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토피아' 절망에 답이 있다

권성중 기자,남지현 기자
입력일 2015-01-04 17:42 수정일 2015-01-04 18:26 발행일 2015-01-05 2면
인쇄아이콘
[대한민국 새로운 30년 '희망봉을 찾아서'] ① 또 다른 출발
13

지금 대한민국에 온 국민이 공유하고 있는 희망은 있는가. 독재시절에는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가난할 때는 잘 살아보겠다는 열정이, 근대화에서 산업화로 가는 길목에서는 ‘1류 국가’를 만들자는 일념을 온 국민이 가슴에 품었다. 그것은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한 비전이자 희망이었다.

오웰의 디스토피아는 갔지만, ‘코리아 디스토피아’가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 부(富)의 양극화, 고용위기, 갑(甲)의 횡포 등 4가지 현상은 대한민국의 어두운 미래를 어둡게 하는 ‘코리아 디스토피아’다.

‘코리아 디스토피아’는 경제 국방 등 전방위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을 30년 후 G7으로 도약시키기는커녕 3류 국가로 전락시킬 수 있는 최대 위기로서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저출산은 대한민국이 직면한 최대 위기다. 2013년 인구 1000명 당 출생아 수는 8.6명. 14년째 비슷한 수준이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아이 수를 뜻하는 ‘합계 출산율’은 1.19명이다.

이런 추세라면 2750년이면 한국인은 지구에서 소멸된다. 일본의 거품붕괴를 정확히 예언했던 해리 덴트는 그의 저서 ‘인구절벽’(The Demographic Cliff)에서 한국의 경제활동 인구가 오는 2028년부터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구본부장도 “한국이 14년간 이어가고 있는 초저출산율(1.3명 이하)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장 기간”이라며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6년, 전체 인구는 2030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의 양극화는 국민들의 가슴에 남아있는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는 위험 요소다. 지난 1990년 8.5배였던 상위 10%와 하위 10%의 평균 월소득 격차는 2014년 12배로 확대됐다. OECD 국가 가운데 부의 양극화가 가장 심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부의 양극화는 젊은이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빼앗고, 국민에게 천박한 자본주의의 단면을 각인시킨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 하다. 특히 양극화는 부의 세습과 가난의 대물림으로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지혜가 절실하다.

저성장 기조 속에 부진을 면치못하고 있는 ‘고용위기’는 국가 미래를 이끌고 나갈 젊은이들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청년의 미래가 어두워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

고용부진은 국가 경제에 악순환의 덧을 씌워 소비위축으로 시작되는 디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 우리에 앞서 심각한 고용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의 사례를 배울 필요가 있다. 이들 국가들은 고용위기를 사회적 대화로 극복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대량 정리해고 사태에 직면한 독일이 택한 사회적 대화, 2012년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가 추진한 ‘사회대토론회’ 및 ‘고용전략 로드맵’이 바로 그것이다. 숫자 채우기에 급급해 ‘눈가리고 아웅’식의 고용정책으로는 ‘고용-성장-분배’의 선순환을 이뤄낼 수 없다.

갑의 횡포는 민주주의 국가 운영의 기본인 법치주의를 근본부터 허물어 버린다. 이른바 ‘갑질’은 사회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약속과 룰을 허무하게 깨뜨린다.

인구절벽과 부의 양극화, 고용위기, 갑의 횡포 등 ‘코리아 디스토피아’를 극복하지 않고 대한민국에 희망은 없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30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새로운 30년은 지난 30년보다 대한민국에 더 의미 있는 한 세대가 될 것이다.

남북통일을 이루고, 변두리 국가에서 중심국가로 올라서는 의미 있는 세대가 될 것이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30년을 이끌 희망을 온 국민이 함께 공유하는 데서 출발할 것이다.

권성중·남지현 기자 goodmatter@viva100.com

대한민국 새로운 30년 '희망봉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