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경제절벽=국가절벽' 출산율 높여야 나라산다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5-01-08 17:07 수정일 2015-01-11 09:52 발행일 2015-01-0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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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새로운 30년 '희망봉을 찾아서'] ⑤ 인구절벽 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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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합시다”.

한국이 임박한 인구절벽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이란 출생자 수가 줄어들고 고령자 수가 늘어나면서 소비의 정점을 이루는 45~49세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소비가 둔화되고 경제가 하강하는 현상을 말한다.

인구전문가들은 한국에 인구절벽이 닥치는 시점을 앞으로 5년 뒤인 2020년으로 잡고 있다. 한국의 소비흐름은 지난 2010년 절정에 달했으며 10년 동안 최고 수준에 머물다가 2020년 갑자기 절벽으로 떨어지듯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구구조를 토대로 투자전략을 세우는데 있어서 세계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해리 덴트도 지난해 발표한 ‘2013-2014 세계 경제의 미래’에서 2020년을 한국의 ‘인구 위기의 해’가 될 것이라고 적시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국내 45~49세 인구는 2018년 436만2679명으로 정점에 이른 후 꾸준히 감소하게 된다.

이 추세하면 2014년 5042만명이던 인구수는 오는 2031년 5215만명까지 증가한 후 점차 줄어들기 시작해 2060에는 4396만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출산율은 1984년부터 1명대로 전락한 후 현재 1.2 수준 밑에 머물고 있다.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도 이미 10년 전 한국을 인구소멸 1호 국가로 지명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한국의 베이비부머들이 노년층으로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시기가 2020년이라는 점을 들어 이때부터는 한국 사회 구성원 구조가 완전히 변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경제활동의 중추인 핵심노동인구층(25~49세)의 감소폭이 갑작스럽게 확대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핵심노동인력이 감소하면 소비계층도 급감하게 된다. 

실제로 한국은 2017년부터는 노인인구 비중이 유소년 인구비중을 상회하는 인구역전현상을 맞게 된다.

지난해 11월 양승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산업뿐만 아니라 국가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인식이나 정부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해 관심을 모았다.

양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에 의뢰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출산율이 1.19를 유지할 경우 2750년에는 국내 모든 인구가 사라진다.

한국은 2001년 이후 출산율을 1.3을 넘긴 적이 없어 세게적으로도 초저출산국이라는 명예롭지 못한 낙인이 찍힌 상태다. 한국보다 출산율이 낮은 나라는 대만과 싱가포르 같은 작은 나라들뿐이다.

낮은 출산율로 인해 한국어가 21세기 안에 소멸할 것이라는 과격한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출산율이 한국어 소멸의 유일한 동인은 아니지만 영어나 스페인어 같은 거대 언어의 틈새에서 한국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열심히 하는 것’ 뿐이다.

인구라는 단일 변수로 세계 경제와 한 나라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무리가 없지 않다. 나라별 고령화 속도의 차이, 가계부채, 원자재값 상승, 양적완화 경쟁 같은 다른 요소들도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2030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 한국이 인구 구조의 변화에 미리 준비를 해야 하는 것만을 확실하다.

국가부채상한선 턱밑 진입, 재정절벽, 파산절벽. 최근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곤 있지만 바로 얼마전까지 미국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던 단어들이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당시 이 모든 ‘절벽’ 들은 하나의 증세(Symptom)에 불과한 것이며 미국이 맞은 진짜 위기는 인구절벽이라는데 입을 모았다. ‘demographic cliff’이다.

출산율 저하가 고령화현상을 부르고 인구감소는 당연한 결과가 된다. 인구절벽현상은 단순히 경제학적 문제가 아니다. 정치와 문화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구절벽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세제혜택 등의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많을 수 밖에 없는 ‘기차길 옆 오막살이’ 정서로 돌아가는 것일테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

대한민국 새로운 30년 '희망봉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