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더컬처] "나 같은 딸 만나면 좋겠어요!" 신민아의 은밀한(?) 가족계획!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23-12-28 13:23 수정일 2023-12-28 13:46 발행일 2023-12-28 99면
인쇄아이콘
영화 '3일의 휴가'속 애증의 딸, "관객들이 극장 나서며 엄마한테 전화 드렸으면…"
신민아4
영화 ‘3일의 휴가’의 신민아가 브릿지경제와의 인터뷰 후 사진촬영에 임하고 있다.(사진제공=에이엠엔터테인먼트)

10대 중반의 나이에 데뷔한 신민아에게 연기란 무엇일까. 하이틴 스타이자 모델, 탤런트면서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기꺼이 스스로를 던지는 그는 “이 일을 오래 할거란 확신은 있다”며 수줍게 말문을 열었다.

지난 6일 개봉한 ‘3일의 휴가’는 죽은지 3년만에 하늘에서 내려온 엄마 ‘복자’(김해숙)와 엄마의 레시피로 백반집을 운영하는 딸 진주(신민아)의 이야기를 다룬다. 평생을 희생하고 억척같이 키운 딸이 미국 대학교수 자리도 마다하고 시골에서 자신의 뒤를 이어나가는 모습을 본 엄마는 억장이 무너진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진주는 자신의 모습을 보지도, 듣지도 못한다. 그렇게 영화는 두 사람의 기억을 따라가며 살아생전 전하지 못했던 모녀의 진심을 스크린에 담는다.

“제가 찍은 영화를 보고 이렇게 운 적이 없어요. 결과를 알면서도 보는 내내 슬프더라고요. 사실 거창한 결심보다 뭐랄까. 보편적인 이야기인데 따스한 감정이 느껴져서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실제 정선의 한 시골집에서 촬영했는데 추위보다 아궁이 냄새, 보는것 만으로도 힐링되는 자연을 만끽하며 촬영했어요.”

3일의 휴가
신민아는 “나중에는 저 보라색 옷만 봐도 울음이 나왔다”는 말로 선배이자 극중 엄마인 김해숙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사진제공=쇼박스)

극중 진주는 어린시절 자신을 외삼촌 집에 맡기고 남의 집에서 온갖 잡일을 하며 키운 엄마에 대한 애증이 크다. 지금은 어엿한 대학교수가 됐지만 10대 시절에는 반항심도 컸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자식을 가진 남자와 결혼한 것도 용서가 안됐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자신의 학비를 대준다는 이야기에 친딸인 자신보다 남의 자식을 키운거였다.

“진주는 엄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 살아생전 늘 냉담했던 것에 대해 정신이 많이 아파요. 그래서 미국에서의 상황을 정리하고 자신을 벌 주는 의미에서 엄마의 길을 고스란히 따라가죠. 그러면서 감춰진 엄마의 진심을 알아가고요. 뻔한 클리셰(진부한 틀)로 다가오더라도 이런 감정을 보고 싶어하는 관객이 한 명이라도 있지 않을까요?”

그는 “이 영화를 보고 감정에도 감기가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한다”는 말로 영화의 진정성을 에둘러 표현했다. “당연히 아파해야 할 시점이라고 접근했다. 엄마를 미워하는 감정과 그렇게 보낸 뒤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있는게 당연한거지 무슨 큰 병은 아니니까”라며 캐릭터가 지닌 아픔을 설명했다.

지난해 흥행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도 감정기복이 심한 연기를 실감나게 연기한 그는 “되려 나이를 먹으면서 성격이 밝아진 케이스다. 20대엔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큰 일 아닐꺼야’라고 넘기는 편”이라고 밝게 웃었다.

신민아7
실제 모녀 관계는 어떻느냐고 묻자“친구처럼지낸다. 굉장히 쿨하신 편이라 내가 먼저 안부를 묻는다”면서 “ 솔직히 나같은 딸을 낳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제공=에이엠엔터테인먼트)

무엇보다 ‘3일의 휴가’속에는 수많은 음식들이 나온다. 숟가락으로 퍼 끓여낸 스팸 김치 찌개, 무를 썰어 만든 만두, 디포리를 넣어 육수낸 진한 국수까지 보는 것 만으로도 오랜만에 집밥을 먹은 포만감이 느껴진다.

“칼질은 정말 많이 연습했어요. 영화 속에 나오는 모든 음식은 대역이 아닌 제 손으로 만든거예요.집에서도 평소에 요리를 하냐고요? 사실 감독님을 포함해 스태프들이 촬영때 빚은 제 만두를 보고 너무 예쁘게 만들어서 놀랄 정도였죠 다른건 몰라도 김밥은 뚝딱 만들어요. 단단하게 마는걸 잘 해서 평소에도 자주 만들어 먹거든요.”

1998년 데뷔한 신민아는 ‘달콤한 인생’, ‘고고70’, ‘경주’,디바‘등 한국 영화사를 관통하는 반짝이는 작품에서 존재감을 발산해왔다. 드라마 역시 ‘내일 그대와‘,’아랑 사또전‘에 이어 ‘보좌관‘,’갯마을 차차차‘까지 흥행작들을 주로 내놨다.

그는 인터뷰 말미,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다고 했다. 후회는 없지만 공부를 열심히 할 것 같다고 했다. “일을 일찍 시작해서 공부에 재미를 들이지 못했다”고 눙치면서도 “엄마가 이 일을 너무 지지해 주셨고 지금도 좋아하신다. 내가 딸을 낳으면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며 평소 하지 못했던 속내를 고백했다.

“새해에는 tvN 드라마 ‘손해 보기 싫어서’와 넷플릭스 ‘악연’으로 대중과 소통할 것 같아요. 늘 최선을 다했다는 감정으로 작품을 하지만 지금은 얼마나 집중해서 해냈는지가 제 일의 원동력이라서요. 무엇보다 ‘3일의 휴가’를 보고 엄마에게 전화 한 통 드렸으면 좋겠어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