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1조원 추가공급 한다는데… 냉가슴 앓는 은행권

장애리 기자
입력일 2016-05-03 08:00 수정일 2016-05-03 08:00 발행일 2016-05-0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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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걱, 은행 중금리대출]<2>은행 "심사체계·수익검증 못한 시장 매력 못느껴"
금융위, "물량부족 '위비대출' 시장 형성 이끌지 못해…시장 활성화 차원"
지난 달 가계대출 3월기준 최대증가
(연합)

“가뜩이나 수익성이 떨어지고 개선 기미도 안 보이는데 준비도 안된 중금리대출을 꼭 해야 할까요.”

시중은행들은 수익성, 평가 노하우 부족 등을 이유로 중금리대출 상품의 판매에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서 워낙 의욕적으로 추진하다 보니 속내를 드러내지 못할 뿐이다.

지난해 출시된 업계 대표상품인 우리 ‘위비모바일대출’, 신한 ‘써니모바일 간편대출’, 하나 ‘이지세이브론’의 대출 잔액은 2100억원 남짓. 3개 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총액(55조5000억원)에 비해 0.4%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업계 최초 상품인 위비모바일대출은 뚜껑을 열고 보니 ‘흥행은 했지만 성적은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는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은 ‘중금리 신용대출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올해 하반기 은행과 저축은행을 통해 총 1조원 규모의 중금리 신용대출을 공급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의 ‘위비모바일대출’과 마찬가지로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인 서울보증이 금융회사 대출 보증을 하고 4~7등급에 속하는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연 10~15%의 대출 상품을 내놓는다.

신한·KEB하나·KB국민·우리·NH농협·씨티은행 등 6개 은행은 보증료를 포함해 연 10% 안팎의 금리를 적용해 2000만원 한도로 대출한다. 또 5개 저축은행이 은행대출을 받기 어려운 소비자에게 연 15% 정도로 1000만원까지 신용대출을 한다.

문제는 우리은행의 위비모바일대출에서 나타났듯 경험 부족 등으로 중금리대출의 연체율이 높아지면 서울보증의 보증보험료율이 오르고 이어 다른 대출 고객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하반기 1조원 규모의 중금리대출이 공급되면 다른 금융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중금리 신용대출 시장을 발전시킬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하는 데에 근본 취지가 있다”며 “최근 중금리상품 출시 증가에도 불구하고 시장 활성화에는 이르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더욱 노력을 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하지만 금융권은 볼멘 소리다. 공공성을 강조한 탓에 준비 없이 상품출시에 나섰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6개 은행에 포함된 시중은행 한 부행장은 “캐피탈, 카드사가 해왔던 중간신용층 대상 소액 대출을 갑자기 시중은행들이 등 떠밀려 만들게 됐다. 은행이 비싼 인건비 들여 400만~500만원 짜리 대출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부실율을 보면 손해만 나지 않아도 다행인 수준”이라고 털어 놓았다.

또 다른 시중은행 부행장은 “제대로 된 심사체계도 마련 안된 새로운 시장에 급하게 뛰어들 이유가 없었다”며 “‘사회안전망’을 앞세워 어떻게든 시간 내 정책상품 실적을 채워 넣으라는 것은 한국이니까 가능한 얘기”라고 성토했다. 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정해 강제하지 않는 한 쉽게 움직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은 무엇보다 경험 부족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고 있다. 신용등급 4~7등급 대출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적다 보니 부실 위험이 커진다는 얘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 같은 업계 반응에 대해 “위비모바일대출을 비롯해 지난해 몇 개 은행에서 중금리 상품을 출시했지만 물량 수준이 부족해 시장 형성을 이끌지 못했다”라며 “활성화 차원에서 참여의사를 밝힌 은행을 중심으로 정책적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지속 가능한 상품으로 정착되기 위해선 은행들이 수익 가능성을 발견해 의지를 갖고 판매에 나서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국이 할당해 준 금액만 채우면 사실상 중단하는 일회성 정책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애리 기자 1601chang@viva100.com

'삐걱' 은행 중금리 대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