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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가장 돋보이는 장르 영화”

영화 ‘파묘’가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배급사 쇼박스는 “장재현 감독의 신작 ‘파묘’가 오는 2월 개막하는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Forum) 섹션에 공식 초청됐다”고 18일 밝혔다.올해 2월 15부터 열흘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되는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는 칸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와 함께 손꼽히는 세계 3대 영화제다. ‘파묘’가 초청된 포럼 섹션은 독창적이고 도전적인 색채와 독보적이고 신비로운 개성을 가진 영화들이 초청되는 부문이다.과거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2013), 김태용 감독의 ‘만추’(2011),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2003) 등이 공식 초청된 바 있다.베를린국제영화제 측은 “작가주의적 영화와 장르 영화의 스펙트럼에 있는 올해 포럼 섹션 선정작 가운데,‘파묘’는 장르 영화로서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다”라는 평을 전하며 공식 초청의 이유를 밝혔다.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섹션 수석 프로그래머 바바라 웜은 ‘파묘’를 “풍부한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한국 영화계를 대표할 작품”이라고 소개하며 “뛰어난 장르 영화인 ‘파묘’를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할 수 있게 되어 매우 자랑스럽다. 장재현 감독은 의심할 여지없이 놀라운 연출가이며 작품 속 배우들 역시 탁월한 연기를 선보였다”고 극찬했다.영화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호, 최민식과 유해진, 김고은이 호흡을 맞췄다.한편 독창적인 오컬트 세계관과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파묘’는 오는 2월 극장 개봉할 예정이다.김세희 기자 popparrot@viva100.com

2024-01-18 18:02 김세희 기자

[B그라운드] 춤과 액션이 섞인 '첩보물'이라니…

킹스맨을 뛰어넘을 영화 ‘아가일’의 주역들. 할리우드 배우 샘 록웰(왼쪽부터),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헨리 카빌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연합)“한국에 와서 햄볶아요.”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즈 호텔 서울에서 영화 ‘아가일’ 내한 간담회가 진행됐다. 6년 만에 내한한 헨리 카빌과 처음으로 한국땅을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샘 록웰이 참석했으며 매튜 본 감독은 건강 상의 문제로 불참했다.‘아가일’은 자신의 스파이 소설이 현실이 되자 전 세계 스파이들의 표적이 된 작가 엘리(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챕터를 구상하며 벌이는 액션 첩보물이다. 감독의 전작인 ‘킹스맨’의 세계관과 더불어 반전의 반전이 거듭되는 스토리를 담아 전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프리미어 시사회를 진행했다.주연을 맡은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전세계 뷰티의 본고장에 ‘아가일’을 들고 오게 된 것이 영광”이라면서 “12살 딸이 K팝의 광팬이다”며 BTS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극중 잘 나가는 범죄 소설 작가에서 하루아침에 스파이의 타깃이 된 역할을 천역덕스럽게 해내는 그는 ‘뷰티풀 마인드’로 아카데미를 석권한 론 하워드 감독의 장녀기도 하다.18일 오전 서울 포시즌즈 호텔에서 열린 영화 ‘아가일’의 내한 행사.(연합)극중 액션과 춤을 능청스럽게 소화한 샘 록웰은 “지금까지 연기적으로 싸움을 많이 한 적이 없다. 안무와 액션을 하면서 정말 힘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마라톤과 같이 장기적으로 해야는 분야더라. 올해 쉰 셋인데 자제하겠다”는 너스레를 떨었다. 영화 ‘스타더스트’를 통해 매튜 본 감독과 호흡을 맞춘 헨리 카빌은 “감독님이 ‘미친 아이디어가 있다’며 시나리오를 보내주셨다”며 출연배경을 밝혔다. 극중 일명 ‘각 잡힌 남자헤어’로 불리는 플랫탑 헤어와 긴 파마머리를 오가며 파격 변신을 보여준 그는 “어마어마하고 즐거운 작업이었다”며 예비 관객들에게 당부를 전했다. Apple TV의 오리지널 영화 중 세 번째로 글로벌 극장 개봉을 앞둔 ‘아가일’은 오는 2월 7일 국내 관객과 만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18 15:16 이희승 기자

[B그라운드] 과학과 미신 사이, 영화 '파묘'에 쏠린 '눈'

배우 최민식(왼쪽부터), 김고은, 유해진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영화 ‘파묘’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무려 최민식과 유해진, 게다가 김고은의 조합이다. 17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 서울 LL층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 영화 ‘파묘’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도현은 군 복무로 인해 불참했다. 영화 ‘검은 사제들’ ‘사바하’로 한국식 오컬트 장르의 새바람을 몰고 온 장재현 감독의 작품으로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그린다.이날 장 감독은 “그동안 보여드린 것과는 전혀 다른 장르”라면서 “오컬트라기 보다는 인간의 보이지 않은 내면을 다뤘다. 무섭지 않다”고 말문을 열었다. 극 중 40년 경력 풍수사 상덕으로 변신한 최민식은 “땅을 대하는 태도와 자기 나름의 가치관이 명확한 인물이라 끌렸다”고 말했다.김고은은 무당 ‘화림’으로 변신했다. ‘사바하’ 뒤풀이 현장에서 스치듯 만난 김고은을 보고 시나리오를 홀리듯 써내려갔다는 후문. 절친인 박정민이 전화를 걸어 특별히 부탁할 정도로 남다른 인연이 닿은 작품이다.장재현 감독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영화 ‘파묘’ 제작발표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에 김고은은 “젊지만 인정받는 무당이라 경문을 외우고 굿을 하는 연기가 어설프면 안됐다. 강박이 컸다”고 마음고생을 토로했다. 그 모습을 본 최민식은 “이러다 돗자리 까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하더라. 이 영화의 백미 중 하나”라고 치켜세웠다.유해진은 대통령의 염을 맡을 정도로 베테랑인 장의사 영근으로 색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국내 최고 장의사에게 유골을 수습하는 방법 등을 배워 현장에 왔다는 그는 “참 묘하다고 생각한 작업이었다. 가편집본을 봤는데 어디서 보지 못했던 미장센을 담아냈더라”며 감독의 연출을 극찬했다.장재현 감독은 실제 장의사와 함께 일하며 파묘와 이장의 현장을 발로 뛰며 철저한 사전 조사로 ‘파묘’를 완성했다고 알려진다. 과학과 미신의 경계에 서 있는 ‘파묘’는 오는 2월 국내 관객과 만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17 14:18 이희승 기자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 최고의 해… 에미상까지 장악

(연합)넷플릭스 ‘성난 사람들’(BEEF)이 결국 에미상까지 장악했다. ‘방송의 오스카’로 불리는 미 방송계 최고 권위의 에미상 시상식이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피콕 극장에서 75번째로 진행됐다. 당초 지난해 9월 18일 개최 예정이었으나 할리우드 파업의 영향으로 연기됐다. 스티븐 연은 1TV미니시리즈·영화(A Limited Or Anthology Series Or Movie) 분야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앞서 골든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까지 올 들어 벌써 세 번째 수상이다. ‘성난 사람들’은 로드레이지(도로 위의 난폭 행동)로 얽히게 된 두 남녀의 복수극으로 아시아 이민자들의 삶을 통해 미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합)이날 이성진 감독은 감독상, 작가상에 이어 작품상까지 받았다. 실제로 겪었던 추격전에서 영감을 얻은 이 작품은 이정진 감독이 극본은 물론 연출과 제작까지 맡아 현대인의 분노를 현실적으로 세밀하게 그려내 호평을 얻기도 했다. 감독·작가상, 작품상, 스티븐 연의 남우주연상 그리고 여자 주인공 앨리 윙의 여우주연상 등 ‘성난 사람들’은 8관왕이 됐다. 무대에 오른 이성진 감독은 “처음 LA에 왔을 때 제 은행 통장은 마이너스였다”면서 “제가 1달러를 저금하러 은행에 갔더니 ‘1달러를 저금하는 거냐’고 물어보더라. 당시만 해도 에미상을 받을 줄 전혀 몰랐다. 이 자리에 서보니 정말 위대한 사람들과 함께 했다는 걸 다시 한번 체감한다”는 소감을 남겼다.텔레비전 예술 과학 아카데미(ATAS)가 주최하는 에미상과 한국의 인연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시작됐다. 한국 콘텐트 최초로 지난 2022년 에미상에서 연출상(황동혁 감독), 남우주연상(이정재), 여우 게스트상(이유미), 미술상, 특수시각효과상, 스턴트 퍼포먼스상을 받았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16 13:47 이희승 기자

[비바100] 폐광촌으로 흘러온 난민을 바라보는 토박이들의 싸늘함… 과연 영국만의 이야기일까?

영화의 결정적인 주제를 함축한 한컷의 사진.“함께 먹으면 더 강해진다”는 광부 아내들의 강인함을 보고 폐광촌 사람들은 다시 희망의 불씨를 일군다. (사진제공=㈜영화사 진진)곧 아흔을 바라보는 영국의 거장 켄 로치 감독 영화는 늘 날카롭다.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2회 및 심사위원상 3회 석권에 빛나는 그는 조국의 빛나는 성취보다 국가의 이념, 시스템 사이에서 희생되는 개인의 삶을 비춘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는 현대사회의 복지 사각 지대에 갇힌 사람들을, ‘미안해요. 리키’는 임시 계약직 채용을 추구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에 희생된 한 가정의 이야기를 담아내 큰 울림을 자아냈다.17일 개봉하는 ‘나의 올드 오크’는 한때 영국 산업을 이끌었던 광부들의 삶에 집중한다. 지금은 폐광촌이 된 북동부 한 마을에 시리아 난민들이 이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40년 전 광산이 문을 닫기 전까지 이 곳은 활기차고 사람들이 북적였다. 광부 아버지를 둔 아이들은 행여라도 갱도가 무너지는 사고가 일어나질 않기를 바라는 엄마들의 기도를 듣고 자랐다.발 딛을 팀이 없었던 탄광촌의 술집은 이제 간판을 수리할 돈이 없을 정도로 궁핍하다. (사진제공=㈜영화사 진진)하지만 더 무서운 일은 정부보다 노조가 강했던 제조업 중심 사업이 서비스업으로 바뀌면서 일어났다. 석유 사용이 점차 늘면서 1980년대부터 전국 260여곳의 탄광이 절반으로 줄었다.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궐기했으나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었다. 사람들이 점차 도시로 떠나고 빈집이 늘면서 도시 외곽의 빈민들이 저렴한 집세를 찾아 몰려들었다. 이웃의 정은 사라진 지 오래. 그나마 그들조차 마을을 떠나고 인구수가 줄어들며 교회는 사라지고 학교는 문을 닫았다. 영국 정부는 방치된 집을 저렴하게 임대해 가족을 잃고 고문을 피해 국경을 건넌 난민들을 위해 개방했다.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옳은 결정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였다. ‘나의 올드 오크’의 오프닝은 사운드는 그대로 남기고 몇장의 사진을 배치하며 당시 영국 국민들이 가졌던 반감을 고스란히 담는다.버스를 타고 폐광촌에 도착한 이들은 지역주민들의 날선 반응에 잔뜩 얼어붙는다. 사람들은 야유를 퍼붓고 죄인 취급을 하며 조롱한다. 하나같이 “왜 하필 우리 동네에 두건을 쓴 무리들을 보냈느냐?”고 분노를 표출한다. 가족들과 함께 짐을 내리던 야라(에블리 마리)는 동네 취객에게 전쟁으로 헤어진 아버지에게 받은 카메라를 빼앗기고 만다. 바닥에 내동댕이 쳐 깨진 렌즈를 본 탄광촌 선술집 ‘올드 오크’의 주인 TJ(데이브 터너)는 중재를 하려다 되려 지인들의 비아냥을 듣는다.단골 친구들이 아니면 ‘올드 오크’의 운영도 힘들어진다. “줄 잘 서라”며 TJ에게 마지막 경고를 날리는 지인들의 이기적인 행동은 비극으로 치닫는다. (사진제공=㈜영화사 진진)‘나의 올드 오크’에서 켄 로치 감독은 “난민들이 영국 외곽에 이주하기 시작한 건 채 10년이 되지 않았다”면서 “나눌 것이라곤 절망밖에 없는 두 공동체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울까에 대한 질문을 다루고 싶었다”고 말한다. 사실 토박이들의 삶도 녹록치 않다. 늘 주류에게 차별받고 혜택에서 소외되는 일상이었다. 세금을 낸 건 자신들이지만 되려 난민들이 지원받는 식량과 전국에서 몰리는 기부품목이 풍족한 아이러니를 목격하게 된다.TJ는 친구들의 푸념과 욕을 들으며 펍을 운영하고 이들은 “유일하게 우리가 쉴 수 있는 공간”이라며 난민들과 공유하기를 꺼린다. 하지만 야라의 카메라를 고쳐주는 과정에서 시리아 정부의 잔인함과 그들이 겪은 수난을 알게된 TJ는 알게모르게 곁을 내준다. 자신들이 폐광촌에서 인생을 보낼지 몰랐던 것처럼 이들 역시 죄없이 전쟁의 희생양이 된 것 뿐이었다. 난민들이 오기 훨씬 전부터 동네는 쓰레기와 악취, 사회적 제도에서 벗어난 사람들로 몸살을 겪고 있었지만 자신보다 약자인 존재가 등장하자 모든 원망을 덧씌우며 분노의 화살을 돌린다.야라 역시 선진국이라 여겼던 영국에서 가난이 익숙한, 그리고 법의 보호에서 벗어난 약자들을 목도한다. 아이들은 제대로 된 끼니조차 챙겨먹지 못한 채 직업을 구하지 못한 부모들에게 방치되며 자라고 있었다. 10대가 된 몇몇은 약물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가족은 붕괴되고 사회는 점차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었던 것.켄 로치 감독의 영화 ‘나의 올드오크’의 한 장면. 기꺼이 음식을 나누며 토박이들과 난민들은 서로의 아픔을 치유한다. 감독은 현지 주민들을 캐스팅해 사실성을 더했다는 후문이다. (사진제공=㈜영화사 진진)흐릿한 희망은 과거 노조투쟁을 경험했던 TJ와 야랴가 ‘한끼 식당’을 내면서 불이 붙는다. 가스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던 부엌 ‘올드 오크’ 주방 한켠에 기부받은 음식으로 일주일에 한 두번 함께 식사를 하는 이벤트를 열며 간만에 동네에 활기가 돈다. 국적도 언어도 다른 사람들이 각자가 가진 재능으로 가게를 고치고 한줌의 식량을 기꺼이 내어놓지만 이마저도 오래가지 않는다. 적과 친구는 늘 가까이에 있는 법. ‘나의 올드 오크’의 절망은 가까운 지인들의 시기에서 시작된 비극이었다. 식당이 하루만에 문을 닫자 TJ는 울음을 터트리지만 맛있게 그 음식을 먹었던 어린 소녀의 반응은 되려 덤덤하다. “그럴 줄 알았어요. 좋은 것은 늘 금방 사라지거든요.” 너무 빨리 현실의 맛을 알아버린 그 대사는 우리 모두의 공감으로 귀결된다. 이들은 과연 화해하고 연대할 수 있을 것인지 ‘나의 올드 오크’가 보여주는 희망의 끝은 차오르는 눈물이 한 가득이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15 18:00 이희승 기자

쏟아지는 챌린지, 패러디…'서울의 봄' 꾸준한 흥행세

누적관객 1278만명을 동원한 영화 ‘서울의 봄’ 흥행세가 시절만큼이나 하수상하다(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누적관객 수 1278만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2024년 1월 15일 기준)을 기록 중인 ‘서울의 봄’ 흥행세가 시절 만큼이나 하수상하다. 영화계 안팎에서 1300만 관객 돌파를 점치는 가운데 온라인에선 ‘서울의 봄’을 소재로 한 놀이가 한창이다. 스마트워치 등을 통해 영화를 보며 상승한 심박수를 SNS로 인증하는 이른바 ‘서울의 봄 심박수 챌린지’가 대표적이다. 또 영화 대사를 패러디해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만드는가 하면 영화 패러디 게시물 등이 네티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답답함을 유발시키는 현실적인 연출이 ‘서울의 봄 심박수 챌린지’의 유행 요인으로 꼽힌다. 이 영화는 1979년 12·12 군사 반란 사태를 다루면서 신파를 배제하고 상황도를 넣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연출한다.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 사실적인 분장 등이 어우러지며 보는 이로 하여금 갑갑증을 느끼게 한다. ‘서울의 봄’ 심박수 챌린지 인증사진(왼쪽)과 패러디 게시물(사진=인스타그램, 에브리타임 갈무리)“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특히 극을 관통하는 전두광의 이 대사에서는 관객들의 화가 극도로 치밀 지경이다. 이를 입증하듯 관객들이 관람을 마치고 높아진 심박수를 SNS에 공유하며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는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 그 이왕이면 혁명이라는 멋진 단어를 쓰십시오”라는 대사를 “실패하면 빵점, 성공하면 에이쁠(A+) 아닙니까!” “기왕이면 부정행위라는 말 대신 오픈북(Open Book·시험과 관련된 교재나 노트 등을 보면서 치르는 시험)이라는 멋진 단어 좀 씁시다” 등으로 패러디하고 있다.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또한 극 중 정우성이 분한 이태신(장태완 소장 모티프)과 황정민이 연기한 전두광(전두환 소장 모티프)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장면에선 더빙한 애니메이션 캐릭터 ‘짱구’ 목소리를 삽입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한다. 해당 게시물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1월 15일 기준 약 184만4000회 재생되며 인기를 끌었다.‘서울의 봄’은 스크린 안팎에서 관객들의 호응에 힘입어 여러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영화관입장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서울의 봄’은 관객수 기준 역대 흥행 12위, 매출액 기준 역대 6위에 올랐다. 개봉 7주차에 접어든 15일까지 일일 박스오피스 3위권을 유지하고 있어 ‘서울의 봄’ 흥행세는 장기화될 전망이다.이원동 기자 21cu@viva100.com

2024-01-15 17:00 이원동 기자

故 이선균 사건 기자회견, 봉준호 감독 "경찰 이선균 수사 적법했나 밝혀달라" 촉구

성명서 읽는 봉준호 감독.(연합)봉준호 감독과 김의성 배우 등이 속한 문화예술인연대회의가 12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문화예술인연대회의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을 발표했다. 영화 ‘기생충’ 등으로 이선균과 호흡한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의성, 가수 윤종신, 이원태 감독이 돌아가며 성명을 읽었다. 성명서는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배우 송강호 등 영화계 종사자 2000여 명이 뜻을 모아 만들어졌다.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이선균 사건 관련 수사당국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보도 윤리에 어긋난 기사 삭제, 문화예술인 인권 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 개정 등을 밝혔다. 이날 봉준호 감독은 “고 이선균 배우의 피의 사실이 언론에 최초 노출된 시점부터 2개월 동안 경찰의 수사 보안에 문제가 없었는지 진상 규명해달라”고 강조하면서 “이선균이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했음에도 수사 과정에 나온 여러 보도 역시 적법한 범위 내에서 취재된 것이 맞는지 특히 KBS 보도는 어떻게 정보가 누출됐는지 밝혀달라”고 말했다.또 “고인의 경찰 출석 정보를 공개해 고인이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게 적법한지 명확히 밝혀 달라”며 “그래야 제2, 제3의 희생자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성명을 발표한 문화예술인연대회의에는 한국 영화감독조합과 드라마제작사협회, 한국 방송연기자노동조합 등 20여 개 대중문화예술단체가 참여했다. 한편 이선균은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지난해 10월부터 경찰 수사를 받다가 지난달 27일 서울시 종로구 한 공원 인근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12 12:15 이희승 기자

['다'리뷰] 실화는 웃픈데 영화는 너무 웃겨!

배우 라미란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시민덕희’ 언론시사회에서 및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이 기사엔 스포일러가 연상되는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아줌마가 젤 빨랐어요. 관련서류나 필요한 것 모두. 1시간 내로요.”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보이스피싱으로 내 전재산을 뺏은 조직원이 다시 연락을 해왔다. 사실 자신도 범죄소굴에 잡혀(?)있고, 이용당하고 있으니 구해달라는 것이다. 꼬리 자르기로 늘 증거없이 도망가는 보이스 피싱 집단은 사실 국제적인 골치거리. 총잭의 얼굴을 본 사람도 적고 그나마 누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모르는게 이들의 수법이다.알고보니 고소득 해외아르바이트를 위해 타지로 건너온 젊은이들이 범죄자들에 의해 핸드폰과 여권을 뺏긴 채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었다. 덕희(라미란)는 그런 송대리(공명)에게 사채까지 써가며 급전을 빌려 한줄기 빛 같은 대출을 희망했고 결국 희생양이 됐다. 그의 사건을 접한 형사(박병은)은 혀부터 찬다.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8번이나 돈을 요구하는데 덕희는 그걸 충실하게(?)보낸 호구였다.“아니, 의심도 안했어요?”라는 말에 덕희는 그저 눈물만 흘릴 뿐이다. 영화 ‘시민덕희’는 경기도 화성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거래은행의 담당 대리라고 속인 가해자는 얼마 뒤 “살려달라”고 구조요청을 보내왔고 피해자였던 한 시민이 적극적으로 이를 도왔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포상금 지급도 미루고, 구체적인 정보를 의심했으며 사건 해결이 된 것도 알리지 않았다. 결국 언론의 보도가 시작된 후에야 “포상금 지급에 기한은 없다”며 총 1억 원의 상금중 100만원을 보내는 것으로 끝냈다고 전해진다.‘시민덕희’는 실화에 기초하나 개인의 정의로움을 배우 라미란에게 오롯이 맡긴다. 지방의 한 세탁공장에서 일하는 싱글맘이자 동료들에게 늘 신임을 얻는 그는 화재로 인해 모든걸 잃은 사람이다. 은행 대출이라도 받아 급한 불이라고 끄려고 했지만 그나마 조건이 안된단다.자신의 처지를 알고 연락해 온 손대리는 자신의 은행 신분증으로 안심을 시키고 누가봐도 합법적으로 보이는 서류 작성을 요구한다. 등본도 수수료도 좀더 나은 조건의 통장발급까지 대한민국 은행이 이렇게 친절할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쨌거나 전재산인 3200만원이 중국 어딘가로 사라진걸 알고 덕희는 좌절하지만 이제는 “살려달라”고 온 전화를 간과하지 않는다. ‘춘화루’.영타를 한글화 하면 극중 가해자이자 피해자, 제보자인 손대리가 제보한 식당이 나온다. 실제 국내에서 잡힌 총책은 거액의 합의금을 제시하며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다는 후문. (사진제공=쇼박스)“범죄가 일어난 곳의 주소가 있어야 사건이 접수된다”는 대한민국 형사를 대신해 직접 칭따오로 날아간다. 영화는 동료 중국인인 봉림(염혜란)과 현지에서 택시를 모는 동생 애림(안은진), 뭐든 같이 하고보는 숙자(장윤주)를 통해 간만에 스크린 가득 걸크러시를 내뿜는다. 이들의 연대는 다소 촌스럽고 때론 주책맞다. 하지만 극중 대부분의 남성 캐릭터가 사악하고 무능한, 찌질함을 담당하기에 더욱 빛난다. 한국과 중국 공조로 덮치려던 조직은 이미 뒷돈을 받아온 공안에 의해 청소가 된 상황. 보이스피싱 사건을 마약계로 넘기는 대목에선 현지의 부정부패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된다. ‘시민덕희’의 무서운 점은 다큐멘터리로 비춰질 법한 진지감을 가볍게 건들인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총책의 얼굴을 본 손대리의 동료(이주승)는 흡사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급 몽타주로 웃음폭탄을 날리고, 깜짝 등장하는 이무생의 살기는 화면을 뚫을듯이 날카롭다. 무엇보다 해외 취업의 미끼, 간단한 해킹으로 털리는 개인 정보, 그로 인한 여러 범죄 모의등을 빠르게 훑고 지나가지만 묵직함은 남는다.박영주 감독은 11일 영회 시사회 직후 “보이스피싱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를 하기로 결정하고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 피해자들의 자책감”이라면서 “때문에 피해자가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과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잘 그리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라미란 역시 “너무 평범하지만 용감하고 강단있는 인물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망설임 없이 선택했던 작품이었다. 어떤 용기로 벼랑 끝 상황에서 헤쳐 나갔는지 응원하는 마음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24일 개봉.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12 12:05 이희승 기자

새로워진 마동석표 액션…넷플릭스 ‘황야’, 메인포스터 공개

마동석 주연의 넷플릭스 영화 ‘황야’의 메인 포스터와 메인 예고편이 12일 공개됐다.‘황야’는 폐허가 된 세상, 오직 힘이 지배하는 무법천지 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이다.공개된 메인 포스터는 폐허가 된 세상 속, 생존을 위해 최후의 사투를 벌이는 생존자 ‘남산’(마동석), ‘양기수’(이희준), ‘지완’(이준영), ‘수나’(노정의)의 모습이 담겼다. 총과 활을 겨누고 있는 ‘남산’과 ‘지완’의 모습부터 매서운 눈빛의 의사 ‘양기수’와 그를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수나’의 모습까지 이들을 중심으로 펼쳐질 사건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궁금증을 자극한다.함께 공개된 메인 예고편은 폐허가 된 세상 속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펼치는 ‘남산’의 강렬한 모습으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남산’ 앞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적들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가운데, 광기 어린 눈으로 “제가 살아남게 해드릴게요”라고 소리치는, 생존자 중 유일한 의사인 ‘양기수’의 모습은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그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여기에, 위험에 빠진 ‘수나’를 구하기 위해 펼쳐지는 ‘남산’과 ‘지완’, ‘은호’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 속 생존자들의 필사적인 액션은 많은 기대감을 자아낸다. “세상을 지킬 마지막 사냥이 시작된다”라는 카피와 함께 등장한 ‘남산’의 모습은 더 강렬하고 거칠어진 것은 물론,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마동석표 액션을 예고하며 기대감을 고조시킨다.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새로운 설정 속에서 대한민국 대표 액션 장인들이 펼칠 차별화된 액션으로 화제를 모으는 액션 블록버스터 ‘황야’는 오는 2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김세희 기자 popparrot@viva100.com

2024-01-12 10:29 김세희 기자

[비바100] 영화 '외계+인'1부 다시보기 열풍!

괴랄한 수작인가 비운의 망작인가. 영화 ‘외계+인’ 1부는 누적관객수 154만명을 모으며 쓸쓸히 OTT로 사라졌다. 외계인 죄수들이 지구를 침공하고 이를 막으려다 고려시대에 불시착한 인간 소녀 이안(김태리), 외계 로봇(김우빈)이 도사 무륵(류준열), 두 신선(염정아·조우진) 등과 뒤얽히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지난 2022년 개봉한 ‘외계+인’ 1부는 최동훈 감독 신작으로 주목받았다. 제작비 360억원, 손익분기점 관객 730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최 감독에게 사실상 첫 고배를 안긴 셈이다.영화 ‘외계+인1부’ 속 다양한 장면. 9일 기준 ‘외계+인’ 1부는 티빙의 ‘실시간 인기 영화’ 1위, 넷플릭스의 ‘오늘 대한민국의 톱10 영화’ 4위에 안착했다. (사진제공=CJ ENM)한국 영화 사상 최장 프로덕션 기간인 387일을 거친 ‘외계+인’ 시리즈는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지난 10일 마지막 퍼즐을 공개했다. 극 중 지구의 대기를 외계인들이 살기에 적합하게 만드는 ‘하바’는 터지는 순간 모든 인간들을 죽게 만드는 독성 물질이다. 우주선에 가득찬 하바가 폭발하기까지 남은 시간 단 48분. 마침내 시간의 문을 열고 돌아온 이들의 활약이 스크린 가득 펼쳐진다.1부의 재미는 대부분 김우빈의 몫이다. 액션과 멋짐, 코믹함까지 아우르는 명연기로 암투병 중인 자신을 기다려준 감독의 기대감을 증명했다. (사진제공=CJ ENM)‘외계+인’ 2부는 1부에서 뿌렸던 떡밥들이 완전히 회수된다. 이안과 무륵의 인연, 정체가 모호했던 수사관 민개인(이하늬)과 두 신선의 연관성, 인간의 몸속에 갇힌 외계인 죄수들을 탈출시키려는 악당 자장(김의성)이 끝까지 병든 노인의 몸에 남아있던 이유까지 엉킨 실타래가 확실히 풀린다. 여기에 신검의 능력을 이용해 눈을 뜨려는 맹인 검객 능파(진선규)까지 새롭게 가세해 재미를 더한다.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던 ‘외계+인’1부의 IMAX 독려 포스터. (사진제공=CJ ENM)최동훈 감독은 1부의 실패를 맛 본 뒤 촬영분을 약 150번 가량 돌려봤다. 2부의 경우 무려 52번의 수정 과정을 거쳤다고 전해진다. 지난 3일 언론 시사회에서 그는 “관객분들께 초대장을 쓴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는 영화 ‘도둑들’과 ‘암살’로 ‘쌍천만 감독’에 등극하며 늘 ‘최동훈 월드’에 걸맞는 특유의 익살과 재치, 반전 매력을 지닌 캐릭터들을 스크린에 수 놓았다. 한국영화 사상 쌍천만 흥행을 일군 감독은 최동훈 외에 봉준호, 김용화, 윤제균 감독까지 단 4명 뿐이다.2부 포스터는 모든 비밀이 풀리는 영화의 엔딩을 극명하게 담고 있다. (사진제공=CJ ENM)‘외계+인’ 시리즈를 처음 떠올린 6년 전 그리고 모든 완성작을 내 놓은 지금까지 아내이자 영화 제작사인 케이퍼 필름의 안수현 대표의 말은 최동훈 감독을 정의하는 한 줄이다. “눈 뜨면서 영화이야기를 하고 자기 직전까지 영화를 보다 자는 사람”이다.팬데믹이란 특수한 시기를 겪었으나 애초 ‘외계+인’이 가진 거대함은 약 4시간 분량의 가편집본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1부와 2부로 개봉하는 것이 작품이 가진 서사와 재미를 온전히 살릴 수 있었다. 영화 ‘신과함께’라는 성공적인 케이스가 있었고 참여하는 배우들의 캐스팅보드만 보더라도 실패할 수 없는 프로젝트였다. 그렇다면 1부는 무슨 이유로 그렇게 초라하게 퇴장해야 했을까. 충무로 최고의 흥행 타율을 보여줬던 최동훈 감독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 가장 큰 이유다.극 중 부부로 나왔다면 매력이 더했을 두 신선의 모습. 무기로 쓰는 옛스런 물건들이 1부의 재미를 톡톡히 했다. (사진제공=CJ ENM)푸른 유리구슬 같은 지구가 사실은 외계인 죄수를 보내는 우주 변방이란 설정은 신선하지만 그들을 관리하는 로봇과 타임리스가 가능한 썬더의 존재는 지극히 SF스럽다. ‘외계+인’1부는 한국영화에서 쉽게 보지못한 CG를 구현해 관객들을 유혹하지만 이미 수많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길들여진 관객들의 입맛까지는 만족 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그 안에 펼쳐진 뜨끈한 국밥 같은 한국인의 정은 여전하다. “인간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프로그래밍된 설정에서 벗어나 시간대를 거슬러 구한 핏덩이 아기를 현대에서 키우며 그저 차가운 기계였던 그들의 일상은 변한다. 늙지 않는 로봇 아빠와 변신에 능한 썬더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이안은 점차 호기심이 왕성해진다.우주선이 지나가는 구도를 위해 가장 층고가 높은 지하 주차장을 섭외하며 사실감을 더한 1부의 한 장면. (사진제공=CJ ENM)지구에서 탈출하려는 외계인 죄수들에 의해 2022년의 시공간은 쑥대밭이 되고 세 사람은 고려시대로 돌아간다. 그곳은 얼치기 도사와 신선이 판 치는 곳. 고양이면서 인간인 우왕(신정근)과 좌왕(이시훈)은 무륵이와 함께 현상금이 걸린 도둑들을 잡는 게 일상이다. 양복을 입고 천둥(총)을 쏘는 현대인들의 출연으로 과거 시대의 사람들은 혼란스럽다. ‘외계+인’1부는 시간과 공계를 넘어선 주인공들의 액션과 코미디를 너무 과하게 오간 면이 없지 않다. 단순히 요약하자면 이 영화의 핵심은 인간 세계에 사는 외계인들의 대립인데 그 안에 뒤엉킨 인연이 한 가득이다.명랑하며 인간적인 썬더의 목소리는 배우 김대명이 맡았다. (사진제공=CJ ENM)하지만 배우들의 열연이 그 실타래를 느슨하게 메꾼다. 로맨스는 1도 없이 각자의 능력만을 과시하는 신선 청운과 흑설을 연기하는 조우진과 염정아의 익살이 그 정점이다. 귀가 멀고 말을 할 수 없는 노파로 극의 빌런인 자장의 비밀을 알고 있는 김해숙, 병원의 환자였다가 양복을 입고 살인귀가 되어 시대를 거스르며 악의 기운을 내뿜는 살인귀 지건우는 짧은 분량에도 잊지못할 열연을 펼친다. 무협사극와 SF를 관통하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친절한 설명이 되려 1부를 망친 결과물이 되어 버렸다. 설명을 따라가며 본격적으로 재미있어질 즈음 쿠키영상을 던지며 2부를 기다려 달라며 끝나기 때문이다.촬영장에서 가장 빛나는 건 배우들보다 최동훈 감독이 아닐까.(사진제공=CJ ENM)뭔가 확실한 결말을 바랐거나 참을성이 없는 관객들이 부아가 치민 건 어쩔 수 없는 수순이었다. 하지만 OTT의 반응은 달랐다. 웨이브, 넷플릭스, 티빙, 왓챠 등 각종 OTT 플랫폼에서 ‘외계+인’ 1부가 시청 1위를 기록하며 ‘의외로 재미있던데?’라는 반응이 쏟아진 것. 2부 공개를 앞두고 다시보기를 한 안방관객들이 과연 극장행을 결정지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최동훈 감독의 영화 ‘타짜’ 속 아귀(김윤석)의 말을 인용해야 할 것 같다. 1부 보다 더 잘될 것이라는 사실에 “내 돈 모두하고 내 손모가지를 건다”라는 명대사를.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10 18:30 이희승 기자

[B그라운드] '프로 일침러' 윤여정, "개 취급 받았던 전우애로 '도그데이즈' 출연"

김덕민 감독을 현장에서 그냥 이름을 불렀다는 윤여정은 “준비가 된 감독이었다”는 말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연합)“개 취급 당한 전우애로 출연했다.” 배우 운여정의 촌철살인이 또 탄생했다. 10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도그데이즈’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도그데이즈’는 성공한 건축가와 MZ 라이더, 싱글 남녀와 초보 엄빠까지 혼자여도 함께여도 외로운 이들이 특별한 단짝을 만나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갓생 스토리를 그린 영화로 윤여정은 까칠한 성격의 세계적인 건축가 역할을 맡았다. 이날 윤여정은 “김덕민 감독이 어떤 대단한 역량이 있어 선택한 건 아니다“고 말문을 열며 ”그가 조감독이었던 시절 같이 개 취급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 내가 점쟁이가 아니라 믿음은 없어도 어떤 전우애가 생겼다“고 밝혔다. 배우 윤여정이 10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점에서 열린 영화 ‘도그데이즈’ 제작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그때의 고난(?)을 겪으며 감독으로 입봉하면 그 영화에 꼭 출연하겠단 약속을 지킨 것.  이날 윤여정은 “영화 현장은 평화롭지 않고 치열하다. 제 시간에 찍어야 해서 감독도 예민하고, 배우들도 그렇다”면서 “감독 중에 짜증나게 하는 사람도 많다. 솔직히 준비 안 하는 감독들 너무 싫다”며 일침을 가했다.그는 과거 故김기영 감독에게 “내 말을 유일하게 알아듣는 배우”라는 극찬을 받은 바.이후 ‘찬실이는 복도 많지’, ‘미나리’등 연기로 생업을 잇지 않아도 되는 시기부터 ‘사람’만 보고 출연하며 되려 그런 확고함이 대중의 귀감이 되고 있다. 윤여정은 “하지만 감독 욕을 하고 다닌다고 소문나면 다른 감독들이 날 쓰겠나?”라고 셀프디스를 하며 “덕민이는 준비가 다 되어 있더라”며 칭찬을 이어갔다. 이날 오랜 연기 생활에서도 강아지와 함께한 건 처음이라는 윤여정은 “다른 개들은 몰라도 우리 완다는 말을 안 들어 오래 기다려야 했다”며 특유의 돌직구 발언을 이어갔다. ‘도그데이즈’는 오는 2월 7일 설 극장가를 공략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10 12:35 이희승 기자

[人더컬처] 생 로랑은 왜 이무생을 앰버서더로 계약하지 않는가...얼마나 더 연기에 美쳐야?

브릿지경제와의 인터뷰 직전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무생.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배우 이무생의 광기는 어디서 오는걸까. 손익분기점인 720만 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노량: 죽음의 바다’로 만난 그에게 극중 고니시의 모습은 당연하게도 아예 없었다. 무게만 30kg이 넘었다는 갑옷을 벗고 현장에 나타난 그는 곧 바뀔 계절을 예약한듯 연노란색 맨투맨 차림이었다. 역사적으로 그가 맡은 왜군은 7년의 전쟁동안 이순신의 용맹을 가장 근간에서 본 인물이다. 조선 침략군의 총사령관이자 선봉장으로 가장 먼저 조선에 상륙해 부산성전투, 동래성전투, 탄금대전투, 한양 점령, 그리고 평양까지 점령하며 이순신 조차 “만만치 않은 인물”로 평가했다고 전해진다.“언론 시사회때 동료 선후배들과 처음 완성작을 봤어요. 다시 어린 아이로 돌아간듯 이순신 장군님을 추앙하게 되더라고요. 부끄럽지만 제 출연장면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분장에만 3시간이 걸린, 눈썹을 한 올 한 올 더해야 했던 고난의 시간이었는데 그 덕분이었는지 경거망동하지 않고 이성적으로 대처해야만 했던 고니시로 완벽하게 살 수 있었죠.”‘노량’은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김한민 감독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다.(사진제공=(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노량’에서 그가 맡은 고니시는 표독함과 독기보다 외로움이 가득하다. 그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을 알고 이 전쟁이 곧 끝날것이라는걸 직감한다. 더 이상 피를 흘리지 않고 일본으로 돌아가 주군의 어린 아들을 지키는게 삶의 목표가 된다. 하지만 자신의 군대를 사실상 포위하고 있는 이순신과 명나라의 함대가 여간 깐깐한게 아니다. 이순신 장군이 당시 조선의 수장이었던것처럼 고니시 역시 왜군의 리더였다. 사심과 욕심을 버려야 부하들과 살아서 갈 수 있었다. 돌아가도 또 누군가에 의해서 할복을 강요당할지도 모르는 야만의 시대임을 그는 직감으로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고니시는 명나라 장군에게 부하를 시켜 뇌물을 바치며 살길을 열어달라 간청한다.이무생은 ‘노량’에 대해 “한 번 보면 아쉬워서 한 번 더 보게되는 N차 관람을 부르는 영화”라고 정의하는 모습이었다. (사진제공=(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영화의 포문을 여는 역할이라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게다가 대사 자체가 일본어중에서도 고어에 가까워서 머리가 아닌 입으로 기억하는 언어로 만드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일본어 선생님이 남,여 두 분이셨는데 그 분들 조차 쉽지 않은 말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성별이 다른 분들의 대사톤을 참고해 고니시 캐릭터를 구축했고요.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남들보다 역사를 좋아했고, 어렸을때부터도 유독 이순신 장군을 따라 큰 칼을 옆에 차고 싸우면서 자랐다. 배우가 되고서도 극장에서 만난 ‘이순신 장군’1부와 2부를 보며 막연하게 나마 작은 역할이라도 출연하는 꿈을 꿨다. 그렇게 기적같이 김한민 감독의 러브콜을 받자 이제는 두려움이 온 몸을 감쌌다.이무생은 “역사적으로 고니시는 이성적이고 화를 잘 안 냈다고 하더라. 동요하지 않으려고 애를 많이 섰다”면서 “그런데 해전을 다루면서 물이 한 방울 없는 현장에 가니 더욱 막막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게다가 노량해전은 이순신 장군이 눈을 감은 전투기도 하지만 조선과 왜 그리고 명나라까지 합류해 약 1000여척이 싸운 역사적 해전이다. 뿐만 아니라 임진왜란 7년 전쟁 중 유일한 야간전이었다.최근 재미로 해 본 MBTI가 ENFP가 나왔다는 이무생. 그는 “집에서도 아무것도 안 하고 표현도 잘 안하는 편이라 카메라에서 감정을 다 표출하는것 같다”고 했다. (사진제공=(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평창동계올림픽이 열렸던 곳인데 큰 배 세 척이 모두 들어가 있더라고요. 배우로서 쉽게 경험해보지 못할 거대하고 신나는 경험이었고요. IT신기술인 워터 시뮬레이션과 디지털 휴먼등이 사용됐는데 제작진들이 래퍼런스 영상을 잔뜩 보여주셔서 저는 되려 강풍기만 잘 버티면 되는거였어요.(웃음)”이무생의 명품 연기는 ‘생 로랑’의 브랜드와 함께 신조어를 낳을 만큼 대중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앰버서더(홍보대사)제의는 없었냐고 묻자 “왔으면 벌 써 왔을 것”이라면서 “감히 ‘이무생로랑’이라고 불리는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미소지었다. 최근 이영애와 함께 찍은 tvN 토일드라마 ‘마에스트라’로 또다시 여심을 저격하는것에 대해선 나름의 해석을 내놨다.“인간 이무생과 비슷한 캐릭터는 단 하나도 없다고 단언합니다. 작품의 매력을 최대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연기를 통해 평소에 못한 텐션을 터트리는거죠. 연기는 나 좋자고 하는 일입니다. 내가 좋아서 하는일을 보고 좋아해주시는 분들을 보면 큰 원동력을 얻죠. 늘 경거망동 하지 않고 무성할 무(茂), 살 생 (生)이라고 지어주신 부모님의 뜻에 따라 무성하게 우거진 삶을 살겠습니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10 11:38 이희승 기자

최민식×김고은×유해진×이도현 ‘파묘’, 1차 예고편 공개…내달 개봉

배우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주연의 영화 ‘파묘’가 9일 1차 예고편을 공개했다. K-오컬트 세계관을 이끄는 장재현 감독의 신작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그린다.이날 공개된 1차 예고편은 풍수사, 장의사, 무속인으로 완벽 변신한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의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다.흙을 만지며 “여기 전부 다 알거야. 묘 하나 잘못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라고 경고하는 풍수사 ‘상덕’(최민식)의 대사로 시작된 영상은 파묘를 하고 기이한 사건에 휘말리는 인물들의 모습을 긴장감 있게 보여준다. 무당 ‘화림’(김고은)은 “묫바람입니다”라고 말하며 이들이 맞닥뜨릴 불길한 사건을 짐작하게 한다. 이어 심각한 표정으로 관을 바라보며 “저게 사람 관 맞아?”라고 탄식을 내뱉는 장의사 ‘영근’(유해진)과 넋이 나간 모습으로 누워있는 무당 ‘봉길’(이도현)의 모습은 눈을 뗄 수 없는 긴박감을 선사한다.여기에 흙 속에서 튀어나온 의문의 손은 섬뜩한 분위기를 끌어올려 미스터리한 존재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한편 1차 예고편을 공개한 영화 ‘파묘’는 오는 2월 극장 개봉 예정이다.김세희 기자 popparrot@viva100.com

2024-01-09 11:17 김세희 기자

[비바100] 김태리의 피, 땀, 눈물 그리고 '외계+인'

지구인들의 뇌에 외계인 죄수들을 가둔다는 기발한 설정에서 시작한 영화 ‘외계+인’의 1부와 2부의 시작과 마침표를 찍는 김태리. 사진제공=CJ ENM)데뷔 이래 가장 짧은 헤어스타일로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김태리의 표정은 유독 밝았다. 후반 작업의 90%를 뒤집으며 편집실에서 살았던 최동훈 감독의 노력을 아는 그는 10일 개봉을 앞둔 ‘외계+인’ 2부에 대해 “오랜만에 관객입장에서 즐긴 영화”라고 말문을 열었다. 지난 2022년 개봉한 ‘외계+인’ 1부는 제작비 360억원의 SF대작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160만명의 관객수 동원에 그쳐 최 감독 연출 인생에 흑역사를 남기며 씁쓸하게 퇴장했다. 지구인의 몸에 가둬놓은 외계 죄수들이 탈옥하고 시간의 문이 열리면서 죄수들과 이를 쫓는 또다른 외계인 그리고 인간이 고려 말기에 불시착한 주인공들의 타임리스를 다룬 스토리가 관객들의 극명한 호불호로 갈린 것. 하지만 OTT시장의 반응은 달랐다.각기 다른 배경의 캐릭터들이 맞붙는 ‘외계+인’2부의 공식 포스터. 인류멸망의 재앙을 막을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진 ‘신검’을 찾으려는 이안(김태리) 그리고 무륵(류준열)이 고려 시대와 현대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벌이는 모험의 여정을 담았다. (사진제공=CJ ENM)뒤늦게 찾아본 안방관객들은 1부의 재미를 각종 SNS와 관련 게시판에 올리며 2부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최 감독은 끊었던 담배를 다시 물고 과거 영화 ‘타짜’ ‘전우치’에서 보여준 기발함 그리고 ‘도둑들’과 ‘암살’로 1000만 신화를 쓴 대중성을 ‘외계+인’ 2부에 녹여냈다.“저에게 이안이는 3년 전에 보낸 아이죠.(웃음) 하지만 배우로서 1부와 2부의 간극인 1년 반을 기다린 보람을 느낍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저에게 사람을 남긴 작품이고 엔딩 시퀀스가 따듯해서 뭔가 울컥한 느낌이에요. 더할나위없이 완벽한 마무리죠.”김태리는 ‘외계인’ 시리즈를 한마디로 정의해 달란 말에 주저없이 ‘사랑’이라는 단어를 골랐다. 시나리오에 적힌 전투장면을 위해 기계 체조를 배우고 주연보다 더 즉흥연기를 잘 해내기로 유명한 감독에게 다음날의 숙제(?)를 하달 받는 치열한 현장이었다.“만약 너라면 여기서 어떤 대사를 할 것 같아?”라는 질문은 각본을 직접 쓴 감독이 얼마만큼 배우들을 믿고 지지했는지가 가늠되는 부분이다.“영화에는 신검으로 나오지만 사실 대본에는 ‘시간의 칼’이라고 적혀 있어요. 감독님의 저 질문은 늘 저를 긴장하게 만들었죠. 내내 시험을 보는 느낌이었지만 그만큼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대사로 ‘썬더, 해 낸거야?’를 내놨는데 채택됐는지는 영화로 확인해 주세요.(웃음)”인터뷰 중간 김태리는 “2부는 1부를 보지 않아도 충분히 빠져들 수 있는 작품이다.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 자체를 즐기셨으면 좋겠다”며 52가지 버전의 편집본을 만든 최 감독의 마음고생이 연상된듯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도. (사진제공=CJ ENM)현장에서는 영화의 엔딩 OST로 쓰인 로이 오비슨의 ‘인 드림스’(In Dreams)가 내내 흘렀다. 배창호 감독의 ‘젊은 남자’(1994)에서도 사용됐던 이 노래는 고려 시대와 현대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촬영이 배우들에게조차 ‘한낱 꿈’일 수 있음을 간과하지 않는다. “모두가 이별하는 순간에 나오는 그 노래가 각각의 감정을 한 순간에 녹이더라고요. 개인적으로 극 중 두 신선의 캐릭터에 애정이 큰데 고어가 섞인 그 대사를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어요. 이왕이면 흑설(염정아)은 어떨까요? 선배님처럼 잘 어울리려나….”(사진제공=CJ ENM)국내 영화시장의 비주류 장르인 SF를 한국 정서로 녹여낸 ‘외계+인’ 2부는 1부의 떡밥을 대부분 회수하고 기발하게 마무리한다. 짧은 시간 안에 폭소가 터지는 장면은 역시나 최 감독만의 장기다. 타임리스를 통해 서울 모처의 헬스센터에 떨어진 청운(조우진)은 “이성계가 왕이 되었소?”를 외치고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어린 무륵이가 도사(류준열)가 돼 눈 앞에 있는데도 “뭔가 시무룩한 이름이었는데…”라고 읊조리는 식이다. 대사로 나오는 ‘뜰 앞의 잣나무’는 ‘외계+인’ 2부가 지닌 화두기도 하다. 인생에서 결정해야 할 수많은 선택과 만남에 대한 선문답이 여러 번 반복된다.“만약 시간을 거스를 수 있다면 심각한 쫄보라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도, 미래를 알고 싶지도 않아요. 현실에 안주하며 잘 살아야죠. 다만 제가 확실히 느끼는 건 제가 하는 작품마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그 인연이 운명이 될 수 있다는 거예요. 저는 그 대사가 너무 좋아요. 늘 나의 뜰 앞에 소중한 잣나무들이 있기를.”김태리는 ‘외계+인’ 이전에도 다양한 변신을 우선적으로 선택해 왔다. 조선의 정신적 지주인 양반가문 출신의 독립투사(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와 쓰레기를 회수하는 우주비행사(영화 ‘승리호’)를 필두로 최근에는 귀신들린 흙수저 청춘(드라마 ‘악귀’)으로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올해는 드라마 ‘정년이’를 통해 한국전쟁 직후 여성 국극단의 숨겨진 이야기를 시청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모든 액션이 신나고 재미있지만 총기 액션은 너무 자신있죠. 그런데 손이 작은 편이라 총구에 손가락이 안 걸리는 신체적인 결함이 있는 건 비밀이에요. 연기를 안 할 때는 하루종일 만화책을 보고 디아블로를 즐겨해요. 항상 하루를 충실히 살자는 주의라 배우를 안 했어도 이 정도의 삶을 살았을 겁니다. 제 방식이나 태도는 변함이 없을 거란 걸 잘 알아요.”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08 18:30 이희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