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투자자금 증가하는데 무늬만 ESG라면?…평가체계 중요성↑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21-05-30 11:14 수정일 2021-05-31 15:52 발행일 2021-05-3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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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각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투자기관에서는 ESG 이슈 대응에 분주하고, ESG 투자자금은 지속 증가 추세다.

어느 새 만능키처럼 여겨지는 ESG. 그러나 평가체계의 투명성 등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30일 자본시장연구원의 ‘ESG 평가체계 현황과 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공식화된 ESG 분류체계를 중요도 관점에서 마련하고, 기업과 금융기관, 금융상품 차원에서 객관적인 지표 기준의 투명한 공시가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국내 환경(E),사회( S),지배구조(G) 대표적 평가기관에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과 서스틴베스트가 있다.

서스틴베스트는 평가결과의 활용이 연기금이나 기관투자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KCGS는 보다 넓은 범위의 이해관계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런데 이 두기관은 다소 다른 가중치를 E,S,G에 부여해 종합등급을 매겨 투자자들의 혼선을 초래하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KCGS와 서스틴베스트에 의해 지난해 10월 등급이 산출된 기업 중 종합등급을 기준으로 공통으로 산출된 839개 기업에 대해 분석한 결과, 두 평가사의 의견이 환경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일치했으나 지배구조에서는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우선 환경은 KCGS의 평가항목 분류수(3대 분류)가 지배구조 분류수(일반 4대, 금융사 7대 분류)에 비해 적다. 서스틴베스트는 환경 측정 데이터 포인트가 20개로 지배구조(40)의 절반 수준이었다.

지배구조의 경우는 평가 항목이 다양한데다 동일한 항목에 대해서도 정성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스틴베스트는 대기업 집단의 소유지배 괴리와 계열사 부당지원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을 평가 지향점으로 반영하고 있다. KCGS는 금융사에 대해 위험관리와 내부통제 중요성을 별도 항목으로 평가하고 있다.

평가 등급의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ESG 평가 등급을 기반으로 국내외 수많은 지수와 이를 추종하는 펀드가 설정되고 있다. 국내 주식형 ESG펀드 설정액은 지난 3월 25일 기준 1조1434억 원이다. 1년 전보다 3.6배 늘었다. 국민연금은 투자의사결정 과정에 재무적 요소와 함께 ESG 요소를 고려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해 책임투자를 이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때문에 자원배분 왜곡, 불완전 판매 문제 등을 야기하지 않도록 기업의 신뢰성 있는 ESG 정보 공시를 위한 기준과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또한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비효율적 자원배분, 잠재적 이해상충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SG 평가기관을 규율하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성도 제기한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에서 기업들의 ESG 활동에 대한 의무 공시가 도입되더라도 공시 기준에 대한 객관성과 일관성이 확보되지 못한다면 이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관점이 개입되어 평가결과가 분산될 소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기업과 금융기관, 금융상품 차원에서의 객관적인 지표 기준의 투명한 공시가 이뤄져야 한다”며 “부문별 중요도 선정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등 어려운 문제들이 있으므로 전문가 그룹을 통한 심도 깊은 논의가 신속히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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