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블프' 찬밥된 전통시장… "추석 끝이라 손님 없는 줄"

이운재 기자
입력일 2015-10-04 18:21 수정일 2015-10-04 18:35 발행일 2015-10-0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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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해도 너무나 한산했다. 소비 촉진과 경제 활성화를 내세운 블랙프라이데이가 실시된 지 하루가 지난 2일, 서울 성북구 소재의 길음시장은 고객보다 상인이 더 많은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운재 기자)

“이상하게 어제부터 손님이 더 없더라구요. 단순히 추석 연휴 뒤 라서 장사가 안된다고 생각했죠.”

한산해도 너무 한산했다. 지난 2일 서울 성북구 소재 길음시장은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만 가득할 뿐이었다.

정부는 내수진작과 경제활성화라는 명목을 앞세워 지난 1일부터 블랙프라이데이를 진행하며 전국적으로 200여개의 전통시장도 참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브릿지경제가 블랙프라이데이 참여 전통시장을 취재한 결과, 전통시장 상인들은 대부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열리는 지도 몰랐으며 매출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기자가 찾은 길음시장은 블랙프라이데이 참여를 나타내는 현수막 등 어떠한 안내물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길음시장에서 30년 가까이 분식집을 운영했다는 오명자(61·여)씨는 블랙프라이데이에 참여하는지조차 몰랐다고 밝혔다. 그는 “추석 연휴가 지나서 자연스럽게 손님이 줄어든 것으로만 생각했다”며 “어제(블랙프라이데이 실시 첫날)부터 손님이 더 없었다”고 한탄했다.

길음시장에서 만난 조민국 성북구의회 의원은 전통시장의 블랙프라이데이 참여 실효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조가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정부가 내놓은 언론 보도자료가 전통시장 홍보에 얼마나 효과가 있겠냐”며 “전통시장을 홍보하려면 현수막 설치 등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 의원은 “정부에서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해) 계획적으로 진행해서 미리 알려야 지자체도 예산을 마련해 전통시장 홍보가 가능하다”며 정부의 졸속 행정을 우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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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길음시장 인근의 이마트 미아점, 고객들이 계산대에 줄을 길게 늘어서 있다. (이운재 기자)
반면 이날 비슷한 시간 찾은 인근 이마트 미아점은 고객들이 계산대에 줄을 길게 늘어설 정도로 인파가 붐비는 장사진을 연출했다.

다음날인 3일 동작구 사당동의 남성시장도 상황이 비슷했다. 이 시장 역시 블랙프라이데이 참여 200개 전통시장에 포함돼 있다.

남성시장에서 15년 넘게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어머니를 돕기 위해 나왔다는 강효선(28·여)씨는 블랙프라이데이 참여조차 모르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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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찾은 서울 동작구 사당동 소재의 남성시장, 주말을 맞아 시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시장을 조금만 더 들어가면 이 곳 또한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이운재 기자)

강씨는 “블랙프라이데이에 참여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며 “어쩐지 며칠전부터 손님이 더욱 없더라”고 허탈해했다.

남성시장의 경우 지난 9월19일부터 23일까지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추석명절 경품행사를 진행했다. 또 김장철을 맞아 11월11일부터 5일간 경품행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는 오히려 관련 홍보와 이벤트가 전무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서정래(54) 서울 망원시장 상인연합회장은 “높은 할인율과 광고를 앞세운 대규모 유통업체들에 비해 전통시장은 큰 폭의 할인과 홍보가 사실상 어렵다”며 “블랙 프라이데이 같은 대규모 유통 할인행사 이벤트는 대형유통업체 쪽에 이익이 있는 것이지 전통시장엔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정부 주도의 대규모 유통행사가 오히려 전통시장과 지역 상권을 위협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글·사진=이운재 기자 news4u@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