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중금리대출, 지속가능하려면…"자율과 인센티브 필요"

장애리 기자,고영화 기자
입력일 2016-05-04 08:00 수정일 2016-05-04 08:00 발행일 2016-05-0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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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걱' 은행 중금리대출]<3>전문가 진단
지속가능한 상품 되려면, 서민금융 건전화와 은행 수익성 제고 이뤄야
'저금리' 초점 맞추면 금융사 유인 어려워
"자발적참여·경쟁 있어야 시장 형성될 것”

시중은행의 주 고객인 신용등급 1~3등급에 비해 4∼7등급의 중신용층은 연체나 채무불이행 위험이 크다. 또한 이들에 대한 제대로 된 신용평가 시스템도 마련하지 못했다.

당국이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제1금융권이 쉽게 나서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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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금융권 전문가들은 연 10% 내외의 중금리대출이 지속 가능한 상품으로 안착되기 위해선 금융사들이 인센티브를 발굴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상품 개발과 판매에 참여해 시장 경쟁이 발생해야만 서민금융 건전화와 은행 수익성 제고를 모두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정부가 추진하는 보증보험 연계 대출(원금 100% 보장)의 경우 (정부가) 상한 금리 수준까지 제시하고 있어 금융사에겐 위험도, 수익성도 없는 상품”이라며 “보험사의 보증비율을 낮추는 대신 금융사에게 금리 결정권을 줘 부실 책임과 수익 확보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금리’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금융사를 유인할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에 상품의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금융당국 주도로 정부(예금보험공사) 산하의 서울보증보험이 금융사의 손실 위험을 보증하는 구조는 장기적 관점에서 바람직한 모델은 아니다”라며 “은행이 철저하게 차주를 심사하도록 심사 기준과 금리를 금융사가 시장논리에 따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은행권은 2010년 경 중금리대출 시장에 진출했다. 앞서 2000년대 중반 과도한 고금리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일본 정부는 금융권에 중금리 시장 진출을 요청했고, 금융사들도 수익성 확보를 위해 신사업 진출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일본은행들은 대부업체 등과 보증계약을 체결하는 등 자발적으로 부실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김혜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당국이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면에서는 비슷하지만, 일본의 경우 당국 요청 후 (시장 진출 준비할) 2~3년의 여유가 있었다”며 “이 기간 일본 금융사는 자체적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했지만 국내는 아직 위험대비, 신용평가 등의 준비가 안된 상황이라 쉽게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문제점이 우려되는 데도 금융 당국은 보완책 없이 하반기에 서울보증보험사 100% 보증의 중금리대출을 1조원 추가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인 서울보증이 금융회사 대출 보증을 하고 4~7등급에 속하는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연 10% 안팎의 대출 상품을 내놓는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등급별 맞춤형 금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재까지는 저축은행과 대형대부업체만이 중간신용 층에 대한 신용평가 모델을 갖추고 있다”며 “은행권에서도 자체 신용평가 모델을 구축해 업권간 경쟁이 발생한다면 당국과 금융소비자, 기업 모두에게 유리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리·고영화 기자 1601chang@viva100.com

'삐걱' 은행 중금리 대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