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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컬렉터에서 페어 창립자로, 저마다의 원앤온리를 찾아서! 아트 오앤오 노재명 대표 “오로지 예술”

‘아트 오앤오’의 노재명 대표(사진=이철준 기자)“페어를 한다는 생각을 갖기도 전에 벌써 저는 너무 많은 아트페어를 계속 다니고 있었어요. 작년만 해도 한달에 한번 이상 갔으니까요. 생각의 방향과 시야를 조그만 바꾸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흔쾌히 아트페어 (론칭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던 이유죠.”‘아트 오앤오 2024’(ART OnO 2024, 4월 19~21일 세텍 SETEC) 론칭 준비에 한창인 노재명 대표는 “매달 아트페어를 방문하면서 힘들었지만 그래도 괜찮을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예술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컬렉터였던 그가 아트페어를 시작한 것도 역시 “아트가 좋아서”다.“아트 바젤(Art Basel)로 마이애미를 그렇게 많이 방문했는데도 바닷가를 가본 적이 없어요. 원래 바다를 그리 좋아하지도 않고 흥미도 없어요. 아트 외에는 흥미가 없어요. 딱히 취미도 없는데다 마땅히 다른 데 쓸 에너지도 없어서 오로지 ‘아트’에 집중하죠. 그래서 아트 페어를 하면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수많은 아트페어를 다니면서 느꼈던 좋은 점은 반영하고 안좋았던 점은 개선하면서요.”‘아트 오앤오’의 노재명 대표(사진=이철준 기자)페어명 ‘오앤오’는 ‘원 앤 온리’(One and Only)의 의미로 “50개 컬렉션이 있으면 50개가 다 달랐으면 좋겠다”는 컬렉터로서의 철칙이 반영된 것이다. 더불어 그들의 슬로건은 “영, 프레스 벗 클래시‘(Young, Fresh But Classy)다.“새롭거나 젊다는 게 아트의 영역에서는 퀄리티가 낮은 걸로 인식되는 경우들이 좀 있잖아요. 저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제 개인 컬렉션에도 너무 많은 젊은 작가들이 있죠. 과거에는 ‘왜 그 돈을 주고 이 작품을 사냐’고 정말 많이 물어보셨어요. 그런데 몇년 전부터는 ‘그 작가 작품을 어디서 사냐’고 물으시거든요. 시간이 지나면서의 그런 변화들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죠.”◇컬렉터에서 아트페어 창립자로, 어쩌면 당연한 수순‘아트 오앤오’의 노재명 대표(사진=이철준 기자)“키아프와 프리즈 덕분에서 해외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은 지금이 더 중요하고 생각해요. 로컬에서도 건강하게 작가들, 갤러리들이 성장하고 해외 갤러리들이 들어오기도 하고 국내 갤러리가 해외로 진출하기도 해야 하는 상황이죠.”시작은 컬렉터였다. 미국유학 중이던 고등학교 때 주변 친구들이 에디션, 아트토이, 프린트 등을 모으는 걸 보고는 그 역시 “이걸 왜 비싸게 사냐?”고 묻곤 했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우표, 동전, 신발 등 항상 뭔가를 모아왔던 열여덟의 그는 몇 달 뒤 예술품 컬렉터의 출발선에 서 있었다.“낯선 미국 땅에서 혼자 살면서 외로움을 쇼핑으로 풀었던 것 같아요. 어느날 문득 회의감이 들더라고요. 나에게 좀더 오랜 시간 남을 수 있는 뭔가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던 때였죠. (꽤 여러 점 지금까지 소장하고 있는) 카우스(KAWS) 등이 그 시기에 친구들과 모은 것들이에요.”당시에는 몇백 달러였지만 현재는 꽤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카우스를 비롯한 200여점(아트토이, 프린트, 에디션 제외)에 이르는 그의 컬렉션은 지난해 꾸린 신촌 부근의 수장고에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사실 어머니의 영향도 커요. 워낙 문화, 예술 등을 좋아하셔서 어릴 때부터 미술관, 해외여행 등을 데리고 다니셨죠. 컬렉터라기보다는 지역작가 후원의 개념이긴 했지만 지역작가 작품들을 꾸준히 지금까지도 구매하고 계시고 광주비엔날레 등에서도 작품을 구매하셨어요. 그러다 보니 예술작품을 돈 주고 구매하는 행위가 이상하거나 어렵진 않았던 것 같아요.”◇집요함이 만들어낼 다름‘아트 오앤오’의 노재명 대표(사진=이철준 기자)“저는 오랜 시간 컬렉터였고 앞으로도 컬렉터일 거예요. 대부분의 아트페어들은 페어 출신이거나 갤러리스트들이 주축이죠. 구매자 입장도 당연히 고려하시지만 판매자 입장에서 먼저 생각을 시작한달까요. 페어를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는 것과 직접 가는 사람으로서 볼 때는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저는 양쪽의 입장에 있는 사람이잖아요. 컬렉터로서도, 아트페어를 시작하는 사람으로서도 기준은 ‘재미’예요. 목적과 취지 자체가 시작부터 다르기 때문에 기존 페어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코로나 팬데믹으로 부흥기를 맞은 한국 미술시장에는 크고 작은 아트페어만 60개가 넘는다. 그는 “국내 시장은 명확하다. 어느 정도 사이즈 이하의 페인팅이나 이미지들이 선호된다”며 “명확한 것도 나쁜 건 아니지만 아트라는 영역은 너무 다양한데 너무 많은 페어들이 비슷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짚었다.‘아트 오앤오’의 노재명 대표(사진=이철준 기자)“마켓 한 가지의 목적이 너무 강하게 독보적이다 보니 취향의 폭이 너무 좁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에게 중요한 건 저에게 중요한 건 우리가 어떤 페어인지였어요. 그게 장기적으로는 훨씬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일즈 외에 작가를 프로모션하고 젊은 작가, 젊지는 않지만 기존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들을 선보이는 장(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그런 시장에서 꽤 오랜 연차의 컬렉터가 론칭하는 아트페어 ‘아트 오앤오’의 차별점은 재미와 편의성 그리고 갤러리와 예술가들에 대한 존중이다. 이에 그의 고민은 판매액, 방문자수 등 비즈니스 보다는 “얼마나 재밌고 방문자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느냐”다.“그럼에도 주는 아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페어에는 부대행사들도 많아요. 대부분의 페어에는 보여지기만 하는 행사들이 많죠. 아트를 좋아하는 분들이 소외되는 느낌을 받는 페어를 하고 싶지는 않아요. 제가 아트 오앤오를 하게 된 여러 이유 중 하나기도 하죠. 그래서 아트 오앤오는 아트가 좋아서 저희 페어에 오시는 분들을 위한, 아트가 주가 되기를 바랍니다.”그는 “일단 제가 재미있지 않으면 오시는 분들도 재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이미 너무 많은 페어가 있지만 저마다 비즈니스적인 부분만 걱정하지 재밌는 페어에 대한 걱정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이걸 했을 때 재미있을 것 같다, 이렇게 하면 덜 불편할 것 같다, 이 부분을 개선하면 컬렉터들이 기분 좋게 페어를 돌아볼 수 있다 등이 첫 번째예요. 그게 비즈니스적으로도 좋다고 생각해요. 기분이 좋게 둘러보다 보면 작품을 더 기분 좋게 보실 수 있을테고 그렇게 구매로 이어지면 갤러리들한테도 좋을 테니까요.”◇대형 갤러리 옆에 소형 갤러리, 신진 갤러리 옆에 오래된 갤러리 ‘아트 오앤오’의 노재명 대표(사진=이철준 기자)“대부분의 페어들이 전시를 하는 분들을 위한 공간이 너무 없어요. 사실 페어에는 갤러리도, 컬렉터도 중요해요. 물론 컬렉터들이 많이 방문해야 의미있고 활기를 찾겠지만 결국 이를 위한 콘텐츠를 채우는 건 갤러리거든요. 대부분 페어들이 정작 예술가와 컬렉터를 직접적으로 잇는 갤러리를 위하는 부분이 별로 없어서 좀 아쉬웠어요. 컬렉터들, 예술가들은 물론 갤러리에서 일하는 분들도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분들이 조금이라도 편히 쉴 수 있는 공간, 간식 등 세심한 데까지 신경쓰려고 노력 중이죠. 그래도 힘드실 거거든요.”그리곤 “갤러리들 뿐 아니라 컬렉터들, 기자분들 등 페어에 관계된 사람들에 대한 부분은 좀 세심하게 챙기려고 한다”며 “같이 일하는 분들은 제가 좀 집요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는데 그 집요함이 결국 다름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보탰다.‘아트 오앤오’의 노재명 대표(사진=이철준 기자)그가 집요하게 챙기는 갤러리와 그들이 출품하는 작품 또한 아트 오앤오의 차별점 중 하나다. 갤러리 샹탈 크루젤(Chantal Crousel),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이 소속된 에스더 시퍼(Esther Schipper), 드비어 갤러리(Dvir Gallery), 펄 램 갤러리(Pearl Lam Galleries), 니콜라스 크루프 갤러리(Nicolas Krupp Gallery), 두아르트 스퀘이라(Duarte Sequeira), 페레즈 프로젝트(Peres Projects), 카뎃 카펠라(Cadet Capela), 아라리오 갤러리, 가나아트, 갤러리 바톤, 기채, 디스위켄드룸(ThisWeekendRoom), 갤러리2, 실린더(Cylinder), 갤러리하야시 아트브릿지, 게더링, 야리라거 갤러리, 미사코앤로젠, 탕 컨템포러리 아트, 츠타야, 펄렘갤러리, 갤러리 징크, 피비갤러리, P21, 갤러리 까비넷, 띠오, 서정아트….“좋은 갤러리가 좋은 작품을 보일 수 있는 게 목표”인 아트 오앤오는 참가 수를 딱히 정해두지 않고 오롯이 작품의 질, 유니크함 등만으로 참가 갤러리들을 추렸다. 여타의 아트페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형 혹은 유명 갤러리도 있고 낯선 이름들도 있다. 아트바젤 등 글로벌 유명 페어에서 인정받은 대형 갤러리들도 적지 않다.“대부분의 페어들이 대형과 소형, 신진과 오랜 갤러리들을 명확하게 구분해 부스를 차리죠. 아트 오앤오에서는 아주 대형 갤러리 옆에 소형 갤러리가, 신진 갤러리 옆에 오래된 갤러리가 있는 풍경을 보고 싶었어요.”노 대표의 말처럼 “첫해이고 기업의 형태도 아니고 아트 관련 일을 해왔던 사람이 아닌 창립자임에도 많은 갤러리들이 궁금해 하고 그 취지에 동참을 결정한” 이유는 그저 ‘퀄리티’에만 포커싱하는 아트 오앤오의 기준 그리고 신선함이었다.“크든 작든 갤러리들이 공통적으로 새로운 걸 한다는 데 긍정적이었어요. 스스로들 재밌어 하더라고요. 보통의 페어들은 대형작품, 블루칩 작가들을 해달라고 하지만 저희는 가능성이 있는 젊은 혹은 신진작가들 작품을 주로 출품해줄 것을 부탁드렸어요. 비용이 있으니 인기 많고 잘 팔리는 작가 작품을 아예 출품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비중을 기존과는 반대로 해달라고 부탁드렸죠.”◇‘원 앤 온리’ 우리만의 색을 찾아서 ‘아트 오앤오’의 노재명 대표(사진=이철준 기자)“저희 아트페어는 편집숍이고 싶어요. 대형 아트 페어들이 백화점이라면 저희는 셀렉트숍이죠. 그래서 우리만의 색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이어 “당장 테크닉적으로나 규모 면에서는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 작가든, 갤러리를 떠올렸을 때 특유의 이미지나 색이 있다면 성공한 거라고 믿는다. 아트페어 역시 마찬가지”라며 “미흡한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채워넣고 발전하면 된다”고 부연했다.“아트 오앤오가 제일 좋은 페어다 혹은 앞으로도 제일 좋을 거다, 그렇게 장담할 수는 없어요. 그저 ‘원 앤 온리’ 이름대로 생각하죠. 그래서 우리만이 가진 색깔이 뚜렷할 거예요. 실제로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이런 것까지 해야 되냐’는 질문들을 하세요. 근데 제 입장에서는 똑같은 걸 똑같은 사람들이 준비하면 똑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어쨌든 기본 포맷은 아트페어기 때문에 180도 다를 수는 없어요. 다르고자 최대한, 집요하게 노력하는 거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3-29 18:30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거미여인의 키스’ 몰리나 정일우 “무대에 오르며 사랑하며 배우며, 꾸준히 노력하는 수밖에!”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몰리나 역의 정일우(사진제공=스튜디오252)“여성스럽게 보이려고 하기 보다는 몰리나가 가진 유약함, 정말 유리알같이 깨질 것 같은 캐릭터를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러다 보니 걸음걸이나 손동작, 말투 등이 더 몰리나스러워지지 않았나 싶어요.”연극 ‘거미여인의 키스’(Kiss of The Spider Woman, 3월 31일까지 예그린씨어터)에서 스스로를 여자라고 믿는 몰리나로 분하고 있는 정일우는 “영화 ‘대니쉬걸’(The Danish Girl)의 에디 레드메인(Eddie Redmayne)을 참고했다”고 털어놓았다.“에디 레드메인이 연기하는 캐릭터(풍경화가 에이나르 베게너)가 결혼하고 나서 성 청체성을 깨달아는 이야기인데 그가 표현하는 디테일들이 몰리나랑 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더불어 장국영 배우의 ‘패왕별희’도 참고하면서 제가 가지고 있는 섬세함과 예민함 등 몰리나와 비슷한 결들을 끄집어내 표현하고 있죠.”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몰리나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정일우(사진제공=레드앤블루)연극 ‘거미여인의 키스’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빌라 데보트 감옥의 작은 감방을 배경으로 스스로를 여자라고 믿는 몰리나(이율·전박찬·정일우,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와 정부에 저항하는 정치범 발렌틴(박정복·차선우·최석진)의 이야기다.아르헨티나 작가 마누엘 푸익(Manuel Puig)이 1976년 발표한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1985년 영국 런던 브러시 시어터에서 연극이 초연됐다. 같은 해 영화로도 만들어져 칸영화제와 미국·영국 아카데미에서 몰리나 역의 윌리엄 허트(William Hurt)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1992년에는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이듬해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져 무대에 오르기도 했던 ‘거미여인의 키스’는 한국에서2011년 초연된 후 2015년, 2017년에 이어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6년 만에 돌아왔다.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몰리나 역의 정일우(사진제공=스튜디오252)“감사하게도 같은 시기에 세편 정도의 연극에서 출연제의를 받았어요. ‘거미여인의 키스’나 몰리나는 제가 기존에 하지 않았던 극이자 캐릭터여서 주변에서는 만류하는 분위기였죠. 고민하던 차에 (드라마 ‘해치’로 인연을 맺었고) 이전 시즌에서 발렌틴을 연기했던 정문성 형에게 조언을 구했어요. 형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작품’이라고 ‘하고 나면 많은 걸 느끼고 배울테니 네가 꼭 도전해보면 좋겠다’고 얘기해주셔서 용기 내 도전하게 됐죠.”그 과정은 그의 표현대로 “험난했다.” 두달 반가량 매일을 지하철로 혜화동을 오가며 고민하고 연습했다. 뭔가 풀리지 않거나 고민이 깊어질 때면 박제영 연출에게 새벽이고 밤이고 전화를 걸어 “엄청 괴롭히면서” 무대에 오를 준비를 했다.“가장 큰 고민은 ‘몰리나의 사랑은 뭐지?’였어요. 이 친구가 가진 사랑은 이성 간 사랑이나 호기심에서 시작한 사랑이 아니라 다른 차원의 것 같았거든요. 멘붕이 온 상태에서 정문성 형이랑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형의 ‘모성애에 가까운 사랑이지 않겠냐’라는 말을 듣는 순간 정답이 되겠더라고요. 발렌틴이 부족한 걸 채워주려고 애쓰고 그를 위해 희생하는 몰리나의 사랑이 제가 어머니께 받는 것과 굉장히 비슷했거든요.”치열한 고민 끝에 몰리나로 무대에 오르고 있지만 정일우는 “워낙 대사량이 방대하다 보니 죽을 만큼 부담감이 커서 지금도 매 공연 전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리딩을 하고 무대에 오른다”며 “완성됐다고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매회 부족한 걸 찾아내고 채워넣으면서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그게 연극의 의미라고 생각해요. 매 공연 100%에 가까운 완성도를 보여드리려고 노력하지만 사실 100% 만족은 어려워요. 매회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죠. 그게 굉장히 힘든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성장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몰리나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정일우(사진제공=레드앤블루)정일우는 몰리나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했다”며 “저는 굉장히 겁이 많고 항상 걱정이 앞서는 사람이다. 겉으로는 당당하고 괜찮은 척 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동굴 속으로 파고들어가는 사람이라 항상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고 털어놓았다.“그래서 몰리나가 굉장히 부럽기도 해요. 저 역시 가식적으로 행동하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제약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몰리나는 굉장히 자유로워요. 심지어 1960년대에 이렇게까지 깨어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놀라워요. 부럽기도 하고 몰리나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들죠. 그처럼 살아가고 싶기도 해요. 관객분들 역시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연극 ‘거미여인의 키스’는 2인극으로 두명의 배우가 온전히 끌어가는 이야기다. 상대 배우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몰리나가 되기도 한다는 정일우는 “최석진 배우의 발렌틴은 극 ‘T’(MBTI 중 감정 보다는 사고하는 유형)”라고 밝혔다.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몰리나 역의 정일우(사진제공=스튜디오252)“박정복 배우는 초반에 굉장히 날카롭다가 후반부로 가면서 굉장히 부드러워져요. 저를 안아주는, 오빠 같은 발렌틴이죠. 반면 차선우 배우는 오히려 제가 안아주고 싶은 동생 같은 모습이 있어요.”타고난 본성, 스스로의 정체성에 당당하고 충실한 듯 보이지만 내면의 상처, 비밀 등을 숨기고 있는 몰리나 그리고 신념과 혁명을 위해 원초적 본성을 절제하는 듯 보이지만 억압 속에서 결국 본능에 충실하게 돼버리면서 고뇌하는 발렌틴.극과 극처럼 보이지만 결국 어이진, 저마다의 다름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기꺼이 보듬는 두 사람의 연대이자 사랑이야기다. 두 사람처럼 극과 극의 성향이지만 친해진 경우가 있냐는 물음에 정일우는 “이민호”를 언급했다.“저와는 정말 다른 스타일이에요. (이)민호는 정말 남자 같거든요. 저는 좀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도 같아요. 함께 여행을 가면 요리는 제가 다 해주고 챙겨주곤 하죠. 반면 민호는 터프하지만 은근히 챙겨줘요. 그 마음이 되게 따뜻한 친구죠.”그렇게 정반대인 두 사람이 가까워질 수 있었던 건 “생사를 함께 나누면서”다. 정일우는 “배우가 되기 전부터 친구라 굉장히 많이 기대는 편”이라며 “얘기를 많이 하지 않아도 통하는 그런 친구”라고 털어놓았다.“하지만 만나면 혹은 제 연극을 봤다면 분명 뭐라고 할지 상상이 돼요. ‘거기서 왜 그렇게 연기를 하냐’는 둥 막 뭐라고 했겠죠. 그러면서도 저희는 항상 열심히 서로를 응원해 주는 사이예요.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그런 감동이랄까요.”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몰리나 역의 정일우(사진제공=스튜디오252)정일우는 “다시 한다고 해도 몰리나”라고 단언할만큼 몰리나에, ‘거미여인의 키스’에 빠져 있었다. 그는 “연극을 많이 한 건 아니지만 그날 공연을 잘하면 좀 개운하고 성취감도 느끼곤 했는데 이 작품은 그런 게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굉장히 마음이 먹먹해져요. 공연 끝나고 나서도 그게 해소가 잘 안 되더라고요. 그날의 공연이 끝나도 굉장히 마음이 가라앉아요. 공연 끝날 때까지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이 작품의 여운이 꽤 오래 가지 않을까, 어떻게 빠져나가야 하나 미리부터 걱정을 하고 있죠.”정일우는 벌써 데뷔 20주년을 앞둔 중견(?) 배우다. 그는 “일하면서 관계자분들께 ‘시장이 좋다’는 말은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다들 영화며 드라마 제작편수가 줄었다고들 하시지만 10년 전이랑 비교해보면 비슷한 수준”이라고 짚었다.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몰리나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정일우(사진제공=레드앤블루)“그래서 사실 배우도 잘 인내하고 버티는 게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무작정 기다리기보다는 분명 무언가를 찾아서 할 것들이 있다고 믿으면서요. 그 안에서 최선을 다 하다 보면 또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이어 그는 “꾸준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일우는 “벌써 20년 가까이 이 일을 해올 정도로 배우라는 직업을 사랑한다”며 “제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끝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배우는 어쩔 수 없이 평가를 받는 직업이잖아요. 운만으로는 한계가 있죠. 비슷비슷한 작품에서 출연제의는 계속 들어오긴 할 거예요. 하지만 그렇게만 한다면 결국 뒤처질 수 밖에 없죠. 각자 스타일대로 노력해야 하고 저 역시 그러고 있습니다.”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몰리나 역의 정일우(사진제공=스튜디오252)정일우는 연극에 대해 “앞으로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계속 하고 싶다”며 “이순재 선생님께서 ‘거침없이 하이킥’ 때부터 무대에 서라고 말씀해주셨다”고 밝혔다.“이전 작품(‘엘리펀트 송’)은 매번 와서 봐주시기도 했어요. ‘무대에 서지 않는 배우는 배우로 치지 않는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무대에서 2시간가량을 끌고 갈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가고 또 거기서 새로운 걸 느끼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배우로서 살아있다고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저는 기회만 된다면 평생 무대에 서고 싶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3-29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불교 안에서 '나'로 서고자 했던 여성들,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시 중 송광사 ‘팔상도’ 중 네 장면(사진=허미선 기자)경전이나 이야기, 미술 속 주인공 대부분이 남성인 불교에 여성의 자리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교미술 속에 분명히 존재했고 존재하고자 노력했던 여성들을 돌아보는 전시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Unsullied, Like a Lotus in Mud, 3월 27일~6월 16일 호암미술관)이 개막했다. 전시제목은 석가모니부처의 말씀을 모은 최초의 불교경전 ‘숫타니타파’에서 인용한 문구로 불교를 신앙하고 불교미술을 후원하고 제작했던 여성들을 빗댄다.질척하고 모든 것을 삼켜버리거나 더럽힐 것만 같은 진흙 속에서도 그 고고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잃지 않는 연꽃과도 같았던 불교 속 여성들, 그들이 겪은 번뇌와 염원, 공헌을 돌아보는 전시다.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다시 태어나는 여성’ ‘여성의 행원(行願)’ 2개부로 구성된 이번 전시의 특징은 한국, 중국, 일본 불교미술의 걸작품이 대거 출품된다는 것이다. 리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송강사성보박물관, 이건희 회장 기증 작품,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보스턴미술관, 쾰른동아시아미술관, 영국박물관, MCH재단, 퍼시벌 데이비드경 중국미술재단, 일본민예관, 규슈국립박물관 등 전세계 27개 컬렉션(한국 9, 미국 4, 유럽 3, 일본 11) 92건이 전시된다. 삼성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호암미술관 1층에 펼쳐지는 ‘다시 태어나는 여성’은 불교미술 속에 재현된 여성상을 어머니, 보살, 여신으로 나눠 살핀다. 1부는 ‘여성의 몸: 모성母性과 부정不淨’ ‘관음: 변신變身과 변성變性’ ‘여신들의 세계: 추앙과 길들임 사이’ 3개 섹션에 그 시대와 사회가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들을 이야기한다.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중 ‘구상시회권’의 한 장면(사진=허미선 기자)송광사 ‘팔상도’의 석가모니부처의 일생 중 여성이 등장하는 4장면,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대여된 ‘시왕도’ 속 어머니의 모습, 사람의 신체가 죽음 이후 분해되고 섞여 가는 과정 9개 장면을 담은 두루마리 회화 ‘구상도’ 속 무성의 존재들 등을 만날 수 있다. 특히 15세기경 조선에서 원래 세트로 그려졌지만 일본 후쿠오카 혼가쿠지라는 사찰에 소장된 ‘석가탄생도’와 쾰른동아시아미술관 소장품인 ‘석가출가도’가 처음으로 나란히 전시된다.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중 해외 수출됐던 백자 백의 관음보살 입상과 불상들(사진=허미선 기자)더불어 한중일 관음보살도들이 나란히 걸려 각국이 여신들을 어떻게 다르게 표현했는지를 살필 수 있는 불화들, 중국 원·명·청시대의 백자 관음보살 상들 등도 만날 수 있다. 특히 백자 관음보살 상들 사이에 자리잡은 백자성모상 입상과 백자 백의 관음보살 입상 등은 내수시장 뿐 아니라 유럽 등 서구권에서 주문 받아 제작된 것으로 당시 해외에서의 높은 수요를 입증하기도 한다.2부 ‘여성의 행원’은 불교미술의 후원자이자 제작자였던 여성들을 발굴한다. 사회와 제도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신으로 살고자 했던 여성들을 조망한 2부는 ‘간절히 바라옵건대: 성불成佛과 왕생往生’ ‘암탉이 울 때: 유교사회의 불교여성’ ‘여공女工: 바늘과 실의 공덕’ 3개 섹션으로 나뉜다.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이승혜 큐레이터는 “불교가 당시 여성에게 매력적이었던 건 단지 누군가의 어머니나 딸이 아니라 자신으로서 깨달음을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기 때문”이라며 “2600년 전부터 출가 수행자의 존재를 인정한 급진적 종교였던 불교마저도 내부에서는 여성이 성불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입장들이 존재했다”고 설명했다.이 같은 현상은 8살에 깨우침을 얻었지만 남자의 몸으로 변신해 부처가 돼야했던 여성을 향한 당시의 시선, 불교도가 궁극적으로 지향했던 목표와 이를 여성들이 어떻게 바라보고 성취하려 했는지, 유교적 가치관이 지배하던 조선시대 왕실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발원한 불상과 불화 등의 의미 등을 가늠할 수 있는 그림과 법전들, 불상들에 녹아 들어있다.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자수 가사(사진=허미선 기자)마지막 섹션에서는 비단에 자수로 새긴 아미타여래, 관음보살 등 다양한 불상도 족자, 번 형태의 자수품, 첩본 형태의 자수경, 화려한 자수가사, 순천 송광사 관음전에 봉안된 목조관음보살좌상 내부에서 발견된 저고리와 발원문, 직물조각, 인쇄본 다라니, 유리편 등 화려한 불교미술과 그 너머에 존재했던 수많은 여성들 그리고 그들의 염원을 만날 수 있다.‘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이 진행되는 호암미술관 외부에는 전통정원 희원, 가실 벚꽃길, 장 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oniel)의 ‘황금연꽃’(Golden Loust), 루이스 브루주아(Louise Bourgeois)의 거미 모양 조각작품 ‘마망’(Maman) 등을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 마련돼 있다.더불어 삼성문화재단 관계자의 전언대로 “호암미술관의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과 리움미술관의 필립 파레노(Philippe Parreno)의 ‘보이스’(Voice)를 동시에 관람하실 수 있게” 호암미술관과 리움미술관 사이에 매일 2회(화~금요일) 무료 셔틀버스를 예약제로 운영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입구(사진=허미선 기자)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경 (사진=허미선 기자)

2024-03-27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불륜 잡는 섹스리스 부부의 69금 매운 맛! 티빙 화제작 'LTNS'

영화 ‘윤희에게’의 임대형 감독과 ‘소공녀’의 전고운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사진제공=티빙)최근 ‘OTT계의 떠오르는 아들’로 불리는 배우 안재홍. 넷플릭스 ‘마스크 걸’의 주오남이나 ‘닭강정’의 고백중 그리고 티빙의 ‘LTNS’까지 그의 활약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어떤 배우와 붙어도 찰떡 케미스트리를 보이지만 그 중 ‘LTNS’ 이솜은 유독 인연이 깊다. 2018년 영화 ‘소공녀’에서 애틋한 가난한 연인을, 그리고 2년 뒤 단편 영화 감독으로 변신한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에서는 곧 이별을 앞둔 어색한 사이를 연기했다.청소년 관람불가 웹드라마 ‘LTNS’의 공식 포스터.두 부부가 사는 아파트 호수는 609호로 웃음을 더한다. (사진제공=티빙)전작이 하루 한잔의 위스키와 한 모금의 담배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친구만 있으면 더 바라는 것이 없는 청춘의 표상을 연기한 이솜이 이끌었다면 후자는 단연코 주연과 연출을 맡은 안재홍의 존재감이 크다. 그런 두 사람이 ‘LTNS’에서는 부부로 만났다. 배우의 입장에서 이미 한번 호흡을 맞춘 사이라면 아무리 당시의 기억이 좋았더라도 다시 뭉치기는 매니지먼트와 제작사 입장에서도 난감할 법도 하다. 하지만 이 둘은 ‘대체불가의 호흡’이 있다.  총 6부작으로 이뤄진 ‘LTNS’의 홍보 인터뷰로 브릿지경제와 만난 안재홍은 되려 “지난 작품에서 여러번 호흡을 맞춰봤으니까 서로 잘 알고 있다는 걸 경계하려 했다. 결이 다른 작품이기도 하지만 이 작품을 하면서 되려 서로에 대해 알아간 부분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극 중 사무엘(안재홍)과 우진(이솜)은 뜨거웠던 연애시절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섹스리스로 살아온 지 어언 5년차 부부다.불같이 사랑한 두 사람은 현재 오누이 같은 사이다. 필요한 말만 하고 정작 깊은 대화는 하지 않는다. 서울대 출신에 스타트업 대표를 했던 다니엘은 개인택시를 몰며 쉬는 날에는 살림에 집중하는 남자다. 영끌한 집값이 하락하고 버는 돈의 대부분을 이자로 내는 그는 볶음김치 하나만을 놓고 밥을 먹은 지 오래됐다. 간만에 샤워를 하고 나온 아내의 신호(?)에 남편이 “위생적이겠네”라고 대답해도 서로 상처받지 않는다. 하지만 1화부터 파격적이다. 자신과 같이 사업을 말아먹었지만 부유한 처가 덕분에 여전히 포르셰를 끌고 전원주택 생활을 하는 학교 동창 정수(이학주)는 사실 아내 몰래 바람을 피우고 있다. “사랑은 두개까지야, 세개부터는 사랑이 아니야”라며 궤변을 늘어놓는 친구가 어이없는 찰나 하필 침수된 구역에 몰던 택시를 주차하는 바람에 대출금으로 산 차마저 잃게 된다.자신을 유일하게 남은 친구라고 했던 정수는 결국 “믿을 사람 없다는 걸 알려줘서 고맙다. 앞으로 연락하지 마”라며 떠난다. (사진제공=티빙)우진이 알면 이혼감인 걸 아는 사무엘은 차의 사고를 은폐하려하지만 정수의 와이프가 이 사실을 알리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남자들의 입방정은 어쩌면 오랜 시간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소비된 ‘여자들의 수다’ 이상으로 가볍다. 정수의 바람 사실을 안 아내는 친한 동생이기도 한 그의 아내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자 한다. 하지만 “저의 벌을 벌금형으로 받겠다”며 무려 3000만원을 제시하는 남편 친구를 통해 ‘불륜’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남편하고는 연애할 때도 와보지 않았던 바다 위 펜션을 증거확보를 위해 묵는 극 중 우진의 모습. (사진제공=티빙)우진에게는 호텔에 근무하며 진상 고객들의 신상을 적은 데스노트가 있었고 남편과 함께 수많은 현장을 누비며 협박에 나선다.예측불허 고자극 불륜 추적 활극인 만큼 다양한 불륜커플들이 등장하는데 2화부터는 말맛의 향연과 매운맛 69금 대잔치가 벌어진다. 직장의 한 객실에서 침대 시트에 초콜릿을 범벅하고 휴지통에 3개의 콘돔 껍질을 발견한 뒤 “부부는 절대 이렇게 놀지 않는다”거나 “누님은 정말 빨리 배우신다”고 눙치는 백호(정진영)의 대사가 벌어진 사타구니 사이로 흐르는 식이다. “제발 먹어줘. 이혼만 빼고 다 해줄게”라는 유부남(김우겸)의 천연덕스러움은 이 부부가 몰래 촬영한 협박 영상을 수준급 프레젠테이션으로 보여주며 웃음을 유발한다.‘롱 타임 노 섹스’(Long Time No Sex)의 약자로 제목부터 자극적인 ‘LTNS’는 정작 부부관계를 맺지 않는 당사자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자신들이 증거를 모으는 상대방들이 ‘합법적인 관계가 아닌 인간관계를 추구하는 것’에 대해 결코 욕하거나 분노하지 않는다. 극 중 레즈비언 커플이 마음에도 없는 이별을 한 뒤 괴로워 하자 “차라리 다시 사귀었으면 좋겠다”고 하는가 하면 “진정한 사랑을 만났고 더이상 잃을 게 없다”는 식당 사장의 하소연을 듣고는 더 부자인 파트너에게 돈을 뜯는 식이다. 그 사이사이에 주인공 부부가 얼마나 뜨거운 사이였는지와 어떻게 사랑이 식어갔는지를 가감없이 보여주며 ‘보는 맛’을 더한다. 이 작품의 허를 찌르는 지점은 접점이 없어보이는 택배와 청소의 등장이다. 극 중 우진은 경제활동 말고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깍두기를 담그고 빨래를 개는 등 ‘LTNS’에 등장하는 모든 집안일은 사무엘의 몫이다. 그런 그에게 등장한 옆집 여자 민수(옥자연)와 실수로 배달시킨 엄청난 양의 생수가 아이러니하게도 이 부부의 발목을 잡는다.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전에 없는 끈끈한 연대감을 만씩한다. 산과 바다, 그리고 도시 곳곳을 누비는 극 중 사무엘과 우진. (사진제공=티빙)청소메이트로 각자의 집을 품앗이로 청소했던 민수와의 관계를 불륜으로 오해한 우진. 알고 보니 그 역시 휴대폰에 개(류덕환)로 저장된 옛 애인과 몸을 섞은 전력이 있다. 정신적 외도와 육체적 외도가 명확한 두 부부의 균열이 메워질 수 있을지 이 작품은 친절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기혼이나 미혼을 떠나 ‘바람’을 직·간접으로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뜨끔한 지점이 명확하다. 동시에 비혼주의자들에게는 두팔 벌려 환영할 작품의 등장임은 확실하다. 이런 세세한 소개 없이도 배우들의 불맛 베드신과 포복절도할 대사들이 가득차 있으니 작정하고 볼 것을 권한다. 단 가족이 있다면 음소거, 후방주의는 필수다. 결코 공적인 장소에서 보지 말 것.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3-27 18:00 이희승 기자

[B그라운드] 발품예능 '구해줘! 홈즈' 출연진이 살고 싶은 집은?

매주 목요일 밤을 책임지고 있는 ‘구해줘! 홈즈’의 출연진들.(사진제공=MBC)“자기 집? 가장 나 다운 곳 찾아야 후회안하죠!”(장다히 PD)지난 2019년 시작한 MBC 대표 발품예능 ‘구해줘!홈즈’가 5주년 기념간담회를 위해 27일 오후 상암동 MBC에서 오픈 스튜디오를 열었다. 정다히 PD와 (복팀)박나래, 양세형, 장동민 (덕팀) 김숙, 양세찬, 아나운서 김대호, 주우재가 참석해 특유의 입담을 뽐냈다. 바쁜 현대인들의 집 찾기를 위해 스타들이 직접 나서서 발품을 파는 리얼 발품중개 배틀 프로그램인 ‘구해줘!홈즈’는 목요일 예능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해 왔다.이날 출연진중 유일한 기혼자인 장동민은 “이 프로그램과 함께 결혼도 하고 두 아이를 낳았다. 무조건 장수해야 하는 프로그램”이라면서 “방송 초기 중문의 효율성이 그다지 크지 않았는데 지금은 냉난방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깨알 후기를 전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결혼한다면 민폐가 될 지언정 ‘구해줘!홈즈’를 통해 신혼집을 의뢰할 것 같다는 양세형은 건물주다운 여유를 보이며 “아이가 생기면 주거 형태가 달라질 것이기에 지금은 그냥 월세로 지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양세찬은 “내 기준은 무조건 브랜드 아파트다. 이왕이면 방 셋, 화장실 둘 이면 좋겠다”는 확고함으로 형제여도 극과극의 온도차를 보였다.연출을 맡은 장다히 PD는 직장인으로서 2016년도를 기점으로 집값이 오르며 박탈감을 느꼈음을고백하며 “사실상 코로나19를 계기로 시즌2가 시작된 것 같다. 그 전에는 투자의 기준으로 봤다면 이제는 ‘나 다운 집’을 의뢰인들이 급격하게 늘었다”고 말했다.한 번 모이면 2주 분량의 녹화를 한다는 ‘구해줘!홈즈’의 멤버들중 유일하게 자기 코너가 있는 김대호 아나운서는 “프로그램 속 ‘집보러왔는대호?’를 진행하며 집은 사는게 아니라 ‘만난다’라는 생각을 한다”면서 “나의 신혼집은 아내를 위해 친인척들이 아무도 못 찾는 집”이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복팀과 덕팀을 이끄는 박나래와 김숙은 5주년을 맞이해 절대 잊을 수 없는 집을 공개하기도 했다. 박나래는 “약 4년 전 소개된 가평의 자작나무 집이다. 이 자리에 앉아있지만 전문가는 아닌데 그 집을 통해 인테리어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하부터 옥탑방, 시골에서 도시까지 수많은 집을 거쳤다는 김숙 역시 “ 2억 초반에 계곡이 낀 강원도에 위치한 집은 촬영 직후 여기 출연자들끼리 ‘공동명의로 계약해서 돌아가며 살자’고 했을 정도다. 지금은 그 돈을 주고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방송에 나온 몇몇 집들은 동료들이 “그 집 계약됐어?”라는 문의를 수도없이 받았다고.출연진중 가장 막내인 주우재는 “집에 있는 시간이 길기에 내가 고치거나 바꾸며 할 수 있는 자유도가 높은 집에서 살고 싶다. 합류한지는 얼마 안됐지만 그 동안 시청자로서 고정멤버나 다름없다”며 남다른 야심(?)을 드러냈다. ‘구해줘 홈즈‘는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3-27 15:45 이희승 기자

[B그라운드] 독자 내면의 이야기를 불러내는! 이수지 에세이 ‘만질 수 있는 생각’

에세이 ‘만질 수 있는 생각’의 이수지 작가(사진=허미선 기자)“저는 그림책이 되게 재미있는 매체라고 생각해요. 그림책은 기본적으로 어린이 것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다가 그림책의 세계에 푹 빠지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어떤 주제나 이야기를 가장 단순하고 직관적이면서 명징한 언어로 하는 게 그림책이라고 생각해요.”2022년 한국인 최초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Hans Christian Andersen Award), 볼로냐 라가치상(Ragazzi Award), 뉴욕타임스 그림책상 등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로 발돋움한 이수지는 에세이 ‘만질 수 있는 생각’ 출간을 맞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밝혔다.“그림책 안에 담겨 있는 세계와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 그리고 그림의 언어라는 것은 정말 독특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토리, 그림의 언어, 책이라는 매체 등 중 어느 하나라도 마음에 들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림책의 세계에 들어올 거예요. 그림책이 다루는 주제의 영역이 넓기도 하고 그림책이 다루지 못하는 주제는 없는 것 같아요.”만질 수 있는 생각|이수지 지음(사진제공=비룡소)그리곤 “제 책 중 ‘파도야 놀자’ 같은 책은 14개국에 번역돼 출간됐다. 재밌는 건 이탈리아에 가면 주인공이 이탈리아 아이라고 생각하고 일본에 가면 일본 아이라고 생각한다”며 “검은 머리임에도 자기 아이라고 생각하고 너무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어떻게 저희 아이랑 똑같이 그렸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고 털어놓았다.“너무 신기하면서 이게 보편성인가 싶어요. ‘파도야 놀자’는 글이 없는 그림책이기 때문에 우리 마음 속의 공통적인 부분을 건드리지 않으면 사랑받을 수 없는 책이거든요. 반면 가장 극명하게 실험되고 드러나는 형식이기도 하죠. 우리 그림책도 이제 다양한 독자를 만들 수 있을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만질 수 있는 생각’에는 회화전공자에서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가 되기까지의 치열한 여정이 담겼다.‘그림의 언어로 열리는 세계’ ‘온종일 달리고 싶다’ ‘만질 수 있는 생각’ ‘네 개의 책상’ 등 4부로 구성된 책에는 치열하고 촘촘한 창작과정,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작업하고 도전하는 이수지 작가의 초창기 작업노트, 아이들과 보낸 순간들, 외국 편집자와의 작업 일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수락 연설문까지가 나눠 담겼다.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만질 수 있는 생각’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수지 작가는 표지 디자인에 대해 “꿈 속의 꿈 속의 꿈처럼 책 속의 책 속의 책이라는 콘셉트”라며 “그런 게 그림책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털어놓았다.“그림책은 어린이 것이고 어린이부터 보는 것이지만 더 많은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표지에 담겨 있습니다. 표지 위의 무당벌레는 서점에서 이 책을 본 분이 손으로 한번 쓰다듬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예요. 그렇다면 ‘만질 수 있는 생각’이라는 책 제목과도 잘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렇게 독자는 모르는 생각을 하면서 퀴즈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 과정 자체가 저한테는 또 하나의 영감을 주는 것 같아요.”그는 “작가가 많은 이야기를 해 줄수록 이 세계는 풍부해지지 보잘 것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믿음”을 전하며 “제가 뭔가 한 마디를 더 함으로서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에세이 ‘만질 수 있는 생각’의 이수지 작가(사진=허미선 기자)“설명이라기 보다 그냥 제 생각을 얘기하고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아이들한테 흔히 묻듯 독자들에게 질문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분명 있을 거예요. 그렇게 지금이 아니면 지나가서 사라질 것 같은 이야기들을 그때그때 붙잡아서 저와 접점이 생겨서 만나는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이어 “4월 23일부터 9월 22일까지는 10주년을 맞은 전라도 순천시립그림책도서관에서 개인전을 한다. 이 또 따른 저의 이야기”라며 “그렇게 저를 다채롭게 변주하면서 만나는 과정 자체도 저한테는 작업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그는 에세이에 ‘오독의 즐거움’을 적기도 했다. 이수지 작가는 “오독할 수 있는 그림책은 얼마나 멋진가, 여기서라도 오독을 좀 하자고 얘기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아이들이 늘 정답만 얘기하기 보다는 내가 생각한 것과 느낀 것에 대해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정답 백과사전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아이들하고 책을 읽다 보면 정말 엉뚱한 소리를 많이 해요. 그 모든 것 하나하나가 굉장히 소중하다고 느껴요.”에세이 ‘만질 수 있는 생각’의 이수지 작가(사진=허미선 기자)2022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타고서야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되는 ‘이수지’라는 이름에 ‘만화가’가 아닌 ‘그림책 작가’로 기재될 수 있었다는 그는 “얼마 전 일본과 대만 타이페이 국제도서전을 다녀왔는데 행사장마다 사람들이 꽉꽉 차 있었다. 책을 사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선 광경을 보고 정말 부러웠다”고 털어놓았다.“다양한 매체에 밀려 책의 구매가 감소하는 건 전세계적인 현상이에요. 그런데 그쪽 출판사 사람들과 얘기를 하면서 출판 현황을 물어보면 너무 쉽게 ‘괜찮아요’라고 해요. 우리나라 출판사들은 100이면 100 ‘지금보다 더 힘든 적은 없었다’고 슬프게 얘기하거든요. 어린이 책은 사회가 어린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반영하고 문화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중요한 영역이고 내부 사람들 뿐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잘 가꾸고 지켜나가야하죠.”결국 “태도의 문제”라고 정리한 이수지 작가는 “지원 문제가 아니라 있는 지원금이라도 깍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토로했다. “절박한 심정으로 ‘내 책을 내고 싶어’라는 마음에서 촉발돼 다양한 행동들이 계속 이어져”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로 자리매김한 그는 후배 작가들에게 “정말 잘하고 있다”고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후배들에게는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지금 우리 그림책 작가들은 정말 잘하고 있거든요. 지금처럼 즐겁게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죠.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자신의 책을 외국에 가지고 나가 알리는 것에 너무 두려움을 갖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음악과 그림책을 아우르는 디지털북 프로젝트과 몇권의 그림책을 동시에 작업 중이라는 이수지 작가는 “여전히 그림책에는 미지의 영역이 너무 많아서 해보고 싶은 것도 많다”며 “아날로그적인 책에서 디지털적인 세계로 건너가는 그림책을 비롯해 이런저런 생각을 가지고 계속 작업해 나갈 것”이라고 말을 보태기도 했다.“그림책은 어린이들의 첫 번째 책이자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더불어 그림책은 모든 연령을 위한 책이기도 하죠. 유아 카테고리로 분류돼 교육적인 목표로만 소비되기 보다는 하나의 예술 영역이기를 바라요. 그림책에 대한 태도가 좀 더 열려 있고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함께 누릴 수 있는 장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3-26 21:55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전소니'만'보고,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상상하면 안되는 이유!

배우 전소니가 26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새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어렵고 외로웠습니다.”(배우 전소니)인간의 몸에 기생하는 외계 생물체와 이렇게 ‘찰떡’이라니. 넷플릭스 ‘기생수:더 그레이’가 26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인간을 숙주로 삼아 세력을 확장하려는 기생생물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전담팀 ‘더 그레이’의 작전이 시작되고, 이 가운데 기생생물과 공생하게 된 인간 수인의 이야기를 다룬다.인간의 뇌를 장악해 신체를 조종한다는 기발한 상상력에서 출발, 여기에 다양하고 철학적인 주제를 녹여내 전세계에서 누적 판매 2500만 부 이상을 기록한 이와아키 히토시의 만화 ‘기생수’를 원작으로 한다.만화를 실사화 하는데 특유의 연출력을 발휘파는 연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구교환,이정현,권해효등 일명 ‘연상호 사단’으로 불리는 배우들 사이에서 전소니가 기생수 ‘하이디’와 공생하는 역할로 매력을 발산한다.왼쪽부터 ‘기생수: 더 그레이’의 주역들인 김인권, 이정현, 구교환, 전소니, 권해효. (연합)마르고 창백한 얼굴이 갈라져 촉수와 연결되는 특수분장이 기묘하게 어울리며 여러 작품에서 보여준 신비로운 이미지를 탁월하게 변주한다. 무엇보다 수인과 기생 생물 하이디로 1인 2역 연기에 도전, 외롭게 자란 인간의 내면 연기와 더불어 외계 생물 하이디의 정의할 수 없는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이에 전소니는 “온전히 나 혼자로 만들 수는 없는 부분도 있어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디테일하게 표현하려고 했다”라면서 “다른 기생생물과 있을때의 차별점을 두고 연기했다. 한국을 배경으로 어떻게 스토리가 이어질지 궁금하더라”며 참여하게 된 과정을 밝혔다.무엇보다 ‘넷플릭스 공무원’으로 불리는 연상호 감독은 이날 ‘기생수:더 그레이’에 대해 “덕질의 결과물이다. 성덕이 된 기분”이라며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월드와이드하고, 글로벌하고, 매니악한 색채가 강하다. 원작을 보고 이 작품을 보면 훨씬 충격적으로 다가올 것이다”고 말해 기대감을 더했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내달 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3-26 15:15 이희승 기자

[비바100] 81년생 장재현 감독이 쏘아 올린 'K오컬트'의 힘… "더더더더 파고들것"

지난 21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장재현 감독은 “슬픔은 좋아하지만 어둠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두운 세계관에 빛을 보는 그런 느낌이 좋은 것 같다”는 연출관을 밝혔다.(사진제공=쇼박스)조용하고 풍족한 시골에서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학교 진학을 위해 근처 소도시로 이사를 했어도 밝고 따듯한 가족애는 변하지 않았다. 스스로 “늘 행복했던 그때의 기억이 되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에 끌리게 만든 것 같다”고 웃음짓는 장재현 감독은 올해 첫 1000만 영화 ‘파묘’를 만든 장본인이다. 손익분기점인 330만명이 넘고서부터 고향에 “영주의 아들” “영화 ‘파묘’의 히딩크”라는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리면서 화제성을 실감했다고. 풍수와 무속신앙을 결합한 이 작품 이전에 ‘검은사제들’ ‘사바하’ 등 다소 어두운 소재의 영화를 만들어왔던 그는 “당연히 이 세상에 신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며 출발점을 알렸다. 교회 집사지만 무속신앙이나 타 종교를 다루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이유도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장재현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인 ‘검은 사제들’은 악령에 지배당한 사람들과 사제들의 구마의식을 한국식으로 풀어냈다는 극찬을 받으며 당시 545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두 번째 작품인 ‘사바하’는 신흥 종교 비리를 밝히려는 목사가 마주하는 미스터리한 일들을 그렸다. 다음은 불교만 남은 거냐는 질문에 장 감독은 “단정지을 수 없지만 뭐든 특정 종교를 두고 작업하진 않는 편”이라고 강조했다.개봉 31일 만에 올해 첫 1000만 영화에 등극한 ‘파묘’의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쇼박스)그가 정의내린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적, 초자연적 현상’은 사회적으로 ‘오컬트’라고 정의되고 있다. 공포를 기반으로 한 그 오묘한 장르에 빠진 건 아이러니하게도 사랑으로 충만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이다.“사랑이 워낙 충만한 분위기에서 자란 탓에 괴상하고 기이한, 흉칙한 것의 세계에 되려 빠져 든거죠. ‘파묘’는 결국 땅에 묻힌 상흔의 역사로 귀결되는데 우리 민족의 한은 파면 팔 수록 구한말 일제치하와 겹치더라고요. 극 중 ‘여우가 범의 허리를 잘랐다’는 대사도 나오지만 일제가 우리나라의 정기를 끊기 위해 우리 땅 곳곳에 쇠말뚝을 심어뒀다는 설을 믿는 입장이라 시나리오로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파묘’에는 여러 매체에서 스치듯 등장했던 여러 일제 잔재의 흔적이 나온다. 일본 무사 다이묘의 묘사를 기반으로 은어와 참외, 음양사와 더불어 풍수와 굿에 씐 한국식 묫바람, 동티, 대살굿 등이 그렇다. MZ무속인으로 분한 김고은과 이도현이 극 설정상 나이와 경력이 한참 위인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과 허물없이 지내는 장면은 바뀐 시대상을 반영한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죽은 자에게 전하는 예의와 위로’를 행하는 사람들이다.배우들의 남다른 호흡에 극찬을 이어가던 그는 “무대인사에서 ‘할꾸’(할아버지 꾸미기), ‘최꾸’(최민식 꾸미기)란 유행어를 탄생시킨 건 평생 잊지못할 감동”이라면서 “극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베테랑의 모습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진제공=쇼박스)영화의 시나리오를 한창 써내려갈 무렵 우연히 천안에 위치한 독립기념관에서 캐릭터의 이름을 따오며 ‘파묘’ 버전 이스터 에그(작품에 숨겨진 메시지나 기능)에 불을 지폈다. 땅신에게 던지는 이순신이 새겨진 100원짜리가 원래는 10원짜리라는 점 그리고  이장을 의뢰한 사람이 묵던 서울 플라자 호텔이 과거 조선총독부 자리를 보여주기 위한 명당이라는 점이 각종 SNS를 뜨겁게 달궜다.“영화를 재밌게 봤으니까 더 알고 싶은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걸 의도하고자 했던 경우는 단 한번도 없어요. 단지 이런 반응들이 영화의 생명력을 길게 가져가는 것 만큼은 확실해요. 감사할 따름이죠. 무엇보다 ‘파묘’는 그동안 관객들이 본 적 없는 걸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장르적 재미를 살리는 데 95%이상 집중했달까요? 영화란 어두운 극장에서 사람들이 모여 보는 거란 걸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지금의 OTT시대가 오기 전까지 수많은 경험을 해온 최민식, 유해진 선배님들이 무대인사를 돌 때 ‘그래, 이 맛에 영화하는거야’라고 하시는데 뭔가 울컥하더라고요.”한편 중국에서는 불법 사이트를 통해 관람한 후 얼굴에 한자를 새기는 행위를 매우 모욕적이고 굴욕적인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사진제공=쇼박스)고무적인 건 ’파묘’의 해외 반응이다. ‘파묘’의 흥행세는 한국을 넘어 전세계가 주목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28일 인도네시아에서 개봉해 200만 관객을 돌파했고 호주, 싱가포르, 북미 및 영국까지 140여개국에 팔리며 ‘K오컬트’ 장르를 전파하고 있다. 장 감독은 “‘파묘’를 찍으며 그동안 1000번도 넘게 보고 지금도 시간날 때마다 틀어놓는 영화 두편을 살짝 오마주했다는 점이 가장 기쁘다”는 속내를 밝히며 소년처럼 미소지었다. 주인공은 공포 스릴러의 원조 ‘엑소시스트’와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드라큘라’다. “볼 때마다 감탄하는 장면이 있어요. 드라큘라가 박쥐로 변신한 때를 놓치지 않고 십자가를 박는데 그때 대사가 ‘십자가를 정복한 지 1000년이 넘었다’예요. 그리곤 (십자가를) 불태워 버리죠. 그래서 일본 귀신이 자신을 공격하는 묘벤저스에게 ‘금강경을 외운 지 500년’이라는 장면을 찍을 때 너무 행복했습니다. 바운더리가 좁은 사람이라  계속 이 장르를 할 것 같아요. 다만 더더더더더 깊게 들어갈 것 같습니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3-25 18:30 이희승 기자

[비바100]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클레어 퐁텐 “시스템을 향한 인간파업, 주체성과 상호 주관성의 문제”

클레어 퐁텐 개인전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뷰티(Beauty)라는 것은 결국 관습이에요. 이 관습은 시간이나 문명에 따라 문화 그리고 역사의 여러 가지 변화들을 담고 있죠. 그래서 레디메이드(Ready-made)라는 건 결국 사용 가치를 변화시킨다는 의미를 내포하기도 합니다.”아시아 첫 개인전을 위해 내한한 예술가집단 클레어 퐁텐(Claire Fontaine)의 풀비아 카르나발레((Fulvia Carnevale)는 그 제목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Beauty is a Ready-made, 6월 9일까지 아틀리에 에르메스)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이미 있는 것에서의 발견, 그 의미의 재해석 혹은 새로운 의미의 부여다.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얘기해볼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미학적인 아름다움이냐 윤리적인 아름다움이냐 등. 요즘 SNS나 광고를 보면 특정 아름다움을 강요하죠. 이런 것들이 사람들의 정신 건강을 해치는 부분에 대해서도 얘기해 보고 싶었습니다.” 클레어 퐁텐의 풀비아 카르나발레(왼쪽)와 제임스 손힐(사진제공=아틀리에 에르메스)이미 있는 데서 발견하고 재해석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클레어 퐁텐의 작품 세계이자 작업방식이기도 하다. 이들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쉽게 볼 수 있는 그림들, 레몬, 타일, 라이트박스 광고판, 스마트폰의 깨진 액정 등 레디메이드 재료들로 다양한 사회적·역사적 문제들을 아우른다. ‘보호’라는 미명 하에 가부장적 통제의 대상이 되는 약자의 취약성, 지구가 직면한 기후 위기의 위태로움, 사라져 버리고 학대받은 아이들, 식민의 역사, 페미니즘 등처럼. ‘이민자들’(Migrants)이라는 작품에서의 레몬이 역사 속에서 경제적으로 열악했던 유럽 남부의 상징이자 한국의 개살구처럼 보기는 좋지만 먹을 수 없는, 불편하고 쓸모없는 존재들이라는 함의를 가지는 식이다.클레어 퐁텐 개인전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중 '이민자들'(사진=허미선 기자)그렇게 일상의 오브제들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클레어 퐁텐은 2004년 이탈리아 출신의 이론가 풀비아 카르네발레와 영국 출신의 미술가 제임스 손힐(James Thornhill)이 파리에서 설립한 예술가 집단이다. ‘클레어 퐁텐’이라는 팀명은 프랑스의 잘 알려진 문구브랜드의 상표명이자 영어로는 ‘맑은 샘’을 뜻하기도 하며 여성형이다. 이는 상업적 행위나 통제와 관련된 정체성인 동시에 상업화되는 예술에 날카롭게 저항한 마르셀 뒤상(Marcel Duchamp)의 ‘샘’(Fountain, 1917)에 대한 경의이자 페미니즘의 추구를 뜻하기도 한다. 클레어 퐁텐 개인전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중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사진=허미선 기자)4월 개막을 앞둔 베니스비엔날레(La Biennale Di Venezia)가 다양한 언어로 표현된 그들의 네온사인 설치작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Foreigners Everywhere, Stranieri Ovunque, Etrangers Partout)를 60회 미술전 주제로 채택할 정도로 클레어 퐁텐은 글로벌 이슈가 되고 있는 집단이다. 여기에서 ‘외국인’은 단순히 ‘외국에서 온 사람’을 넘어서는 의미를 가진다.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함의를 담은 단어를 각 언어에서 찾아내는 번역작업은 저마다의 감수성과 문화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하고 존중하며 배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제목과 같은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 주제로 채택된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레몬들로 표현한 ‘이민자들’을 비롯해 ‘무제(보호)’(Untitled Protection), ‘무제(새들을 위한 설교)’(Untitled Sermon to The Birds), ‘무제(오직4도)’(Untitled It’s Only 4 Degrees), ‘무제(애도)’(Untitled Lament), ‘무제(분실물)’(Untitled LostFound), ‘만능열쇠(팔레르모)’(Passe-partout Palermo), ‘컷 업’(Cut Up) 등 10점을 만날 수 있다. 클레어 퐁텐의 풀비아 카르나발레(왼쪽)와 제임스 손힐(사진=허미선 기자)“우리는 굉장히 억압된 사회 그리고 그 사회가 규정한 계급이 존재하는 곳에서 살고 있죠. 그래서 저희는 ‘휴먼 스트라이크’(Human Strike)라는 개념을 주창하고 있습니다. 인간 파업이죠. 스스로에게 굉장히 해롭거나 주체성을 해치는 뭔가를 거부하는 개념입니다.”이어 클레어 퐁텐은 “특히 감정,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는 감정일수록 우리에겐 해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남녀 관계만 보더라도 그렇다. 남자가 여자에게 굉장히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서 여자의 삶이 지옥이 됐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남자도 결국 지옥 속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크게 보자면 둘 다 사회 시스템의 피해자죠. 결국 주체성 그리고 상호 주관성의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이냐까지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클레어 퐁텐 개인전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클레어 퐁텐 개인전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중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뒤)와 ‘무제(분실물)’(사진=허미선 기자)클레어 퐁텐 개인전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클레어 퐁텐 개인전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중 ‘만능열쇠(팔레르모)(사진=허미선 기자)

2024-03-25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시즈니, 보고 있나?" NCT드림 새 앨범 쇼케이스 열어

엔시티 드림이 이번 앨범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고민과 아픔을 공감하고, 따뜻한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힐링 아닌 힘 드릴것”NCT 드림이 흑화한 모습으로 대중앞에 섰다. 꿈과 희망을 전했던 9년 차 아이돌 그룹의 성장통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25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 워커홀에서 NCT드림 새 앨범 ‘드림 이스케이프(DREAM( )SCAPE)’ 발매 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번 앨범은 청춘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총 6곡으로 구성된 앨범이다.마이크를 잡은 마크는 “그간 꿈과 희망을 주는 입장이었다면 이번엔 메세지가 확실하다”면서 “꿈이 없는 사람들, 그리고 청춘을 겪고 있는 친구들에게도 탈출하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강조했다. 런쥔 역시 “한마디로 ‘변화’라고도 표현할 수 있지만 ‘성장’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타이틀 곡 ‘Smoothie(스무디)’는 808 베이스 라인과 스네어 리듬, 반복되는 챈팅이 만들어내는 그루비함이 인상적인 힙합 댄스곡이다. 나를 향한 세상의 차가운 시선과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모두 ‘Smoothie’처럼 갈아 마셔버리겠다는 메시지를 자신감 있게 담았다.‘Smoothie(스무디)’를 타이틀곡으로 선정한 이유로 해찬은 “퍼포먼스도 자신 있는 그룹이기 때문에 자신 있을 것 같아서 타이틀곡으로 정했다. 우리 팀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곡”이라고 소개했다.이날 행사에서는 ‘Carat Cake’(캐럿 케이크)와 ‘UNKNOWN’(언노운) 그리고 ‘숨’(Breathing)의 일부가 공개됐다. 마지막 곡인 ‘숨’을 소개한 재민은 “랩 메이킹을 할 때 시즈니를 생각하면서 써봤다. 여러분을 향한 마음을 담았으니 잘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들의 팬덤명이기도한 시즈니는 월드 와이드한 규모를 자랑한다. 이에 엔시티 드림은 이번 앨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5월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북남미,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 각지에서 스타디움, 일본 돔투어 등 지난 투어보다 확장된 세번 째 월드와이드 콘서트에 나선다. NCT DREAM 새 앨범 ‘DREAM( )SCAPE’는 오늘 오후 6시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전곡 음원을 공개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3-25 17:14 이희승 기자

[비바100] 불확실한 미래… 변하지 않는 길을 따라라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늘 변화하는 세상에서 절대 변하지 않는 인생의 법칙들에 관한 이야기다. 불변하는 것 들을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확신을 갖고 미래를 가늠하고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결코 변하지 않는 것 들에 집중하면 불확실한 앞날을 예측하려는 시도를 멈추고, 대신 세월이 흘러도 유의미한 인간 행동을 이해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밝힌 23가지 불변의 법칙 가운데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불변의 법칙|모건 하우절|서삼독◇ 리스크는 보이지 않는다 최대 리스크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는 리스크’다. 대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리스크를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위험에 대비한 후에 남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보이지 않고 예측할 수 없기에 리스크는 더욱 위험하다. 그래서 아주 작은 실수 하나가 큰 재앙을 부르기도 한다. 1930년 대공황 직전까지도 미국인들이 선정한 리스크 순위에서 ‘실업률’은 18위였다. 나심 탈레브는 “예측이 아니라 준비성에 투자하라”고 했다. 저자는 “리스크는 언제고 반드시 올 것이라고 예상해야 한다”면서 “현실에 대한 우리의 관점과 지식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고 말한다.◇ 행복하려면 기대치를 낮춰라삶의 질이 높아지면 사람들의 기대치 또한 높아진다. 그리고 자신의 행복을 남들과 비교해 평가한다. 그래서 찰리 멍거는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탐욕이 아니라 시기심이니, 행복한 삶을 위한 제 1원칙은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 사람들은 1950년대가 좋았다고 느낀다. 당시는 주변과 차이도 크지 않았고, 기대치가 쉽게 높아지지 않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시기심은 발전을 위한 강력한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다만, 그 기대치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부와 행복은 가진 것(현실)과 기대하는 것(기대치)의 두 요소로 이뤄진 등식”이라고 말한다.◇ 우린 ‘정보’보다 ‘확률’을 더 원한다우리는 불확실하고 확률론적인 세상에 살면서도 ‘확실성’과 ‘가능성’을 애타게 원한다. 늘 ‘YES’냐 ‘NO’냐는 이분법적 결과에만 주목하며, 확률과 불확실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희귀한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기 쉽다. 지구촌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때로는 나쁜 사건이 점점 더 늘어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대개는 통계적 확률의 결과다. 세상이 더 암울하고 혼란스러워진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늘 일어난 나쁜 일을 현재는 과거보다 더 많이 접할 뿐이다. 게다가 인간의 뇌는 불확실성을 빨리 제거하고 결정을 내리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다.◇ 통계보다 뛰어난 스토리의 힘옳은 답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뛰어난 스토리텔러라면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100%다. 낡았거나 엉뚱한 아이디어도 설득력 있게 전달하면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 훌륭한 스토리는 긍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힘이 있다. 저자는 가장 설득력 있는 스토리는, 더는 나아질 수 없을 것 같은 무언가에 숨겨진 수많은 기회를 끌어낸다고 말한다. 그는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만드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스토리는 통계보다 더 큰 설득력을 발휘한다”면서 “측정할 수 없는 것이 세상을 움직인다”고 말한다.◇ ‘더 빨리, 더 크게’가 늘 문제다우리는 툭하면 프로세스의 속도를 끌어올리려 안달한다. 워런 버핏은 “여성 9명을 임신시킨다고 해서 한달 만에 아기를 얻을 순 없다”고 했다. 억지로 크기를 늘리거나 속도를 높이려다 균형을 깨기 쉽다. 하워드 슐츠 CEO가 물러나 있던 기간의 스타벅스처럼 성장 목표 수치를 높이려는 과도한 욕구가 합리적 분석과 판단을 밀어내기도 한다. 창의성 발현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결과물을 빨리 내놓고 싶어하는 그 ‘조급함’이다. 저자는 “더 빨리하려는 것, 더 규모를 키우려는 것이 언제나 문제였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일침 했다.◇ 고통이 집중력을 발휘시킨다역사적으로 중요한 변화와 혁신은 늘 근심 걱정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비극은 우리에게 고통과 괴로움,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지만, 역경에 과잉 반응할 때 분출되는 엄청난 에너지가 혁신을 만들기도 한다. 1930년대는 미국 역사상 손꼽히는 암울한 시기였지만, 가장 생산성 높고 기술적으로 발전한 10년이기도 했다. 뉴딜 정책으로 수많은 도로 인프라가 확충되었고, 전기가 대량 보급되었다. 최초의 슈퍼마켓과 셀프 세탁소도 이 때 등장했다. 저자는 “두려움과 고통, 역경은 긍정적 감정이 결코 따라갈 수 없는 강력한 동기 부여 요소”라고 강조했다.◇ 낙관·비관이 공존해야 발전한다저자는 “‘비관론자처럼 대비하고 낙관론자처럼 꿈꾸라’는 말처럼, 둘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인생에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말한다. 대공황기에 출간되어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희망의 언어를 유행시켰던 제임스 트러슬로 애덤스는 ‘우울한 현실’과 ‘무지한 낙관’이 세상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고 했다. 빌 게이츠는 늘 사태를 낙관하면서도 만약에 대비해 1년 동안 회사를 유지하기에 충분한 현금을 늘 은행에 보관해 두었다. 저자는 “단기적 역경과 장기적 관점을 균형 있게 관리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은 대개 비참한 비관주의자가 되거나 파산한 낙관주의자가 된다”고 경고했다.◇ 완벽함 보다는 약간의 불완전함많은 이들이 완벽해지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하나가 완벽해지면 결국 생존에 필수적인 다른 능력이나 특성을 잃는 경우가 대부분임을 간과한다. 효율적인 삶을 살려고 애쓰지만 어떤 때는 시간을 낭비하는 게 더 현명할 때가 있다. 사람들은 ‘생각할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깨닫지 못한다. 이를 실천하기도 쉽지 않다. 워런 버핏은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을 그저 쉬면서 책을 읽는데 쓴다. 저자는 “우리는 더 완벽해지려 할수록 여러 면에서 더 취약해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잘 생각해 보면, 약간의 비효율성을 허용하는 것이 이상적임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경쟁우위’는 결국 사라진다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우위를 잃는 이유를 저자는 다섯 가지로 소개한다. 첫째, 연이은 성공에 자신은 틀릴 리 없다는 자신감이다. 둘째, 성공하면 의도적으로 규모를 키우는 경향이 있다. 셋째, 미래에 언젠가는 열심히 노력할 필요가 없어지길 바라며 경쟁우위를 얻으려 노력한다. 넷째, 한 시대에 중요한 기술이 다음 시대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다섯째, 때로 성공은 마침 그 시기에, 그 자리에 있었던 덕분에 찾아온다. 저자는 “경쟁우위에는 유통기한이 있다”면서 “영원한 우위 역시 존재 않는다는 것이 불변의 스토리이니 계속 앞으로 달려가라”고 독려한다.◇ 겪어봐야 안다직접 경험한 것만큼 강한 설득력을 가진 것은 없다. 위기와 역경은 사람들이 평화로운 시절에 예상하지 못한 생각과 행동을 하게 만든다. 리스크가 현실이 되었을 때, 혹은 반대로 엄청난 횡재를 만났을 때, 우리가 어떻게 반응할 지 예상하기 힘들다.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는 그 상황 안에서 일어날 감정적, 심리적 반응을 완벽하게 알 수 없다. 우리는 미래의 성공과 행복을 상상할 때 현실적 측면은 쏙 빼놓고 이상적인 그림만 그린다. 그러나 실제로 삶에서는 언제난 좋은 것과 나쁜 것이 뒤섞여 공존하면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겪어 봐야 안다.◇ 필요 이상 복잡할 필요는 없다사람들은 흔히 복잡하거나 지적호기심을 자극하며 고도의 두뇌 활동이 필요한 일에 마음이 끌리고, 단순하지만 효과가 좋은 것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단순한 방법이 더 효과적임에도 복잡한 것에 더 몰두한다. 단순함은 무지함, 복잡함은 능력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자신이 이해 못하는 복잡한 내용을 이해하면 신비로워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 상황에서는 몇 가지 간단한 요인이 결과의 대부분을 만들어 낸다. 그 몇 가지만 이해하면 상황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저자는 “복잡한 것에 지나치게 끌리고 지나치게 힘을 쏟으면 자칫 큰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상처는 아물지만 흉터는 남는다인간은 언제나 고난을 겪은 후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고 회복하지만, 고난의 흉터는 영원히 남는다. 2차 세계대전을 겪은 13개국 2만 명을 조사해보니 당뇨병과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은 물론 결혼하는 비율이나 노년의 삶의 만족도가 더 낮았다. 사람의 마음은 좀처럼 회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다. 예상치 못한 중대한 사건을 겪으면 그런 일이 미래에도 계속, 더 크게 일어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심리적 불편함을 초래한다. 의견충돌 역시 사람들이 지닌 ‘지식’이 아니라 ‘경험’과 더 크게 관련이 있다. 경험은 늘 다르기 마련이니 의견충돌도 계속 일어날 수 밖에 없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4-03-23 07:00 조진래 기자

[B그라운드]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의미심장함, 클레어 퐁텐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클레어 퐁텐의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중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는 4월 개막하는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 주체로 채택됐다(사진=허미선 기자)“그냥 ‘외국에서 온 사람’을 뜻하는 건 아닙니다. 그 이상의 의미를 함의하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번역 과정에서 여러 가지 감수성이나 문화가 고려돼야 하는 작업이에요. 그 단어 자체가 없는 언어도 있어서 언어의 구분론이라든지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해야한다는 점이 좀 특이한 것 같습니다.“개인전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Beauty is a Ready-made, 3월 22~6월 9일 아틀리에 에르메스)로 내한한 예술가집단 클레어 퐁텐(Claire Fontaine)은 60회를 맞은 베니스비엔날레(La Biennale Di Venezia) 미술전 주제로 채택된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클레어 퐁텐의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그들이 2004년 설립과 더불어 처음 선보인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는 오랜 시간에 걸쳐 오늘날에도 여전히 가장 첨예한 문제가 되고 있는 현상에 대한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Foreigners Everywhere), 이탈리아어(Stranieri Ovunque), 프랑스어(Etrangers Partout)로 된 네온사인 설치작을 볼 수 있다. 이는 4월 개막하는 베니스비엔날레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에 대해 클레어 퐁텐은 “아직은 작가 선정이 저희만 된 상태”라며 “지금까지 작업했던 모든 언어 버전의 네온 설치물을 하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클레어 퐁텐의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지금까지 저희가 방문했던 장소, 만난 사람들, 번역작업 등 모든 요소들이 연결되는 지점이 될 거예요. 그 의미 자체는 모호하지만 이렇게 연결 지점을 찾아서 작품을 선보이는 동시에 아직 내용을 공개할 순 없지만 바티칸 관에도 전시를 하게 됩니다.”클레어 퐁텐은 2004년 이탈리아 출신의 이론가 풀비아 카르네발레(Fulvia Carnevale)와 영국 출신의 미술가 제임스 손힐(James Thornhill)이 파리에서 설립한 예술가 집단이다. 일상의 오브제 같은 예술가로 자리매김해온 그들은 프랑스의 잘 알려진 문구브랜드의 상표명을 팀명으로 차용하면서 상업적 행위나 통제와 관련된 정체성을 다루고 있다.클레어 퐁텐의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영어로 ‘맑은 샘’을 뜻하기도 하는 팀명을 통해 마르셀 뒤상(Marcel Duchamp)의 ‘샘’(Fountain, 1917)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미술의 상업화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한 뒤상의 정신을 회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 중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를 비롯해 ‘무제(보호)’(Untitled Protection), ‘무제(새들을 위한 설교)’(Untitled Sermon to The Birds), ‘무제(오직4도)’(Untitled It’s Only 4 Degrees), ‘무제(애도)’(Untitled Lament), ‘무제(분실물)’(Untitled LostFound), ‘만능열쇠(팔레르모)’(Passe-partout Palermo), ‘이민자들’(Migrants), ‘컷 업’(Cut Up) 등 10점을 만날 수 있다.스마트폰의 깨진 액정 화면을 통해 바라본 이미 존재하고 있는 그림을 라이트박스 광고판으로 치환하는 방식을 취하는 그들의 작품은 ‘보호’라는 미명 하에 가부장적 통제의 대상이 되는 약자의 취약성, 지구가 직면한 기후 위기의 긴급성, 사라져 버리고 학대받은 아이들 문제 등을 표현한다.‘컷업’은 그들이 거주하고 있는 팔레르모 여기저기에서 오래되고 금 간 타일 사진을 콜라주해 겹쳐서 바닥에 설치한 신작이다. 해양 무역의 중심지로 온갖 종류의 문화가 합쳐진 팔레르모의 문화적 복합성, 혼탁함, 그로 인한 다양성과 풍부함을 표현하고 있다.그 위에 이리저리 흩어져 돌아다니는 레몬들은 경제적으로 열악했던 유럽 남부의 상징이자 한국의 개살구처럼 보기는 좋지만 먹을 수 없는, 불편하고 쓸모없는 존재들이라는 함의를 가지고 있다.클레어 퐁텐의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중 ‘컷 업’과 ‘이민자들’(사진=허미선 기자)‘이민자들’이라 이름 붙여진 레몬들은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지만 어디에나 존재하는 이민자 문제를, 아이의 것으로 보이는 옷이 걸린 ‘분실물’은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이 버려지는 문제를 시각화한 작품들이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쉽게 볼 수 있는 그림들, 레몬, 광고판 등 레디메이드를 재료로 하지만 그들이 품고 있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클레어 퐁텐의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클레어 퐁텐의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중 ‘만능열쇠’(사진=허미선 기자)

2024-03-22 21:57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시간’과 ‘공간’의 교차점에서 강서경이 내딛는 봄을 향한 발걸음 ‘마치’

강서경 개인전 ‘마치’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현대사회에서 저마다가 굳건히 딛고 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땅의 규격을 표현해온 강서경 작가가 개인전 ‘마치’(March, 4월 28일까지 국제갤러리 K3)를 통해 봄의 시작을 알린다.국제갤러리와의 첫 전시인 ‘마치’에서는 ‘시간성’에 대한 고찰을 다양한 방식으로 시각화한 신작 조각 및 회화군들을 만날 수 있다.강서경 작품세계의 근간은 세종대왕이 창안한 유량악보 ‘정간보’(井間譜)의 기호로 바둑판처럼 생긴 우물 정(井)과 모라(Mora, 음절의 한 마디보다 짧은 단위를 일컫는 언어학 용어)다.  강서경 개인전 ‘마치’ 전경(사진=허미선 기자)그 자체로는 어떤 의미를 가지지 않지만 이들이 모여 문장이 되기도, 문단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그의 작업도 그렇다. 보이지 않는 매일의 시간을 쌓아올려 시각화하는가 하면 높지 않은 테이블에 캔버스들을 쌓아 올려두고 작업을 하다 물감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자 그 낙하지점에 아크릴 판넬들을 깔아놓고 그 위에서 작업을 하기도 한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그렇게 바닥에 생긴 자연스러운 물감의 흔적을 작품화함으로서 자신의 작업과 시간의 흔적을 담은 ‘모라_누하’ 연작들을 만날 수 있다.‘누하’는 그의 작업실이 있는 동네의 이름으로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씨실과 날실처럼 엮인 ‘정’ 시리즈와도 일맥상통하는 지점이다. ‘모라’ 연작이 시간성을 쌓아서 표현하는 작업이라는 ‘모라_누하’는 시간성에 공간성까지를 보탠 작품들이다. 강서경 개인전 ‘마치’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동그란 자수틀, 화문석, 매듭, 반투명 비단 등 공예적 요소가 돋보이는 재료들로 꾸린 강서경의 새로운 연작 ‘아워스’는 그가 지금껏 천착해온 시간성의 극대화다. 재료 자체가 지닌 시간성은 물론 절대적으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자수는 여성적 노동의 시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시간들(Hours)인 동시에 ‘우리들’(Ours)의 뜻을 동시에 지닌 ‘아워스’는 묶어내기도 분리하기도 하는 시간의 공유를 뜻하기도 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립되고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꾸준히 작업했던 그의 신작들은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고 받아들이게 하는 예술적 수행의 방법 혹은 결과물”인 셈이다.강서경 개인전 ‘마치’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전시장 중앙에는 브론즈를 처음으로 활용한 ‘산_아워스’ 연작이 걸려 있다. 전시장 전체를 동양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게 하는 이들은 브론즈를 구부리고 두드려 띠의 안과 밖의 질감을 완전히 다르게 함으로서 시간성의 소멸을 표현한 작품이다. 더불어 이 공간을 걷는 이들로 하여금 모빌처럼 매달려 어쩔 수 없이 움직이는 작품들을 통해 시간 그리고 공기의 흐름을 인지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산_아워스’를 비롯해 그와 대칭을 이루게 배치된 ‘산_꽃’까지 전시장은 그 자체로 3월이라는 ‘시간’과 전시장이라는 ‘공간’을 엮은 ‘산수화’가 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3-22 18: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김윤신 개인전 “모두가 내 삶의 흔적, 동서남북 작가이고 싶어요!”

40여년만에 한국으로 터전을 옮긴 후 처음으로 개인전을 여는 김윤신 작가(사진=허미선 기자)“제가 생각하는 제 삶의 흔적이 아닐까 생각해요. 삶의 흔적을 그대로 표현할 뿐 다른 걸 가미하거나 표현하는 게 아니거든요. 주어진 내 환경, 내 생활의 모든 것이 거기에서 맴돌고 있는데 딴 건 필요 없어요. 전부 다 내 삶이에요. 그렇게 내 삶 전체가 표현되는 거죠.”88세. 개인전 ‘Kim Yun Shin’(4월 28일까지 국제갤러리 K1, 2)을 진행 중인 김윤신 작가는 예술 그리고 표현에 대해 “삶 전체”라고 했다. 삶을 기반으로 한 작품세계를 선보여온 그는 4월부터 시작되는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La Biennale Di Venezia)에 공식초청될 정도로 지금에 발 딛고 있다.그는 “시골에서 자라다 보니 친구도 없이 종일 혼자서 놀았다”며 “울타리에 있는 나무들을 뽑아 안경도 만들고 소도 만들어서 물감칠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나무 조각을 모아 했던 작업들도 만날 수 있다(시진=허미선 기자)“밤하늘의 별과 대화를 하며 이름을 붙여주고 꽃에 물을 주며 이야기를 나누죠. 자연이 모두 친구였어요. 그렇게 놀 던 때가 생각이 났어요. 그때 솟던 것들이 제 작품으로 변한 게 아닌가 싶어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60세 이상은 절대 바깥에 나갈 수 없을 때도 (물감도, 재료도, 교육을 다로 받은 적도 없었지만 자연 모두를 친구 삼아 놀던) 그때가 생각났어요. 집에서 작업을 해야하는데 재료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주운 나무들을 잘라서 붙이는 작업을 했죠.”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거대한 나무를 구하기 힘들어진 그가 나무 조각을 모아 진행한 작업들도 이번 개인전에서 만날 수 있다.40여년만에 한국으로 터전을 옮긴 후 처음으로 여는 이번 개인전에서는 1975년부터 그가 추구해온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 철학이 스민 나무조각 연작과 남미의 토속색, 한국 오방색, 멕시코 여행에서 조우한 아스테카의 흔적 등이 담긴 ‘이루어지다’ ‘내 영혼의 노래’ ‘원초적 생명력’ ‘기억의 조각들’ ‘진동’ 등의 회화 만날 수 있다.1959년 홍익대학교 조소과 졸업 후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던 김윤신은 1969년 귀국해 10여년간 교단에 섰다. 김윤신은 대한민국 1세대 여성 조각가로 한국여류조각가회의 설립을 주도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던 그는 1984년 특유의 에너지와 생명력 넘치는 나무, 자연환경에 반해 아르헨티나로 이주해 나무 조각, 석판화, 회화 등을 아울렀다.한국을 비롯해 아르헨티나에서 멕시코로, 멕시코에서 브라질 그리고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를 오갔던 그는 88세가 된 지금까지도 제 몸집만한 톱을 들고 활발하게 작품활동 중이다. 이는 그의 예술이 삶이자 끝이 없는 여정이기 때문이다.김유신 개인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제 예술은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끝이 없어요. 끝이 없고 완성할 수 없기 때문에 예술이 아닐까 생각해요. 매일 아침과 저녁이 반복적으로 오잖아요. 그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죠.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우리는 몰라요. 오고 가는 건 아는데 어디로 가고 오는지는 모르죠. 똑같아요. 예술이라는 게 답이 주어지는 것도, 끝도, 완성도 없잖아요.”그는 “그저 작가가 여기서 멈추고 싶다고 하면 멈추는 거고 더 하고 싶다면 더 하면 된다”며 “시작과 끝이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그냥 삶이 예술이고 예술이 곧 삶”이라고 덧붙였다.김유신 개인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우리 삶 속에 창조가 돼 있어요. 우리는 길게 살지 않아요. 모든 삶의 여정 자체가 이 순간, 이 찰나에 살고 있죠.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굉장히 중요해요. 어떤 과학이나 논리로 되는 게 아닌 자연 그대로의 그것이 연장되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죠.”재료, 특히 나무의 물성과 성정 등을 중요시한 목조각 역시 그의 삶에서 기인하며 자연 그대로의 연장이다.일제 강점기 “일본 경찰들이 잡으러 오는 통에 도망치다 행방불명된 오빠를 위해 어머니는 새벽이면 산비탈로 가서 기원을 하곤 했다” 전한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예술을 하면서 보이는대로가 아니라 내면에서의 생각을 표현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부터 나무를 깎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김유신 개인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엄마가 자식을 위해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그 염원을 담아 (‘기원쌓기’) 형상으로 시작했어요. 저는 나무를 굉장히 좋아해요. 나무는 사람들이 잘 몰라요. 그냥 말없이 서있지만 살아 있거든요. 숨을 쉬고 있죠. 그 나무가 풍기는 향이 있고 근육의 질이 있어요. 우리도 사실 자연이잖아요. 자연과 자연 사이에서 형태만 다를 뿐 생명을 가지고 존재한다는 건 똑같아요.”그의 나무조각은 한국의 소나무를 비롯해 아르헨티나 팔로산토(Palo-Santo)나 알가로보(Algarrobo)등은 한국의 토템 중 하나인 장승의 형상을 하고 있다. 김윤신 개인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알가로보는 물이 없고 단단한 자갈밭에서 성장하는 나무예요. 처음 신부가 되는 분들의 머리카락과 손톱, 발톱을 잘라 이 나무로 만든 상자에 보존하죠. 이 나무가 계속 숨을 쉬고 있고 생명력이 있어서 절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이어 그는 “팔로산토는 돌같이 단단하다. 바닷물에 넣어도 가라앉을 정도”라며 “그래서 큰 배의 베어링으로 깎아서 쓰기도 한 아주 중요한 나무”라고 부연했다. 이 나무들은 그가 아르헨티나에 터를 잡게 된 이유 중 하나다.나무껍질은 그대로 살리고 속을 파내면서 조각의 공간을 만드는 방식을 취하는 그는 “생명이 있는 나무, 한국의 나무와는 다른 남미의 나무 등을 어떻게 표현할까를 고민하곤 한다”고 털어놓았다. 김유신 작가(사진=허미선 기자)“재료가 주어지면 며칠을 두고 봅니다. 나무의 상태, 질, 단단한가 연한가, 껍질, 향 등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그렇게 완전히 파악되고 재료와 제가 하나되는 순간이 와야 잘라내기 시작하죠.”그렇게 나무는 그의 손길로 변화를 맞이하고 또 하나의 생명으로 잉태된다. 이를 그는 “합이합일 분이분일‘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저는 동서남북 작가로 살고 싶어요. 동쪽으로 가나 서쪽으로 가나 남으로 가나 북으로 가나 작업을 하는 곳이 내 나라라는 마음으로 살아왔거든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3-22 18:00 허미선 기자

[문화공작소]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콰지모도 정성화 “300회 넘은 윤형렬, 1000회 넘은 타이거, 갈 길이 멉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콰지모도 역의 정성화(사진제공=마스트인터내셔널)“이 작품이 워낙 오래되다 보니 1000회를 넘게 공연한 타이거라는 친구가 있어요. (콰지모도 역의) 윤형렬 배우도 이번에 300회를 넘겼어요. 이 작품에는 정말 존경스러운 사람이 많구나 싶고 이 친구들에 비하면 저는 가야할 길이 먼 것 같습니다.”서울 공연의 막바지, 지방 출격을 앞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Notre-Dame de Paris, 3월 2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3월 29일~4월 7일 부산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 4월 12~21일 계명아트센터, 4월 26~28일 이천아트홀 대공연장, 5월 3~5일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 5월 10~12일 세종예술의전당)에서 콰지모도(윤형렬·양준모·정성화,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로 분하고 있는 정성화는 “가야할 길이 멀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콰지모도 역의 정성화(사진제공=마스트인터내셔널)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Victor Hugo)가 1831년 발표한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리카르도 코치안테(Riccardo Cocciante) 작곡, 뤽 플라몽동(Luc Plamondon) 작사로 넘버를 꾸려 무대화한 작품으로 1998년 파리에서 초연됐다.전세계 23개국, 9개 언어로 공연돼 1500만명 이상의 관객들을 만난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2005년 프랑스 오리지널 내한공연으로 처음 무대에 올랐다.2005년을 시작으로 2006년, 2014년, 2015년, 2020년, 2021년, 2022년 프랑스 오리지널 프로덕션이 무대에 올랐고 2012년에는 영어로 공연되기도 했다. 한국어 버전으로는 7번째 시즌으로 6년 만에 돌아왔다.1482년 프랑스 파리, 종교가 권력이던 시대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집시여인 에스메랄다(정유지·솔라·유리아)와 그녀에 빠져든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 그 성당의 부주교이자 권력자인 프롤로(이정열·민영기·최민철), 근위대장 페뷔스(김승대·백형훈·이재환) 세 남자가 펼치는 사랑과 욕망의 대서사시다.거리의 음유시인 그랭구와르(마이클리·노윤·이지훈)가 화자(話者)로 나서 추한 외모로 집시에도 버림받은 멸시의 대상인 콰지모도, 종교와 에스메랄다를 향한 욕망으로 번뇌하는 프롤로, 약혼자가 있으면서도 다른 사랑을 갈구하는 페뷔스의 에스메랄다를 둘러싼 엇갈림 그리고 클로팽(박시원·장지후·김민철)이 이끄는 집시들의 자유에 대한 갈망, 편견에 대한 저항의 몸부림 등을 전한다.“이 작품에서는 댄서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어요. 너무너무 힘든 부분들을 매 공연 죽을 듯이 소화해 내거든요. 옆에서 보고 있자면 안쓰럽기도 하지만 위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무 자체가 굉장히 어렵거든요. 그들과 같이 연습을 하다보면 태릉선수촌에 와 있는 느낌이죠. 너무 존경스러운 친구들과 같이 하고 있구나 싶어 매일 반성하면서 공연하고 있습니다.”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 콰지모도로 출연 중인 정성화(사진제공=마스트인터내셔널)정성화는 자신이 표현하는 콰지모도에 대해 “그 인물 자체가 가지고 있는 충격적일 정도의 추한 이미지 전달과 연민의 정이 느껴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공연이 끝날 때쯤에는 너무 불쌍해서 나라도 사랑해주고 싶다고 할 정도로 연민의 정이 느껴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캐릭터를 구축해 왔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에스메랄다를 향한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계기와 가장 깊게 사랑에 빠지게 되는 시기 등에 대해 다름대로 고민했어요.”그리곤 “‘아름다워’(Belle)를 부르면서 사랑에 빠지고 그녀를 집으로 초대하는 노래(Ma maison c‘est ta maison 내 집은 너의 집, 내 집은 그대의 집)를 했을 때 사랑이 깊어지다가 그녀를 감옥에서 구해주면서 사랑이 절정에 이르게 된다”며 “그 과정을 관객분들께 충분히 이해될 수 있게 표현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을 보탰다.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 콰지모도로 출연 중인 정성화(사진제공=마스트인터내셔널)정성화는 ‘노트르담 드 파리’에 앞서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레미제라블’ 2012년 초연과 2015년 재연의 장발장으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유난히 인연이 잦은 빅토르 위고에 대해 정성화는 “그의 작품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인물 묘사”라고 꼽았다.“책인데도 ‘레미제라블’도 그렇고 ‘노트르담의 곱추’도 그 인물이 어떻게 생겼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굉장히 명확히 드러나거든요. 그분의 작품들이 사랑받은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노트르담 드 파리’가 사랑과 욕망 이야기라면 ‘레미제라블’은 그 시절을 사랑하는 이들의 배고픔, 권력자들의 욕망 등이 표현된 작품이죠.”2022년 윤제균 감독의 뮤지컬 영화 ‘영웅’에 안중근으로 출연했던 그는 “한국에서 뮤지컬 영화는 여전히 불모지”라며 “우리나라에서도 분명히 뮤지컬 영화가 잘 되는 날을 있을 거라는 꿈을 꾸면서 살고 있다”고 전했다.뮤지컬 ‘영웅’과 안중근은 그의 대표작이자 캐릭터다. 그는 “이미지가 강하다보니 그가 방송에서 부른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에 대해 ‘에스메랄다 일어나, 독립운동해야지’라는 것 같다는 분들도 있었다”며 “내 눈높이에서 표현한 것과 관객들이 받아들이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걸 깨닫고 반성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대표작이 있음에도 다른 작품을 했을 때 그 작품이나 인물이 생각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배우의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연을 많이 했지만 ‘이 정도면 됐다’라고 생각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드라마 ‘카이스트’로 좀 알려지고 나서 한동안 일이 끊긴 적이 있어요. 배우라는 생활 자체가 발전을 거듭하지 않으면 끝난다는 걸 깨달았죠. 그때부터 20년 동안 발전을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때도 절실했지만 지금도 계속 절실하게 하고 있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3-21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백남준의 쇼는 끝나지 않았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

조지 오웰이 ‘1984’에서 제시한 암울한 미래에 반기를 든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백남준(Paik Nam June)의 위대함은 40년 전 작업임에도 현재에 발 디딘 ‘동시대성’이자 당시에는 파격적이었을 ‘미래성’에서 기인한다. 1984년 백남준이 기획한 전세계 최초 위성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Good Morning Mr. Orwell)이 40주년을 맞았다. 그 4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Wake Up! It’s 2024, 3월 21~2025년 2월 23일 백남준아트센터 제1전시실)와 권희수, 삼손 영, 상희, 이양희, 장서영, 조승호, 홍민키, 휘(HWI), 히토 슈타이얼(이상 가나다 순) 등 동시대 미디어 작가 9명의 커미션 작품이 전시된 ‘빅브라더 블록체인’(Big Brother Blockchain, 3월 21~8월 18일 백남준아트센터 제2전시실)이 동시 개막한다.조지 오웰이 ‘1984’에서 제시한 암울한 미래에 반기를 든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의 말처럼 “사람과 사람, 인간과 물질, 인간과 미술, 정신과 세계 등의 연결에 초점을 두셨던 백남준 선생님의 인공예술이 시작된 것이 1984년작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었다.”‘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1984년 1월 1일 미국공영방송 WNET 뉴욕 스튜디오와 프랑스 퐁피두센터를 위성으로 연결해 한국, 독일, 일본 등으로 생중계된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라이브 쇼다.1977년 독일 카셀 도큐멘타 6에서 처음으로 소규모 위성TV 프로젝트를 시도한 이래 대대적으로 펼친 작업이자 ‘바이 바이 키플링’(Bye Bye Kipling, 1986), ‘손에 손잡고’(Wrap around the World, 1988)로 이어지는 위성 오페라 3부작의 출발점이기도 하다.‘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1949년 쓰여졌지만 지금까지도 유효한 문제의식과 풍자로 무장한 조지 오웰의 대표소설 ‘1984’가 예견한 통제의 기술을 소통의 기술로 전환한 작업이다.텔레스크린을 통해 지식과 권력을 집중화시키고 사회를 통제하는 빅브라더를 등장시켜 매스미디어가 인류를 지배할 것이라는 ‘1984’의 경고에 “절반만 맞았다”고 반기를 드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1984’가 빅브라더와 매스미디어에 통제받는 인류의 암울한 미래를 그려냈다면 백남준은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통해 기술발전으로 인한 소통 가능성의 확대, 그로 인한 공존과 평화 그리고 예술의 역할로 재해석해냈다.‘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첫 인공위성 라이스쇼인 동시에 “모든 사람은 예술”이라고 주창했던 독일의 화가 요셉 보이스(Joseph Beuys)와 미국의 현대음악가 존 케이지(John Cage), 두 거장의 첫 만남으로도 큰 화젯거리였다. 조지 오웰이 ‘1984’에서 제시한 암울한 미래에 반기를 든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이 작품에는 두 거장을 비롯해 음악가 로리 앤더슨(Laurie Anderson), 시인 앨런 긴즈버그(Allen Ginsberg), 첼리스트 샬롯 무어만(Charlotte Moorman), 가수 톰슨 트윈스(Thompson Twins), 안무가 머스 커닝햄(Merce Cunningham), 연주그룹 어반 삭스(Urban Sax) 등 당대를 풍미했던 아티스트들 100명이 참여했고 전세계 2500만여명이 시청했다.박 관장은 “조지 오웰의 미래였던 1984년과 백남준 선생님의 미래였던 2024년, 120년의 시간들을 한꺼번에 마주하고 관통하는 시간과 차원을 논의할 수 있는 장으로 마련했다”고 밝혔다.“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 연결했던 그 세계는 2024년 현재의 일상입니다. 인간과 인공지능에 의해 이미지와 예술이 탄생하는 순간들을 목격하게 됩니다. 백남준 선생님이 생각했었던 세계를 연결한 기술과 조지 오웰의 권력화된 기술 그리고 이를 토대로 2024년 지금의 기술이 우리에게 무엇을 줄 것인지 대안적 미래를 짚는 전시가 될 것입니다.”조지 오웰이 ‘1984’에서 제시한 암울한 미래에 반기를 든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일어나 2024년이야!’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소통과 평화의 메시지에 주목한다. 김윤서 큐레이터는 “현재의 관점에서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다시 보기 위해 마련된 전시인 만큼 지금의 가장 중요한 질문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세계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쌍방향 소통의 기술은 최첨단화되고 변화했지만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 진행된 1984년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것은 분쟁, 여전히 전쟁 중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이에 40년 전 위성예술을 보면서 백남준이 예술의 위상을 결합시킨 기술 그 자체보다 그 기술로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했던 세계 평화의 가치를 들여다봐야겠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기획했습니다.”조지 오웰이 ‘1984’에서 제시한 암울한 미래에 반기를 든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이에 전시의 첫 장면은 “백남준의 여러 영상 중 가장 정치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다큐멘터리 ‘과달카날 레퀴엠’(1977)이다.” 그렇게 ‘과달카날 레퀴엠’으로 시작하는 ‘일어나 2024년이야!’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뉴욕 라이브방송과 마지막 위성 작품 ‘세계와 손잡고’ 그리고 백남준의 쌍방향 예술의 비전을 제시한 조각·설치작 ‘로봇 K-456’ ‘TV 첼로’ ‘TV 부처’ ‘칭기즈 칸의 복권’ 등을 만날 수 있다.더불어 최근 화제가 된 얼터너티브 K팝 그룹 바밍 타이거(산얀, Omega Sapien, 언싱커블, 잔퀴, 소금, 헨슨, 어비스, 원진, Mudd the student, 이수호, 홍찬희)와 미술가 류성실이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내용과 형식을 오마주한 신작 ‘SARANGHAEYO 아트 라이브’도 전시된다.조지 오웰이 ‘1984’에서 제시한 암울한 미래에 반기를 든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 중 버밍타이거와 류성실이 오마주한 신작 ‘SARANGHAEYO 아트 라이브’(사진=허미선 기자)버밍타이거는 ‘SARANGHAEYO 아트 라이브’에 대해 “백남준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그 평화가 아직은 좀 멀었다고 생각하면서 그 현실을 풍자하는 내용을 담았다”며 “미디어뿐 아니라 여러 가지가 결합돼야 평화라는 게 있을 수 있으며 (그 평화) 또한 영원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사실 동시대 작가로서라기 보다는 대중음악 신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로서 공연 예술도 관객들과 밀접하게 소통하는, 저희만의 쌍방향 소통 방식이라고 생각했어요. 저희도 항상 평화를 비롯한 긍정적인 말들과 메시지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매공연 그들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작은 새롭기 보다는 항상 해오던 것들을 확장하는 차원이죠.”조지 오웰이 ‘1984’에서 제시한 암울한 미래에 반기를 든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빅브라더 블록체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백남준아트센터 2층에서 열리는 ‘빅브라더 블록체인’에는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사회를 감시하는 가상의 독재자 ‘빅브라더’와 정보를 분산저장해 투명하게 공유하는 ‘블록체인’, 상충하는 두 단어를 통해 백남준이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서 함께 했던 아티스트들의 미래를 담는다. 1984년과 현재의 연결고리를 만든 홍민키 신작 ‘라이브 방송 중 해킹 당한 BB?!?!’, AI 알고리즘으로 초개인화된 미디어와 인류를 위태로운 비행에 빗댄 장서영 신작 ‘터뷸런스’, ‘굿모닝 미스터 오웰’로부터 40년 후의 미래인 2024년에서 화석연료가 고갈되고 물에 잠긴 세계의 생존자들이 세계를 재건하는 가상의 미래를 그린 휘의 신작 ‘너의 전생’을 선보인다.조지 오웰이 ‘1984’에서 제시한 암울한 미래에 반기를 든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빅브라더 블록체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프로젝터 앞 셔터 스피드 조절 장치를 통해 분해된 빛이 전시실 풍경을 실시간으로 재구성하고 변형시키는 권희수의 ‘나선필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으로 육체적인 노동이 가상의 세계로 전환되는 테이터 기반 사회를 다룬 히토 슈타이얼의 ‘태양의 공장’, 기술에 대한 인간의 신념과 태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삼손 영의 ‘제단 음악(우유부단한 신자를 위한 예배)’도 만날 수 있다.더불어 기술의 통제를 거부하며 숨으려 하지만 오히려 시선이 집중되는 현상을 다룬 조승호 신작 ‘은신처’, 팬데믹 시절을 보내면서 깨달은 것을 반영해 누구나 어디서나 퍼포머이자 관객이 되는 공연예술의 미래를 조망한 이양희 신작 ‘트립 더 라이트 판타스틱’ 그리고 한국 청년들의 특수 주거공간이자 사회적 현실을 상징하는 원룸을 모티프로 한 상희의 ‘원룸바벨’ 등도 전시된다. 조지 오웰이 ‘1984’에서 제시한 암울한 미래에 반기를 든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빅브라더 블록체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이 전시의 아쉬움이라면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오마주 혹은 ‘동시대성’에 그친다는 것이다. 1984년 백남준이 ‘굿모닝 미스터 오웰’로 급부상한 이유는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에 반기를 들며 동시대성과 미래성을 동시에 그려냈기 때문이다.반면 ‘빅브라더 블록체인’에는 동시대성과 미래 예측만 있을 뿐 백남준이 제시한 미래성에 대한 반기나 그 미래성의 구현, 지금에서 모색한 새로운 미래성은 잡히지 않는다.   조지 오웰이 ‘1984’에서 제시한 암울한 미래에 반기를 든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빅브라더 블록체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백남준이, 파란을 일으킨 1984년 그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 위대한 건 미래를 예측만 하던 시대에 기발하게 그 미래를 구현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동시대 문제의 해법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후로 40년이 흐른 지금의 작가들이 해야할 일은 백남준의 단순한 오마주나 동시대의 현상 분석이 아니다. 40년 전 백남준이 던진 소통과 평화의 메시지가 여전히 유효한 지금에서 할 수 있는 미래 예측과 그 미래성의 구현을 통해 동시대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조지 오웰이 ‘1984’에서 제시한 암울한 미래에 반기를 든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조지 오웰이 ‘1984’에서 제시한 암울한 미래에 반기를 든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조지 오웰이 ‘1984’에서 제시한 암울한 미래에 반기를 든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조지 오웰이 ‘1984’에서 제시한 암울한 미래에 반기를 든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조지 오웰이 ‘1984’에서 제시한 암울한 미래에 반기를 든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조지 오웰이 ‘1984’에서 제시한 암울한 미래에 반기를 든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2024-03-20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10대에 당한 세뇌, 가스라이팅 "나치활동은 했지만 전범은 아니다?"… '히틀러의 어린 병사들'

헤맑은 표정의 독일 병사들이 프랑스를 향해 진군 중이다.(사진제공=디즈니+)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대표작 ‘라이언 일병 구하기’ 오프닝 시퀀스는 처참하기 그지없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 당시의 참혹함을 20분간 담아내는데 대사 한 마디 없이 해변에 내리지도 못하고 죽는 연합군들의 모습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퍼붓는 폭탄과 총알로 인해 단박에 목숨을 잃었다면 차라리 잘 된 일이다. 카메라는 손이 잘린 군인이 운 좋게 자신의 팔목을 들고 허망하게 서 있는 모습과 피로 물든 바닷가의 길고 긴 모래밭을 훑는다. 그렇게 작전 첫날 1만명이 현장에서 죽었다. 해변을 점령하고도 한달 사이 12만명이 죽은 비극이었다.디즈니 플러스의 다큐멘터리 ‘히틀러의 어린병사들’은 노르망디를 지키고 있던 독일 병사 중 고작 17세 소년들로 이뤄진  무장친위대 12사단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은 나치 정권 아래서 성장했고 히틀러를 위해 목숨을 바칠 것을 맹세한 뒤 입대한 청소년들이었다. 2년간의 훈련과 세뇌로 인해 광신도들이 됐던 그들은 첫 임무로 프랑스에 배치되면서 히틀러를 놀래키고 연합군마저 기함하게 만드는 존재로 급부상했다.살아남은 연합군 노장은 그들에게 “어린 야수들이었다”며 피도 눈물도 없었던 10대들의 모습을 증언했다.(사진제공=디즈니+)전쟁 포로와 민간인은 죽이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룰도 이들에겐 통하지 않았다. 노르망디에서 연합군을 공격하기 위해 도착하기 전까지 이들의 만행은 지금까지도 전설로 남아있다. 히틀러가 세계패권을 쥐고 있던 당시 독일에서는 만으로 10세가 되면 인종 검사를 받았다. 대대로 순수한 아리아인이라는 혈통 증명서를 받은 남자아이들은 독일소년단에, 여자아이들은 독일소녀단에 4년 동안 활동해야 했다. 18세가 되면 나치당의 정식 당원이 될 수 있었는데 체력이 관건이었다. 낮에는 달리기와 수영, 담력 훈련을 하고 밤에는 나치에 대한 이론을 공부했다. 주말에는 야전 훈련과 모의 전쟁, 지도 읽는 법을 배웠다. 사실상 전시를 대비한 보충인력인 셈이다. 연합군이 숨통을 죄어 오자 성인 남자들로만 구성된 군대는 점차 규모가 축소되고 있음을 히틀러는 감지했다. 이에 어린 10대들을 회유해 결국 2만명의 소년병을 모집해 ‘히틀러의 어린 병사들’을 완성한다.극 중에는 자신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지만 전범으로 불리는 것 만큼은 거부하는 12SS기갑사단 단원들이 여러 명 등장한다. 그때도 혈기왕성함에 기반한 ‘중 2병’은 있었던 모양이다. 엄격한 훈련과 상하관계에서 오는 모욕감과 정신 무장은 수많은 이탈자를 양산했다. 이에 히틀러와 군 수뇌부는 아예 방법을 바꾼다. 나이에 맞지 않는 과도한 훈련으로 자살하는 사람이 등장할 정도로 무장친위대의 시작은 순조롭지 않았다. (사진제공=디즈니+)친근한 형이자 고민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존재로 교관들을 배치한, 후에 정식으로  ‘제12SS기갑사단’이라 이름 붙인 이 부대는 빠르게 성장했다. 부모와 고향을 떠나 외로움과 향수병에 시달린 어린 영혼들은 멘토의 등장에 환호했고 무조건적인 복종으로 충성했다. 그리고 나이는 어렸지만 이들은 전쟁 내내 공포와 파괴의 씨앗으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히틀러를 위해 죽는 건 당연하고 어른들보다 강한 공격성과 잔혹성을 지녀 연합국들조차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노르망디 상륙을 성공한 뒤 하루 만에 근처 마을인 캉에 입성하는 계획을 세웠던 미국과 영국, 캐나다 군인들은 거의 한달이 지나서야 이 곳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후퇴하면서도 이들은 끝까지 발악(?)했다. 지나가는 마을마다 강간과 살인을 저지르고 민가를 공격하는가 하면 연합군을 만났을 때는 끝까지 저항하며 히틀러의 이름을 외쳤다. 자신이 일으킨 전쟁이 기울고 있음을 직감한 히틀러가 도박이라 생각했던 어린 병사들은 보란듯이 성공했다. 탱크 148대와 장갑차 330대에 나눠 탄 가장 어린 군인들은 프랑스 북부 아스크 마을에서 첫 살인을 경험한다. 레지스탕스가 자신들을 공격하자 근처 마을로 가 15세부터 74세 사이의 남성들만 추려 학살한 것. 노르망디에 도착하기도 전에 피맛을 본 이들은 25년 뒤  법정에서 “86명을 사살했지만 상부의 명령을 거부 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어린 야수들은 죽기 직전까지 싸워야 한다는 서약을 목숨 걸고 지켰다. 무엇보다 히틀러는 자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다친 병사들에게 수혈해야 한다”며 팔뚝에 혈액형 문신을 새겼다.원해서 입단한 사람도 많았지만 거짓과 회유, 나중에 직업이 주어진다는 이유로 전쟁터에 나간 소년들도 부지기수였다고. (사진제공=디즈니+)팔뚝에 혈액형을 문신한 유일한 부대로 철수하면서도 농가를 불태우고 어린아이를 죽였다. 약 45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는 그들에게 “미쳐 날뛰는 살인병기는 잃을 것이 없었다. 이는 히틀러가 원한 것”이라는 자막을 달았다. 제대로 훈련된 병사보다 나치에 대한 세뇌로 무장한 10대들에게 제대로 당해서였을까. 승리한 연합군들은 살아남은 어린 병사들의 문신을 보고 포로에서 분리한 뒤 끝까지 추적해 법정에 세웠다. 그 과정에서 항복했던 캐나다 연합군 포로 400명을 모두 총살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노인이 된 몸으로 카메라 앞에 선 이들은 “망설이는 병사가 있었다면 동료들에 의해 가장 먼저 죽었을 것”이라며 당시의 광기를 회상했다. 나중에 히틀러가 자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들의 반응은 후회나 자책보다 “그럴리 없다”는 성토로 이어졌다고 한다. 다큐멘터리의 엔딩은 단조롭지만 강렬하다. 혈기왕성하지만 그만큼 휘둘리기 십상인 10대를 향한 가스라이팅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여전히 진행중이다. 작금의 시대에 그것은 SNS가 될 수도, 유튜브가 될 수도 있다. 이미 정치나 사회적으로 수많은 키보드 워리어가 판을 치고 있는 세상에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3-20 18:00 이희승 기자

[人더컬처] 넷플릭스 '닭강정'을 보지 않았다면 절.대 읽지말아야 할 인터뷰

지난 15일 전 세계에 공개된 ‘닭강정’을 연출한 이병헌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단언컨대 배우 이병헌이 충무로를 대표했다면 감독 이병헌 ‘역시’ 세계를 휘어잡았다. 수원왕갈비통닭을 내세운 영화 ‘극한직업’으로 1600만 관객을 사로잡더니 이번엔 동명의 웹툰에서 출발한 넷플릭스 ‘닭강정’로 시리즈 부문 TOP10 1위를 기록,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이 되어 나온 딸(김유정)을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해 ‘모든기계’의 사장 최선만(류승룡)과 회사 인턴이자 딸을 몰래 짝사랑해 왔던 고민중(안재홍)이 우주를 넘어설 기세로 온갖 단서를 파헤친다는 황당무계(鷄)한 이야기다.공개 직후 지난 18일 브릿지경제와 마주앉은 이병헌 감독은 “대한민국 제작사들이 워낙 부지런해서인지 솔직히 남아있던 웹툰이 거의 없었다. 코로나19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 작품을 봤고 ‘이게 도대체 말이 돼?’라는 생각이 가득한데도 끊임없이 빠져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애초에 ‘닭강정’의 시작은 영화화였다. 하지만 30분 내외의 짧은 에피소드로 만든다면 가벼운 병맛 코미디가 꽤 근사한 작품이 될 거란 확신이 들었다고. 이감독은 “완결 전에 계약을 했는데 편견에 대한 작품이라고 다가간게 큰 오산이었다”면서 “후반에 외계인이 등장하면서 여러 주제와 장르를 섞을 수 있게 됐다. 촬영중 작가님이 현장에 오셨는데 그날 대본에 제 싸인을 받아가시더라”고 수줍어했다.그는 “우리 부모님이 봐도 이해가 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3화까지만 참으면 그럭저럭 끝까지 볼 수 있을거라 자신한다”고 특유의 위트어린 대답을 내놨다.(사진제공=넷플릭스)‘닭강정’의 세계관은 오묘하면서도 중독되는 ‘말 맛’의 향연이 가득하다. 알고보니 이상한 기계는 지구에 잠시 관광 온 외계인들의 신기술 집약체였고 무려 200년 동안이나 인간에 섞인 채 살아가며 본인의 별로 돌아갈 날만 고대하고 있었던 것. 우여곡절 끝에 기계를 찾은 제주도 어딘가에서 이들은 각각 BTS(김태훈)미사일(이하늬),핵(정순원),사슴(황미영)으로 변신해 인간을 위협한다. 그 사이에 딸 민아를 사이에 두고 의기투합한 아버지와 짝사랑남은 류승룡과 안재홍이 맡아 열연한다.“창고안의 싸움은 정말 막막했어요. 일단 배우들이 생각보다 진지했는데 그들에게 제가 한 유일한 말은 ‘만화적으로 표현해 달라’였거든요. 머리 속에서는 너무 재미있는 장면인데 그걸 실사화하려니 현타(현실자각타임)가 오더라고요. 그런데 안무실까지 잡아서 각자 춤과 동작, 자신만의 동선등을 연습한다는 소식을 들었죠.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이병헌 사단? 에이 그런거 없어요. 연기자로서 호기심을 갖게 만들고 길게 작업하고 픈 사람들을 모은 것, 그것 하나만큼은 스스로 칭찬해 주고 싶어요.”이병헌 감독은 “영화를 전공하지 않았다. 공부를 하면서 필모그라피를 쌓아가고 있는 현실이 감사할 뿐”이라면서 “나에게 코미디란 그나마 그중 가장 잘 하는게 아닐까”라고 자평하는 모습이었다.동그란 모양의 닭강정에 대해 이감독은 “원작에 최대한 충실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닭강정’에는 ‘오징어게임’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정호연이 고민중의 전 여친이자 맛칼럼리스트 홍차로 나온다. 특별출연으로 섭외 했으나 너무 많은 대사를 드려 죄송했다는 그는 “나의 맛 취향을 집약한 캐릭터다. 나 역시 파인애플 토핑을 받아들이기 힘들고 민초파를 이해 못한다. 탕수육도 부먹파”라며 “일단 양념한걸 안 좋아해서 갈비맛 나는 치킨? 완전한 후라이드를 선호한다. 고로 닭강정도 별로”라고 웃었다.그는 곧 김은숙 작가와 함께 작업 중인 새 드라마 ‘다 이루어질지니’로 뭉친다. 치밀한 대본을 쓰기로 유명한 작가와의 협업에 대해 “정말 많이 배우고 있다. 김우빈, 수지와의 촬영도 기대되지만 지금은 아주 초반 작업중”이라고 말을 아꼈다.“만약 제가 극중 고백중이라면? 버튼을 누르면 기억이 사라지지만 그건 곧 죽음을 의미하잖아요. 하지만 저라도 눌렀을 거예요. 딸과 못 누렸던 시간을 돌려 주는게 맞으니까요. 무엇보다 ‘닭강정’을 통해 하고 싶은건 다 해봤어요. 아무도 안 말려서 되려 무안했던 ‘멜로가 체질’ OST의 무한 반복과 한글의 우수성 사이에 ‘국뽕이 차오른다’는 대사까지. 후련합니다.(웃음)”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3-20 12:30 이희승 기자

[100세 시대 신간] 오츠 슈이치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20년 전에 출간되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큰 인기를 모았던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가 재출간되어 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저자는 1000명 넘는 사람들의 임종을 지켜 본 일본의 호스피스 전문의다. 이 책은 자신이 직접 돌보았던 망인들이 남긴 마지막 사연들을 바탕으로, 우리가 후회 없는 죽음을 위해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할 25가지에 관해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얼마나 죽음 앞에서 많은 후회를 하는지를 일러주고 우리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저자는 가장 먼저, 사랑 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라고 조언한다. 일흔이 넘는 Y는 깐깐한 노 교수였다. 평소 가족들과 왕래도 잘 않고 오로지 강의에만 매진했다. 정년 후 대장암 치료를 받았으나 수술을 거부했다. 죽기 전에 여든이 넘은 형이 찾아왔다. 하루 밤 깊은 대화를 나눈 후 그는 형에게 처음으로 꾸지람을 들었고, 그제사 형에게 고맙다는 말을 넘긴다.어쩌면 자산이 평생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을 수도 있었을 것이란 사살을 뒤늦게야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그는 마치 숙제를 마친 듯 평온한 모습으로 생을 마감했다. 저자는 “우리 대부분은 참고 인내하는 인생을 산다”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당장 고맙다는 말을 하라고 말한다.‘조금만 더 겸손했더라면…’ 하는 후회도 많이들 한다.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은 독단에 빠지기 쉽다. 그리고는 나중에 남을 배려하지 못했던 일들을 뒤늦게 후회한다. 저자는 “귀를 순하게 하는 것이 별할 끝에 내몰린 자신을 구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주변에 친절을 베풀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는 사람들도 많다. 저자는 “남들에게 원 없이 베풀며 살았던 사람들은, 후회를 넘어선 곳에 우뚝 서 있었다”면서 따뜻한 마음이 그들을 그곳으로 이끌었을 것이라고 말한다.‘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더라면…’하는 후회도 많다. 저자는 감정이 ‘양날의 검’과 같다고 말한다. 감정을 잘 통제하려면 강인한 정신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감정에 치우친 삶, 특히 부정적 감정에 얽매어 평생을 허비하면 돌아오는 것은 후회 뿐이라고 말한다. ‘죽도록 일만 하지 않았더라면…’하는 후회를 남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저자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취미 하나 정도는 가지라고 조언한다.‘살아온 증거를 남겨두었더라면…’ 하는 안타까운 사연을 남긴 이들도 많다. 저자는 손 편지를 적극 추천한다. 읽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기 때문이란다. 그는 “글씨는 세상에서 그 사람의 흔적을 진하게 새기는 가장 정직한 수단”이라고 말한다. 고향을 찾아가 보지 모했던 것을 후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고향은 과거의 추억이 있는 곳이다. 저자는 “고향은 자신이 살아온 흔적”이라며 “삶의 근원을 확인하는 일은 분명히 자신의 인생에 힘찬 에너지를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건강을 잃고 후회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말이 있다.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최소한의 건강을 확보하는 것이 나중에 죽음에 임박해 후회하지 않는 길이다. 이 밖에 저자는 다른 일을 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시작하라, 새로운 사랑을 하고 싶다면 바로 지금 시도하라, 세상에 이름을 남기고 싶다면 오늘부터 당장 노력하라고 조언한다.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얼른 만나고, 결혼하고 자식을 갖고, 자녀들에게 어떻게 유산을 남길 것인지 염두에 두고, 자신의 장례식을 어떻게 치를 것인지도 미리 생각해 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한번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고 권한다. 저자는 “우리에게 단 하루만 남아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하고 묻는다. 스스로에게 묻는 그 질문에 이제 우리 스스로가 답을 할 차례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4-03-20 09:24 조진래 기자

[비바 2080] "저출산 극복위해 출산여성 나이따라 지원금 차등하고, 출산가정 남아에게 병역 혜택 주자"

아이를 출산하는 여성의 나이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화하고, 출산 가정의 남아에게 병역 혜택을 부여해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또 무한정의 현금지원은 지양하고, 세제상의 혜택과 함께 별도의 출산장려기금이나 특별회계를 설치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기되었다.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와 한국재정학회 회장을 역임했던 전주성 DPI(발전패러다임연구소) 대표가 최근 개혁의 정석이라는 저서를 통해 이 같은 주장을 펼쳐 주목을 끈다.전주성 대표는 이 책에서 저출산 추세를 막을 대안으로 투 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한편으로는 강력한 유인을 ‘한시적으로’ 제공해 출산 모멘텀을 되돌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다른 한편으로 구조적인 제도 변화를 통해 합리적인 출산 장려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이원화 정책과 병행해 정책 수립에 관한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도 강조했다.전 대표는 특히 명목상으로는 출산 유인 정책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단순 보조금에 그치는 정책을 경계할 것을 지적했다. 그는 현재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지방 정부 차원의 현금 지원 정책이 자칫 국가 전체의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인근 지역의 인구를 빼앗아 오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그 비근한 예로 해남군의 사례를 언급했다. 해남군은 2012년 출산 장려금 300만 원을 지급한 이후 출산율이 2.23명으로 늘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 시군구 가운데 출산율 1위를 지켰다. 하지만 다른 지자체가 이를 뒤따라 하면서 2019년부터 2위로 내려앉은 후 2022년까지 1.04명으로 35위까지 떨어지는 등 10년 만에 절반 이하로 출산율이 떨어졌다고 밝혔다.전 대표는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지방 정부의 출산 보조금을 정리해 중앙정부에서 일괄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책의 실효성도 확인하지 않고 예산만 늘리는 식의 대책은 어차피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전 대표는 특히 출산 나이에 따라 지원금을 차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0대에 출산하는 경우 지원액을 훨씬 더 주자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할 경우 초혼 및 초산 연령을 낮추는 유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산 연령이 낮아지면 향후 둘째 출산 등을 통한 출산율 제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그는 20대 부부에 대한 집중 지원을 강조했다. 저출산의 한 원인인 주거 문제 해결을 지원하면서, 20대에 출산하는 가정에 한시적으로 향후 5~10년 동안 1억 원 씩 현금 지원을 해준다면, 결혼을 서두르거나 출산 계획을 빨리 잡는 청년들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지원 기간을 한시적으로 잡아 유인 효과를 더 강화하고 예산도 제약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전 대표는 또 출산 가정의 남아에게 병역 혜택을 주는 정책도 제안했다. 과거 교련 과목을 이수한 남학생들에게 6개월 병역 단축 혜택을 주었던 것처럼, 자식이 아들이 둘 이상인 경우 남자 한 명은 공익 근무를 선택토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 하다고 했다. 여성들의 상대적 불이익 가능성과 관련해선, 국가적 여론조사를 실시해 부모들에게 병역 면제 대신 여성들에게도 어떤 보상을 원하는 지 조사해 보자고 제안했다.전 대표는 또 적극적인 출산 장려 조세 정책도 검토해 보자고 했다. 그는 “잘 설계된 조세 유인은 당장 예산 마련이 필요한 현금 보조금에 비해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출산 대책으로 세금을 감면하는 방안은 효과 대비 비용이 커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세금 문제는 워낙 민감한 사안이니, 유인 효과가 있다고 해도 형평성 측면도 충분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진짜 유인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출산 대책의 핵심 관건”이라면서 “예산의 확보와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별도의 가금이나 특별회계를 설치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경우 교육과 출산을 함께 다루는 형식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전 대표는 출산 모멘텀을 되돌리는 정책을 설계할 때는 세 가지 기준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너무 많은 유인 제도로 예산을 분산시기키 보다는, 소수의 실효성 높은 유인 정책에 예산을 몰아주어야 한다고 했다. 다음으로, 출산 유인효과를 높이고 공정성 시비에서도 자유롭도록 ‘한시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마지막으로 그는 정책 수립과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강력한 권한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인구 관련 정책들이 교육과 보육, 주거 식으로 분절되어 해당 부처가 나누어 관장하고 있는 것은 정책의 집중도를 낮추는 요인”이라며 “특별위원회가 되든, 정부 내 상설 기구가 되든, 이들이 실질적인 정책 결정 권한을 가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2024-03-20 09:24 이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