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액티브X… 곳곳 진입장벽에 핀테크기업 'ZERO'

조민영 기자
입력일 2015-01-12 17:16 수정일 2015-01-12 19:03 발행일 2015-01-1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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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핀테크다] ② 우리나라 현주소는…
모바일금융서비스,`뱅크월렛카카오`시작
서울 한남동 다음카카오 한남오피스에서 직원들이 모바일 금융 서비스 '뱅크 월렛 카카오'를 선보이고 있다.(연합)

금융당국이 핀테크(Fintech) 육성을 올해 최우선 금융정책으로 결정하면서 핀테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금융권의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핀테크 사업영역은 지급결제, 금융데이터 분석, 금융소프트웨어, 플랫폼 등으로 분류된다. 아직 국내에서는 핀테크에 대한 개념도 불문명한 상태로 간편결제가 출발점이 됐다. 반면 해외에서는 이미 각 사업영역에서 주도적인 핀테크 기업들이 속속 등장했다.

◇ 해외에선 일상화된 핀테크

핀테크 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른 영국 런던에는 정보기술(IT)과 금융을 융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개발하고 있는 신생기업이 1300여개에 이른다. 지난 5년간 이들 핀테크 기업에 투자된 자금은 7억8000만달러. 2008년대비 600% 늘어났다.

핀테크산업에 대한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배경은 영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 덕이다. 영국은 세계 금융의 주도권을 이어가기 위한 핵심 요소로 핀테크를 꼽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이미 핀테크가 일상화되고 있다. 온라인으로 각종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고 SNS로 대출을 받는 것이 더는 낯선 일이 아니다. 핀테크 기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 규모는 최근 5년 새 3배 이상 성장했을 정도다.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이미 활발하게 영업을 하고 있고 P2P(Peer to Peer) 대출도 활발하다. 미국 내 최대 P2P 대출업체인 렌딩클럽과 온덱은 지난달 뉴욕 증시에 상장해 승승장구하고 있다.

핀테크를 이야기하자면 중국의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페이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8억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알리페이는 중국 내 온라인 결제서비스 사이트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중국 핀테크산업의 급성장은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 떨어진 덕분이다. 높은 수익성이 가장 크게 어필했다.

위어바오는 출시 당시 중국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의 두 배에 가까운 연 6%의 이자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인터넷 금융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국유 은행들이 시장을 과점하면서 비롯된 문제를 인터넷 금융으로 풀겠다는 취지다.

◇ 韓, 핀테크기업 1곳도 없는 후진국

반면 우리나라의 핀테크 현실은 IT강국이란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핀테크 후진국이다. 국내에선 다음카카오를 필두로 핀테크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그나마 독자적인 기업이 아닌 서비스로 단순 중개역할에 그치고 있다.

실제로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핀테크 전문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핀테크가 금융소비 패턴은 물론 금융시장 패러다임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외국과는 비교하면 한참 뒤쳐지고 있는 셈이다.

국내 핀테크 산업의 성장이 부진한 이유가 법과 규정에 의한 사전 규제도 있으나 한편으로는 국내 결제시장 환경의 특수성에 원인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인인증서 의무사용이 폐지되는 등 개선되고는 있으나 과거 인터넷 익스플러로 기반 보안정책 영향으로 여전히 액티브X 사용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또 인터넷 전문은행의 도입은 지급결제 업무 등 정보기술(IT)분야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IT기업이 참여하기 위한 금산분리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다음카카오와 네이버는 금산분리 이슈로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한발짝 물러난 상태다.

사업 범위가 하나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인력과 예산을 들여 사업 진출을 검토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국내 지급결제시장에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신용카드도 넘어야 할 장벽이다. 소비지출에서 신용카드 사용이 절대적인 우리나라에선 글로벌 성공 업체와 같은 선상의 기대치를 부여하기는 힘들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인터넷이 가장 발달했지만 핀테크와 관련된 규제가 많아 미국과 유럽, 증국 등과 비교해 뒤쳐진 편”이라며 “구글과 페이스북이 은행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고 중국 알리페이는 글로벌 결제 선점에 나섰는데 한국의 핀테크 산업은 너무 낙후됐다”고 설명했다.

조민영 기자 mine8989@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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