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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푸른 잎사귀를 볼 때마다 침샘 폭발… 갈지 마세요, 손과 입에 양보하세요!

(사진출처=게티이미지)생체 복원능력이 100%인 남자가 사랑에 빠진다. 어둠의 세계에서 괴물로 불렸던 그는 국가의 부름을 받고 온갖 비밀 작전에 투입된다. 사람들은 뼈가 부서지고 피를 분수처럼 흘려도 금세 복구되는 그를 무서워한다. 하지만 그 너머에 눈물 많고 길치인 남자, 그 남자의 진심을 알고 결혼한 여자는 매달 한달에 한번 고기를 먹으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간다. 남자는 몰랐다. 그때가 아내의 배란일이고 힘 쓰기 전에 배불리 먹이겠다는 일종의 신호였음을.사실 남자의 직장생활은 고단하기 그지없다. 늘 현장의 최전선에서 뛰던 그가 배치된 부서는 총무부로 몸이 아닌 숫자와 싸우며 힘든 하루하루를 견딘다. 직장인의 필수품이라는 사직서를 품에 안고 출근 하는 것도 이제 지쳤다. “쓸모가 없어진 기분이 든다”는 남편의 푸념에 아내는 “넌 나의 쓸모야. 난 너의 쓸모고”라며 입안 가득 고기쌈을 싸서 우겨넣는다. 그 말에 감동받은 남자는 눈물을 닦다 말고 “쌈이 너무 커서…”라고 얼버무린다.“넌 나의 쓸모”라며 회사에서 쓸모없음을 느끼는 남편의 입에 한 가득 쌈을 넣어주는 ‘무빙’의 한 장면.(사진=디즈니플러스 캡쳐)올해 디즈니+의 늦둥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무빙’의 이 장면들에서 사람들은 ‘쓸모’라는 대사에 열광했지만 실제 배우 곽선영이 싸서 입에 넣어준 상추의 연두빛 싱싱함을 자세히 봤다면 분명 침이 고였을 것이다. 한국 요리의 한 종류인 쌈은 밥이나 고기 등을 채소에 얹어 싸먹는 방식을 말한다. 쌈에 들어가는 채소로는 상추, 배추, 치커리, 깻잎 등이 있다. 21세기 초 웰빙 열풍이 불면서 채식 식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외식 식단으로 ‘쌈밥’이라는 메뉴가 등장하기도 했다. ‘싸다’의 어간 ‘싸-’에 명사화 접미 ‘-(으)ㅁ’이 결합한 단어인 ‘쌈’의 기원은 고구려까지 올라간다. 당시 상추의 종자를 사기 위해 천금을 주고 샀다는 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천금채’로 불렸는데 신라시대에 주먹밥을 김에 싸먹는 복쌈이 있었다고 하니 뭔가를 싸먹는 방식은 꽤 오래된 문화임에는 틀림없다. 쌈은 왕실에서도 즐겨 먹을 정도였으나 조선 후기에 와서는 평민들에게도 보급돼어 대중 음식이 된 후로는 양반들은 잘 안 먹는 음식이 됐다. 정약용이 귀양 가서 집으로 보낸 편지를 살펴보면 ‘여기는 반찬이라고는 별로 없어서 상추에 그냥 밥을 싸먹는다’며 한탄하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고급 요리라면 절대 이런 한탄을 안 했을 테니 흔한 음식임이 가늠되는 대목이다. 고종은 상추쌈을 즐겨먹었는데 생선조림, 새우볶음, 고기조림, 약고추장 등의 다양한 재료를 넣어 수라상에 올렸다. 대중적으로 쌈 안에 들어가는 것은 주로 밥이나 고기다. 겉에 싸는 잎의 대표격은 역시 상추인데 호불호가 갈리는 깻잎과 당귀 등이 식탁에 자주 오른다. 쪄서 부드럽게 만들어 싸먹는 호박잎과 양배추의 부드러움을 경험해 봤다면 익힌 채소가 주는 색다른 맛이 얼마나 중독적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잎이 아닌 미역이나 다시마 같은 해조류도 쌈의 종류에 들어가는데 단백질과 무기질이 풍부한 곰피는 한번 싸 먹으면 잊을 수 없는 맛이 일품이다. 미역과 비슷하기도 하지만 울퉁불퉁한 표면에 구멍이 뚫려 있어 곰보 미역이라 부르기도 한다.사실 쌈은 혼자 먹기에는 좀 과한 경향이 있다. 쌈 문화는 음식을 먹는 행위를 넘어 사람들 간의 소통과 취향을 나누는 자리에 더 매력을 더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가족이나 친구, 동료와 함께 쌈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것은 유대감 형성과 사회적 관계를 더욱 깊게 만드는 중요한 시간이 된다. 무엇보다 쌈 싸먹기는 영양과 맛을 조화시키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신선한 재료를 함께 먹으면 다양한 영양소를 고루 섭취할 수 있어 건강한 식습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다양한 소스와 양념을 활용해 식재료마다 다양한 맛과 풍미를 느낄 수 있어 식사가 더욱 풍부해지기도 한다. 대세 방송인 풍자가 38kg 체중 감량 소식과 함께 공개한 레시피에는 아예 쌈장을 만드는 방법까지 나와있다. 일명 ‘풍자 쌈장 레시피’로 저염 쌈장에 참치, 청양고추, 마늘 등을 섞고 현미밥 약간에 얹어 먹는 방식이다. 그는 최근 방송을 통해 “많은 분이 따라 해서 드셨는데 너무 맛있어서 도리어 10kg씩 쪘다는 분들이 많다”면서 “밥을 조금 넣고 쌈장도 적게 해서 쌈을 싸 드셔야 한다. 맛있으니까 밥 한공기가 뚝딱인데 절대 그렇게 드시면 안 된다”는 당부를 전하기도 했다.바라만 봐도 좋은 초록색 잎사귀는 한 번 삶았을때 더 진해진다. 여름내내 나의 식탁에 올랐던 호박잎쌈.(사진=이희승 기자)내 최애 쌈은 뭐니 뭐니 해도 호박잎이다. 누군가 호박 뿐 아니라 그 잎도 이렇게 맛있을 거라고 생각한 걸 보면 분명 천재가 아닐까. 잎이 두꺼운데다 까칠 까칠한 털이 수북한 호박잎은 사실 따기도 쉽지 않다. 넓은 잎사귀만큼이나 줄기도 굵고 상추나 깻잎처럼 똑하니 따 지지도 않는다. 그렇게 줄기까지 따왔으면 굵은 심지를 살살 벗겨내야 한다. 그렇게 두번의 손질과정을 거쳐 수증기에 쪄 내면 진한 녹색을 지닌 보들 보들한 잎사귀가 숨이 죽은 채로 조신하게 퍼져있다.호박잎을 오래 찌면 약해져서 잘 찢어지기 때문에 옛 선조들은 뜸을 들이는 시간에 밥 위에 올려 시간도 절약하고 불도 아끼는 일석이조의 방식을 쓰기도 했다. 김장철을 앞두고 작년에 담갔던 푹 익은 김치를 쌈 싸 먹는 것도 10월의 별미다. ‘묵은지’라 불리는 이 쌈은 오래 숙성된 김치일수록 감칠맛이 남다르다. 너무 시어서 쿰쿰 해진 김치를 흐르는 물에 잘 씻고 반나절 정도 담궈둔다. 새살을 드러낸 김치의 색은 살색에 가까운 노란색이다. 혹자는 여기에 비슷한 길이의 베이컨을 말아 먹기도 하고 반으로 잘라 쌈 채소 대용으로 고기를 싸서 먹기도 한다. 싱싱한 채소가 주는 아삭함은 없지만 묵은 김치가 주는 세월의 맛은 어떤 고기든 무한대로 들어가게 하는 마법을 부린다.주말농장에서 키우는 상추는 따 먹는 족족 두배로 빨리 자라는 탓에 결국 다 먹지 못하고 상추꽃이 피기도 했다.(사진=이희승 기자)지난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번 달 들어 청상추는 100g 당 1821원으로 1년 전 1203원 대비 51.4%, 깻잎은 3165원으로 1년 전(2755원)보다 14.9% 올랐다. 반면 축산물 가격은 떨어졌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소고기 안심 1+ 등급 100g은 1만3976원으로 지난해보다 11.5% 저렴했다. 100g 기준 국산 삼겹살 가격은 2665원, 목살은 2496원으로 작년보다 약 4% 떨어졌다. 삼겹살과 목살이 100g 기준 깻잎보다 저렴해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최근에는 실내 스마트팜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도심 곳곳에선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바람과 습도, 햇빛 없이 간단한 채소를 키우는 점포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자신만의 리틀 포레스트를 꿈꾸는 이들은 손쉽게 채소를 키워낼 수 있는데다 자연재해와 환경오염의 영향 없이 안전하게 먹을거리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선호도가 높다. 캠핑 등 가을 나들이 철에 많이 찾는 쌈 채소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쌈채소들.(연합)이제는 지하철에서도 자동판매기를 통해 채소를 살 수도 있는 세상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역사 내부 스마트팜 설치를 늘려가고 있다. 햇빛 한줌 들어오지 않는 지하철이지만 작물에 맞게 빛ㆍ온도ㆍ습도ㆍ양분 등을 인공적으로 제어해 식물 재배와 함께 현장에서 직접 샐러드와 샌드위치와 주스 등을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 사업초기에는 일반 농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상추와 같은 대중적인 작물이 아닌 바질ㆍ이자벨 등과 같은 유럽의 허브류를 주로 재배했지만 지금은 시민들의 요청으로 다양한 채소를 키우고 있다. 을지로3가역에 최근 스마트팜 카페가 들어섰고 답십리·천왕·충정로·남부터미널 역에선 스마트팜에서 채소를 재배하고 있으니 퇴근길에 한번 구경해 보는 건 어떨까. (사진출처=게티이미지)◆앞면? 뒷면? 어느쪽으로 쌈 싸시나요- 상추나 깻잎을 예로 들자면 98%가 맨들맨들한 면에 음식을 올릴 것이다.- 음식의 입장으로만 본다면 이보다 포근할 수 없지만 정작 먹는 임장에서는 혀와 입천장에 닿는 면이 다소 깔깔한 뒷면임을 상기하자.- 고로  쌈을 뒤집어 뒷면에 내용물을 넣고 입에 넣으면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가게에서 주는 쌈 채소의 경우 잘 세척되지 않은 부분을 발견할 수 있으니 모르고 먹는 게 약일 수도 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0-19 18:00 이희승 기자

‘틀니+거친 피부’ 한효주, 충격 변신…‘독전2’, 더 독해진 캐릭터 스틸 공개

넷플릭스 영화 ‘독전 2’가 강한 개성과 역동적인 서사를 예고하는 캐릭터 스틸을 19일 공개했다.‘독전 2’는 용산역에서 벌인 지독한 혈투 이후, 여전히 ‘이선생’을 쫓는 형사 ‘원호’(조진웅)와 사라진 ‘락’(오승훈), 다시 나타난 ‘브라이언’(차승원)과 사태 수습을 위해 중국에서 온 ‘큰칼’(한효주)의 독한 전쟁을 그린 범죄 액션 영화다.조진웅은 용산역에서 ‘이선생’을 검거했지만 진짜 ‘이선생’은 따로 있다고 믿으며 끝까지 그의 실체를 추적하는 형사 ‘원호’ 역으로 돌아왔다.공개된 ‘원호’의 스틸은 1편의 종착지였던 노르웨이에 다시 선 모습부터 진짜 ‘이선생’을 잡기 위해 총을 든 모습, 위험에 처한 순간까지 다양한 상황이 담겨 있다.차승원은 ‘원호’의 작전 끝에 검거되지만 극적인 탈주에 성공하며 새로운 기회를 도모하는 ‘브라이언’ 역으로 1편 보다 한층 독하게 돌아왔음을 보여준다. 여유를 만끽해야 할 선베드임에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모습과 쇠약해진 병상의 모습을 담은 스틸은 과연 그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호기심을 자극한다.한효주는 ‘이선생’의 최측근이자 조직의 뒷 처리를 담당하는 ‘큰칼’로 분해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큰 연기 변신을 선보인다. 서늘한 눈빛만으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큰칼’은 ‘이선생’을 신봉하면서 그의 관심을 독차지하기 위해 무자비해진 인물이다.특히 백감독은 원래는 남성 캐릭터였던 ‘큰칼’의 성별을 바꿔 한효주에게 제안했고, 한효주는 ‘큰칼’ 역에 맞춰 강도 높은 운동은 물론 틀니와 안경을 착용하고, 피부를 거칠게 하는 등의 노력으로 ‘큰칼’을 완성했다.드라마와 영화는 물론, 뮤지컬과 연극 무대를 오가며 활약해 온 오승훈이 ‘락’의 새로운 얼굴로 합류해 강렬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락’은 모두가 끝이라고 생각했던 ‘독전’의 용산역 혈투 이후, 다시 새롭게 움직이며 ‘이선생’과의 거리를 좁혀간다. 서사를 품고 있으면서도 살기 어린 눈빛을 가진 ‘락’의 스틸은 독전 2에서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오승훈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여기에 최상급 라이카를 만드는 능력자 농인 남매 ‘만코’와 ‘로나’ 역에 김동영, 이주영이 전편에 이어 다시 호흡을 맞춘다. 무서울 게 없는 듯, 눈빛으로 분위기를 압도하는 이들의 스틸은 ‘독전 2’에 대한 기대를 모은다.한편 범죄 액션 영화 ‘독전 2’는 11월 1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장애리 기자 1601chang@viva100.com

2023-10-19 14:40 장애리 기자

‘얀 왕자’ 박서준, 베일 벗었다…‘더 마블스’, 캐릭터 포스터 7종 공개

‘더 마블스’ 박서준의 캐릭터 포스터가 공개됐다.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슈퍼히어로 캡틴 마블의 두 번째 이야기인 ‘더 마블스’는 팀을 이루는 세 히어로와 그들의 조력자들의 모습이 담긴 캐릭터 포스터 7종을 17일 공개했다.먼저 굳건한 표정과 자세에서 압도적인 힘이 느껴지는 캡틴 마블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와 그와 가장 가까웠던 친구 ‘마리아 램보’의 딸 ‘모니카 램보’(테요나 패리스), 캡틴 마블의 빅 팬인 10대 히어로 미즈 마블 ‘카말라 칸’(이만 벨라니)의 캐릭터 포스터는 세 히어로가 함께 선보일 화려하고 새로운 ‘스위칭 액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캡틴 마블의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닉 퓨리’(사무엘 L. 잭슨)는 든든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캡틴 마블’에 이어 ‘더 마블스’에서도 히어로들의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을 예고한다.특히 캡틴 마블과 특별한 관계성을 보여줄 한국 배우 박서준이 맡은 ‘얀 왕자’의 모습도 공개돼 눈길을 끈다. 마지막으로 ‘캡틴 마블’에 등장해 많은 사랑을 받은 ‘구스’는 이번에는 다른 수많은 ‘플러키튼’과 함께 등장해 폭발적인 관심을 이어갈 예정이다.한편 ‘더 마블스’는 우주를 지키는 히어로 캡틴 마블 ‘캐럴 댄버스’가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모니카 램보’, 미즈 마블 ‘카말라 칸’과 위치가 바뀌는 위기에 빠지면서 뜻하지 않게 새로운 팀플레이를 하게 되는 히어로 액션 블록버스터로, 11월 8일 개봉 예정이다.김세희 기자 popparrot@viva100.com

2023-10-17 10:07 김세희 기자

[비바100] 제목도 엄정화 처럼, 우주최강 '화사한 그녀'

인생 역전을 꿈꾸면서도 매번 허탕만 치는 작전꾼이 엄정화가 맡은 배역이다. 사기가 당연한 딸(방민아)을 보며 큰 한방 후 은퇴를 꿈꾸는 인물. (사진제공=제이엔씨 미디어그룹)롱런하는 배우이자 탤런트, 가수로 엄정화 만큼 ‘잘 된’ 스타가 또 있을까. 그의 말대로 “히트곡도 많아서 연기할 때 초반엔 욕 좀 먹었다”는 말이 밉지 않은 건 그 역시 사실이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가수 출신의 배우가 훨씬 더 많은 끼를 발휘하며 스크린을 넘어 뮤지컬까지 활약하는 시대지만 엄정화는 그 외로운 길을 묵묵히 걸어왔다.올 초 ‘닥터 차정숙’을 통해 전세대의 사랑을 받으며 엄정숙으로 불렸던 그는 예능 ‘댄스가수 유랑단’으로 다시금 가수로서의 매력을 발휘해 연말에는 대규모 콘서트도 예정돼 있다. 지난해 개봉 예정이던 영화 ‘화사한 그녀’가 개봉하는 건 ‘대세 엄정화’의 기세를 이어가겠다는 야심이 가늠되는 대목이다.“올 한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 많아요. 이 영화의 본분인 즐거움을 관객들이 극장에서 많이 느끼고 가셨으면 합니다. 되도록 직언을 해주는 동생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일단 안심하고 있어요. (송)혜교가 즐거운 영화라고 하고 (홍)진경이도 ‘무슨 코미디가 이렇게 웃겨?’라고 하는 걸 보니 아직까진 코믹발랄한 장르가 저에게 잘 맞는 옷 같아요.” 지난 11일 개봉한 ‘화사한 그녀’는 영화 ‘30일’이후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지키며 예매율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사진제공=제이엔씨 미디어그룹)극 중 엄정화가 맡은 ‘꾼’ 지혜는 화려한 변장술의 대가로 영혼까지 끌어 모아 작전을 펼치지만 허당미가 가득한 인물이다. 그런 그녀가 마지막 큰 판을 계획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범죄 오락물로 걸스데이 출신의 방민아와 모녀로 호흡을 맞춘다. 액션부터 코믹, 멜로를 오가는데 특화된 엄정화의 존재감을 한껏 끌어올리는 건 송새벽, 박호산, 김재화의 몫이다. 이들은 지혜의 조력자이자 먹이(?)가 돼 스크린 가득 웃음폭탄을 적재적소에서 터트린다.“제 작품의 누적 관객수가 벌써 3500만명이에요. 정말 뿌듯하고 그 소식을 듣고 울 뻔했지 뭐예요. 관객들이 나를 믿는다는 의미니까 그만큼 책임감을 더해 매번 작품에 임합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인 시절 ‘화사한 그녀’의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마음이 많이 갔죠. ‘이렇게 힘들 때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즐기며 보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어요.”엄정화는 지혜가 가지고 있는 고달픔이나 삶의 무게는 그저 가슴에 안고 코믹함에 집중했다. 장르는 범죄 코미디물이지만 장르에 너무 집착하거나 웃기려는 욕심은 되려 내려놨다. 그는 “변신의 달인이니까 누구도 지혜의 본모습을 모르게 하고 싶었다”면서 “연기하면서 그냥 이 영화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밝게 웃었다.“제가 너무 좋아하는 일을 지금까지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너무 행복해요. 오래오래 이 일을 하고 싶어요. 무대 위에선 땀방울이 다이아몬드처럼 느껴지는데 연기는 늘 긴장하게 돼요. 더 많이 고민하고 후회도 많이 한답니다.”‘화사한 그녀’는 현장에서 엄정화로 하여금 어깨춤을 추게 만들어준 영화다.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분장 아이디어를 낸 건 배달 라이더, 금고털이범, 미술학교수 등 다양한 직업군을 오가는 지혜의 본분을 조금이라도 더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싶어서였다고. “모니카 벨루치로 변장했을 때는 현장의 모든 스태프들이 박수를 쳤다. 아름다움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그녀를 오마주한 신도 의미있었지만 환호 소리에 더 신나서 연기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엄정화는 1992년 영화 ‘결혼 이야기’로 데뷔했던 엄정화는 이후 1993년 영화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의 OST였던 ‘눈동자’로 가수 데뷔했다. (사진제공=제이엔씨 미디어그룹)“저의 데뷔연도가 1993년이니 벌써 시간이 꽤 흘렀잖아요. 젊고 어렸을 때는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지키려고 노력했다면 지금은 현실을 직시하자로 바뀐 것 같아요. 잘 하는 후배들을 봐도 치고 올라온다는 느낌보다는 ‘이 사람은 연기에 진심이구나’가 보이면 작품으로 꼭 만나고 싶은 생각 뿐이예요. 제발 나에게 기회가 와라, 하고요.(웃음)”엄정화가 요즘 눈여겨 보고 있는 배우는 ‘무빙’에서 봉석이로 열연한 이정하다. 과거 ‘베스트셀러’라는 영화로 만난 류승룡, 이성민을 보는 느낌이 강하다고. 그는 이후 다양한 장르에서 열일하는 그들을 보며 ‘내가 이런 대단한 배우들과 연기를 했다니’하고 기쁜 마음이 종종 든다고 토로했다.“나만의 화사한 비법이요? 당연히 웃음이죠. 일 욕심이 많은 편인데 늘 작품에서 관객들을 이해시키고 공감시키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완성도가 떨어진 시나리오라도 내 캐릭터가 얼마만큼 유연하게 갈 수 있는지를 봅니다. 그걸 완성시키려고 노력하는게 배우로서의 본분이니까요.”그리곤 “설탕과 탄수화물을 줄이는 게 건강에 정말 좋아서 힘들더라고 지키려고 노력한다. 잠도 정말 잘 자고 몸의 질서가 잡히는 느낌? 진짜 마법이 일어나니 관객들도 그 즐거움을 느껴보셨으면 한다. 건강이 최고”라며 12월에 열리는 콘서트에 대해 “2000년도가 마지막 무대였다”고 밝혔다.“매년 작품을 하다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었어요. ‘댄스가수 유랑단’으로 오랜만에 예전 무대에 오르면서 팬들과 함께 나의 20대, 30대, 40대가 들어있는 노래를 무대에서 나누고 싶어지더라고요. 아직 자신감은 없지만 해내고 싶은 마음만큼은 우주최강이죠.”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0-16 18:30 이희승 기자

[人더컬처] 송중기의 연기는 이제 '화란'의 전과 후로 나.뉜.다!

2023년은 송중기에게 아들의 탄생과 더불어 생애 첫 칸 레드카펫을 밟은 기념비적인 해다. (사진제공=하이지음스튜디오)미소년으로 시작해 꽃미남으로 인기 절정을 달렸던 송중기가 변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팬덤을 자랑했던 드라마를 통해 남성미를 제대로 뽐내더니 제작자로 참여한 첫 영화로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돼 레드카펫을 밟았다.떠들썩한 결혼과 이혼 후 갑작스런 열애설에도 당당했던 그가 이제 막 백일을 지난 자식을 낳고 ‘아들 바보’대열에 합류하는가 싶더니 여전히 ‘자신의 할 일’에 집중하는 모영새다. 지난 11일 개봉한 영화 ‘화란’의 인터뷰와 무대인사를 위해 귀국, 부산국제영화제 참석과 여러 프로모션에 적극적으로 참여중이다.의붓아버지의 반복되는 폭력을 견디던 17살 연규(홍사빈)와 범죄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의 브로맨스를 그린 이 작품은 미래도 희망도 없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지옥같은 삶을 사는 견디기 위해 지옥의 일부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송중기는 “스산한 캐릭터라 더욱 끌렸다”며 자신이 맡은 역할을 설명했다.그는 ‘화란’의 시나리오를 받고 “바로 ‘신선한 독립영화가 한 편 나오겠구나’ 싶었다”고 말문을 열며 “내가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상업적인 색깔이 짙은 내가 민폐가 되지 않을까란 걱정이 컸다”며 당시의 고민을 털어놨다. (사진제공=하이지음스튜디오)“작품이 들어왔을 때 그 당시 느끼는 내 감정이 출연 결정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편이예요. 상업영화의 공식을 따르지 않기도 하지만 늘 느와르를 하고 싶었던 제 욕구가 딱 맞아 떨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조폭 혹은 건달 영화라 여기실지도 모르지만 저는 ‘화란’은 어두운 정서를 가진 작품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리고 싶어요.”‘송중기에게 이런 눈빛이 있었나?’싶을 정도로 그가 등장하는 신은 유난히 피폐하다. 그저 어둡고 무섭다는 표현이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로 등장만으로 공기를 어둡게 만든다. 귀가 찢겨진채 늘 무표정하지만 연규가 견디는 살의와 공포를 누구보다 먼저 가늠하는 인물이다. 관객들은 그저 치건도 가정폭력의 피해자임을 가능할 뿐이다. 큰형님(김종수)에게 유일하게 대드는 인물이자 또 가장 충실한 개이기도 한 이중적인 감정을 탁월하게 오간다.“영화가 꼭 무슨 메시지를 가져야만 하는걸까요? 이 작품이야말로 그게 세지면 분명 매력이 덜해졌을거예요. 게다가 치건은 성장하다 멈춘 어른같지 않은 어른이거든요. 어른들이 똑바로 잘 살아야 아이들이 바른길로 간다는 것을 잔인하지만 정면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개봉 첫 주 16만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화란’. 노개런티로 참여한 송중기는 제작자로서 100만 명을 돌파하면 흥행 단맛을 만끽할 수 있다.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화란’에서는 어른들이 돈 앞에 무너지고 가족을 잃고 그리고 파멸해가는 모습을 우회적으로 보여진다. 10대인 연규에게 어른들의 삶은 ‘굳이 왜 그래야 하는지?’를 되묻게 만들지만 치건에게 이유란 없다. 부모의 방관 속에 호수에 빠지는 사고가 났던 그 날 치건은 목숨을 건졌지만 이미 죽은 인물이었다. “홍보활동으로 ‘월간 낚시’나 ‘도시어부’에 나갈까도 잠시 생각하기도 했다”며 파안대소하던 송중기는 이내 “연규의 왼쪽 눈 상처와 오른쪽 귀가 찢겨진 치건은 가정폭력을 마주보고 있는 존재”라는 진지한 설명을 이어갔다.“솔직히 ‘화란’은 친절한 영화는 아니예요. 대사가 많지 않을 뿐더러 굳이 설명하려 들지도 않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안 해본 장르를 해보자는 작은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만족감 만큼은 최고의 작품이예요. 헝가리에서 ‘로기완’ 촬영하고 있다가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때는 진짜......”영국계 이탈리아인으로 배우로 활동한 아내 케이티 사운드 루이더스를 만나기 전에도 늘 해외 오디션을 찾아다녔다는 송중기. 그는 “다른 문화권, 새로운 시스템에서 한 번 일해보고 싶었다. 아내가 외국인 이다보니 많은 도움을 받는다. 앞으로도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하이지음스튜디오)출산과 동시에 육아에 집중하고 있는 아내는 이미 세계적인 3대 영화제를 모두 가 본 선배였기에 “들뜨지 말라”는 조언을 가장 먼저 해줬다고 했다. 15세 관람가지만 각종 연장이 나오고 피가 튀고 폭력적인 일부 묘사가 걱정돼 아직 ‘화란’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송중기는 “아이가 생긴 뒤 삶의 마음가짐이 달라지긴 했지만 뭔가 거창해진건 없다. 내 직업이 배우가 아니더라도 떳떳한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늘 해왔고 이제는 더 확고해졌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좋은 어른의 조건은 바로 책임감이 아닐까요? 그런의미에서 치건이는 좀 비겁한 면이 있죠. 배우로서 덜 자란 어른을 연기하는 의미와 재미가 남달랐어요. 무엇보다 비겁한 어른들이 많은 요즘 사회에서 ‘화란’은 프로파간다 (어떤 의도를 갖고 사람들의 판단이나 행동을 특정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적인 영화가 아니어서 더 매력있는 것 같아요. 연출계획? 전혀 뜻이 없지만 기획을 하고 있는 작품을 곧 선보일거 같아요. 연기 외에 기획과 제작을 경험하는게 큰 기쁨이거든요.”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0-16 17:06 이희승 기자

[人더컬처] 영화 '가문의 영광:리턴즈'는 갔지만, 윤현민은 남겼다

윤현민은 지난달 21일 개봉한 영화 ‘가문의 영광: 리턴즈’에서 회당 1억원이 넘는 돈을 받는 스타작가이자 가문의 강제 예비 사위 박대서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사진제공=태원엔터테인먼트)쪽 대본이 당연하고 지금처럼 주 52시간이 보장되지 않았을 때도 윤현민의 시선은 늘 스크린에 가 있었다. 고단했지만 언젠간 가야할 그 곳에서 기꺼이 구를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리 쉽지는 않았다. 스물 여섯살에 야구 선수를 은퇴하고 연기를 하면서 아마 ‘마흔이 되면 주인공을 맡을 수 있을거야’란 다짐을 수도 없이 했다. 그의 나이 서른 여덟에 영화 ‘가문의 영광: 리턴즈’로 첫 스크린 주연을 맡으며 그의 꿈을 이뤄졌다.“이래서 선배들이 영화,영화 하는구나를 알겠더라고요. 공연(뮤지컬 ‘김종욱 찾기’)으로 데뷔하기 전부터 늘 영화 오디션을 봤지만 무수히 떨어졌죠. 드라마로 이름을 알리면 찾아주지 않을까 싶었지만 주인공을 맡아도 영화는 제가 너무 멀리 있었어요. 정태원 감독님이 농담조로 ‘이 영화에서 네가 1안이 아니었어’라고 했지만 저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돌고 돌아왔어도 이 영화의 주연은 나니까.”누적 스코어 약 2000만 명을 자랑하는 ‘가문의 영광’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가문의 영광:리턴즈’의 손익분기점은 약 100만 명이다. (사진제공=태원엔터테인먼트)올 추석 스크린 전쟁에 뛰어든 ‘가문의 영광:리턴즈’는 촬영 첫날 부터 이미 개봉날이 정해져 있는 운 좋은(?) 영화였다. 과거 메가히트를 친 2002년 ‘가문의 영광’을 리부트, 집안도 성격도 모두 극과 극을 달렸던 두 집안의 좌충우돌 결혼성사기가 2023년 버전으로 펼쳐진다. 정준호가 맡았던 벤처기업 CEO대서 역할은 잘 나가는 스타 작가로 바뀐 채 윤현민이 가진 도시적인 이미지로 완성됐다.전세계를 휘어잡고 있는 K드라마가 모두 그의 손 끝에서 탄생됐지만 사실 그는 몇 년 째 인플루언서 애인에게 호구 취급을 받으며 살고 있다. 우연히 하룻밤을 보낸 진경(유라)과는 기억에도 없는 잠자리를 가졌는데 졸지에 조폭출신의 리조트 사업가 집안의 사위가 되게 생겼다. 무서운 오빠와 욕쟁이 엄마의 극성을 아는 진경 또한 결혼 생각은 없기에 결혼까지는 서로 가지 않기로 합의하지만 오해와 인연이 겹겹이 쌓이며 두 남녀의 마음은 미궁으로 빠진다.그는 자신의 롤 모델로 故김주혁을 꼽으며 “개인적으로 휴 그랜트를 정말 좋아하는데, 한국의 휴 그랜트라고 하면 주혁이형 말고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태원엔터테인먼트)“누군가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면 영화라는 장르 안에서 ‘가문의 영광: 리턴즈’같은 다양성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제가 가진 허당과 자연스러운 모습을 대서에게 녹여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영화 속에 입고 나오는 의상들이 다 제 옷이예요. 영화지만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관객들이 가져가셨으면 합니다.”16만 명이란 저조한 흥행수치로 이미 IPTV와 디지털케이블TV, 온라인 및 모바일을 통해 극장 동시상영이란 초고속 결정을 하게 됐지만 영화 속 윤현민의 안정된 연기력은 충분히 증명됐다. 스타 작가의 예민함과 전혀 관심 없던 여자에게 공통점을 느낀 뒤 설레는 감정, 옛 연인에 대한 단호함등 대서가 가진 감정을 과하지 않게 잘 살려낸다. 그는 “내가 웃음을 담당하지 않아서 부담이 없었다”고 웃으면서 “김수미 선배님의 대본에 빼곡하게 써져있는 분석과 애드립을 보며 정말 많이 배웠다. 나 역시 즉흥적으로 연기할거란 선입견이 있었는데 아니더라”며 남다른 존경심을 보였다.“촬영 현장에서 내가 하는 거라곤 그저 연기였어요. 코미디를 워낙 잘 살리는 분들이 많으니까 내가 누가 될까봐 늘 걱정이었죠. 여태껏 그 어떤 현장에서도 운 적이 없었는데 ‘가문의 영광: 리턴즈’의 마지막 촬영에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요. 아무리 악플이 달리고 호평받지 못한다고 해도 정말 재미있고 좋은 추억이 많았던 촬영이었거든요. 앞으로 쉬지 않고 2년은 달릴 수 있는 에너지를 제게 준 작품입니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0-13 18:31 이희승 기자

[人더컬처] 허준호의 인생, 그의 연기

그는 이 영화의 시나리오와 역할에 대해 “트렌디했다”고 정의 했다. 사진제공=CJ ENM 제공)“주인공 하고 싶죠. 그런데 악역이 ‘매력은’있어요.”이처럼 확고한 대답이 또 있을까 싶다. 주구장창 빌런만 하고 싶은 배우는 아마도 없을 거라는 허준호가 또다시 악의 끝판왕으로 돌아왔다. 대중적인 영화를 찍는 흥행요람 외유내강의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속 악귀 범천을 통해서다.인간의 영력을 사냥하는 그는 유명한 무당이었던 천박사(강동원)의 할아버지와 후계자였던 어린 동생을 잔인하게 죽인 인물. 인기 웹툰 ‘빙의’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귀신을 믿지 않지만 귀신같은 통찰력을 지닌 가짜 퇴마사 천박사가 지금껏 경험해 본 적 없는 강력한 사건을 의뢰받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강동원이 고군분투하며 코믹과 액션을 담당했다면 허준호는 등장만으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범천은 인간의 몸을 옮겨 다니며 자신의 악한 기운을 주입시키는데 실핏줄과 푸른 얼굴톤을 기본으로 안광(眼光)이 주는 서늘함까지 완벽히 소화한다.“이렇게 액션이 많고, 젊은 층이 많이 봐야 하는 트렌디한 작품에서 나를 불러주니 좀 의아하면서도 참 고맙더라고요. 사실 빙의 연기는 쉽지 않았어요. 사람의 마음을 읽어야 할 수 있는게 빙의니까요. 그래서 범천의 목표인 설경을 빼앗고 싶은 욕구에 집중했죠.”주름마저 연기하는 허준호의 카리스마가 빛을 발하는 영화의 공식 포스터.(사진제공=CJ ENM 제공)본래 인간이었다 악귀가 된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솔직히 인간적이지 않게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대본에 충실하고 애드립을 지양한다는 그는 “분명 대본을 그렇게 쓴 이유가 있을거라 확신하기에 토를 달지 않는다”라면서 완성작을 본 후 배우로서 본분을 다 하지 않았던 아쉬움을 토로했다.“거의 모든 영화에서 대본을 통째로 외우고 현장에 가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CG로 범천이 불길에 휩싸이는걸 보고 내가 계산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어요. 시나리오에는 그저 소멸하는 것으로 나오거든요. 결국 관객들은 그냥 넘어갈 수 있어도 속상한게 불 타들어가는 괴로움을 연기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죠.”허준호의 젊은 시절은 유독 치열했다. 그의 부친인 故허장강은 한국 영화사의 얼굴이자 연극배우, 영화 기획자로 1970년대를 아우른 인물. 어린 시절 돌아가신 아버지가 늘 대본을 손에 쥔 채 대사 연습을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가끔은 상대 역할의 대사를 해주기도 했다는 그는 “너무 일찍 돌아가셨지만 아버지의 얼굴이 나온다는 말이 저는 그렇게 좋더라. 지금도 연기 할 수 있는 나의 힘”이라고 미소 지었다.허준호는 “마지막 장면에서 에너지를 빼앗기는데 감독님이 후반작업을 업그레이드 하셨달”면서 “그 안에 담긴 디테일한 감정표현을 못 했다”며 최선을 다했던 현장의 아쉬움을 인터뷰 초반 밝히기도.(사진제공=CJ ENM 제공)12살 때 세상을 등진 아버지는 늘 자신의 든든한 ‘빽’이었다. 친구들과 동네 극장에 가면 늘 티켓값은 공짜였고 스크린을 보며 꿈을 키웠다. 이후 어머니가 “극장 주인이 돈을 받으러 왔다”며 감춰진 진실을 뒤늦게 알았지만 “그마저도 즐거운 추억이 됐다”고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사실 허준호는 요즘 Mnet의 시초로 불리는 MBC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의 무대에 가장 많이 선 멀티테이너이자 뮤지컬 ‘갬블러’의 원년 멤버로 무대에 10년 이상 선 베테랑이기도 하다. “이 영화가 좋은게 오컬트와 스릴러가 섞인 대본이 저에겐 신선했어요. ‘천박사’를 찍고서는 ‘앞으로 기회 되면 액션을 더 해볼까?’할 정도로 완벽한 현장이기도 했고요. 액션은 (강)동원이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비주얼적으로 키가 큰 친구가 하는 액션이 아름답기도 하고 칼 쓰는 액션을 정말 잘하더라고요.”그는 “데뷔 때부터 멜로를 많이 못하고 늘 공사장, 철재 구덩이, 산속의 폐가가 익숙하다”고 눙치면서도 자신의 출연 기준을 확고히 밝혔다.“그 전에 안 했던 것을 위주로 보는 편입니다. 남들이 안 했던 걸 자꾸 찾는데, 대본 안에 그런게 있는지 자꾸 찾아보는거죠.”그는 이 자리에서 ‘전설의 일본 인터뷰’ 뒷 이야기를 밝히기도 했다. 과거 ‘갬블러’를 들고 일본 기자단을 만났을 때 독도 관련 질문이 나오자 그 기자의 볼펜을 뺏고 “지금 기분이 어떠냐?”라고 되물었던 일화는 유명하다. 허준호는 “그 분 덕분에 모든 인터뷰가 취소돼 마음 편히 일본 관광을 했다”고 말해 웃음을 더했다.(영화의 뒷풀이 현장에 군대 고참인 최민식과 찍은 사진이 공개되자 “영화 이야긴 하지 못했다. 여전히 (최)민식이 형은 나에게 연극 ‘에쿠우스’ 무대 위의 최고봉이기 때문”이라고 존경심을 표현했다.(사진제공=CJ ENM 제공)“그때 드라마 ‘올인’이 인기를 끌었어요. 그런데 마침 배용준 배우가 막 일본에서 식당을 오픈했는데 독도질문을 받고 분위기가 안 좋았다는 이야기를 들은거예요. 남의 잔치집에 가서 굳이 그런 질문을 한거잖아요. 그런데 저에게 또 그런 공격을 하길래......(웃음)”허준호는 ‘천박사’를 통해 사람을 얻었다면서 “사실 추석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늘 다운됐는데 오랜만에 좋은 성적표를 들고 가서 기분이 좋다”며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 50대의 아저씨라면 상상할 수 없는 풍성하고 긴, 섹시한 머리칼에 스키니 진을 매치해 인터뷰 현장에 나타난 그는 여전히 소년의 모습이었다. “동년배 친구들이 내 머리숱을 좀 부러워하긴 하더라”고 수줍어했다.고등학교때는 야구에 미쳐 선수활동을 했고, 대학때는 무용을 전공하며 연기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지만 운명은 그를 무대와 카메라 앞으로 이끌었다. 1986년 영화 ‘청 블루 스케치’로 데뷔한 이후 37년 간 드라마와 영화를 오간 ‘짬’은 순수함과 겸손으로 응축돼 허준호에게 스며들었다.기회가 된다면 멜로에 도전하고 싶다는 그는 “부잣집 캐릭터 들어오면 아내가 주는 화장품 바르고 준비한다. 사우나 가서 땀 빼고, 슬림하게 몸을 준비한다”면서 “작금의 무대산업이 안 맞아 사실상 쫓겨났지만 ‘갬블러’는 다시 하고 싶다”고 말했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0-12 19:06 이희승 기자

판빙빙X이주영 ‘녹야’, 11월 개봉 확정…보도 스틸 공개

판빙빙, 이주영 주연의 영화 ‘녹야’가 11월 개봉을 확정 짓고, 보도스틸 8종을 공개했다. 영화 ‘녹야’는 낯선 곳에서 쳇바퀴 같은 삶을 사는 ‘진샤’(판빙빙)가 자유로운 영혼의 ‘초록머리 여자’(이주영)를 만나 돌이킬 수 없는 밤으로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 초청작으로 선정돼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세계적인 배우 판빙빙과 충무로 대세 이주영의 국적 초월한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이날 공개된 스틸은 쳇바퀴 같은 삶을 사는 ‘진샤’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초록머리 여자’가 대담한 여정을 함께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포착해 눈길을 끈다.다음으로 돌이킬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 ‘진샤’의 모습을 담은 스틸은 판빙빙의 디테일한 감정선과 압도적인 열연이 더해져 기대감을 더한다.여기에 의미심장한 표정의 ‘초록머리 여자’의 모습을 담은 스틸은 이주영의 독보적인 매력이 더해져 보는 이들의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녹야’로 처음 호흡을 맞춘 판빙빙과 이주영의 시너지와 이들 앞에 펼쳐질 예측 불가 사건들에 대한 궁금증을 고조시킨다.한편 한슈아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녹야’는 오는 11월 개봉 예정이다.장애리 기자 1601chang@viva100.com

2023-10-12 17:18 장애리 기자

[비바100] 드러난 '버닝썬' 외에도 암적인 범죄에 '발레리나'를 보내고 싶다

옥주역 전종서, 친구를 죽음으로 몬 최프로를 쫓으며 아름답고 무자비하게 복수에 나선다.(사진제공=넷플릭스)제발 이런 복수가 현실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새벽 2시. 장(?)이 열리는 잠수교 밑에는 자전거를 타거나 야구 모자를 쓴 학생, 불량해 보이는 양아치까지 수상한 남자들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모여든다. 이들이 주문한 물건은 DM으로 주문받고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초밥 오마카세 세트다. 옥주(전종서)는 그들이 횟집봉투를 받고는 간장만 챙기고 총총 사라지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한다. 이들이 손에 쥔 간장은 흔히 보는 붕어모양의 플라스틱 튜브지만 뭔가 수상하다. 지난 6일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발레리나’는 제목이 주는 우아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여성들의 미묘한 감성을 우정이란 이름으로 치환시킨 ‘발레리나’의 한 장면. ‘드라이브 마이 카’의 박유림이 스산한 옥주와 반대되는 따스한 연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적신다.(사진제공=넷플릭스)경호원 출신 옥주는 우연히 중학교 동창 민희(박유림)를 만나 삶의 기쁨을 느낀다. 이도 잠시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친구의 비극을 마주하게 된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쪽지에는 “너라면 내 죽음을 복수해 줄 것 같다”는 말과 함께 의문의 아이디가 적혀 있다. 그렇게 친구를 죽음으로 몰아간 최프로(김지훈)를 쫓으며 아름답고 무자비한 복수극이 시작된다.겉으로는 솜씨 좋은 셰프인 최프로는 타고난 피지컬과 고급차로 여자들의 환심을 사는 사이코패스다. 친구의 전화에 낚시를 제안하지만 그것조차 ‘사냥할 여자를 찾는 주말 이벤트’를 뜻하는 은어다. 직업적 경력을 살려 최프로의 집에 도청장치를 설치한 옥주는 기꺼이 그의 미끼가 된다.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전종서, 김지훈, 박유림의 신선한 앙상블은 공개 직후 넷플릭스 영화 부문에서 전체 2위, 총 19개국에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몰래 최프로의 집에 잠입한 그는 비밀 캐비넷에 가득한 SM플레이를 담은 불법 파일을 발견한다. 자신이 만난 여자들에게 물뽕을 먹이고 강제로 동영상을 찍어 협박을 하고 노예로 삼는 게 그들의 방식. ‘단 한번만 손님을 받으면 파일을 삭제해 주겠다. 너는 나에게 나름 특별한 여자였다’며 그루밍을 일삼는 그의 피해자는 수십명에 이른다. 일부러 서울 근교의 불법 모텔에 들어간 옥주는 와인에 탄 약을 마신 척 하고 최셰프를 공격하지만 그는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과거 김두한 때부터 내려온 범죄 조직인 그들은 마약과 여자들을 팔고 타락한 경찰들과 손잡고 법의 심판을 피한 채 영업을 하고있는 범죄 소굴이었다. 조직의 보스(김무열)는 난장판이 된 현장을 보고 “3일 안에 여자를 잡아오라”고 엄포를 놓는다. 자신 몰래 야동을 찍고 물뽕을 시내에 풀어 개인 사업을 한 최셰프를 응징하고 싶지만 친구이기에 눈감아줄 뿐이다.‘발레리나’만의 독특한 무드를 완성시킨 미술은 ‘악인전’ ‘밀정’ 등의 작품에서 아트디렉터로 참여한 김민혜 미술감독이 맡았다. (사진제공=넷플릭스)‘발레리나’는 전작 ‘콜’과 ‘몸값’을 통해 확고한 세계관을 가진 이충현 감독이 상업적으로 세련되게 완성한 작품이다. 현실적인 옥주와 달리 ‘지구의 주인은 물고기’라며 유독 바다의 삶을 동경했던 민희는 죽어 바닷 속에서 발레리나로 가장 아름다운 무대를 완성한다. 평범한 빌런과는 차별이 다른 비주얼 쇼크를 보여준 김지훈.(사진=넷플릭스)드러내놓고 성적인 모욕감을 주거나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대신 카메라를 배우 머리 위로 올려 모든 사건을 관망하게 만드는 카메라 워크도 인상 깊다. 발레리나, 피팅 모델, 여고생 등 촬영 당시 피해자의 직업이 USB제목으로 적혀 있는 화면은 옥주의 시선을 아주 잠시 따라갈 뿐이다. 대신 분노에 찬 여성의 절규를 가감없이 담으며 핏빛 복수를 예고한다. 주인공이자 총과 칼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액션을 춤사위로 표현한 전종서의 연기도 인상 깊다. 죽은 친구의 발레복을 흡사 수의처럼 입고 비장하게 복수에 나서는 모습은 핑크빛 공단만큼이나 찬란하고 튀는 피의 붉은 색만큼 강렬하다. 극 중 유일한 웃음을 책임지는 건 김영애와 주현이 보여주는 연륜이다. 총포사 주인 역할로 옥주의 복수를 돕는 모습이 코믹하게 전개된다.(사진제공=넷플릭스)영화의 엔딩, 죽다 살아난 최셰프의 대사는 그런 의미에서 의미심장하다. 발악하며 죽거나 잔인하게 거세 되는 대신 “내가 이렇게 죽게 되면 그곳에서도 네 친구한테 살아 생전에 했던 짓을 똑같이 하겠다”며 절규하는 것. 자신의 역할인 옥주를 넘어 같은 여성으로 전종서가 짓는 표정은 분노도 악도 저주도 아닌 비장함이다. 글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그 표정으로 내 뱉는 옥주의 마지막 대사는 ‘발레리나’를 직접 보고 확인해야 한다.지금도 어딘가에서 유린되고 있을 피해자들의 눈물과는 별개로 법의 심판을 받는 가해자가 거리를 활보하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이 작품의 엔딩은 꽤 의미심장하다. 불법 장부에 꼼꼼히 적힌 구매자 목록을 들고 또다른 복수에 나서는 옥주의 모습에 물개 박수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전종서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온 스크린 행사에서 “현실적으로 그렇게 처벌이 될 수 없는 걸 영화상에서 통쾌하게 해보고 싶었다”는 남다른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0-11 18:30 이희승 기자

[人더컬처] 정소민이 배우가 아닌 여자로 보이기 시작한 영화 '30일'

대본을 보자마자 “빨려들어갔다”는 말로 영화의 매력을 강조한 정소민. (사진제공=마인드마크)배우 정소민은 묘한 매력을 가졌다. 술을 즐기지 않지만 술자리에는 끝까지 남아있고 공주같은 외모에도 의외로 털털하다. 수다스러움은 카메라 앞에서 뿐이지만 그마저도 배우라는 본분에 충실한 거니 뭐라 따질 수도 없다. 블라인드 시사회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얻으며 ‘흥행 복병’으로 불렸던 영화 ‘30일’이 여전히 승승장구 중이다. 한글날 연휴 극장가를 사로잡으며 7일 연속 전체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한 이 작품은 이번 주 100만 관객 돌파가 확실시된다. 손익분기점인 160만명에 성큼 다가간 것.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는 영화 ‘30일’의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마인드마크)영화의 설정은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와 다소 거리가 있다. 오해와 고난을 넘어 사랑에 빠지는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닌 이미 결혼한 부부가 서로에게 퍼붓는 저주에서 시작된다. 이후 ‘30일’은 서로의 찌질함과 똘끼를 견디다 못해 이혼숙려기간 30일에 돌입한 두 남녀가 교통사고를 당해 동시에 기억상실증에 걸리며 2막을 연다.서로의 다름에 끌려 모두의 반대를 딛고 결혼했지만 그 감정이 현실이 되니 지옥도 이런 지옥이 따로 없다. 법원이 제시한 30일만 지나면 그렇게 원하던 남남이 되는데 두 사람은 모두 기억을 잃고 잊고 있던 설렘을 마주하게 된다.강하늘이 소심한 대학생에서 잘 나가는 변호사가 된 정열 역할을, 정소민이 장군의 딸로 아무도 못 말리는 망아지였지만 매사 똑 부러지는 영화PD 나라 역할을 맡아 실제 부부 케미를 뽐낸다. 두 사람은 이미 영화 ‘스물’에서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바. 정소민은 강하늘과의 호흡에 대해 “너무 친하니까 연기하기 민망했다”면서 “술 먹고 들이대는 연기에서 특히 NG가 많이 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진제공=마인드마크)“솔직히 100%맞는 사람은 상상 속에만 있다고 생각해요. 결혼할 상대라면 서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은 기본이고 대화로 풀어나가려는 의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소통을 할 줄 아는 남자가 좋더라고요. 그래서 나라가 느끼는 정열이의 귀여움이 살짝 이해가 가진 않았지만 필터링이 없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정말 행복했어요.”나라의 옷을 입은 정소민의 모습을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오랜 연인이었던 정열과 잠시 헤어지고 홧김에 완벽한 조건의 남자를 만난다. 일사천리로 결혼식장까지 잡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자신을 잡지 못하는 정열에게 결국 돌아간다.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웨딩드레스를 입고 뛰어온 나라의 순애보도 잠시 둘은 눈만 마주치면 살 떨리게 싸우는 현실 부부의 삶을 산다. 그는 “개인적으로 저는 해피 엔딩이란 생각으로 역할에 접근했다”면서 “사랑을 느끼는 순간에 이별을 예상하는 여자는 없지 않나”고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제가 MBTI를 굉장히 믿는 편이에요. 그래서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나름 생각을 해봤는데 정열이는 깔끔하고 뭐든 정리하는 ISFJ 라면 나라는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ESTP가 아닐까 싶어요. 전 신중하고 고집이 센 INFJ입니다.하하”유독 여러 번 호흡을 맞춘 남자 배우들이 많은 것도 전소민의 필모그라피의 특징이다. 준호와 ‘스물’ ‘기방도령’을 함께 했고, 서인국(‘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 ‘늑대사냥’), 김지석(‘월간집’ ‘나에게로 와서 별이 되었다’), 하석진(‘스탠바이’ ‘디데이’) 등과도 두번씩 만났다. (사진제공=마인드마크)정소민은 이번 영화에서 망가짐도 불사하지 않는다. 입에 밥을 가득 물고 튀겨가며 말하는 더티함과 의사 남친이 바람나자 야구장에서 전광판에 나올 정도로 막춤을 추는 똘끼 사이를 탁월하게 오간다. 이에 연출을 맡은 남대중 감독은 “확신보다 더 잘 해주더라. 망가지는 연기를 우려하는 배우들이 있는데 그거야 말로 나의 우려였다”는 말로 정소민의 연기를 극찬했다.지난해 드라마 ‘환혼’을 통해 글로벌 팬덤을 형성한 정소민은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무대로 향했다. 매진 행렬을 이어간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통해 처음으로 무대를 경험한 그는 “당시 ‘30일’ 촬영과 공연 연습이 겹쳐 쉴 새가 없었다. 제게 두 작품은 쌍둥이”라면서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를 향해 한 마음으로 가는 기쁨을 만끽했다. 기회가 되면 또 연극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 영화를 찍으면서 다시금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부부들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어요. 결혼에 대한 환상? 떨어져서 보면 ‘나는 이럴 거야’ 하지만 막상 내가 닥치면 쉽지 않을 것 같긴 해요. 내가 한 선택에 책임을 지고 최대한 후회 없이 하려는 부분은 나라와 같으니까 좋은 인연, 기다려 봐야죠.”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0-11 16:09 이희승 기자

[BIFF2023] 유태오의 멜로 '패스트 라이브즈', 내년 오스카行 유력?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의 GV현장 모습.(사진제공=CJ ENM)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가 제 2의 ‘미나리’를 꿈꾸고 있다. 내년 오스카 레이스를 위한 CJ ENM의 야심작으로 평가받는 ‘패스트 라이브즈’는 어린 시절 헤어진 뒤 20여년 만에 뉴욕에서 재회한 두 남녀의 운명적인 이틀을 그렸다.제39회 선댄스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 직후 외신 매체 및 관객들의 뜨거운 찬사 속 독보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으며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최초 공개되는 자리인 만큼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뿐 아니라 5일과 6일, 두번의 GV 행사에 참석하며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다.부산국제영화제 찾은 유태오.(연합)유태오는 공식 상영 후 진행된 GV에서 “처음 영화 시나리오를 봤을 때 울었던 기억이 있다”며 ‘패스트 라이브즈’와 강렬한 첫 만남을 회상했다.연출을 맡은 셀린 송은 한국계 캐나다인으로 이 작품이 첫 장편 데뷔작이다. CJ ENM이 미국 영화사 A24와 협업한 작품으로 제작 단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극 중 어린 시절 헤어진 단짝 나영을 그리워하다 운명적인 재회를 갖는 해성 역을 맡은 유태오는 “캐릭터의 주파수를 섬세하게 타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이 부분은 셀린 송 감독님의 디렉션을 최대한 따르려고 했다”고 밝혔다.이어 “인연이란 게 우리 실생활에서는 가볍게 자주 쓰이는 용어지만 깊게 들어가면 끝도 없는, 일종의 철학이라고 생각한다”며 “인생에서 만나는 사람 뿐 아니라 맡은 캐릭터 역시 인연으로 생각하게 됐고 연기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꿔준 전환점이 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유태오는 마리끌레르와 부국제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샤넬이 후원하는 행사이자 아시아의 영화인들이 서로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내는 ‘2023 마리끌레르 아시아스타어워즈’에서 올해 가장 돋보이는 행보를 보인 아시아 배우들에게 주어지는 아시아 스타상을 수상했다.윤여정, 스티븐 연에 이어 A24의 선택을 받은 유태오의 진지한 멜로 연기가 돋보이는 ‘패스트 라이브즈’는 내년 상반기 국내 개봉 예정이다. 부산=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0-08 18:18 이희승 기자

[BIFF2023] '키리에의 노래'들고 온 이와이 슌지 감독, "韓관객들 오겡끼데스까?"

=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 사흘째인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열린 영화 ‘키리에의 노래’ 기자간담회에 앞서 이와이 슌지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저에게 ‘오겡끼데스까’(お元氣ですか·잘 지내나요?)라고 인사하는 한국관객들, 이제는 친척같습니다.”한국에서 일본 영화 신드롬을 연 ‘러브 레터’의 이와이 슌지 감독이 신작과 함께 방한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인 영화 ‘키리에의 노래’의 인터뷰에 나선 그는 동지진이 자신에게 남긴 것과 음악이 또 하나의 주인공이었던 전작들 사이 간극을 특유의 조근조근한 말투로 설명했다.이와이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는 내 커리어와 함께 발전한 형제 같은 영화제”라며 친근함을 표시하면서 “지진이라는 것을 테마로 표현하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지진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고민이 컸다”고 털어놓았다.‘키리에의 노래’로 부산 찾은 이와이 슌지 감독.(연합)그의 고향인 미야기현 센다이시는 당시 쓰나미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중심지. 이후 잔잔하고 앳된 감성을 주로 작품에 녹였던 그의 작품세계는 변화했다. 떠난 사람들의 빈자리와 생존자의 슬픔이 기저에 깔린 결과물들이 탄생했기 때문. 예매 시작 3분여 만에 전석 매진된 이번 영화 역시 동일본 대지진으로 가족을 잃은 소녀 루카(아이나 디 엔드)가 가족을 떠나온 또 다른 소녀 이코(히로세 스즈)의 도움을 받아 가수 ‘키리에’로 성장하는 이야기다.그는 “루카는 유일한 소통 수단이 노래다. 어딘가에 구속된 삶이 아니라 ‘하늘 아래는 모두 나의 집’이라는 마음으로 자유롭게 노래하는 소녀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극 중 남겨진 이들은 음악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연대한다. 일본의 인기 밴드 ‘BiSH’의 보컬 출신인 아이나 디 엔드가 주연을 맡아 자신이 부를 노래를 직접 작곡했다. 감독 활동과 함께 뮤직 비디오 작업과 음반 발표를 병행해 온 이와이 슌지는 이번 영화에서도 ‘혼자가 좋아’라는 노래의 작사를 맡아 눈길을 끈다. “한국관객들이 처음엔 영화로, 두 번째는 콘서트를 보러 간다는 느낌으로 여러번 즐겨 주셨으면해요. 최대한 버스킹 현장의 생동감을 살리기 위해서 건물에 소리가 반사되는 시간까지 계산해가며 공을 들였거든요. ‘러브레터’ 이후 3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도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다 여러분의 응원 덕분입니다.”한편 ‘키리에의 노래’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디렉터스 컷 버전과는 다른 2시간 분량의 상영본으로 국내 개봉 시기를 조율 중이다.부산=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0-08 15:24 이희승 기자

[BIFF2023] '지각한 거장' 뤽 베송 "프랑스 영화가 했던 업적, 한국이 하고 있어"

여러 번 부산을 방문한 적이 있는 뤽 베송 감독.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열린 영화 ‘도그맨’ 기자간담회에 약 15분 가량 지각했지만 사과 한마디 없이 착석해 비매너 논란의 중심에 섰다.(연합)영화 ‘니키타’ ‘레옹’ ‘제5원소’ 로 유명한 거장 뤽 베송 감독이 신작을 들고 부산을 찾았다. 아시아 프리미어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이 영화는 베송 감독의 주특기인 액션과 휴머니즘을 결합한 작품이다.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투견과 함께 개장에 갇혀 살았던 더글라스(케일럽 랜드리 존스)가 주인공. 2021년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케일럽 랜드리 존스가 학대당한 남자의 피폐한 삶을 연기한다. ‘불행이 있는 곳마다 신은 개를 보낸다’는 프랑스 작가 라마르틴의 말로 시작하는 만큼 개들과의 교감이 영화를 관통한다.115마리의 개들은 더글라스와 완벽한 팀을 이루며 서로에게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준다. 인간에게서 사랑받아 본 적이 없는 남자지만 개들로부터는 무한한 사랑을 받고 결국 선한 길을 택한다.실제 4살 때부터 개를 키워왔다는 뤽 베송 감독은 “어떨 땐 개가 인간보다 나을 때가 많지 않나”라 눙치며 말문을 열었다.뤽 베송 감독은 “아들을 철장에 4년간 가뒀던 실제 이야기를 기사에서 보게 됐다. 이후 그 아들이 어떤 삶을 살아갈지 관심이 생겼다. 고통스러운 유년기 이후 테러리스트가 될 수도 있고 마더 테레사처럼 같은 좋은 길을 갈 수 있지 않나. 그런 상상력에서 이 영화를 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영화의 주인공은 고통을 겪었음에도 선한 길을 선택한다. 영화가 끝나고 20분 후 1000여 명이 넘는 한국 관객들이 움직이지 않고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을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며 감동받은 순간을 밝혔다.점차 확장되고 있는 한국영화의 힘에 대해 그는 “전 세계적으로 좋은 사례다. 과거 프랑스 영화계가 이런 역할을 했는데 이제는 한국 영화계가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한편 ‘도그맨’이 상영되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3일까지 다양한 행사들과 영화를 통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부산=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0-07 17:27 이희승 기자

[BIFF2023] 윤여정의 소신발언 "태극기부대 엄마? 같은 의견 가진 친구 만나러가는 특별활동이라 생각해라"

부국제 액터스하우스 ‘윤여정’(연합)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이 팬들과의 소통에 나섰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 중인 그는 KNN 시어터에서 열린 토크 프로그램 ‘액터스 하우스’를 통해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낸 것. 그간 애플TV+ 시리즈 ‘파친코’와 예능 프로그램 ‘뜻밖의 여정’ 등에 출연했지만 국내 언론과 인터뷰는 물론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건강와병설’이 돌기도 했다. 청바지에 진주 목걸이를 매치한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특유의 일갈과 더불어 겸손함을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배우 윤여정이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하우스 윤여정’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내가 잠깐 빛난 거는 아카데미상이라는 것 때문인데 그것도 어쩌다 운이 좋아서 그렇게 된 겁니다. 상금을 받은 것도 없고 일상이 달라진 건 없어요. 나 다움을 잃지 않으려고 합니다. 여배우라고 꼭 드레스 입고 허리에 손을 얹은 포즈를 취해 하는 건 아니잖아요? 내가 방년 77세인데 하고 싶은 대로 하다가 죽을 겁니다.”그는 한 관객에게 자식이 없는 싱글이었더라도 열심히 연기를 했겠느냐는 질문을 받자 “더러운 꼴을 보면서 배우를 했는데 자식이 없었으면 아마도 목숨 걸고 안 했을 것”이라며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윤여정은 배우로 살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홀로 양육한 두 아들의 존재를 알렸다.태극기부대에 나가는 엄마와 대화가 단절된 관객의 이야기를 듣고는 “그냥 ‘특별활동’을 나가는 거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면서 “전쟁을 겪은 공포 때문에 그러는 것이고 같은 의견을 가진 친구를 만나러 가는 거다. 이걸로 옳다, 그르다 할 필요가 없다”고 자신만의 생각을 밝혀 많은 박수를 받았다.‘대표작’을 꼽아달라는 김도훈 모더레이터의 말에 “내가 내 대표작을 이야기하는 게 어디있나”며 호통치기도 한 그는“작품을 생각하면 할 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기억하는 현실적인 사람”이라며 친근한 사이에서 나올법한 대답을 내놨다.“작품에 확신을 갖고 들어갔는데 ‘아차!’ 싶은 경우도 많았어요. 뭐 어때요. 똥 밟았다고 생각하고 해야죠. 다만 저는 제 처지를 알아서 불평하거나 불만을 말한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인생의 쓴물, 단물 다 맛본 사람인데 모두 한순간이거든요. 인생은 실패의 연속이지만 여전히 자유롭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부산=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0-07 16:50 이희승 기자

[BIFF2023] "볼 하트 왜하냐?"던 송중기, 영화 '화란' 오픈토크에서 역대급 팬서비스!

영화 ‘화란’ 감독과 배우들이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토크 관객들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창훈 감독, 홍사빈, 김형서, 송중기. (연합)배우 송중기가 역대급 팬서비스로 부산국제영화제를 후끈 달구고 있다.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 부문 초청작인 영화 ‘화란’ 오픈토크가 진행됐다. ‘화란’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홍사빈)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느와르다. 지난 5월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공식 초청된 작품으로 11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화란’ 글자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무대에 오른 송중기는 “칸영화제에 갔을 때 보다 더 떨린다”며 “항상 국내 관객 분들께 인사 드릴 때가 제일 살 떨리고 긴장된다. 요새 한국 영화가 많이 어려운 상황이어선지 이렇게 인사드릴 수 있어 더욱 기쁘다”며 팬들의 환호에 답했다.배우들의 하입보이.(연합)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배우들이 즉석에서 선보인 뉴진스의 댄스배틀이었다. 극 중 암울하고 어두운 캐릭터를 실감나게 연기한 홍사빈은 “화장실을 가거나 할 때 문득 문득 ‘나 송중기 배우랑 연기하고 있는 거야?’라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면서 “이번 오픈토크에서 김형서 배우와 뉴진스 춤을 보여주자는 의견도 나눴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이를 듣고 있던 송중기는 관객들에게 뉴진스 춤을 보여주자고 제안해 홍사빈, 비비와 함께 ‘하입보이’를 즉석에서 선보여 해운대를 뜨거운 함성으로 채웠다.부산=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0-07 15:56 이희승 기자

[BIFF2023] 연쇄살인마, 택시기사, 아들을 잃은 엄마가 만나면?

영화 ‘인질’로 스릴러의 정수를 보여준 필감성 감독이 연출을 맡은 ‘운수 오진날’의 주역들. 왼쪽부터 유연석, 이정은, 이성민. (사진제공=티빙)배우 유연석이 특유의 멍뭉미를 벗고 연쇄살인마 역할로 파격 변신한다. 6일 부산 해운대 우동 CGV 해운대에서 진행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인 티빙 새 오리지널 시리즈 ‘운수 오진 날’의 특별GV가 진행됐다. 동명의 네이버 웹툰에서 출발한 ‘운수 오진 날‘은 평범한 택시기사 오택(이성민)이 고액을 제시하는 지방행 손님(유연석)을 태우고 가다 그가 연쇄살인마라는 사실을 깨닫고 공포의 주행을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다.올해는 온 스크린 섹션 초청작 총 6편 중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가 3편을 차지해 대세임을 증명했고 모두 5분만에 전석매진되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운수 오진 날’로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스릴러 장르에 도전하는 유연석. (사진제공=티빙)이에 유연석은 ‘마음에 흡족하고 알차다’는 뜻의 제목을 인용해 “스크린으로 만나는 드라마를 보려는 관객들이 많은 걸 보니 어제가 ‘운수 오진 날’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전작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에서 보여준 엄친아와 로맨틱 가이의 모습을 의식한 듯 “젠틀하고 선한 캐릭터들을 주로 맡다 보니 다른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기획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이건 누구한테 양보할 수 없는 마음이 들었다”며 강렬한 연기 변신을 기대하게 만들었다.이정은은 극 중 아들을 죽인 범인을 쫓는 순규 역을 맡아 불굴의 모성애를 표출한다. 그는 “원작에 없는 역할”이라며 “엄마 세대에서도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로 접근했다. 반전 없고 기름기를 쫙 뺀 연기에 도전했다”고 말했다.순박한 가장으로 겁이 많은 택시기사 오택 역할을 맡은 이성민은 “원래 성격에 가깝긴 한데 가능할까 하는 고민이 드는 작품”이라면서 “사건들이 점점 눈덩이처럼 커지다 보니 평범함을 계산해야 하는 연기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이에 필감성 감독은 “중간중간 ‘재벌집 막내아들’ 진양철과 ‘형사록’의 모습이 나오셔서 그러면 안 된다고 말씀드리긴 했다”고 말해 웃음을 더했다. 살인마를 태운 채 공포의 주행을 시작하게 되는 ‘운수 오진 날’은 오는 11월 공개된다.부산=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0-07 15:55 이희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