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 은행 중금리 대출] 방황하는 '중금리대출', 어디부터 꼬였나

장애리 기자
입력일 2016-05-02 09:00 수정일 2016-05-03 18:42 발행일 2016-05-0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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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중금리대출 1호인 ‘위비모바일대출’이 주춤한 데에는 ‘연체율 상승’의 여파가 크다. 중간신용층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선행되지 않은 채 나온 정책 상품이기 때문이다. 당초 우리은행을 통해 중금리대출 시장을 키우려던 당국도 미처 대비하지 못한 부작용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위비대출의 핵심은 통상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기 힘들었던 5~7등급 소비자에게까지 대출의 문턱을 낮췄다는 데 있다.

그런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출시 11개월 차로 접어든 올해 3월말 기준 위비대출의 잔액은 950억원이다. 우리은행의 전체 가계신용대출(16조3000원)의 0.06%도 안되는 금액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대출 가부를 결정하는 SGI서울보증보험이 (대출보증) 심사를 강화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에서 대출 자격을 판단할 때 전제조건이 서울보증의 보증서다. 위비대출은 우리은행이 서울보증에 2%대의 보증료를 지급하고, 부실이 나면 서울보증이 원금을 100% 보증하는 구조다. 은행 입장에선 연체율이 얼마든 위험이 없다.

금융공기업인 우리은행의 중금리대출을 서울보증이 보증해 신용 4~7등급에 속하는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연리 5~9%대의 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4~7등급에 속한 사람은 약 698만명이다.

이런 구조다 보니 서울보증의 보증이 없으면 위비대출은 사실상 올스톱된다. 서울보증은 지난해 위비대출 연체율이 3%대까지 치솟자 특정 연령층에 대한 심사를 강화했고 그 결과 위비대출 증가세가 꺾여버렸다.

전문가들은 연체율이 높아지면 손실 만회를 위해 보험료율, 즉 위비대출의 금리가 높아지는 구조에 주목한다.

보증서 대출 상품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중간신용층에 대한 신용정보 데이터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르게 상품을 출시했고, 그 이후에도 보증기관과 소비자 사이의 창구역할 정도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은 위비대출이 중금리대출 시장 조성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손실·위험 부담 없는 우리은행 측은 대출 여부를 보증사에 의지하고 있다. 더군다나 은행측이 스스로 ‘테스트베드(시험) 상품’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중신용층에 대한 연구·데이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품이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 부실이 발생하면 은행은 책임을 지지 않고 그 손해를 공적 보증보험사가 넘겨받는다. 결국 ‘연체율상승→보증보험료율 인상→대출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은행은 적극적으로 사후 관리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면에서 (상품 설계·구조상)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출 대상을 둘러싼 비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신용 7등급까지 신청 가능한 대출상품이라고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고신용자에 대부분의 대출액이 쏠려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보증 관계자는 이와 관련 “아무래도 1~4등급에 비해 연체 가능성이 높은 6, 7등급의 대출 승인율이 낮은 게 사실”이라며 “대출 한도도 등급이 낮을수록 적게 책정한다”고 털어놓았다.

올 하반기 은행과 저축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종용에 따라 보증보험사의 보증을 낀 총 1조원 규모의 중금리대출을 추가 출시할 전망이다. 위비대출은 향후 중금리대출 시장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격인데, 대출 규모가 확대되는 만큼 애꿎은 대출 소비자들의 금전적 피해도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장애리 기자 1601chang@viva100.com

'삐걱' 은행 중금리 대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