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리스크 코스피 ‘휘청’… 업종별 변동성 고조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2-02-22 16:01 수정일 2022-02-22 16:02 발행일 2022-02-2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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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돈바스 분리주의 공화국 독립 승인’ 관련 대국민 담화 하는 푸틴 (모스크바 AP=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단행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하방 압력이 재차 커지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22일 코스피는 1%대 하락세를 보였다. 증권가는 현재 시장 상황에 대해 당분간 보수적인 입장으로 대응할 것을 당부했다. 그 중에서도 정유·자동차·곡물·증권업 등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하겠단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푸틴 대국민 담화’ TV 방송 지켜보는 우크라 동부 피란민들 (로스토프온돈 AP=연합뉴스)

◇보수적 대응 불가피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단행하면서 유럽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이 커졌다. 러시아 증시는 이날 전쟁 공포감에 장중 14% 급락한 뒤 낙폭을 일부 되돌리면서 10.5% 낮은 가격에 종가를 형성했고, 유로스톡스50지수는 2.2%, 독일 증시는 2.1%, 프랑스 증시는 2.0% 하락했다.

삼성증권 유승민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이에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약한 지역에서 러시아가 실리를 챙기기 위한 전술적인 행동”이라며 “미국 등 서방의 제재가 이어질 전망으로 당분간 지정학적 위험 고조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증권가는 보수적으로 대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현재 시점에서는 분리 독립을 승인한 친러 반군 지역에서의 국지전에 그칠 것인지, 서방 국가까지 개입하는 전면전 형태로 진행될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국내 증시는 지정학적 긴장이 극대화되면서 하방 압력을 받겠고, 장중에도 관련 소식 흐름에 따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연구원은 ”러시아, 서방 국가 모두 외교적 해결 방안도 모색하는 만큼 전면전으로 격화될 가능성은 낮지만 상황이 수시로 급변하는 만큼 시장 입장에서는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케이프투자증권 나정환 연구원은 “오는 24일 예정된 미국과 러시아의 외무장관급 회담은 진행될 예정으로, 국내 증시도 관련 소식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며 “전면전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려워 증시 방향성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러시아의 돈바스 지역 독립 추진 결정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공격 빌미를 제공함으로써 전면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높였다”며 “우크라이나 관련 각종 가격지표들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등 금융시장도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우크라 긴장 고조에 코스피 하락 출발<YONHAP NO-1498>
우크라이나 긴장 고조에 코스피 하락 출발 (서울=연합뉴스)
◇정유·화학·자동차 등 타격 클 것

신한금융투자은 이날 “작년 기준 우리나라의 우크라이나, 러시아 수·출입 비중 높지 않은 수준이지만, 높은 러시아산 에너지 원료 의존도는 주의해야 한다”며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수입액은 100억달러 증가해 업종별 원가 상승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도달하면 성장률은 0.3%포인트 하향, 물가는 1.1%포인트 상향, 경상수지는 305억달러 적자 확대가 벌어질 수 있다”며 “특히 정유, 철강, 화학, 선박, 자동차, 건설 등의 마진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유안타증권은 업종별 분석을 내놓으며 정유·화학·자동차·화장품·음식료·증권업 등이 받을 직접적인 영향은 클 것으로 추측했다. 우선 정유·화학 부문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는 국제 원유가격 및 천연가스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무력 충돌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원유 파이프라인과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등의 일시적인 가동 중단 우려가 높아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의 단기 강세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또 “원자재 가격의 불확실성과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신흥국 수요 및 환율에 부정적으로 작용해 현대차와 기아차 등에 불리하다”며 “세계 알루미늄 생산의 13%, 니켈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제재가 단행되면 관련 비철금속의 공급 차질이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화장품 업종에 대해 “물류 비용 상승에 따른 운반비 증가, 유가 상승에 따른 원재료·용기 등의 원부자재 부담이 상승할 수 있다”고 봤고, 곡물 부분에 대해서는 “지리적으로 국내 기업의 주요 수입국은 아니지만 글로벌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사태가 악화되면 비우호적”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업종에 대해서는 “증권은 전쟁 위험으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질수록 증시와 거래대금이 하락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짚었다.

한편,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7.01포인트(-1.35%) 하락한 2706.79에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38.72포인트(-1.41%) 내린 2705.08에서 거래를 시작한 뒤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의 동반 매도세에 1%대의 약세 흐름을 유지했다.

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