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도 유럽도 과외 중… 동서양 막론한 '사교육 물결'

노은희 기자
입력일 2017-02-14 18:02 수정일 2017-03-09 16:40 발행일 2017-02-1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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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도 산업이다] ③사교육 열풍은 세계적인 추세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의 발상지인 중국의 학부모 사이에 최근 ‘망자성룡’(望子成龍)이라는 말이 확산하고 있다. 비록 개천에서 태어났지만 자녀가 ‘용’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이다. 중국 부모들의 교육열은 한국에 못지 않다. 14일 중국교육학회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초중등학교 사교육시장 규모가 8000억위안(약 13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한국의 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하는 가오카오(高考) 성적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대학이 달라지는데 이로 인해 1000만원 안팎의 고액 입시컨설팅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싱가포르도 마찬가지다. 미국 CNBC에 따르면 싱가포르 학생 10명 중 7명이 주말에 보충 과외수업을 듣고 있으며, 슈퍼 튜터(super tutor·유명 과외교사)들은 연간 100만 달러(약 11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공교육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유럽에서도 사교육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유럽에 사교육 시장이 팽창하는 현상을 일컬어 ‘공공교육의 신화(神話)가 무너지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정부의 교육재정 고갈과 질 높은 교육을 원하는 학생들의 요구, 외국인 유학생 범람 등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사교육의 확산과 성장세는 세계적 추세다. 사교육을 억제하지도 못한 채 억제책만 남발하다 부작용만 양산하는 한국과 달리 다른 국가들은 사교육을 인정하고 전문산업으로 육성하며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별도 지원을 하는 점 등에서 우리와 크게 다르다.

중국은 학교교사의 사교육을 금지하고 사교육 센터의 운영에 대한 감독이 철저하다. 미국, 영국, 싱가포르, 홍콩, 호주 등은 정부가 취약계층이나 소수 인종의 학생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무료 보충교육 제공 등으로 사교육을 대체하고 있다. 특히 호주는 바우처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교육의 긍정적 특성을 살려 사교육을 하나의 산업으로 지원을 하는 것도 두드러진 차이점이다. 일본은 사교육 시장이 비즈니스의 법적 임무만을 가지며 공교육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개인별 맞춤학습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도 입시관련 서적시장, 대학자문사업 등 주정부의 지원 아래 전문교육산업으로 성장 중이다. 더불어 사교육 기업들에 대한 국제화 지원으로 이들이 다국적으로 운영을 확대하면서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백일우 연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사교육으로 인해 발생되는 사회 불균형 완화를 위해 공교육 내실화 및 취약계층을 위한 특별프로그램 개발 및 공적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며 “일본 ‘구몬’이 사교육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것과 같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국내도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사교육 기업들에 대해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노은희 기자 selly215@viva100.com

사교육도 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