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영화연극

[비바100] 딸이 갑작스런 결혼을 발표했다면 '트로이의 목마' 정법 어떠세요? 영화 '티켓 투 파라다이스'

항상 딸에게 “좋은 건 그때 해봐야지”란 조언을 해왔던 부모는 여행지에서 눈 맞아 결혼을 결심한 딸의 이메일에 혼비백산해 달려온다. 전 ‘X’와 야무진 계획을 세워서.(사진제공=유니버설 픽처스)여기 천국으로 가는 티켓이 있다. 20대 시절 한눈에 반해 결혼한 적이 있는 남녀. 진작에 갈라섰지만 두 사람 사이엔 하늘에서 내려준 완벽한 딸이 있기에 아예 남이 되진 않았다. 당신은 기꺼이 그 기회를 잡을 것인가, 아니면 치를 떨며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갈 것인가. 할리우드 대표 절친인 줄리아 로버츠와 조지 클루니가 영화 ‘티켓 투 파라다이스’로 만났다. 불 같은 사랑을 하며 결혼했지만 5년 만에 각자의 길을 걷게 된 조지아(줄리아 로버츠)와  데이빗(조지 클루니)은 물과 기름이다. 다행히 부모로서의 역할은 충실했지만 릴리(케이틀린 덴버)의 대학 졸업식장에서 쌓인 앙금이 터진다. 서로가 각자의 ‘잘난 딸’이라며 자랑 배틀이 붙더니 결국 축하해야 할 자리를 쑥대밭으로 만든다. 이혼한 부모를 오가며 매년 휴가를 보낸 릴리는 풍족하기는 해도 서로의 험담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모습에 늘 상처를 받아왔다. 그래서 이번 졸업 여행 만큼은 절친과 발리로 떠나 제대로 된 추억을 만드는 게 목표다.변호사로서 창창한 릴리와 집안 대대로 해초를 키운 그데는 한 눈에 서로가 운명임을 깨닫는다.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처스)졸업 전 유명 로펌에 취업한 릴리를 타지에 보내는 두 사람의 마음은 뭔가 복잡하고 불안하다. 두 사람 역시 각자의 목표가 뚜렷했지만 사랑에 빠지며 커리어도 놓치고 믿음도 깨진 아픔이 있다. 유일한 자식이 자신이 했던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부모의 마음. ‘티켓 투 파라다이스’는 몇 개월 후 해초를 키우며 자연 친화적인 삶을 사는 발리 청년 그데(막심 부티에)와 결혼을 발표한 딸의 연락을 받으며 본격적인 갈등의 시작을 알린다.남보다 못한 사이인 두 사람은 이 결혼만큼은 말리기로 의기투합한다. 그리고 쿨하게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며 발리행 비행기를 탄다. 울고불고 악착같이 반대하면 도리어 불타는 게 선남선녀의 감정임을 이미 겪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제 막 출발하는 국적과 성별도 다른 젊은 커플의 이야기에 되려 중년의 사랑을 덧입힌다. 5년을 사랑하고 20년간 앙숙이었던 부부는 과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까? 영화 ‘티켓 투 파라다이스’의 엔딩은 그 질문의 해답이다.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처스)세월은 흘렀지만 과거의 감정을 기억하는 전남편과 아내의 추억팔이를 생각하면 곤란하다. 이들은 그야말로 살벌하게 싸운다. 그때 안 맞았던 건 남이 된 지금 더더욱 이해 못하는 부분이다. 데이빗은 “결혼은 해도 아이는 천천히 낳으라”며 조언하고 조지아는 가풍이 전혀 다른 사돈의 대화에서 이별의 힌트를 얻는다. 이들의 궁국적인 목표는 가정을 이뤄도 서로 다른 걸 빠르게 인정하고 각자의 길을 걷는 것 뿐이다.대대로 해초 사업을 하는 예비 사돈과 엄청난 수의 친인척들은 도시 출신인 그들에게 신선함 보다는 고루함일 뿐이다. 다인종이 모여 만든 기회의 땅 미국이지만 되려 백인우월주의가 판치는 걸 아는 어른으로서 딸 릴리를 어떻게든 지켜야 한다.영화의 메이킹 필름을 보면 두 사람이 얼마나 찐친인지 알수 있다.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처스)조지아는 결혼 징표인 반지를 숨기고 외지인 코스프레를 하며 방문하면 무조건 헤어진다는 곳에 관광을 제안하며 현실적인 방해에 나선다. 이들이 ‘트로이의 목마’로 이름 붙인 방해 공작 덕분일까. 릴리 역시 결혼 준비를 하면 할수록 현실적인 문제에 눈을 뜬다. 아름답고 조용한 자연 환경에서 그는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예비 신부지만 평생을 미국에서 보낸 외지인일 뿐이다. 알게 모르게 창창한 미래를 버리고 사랑을 택한 부모의 현실적인 결말을 보고 자란 탓에 메리지 블루(결혼 전 우울증으로 결혼인 Marriage와 우울한 기분인 Blues 단어가 합쳐진 용어)라는 현타가 온다. 조지아와 데이빗의 계획이 거의 성공할 뻔한 순간 갑자기 나타난 엄마의 연하 파일럿 애인이 청혼을 하며 영화는 또다른 국면을 맞는다. 사실 늘 연애에 적극적이었던 엄마와 달리 아빠는 싱글의 삶을 예찬하며 살아왔다. 결혼이란 사회적 시스템에 넌덜머리가 난 표면적 공통점에서 두 사람은 과연 어떤 눈치와 고집을 부려왔던 것일까. 게다가 두 사람은 누가 봐도 섞이지 않는 성격이지만 발리의 외딴 섬에서 흐른 세월 만큼이나 ‘라떼감성’에 젖는다. ‘티켓 투 파라다이스‘는 알파세대가 겪는 사랑의 혼란 속에서 되려 X세대의 감성으로 촉촉하게 젖는다.발리의 전통 결혼과 이국적인 풍광이 눈을 사로잡는 영화 속 한 장면.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처스)보기 전에는 아는 맛인데 막상 보면 중독되는 MSG급 대사는 할리우드 저예산 영화임에도 줄리아 로버트와 조지 클루니가 기꺼이 출연한 이유를 가늠하게 만든다. “사랑은 때와 장소, 상황이 맞아야 하더라” “자식을 위해서 못할 건 없지만 나를 닮는 것 만큼은 참을 수가 없나봐” “이렇게 계속 살다가는 내 자신을 잃어버릴것 같더라. 내 실수는 그거였어 ‘당신’이 아니라” 등은 두고두고 곱씹을 인생명언이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31 18:00 이희승 기자

[B그라운드] 영화 '데드맨'이 말하는 고전과 야동의 차이는?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데드맨’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조진웅이 김희애를 에스코트 하고 있다.(연합)토종 OTT 웨이브의 ‘맨’사랑이 함박웃음을 지을것인가. 29일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데드맨’의 언론시사회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지난해 ‘젠틀맨’으로 고품격 범죄오락을 선보였던 웨이브가 이번엔 김희애와 조진웅을 ‘한 팀’으로 내세웠다. 이름값으로 돈을 버는 일명 바지사장을 영화적 소재로 다룬 이 영화는 1천억 횡령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이만재(조진웅)가 이름 하나로 얽힌 사람들과 빼앗긴 인생을 되찾기 위해 추적하는 이야기다.죽었다 살아난 그를 찾아 정치판을 설계하려는 컨설턴트 심여사 역할은 김희애가 맡아 극의 중심을 이끈다. 고군분투하는 이만재가 영화의 해결사로 나선다면, 심여사는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대사를 천연덕스럽게 남긴다. 왜 정치판에 뛰어들지 않느냐는 말에 “현대사의 대통령은 과거 로마시대의 검투사나 노예나 다름없다. 이왕이면 그 칼을 들고 싸우는 사람보다 갈아주는 사람이고 싶다”고 일갈하는가 하면 고전과 야동의 차이를 “다들 봤다고 하는 고전과 봤음에도 숨기는게 야동”이라며 인간의 양면성을 정확히 겨냥하기 때문.왼쪽부터 하준원 감독, 김희애, 이수경, 조진웅 배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봉준호 감독 영화 ‘괴물’의 각본을 공동 집필한 하준원 감독은 5년간 정경유착과 선거의 이면, 바지사장으로 돌아가는 각종 사회이슈를 취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1960년대를 대표하는 故 하길종 감독의 조카이기도 한 그는 “자기 이름값을 하고 사는가라는 질문을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가지고 있었다. 바지사장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영화를 시작한 것이 아닌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의 이야기”라고 부연설명했다. 한편, 조진웅은 함께 호흡을 맞춘 김희애에 대한 존경심을 숨기지 않았다. “디테일에 대한 에너지가 굉장했다”고 말문을 연 그는 “더 이상 말씀드릴 것이 없을 정도다. 협연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며 특유의 너스레를 선보였다. 극중 피해자의 딸이자 반전의 주인공으로 나서는 공희주 역할의 이수경은 “김희애 선배는 같이 찍은 분량이 많지 않았지만 감독님처럼 이 작품의 전체를 보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존경스러웠다”고 말하며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영화 ‘데드맨’은 오는 2월 7일 개봉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29 18:43 이희승 기자

[비바100] 앨빈에서 톰으로! 이창용의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제 작은 꿈이자 큰 자부심이죠”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앨빈에서 토마스로 역할을 바꿔 돌아온 이창용(사진=이철준 기자)“저의 어떤 작은 꿈이었죠. 나이 좀 먹고 토마스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거든요. 사실 지지난 시즌부터 얘기를 해왔는데 10년 넘어서 그 기회가 왔죠. 제 인생에서 ‘스토리마이라이프’가 차지하는 부분이 엄청 커요. 그런 작품의 역할을 바꿔서 도전하고 있는 이 상황 자체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하죠.”2010년 초연부터 여섯 시즌에 걸쳐 늘 이해하고 받아주는 친구, 순둥순둥 여리고 내성적이며 여전히 꿈꾸는 듯한 소년과도 같은 앨빈 켈비였다. 10년을 넘게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앨빈이었던 이창용. 사진은 2016년 공연장면. 앨빈 켈비 역의 이창용(왼쪽)과 토마스 위버 고영빈(사진제공=오디컴퍼니)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Story of My Life, 2월 18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의 ‘앨빈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창용이 14년 만에 지극히 현실적이고 예민한 베스트셀러 동화작가 토마스 위버로 역할을 바꿔 돌아왔다. 이를 이창용은 “꿈”이자 “자부심”이라고 표현했다. “제가 17년차 배우예요. 그 중 10년을 넘게, 20대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는 작품이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죠. 10년 이상을 해오면서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가 제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아요. 지금이라도 앨빈을 다시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어요. 일주일만 준비할 시간을 주신다면요. 다른 극은 이렇게 말 못해요. 물론 겸손함도 중요하죠. 하지만 정말 굉장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고 단언할 수 있어요.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는 제게 그 만큼의 자부심이죠.”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토마스 위버 역의 이창용(오른쪽)과 앨빈 켈비 정욱진(사진제공=오디컴퍼니)캐나다 작가 브라이언 힐(Brian Hill) 극작·각색, 닐 바트램(Neil Bartram) 작사·작곡의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는 무심코 흘러가다 문득 깨닫게 되는 것들, 개인의 경험, 바쁘게 살다가 놓쳐버린 것들 등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마니아들 사이에서 ‘솜’이라고 불리며 오래도록 사랑받아온 힐링극으로 슬럼프에 빠져 더 이상을 글을 쓸 수 없게 된 동화작가 토마스 위버(이창용·조성윤·최재웅,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가 30년지기 친구이자 자신 이야기의 뮤즈였던 앨빈 켈비(김종구·신재범·정욱진)의 죽음을 마주하고 송덕문을 써내려가면서 소중한 것들에 대해 깨닫는 여정을 따른다.◇어쩌면 이기적인 토마스처럼 역할 바꾸기 “떨쳐야 했던 나의 앨빈”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앨빈에서 토마스로 역할을 바꿔 돌아온 이창용(사진=이철준 기자)“톰이 아니라면 이번 시즌은 함께 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 싶을 만큼 (역할 바꾸기가) 간절했어요. 앨빈으로 돌아오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응원도 있어요. 저의 앨빈을 바라던 분들께는 정말 죄송하죠. 어쩌면 제가 이기적인 토마스 같은 모습을 보였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렇게 “잘해도 본전”인 역할 바꾸기에 도전 중인 그는 “행복하다”고 했다. “본전 이상을 찾기 위해 매회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이창용이 토마스로 역할을 바꾸면서 떨쳐야 했던 건 “나의 앨빈”이었다.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앨빈에서 토마스로 역할을 바꿔 돌아온 이창용(사진=이철준 기자)10년을 넘게 앨빈으로 무대에 오르며 대사 한 마디 한 마디, 장면 하나 하나, 음 마디 마디에 감정과 의미를 담았던 이창용은 누구보다 앨빈을 이해하는 토마스다. 이에 죄책감도 유난히 크고 울기도 많이 우는 토마스였던 이창용은 “시즌 초반에는 그게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시간이 지나면서 버릴 건 버리고 좀 더 심플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했어요. 바로 지난주에 앨빈 아빠의 송덕문 얘기로 다퉜는데…그런 앨빈의 송덕문을 써야 한다는 현실에 힘들어 잠을 못이뤘을 거예요. 그런 상태에서 버스를 타고 오면서송덕문 달랑 두줄 쓰고 잠이 들어 꿈을 꾸다 깼는데 장례식장인 거죠.”이어 이창용은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저를 보고 흐뭇해하시면서 좋은 얘기들을 해주시는 기분 좋은 꿈을 꾼 적이 있다”며 “상상 보다는 할머니랑 다시 인사를 하던 그 꿈, 직접적인 경험으로 연기하고 있다”고 부연했다.“제 경험을 빗대 버스를 타고 오던 중 꿈에서 본 앨빈이 톰에게 해주는 말들. 그렇게 아주 단순하게 설정을 하니 오히려 앨빈의 대사들, 연결들, 개연성 등이 점점 더 명확해지는 것 같아요.”그는 “회차 마다 유난히 가슴에 와닿는 주제가 있다”며 “어떨 때는 ‘그때 난 보지 못한 거죠’(I Didn‘t See Alvin)의 앨빈에서 무너지고 또 어느 날은 ‘이게 전부야’(This is It)가 아프고 그렇다”고 전했다. 특히 요즘은 “초반부터 쌓이다가 ‘이게 전부야’에서 결정적으로 무너진다”는 이창용은 “요새는 저도 모르게 ‘아니야 아니야’를 외치곤 한다”고 밝혔다.“(앨빈이 곁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 앨빈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데 대해 더 미안한 마음이 생기고 더 후회스럽고…그래서 저도 모르게 ‘아니야’를 외치곤 했어요. 보통은 들리지 않게 마음 속으로만 외치는데 최근에는 저도 모르게 목소리로 나와 버린 적도 한두번 정도 있죠.”◇고해성사하는 느낌으로 “고맙습니다”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앨빈에서 토마스로 역할을 바꿔 돌아온 이창용(사진=이철준 기자)“앨빈 같은 사람이 있을까요? 가족, 직장동료, 친구 등 주변을 세심하게 살피면서 모든 걸 주고 진심을 다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어요. 오히려 주변 사람들한테는 더 못되거나 예민하게 굴죠.”이어 그는 스스로를 “앨빈 보다는 토마스에 가까운 사람”이라며 “현실적인 면이 많지만 글을 쓸 때는 감성적인, 일에 치여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사는 토마스가 저 같다”고 털어놓았다.“그래서 이 작품을 할 때마다 약간 고해성사를 하는 느낌이에요. 뭔가 제가 부족했던 부분들을 반성하고 후회하지 않게 주변을 더 살피고 챙기고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비단 이창용 뿐 아니다. 일에 치여, 저마다의 사정으로 소중한 것들을 가장 먼저 밀쳐두거나 소홀하게 대했던 경험은 누구나의 이야기다. 그런 이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는 ‘죽음’ ‘송덕문’ ‘후회’ 등 결코 가볍지 않은 소재와 감정을 다룸에도 극의 애칭인 ‘솜’같은 푸근함과 치유를 선사한다.“요즘은 ‘스토리오브라이프’의 모든 것이 남달라요. 이번 겨울 유난히 제가 공연 끝나고 나올 때 눈 오는 날이 많았어요. 눈을 치우는 분들은 고생스럽고 교통체증도 있지만 공연을 끝내고 나오는데 눈이 내리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어요.”그렇게 제작사 오디컴퍼니 임직원 모두의 반대 속에 ‘지킬앤하이드’ ‘드라큘라’ ‘데스노트’ ‘스위니토드’ ‘맨오브라만차’ 그리고 현재 공연 중인 창작뮤지컬 ‘일테노레’(2월 25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등의 신춘수 프로듀서만의 팬심으로 론칭한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는 14년째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요즘은 관객분들께 지금까지 보다 더 많이 감사해요.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를 사랑해주시는 건 알았지만 제 생각 이상으로 사랑해주신다는 걸 매회, 새삼 깨닫고 있거든요. 그래서 영양제, 배즙, 도라지청 등 몸에 좋은 것들을 투여(?)하면서 매 회차 제 모든 걸 쏟아내고 있죠. 그만큼 이 작품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더 생기는 것 같아요. 그 분들께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고맙다’는 이 말을 꼭 써주세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1-29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영화 '세기말의 사랑'으로 돌아온 넷플릭스의 아들!

노재원의 존재감을 몰랐더라도 유튜브에 ‘노재원의 버닝’만 쳐도 그의 응축된 팔색조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사진제공= (주)엔케이컨텐츠)영화 ‘세기말의 사랑’ 속 형사가 말한다. “회사돈 횡령한 회계담당은 잡아봤어도 대신 막아준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라고. 지난 24일 개봉한 이 작품은 모두가 불안했던 1999년의 마지막날 짝사랑 상대 구도영(노재원)에게 인생 최대의 용기를 낸 영미(이유영)의 이야기다. 돈도 사랑도 모두 날린 채 새천년을 맞이한 영미가 새로운 인연들과 얽히고 부딪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발랄하게 그린다.극 중 노재원이 연기한 택배기사 도영은 늘 조용하고 말이 없다. 입사 6개월이 돼서야 구내 식당에서 마주친 두 사람은 비엔나 소세지와 야쿠르트를 건네며 처음으로 인사를 나눈다. 사실 영미는 그가 세금계산서를 중간에 가로채 공금을 횡령하는 걸 알고 있다. 박봉에 큰어머니의 간병까지 도맡으며 알뜰하게 사는 영미는 부업을 하면서까지 마음 속으로 흠모하는 도영의 범죄를 눈감아 준다.“솔직히 저의 그릇으로 이해하기에는 너무 큰 역할이었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선택을 망설임없이 하는 캐릭터인데 그 사랑의 깊이를 연기하는 게 어려웠어요.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내가 누군가를 이 정도로 사랑한 적이 있었던가?’ 되묻게 되더라고요. 안일하게 연기할까봐 내내 긴장하며 촬영했어요.”영화 ‘세기말의 사랑’ 공식 포스터. 단 한명도 구멍없는 연기를 보여주며 시니컬하지만 따스한 감정을 전달한다. (사진제공= (주)엔케이컨텐츠)영미는 큰어머니의 초상집에 찾아온 도영이 자수하겠다는 말을 철썩같이 믿는다. 사실 도영 역시 경리담당인 그가 자신의 횡령을 눈감아준 걸 대충 눈치채고 있었던 것. 하지만 2000년 새해가 밝자마자 한 사람은 공금횡령죄로, 또다른 사람은 방조죄로 교도소에 갇힌다. 내내 흑백이던 ‘세기말의 사랑’이 현실로 돌아온 건 8개월 후. 화면은 컬러풀하게 바뀐다. 한겨울에 잡혀 들어간 영미가 여름이 되어 출소한 날 온 몸에 명품을 휘감은 유진(임선우)이 “나? 구도영 와이프. 곧 이혼할 거지만 돈은 언젠간 갚을게”라며 등장하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한 남자를 둘러싼 두 여성의 이상한 연대가 시작된다. “설정상 영미가 짝사랑하는 인물이고 유진의 남편이잖아요. 자칫 끼를 부리는 것처럼 나올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었어요.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찍은 직후에 참여한 거 라 두 작품의 거리감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었죠. 비록 이 작품에서 비중은 크지 않았지만 ‘내게 저런 모습이 있구나’를 생각하게 해준 소중한 작품입니다.”영화 개봉 전 브릿지경제와 만난 노재원은 “나를 키워주신, 지금도 친구같은 존재인 친할머니의 사랑을 떠올리며 도영이를 연기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주)엔케이컨텐츠)장편 데뷔작 ‘69세’로 주목받은 임선애 감독은 노재원의 신인시절부터 남다름을 직감하고 이 역할에 노재원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쓸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중학교 3학년 담임 교사의 추천으로 안양예고에 진학해 무려 4수만에 중앙대 연극학과에 입학 후 연극무대에서 주로 활동하던 그가 틈틈이 독립영화에 출연하면서 맺어진 인연이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여러 영화제에서 노재원의 연기를 눈여겨 본 임 감독은 “당신은 이 캐릭터의 깊이를 표현할 유일한 사람이고 충분히 자격이 있다”며 그에게 용기를 줬다.감독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먼저 공개된 ‘정신병원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망상장애를 가진 마법사 공시생 김서완 역으로 대중의 눈도장을 찍은 노재원은 현재 ‘넷플릭스의 아들’로 불려도 무방할 정도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금의 긴 헤어스타일도 ‘오징어게임2’의 촬영을 위한 외모적 변신이다.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잘생긴 사람이 너무 많더라. 외모로 승부를 보는건 빨리 포기했다”고 미소짓는 그는 “대신 연기를 재밌어하는 내 성격을 믿기로 했다.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그런 부분에서는 인정을 받은 편”이라면서 치열했던 20대를 회상했다.“성향상 어색한 걸 못 참고 수줍으면 나오는 특유의 말투가 있어요. 극 중 도영이가 하는 행동들은 되도록 연기를 안하고 싶었어요. 그냥 내 안에서 찾은거죠. 아마도 영미한테는 죄책감이 크지 사랑은 아니었을 거예요. 정상적인 결혼생활은 아닌 듯 보여도 강하고 드센 유진이를 진심으로 마음에 품지 않았을까요?”7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다는 그는 “종학교때는 엄격한 학교와 집안 분위기로 좀 힘들기도 했다”며 웃어보였다. (사진제공= (주)엔케이컨텐츠)노재원은 10대 시절 인싸로 누구나 인정하는 까불이였다. 유독 끼 있는 친구들이 많은 예고에서 좋아하는 걸 놀면서 할 수 있는 자유를 만끽했다. 대학교에서 해본 연기적 시도와 수많은 실패들은 늘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그는 “가끔 그때가 그립기도 하다. 사실 살면서 내향적이 된 케이스 인데 늘 엄격했던 아버지가 지인들 준다고 사인을 받아가시고 지금도 간호사로 일하시며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어머니가 나의 자양분인 셈”이라면서 늘 최면을 걸고 현장에 가는 부지런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이틀에 한번씩 저의 부족함을 발견합니다. 캐릭터를 준비할 때 안일하게 접근하지 말자도 다짐하고요. 집에 포스트 잇을 붙여두는데 거기엔 늘 ‘티모시 살레메, 호아킨 피닉스보다 부지런하게 연기하자’고 써 있어요. 저는 그들의 연기에서 깨알같이 쌓인 부지런함과 치열함이 늘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아는 거고 할 수 있는 게 ‘오로지 연기’이듯 제가 모르는 걸 해 내려면 계속 탐구하는 수밖에 없으니까요.”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29 18:00 이희승 기자

[비바100] 한국에 '이런 대통령'이 있었다! '길위에 김대중'으로 본 '택시운전사'와 '킹메이커'

정치가 DJ의 모습에 가려진 아버지, 남편의 모습이 드러나는 건 ‘길위에 김대중’을 보는 재미다.(사진제공=명필름)지난달 오전 일찍 시내 모처의 영화관. 평소대로라면 한산해야 할 정치 다큐멘터리의 상영에 취재진이 몰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테러를 당하기 이틀 전 용산 CGV에서 열린 ‘길위에 김대중’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개봉한 이 작품은 개봉 첫 주 10만 관객을 향해 달려가며 전국에서 단체관람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영화 ‘길위에 김대중’ 소감 밝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연합)청년 사업가 출신의 김대중이 갖은 고초를 겪으며 야권 유력 정치인으로 도약하기까지의 과정, 박정희 유신정권과 전두환 신군부의 탄압에 맞선 민주화 투쟁과 1987년 대통령선거 후보로 나서기까지의 이야기 그리고 최초로 공개되는 자료와 역사적 순간을 함께 이들의 인터뷰로 담아냈다.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은 22일 오후 경남 양산시내 한 영화관에서 이번 총선에 출마할 양산지역 갑·을 후보들과 함께 보자는 제안을 직접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를 관람한 후 “가슴에 가장 강렬히 남아있는 장면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셨을 때 장례식날 권양숙 여사 앞에서 오열했던 모습”이라며 “오늘 영화에서 그분이 5·18묘역 앞에서 오열하던 모습과 똑같더라”고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영화 ‘위에 김대중’은 한편으로 끝나지 않는다. 쿠키영상이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들며 등장하기 때문. (사진제공=명필름)전직 대통령의 삶을 다룬 작품은 ‘노무현입니다’를 시작으로 ‘문재인입니다’로 이어졌고 ‘길위에 김대중’이 그 정점을 찍는 모양새다.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남산의 부장들’ ‘1987’ ‘택시운전사’와 최근 1000만 영화로 등극한 ‘서울의 봄’ 등이 각자의 매력을 발산했지만 모두를 아우르는 인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빼고 논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방대한 양의 아카이브를 촘촘히 엮은 ‘길위에 김대중’의 연출은 다소 투박하다. 일제 치하에서 남들보다 똑똑했던 청년 김대중의 성공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남다른 사업가 기질로 선박 14척을 소유할 정도로 승승장구했던 그는 이승만 정권의 하야 그리고 6.25를 겪으며 결심한다.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을 가장 근간에서 보고 접하며 민주주의가 뿌리내려야 할 당위성을 뼈에 새기게 된 것.  ‘길위에 김대중’은 이후 연달아 낙선하며 기운 가세와 그 와중에 병사한 첫 아내에 대한 사무침 그리고 이희호 여사와의 로맨스까지 ‘인간 김대중’의 삶도 놓치지 않는다.왓챠, 넷플릭스 쿠팡플레이등 모든 OTT로 볼 수 있는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을 세계로 알린 ‘푸른 눈의 목격자’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우연히 돕게 된 택시기사 김사복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다. (사진제공=쇼박스)한국 근대사를 잘 모르더라도 이 작품을 보노라면 자연스럽게 떠올릴 영화 두편이 있다. 5.18 광주의 비극을 그린 ‘택시운전사’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제는 그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규명에 앞장서야 할 역린과도 같은 작품이다. 사글세방에서 어린 딸을 키우는  만섭(송강호)은 외국손님을 태우고 광주에 갔다 통금 전에 돌아오면 거금 10만원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운다. 그 돈이면 밀린 몇 달치 월세를 해결 할 수 있었다. 그곳에 어떤 비극이 펼쳐지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건 피터 뿐이다. 한 집 건너면 모두가 알 정도로 소박했던 광주시민들은 옆집의 아들이, 술친구였던 앞 집 회사 동료가 한순간에 북한군으로 몰려 맞아죽거나 총알에 쓰러지는 걸 보고 결기한다. 단지 독재타도를 외친 대학생들의 일상적인 데모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투옥당시 안기부에 의해 “정치에 복귀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쓰고 건강상의 이유로 미국 망명길에 올라야 했던 김대중. 귀국 당시 몰린 환영 인파의 모습이 ‘위에 김대중’에 등장한다. (사진제공=명필름)“발포하라”는 명령에 방아쇠를 당기고 몽둥이를 든 군인들에게 임산부와 어린 딸, 대학가요제에 나가는 게 꿈이었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는다. 양심을 지키고 인간의 도리에 충실했던 광주시민들의 피에 만섭은 가려지고 왜곡된 진실을 전세계에 알리기로 결심한다. 교통과 통신은 물론 언론마저 통제됐던 상황에서 ‘폭동’으로 끝날 뻔했던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위해 한국으로 날아온 피터를 안전하게 귀국시키려면 자신의 목숨도 걸어야 하는 상황. 비극을 마주하면서도 웃음과 희망을 버무리며 폭넓은 관객층을 동원한 ‘택시운전사’는 2017년 첫 1000만 영화로 등극했다.‘길위에 김대중’ 속에는 유독 달변가였던 자신의 모습을 자평하는 고인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치열한 선거판의 중심에서 사람이 몰리는 곳 어디든 달려가 연설을 시작하면 시장에서 좌판을 벌였던 아낙네들까지 몰려들었다고 전해진다. 영화 ‘킹메이커’는 그 치열한 전쟁 속 김대중에서 출발한 김운범(설경구)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담겨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김운범에게 기꺼이 손을 내민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는 이름도 존재도 숨겨야만 하는 ‘킹메이커’다. 승리를 위해서는 목적과 수단의 정당성이 동반돼야 한다는 운범에게 “과정보다 결과”라는 말로 응수하는 인물.거리의 정치인이었던 운범에게 기꺼이 자신의 지략을 나누는 창대의 모습. 선거에 이기고 기뻐하는 모습은 이 둘의 갈라진 운명에서 가장 달콤한 한 때였다. 티빙과 웨이브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진제공=CJ ENM)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창대의 선거 전략 덕분에 처음으로 국회의원이 되고 마침내 대선 후보에 오르게 된 운범은 당시 정치권 여야인사들의 증언으로 ‘길위에 김대중’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김대중의 당선만큼은 볼 수 없다”며 선거조작을 지시하고 이기기 위해 국가예산을 쏟아부은 박정희 대통령의 불안은 ‘킹메이커’의 시작이기도 하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변성현 감독이 ‘지천명 아이돌’ 설경구와 또다시 만났다는 사실이 제작단계부터 주목받았지만 “당시 정치 지형을 10대가 봐도 지루하지 않게 그리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은 두 사람을 ‘빛과 그림자’로 대치시키며 역설적인 재미를 극대화시킨다. 모티프가 된 두 인물이 갈라선 이후 서로 얼굴도 본 적 없다는 지점이 영화의 시작이었다. “무엇보다 옳은 목적을 위해 옳지 않은 수단을 쓰는 건 과연 옳은 일인지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을 듣노라면 역대 대통령이 보여준 그릇의 크기가 가늠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수순이다. 요즘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300만원짜리 디올백에 들어가는 건 휴대폰과 차키, 립스틱 정도가 고작이다. 노트북 하나도 못 들어가는 그 크기를 알고 작금의 시국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건 어떨까.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24 18:00 이희승 기자

[비바100] ‘新대학로시대’를 꿈꾸는 삼각지대, 우리들의 연결고리! 서울연극센터의 한정희 센터장

한정희 서울연극센터장(사진=허미선 기자)“서울문화재단이 2022년에 ‘新대학로시대’를 선포하고 새로운 연극벨트를 만들겠다고 알리면서 대학로극장 쿼드(전 동숭아트센터)를 열었죠. 저희 서울연극센터는 그 일환으로 지난해 4월 새단장해 재개관했어요. 올해 안에 성북구에 서울연극창작센터까지 열면 ‘新대학로시대’를 이끌 삼각지대가 완성됩니다.”한정희 서울연극센터장은 “그렇게 대학로 문화고리가 완성될 것”이라 표현하며 “무대기자재공유센터 ‘리스테이지 서울’도 운영하고 있다” 말을 보탰다. ‘리스테이지 서울’은 무대용품, 기자재 등 공연이 끝난 후 버려지던 물품을 재활용하는 프로젝트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창고를 통해 위탁, 대여 등을 할 수 있다. 현재는 성수동 창고를 기점으로 하지만 성북구의 서울연극창작센터가 개관한 후에는 이곳으로 이전할 예정이다.한정희 센터장은 국립극장을 비롯해 서울문화재단의 신당 창작 아케이드, 문학 전문 문화예술공간 연희문학창작촌, 문래예술공장, 홍보팀 등을 두루 거친 전문가로 지난해 12월 부임해 센터를 이끌고 있다.◇예술가의 ‘창작지원’, 대학로 문화 ‘교류’, 시민 ‘향유’지난해 4월 재개관한 서울연극센터(사진제공=서울연극센터)“지난해 서울희곡상을 제정해 제1회 작가를 배출했어요. 당선작인 이실론 작가의 ‘베를리너’를 올해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기획공연으로 무대에 올릴 예정입니다. 올해 문을 열 연극창작지원센터에서는 ‘Play Up 아카데미’와 운영자문위원회를 공동운영해요. ‘Play Up 아카데미’의 정규과정은 서울연극창작지원센터가, 특별과정 및 시민과정은 저희가 운영하죠.”그렇게 서울연극센터는 서울문화재단이 추구하는 ‘新대학로시대’를 비롯해 소극장 및 연극 활성화, ‘문화예술 선순환 생태계 조성’ 그리고 서울시의 2030비전 중 하나인 ‘문화예술중심 감성도시 서울’로 향하는 최전방에 선 삼각편대 중 하나이자 그들을 잇은 ‘연결고리’이기도 하다.예술가의 ‘창작지원’, 대학로 문화 ‘교류’, 시민 ‘향유’를 목표로 희곡상, ‘Play Up 아카데미’를 비롯해 희곡제, 공간개방축제 등 다양한 기획 프로그램을 계획 중인 서울연극센터는 지상4층짜리 건물은 1층 라운지, 2층 다목적실과 창작자들을 비롯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유랩과 세미나실, 3층은 낭독공연, 배우 트레이닝 등을 할 수 있는 스튜디오가 자리 잡고 있다.“대학로에 극장이 160개 정도였어요. 최근 줄어 140여개 정도지만 그 중 활동을 안하거나 쓰이지 않을 공간들을 제외하면 120개 정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다들 말해요. 대학로에 볼 게 없다고. 볼만한 연극이 없다고.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시대적으로 연극이 맞지 않은 걸까…많은 고민을 했죠. 하지만 와서 보면 없지 않아요. 그래서 저희 센터가 연극시장 활성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거죠.”한 센터장은 “기본적인 창작지원을 비롯해 배우 및 창작진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재교육 그리고 발굴·지원·교육한 과정과 결과물들은 시민들과의 공유하는 것이 서울연극센터의 역할”이라고 짚었다.◇대학로, 연극은 죽었다? 여전히 창작의지를 불태우는 연극 인류를 찾아서!한정희 서울연극센터장(사진=허미선 기자)“희곡 발굴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가들이 학교를 벗어나면 뭔가를 할 수 있는 데가 없어요. 그래서 센터에서 운영 중인 웹진 ‘연극 IN’에 희곡 발표의 장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희곡 운영단을 꾸려서 좋은 희곡을 발굴 중이고 센터 1층 라운지에는 희곡 한 소절이 나오는 ‘희곡자판기’가 있죠. 저희 웹진에 나온 희곡들을 작가들의 허락을 받고 희곡자판기에 반영합니다.”더불어 엄선한 희곡들을 모아 ‘희곡제’를 개최하기도 한다. 지난해 개관에 이어 올 봄에도 한달여간 ‘희곡제’를 열 계획이다. 한 센터장은 “작년 개관 때도 응모를 통해 16개 단체에서 공연을 했는데 호응도가 높았다”며 “예전 연극은 획일화된 형식이었는데 요즘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서울연극센터 라운지에서 배우 김신록, 부새롬 연출과 진행한 ‘퇴근 후 공연 전’(사진제공=서울연극센터)“지난해 공간개방축제에 156개 단체가 응모를 했어요. 희곡상에는 180여명이 희곡을 제출했죠. 최근 ‘Play Up 아카데미’에서는 김은성 작가님과 해당 수업에서 선정된 여섯 작품의 낭독회를 했는데 몇분만에 동이 났어요. 정말 충격이었죠. 이렇게 연극 인류가 많았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왜 연극은 안된다고 난리인가 싶기도 했고 다들 어디에 숨어 있는지 궁금도 했어요. 그리고 희망을 봤죠.”이 센터장은 “기존세대 혹은 미디어가 보는 대학로는 ‘안된다’고 하지만 그 물 밑에서는 정말 많은 젊은 세대들이 굉장히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며 “그들에게 판을 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저희가 보다 개방적으로 다양한 것을 안을 수 있는 여러 가지를 기획해야 지원이 가능하겠다고 깨달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센터는 희곡 작가 발굴을 위해 서울연극센터는 ‘희곡제’와 더불어 ‘서울희곡상’도 제정했다.제1회 서울희곡상 시상식 중 이창기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왼쪽)와이실론 작가(사진제공=서울연극센터)“기존작가, 신진작가 구분이 없이 창작희곡이면 됩니다. 지난해 처음 했는데 180여건이 들어왔어요. 2000만원의 상금도 있지만 쿼드에서 서울문화재단 기획공연으로 무대에 올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메리트죠. 공정성을 위해 심사위원들도 작가를 모른 채 오롯이 희곡만으로 심사를 했는데 완전 신인인 이실론 작가의 ‘베를리너’가 선정됐어요. 쿼드에 맞는 이야기와 실질적인 무대화 가능성 등으로 철저하게 블라인드 심사를 했는데 저희도 그 결과에 놀랐어요. 선정된 작품이 두 번째 작품일 정도로 완전 신인작가가 당선될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거든요.”생계 안정화를 위해 카페를 운영하며 연극 대본을 쓰고 있다는 이실론 작가처럼 어딘가에서 창작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연극 인류’들이 적지 않다. 한 센터장은 “그런 분들이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데 자부심마저 느껴진다”고 털어놓기도 했다.“연극인을 꿈꾸는 이들, 시민 뿐 아니라 그 저변을 튼튼하게 하기 위한 프로 배우들의 재교육을 위한 아카데미도 계획 중입니다. 올해의 목표는 연극 문화의 저변을 확대해 ‘연극 애호 문화’를 확산시키는 거예요. 그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겁니다.”◇4호선 4번출구 앞 4층짜리 서울연극센터, 연극 애호문화의 랜드마크를 꿈꾸며!한정희 서울연극센터장(사진=허미선 기자)“트렌드나 사회적으로 흘러가는 걸 막을 수는 없어요. 그 상황 속에서 어떻게 최선을 다하느냐의 문제죠. 이 ‘대학로’라는 브랜드 자체는 쉽게 없어지지 않을 거예요. 대학로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이 오가기를 바라요. 한번도 연극을 안본 분들도 대학로에 와서 ‘이런 문화가 있네’ 알고 한번씩은 연극을 관람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서울연극센터가 플랫폼 역할을 하고 싶어요.”대학로 살리기, 연극 활성화 등을 위해, 수면 밑에서 들끓고 있는 연극 의지들을 물 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한해를 보낼 것이라는 한정희 센터장은 “출근을 하다보면 아침부터 학생들이 연극 단체 관람을 위해 대학로를 찾고 거리를 활보하고 극장을 채운다”고 전했다.“그들을 비롯한 관객 및 연극 애호문화를 좀더 발굴하고 넓힐 수 있도록 그리고 인정을 못받았을 뿐 어디선가 꾸준히 창작활동 중인 연극 인류를 찾아내 지원하는 데 기반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서울연극센터는 4호선 혜화역 4번 출구에 있는 4층짜리 건물이에요. 이곳이 브랜딩화돼서 대학로 넘버원 장소, 연극 애호문화의 랜드마크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어 한정희 센터장은 연극 애호문화 발굴 및 확산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정희 센터장은 “최근 공연 쪽에 가족관객들도 늘었다. 대학로를 지켜온 2, 30대 관객 뿐 아니라 학교에서 단체관람을 오는 청소년들 뿐 아니라 5, 60대 이상되는 분들도 적지 않다”며 “그런 분들이 서울연극센터에서 쉬어가고 젊은 세대들이 사진을 찍고 무대용품들을 느껴보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리모델링 전에는 서울연극센터에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며 책을 읽고 창작을 하고…굉장히 사람들이 많았어요. 리모델링과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사람들이 부쩍 줄었지만 공연 전 잠깐 머물거나 공연 정보를 찾거나 혹은 만나기 위한 약속장소, 창작진들의 활동터, 세미나, 작은 제작발표회, 협회주관행사 등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드는 쉼터 같은, 젊고 명랑한 대학로의 사랑방이 되고자하는 하는 게 목표예요. 북적북적 사람들로 붐비는 그런 공간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1-19 18: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춤과 액션이 섞인 '첩보물'이라니…

킹스맨을 뛰어넘을 영화 ‘아가일’의 주역들. 할리우드 배우 샘 록웰(왼쪽부터),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헨리 카빌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연합)“한국에 와서 햄볶아요.”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즈 호텔 서울에서 영화 ‘아가일’ 내한 간담회가 진행됐다. 6년 만에 내한한 헨리 카빌과 처음으로 한국땅을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샘 록웰이 참석했으며 매튜 본 감독은 건강 상의 문제로 불참했다.‘아가일’은 자신의 스파이 소설이 현실이 되자 전 세계 스파이들의 표적이 된 작가 엘리(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챕터를 구상하며 벌이는 액션 첩보물이다. 감독의 전작인 ‘킹스맨’의 세계관과 더불어 반전의 반전이 거듭되는 스토리를 담아 전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프리미어 시사회를 진행했다.주연을 맡은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전세계 뷰티의 본고장에 ‘아가일’을 들고 오게 된 것이 영광”이라면서 “12살 딸이 K팝의 광팬이다”며 BTS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극중 잘 나가는 범죄 소설 작가에서 하루아침에 스파이의 타깃이 된 역할을 천역덕스럽게 해내는 그는 ‘뷰티풀 마인드’로 아카데미를 석권한 론 하워드 감독의 장녀기도 하다.18일 오전 서울 포시즌즈 호텔에서 열린 영화 ‘아가일’의 내한 행사.(연합)극중 액션과 춤을 능청스럽게 소화한 샘 록웰은 “지금까지 연기적으로 싸움을 많이 한 적이 없다. 안무와 액션을 하면서 정말 힘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마라톤과 같이 장기적으로 해야는 분야더라. 올해 쉰 셋인데 자제하겠다”는 너스레를 떨었다. 영화 ‘스타더스트’를 통해 매튜 본 감독과 호흡을 맞춘 헨리 카빌은 “감독님이 ‘미친 아이디어가 있다’며 시나리오를 보내주셨다”며 출연배경을 밝혔다. 극중 일명 ‘각 잡힌 남자헤어’로 불리는 플랫탑 헤어와 긴 파마머리를 오가며 파격 변신을 보여준 그는 “어마어마하고 즐거운 작업이었다”며 예비 관객들에게 당부를 전했다. Apple TV의 오리지널 영화 중 세 번째로 글로벌 극장 개봉을 앞둔 ‘아가일’은 오는 2월 7일 국내 관객과 만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18 15:16 이희승 기자

[비바100]6년만에 한국어로 울리는 ‘대성당의 시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2013년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성당의 종들’을 공연 중인 콰지모도 역의 윤형렬(사진제공=마스트인터내셔널)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Notre-Dame de Paris, 1월 24~3월 2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한국어 버전이 6년 만에 7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Victor Hugo)가 1831년 발표한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리카르도 코치안테(Riccardo Cocciante) 작곡, 뤽 플라몽동(Luc Plamondon) 작사로 넘버를 꾸려 무대화한 작품이다.1998년 파리 초연 이후 전세계 23개국, 9개 언어로 공연돼 1500만명 이상의 관객들을 만나 사랑받은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2005년 프랑스 오리지널 내한공연으로 처음 무대에 올랐다. 2005년을 시작으로 2006년, 2014년, 2015년, 2020년, 2021년, 2022년 프랑스 오리지널 프로덕션이 무대에 올랐고 2012년에는 영어로 공연되기도 했다.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콰지모도 역의 양준모(왼쪽부터), 정성화, 윤형렬(사진제공=마스트인터내셔널)수차례의 내한공연으로 맷 로랑(Matt Laurent), 로랑 방(Laurent Ban), 다니엘 라부아(Daniel Lavoie) 등 오리지널 캐스트들은 한국에서도 꽤 사랑받는 배우들이기도 하다. 한국어로는 2007년 초연된 이후 2008년, 2009년, 2013년, 2016년, 2018년에 이어 6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 1482년의 파리, 종교가 권력이던 시대를 배경으로 거리의 음유시인 그랭구와르가 화자(話者)로 나서 펼치는 이야기로 아름다운 집시여인 에스메랄다와 그녀에 빠져든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 그 성당의 부주교이자 권력자인 프롤로, 근위대장 페뷔스 세 남자가 펼치는 사랑과 욕망의 대서사시다.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에스메랄다 역의 솔라(왼쪽부터), 정유지, 유리아(사진제공=마스트인터내셔널)추한 외모로 집시에도 버림받은 멸시의 대상이자 지독히도 고독한 콰지모도, 종교와 에스메랄다를 향한 욕망으로 번뇌하는 프롤로, 약혼자가 있으면서도 다른 사랑을 갈구하는 페뷔스의 에스메랄다를 둘러싼 엇갈림과 더불어 클로팽이 이끄는 집시들의 자유에 대한 갈망, 편견에 대한 저항의 몸부림 등도 펼쳐진다. 이들 집시들은 공중에 뜬 무대 장치, 실제 파리 노트르담 성당의 조각들을 모티프로 한 거대 오브제, 벽 등을 활용해 아슬아슬 다이내믹한 군무를 선사한다.   2013년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대성당의 시대’를 공연 중인 그랭구와르 역의 마이클 리(사진제공=마스트인터내셔널)극의 문을 여닫는 ‘대성당들의 시대’(Le Temps des Cathedrales), 처벌을 받던 중 건네준 물 한모금에 연정을 품고 마음을 키워가는 콰지모도,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욕망에 고뇌하는 프롤로, 약혼자 플리르를 사랑하면서도 격정적인 감정에 휩싸이는 페뷔스가 에스메랄다에 대한 저마다의 감정을 노래하는 ‘벨’(Bell 아름답다), 죽음마저도 두렵지 않은 에스메랄다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는 콰지모도의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Danse, Mon Esmeralda), 약혼자와 에스메랄다 사이에서 갈등하는 페뷔스의 ‘괴로워’(Dechire), 시대의 변화를 알리는 ‘피렌체’(피렌체, Florence) 등 유명넘버들도 즐비하다.2016년 한국어 공연 10주년 기념무대 후 6년만에 돌아오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콰지모도는 초연의 윤형렬을 비롯해 ‘영웅’ ‘레미제라블’ 등에서 안중근, 장발장 등 같은 캐스트를 연기했던 정성화와 양준모가 새로 합류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그랭구와르의 마이클 리(왼쪽부터), 노윤, 이지훈(사진제공=마스트인터내셔널)극을 이끄는 그랭구와르는 2013년 시즌부터 함께 했던 마이클 리와 ‘벤허’ ‘엘리자벳’ ‘광주’ ‘엑스칼리버’ 등의 이지훈, ‘베르테르’ ‘스위니토드’ ‘블랙메리포핀스’ ‘배니싱’ ‘넥스트 투 노멀’ ‘쓰릴 미’ 등의 노윤이 트리플캐스팅됐다.세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에스메랄다는 올뉴 캐스트로 ‘마리 퀴리’ ‘멤피스’ ‘이프덴’ ‘헤드윅’ ‘리지’ 등의 유리아, ‘지킬앤하이드’ ‘시스터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마리 앙투아네트’ 등의 정유지 그리고 ‘마타하리’로 뮤지컬 데뷔한 마마무 멤버 솔라가 번갈아 연기한다.프롤로는 2013년부터 함께 한 ‘레베카’ ‘엑스칼리버’ ‘마리 앙투아네트’ ‘맘마미아’ 등의 민영기, ‘몬테크리스토’ ‘멤피스’ ‘영웅’ ‘명성황후’ 등의 최민철과 2007, 2008년 초연과 앙코르 공연에서 클로팽으로 분했던 이정열이 역할을 바꿔 돌아온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1-17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과학과 미신 사이, 영화 '파묘'에 쏠린 '눈'

배우 최민식(왼쪽부터), 김고은, 유해진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영화 ‘파묘’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무려 최민식과 유해진, 게다가 김고은의 조합이다. 17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 서울 LL층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 영화 ‘파묘’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도현은 군 복무로 인해 불참했다. 영화 ‘검은 사제들’ ‘사바하’로 한국식 오컬트 장르의 새바람을 몰고 온 장재현 감독의 작품으로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그린다.이날 장 감독은 “그동안 보여드린 것과는 전혀 다른 장르”라면서 “오컬트라기 보다는 인간의 보이지 않은 내면을 다뤘다. 무섭지 않다”고 말문을 열었다. 극 중 40년 경력 풍수사 상덕으로 변신한 최민식은 “땅을 대하는 태도와 자기 나름의 가치관이 명확한 인물이라 끌렸다”고 말했다.김고은은 무당 ‘화림’으로 변신했다. ‘사바하’ 뒤풀이 현장에서 스치듯 만난 김고은을 보고 시나리오를 홀리듯 써내려갔다는 후문. 절친인 박정민이 전화를 걸어 특별히 부탁할 정도로 남다른 인연이 닿은 작품이다.장재현 감독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영화 ‘파묘’ 제작발표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에 김고은은 “젊지만 인정받는 무당이라 경문을 외우고 굿을 하는 연기가 어설프면 안됐다. 강박이 컸다”고 마음고생을 토로했다. 그 모습을 본 최민식은 “이러다 돗자리 까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하더라. 이 영화의 백미 중 하나”라고 치켜세웠다.유해진은 대통령의 염을 맡을 정도로 베테랑인 장의사 영근으로 색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국내 최고 장의사에게 유골을 수습하는 방법 등을 배워 현장에 왔다는 그는 “참 묘하다고 생각한 작업이었다. 가편집본을 봤는데 어디서 보지 못했던 미장센을 담아냈더라”며 감독의 연출을 극찬했다.장재현 감독은 실제 장의사와 함께 일하며 파묘와 이장의 현장을 발로 뛰며 철저한 사전 조사로 ‘파묘’를 완성했다고 알려진다. 과학과 미신의 경계에 서 있는 ‘파묘’는 오는 2월 국내 관객과 만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17 14:18 이희승 기자

[비바100]뮤지컬 ‘스쿨 오브 락’ 듀이 코너 글룰리와 창작진 "이번에도 일어나! 소리 질러!"

뮤지컬 ‘스쿨 오브 락’ 2024년 공연장면(사진제공=에스앤코)“로켓소스는 영화 ‘스쿨 오브 락’(2003) 주인공 잭 블랙이 밴드랑 만든 개념이에요. 로켓소스는 나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함인 것 같습니다. 잭 블랙의 로켓소스는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거든요. 각자 나를 신나게 하고 열정적이게 하는, 일어나 춤추는 걸 누가 쳐다봐도 신경 쓰지 않게 하는 그것을 찾아야 하는 것 같아요. 뮤지컬 ‘스쿨 오브 락’(School of Rock 3월 2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부산 드림씨어터 4월 개막 예정)의 듀이 핀(Dewey Finn) 역의 코너 글룰리(Conner Gillooly)는 여전히 에너지가 넘쳤다.뮤지컬 ‘스쿨 오브 락’ 듀이 핀 역의 코너 글룰리(사진제공=에스앤코)“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성장했어요. 지금 뮤지컬 ‘스쿨 오브 락’에 출연하는 영캐스트들쯤의 나이였죠. 잭 블랙을 보며 열정, 에너지, 슬랩스틱에 마음이 확 갔어요. 잭 블랙 때문에 배우가 됐다고 생각해요. 그 날 것의 열정에 휩쓸리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잭 블랙은 우리 모두 안에 살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이 역할을 하면서 그를 흉내낼 수는 없었어요. 나만의 로켓소스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죠.”이어 코너 글룰리는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저만의 로켓소스를 찾아 계속 파고들 거고 그런 저의 열정이 한국 관객분들 한명 한명에게 전해질 때까지 열심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그는 2019년에 이어 5년만에 다시 한국 관객들을 만나는 데 대해 “2019년 한국에 와서 공연을 하게 되면서 ‘꿈을 이뤘다’(Dreams Come True)고 했는데 다시 돌아오니 (한국을 통해) 두 번째 꿈을 이룬 것(I Get Twice Dreams Come True)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뮤지컬 ‘스쿨 오브 락’은 ‘오페라의 유령’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캣츠’ ‘에비타’ 등의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 이하 웨버) 작품으로 2015년 뉴욕에서 초연됐다. 크리스토퍼 키(Christopher Kdy) 협력 연출의 설명처럼 “웨버와 그의 아내가 직접 영화의 저작권을 가져와 시작한 열정 프로젝트”다.록스타를 꿈꾸지만 자신이 만든 록밴드 ‘빈방없음’(No Vacancy)에서도 쫓겨난 듀이가 친구 네드의 신분으로 명문학교 호레이스 그린의 임시교사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명문대 진학에만 열을 올리는 교육 시스템, 누구도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 주지 않는 외로움 속에 내던져진 아이들과 ‘배틀 오브 더 밴드’ 출전을 위해 록밴드를 결성하며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음악여정을 담는다. “듀이가 그 친구들의 재능을 알아보고 록스타로 빚어내는” 그 여정 속에서 주눅들어 ‘난 멋지지 않아’라고 되뇌며 원칙만을 중시하던 아이들은 스스로를 인정하고 사랑하며 큰 소리로 말할 수 있게 되고 교장으로서의 위엄만을 내세우던 로잘린은 잃어버린 오래 전의 ‘록’을 찾게 된다.뮤지컬 ‘스쿨 오브 락’ 존 릭비 뮤직 수퍼바이저(사진제공=에스앤코)‘스쿨 오브 락’을 비롯한 ‘오페라의 유령’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 웨버 작품부터 ‘레미제라블’ ‘미스사이공’ ‘신데렐라’ ‘왕과 나’ 등에 참여했던 존 릭비(John Rigvy) 뮤직 수퍼바이저는 “이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공감하길 바라는 부분은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라고 짚었다.“어린 친구들이 음악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스스로를 발견하죠. 음악은 언어나 문화에 상관없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음악’을 통해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스쿨 오브 락’의 매력은 단연 웨버의 음악이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마음 속의 천국’(Heaven on Their Minds)이라는 곡과 ‘오페라의 유령’ 중 ‘뮤직 오브 더 나이트’(Music of the Night)를 같은 사람이 썼다고 감히 생각할 수 없다”며 “그는 정말 열정적인 음악가이자 뛰어난 작곡가”라고 밝혔다.뮤지컬 ‘스쿨 오브 락’ 2024년 공연장면(사진제공=에스앤코)“사람들은 ‘오페라의 유령’이나 ‘선셋 블리버드’ 등을 보고 그것이 웨버의 전형적인 음악 스타일이라고 하지만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나 ‘에비타’ 등 웨버의 초기 작품들을 돌아보면 그는 언제나 훌륭한 록 음악가였어요. ‘스쿨 오브 락’을 통해 다시 자신이 좋아하는 작업을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그 천재적인 작곡가의 음악은 10대 소녀소년들의 라이브 연주로 더욱 빛을 발한다. 크리스토퍼 키 연출은 “저희는 ‘아이들’이라고 칭하지 않는다”며 “이 작품은 듀이와 영 캐스트 중심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그들도 배우”라고 털어놓았다. 알라나 에스피널, 덱스터 배리, 사무엘 빅모어, 제임스 브린, 해리 처칠, 아멜리아 케이티 코너, 이든 펠릭스, 엠메랄드 핀보우, 그레이스 네틀, 조셉 샤프, 케이시 테오볼드, 토마스 토니크로프트, 올리 본, 헨리 웹, 한야 장 등 17명의 영캐스트들은 3팀으로 나뉘어 매니저 써머, 보컬 토미카, 키보드 로렌스, 기타 잭, 드럼 프래디, 스타일리스트 빌리, 코러스 마시와 쇼넬, 베이스 케이티, 테크니션 메이슨, 보안요원 제임스 등의 2~4개의 배역을 돌아가며 연기하기도 한다.뮤지컬 ‘스쿨 오브 락’ 크리스토퍼 키 협력 연출(사진제공=에스앤코)“자기 보다 두배는 큰 기타를 들고 록스타처럼 멋지게 연주하다가 기타를 내려놓고 드럼을 연주하는 현장을 목격하곤 해요. 영국 아이들이기 때문에 (아동보호를 위해) 영국 가이드라인을 잘 따르도록 돌보고 있습니다.”그리곤 “오전에 3시간 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연습, 저녁에는 드레스 리허설을 하는 매우 바쁜 스케줄이고 긴 하루”라며 “오전과 오후 다른 역할을 해야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말을 보탰다.“누군가 지쳐하면 좀 쉬는 시간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동보호를 위한 영국 가이드라인이) 허락한다면 무대에서 12시간 내내 기꺼이 연습할 아이들입니다. 열정과 재능이 넘치는 그들을 보면서 나는 저 나이 때 뭘 했지? 인생을 살면서 선택을 잘 해온 건가 스스로를 좀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하죠.”존 릭비는 “저희 영캐스트가 100% 무대에서 매일 밤 라이브로 연주를 한다. 요즘 공연되고 있는 많은 뮤지컬 중 ‘스쿨 오브 락’이야 말로 유일하게 진정한 라이브를 선사하는 작품”이라며 “사전 녹음이나 기술적인 트릭도 없다. 오롯이 오케스트라 피트의 작은 밴드와 무대 위 (스쿨 오브 락) 밴드가 라이브 음악을 들려주는 그런 공연”이라고 설명했다.뮤지컬 ‘스쿨 오브 락’ 미카엘라 포웰 협력안무가(사진제공=에스앤코)“영캐스트들이 무대에서 공연하고 연주하는 모습을 보는 건 아주 마법 같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은 분석을 하면서 연기를 하는데 이들은 겁이 없어요. 이들은 코너와 합을 맞춰 매일 밤 연주를 해요. 아이들이 이런 무대에서 어른들의 영향을 받으면서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매우 흥미로운 일이죠. 그 스토리를 음악을 통해 들려준다는 것도 이 작품의 매력입니다.”협력안무가 미카엘라 포웰(Michaela Powell)도 “기타, 키보드, 드럼, 베이스 등을 좀 시각화하면서 움직임을 만들었다”며 “그래서 영캐스트들이 악기를 편하게 잘 다루는 게 정말 다행”이라고 털어놓았다.“저희가 겪는 어려움은 오히려 극 초반 쿨하지 않게 하는 거예요. 극 중 아이들이 처음부터 록스타는 아니거든요. 시간이 흐르며 록의 영향이 점점 커지면서 그들의 움직임도 달라지죠. 책상 위에도 올라가야 하고 큰 기타를 매고 무대에서 슬라이딩도 해야하는데 영캐스트들이 악기를 편하게 다뤄 정말 다행이죠.”뮤지컬 ‘스쿨 오브 락’ 듀이 핀 역의 코너 글룰리(사진제공=에스앤코)듀이 역의 코너 글룰리는 “공연을 하지 않을 때는 말도 안하고 누워만 있으면서 몸과 마음을 돌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라며 “그 정도로 힘들지만 무대에서 영캐스트들과 같이 공연을 하다 보면 제가 필요한 에너지를 받기도 한다. 그들 때문에 저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무대에서 폴짝폴짝 뛰면서 공연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2019년 한국에 오기 전부터 한국의 뮤지컬과 공연업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어떻게 매력을 어필하고 웃음포인트를 강조해야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더라고요. 사람들이 공연 내내 미소를 머금고 관람해주셨거든요. 미소는 소리가 없어서 들리지 않죠. 그런데도 관객과 그렇게 교감해보기는 처음이었어요. 특히 피날레나 클라이맥스 때마다 열정과 기쁨을 폭발시켜 주셨죠. 이번에도 공연장에 오실 때는 딱 두 단어만 생각하세요. (한국어로)‘일어나’서 ‘소리 질러!’”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1-15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폐광촌으로 흘러온 난민을 바라보는 토박이들의 싸늘함… 과연 영국만의 이야기일까?

영화의 결정적인 주제를 함축한 한컷의 사진.“함께 먹으면 더 강해진다”는 광부 아내들의 강인함을 보고 폐광촌 사람들은 다시 희망의 불씨를 일군다. (사진제공=㈜영화사 진진)곧 아흔을 바라보는 영국의 거장 켄 로치 감독 영화는 늘 날카롭다.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2회 및 심사위원상 3회 석권에 빛나는 그는 조국의 빛나는 성취보다 국가의 이념, 시스템 사이에서 희생되는 개인의 삶을 비춘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는 현대사회의 복지 사각 지대에 갇힌 사람들을, ‘미안해요. 리키’는 임시 계약직 채용을 추구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에 희생된 한 가정의 이야기를 담아내 큰 울림을 자아냈다.17일 개봉하는 ‘나의 올드 오크’는 한때 영국 산업을 이끌었던 광부들의 삶에 집중한다. 지금은 폐광촌이 된 북동부 한 마을에 시리아 난민들이 이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40년 전 광산이 문을 닫기 전까지 이 곳은 활기차고 사람들이 북적였다. 광부 아버지를 둔 아이들은 행여라도 갱도가 무너지는 사고가 일어나질 않기를 바라는 엄마들의 기도를 듣고 자랐다.발 딛을 팀이 없었던 탄광촌의 술집은 이제 간판을 수리할 돈이 없을 정도로 궁핍하다. (사진제공=㈜영화사 진진)하지만 더 무서운 일은 정부보다 노조가 강했던 제조업 중심 사업이 서비스업으로 바뀌면서 일어났다. 석유 사용이 점차 늘면서 1980년대부터 전국 260여곳의 탄광이 절반으로 줄었다.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궐기했으나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었다. 사람들이 점차 도시로 떠나고 빈집이 늘면서 도시 외곽의 빈민들이 저렴한 집세를 찾아 몰려들었다. 이웃의 정은 사라진 지 오래. 그나마 그들조차 마을을 떠나고 인구수가 줄어들며 교회는 사라지고 학교는 문을 닫았다. 영국 정부는 방치된 집을 저렴하게 임대해 가족을 잃고 고문을 피해 국경을 건넌 난민들을 위해 개방했다.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옳은 결정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였다. ‘나의 올드 오크’의 오프닝은 사운드는 그대로 남기고 몇장의 사진을 배치하며 당시 영국 국민들이 가졌던 반감을 고스란히 담는다.버스를 타고 폐광촌에 도착한 이들은 지역주민들의 날선 반응에 잔뜩 얼어붙는다. 사람들은 야유를 퍼붓고 죄인 취급을 하며 조롱한다. 하나같이 “왜 하필 우리 동네에 두건을 쓴 무리들을 보냈느냐?”고 분노를 표출한다. 가족들과 함께 짐을 내리던 야라(에블리 마리)는 동네 취객에게 전쟁으로 헤어진 아버지에게 받은 카메라를 빼앗기고 만다. 바닥에 내동댕이 쳐 깨진 렌즈를 본 탄광촌 선술집 ‘올드 오크’의 주인 TJ(데이브 터너)는 중재를 하려다 되려 지인들의 비아냥을 듣는다.단골 친구들이 아니면 ‘올드 오크’의 운영도 힘들어진다. “줄 잘 서라”며 TJ에게 마지막 경고를 날리는 지인들의 이기적인 행동은 비극으로 치닫는다. (사진제공=㈜영화사 진진)‘나의 올드 오크’에서 켄 로치 감독은 “난민들이 영국 외곽에 이주하기 시작한 건 채 10년이 되지 않았다”면서 “나눌 것이라곤 절망밖에 없는 두 공동체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울까에 대한 질문을 다루고 싶었다”고 말한다. 사실 토박이들의 삶도 녹록치 않다. 늘 주류에게 차별받고 혜택에서 소외되는 일상이었다. 세금을 낸 건 자신들이지만 되려 난민들이 지원받는 식량과 전국에서 몰리는 기부품목이 풍족한 아이러니를 목격하게 된다.TJ는 친구들의 푸념과 욕을 들으며 펍을 운영하고 이들은 “유일하게 우리가 쉴 수 있는 공간”이라며 난민들과 공유하기를 꺼린다. 하지만 야라의 카메라를 고쳐주는 과정에서 시리아 정부의 잔인함과 그들이 겪은 수난을 알게된 TJ는 알게모르게 곁을 내준다. 자신들이 폐광촌에서 인생을 보낼지 몰랐던 것처럼 이들 역시 죄없이 전쟁의 희생양이 된 것 뿐이었다. 난민들이 오기 훨씬 전부터 동네는 쓰레기와 악취, 사회적 제도에서 벗어난 사람들로 몸살을 겪고 있었지만 자신보다 약자인 존재가 등장하자 모든 원망을 덧씌우며 분노의 화살을 돌린다.야라 역시 선진국이라 여겼던 영국에서 가난이 익숙한, 그리고 법의 보호에서 벗어난 약자들을 목도한다. 아이들은 제대로 된 끼니조차 챙겨먹지 못한 채 직업을 구하지 못한 부모들에게 방치되며 자라고 있었다. 10대가 된 몇몇은 약물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가족은 붕괴되고 사회는 점차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었던 것.켄 로치 감독의 영화 ‘나의 올드오크’의 한 장면. 기꺼이 음식을 나누며 토박이들과 난민들은 서로의 아픔을 치유한다. 감독은 현지 주민들을 캐스팅해 사실성을 더했다는 후문이다. (사진제공=㈜영화사 진진)흐릿한 희망은 과거 노조투쟁을 경험했던 TJ와 야랴가 ‘한끼 식당’을 내면서 불이 붙는다. 가스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던 부엌 ‘올드 오크’ 주방 한켠에 기부받은 음식으로 일주일에 한 두번 함께 식사를 하는 이벤트를 열며 간만에 동네에 활기가 돈다. 국적도 언어도 다른 사람들이 각자가 가진 재능으로 가게를 고치고 한줌의 식량을 기꺼이 내어놓지만 이마저도 오래가지 않는다. 적과 친구는 늘 가까이에 있는 법. ‘나의 올드 오크’의 절망은 가까운 지인들의 시기에서 시작된 비극이었다. 식당이 하루만에 문을 닫자 TJ는 울음을 터트리지만 맛있게 그 음식을 먹었던 어린 소녀의 반응은 되려 덤덤하다. “그럴 줄 알았어요. 좋은 것은 늘 금방 사라지거든요.” 너무 빨리 현실의 맛을 알아버린 그 대사는 우리 모두의 공감으로 귀결된다. 이들은 과연 화해하고 연대할 수 있을 것인지 ‘나의 올드 오크’가 보여주는 희망의 끝은 차오르는 눈물이 한 가득이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15 18:00 이희승 기자

[‘쁘띠’리뷰+관크] 이 정도면 ‘범죄’, 연극 ‘와이프’ 불법 촬영 유감

연극 ‘와이프’ 공연장면(사진제공=글림컴퍼니)흔히 공연을 완성하는 건 관객들이라고들 한다. 특히나 조금만 몸을 앞으로 숙여도 뒷줄의 시야가 가려지고 한 사람이 움직이면 연쇄적으로 모든 좌석이 들썩거리는가 하면 작은 소리도 집중력을 깰 수 있는 한국의 공연장 환경에서 뮤지컬, 연극 등이 지금에 이를 수 있었던 건 관객들 덕분이었다.전세계 거의 모든 극장이 셧다운됐던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한국의 무대가 유일하게 불을 밝힐 수 있었던 건 배우, 창작진을 비롯해 철저한 방역을 감내하며 관람에 나선 관객들이 있어서였다.지난 5일 연극 ‘와이프’(2월 8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유플러스 스테이지) 관람 중의 일이었다. 영국 작가 사무엘 아담슨(Samuel Adamson)의 2019년작인 연극 ‘와이프’는 헨리크 입센(Henrik Ibsen)의 ‘인형의 집’이 끝나는 시점에서 시작해 1959년부터 2046년까지 4개 시대를 연결하며 여성과 퀴어로서의 삶을 아우른다.연극 ‘와이프’(사진제공=글림컴퍼니)극 중 ‘인형의 집’ 출연배우 수잔나(김소진·박지아, 이하 관람배우 순)와 순종적인 데이지(최수영·김려은), 그녀의 보수적인 남편 로버트(이승주·송재림), 피터(정웅인·오용) 등을 중심으로 여성과 퀴어의 삶 그리고 진짜 자신을 찾고자 하는 여정을 담은 ‘와이프’는 2019년 신유청 연출로 한국에 초연된 후 2020년에 이어 3년만에 돌아왔다. 사건(?)은 3시간여 대장정의 막바지에 벌어졌다. 데이지가 환복을 하는 장면에서 느닷없이 카메라 셔터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바로 앞자리 관객부터 여러 군데서 들리는 연속촬영 셔터소리는 한동안 이어졌다. 보면서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는 사이 어떤 제재나 주의도 없었다.다양한 ‘관크’를 경험했지만 그간 듣도 보도 못한 유형이었다. ‘관크’는 관객+크리티컬(Critical)의 합성어로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배우와 창작진, 관객들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배려하고자 하는 한국 고유의 공연 관람 문화는 그간 “소수의 편협하고 강압적이며 폭력적이기까지 한 문화”라거나 “시체관극” 등 논란거리가 되곤 했다.하지만 이날의 ‘관크’는 논란의 여지도 없는 것이었다. 다른 관객들의 관람을 방해했을 뿐 아니라 공연 저작권 및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명백한 ‘불법행위’였다. 사실 그 촬영 시점을 고려하면 ‘관크’라기 보다 범죄에 가깝다. 촬영 지점이 꽤 오랜 경력의 걸그룹 멤버인 배우의 환복 순간이었고 잠시나마 슬립차림이라는 걸 명확히 아는 듯한 손놀림들이었기 때문이다.제작사 글림컴퍼니는 “연극 ‘와이프’ 팀과 LG아트센터 서울은 관련 논의를 거쳐 앞으로 동일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객석 내 하우스 인력 추가 배치, 객석 모니터링 위치 변경, 외국어 안내 멘트 진행 등의 이전보다 강화된 하우스 운영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그간의‘와이프’는 긴 역사가 거듭되는 동안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내몰렸음에도 스스로를, 삶을 지켜낸 인물들의 절실한 여정을 함께 하면서 늘 여운이 길었다. 하지만 그날의 ‘와이프’는 배우 그리고 함께 관람하는 다수의 관객들에 대한 존중이라곤 없는 소수의 돌발행동으로 진중한 메시지는 퇴색되고 소름돋는 범죄의 현장에 내던져진 불쾌감과 씁쓸함이 뒤엉킨 풍경으로 남고 말았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1-12 18:30 허미선 기자

['다'리뷰] 실화는 웃픈데 영화는 너무 웃겨!

배우 라미란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시민덕희’ 언론시사회에서 및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이 기사엔 스포일러가 연상되는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아줌마가 젤 빨랐어요. 관련서류나 필요한 것 모두. 1시간 내로요.”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보이스피싱으로 내 전재산을 뺏은 조직원이 다시 연락을 해왔다. 사실 자신도 범죄소굴에 잡혀(?)있고, 이용당하고 있으니 구해달라는 것이다. 꼬리 자르기로 늘 증거없이 도망가는 보이스 피싱 집단은 사실 국제적인 골치거리. 총잭의 얼굴을 본 사람도 적고 그나마 누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모르는게 이들의 수법이다.알고보니 고소득 해외아르바이트를 위해 타지로 건너온 젊은이들이 범죄자들에 의해 핸드폰과 여권을 뺏긴 채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었다. 덕희(라미란)는 그런 송대리(공명)에게 사채까지 써가며 급전을 빌려 한줄기 빛 같은 대출을 희망했고 결국 희생양이 됐다. 그의 사건을 접한 형사(박병은)은 혀부터 찬다.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8번이나 돈을 요구하는데 덕희는 그걸 충실하게(?)보낸 호구였다.“아니, 의심도 안했어요?”라는 말에 덕희는 그저 눈물만 흘릴 뿐이다. 영화 ‘시민덕희’는 경기도 화성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거래은행의 담당 대리라고 속인 가해자는 얼마 뒤 “살려달라”고 구조요청을 보내왔고 피해자였던 한 시민이 적극적으로 이를 도왔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포상금 지급도 미루고, 구체적인 정보를 의심했으며 사건 해결이 된 것도 알리지 않았다. 결국 언론의 보도가 시작된 후에야 “포상금 지급에 기한은 없다”며 총 1억 원의 상금중 100만원을 보내는 것으로 끝냈다고 전해진다.‘시민덕희’는 실화에 기초하나 개인의 정의로움을 배우 라미란에게 오롯이 맡긴다. 지방의 한 세탁공장에서 일하는 싱글맘이자 동료들에게 늘 신임을 얻는 그는 화재로 인해 모든걸 잃은 사람이다. 은행 대출이라도 받아 급한 불이라고 끄려고 했지만 그나마 조건이 안된단다.자신의 처지를 알고 연락해 온 손대리는 자신의 은행 신분증으로 안심을 시키고 누가봐도 합법적으로 보이는 서류 작성을 요구한다. 등본도 수수료도 좀더 나은 조건의 통장발급까지 대한민국 은행이 이렇게 친절할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쨌거나 전재산인 3200만원이 중국 어딘가로 사라진걸 알고 덕희는 좌절하지만 이제는 “살려달라”고 온 전화를 간과하지 않는다. ‘춘화루’.영타를 한글화 하면 극중 가해자이자 피해자, 제보자인 손대리가 제보한 식당이 나온다. 실제 국내에서 잡힌 총책은 거액의 합의금을 제시하며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다는 후문. (사진제공=쇼박스)“범죄가 일어난 곳의 주소가 있어야 사건이 접수된다”는 대한민국 형사를 대신해 직접 칭따오로 날아간다. 영화는 동료 중국인인 봉림(염혜란)과 현지에서 택시를 모는 동생 애림(안은진), 뭐든 같이 하고보는 숙자(장윤주)를 통해 간만에 스크린 가득 걸크러시를 내뿜는다. 이들의 연대는 다소 촌스럽고 때론 주책맞다. 하지만 극중 대부분의 남성 캐릭터가 사악하고 무능한, 찌질함을 담당하기에 더욱 빛난다. 한국과 중국 공조로 덮치려던 조직은 이미 뒷돈을 받아온 공안에 의해 청소가 된 상황. 보이스피싱 사건을 마약계로 넘기는 대목에선 현지의 부정부패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된다. ‘시민덕희’의 무서운 점은 다큐멘터리로 비춰질 법한 진지감을 가볍게 건들인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총책의 얼굴을 본 손대리의 동료(이주승)는 흡사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급 몽타주로 웃음폭탄을 날리고, 깜짝 등장하는 이무생의 살기는 화면을 뚫을듯이 날카롭다. 무엇보다 해외 취업의 미끼, 간단한 해킹으로 털리는 개인 정보, 그로 인한 여러 범죄 모의등을 빠르게 훑고 지나가지만 묵직함은 남는다.박영주 감독은 11일 영회 시사회 직후 “보이스피싱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를 하기로 결정하고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 피해자들의 자책감”이라면서 “때문에 피해자가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과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잘 그리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라미란 역시 “너무 평범하지만 용감하고 강단있는 인물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망설임 없이 선택했던 작품이었다. 어떤 용기로 벼랑 끝 상황에서 헤쳐 나갔는지 응원하는 마음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24일 개봉.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12 12:05 이희승 기자

[비바100] 영화 '외계+인'1부 다시보기 열풍!

괴랄한 수작인가 비운의 망작인가. 영화 ‘외계+인’ 1부는 누적관객수 154만명을 모으며 쓸쓸히 OTT로 사라졌다. 외계인 죄수들이 지구를 침공하고 이를 막으려다 고려시대에 불시착한 인간 소녀 이안(김태리), 외계 로봇(김우빈)이 도사 무륵(류준열), 두 신선(염정아·조우진) 등과 뒤얽히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지난 2022년 개봉한 ‘외계+인’ 1부는 최동훈 감독 신작으로 주목받았다. 제작비 360억원, 손익분기점 관객 730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최 감독에게 사실상 첫 고배를 안긴 셈이다.영화 ‘외계+인1부’ 속 다양한 장면. 9일 기준 ‘외계+인’ 1부는 티빙의 ‘실시간 인기 영화’ 1위, 넷플릭스의 ‘오늘 대한민국의 톱10 영화’ 4위에 안착했다. (사진제공=CJ ENM)한국 영화 사상 최장 프로덕션 기간인 387일을 거친 ‘외계+인’ 시리즈는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지난 10일 마지막 퍼즐을 공개했다. 극 중 지구의 대기를 외계인들이 살기에 적합하게 만드는 ‘하바’는 터지는 순간 모든 인간들을 죽게 만드는 독성 물질이다. 우주선에 가득찬 하바가 폭발하기까지 남은 시간 단 48분. 마침내 시간의 문을 열고 돌아온 이들의 활약이 스크린 가득 펼쳐진다.1부의 재미는 대부분 김우빈의 몫이다. 액션과 멋짐, 코믹함까지 아우르는 명연기로 암투병 중인 자신을 기다려준 감독의 기대감을 증명했다. (사진제공=CJ ENM)‘외계+인’ 2부는 1부에서 뿌렸던 떡밥들이 완전히 회수된다. 이안과 무륵의 인연, 정체가 모호했던 수사관 민개인(이하늬)과 두 신선의 연관성, 인간의 몸속에 갇힌 외계인 죄수들을 탈출시키려는 악당 자장(김의성)이 끝까지 병든 노인의 몸에 남아있던 이유까지 엉킨 실타래가 확실히 풀린다. 여기에 신검의 능력을 이용해 눈을 뜨려는 맹인 검객 능파(진선규)까지 새롭게 가세해 재미를 더한다.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던 ‘외계+인’1부의 IMAX 독려 포스터. (사진제공=CJ ENM)최동훈 감독은 1부의 실패를 맛 본 뒤 촬영분을 약 150번 가량 돌려봤다. 2부의 경우 무려 52번의 수정 과정을 거쳤다고 전해진다. 지난 3일 언론 시사회에서 그는 “관객분들께 초대장을 쓴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는 영화 ‘도둑들’과 ‘암살’로 ‘쌍천만 감독’에 등극하며 늘 ‘최동훈 월드’에 걸맞는 특유의 익살과 재치, 반전 매력을 지닌 캐릭터들을 스크린에 수 놓았다. 한국영화 사상 쌍천만 흥행을 일군 감독은 최동훈 외에 봉준호, 김용화, 윤제균 감독까지 단 4명 뿐이다.2부 포스터는 모든 비밀이 풀리는 영화의 엔딩을 극명하게 담고 있다. (사진제공=CJ ENM)‘외계+인’ 시리즈를 처음 떠올린 6년 전 그리고 모든 완성작을 내 놓은 지금까지 아내이자 영화 제작사인 케이퍼 필름의 안수현 대표의 말은 최동훈 감독을 정의하는 한 줄이다. “눈 뜨면서 영화이야기를 하고 자기 직전까지 영화를 보다 자는 사람”이다.팬데믹이란 특수한 시기를 겪었으나 애초 ‘외계+인’이 가진 거대함은 약 4시간 분량의 가편집본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1부와 2부로 개봉하는 것이 작품이 가진 서사와 재미를 온전히 살릴 수 있었다. 영화 ‘신과함께’라는 성공적인 케이스가 있었고 참여하는 배우들의 캐스팅보드만 보더라도 실패할 수 없는 프로젝트였다. 그렇다면 1부는 무슨 이유로 그렇게 초라하게 퇴장해야 했을까. 충무로 최고의 흥행 타율을 보여줬던 최동훈 감독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 가장 큰 이유다.극 중 부부로 나왔다면 매력이 더했을 두 신선의 모습. 무기로 쓰는 옛스런 물건들이 1부의 재미를 톡톡히 했다. (사진제공=CJ ENM)푸른 유리구슬 같은 지구가 사실은 외계인 죄수를 보내는 우주 변방이란 설정은 신선하지만 그들을 관리하는 로봇과 타임리스가 가능한 썬더의 존재는 지극히 SF스럽다. ‘외계+인’1부는 한국영화에서 쉽게 보지못한 CG를 구현해 관객들을 유혹하지만 이미 수많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길들여진 관객들의 입맛까지는 만족 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그 안에 펼쳐진 뜨끈한 국밥 같은 한국인의 정은 여전하다. “인간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프로그래밍된 설정에서 벗어나 시간대를 거슬러 구한 핏덩이 아기를 현대에서 키우며 그저 차가운 기계였던 그들의 일상은 변한다. 늙지 않는 로봇 아빠와 변신에 능한 썬더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이안은 점차 호기심이 왕성해진다.우주선이 지나가는 구도를 위해 가장 층고가 높은 지하 주차장을 섭외하며 사실감을 더한 1부의 한 장면. (사진제공=CJ ENM)지구에서 탈출하려는 외계인 죄수들에 의해 2022년의 시공간은 쑥대밭이 되고 세 사람은 고려시대로 돌아간다. 그곳은 얼치기 도사와 신선이 판 치는 곳. 고양이면서 인간인 우왕(신정근)과 좌왕(이시훈)은 무륵이와 함께 현상금이 걸린 도둑들을 잡는 게 일상이다. 양복을 입고 천둥(총)을 쏘는 현대인들의 출연으로 과거 시대의 사람들은 혼란스럽다. ‘외계+인’1부는 시간과 공계를 넘어선 주인공들의 액션과 코미디를 너무 과하게 오간 면이 없지 않다. 단순히 요약하자면 이 영화의 핵심은 인간 세계에 사는 외계인들의 대립인데 그 안에 뒤엉킨 인연이 한 가득이다.명랑하며 인간적인 썬더의 목소리는 배우 김대명이 맡았다. (사진제공=CJ ENM)하지만 배우들의 열연이 그 실타래를 느슨하게 메꾼다. 로맨스는 1도 없이 각자의 능력만을 과시하는 신선 청운과 흑설을 연기하는 조우진과 염정아의 익살이 그 정점이다. 귀가 멀고 말을 할 수 없는 노파로 극의 빌런인 자장의 비밀을 알고 있는 김해숙, 병원의 환자였다가 양복을 입고 살인귀가 되어 시대를 거스르며 악의 기운을 내뿜는 살인귀 지건우는 짧은 분량에도 잊지못할 열연을 펼친다. 무협사극와 SF를 관통하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친절한 설명이 되려 1부를 망친 결과물이 되어 버렸다. 설명을 따라가며 본격적으로 재미있어질 즈음 쿠키영상을 던지며 2부를 기다려 달라며 끝나기 때문이다.촬영장에서 가장 빛나는 건 배우들보다 최동훈 감독이 아닐까.(사진제공=CJ ENM)뭔가 확실한 결말을 바랐거나 참을성이 없는 관객들이 부아가 치민 건 어쩔 수 없는 수순이었다. 하지만 OTT의 반응은 달랐다. 웨이브, 넷플릭스, 티빙, 왓챠 등 각종 OTT 플랫폼에서 ‘외계+인’ 1부가 시청 1위를 기록하며 ‘의외로 재미있던데?’라는 반응이 쏟아진 것. 2부 공개를 앞두고 다시보기를 한 안방관객들이 과연 극장행을 결정지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최동훈 감독의 영화 ‘타짜’ 속 아귀(김윤석)의 말을 인용해야 할 것 같다. 1부 보다 더 잘될 것이라는 사실에 “내 돈 모두하고 내 손모가지를 건다”라는 명대사를.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10 18:30 이희승 기자

[비바100] 안경신과 현미옥, 2024년 무대에 오르다! 연극 ‘언덕의 바리’ ‘아들에게: 미옥 앨리스 현’

연극 ‘언덕 위의 바리’ 쇼케이스 현장(사진제공=사진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안경신과 현미옥, 두 여성 독립운동가의 이야기가 연극 ‘언덕의 바리’(1월 14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아들에게: 미옥 앨리스 현’(1월 13~2월 1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이하 아들에게)에 담긴다. 두 작품 모두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신작 발굴 지원사업인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 선정작이다. ‘언덕의 바리’는 ‘여자 폭탄범 안경신’의 이야기를 한국 대표 신화 중 하나인 바리데기와 엮어 꿈과 현실을 오가는 이야기 구조로 풀어낸다. ‘이 불안한 집’ ‘죽음들’ 등의 김정 연출작으로 ‘극장 앞 독립군’ ‘엘렉트라’ ‘칼집 속에 아버지’ ‘처의 감각’ ‘왕위 주장자들’ 등의 고연옥 작가가 대본을 집필했다. 김정 연출은 “여성 독립운동가라는 구분 자체보다는 그 시대, 지금보다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적었을 때 여성의 몸으로 독립운동을 해냈다는 데 특이점이 있는 것 같다”며 “예전 시대의 인물들을 다루는 것이 지금 이 시대에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대단한 힘을 가진 인물 보다는 나약한 인간 혹은 존재를 중심으로 그들이 가장 나약하고 버려진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집중하는 고연옥 작가는 ‘언덕의 바리’를 통해 보통 사람이라면 도망갔을 힘겨운 상황에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안경신을 그려낸다.김정 연출은 “안경신이라는 인물의 드라마적인 서사보다는 가장 마지막에 남아 있었던 지문 세 줄”에 주목했다. 그는 “안경신이 그 이후에 어찌 됐고 어떤 업적을 이뤘다가 아니라 사형 선고를 받고 7년 만에 출소해 아들을 만났고 세상으로부터 사라졌다는 지점이 흥미로웠다”고 밝혔다.“사라졌다는 건 이 사람이 지금도 어딘가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가 이루고자 했던 강렬한 열망이나 집착 같은 것들이 고스란히 어떤 정신이 녹아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그 사람이 사회 속으로 녹으면서 한명의 안경신이 굉장히 많은 수로 흩어져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좀 녹아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죠.”이어 김정 연출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을 부각시키거나 이 인물의 성과, 업적 등을 보여주기 보다는 ‘도대체 왜 저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맹렬하는 돌진하는 인물을 통해 이름 없이 사라진 모든 존재들도 강렬하게 어떤 삶을 위해 돌진했다는 역설적인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대단한 업적을 이룬 사람 뿐 아니라 지금의 노인들 모습에 우리 역사가 녹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우리 삶 속에 녹아 있는 역사, 그 역사 속에 함께 한 사람들의 이야기죠. 안경신 시대에는 독립이었지만 지금의 우리는 무엇을 위해 한 걸음 나아가야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연극 ‘아들에게: 미옥 앨리스 현’ 쇼케이스 현장(사진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연극 ‘아들에게’는 1903년 하와이에서 태어나 중국, 일본에서 공부했고 중국, 러시아, 미국 등을 오가며 독립운동과 공산주의 운동을 했던 현미옥, 앨리스 현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박 기자가 현미옥을 인터뷰하는 방식의 극으로 극단 미인의 김수희 작·연출작이다. 2021년 낭독공연된 데 이어 정식 무대를 꾸린 ‘아들에게’는 독립적인 가정 분위기 속에서 자유롭게 공부했고 미국 시민권이라는 특혜를 누렸던 여성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독립운동에 나서고 공산주의 국가로 망명해 바로 숙청되는 과정을 그린다. “한 여성의 영웅적인 가치관, 이념 등을 얘기하지는 않는다”는 김수희 연출은 “굉장히 많은 나라를 옮겨 다니는 주인공을 표현하기 위해 드럼 라이브 연주를 준비했다. 거의 빈 무대를 드럼 연주에 맞춰 뛰어다니는 주인공을 통해 자유로움과 이동, 가치관과 사상의 확장을 구현하고자 했다”고 귀띔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남성들, 선생님들을 만나고 조금씩 성장해 가는 이야기입니다. 유리벽에 부딪힌 여성이나 성대결 구조로 보여지기 보다는 많은 조력자들과 연대하고 유대하면서 성장해간 한 인간의 이야기죠. 그렇지만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상황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1-10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프로 일침러' 윤여정, "개 취급 받았던 전우애로 '도그데이즈' 출연"

김덕민 감독을 현장에서 그냥 이름을 불렀다는 윤여정은 “준비가 된 감독이었다”는 말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연합)“개 취급 당한 전우애로 출연했다.” 배우 운여정의 촌철살인이 또 탄생했다. 10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도그데이즈’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도그데이즈’는 성공한 건축가와 MZ 라이더, 싱글 남녀와 초보 엄빠까지 혼자여도 함께여도 외로운 이들이 특별한 단짝을 만나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갓생 스토리를 그린 영화로 윤여정은 까칠한 성격의 세계적인 건축가 역할을 맡았다. 이날 윤여정은 “김덕민 감독이 어떤 대단한 역량이 있어 선택한 건 아니다“고 말문을 열며 ”그가 조감독이었던 시절 같이 개 취급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 내가 점쟁이가 아니라 믿음은 없어도 어떤 전우애가 생겼다“고 밝혔다. 배우 윤여정이 10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점에서 열린 영화 ‘도그데이즈’ 제작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그때의 고난(?)을 겪으며 감독으로 입봉하면 그 영화에 꼭 출연하겠단 약속을 지킨 것.  이날 윤여정은 “영화 현장은 평화롭지 않고 치열하다. 제 시간에 찍어야 해서 감독도 예민하고, 배우들도 그렇다”면서 “감독 중에 짜증나게 하는 사람도 많다. 솔직히 준비 안 하는 감독들 너무 싫다”며 일침을 가했다.그는 과거 故김기영 감독에게 “내 말을 유일하게 알아듣는 배우”라는 극찬을 받은 바.이후 ‘찬실이는 복도 많지’, ‘미나리’등 연기로 생업을 잇지 않아도 되는 시기부터 ‘사람’만 보고 출연하며 되려 그런 확고함이 대중의 귀감이 되고 있다. 윤여정은 “하지만 감독 욕을 하고 다닌다고 소문나면 다른 감독들이 날 쓰겠나?”라고 셀프디스를 하며 “덕민이는 준비가 다 되어 있더라”며 칭찬을 이어갔다. 이날 오랜 연기 생활에서도 강아지와 함께한 건 처음이라는 윤여정은 “다른 개들은 몰라도 우리 완다는 말을 안 들어 오래 기다려야 했다”며 특유의 돌직구 발언을 이어갔다. ‘도그데이즈’는 오는 2월 7일 설 극장가를 공략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10 12:35 이희승 기자

[人더컬처] 생 로랑은 왜 이무생을 앰버서더로 계약하지 않는가...얼마나 더 연기에 美쳐야?

브릿지경제와의 인터뷰 직전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무생.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배우 이무생의 광기는 어디서 오는걸까. 손익분기점인 720만 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노량: 죽음의 바다’로 만난 그에게 극중 고니시의 모습은 당연하게도 아예 없었다. 무게만 30kg이 넘었다는 갑옷을 벗고 현장에 나타난 그는 곧 바뀔 계절을 예약한듯 연노란색 맨투맨 차림이었다. 역사적으로 그가 맡은 왜군은 7년의 전쟁동안 이순신의 용맹을 가장 근간에서 본 인물이다. 조선 침략군의 총사령관이자 선봉장으로 가장 먼저 조선에 상륙해 부산성전투, 동래성전투, 탄금대전투, 한양 점령, 그리고 평양까지 점령하며 이순신 조차 “만만치 않은 인물”로 평가했다고 전해진다.“언론 시사회때 동료 선후배들과 처음 완성작을 봤어요. 다시 어린 아이로 돌아간듯 이순신 장군님을 추앙하게 되더라고요. 부끄럽지만 제 출연장면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분장에만 3시간이 걸린, 눈썹을 한 올 한 올 더해야 했던 고난의 시간이었는데 그 덕분이었는지 경거망동하지 않고 이성적으로 대처해야만 했던 고니시로 완벽하게 살 수 있었죠.”‘노량’은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김한민 감독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다.(사진제공=(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노량’에서 그가 맡은 고니시는 표독함과 독기보다 외로움이 가득하다. 그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을 알고 이 전쟁이 곧 끝날것이라는걸 직감한다. 더 이상 피를 흘리지 않고 일본으로 돌아가 주군의 어린 아들을 지키는게 삶의 목표가 된다. 하지만 자신의 군대를 사실상 포위하고 있는 이순신과 명나라의 함대가 여간 깐깐한게 아니다. 이순신 장군이 당시 조선의 수장이었던것처럼 고니시 역시 왜군의 리더였다. 사심과 욕심을 버려야 부하들과 살아서 갈 수 있었다. 돌아가도 또 누군가에 의해서 할복을 강요당할지도 모르는 야만의 시대임을 그는 직감으로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고니시는 명나라 장군에게 부하를 시켜 뇌물을 바치며 살길을 열어달라 간청한다.이무생은 ‘노량’에 대해 “한 번 보면 아쉬워서 한 번 더 보게되는 N차 관람을 부르는 영화”라고 정의하는 모습이었다. (사진제공=(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영화의 포문을 여는 역할이라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게다가 대사 자체가 일본어중에서도 고어에 가까워서 머리가 아닌 입으로 기억하는 언어로 만드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일본어 선생님이 남,여 두 분이셨는데 그 분들 조차 쉽지 않은 말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성별이 다른 분들의 대사톤을 참고해 고니시 캐릭터를 구축했고요.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남들보다 역사를 좋아했고, 어렸을때부터도 유독 이순신 장군을 따라 큰 칼을 옆에 차고 싸우면서 자랐다. 배우가 되고서도 극장에서 만난 ‘이순신 장군’1부와 2부를 보며 막연하게 나마 작은 역할이라도 출연하는 꿈을 꿨다. 그렇게 기적같이 김한민 감독의 러브콜을 받자 이제는 두려움이 온 몸을 감쌌다.이무생은 “역사적으로 고니시는 이성적이고 화를 잘 안 냈다고 하더라. 동요하지 않으려고 애를 많이 섰다”면서 “그런데 해전을 다루면서 물이 한 방울 없는 현장에 가니 더욱 막막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게다가 노량해전은 이순신 장군이 눈을 감은 전투기도 하지만 조선과 왜 그리고 명나라까지 합류해 약 1000여척이 싸운 역사적 해전이다. 뿐만 아니라 임진왜란 7년 전쟁 중 유일한 야간전이었다.최근 재미로 해 본 MBTI가 ENFP가 나왔다는 이무생. 그는 “집에서도 아무것도 안 하고 표현도 잘 안하는 편이라 카메라에서 감정을 다 표출하는것 같다”고 했다. (사진제공=(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평창동계올림픽이 열렸던 곳인데 큰 배 세 척이 모두 들어가 있더라고요. 배우로서 쉽게 경험해보지 못할 거대하고 신나는 경험이었고요. IT신기술인 워터 시뮬레이션과 디지털 휴먼등이 사용됐는데 제작진들이 래퍼런스 영상을 잔뜩 보여주셔서 저는 되려 강풍기만 잘 버티면 되는거였어요.(웃음)”이무생의 명품 연기는 ‘생 로랑’의 브랜드와 함께 신조어를 낳을 만큼 대중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앰버서더(홍보대사)제의는 없었냐고 묻자 “왔으면 벌 써 왔을 것”이라면서 “감히 ‘이무생로랑’이라고 불리는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미소지었다. 최근 이영애와 함께 찍은 tvN 토일드라마 ‘마에스트라’로 또다시 여심을 저격하는것에 대해선 나름의 해석을 내놨다.“인간 이무생과 비슷한 캐릭터는 단 하나도 없다고 단언합니다. 작품의 매력을 최대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연기를 통해 평소에 못한 텐션을 터트리는거죠. 연기는 나 좋자고 하는 일입니다. 내가 좋아서 하는일을 보고 좋아해주시는 분들을 보면 큰 원동력을 얻죠. 늘 경거망동 하지 않고 무성할 무(茂), 살 생 (生)이라고 지어주신 부모님의 뜻에 따라 무성하게 우거진 삶을 살겠습니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10 11:38 이희승 기자

[비바100] 김태리의 피, 땀, 눈물 그리고 '외계+인'

지구인들의 뇌에 외계인 죄수들을 가둔다는 기발한 설정에서 시작한 영화 ‘외계+인’의 1부와 2부의 시작과 마침표를 찍는 김태리. 사진제공=CJ ENM)데뷔 이래 가장 짧은 헤어스타일로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김태리의 표정은 유독 밝았다. 후반 작업의 90%를 뒤집으며 편집실에서 살았던 최동훈 감독의 노력을 아는 그는 10일 개봉을 앞둔 ‘외계+인’ 2부에 대해 “오랜만에 관객입장에서 즐긴 영화”라고 말문을 열었다. 지난 2022년 개봉한 ‘외계+인’ 1부는 제작비 360억원의 SF대작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160만명의 관객수 동원에 그쳐 최 감독 연출 인생에 흑역사를 남기며 씁쓸하게 퇴장했다. 지구인의 몸에 가둬놓은 외계 죄수들이 탈옥하고 시간의 문이 열리면서 죄수들과 이를 쫓는 또다른 외계인 그리고 인간이 고려 말기에 불시착한 주인공들의 타임리스를 다룬 스토리가 관객들의 극명한 호불호로 갈린 것. 하지만 OTT시장의 반응은 달랐다.각기 다른 배경의 캐릭터들이 맞붙는 ‘외계+인’2부의 공식 포스터. 인류멸망의 재앙을 막을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진 ‘신검’을 찾으려는 이안(김태리) 그리고 무륵(류준열)이 고려 시대와 현대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벌이는 모험의 여정을 담았다. (사진제공=CJ ENM)뒤늦게 찾아본 안방관객들은 1부의 재미를 각종 SNS와 관련 게시판에 올리며 2부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최 감독은 끊었던 담배를 다시 물고 과거 영화 ‘타짜’ ‘전우치’에서 보여준 기발함 그리고 ‘도둑들’과 ‘암살’로 1000만 신화를 쓴 대중성을 ‘외계+인’ 2부에 녹여냈다.“저에게 이안이는 3년 전에 보낸 아이죠.(웃음) 하지만 배우로서 1부와 2부의 간극인 1년 반을 기다린 보람을 느낍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저에게 사람을 남긴 작품이고 엔딩 시퀀스가 따듯해서 뭔가 울컥한 느낌이에요. 더할나위없이 완벽한 마무리죠.”김태리는 ‘외계인’ 시리즈를 한마디로 정의해 달란 말에 주저없이 ‘사랑’이라는 단어를 골랐다. 시나리오에 적힌 전투장면을 위해 기계 체조를 배우고 주연보다 더 즉흥연기를 잘 해내기로 유명한 감독에게 다음날의 숙제(?)를 하달 받는 치열한 현장이었다.“만약 너라면 여기서 어떤 대사를 할 것 같아?”라는 질문은 각본을 직접 쓴 감독이 얼마만큼 배우들을 믿고 지지했는지가 가늠되는 부분이다.“영화에는 신검으로 나오지만 사실 대본에는 ‘시간의 칼’이라고 적혀 있어요. 감독님의 저 질문은 늘 저를 긴장하게 만들었죠. 내내 시험을 보는 느낌이었지만 그만큼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대사로 ‘썬더, 해 낸거야?’를 내놨는데 채택됐는지는 영화로 확인해 주세요.(웃음)”인터뷰 중간 김태리는 “2부는 1부를 보지 않아도 충분히 빠져들 수 있는 작품이다.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 자체를 즐기셨으면 좋겠다”며 52가지 버전의 편집본을 만든 최 감독의 마음고생이 연상된듯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도. (사진제공=CJ ENM)현장에서는 영화의 엔딩 OST로 쓰인 로이 오비슨의 ‘인 드림스’(In Dreams)가 내내 흘렀다. 배창호 감독의 ‘젊은 남자’(1994)에서도 사용됐던 이 노래는 고려 시대와 현대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촬영이 배우들에게조차 ‘한낱 꿈’일 수 있음을 간과하지 않는다. “모두가 이별하는 순간에 나오는 그 노래가 각각의 감정을 한 순간에 녹이더라고요. 개인적으로 극 중 두 신선의 캐릭터에 애정이 큰데 고어가 섞인 그 대사를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어요. 이왕이면 흑설(염정아)은 어떨까요? 선배님처럼 잘 어울리려나….”(사진제공=CJ ENM)국내 영화시장의 비주류 장르인 SF를 한국 정서로 녹여낸 ‘외계+인’ 2부는 1부의 떡밥을 대부분 회수하고 기발하게 마무리한다. 짧은 시간 안에 폭소가 터지는 장면은 역시나 최 감독만의 장기다. 타임리스를 통해 서울 모처의 헬스센터에 떨어진 청운(조우진)은 “이성계가 왕이 되었소?”를 외치고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어린 무륵이가 도사(류준열)가 돼 눈 앞에 있는데도 “뭔가 시무룩한 이름이었는데…”라고 읊조리는 식이다. 대사로 나오는 ‘뜰 앞의 잣나무’는 ‘외계+인’ 2부가 지닌 화두기도 하다. 인생에서 결정해야 할 수많은 선택과 만남에 대한 선문답이 여러 번 반복된다.“만약 시간을 거스를 수 있다면 심각한 쫄보라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도, 미래를 알고 싶지도 않아요. 현실에 안주하며 잘 살아야죠. 다만 제가 확실히 느끼는 건 제가 하는 작품마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그 인연이 운명이 될 수 있다는 거예요. 저는 그 대사가 너무 좋아요. 늘 나의 뜰 앞에 소중한 잣나무들이 있기를.”김태리는 ‘외계+인’ 이전에도 다양한 변신을 우선적으로 선택해 왔다. 조선의 정신적 지주인 양반가문 출신의 독립투사(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와 쓰레기를 회수하는 우주비행사(영화 ‘승리호’)를 필두로 최근에는 귀신들린 흙수저 청춘(드라마 ‘악귀’)으로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올해는 드라마 ‘정년이’를 통해 한국전쟁 직후 여성 국극단의 숨겨진 이야기를 시청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모든 액션이 신나고 재미있지만 총기 액션은 너무 자신있죠. 그런데 손이 작은 편이라 총구에 손가락이 안 걸리는 신체적인 결함이 있는 건 비밀이에요. 연기를 안 할 때는 하루종일 만화책을 보고 디아블로를 즐겨해요. 항상 하루를 충실히 살자는 주의라 배우를 안 했어도 이 정도의 삶을 살았을 겁니다. 제 방식이나 태도는 변함이 없을 거란 걸 잘 알아요.”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08 18:30 이희승 기자

[‘쁘띠’리뷰+나무 한 그루]‘희망’을 내포한 나무를 닮은, 2024년의 ‘사랑스러운’ 고고 신구와 디디 박근형의 ‘고도를 기다리며’

“나무 빼고 다 죽었네.”디디(블라디미르, 박근형)는 침묵 끝에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고고(에스트라공, 신구)·디디의 그림자와 나무가 꽤 오래 정지된 채 서 있다 극은 막을 내린다. 그렇게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En attendant Godot, Waiting for Godot 2월 18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의 마지막은 그 여운이 유난히 길다.처음 ‘고도를 기다리며’를 본 건 대학에 입학한 스무살 무렵이었다. 그 정체도 알 수 없고 약속도 지키지 않는 고도라는 존재를 마냥 기다리기만 하는 허름한 두 노인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노인들에 대한 반항심이 불거졌고 럭키(박정자)를 핍박하는 포조(김학철)에 분기탱천한 기억 뿐이었다.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고고 역의 신구(왼쪽)와 디디 박근형(사진제공=파크컴퍼니)아일랜드 출신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의 대표작으로 패트릭 스튜어트, 이안 맥켈런(Ian McKellen), 로빈 윌리엄스(Robin Williams), 스티브 마틴(Steve Martin) 등 유명 배우들이 거쳐간 ‘고도를 기다리며’의 내용은 변한 것이 없다.산울림극장에서 임영웅 연출, 그의 아내인 오증자 번역가 역본으로 1969년 초연을 올린 후 이 프로덕션만도 1500회 이상 공연돼 22만여 관객을 만났고 다양한 극단에서 수많은 연출과 배우들이 무대에 올렸던 그 극임에는 틀림없다. 물론 출연 배우들이나 연출, 극단 등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지만 앙상한 나무 한 그루가 서있는 무대가 대부분이었다. 인간의 육체적, 탐욕적인 면을 상징하는 비관적인 고고와 지적이고 철학적이며 고도가 올 거라 믿는 낙천주의자 디디가 국도 옆 앙상한 나무 아래서 올 듯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는 이야기에도 변함이 없다.두 사람이 고도를 기다리는 여정에 권위적이고 멋 부리기 좋아하는 포조와 그의 짐꾼이자 노예 럭키, 고도의 심부름꾼 소년(김리안)이 함께 하는 것도 같다.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고고 역의 신구(왼쪽)와 디디 박근형(사진제공=파크컴퍼니)그렇게 극 자체는 변함이 없고 그저 세월이 흘렀을 뿐인데 ‘고도를 기다리며’는 완전히 다른 극으로 다가온다. 그 흐른 세월만큼 내면에 쌓인, 보는 이들이 가진 삶의 궤적과 신구·박근형 그리고 박정자, 김학철이라는 배우들이 가진 묵직함이 내는 시너지일지도 모른다.특히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기의 달인 경지에 다다른, 사실은 그 경지를 넘어 ‘사랑스러운’ 지경에 이른 고고 신구와 디디 박근형은 존재 그 자체로 ‘고도를 기다리며’의 완성처럼 보이기도 한다. 배우가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고고와 디디 그 자체가 아닐까 싶을 정도의 연기와 더불어 꽤 오래 정지화면처럼 나무 곁에 선 두 사람의 마지막은 이 극의 정수다. 오경택 연출은 '고도를 기다리며'의 나무에 대해 '희망'을 표현하고 있다고 밝혔다.(사진=허미선 기자)이 나무에 대해 오경택 연출은 “2막의 나무는 1막과 달리 약간의 잎이 피어나 있다”며 “이 잎들은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희망을 표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나무 옆에 고고와 디디 두 인물이 함께 서있는 것 또한 오지 않을 수 있는 희망을 함께 기다린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삶의 모습이라 생각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1-05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인생의 길이 안 보인다면, 이 영화! '행복의 속도'

일본의 봇카는 자부심이 대단한 직업군이다. 영화 ‘행복의 속도’는 지금은 거의 남아있지 않은 봇카인 아가라시 히로아키, 이시타카 노리히토, 타다 쇼헤이의 삶을 천천히 따라간다.(사진제공=(주)영화사진진)만약 행복에 속도를 잰다면 결코 ‘빠름’은 아닐 것이다. 아니, 어울리지 않는다. 지난 2021년 다큐멘터리 영화 ‘행복의 속도’는 바로 그 물음에 114분이란 시간 동안 답한다. 두 시간이 채 안되는 러닝타임 속 주인공은 일본의 오제 국립공원에서 일하는 봇카들이다.해발 1600m에 위치한 고산습원으로 면적이 약 3만 7200ha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의 자연습지로 다양한 생태계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다. 다양한 희귀 식물을 간직한 자연 박물관으로 불리며 공원의 대부분이 특별보호구역 및 특별천연기념물로 선정된 학술적 의의가 뛰어난 생태 공원이다.지난 2021년 11월 정식 개봉한 영화의 포스터. (사진제공=(주)영화사진진)한때 수많은 젊은이들이 몰렸던 봇카는 여러 산장으로 짐을 나르는 등짐 배달부를 일컫는 말이다. 일본에서도 오제국립공원에만 있는 직업군으로 매일 50~100kg 짐을 지게에 지고 산장을 오간다. 지금은 일주일에 한번 헬기를 띄워 무거운 짐을 옮기지만 여전히 차가 진입할 수 없는 길목에 위치한 산장들이 반기는 건 봇카들이다.주인공 이가라시는 20년차 봇카로 식재료와 생필품 그리고 산장에서 개인적으로 부탁한 택배나 편지들을 지게 사이에 넣고 ‘걸어서’ 옮긴다. 등짐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이들은 자동차와 철도의 발달, 인건비의 급등으로 사양길로 접어든 직종이면서 고작 6명만 남은 전문직종이기도 하다.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 사이에서 사람의 키 두 세배에 달하는 지게를 진 봇카의 모습은 늘 눈에 띈다. 천혜의 자연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지키려는 국립공원답게 오제를 가는 길은 조촐하기 그지없다. 그 중 광활한 습지를 지나는 방법은 일방통행으로 겨우 몸만 지날 수 있는 목판으로 된 외길을 걷는 것 뿐이다. 조금만 삐끗해도 습지에 빠지고 그 곳을 지나면 다시 가파른 산세가 이어진다. 산장은 등산객들이 유일하게 쉴 수 있는 곳이자 봇카들의 돈줄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희생과 균형 그리고 인간애가 가득하다. ‘행복의 속도’를 보면 봇카들의 일상은 꽤 단순하다. 아침에 각자 가야 할 곳의 산장 리스트를 받고 짐을 추린다. 우선적으로 배달해야 할 물품을 구분하고 쓰러지지 않게 쌓는 것은 각자의 노하우에 달렸다. 정오가 되기 전에 약속한 산장에 가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다. 도착한 곳에서 대접받은 한끼 밥상은 도시와는 달리 소박하지만 늘 푸짐하기 그지없다. 그 그릇을 깨끗하게 비우고 돌아서는 것이 봇카의 퇴근이다.지역적 특성상 겨울이 긴 이 곳의 봇카들은 늘 서브잡을 뛰어야 생활이 가능하다. (사진제공=(주)영화사진진)영화는 이가라시의 일상을 촘촘하게 따라간다. 사실 젊었을 때 그는 밴드를 결성해 활동했다. 지금의 정적이고 단순한 삶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지만 봇카를 통해 그는 자연이 주는 힐링과 욕심을 내려놓는 법을 배웠다. 봇카는 정규직이지만 사실상 겨울에는 실업자에 가깝다. 눈이 내리면 위험하기도 하고 국립공원의 자연재생을 위해 자체적으로 문을 닫기 때문. 그렇기에 그들은 겨울이 시작되면 또 다른 직업을 구해야 한다.또 다른 주인공 이시타카는 정규직이면서 또다른 비정규직을 계절마다 구해야 하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타파해 보려한다. 사라지고 있는 직업에 안주하지 않고 청년봇카대를 결성해 도시에 나가 영업을 한다.극 중 이가라시의 아내 역시 몇 안되는 여성 봇카로 활동했다. (사진제공=(주)영화사진진)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단순히 산장업무가 아닌 사람이 직접 옮겨야 하는 수많은 물건들을 찾아나선다. 헬기가 뜨지 못하는 곳이나 높은 빌딩의 물건 나르기 같은 틈새시장을 공략하자는 것. 지역 방송국의 무거운 배터리를 옮기거나 같은 마음을 가진 산악회를 접촉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연출을 맡은 박혁지 감독은 2016년 7월 방영된 EBS ‘길 위의 인생’을 찍으며 봇카라는 직업을 알게 됐고 아예 작정하고 두 인물을 대립시켰다. 부상을 당하면 아예 일을 할 수 없는 두 가장의 대립된 일상을 통해 ‘같은 일을 하는 다른 인간’의 시각을 관객에게 선보인다. 재미있는 건 이가라시의 엄마는 “네가 행복한 일을 하면 됐다”며 손자들과 즐겁게 노는 반면 이시타카의 아빠는 “월급은 제대로 나오는거냐?”고 걱정한다는 사실이다.둘 다 이 직업에 대한 만족도와 자긍심은 남다르지만 한 사람은 묵묵히, 한 사람은 적극적으로 일을 확장시킨다는 점이 흥미롭다. 천천히 가도 된다는 베테랑 이가라시와 봇카를 널리 알고싶은 이시타카는 지금도 여전히 오제의 나무 길을 앞서거니 뒷서거니 오가며 변치않는 우정을 과시하고 있다.이가라시가 오제로 가는 과정을 즐긴다면 이시타카는 오제에서의 결과물인 짐배달의 완벽성에 집중한다.두 사람의 유일한 공통점은 오제의 자연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점이다. (사진제공=(주)영화사진진)각자 다른 방향과 속도로 나아가는 주인공들의 삶은 오제의 사계절을 배경으로 하며 힐링 그 자체다.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장 일본행 항공권을 끊고 싶을 정도로 오제만이 가지진 풍경은 독특하다. 지리산 속 같다가도 갑자기 순천만의 풍경이 연상되지만 확실히 일본만의 정갈한 매력이 화면 가득하다. 무엇보다 “빠르지 않아도 괜찮다”는 이들의 깊은 울림은 인생의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는 위로로 다가올 게 분명하다.남들이 걷지 않는 길을 가지만 각자의 행복을 찾아 나서는 두 사람의 모습은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직전 4K로 촬영됐다. 지난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와 제18회 EBS국제다큐영화제 공식 초청된 후 화제작으로 떠올랐으며 현재 웨이브에서 단독으로 만날 수 있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03 18:30 이희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