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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칼럼] 상속세제 개편,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허원제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그동안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최고세율이 매우 높아 세부담이 크다는 의견과 상속 시 여러 상속공제들이 있기 때문에 세부담을 꽤나 줄여주고 있으니 굳이 세율을 낮춰 부의 세습을 부추길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대립각을 이뤄왔다. 그러한 이견 속에 2000년 45%에서 50%로 상향된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20년 이상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바라는 바대로 상속공제가 높은 상속세 부담 수준을 유의미하게 줄여주고 있을지 의문이다.현행 상속세는 과세표준에 5단계(①1억 원 이하 10% → ②5억 원 이하 20% → ③10억 원 이하 30% → ④30억 원 이하 40% → ⑤30억 원 초과 50%)의 누진세율을 적용하여 산출세액을 산정하고, 여기에 신고세액공제 등 각종 세액공제와 가산세, 연부연납, 물납·분납 세액을 고려하여 최종적으로 결정세액을 계산하는 구조를 따른다.이때 상속세 과세표준은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여러 “상속공제”와 감정평가 수수료 등을 차감한 금액을 말하며, 상속세 과세가액은 피상속인을 기준으로 한 총 상속재산가액에서 과세제외 재산(비과세 재산, 과세가액 불산입 재산)과 공과금, 장례비용, 채무 등을 공제하고, 상속개시 전 피상속인의 사전증여재산을 모두 가산한 금액을 말한다.그리고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차감하는 상속공제라 함은 그 종류에 기초공제, 가업상속공제, 영농상속공제, 배우자상속공제, 자녀 등 인적공제, 일괄공제, 금융재산상속공제, 재해손실공제, 동거주택상속공제가 있는데, 공제의 합계 중 공제적용 종합한도 내 금액만 공제할 수 있다. 이들 상속공제 중 상당 수준에 해당하는 가업상속공제가 높은 상속세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여줄지 간단히 살펴보면 어떠할까?가업상속공제는 가업의 동질성을 유지하면서 상속을 통해 그 기업의 소유권 내지는 경영권을 승계자에게 이전하는 것을 지원하는 데 그 취지를 둔다. 가업상속 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15조제3항 상의 피상속인 및 상속인에 관한 특정 요건들을 동시에 충족할 경우 상속세 결정세액 산출 과정 중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300억~600억 원에 이르는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다.그러나 가업상속공제는 가업승계 대상 중소기업 및 일부 중견기업으로 국한되며 모든 기업들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8조의2제1항에 의해 ‘가업’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소기업 또는 중견기업으로서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계속하여 경영한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즉, 가업상속공제는 현재 기업들이 “가업”상속의 경우가 아닌 이상 전혀 받을 수 없는 공제이다. 또한 설령 ‘가업’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사실 피상속인과 상속인이 법정화된 모든 요건을 동시 충족하기가 매우 까다로워 실제 원활한 가업승계에서의 어려움은 여전한 상황이다.기업의 규모에 따라 중소-중견-대 기업의 영속성과 사업의 동질성 유지 및 장수성의 중요도가 달라지진 않는다. 과도한 상속세 부담은 모든 기업들을 흑자 상태에서 폐업 또는 매각하게 하거나, 적기의 투자 시기도 놓칠 수 있게 만든다. 그뿐만이 아니라 외국자본의 적대적 MA에 노출시킬 수 있게 하는 등 상당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킬 것으로 우려된다.작금의 상속세제에서 상속공제가 “기업”상속의 관점으로 확대 적용될 수 있도록 개편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짚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가업상속공제마저도 높은 상속세 부담을 줄이는 데 이처럼 제한적이라면, 그보다 적은 다른 상속공제들은 어떨지 싶다.상속세제 개편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이유에는 또 한 가지가 있다. 우리는 상속세 부담을 논할 때 국세인 상속세 자체의 세부담 수준만을 얘기하곤 한다. 그러나 사실 상속을 위해선 소유권 이전이 이뤄져야 하므로 취득 행위가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되고, 그로 인하여 지방세인 취득세의 납세의무가 상속세보다 먼저 발생하게 된다.따라서 일련의 상속 과정에서 짊어지게 되는 전체적인 세부담은 지방세 부담까지 모두 포괄해서 보아야만 할 것이며, 여기서 다시 한 번 상속세제의 개편 필요성을 찾아볼 수 있다. 기업상속이 이뤄지는 경우,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소유권이 이전되면서 상속자가 취득세 납부를 상속세 납부보다 먼저 직면하게 되는데, 간주취득을 포함하여 기업상속에 따른 취득세 부담이 크기 때문에 상속 시의 총 세부담은 체감상 훨씬 더 클 것이다.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현행법상 상속 원인의 취득세 표준세율(농지 외 부동산)은 2.8%이다. 본사·주사무소 기준 과밀억제권역 취득세 중과율 4.0%가 주어지게 되면 취득세 본세 세율 부담만 6.8%에 이른다. 게다가 취득세에 부가되는 지방교육세(취득세액의 20%)가 추가되는데, 이마저도 어디까지나 상속 대상 부동산의 취득 단계에서 부과되는 지방세로서, 간주취득에 의한 부동산 외의 추가적인 상속 물건들에 대한 취득세와 그 부가세인 지방교육세 부담까지 고려하면 지방세 부담은 더욱 크게 불어날 수밖에 없다.어렵지 않게 상속을 위해 소유권 이전단계에서 과징되는 지방세 부담이 얼마나 클 수 있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상속 단계에서의 지방세 부담을 감안해 보았을 때에도 현재 높은 세부담을 부여하는 상속세제의 개편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될 것이다.원활한 기업상속의 토양을 마련하는 것은 유망한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상속 시 과도한 세부담 때문에 외부에 매각하거나 또는 세부담이 커 장기간의 기업상속 준비기간 소요 내지는 소유경영자들의 고령화로 인하여 결국 기업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게 되면서 경쟁력이 도태되고 마는 암울한 모습들을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허원제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

2024-06-24 11:30 허원제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

[브릿지 칼럼] 국민의힘 전당대회, ‘어대한’일까 ‘어대윤’일까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전당 대회 대진표가 사실상 결정되었다. 7월 23일까지 한 달여 남은 시간동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의원, 윤상현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4파전이다. 그렇지만 전당 대회 무게 중심은 한동훈 전 위원장에게 쏠려 있다. 한 전 위원장은 총선에서 함께 했던 당직자들이나 의원들과 식사 자리를 가졌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뿐 그동안 ‘은둔의 시간’을 가졌다. 가끔 서울 서초구 양재도서관 열람실을 찾아 책을 읽으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사인을 해주는 모습이 목격됐고 총선 유세 때 즐겨 착용했던 운동화를 신고 골전도 이어폰을 낀 채 공공 도서관을 찾은 모습이 시민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층 여론은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쪽으로 크게 쏠려 있는 판세다.한국갤럽이 뉴스1 의뢰로 지난 14~15일 실시한 조사(전국1008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 10.4%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누가 국민의힘 대표가 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은 질문에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선 한 전 위원장이 다른 주자를 크게 앞섰다.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답한 이들 중 59%는 한 전 위원장을 차기 국민의힘 당 대표로 지지한다고 답했다. 2위는 11%를 얻은 원희룡 전 장관이다. 나경원 의원(10%), 안철수 의원(7%), 유승민 의원(6%)이 뒤를 이었다. 국민의힘 전당 대회 룰은 당원 80%, 국민여론조사(국민의힘 지지층 및 무당층 대상) 20%로 결정된다. 당원들 여론이 국민의힘 지지층 여론과 아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고 추정한다면 ‘어대한’은 현실이 된다.그러나 ‘어대한’에 대한 반발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한 전 위원장의 전당 대회 출사표에 대해 당내에서 한 전 위원장과 가장 크게 대립각을 세운 인물은 이철규 의원이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검찰 중간간부에 불과하던 사람”, “윤석열 대통령과 제일 가까우신 분이고 오랫동안 함께해 왔고 제일 큰 수혜를 받으신 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당 안팎에 한동훈 대세론이 형성돼 있다는 질문을 받고 “당원들을 모욕하는 말”이라며 “표심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일부 언론에서 몰아가는 하나의 프레임이라 생각하고, 선거의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했다.삭제가 되기는 했지만 ‘진중권 교수, 김경율 전 비대위원, 함운경 국민의힘 마포을 당협위원장, 신지호 전 의원 등이 한 전 위원장의 조언 그룹’이라는 기사가 나오면서 한동훈 전 위원장 주변에 좌파 그룹이 있다는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 전 위원장과 이름이 거론된 인사들은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전당 대회 등판을 둘러싼 갈등은 점입가경이다. 친윤파(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와 친한파(한 전 위원장을 지지하는 세력) 사이의 첨예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윤석열 대통령과 관계를 비롯해 숱한 혼란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총선 패배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한동훈 전 위원장이 앞으로 한 달여 남은 전당 대회의 주요 인물로 우뚝 선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강력한 팬덤 지지층의 존재’다. 정치는 당위가 아니라 현실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총선 패배로 사라지면서 보수의 기대 중심이 한동훈 전 위원장에게로 옮겨갔다. ‘이재명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윤 대통령과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도 한동훈 대세론의 이유다. 그렇다고 출마를 앞두고 인사 차원일망정 윤 대통령에게 전화로 신고식을 했던 한 전 위원장을 윤 대통령과 완전히 분리하기도 타당하지 않다. 어떻게 보면 출마하는 후보 모두 어차피 대표가 되더라도 윤 대통령과 관계를 의식해야 하는 ‘어대윤’ 후보들이다.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024-06-23 13:48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브릿지 칼럼] 선 자본, 후 자산이다

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고대 로마 사회는 확실한 계급사회였다. 나라를 움직이는 원로원의 지위는 자녀에게 세습되었고, 그 계급을 ‘파트리키(아버지)’라고 불렀다. 당시 중간층인 기사들은 국가를 위해 자비를 들여 전투에 나갔고, 그 대가로 상업이나 금융, 광산 등의 사업권을 얻어 가족의 안위와 부를 보상받았다. 당시 기사 계급을 라틴어로 ‘에쿼테트(equestris)’라고 했는데 오늘의 ‘주식 지분’이란 영어 equity와 상당히 닮았다.이제는 산업혁명이 기정사실화되어 사업가나 모험가들이 인공지능(AI)과 로봇, 우주선 등을 동원하며 지구와 인간의 남은 존재력을 거의 다 털어간다. 진심과 창의력, 기억력, 숙련, 열정, 분발, 협동 같은 경제적 인문 자산을 무력화시킨다. 대학 인문학이 당하는 수모를 보라. 요즘 산유국의 희망이 논의되고 있지만, 미래의 새로운 에너지들은 그리 비싼 돈을 지불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과학계의 추론도 있다.공산권, 이슬람은 각각의 이유로 그들 땅 인근에서 전쟁을 벌인다. 사회에서는 노동자와 농민, 자연인, 자영업, 관리자 등이 일거에 곧 로마시대 플레브스(평민)처럼 갑자기 추락하는 사회적 상실감을 감지한다. 우리 최상위 20%인 5분위 가구소득이 바로 아래 4분위 가구의 2배에 달한다는 통계는 충격적이다. 두 계층 사이에 경제사회적 연관성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3, 2분위는 아예 딴 나라 세상일 수 있다.머지않아 4만 달러의 국민소득이 나의 소득과 관계없이 모두에게 다가온다. 주가나 아파트 가격도 그런 수준으로 나아갈 터이다. 이런 시대 앞에서 함부로 아파트 가격이 갈수록 인구감소로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란 예측은 신통한 도움말이 아니다. 아파트 가격 하락을 일본에 빗대기도 어렵다. 지금은 그런 시절을 잊은 지 오래다. 일본의 수 년째 우상향하는 주가를 보라. 거기도 산업혁명은 살아있는 상수다.1920년대가 불현듯 생각난다. 1930년대에 대공황이 왔지만 이전의 10여 년간은 불길처럼 주가와 주택이 올랐다. 자동차, 전기, 석유, 철도, 철강, 기계, 화학 등의 산업기술 혁신이 발명가와 사업가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고, 노동자 시민들은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농민들의 수확도 트랙터와 기차가 한순간에 휩쓸어갔다. 그때도 수많은 직업들이 사라졌다. 헐리우드 영화로 간 마차와 마부, 가스등이 그렇다.요즘 젊은 청년들이 너무 쉽게 주식, 주택, 가상자산 등의 투자에 뛰어드는 인상을 받는다. 가격과 수익의 그 내부는 아주 복잡하고 예민하고, 한마디로 너무 어려운데도 말이다. 누구든 생업으로 자본을 일궈야 하고, 자산은 인생 경험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청년들이 자산부터 일구어 오래오래 지키겠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나이가 들어 자산시장을 다루어 보면 안다. ‘선 자본, 후 자산’이다.워렌 버핏이 60세를 넘길 때 투자의 지혜를 묻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시간이 결국은 해결해 준다.” 70에는 이런 말로 주변을 일깨웠다. “변하지 않는 것이 좋을 때도 많다.” 90을 넘긴 2023년 주총에서는 “나보다 현명한 사람이 없으면 돈은 벌린다”고 했다. 현명함이란 명제는 청년 시절에는 좀체 손이 닿지 않는 언덕이다. 청년들이 좀 더 실물에서 경제를 터득하길 권한다.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2024-06-20 14:10 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브릿지 칼럼] 가격정보의 필요성

이경아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장·경영학 박사지난 5월은 2004년 제정된 ‘건강가정기본법’에 따른 가정의 달이었다. 달력에는 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까지 법정기념일이 빼곡했다. 그러나 지속되는 고물가 탓에 예전처럼 기념일을 챙기기 위해 지갑을 열기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다.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2.7% 상승하여 지난달 2.9%에 이어 두 달 연속 2%대를 보였다. 다만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물가인 생활물가 상승률은 3.1%로 여전히 3%대를 기록하고 있다.문제는 올해 들어 두 물가지수 간 격차가 계속 0.4~0.7%포인트(p)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인데, 이는 다시 말해 소비자가 직접 체감하는 가계 소비지출 부담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생활물가는 소비자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구입하고, 지출 비중이 높은 빵, 라면, 과일 등 84개 식품과 그 외 전기요금, 휘발유 등 식품 외 품목 60개를 포함한 총 144개 품목만을 따로 선정해 산출한다. 구매 빈도가 높은 기본적인 생활필수품을 대상으로 하기에 해당 품목들의 가격 변동, 특히 가격의 상승세는 소비자에게 매우 민감한 이슈가 아닐 수 없다.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가격정보를 제공하고자 2009년부터 가격정보 종합 포털사이트 ‘참가격’을 운영하고 있다.이 사이트에서는 전국에 있는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백화점,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가공식품, 생활용품, 신선식품 등 생필품 158개 품목, 540개 상품의 판매가격을 격주로 조사하여 제공한다. 소비자들은 판매가격을 지역별, 유통업태별, 판매점 등 여러 조건에서 비교할 수 있고, 비슷한 상품들의 가격과 할인행사 정보 외에도 오름세, 내림세 등 가격 동향까지 파악할 수 있다. 올해는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다소비 7개 품목으로 우유, 라면, 계란, 밀가루, 설탕, 식용유, 화장지를 지정하고 집중 모니터링을 하고 있기에 소비자에게는 한층 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가격 비교 도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 물가안정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사업 중에 ‘한국의 소비자 시장평가 지표’ 조사가 있다. 이 지표는 소비자 입장에서 시장 기능의 건강한 작동 여부를 진단하는 도구라 할 수 있다. 소비자시장평가지표를 통해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문제가 있으면 심층적 후속 연구를 통해 개선 방안을 짚어낸다.벌써 여섯 번째 차수를 맞고 있는데, 올해 조사에서는 빵, 과일, 결혼 서비스, 동물병원 등 40개 제품 및 서비스 시장에 대해 소비자 2만 명이 평가에 참여할 예정이다.가격과 관련해서는 시장별로 구매 가격이 신뢰할 만 한가, 가격 수준이 적당한가, 지불한 가격이 공정한가 등에 대해 평가하고, 가격 인상의 원인과 해법을 진단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가격이 지나치게 높거나 왜곡된 시장에 대한 정책 대안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지금은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물가로 비상이다. 정부가 현재 범부처 민생물가 TF를 구성하고 활동에 들어간 만큼 소비자가 민생물가 안정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도록 좋은 정책 방안들이 속히 마련되기를 기대한다.이경아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장·경영학 박사

2024-06-19 14:17 이경아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장·경영학 박사

[명의칼럼] 알레르기 비염, 만성화되기 전에 치료해야

장성희 함소아한의원 광주수완점 원장알레르기 비염은 항원에 알레르기 반응이 민감하게 일어나면서 콧물, 재채기, 코막힘과 같은 주 증상 외에 코가 목뒤로 넘어가는 후비루, 가래가 걸리는 듯한 기침, 눈코의 가려움, 코피, 구강 호흡, 코골이 등과 같은 여러 증상들이 나타난다.알레르기 비염과 아토피, 천식은 알레르기 행진이라 불리며 서로 동반되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한방에서는 예로부터 폐, 피부, 장이 서로 연관성이 높다는 이론으로 장에서 면역 인자를 생성하고 피부 염증인 아토피와 호흡기계통 알레르기 증상인 비염, 천식이 관련이 깊다고 보고 있다.아직 면역력이 약하고 알레르기에 민감한 연령대의 아이들에게서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나타나기 쉬운데 호흡기 기능의 정상적인 발달과 알레르기 항원에서 코 점막의 예민한 반응도, 면역 반응을 안정화시키는 한방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특히 지난 4월 29일부터 첩약 건강보험 2단계 시범 사업으로 한약 처방에 대해 알레르기 비염이 추가되면서 국민의 의료 보장성과 선택권이 확대됐다. 소아청소년의 알레르기 비염 치료와 만성화 전에 치료를 고려할 수 있는 접근성이 높아진 것이다.한방에서는 알레르기 비염을 치료할 때 체질적인 소인과 비염 증상을 먼저 구분을 한다. 코 점막이 부어 있는 것은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사람들이 비슷하지만 체질에 따라서 맑은 콧물과 재채기가 주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끈적이는 누런 코와 코 막힘, 코 답답함, 코피와 같은 증상이 주로 나타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열 체질과 한 체질을 구분하여 한증을 나타내는 사람은 맑은 콧물, 재채기, 코막힘이 많이 나며 열증인 사람은 노란 콧물, 코 답답함, 코 건조함과 가려움이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따라서 같은 알레르기 비염이라도 사람, 증상마다 다른 처방을 쓴다. 한증인 사람들에게는 몸을 따뜻하게 하는 약재부터 콧물을 말려주는 약재들을 주로 사용하게 되고 열증인 사람들은 폐의 열기와 염증 성향을 줄여주는 소염성분이 들어가는 한약재를 사용하게 된다. 또한 건조감이 심한 사람들에게는 몸의 진액을 늘려주는 처방들을 써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비염 치료에 대한 첩약(한약)은 1년에 10일씩 2번 공단 지원금이 적용되어 본인 부담금이 한의원은 30%, 한방병원은 50% 적용되고 3차 이후에는 100% 적용되는데 모두 급여 인정이 되므로 본인 부담금에 관계없이 실손 보험 청구가 가능해져 비용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이번 첩약 건강보험 적용으로 그동안 호전이 어려웠던 질환들이 한약의 도움으로 개선될 기회가 생겨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장성희 함소아한의원 광주수완점 원장

2024-06-18 07:15 장성희 함소아한의원 광주수완점 원장

[브릿지 칼럼] 내가 원치 않는 것을 남에게 바라지 말라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에티켓북(The Book of Etiquette)이라는 저서를 집필한 미국인 에밀리 포스트(Emily Post)여사는 매너와 에티켓에 관한 기준을 만들어 준 분이다.미국에서는 에티켓이나 매너와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그녀의 에티켓북을 참고하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에티켓과 매너 전문가로 불리는 에밀리 여사는 ‘매너란 상대의 감정에 대해 매우 세심하게 인식하는 것’이라고 했다. 중요한 것은 식탁에서 어떤 포크를 언제 사용하느냐가 아니라, 식탁에서 함께 식사하는 상대를 얼마나 편안하게 배려하느냐는 것이라고 했다.매너라는 것, 에티켓이라는 것은 근본적인 상대에 대한 배려가 그 시작이라는 의미라고 하겠다. 근본적으로 우리 인간관계의 여러 문제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려고 하고, 상대를 미처 배려하지 못하는 데서 종종 발생하게 되곤 하니, 인간관계에서 서로에 대한 배려가 멋진 매너와 에티켓의 시작임을 기억해야겠다.공자의 가르침에도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이라는 내용이 있다. 내가 하고자 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베풀지 말라는 의미이다.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바라거나 시키지 말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원치 않는 일을 상대에게 바라기도 하고, 또 상대가 하지 않았음에 섭섭해하기도 한다.더 나아가 내가 하면 괜찮고, 남이 하면 안 된다는 잣대를 들이밀기도 한다. 사자성어처럼 자주 언급되는 내로남불의 경우처럼 말이다. 그러고 보면, 상대에 대한 배려라든가 예의라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일맥상통하는 것처럼 보인다. 각기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규범이 다르다. 당연히 각기 다른 자연과 문화 속의 사람들에게는 여러 다양한 인식의 차이도 있겠지만, 그 내면에 흐르는 상대에 대한 배려라는 내용은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우리 인간의 세상 내에서는 어찌 보면 매우 비슷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겠다. 어쩌면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 내가 가장 쉽게 편안해질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서로 배려하다 보면, 다툼이나 이견도 줄어들 것이고, 이러한 배려를 기본으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우리의 삶이 좀 더 여유롭고 수월해질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서로를 배려하기 위한 지침으로 에밀리 여사는 에티켓북을 집필하고, 공자는 기소불욕 물시어인이라는 가르침을 주신 것일 거다.물론 매너와 에티켓을 지키면서 살고,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상대에게 구하지 않으면서 생활하는 것은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높은 산의 정상에도 오를 수 있듯이, 배려하는 마음을 늘 가슴에 새기면서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의 말과 생각이 습관이 되고,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지 않을까 바래본다. 아흔의 노인 우공이 산을 옮기는 마음가짐으로, 작지만 배려하는 작은 행동들을 조금씩 실천하면서 살다 보면, 언젠가는 에티켓북도, 공자의 가르침도 더 이상 필요 없는 그런 여유롭고 따뜻한 세상이 오지 않을까.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2024-06-17 13:42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시장경제칼럼] 배달 플랫폼과 음식점주의 디지털 정보격차

인공지능(AI)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 말하는 지금도 노인복지관에는 컴맹 탈출을 위한 인터넷활용교실이 열리고 있다. 디지털에 익숙치 않은 노령인구에게 정보 접근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연령, 지역, 소득 등에 따른 디지털 정보 접근 및 활용 역량의 차이를 지칭하는 말이 디지털 정보격차(digital divide)이다. 초고속 인터넷이 급속도로 보급되기 시작하던 시기에 정부는 “정보격차 해소에 관한 법률”를 제정하고, 모두에게 평등한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려 하였다. 2001년에 제정된 법률은 2009년에 폐지되었지만 디지털 정보격차에 대한 사회적 그리고 정책적 관심은 여전히 필요하다.스마트폰 평균 보유대수가 0.95대로 거의 모든 국민이 손바닥 안에 인터넷을 가졌지만, 디지털기기를 활용하는 데 있어서 디지털 정보격차는 여전하다. 은행 점포가 축소되고 코로나 19로 디지털금융이 가속화된 은행시장에서는 2021년 기준 857만 명의 ‘고령자들이 얼마나 모바일 금융앱을 잘 사용할 수 있는가’가 이슈로 떠올랐다.은행연합회에서는 2022년 “고령자 친화적 모바일 금융앱 구성지침”을 마련하고, 금융앱이 고령 금융소비자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고령자 모드를 제공하게 하였다. 금융위가 보도자료를 내었지만 이 지침은 은행연합회 자율규제로 신설된 것이다. 고령자 디지털 정보격차를 줄이면 은행도 고비용의 물리적 점포를 유지할 필요성이 줄어드니 어찌보면 자율규제 보다 착한 자율협약이라 부를 수 있겠다.소비자들이 디지털 정보격차를 겪고 있을 때 정보격차를 해결하는 것은 돈이 되고, 표가 된다.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여 디지털 상품을 더 많이 판매하면 기업은 더 많은 이윤을 남기고, 모두에게 평등해야 할 디지털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는 정책은 다수에게 박수 받는다. 이와 반대로 생산자들 사이에 발생하는 디지털 정보화 격차에 대해서는 기업과 정부가 관심을 가지기 어렵다.디지털 플랫폼이 다수의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하는 시장에서는 생산자의 디지털 정보격차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한국산업조직학회 논문에 따르면 배달앱 시장에서 음식점주의 나이를 기준으로 폐업률을 비교해 볼 때 40대 미만에서는 배달앱을 사용하는 경우 폐업률이 1.9% 낮아진다.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사업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반면에 50대 이상에서는 배달앱을 사용할 경우에 오히려 폐업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보인다. 특히 60대 이상에서는 배달앱 사용이 폐업률을 1.7% 높이는 분석결과를 보였다.음식배달 플랫폼은 수요확장을 통해 매출 신장의 기회를 주지만, 동시에 플랫폼 사용과 관리에 따른 비용 증가로 점주의 마진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플랫폼은 소비자와 생산자의 소통을 활성화하여 디지털에 익숙하지 못한 점주는 오히려 고객관리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이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배달앱을 잘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배달앱이 노령 점주의 폐업률을 오히려 높인다는 결과는 배달앱이 노령 점주에게 젊은 점주만큼 큰 기회로 다가오기 않았다는 것을 함의한다.음식점주 연령에 따른 디지털 정보격차에 대해 국내 배달 플랫폼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배달 플랫폼에서도 고령의 점주들의 디지털 플랫폼 활용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교육하고 개별 점주들의 에로사항을 도와주려고 한다. 하지만 음식점 영업시간 중에는 점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려워, 저녁 9시 이후에나 소통이 가능해진다고 한다.점주들의 디지털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음식점주와 배달 플랫폼 모두에게 많은 비용이 드는 일인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플랫폼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점주에게 비용을 들여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플랫폼의 이윤을 높이리라 보장할 수 없다. 그러므로 플랫폼이 정보격차 해소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이 없을 것이라 예상한다.플랫폼 산업성장 측면에서도 생산자의 디지털 정보격차 해소가 산업 성장에 도움이 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산업은 생산성이 낮은 기업이 폐업하고, 생산성이 높은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성장해 간다. 생산성이 높은 기업들은 기술 수준이 더 높기 때문에 투자로 기대되는 성과가 높다. 생산성이 높은 기업들에게 투자를 집중한다면 산업이 효율적으로 성장해 간다.생산자의 디지털 정보격차가 존재하는 시장에서 디지털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생산자에 자원을 투입하는 것은 생산성이 낮은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일 수 있다. 때문에 정책으로 생산자 디지털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투자하는 것은 성장의 효율성을 일부 포기하는 것이다.하지만 음식점 수가 57만개에 달하고, 관련 종사자 수가 150만명을 넘어서는 우리나라에서 배달 플랫폼 시장은 산업 정책만으로 접근할 수 없다. 음식점의 폐업은 점주를 포함한 종사자들의 재창업과 재취업과 연계되어 있다. 고령 점주의 폐업으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피할 수 있다면 디지털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더 큰 이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경쟁시장에서 생산자는 새로운 기술이 나왔을 때 신기술을 수용하여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 그러나 개인사업자가 나이, 지역 등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사업환경으로 인해 신기술 적응 기회에 차이가 발생한다면, 이 차이를 해소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것이 기회균등을 통해 자유로운 직업선택의 가치를 보전하는 길이라 생각한다.구체적인 플랫폼 사업에 대해 정보가 부족한 정부가 생산자 디지털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생산자에게 직접 정책을 시행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플랫폼이 스스로 생산자 디지털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자원을 투입할 수 있도록 사업환경을 조성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은행연합회의 자율협약처럼 다수가 윈-윈할 수 있는 ‘생산자 디지털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플랫폼 지침’이 나오길 기대한다. 인천대 경제학과 이기환 교수

2024-06-17 07:47 인천대 경제학과 이기환 교수

[브릿지 칼럼] 예술 전파하는 선한 AI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마케팅팀 수석“우리 승환이(가명) 이 다음에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는 경찰이 되고 싶어요. 경찰아저씨 모자를 쓰고 파란색 경찰차를 멋지게 운전하고 싶어요.”이같은 승환이의 꿈이 음성인식돼 생성형 AI 프로그램의 프롬프트로 입력됐다. 입력된 프롬프트는 승환이가 원하는 꿈, 미래의 모습을 순식간에 그림으로 바꿔 스크린 위로 띄웠다. 그림을 보며 또 다른 바람을 말하면 상상력이 추가돼 그림이 수정된다. 몇번을 거듭해도 어떤 제약이 없다. 아이들은 처음으로 한계없이 자신들의 바람을 마음껏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지난 5월 대홍기획이 보바스어린이의원과 함께 개최한 ‘어린이 AI 그림대회’의 풍경이다. ‘나의 꿈, 나의 미래’를 주제로 발달 장애 아동들이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의 꿈과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베리어 프리 아트(Barrier-free Art) 프로젝트였다.승환이의 그림을 포함해 이날 제작된 15명의 작품이 6월 5일부터 9일까지 롯데뮤지엄 실버팩토리에서 전시됐고 이후 보바스어린이의원 내 전시를 거쳐 꿈의 주인공인 아이들 품으로 돌아가게 된다.발달장애 아동들에게 예술은 표현의 수단일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중요한 창구가 된다. 이같은 AI의 활용은 예술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동시에 예술을 통한 치유와 성장을 가능하게 만든다.선한 AI로 예술이 우리 곁에 더욱 가까이 다가오는 사례는 더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과 협력해 시각 장애나 저시력 장애가 있는 이들을 위해 AI로 약 100만건의 미술 작품에 대한 상세한 해설을 만들어내는 온라인 컬렉션 작업을 시작했다.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는 접근성 및 포용성 관리자(Manager of Accessibility and Inclusion)라는 이름만으로도 생소하면서 묵직한 울림을 주는 직책이 있다. 이러한 업무를 담당하는 관리자 카텔레이너 데이너캄프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미술관이 문을 닫았을 때 직원들과 작품 해설문을 작성했지만 그 수는 약 300여개였다”며 “AI가 아니었다면 몇년은 걸렸을 일이 훨씬 빠른 속도로 확장돼 100만개가 넘는 컬렉션에 적용하는 것도 몇 시간 만에 가능했다”고 설명한다.청력 상실과 실명을 유발하는 어셔 증후군을 앓고 있는 카린 드 브루는 이번 작업에 연구자로 참여하며 “AI가 생성한 자세한 설명을 통해 머릿속으로 작품을 그릴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참여자인 시각장애인 앨리스 후스트 역시 “이 프로젝트가 나와 같은 사람들이 박물관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고 예술과 역사, 문화와 연결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스스로 저시력 커뮤니티의 일원이자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한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솔루션 아키텍트 플로리스 호스만은 “문화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면 문화 자체도 강화된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남겼다. 선한 AI가 이 중요한 명제를 풀어나가는 열쇠가 돼 예술이 필요한 곳에 더욱 가까이 더 널리 다가가기를 기대한다.이미란 롯데문화재단 마케팅팀 수석

2024-06-16 14:22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마케팅팀 수석

[브릿지 칼럼] 위기에 빠진 회사가 해야 할 일

이창수 도전경영연구소장회사가 현재 어려운가? 미래가 불확실한가? 어려운 회사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현재 회사의 시스템이 잘못되었거나 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회사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전 조직, 전 직원의 시스템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 문제점을 파악했다면 전 직원에게 회사의 문제점과 위기상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 직원이 변화에 도전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해야 한다.회사의 위기상황에 대해 전 직원이 공감을 한다면 그 다음으로는 첫째, 위기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미래 비전과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달성하기 어려운 담대한 목표를 설정해서 불굴의 의지로 이를 달성하고 회사를 위기상황에서 구하겠다는 확실한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둘째, 담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행 전략을 수립하고 회사의 조직 및 시스템을 이에 맞추어 새로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비전과 목표를 제시할 때 바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를 미리 해야 한다.사전에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놓고 이기는 전쟁을 해야 성공을 보장할 수 있고 전 직원의 동의를 구하고 전 직원이 함께 도전할 수 있는 것이다.셋째,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운 높은 목표로써 도전과 변화를 통하지 않고서는 달성이 불가능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또한 전 직원이 목표를 달성할 경우 회사가 반석 위에 세워지고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가슴이 뛰는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즉, 전 직원이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충분한 동기를 제공해야 한다.단순히 전년 대비 5%, 10% 매출액의 증대를 목표로 해서는 절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변화에 대한 도전을 시도하지 않는다.이럴 경우 달성 가능한 실적은 국내 경제성장률 또는 세계 경제성장률 내외의 실적을 달성할 것이다. 담대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목표를 30%, 50% 증액하라. 신제품 출시를 통해 100%, 500% 매출액 증대 목표를 설정하라.기존에 실행했던 과거의 방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창의적인 방식을 개발하는데 몰입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전 직원이 불굴의 의지로 도전하게 하자. 이 때 설정한 담대한 목표가 전 직원에게 꿈과 희망이 된다.세계시장으로 나아가 경쟁하고 일류기업이 될 수 있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이지만 실현 가능한 목표, 달성할 경우 회사의 매출과 성장이 보장되는 목표여야 한다.넷째, 새로운 변화에 도전하는 것은 전 직원이 동일한 목표를 한마음으로 함께 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전 직원이 사장의 마인드를 갖고 변화하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갖게 만들어야 한다. 조직과 전 직원의 목표를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같은 방향으로 일치시키고 상호 목표와 실행과정을 공유하고 협조해야 한다.마지막으로, 변화 도전에 성공해 목표를 달성했을 경우, 전 직원에게 확실한 동기가 될 수 있는 보상체계를 수립하고 제시해야 한다. 직원이 사장의 마음가짐을 갖고, 회사의 성공이 직원의 성공과 일치한다는 믿음을 갖고 불굴의 의지로 모두 함께 실행해야만 회사와 직원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이창수 도전경영연구소장

2024-06-13 14:01 이창수 도전경영연구소장

[명의칼럼] 골프엘보·테니스엘보 등 팔꿈치통증의 근본적 치료를 원한다면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손과 팔, 손목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힘줄과 인대에 손상이 점차 누적돼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을 상과염(上顆炎, epicondylitis, 팔꿈치통증)이라고 한다. 상과는 상완골(위팔뼈,  humerus)의 내측 또는 외측의 융기된 부위를 말한다.상과염은 염증이 발생하는 위치에 따라 바깥쪽 상과에 생기면 외측상과염(테니스엘보), 안쪽에 발생하면 내측상과염(골프엘보)라고 한다. 특정 스포츠를 하다가 자주 발생하므로 각각 테니스엘보, 골프엘보라는 별칭이 붙었지만 팔꿈치를 남용하면 가사활동을 포함한 어떤 노동이나 운동을 통해서도 충분히 발생할 여지가 있다. 외국 통계로는 상과염의 남녀 발생률이 대등하다고 하지만 국내 통계는 여성 진료 인원이 상대적으로 많다. 국내서는 40~50대가 전체 환자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며 30대까지는 남성 환자가 더 많지만, 이후에는 여성 환자 비중이 늘어난다.팔꿈치는 팔의 뼈, 관절, 근육과 힘줄에 의해 가동한다. 상과와 연결된 힘줄(뼈와 근육을 연결하는 유연성은 강하지만 탄력성은 떨어지는 질긴 조직, tendon, 腱)이 견딜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강도 높은 노동이나 운동이 상과염을 일으킬 수 있다. 내상과염은 골프뿐만 아니라 야구, 포핸드 위주의 테니스를 과도하게 즐길 때 타날 수 있다. 프라이팬 등 무거운 주방기구로 조리하거나 빨래하는 가정주부 등에서도 흔히 발생한다. 주로 손목을 손바닥쪽으로 구부릴 때 사용되는 힘줄이 손상을 받는다.외상과염은 테니스(백핸드) 또는 배드민턴 애호가나 컴퓨터를 많이 쓰는 사람, 가사노동을 많이 하는 주부에서도 나타난다. 외상과염은 손목을 손바닥 뒤로 젖히는 힘줄에 염증 및 부종이 생긴다. 국내서는 내상과염(골프엘보)이 외상과염(테니스엘보)의 약 4분의 1 수준으로 덜 흔하다. 내상과염은 종종 손가락 마비나 따끔거리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골프엘보는 테니스엘보다 한번 발병하면 재발하기 쉽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했을 때 비수술적 치료로 바로잡아야 한다. 방치할 경우 점차 악화돼 물건 들기는 물론 세수, 병 따기, 손잡이 돌리기 등 일상생활 속 사소한 동작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밤에 잠을 잘 수도 없을 만큼 통증이 심해져 삶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 아무튼 두 질환은 미세한 손상을 발생시키는데 초기에 팔 사용을 자제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자연스럽게 회복이 가능하지만, 운동하고 싶은 욕구를 자제하지 못하거나, 부득이 고된 가사노동을 지속한다면 회복이 지연되면서 만성화될 수 있다. 무리한 운동과 가사노동, 직업적인 팔꿈치 과다사용을 피하는 게 좋겠다.상과염 치료에는 소염진통제·스테로이드 등 약물치료. 프롤로주사, 체외충격파, 물리치료 등을 시행한다. 단기간 고강도 스테로이드 치료는 빠른 효과를 보이긴 하지만 효과가 오래가지 못하고, 장기간 시행하면 혈압 및 혈당 상승, 골 손실, 비만, 피부연화 등의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 프롤로주사는 효과가 들쑥날쑥하며 치료기간이 길게 소요되는 데 비해 통증 감소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체외충격파는 힘줄이나 인대에 괴사 ·경화·변성된 조직이 많을수록 효과가 좋은데 이와 무관한 형태의 상과염이라면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이런 관점에서 최신 전기자극치료인 ‘엘큐어리젠요법’은 염증과 통증으로 생기가 사라진 세포에 전기에너지(음전하)를 충전시킴으로써 세포를 활성화하고 근본적으로 염증과 통증을 감소시키는 치료다. 기존 치료를 대신할 만한 특색과 유용성을 지니고 있다. 엘큐어리젠은 전류의 세기가 매우 낮은 미세전류를 고전압 형태로 피부 아래 깊숙한 환부까지 흘려보내 세포의 부활을 유도한다. 기존의 경피적 전기신경자극치료(TENS)는 전류의 형태가 달라 겨우 피부 아래 몇 mm 이하까지만 도달하며, 엘큐어리젠 수준의 효과를 내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기존 치료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없거나. 증상이 자꾸 재발되는 경우 엘큐어리젠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전기자극치료는 세포의 음전하가 방전될 경우 통증의 강도가 더 높아진다는 전기생리학 이론에 기반하고 있다. 엘큐어리젠의 특수한 전기 유형은 세포 주변에 쌓인 림프슬러지를 녹이고 세포대사를 촉진하는 효과도 갖고 있다. 정기적으로 반복 치료할 경우 손상된 세포의 재생을 유도하기 때문에 통증 개선뿐만 아니라 재발 가능성까지 억제할 수 있다. 각 세포와 조직으로 원활한 영양 및 산소 공급을 촉진할 수 있어 전신활력을 되찾는 데도 유익하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2024-06-13 13:13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브릿지 칼럼] 잠재의식의 쓸모

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전화신호음이 공연장의 정적을 깨며 울려퍼졌다. 지휘자 정명훈은 불쾌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호음의 멜로디를 따서 피아노를 연주한 뒤 ‘여보세요?’ 라는 조크까지 더했다. 관객들은 긴장을 풀고 박수로 화답했다. 돌발 상황을 여유롭게 대처한 마에스트로의 임기응변은 유연한 사고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축적된 경험이 지혜와 연륜으로 승화된 장면이었다. 반대로 경험이 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선입견으로 굳어져 고정관념으로 고착될 때다. 눈앞에 펼쳐진 문제를 맥락을 전환시켜 해결하고 긍정적인 결과로 연결시키는 발상력의 원천은 무엇일까?사소하고 비중없어 보이는 일상의 순간을 존중해라. 어디서 본듯한 기시감의 정체는 바로 그들이다. 지난 겨울 서귀포 기당 박물관에서 그림을 보다 난데없이 칠곡 할매들의 시가 떠올랐다. 황금빛 이어도를 꿈꾸던 변시지의 작품 세계가 만고풍상을 겪으며 다다른 할머니들의 맑고 투명한 시상과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3월에 막을 내린 구본창의 사진전시에서도 매순간의 관찰력으로 작품을 구상하고 선정하는 작가의 창작 습관을 발견했다. 말년에 이르러 백자에 관심을 기울였던 구본창은 명암을 입힌 백자를 찍다 초승달에서 상현달로 차오르다 보름달이 되고 다시 하현달과 그믐달로 이지러지는 달의 생사소멸이 떠올랐다. 그의 삶어디쯤에 존재했을 달과 백자가 만난 것이다. 그는 거리에서 아이디어의 원천을 얻는 미행자(美行者)였다. 망연히 이 작품을 감상하던 어느 할머니의 베레모에서 보름달이 겹쳐진 기억은 내 속으로 들어와 무언가의 연결고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속초의 돼지구이식당 ‘달빛돈가’에서 만난 젊은 주인은 고기를 굽고 사람을 쓰는 일터가 인생의 도장이라고 했다. 그의 말을 듣자 어릴적 자전거를 배웠을 때가 떠올랐다. 자전거 운전은 책에서 배운 것이 아니었다. 힘껏 페달을 밟아 자전거 속도가 무게를 이겨내야 앞으로 나간다는 사실은 학교 운동장에 쓰러지고 무릎이 까지면서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체득했던 것이다. 위나라 요리사 포정(?丁)이 눈을 감고도 소의 뼈와 살을 분리할 수 있었던 것도 9년 동안 몸의 감각으로 익힌 공부 때문이란 고사도 동시에 떠올랐는데 이것도 그 고사를 접했을 때의 기억을 머리속 한켠 어디에 깊게 비축해 둔 때문일 것이다.실개천이 흘러 바다가 된다. 삶의 편린들이 모여 자신이 된다. 본능과 직관도 기억의 부산물이다. 문득 떠오른 생각도 어디서 본 장면의 퇴적물이다. 그러니 일상의 무의식을 관리해라.전시회의 벽보나 지하철의 싯구는 시대의 시선이고 발상력의 어장이다. 그것들을 블로그와 유투브에 부지런히 옮겨보라. 내 경우도 그랬다. 그들을 다듬어 칼럼을 내고 책을 역었다. 대학과 기업의 강의록도 그들이다. 가속도의 시대, 마케팅과 대중문화는 일상이 선생이고 거리가 도서관이다. 오늘의 사건이 오늘의 아이디어다. 누군가의 책, 노래, 그림, 영화, 패션,취향을 마주치면 휘발시키지 말고 차곡차곡 쌓아 당신의 일부에 저장해라. 가능하면 품격있는 것들로 채우기 바란다. 그것들이 모여 당신이 될테니까. 아침에 일어나서 듣는 노래 한 곡이, 주말에 보는 영화 한편이 당신의 무의식속으로 들어가서 모년모월모시에 유레카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정명훈이 그랬듯이 말이다.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2024-06-12 14:02 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명의칼럼] 걷기 좋은 날씨, 무리하지 마세요…‘종자골염’ 주의보

양화열 윌스기념병원(수원) 관절센터 원장저녁까지 밝아 친구와 가족들과 실외활동하기 좋은 계절이다. 산책 겸 걷기운동을 할 심산으로 편하게 나오는 건 좋은데, 단 신발은 본인 발에 맞는 편안한 신발을 신길 바란다. 자신의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걸으면 발에 여러 가지 질환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오랜 시간 걸은 후 발뒤꿈치가 아픈 경우가 많다. 흔히 알고 있는 족저근막염을 의심하는데, 족저근막은 발바닥의 발 앞부터 발뒤꿈치까지 연결되어 있는 두껍고 강한 섬유띠이다. 발의 아치를 유지해 발에 전해지는 충격을 흡수하고, 체중이 실린 상태에서 발을 들어 올리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러한 족저근막이 반복적으로 손상이 되면서 염증과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 족저근막염이다.그리고 발 앞꿈치, 특히 엄지발가락 아랫부분이 아픈 경우도 많다. 주로 딱딱한 바닥을 장시간 걸었을 때 앞꿈치 쪽의 통증이 생기는데, 이는 종자골염일 수 있다. 종자골이란 엄지발가락 바로 밑 발바닥의 볼록한 부분에 있는 두 개의 뼈를 말한다. 발을 디딜 때 힘을 가장 많이 받는 부위가 바로 종자골이다. 종자골이 걸을 때 발을 차고 미는 동작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종자골은 발바닥 중에서 쿠션이 적은 부위 중 하나라 오래 서 있거나 장시간 운동을 하면 종자골에 많은 압박을 가하게 된다. 이러한 압력이 종자골의 염증을 유발한다. 종자골염이 생기면 앞꿈치에 통증이 생기고, 엄지발가락을 위로 올리는 게 힘들어진다.종자골염은 종자골에 염증이 발생해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운동선수들도 흔히 겪는 발바닥 질환이다. 압박을 감소시키기 위해 깔창을 깔아주거나 통증이 심할 경우 비수술적치료인 체외충격파나 소염제 주사 요법으로 염증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증상이 더 심해져 종자골 골절까지 진행된다면 수술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종자골염의 주된 원인은 갑작스러운 활동량의 증가이다. 평소 꾸준히 기초체력을 쌓는 것이 좋고, 갑자기 운동량을 늘리지 말아야 한다. 꽉 끼거나 뒷굽이 너무 낮거나 바닥이 딱딱한 신발은 피해야 한다. 통증이 있는 경우 며칠간은 발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쉬어주고, 얼음이나 차가운 수건을 이용해 냉찜질하는 것도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양화열 윌스기념병원(수원) 관절센터 원장

2024-06-11 14:45 양화열 윌스기념병원(수원) 관절센터 원장

[명의칼럼] 건망증과 다른 경도인지장애, 빠른 진단으로 치매 예방해야

박정훈 인천힘찬종합병원 신경과 센터장일상생활에서 중요한 약속이나 물건을 둔 장소를 갑자기 잊어버리고 기억해 내지 못한다면 ‘경도인지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다.경도인지장애는 흔히 치매 전 단계로 불리는데, 환자의 약 10~15%가 치매로 진행돼 치매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건망증으로 오인하기 쉬운데, 건망증은 깜빡 잊었던 특정 사실에 힌트를 주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기억을 해낸다는 점에서 다르다.기억력이나 인지 능력, 계산 능력, 언어 능력이 떨어지지만 치매와는 다르게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주변에서 잘 알아채기 힘들다. 본인 스스로 기억력과 인지 기능의 이상 증상을 느끼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도 많다.본인이 경도인지장애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시기에 치료를 하면 치매를 예방하고 진행을 최대한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반인에게 경도인지장애는 아직 낯설다. 대한치매학회가 2022년 실시한 대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8%가 경도인지장애라는 용어 자체를 처음 들어봤고 73%는 경도인지장애가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는 점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경도인지장애 환자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약 27만5000명에서 2023년 약 32만5000명으로 증가했고 2023년 기준 70대 이상이 전체 환자의 약 69%를 차지한다. 상대적으로 젊은 50~60대 환자도 적지 않다.치매 진단을 받는 시점은 이미 뇌의 신경세포 기능이 현저히 나빠져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경도인지장애 증상이 있다면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평소 기억력 저하와 함께 약속 자체를 잊거나 계산이 오래 걸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도구를 사용하는 일상생활 동작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일단 경도인지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다.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본인과 가족, 지인의 상담을 통해 인지 기능 저하 여부와 상태를 확인하고 기억력, 주의 집중력, 시공간 구성 능력, 언어능력, 판단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신경심리검사를 진행한다. 추가적으로 뇌 MRI나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을 이용한 뇌 영상 검사를 통해 경도인지장애의 치매 악화 가능성 여부를 확인한다.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으면 환자 중 15~20%는 1~2년 후 인지 기능이 호전되며 40~70% 환자는 10년 후에도 치매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채소, 과일, 견과류 등을 포함한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고 주 3일 이상 운동으로 신체와 뇌 기능을 증진시키는 것이 좋다. 정기적인 사회활동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며 뇌를 활성화시키고 과도한 스트레스는 인지 기능을 약화시키는 만큼, 스트레스를 줄이는 나만의 방법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음주와 흡연은 뇌 기능 저하에 큰 원인이 되므로 절주와 금연은 필수다. 특히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중요한 만큼 당장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지 않았더라도 가족력이 있거나 고위험군에 속하면 1~2년 주기로 꾸준히 건강검진이나 관련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박정훈 인천힘찬종합병원 신경과 센터장

2024-06-11 07:00 박정훈 인천힘찬종합병원 신경과 센터장

[시장경제칼럼] 시장실패인가, 인류의 난제인가?

한양대 경영대학 이웅희 교수과거 술자리에서 사회이슈를 논하다 보면 ‘결국 이 모든 것은 결국 자본주의의 모순 때문이다’라며 분개하는 사람들을 간혹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자본주의의 모순은 과연 무엇이고 어떤 종류가 있을까? 친절하게도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문제점들을 과거부터 몇가지로 구분해왔다. 이들은 소위 시장실패(Market Failure)라고 불려왔고, 대학교 1학년 수준의 경제학원론 책에도 잘 나와 있다. 첫째는 경제력 집중과 독점의 문제이고(부익부 빈익빈이란 구호와 함께!), 둘째는 환경오염과 같은 외부효과(Externality)의 문제, 셋째는 시장에서는 국방이나 교육 등 공공의 투자가 부족하다는 공공재의 문제, 넷째는 목초지나 어장 등의 공유자원이 무분별한 남획으로 피폐해진다는 공유자원의 문제, 다섯째는 중고차 등을 거래할 때 상대방 제품의 품질을 잘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정보비대칭의 문제, 여섯째는 거래상대방 신뢰부족으로 인한 여러 거래의 어려움의 문제(거래비용의 문제)이다.물론 한 두개 더 있을 수도 있지만 아마 대부분의 교과서에는 이 정도를 시장실패로 구분해 놓았다. 이렇게 유형화된 시장실패에만 정부가 개입해서 잘 관리하면 소위 ‘자본주의의 모순’은 이론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 칼럼에서는 위 시장실패의 논리가 사실은 편향된 시각이라는, 매우 중요하지만 다소 덜 알려진 주장을 소개하고자 한다.일단 다음의 질문부터 시작하겠다. 위 여섯 가지 시장실패가 과연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들만 가지고 있는 고유의 문제점일까? 보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독점이 없고, 환경오염도 없으며, 남획도 없고, 정보비대칭도 없을까?”첫째로, 독점과 경제력 집중의 예를 들어보자. 생각해보면,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정부가 모든 사업을 독점한다. 오히려 가장 독점이 심한 형태이다. 중국같이 자본주의 요소를 일부 허용한 나라의 경우도 기업이 국가와 연계되어 독점적 지위를 가진 경우가 자유진영보다 더 많다.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가진 국가에서 기업간 경쟁이 훨씬 더 왕성한 것은 사실일 것이다.개인간 소득불균등의 차이도 마찬가지이다. 소득불균등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를 보면, 중국의 경우 잘 발표를 잘 안하지만 2021년 당국이 언론에 밝힌 것은 0.47로 미국(0.375)보다 더 높다. 지수자체를 떠나 중국의 경제불평등 문제는 이미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지 오래다. 한국의 경우, 2022년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니계수가 0.324로 OECD평균(0.316) 정도로 보통정도의 불균등 수준으로 볼 수 있다.한편 북한은 자료의 문제로 지니계수에 대한 공식발표는 없지만 일부 개인 연구자들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0.51~0.64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소득 불평등도가 가장 높은 국가들이 대략 0.5~0.6 정도의 지니계수를 보이므로, 북한의 소득 불균등은 세계 최하위권으로 추정할 수 있다. 북한의 경우 김정은 정권에 잘 보이는 그룹은 계속 잘살고 그럴 기회도 없는 다수의 일반대중은 가난이 고착화되어 빈익빈의 상태로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결국 독점/경제력 집중의 문제는 시장경제체제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실 역사적으로 불평등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나라는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오히려 사회주의에 불평등이 고착화 되는 성향이 있다. 결국 ‘빈익빈 부익부’라는 자극적 선동문구는 사실 사회주의의 모순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두번째는 환경오염의 문제이다. 시장경제체제에서만 환경문제가 발생하는가? 시장경제체제하에서 경제활동이 더 왕성하므로 비례적으로 볼 때 이 국가들의 환경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사회주의 국가 중국은 현재 전 세계 1위의 탄소배출국으로 2021년 기준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30.9%를 독차지하고 있다(한국은 1.7%). 2020년 국제환경성과지수 랭킹에서도 중국은 180개국 중 120위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자본주의 색채가 많아 전형적인 사회주의 국가로 볼 수 없다고 반박할 지 모르겠다. 그럼 전형적인 사회주의 국가였던 과거 소련과 동구권 국가들은 어땠을까?소련이 몰락한 후 밝혀진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1988년의 경우 1인당 GNP기준으로 봤을 때, 소련은 미국에 비해 1.5배의 오염물질을 더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세계적으로 저명한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에 따르면 1980년말 기준 GDP대비 소련과 동구권은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 미세먼지는 13배가 높았고, 황산화물, 질소산화물은 2배가 많았으며, 수질오염은 3배가 높았다. 북한도 마찬가지이다.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펴낸 ‘세계보건통계’ 자료에도 북한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10만명당 207.2명 수준으로 세계 3위였다. 이는 한국의 10배 이상이다. 수치를 떠나 단적으로 북한의 벌거숭이 산과 한국의 산을 비교해보자. 어느 쪽이 자연환경을 훨씬 더 잘 보존해 왔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환경오염의 문제는 사회주의·공산주의 국가에도 존재하고, 오히려 더 심할 수도 있는 것이다.마지막으로, 정보비대칭 및 시장거래 시의 신뢰문제를 생각해 보자.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정보비대칭이 없어서 중고차 살 때 사기의 위험이 전혀 없는가? 사회주의 국가에서 거래할 때에는 상대방을 무조건 신뢰할 수 있는가? 아마도 아닐 것이다. 그리고 거래 시 상대방을 불신하는 정도는 아마도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는 국가의 국민들 못지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인간사이의 신뢰문제는 체제를 떠나 영원한 숙제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이 또한 시장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전체가 아직 풀지 못하고 있는 문제이다.여기서의 주장은 시장경제체제의 국가가 사회주의 국가보다 위 6가지 문제점들이 모두 적다는 것이 아니다. 요지는 경제력 불평등 문제, 환경문제, 정보비대칭/신뢰 등의 문제는 인류역사와 같이 해왔고, 어떤 체제에서도 풀지 못한 것들이다. 그리고 이것들은 향후 인류가 머리를 짜내 풀어야 할 마지막 난제들인 것이다. 정말 잘못된 것은 이것들을 오직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만 발생하는 “시장에서의 문제점”이라고 규정한 프레임이다.시카고의 천재 경제학자 뎀세츠(Demsetz)는 이를 ‘열반의 오류’(Nirvana Fallacy)라 불렀다. 그는 기존 경제학자들이 위 여섯가지 실패가 없는 이상적 세계를 상상한 후, 현실의 시장경제가 이와 차이가 날 때, 이를 ‘시장실패’라고 규정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일방적으로 가혹한 처사이다. 예를 들어 어떤 완벽한 인간형을 상정하고, 일반인이 거기에 못미치면 그것을 인생실패라고 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주 부당하다.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세상에는 인생 실패자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실패 이론은 아직도 거의 모든 경제학자들의 머리속에 고착화되어 있고 여전히 대중에게 주요 이론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시장실패가 아니라 ‘시장경제교육의 실패’라고 부르는 것이 맞을 것이다.한양대 경영대학 이웅희 교수

2024-06-10 09:18 한양대 경영대학 이웅희 교수

[브릿지 칼럼] 양도세 줄이는 상속세 신고법

윤기호 ㈜감정평가법인 머니플러스 대표이사살다 보면 “그때 했었어야 했는데”라고 후회하는 경우가 있다. 상속 부동산의 상속세 신고 같은 일이다. 상속받은 부동산을 양도하게 되면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상속세 신고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내야 할 양도소득세 금액이 큰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대충 넘어갈 수 없다.양도차익은 양도가액에서 취득가액을 뺀 금액이다. 부동산(단독주택, 아파트, 오피스텔, 토지 등) 상속 시 상속세 신고를 하지 않거나 했더라도 공시가격으로 신고하면, 그 부동산의 취득가액은 공시가격(기준시가, 개별공시지가, 개별주택가격)이 되고, 공시가격은 시가보다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양도가액은 양도 당시 시가일 것이다.절세하기 위해서는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으면서 양도차익을 줄이는 전략을 구사하면 된다. 우리나라는 돌아가신 분(피상속인)이 남겨 놓은 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부과한다. 보통의 경우 상속재산 금액이 돌아가신 분의 배우자가 있는 경우 10억원, 배우자가 없는 경우 5억원까지는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일정 금액 이하 부동산의 경우 취득가액을 공시가격이 아닌 시가로 현실화시켜 놓으면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으면서도 향후 양도차익을 줄일 수 있다. 상속 부동산의 취득가액을 시가 수준으로 현실화시키기 위한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상속 부동산에 대해 시가 감정평가를 받아 관할세무서에 감정평가액으로 신고하면 된다.예를 들어 설명하면,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주택의 상속개시 당시 공시가격은 7억원이고, 시가(감정평가액)가 10억원일 때, 어머니가 살아계신 윤 절세 씨는 다른 상속재산이 없다면 상속세를 한푼도 안낸다.다른 주택을 보유하고 있던 윤 절세 씨가 2년 이후 상속 주택을 양도할 때, 양도가액이 11억원이라면 감정평가액으로 상속세를 신고한 경우 취득가액은 10억원이 되고, 양도차익은 1억원이 된다. 양도소득세는 1956만원[1억원(양도차익)X35%(양도소득세율)-1544만원(누진공제액)=1956만원]이다.하지만 상속 주택에 대해 별도의 감정평가를 받지 않았다면, 양도차익은 양도가액(11억원)과 상속주택의 공시가격(7억원)의 차이인 4억원이다. 양도소득세는 1억3406만원[4억원(양도차익)X40%(양도소득세율)-2594만원(누진공제액)=1억3406만원]이 된다. 상속세 신고를 감정평가액으로 했다면 양도소득세를 무려 1억1450만원이나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상속세 신고는 돌아가신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해야 하고, 신고 기한 이내에 작성된 감정평가서가 제출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2024년 6월 15일에 돌아가셨다면 상속세 신고기한은 2024년 12월 31일이 되어 2025년 1월 1일 이후에는 감정평가 금액으로 바꾸고 싶어도 원칙적으로 유효하지 않다. 간혹 신고 기한이 지나간 후 감정평가 해달라는 요청이 있으나 안타깝게도 떠나 버린 기차를 불러 세울 수는 없다. “그때 했었어야 했는데”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부분이다.윤기호 ㈜감정평가법인 머니플러스 대표이사

2024-06-10 08:51 윤기호 ㈜감정평가법인 머니플러스 대표이사

[브릿지 칼럼] 연극에 닿은 어느 중견기업의 선한 영향력

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며칠 전 본 연극 한편의 여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고(故)윤조병 작가의 1980년작 희곡 ‘윷놀이’를 각색한 연극 ‘요새는 아무도 하려 하지 않는 그, 윷놀이’다. 윤조병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실주의 극작가다. 그의 짧은 희곡 원작을 연출가만의 독특한 색깔로 각색해 무대에 올렸다. 공포물인가 싶을 정도의 단출하고 어두운 무대, 느리고 추레한 몸짓의 주인공들. 하릴없이 한 곳에 모여 동네 일에 참견하는 사람들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윷놀이를 시작한다.느릿한 충청도 사투리, 답답할 정도로 극의 호흡이 느리다가도 말판 위 말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웃다가 울다가 싸우다가를 반복하면서 윷판은 처절하리만큼 긴박해진다. 그깟 윷놀이가 뭐라고 우리네 인생과도 똑 닮은 윷판의 깊은 속내를 알게 되는 마지막에는 가슴이 저릿하다. 이 연극의 연출가는 극단 코너스톤을 이끌고 있는 이철희다. 그는 지난해 ‘올해의 젊은 예술가상’과 ‘서울예술상 연극부문 최우수상’을 받았으며 지난달 열린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에서 연극 ‘맹’으로 ‘젊은 연극상’까지 수상하는 등 그야말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배우였던 이철희는 캐스팅을 기다리는 긴 시간 동안 글을 쓰기 시작했고 한 중견기업에서 주최하는 희곡상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 수상은 그에게 연극을 계속할 동력과 희망을 주었다. 이후 자신의 수상작을 무대에 올리고자 극단까지 만들었고 지금까지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철희는 지난 5월 백상예술대상 수상 소감에서도 자신의 연극인생을 또박또박 이야기하며 자신의 희곡을 뽑아준 기업에 감사인사를 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흔치 않게 기업에 감사인사를 전하는 수상소감이 꽤나 진정성있게 느껴졌다. 이런 흐뭇한 장면을 만들어낸 기업은 바로 벽산엔지니어링이다. 벽산엔지니어링 김희근 회장이 설립한 벽산문화재단은 2011년부터 벽산예술상 희곡상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김희근 회장은 “새로운 창작극의 발견을 통해 재능있는 극작가를 양성하고 창작활동과 공연을 지원하여 희곡분야 발전에 작은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상금뿐 아니라 수상작을 연극으로 제작할 때 보조금도 지원한다. 수상작이 연극무대화 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철희는 2014년 제4회 벽산희곡상에서 ‘조치원 해문이’로 대상을 받았다. 셰익스피어 고전 햄릿의 비극성을 묵직한 코미디로 각색한 작품으로 권력에 대한 탐욕과 비열한 인간성을 들추어냈다는 심사평을 들었다.“벽산희곡상 수상으로 인해 제2의 인생을 살게 됐다”며 겸손과 감사의 말을 전하는 이철희는 희곡작가, 배우, 연출가로서 연극계에서 없어서는 안될 연극인으로 우뚝 섰다. 한 중견기업의 메세나가 만들어낸 기적이다. 더불어 ‘윷놀이’의 원작자 故윤조병 작가의 아들이자 극단 하땅세를 이끄는 연출가 윤시중 또한 벽산문화재단의 또다른 연극상인 윤영선 연극상을 수상한 바 있다.김 회장은 “세대를 아우르는 이 모든 우연이 참으로 재밌고 마치 인생과 같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연극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 미술 등 폭넓게 오랜기간 후원하고 있는 벽산엔지니어링은 초대형 인기 공연 후원과 보여주기식 문화마케팅에 급급한 기업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

2024-06-09 14:33 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

[브릿지 칼럼] 일본추월? 한국역전?

전영수 교수뒤쳐지면 불쾌하나, 뒤따르면 속편하다. 같은 거라도 어떻게 보느냐로 달라지는 법이다. 세상사 많은 게 그렇다. 본질은 하나일지언정 해석은 여럿일 수 있다. 해서 2~3등도 기죽을 일은 없다. 초조한 1등보다 안전한 2~3등도 나쁘잖다. 맨앞에서 없는 길을 만들며 외롭게 걸어가는 1등보다 낫다. 결국 선발자의 고뇌와 후발자의 이득은 겹친다. 추격하며 잘한 건 배우고 못한 건 피하면 뒤따라도 남는 장사다. 경제추격론에서 일컫는 후발자의 이득과 같다. 한국이 일본에게 얻은 시행착오 및 벤치마킹도 그렇다. 일본을 뒤쫓으며 가성비 좋은 성장경로를 완성할 수 있었다.하지만 더는 아니다. 이제 일본에게 배울 선행경험은 별로 없을 듯하다. 시차를 좁히며 급기야 일본을 넘어선 추월지표마저 생겨났다. 일본이 주춤하는 새 발빠르게 추격한 결과다. 대표적인 게 인구변화다. 실제 저출생은 일본을 가뿐히 제쳤다. 2023년 0.72명(잠정)은 일본(1.2명·추정)의 절반수준까지 떨어졌다. 2001년 추월한 후 계속해 거리를 넓혔다. 남은 건 고령화다. ‘저출생→고령화’로 늙어가는 속도·범위도 일본추월은 따논당상이다. 출생이 급감하면 고령비중은 내버려둬도 급증한다. 일본은 고령화율(65세 인구/총인구) 29%로 아직은(?) 세계 1위나, 한국에 물려줄 건 확정적이다.그간 한국은 추격자의 이득을 쏠쏠히 누렸다. 미리 겪은 선행사례를 보며 비싼 수업료를 내지 않고도 효과적인 문제해결이 이뤄졌다. 그대로 갖고와 쓸 수는 없어도 약간의 수고·변형만으로 고가성비의 상황대처가 가능했다. 선발자의 족적이 안겨준 후발자의 수혜였다. 일본분해를 통한 벤치마킹·반면교사로 수용한 인구정책도 그렇다. 먼저 경험한 일본사례에서 상당수를 흡수했다. 심지어 서구사회와 달리 급증한 사회이동이 도농격차와 출산포기를 낳았다는 진단조차 비슷해 일란성 쌍둥이처럼 대응체계도 닮았다. ‘도시→지방’으로의 권한·예산이양을 뜻하는 로컬리즘이 선순위정책으로 채택된 배경이다. 한일 모두 수도권으로의 일극집중 완화를 주요의제로 강조한다.이제 상황은 반전됐다. 최소한 인구구조의 변화양상은 한국이 일본을 뛰어넘어 더는 추격이득을 누리기 힘들어졌다. 이로써 그간 저출생·고령화의 실상·파장을 맨앞에서 겪으며 문제해결의 시행착오를 반복했던 선행족적이 사라졌다. 한국 앞에 아무도 없는 것이다. 뒤돌아보니 한때 추격했던 선진국이 약속이나 한 듯 신흥선두인 한국을 쳐다보는 모양새다. 물러설 곳이 없을뿐더러 나아갈 곳도 오리무중 신세다. 뛰어온 속도조차 그대로인 판에 아무도 밟은 적이 없는 길앞에 섰다. 선두를 내준 일본은 멀찍이 떨어져 깊은 안도의 한숨 속에 한국의 외로운 선택을 지켜볼 따름이다.남은 건 보기 좋게 극복해내는 반전스토리다. 추월의 마침표는 역전이다. 넘어섰다고 늘 이기지는 않듯 역전을 완성하는 선발자의 발자욱을 남길 때다. 인구변화의 쓰나미를 도약대로 전환하는 승자다운 능력과 면모를 준비할 타이밍이다. 인구변화의 위기를 기회로 뒤바꾼 ‘퍼스트 펭귄’을 지향하자는 얘기다. 잡아먹힐 위험을 뛰어드는 용기로 전환해 바닷속 생선을 독점하는 전략이 좋다. 머뭇거릴 시간도 없고 되돌아갈 평지도 없기에 페스트 펭귄의 생존전략은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 지금 필요한 건 저출생·고령화 대처실험의 성공이 가져다줄 기회선점의 확신과 용기다.일본추월과 한국역전의 유력지점은 초고령화로 정리된다. 2025년 한국의 고령화율 20%는 예고됐다. 늙은 사회로의 변화다. 문제는 속도다. ‘20%→30%’까지 일본은 19년이 걸렸는데, 한국은 11년(2036년)으로 줄어든다. 얼추 ±10년 후면 초고령 1위에 올라설 전망이다. 초고령화의 대응체계가 시급하다는 뜻이다. 아쉽게도 배울 곳은 없다. 강점은 경쟁력으로 약점은 역발상으로 활용해 새로운 생존·성장모델로 구축하고 제안하는 게 바람직하다. 추격자가 된 선진국이 한국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하는 이유다. 더 빨리 달려와 제쳐버린 경험과 저력의 재구성이 요구된다.전영수·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2024-06-07 04:00 전영수·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명의칼럼] '코 킁킁' 비염, 틱 일수도… 미디어·스트레스 줄여야

변순임 함소아한의원 수원영통점 원장일교차가 크고 건조한 날씨에 아이가 눈을 깜빡거리거나 코를 킁킁거리는 증상은 비염으로 보기 쉽다.그러나 갑작스럽고 반복적인 동작이 비염으로는 설명되지 않을 때가 있다. 이 경우 틱을 의심해봐야 한다. 틱은 비염 없이 단독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비염에 동반되어 나타날 수도 있다. 둘을 엄밀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치료적인 면에서는 차이가 있으므로 주증을 잘 살펴 구분해야 한다.틱은 비율동적인 동작이나 음성이 갑작스럽고 빠르게, 또는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음성 증상으로 목 가다듬기, 킁킁거리기, 휘파람 불기, 특이한 리듬이나 톤으로 소리 내기 같은 여러 패턴이 있으며 어깨 돌리기, 제자리에서 점프하기 등 몸의 다양한 부위에서 동작이 나타날 수 있다.틱 장애의 원인은 유전적인 요인이 가장 크며 병리적 기전으로 대뇌의 기저핵과 피질-선조체-시상-피질(CSTC) 회로에서의 기능 부전으로도 발생한다. 이 경로가 도파민 경로와 일치하는데 도파민 경로의 취약성도 유전이 상당한 원인을 차지하지만 현대 사회의 도파민 자극 과잉 상태도 환경적인 요인으로서 틱의 발생에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보인다.아직 뇌 발달이 미숙한 아이들 입장에서는 처리해야 할 정보량과 자극량이 많을 때 이를 처리할 뇌의 여유 자원이 부족해지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틱의 조절이 약해지게 된다.틱 증상이 발현되는 가장 대표적인 자극원은 스마트폰, TV 같은 미디어다. 요즘은 짧고 자극적인 형태의 영상 노출, 몰입해서 하는 휴대폰 게임 등이 뇌의 도파민 경로를 자극하는 일이 매우 많아졌다. 틱이 있는 환자들이 TV나 휴대폰을 볼 때 증상이 심해진다는 것은 상당히 공통적인 특징이다.증상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학교나 학원보다는 집에 있을 때, 스트레스를 받을 때, 긴장 상황일 때 증상이 심해진다. 틱은 감정을 자극하는 스트레스나 사건과 관련이 있는데, 반드시 기분 나쁜 사건과 스트레스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기분 좋고 흥분되는 사건도 악화 요인이 될 수 있다.따라서 틱이 있는 아이들은 TV, 스마트폰과 같이 뇌의 정보 처리에 무리가 될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줄이고 틱이 심해졌던 감정적 흥분이나 스트레스 상황들은 피하도록 해야 한다. 피로함도 증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므로 아이의 스케줄을 조정해주고 체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가정에서는 가족이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대화를 통해 하루 일과를 살피고 아이의 마음과 기분을 인정하고 공감하는 것이 좋다. 아이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완화해 줄 수 있도록 등원·등교 전이나 하원·하교 후에 꼭 안아주며 스킨십을 통한 응원도 좋은 방법이다.한의학에서는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 기운의 소통을 막는다고 본다. 틱의 치료로 억간산과 소시호탕을 기본으로 하여 기운의 순환을 돕는 후박, 진피, 향부자 등과 장부기능의 불균형을 치료하는 약재를 조합하여 증상을 조절한다. 이러한 불균형을 치료하는 것은 증상의 개선과 더불어 몸의 자연 회복력을 높여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변순임 함소아한의원 수원영통점 원장

2024-06-04 07:00 변순임 함소아한의원 수원영통점 원장

[브릿지 칼럼] 성공의 품위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최근 국내 대기업 총수의 이혼소송이 이슈다. 재산분할금이 역대 최고금액으로 판결나며 다시금 이들 부부의 이혼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지난 연말 공식적인 자리에 동거 여성과 참석하며 아직 이혼소송 중임에도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과 부부행세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트로트 가수로 인기 정상에 오른 가수 역시 뺑소니 사고를 내고도 발뺌하더니 검찰소환 전날까지 콘서트 행사를 진행해 대중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이처럼 사회적 성공이라는 정점을 찍은 이들이 내면의 성숙이나 도덕적 품위라는 또 다른 측면에서는 종종 질타를 받으며 도마 위에 오르곤 한다. 이슈 중심에 선 이들이 요구받는 것은 그들이 사회적 성취를 이뤄낸 만큼 성숙한 삶의 모습도 보여달라는 암묵적 기대다. 이를 충족시키지 못해 사회적 도덕적 비난을 받는 현상을 보면서 그들을 향한 비난의 시비를 떠나 저마다가 추구하는 성취와 성숙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데이비드 브룩스는 ‘인간의 품격’이라는 책을 통해 삶은 성공이 아닌 성장의 이야기라고 밝혔다. 인간은 뛰어난 자질을 소유한 존재지만 동시에 심각한 결함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이를 인식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려 노력해야 하는데 이같은 내적 투쟁이야말로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나아가 삶은 향락이 아닌 도덕 드라마이고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성스러움을 위해 사는 거라는 그의 얘기처럼 자기 삶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과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이며 결코 절로 동반되지 않는다. 오히려 부단한 노력으로 이뤄내야 할 또 하나의 인생 과제다.누구나 행복해지고 싶고 그럴 자격이 있다. 하지만 행복한 삶과 가치 있는 삶은 다르다. 자신이 지닌 책임을 저버리고 개인의 행복에만 집중하는 것은 자기중심적인 우리 본연의 결함을 전혀 극복하지 않은 채 그대로 드러내는 게으른 태도다. 해리 에머슨 포스딕 목사는 가치 있는 삶은 자신의 약점을 정직하게 대면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내 성공을 위해 누군가를 이용하고 싶고 내 욕구 충족을 위해 타인을 외면하고 싶은 인간 본연의 약점 말이다.주변을 둘러보자. 연애하다 헤어졌으나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이 사라져 헤어졌으나 결혼상대로는 좋은 사람이라고 여겨져 이별이 후회되고 다시 만나고 싶단다. 그럴 수 있다. 문제는 여전히 자신의 욕구와 자기 미래만 바라보며 아쉬워할 뿐이라는 것이다. 만남과 이별에 대한 자기선택의 책임은 오간 데 없고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도 없다. 그저 좋은 기회, 괜찮은 사람을 놓친 듯해 아깝다며 현재의 속상한 마음에만 머문다. 이같은 자기성찰과 고민의 부재로는 성장하기 어렵다,누구나 잘 살고 싶어 한다. 성공하고 싶고 스스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 두 마음이 서로 양립하기란 쉽지 않다. 세상에 나아가 원하는 것을 이뤄내는 것도 훌륭하지만 좌절을 감내하고 부당한 대우에도 자제력과 위엄을 잃지 않는 단단한 내면을 키워내는 일도 위대하다.진정한 성공은 내면의 성숙을 담보하기에 그만큼 값지고 품위 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두 본성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 속에서 살아가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세상을 정복한 위풍당당함이라도 내적인 겸양과 배움의 자세를 갖추며 조화를 이뤄야 아름답기 때문이다.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2024-06-03 13:53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시장경제칼럼] 국민연금 개혁의 태생적 한계 극복

김영신, 계명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최근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에 따른 국민연금 개혁 방안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저출생과 고령화라는 인구구조의 추세와 함께 경기침체의 장기화가 우려되면서 국민연금제도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의 태생적 한계5년마다 진행되는 국민연금 재정추계 제5차 결과에서는 2040년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이 1755조 원으로 최대가 되며 이후부터는 수지가 적자로 돌아서 2055년에 기금이 모두 소진된다는 전망을 발표했다. 이 같은 결과는 제4차 재정추계에서의 최대적립기금 시점이 1년, 기금소진 시점이 2년 앞당겨진 것이다.사실 이전의 재정추계의 결과에서도 적립기금 소진 예상 시점은 실제와 괴리가 있었다. 이때마다 유례없는 저출생과 고령화가 전가의 보도로 이용된다. 더욱 근본적인 원인은 국민연금 산식의 수익비가 1보다 크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모든 소득계층에서 내는 보험료보다 받는 연금액이 많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제도가 도깨비방망이가 아니고서야 기금소진은 애초에 태생적 한계인 것이다.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차례 국민연금 개혁을 시도했다. 1998년 노령연금 급여 수준을 (40년 가입 기준) 70%에서 60%로 하향 조정하고 수급 연령을 60세에서 5년마다 1세씩 조정에서 65세로 상향 조정했다. 2007년에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의 상향 조정은 실패하고,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인하하고 기초노령연금제도를 도입했다. 이후로는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국민연금 개혁의 논의만 풍성할 뿐 실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국민연금에 대한 정치개입의 유인1988년에 도입된 국민연금은 그 해 약 0.5조 원 정도의 기금 규모였으나 2023년 말 기준 약 1035조 8000억 원으로 불어나 있다. 이 같은 수치는 국민연금 도입 당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0.3%에서 약 48%로 증가한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해졌다. 국민연금제도 도입 초기, 1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를 가입대상으로 시작해서 2006년에는 1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되어 특수직역연금(군인, 공무원, 사학 등) 가입자를 제외하고는 이른바 전 국민 국민연금 시대가 되었다. 그러므로 국민연금에 대한 관심은 자동적으로 확대되었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유권자이기 국민연금제도를 손보는 것은 이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더욱이 인구 고령화에 따라 중위 유권자(median voter)의 나이도 점점 늘어나 은퇴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즉 노후를 눈앞에 둔 유권자들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등의 국민연금 개혁 방안은 정치적으로 수용될 수 없을 것이다. 2023년 국민연금 수급자 수는 662만 6552명이고 이 가운데 노령연금 수급자는 554만 3769명으로 전체 수급자의 약 84%를 차지하고 있다. 2차 베이비붐 세대(약 635만 명)의 은퇴도 앞으로 10년 안에 이루어지기 시작할 것이므로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국민연금의 개혁 방향제5차 재정추계 결과에 따라 국회에 설치된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의 국민연금 개혁 방안에서는 현행 9%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자는 안을 두고 여야가 일견 합의하였으나 인상된 소득대체율과 구조개혁의 동시처리에 대한 이견으로 대립하고 있다. 또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만 조정해서는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구조개혁을 함께 해야 한다고 한다. 국민연금의 구조개혁 시 기초연금과의 연계, 구연금 청산과 신연금 도입과 동시 운영, 특수직역연금과의 조화와 형평성 등 다양한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국회의 의견을 존중한다지만 구체적인 정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사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고 싶으랴. 님투(not in my term of office)가 합리적일까?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에 대한 개혁은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기때문에 개혁에는 동의하지만 추진하는 주체 세력을 찾기 어려운 현실이다.무엇보다 국민연금 개혁 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정부가 현행과 같이 급여에서 원천 징수해서 강제적으로 운영하는 한 연금 지급은 명문화해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가입자의 신뢰를 얻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기금 운영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이 배제되고 독립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투명성과 효율성, 그리고 책임성이 뒤따를 수 있을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을 둘러싼 정치권을 비롯한 이익집단의 지대추구(rent-seeking) 활동은 결국 국민연금 가입자의 손실로 귀결되기 때문이다.김영신, 계명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2024-06-03 07:34 김영신, 계명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