 “우리 삶이 예전보다 경제적으로 훨씬 편안해지고 또 기술이 발달되며 편리해졌다. 그렇지만 인간의 삶에서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고 밝혔다.“아주 작은 변화를 했을 때, 조금 더 힘을 합했을 때 우리 삶이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 보다는 내일이 조금 더 희망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피아니스트이기도 한 강자연 가온 솔로이스츠 대표 역시 “저희가 연주를 끝내고 나면 누가 장애인이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며 “그 질문이 저희가 보여드리고 싶은 메시지”라고 털어놓았다.“음악 안에서는 굳이 장애인, 비장애인을 구분하지 않아도 하나가 되는 것을 저희는 경험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주회가 그런 메시지를 보여드리기를 바라고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는 무대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효성 컬처시리즈8 오은영의 토크콘서트 ‘동행’ 오픈리허설 중인 가온 솔로이스츠(사진제공=인아츠프로덕션)‘섬집아기’를 연주한 바이올리니스트 장윤권은 “가온 솔로이스츠 활동으로 단원들과 같이 연주하는 게 즐겁다”며 “여러 선생님들을 만났는데 모두 친절하게 잘 가르쳐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무대에 설 때 관객들이 박수를 많이 쳐주면 기분이 좋은데 연주를 위해 열심히 연습해야 될 것 같다”고 각오를 덧붙이기도 했다. 이들과 함께 연주한 김아영 첼리스트는 “가온 솔로이스츠에서 발달 장애를 가진 재영이라는 친구에게 첼로를 가끔 지도하기도 한다. 이해가 쉽지 않고 손가락 하나하나 직업 짚어주며 가르치는데 불가능해 보였던 걸 다음 연습에 만들어오는 걸 보면서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높은 수준의 공연을 만들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오은영은 “제일 중요한 건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이 아니라 조화 그리고 인간은 협동과 협조를 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라며 “당사자처럼은 못 느껴도 관심을 가지고 우리가 그냥 같이 살아가야 한다는 인식은 놓으면 안 되는 것 같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그런 의미에서 음악을 통해 매일매일 삶의 목표가 있고 그것을 열심히 해 나가며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조화를 이뤄 연주하거나 장애가 있는 용권이와 승희가 함께 화음을 맞추는 것이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효성 컬처시리즈8 오은영의 토크콘서트 ‘동행’ 오픈리허설에서 연주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장윤권(사진제공=인아츠프로덕션)이번 토크콘서트에서는 오픈리허설에서 연주한 ‘섬집아기’ ‘시네마 파라디소’를 비롯해 아스트로 피아졸라(Astor Piazzolla)의 ‘리베르탱고’(Libertango), 영화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 OST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 찰리 채플린(Charles Chaplin)이 지아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오페라 ‘토스카’(Tosca)에서 영감받아 작곡해 영화 ‘모던 타임즈’(Modern Times)에 삽입한 ‘스마일’(Smile) 그리고 이적·김동률의 프로젝트 그룹 카니발의 ‘거위의 꿈’이 연주된다.“많은 분들이 왜 이렇게 방송을 열심히 하는지를 물어보세요. 방송을 비롯해 책, 칼럼, 토크 콘서트 등은 형태는 다르지만 본질은 같아요. 개인적으로 옳다고 생각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힘을 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잊으면 안 되는 것들 그리고 아무리 사는 게 힘들어도 외면하면 안 되는 것들, 기억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화두를 늘 던지려고 노력합니다.”그리곤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그리고 조금 더 귀담아서 들어줘야 하는 이웃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계속 만들어나갈 예정”이라며 “장애인이나 그 가족이 될 수도 있고 사회적으로 취약한 누군가일 수도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직접 육성으로 소통할 수 있는 콘서트 현장에서 주는 에너지와 힘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혼자인 것 같지만 조금만 뒤로 물러서 보면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가실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마련을 하려고 합니다.”이번 토크콘서트 ‘동행’에서는 “사연을 받아 그들과 재밌게 소통하는 시간드을 마련할 것”이라며 “위로를 필요로 하시는 분이나 주고 싶은 분들, 용기가 필요하신 분들 등의 이야기를 통해 좀더 따뜻하게 시간을 즐기실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전하기도 했다.“거기에 아름다운 음악도 있습니다. 굳이 장애인이나 그 가족이 아니라도, 열심히 살아가는 어떤 분이든 오셔서 따뜻한 온기를 받으시고 삶이 조금이라도 의미있다고 느끼는 하루가 되실 수 있도록 구성할 생각입니다. 정말 재미있으실 거예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1-05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추성훈을 아빠, 진구를 엄마로 부를 수 있는 유일한 배정남!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추성훈은 “‘아저씨끼리 이렇게 여행 가면 좋겠다’ 하는 그림이 많이 나왔다. 시청자 분들도 ‘우리도 가볼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MBN)“진구는 엄마, 추성훈은 아빠”배우 배정남이 MBN 새 예능 프로그램 ‘더 와일드(THE WILD)’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3일 오전 서울 상암 스탠포드호텔코리아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는 김영도 PD, 파이터 추성훈, 배우 선후배인 배정남이 참석했다.세 명의 ‘와일더’들이 대자연이 살아 숨 쉬는 캐나다 국립공원을 직접 계획하여 탐험하는 이 프로그램은 캐나다 국립공원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경관과 액티비티를 직접 찾아내 소개할 예정이다. 세 사람은 국립공원마다 한 명씩 가이드로 변신해 완벽한 동선으로 정해진 시간 안에 멤버들과 함께 탐험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이들은 캐나다 국립공원 속 거대한 자연의 숨결과 야생의 생생함, 액티비티의 짜릿함을 느끼면서 절친 케미를 뿜어낼 예정이다.이날 김영도 PD는 “광활하고 장엄한 국립공원을 출연자들이 직접 계획하고 탐험하는 순도 100% 여행 예능이다. 국가가 법으로 지정하는 국립공원인 밴프, 요호, 재스퍼 세 곳을 캠핑카로 종단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담았다”고 프로그램 의도를 밝혔다.진구 추성훈 배정남이 출연하는 ‘더 와일드’의 공식 포스터.(사진제공=MBN)세 명 모두 남다른 수컷 케미스트리를 여러 작품과 예능에서 뽐낸 바. 이날 진구는 누가 가장 상남자에 가까웠냐는 질문에 “그때그때 상남자의 모습이 다르게 나왔다. 추성훈 형님은 가장 부지런히 요리를 해주시던지, 옷을 챙겨주신다든지, 그런 모습이 더 남자답고 강해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진구는 “1초도 쉼없이 촬영하는 과로 예능이었다. 조금만 휴식이 있었더라면 더 ‘와일드’ 했었을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극중 둘째형 노릇을 똑똑히 한 진구는 철두철미하고 꼼꼼함으로 맏형과 막내를 함께 아우르는 매력을 선보였다는 후문이다. 늘 솔직하고 꾸밈없는 성격의 배정남은 잔망미 넘치는 막내의 면모를 발산한다.앞서 밝힌 공식 포스터에는 추성훈, 진구, 배정남이 밴프 국립공원에 있는 세계 10대 절경의 호수, 레이크 루이스를 한없이 바라보고 서 있는 모습으로 시선을 자극한다. 이에 제작진은 “야생을 몸소 겪으며 대자연 앞에 우뚝 선 모습이 감동 포인트”라면서 “깊어진 우정으로 선사하는 힐링과 웃음의 탐험기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04 18:51 이희승 기자

[B그라운드] 나영석PD가 'pick'한 세븐틴, 이탈리아로 떠났다!

3일 서울 강남구 엘리에나 호텔에서 열린 ‘나나투어 위드 세븐틴’ 제작발표회에서 나영석 PD와 보이그룹 세븐틴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tvN)“10명 이상은 쉽지 않다”고 후배 PD들에게 경고했지만 난 놈은 난 놈이다. 국민예능 ‘1박 2일’을 만든 나영석 PD가 데뷔 9년차 세븐틴을 데리고 이탈리아로 떠났다. 가이드로 재취업한 여행 예능 20년 차 베테랑 나영석 PD와 세븐틴이 뭉친 ‘나나투어’는 과거 ‘채널 십오야’출연 당시 뽑은 ‘꽃보다 청춘’ 소원권을 획득한 것을 계기로 기획됐다.3일 서울 엘리에나호텔에서 tvN 새 예능프로그램 ‘나나투어 with 세븐틴’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나영석 PD, 세븐틴(에스쿱스, 조슈아, 준, 호시, 원우, 우지, 디에잇, 민규, 도겸, 승관, 버논, 디노)이 참석했다. 발목 수술로 인해 활동 중단 중인 정한은 불참했다.나영석 PD는 “사실 편집하면 아무도 모르는 것이었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12명의 멤버를 속여서 단체여행을 한다는 게 쉽지는 않더라”며 말문을 열었다.“한 마디로 하면 ‘그냥 착한 애들’이다. 세븐틴의 이런 매력이 저를 움직이고 울리더라고요. 나만 여행하면서 몰랐던 매력들을 알게 됐는데 대중도 시청자도 같이 알았으면 합니다. 한명 한명 하다보면 애정이 생기고 분량이 늘어납니다. 그래서 신효정 PD가 무척 고생하고 있어요.”이날 세븐틴 멤버들은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 시즌제로 간다고 하더라도 저희가 계속하고 싶다”는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사진제공=tvN)여행을 즐기는 아이돌로 유명하지만 여권을 잃어버리고 비밀 유지를 위해 콘서트 직후 끝난 호텔로 몰려온(?) 제작진을 맞이하는등 세븐틴의 무장해제 매력은 이탈리아 풍광과 함께 기대 포인트로 꼽힌다. ‘나나투어’의 시그니처인 네버엔딩 게임 대잔치와 낮에는 이탈리아 관광으로 하루를 알차게 보낸 멤버들의 매력도 가득 차 있다. 공개된 예고 영상에는 나 PD가 가이드용 깃발을 들고 세븐틴 멤버들을 인솔하고 관광지에 얽힌 역사적인 배경을 설명하는 모습이 담겼다.나 PD는 이날 “ 예능을 통해 K-팝 가수들을 대중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단순히 팬들만 보게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은 없다. TV판도 있고 위버스 완전판도 있다”며 세븐틴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나나투어’는 오는 5일부터 매주 금요일 8시 40분 방송된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04 18:29 이희승 기자

[비바100] 인생의 길이 안 보인다면, 이 영화! '행복의 속도'

일본의 봇카는 자부심이 대단한 직업군이다. 영화 ‘행복의 속도’는 지금은 거의 남아있지 않은 봇카인 아가라시 히로아키, 이시타카 노리히토, 타다 쇼헤이의 삶을 천천히 따라간다.(사진제공=(주)영화사진진)만약 행복에 속도를 잰다면 결코 ‘빠름’은 아닐 것이다. 아니, 어울리지 않는다. 지난 2021년 다큐멘터리 영화 ‘행복의 속도’는 바로 그 물음에 114분이란 시간 동안 답한다. 두 시간이 채 안되는 러닝타임 속 주인공은 일본의 오제 국립공원에서 일하는 봇카들이다.해발 1600m에 위치한 고산습원으로 면적이 약 3만 7200ha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의 자연습지로 다양한 생태계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다. 다양한 희귀 식물을 간직한 자연 박물관으로 불리며 공원의 대부분이 특별보호구역 및 특별천연기념물로 선정된 학술적 의의가 뛰어난 생태 공원이다.지난 2021년 11월 정식 개봉한 영화의 포스터. (사진제공=(주)영화사진진)한때 수많은 젊은이들이 몰렸던 봇카는 여러 산장으로 짐을 나르는 등짐 배달부를 일컫는 말이다. 일본에서도 오제국립공원에만 있는 직업군으로 매일 50~100kg 짐을 지게에 지고 산장을 오간다. 지금은 일주일에 한번 헬기를 띄워 무거운 짐을 옮기지만 여전히 차가 진입할 수 없는 길목에 위치한 산장들이 반기는 건 봇카들이다.주인공 이가라시는 20년차 봇카로 식재료와 생필품 그리고 산장에서 개인적으로 부탁한 택배나 편지들을 지게 사이에 넣고 ‘걸어서’ 옮긴다. 등짐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이들은 자동차와 철도의 발달, 인건비의 급등으로 사양길로 접어든 직종이면서 고작 6명만 남은 전문직종이기도 하다.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 사이에서 사람의 키 두 세배에 달하는 지게를 진 봇카의 모습은 늘 눈에 띈다. 천혜의 자연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지키려는 국립공원답게 오제를 가는 길은 조촐하기 그지없다. 그 중 광활한 습지를 지나는 방법은 일방통행으로 겨우 몸만 지날 수 있는 목판으로 된 외길을 걷는 것 뿐이다. 조금만 삐끗해도 습지에 빠지고 그 곳을 지나면 다시 가파른 산세가 이어진다. 산장은 등산객들이 유일하게 쉴 수 있는 곳이자 봇카들의 돈줄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희생과 균형 그리고 인간애가 가득하다. ‘행복의 속도’를 보면 봇카들의 일상은 꽤 단순하다. 아침에 각자 가야 할 곳의 산장 리스트를 받고 짐을 추린다. 우선적으로 배달해야 할 물품을 구분하고 쓰러지지 않게 쌓는 것은 각자의 노하우에 달렸다. 정오가 되기 전에 약속한 산장에 가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다. 도착한 곳에서 대접받은 한끼 밥상은 도시와는 달리 소박하지만 늘 푸짐하기 그지없다. 그 그릇을 깨끗하게 비우고 돌아서는 것이 봇카의 퇴근이다.지역적 특성상 겨울이 긴 이 곳의 봇카들은 늘 서브잡을 뛰어야 생활이 가능하다. (사진제공=(주)영화사진진)영화는 이가라시의 일상을 촘촘하게 따라간다. 사실 젊었을 때 그는 밴드를 결성해 활동했다. 지금의 정적이고 단순한 삶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지만 봇카를 통해 그는 자연이 주는 힐링과 욕심을 내려놓는 법을 배웠다. 봇카는 정규직이지만 사실상 겨울에는 실업자에 가깝다. 눈이 내리면 위험하기도 하고 국립공원의 자연재생을 위해 자체적으로 문을 닫기 때문. 그렇기에 그들은 겨울이 시작되면 또 다른 직업을 구해야 한다.또 다른 주인공 이시타카는 정규직이면서 또다른 비정규직을 계절마다 구해야 하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타파해 보려한다. 사라지고 있는 직업에 안주하지 않고 청년봇카대를 결성해 도시에 나가 영업을 한다.극 중 이가라시의 아내 역시 몇 안되는 여성 봇카로 활동했다. (사진제공=(주)영화사진진)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단순히 산장업무가 아닌 사람이 직접 옮겨야 하는 수많은 물건들을 찾아나선다. 헬기가 뜨지 못하는 곳이나 높은 빌딩의 물건 나르기 같은 틈새시장을 공략하자는 것. 지역 방송국의 무거운 배터리를 옮기거나 같은 마음을 가진 산악회를 접촉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연출을 맡은 박혁지 감독은 2016년 7월 방영된 EBS ‘길 위의 인생’을 찍으며 봇카라는 직업을 알게 됐고 아예 작정하고 두 인물을 대립시켰다. 부상을 당하면 아예 일을 할 수 없는 두 가장의 대립된 일상을 통해 ‘같은 일을 하는 다른 인간’의 시각을 관객에게 선보인다. 재미있는 건 이가라시의 엄마는 “네가 행복한 일을 하면 됐다”며 손자들과 즐겁게 노는 반면 이시타카의 아빠는 “월급은 제대로 나오는거냐?”고 걱정한다는 사실이다.둘 다 이 직업에 대한 만족도와 자긍심은 남다르지만 한 사람은 묵묵히, 한 사람은 적극적으로 일을 확장시킨다는 점이 흥미롭다. 천천히 가도 된다는 베테랑 이가라시와 봇카를 널리 알고싶은 이시타카는 지금도 여전히 오제의 나무 길을 앞서거니 뒷서거니 오가며 변치않는 우정을 과시하고 있다.이가라시가 오제로 가는 과정을 즐긴다면 이시타카는 오제에서의 결과물인 짐배달의 완벽성에 집중한다.두 사람의 유일한 공통점은 오제의 자연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점이다. (사진제공=(주)영화사진진)각자 다른 방향과 속도로 나아가는 주인공들의 삶은 오제의 사계절을 배경으로 하며 힐링 그 자체다.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장 일본행 항공권을 끊고 싶을 정도로 오제만이 가지진 풍경은 독특하다. 지리산 속 같다가도 갑자기 순천만의 풍경이 연상되지만 확실히 일본만의 정갈한 매력이 화면 가득하다. 무엇보다 “빠르지 않아도 괜찮다”는 이들의 깊은 울림은 인생의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는 위로로 다가올 게 분명하다.남들이 걷지 않는 길을 가지만 각자의 행복을 찾아 나서는 두 사람의 모습은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직전 4K로 촬영됐다. 지난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와 제18회 EBS국제다큐영화제 공식 초청된 후 화제작으로 떠올랐으며 현재 웨이브에서 단독으로 만날 수 있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03 18:30 이희승 기자

[비바100]청룡의 상서로움과 활기를 불어넣는 각양각색 '신년음악회'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사진제공=메가박스)청룡의 해를 맞이하며 다양한 예술단체들이 다양한 고전음악으로 ‘신년음악회’를 꾸린다. 빈 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빈필)의 바이올리니스트 슈켈첸 돌리(Shkelzen Doli)가 2013년 창단한 필하모닉 앙상블이 내한해 ‘신년음악회’(1월 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필하모닉 앙상블은 1941년부터 매년 1월 1일 오전 11시 즈음 오스트리아의 빈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신년을 맞이하는 ‘신년음악회’(New Year’s Concert)를 개최해 90여개국에 실시간 혹은 실황중계되는 빈필의 현역단원 13명(현악 5명, 목관 4명, 금관 3명, 타악기 1명)으로 구성된 실내악 연주단체다.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현직 단원 13명으로 구성된 필하모닉 앙상블의 ‘신년음악회’(사진제공=두미르)비엔나 특유의 정통 구조와 주법, 옛 악기 고유의 풍성한 사운드로 무장한 이들의 내한은 2019년, 2020년에 이어 세 번째로 1월 1일 메가박스에서 생중계된 빈필 ‘신년음악회’를 마치자마자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 공연의 주관·주최사인 두미르에 따르면 “현지 공연 직후 오스트리아 외 나라 공연은 이례적인 사례”다.이번 신년음악회에서 필하모닉 앙상블은 새해를 맞이하는 공연의 대표 레퍼토리인 요한 스트라우스 2세(Johann Baptist Strauss II)의 왈츠, 폴카 등 흥을 돋우는 프로그램을 선사한다.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Die Fledermaus)를 비롯해 ‘레몬 꽃이 피는 곳’(Wo Die Citronen Bluh‘n Op.364), ‘여성 찬미’(Lob Der Frauen Op.315), ‘트리치 트라치 폴카’(Tritsch Tratsch Polka), ‘남국의 장미’(Rosen aus dem Suden Op.388), ‘크라펜의 숲속에서’(Im Krapfenwaldl Op.336), ‘천둥과 번개 폴카’(Unter Donner und Blitz polka Op.324), ‘봄의 소리’(Fruhlingsstimmen Op.410), ‘빈 기질’(Wiener Blut Waltz Op.354), ‘예술가의 생애’(Kunstlerleben Op. 316), ‘사냥터로’(Auf der Jagd Op.373)를 연주한다.더불어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의 ‘헝가리 무곡 5번’(Ungarischer Tanz Nr.5), 레오 들리브(Leo Delibes)의 ‘피치카토 폴카, 발레 실비아 피치카티에 의한 무곡적 변주’(Pizzicato Polca, Variation dansee ‘Pizzicati’ from Sylvia)도 만날 수 있다.앙코르로는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An der Schonen Blauen Donau Op.314)과 그의 아버지인 요한 스트라우스 1세의 대표곡 ‘라데츠키 행진곡’(Radetzky Marsch Op.228)을 선보일 예정이다.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은 전세계 유명 악단 및 극장의 포디움에 오르고 있는 마에스트라 성시연, 2022년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자 양인모와 ‘신년음악회’(1월 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를 개최한다.서울시립교향악단 ‘신년음악회’를 함께 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왼쪽)와 마에스트라 성시연(사진제공=서울시향)성시연이 이끄는 서울시향의 ‘신년음악회’는 웅장한 관현악곡인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의 ‘이탈리아 기상곡’(Italian Capriccio Op. 45)으로 시작해 안토닌 드보르자크(Antonin Dvorak) ‘교향곡 제8번’(Symphony No.8 G major Op.88)으로 마무리된다.양인모와 협연하는 집시풍 선율, 화려한 바이올린 기교가 돋보이는 파블로 사라사테(Pablo de Sarasate)의 대표작 ‘치고이너바이젠’(Zigeunerweisen), 집시들의 강렬한 현악선율과 열정에 프랑스 특유의 감수성이 더해진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의 ‘치간느’(Tzigane)로는 희망차고 활기찬 기운을 불어넣을 예정이다.경기아트센터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경기필) 신임 예술감독·상임지휘자인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 김선욱의 취임을 기념하는 ‘신년음악회’(1월 12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를 개최한다.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 김선욱 예술감독이 이끄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신년음악회를 꾸린다(사진제공=경기아트센터)김선욱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한 피아니스트로 2006년 리즈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이자 첫 아시아 우승자로 베를린 필하모닉, 런던 심포니, 로열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닉,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등 유수의 글로벌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협연자로 초청받는 피아니스트다.영국 왕립음악원에서 지휘 석사과정을 마친 김선욱은 2019년 영국 왕립음악원 회원(FRAM)으로 이름을 올렸으며 2021년에는 KBS교향악단 포디움에 올라 지휘자로 데뷔했다. 2024년 ‘신년음악회’의 협연자는 관록의 거장 피아니스트이자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백건우다. 김선욱이 이끄는 경기필은 이번 무대에서 백건우와 알렉산드르 스크랴빈(Alexandr Nikolayevich Skryabin)의 ‘피아노 협주곡’(Piano Concerto in f sharp minor, Op.20)을 협연한다. 더불어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 서곡(Overture)과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Symphony No. 1 C Minor, Op. 68)을 선사할 예정이다.‘2024 비엔나 스타일’ 신년음악회의 소프라노 박소영(왼쪽)과 테너 김민석(사진제공=아트앤아티스트)빈필의 ‘신년음악회’를 한국적 스타일로 재해석한 ‘2024 신년음악회 | 비엔나 스타일’(2024 New Year’s Concert In Vienna Style 1월 12일 롯데콘서트홀, 이하 비엔나 스타일)도 열린다. 비엔나 왈츠, 오페레타 아리아, 듀엣 곡 등으로 구성한 ‘비엔나 스타일’에서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밤의 여왕으로 데뷔한 소프라노 박소영, 테너 김민석 그리고 김광현이 지휘하는 코리아쿱오케스트라가 호흡을 맞춘다.‘비엔나 스타일’에서는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 서곡과 ‘웃음의 아리아’(박소영), 그리고 ‘피치카토 폴카’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봄의 소리’(박소영)를 들을 수 있다.소프라노 박소영은 ‘박쥐’ 중 ‘웃음의 아리아’와 ‘봄의 소리’를 비롯해 가곡 ‘꽃구름 속에’, 자코모 푸니치(Giacomo Puccini) 오페라 ‘쟌니 스키키’(Gianni Schicchi) 중 아버지에게 결혼을 허락해줄 것을 애원하는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O Mio Babbino Caro), 프란츠 레하르(Franz Lehar)의 오페레타 ‘즐거운 미망인’(Die lustige Witwe) 중 ‘빌리야 송’(Lippen Schweigen)을 선사한다.  더불어 김민석이 부르는 레하르의 오페레타 ‘미소의 나라’(Das Land des Lachelns) 중 ‘그대는 나의 모든 것’(Dein ist mein ganzes herz),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 중 ‘그녀 없이는 내 마음에도 행복 없네’(Lunge de lei per me), 아구스틴 라라(Agustin Lara)의 ‘그라나다’(Granada), 루체로 레온카발로(Ruggero Leoncavallo)의 ‘마티나타’(Mattinata, 아침의 노래) 그리고 가곡 ‘강 건너 봄이 오듯’을 들을 수 있다. 국립오페라단 ‘신년음악회: 큰 울림 기쁜 소리’ 포스터(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라 트라비아타’ 중 ‘언제나 자유롭게’(Sempre Libera), ‘즐거운 미망인’ 중 ‘입술은 침묵하고’(Lippen Schweigen)에서는 두 성악가가 호흡을 맞춘 하모니를 선사한다.국립오페라단은 ‘신년음악회: 큰 울림 기쁜 소리’(1월 5, 6일 국립극장 해오름)를 통해 2024년 정기공연 하이라이트와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들로 꾸리는 무대를 선보인다.5일에는 소프라노 김유진·안혜수, 메조소프라노 김세린·신성희, 테너 강도호·구태환·이요섭, 바리톤 나의석·박은원·이천초, 베이스 박의현·최공석 등 12명의 솔리스트가 함께 한다.이날 공연은 스트라우스 2세의 ‘박쥐’ 서곡과 ‘존경하는 후작님께’(Mein Herr Marquis), ‘누구에게나 취향은 있지’(Chacun a son gout), ‘난 순진한 시골처녀를 연기하죠’(Spiel Ich die Unschuld vom Lande)로 포문을 연다.이후 레하르 ‘미소의 나라’ 중 ‘그대는 나의 모든 것’과 ‘유쾌한 미망인’ 중 ‘조국이여 그대는 매일같이-난 막심으로 가네’(O Vaterland du machst bei Tag - Da geh ich zu Maxim), ‘빌랴의 노래’ ‘입술은 침묵을 지키고’, ‘여자를 어떻게 다루느냐면’(Wie die Weiber man behandelt?) 그리고 2024년 국립오페라단 정기공연의 맛보기 무대를 선사한다.정기공연 하이라이트 무대에서는 조아키노 로시니(Gioacchino Rossini) 오페라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L’italiana in Algeri) 중 서곡(Overture), ‘아름다운 여인을 그리며’(Languir per una bella)와 ‘가혹한 운명’(Cruda Sorte) ‘아! 저 얼굴, 저 모습!’(Ohi! che muso, che figura!)이 불린다.이어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Erich Wolfgang Korngold) ‘죽음의 도시’(Die tote Stadt) 중 ‘내게 남아 있는 행복’(Gluck, das mir verblieb), ‘나의 갈망이여, 나의 망상이여’(Mein Sehnen, mein Wahnen)와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의 ‘탄호이저’(Tannhauser) 중 ‘그대, 고귀한 전당이여, 당신에게 다시 인사드려요’(Dich, teure Halle, gruß ich wieder), ‘오! 나의 사랑스러운 저녁별이여’(O! du mein holder abendstern), ‘사랑이여, 이리 와서 저 동굴을 보세요!’(Geliebter, komm! Sieh dort die Grotte!)가 불린다.국립정동극장 신년음악회 ‘용(龍)솟음’ 출연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MC 양준모하연주, 포르테나 리더 오스틴킴, 경기민요 소리꾼 윤세연, 뮤지컬 ‘비밀의 화원’에 출연했던 가수 윤형주와 이성준 음악감독(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6일은 푸치니 서거 100주년 기념 콘서트로 소프라노 오희진·한지혜·홍주영, 테너 김효종·정호윤·이범주, 바리톤 양준모 등이 함께 꾸린다. 이들은 푸치니의 ‘레 빌리’(Le Villi), ‘에드가’(Edgar), ‘마농 레스코’(Manon Lescaut), ‘라 보엠’(La Boheme), ‘나비부인’(Madama Butterfly), ‘토스카’(Tosca), ‘서부의 아가씨’(La Fanciulla del West), ‘라 론디네’(La Rondine), ‘일 트리티코’(Il Trittico), ‘투란도트’(Turandot)의 대표 아리아들을 선사한다.국립정동극장은 나라의 평안과 국민의 행복을 기원하는 국태민안 신년음악회 ‘용(龍)솟음’(1월 12일 국립정동극장)을 개최한다. 뮤지컬 배우이자 ‘포미닛’ ‘딜쿠샤’ 등의 프로듀서이기도 한 양준모와 정가 보컬리스트 하윤주의 사회로 JTBC ‘팬텀싱어’ 시즌2 준우승팀 포르테나(오스틴킴·이동규·서영택·김성현) 리더 오스틴킴, 뮤지컬 ‘비밀의 화원’ 음악감독 이성준과 출연자 윤형주, 경기민요 소리꾼 윤세연, 국립정동극장 예술단 등이 다채로운 무대를 꾸린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1-03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2024년 갑진년에 용트림할 배우의 출현!

이름은 낯설어도 “아, 그 배우”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 이상진.(사진=이철준기자)외모만 보면 병약미와 찌질함의 대명사지만 뭔가 깊은 남다름을 지닌 배우 이상진. 지난해 조용한 입소문을 탄 이상진은 영화 ‘30일’에서 무려 1300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주인공이다. 이혼을 앞두고 기억상실증에 걸린 강하늘의 친구 귀동은 극 중 태권도 사범으로 늘 엇갈리는 친구 부부를 다독이며 극의 웃음을 이끈다.지난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택배기사’에서 난민 멍멍 역할로 의리의 아이콘으로 활약했으며 방영 당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에 눌렸지만 엄청난 팬덤으로 시즌 2까지 제작된 ‘신병’시리즈에서 융통성 제로인 소대장 역할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최근에는 1989년 충청남도를 배경으로 한 쿠팡플레이 ‘소년시대’에서 온양 지질이 병태(임시완)의 비밀을 유일하게 아는 부여농고의 정보통 호석 역할을 맡았다. ‘소년시대’는 안 맞고 사는 게 일생일대의 목표인 병태가 하루아침에 싸움짱으로 둔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려낸 10부작으로 ‘무사 백동수’(2011) ‘열혈사제’(2019) 등의 이명우 감독 작품이다. 방영 전 대비 시청량 1900% 이상 상승, 키노라이츠 주간 콘텐츠 랭킹 1위, 쿠팡플레이 4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가장 크게 웃은 작품이기도 하다.이명우 감독은 임시완과 이선빈을 제외한 대부분의 캐릭터를 신인으로 내세운 카드로 ‘소년시대’의 허를 제대로 찔렀다. 비대면 오디션을 포함해 3차까지 진행된 치열한 캐스팅 보드에서 이상진은 끝까지 살아남았다. (사진=이철준기자)“데뷔는 연극으로 했고 전공은 뮤지컬이라 TV로 매체를 옮기고서는 되려 힘든 줄을 모르겠더라고요. 목소리는 늘 칭찬받았는데 춤에 자신이 없어서 늘 주눅들어 있었거든요. ‘신병’의 하이톤 연기도 다들 힘들었겠다고 하는데 첫 연기경험이 무대여서인지 높낮이 조절은 자신있었습니다.”돌이켜보면 데뷔 이후 가장 바쁜 한해였다. 12년 간 늘 자신을 묵묵히 지켜봐주던 부모님을 향한 죄송함도 어느 정도는 씻을 수 있었다고. 그는 “그 중 ‘소년시대’는 아버지 세대가 배경이라 궁금한 걸 많이 여쭤봤다”면서 “캐릭터에 그 부분을 녹여내고 현장에 갔더니 다들 교련복이 유독 찰떡이라고 칭찬했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대본이 워낙 친절해서 1992년생인 저도 그 시대에 그냥 서 있는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나중에는 (임)시완 형이라 서로 더 찌질해 보이려고 배바지를 올리다보니 가슴까지 올라가 있어서 한참을 웃기도 했죠. 제 고등학교 시절이요? 축구에 미쳐 있는 샤이한 관종이라서 반 앞에는 못 나서고 분단에서는 웃기는 걸로 1등은 해봤어요.”학창시절의 꿈은 개그맨이었다. 남들에게 웃음을 주는 게 늘 즐거웠고 학원에 등록하니 일단 연기가 돼야 남들을 제대로 웃길 수 있다는 조언으로 연기공부를 시작했다. “입시연기를 준비하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사람들 앞에서 공연했는데 그때의 짜릿함이 절 이 길로 이끈 것 같다”며 고등학교 2학년때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그는 “‘소년시대’는 내 안에 타고난 충청도 바이브가 크게 작용했다”면서 오디션 당시 나팔바지를 입고 목에 스카프까지 두르고 갔던 망가짐(?)을 당당하게 밝혔다.지난달 24일 첫 공개 이후 전체 시청량 2914% 수직 상승, 한때 쿠팡플레이를 마비시켰던 화제작 ‘소년시대’의 특별 포스터.(사진=쿠팡플레이)“말도 돌려서 하고 느릿한 말투에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화법이 저에게 있거든요. 남양주 출신인데 다들 충청도가 고향인 줄 아는 사람도 여럿 있었고요. 무엇보다 ‘소년시대’에는 절대 선도 없고 절대 악도 없다는 걸 살짝 꼬집어 주는 작품이죠. 인간은 타고난 찌질함이 어느 정도 있는데 그걸 이용하는 인간의 어두운 면도 코믹하게 다루면서요.”극 중 호석이는 늘 맞고만 살았던 전학생 병태에게 동병상련을 느낀다. 좁은 동네에서 인문계와 농고, 공고로 구분된 먹이사슬에서 승자는 공부보다는 늘 주먹이었다. 진짜 아산백호 경태(이시우)로 인해 망가질 때 끝까지 곁을 지키며 나누는 우정, 그리고 코너에 몰린 약자가 마음만 먹는다면 어떻게 응징을 하는지 ‘소년시대’가 주는 감동은 뻔하지만 그래서 더욱 공감한다. 이상진을 비롯해 모든 배우들이 날 것 그대로의 매력으로 화면을 가득 채운다.“저를 포함해 대부분 배우가 신인이었는데 다들 이글거리는 눈빛을 발산하더라고요. 현장분위기가 정말 치열하기도 했지만 정신 똑바로 차려야 살아 남는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죠.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서른에 데뷔한 뒤로 오디션 보는 순간이 정말 재미있고 준비하는 과정이 행복합니다. 떨어져도 결국엔 자양분이 되더라고요. 다른건 몰라도 복기는 잘 하는 편이라서요. 무엇보다 말도 안되는 배역을 따냈을 때의 기쁨이 이 일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랄까요?”그는 “얼굴과 매치되지 않는 목소리를 물려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 얇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면 다소 뻔했을텐데 굵고 멋진 보이스 톤을 갖게 해주셨으니까”라고 평소에는 말하지 못했던 진심을 드러내기도.(사진=이철준기자)이상진에게는 여태까지 맡았던 모든 역할의 분석파일이 있다. 일명 ‘캐릭터 X파일’로 최소 10장에서 많게는 대본이 글씨로 까맣게 찰 정도로 준비한다. 그래서 긴장보다는 ‘빨리 물어봐줘’라는 마인드로 접근했기에 지금의 이 순간에 설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사실 제가 한예종을 4번 보고 다 떨어졌거든요. 어릴 때는 태권도를 비롯해 운동도 곧잘하고 축구를 좋아하니까 손흥민 선수 닮았다는 말에 우쭐하기도 했는데 이제 제 운명은 오롯이 연기예요. 망가지는 건 전혀 상관없어요. 온전히 캐릭터도 봐주신다면 그게 제 행복인 걸요.”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01 18:30 이희승 기자

[‘쁘띠’리뷰+케미스트리] 무대에서 숙성된 배우들의 케미스트리란 이런 것!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사진제공=쇼노트)그야 말로 ‘내적 희열’이 북받친다. 오랜 기간 무대에서 숙련된, 한명 한명이 어떤 극에서는 주인공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이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배우들이 “케미스트리란 이런 것”이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듯하다. 누구 하나만을 위한 스포트라이트는 없다. 그렇게 모두를 위한 이야기이며 또 각각의 이야기다. 12명의 배우들이 신명나는 켈트 음악에 맞춰 발을 구르며 “웰컴 투 더 락”(Welcome To The Rock)을 시작으로 시간이 흘러 다시 모인 이들의 ‘피날레’(Finale)까지 한데 어우러져 표현하는 명장면들의 향연이다.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사진제공=쇼노트)그렇게 그들과 함께 하다 보면 아일랜드 밴드들이 어우러진 왁자지껄 환영식에 흥을 돋우고 럼주 스크리치(Screech) 원샷, 대구와의 뽀뽀 등 갠더 특유의 신고식 일원이 된다. 더불어 전혀 다른 분위기에서 등장하는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와 케이트 윈슬렛(Kate Elizabeth Winslet) 주연의 영화 ‘타이타닉’(Titanic) OST ‘마이 허트 윌 고 온’(My Heart Will Go On)에 실린 사랑과 연대의 의미도 곱씹게 된다. 2001년 9.11 테러 당시 캐나다 갠더(Gander)에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Come From Away, 2024년 2월 18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이야기다. 1인 최대 10개 역할, 총 45개의 캐릭터를 12명이 소화하며 모두가 주인공인 동시에 모두가 앙상블인 작품이다..‘컴 프롬 어웨이’는 9.11 당시 총 인구수가 채 1만명도 안되는, 주민 1000명당 한명의 시장이 존재하는 북미 북동쪽 끝 뉴펀들랜드(Newfoundland)의 ‘바위섬’(The Rock) 갠더에 불시착한 38대의 비행기, 7000여명의 사람들이 그곳 주민들과 보낸 5일간의 이야기다.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사진제공=쇼노트)2011년 9.11 10주년을 맞아 아이린 산코프(Irene Sankoff)와 데이비드 헤인(David Hein)이 갠더 현지인과 그곳에 불시착했던 승객들을 인터뷰해 대본을 쓰고 작사·작곡해 넘버를 꾸려 다음 해 워크숍을 거쳐 2015년 초연됐다. 시애틀, 워싱턴 DC, 토론토 등을 거쳐 2017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한 ‘컴 프롬 어웨이’는 논레플리카(원작과 같지 않은) 라이선스로 한국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폐쇄를 논할 정도로 한산했던 갠더 공항에는 순식간에 ‘정어리처럼’ 비행기들이 늘어서고 존재조차도 몰랐던 북미 동북쪽 끝의 섬에는 세상 모든 문화, 종교, 언어, 사연 등이 모여들어 북적인다.편견 속에서 미국 최초의 여성 기장이 된 비벌리 베스(차지연·신영숙, 이하 관람배우 순), 테러 이후 실종된 소방관 아들의 소식을 절실하게 기다리는 한나(이현진·김아영), 잦은 출장으로 결혼할 시간도 없었던 워커홀릭 닉(이정열·남경주)과 테러 당시 비행기를 타고 있던 아들 걱정에 애 태우는 다이앤(최정원·최현주), 휴가지로 향하던 이름이 같은 동성연인 두 케빈(주민진·지현준과 김찬종·현석준), 늘 긴장과 경계 속에서 살아온 밥(신창주·김승용), 중동 출신의 최고급 호텔 셰프 알리(김찬종·현석준) 등.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사진제공=쇼노트)영문도 모른 채 갠더에 던져진 이들은 시장 클로드(고창석·서현철), 그들을 돕는 데 팔을 걷어붙인 재향 군인회 갠더 지부장 뷸라(장예원·정영주), 갠더 학교의 교사 아네트(차지연·신영숙), 마침 시위 중이던 버스 운전자 노조위원장 가르스(주민진·지현준), 비행기 수하물 칸의 동물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갠더 동물학대방지협회장 보니(김지혜·정영아)와 그의 남편이자 항공관제사 더그(이정열·남경주), 갠더 경찰서의 경찰 오즈(이정수·심재현) 그리고 지역방송국의 신입 리포터 재니스(홍서영·나하나) 등과 함께 하며 끔찍했을 순간들을 희망과 연대의 시간으로 변모시킨다. 그 5일간의 경험으로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함께 하는 삶을 꾸리는가 하면 연인은 이별을 맞는다. 편견을 딛고 ‘프라이드’를 지키며 은퇴를 하는 여성기장이 있고 아들을 잃었지만 또 다른 삶을 사는 어머니도, 글로벌 유수의 매체로부터 스카우트 제안을 받지만 겐더에 남은 신입기자도 있다.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사진제공=쇼노트)이 같은 삶의 변화와 더불어 12명의 배우들이 깊으면서도 쾌활하게,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표현하는 “순간에 충실하라”는 메시지, 사라진 것과 얻는 것들에 대한 숙고, 9.11 참사와 갠더를 기억하고 연대하는 저마다의 방식 그리고 그에 대한 존중 등은 만돌린, 바우런, 휘슬, 피들 등을 활용한 아름다운 켈틱 음악에 실리며 긴 여운을 자아낸다.정영주의 표현처럼 “캐릭터 하나하나 허투루 할 수 없어서” “1인 다역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전쟁처럼” “묘한 긴장감과 야릇한 떨림으로 매일 새로운 공연을 한다는 마음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오크통에서 잘 숙성돼 가치를 인정받는 와인처럼 무대에서 올곧게 숙성된 배우들의 연대와 케미스트리는 ‘컴 프롬 어웨이’이 가진 가치와 메시지 그 자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2-30 15: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현재 인구로는 '강원도' 아니라 '원춘도'가 맞아

옛 사회과 부도를 보는 느낌이다. 이른바 ‘데이터 지리학’을 연구하는 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책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지리·공간 정보 커뮤니케이터들이라고 부른다. 이 책은 21세기에 최적화된 대한민국 대표 지리부도라 해도 모자라지 않아 보인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과연 어떤 곳인지, 모두가 궁금해 하는 정보들을 소상하게 알려준다.지도로 읽는 대한민국 트렌드|장은미, 홍선희 외 3명|바른북스◇ ‘강원도’는 ‘원춘도’, 충청도는 ‘청충도’?1413년 조선 태종은 전국을 8개 도로 나눴다. 동부권 대표지였던 강릉과 원주의 앞 글자를 따 ‘강원도’가 탄생했다. 그런데 원주는 수도권에 가깝고 기업·혁신도시가 들어선 덕분에 인구가 속증한 반면 강릉은 계속 인구가 줄었다. 이제 강원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는 원주와 춘천이다. 강원도를 ‘원춘도’로 불러야 할 판이다.충주와 청주가 만난 ‘충청도’에서도 현재는 청주의 한 구가 충주 전체보다 인구가 많아져 ‘청충도’라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전주와 나주의 ‘전라도’도 이제 순천과 여수가 나주를 추월했다. ‘전순도’나 ‘전여도’라 불러야 할 지경이다.◇ 결혼은 영등포구, 이혼은 울릉군혼인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 영등포구다. 이어 화천군-평택시-하남시 순이다. 혼인율 최저는 순창군과 군위군이다.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3.4세, 여성 31.1세로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서울 남자의 평균 초혼연령은 33.9세, 여자는 31.9세다.2022년 이혼율은 2.0으로 혼인율(1.8)과 별 차이가 없다. 울릉군(3.5)이 가장 높고 이어 옹진군(3.1), 정선군(3.0) 순이다. 이혼율이 가장 낮은 곳은 봉화군(1.1)이다. 혼인율과 이혼율 차가 큰 곳은 영등포구, 과천과 수원, 하남 순이다. 전북 장수군과 임실군, 경북 영덕군은 혼인비율보다 이혼비율이 더 높았다.◇ 출산율 최고 지역은 영광·임실합계출산율 추이. 자료=통계청출산율은 가임기(15~49세) 여성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 출생률은 인구 1000명 당 출생아 수다. 출산율이 최저인 서울은 출생률이 평균보다 높고, 출생률 최저인 전라북도는 출산율이 평균보다 높다. 출산율은 영광군과 임실군이 1.8을 살짝 웃돌며 최고다. 부산 중구와 서울 관악구, 대구 서구는 0.5 미만이다. 출생률 최고지역은 세종시(1.27)다.전라북도와 경상북도는 합계출산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지만 출생률은 그에 못 미친다. 반면 부산과 대구는 서울처럼 두 가지 모두 낮다. 세종은 출산율(1.27)과 출생률(9.26)이 모두 전국 최고다. 하지만 이 역시도 OECD 평균 출산율 1.3명에는 못 미친다.◇ 1인 가구 가장 많은 곳은 관악구시군구 중 2020년 현재 1인 가구 최다 지역은 서울 관악구다. 20대와 30대 1인 가구가 가장 많다. 40대 1인 가구 최다 지역은 화성시와 부천시, 50대 이상은 부천시다. 대전 유성구와 동·서구는 20세 미만 1인 가구가 많다. 서울과 대전, 세종의 1인 가구 중 50%는 30대 이하인 반면 전라남도는 1인 가구 절반이 60대 이상이다. 전북과 경북, 경남, 강원은 60대 이상이 40%를 넘었다.전체 가구 대비 1인 가구 비중이 최고인 곳은 대전(36.3%)이다. 이어 강원도(35.0%), 서울(34.9%), 충북(34.8%), 충남(34.2%) 순이었다. 반대로 과천시는 1인 가구 비율이 가장 낮았다. 가족이 아닌 남남끼리 사는 5인 이하 ‘비 친족가구’는 화성시가 9257가구로 가장 많았다. 울릉군과 옹진군, 인천 중구는 그 비율이 5% 이하다.◇ 대단지 아파트는 남양주 다산동에2022년 말 현재 전국에서 1000세대 이상 대단지 아파트가 가장 많은 남양주시 다산동.2022년 말 현재 전국 1000세대 이상 대단지 아파트는 2414곳이다. 남양주시 다산동에 20곳,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에 18곳,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에 16곳이 있다. 150세대 이하 ‘나홀로 아파트 단지’는 839곳이다. 서울 서초동이 15개 단지로 가장 많고 방배동에 9개, 목동과 자양동, 삼성동에 8곳씩 있다. 오피스텔은 전체의 70.1%가 수도권에 있다. 서울에 29.9%, 경기와 인천에 29.5%, 10.8%가 위치한다. 44%가 도시철도 역 직선 거리 500m 이내에, 78%가 매출액 1000대 기업 본사와 직선거리 3km 이내에 있다. 70% 이상이 1인 가구다. 오피스텔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고양시 일산동구(17.1%), 가구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서울 강서구(2만 8270가구)였다.◇ 수입차·친환경차 메카는?2023년 1월 현재 국내 등록차량은 2546만 6066대, 그 가운데 자가용이 2027만 8381대다. 운전면허가 가능한 만 18세 이상 기준으로 2.17명 당 차 1대 꼴이다. 수입차는 320만 671대로, 전체의 17% 정도다. 수입차 최다 등록 지역은 서울 강남구로 9만 7384대에 이른다.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부산 중구로 1.95명 당 1대 꼴이다.친환경 자동차는 2023년 1월 현재 전체 등록 차량의 6.4% 수준이다. 전기차(23.7%)보다는 하이브리드차(69.3%)가 많다. 비율은 제주도가 10.7% 정도로 가장 높다. 전기차 비율이 가장 높은 상위 세 지역은 제주(10.7%)와 인천(8.5%), 세종(8.3%)이다.◇ 바뀌는 과일 먹거리 주산지기후변화 탓에 감귤의 주산지가 머지 않아 진주나 고흥으로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다.우리나라 최대 곡창지대는 호남평야였다. 쌀 경지면적이 2021년 기준으로 7만 ha가 넘어, 전라북도 전체 논 면적의 57.4%를 차지했고 이 땅의 74%에서 쌀이 생산되었다. 하지만 이제 쌀 생산량은 전라남도-충청남도-전라북도 순이다. 귤은 제주, 사과는 영천, 포도는 김천이라고 했다. 하지만 기온 상승 탓에 국내 6대 과수 작물(사과 배 복숭아 포도 단감 감귤) 주산지가 충북·강원 등으로 북상 중이다. 사과와 복숭아, 포도 재배지역은 주는 반면 감귤과 단감 재배지역은 확대일로다. 이제 제주감귤이 진주·고흥 감귤이 되고, 영천사과가 대관령 사과가 될 판이다.◇ 전라남도 폐교 수 전국 최다학교용지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연세대·이화여대가 있는 서울 서대문구(12%)다. 서울 동대문구(9%)와 부산 영도구(7%)가 다음이다. 300가구 이상 주택에는 적정 학교부지 확보가 의무화한 탓에 서울과 서울 근처 신도시, 지방 광역시에서 비율이 높다.최근 저출산이 심화하면서 관련 규정이 완화되는 추세지만 다른 한편에선 학령 인구 감소로 인해 폐교되는 학교가 늘고 있다. 2022년 3월 기준 전국 폐교 수는 3896개에 달했다. 작은 농촌 학교가 많았던 전남이 839개로 최대다. 이어 경북(735개), 경남(582개), 강원(469개) 순이다.◇ 갈수록 줄어드는 소아과‘소아과 오픈 런’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전국에서 동네 병원은 물론 대학병원에서도 소아과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1000명 당 1세 전 사망자 비율이 ‘영아사망률’이다. 2021년 기준 2.4%로 낮은 편이지만 지역별 차이가 크다. 충북과 전남, 강원, 대구가 높고 충남과 경기, 서울, 세종이 낮다. 전남은 2019년 대비 2021년 영아사망률 증가 1위의 불명예도 안았다. 인구 증가율이 높고 일자리가 많은 지역의 영아사망률이 낮다.‘소아과 오픈 런’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소아과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229개 시군구 중 소아과 전문의가 없는 곳이 문경시 등 34곳에 이른다. 반면 서울 강남구(160명)와 송파구(134명), 경기도 화성시(128명)는 소아과 전문의 ‘톱 3’ 지역이다.◇ 노년의 불청객, 치매와 고독사 2022년 4월 현재 남녀 60세 이상 치매 유병률 최고 지역은 곡성군(11.4%)이다. 이어 보성군(11.3%) 고흥군(11.0%) 순이다. 전국에는 치매안심센터가 본소 256개, 분소 217개 운영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의 ‘치매 오늘은’ 사이트에는 전국 치매환자 유병 현황이 성별·연령별·중증도별로 제공된다.2022년 고독사 실태보고서를 보면, 고독사 발견 장소는 경기도가 1위, 서울이 2위, 부산이 3위다. 최근 5년간 고독사 비중은 매년 1% 내외다. 연평균 증가율은 제주가 38.4%로 가장 높았다. 이어 대전이 23.0%, 강원이 13.2%, 전남이 12.7%를 기록했다.◇ ‘골초 천국’ 강원·충북2021년 시도별로 강원도와 충북이 똑같이 21%의 최고 흡연율을 보였다. 충북은 청소년 흡연율도 7.3%로 가장 높았다. 강원의 청소년 흡연율은 6.1%였다. 흡연율이 가장 낮은 곳은 세종시(15.1%)였다. 전남도 외에는 광역시가 훨씬 낮은 흡연율을 보였다.국내 알코올 중독증 환자는 1만 9000명 안팎이다. 2021년 기준으로 고위험 음주율은 강원도 영월군이 19.6%로 가장 높았고 이어 강원도(14.4%), 인천(12.2%) 순이었다. 세종과 대전은 7.7%, 7.9%로 현저히 낮았다. 서울 강북구와 금천구가 13.3%, 13.2%에 달한 반면 광주광역시는 전혀 술을 안마시는 비율이 31%로 가장 높았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3-12-30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멜로부터 마약수사물까지 다사다난 문화계! 7월 #지금 우리 학교는 부터 12월 #이선균 비보까지!

송중기가 재혼을 발표하고 아이유·이종석의 깜짝 열애 사실이 알려지면서 핑크빛으로 시작한 2023년 문화계는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던 배우 이선균의 비보로 치달았다.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으로 불거진 교권침해 논란, 학교폭력 등 학교괴담과 현미, 서세원, 박서보 등 유명인사들의 별세, SM엔터테인먼트를 두고 벌인 쟁탈전, 소속사와의 분쟁, 잼버리 파행 운영, 펜싱국가대표 출신인 남현희의 재혼상대 전청조의 사기사건, BTS(RM·진·슈가·제이홉·지민·뷔·정국)의 전원 입대, 유아인을 시작으로 이선균과 지드래곤 등 연예계 마약게이트 등까지 그야 말로 다사다난했다.멜로부터 학원물, 거장들의 다큐멘터리, 사기극, 스릴러, 청춘물, 부조리극, 마약수사물 등 그 장르도 다양했던 2023년의 마지막은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배우 이선균의 비극으로 마무리됐다.연합7월 #지금 우리 학교는 7월 18일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2년차 신임교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교권침해 이슈가 여름 태양만큼이나 뜨거웠다. 그 이유가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고 오롯이 혼자 견뎌야만 했던 학부모 악성민원, 그로 인해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과 회의 등으로 알려지면서 교권침해에 대한 하소연과 분노가 들끓었다. 이후 교권침해 폭로가 여름 내내 이어지는 가운데 웹툰 ‘신과함께’ 등의 주호민 작가가 자폐증세가 있는 자신 아들의 담당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협박을 가하거나 언어적·심리적·신체적 폭력과 모욕을 감내하며 공포에 떨어야 하는 경우들이 알려지면서 안하무인의 학부모들, 교사 1명에게 책임을 지우는 학교, 혼자 고통 받고 감내하게 하는 민원대응 시스템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이에 교육부는 8월 23일 학생·교원·학부모가 상호 존중하는 ‘모두의 학교’를 목표로 하는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발표하며 봉합에 나섰다. 9월 21일에는 국회가 교원지위법 등 ‘교권 4법’을 통과시켰지만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 수사가 ‘혐의없음’으로 종결되면서 ‘지금 우리 학교’ 문제들은 여전히 진행형임을 각인시켰다.●‘범죄도시 3’ 2023년 첫 1000만 영화 등극! 대체불가 ‘마블리’ 마동석의 시리즈 영화 ‘범죄도시 3’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침체일로의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새만금 잼버리 파행(연합)8월 #잼버리 유감 8월은 코엑스, 궁, 공연장, 박물관 및 미술관 등 시내 곳곳 어디서나 잼버리 대원들을 맞닥뜨리는 달이었다.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1~12일 새만금에서 진행된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World Scout Jamborre)가 파행을 맞으며 벌어진 현상이었다. 폭염으로 온열질환자들이 대거 발생하는가 하면 모기 등 해충의 습격, 음식·배수·화장실 등 기반시설 문제, 그 가운데서도 정치인들의 방문에 동원된 참가자들, 영내 성범죄 발생 및 부실대응 등이 하루가 멀다 하고 문제들이 불거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풍 카눈의 북상소식이 알려지면서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조기철수를 결정했다. 부실운영에 대한 책임소재를 두고 정치권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대원들은 서울·수도권을 비롯한 8개 도시로 숙소를 옮긴 후 조기 귀국하거나 좀더 한국에 머물며 국가기관, 지역자체단체 등이 마련한 다양한 문화체험에 나섰다. 158개국 4만3000여명이 참여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했지만 잼버리 100년 역사상 최악의 대회라는 불명예로 남았다. ‘무빙’ 포스터(사진제공=디즈니플러스)9월 #무빙+조인성 어쩌면 내 이웃일지도 모를 평범한 히어로들의 이야기 디즈니플러스 ‘무빙’이 신드롬급 인기를 누리며 K콘텐츠의 위상을 높였다. 2억뷰를 기록한 동명 웹툰을 영상화한 시리즈로 원작자인 강풀 작가가 직접 대본집필에 나섰다. 극의 ‘멜로’와 ‘설렘 모먼트’를 책임지는 조인성과 한효주를 비롯해 류승룡, 차태현, 류승범, 김희원, 김성균, 문성근, 박희순 등 쟁쟁한 스타군단과 이정하, 고윤정, 김도훈 등 가능성 넘치는 신예들로 무장했다.이 대단한 한국형 히어로 드라마 론칭으로 국내 디즈니플러스 활성 이용자 수는 46% 증가했으며 첫주 시청시간 1위, 최종화는 공개 시점 대비 3배 이상의 시청시간을 기록했다.‘무빙’ 공개 직후 비행능력을 지닌 안기부 최고의 블랙요원 김두식으로 출연했던 조인성이 SBS 아나운서 출신 박선영과 결혼한다는 소식이 불거졌지만 양측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사람의 결혼설을 비롯해 임영웅 열애설, 신애라·차인표 380조 상속설 등 가짜뉴스들이 난무했다.●학폭에 학폭을 더해 ‘경이로운 소문: 카운터 펀치’ 의혹 여전한 조병규에 김히어라까지 그 시작은 자신만만했다. 2020년 시작해 2021년 종영한 ‘경이로운 소문’은 시청률을 비롯해 화제성까지 그해의 ‘최고’ 콘텐츠였다. 하지만 주인공 소문을 연기한 조병규의 학교폭력 의혹이 불거지면서 비난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그 의혹이 말끔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즌2 ‘카운터 펀치’ 방송을 시작하면서 재기를 노리는 듯했지만 극 종영 후 또다시 빌런 중 하나인 겔리 역의 김히어라가 학폭 가해자로 지목되며 다시 한번 논란으로 들끓었다. ‘더 글로리’에 이은 ‘카운터 펀치’, 뮤지컬 ‘프리다’ 출연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던 김히어라는 출연 예정이던 작품들에서 하차하는 등 광폭행보를 멈춰야 했다.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법원으로 향하는 전청조(연합)10월 #I am 신뢰예요 전청조 그 시작은 핑크빛이었다. 팬싱 국가대표 출신의 남현희가 재혼을 발표하며 그 상대인 전청조라는 인물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15살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의 결혼소식이 전해지면서 전청조가 여자라는 주장 시작으로 ‘재벌3세’라는 신분, 그들의 예체능 관련 교육 사업 및 IT사업 등에 대한 사기 의혹이 불거졌다. 전청조가 혼인을 비롯한 다양한 사기사건에 연루됐는가 하면 남현희에게 한 억소리 나는 선물들이 사기에 의한 편취·횡령 자금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남현희 ‘공범’ 의혹까지 불거졌다. 대부분의 사기행각과 여자라는 사실을 ‘남현희가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전청조와 ‘전혀 몰랐다’는 남현희의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전청조의 피해자는 27여명, 피해액은 30억원을 훌쩍 넘어서며 그의 말버릇인 “I Am 신뢰예요”를 인용한 조롱이 이어지기도 했다. 12월 22일 첫 재판에서 혐의 대부분을 인정한 전청조에 이어 27일에는 16억원 사기 혐의로 5년간 공개수배 중이던 그의 아버지 검거소식까지 전해졌다.마약투약 혐의로 소환됐던 스타들. 왼쪽부터 유아인, 故이선균, 지드래곤(연합)10월 #마약게이트 ‘마약청정국’ 한국은 이제 없다. 올초 프로포폴 상습투여로 수사대상이 됐던 배우 유아인은 마약투약 사실까지 추가로 밝혀져 연예계 마약게이트의 포문을 열었다. 이를 시작으로 4월에는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필로폰이 든 마약 음료 사건이 불거지더니 8월에는 현직 경찰관이 집단마약 파티를 벌이다 투신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그리고 10월에는 배우 이선균과 지드래곤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입건됐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회원제 유흥업소 실장을 주축으로 한 이 마약 수사는 두 사람 모두 여러 차례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으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지드래곤은 보란 듯 3억원을 기부해 마약 퇴치를 위한 재단 ‘저스피스’(JUSPEACE) 설립을 알렸다.11월 #클래식대전 그야말로 치열한 가을이었다.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시작으로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280년 역사를 자랑하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11월을 전후로 세계적인 클래식 오케스트라들이 내한해 공연을 가졌다. 이들은 저마다의 음색과 레퍼토리들 그리고 조성진, 임윤찬, 정명훈, 키릴 페트렌코, 파비오 루이지, 예핌 브론프만, 클라우스 메켈레, 파보 예르비 등 스타 지휘자·연주자와의 협연으로 무장하고 ‘스타워즈’를 방불케 했다.12월 12일 지민과 정국이 육군 현역으로 동반입대하면서 BTS멤버 전원이 국방의 의무에 돌입했다. 사진은 RM과 뷔 입대를 배웅하러 나온 BTS 멤버들(연합)12월 #단연BTS 어느 때부턴가 한해의 끝자락에서 BTS를 빼놓고는 결산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올해의 12월 역시 화제의 중심은 단연 BTS였다. 그룹은 물론 공식활동의 마침표를 찍은 막내 정국을 비롯한 솔로활동까지도 대단했던 BTS 멤버 전원이 군입대했다. 지난해 12월 맏형 진을 필두로 4월 제이홉, 9월 슈가(사회복무요원)가 병역의무를 시작한 데 이어 12월 11일 RM과 뷔, 12일 지민과 정국이 동반입대했다. 멤버 전원 입대에 정규 2집 ‘유 네버 워크 얼론’(You Never Walk Alone) 수록곡 ‘봄날’이 세계 83개국 아이튠즈 ‘톱 송’ 차트 1위를 기록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6년 10개월만에 차트에 재입성한 ‘봄날’을 비롯해 데뷔곡 ‘노 모어 드림’(No More Dream), ‘아웃트로: 티어’(Outro: Tear) 등이 속속 차트 역주행하며 ‘군백기’(군대+공백기)를 무색케하고 있다.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선균의 빈소12월 #이선균 비보 12월 27일 마약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으며 3번이나 포토라인에 섰던 배우 이선균의 비보가 날아들어 충격을 안겼다. 크리스마스 이브 새벽까지 19시간 조사 끝에 귀가한 이선균은 26일 억울함을 호소하며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요청한 다음날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형사사건 공보에 관한 규정’에 어긋나는 공개소환 타당성, 경찰이 언론에 정보를 제공했다는 의혹, ‘수사관이 유흥업소 실장 김모씨의 진술에 기운 듯한 언급을 여러 차례 했다’는 내용의 의견서 제출 등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경찰의 마약수사 방식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급기야 안타까운 극단적 선택을 부른 이번 사태에 대해 이재경 건대교수·변호사는 “마약수사는 투약 증거만큼이나 복용자의 고의성 입증이 중요하다”며 “하지만 이선균 사건의 경우 고의에 대한 수사가 효율적이지 못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정밀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던 점까지 감안한다면 다소 억울하게 마약 연예인으로 낙인이 찍힌 심리적 압박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이어 “결과론적으로 수사의 톤을 공갈에 더 집중하는 방향으로 재조정할 필요가 있었다”며 “마약범죄가 은밀하게 행해짐에 따라 수사기관의 범죄 입증이 그리 쉽지 않다. 이번 이선균 사건을 계기로 향후 유명인에 대한 마약수사는 이슈몰이를 통한 마녀사냥식 여론 재판으로 흐르는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마약 검사 결과 양성판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비공개로 수사를 진행하는 등 피의자 인권 측면에서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2-29 16:33 허미선 기자

[비바100]멜로부터 마약수사물까지 다사다난 문화계! 1월 #핑크빛부터 6월 #신드롬까지

송중기가 재혼을 발표하고 아이유·이종석의 깜짝 열애 사실이 알려지면서 핑크빛으로 시작한 2023년 문화계는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던 배우 이선균의 비보로 치달았다.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으로 불거진 교권침해 논란, 학교폭력 등 학교괴담과 현미, 서세원, 박서보 등 유명인사들의 별세, SM엔터테인먼트를 두고 벌인 쟁탈전, 소속사와의 분쟁, 잼버리 파행 운영, 펜싱국가대표 출신인 남현희의 재혼상대 전청조의 사기사건, BTS(RM·진·슈가·제이홉·지민·뷔·정국)의 전원 입대, 유아인을 시작으로 이선균과 지드래곤 등 연예계 마약게이트 등까지 그야 말로 다사다난했다.멜로부터 학원물, 거장들의 다큐멘터리, 사기극, 스릴러, 청춘물, 부조리극, 마약수사물 등 그 장르도 다양했던 2023년의 마지막은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배우 이선균의 비극으로 마무리됐다.영화 ‘레옹’의 한 장면을 연출한 음악 프로그램에서 MC로 호흡을 맞췄던 20대의 아이유·이종석(왼쪽)과 송중기 여동생의 결혼식에 나란히 참석한 송중기·케이티 부부(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온라인커뮤니티 캡처)1월 #핑크빛 2023년 연예계는 수많은 결혼과 출산 그리고 열애 발표로 그 어느때보타 뜨겁게 시작했다. 동갑내기 이종석과 아이유가 1월 1일 계묘년 시작과 함께 열애를 고백했다. 송중기는 1월 30일 팬카페를 통해 “혼인신고를 했다”며 재혼 소식을 밝혔다. 영국 출신의 아내 케이티 루이스 사운더스에 대한 무성한 소문, 국내 및 중국 매체 인터뷰 태도 논란 등에 시달리기도 했던 송중기는 지난 여름 득남했다. 최근 인터뷰에서는 ‘아들 바보’로서의 일상을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실상 K팝의 디딤돌 역할을 한 SM의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왼쪽)와 결혼식을 올린 이승기·이다인(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휴먼메이드)2월 #내가 키운 S급 공교롭게도 이름에 S가 들어간 두 사람이 치열한 언론 플레이 중이다. 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과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자사 신주·전환사채 발행의 적법성을 두고 치열한 다툼 중이다. SM 측은 ‘경영권 분쟁’이 아니란 점을 강조하며 ‘경영 판단에 대한 의견 대립’일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 과정 중 카카오와 하이브가 벌인 SM쟁탈전은 치열했다. 결국 SM의 경영권을 소유하게 된 카카오는 지난 10월 SM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지난 10월 이준호 부문장이 검찰에 송치됐고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CIO)가 구속됐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등도 조사를 받는 등 여려움을 겪고 있다.2021년 5월부터 공개열애를 이어왔던 이승기와 배우 이다인이 결혼을 전격 발표했다. 데뷔 직후부터 엄마인 견미리와 언니가 이유비라는 사실로 주목 받은 이다인은 탤런트 임영규의 딸로, 새아버지가 주가조작에 가담했다는 뉴스로 몸살을 앓았다.내년에 아빠가 되는 이승기는 처가에 관련된 이슈를 전면 반박하고 자신의 미국 투어중 발생한 노쇼 논란에도 “피로감을 드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연말 콘서트를 통해 자숙모드를 사실상 종결한 황영웅(왼쪽)과 생활고를 토로했지만 논란만 더 키운 김새롬(사진제공=MBN, 김새롬 인스타그램)3월 #별들에게 물어봐 올해도 스타들의 학교폭력(학폭)은 연일 뜨거운 감자였다. 그 중 MBN 오디션 프로그램 ‘불타는 트롯맨’의 유력한 결승 후보였던 황영웅은 올해의 첫 학폭 이슈였다. 그는 학폭 외에도 데이트 폭력, 상해 전과 등 각종 의혹이 쏟아지자 “어린 시절의 일이라고 변명하지 않겠으며 자숙의 시간을 보내겠다”며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지난해 5월 음주 상태로 가드레일과 가로수, 변압기 등을 들이받아 많은 이에게 피해를 준 김새론은 다시금 대중의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듯한 모습과 생활고를 토로했지만 지인들과 음주파티를 즐기는 사진이 공개된 것. 이후 해당 커피 프랜차이즈 측은 김새론이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괴씸죄’ 항목만 추가됐다.지난 2007년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데뷔 50주년 기념 콘서트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현미. (연합)4월 #잔인한 4월 숫자가 아닌 ‘죽을 사 (死)’가 연상되는 봄날이었다. 진흙탕 싸움을 연상하게 만드는 이혼공방이후 23세 연하의 음악가와 재혼해 캄보디아로 이주한 서세원이 한인 병원에서 링거를 맞다가 숨졌다. 한국 가요계의 대모로 불린 가수 현미는 4월 4일 자택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됐다. 팬클럽 회장 김모(73)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8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미8군 무대에서 3인조 여성 보컬 ‘현시스터즈’로 데뷔한 고인은 66년간 천상의 목소리와 거침없는 입담으로 국민 가수로 사랑받았다.한국 미술계의 발전은 뚜렷했지만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중도퇴임하며 잡음이 일었다. 지난해 2월 연임에 성공한 그는 문화체육관광부 특정감사 결과 통보 등으로 곤혹을 겪으며 결국 임기를 1년 10개월 남기고 사의를 밝혔다.소속사에 복귀한 키나를 제외한 세 멤버는 현재 피프티 피프티에서 퇴출된 상태다. 소속사는 내년 오디션을 통해 키나를 포함한 피프티 피프티 2기를 선보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사진제공=어트랙트)5월 #화불단행(禍不單行) 정산이 확실히 보이는 ‘청신호’인 줄 알았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 불행이었다. ‘나쁜 일은 항상 겹쳐 찾아온다’는 뜻의 사자성어는 중소 아이돌의 희망이었던 피프티 피프니 멤버들을 덥쳤다. 이들은 올해 2월 낸 곡 ‘Cupid’(큐피드)로 데뷔 4개월 만에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 입성하며 K팝 신기록을 썼다. 하지만 네 멤버가 돌연 소속사 어트랙트를 상대로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반전됐다. 이에 소속사측은 외주 용역 업체 더기버스가 멤버들을 빼가려 했다며 탬퍼링 의혹을 제기했다.임창정이 주가조작 의혹에 휘말리자 유튜브 활동과 함께 SNS 활동을 중단했던 아내 서하얀은 8개월만에 남편의 생일상을 공개하며 여전한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 (사진=본인 인스타그램)임창정은 JTBC ‘뉴스룸’ 보도로 알려진 주가조작 논란과 관련해 투자를 했다 피해를 본 사람들의 뭇매를 받았다. 임창정은 해당 논란에 대해 자신 또한 거액을 투자했으며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지만 한 투자자 모임에서 청중에게 투자를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한 사실이 등이 알려지면 요식업, 공연 등 관련 업계에서 손절 당하는 모양새다.6월 #신드롬 닥터 차정숙, 킹더랜드 사실상 이제 드라마 왕국은 JTBC가 거머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초 ‘대행사’로 주말극 히트의 스타트를 끊은 라인업은 ‘닥터 차정숙’ ‘킹더랜드’ ‘힘쎈여자 강남순’ ‘웰컴투 삼달리’로 이어지고 있다. 그 중 ‘닥터 차정숙’은 여러번 편성에 밀렸던 설움을 딛고 올해 가장 크게 웃은 작품이 됐다. 20년차 가정주부로 살다 1년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 역을 맡은 엄정화는 시청자가 뽑은 ‘올해의 배우’로 뽑히는가 하면 이효리·김완선·보아·화사와 tvN ‘댄스유랑단’으로 인기를 끌며 가수로도 승승장구 중이다. 가수로서의 장점을 연기로 승화한 이준호와 윤아의 ‘킹더랜드’는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사로잡았다. 구글에서 꼽은 글로벌 TV 시리즈 순위에는 한국의 ‘킹더랜드’와 ‘더 글로리’가 각각 6, 7위를 차지하며 지난해 ‘오징어 게임’을 잇는 꾸준한 K콘텐츠 인기를 증명했다. 의사로서 새인생을 시작한 차정숙의 이야기 ‘닥터 차정숙’(위)과 열애설까지 불거지는 VVIP급 케미스트리를 발휘한 이준호, 임윤아의 ‘킹더랜드’(사진제공=JTBC)소녀시대 멤버 윤아와 2PM으로 활동 중인 준호는 웃음을 경멸하는 남자와 웃어야만 하는 스마일 퀸 역할을 맡아 호텔리어들의 꿈인 VVIP 라운지 킹더랜드를 배경으로 최고 시청률 수도권 14.5%을 기록했다. 두 사람이 발휘한 VVIP급 케미스트리는 극 시적 전부터 끝난 이후까지 열애설에 시달릴 정도.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2-29 16:00 이희승 기자

[人더컬처] "나 같은 딸 만나면 좋겠어요!" 신민아의 은밀한(?) 가족계획!

영화 ‘3일의 휴가’의 신민아가 브릿지경제와의 인터뷰 후 사진촬영에 임하고 있다.(사진제공=에이엠엔터테인먼트)10대 중반의 나이에 데뷔한 신민아에게 연기란 무엇일까. 하이틴 스타이자 모델, 탤런트면서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기꺼이 스스로를 던지는 그는 “이 일을 오래 할거란 확신은 있다”며 수줍게 말문을 열었다. 지난 6일 개봉한 ‘3일의 휴가’는 죽은지 3년만에 하늘에서 내려온 엄마 ‘복자’(김해숙)와 엄마의 레시피로 백반집을 운영하는 딸 진주(신민아)의 이야기를 다룬다. 평생을 희생하고 억척같이 키운 딸이 미국 대학교수 자리도 마다하고 시골에서 자신의 뒤를 이어나가는 모습을 본 엄마는 억장이 무너진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진주는 자신의 모습을 보지도, 듣지도 못한다. 그렇게 영화는 두 사람의 기억을 따라가며 살아생전 전하지 못했던 모녀의 진심을 스크린에 담는다.“제가 찍은 영화를 보고 이렇게 운 적이 없어요. 결과를 알면서도 보는 내내 슬프더라고요. 사실 거창한 결심보다 뭐랄까. 보편적인 이야기인데 따스한 감정이 느껴져서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실제 정선의 한 시골집에서 촬영했는데 추위보다 아궁이 냄새, 보는것 만으로도 힐링되는 자연을 만끽하며 촬영했어요.”신민아는 “나중에는 저 보라색 옷만 봐도 울음이 나왔다”는 말로 선배이자 극중 엄마인 김해숙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사진제공=쇼박스)극중 진주는 어린시절 자신을 외삼촌 집에 맡기고 남의 집에서 온갖 잡일을 하며 키운 엄마에 대한 애증이 크다. 지금은 어엿한 대학교수가 됐지만 10대 시절에는 반항심도 컸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자식을 가진 남자와 결혼한 것도 용서가 안됐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자신의 학비를 대준다는 이야기에 친딸인 자신보다 남의 자식을 키운거였다.“진주는 엄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 살아생전 늘 냉담했던 것에 대해 정신이 많이 아파요. 그래서 미국에서의 상황을 정리하고 자신을 벌 주는 의미에서 엄마의 길을 고스란히 따라가죠. 그러면서 감춰진 엄마의 진심을 알아가고요. 뻔한 클리셰(진부한 틀)로 다가오더라도 이런 감정을 보고 싶어하는 관객이 한 명이라도 있지 않을까요?”그는 “이 영화를 보고 감정에도 감기가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한다”는 말로 영화의 진정성을 에둘러 표현했다. “당연히 아파해야 할 시점이라고 접근했다. 엄마를 미워하는 감정과 그렇게 보낸 뒤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있는게 당연한거지 무슨 큰 병은 아니니까”라며 캐릭터가 지닌 아픔을 설명했다.지난해 흥행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도 감정기복이 심한 연기를 실감나게 연기한 그는 “되려 나이를 먹으면서 성격이 밝아진 케이스다. 20대엔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큰 일 아닐꺼야’라고 넘기는 편”이라고 밝게 웃었다.실제 모녀 관계는 어떻느냐고 묻자“친구처럼지낸다. 굉장히 쿨하신 편이라 내가 먼저 안부를 묻는다”면서 “ 솔직히 나같은 딸을 낳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제공=에이엠엔터테인먼트)무엇보다 ‘3일의 휴가’속에는 수많은 음식들이 나온다. 숟가락으로 퍼 끓여낸 스팸 김치 찌개, 무를 썰어 만든 만두, 디포리를 넣어 육수낸 진한 국수까지 보는 것 만으로도 오랜만에 집밥을 먹은 포만감이 느껴진다. “칼질은 정말 많이 연습했어요. 영화 속에 나오는 모든 음식은 대역이 아닌 제 손으로 만든거예요.집에서도 평소에 요리를 하냐고요? 사실 감독님을 포함해 스태프들이 촬영때 빚은 제 만두를 보고 너무 예쁘게 만들어서 놀랄 정도였죠 다른건 몰라도 김밥은 뚝딱 만들어요. 단단하게 마는걸 잘 해서 평소에도 자주 만들어 먹거든요.”1998년 데뷔한 신민아는 ‘달콤한 인생’, ‘고고70’, ‘경주’,디바‘등 한국 영화사를 관통하는 반짝이는 작품에서 존재감을 발산해왔다. 드라마 역시 ‘내일 그대와‘,’아랑 사또전‘에 이어 ‘보좌관‘,’갯마을 차차차‘까지 흥행작들을 주로 내놨다.그는 인터뷰 말미,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다고 했다. 후회는 없지만 공부를 열심히 할 것 같다고 했다. “일을 일찍 시작해서 공부에 재미를 들이지 못했다”고 눙치면서도 “엄마가 이 일을 너무 지지해 주셨고 지금도 좋아하신다. 내가 딸을 낳으면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며 평소 하지 못했던 속내를 고백했다.“새해에는 tvN 드라마 ‘손해 보기 싫어서’와 넷플릭스 ‘악연’으로 대중과 소통할 것 같아요. 늘 최선을 다했다는 감정으로 작품을 하지만 지금은 얼마나 집중해서 해냈는지가 제 일의 원동력이라서요. 무엇보다 ‘3일의 휴가’를 보고 엄마에게 전화 한 통 드렸으면 좋겠어요.”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2-28 13:23 이희승 기자

[B그라운드] 동방신기 20년… "넌 또다른 나" 서로가 전한 진심!

그룹 동방신기 유노윤호, 최강창민이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정규 9집 ‘20amp;2’ 발매 기념 기자회견에서 데뷔 20주년 기념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시작은 소년이었지만 이제는 어엿한 20년차 아이돌이다. 지금의 SM엔터테인먼트를 있게 한 동방신기 유노윤호, 최강창민이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9집 ‘202’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였다. 지난 2003년 12월 첫 싱글 ‘허그(Hug)’로 데뷔한 이들은 정규 4집 ‘미로틱(MIROTIC)’ 활동을 마친 뒤 3인(김재중·김준수·박유천)의 소송 및 탈퇴로 2인조 개편 및 팀 재정비의 시간을 거치며 더욱 성장해 왔다.이날 기자회견에는 동료 선후배들의 깜짝 영상으로 이들의 신보발매와 20주년을 축하하는 모습이 훈훈함을 자아냈다. 라이즈부터 에스파와 NCT 드림과 127, 레드벨벳과 엑소 수호, 샤이니, 소녀시대 유리와 태연, 슈퍼주니어 등이 힙을 모아 “동방신기의 2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정말 응원한다”는 마음을 전했다.특히 긴 세월 함께한 강타와 보아를 필두로 이장우와 최지우, 윤제균 감독 등의 덕담이 이어졌다. 유노윤호는 “갓난아이로 표현하면 성인식을 맞이하는 나이다. 돌이켜보면 최강창민을 비롯해 항상 뒤에서 버팀목이 되어준 팬들 덕분에 이 자리까지 왔다”며 벅찬 소감을 밝혔다.최강창민, 강렬한 눈빛.(연합)최강창민은 “‘유노윤호 형이 없었다면 이렇게 의미 깊은 날을 맞이할 수 있을까’ 싶다. 늘 옆에 있어줬고 방향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면 나침반의 역할도 해준 사람”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에 유노윤호는 “또 다른 나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화답했다. 타이틀곡 ‘레벨’(Rebel)’은 ‘한 시대의 진정한 반항아는 기존 관념에 대한 단순한 반대가 아니라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밀고 나아가는 자’라는 메시지를 담은 댄스곡이다. 그동안 동방신기가 걸어온 길을 투영하는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다짐이 담겼다.이에 최강창민 “‘레벨’의 뜻을 직역하면 ‘저항’이다. 우리가 20년 동안 활동하지 않았나. 특정한 길에 정체되지 않고 저항하면서 나아가자는 진취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동방신기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음악성”이라며 방향성을 제시했다. 한편, 동방신기의 신보는 오후 6시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2-26 15:39 이희승 기자

[비바100] 이순신에 미친 자, 그의 이름은 김한민

영화 ‘노량:죽음의 바다’를 통해 이순신 3부작을 완성한 김한민 감독. 세월호 참사로 개봉을 못 할 뻔한 ‘명량’과 코로나로 인해 촬영이 어려웠던 ‘한산’,‘노량’이 공개되기 까지 김한민 감독이 겪은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사진제공=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1700만명이 본 영화 ‘명량’의 성공 후 김한민 감독은 확신에 차 말했다. ‘이순신 3부작’을 구상 중이며 한산대첩으로 불리는 전투와 노량해전을 다룬 영화를 만들겠다고. 다들 입을 모아 “대단하다” 치켜세웠지만 동시에 “그게 되겠어?”라는 의심의 눈초리도 따라왔다.김한민 감독의 열망은 10년 만에 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한 ‘노량: 죽음의 바다’를 끝으로 결론이 났다. 2022년 ‘한산: 용의 출현’ 이후 각기 다른 세 명의 배우 최민식, 박해일, 김윤석을 캐스팅하는 획기적인 기획까지 성공시켰다.임진왜란 발발 6년 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김윤석) 최후의 전투를 그리며 개봉 첮 구 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의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포기하려는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해상 전투 장면의 경우 물 없이 찍는 게 가능할 정도로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진 우리지만 100분에 달하는 그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살릴 수 있을까 라는 자괴감이 컸죠. ‘100분의 해전은 좀 힘들거야’란 순간도 있었지만 그 장면이야 말로 성웅 이순신의 마음과 정신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신이란 결론에 도달했어요. 그렇게 정신을 차린거죠.”  노량해전은 거북선을 필두로 조선의 지원군인 명나라와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왜군의 배까지 무려 1000여척이 뒤엉켜 벌인 동북아 역사상 최대 해상전투다. 검은 파도가 치는 밤바다와 동 트는 순간까지 각국 장수들의 지략 싸움이 팽팽하게 맞붙는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사망 이후 본국으로 돌아가려는 왜군의 살기와 최소한의 피해로 마무리하자는 명의 안이함 속에서도 이순신은 끝까지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며 전투를 이어간다. 적들이 퇴각하려 하고 모두 ‘다 끝난 전쟁’이라고 하는 상황에서 이순신 장군은 가장 아끼던 아들을 잃는 비극을 겪지만 다시 집요하고 치열하게 이 전쟁을 끝까지 수행한다. 왜 그렇게까지 ‘확실한 항복’에 매달렸는지는 ‘이순신에 미친자’로 산 지난 세월동안 감독을 잡아 끈 화두기도 했다.“왜나라 수군에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지 못하면 조선은 또 다시 위기에 처할 거라는 걸 장군님은 분명히 아셨을 겁니다. 이건 저만의 해석입니다만 완전한 항복과 종결의 뜻을 알게 되니 몸에 전율이 일더군요. 만들어야 할 작품을 운이 좋아서 만들게 됐고 보여드려야 할 작품을 보여드리게 돼 뿌듯함이 크죠. 장군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천행(天幸, 하늘이 준 행운)이 아닐까요?”‘노량: 죽음의 바다’의 액션 시퀀스는 단 한 차례도 바다에 배를 띄우지 않고 대부분 장면에 컴퓨터 그래픽을 덧입혀 가며 완성했다. 김 감독은 “‘노량’에서 쓴 거의 모든 기술은 ‘명량’ 땐 할 수 없던 것”이라며 남다른 자부심을 드러냈다.그는 평소에도 늘 ‘난중일기’를 본다고 했다. “몇 번을 읽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늘 위로와 용기를 얻는 책”이라며 다독을 추천했다. (사진제공=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사실 가장 큰 난제는 이순신의 최후를 그리는 장면이었다. 이 3부작은 사실상 이 시퀀스를 향해 달려왔으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대사를 아예 영화에 넣지말까도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타이밍이 관건이었는데 어떻게 찍든 밑지는 게 보이는 촬영이었지만 그 말을 담지 않으면 올바른 결말이 아닐 것만 같았다.  “이름 없는 명나라 군사부터 시작해 이름 없는 조선 군사, 이름 없는 일본 왜병 그리고 그 끝에 이순신 장군이 보이도록 장면을 설계했습니다. 이순신 정신의 리마인딩이랄까. 모두가 두려움에 빠진 상황을 용기로 전환시키는 그 정신은 지금의 우리에게 너무도 필요한 자세니까요.”단 한번도 장군님이 꿈에 나온적이 없다는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는 ‘노량’으로 마무리됐지만, 이순신 장군이 표면적으로 나오지 않는 이순신 장군을 이야기를 구상중”이라며 “한번 쯤 나오셔서 격려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웃어보였다. (사진제공=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노량: 죽음의 바다‘에는 특별출연으로 나선 배우들의 활약이 유독 돋보인다. 이제훈은 광해 역으로 짧지만 강렬하게 등장하고 여진구는 이순신 장군의 셋째 아들 이면으로 출연한다. 특히 이면의 등장은 이순신이 장군이기에 앞서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스크린에 구현해 낸다. 정유재란 때 이순신에 대한 보복으로 아산현을 습격한 왜군에 항쟁하다 21살의 나이로 전사한 막내는 난중일기에 절절하게 기록돼 있다.“이면은 이순신이 가장 사랑했던 아들인데 효심 가득하고 기골장대하고 반듯한 청년의 느낌을 여진구가 갖고 있었어요. 이제훈의 가진 차분함과 결단력이 광해를 잘 표현했고요. ’한산: 용의 출현‘과 ’노량: 죽음의 바다‘를 연달아 찍으신 안성기 선배님이 건강 회복 후 부족한 부분을 소화해 주셨고요. 출연한 모든 분들이 저에겐 큰 은인이세요.” 영화 ‘봉오동 전투’의 제작자이자 할리우드에서도 주목하는 이순신 장군 3부작을 성공리에 마무리한 김한민 감독에게 “당신에게 애국심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졌다. 과거 ‘최종병기 활’에서도 병자호란으로 피폐해진 백성들의 한을 아울렀던 그이기에 궁금해진 대목이었다. 감독이 된 후로 그리고 이 작품을 무려 10년 동안 찍으면서도 처음 받아보는 질문이라며 긴 시간 생각에 잠긴 그는 소문난 역사광답게 창세신화 ‘부도지’를 쓴 박제상의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우리 역사 속에 제대로 종결이 되지 않아서 지속적인 불행을 낳는 사례들이 있지만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게 있잖아요. 애국심을 감히 정의내리자면 ‘한국인의 피에 새겨진 하늘의 뜻’이 아닐까요?”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2-25 18:30 이희승 기자

[비바100] 쉼표까지 읽게 만드는 랭보의 마력, 마지막 산문시집 ‘일뤼미나시옹’

일뤼미나시옹|아르튀르 랭보|페르낭 레제 그림(사진제공=문예출판사)“환각적 이미지로 가득한, 관능적이고 재미있으면서 어둡기도 한 작품이며 인간사를 거울처럼 온전히 담고 있는 작품.”지난 11월 세종솔로이스츠가 주최하는 제6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나선 역사학자이자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Ian Bostridge)는 아르튀르 랭보(Jean Nicolas Arthur Rimbaud)의 9개 연가시에 음악을 붙인 벤자민 브리튼(Benjamin Britten)의 ‘일뤼미나시옹’(Les Illuminations)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그의 무대에 감동 받아, 때마침 2023년의 마지막 달 랭보의 탄생 170주년을 맞아 출간된 마지막 미완성 산문시집 ‘일뤼미나시옹’을 받아들고는 꽤나 열심히 읽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의 문학세계를 이해해보겠다는 시도 자체가 오만이었을지도 모른다.‘일뤼미나시옹’의 시들은 저주받은 천재였고 당시에는 그 누구에게도 온전히 인정받지도 이해받지도 못했던, 그럼에도 삶의 의지가 견고했던 아르튀르 랭보가 연인이었던 시인 폴 베를렌(Paul-Marie Verlaine)과 영국에 머물던 때의 것들이 대부분이다. 더불어 1973~1875년 레딩, 샤르빌과 슈튜트가르트 등 유럽전역을 여행하면서 쓰여진 시들도 수록돼 있다.시인으로서의 명성, 아내와 자식들 등을 뒤로 한 채 랭보와 여행길에 올랐던 베를렌은 다툼 끝에 그에게 총을 쏴 2년 동안 수감됐다. 랭보가 감옥에서 2년여를 보내고 출소한 베를렌에게 ‘일뤼미나시옹’ 원고들을 맡기면서 1886년 5월 파리의 문학평론지 ‘라 보그’(La Vogue)에 처음 실렸고 그해 10월 책으로 출판됐다.이번에 출간된 ‘일뤼미나시옹’은 랭보 시의 원형은 물론 베를렌이 쓴 초판의 서문을 그대로 살리는 동시에 심도 깊은 각주, 입체주의 회화의 거장 페르낭 레제(Fernand Leger)가 ‘일뤼미나시옹’만을 위해 그린 그림 20점이 함께 수록됐다.베를렌이 쓴 초판 서문에 따르면 ‘일뤼미나시옹’은 “랭보가 자기 원고에 붙인 부제‘로 “영어의 ‘Illuminations’라는 영어에서 온 말로 즉 Coloured Plates라고 할 수 있다.” 연인인 동시에 동료 시인이었던 베를렌의 평처럼 170년이 흐른 지금에 봐도 세련되고 매력적인 시들이다. 하지만 어쩌면 어원이나 그 진화과정까지를 알아야만 이해가능할지도 모를 형용사의 사용, 오페라 작품이나 신화 속에서 그대로 가져오거나 응용하거나 연상시키는 적지 않은 고유명사, 하나하나 의미를 가진 듯한 무수히 많은 쉼표와 비약, 감히 그 뜻을 가늠하기 어려운 생략과 은유 등으로 꽉 들어차 있다.베를렌이 서문에 적은 것처럼 “의도적인 파격의 운문으로 된 짧은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핵심 주제는 없거나 아니면 적어도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느껴지는 건 대홍수 뒤의 풍경을 ‘보석들은 땅 속 깊이 몸을 감추고 꽃들은 피어버렸다!’로 표현할 줄 아는 랭보의 남다른 감성과 전혀 이해할 수 없음에도 마음을 움직이는 시어들의 향연이다.간혹 시의 길이보다 번역자의 각주가 많은 아이러니 또한 지독히도 랭보다운 시집이다. 더불어 쉼표 하나에도 뭐가 들었을까를 집요하게 고민하게 하는 힘을 지닌 언어들이 꽤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는 글들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2-25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기다려주는 日, 25명… 못 기다리는 韓, 0명

일본은 2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그 중 25명이 자연과학 분야에서 나왔다. 이 책은 일본 기초과학의 ‘힘의 원천’을 추적 탐구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과학기술 부국(富國)’이 되려면 정부의 리더십과 고도 인재, 기업을 통한 기술력이 절대적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일관된 정책’과 ‘기다려주기’가 필수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실패는 능력부족 보다는 지속성 부족에서 오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따라가는’ 과학이었다면, 이제는 ‘앞서가는 기초과학 강국’이 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일본 과학기술 발전의 원동력저자는 일본이 1945년 패전 이후 선진기술을 적극 도입하면서 모방과 흡수, 개량과 창조의 과정을 거쳐 과학 선진국이 되었고 그 덕분에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쏟아낼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초중고 교과부터 과학기술을 가르치고 보급시키기로 일찌감치 결정했고, 일관된 정책추진에 과학기술 강국으로 자리매김 했다고 말한다. 일본 정부는 산-학-연 민간 실무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각종 심의자문기구를 만들어 정치권이나 공무원들의 독주를 견제했다. 일관되고 지속적인 정책 추진이 최우선 목표였다.과학기술청은 정부-기업 간 긴밀한 협조를 위한 리더십을 발휘했고, 2001년에 총리직속으로 만든 종합과학기술회의(CSTP)도 지대한 역할을 했다. 여기에 자본력, 그리고 일본사회의 ‘기술자 우대 분위기’가 더해졌다. 1995년에 제정된 과학기술기본법도 5년에 한 번씩 과학기술 기본계획을 수립케 해 정책적으로 과학 분야를 집중육성하는 기본 틀을 다지게 해 주었다.◇ 민간·대학 연구개발(RD) 전폭 지원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일본 기업들도 기초연구 능력을 확충하고 연구개발의 세계화를 추진했다. 주로 전자와 바이오테크놀로지 중심으로 기초연구소 설립 붐이 일었다. 문부과학성은 2016년부터 대학 내 젊은 연구인재를 발굴하는 ‘탁월연구원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들에게는 2년 동안 1200만 엔 한도의 연구비와 연간 200만~300만 엔의 연구환경 조성비가 5년 동안 지원된다.후지츠 같은 일반 기업도 ‘탁월사회인박사제도’를 도입해 석사과정 학생 중 희망자를 뽑아 박사과정 진학과 동시에 사원으로 채용해 연구에 전념케 돕는다. 일본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부터 물질과 에너지, 지구와 우주, 시간 및 공간과 생명 등을 집중 교육한다. 저자는 “일본은 실험 물리보다 이론물리에 강하다”며 “일본 연구자들의 오타쿠 같은 캐릭터와 맞아떨어지면서 국내에서의 이론 연구만으로도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span style="font-weight: normal;"일본 이화학연구소에서는 최근 로봇을 이용한 재생의학 연구가 한창이다.◇ 일본 노벨상의 산실 ‘리켄’일본 기초과학의 중심에는 이화학연구소(理化學硏究所) ‘리켄(RIKEN)’이 있다. 이 민관 연구소가 출범하면서 일본의 과학기술 연구는 조직적으로 첫 걸음을 내디뎠다. 물리학자인 니시다 요시오 초대 연구소장은 젊은 연구자들이 세계 석학들과 만날 기회를 주고, 폐쇄적·연공서열적이던 연구 시스템을 혁파했다. 주임연구원 제도를 도입해 연구 테마와 예산, 인사권 등 전권을 부여해 독립된 연구를 보장해 주었다. 새 연구 계획 아이디어만 제시해도 즉시 일정액의 연구비를 제공받을 수 있게 했다.연구성과로 특허나 실용신안을 얻으면 기업 설립도 허용해 주었다. 특허권과 사용료는 연구소 자산으로 늘려 연구비용을 충당케 했다. 그 대표적인 기업이, 패전 후 페니실린과 비타민 제조에 성공하고 지금은 줄기세포를 연구 중인 ‘리코’이다. 자연과학에 관심 있는 연구자들이 돈이 없다거나 자리가 없다는 핑계로 연구를 포기하지 않도록 만든 것이다.◇ ‘천재’ 라기 보다 ‘오타쿠’가 대부분일본 노벨상 수상자들은 ‘천재’ 보다는 끈기 있게 집중력을 발휘하는 ‘오타쿠’가 대부분이다. 2002년에 화학상을 받은 학사 출신의 회사원 다나카 고이치 등이 그렇다. 일본 수상자들은 또 놀랍게도 모두 일본 국공립대학 출신들이다. 우리보다 인구가 2.5배가 많지만 유학생 수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 출신 고교도 제국대학 진학을 위한 기초교육기관인 구제고교 출신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젊었을 때부터 안정된 직위에 충분한 연구 환경을 갖춘 국립대학에서 끈질긴 연구가 가능했다.2002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다나카 고이치 선임연구원.일본 특유의 도제식 연구도 역할을 했다. 스승의 연구를 제자가 계승하는 학문적 연계성이 탁월하다. 4대째 학맥(學脈)의 문화는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문부과학성은 2006년부터 박사 학위 취득 후 10년 이내의 젊은 연구자들을 선발해 임기 5년을 보장하는 ‘테뉴어트랙 보급 정착 사업’도 실시 중이다. 저자는 “이것이 진정한 기술과학의 인적 네트워크”라고 부러워 한다.◇ 기초과학 투자에 너무 늦은 한국우리나라는 2022년 기준으로 GDP 대비 RD 비중이 4.96%로 OECD 국가 2위다. 일본은 평균인 2%에도 못 미쳤다. 우리는 인구 1000명 당 연구원 수도 세계 1위다. 그런데 과학기술 분야에서 일본을 따라잡지 못한다. 저자는 그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든다.첫째, 일본이 R, 즉 기초과학에 집중지원한 반면 우리는 산업계의 응용분야와 기술개발 D에 집중했다. 고도성장이 시급했기에 기초연구나 이론연구에 소홀했고, 특허출원도 반도체 통신 등 특정 산업에 편중되었다. 인재들은 의치한(의대 치해 한의대)과 ‘인 서울’ 대학에만 쏠리니 지역 기반 대학은 우수학생을 유치하기 어렵다. 우리도 2008년부터는 기초연구비가 응용연구비를 추월했지만, 순수기초 연구비 30%에 목적기초연구비가 60%다. 하고 싶은 연구보다 정부 연구프로젝트에 목을 맨다는 얘기다.둘째, 일본은 정부 RD를 구체적인 항목 지정 없이 대학에 블록 펀딩 형태로 지원한다. 정부는 연구 방향과 총액만 결정하고 나머지는 기관장에게 일임하니 중장기 과제에 집중할 수 있다. 일본은 또 2001년의 21세기 COE(Center of Excellence) 프로그램을 계기로, 상위 10여 개 대학에 지원을 집중한다. 세밀하고 투명한 운용한 덕분에 논란이나 반발도 없다.셋째, 과감하고 지속적인 연구비 투자다. ‘리켄’ 설립 때 일본에서는 “우리의 폐단은 너무 조급하게 성과를 요구한다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이 때가 1917년이었다. 기초과학에 종사하는 연구자들이 생활문제로 연구를 포기하지 않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일찌감치 형성되었던 것이다.1949년에 일본 최초의 노벨상(물리학 부문)을 수상했던 유카와 히데키.◇ 우리에게 부족한 ‘기다려주는 문화’일본에는 몇 십 년짜리 지원사업이 많지만 우리는 대부분 1~3년짜리다. 그 안에 성과를 못 내면 연구비가 끊긴다. ‘정부가 관심을 갖는 순간 그 사업은 망한다’는 얘기도, 단기 성과를 요구받기 때문이다. 우리 기초과학 과제의 80%는 5000만 원 미만의 소액이다. 5대 1 정도의 경쟁률을 뚫고 수주해도 간접비, 인건비 등을 제하면 연구에 쓸 비용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내년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주요 사업비가 25% 삭감된다.저자는 “일본은 30,40대 연구자들을 위해 ‘탁월연구원제도’에까지 예산을 쓰는데 우리는 오히려 성취욕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방향성 잃은 평등의식’도 비판한다. 우리는 인문 사회 자연과학 모든 분야에 골고루 예산을 나눠주어야 탈이 없다. 자유 공모는 5%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기획과제다. 공무원들이 좋아하는 키워드가 들어가야 선정율이 높아진다. 기획서에 ‘화장’을 해 주는 브로커들이 판치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하나어릴 때 꿈이 과학자라고 해도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면 이런 꿈이 물거품이 된다. 고 3 때까지 수능에 목숨을 거는 교육제도 탓이다. 저자는 “당장 돈이 안된다고 기초과학을 무시하면 영원히 ‘넘버 투’에 머물 것”이라고 비판한다. 연구자 도덕성도 꼬집는다. 작년에 문을 연 한전공대가 200억 연구프로젝트 사업비를 인건비로 전용해 물의를 일으킨 것이 우리의 현주소라고 비판한다.저자는 그러나 우리가 일본보다 늦은 1977년에야 기초과학 연구를 시작했고, 창의적 연구 진흥 사업이 시작된 것은 1996년임을 상기시킨다. 그는 “일본의 150년에 비해 이제 경우 30년을 넘긴 셈”이라며 “일본은 1868년부터 기초과학에 투자해 1949년에 첫 수상자 유카와 히데키를 배출했다”며 “우리도 너무 조바심낼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그러면서 일본 정부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주는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에 일본학술진흥회 연락사무소를 두고 4,5명을 상주시켜 교류하고 게이오대학 등 다수 대학들도 MOU를 맺고 연구자들을 파견한다는 사실을 언급한다. 저자는 “우리는 충북도 교육감이 노벨상위원회 위원장과 면담하고 사진 찍는 게 전부”라며 “차라리 학생들을 10명 뽑아 보냈다면 이들이 더 큰 꿈을 갖고 돌아왔을 것”이라고 꼬집는다.표 노벨상에 근접한 한국 후보자들* 생리의학-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 마이크로 RNA(miRNA) 생성과정을 2006년 세계 최초로 밝혀냄.- 방영주 서울대 교수. 위암 임상 세계적 권위자. 위암의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 치료효과를 첫 입증.* 화학- 유룡 한국에너지공과대 교수. 나노다공성 물질 구조 규명. 구조규칙적 메조다공성 탄소합성법 개발.- 김기문 포항공대 화학과 교수. 2011년 논문 피 인용지수 세계 100대 화학자에 이름을 올림.* 물리학- 김필립 하버드대 물리학과 교수.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의 물리전기적 특성을 최초로 밝힘,- 현택환 서울대 교수. 실온에서 온도를 서서히 올리는 방식으로 나노 입자를 균일합성하는 방법 개발.- 임지순 포스텍 석좌교수. 한국 물리학자 최초로 미국과학학술원 외국인 종신회원으로 추대됨.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3-12-23 07:00 조진래 기자

[B그라운드]역대 최고 기록 앞둔 뮤지컬 시장, 그 성장을 자축하는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후보추천위원장인 고희경 홍익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장(왼쪽)과 한국뮤지컬협회 이종규 이사장(사진제공=어워즈사무국)“좋은 작품, 배우, 창작진을 추리는 일이 사실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어려운 만큼 굉장히 즐거운 고민이었어요. 그 과정에서 우리 뮤지컬시장이 놀랍게 성장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올해로 여덟 번째를 맞아 작품·배우·창작부문별 수상 후보를 발표한 한국뮤지컬어워즈(2024년 1월 15일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의 후보추천위원장인 고희경 홍익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장은 이렇게 밝혔다.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후보들의 특징은 조승우, 김준수, 최재림, 홍광호, 박강현, 아이비, 정선아, 이자람, 김호영, 최정원, 조정은, 서경수, 김주택, 손지수, 송은혜 그리고 박보검까지 그 어느 때 보다 굵직한 배우들이 배우부문 후보에 포진했다는 것이다.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남우주연상 후보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데스노트' 김준수, '멤피스' 박강현, '오페라의 유령' 조승우, '물랑루즈!' 홍광호, '오페라의 유령' 최재림(사진제공=어워즈사무국)남우주연상의 김준수(데스노트)·박강현(멤피스)·조승우(오페라의 유령)·최재림(오페라의 유령)·홍광호(물랑루즈! 이하 가나다 순), 여우주연상 민경아(레드북)·아이비(물랑루즈!)·유리아(멤피스)·이자람(순신)·정선아(이프덴) 뿐 아니다. 조연상의 김대종(레드북)·소리꾼 김준수(곤 투모로우)·김호영(렌트)·서경수(데스노트)·안지환(렛미플라이)과 나하나(렛미플라이)·이아름솔(이프덴)·장은아(데스노트)·조정은(레미제라블)·최정원(멤피스), 신인상의 김주택(오페라의 유령)·박보검(렛미플라이)·박상혁(브라더스 까라마조프)·윤석호(난쟁이들)·황건하(오페라의 유령)와 김세영(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류인아(레미제라블)·박새힘(인터뷰)·손지수·송은혜(오페라의 유령) 등 연기는 물론 티켓파워까지 갖춘 배우들이 대거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이들의 출연작들이 ‘데스노트’ ‘오페라의 유령’ ‘멤피스’ ‘레드북’ ‘레미제라블’ 등 몇 작품에 집중됐다는 점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다. 이는 작품부문 후보들에 대한 아쉬움과 맥을 같이 한다.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 후보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레드북' 민경아, '물랑루즈!' 아이비, '멤피스' 유리아, '이프덴' 정선아, '순신' 이자람(사진제공=어워즈사무국)코로나 팬데믹에서 벗어난 첫해 뮤지컬업계는 인기극, 각 제작사의 효자작품들,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미 작품성과 흥행세를 인정받은 대작들 등이 주로 무대에 올랐다. 덕분에 “수요가 폭발하면서 뮤지컬 시장규모가 400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객석 규모와 상관없이 국내 초연된 창작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대상’ 후보작은 박열의 이야기를 다룬 ‘22년 2개월’, 10주년을 맞은 ‘더데빌’의 세계관을 확장해 스핀오프식으로 선보인 ‘더데빌: 에덴’,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동명소설을 극화해 부대에 올린 ‘비밀의 화원’, 한국의 국민영웅 이순신의 내면에 집중한 서울예술단의 실험극 ‘순신’, 현재 K팝 르네상스를 근간이 되는 대한민국 가요계 걸그룹들을 조명하는 ‘시스터즈’(SheStars!)다.창작이나 라이선스 구분없이 극장 규모(400석)로 구분한 ‘작품상’ 후보로는 ‘멤피스’ ‘물랑루즈!’ ‘식스 더 뮤지컬’(Six The Musical), ‘오페라의 유령’ ‘이프덴’(If Then, 이상 400석 이상)과 ‘라흐헤스트’ ‘비밀의 화원’ ‘웨이스티드’(Wasted), ‘인사이드 윌리엄’ ‘판’(이상 400석 이하)이 이름을 올렸다. 창작진을 위한 부분 역시 배우 및 작품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린 이들(작품들)과 대부분 연관됐다.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포스터(사진제공=어워즈사무국)한국뮤지컬어워즈는 사단법인 한국뮤지컬협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 시상식으로 한해를 마무리하며 무대에서 최선을 다한 뮤지컬인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축제처럼 결속을 다지기 위한 자리다.후보추천위원회가 10배수로 선정한 후보에 대한 투표단의 예심투표, 본심투표로 최종수상자를 선정한다. 투표단은 전문가투표단 100명, 관객투표단 100명으로 가중치는 각각 70%, 30%다. 이 중 관객투표단은 연간 다수의 작품을 관람한 이들로 선정되며 배우 부분에 대해 투표권을 가진다.이번 어워즈의 변화 중 하나는 뮤지컬 분야에 공을 세운 전문가를 위한 ‘공로상’, 한해 동안 가장 많은 뮤지컬 작품을 관람한 관객에게 주어지는 ‘올해의 관객상’과 더불어 특별부문에 신설된 아동가족뮤지컬상이다. ‘야구왕, 마린스!’ ‘수박수영장’ ‘판타지아’ ‘장화 신은 고양이 비긴즈’ ‘태권 날아올라’ 등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아동뮤지컬들이 선보인 시장추세를 반영한 아동가족뮤지컬상은 시상식 당일 수상자를 발표해 시상한다.“내년에도 더욱더 많은 작품들이 발표돼 끊임없는 성장을 보여주는 한국 뮤지컬 시장이 되기를 바란다”는 고 위원장의 말에 한국뮤지컬협회 이종규 이사장은 “어워즈에서는 시상식 외에도 페스티벌로서 이 위상을 계속 키워가고 있는 중”이라며 “레드카펫을 비롯해서 포럼, 어쿠스틱 스테이지, 게릴라 콘서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계속 발굴하고 있다”고 부연했다.“해를 거듭할수록 단순 시상식이 아닌 뮤지컬인 모두가 즐거운 잔치를 벌일 수 있도록 명실상부한 페스티벌로 계속 키워가도록 하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부분별 후보(가나다 순)span style="font-weight: normal;"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 후보작들(사진제공=어워즈사무국)작품부문●대상 ‘22년 2개월’ ‘더데빌: 에덴’ ‘비밀의 화원’ ‘순신’ ‘시스터즈’(SheStars!)●작품상(400석 이상) ‘멤피스’ ‘물랑루즈!’ ‘식스 더 뮤지컬’(Six The Musical), ‘오페라의 유령’ ‘이프덴’(If Then)●작품상(400석 이하) ‘라흐헤스트’ ‘비밀의 화원’ ‘웨이스티드’ ‘인사이드 윌리엄’ ‘판’배우부문●주연상 남자 김준수(데스노트)·박강현(멤피스)·조승우(오페라의 유령)·최재림(오페라의 유령)·홍광호(물랑루즈!)●주연상 여자 민경아(레드북)·아이비(물랑루즈!)·유리아(멤피스)·이자람(순신)·정선아(이프덴),●조연상 남자 김대종(레드북)·소리꾼 김준수(곤 투모로우)·김호영(렌트)·서경수(데스노트)·안지환(렛미플라이)●조연상 여자 나하나(렛미플라이)·이아름솔(이프덴)·장은아(데스노트)·조정은(레미제라블)·최정원(멤피스)●신인상 남자 김주택(오페라의 유령)·박보검(렛미플라이)·박상혁(브라더스 까라마조프)·윤석호(난쟁이들)·황건하(오페라의 유령)●신인상 여자 김세영(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류인아(레미제라블)·박새힘(인터뷰)·손지수·송은혜(오페라의 유령)●앙상블상 ‘레미제라블’ ‘렌트’ ‘멤피스’ ‘물랑루즈!’ ‘순신’ ‘오페라의 유령’ 창작부문●프로듀서상 강병원(마리퀴리, 야구왕 마린스!, 태권 날아올라), 쇼노트 김영욱·이성훈·임양혁·송한샘(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 멤피스, 이프덴), 설도권·신동원(오페라의 유령), 신춘수(데스노트, 스위니토드,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정인석(식스 더 뮤지컬, 판), 홍승희(라흐헤스트)●연출상 김은영(라흐헤스트), 김태형(멤피스), 박소영(웨이스티드), 성종환(이프덴), 이대웅(렛미플라이)●극본상 김솔지(비밀의 화원), 김한솔(라흐헤스트), 박칼린·전수양(시스터즈), 정은영(판), 조민형(렛미플라이)●음악상(작곡) 브랜든 리·강하님(비밀의 화원), 우디 박·신은경(더데빌: 에덴), 남궁유진(윌리엄과 윌리엄과 윌리엄들), 다미로(22년 2월), 문혜성·정혜지(라흐헤스트), 최종윤(곤투모로우)●음악상(오케스트레이션) 구소영(이프덴), 김문정(데스노트), 원미솔(스위니토드), 이나영(웨이스티드), 장소영(그날들)●안무상 송희진(데스노트), 신선호(시스터즈), 심새인·정보경(순신), 이현정(멤피스), 홍유선(렛미플라이)●무대예술상(2명 선정) 강국현(멤피스 음향디자인), 권민희(마리 퀴리 소품디자인), 김숙희(멤피스 분장디자인), 노병우(스위니토트 프로덕션 무대감독), 마선영(이프덴 조명디자인), 안현주(멤피스 의상디자인), 오필영(순신 무대미술디렉터), 조수현(이프덴 무대영상디자인)

2023-12-22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두 유 노 비빔밥?”

불타는 사랑을 하는 사이라도 식성은 다르다. 개천에서 용난 남자는 “두유 노우 비빕밥?‘(Do you know bibimbap?)을 외치며 늘 밥 타령이다. 하지만 여자는 파스타를 즐긴다. 올해 조용한 흥행을 이끈 영화 ‘30일’은 불타는 사랑을 했지만 모든 게 상극인 남녀의 이야기다. 손익분기점 160만을 넘어 200만 관객을 돌파한 이 작품은 서로의 똘기와 소심함을 견디지 못한 부부가 남이 되기 직전 동반기억상실증에 걸리며 본격적인 배꼽사냥에 나선다. 지난달 10일 베트남에서 개봉 후 쟁쟁한 할리우드 경쟁작과 현지 텐트폴 영화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해외 시장에서도 함박 웃음을 지었다.영화의 열풍 때문인지 구글은 2023년도 ‘올해의 검색어’ 중 레시피 부문에서 ‘비빔밥’이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올해의 검색어’는 한해 동안의 검색량에서 작년 대비 높은 증가세를 보인 동시에 많은 관심을 받았던 검색어를 소개하는 순위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K푸드가 세계인의 식탁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영화 ‘30일’에서 토종입맛을 지닌 한국인의 일상을 표현한 배우 강하늘.(사진제공=영화사 울림)유튜브와 K콘텐츠로 한국 음식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10명 중 8명 꼴로 경험해 본 음식이 됐고 구글 검색량 기준으로 2021년부터 일식을 제쳤다. 비빔밥은 같은 ‘밥’ 문화권인 일본, 중국에는 없는 독특한 음식이다. 한국형 패스트푸드라 불릴 정도로 과거에는 품앗이 일꾼들의 허기진 배와 에너지를 채우는 음식으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해외 거주 중인 교민들은 제사음식에 대한 일화를 들려주면 유독 현지의 반응이 좋다고 귀띔한다. 제사를 지낸 뒤 조상신이 남긴 밥·고기·나물을 후손들이 한데 모아 비벼서 나눠 먹었다는 설이다. 이에 대한한공은 1997년부터 기내식으로 비빔밥을 제공하며 세계화에 힘을 실었다.마이클 잭슨이 처음 비빔밥을 접한 곳도 비행기 안으로 그가 내한할 때 묵었던 특급호텔에서는 세계적인 슈퍼스타의 기호에 맞춰 육류와 고추장을 최대한 줄인 레시피를 개발했을 정도다.올 한해 구글 이용자들은 비빔밥 레시피를 가장 많이 검색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진제공=구글)하지만 한국에는 아예 육회를 넣어 만든 비빔밥이 있을 정도다. 날고기에 탄수화물인 밥알을 함께 먹는 민족 아닌가.임진왜란 진주성 싸움에서 남자들 못지 않게 가열차게 돌멩이를 던지던 여성들은 그 바쁜 와중에서 병사들에게 특식(?)을 해서 먹일 정도로 강인했다. 9만명의 왜군이 고작 7000여명 군사가 지키고 있는 진주성을 둘러싼채 사실상 고립 상태였던 이들은 성안의 소를 모두 잡아 잘게 다진 후 나물과 함께 나눠먹으며 결사항전 의지를 다졌다. 사실상 마지막 식사였을지도 모르지만 의병과 성안의 사람들은 적이 공격해오기 전 서둘러 한끼를 먹으며 전의를 불태운 것이다. 지난달 전북도의회 정례회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식문화인 비빔밥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자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비빔밥은 5대 영양소를 손쉽게 고루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요리다. 밥(탄수화물), 고기·계란(단백질), 각종 채소(비타민, 미네랄), 참기름(지방) 등으로 이뤄진 비빔밥은 균형 잡힌 식사의 필수요소인 곡류, 단백질류, 채소류, 과일류, 유제품류, 유지 당류 등 6가지 식품군을 모두 아우른다. 하지만 비빔밥은 굳이 이런 조건이 아니어도 누구나 쉽게 만들고 먹을 수 있는 대중성으로 사랑받고 있다.가장 대표적인 드라마의 한 장면을 꼽자면 국민드라마로 추앙받았던 ‘응답하라 1988’ 정봉(안재환)의 나물사랑이 아닐까 싶다. 무려 7수 중인 그는 대학입학을 위해 절로 들어간다. 공부머리만 빼고 모든 게 박식한 그는 음식에도 남다른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다.엄마 미란이 집을 비운 사이 평소에 못 해본 것들을 잔뜩해보는 정봉이네. 밥과 반찬을 잘 챙겨먹으란 말에 양푼에 넣고 비벼 먹는 삼부자의 모습이 큰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제공=tvN)고기와 자극적인 양념없이 절밥만 먹을 걸 우려한 이웃들의 걱정에 정봉이 엄마(라미란)는 “라면 다음으로 좋아하는 음식이 나물”이라면서 “그렇게 (비빔밥만) 먹고 살찌기는 쉽지 않다”고 한탄한다.  비빔밥의 번외편은 역시나 도시락 세대인 7080의 점심시간이다. 정봉이의 이웃인 덕선(혜리)은 친구들과 점심시간마다 양푼에 도시락을 비빈다. 고추장을 담당하는 친구, 참기름을 가져오는 친구, 아예 밥만 담당하는 친구도 있다. 아무도 숟가락만 얹지 않는다는 점에서 여고 특유의 예의와 배려가 가늠되는 대목이다. 고 이어령 전 장관은 한국 비빔밥을 ‘한국문화의 진수’라고 단언했다. 섞고 비비는 과정에서 ‘나눔’이나 ‘가름’이 아니라 서로 충돌하면서도 결국은 화합해 제3의 맛을 보여주며 ‘맛의 교향곡’이라 추켜세웠다.“비빔밥처럼 무엇이든 섞고 보는 것이 한국인의 융복합 유전자”라며 실제로도 비빔밥을 즐겨 먹은 것으로 전해진다.'응답하라 1988' 덕선이는 점심시간이면 학교에서 양푼비빔밥 제조에 나선다.(사진=TV화면캡처)사실 온전히 비빔밥을 위해 나물을 무치기에는 시간과 정성이 너무 들어간다. 그렇다고 남은 반찬만 모아 식은 밥에 비벼 먹기도 뭔가 모양 빠진다. 비빔밥의 기본 조건은 양질의 기름과 막 부쳐낸 계란 프라이다. 그게 겉면만 살짝 익힌 반숙이거나 완전히 익힌 완숙, 날계란이어도 계란이 빠진 비빔밥은 샴푸없이 머리를 감은 것마냥 개운하지가 않다. 갓 짜낸 참기름이든, 산패된 들기름이든 비빔밥에 아보카도 기름이나 코코넛 기름만큼 겉도는 것도 없다. 비빔밥에는 무조건 깨의 응축된 기운이 들어가야 한다. 갓 지은 밥이든, 냉장고에 일주일을 보관한 밥이든 일단 비비면 맛은 얼추 보장된다. 문제는 같이 비비는 재료인데 계절 혹은 개인의 기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고추장으로 양념한 도라지무침과 갓 무친 부추, 식은 전은 죽은 비빔밥도 살린다. 비빔밥 앞에 ‘꼬막’ ‘장조림’ ‘성게’가 들어가 있다면 그저 즐기면 된다. 메인이 되는 재료가 있는 비빔밥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비빔밥의 식감과 맛을 일취월장시킨다는 점만큼은 확실하다. 영화 ‘관상’(사진제공=쇼박스)영화 ‘관상’에는 희대의 관상꾼 내경(송강호)이 처남 팽헌(조정석)과 함께 한양을 주름 잡는 연홍(김혜수)의 기방에서 부러질 듯한 한상을 대접받는 장면이 나온다. 눈이 휘둥그레 해지는 천하일미의 맛에 자신도 모르게 손과 입이 가자 무안해진 그들은 바로 정신을 차린다. 왕의 마음조차 치마폭에 쥐락펴락하는 기생들은 관상을 보는 부자의 재치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하지만 반전은 다음 장면이다. 굶주리고 핍박받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양반들과 고위관직들이 주로 드나드는 기방에서 평소에 맛보지 못하는 음식을 먹었지만 결국 ‘먹었다’라는 느낌이 드는 건 늘 먹던 밥에 반찬을 아무렇게나 비빈 투박한 한 그릇이다.소박한 반상에 허겁지겁 밥을 비벼먹는 ‘헛배’ 부른 주인공들의 모습을 한데 아우르는 포용 보다는 피의 정치를 벌인 수양대군을 빗대며 이후 역사의 비극을 암시한다. 만약 이 장면에서 국밥이나 백숙이 나왔다면 서민적이기는 했어도 뭔가 와닿는 강력한 한방은 덜했을 것이다.사실 비빔밥처럼 정성이 들어간 음식도 드물다. 남은 반찬이라고 해도 그 반찬들을 일일히 썰고 볶고 양념한 정성과 시간을 생각하면 ‘비빈다’라는 행위는 노동력의 끝판왕이다. 제철 야채를 얹고 한국산 들깨와 유기농 달걀 노른자가 들어간다면 가격은 한 그릇당 3만원도 저렴할 지경이다. 한국인은 여기에 그릇까지 돌솥을 써 따듯한 온기와 누룽지까지 챙겼다. 이래저래 비빔밥은 한국인의 밥심을 이끈 일등공신이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비빔밥은 젓가락으로 비벼야 제 맛?!● 일명 탕수육의 ‘찍먹’(소스에 찍어서 먹는) vs ‘부먹’(소스를 부워서 버무려먹는) 논쟁과 비슷하지만 개인적인 추천은 역시나 젓가락이다.● 과거 비빔밥에 최적화된 도구를 투표하는 설문조사에서는 숟가락과 젓가락 파가 팽팽하게 갈렸다. 밥알의 식감이 살아있어야 한다는 사람은 젓가락으로, 양념이 잘 배어야 한다는 사람은 당연히 숟가락 파다.● 하지만 젓가락의 용도를 따지면 비빔밥은 숟가락으로 먹어야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밥이다. 젓가락은 타인과 공유하는 반찬을 ‘집어먹는’ 용도 아닌가.● 맛으로 따지자면 확실히 숟가락은 밤의 질척거림과 퍼짐이 강했고 젓가락은 양념이 걷도나 싶다가도 들어가는 재료의 씹는 맛이 달랐다.● 결국 비비는 도구가 젓가락일지언정 먹을 때 숟가락을 사용하니 비빔밥은 여러모로 평등한 음식이다.

2023-12-21 18:00 이희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