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산한 캐릭터, 좋은 어른의 조건 되묻는 다소 불친절한 영화지만......"
미소년으로 시작해 꽃미남으로 인기 절정을 달렸던 송중기가 변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팬덤을 자랑했던 드라마를 통해 남성미를 제대로 뽐내더니 제작자로 참여한 첫 영화로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돼 레드카펫을 밟았다.
떠들썩한 결혼과 이혼 후 갑작스런 열애설에도 당당했던 그가 이제 막 백일을 지난 자식을 낳고 ‘아들 바보’대열에 합류하는가 싶더니 여전히 ‘자신의 할 일’에 집중하는 모영새다. 지난 11일 개봉한 영화 ‘화란’의 인터뷰와 무대인사를 위해 귀국, 부산국제영화제 참석과 여러 프로모션에 적극적으로 참여중이다.
의붓아버지의 반복되는 폭력을 견디던 17살 연규(홍사빈)와 범죄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의 브로맨스를 그린 이 작품은 미래도 희망도 없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지옥같은 삶을 사는 견디기 위해 지옥의 일부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송중기는 “스산한 캐릭터라 더욱 끌렸다”며 자신이 맡은 역할을 설명했다.
“작품이 들어왔을 때 그 당시 느끼는 내 감정이 출연 결정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편이예요. 상업영화의 공식을 따르지 않기도 하지만 늘 느와르를 하고 싶었던 제 욕구가 딱 맞아 떨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조폭 혹은 건달 영화라 여기실지도 모르지만 저는 ‘화란’은 어두운 정서를 가진 작품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송중기에게 이런 눈빛이 있었나?’싶을 정도로 그가 등장하는 신은 유난히 피폐하다. 그저 어둡고 무섭다는 표현이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로 등장만으로 공기를 어둡게 만든다. 귀가 찢겨진채 늘 무표정하지만 연규가 견디는 살의와 공포를 누구보다 먼저 가늠하는 인물이다. 관객들은 그저 치건도 가정폭력의 피해자임을 가능할 뿐이다. 큰형님(김종수)에게 유일하게 대드는 인물이자 또 가장 충실한 개이기도 한 이중적인 감정을 탁월하게 오간다.
“영화가 꼭 무슨 메시지를 가져야만 하는걸까요? 이 작품이야말로 그게 세지면 분명 매력이 덜해졌을거예요. 게다가 치건은 성장하다 멈춘 어른같지 않은 어른이거든요. 어른들이 똑바로 잘 살아야 아이들이 바른길로 간다는 것을 잔인하지만 정면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화란’에서는 어른들이 돈 앞에 무너지고 가족을 잃고 그리고 파멸해가는 모습을 우회적으로 보여진다. 10대인 연규에게 어른들의 삶은 ‘굳이 왜 그래야 하는지?’를 되묻게 만들지만 치건에게 이유란 없다. 부모의 방관 속에 호수에 빠지는 사고가 났던 그 날 치건은 목숨을 건졌지만 이미 죽은 인물이었다. “홍보활동으로 ‘월간 낚시’나 ‘도시어부’에 나갈까도 잠시 생각하기도 했다”며 파안대소하던 송중기는 이내 “연규의 왼쪽 눈 상처와 오른쪽 귀가 찢겨진 치건은 가정폭력을 마주보고 있는 존재”라는 진지한 설명을 이어갔다.
“솔직히 ‘화란’은 친절한 영화는 아니예요. 대사가 많지 않을 뿐더러 굳이 설명하려 들지도 않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안 해본 장르를 해보자는 작은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만족감 만큼은 최고의 작품이예요. 헝가리에서 ‘로기완’ 촬영하고 있다가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때는 진짜......”
출산과 동시에 육아에 집중하고 있는 아내는 이미 세계적인 3대 영화제를 모두 가 본 선배였기에 “들뜨지 말라”는 조언을 가장 먼저 해줬다고 했다. 15세 관람가지만 각종 연장이 나오고 피가 튀고 폭력적인 일부 묘사가 걱정돼 아직 ‘화란’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송중기는 “아이가 생긴 뒤 삶의 마음가짐이 달라지긴 했지만 뭔가 거창해진건 없다. 내 직업이 배우가 아니더라도 떳떳한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늘 해왔고 이제는 더 확고해졌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좋은 어른의 조건은 바로 책임감이 아닐까요? 그런의미에서 치건이는 좀 비겁한 면이 있죠. 배우로서 덜 자란 어른을 연기하는 의미와 재미가 남달랐어요. 무엇보다 비겁한 어른들이 많은 요즘 사회에서 ‘화란’은 프로파간다 (어떤 의도를 갖고 사람들의 판단이나 행동을 특정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적인 영화가 아니어서 더 매력있는 것 같아요. 연출계획? 전혀 뜻이 없지만 기획을 하고 있는 작품을 곧 선보일거 같아요. 연기 외에 기획과 제작을 경험하는게 큰 기쁨이거든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