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영화연극

[B그라운드]매직램프 동굴부터 ‘어 홀 뉴 월드’까지! 미리 만나는 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매직 램프 로드’

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중 매직 램프 동굴(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Aladdin The Musical, 11월 22~2025년 6월 22일, 11월 17~21일 프리뷰 기간 샤롯데씨어터) 한국 초연을 미리 맛볼 수 있는 팝업스토어(10월 13일까지 더현대 서울 5층 에픽서울)가 차려졌다. 실제 뮤지컬 속 장면을 테마로 호랑이 입을 구현한 ‘케이브 오브 원더’(Cave of Wonders)로 들어서면 금빛으로 번쩍거리는 매직 램프 동굴, 마주하고 있는 자스민 룸과 ‘어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 존 그리고 의상 및 장신구가 전시된 공간과 플레이 존이 이어진다.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입구인 케이브 오브 원더(사진=허미선 기자)‘진흙 속 숨겨진 다이아몬드’처럼 고귀하고 선택받은 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매직 램프 동굴 존은 알라딘이 케이브 오브 원더를 통해 들어서 지니를 처음 만나는 곳으로 2미터 규모의 거대 금빛 램프와 금은보화들로 그득하다.막 중 가장 화려한 ‘프렌드 라이크 미’(Friend Like Me)라는, 안무·조명·배경·의상 등 디즈니와 ‘알라딘’ 무대 예술이 응축된 장면에 등장한다. 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중 ‘홀 뉴 월드 존’(사진=허미선 기자)실제 공연 중 사용되는 램프의 재질, 패턴, 컬러, 외양까지를 그대로 살린 매직 램프는 10주년을 맞아 브로드웨이 극장로비에도 설치된 것으로 디즈니 시어트리컬 그룹과 디자인부터 공정까지 공유하며 제작기간만 4개월이 걸린 아이템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마주 하고 있는 자스민 룸과 ‘어 홀 뉴 월드’ 존은 “뮤지컬 ‘알라딘’의 무대 예술이 어떤 식으로 디자인되는지를 볼 수 있다.” 24번의 토니 어워즈를 수상한 뮤지컬 ‘알라딘’ 크리에이티브 팀이 공연화에 앞서 모로코를 방문해 영감 받은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중 자스민의 방(사진=허미선 기자)페르시안 카펫, 모로코 직물, 이슬람 양식의 건축, 빅토리아 시대의 예술, 1930, 40년대 할렘의 코튼클럽에서 영감 받은 바닥, 벽면, 천장, 창 등에 쓰인 이국적인 패턴들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더불어 다채로운 기하학 패턴이 디자인에 차용된 300여벌의 의상, 장신구 등 중 알라딘, 지니, 자스민 등이 착용하는 일부가 전시돼 있다.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플레이 존 중 포스터 월(사진=허미선 기자)팝업스토어 마지막에는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는 플레이존이 자리잡고 있다. 알라딘 역의 김준수·박강현·서경수(이하 가나다 순), 지니 강홍석·정성화·정원영, 자스민 민경아·이성경·최지혜 등 뮤지컬 ‘알라딘’ 한국초연 주연배우들의 포스터들로 꾸린 포스터 월과 포스터 메이킹 부스, 배우들 손글씨로 된 럭키 멘트 스탬프로 나만의 램프 꾸미기 등을 즐길 수 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알라딘’ 팝업스토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2024-10-02 19:30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정상훈 “아픈 사람도 일으키는 웃음, 코미디가 참 좋아요!”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에서 1인 9역의 다이스퀴스를 연기 중인 정상훈(사진제공=잼엔터테인먼트)“저는 웃음이 아픈 사람들을 일으킨다고 생각해요. 웃음만큼 돈 없이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게 또 있을까요? 사람들이 주위 분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면 좋겠어요. 그게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전 코미디가 참 좋아요.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게. 누군가 그게 원동력이 돼 한 순간이라도 웃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감사해요.”자타공인 ‘웃음 장인’다운 말이었다.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A Gentleman‘s Guide to Love and Murder, 10월 20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9명의 다이스퀴스를 연기 중인 정상훈은 “웃음의 핵심은 공감대 형성”이라고 털어놓았다.“그것이 아마도 제 강점이 않나 생각도 들어요. 웃음에서 자꾸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게 좀 불편해요. 그냥 흘러가도 된다고 생각해요. 웃음은. 웃으면 ‘장땡’이잖아요. 우리가 쇼츠(Shorts)나 릴스(Reels)를 볼 때 웃기니까 웃고 기분 좋아서 웃는 것처럼요.”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에서 9명의 다이스퀴스를 연기 중인 정상훈(사진제공=쇼노트)‘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은 지독히도 가난하지만 사랑에도, 세상에도, 삶에도 순수했던 청년 몬티 나바로(김범·손우현·송원근,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가 런던 최고의 귀족 다이스퀴스 가문의 8번째 백작 후계자였음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1900년대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몬티 나바로와 다이스퀴스 가문 후계자들(이규형·정상훈·정문성·안세하), 오매불망 연인 시벨라 홀워드(류인아·허혜진)와 결혼 상대로 적합한 피비 다이스퀴스(김아선·이지수) 등이 펼쳐가는 좌충우돌 블랙코미디다.2018년 한국 초연 후 2020년, 2021년에 이은 네 번째 시즌으로 이 작품의 백미는 음악, 풍자와 더불어 몬티가 백작이 되기까지 한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빨리(Quick) 죽는(Die) 다이스퀴스 가문 후계자들이다.◇웃음 안에 담긴 탐욕 “알아주시면 감사하지만 그저 웃음 만으로도 괜찮아요!”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에서 1인 9역의 다이스퀴스를 연기 중인 정상훈(사진제공=잼엔터테인먼트)“이 극본을 쓸 때 제가 만약 참여했다면 너무 행복했겠다 싶어요. 저는 이런 결이 되게 좋거든요.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 자체가 어둠을 가지고 있잖아요. 이 작품에서는 ‘죽음’이라는 어두운 측면을 가지고 있죠.”최고 권력 집안의 후손임을 알고도 “그저 일자리 하나”를 부탁하는 순박함과 첫사랑 연인 시벨라만을 바라보던 순정의 소유자였던 몬티는 다이스퀴스들이 죽어나갈수록 백작 자리는 물론 두 여자 모두를 가지고자 하며 인간 본연의 탐욕과 욕망을 불태운다.“인간은 누구나 수직 상승 욕구가 있어요. 누구라도 돈을, 권력을 가지고 싶어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잖아요. 몬티의 행동이 윤리적 잣대로 보면 잘못됐죠. 하지만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극의 구조를 너무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그리곤 “이 작품 이후 이야기가 만약 나온다면 (마지막에 등장한 또 다른 다이스퀴스 가문의 숨겨진 후손) 천시가 백작에 오른 몬티랑 일대일로 계속 결투를 벌이지 않았을까 싶다”고 털어놓았다.“다른 다이스퀴스들이 다 죽어서 딱 둘 뿐이잖아요. 여전히 암투가 벌어지겠죠. 어쩌면 백작인 몬티를 죽인 후에는 가족들끼리 암투를 벌일지도 몰라요.”내면 깊숙이 누구나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탐욕과 욕망, 이를 건드리면서도 공감대를 끌어내는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은 웃음 자체가 극이 가진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와도 같다.“한 혈통이라는 걸 이용해 9명을 한 배우가 연기하도록 한 그 뼈대 자체가 기발한 아이디어 같아요. 그런 설정 없이 누군가를 죽인다면 좀 불편했을 수도 있어요. 근데 한 사람이 계속 죽잖아요. 하물며 과격할 수도 있는 죽음의 첫 번째는 영상을 이용해 재밌게 풀었어요. 떨어져서 피가 번지는데도 사람들은 신기해 하면서 웃거든요. 블랙 코미디적 요소를 정말 극대화한 작품 같아요.”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에서 9명의 다이스퀴스를 연기 중인 정상훈(사진제공=쇼노트)1인 9역의 다이스퀴스와 그들을 차례차례 해치우며(?) 백작 자리에 가까워지는 몬티에 포복절도 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이렇게 웃어도 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이, 코미디가 어려운 것 같아요. 웃기는 것만큼 그 안에 페이소스(Pathos)를 담는 게 중요하거든요. 캐릭터에,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그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인간이 가진 탐욕스러운 부분을 담아뒀어요. 그 웃음 안에 담고자 노력했던 것들을 관객 분들이 알아주시면 너무 감사한 일이죠. 하지만 그저 웃음으로 끝난다고 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요.”◇4년만의 무대 복귀, 다시 한번 ‘젠틀맨스 가이드!’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에서 9명의 다이스퀴스를 연기 중인 정상훈(사진제공=잼엔터테인먼트)“재연 때는 코로나가 너무 심해서 관객들을 제대로 만나질 못했어요. 영상화, 띄어 앉기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지만 박수도 칠 수 없었고 맘껏 웃을 수도 없었죠. 그 아쉬움이 너무 커서 무조건 이 작품은 다음 시즌에 꼭 해야지 했는데 3연은 드라마 촬영이 겹쳤어요.”수십년도 전 ‘스팸어랏’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재범·김대종 배우와 연극 ‘아트’ 무대에 함께 오르고 싶어 직접 발 벗고 나서 백화점 행사 7개를 영업해올 만큼 간절했던 정상훈은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 재연에 이어 4년 만에 무대로 돌아왔다.아쉬움이 깊어진 만큼 “이번엔 무조건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돌아온 그는 “내가 이렇게 무대를 좋아했나 싶은 생각이 다시금 들 정도로 너무 좋다”고 털어놓았다.“너무 너무 좋아요. 무대는 진짜 솔직하거든요. 연습 양 만큼, 고민한 만큼 그대로 드러나죠. 때로는 과할 때도 있고 예상을 빗나가기도 하지만 제가 고민해서 만들어 놓은 코미디가 검증받는 느낌이랄까요. 캐릭터 변화를 좀 더 주기 위해서 속도를 높이거나 늦추는 등 계산이 딱 맞아 떨어지면 그대로, 안맞아 떨어져도 그것대로 너무 재밌어요. 무대에서 너무 너무 행복해요.”그리곤 “제일 기분 좋은 소리는 아무 정보 없이 오신 분들이 극을 다 보고서야 놀라시면서 하시는 ‘9명이 다 다른 사람 아냐’라는 말”이라며 “짜릿하다”고 부연했다. ‘김종욱찾기’부터 1인 7역의‘아이러브유’, 40여개의 역할을 소화한 ‘구텐버그’ 등 웬만한 대학로 작품의 멀티는 다 거친 그는 스스로의 표현처럼 ‘멀티의 시초’이자 ‘퀵 체인지 스페셜리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퀵 체인지 동선을 짜주기도 했어요. 한쪽에서 분장팀이 수염을 떼는 동시에 의상팀이 모자를 씌우고 재킷 소매에 팔을 끼우고 뒤로 제끼면 물 한 모금 마시고 바로 안경을 쓰고 무대로 들어가요. 나오자마자 10초 안에 인물에 대해 설득을 시켜야 해요. 관객들이 그 인물에 빨리 빠져들어 몰입할 수 있게요. 유야무야 앞뒤 인물이 섞이면 매력도, 완성도도 떨어지거든요.”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 다이스퀴스 역의 정상훈(사진제공=쇼노트)이어 “의상이나 분장이 다른 인물처럼 보이는 데 도움을 주지만 서있을 때의 자세와 높낮이로 변화를 주는 편”이라며 “목소리나 동작으로 변화를 주면 인물이 좀 더 밀도 있게 표현되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애덜버트가 똑바로 서 있다면 에스퀴스는 한쪽으로 삐딱하고 헨리는 안짱다리로 서서 스누피처럼 손을 꽈요. 목소리도 하이와 로우로 변화를 계속 줘요. 9명 인물 중 확 구분되지 않아서 고민 중인 다이스퀴스가 에스퀴스 2세와 헨리죠.”그는 “에스퀴스 2세 목소리를 좀 더 느끼하게 하고는 있는데 좀 더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을지, 애덜버트는 할아버지 목소리를 내다보니 목에 무리가 가서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털어놓았다.“다 나쁘지만 제일 나쁜 다이스퀴스는 레이디 히야신스가 아닌가 싶어요. 나쁜 짓을 해서 혹은 물려받으면서 권력을 가지고 부를 누리는 건 보기에도 나쁘잖아요. 하지만 누군가를 돕는다는 명목 하에 남의 돈을 자기 돈인 양 사리사욕을 채우고 있잖아요. 어떻게든 단속에 걸려서 죗값을 받았으면 좋겠어요.”◇보컬특훈 그리고 전혀 다른 매력의 세 몬티와 다이스퀴스 정문성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 몬티 나바로 역의 송원근(왼쪽부터), 김범, 손우현(사진제공=쇼노트)“다양한 방법으로 죽는데 저는 빨리 죽는 편이에요. 이 작품은 특히나 노래의 힘이 너무 좋거든요. 빨리 죽고 넘버로 표현하고자 하는 욕심을 좀 부리고 있죠. 그래서 이번에 돌아오면서는 노래에 진짜 많이 투자를 했어요.”이를 위해 정상훈은 거미와 조정석 부부에게 보컬특훈(?)을 받는가 하면 성악과 출신의 ‘하데스타운’ ‘영웅’ ‘노트르담 드 파리’ ‘웃는 남자’ ‘명성황후’ ‘레미제라블’ ‘미세스 다웃파이어’ 등의 뮤지컬 배우 양준모 그리고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 앙상블들에게 묻고 또 물으며 연구를 거듭했다.“뮤지컬에서 노래는 감정을 담아야 한다는 생각에 정말 많이 묻고 배웠어요. 감정을 충분히 담으면서도 목을 보호할 수 있는 창법, 고음을 올리는 노하우, 호흡법 등에 대해 연구를 진짜 많이 했어요. 신세계를 만난 것 같아요.”정상훈은 “몬티도, 다이스퀴스도 너무 다양해서 재밌다”며 “연습실부터 무대까지 진짜 열심히들 한다. 묘하게 긴장감도 있고 좀 더 돋보이기 위해 치열하게 연구하면서 상승 효과,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 다이스퀴스 역의 정문성(사진제공=쇼노트)“우리 (손)우현이는 장난꾸러기에요. 개구지고 되게 열정이 넘치죠. 애가 힘이 좋아요. 우현이가 얼굴 잘생긴 흙수저에서 금수저가 되는 몬티라면 반대로 (김)범이는 진짜 귀족이었는데 자리를 뺏겼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죠. (송)원근이는 워낙 뮤지컬을 오래 해온 배우다 보니 경력직과 경력직이 맞붙는 느낌이에요. 그래도 늘 내가 이긴다는 마음으로 대하고 있죠.”3연부터 다이스퀴스로 분하고 있는 정문성은 정상훈과 tvN 드라마 ‘빅 포레스트’에서 인연을 맺은 사이다. 그는 “연기를 너무 잘하는 배우였다”고 떠올렸다.“코미디도 어떻게 그렇게 잘하고 딕션도 맛깔 나는지…딱 헨리 같아요. 헨리에서 파생된 문성이를 정말 사랑하거든요. 팔색조 같아요. 무슨 연기든 그렇게 잘해요.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고 유연성도, 호흡도 되게 좋죠.”◇그저 열심히 할 뿐 “행복이 퍼져나가길 바라요”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에서 1인 9역의 다이스퀴스를 연기 중인 정상훈(사진제공=잼엔터테인먼트)“관객들의 취향은 정말 다양해요. 관객 모두를 설득한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이에요. 반만 설득해도 대단한 거죠. 다만 그건 분명해요. 열심히 하면 무조건 설득이 된다는 사실이죠.”이어 정상훈은 “배우가 열심히 하면서 에너지를 주려고 애쓰면 관객들을 감복하게 만든다”며 “나태해지지 않고 요령 피우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앞으로 그냥 열심히 하겠다는 거 말고는 드릴 말씀이 없어요. 그게 당연한 제 일이기도 하죠.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을 보고 많은 분들이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행복함이 널리 퍼져나가기를 바랍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9-17 18:00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이해준 “5년 같은 2년, 느티나무 같은 앙드레로 찾은 진짜 나!”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앙드레 역의 이해준(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회차는 적었지만 ‘모차르트!’로 첫 주연을 맡으면서 엄청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저한테는 버거운 작품이었죠. 그 버거움을 견뎌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숙제처럼 넘어야할 관문이었죠. 그렇게 ‘모차르트!’를 겪고 나니 저도 모르게 어느 정도는 강해져 있더라고요. 경미하지만 부상에도 끝까지 해냈다는 자신감도 생겼죠.”그렇게 ‘모차르트!’로 첫 대극장 주연작을 마무리한 이해준은 ‘마리 앙투아네트’ 악셀 폰 페르젠 백작, 10주년을 맞은 ‘프랑켄슈타인’ 앙리 뒤프레·괴물 그리고 신작 ‘베르사유의 장미’(La Rose de Versailles, 10월 13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의 앙드레 그랑디에(이해준·고은성·김성식, 이하 관람배우·가나다 순)로 연달아 무대에 서고 있다.7, 8월은 ‘베르사유의 장미’ 개막이 미뤄지면서 ‘프랑켄슈타인’과 맞물려 분주했던 그는 뮤지컬 ‘렌트’(Rent)의 극작가 조너선 라슨의 이야기를 다룬 ‘틱틱붐’(Tick, Tick...Boom! 11월 16~2025년 2월 2일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을 차기작으로 확정한 상태다.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앙드레 역의 이해준(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사실 진짜 어려웠던 시기는 ‘마리 앙투아네트’ 공연을 할 때였어요. ‘마리 앙투아네트’ 공연에 ‘프랑켄슈타인’ ‘베르사유의 장미’ 연습까지 겹쳤었거든요. 괴물을 위해 생전 처음으로 몸도 만들어야 했죠. 너무 행복한데도 과부하가 걸리면서 다 감당할 수 있을까 부담감이 컸어요.”이어 이해준은 “너무 외롭고 춥거나 누군가를 사랑하는데 잘 안돼 슬프고 우울한 캐릭터를 쉼없이 연달아 하다 보니 리프레시할 수 있는 시간이 좀 부족했던 건 사실”이라며 “그걸 작품 안에 최대한 녹여내려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처음에는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너무 힘들었어요. 결국 수능 입시생처럼 일 관련을 제외하고는 외부와 단절하고 운동과 레슨에 집중했죠. 이런 기회가 앞으로도 다시는 없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오히려 잡생각도, 스트레스도 사라진 것 같아요.”◇오스칼과 앙드레, 사랑을 넘어 느티나무처럼!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앙드레 역의 이해준(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왕용범 연출님과는 ‘프랑켄슈타인’에 이어 두 번째 작업인데 연기적인 부분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굉장히 디테일하게 디렉션을 주는 스타일이세요. 앙드레가 서사나 감정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숨은 연기를 해야하는 캐릭터다 보니 서사가 부족해 보이지만 되게 짠해요. 그 숨은 연기를 보는 맛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작품 개발과정 중 콘서트부터 앙드레로 분했던 그는 “6개월 넘게 되게 장기공연을 하고 있는 느낌”이라며 “그래선지 첫 공연은 떨리곤 하는데 ‘베르사유의 장미’는 무언의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캐릭터에 대한 사랑이랄까요. 앙드레가 이미 오스칼을 사랑하고 있다는 관계성과 서사가 이미 전개된 상태로 극이 시작해요. 귀족인 오스칼과의 신분 차이가 컸으니 사람 혹은 친구로서 오스칼을 존경하고 동경하고 사랑할 수는 있지만 선을 넘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늘 바라만 보는 존재였던 것 같아요.”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는 이케다 리요코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프랑켄슈타인’ ‘벤허’ ‘삼총사’ ‘영웅본색’ ‘신데렐라’ ‘잭더리퍼’ ‘조로’ 등으로 호흡을 맞춘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작곡·음악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그간 제가 했던 캐릭터들이 그랬어요. ‘베토벤’의 카스파도, ‘마리 앙투아네트’의 페르젠도 형 혹은 마리를 위해 헌신하는 캐릭터였죠. 그게 쌓이다 보니 앙드레의 서사를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대대로 프랑스 왕실 근위대를 이끌어온 자르제 가문의 막내딸로 태어났지만 아들로 키워져 근위대장이 된 오스칼 프랑소와 드 자르제(김지우·옥주현·정유지)의 이야기다.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앙드레 역의 이해준(왼쪽)과 오스칼 옥주현(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너무 늦게 깨달아 버린 소꿉친구 앙드레 그랑디에에 대한 사랑 그리고 오스칼·앙드레와 더불어 반쪽짜리 귀족으로 부조리한 세상에 혁명을 부르짖는 신문기자 베르날 샤틀레(박민성·노윤·서영택), 마리 앙투아네트를 조정하는 폴리냑(리사·박해미·서지영) 부인의 버려진 딸로 길러준 엄마의 복수를 꿈꾸는 로자리 라 모리엘(유소리·장혜린) 등이 꿈꾸는 ‘내가 살고 싶은 세상’에 대한 이야기기도 하다. “다른 사람의 행복과 인생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걸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죠. 하지만 그게 사랑을 뛰어넘는 어떤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철없는 친구라고 생각했던 오스칼이 신념을 가지고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앙드레)가 그(오스칼)의 곁을 지켜줬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내 곁을 지켜줄 사람이라는 걸 깨달으면서 사랑을 넘어서는 감정으로 발전했던 것 같아요.”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앙드레 역의 이해준(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이에 이해준은 앙드레를 표현할 수 있는 넘버로 ‘너라면’을 꼽았다. 그는 “오스칼이 더 큰 사람으로 성장했다는 걸 느끼면서 더 사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된 넘버”라며 “그 가사들이 오스칼을, 제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제(앙드레) 마음이 오스칼에게 직접 들리지 않아서 진짜 슬프더라고요. 이 작품의 메시지를 잘 담은 넘버는 마지막의 ‘나를 감싼 바람은 내게만 불었나’ 같아요. 연출님께서 둘이 사랑하는 사이로 보이는 걸 철저히 배제하기를 바라셨어요. 넘을 수 없는 선 안에서 지켜주고 바라봐주는 게 오히려 진정한 사랑임을 보여주고자 다가가지 않으려고 노력했죠.”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앙드레 역의 이해준(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그럼에도 “결국 이 작품의 메시지는 시대를 관통하는 사랑이다. 사랑이 없었다면 이 작품이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겉으로는 되게 화려해 보이지만 그 안에 따뜻하고 인간적인, 시대를 뛰어넘는 사랑이 있어서 모든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을 보탰다. “앙드레로서 오스칼에게 느티나무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반려견처럼 연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늘 곁에 있는, 오스칼의 마음의 안식처 같은 존재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5년 같은 2년 “천천히, 오래오래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앙드레 역의 이해준(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2022년 ‘엘리자벳’ 오디션에 합격해서 대극장 뮤지컬을 시작했으니 정말 단기간에 엄청 많은 작품을 했어요.”‘엘리자벳’을 시작으로 ‘베토벤’ ‘모차르트!’ ‘마리 앙투아네트’ ‘프랑켄슈타인’ ‘베르사유의 장미’까지 쉴 새도 없이 달려온 그는 5년 같은 2년을 보내며 “어쩌면 진짜 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를 만끽하는 중이다.“중소극장에서 강한 캐릭터나 섹시한 역할 등을 하면서 배우로서 행복했어요. ‘엘리자벳’의 토드나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등을 연기하는 데 밑거름이 되기도 했죠. 반면 대극장에서는 진짜 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것 같아요. 다가가기 어려운 첫 인상과는 달리 수다쟁이에 사람을 좋아하는 제 성격을 앙드레나 앙리를 통해 보여줄 수 있었거든요.”EMK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되면서 받은 “EMK뮤지컬컴퍼니 작품만 출연한다는 오해를 털어내고 싶다”는 그는 “정당하게 오디션 기회를 얻어서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는 작품이거나 노래와 대본이 좋으면 언제든 도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아직은 대사나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있어 서사가 부족하거나 연기적으로 디테일이 없으면 많이 티가 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대사량이 진짜 너무 많아서 정신을 못차릴 정도인 연극을 해보고 싶어요. 배우로서 꼭 스타가 돼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이 직업을 천천히, 오래오래 하는 게 목표죠.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으면 그 목표도 힘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만 이 직업을 오래, 행복하게 할 수 있겠다 싶거든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9-15 17:13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집시킹스, 플라멩코, 감정적 접근 그리고 공감대…뮤지컬 ‘조로: 액터뮤지션’

뮤지컬 ‘조로: 액터뮤지션’ 프레스콜에서 크스티안 더럼 각색·연출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허미선 기자)“집시킹스의 다이내믹한 음악과 펜싱을 바탕으로 한 액션, 28명이 무대에 오르는 대극장 버전 오리지널 공연원작의 엔터테인먼트 요소들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이야기가 다소 심플하고 강렬해졌습니다. 더불어 조금 더 공감을 할 수 있는 이야기로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뮤지컬 ‘조로: 액터뮤지션’(11월 17일까지 인터파크 유니플렉스 1관)의 크리스티안 더럼(Christian Durham) 각색·연출은 11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이렇게 밝혔다.“한국 프로덕션은 제작사(모먼트메이커), 한국배우들, (홍승희) 협력연출 등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국 관객에게 더 쉽게 다가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변주하고자 노력했습니다.”뮤지컬 ‘조로: 액터뮤지션’ 주요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조로: 액터뮤지션’은 2008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이자벨 아얀데(Isabel Allende)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무대화한 뮤지컬의 액터뮤지션 버전이다. ‘리베흐테’(Liberte), ‘발리메’(Balie Me), ‘밤볼레오’(Bamboleo) 등 세계적인 집시밴드 집시킹스(Gipsy Kings)의 대표곡들 그리고 집시킹스와 음악감독 존 캐머런(John Cameron)이 함께 쓴 20개곡(짧은 리프라이즈 제외)으로 넘버를 꾸린 액터뮤지션 버전으로 2022년 4월 영국 채링 크로스 극장(Charing Cross Theatre)에서 초연됐다.화려하고도 열정적인 집시선율에 플라멩코, 검술액션 그리고 집시 혹은 고통받는 민중으로 등장하는 액터뮤지션들의 바이올린, 트럼펫, 기타, 베이스, 카혼, 셰이커, 아코디언, 캐스터네츠, 탬버린 등 라이브 연주가 흥을 더한다 .뮤지컬 ‘조로: 액터뮤지션’ 창작진들(사진=허미선 기자)이범재 음악감독은 “집시킹스의 음악은 정통 스패니시 집시 음악이라기 보다는 팝적인 요소가 가미된 퓨전”이라며 “그래서 장르가 아닌 감정적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스페인 누에바에스파냐 지배 하에서 억압받던 19세기 초 캘리포니아를 배경으로 귀족집안의 아들 디에고가 정의구현을 위해 가면을 쓴 영웅 조로로 변신해 겪는 절망과 좌절, 사랑의 완성, 그로 인한 성장 등을 담는다.뮤지컬 ‘조로: 액터뮤지션’ 액터뮤지션들(사진=허미선 기자)민중을 구원하기 위해 가면을 쓴 디에고(민규·최민우·MJ, 이하 가나다 순)와 권위적이고 냉혹한 지배자인 그의 형 라몬(김승대·최세용), 디에고의 소꼽친구이자 연인 루이자(서채이·전나영), 집시 여인 이네즈(배수정·홍륜희) 등 주요 인물들을 비롯해 액터뮤지션까지 17명이 무대오른다. “액터뮤지션이 집시 문화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집시들이 떠돌면서 춤추고 연주하는 모습 그대로죠. 액터 뮤지션들이 음악 연주를 비롯한 연기, 춤을 통해 집시문화를 보여주고 있어서 이야기가 더 재밌어진 것 같습니다.”협력안무가 헤더 더글러스(Heather Douglas)는 “한국배우들의 스킬이 뛰어나서 런던 프로덕션보다 안무를 더 어렵게 짤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조로: 액터뮤지션’ 창작진과 전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한국 배우들은 규칙과 자기관리에 철저해요. 뭘 가르쳐주면 혼자서 혹은 남아서 연습하는 등의 모습을 보며 신뢰할 수 있었죠. 영국에서는 많이 쓸 수 없었던 부채 안무도 더 많아졌고 액터뮤지션들의 역할도 크게 늘었습니다.”디에고이자 조로를 연기하는 아이돌그룹 아스트로의 MJ는 “디에고와 조로의 온도차가 굉장히 커서 그 부분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며 “제 조로는 완벽하기 보다는 약간 허당미가 있는 영웅으로 표현하는 것이 차별점”이라고 밝혔다. DKZ의 민규는 “다른 캐릭터들과 디에고, 조로의 관계가 어떻게 되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집중했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조로: 액터뮤지션’의 디에고이자 조로 역의 배우들. 왼쪽부터 MJ, 최민우, 민규(사진=허미선 기자)“저만의 특별한 디에고이자 조로는 팀의 막내로서 성숙한 모습보다는 좀 장난꾸러기 혹은 개구쟁이 같은 영웅이지 않나 생각합니다.”최민우는 “캐릭터와의 관계, 서사 그리고 우리가 얼만큼 사랑하고 많은 추억들을 가지고 있는지에 중점을 뒀다”며 “실제로 보이지 않아도 관객이 느낄 수 있게 감정선을 섬세하게 준비했다”고 전했다.“제 조로, 디에고의 매력은 나이는 제일 많지만 막내 민규에게 뒤지지 않는 에너지와 흥과 끼를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9-12 18:21 허미선 기자

[비바100] 세계적인 집시킹스 음악, 가면을 쓴 영웅을 만나다! 뮤지컬 ‘조로: 액터뮤지션’

뮤지컬 ‘조로: 액터뮤지션’ 공연장면(사진제공=모먼트메이커)할리우드 영화,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으로 변주되며 사랑받았던 이자벨 아얀데(Isabel Allende)의 베스트셀러 ‘조로’(Zorro)가 세계적인 집시밴드 집시킹스(Gipsy Kings) 음악을 만난다. 신음하는 민중을 구원하기 위해 가면을 쓰는 디에고와 권위적이고 냉혹한 지배자인 그의 형 라몬, 디에고의 친구이자 연인 루이자, 집시 여인 이네즈 등 주요 인물들을 비롯해 액터뮤지션까지 17명이 무대에 오르는 ‘조로: 액터뮤지션’(9월 11~11월 17일 인터파크 유니플렉스 1관)이 한국에서 초연된다.뮤지컬 ‘조로: 액터뮤지션’ 공연장면(사진제공=모먼트메이커)스페인 누에바에스파냐 지배 하에서 억압받던 19세기 초 캘리포니아를 배경으로 그 지역의 스페인 귀족 돈 알레한드로 베가의 아들 디에고가 가면을 쓴 영웅 조로로 활약하며 겪는 절망과 좌절, 정의 구현과 사랑의 완성, 그로 인한 성장 등을 따르는 모험담이다.‘조로: 액터뮤지션’은 2008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됐던 뮤지컬 ‘조로’의 액터뮤지션 버전으로 2022년 4월 영국 채링 크로스 극장(Charing Cross Theatre)에서 개막했다.‘리베흐테’(Liberte), ‘발리메’(Balie Me), ‘밤볼레오’(Bamboleo) 등을 비롯한 집시킹스의 대표곡 그리고 집시킹스와 음악감독 존 캐머런(John Cameron)이 함께 쓴 20개의 넘버(짧은 리프라이즈 제외)로 꾸린다.낯선 듯 익숙한 집시 선율에 화려하고도 열정적인 플라멩코, 검술액션 그리고 집시 혹은 고통받는 민중으로 등장하는 액터뮤지션들의 바이올린, 트럼펫, 기타, 베이스, 카혼, 셰이커, 아코디언, 캐스터네츠, 탬버린 등 라이브 연주가 실린다.캘리포니아 최고 권력과 부를 가진 스페인 귀족집안의 아들로 총명하고 유쾌하며 재치와 카리스마를 겸비한 가면을 쓴 영웅 조로인 디에고는 ‘에곤 실레’ ‘모딜리아니’ ‘인사이드 윌리엄’ ‘홀연했던 사나이’ ‘삼총사’ ‘마마돈크라이’ ‘최후진술’ 등의 최민우와 아이돌그룹 아스트로의 MJ, DKZ 멤버 민규가 트리플 캐스팅됐다.뮤지컬 ‘조로: 액터뮤지션’ 공연장면(사진제공=모먼트메이커)디에고에 대한 질투와 욕망으로 흑화되는 집안의 후계자인 라몬은 ‘노트르담 드 파리’ ‘다윈영의 악의 기원’ ‘웃는 남자’ ‘고스트’ 등의 김승대와 ‘지킬앤하이드’ ‘모차르트!’ 등의 최세용이 번갈아 연기한다. 치명적인 매력과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이네즈에는 ‘그레이트 코멧’ ‘미드나잇’ ‘호프’ ‘블랙메리포핀스’ ‘베르나르다 알바’ 등의 홍륜희와 ‘렌트’ ‘식스 더 뮤지컬’ ‘물랑루즈’ 등의 배수정이, 아름답고 총명한 루이자는 ‘아이다’ ‘렌트’ 등의 전나영과 ‘미드나잇’ ‘브로드웨이 42번가’ ‘김종욱찾기’ 등의 서채이가 더블캐스팅됐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9-11 18:15 허미선 기자

[비바100]소설, 영화, 오페라, 연극, 음악…경계를 넘나드는 작가 숀 “넘어설 수 있으면 경계가 아니죠!”

소설가이자 시인이며 영화 시나리오 작가, 연극과 오페라 극작가, 음악의 작사가 등으로 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넘나드는 작가 숀(사진=허미선 기자)“최근 굉장히 흥미로운 변화 하나를 포착을 했습니다. 바로 오디오 북입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80% 이상이 독서를 오디오북으로 해요. 사실 책은 비교적 최신 매체입니다. 구술로 전해지던 이야기가 문자와 책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구술로 돌아온 셈이죠. 우리가 항상 미디어의 변화에 열려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소설과 영화, 오페라, 연극, 음악, 전시 등 문화와 산업 전반을 넘나드는 숀(Sjon, 본명 Sigurjon Birgir Sigurðsson)은 급변하는 환경에서는 무엇보다 “열린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작가로서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를 통해 언어의 한계를 테스트하고 우리가 무엇에 대해 이야기해야하는지를 계속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큰 변화 속에서도 여태껏 문학이 그래왔듯 사람들을 실제 이야기로 연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이자 변치 않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소설가이자 시인이며 영화 시나리오 작가, 연극과 오페라 극작가, 음악의 작사가 등으로 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넘나드는 작가 숀(사진=허미선 기자)◇어떤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문학의 가치“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무엇을 말할 것인가 즉 ‘내용’과 어떻게 말할 것인가 ‘형식’입니다. 이 두 가지는 다른 방식으로 쓰이긴 하지만 영화에서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죠.”아이슬란드 레이카비크에서 태어나 16세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 시집 ‘시선’(Synir, Visions)을 출간한 그는 최근까지도 20여개 언어로 번역된 시를 발표하는 시인이다.더불어 40여개국에 번역·출간된 ‘푸른 여우’(The Blue Fox), ‘속삭이는 뮤즈’(The Whispering Muse), ‘고래의 입에서’(From the Mouth of the Whale), ‘문스톤’(Moonstone-The Boy Who Never Was) 등으로 북유럽 이사회 문학상, 아이슬란드 문학상, 스웨덴 아카데미 노르딕상 등을 수상했고 2021년 프랑스 정부 문화예술공로훈장을 수여받은 영향력 있는 소설가이기도 하다. “다만 시는 좀 달라요. 우리를 현실 바깥에 존재하게 하는 게 바로 시인데요. 현실에서 한 발짝 나와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하거든요. 시를 통해 우리가 내부에서 보지 못한 아주 작은 꽃이라든지 소소한 것들도 볼 수 있게 되죠.”그는 창작오페라 ‘신북극’(Neoarctic), ‘레드 워터스’(Red Waters), ‘더 모션 데몬’(The Motion Deomn), ‘섀도우 플레이’(Shadow Play), ‘세븐 스톤스’(Seven Stones) 등과 연극 ‘테일 프롬 어 시 저니’(Tales From a Sea Journey), ‘가고일스’(UFSAGRYLUR. Gargoyles) 등의 극작가이며 바이킹 이야기를 다룬 영화 ‘노스맨’(The Northman)를 비롯해 ‘램’(Ram) 등을 집필한 시나리오 작가이자 비요크(Bjork)와 협업한 영화 ‘댄서 인 더 다크’(Dancer in the Dark) OST 등의 작사가이기도 하다.지난 6일 개막한 서울국제작가축제(9월 11일까지 JCC아트센터) 초청으로 내한한 숀은 축제의 대주제인 ‘입자와 파동’, 그로 인한 새로운 물길을 내는 문학에 대해 “존재만으로도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의견을 밝혔다.소설가이자 시인이며 영화 시나리오 작가, 연극과 오페라 극작가, 음악의 작사가 등으로 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넘나드는 작가 숀(사진=허미선 기자)“이야기를 읽기 위해서는 일상을 멈춰야 해요. 그렇게 따로 시간을 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죠. 작가인 제가 이야기를 쓰기 위해 삶을 멈추고 글자를 정돈을 해야 하는 것처럼요. 독자들이 제가 쓴 이야기를 읽기 위해 일상을 멈추고 시간을 투자하는 건 매우 감사한 일이고 큰 축복이죠. 이같은 작가와 독자의 작은 멈춤들이 입자가 돼 파동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그는 “현재의 많은 정치인들이 단 한 가지의 가치만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문학이 굉장히 다양한 것들의 공존을 증명하고 있다”며 “그것만으로도 문학이나 예술이 현 세대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파동을 낼 수 있다”고 부연했다.“40개 이상 언어로 번역된 제 소설이나 시, 영화 등을 통해 각 언어로 어떻게 다르게 번역되는지, 이야기들이 얼마나 대중적으로 읽히는지, 변치 않는 코어가 어떻게 모두에게 똑같이 받아들여지를 보는 건 축복입니다. 작가인 동시에 많은 책과 영화를 읽고 보는 독자이자 시네필로서 같은 감정을 느끼기 때문에 더 특별하죠.”◇낯섦과 익숙함의 공존, 한국 콘텐츠의 견고함소설가이자 시인이며 영화 시나리오 작가, 연극과 오페라 극작가, 음악의 작사가 등으로 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넘나드는 작가 숀(사진=허미선 기자)“다른 나라의 소설이나 영화를 볼 때 어떤 부분은 굉장히 친숙하다고 느껴지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다 낯설기도 해요. 작가이자 독자의 심정으로 낯섦과 익숙함을 동시에 보는 게 참 특별합니다.”그 낯섦과 익숙함은 한국 영화 마니아로서도 느끼는 감정이기도 하다. “한국 역시 친숙함과 낯섦이 공존하는 상태”라 표현한 그는 “한국이 처음이다 보니 매우 낯설지만 ‘기생충’ 등 스크린을 통해 익숙한 모습들도 있다”고 밝혔다.“한국 밖에서 온 사람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한국 문화는 굉장히 견고합니다. 모든 면에서요. 그래서 한국 문화를 해외에 알리고 있다는 자체가 기적이죠. 한국의 연극, 무대예술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면 사실은 잘 몰랐습니다. 특히 연극은 지극히 로컬적이고 이동성이 적은 콘텐츠거든요. 그럼에도 여전히 연극이 소비돼야하는 이유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보다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한 예술의 한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연극, 무대예술은 아이슬란드와 한국은 물론 어디서나 중요하다고 생각해요.”이어 “한국 콘텐츠들의 가장 큰 특징은 혁신적이고 용감한 영화적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최근의 가장 큰 발견은 한 영화에 굉장히 다양한 장르를 함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한 영화에 코미디, 호러, 스릴러, 범죄, 비극 등 모든 요소들이 함축돼 녹아들어 완벽하게 완성되는 방식인데요. 그 명백한 예가 ‘기생충’입니다. 연기라든지 영화적 연출 등 굉장히 다양한 요소들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려 함축하고 있죠. 저 역시 소설에 쓰고 있는 기법이지만 이걸 스크린에서 본다는 자체가 굉장히 큰 발견이었습니다.”소설가이자 시인이며 영화 시나리오 작가, 연극과 오페라 극작가, 음악의 작사가 등으로 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넘나드는 작가 숀(사진=허미선 기자)그는 다양한 나라의 영화를 소비하는 데 대해 “같은 문화적 개념을 가지고 다르게 생각하고 표현하는 자체가 재밌는 일”이라며 장례식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한국이나 나이지리아, 유럽 등 다양한 나라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장례식이 치러지고 있다”며 “어떻게 다른지, 그 문화를 보는 게 너무 재밌다”고 털어놓았다.“다양한 나라에서 폭넓게 소비되는 콘텐츠들은 우리의 삶 혹은 누구나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것들을 다루고 있죠. 더불어 각 작업자들이 공들인,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콘텐츠이기도 해요. 춤을 잘 추는 댄서를 사랑하고 잘 쓰여진 글 읽기에 열광하는 것처럼요. 장인정신이 깃든 콘텐츠와 인류 보편적인 감성을 건드리는 작품들이 전세계적으로 사랑받지 않나 싶습니다.”◇큰 변화 속 경계 “넘어설 수 있다면 경계가 아니다”소설가이자 시인이며 영화 시나리오 작가, 연극과 오페라 극작가, 음악의 작사가 등으로 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넘나드는 작가 숀(사진=허미선 기자)“지금 겪고 있는 변화는 전체 인류사를 놓고 봐도 굉장합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지금 왜 이런 상황을 겪고 있는지를 알아야 해요. 발전을 꾀하면서 인류는 굉장히 많은 종을 멸종시켰어요. 지금까지는 그 멸종하는 것이 인류가 아니니 괜찮을 줄 알았죠.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스스로를 위협하고 있어요.”숀은 “현재의 가장 큰 미스터리는 왜 우리는 파멸을 만드는 것을 멈출 수 없는가”라며 “많은 과학자들이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를 설명한다면 왜 이런 일이 벌이는지에 대해 탐구하는 건 작가와 아티스트들의 몫”이라고 털어놓았다.“급변하는 시대를 맞아 작가들은 좀 더 다양한 분야와의 콜라보레이션에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매체의 폼과 상관없이 언어를 다루는 직업이에요. 어디든 언어가 필요한 프로젝트라면 참여할 수 있죠. 매체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단어나 언어들을 보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이나 즐거움은 분명 다릅니다. 각종 매체들이 빠르게 탄생했다가 사라지곤 합니다. 책이 곧 사라질 거라고 하지만 스토리텔링이나 언어 자체는 사라지지 않아요. 다른 매체로 적용될 뿐이죠. 그래서 지금의 변화들은 작가들이 열려만 있다면 기회입니다.”그는 “지금의 변화에서 저나 작가들이 무언가를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 이에 AI나 기술 혁명에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갈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면서도 “오히려 AI가 어떻게 스토리텔링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AI 자체를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는, 굉장히 큰 가능성을 가진 도구라고 보고 있거든요. AI는 위협이라기보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는 하나의 필드죠. 그래서 두렵다기 보다는 새로운 대화의 툴이자 파트너로서 인류를 어떻게 탐구할 수 있을지 생각 중입니다. 디지털은 여타의 매체들이 그랬던 것처럼 금세 사라질 수도 있어요. AI가 종이에 적용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볼까 합니다.”이어 “매체에 얽매이기 보다는 스토리텔링과 언어를 중시해야 한다” 강조한 숀은 “다양한 매체와의 작업에서 작가는 매체별 특성을 살리면서도 자신만의 독보적인 색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소설가이자 시인이며 영화 시나리오 작가, 연극과 오페라 극작가, 음악의 작사가 등으로 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넘나드는 작가 숀(사진=허미선 기자)“다양한 미디어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이자 스토리텔러로서 예술을 생산하는 자체에 큰 책임을 느낍니다. 과거의 인류로부터 이야기를 받아서 지금의 인류에게 전하고 예술을 보존하는 자체도 굉장히 큰 책임이죠. 그 예술이 생존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과정에서 유연함을 빼놓을 수 없어요. 지금 우리가 굉장히 큰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똑바로 인지해야 합니다.”현재 “내년 출판될 1970년대 아이슬란드를 배경으로 한 자전적 소설을 쓰고 있다”고 귀띔한 숀은 “굉장히 다양한 미디어와 협업했지만 딱 하나 못해본 것이 게임”이라고 밝혔다.“저는 CD세대로 지금의 모바일 게임이나 플레이스테이션 등을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도 도전하고 싶어요. 매우 어려운 매체지만요. 게임이 전혀 다른 규칙과 가능성을 가지고 움직이는 산업이기 때문에 더 관심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만약 누군가 게임 프로젝트에 참여해 보겠냐고 제안을 주신다면 바로 응할 정도죠. 저는 언제나, 어떤 콜라보레이션에나 열려있습니다. 넘어설 수 있다면 그건 경계가 아니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9-11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오스칼 김지우 “나, 타인 그리고 조국에 대한 사랑, 어디에나 있고 언제나 있었던 이야기”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오스칼 역의 김지우(사진=허미선 기자)“이 이야기는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이 있기에 일어나는 일들이라고 생각했어요. 나 자신이 나를 사랑하는 걸 수도 있고 연인, 사람, 조국을 사랑하는 걸 수도 있고…다양한 사랑이라고 저는 생각을 했어요. 그 사랑이 사람과 사람, 나라, 사물 하나하나에 대한 사랑으로까지 뻗어나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랑이 아니면 펼쳐나가실 수 없는 이야기죠.”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La Rose de Versailles, 10월 13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왕실 근위대장 오스칼 프랑소와 드 자르제(김지우·옥주현·정유지, 이하 가나다 순)로 분하고 있는 김지우는 작품의 핵심을 “사랑”이라고 강조했다.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는 이케다 리요코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프랑켄슈타인’ ‘벤허’ ‘삼총사’ ‘영웅본색’ ‘신데렐라’ ‘잭더리퍼’ ‘조로’ 등으로 호흡을 맞춘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작곡·음악감독이 무대화한 작품이다.대대로 프랑스 왕실 근위대를 이끌어온 자르제 가문의 막내딸로 태어났지만 아들로 키워져 근위대장이 된 오스칼과 그의 애틋한 소꿉친구 앙드레 그랑디에(고은성·김성식·이해준), 반쪽짜리 귀족으로 부조리한 세상에 혁명을 부르짖는 신문기자 베르날 샤틀레(노윤·박민성·서영택), 마리 앙투아네트를 조정하는 폴리냑(리사·박해미·서지영)의 버려진 딸로 길러준 엄마의 복수를 꿈꾸는 로자리 라 모리엘(유소리·장혜린) 등이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이야기다. span style="font-weight: normal;"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공연장면 중 오스칼 역의 김지우(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어느 세계, 어느 시대나 존재했던!“사실 내용을 보면 우리네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사회랑 다르지가 않아요. 혁명이라는 건 어느 세계, 어느 시대나 존재했거든요. 지금도 모두가 알게 모르게 속에서 되게 많이 싸우고 있다고 생각해요. 언제 어디서나 보이지 않은 이 싸움은 존재했지만 사랑이 있어서 지금 우리가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거잖아요. 배경이 프랑스여서 그렇지 대한민국을 빗대면 대한민국 이야기가 될 수 있죠.”김지우는 그 주제를 가장 잘 담은 장면으로 피날레를 장식하는 ‘나를 감싼 바람은 내게만 불었나’를 꼽았다.‘형편없이 작은 존재’라도 ‘자기 진실을 따라’ ‘나에게 주어진 삶’을 살 자유, 저마다의 ‘마음의 자유’를 위해, 살고 싶은 세상을 위해 스스로 ‘깃발’이 돼 ‘다 함께 가자’를 부르짖는 곡이다. “정말 살고 싶은 세상에서 살고 싶은 나. 제가 중점적으로 얘기하고 싶은 게 딱 이거였어요. 제가 살아가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살고 싶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거든요.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왜 살아야겠어요. 그 마지막 곡 가사 하나하나에 다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그 가사에 담겨 있는 메시지가 너무 좋아서 매번 부를 때마다 울컥울컥 해요.”귀족들의 부조리, 국민들의 고통 등에 오스칼을 필두로 모두가 떨쳐 일어나는 이 장면에 대해 김지우는 “원래 디렉션은 로자리를 보면서 ‘우리 함께 가자’고 하는데 저는 모든 배우들을 보면서 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오스칼 역의 김지우(사진=허미선 기자)“누구 한 사람이 만들어낸 게 아니라 다 같이 만들어낸 건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모두를 보면서 노래하는데 그때 배우들의 눈빛이 진짜 어마어마해요. 한 마디 대사도 없이 눈빛을 보낼 뿐인데 정말 엄청난 에너지를 받아요.” 이를 “트럭 위에 올라간 느낌”이라고 표현한 김지우는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 가져다 놔도 다르지 않은 이야기여서 마지막이 굉장히 웅장해진다”고 밝혔다. “마지막에 죽음을 맞아 베르날한테 안겨서 갈 때 전혀 외롭지가 않아요. 죽었으니 끝났다가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다’ ‘(썩어빠진 귀족들) 너희는 이제 죽었다’ 싶고 정말 든든하고 기분이 굉장히 묘해요. 진짜 무서울 게 없달까요. ‘나 후회 없이 살았어’가 절로 나와요. 프랑스 이야기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혼자가 아닌 함께 만들어가는 “엄청난 시너지가 너무 좋아요”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공연장면 중 오스칼 역의 김지우(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저는 여자로 태어나 여자로만 살았지 딸로 태어나서 아들로 살아본 적이 없어서 오스칼의 감정이 뭘까 이해하기가 너무 어려웠어요.다양한 인물들의 등장과 방대한 서사를 압축하고 생략하며 3시간 남짓의 무대극으로 꾸릴 수 있었다.그 과정 중 신분 차이로 조심스러워지고 다소 늦게 깨달은 앙드레와의 사랑, 지금까지도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 마리 앙투아네트와의 연대, 왕비의 숨겨진 연인 페르젠에 대한 연심, 여자로 태어나 남자로 살아야하는 번뇌와 고통 등 생략되고 압축된 감정들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페르젠을 목격하고 피난시키는 계단 신은 지금도 너무 어려워요. 마리의 ‘같은 여자로서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라는 마리의 말을 어떻게 받아야할지부터 고민이었어요. 여자 입장에서 대꾸를 해야할지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이어야 할지…연습 과정에서는 제 안에 100만명의 김지우가 등장해 고민한, 순식간에 훅 지나가는 듯하지만 진짜 어려운 장면이죠.”생략과 압축 등으로 이해하기 어려워진 캐릭터의 감정들은 결국 함께 하는 사람들로 구체화됐다. 김지우는 “그 어렵던 감정들이 앙드레, 폴리냑, 베르날 등을 비롯한 시민 배우들과 맞닥뜨리면서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저 혼자 제 입장만을 생각하면서 대본을 보다 보니 이해가 안됐던 부분들이 많았어요. 그 부분들이 상대 배우들 저마다가 가진 감정들과 부딪히니 알겠더라고요. 연습 초반에는 1막 마지막 곡인 ‘어둠 끝에서’를 부르는 게 너무 억울했어요. 내가(오스칼) 시민들에게 무조건 혁명을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닌데 싶었거든요.”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오스칼 역의 김지우(사진=허미선 기자)타인이 극과 캐릭터를 이해하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자신만의 오스칼을 만들어간 김지우는 “그 과정에서 공연은 진짜 나 혼자 아는 게 아닌,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고백했다.“처음에는 화만 났는데 시민들 그리고 그들의 감정과 부딪히다 보니 여러 입장들이 메꿔지면서 점점 복잡한 감정들이 생겨났죠. 그렇게 함께 하면서 생겨나는 엄청난 시너지가 너무 좋아요.”◇전혀 다른 이해준·고은성·김성식 앙드레 그리고 옥주현·정유지 오스칼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오스칼 역의 김지우(사진=허미선 기자)“군인으로서의 행동이 너무 어려웠어요. 앙드레 배우들을 붙들고 정말 많이 배웠죠. (고)은성씨는 처음부터 장난꾸러기 친구로 지내다 오스칼과 함께 성장하는 앙드레같아요. (이)해준 앙드레는 처음부터 모든 걸 알고 있으면서 옆을 지키는, 안되는 건 안된다고 얘기해주는 보호자 같은 느낌이죠.”이어 이해준에 대해 김지우는 “혁명에 대한 각성을 하고서도 ‘조심해야 한다’고 얘기해주는 약간 큰 오빠 같은 앙드레”라고 덧붙였다.“(김)성식씨는 어떤 순간에는 굉장히 오빠 같다가 또 굉장히 동생 같아요. 상황에 따라 맞춰주는, 굉장히 유동성 있는 앙드레죠.”김지우와 오스칼로 분하고 있는 정유지에 대해서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에스메랄다나 마리 앙투아네트처럼 예쁘거나 관능적인 역할을 주로 해서 스스로도 고민이 많았다”며 “그 친구가 가진 목소리 톤과 소년미가 오스칼과 너무 어울린다”고 전했다.“노래할 때 목소리와 평소 말할 때 목소리 그리고 다듬어지지 않은 소년스러움이 너무 귀여워요. 정제되지 않은 소년미가 너무 사랑스럽다 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안타까워지는 것 같아요. 너무 아이 같아서 마음 아파하는 걸 보면 안쓰럽고 보듬어주고 싶은 오스칼이죠.”옥주현의 오스칼에 대해서는 “처음 봤을 때는 굉장히 ‘딴딴한’, 누가 와도지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다 보니 어느 순간 연약한 부분을 드러났을 대 굉장히 이팩트가 크게 온다”고 밝혔다.“그 반향이 너무 커서 어떻게 감싸줘야하나, 치유가 될까 안쓰러움이 느껴지는 오스칼이에요. 엄마를 같달까요. 엄마를 보면 그렇잖아요. 되게 강하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엄마가 우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와장창 무너지는 느낌이요. 그래서 마지막이 너무 속상해요. 앙드레를 떠나보내고 혼자 울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안쓰럽고 가슴이 무너져 내리죠.”◇‘빈틈’을 촘촘히 채우며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오스칼 역의 김지우(사진=허미선 기자)“마지막 공연까지 느슨해지지 않고 잘 발전시키고 싶어요. 관객분들이 ‘빈틈’이라고 느끼시는 부분을 촘촘하게 메꾸는 건 저희들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그 작업들은 배우인 저희들에겐 기회가 아닌가 싶기도 해요. 오스칼이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빈틈을 느끼시지 않도록, 절대 어느 하나도 놓치거나 흘리지 않고 잘 챙겨서 성장시키고자 하는 욕심이 있어요.”이에 김지우는 차기작도 이미 정해졌지만 “우선은 이 공연을 잘 마무리하는 게 저의 목표”라며 “매번 같은 컨디션을 유지해야만 앙드레도 잘 떠나보내고 깃발을 들고 ‘함께 가자’ 부르짖으며 한회 공연을 제대로 마무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연습기간에는 극 후반 앙드레를 떠나보내고 절규하는 장면을 좀 살살 해볼까 생각도 해보긴 했어요. 하지만 살살 하는 거 자체가 더 힘들었어요. 살살 하자 하는 순간 와장창 다 깨져버리거든요. 목 상태도 오히려 안좋아졌죠. 끝나는 날까지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다 쓰고 쏟을 수 있는 만큼 다 쏟아내고 싶어요. 대충 하고 싶지 않아요. 후회하고 싶지도 않아요. 혼신을 다해 ‘베르사유의 장미’, 오스칼에 집중하는 게 제 목표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9-04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10년을 한결같이 사랑받는 뮤지컬 ‘알라딘’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 팀 “핵심은 공감!”

20일 오전 서울 중구 소재의 CGV씨네라이브러리에서 뮤지컬 ‘알라딘’의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팀 라이브 컨퍼런스가 진행됐다. 뮤지컬 ‘알라딘’에 대해 이랴기 중인 케이시 니콜로 연출 겸 안무(왼쪽)와 작곡가 알렌 멘켄(사진제공=에스앤코)“이 작품에는 여러 가지 위기들이 있어요. 알라딘이 겪는 위기들이 있고 지니와의 유대가 있고 자스민과의 사랑이 있죠. 캐릭터 간 호환하는 부분들, 감정 교류, 사랑과 우정이 그리고 상황을 전환시키는 위기 극복과정이 공감을 이뤄냅니다. 딸과 부모, 연인 등 다양한 사랑에서 공감을 느끼죠.”하반기 한국 초연을 앞둔 뮤지컬 ‘알라딘’(Aladdin 11월 22~2025년 6월 22일 샤롯데씨어터, 2025년 7월 드림씨어터 개막)의 작곡가 알란 멘켄(Alan Menken)은 10년을 한결같이 사랑받은 데 대해 “공감”이라고 밝혔다.20일 서울 중구 소재의 CGV씨네라이브러리에서 진행된 라이브 컨퍼런스로 한국 기자들을 만난 알란 멘켄은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 ‘뉴시즈’ ‘헤라클레스’ ‘포카혼타스’ 등의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세서미 스트리트’ ‘링컨’ 등 TV쇼, ‘시스터액트’ ‘크리스마스캐롤’ 등의 뮤지컬 작곡가로 토니상과 에미상, 드라마 데스크상 2회, 아카데미상 8회, 그래미상 11회, 골든글로브상 7회 등을 휩쓸었다.뮤지컬 ‘알라딘’ 브로드웨이 공연장면(사진제공=디즈니 시어트리컬 그룹)디즈니 시어트리컬그룹의 뮤지컬 ‘알라딘’은 1992년 개봉한 동명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그가 넘버를 꾸리고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 등의 하워드 애쉬맨(Howard Ashman),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에비타’ 등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의 단짝인 팀 라이스(Tim Rice) 등이 가사를 꾸려 2011년 시애틀에서 첫선을 보인 작품이다.2013년 캐나다 토론토 트라이아웃을 거쳐 2014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10년을 한결같이 사랑받아온 ‘알라딘’은 4대륙, 11개 프로덕션으로 공연돼 2000만명의 관객을 만나며 사랑받았다. 애니메이션의 대표곡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는 그해 아카데미 최고의 음악상, 주제가상을 거머쥐었고 빌보드 핫100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신비의 아그라바 왕국을 배경으로 도둑으로 살아가는 이야기꾼 알라딘(김준수·박강현·서경수, 이하 가나다 순)과 자유를 꿈꾸는 공주 자스민(민경아·이성경·최지혜), 소원을 이뤄주는 램프의 요정 지니(강홍석·정성화·정원영)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꾸려가는 이야기다.20일 오전 서울 중구 소재의 CGV씨네라이브러리에서 뮤지컬 ‘알라딘’의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팀 라이브 컨퍼런스가 진행됐다. 뮤지컬 ‘알라딘’에 대해 이랴기 중인 케이시 니콜로 연출 겸 안무(왼쪽부터)와 작곡가 알렌 멘켄, 총괄프로듀서 앤 쿼트(사진제공=디즈니 씨어트리컬 그룹)‘알라딘’의 중요한 요소는 지니와 마법 양탄자의 구현이다. “환상적인 마법 양탄자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전한 케이시 니콜로(Casey Nicholaw) 연출 겸 안무는 “지니를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밝혔다. 이 또한 관객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연출이다.“최첨단 기술로 인위적인 지니를 표현하기 보다는 관객들이 공감하는 지니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우스꽝스럽게 보이면서 익살스럽게 춤추는 스탠드업 코미디언(Stand-up Comedian)처럼요. 알라딘과 지니의 유대관계를 표현하는 게 중요했거든요. 지니는 알라딘이 모험, 자스민과의 사랑을 통해 성장할 기회를 주고 알라딘은 지니에게 자유를 주잖아요. 기술이 가미됐다면 둘 사이의 탄탄한 유대관계가 잘 보이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알라딘’의 대표곡 ‘홀 뉴 월드’를 비롯한 애니메이션 삽입곡인 ‘아라비안 나이츠’(Arabian Nights), ‘원 점프 어헤드’(One Jump Ahead), ‘프렌드 라이크 미’(Friend Like Me), ‘프린스 알리’(Prince Ali)는 알란 멘켄에 의해 무대예술에 맞게 편곡됐다. 특히 2분 남짓의 ‘프렌드 라이크 미’는 스윙 버전으로 편곡되는가 하면 8분짜리로 확장해 스펙터클한 쇼 장면으로 재탄생된다.뮤지컬 ‘알라딘’ 브로드웨이 공연장면(사진제공=디즈니 시어트리컬 그룹)애니메이션 곡과 더불어 자유를 꿈꾸는 자스민의 ‘디즈 팰리스 월’(These Palace Walls), 알라딘과 자스민의 ‘어 밀리언 마일즈 어웨이’(A Million Miles Away), ‘다이아몬드 인 더 러프’(Diamond in the Rough), ‘섬바디스 갓 유어 백’(Somebody’s Got Your Back) 등 새로운 4개 넘버가 추가됐다. 알란 멘켄은 ‘알라딘’의 음악에 대해 “지니의 넘버들은 재즈풍 스타일로 동화 속 지니를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정말 재밌는 요소”라며 “음악은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이고 뮤지컬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털어놓았다.“뮤지컬은 하나의 세상을 만드는 일입니다. 뮤지컬 마다 다른 세상이 펼쳐지죠. 작곡을 할 때마다 그 안에 어떤 독특한 세상을 만들까를 고민합니다. 그 세상에 들어갈 이야기, 감정 등을 잘 전달해 관객과의 공감을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니까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20 18:00 허미선 기자

[B코멘트] 기원 아닌 예술로서의 굿판 벌이는 김매자 “죽은 자 아닌 산 자부터 정화시키는 마음으로!”

제30회 창무국제공연예술제 김매자 예술감독(사진=허미선 기자)“이번에는 망자가 아닌 산자를 위한 씻김을 하려고 합니다. 시대적으로 너무 시끄럽잖아요. 원래 죽은 자를 위한 것이지만 산자부터 깨끗이 정화시키자는 마음으로 표현하고 놀아보고자 합니다.”김매자 예술감독이자 집행위원장은 올해로 30회를 맞은 창무국제공연예술제(8월 21~31일 세종예술의전당,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서울남산국악당, 포스트극장, 이하 창무예술제) 기간 중 공연될 ‘산자를 위한 씻김굿’(8월 28일 서울남산국악당)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산자를 위한 씻김굿’은 ‘옛 춤과의 대화: 전통춤과 창작품의 상호 접합과 충돌의 측면을 확인할 수 있는 공연’ 중 하나로 무녀 박미옥·박향옥·양용은과 김매자 감독을 비롯한 최지연, 김지영, 윤수미, 김미선 등이 어우러진다.제30회 창무국제공연예술제 포스터(사진제공=창무국제예술제 집행위원회)“4장으로 이뤄진 공연 중 3장이 진도 씻김굿이고 마지막 4장을 저와 제자들의 창작춤으로 길닦음을 합니다. 저희 나름대로 안무를 해놓고 전통 진도 씻김굿을 하시는 분들을 보는데 얼마나 춤도 잘 추시고 소리도 잘하시는지…그 분들의 춤이 훨씬 더 무게 있고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이에 앞서 ‘서울 천신굿’(8월 26일 서울남산국악당)과 일본 무속춤의 일종인 시네마현 ‘오키도우젠카구라’(8월 26일 서울남산국악당)도 연달아 공연된다.“굿은 종교나 미신이 아닌 우리 민족의 옛 풍습, 관습의 하나죠. 이번 굿판은 종교적 기원이라기보다는 이런 것이 있었음을 알리기 위함입니다.”그리곤 “굿에는 모든 것이 포함돼 있다”며 “굿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그 주체가 신이 내린 강신무와 조상에 물려받은 세습무(신들리는 현상 없이 조상 대대로 무업을 이어받아 형성된 무당)로 나뉜다”고 설명했다.“서울 천신굿의 경우 궁중복식과 음식, 춤과 노래, 사설 등이 다 있죠. 진도 씻김굿도 그래요. 다양한 춤과 시나위 등의 장단, 음악 등이 있죠. 저희는 그들에 대해, 문화·예술 장르로서 연구하는 과정 중에 있는 거예요. 춤으로는 저희의 깊이가 한참 떨어질 수도 있어요. 다만 그 의미와 가치를 창작적으로 풀어내는 거죠.”‘서울 천신굿’에 이은 일본의 ‘오키도우젠카구라’에 대해 김매자 감독은 “일본에서 볼 수 있는 전통극 장르인 노(能, のう)나 가부키(歌舞伎, かぶき) 등이 아니라 아주 작은 섬에서 4살부터 굿을 하던 무당이 추는 춤”이라고 밝혔다.제30회 창무국제공연예술제 김매자 예술감독(사진=허미선 기자)“그들의 삶도, 굿의 의미나 목적도 우리와 비슷해요. 가뭄을 해갈하거나 병을 막기 위해서 등 노래나 악사, 춤, 형식 등이 다를 뿐 그 의미나 목적은 우리와 다르지 않죠.”그리곤 “천신굿과 오키도우젠카구라 사이에 비는 한 시간 정도는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진짜 축제처럼 굿판을 벌일 예정”이라며 “낮에는 한국의 천신 굿, 저녁엔 일본의 오키도우젠카구라, 한날 한국과 일본의 굿을 비교하고 공유하는 재미도 쏠쏠 할 것”이라고 전했다.“이번 창무예술제 해외초청 무대에 오를 뉴질랜드 댄스 컴퍼니(The New Zealand Dance Compay, 8월 2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는 마우리 족의 전통춤 ‘하카’(Haka)를 현대무용으로 변주해요. 짧게나마 그들도 함께 할 수 있을지 논의 중이죠.”제30회 창무국제공연예술제 김매자 예술감독(사진=허미선 기자)30주년을 맞은 창무예술제는 ‘서울 천신굿’ ‘오키도우젠카구라’ ‘산자를 위한 씻김굿’ ‘뉴질랜드 댄스 컴퍼니’ 공연을 비롯해 ‘땅구름, 몸구름, 하늘구름’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무대를 선보인다.‘클래스가 있는 East meet West’에서는 뉴질랜드 댄스컴퍼니의 ‘레드 드레스, 변천, 하카 와이랑기’(Red Dress Duet, Excerpt from in Transit, Haka Wairangi, 8월 27일 이하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를 비롯한국내외 초청작들로 꾸린다.최상철 현대무용단의 ‘그들의 논쟁’(Their Argument, 8월 27일), 네덜란드 Niek Wagenaar’s Nymphs의 ‘애프터 올’(After All, 8월 29일), 99아트컴퍼니 ‘이야기의 탄생’(The Birth of a Story, 8월 29일), R.se dC의 ‘MOB’(8월 29일), 미국 Ephrat Asherie Dance의 ‘ODEON’(8월 31일), 김미란 댄스티어터 ‘엇’의 ‘중中독-독안의 여자’(8월 31일), 창무회의 ‘몸으로 외치다!’(8월 31일)가 공연된다. 더불어 배우 손병호, 이예린 작가 등 다른 장르와의 협업, 젊은 안무가들을 위한 ‘지금 뛰다’(Now Jump, 세종예술의전당)에서도 진취적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김매자 감독은 “어떤 때든 모든 예술은 시대상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이번 굿판 역시 사설, 봉수 등을 통해 시대상을 표현하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라며 “서울 천신굿에서는 작두도 탈 예정”이라고 전했다.“사실 작두를 타려면 신이 내려야하기 때문에 가능할지 그 여부를 지켜보는 묘미도 있을 겁니다. 작두타기가 가능해지려면 굿판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빌어야 해요. 화합하고 응원하고 스스로를 반성해야만 그분이 작두를 탈 수 있거든요. 한마음 한뜻으로 이 시대를 아우른다는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17 11:39 허미선 기자

[B사이드] 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린아 “대단한 나의 하데스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그리고 헤르메스”

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린아(사진=이철준 기자)“전작인 ‘레미제라블’ ‘스위니토드’도 이번 ‘하데스타운’도 중간에 합류하다 보니 조급해지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미 탄탄하게 합이 잘 맞는 배우들이 있어서 분위기 파악도 빨리 할 수 있었고 더 좋은 시너지도 나는 것 같아요.”뮤지컬 ‘하데스타운’(10월 6일까지 샤롯데씨어터)의 페르세포네(김선영·린아,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로 출연 중인 린아는 “6주 남짓의 짧은 연습기간에도 이미 했던 배우들의 탄탄함 덕분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하데스타운’은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극작가 아나이스 미첼(Anais Mitchell)의 동명 앨범을 극화한, 그리스 로마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성스루(Sung-through, 대사 없이 노래로만 구성된) 뮤지컬이다.뮤지컬 ‘하데스타운’ 공연장면(사진제공=에스앤코)오르페우스(박강현·조형균·멜로망스 김민석)와 에우리디케(김수하·김환희, Orphee et Eurydice), 죽은 자들의 왕이자 저승의 지배자 하데스(김우형·양준모·지현준)·봄과 씨앗의 여신이자 저승의 여왕인 페르세포네 부부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사랑이야기다. 신들의 사랑이야기지만 “당신이라고 다를 것 같아” “결말을 알면서도 다시 노래를 시작하는 것, 이번엔 다를지도 모른다고 믿으면서” 등 내레이터 헤르메스(강홍석·최재림·최정원)의 말처럼 지극히 인간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작품이다.◇강한 양준모, 모성애를 자극하는 김우형, 부드러운 지현준 하데스 뮤지컬 ‘하데스타운’ 하데스 역의 양준모(왼쪽부터), 지현준, 김우형(사진제공=에스앤코)“양준모 하데스는 진짜 강해요. 자신만의 것으로 가득 찬, 올곧게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생각하는 강한 하데스죠. 그래서 절로 화가 나요. 그런 사람이 변하고 노래를 시작할 때 그래서 더 감동이 큰 것 같아요. 절로 눈물이 나죠. 진짜 강한 그리고 정말 많이 변해버리는 하데스예요.”이렇게 밝힌 린아는 김우형에 대해 “페르세포네를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지하 세계에 전선을 엄청 깔아 밝고 반짝반짝하게 하고 태양을 좋아한다는 아내를 위해 뜨겁게 달구는 하데스”라고 표현했다.“이벤트를 엄청 많이 하는데 너무 잘못 짚는 하데스예요. 너무 눈치 없는, 페르세포네가 원하는 걸 전혀 몰라서 진짜 헛웃음이 나는 하데스죠. 노력은 알겠지만 ‘뭐 하는 짓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와요. 너무 허탈하고 한숨을 짓게 하는데 그 마음도, 사랑도 너무 잘 알겠어서 안타까워요. 그 사랑이 너무 안타까우니까 모성애가 가는 그런 하데스죠.”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린아(사진=이철준 기자)지현준에 대해서는 “되게 강할 듯 하지만 약한, 부드러운 하데스”라며 “그래서 오히려 페르세포네가 잘못한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하데스”라고 밝혔다. “내가 잘못한 건가? 그가 아니라 내가 변했네 싶은 하데스죠. 이 사람도, 그의 사랑도 그대로인데 나만 변했나? 의심하게 돼요. 그는 원래 그랬고 한결같은 사랑을 주는데 페르세포네가 변해서 사이가 이 지경에 이르렀나 싶거든요. 왜 나만 나쁜 여자로 만들어! 좀 억울하기도 해요.”◇대단한 오르페우스 박강현·조형균·김민석과 에우리디케들 김수하·김환희“김수하 배우의 에우리디케는 엄청 강해요. 강력하고 변화가 극적인 배우 같아요. 극 중 조명이 비추지 않는, 어둠 속에 있는 상황에서도 굉장히 주는 게 많아요. 페르세포네한테 ‘어떻게 해요’ ‘우리 좀 봐주세요’ ‘도와주세요’ 같은 눈빛도, 원망의 눈빛도 엄청 많이 보내죠. 저 역시 거기에 힘을 받을 때가 굉장히 많아요.”그리곤 “진짜 멋지고 열정 있는 배우”라며 “에우리디케 역의 두 배우 모두 그렇다. 둘 다 너무 고운 목소리와 아련한 눈빛 등 에우리디케가 가져야할 것들을 가진 배우들”이라고 전했다.“(김)환희는 감싸 안아주고 싶은 에우리디케 같아요. 너무 안쓰럽고 정말 상처를 많이 받은 게 느껴져요. 그래서 너무 힘들었겠구나, 외로웠겠구나 싶어 안아줘야 할 것 같은 에우리디케죠.” 뮤지컬 ‘하데스타운’ 에우리디케 역의 김환희(왼쪽)와 김수하(사진제공=에스앤코)노래로 세상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결국 노래로 꽃을 피우는 “이 세상의 눈으로는 저런 사람이 있을까 싶은” 혹은 “너무 순진무구하기 짝이 없는” 오르페우스에 대해 “세 배우 모두 내면에 가지고 있는 순수함과 열정,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과 의지 등을 다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그 중에서도 (박)강현 배우는 오르페우스가 가진 요소들을 본인 스스로가 많이 가지고 있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노래할 때 감동받죠. 김민석 배우는 목소리 자체가 ‘이 작품은 그냥 이 사람 건데’ 싶어요. 음악 자체가 그의 목소리에 너무 잘 어울리데다 변주도 너무 잘하죠. 이걸 안했으면 어쩔 뻔 했나 싶어요.” 뮤지컬 ‘하데스타운’ 오르페우스 역의 조형균(왼쪽부터), 박강현, 멜로망스 김민석(사진제공=에스앤코)그리곤 “내면의 것을 내뱉는 대사에서 오는 감동도 너무 크다”며 “그래서 마지막에 뒤를 돌아보면서 에우리디케에게 ‘있었구나’ 할 때 진짜 슬퍼진다”고 덧붙였다.“가감 없는, 연기가 아닌 그냥 뱉는 말들이 너무 가슴을 찌르더라고요. 조형균 배우는 말이 필요 없죠. 그냥 너무 잘해요. 연기도, 노래도 너무 너무 잘해서 어떻게 저러지 싶어요. 무대 밖에서도 완전 분위기 메이커고 팀을 이끌어가는 리더 같죠. 어떻게 이렇게 대단한 배우들이 모였나 싶어요.”◇참 따뜻한 최정원, 에너지와 음악을 살리는 강홍석, 무대를 장악하는 최재림 헤르메스뮤지컬 ‘하데스타운’ 헤르메스 역의 강홍속(왼쪽부터), 최정원, 최재림(사진제공=에스앤코)“최정원 선배의 헤르메스는 너무 따뜻해요. 정말 이들을 너무 사랑하죠. 극 중 인물들의 모든 것을 알고 있고 그걸 몇 번이고 겪은 인물이잖아요. 이번엔 제발 해내기를 바라며 용기와 경고를 주는 헤르메스를 너무 진정성 있게 표현하시죠.”초연부터 함께 하고 있는 강홍석에 대해서는 “자신이 가진 에너지와 음악적 재능을 십분 활용해 완전히 자기 걸로 만드는 헤르메스”라고 전했다.“원래는 대사인 부분을 직접 랩으로 만들어서 하는데 너무 멋있고 덕분에 음악적으로도 풍성해지는 느낌이에요. 극을 이끄는 내레이터로서의 역할을 진짜 잘하는 헤르메스죠. 혼낼 때는 무섭게 혼내지만 따뜻한 면도 가진 헤르메스예요. ”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린아(사진=이철준 기자)이어 최재림에 대해서는 “스스로가 가진 그 말도 안되는 성량과 정확함, 쩌렁쩌렁함 등으로 극을 완전 장악하는 헤르메스”라고 표현했다.“그리고 굉장히 차가워요. 냉정하고 냉철하고…그 차가운 흐름 속에서도 기대를 걸며 다시 한번 해보라고 용기를 주는, 그런 헤르메스죠.”◇무대에서 힐링, 체력이 될 때까지!“저는 무대에서 힐링해요. 모든 걸 쏟아내고 내려오거든요. ‘하데스타운’은 특히 그런 것 같아요. 감정적으로 눈물이 나는 장면이 많거든요. (하데스의) 사랑을 받으면서, 그가 변화하는 걸 보면서 기뻐서 혹은 슬퍼서 눈물을 흘리다 보면 힐링이 되는 것 같아요.”이어 “극에 완전 몰입할 때가 있다”며 “일꾼들이 오르페우스한테 마음을 뺏기고 그 메시지를 듣고는 나도 변화해야겠다면서 목소리를 내는 장면부터 ‘How Long’까지 엄청 몰입해 빠져들곤 한다”고 털어놓았다.“배우로서 되게 충만해지는 순간들이죠. 제가 진짜 페르세포네가 된 것처럼 몰입하게 되는 그 시점들이 너무 짜릿하고 좋아요. 그래서 체력이 되는 한 무대를 계속 하고 싶은 게 제 꿈이에요. 아직은 어린 제 아이들이 뮤지컬을 보러 올 때까지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16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린아 “사랑이야기 속 은유된 환경문제 그리고 지금 우리”

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린아(사진=이철준 기자)“신들과 인간들이 공존하는 세상을 배경으로 하지만 굉장히 현실적이고 지금 누구나 겪고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마지막의 오르페우스처럼 스스로를, 상대를 못 믿고…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하잖아요. 그게 적나라하게 너무 잘 담겨 있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아차’ 하게 하는 작품이죠.”뮤지컬 ‘하데스타운’(10월 6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페르세포네(김선영·린아,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린아는 작품에 대해 “사랑이야기지만 지독한 현실”이라고 표현했다.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극작가 아나이스 미첼(Anais Mitchell)의 동명 앨범을 극화한 ‘하데스타운’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성스루(Sung-through, 대사 없이 노래로만 구성된) 뮤지컬이다. 한국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초연된 데 이은 두 번째 시즌이다.“오르페우스(박강현·조형균·멜로망스 김민석)와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에우리디케(김수하·김환희)를 하데스(김우형·양준모·지현준)가 지하세계로 데려오는 것도 페르세포네이의 질투심을 유발하기 위해서예요. 손에 잡히지 않은 아내를 어떻게든 잡기 위한 노력이랄까요. ‘How Long’이라는 노래 중간에 하데스가 ‘저 여자애는 나한테 아무 것도 아니야’라는 말을 하거든요. 신들의 사랑이지만 되게 인간적이죠.”◇신화 속 사랑, 그에 빗댄 지독한 현실 “당신이라고 다를 것 같아?”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린아(사진제공=에스앤코)“마치 클럽처럼 밴드가 무대에 함께 하고 배우들 옷이나 색감, 음악진행, 돌아가는 회전무대의 활용 등 기존에 없던 형식과 스타일들, 구성 등이 세련됐어요. 그리고 무대와 이야기, 움직임, 연출 등의 합이 너무 잘맞는 작품이죠. 그냥 사랑 얘기 같지만 굉장히 은유적이어서 알고 보면 더 재밌을만한 요소들이 너무 많아요.”은유와 대구, 상징 등으로 꾸린, 한편의 시와도 같은 ‘하데스타운’은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Orphee et Eurydice), 죽은 자들의 왕이자 저승의 지배자 하데스·봄과 씨앗의 여신이자 저승의 여왕인 페르세포네 부부를 중심으로 풀어내는 사랑이야기에 극한 현실을 빗댄 작품이다.끝없는 개발과 산업화로 지하세계를 구축한 하데스, 굶주림을 해소하기 위해 스스로 자유를 헌납하고 지옥행을 선택한 사람들, 착취와 억압에도 숨죽인 채 살아가는 현실, 쳇바퀴 도는 듯 고단한 일상 그리고 일년의 반은 지상에서, 나머지 반을 지하에 머무는 페르세포네를 자꾸만 빨리 데리러 오는 하데스로 인해 균형이 깨져 버린 계절들….굶주림을 참지 못하고 지하세계로 몸을 던지는 이들에 대해 “당신이라고 다를 것 같아”라는 헤르메스(강홍석·최재림·최정원)의 반문처럼 그리고 린아의 표현처럼 “그 안에 내포된 이야기들은 사랑과 희망 뿐 아니라 환경문제, 시대에 대한 풍자와 비판 등까지 다방면으로 흥미로운 작품”이다.“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사랑이 인간세계의 계절에 영향을 미치면서 사람들이 고통받아요. 지상을 너무 사랑하고 이 세계가 제대로 돌아가게끔 해야 하는 신 페르세포네가 하데스에게 아무리 호소해도 이들의 사랑에 금이 갈수록 환경적인 문제들이 발생하죠. ‘바다가 땅을 덮쳐, 이건 정말 정상 아냐’ 등의 가사들이 환경에 대한 경고 메시지 같아요. 단박에 보이진 않지만 우리가 지금 깨우쳐야할 환경에 대해 계속 메시지를 던지죠.”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린아(사진=이철준 기자)그의 귀띔처럼 무차별적으로 공장을 세우고 네온사인을 밝히며 비틀린 방식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하데스, 그런 하데스에 ‘이 추운 계절에 여기는 왜 이렇게 뜨거워’ ‘일년 중 가장 어두운 때에 여기는 왜 이렇게 눈부셔’ 등 절규에 가까운 호소를 하는 페르세포네의 관계 속에는 환경, 노동, 권력 등 사회문제들이 내포돼 있다. “오르페우스의 ‘라라라’ 송은 하데스와 페르세포네가 옛날에 나눴던 사랑 노래고 에우리디케가 어느 순간 어깨를 아파하며 잡는 건 방울뱀에 물려 죽게 된 신화 속 설정을 표현하고 있어요. 그 방울뱀이 동전 소리를 내는 지옥행 열차 티켓으로 표현되며 신화와 연결시키는 것도 너무 흥미롭죠.”◇결말을 알면서도 다시 노래를 시작하는 것, 이번엔 다를지도 모른다고 믿으면서! 사랑 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린아(사진=이철준 기자)“처음 대본 리딩을 했을 때부터 페르세포네는 너무 이해가 갔어요. 저 이제 결혼 10년차거든요. 결혼한 부부로서 겪어야 할 모든 것들을 한번씩 겪고 풍파도 맞아보다가 이제는 잔잔하면서 고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죠. 그 정도는 다르지만 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상태도 그 기간 중 겪었던 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이어 “세월이 흐르고 관계가 지속될수록 싫지만 포기하거나 받아들이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그 사랑마저 퇴색해 버린 지경에 이른 페르세포네와 하데스지만 두 사람 다 서로에 대한 사랑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그리곤 “그래서 하데스는 1년 내내 붙잡고 있을 수도 있지만 페르세포네를 지상으로 일정기간 보내주고 페르세포네는 지상에서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다”고 말을 보탰다. “에우리디케와 오르페우스는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해 설레고 달달하죠. 그들에게는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사랑과 복선이 있어요. 음악도 그렇고 ‘원래 알고 있던 사람 같은 느낌이었어요’라는 오르페우스의 말도 그렇고.”그리곤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두 사람도 그런 사랑을 했다”며 “저 역시 그런 사랑을 했고 10년간의 결혼생활을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부분들과 연결되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그 예로 에우리디케와 오르페우스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노래하는 ‘All I‘ve Ever Known’을 예로 들었다.“저는 페르세포네가 처음 등장해 봄을 불러와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막 사랑에 빠진 에우리디케와 오르페우스를 보는 장면에서 다운된 이면을 좀 표현하고 있어요.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우울함이요. 저도 남편도 어디 한 구석에는 불같은 성질이 있어서 싸우기도 많이 싸웠어요. 그렇게 싸우고 밖에 나가 사람들과 즐겁게 보내지만 한편에는 너무 우울하고 극심한 슬픔이 있거든요. 뭘 해도 즐겁지가 않고 ‘우울하다’고 밖에 표현이 안되는 아픔이 있죠.”이를 린아는 “굉장히 참고 오히려 자신을 망가뜨리면서 참아내는 페르세포네도, 비틀려 감정을 표현하는 하데스도 서로를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방식이 잘못돼 먼길을 돌아오다 보니 손 쓸 엄두조차 나지 않는 관계가 돼 버린 상태”라고 표현했다.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린아(사진=이철준 기자)“원래 있던 지상에 내려왔을 때 페르세포네는 술에 엄청 취하고 편안하지만 하데스타운에는 내 자리가 없어요. 이 남자, 하데스 때문에 있는 거죠. 처음엔 초록색 옷을 입고 등장을 하다가 하데스타운으로 가면 검은색 옷을 입잖아요. 제 색을 잃어버리는 거죠.”더불어 “자신을 잃은 채 방관자처럼, 목소리를 잃고 흘러가는 대로 지켜만 보던 페르세포네가 절망하는 지점은 하데스가 에우리디케를 찾아 온 오르페우스에게 내뱉는 ‘이곳에 있는 건 모두 내 소유’라는 외침”이라고 짚었다.“그런 하데스에 페르세포네는 ‘나 역시 소유물’이라는 생각에 힘을 잃어버리고 목소리를 못내죠. 그래서 하데스타운에서 저는 하늘을 자주 봐요. 지상을 그리워해서기도 하지만 내가 더 이상 할 게 없다는 절망과 무기력함을 표현하고 싶었거든요.”◇극의 주제를 담은 ‘If it‘s True’와 마음을 울리는 ‘Epic III’ 중 하데스와의 왈츠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린아(사진=이철준 기자)“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사람의 관계에는 늘 새로운 어려움들이 있죠. 그래서 저도 로맨틱한 드라마를 보면서 사랑하던 때를 떠올려요. 요즘은 보지 못했던 ‘눈물의 여왕’을 비롯해 ‘사랑의 불시착’ ‘푸른 바다의 전설’ 등을 보고 있어요. 극 중 이제 막 시작되는 주인공들의 풋풋하고 설레는 사랑을 보면서 내 옆의 남자를 사랑의 눈으로 보게 돼요. 그렇게 다시 사랑할 힘을 얻죠.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역시 에우리디케와 오르페우스를 보면서 그렇게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그런 페르세포네와 하데스가 “에우리디케와 오르페우스를 보면서 작지만 변화한다”며 “두 사람의 사랑에 변화하는 하데스를 보면서 그를 변하게 하고 싶은 용기를 가지게 되는 페르세포네에 중점을 두고 표현 중”이라고 덧붙였다.“오르페우스가 얻어맞고 떠나려고 일어나면서 하데스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일꾼들을 선동하는 ‘If it’s Ture’라는 장면이 있어요. ‘나는 변할 거라고 믿어’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강해’라면서 선동하는 장면에서 전하는 메시지가 와 닿아요. 바로 다음 넘버인 ‘How Long’으로 이어지면서 페르세포네도 변해야지 하면서 목소리를 내죠.”그리곤 “오르페우스들이 눈물로 호소하고 일꾼들도 절규하는 그 장면에서 몇번이고 소름이 끼친다”며 “그렇게 일꾼들도 한명씩 변하면서 모자를 벗고 나가는데 앙상블 배우들도 눈물을 흘리고 저도 울게 된다”고 털어놓았다.“펑펑 울어요. 연습실에서도 몇번을 그랬어요. 다들 진짜 푹 빠져서 하는구나. 이 작품을 너무 사랑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또 울게 돼요.”뮤지컬 ‘하데스타운] 공연장면(사진제공=에스앤코)더불어 가장 가슴을 울리는 장면으로는 ‘Epic III’ 중 하데스와 추는 왈츠를 꼽았다. 한쪽은 집착하고 또 다른 쪽은 포기해 버리며 비틀린 두 사람이 오르페우스의 노래로, 그 노래로 피운 꽃으로 왈츠를 추는 장면이다.“그 장면에서 ‘이 사람이 다시 돌아왔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시 보이네’라는 놀라움으로 왈츠를 추거든요. 정말 마음을 울리는 장면이죠.”◇작은 변화가 쌓여 세상을 바꾼다, ‘라라라’ 노래하듯! 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린아(사진=이철준 기자)“신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이다 보니 노래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표현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 역시 그렇다고 생각해요. 오르페우스처럼 ‘난 내 갈 길을 가겠어’라며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과 정의를 올곧게 지켜가는 사람이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주고 변화를 불러오잖아요. 헤르메스 대사에 있듯 노래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오르페우스는 ‘세상의 눈으로 보면 너무 순진무구하기 짝이 없는 그런 사람’이에요. 하지만 그런 사람이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게 하고 변화시키죠.”그리곤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성공해 칭송받을 때도 있지만 그 보다 더 많이 실패를 한다. 그럼에도 생각이 다른 사람이 실마리가 돼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은 틀림없는 것 같다”며 페르세포네와 하데스 역시 “점점 나아지는 방향으로 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극 막바지 페르세포네가 ‘벌써 봄’이라며 하데스에게 ‘기다려줘’라고 인사하면서 헤어지거든요. 그 때의 애틋함, 하데스와 다시 잘해보고 싶은 마음, 그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채 지상으로 가는 거죠. 조금씩 조금씩, 아주 작은 변화에 주목하고 거기에 기대하는 마음이 우리 극이 말하는 희망의 메시지라고 믿어요. 그것들이 쌓이고 쌓이고 쌓여 변화가 있을 거라고. 그래서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도 좋은 사이로, 그래서 더 이상 지상의 사람들한테 피해를 안 끼치는 그런 사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16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뮤지컬 ‘애니’, 점프하고 구르며 풀어내는 가족의 소중함과 꿈 그리고 살아갈 힘

뮤지컬 ‘애니’ 시연(사진제공=와이엔케이홀딩스)“저희 작품의 소재는 사랑입니다. 어떤 충격이 있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움직이는 자체가 그들 안에 내재된 감정의 표현법이라고 저는 생각했어요. 아이들이 점프하고 구르기를 하고 덤블링을 하는 이유죠.”뮤지컬 ‘애니’(Annie, 10월 1~27일 유니버설아트센터 대극장)의 신선호 안무가이자 연출은 제작발표회에서 이번 시즌 ‘애니’의 차별점인어린 배우들의 다채로운 안무에 대해 “감정 표현법”이라고 정의했다.더불어 “제가 가진 기본 콘셉트는 클래식함”이라며 “지금 현재를 무대 기술이 아닌 배우의 몸으로 보여주는, 클래식함 속 현대적인 움직임이 저희 ‘애니’의 색다른 무대 미장센”이라고 부연했다.뮤지컬 ‘애니’ 장소영 음악감독(왼쪽)과 신선호 연출·안무(사진제공=와이엔케이홀딩스)“아이들한테 항상 ‘개인이 아닌 이 안에서 함께 움직이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움직이는 것’이라고 얘기해요. 한 사람이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잘해야 한다고요. 서로를 존중하고 박수를 쳐주며 자존감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연습을 진행하면서 저희 ‘애니’의 색은 정확하게 보이겠다 싶었습니다.”장소영 음악감독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이라고 장담한 뮤지컬 ‘애니’는 해롤드 그레이(Harold Grey)의 소설 ‘작은 고아 소녀 애니’(Little Orphan Annie)를 바탕으로 영화 ‘보니 앤 클라이드’(Bonnie and Clyde ), 토니상 베스트 뮤지컬 수장작 ‘어플라우즈’(Applause), ‘바이 바이 버디’(Bye Bye Birdie) 등의 찰스 스트라우스(Charles Strouse)가 넘버를 꾸린 작품이다.1976년 첫선을 보인 후 이듬해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제31회 토니어워즈 최우수 뮤지컬상, 각본상, 음악상, 안무상, 여우주연상 등 7개 부문을 휩쓸었고 한국에서는 1984년 오리지널이, 2006년에는 한국어 프로덕션이 초연됐다. 뮤지컬 ‘애니’를 준비 중인 워벅스 역의 송일국(왼쪽부터), 총괄 프로듀서 Richard Lee, 신선호 안무·연출, 그레이스 역의 박소연, 애니 최은영·곽보경, 장소영 음악감독, 해니건 원장 신영숙·김지선, 워벅스 남경주(사진제공=와이엔케이홀딩스)이번 ‘애니’는 2019년에 이은 5년만의 무대로 대공황시대 미국을 배경으로 ‘데리러 오겠다’는 부모의 편지를 간직한 채 11년을 살아온 고아 소녀 애니(곽보경·최은영, 이하 가나다 순)의 이야기다.버려졌지만 재기발랄하며 희망이 넘치는 애니를 비롯한 아이들, 세계적인 갑부 올리버 워벅스(남경주·송일국), 돈을 노린 고약한 고아원 원장 해니건(김지선·신영숙), 그의 남동생 부부 루스터(이종찬)와 릴리(이주예), 워벅스의 따뜻한 비서 그레이스(박소연)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로 무장했다.애니로는 273명이 참가한 오디션 경쟁을 통해 최은영과 곽보경이 낙점됐다. 최은영은 “원래 ‘애니’를 좋아해서 OST를 듣곤 했다”며 가장 좋아하는 넘버로 ‘투모로우’(Tomorrow)와 ‘N.Y.C’를 꼽았다.뮤지컬 ‘애니’의 타이틀롤인 애니 역의 곽보경(왼쪽)과 최은영(사진제공=와이엔케이홀딩스)‘투모로우’에 대해서는 “이 작품의 타이틀곡”이라고, ‘N.Y.C’에 대해서는 “들을 때도 부를 때도 신나는 느낌”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또 다른 애니 곽보경 역시 ‘투모로우’와 ‘I Think I’m Gonna Like it Here’를 가장 좋아한다고 전했다.  “일단 ‘투모로우’는 가장 중요하고 없으면 ‘애니’라는 작품이 안만들어지지 않을까 싶은 곡인 것 같아요. 그리고 ‘I Think I’m Gonna Like it Here’는 워벅스 집에서 청소를 하려는 애니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그레이스가 부르는 노래예요. 노래하면서 억만장자인 워벅스의 멋진 집에 가본 애니가 신기해 하지 않을까 싶어서 좋아합니다.”워벅스 역의 송일국은 “집에서 아들 셋(대한·민국·만세)에 시달리다가 딸들을 보니 너무 행복하다”며 “매순간 소원 성취 중”이라고 눙쳤다.뮤지컬 ‘애니’ 중 억만장자 워벅스 역의 남경주(왼쪽)와 송일국(사진제공=와이엔케이홀딩스)“워벅스 대사 중에 ‘아무리 돈이 많아도 곁에 누군가 없다면 정말 공허하다’는 대사가 있습니다. 저 역시 집에서 아이들하고 있으면 짜증이 날 때도 물론 있지만 사실 너무 행복하거든요. 너무 행복하다 보니 오히려 두려움이 몰려오더라고요.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매순간 기도를 하게 돼요. ‘애니’는 그런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워벅스로 번갈아 무대에 설 남경주는 “아이들이 주인공인 ‘빌리 엘리어트’나 ‘마틸다’와는 색깔이 다른 작품이 될 것”이라며 “시연을 보면서 이 아이들이 얼마나 더 멋진 배우들로 성장할까 생각하면서 뿌듯했다”고 털어놓았다.“더불어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우리가 무엇을 잃지 말아야 하고 어떤 마음으로 이 세상을 버텨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작품입니다. 저는 39년만에 다시 이 작품을 하게 됐는데요. 당시에도 애니가 하는 말 하나하나에서 희망을 계속 품었던 것 같아요. 이번에 워벅스로 참여하면서 애니의 대사 그리고 그들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앞으로를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뮤지컬 ‘애니’의 해니건 원장 역 신영숙(왼쪽)과 김지선(사진제공=와이엔케이홀딩스)“아이들에게 이미 반지를 선물로 받을 정도로 친하다”는 해니건 원장 역의 신영숙은 “명작이 주는 영원한 감동”을 언급하며 “제가 어려서 본 영화 ‘애니’에서 아이들이 부르는 ‘투모로우’를 들으면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어렸을 때 흘렸던 눈물과 어느새 나이가 들어 흘리는 눈물은 너무 다른 것 같아요. 온 가족이 오셔서 보신다면 영원한 고전이 주는 감동을 함께 느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고전이지만 현대적으로 재탄생될 ‘애니’에 큰 감동을 받고 돌아가실 수 있을 거예요. 그 목표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내 무대에서 펼쳐보이도록 하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15 18:00 허미선 기자

[B코멘트]국립무용단 ‘행+-’ 안애순 안무·연출 “땅에 발 디딘 우리 춤, 그 안의 컨템포러리를 찾아서!”

국립무용단 신작 ‘행+-’ 안애순 안무·연출(사진제공=국립무용단)“사실 아주 단순한 몸짓, 본질로 돌아가고자 하는 서양의 움직임에서 현대사조의 하나인 미니멀리즘이 나왔어요. 이미 동양은 음악 자체에도 미니멀한 요소가 많죠. 이런 특징들이 전통에 이미 컨템포러리 요소가 존재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음악에 영향 하에 우리 전통 한국춤에서도 미니멀리즘 같은 컨템포러리 요소를 발견할 수 있는 거죠.”국립무용단과 신작 ‘행+-’(8월 29~9월 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를 준비 중인 안애순 안무·연출은 전통의 원형에서 현대적 움직임, 컨템포러리 요소를 발견하는 과정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안무자로서 저의 유니크함은 제가 가진 환경과 배경 그리고 내 몸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통에 대한 공부와 이해가 더 필요하고 그것을 가지고 나만이 가진 지금의 감각으로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죠. 또 다른 세계적 안무가들이나 작가들과는 다른 환경과 차별화되는 나만의 세계를 우리 전통에서 찾을 수 있어요. 그것이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행+-’ 연습장면(사진제공=국립무용단)‘행+-’는 안애순 안무·연출과 더불어 무대디자이너 김종석, 조명디자이너 후지모토 다카유키, ‘화차’ ‘불한당’의 음악감독 김홍집·이진희, ‘해어화’ ‘미스터 션샤인’ 의상디자이너 김영진 등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1장은 오랫동안 이어온 춘앵무의 표본에서 발견한 기호적이고 기록적인 움직임을 이야기한다. 상체의 움직임 없이 치마폭 안에서 무수히, 끊임없이 진행하는 춘앵무 중 탑탑고(塔塔高)라는 제자리걸음을 모티프로 한다.2장에서는 몸이 기억하고 자기 의속 속에 넣어뒀던 것을 꺼내 이 시대감각으로 표현하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다. 음악에 맞춰 표기된 동작의 편집이 아닌 사람들이 가진 인상, 경험 속에서 나온 몸짓을 발전시키고 현대적으로 해석해 해체하는 작업들은 각 무용수의 몸이 가진 아카이브로서의 역사성을 바탕으로 한다.‘행+-’ 연습장면(사진제공=국립무용단)43명의 국립무용단원이 미니멀하고 입체적으로 추는 군무와 다채롭고 자유롭게 추는 개인 춤 등으로 구성된 ‘행+-’은 그렇게 무용수 개개인의 역사가 녹아든 움직임을 끌어내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는 전통과 현대, 과거와 현재, 시간과 공간, 집단과 개인, 규율과 자유 등 반대되는 개념들이 교차하고 얽히며 획일화된 행(Row)에서 다양한 행(Move)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획일화된 행(Row)과 실천 혹은 변혁의 ‘행’(Move)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 ‘행+-’에는 우리 전통의 궁중무 중 유일한 독무인 ‘춘앵무’에서 발견한 미니멀리즘과 기호적인 몸짓 등 컨템퍼러리 요소들이 강조된다. 더불어 그 과정에서는 음악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1장 음악의 핵심은 미니멀이라고 봤기 때문에 최소한의 요소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가운데서 무용수들이 구음을 내며 라이브로 음악을 만드는 게 시간을 기록하는 아름다운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음악적 요소로 활용했습니다.”‘행+-’ 연습장면(사진제공=국립무용단)이어 “더불어 이동성이 중요한 부분이었다”며 “민요에 새로운 자연 속 아주 작은 하나의 개체로 있던 개인이 내 몸의 의식 속에 있던 것들을 끄집어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모험을 즐기는 몸으로 변한다”고 부연했다.“그렇게 하나의 주체가 되는 과정에서 시간과 공간이 변화하고 함께 이동하게 되죠. 그래서 음악도 시간과 공간 두 가지가 이동하는 과정을 디벨롭하고 관객들도 음악을 통해 시공간의 이동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전통과 현대를 분리하는 자체가 무의미한 시대, 장현수 단원의 표현처럼 ‘행+-’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춤이 공존하는 작품”이다. “각자의 춤을 미니멀하면서도 한국적으로 보여달라”고 요구했다는 안애순은 옥스포드 무용사전, 세계현대춤사전에 등재된 한국적 컨템퍼러리 무용의 대표주자로 그의 바탕 역시 한국적인 것이다.국립무용단 신작 ‘행+-’ 안애순 안무·연출(사진제공=국립무용단)“형태적인 면에서 예를 들자면 서양의 춤이 하늘을 향해 추는 춤이라면 우리 전통춤은 땅에 디딤을 통해 신체의 움직임을 찾는 경향이 있어요. 땅을 중심으로 몸을 움직이는 한국 춤에 장착된 박자와 호흡이 있고 상체나 손의 흐름을 운영하는 방식, 철학이 있죠.”그리곤 “사실 저는 한국적인 걸 고수한다기보다는 제 춤사위를 추적하다 보면 어디에 기본을 두고 내 신체를 운영하고 움직이느냐를 알게 된다”고 털어놓았다.“이러한 요소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유전적으로 내려와 자기 몸에 장착돼 있는 것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무용수들이 현대화 작업을 통해 과감하게 벗어나려고도 하지만 한국적인 요소들이 기본으로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지점들을 가져가려고 하는 것이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09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다소 뻔한? 그래서 재밌는! 음악극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공연장면(사진제공=극단 수수파보리)1930년대 통속 여류소설가 김말봉의 생애와 작품을 담은 음악극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8월 10일 인천서구 청라복합문화센터 청라블루노바홀, 8월 18~25일 명동예술극장, 8월 31일 의정부 예술의 전당, 9월 4일 광주광역시 광주빛고을시민문화관)가 전국투어에 나선다. 정안나 연출이 이끄는 극단 수수파보리 작품으로 2022년 대학로 산울림 고전극장에서 초연된 후 2023년 재연됐다. 공연과 이론 작품상, 한국여성연극협회 올빛상 연출부문 등을 수상했고 지난 6월에는 서울연극제 공식 선정작으로 무대에 올랐다. 음악극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포스터(사진제공=수수파보리)이번 전국투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2024지역맞춤형중소규모콘텐츠유통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지역예술 활성화를 위한 행보다. 김말봉은 남성 중심으로 근현대 문화예술사가 쓰여지던 일제강점기 ‘밀림’ ‘찔레꽃’ ‘망명녀’ ‘고행’ ‘화려한 지옥’ 등으로 사랑받았던 작가다.스스로를 ‘통속소설가’로 칭했던 그는 황해도 재령의 명신학교 교원, 중외일보 기자 등으로 근무하다 1932년 보옥(步玉)이라는 필명으로 쓴 단편소설 ‘망명녀’가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이후 ‘고행’ ‘편지’에 이어 ‘밀림’ ‘찔레꽃’을 각각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 연재하며 통속소설가로 사랑받았다.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는 그의 생애와 작품 ‘고행’ ‘찔레꽃’ ‘화려한 지옥’을 만담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바람난 남편을 코믹하게 풀어낸 ‘고행’은 남성 중심의, 여성의 희생과 인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시대를 향한 발차기처럼 보인다. 그의 대표작인 ‘찔레꽃’은 가난하지만 청순하고 아름다운 정순이 어려운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입주 가정교사로 부잣집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호시탐탐 정순을 노리는 음흉한 눈길의 주인 할아버지, 인연이라 굳게 믿었던 약혼자 민수, 주인 집의 장남 경구와 딸 경애 등이 정순과 얽히면서 벌어지는, 여전히 사랑받는 K막장의 원조격이다.. 뱃속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생 오채옥과 황영빈, 그의 연인 백송희의 비극을 담은 ‘화려한 지옥’은 여성들의 연대, 공창제(1916년부터 1948년까지 일본에 의해 식민지 조선에서 실시된 성매매 관리제도)의 문제점과 대안 제시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공연장면(사진제공=극단 수수파보리)‘통속소설이 머 어때서?!’는 극 중 극으로 소개되는 세 작품과 더불어 “순수귀신을 버리라!” “대중을 위한 작품이 살아 있는 작품”이라 일갈하던 김말봉의 예술관을 살려 당시의 다양한 대중문화예술 요소들로 꾸린다.  당시를 풍미했던 변사를 모티프로 한 만담꾼과 해설자가 등장하고 인형을 활용하는가 하면 음악그룹 더 튠(이성순, 고현경, 이유진, 송한얼)이 1930년대 대중들의 삶 속에 파고들어 격동의 시대를 관통했던 유행가 신민요를 비롯해 동요, 만요(코믹송), 가요 등으로 재미를 더한다.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공연장면(사진제공=극단 수수파보리)연극 ‘햄릿’ ‘라스트세션’ ‘오펀스’ ‘두 교황’ ‘올드 위키드 송’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등과 드라마 ‘닥터 차정숙’ ‘천원짜리 변호사’ ‘블랙의 신부’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의 남명렬을 비롯해 김말봉 역의 이한희, 해설자 김정우, 김하진 그리고 각 작품 별로 다른 역할을 소화하는 문경희, 신정은, 이진철, 임윤호, 이태희, 김단경 등이 출연한다. 고단했던 시대를 민중들과 더불어 관통한 음악들, 맛깔 나는 배우들의 연기, 남성 중심의 식민지 시대를 ‘통속’으로 주름잡았던 김말봉과 그의 파격적인, 지금까지 사랑받는 K막장 드라마의 원조는 뻔하지만 그래서 여전히 흥미롭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8-07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여전함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프라이어 월터 역의 유승호(왼쪽)와 손호준(사진제공=글림컴퍼니)무려 200분, 3시간을 훌쩍 넘기는 러닝타임에 인터미션만 두번이다. 하물며 2부작 중 절반인 1부일 뿐이다. ‘링컨’ ‘웨스트사이드스토리’ 등의 토니 커쉬너(Tony Kushner)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파트1’(Angels in America, 8월 6~9월 28일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이 개막한다. 밀레니엄 직전의 세기말을 배경으로 동성애자, 모르몬교도, 유대인, 흑인 드래그퀸 등 사회적 소수자들이 겪는 차별과 혼란을 마냥 새하얗지만은 않은 천사를 등장시켜 혼돈과 공포, 현실과 환상을 교차시켜 풀어가는 문제작이다. 파트1 ‘밀레니엄이 다가온다’와 파트 2 ‘페레스트로이카’로 나뉜 8막짜리 작품으로 1991년 초연 후 1993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퓰리처상, 토니상, 드라마데스크상 등을 휩쓸었다.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연습 중인 프라이어 월터 역의 유승호(왼쪽)와 벨리즈 태항호(사진제공=글림컴퍼니)2003년 알 파치노, 메릴 스트립 등의 TV영화로 만들어져 골든글로브와 에미상을 받기도 했던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국립극단에서 정경호, 박지일과 박용우 부자 등의 출연으로 2021년 파트1, 2022년 파트2가 초연된 데 이은 두 번째 시즌이다. 소녀시대 수영의 연극 데뷔작 ‘와이프’를 비롯해 ‘그을린 사랑’ ‘튜링머신’ ‘언체인’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 ‘녹천에는 똥이 많다’ 등의 신유청 연출작으로 ‘스파이더맨’ ‘데드풀’ ‘엑스맨’ ‘쥬만지’ ‘존웍’ 시리즈와 ‘보헤미안 랩소디’ ‘콜 미 바유 유어 네임’ 등 할리우드 영화와 뮤지컬 ‘스쿨 오브 락’ ‘썸씽로튼’ ‘식스 더 뮤지컬’ 등으로 잘 알려진 황석희 번역가가 새로 합류했다.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포스터(사진제공=글림컴퍼니)신유청 연출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작품이 아니라고 해도 저를 뒤흔들었던 작품”이자 “제 삶을 뒤집어 놓는 경험들을 하게 한, ‘엔젤스 인 아메리카’ 이전과 이후가 좀 달라졌다고 생각하게끔 하는 작품”이다. 더불어 황석희 번역가의 전언처럼 “영화를 600편 가까이 번역했지만 정말 드문, 채 5편도 안 되는 완성도 있고 멋있는 문장”과 “굉장히 긴 묵직한 독백에도 흐름이 끊기지 않는 위트들”로 무장한 작품이기도 하다.  데뷔 24년을 맞은 유승호의 연극 데뷔작으로 그는 손호준과 더불어 북동부 특권층을 일컫는 와스프(White Anglo-Saxon Protestant, WASP, 백인 앵글로-색슨 개신교도) 출신의 동성애자이자 에이즈환자인 프라이어 월터를 연기한다. 프라이어의 연인이자 미 연방 제2항소법원의 유대인 사무직원 루이스 아이언슨은 드라마 ‘펜트하우스’ ‘연애지상주의구역’, 연극 ‘어나더 컨트리’ 등의 이태빈과 뮤지컬 ‘앤’ ‘오즈’ 등의 정경훈이 더블캐스팅됐다.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공주의 남자’ ‘시티헌터’ ‘신기생뎐’ ‘자이언트’ ‘불멸의 이순신’ ‘야인시대’ ‘여인천하’ 등에서 굵직한 연기를 선보인 이효정의 25년만의 무대 복귀작이자 ‘삼남매가 용감하게’ ‘멜로가 체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아빠는 딸’ 등으로 이름을 알린 이유진의 연극 데뷔작이기도 하다. 부자 사이인 이효정과 이유진은 각각 스스로가 유대인이며 동성애자이자 에이즈환자임을 극구 부인하는 악마 변호사이자 보수주의 정치계의 유력인사 로이 콘 그리고 성정체성과 모르몬교도로서의 신념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미국 연방 제2항소법원 수석 서기관 조셉 피트로 호흡을 맞춘다. 부자지간인 이유진(왼쪽)과 이효정은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서 애정 관계에 빠져드는 조셉 피트와 로이 콘으로 분한다(사진제공=글림컴퍼니)두 사람은 스스로를 부정하거나 혼란스럽게 여기면서도 서로에게 애정을 느끼며 기묘하게 얽혀드는, 쉽지 않은 인물들을 연기한다. 절대적인 악의 영역에 서 있는 실존 인물을 극화한 로이 콘은 이효정과 더불어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등의 김주호 그리고 그와 애정관계로 발전하는 조셉 피트는 이유진과 ‘광염소나타’ ‘마마돈크라이’, 화가시리즈 ‘모딜리아니’ ‘에곤 실레’ ‘아르토, 고흐’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 편’ 등의 양지원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발륨 중독으로 환상에 갇혀버린 조셉의 아내 하퍼 피트는 ‘빙의’ ‘그녀는 예뻤다’ 등 고준희와 ‘시지스프’ ‘여고괴담’ ‘히든’ 등 정혜인이, 드래그퀸 출신의 혼혈 간호사 벨리즈는 태항호와 민진웅이, 조셉의 어머니 한나 피트로는 무대와 매체를 오가며 활약 중인 전국향과 방주란이 더블캐스팅됐다. 프라이어에게 신의 계시를 전하고 천국과 지구를 연결하는 메시저인 천사는 초연에 이어 권은혜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이 쓰여진 1991년이나 배경인 1980년대는 동성애나 유대인, 흑인 등이 차별의 대상이 되던 시절이다. 부정부패가 팽배하고 소수자에 대한 무시와 멸시, 혐오와 차별이 난무하던 그때와 지금은 얼마나 다른가.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연습 중인 프라이어 월터 역의 손호준(왼쪽)과 루이스 아이언슨 이태빈장면(사진제공=글림컴퍼니)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우리 안의 빗금치기 그리고 너와 나, 정치색, 남녀, 인종, 신의 존재에 대한 이견 등으로 갈라치기가 난무하고 전쟁과 인권유린이 여전한 지금. 그 여전함에서 스스로는 자유로울 수 있을까. 소수자가 아니라고 해서 마냥 자유롭고 정당한 대우나 배려를 받고 있는가. 정치적, 국가적 상황을 등지고 살아갈 수 있을까.신앙, 국가와 사회, 기득권들 사이에서 올바른 해석을 하고자 중심을 잡으려는 일들의 연속인 지금과도 맞닿은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30여년 전에 쓰여졌음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31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창작진과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제 삶은 ‘엔젤스 인 아메리카’ 이전과 이후가 좀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에 담겨 있는 의미들이 너무 많거든요. 단지 작품 혹은 연극에만 한정된 의미들이 아니라 제 삶을 뒤집어 놓는 경험들을 했습니다. 이 작품 이후에도 여러 작업들을 했지만 제 시야가 확 달라졌기 때문에 (이 작품을) 놓을 수 없었죠.”신유청 연출은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파트 1’(Angels in America Part1, 8월 6~9월 28일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의 의미에 대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작품이 아니라고 해도 저를 뒤흔들었던 작품”이라고 밝혔다.“(이 작품 속 인물들의 상황은) 보통의 일상과는 다르죠. 하지만 그 고통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너무 많은 의미들이 담겨 있어요. 그것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제가 이 세상에 왜 존재하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들을 완전히 바꿔놨죠.”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황석희 번역가(왼쪽)와 신유청 연출(사진=허미선 기자)이어 “저는 그 대본에 담겨 있는 의미들을 찾아내는 수준의 연출가”라며 “우리의 언어가 아니라 그 깊이들을 찾아내 관객들에게 전하는 것만으로도 좀 벅차다는 생각이 들어 그 의견들을 담아내는 데 충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트 1, 2로 나뉘어 8시간여에 걸쳐 진행되는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밀레니엄 직전의 세기말을 배경으로 동성애자, 모르몬교도, 유대인, 흑인 드래그퀸 등 사회적 소수자가 겪는 차별과 혼란을 혼돈과 공포, 현실과 환상을 교차시키며 풀어가는 문제작이다. 1991년 초연된 토니 커쉬너(Tony Kushner) 작품으로 1993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퓰리처상, 토니상, 드라마데스크상 등을 휩쓸었다. 한국에서는 정경호 주연으로 2021년 파트1, 2022년 파트 2를 초연했다.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프라이어 월터 역의 손호준(왼쪽)과 연인 루이스 아이언슨 이태빈(사진=허미선 기자)한국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소녀시대 수영의 연극 데뷔작 ‘와이프’를 비롯해 ‘그을린 사랑’ ‘튜링머신’ ‘언체인’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 ‘녹천에는 똥이 많다’ 등의 신유청 연출작으로 뮤지컬 ‘스쿨 오브 락’ ‘썸씽로튼’을 비롯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와 ‘스파이더맨’ ‘데드풀’ 시리즈의 황석희가 번역을 책임졌다.황석희 번역가는 “번역가로서 가장 신뢰하고 중시하는 건 텍스트”라며 “토니 커쉬너의 작품은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의 ‘파벨스만’(The Fabelmans)을 번역하면서 처음 접했다. 굉장히 훌륭한 작가이자 문장가”라고 평했다.“훌륭한 작가라고 반드시 훌륭한 문장가이지는 않은데 이분은 훌륭한 작가이자 훌륭한 문장가이십니다. 굉장히 긴 독백에도 위트들이나 이런 것들이 흐름이 끊기질 않죠. 제가 영화를 600편 가까이 번역했는데 이 정도로 완성도 있고 멋있는 문장은 정말 드물어요. 5편도 채 안 되거든요. 그 정도로 완성도가 높고 좋은 작품이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문장에 집중해 그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것 그리고 캐릭터를 살리는 것이었습니다.”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황석희 번역가(왼쪽부터)와 신유청 연출, 프라이어 월터 역의 손호준과 유승호(사진=허미선 기자)이어 “문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을 놓치지 않고 흐름을 계속 이어간다. 하지만 영어 대본”이라며 “두 언어 간의 물리적 한계로 인해 그대로 번역할 경우에는 그 흐름이 이어질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그 흐름을 어떻게 끝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 그리고 캐릭터를 살리는 게 가장 주안점이었습니다. 다행인 건 연출·조연출님이 이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깊으신 분들이라 번역가 입장에서는 ‘치트키’를 가지고 시작한 것과 다름없었어요.”‘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유승호의 연극 데뷔작이기도 하다. 유승호는 손호준과 더불어 북동부 특권층을 일컫는 와스프(White Anglo-Saxon Protestant, WASP, 백인 앵글로-색슨 개신교도) 출신의 동성애자이자 에이즈환자인 프라이어 월터를 번갈아 연기한다.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프라이어 월터 역의 유승호(사진=허미선 기자)유승호는 “이 작품에서 다루는 이슈들에 대해서는 사실 전혀 아는 게 없어서 영화나 창세기 등을 찾아봤다”며 “손톱 매니큐어는 연출님께서 소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받는 시선들을 직접 느껴보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해봤는데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다”고 털어놓았다.“그럼에도 그분들의 진심에까지 다가갈 수는 없다는 확신이 들어요. 하지만 조금이나마 가까워지기 위해 이것저것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연출님의 말씀을 듣고서야 각 장면에 담긴 의미들을 깨달아요. 매일, 매번 연습마다 장면들에 담긴 의미들을 느끼면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죠.”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프라이어 월터 역의 손호준(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과 유승호, 그의 연인 루이스 아이언슨 역의 이태빈과 정경훈(사진=허미선 기자)또 다른 프라이어 역의 손호준은 “프라이어 역할을 하는 저희 뿐 아니라 다른 배우들과 모여서 드래그퀸 공연도 보러가고 비슷한 성향을 가진 분들의 유튜브, 자료 등을 열심히 찾아서 공부했다”며 “1막 4장 연인 루이스의 할머니 장례식 후 자신의 에이즈 발병 소식을 전하는 프라이어”를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았다.  “죽음이라는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는 루이스에게 두려움이나 공포스러운 감정을 전달하지 않기 위해 더 밝게 노력하는 프라이어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요. 프라이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 같아요. 가장 어려운 장면이기도 하죠.”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프라이어 월터 역의 손호준(왼쪽)이 연인 루이스 아이언슨(정경훈)에게 자신의 에이즈 발병 사실을 털어놓는 장면(사진=허미선 기자)그의 연인이이자 미 연방 제2항소법원의 유대인 사무직원 루이스 아이언슨은 드라마 ‘펜트하우스’ ‘연애지상주의구역’, 연극 ‘어나더 컨트리’ 등의 이태빈과 뮤지컬 ‘앤’ ‘오즈’ 등의 정경훈이 더블캐스팅됐다.이태빈은 자신이 연기하는 루이스에 대해 “그가 하는 선택들이 어떻게 보면 되게 비겁하기도 하고 누군가한테는 되게 현실적으로 느껴질 것”이라며 “이 캐릭터를 어떻게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팀의 막내로서 저만의 풋풋함으로 표현해 보려고 노력 중”이라고 털어놓았다.자신의 성정체성과 모르몬교도로서의 신념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미국 연방 제2항소법원 수석 서기관 조셉 피트는 ‘삼남매가 용감하게’ ‘멜로가 체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아빠는 딸’ 등의 이유진과 ‘광염소나타’ ‘마마돈크라이’, 화가시리즈 ‘모딜리아니’ ‘에곤 실레’ ‘아르토, 고흐’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 편’ 등의 양지원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서 로이 콘과 조셉으로 사랑을 느끼는 상대를 연기할 부자 이효정(왼쪽)과 이유진(사진=허미선 기자)‘공주의 남자’ ‘시티헌터’ ‘신기생뎐’ ‘자이언트’ ‘불멸의 이순신’ ‘야인시대’ ‘여인천하’ 등에서 굵직한 연기를 선보인 이효정과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등의 김주호가 연기하는 악마의 변호사이자 보수주의 정치계 유력인사 로이 콘은 스스로가 유대인이며 동성애자임을 극구 부인하면서도 조셉과 기묘하게 얽히는, 실존 인물을 극화한 캐릭터다.‘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이효정과 이유진 부자가 애정 관계에 놓이는 캐릭터로 함께 무대에 서는 작품이다. 25년만에 다시 연극 무대에 서는 이효정은 “동성이지만 사랑을 느끼는 상대를 연기한다”며 “이런 경우가 없었어서 걱정이 됐다”고 털어놓았다.“대한민국에서 부자지간에 사랑을 느끼는 상대를 연기한 전례가 없어서 인간적으로 고민을 좀 했죠. 그걸 감내할 수 있을까, 아들 눈을 바라보면서 할 수 있을까 했는데 막상 해보니 괜찮아서 아주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잃어버렸던 아들을 다시 찾은 느낌입니다. 연습실에서 매일 만나 하루 한끼 이상 밥을 같이 먹거든요. 연극으로 얻는 기쁨도 크지만 아들과의 관계가 더 돈독해지고 있다는 게 제일 큰 선물이죠.”이유진은 “태어나자마자 아빠는 배우였고 TV에 나왔기 때문에 출연작들을 따로 챙겨보진 않았었는데 이번 작품 리딩 첫날 모두가 놀랄 정도의 역량을 보여주셨다”며 “원래 있던 존경심이 더 커졌다”고 밝혔다.“아빠를 따라 본가로 가서 비법 같은 걸 전수받으려고 했어요. 그 동안은 안 하던 행동을 하게 만든, 되게 소중한 기회이자 감사한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이미 돈독했지만 더 돈독해지는 계기가 되는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전체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조셉의 아내로 약물중독으로 환상을 마주하는 하퍼 피트는 ‘빙의’ ‘그녀는 예뻤다’ 등 고준희와 ‘시지스프’ ‘여고괴담’ ‘히든’ 등 정혜인이, 드래그퀸 출신의 혼혈 간호사 벨리즈는 태항호와 민진웅이, 조셉의 어머니 한나 피트는 무대와 매체를 오가며 활약 중인 전국향과 방주란이, 프라이어에게 신의 계시를 전하는 천사는 ‘스카펭’ ‘앨리스 인 베드’ ‘파우스트 엔딩’ 등의 권은혜가 연기한다. 로이 콘 역의 김주호는 발표된 지 30년이 지났음에도 ‘엔젤스 인 아메리카’가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에 대해 “(로이라는 인물을 상징하는) 부정부패는 한 국가의 탄생, 권력과 조직의 형성으로 언제 어디서나 어쩔 수 없이 함께 흘러가는 것”이라고 밝혔다.“이 사람이 유대인이라는 걸, 에이즈 환자라는 걸, 성소수자라는 걸 부정하는 근거는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습니다. 여전히 그에 대한 고민 중이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만들어가려고 노력 중이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26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유희성 연출 “원 아시아 마켓, 결국 중요한 건 좋은 작품”

유희성 연출(사진=허미선 기자)“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나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등 뮤지컬의 본고장에서 한국의 리드 프로듀서들이 역할들을 제대로 하는 걸 보면서 정말 대단하고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성공 여부는 좀 지켜봐야할 일이지만 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프로듀서를 한다는 자체가 대단하죠. 정말 칭찬해 주고 싶고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에요.” 유희성 연출은 브로드웨이에서 3월 29일(현지시간) 시작한 프리뷰 첫주부터 ‘원 밀리언 클럽’(주당 매출 100만 달러 이상)을 달성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브로드웨이씨어터)의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와 ‘마리 퀴리’로 웨스트엔드 공연 준비에 한창인 강병원 라이브 대표에 대한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유희성의 무대 읽기-더 스테이지’(사진제공=연극과 인간)“자생적으로 지금의 경지를 이룬 한국의 창작자들이나 제작자들이 모든 것에 열어놓는 마인드가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우물 안 개구리처럼 갇혀 있기 보다는 해외 동향 등을 주시하며 실험하고 실행하면서 글로벌화하려는 경향들이 굉장히 발전적이죠.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서포팅하고 리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의 단발성, 비슷비슷한 지원보다는 실행과 지속가능성에 집중한 정책이 필요한 때죠.” 그는 광주시립극단, 서울예술단 등의 단원으로 무대에 올랐고 뮤지컬 ‘명성황후’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배우였다.  더불어 뮤지컬 ‘모차르트’ ‘로미오와 줄리엣’ ‘피맛골연가’ ‘바람의 나라’ ‘투란도트’ ‘광주’ 등과 서울시무용단의 ‘바리’와 ‘신시’ 등의 연출이자 전 서울예술단 이사장,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등을 역임한 예술경영 전문가이기도 하다. 2018년 고(故) 장국영의 기일을 맞아 그의 음악들로 꾸린 주크박스 뮤지컬 역시 그의 작품이다.  “중국, 대만, 일본 등 해외 문화예술계와 교류하고 이런저런 일들을 함께 하면서 우리나라 작품과 공연계에 대한 대단함을 새삼 깨달아요. 특히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무대를 지키기 위해 제작자나 공연 관계자, 스태프들, 배우들과 관객들까지 얼마나 애써왔는지…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셧다운 없이) 공연이 계속됐던 건 우리 문화사(史)에 기억될만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격려 받아 마땅한 그 대견함과 노고에 대한 이야기는 최근 출간된 칼럼집 ‘유희성의 무대읽기-더 스테이지’(이하 더 스테이지)에 고스란히 담겼다. 유희성 연출(사진=허미선 기자)‘더 스테이지’는 평소 뮤지컬 뿐 아니라 연극, 클래식, 무용, 전통 소리 등 장르를 섭렵한 다작 관객이기도 한 그가 2009년부터 한 매체에 꾸준히 게재해 오던 칼럼을 엮은 책이다. 작품에 대한 소개는 물론 한국 공연계의 변화와 발전 그리고 현상과 트렌드 등을 차곡차곡 쌓아둔 책이다.“더불어 ‘시체관극’이라고 나쁘게 표현되는 우리만의 관람문화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본인들이 극을 보는 데 방해받고 싶지 않은만큼 다른 사람들의 관람 그리고 그 작품을 만든 배우들, 창작진들의 노력을 최대한 존중하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유희성 연출(사진=허미선 기자)이어 “그런 문화가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발휘된 것”이라며 “우리의 좋은 공연 문화들이 폄훼되지 않고 좀 더 알려지기를, 좋은 문화로 잘 성장시키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모범사례를 보이며 분투했던 공연계 역시 침체기로 접어들었다.스타 캐스팅, 환율로 인한 기자재 비용 상승, 해외여행 재개로 인한 관객 이탈 등 다양한 원인들이 언급되고 있는 데 대해 유 연출은 “창작자들과 스태프들이 지금보다는 좀 더 예우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제작자들의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투자를 받기 위해 스타 캐스팅은 어쩔 수 없다고들 하죠. 하지만 좋은 작품을 제대로 만들면 성공한다는 사례들이 계속 나와서 분위기를 전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력 있는 창작진들과 배우들이 어우러졌을 때 진가가 나타나고 좋은 아이디어가 좋은 작가, 안무가 등을 만나 소규모 제작비로도 제대로 구현해 관객들에게 사랑받는다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거라고 믿어요.”그가 최근 눈여겨보는 장르는 창극이다. 지난 6월 국립국악원 진도에서 초연됐고 서울 공연을 앞두고 있는 ‘따님애기’(7월 25, 26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의 총연출이기도 한 그는 뮤지컬 ‘명성황후’의 고종으로 무대에 오르던 시절 안숙선 명창의 제안으로 우리 소리를 배우기도 했다.“일본이나 중국은 자신의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현대화시키고 있어요. 우리 창극 역시 그 외연을 확장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전통 소리의 발성을 잘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세계적으로 향유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거든요. 우리 창극의 정통성을 유지하면서 현대화시키고 싶어요.”유희성 연출(사진=허미선 기자)15년을 넘게 중국 공연계와 합작 및 창작을 해온 그는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 시절부터 ‘원 아시아 마켓’을 강조해 왔다.“중국, 대만, 일본 등과 작품을 함께 만들다 보니 아시아인들만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정서가 있어요. 그 정서를 비롯해 내용, 스타일 등을 활용한다면 원 아시아 뮤지컬이 충분히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텍스트와 음악이 좋으면 어느 나라를 불문하고 사랑받을 수 있어요. 물론 각 나라마다 특성이 있고 선호하는 것도 달라요. 그건 각 시장의 특성에 따라 현지화 작업을 거치면 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좋은 작품이에요.” 글·사진=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24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국립극장 2024-2025 레퍼토리시즌 “극장 가동률 높이고 제작극장으로서의 면모 강화!”

국립극장이 극장 가동률 높이기와 제작극장으로서의 면모 강화를 핵심으로 한 을 발표했다(사진=허미선 기자)“이전 시즌보다 극장 가동률을 높이고 제작극장으로서의 자체 기획 및 공동주최 공연을 늘렸다는 것이 달라졌습니다. 공연 편수는 비슷하지만 공연 기간을 늘려 극장 가동률은 더욱 높아질 예정입니다.”새로 시작될 국립극장의 2024-2025 레퍼토리시즌(8월 28~2025년 6월 29일)에 대해 박인건 극장장은 “극장 가동률과 기획 및 공동주최 공연 높이기”를 강조했다.“무대 셋업기간이 너무 길어서 실질적으로 110회 이내였던 해오름극장 공연 횟수를 금년부터 160~170회로 늘렸고 다음해는 200회 정도로 만들고자 합니다. 60%밖에 안됐던 하늘극장 가동률도 100%에 이르렀죠.”극장 가동률 높이기와 제작극장으로서의 면모 강화에 초점을 둔 국립극장의 2024-2025 레퍼토리시즌에는 신작 23편과 레퍼토리 8편, 상설 공연 14편, 공동 주최 16편 등 총 61편이 무대에 오른다.이번 시즌에서 눈여겨볼 것은 5년만의 마당놀이 귀환이다. 국립극장의 마당놀이 10주년을 맞아 원조 창작진인 손진책 연출, 박범훈 자곡가, 국수호 안무가 그리고 배삼식 작가가 4편의 레퍼토리를 엮은 ‘마당놀이 모듬전’(11월 29~2025년 1월 30일 하늘극장)을 선보인다. 이들과 더불어 원조 마당놀이 스타인 윤문식, 김성녀, 김종엽이 특별출연으로 흥을 돋운다.2024-2025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포스터(사진제공=국립극장)또한 민새롬 연출의 연극 ‘몬스터 콜스’(12월 5~8일 달오름극장),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음악회 ‘함께, 비발디와 레스피키’(12월 10일 해오름극장), ‘2025 함께, 봄’(2025년 4월 12일 해오름극장), 중증 척추 장애 여성의 성적 욕망을 담은 신유청 연출의 ‘헌치백’(2025년 6월 12~15일 달오름극장) 등 무장애 공연 4편을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마당놀이의 부활, 무장애 공연 신작과 더불어 2024-2025 레퍼토리시즌에는 국립극장의 정체성인 전통을 기반으로 새로운 동시대 창작 공연과 관객들이 사랑했던 레퍼토리들이 고루 라인업됐다.한국 춤의 외연을 확장하는 국립무용단의 ‘행 +-’(8월 29~9월 1일 해오름극장)를 시작으로 실존 인물인 명창 이날치의 삶을 담을 국립창극단의 ‘이날치傳’(11월 14~21일 달오름극장)과 김정 연출·배삼식 극작의 ‘피의 군주’ 수양대군 이야기 ‘수양’(首陽 가제, 2025년 3월 13~20일 달오름극장), 양정웅 연출가의 ‘파라다이스’(가제, 2025년 4월 3~6일 해오름극장), 예효승 안무가의 ‘파이브 바이브’(가제, 2025년 6월 25~29일 달오름극장) 등의 신작이 무대에 오른다.게임 세계관을 무대화한 작곡대전 ‘음악 오디세이: 천하제일상’(11월 29~30일 해오름극장),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지휘자 정치용이 이끄는 KBS관현악단과 손잡고 국악관현악을 서양관현악으로 변주하는 ‘스위치’(가제, 2025년 6월 21일 해오름극장)도 2024-2025 레퍼토리시즌에 초연된다.새로 선보이는 신작과 더불어 ‘변강쇠 점 찍고 옹녀’(9월 5~15일 달오름극장), ‘베니스의 상인들’(2025년 6월 7~14일 해오름극장) 6년만에 돌아오는 ‘향연’(12월 19~25일 해오름극장) 등 국립극장 인기 레퍼토리를 비롯해 외부 창작단체와의 공동주최나 기획 공연도 선보인다.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금란방’(8월 29~9월 28일 하늘극장), ‘송년갈라 SPA con’(12월 28일 해오름극장), ‘천개의 파랑‘(2025년 2월 22~3월 7일 해오름극장)과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레타 ‘박쥐’(10월 11~12일 해오름극장), 라이브러리컴퍼니 ‘붉은 낙엽’(2025년 1월 8~3월 1일 달오름극장), 국립극단 ‘그의 어머니’(2025년 4월 1~20일 달오름극장), 오필영 무대디자이너가 이끄는 이모셔널씨어터 ‘꿈의 극장’(2025년 5월 16~6월 29일 하늘극장) 등을 만날 수 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23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할만큼 다 했지” 참으로 김민기다운 마지막 말 “그저 고맙다”

21일 오후 8시 26븐 김민기 학전 대표가 별세했다(사진제공=학전)“할만큼 다 했지. 그저 고맙다.”김민기의 마지막 말은 참으로 그다웠다. 민주항쟁의 상징곡인 ‘아침이슬’ ‘상록수’ 등의 창작자이자 1991년부터 30여년 간 대학로를 지켜온 학전의 김민기가 7월 21일 오후 8시 26분 별세했다. 향년 73세.지난해 위암 4기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를 해오던 그는 간으로의 전이, 지난해 12월 폐렴으로 위험한 고비를 넘기면서도 학전의 레퍼토리들을 다시 무대에 올리겠다는 강한 의지로 투병해 왔다.학전 외관(사진제공=학전)2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학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성민 학전 총무팀장은 “올초부터는 병에 집중하셨다. 빨리 나아야 한다며 가족이 말릴 만큼 모범환자였다”며 “항암치료 후 다음 치료 일정을 잡으신 후 가족들도 예상치 못하게 돌아가셨다”고 밝혔다. 1951년 전북 익산에서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경기중·고등학교를 거쳐 1969년 서울대학교 회화과에 입학했지만 포크 듀오 ‘도비두’로 가수활동을 시작하며 ‘아침이슬’ ‘상록수’ ‘늙은 군인의 노래’ ‘꽃 피우는 아이’ 등을 발표했다.1984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결성해 프로젝트 음반을 발매하는가 하면 ‘금관의 예술’ ‘아구’ ‘공장의 불빛’ ‘멈춰선 저 상여는 상주도 없다더니’ 등 공연을 제작·연출했다.학전 개관 20주년 기념 단체 사진(사진제공=학전)1991년에는 공연예술의 메카 대학로에 학전소극장 블루를 개관해 김광석, 설경구, 김윤석, 황정민, 장현성, 조승우, 윤도현, 정재일, 나윤선 등을 배출했고 ‘지하철1호선’ ‘고추장떡볶이’ ‘의형제’ 등을 제작·연출했다. 최근까지 통원하며 항암치료를 받았던 김민기는 17일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재개관한 이전 학전 앞을 지나며 마지막 인사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그의 조카이기도 한 학전 김성민 팀장에 따르면 “다른 사람이 10마디를 해야 겨우 한마디로 답하곤 하던” 고인은 “학전 아카이브를 고려하진 않으셨지만 홈페이지를 통해 뭘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는 질문을 주셨다.”“마지막까지 하시고자 했던 건 본인 작품의 대본집이었습니다. 글로 뿐 아니라 무대, 음악 등을 한번에 볼 수 있늘 걸 만들고 싶어하셨죠. 그 숙제를 주고 가셨으니 잘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홈페이지에서는 선생님의 작품과 학전 레퍼토리, 개인 활동 등 크게 아우를 수 있는 아카이브를 운영할 예정입니다. 학전 아카이브는 아르코예술기록원이 자료를 가지고 가셔서 작업 중이고 경과를 보면 2, 3년 후에 공개될 듯합니다.”학전의 대표 레퍼토리 ‘지하철 1호선’(사진제공=학전)더불어 고인이 머물던 학전 4층 집무실 운영에 대해서는 “선생님이 학전을 그만두겠다는 시점에서 ‘다 놓고 가겠다’고 하셔서 아르코에 운영을 맡기고자 했다. 하지만 그 장소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고 그 공간만큼은 비워진 상태로 둘 예정”이라고 전했다.“어떻게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 공간을 학전 아닌 다른 사람이 운영할 수는 없어요. 저희도 그 공간이 있어야 버틸 수 있어서 비워둘 예정입니다.”생전 김민기가 거듭 “내가 뿌린 씨앗들은 내가 거둬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지하철 1호선’ ‘고추장 떡볶이’ 등 학전 대표 레퍼토리에 대해서는 “김민기 선생님이 연출하지 않은 학전 작품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학전 김민기 대표(사진제공=학전)“김민기가 연출하지 않은 ‘지하철 1호선’은 없습니다. 여지를 주자면 배우, 스태프들, (김민기의 유족인) 작은 어머니나 동생들과 상의해서 학전 40주년, 50주년, 100주년의 그 어느날에는 한번쯤 생각해보기는 하겠죠. 애매모호하지만 현재 상태로는 단호하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김 팀장은 학전 자리에 재개관한 아르코꿈밭극장에 대한 생전 김민기의 당부를 전하기도 했다. 김 팀장은 “어린이극은 아르코나 아시테지에서 충분히 잘 해주고 계셔서 오히려 걱정을 하지 않으셨다”고 전했다.“다만 시작은 어린이극으로 하지만 청소년극에 대한 당부도 하셨습니다. 더불어 묻히고 있는 신진 뮤지션들이 놀 수 있는 장을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혼잣말을 하셨어요. 아르코 측에는 전달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저는 말했고 그분들도 이미 충분히 준비하고 계셨습니다.”이어 “학전을 폐관하면서 많은 분들이 알게 모르게 응원하시느라 십시일반 도와주신 데 대한 감사의 마음을”하기도 했다. 유가족들과 학전 측은 “화환과 조의금을 정중히 사양한다”고 알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팀장은 “선생님이 직접 그렇게 말씀하신 건 아니다. 하지만 가족들, 친구들 등과의 논의 끝에 선생님이 마음 편히 가시게 결정한 사안”이라고 밝혔다.“미뤄 짐작컨대 설경구, 장현성 아저씨가 와도 ‘밥은 먹었니’ 하셨을 거라…늘 얘기하던 밥, 따뜻하게 한끼 나눠먹는다는 개념으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배우들, 선생님을 기억하시는 분들과 밥 먹고 차를 마시면서 떠올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유족으로는 배우자 이미영씨와 두 아들이 있으며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이다. 발인은 24일 오전 8시이며 장지는 천안공원묘원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22 14:24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아르코꿈밭극장 개관, 정병국 위원장 “김민기 선생님과 학전의 정신 잇도록!”

김민기의 학전소극장을 리뉴얼해 재개관한 아르코꿈밭극장 운영방향을 설명 중인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장(사진=허미선 기자)“김민기 선생님의 뜻과 학전소극장이 그 동안 우리 문화예술계에 미쳤던 영향이 계속되도록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완전한 리모델링을 통한 재개관은 아니지만 시급한대로 손을 보고 오픈하게 됐습니다.”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 정병국 위원장은 지난 3월 15일 폐관하며 많은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자아낸 김민기의 학전소극장이 7월 17일 아르코꿈밭극장(이하 꿈밭극장)으로 재개관한 데 대해 이렇게 밝혔다.“갑작스럽게 이뤄진 일들이기 때문에 예산이 편성돼 있거나 하지 않았고 프로그램을 기획할 시간도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2024년은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가 주최하는 아시테지 여름축제 프로그램과 연계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자 합니다.”33년 대학로를 지켜온 학전블루 소극장이 어린이, 청소년 극을 주로 올리는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재개관했다.(사진=브릿지경제 DB, 학전 제공)개관식 후 아시테지 여름축제가 이어지는 꿈밭극장은 영유아,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공연에 우선 대관하고 “내년부터는 창작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과 문예위의 어린이, 청소년 창작지원사업과의 연계도 검토 중”이다. 학전에서 매년 진행해온 김광석 콘서트에 대해서는 “김광석 기념재단과 계속 진행할 수 있도록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내년부터는 공간도 전면적으로 재배치합니다. 현재 1층 상점의 계약이 끝나면 저희가 임차해서 학전의 아카이빙 공간을 꾸리고자 합니다. 학전에서 보존하고 있던 구조물들, 학전 간판 등을 이 공간에 전시할 수 있도록 논의 중이죠. 더불어 아이들이 평소에도, 공연을 보러 와서도 활용할 수 있는 어린이들의 라운지도 만들 생각입니다. 가능한 공간들은 다 임차해 창작자들을 위한 연습장이나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 등으로 운영하고자 합니다.”여의치 않은 예산 문제 해결을 위해 “어린이꿈밭펀딩까지고 생각 중”이라고 밝힌 정병국 위원장은 “문예위 예술나무 후원센터를 통해 모은 후원금과 더불어 꿈밭극장펀딩을 통해 5억원 정도의 자금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전했다.17일 재개관한 아르코꿈밭극장(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공모를 통해 어린이 청소년 극을 중심으로 선정하고자 합니다. 학전의 역사성을 지속할 수 있는 작품 위주로 선정할 생각입니다. 더불어 지방 순회를 통해 소외지역 어린이들도 문화향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갈 겁니다. 여기를 밭으로 삼아 작품들이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터전이 되는 것이 꿈밭극장이 가져야할 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정 위원장은 “어린이들에게 꿈과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극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에 학전이 공연계에 미친 영향, 특히 어린이 청소년 극을 중심으로 이어온 정신을 우리가 이어 받고자 한다”고 강조했다.“가능하면 학전의 흔적들을 지우지 않으려고 합니다. 학전이라는 이름이나 ‘고추장떡볶이’ ‘지하철 1호선’ 등 대표 레퍼토리들을 유지하고자 했지만 김민기 선생님께서 ‘내가 뿌린 씨앗은 내 선에서 정리하는 게 좋겠다’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김민기 선생님이 학전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그 뜻을 기리고 발전시켜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더 나아가 우리 연극계 전반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노력하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4-07-19 22:28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