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 은행 중금리 대출] 준비안된 중금리대출 '비상'…연체 손실 소비자에 전가 우려

장애리 기자
입력일 2016-05-02 09:00 수정일 2016-05-02 08:04 발행일 2016-05-0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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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게티이미지뱅크)

제1금융권인 시중은행의 중금리대출 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권 중금리대출 부문의 선두주자인 우리은행의 경우 중금리대출 관련 연체율이 예상보다 크게 높아져 자칫 이 은행의 다른 고객들에게 대출금리 인상 등 선의의 피해가 우려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일이 현실화할 경우 초기 시장형성에 사실상 실패하며 ‘개점 휴업’ 상태에 빠져들고 있는 중금리대출 시장에 초대형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리은행의 ‘위비모바일대출’은 이달 26일 출시 1주년을 맞이한다. 출시 초만 해도 신용등급에 비해 높은 금리 상품을 이용해야 했던 중신용자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나이스신용정보 통계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신용 4∼7등급의 중신용층은 698만명에 달한다. 그만큼 잠재수요가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위비모바일대출은 작년 출시 한달만에 대출잔액 140억원을 돌파했지만 11개월차에 접어든 지난 3월말 95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라한 외형성장 뿐만 아니라 상품 운용의 구조와 내용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상품은 SGI서울보증보험에서 100% 보증을 해 준다. 우리은행이 서울보증에 대출금액의 2.5% 안팎을 보증료로 내고, 서울보증은 우리은행이 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손해분을 보존해주는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런데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연체율은 0.6% 수준이지만 위비모바일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0월 3%대까지 치솟았다.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후 정확한 연체율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시중은행의 평균 연체율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우리은행은 금융당국의 중금리대출에 대한 ‘종용’과 갈수록 늘어날 중금리대출 수요 사이에 끼인 채 깊은 고민에 빠졌다.

연체율이 상승할수록 관련 손실이 일반 금융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점도 문제다. 연체 등 대출 부실이 발생하면 그 손해를 보는 서울보증보험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우리은행에 대한 보증보험료율을 올리게 된다. 결국 중금리대출의 연체율 상승은 곧 보증보험료율 인상을 거쳐 다른 대출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은행 측이 손쉽게 중금리대출 ‘중개’에 나서면서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편 국내 대출 시장은 1~3등급의 고신용자가 이용하는 연 5% 미만 금리의 은행 대출시장과 중·저 신용층이 이용하는 연 20% 안팎의 제2금융, 대부업 대출로 양분돼 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연구원은 “보증보험은 연체율이 오를 경우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보험료율을 올리게 된다”며 “이는 고스란히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대출 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장애리 기자 1601chang@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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